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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터 성차별은?
“생계에 성별은 없다”, 첫 입을 떼다!
여노의 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향해 달리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요
[에세이 1 ] 이제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에세이 2 ] 아이의 존재를 이력서에서 숨겨야 했던 이유
[에세이 3 ] 여성 알바, 나도 누군가의 K였다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낙태죄 폐지와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의 과제 :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실현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03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08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터 성차별은?
13	 “생계에 성별은 없다”, 첫 입을 떼다!
15	 여노의 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향해 달리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21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요
24	 [에세이 1 ]  이제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27	 [에세이 2 ]  아이의 존재를 이력서에서 숨겨야 했던 이유
31	 [에세이 3 ]  여성 알바, 나도 누군가의 K였다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36	 낙태죄 폐지와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
44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의 과제 :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실현
	 칼럼	
50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여성
	 시선
54	 접대도, 상납도 NO! 착취이자 폭력입니다
	 평등의 전화
60	 모성권, 당당하게 맞서 사용합시다
	 현장의 이모저모
62	 4시간만 인정되는 시간제 돌봄 전담사의 노동   
66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여노가 뛴다
70	 팟캐스트, 책이 되다
73	 편의점 대형냉장고에서 만나는 새벽 친구 ‘을당’
76	 와글와글 성큼성큼, 성평등 노동을 잇다
78	 성차별을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인정’이다
일하는
여성2019•상반기•통권 제107호
일 하 는 여 성 들 이
함 께 만 드 는 희 망 찬 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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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여성 통권 제107호(반연간지/회원용)
발행일  2019년 6월 14일  발행인 배진경  편집위원  경원, 느티, 레나, 이을, 풀
발행처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서교동 351-28)  Tel.02-325-6822
02
20
35
“저는 예능이라는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32년
을 버텨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이가 많다
는 이유로 그 전쟁터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을들의 당나귀 귀>를 읽으면서 제가 왜 맨몸
으로 싸워야 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차마 말하지 못
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셔서 여러
번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포함해,
전쟁터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동료
들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 차례
입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방송인 박미선 님의 추천사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페미니스트 대중문화평론가 손희정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만들어 온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을당)>에서 영화감독, 연구자, 작가 등 다양한 게스트들과 나눈 페미니즘과 대중
문화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가이드로 딱!
한번 읽고 두번 또 읽고, 세미나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도 하고 학교 친구와 동네 주민들도
볼 수 있도록 도서관에 신청도 해주세요.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
온/오프라인 서점 판매 중한국여성노동자회
2 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반찬값’정도
임금이면족하다?
나도생계부양자다
허울 뿐인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대하여
솔키(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상한 내레이션을 발견했다.
신문 배달하는 달인은 남성이었고, 그는 가족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책임을 다하는
가장의 모범으로 소개되었다. 뒤이어 소개된 김밥을 만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여성에 대해서는 가장으로 칭하지 않았다. 생계를 책임져 왔다는 한 줄의 설명
뿐이었다.
‘가장’이란 말. 국립국어원은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 혹은 ‘남편을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가장은 가족의 생계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에 상응하는 권위를 부여받았다. 부부와 자녀들로 상징되는 ‘정상
가족 모델’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은 늘 남성을 지칭했다. 이는 가족과 성
별에서의 위계를 강화하며 남성에게 절대 권위를 부여했다.
그것은 실제로 가족의 생계를 누가, 어떻게 부양하느냐에 관계없이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권능이었다. 평등하지 않은 가족 구조를 유지시켜 오고 여성의 종속을 강
화해 온 것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였다.
OECD에서 성별임금격차 지표 발표를 시작한 2000년도 이후, 늘 1위를 하고 있
는 대한민국. 여성노동자회는 올해도 성별임금격차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
고, 격차 해소를 촉구하기 위해 3월 8일 3시스탑 조기퇴근 시위와 5월 17일 임
금차별타파의 날 행사를 진행하였다.
OECD 지표 기준 100:64의 극심한 임금격차, 여성 임금노동자의 과반이 비정규
직으로 일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격차는 100:37.5로 더 벌어진다. 성별임금
격차는 여자라서 덜 뽑고, 승진을 안시키고,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는 등의 노동
시장의 여러 성차별의 총합적 결과이다. 2019년, 여성노동자회에는 성별임금격
차를 야기하는 기저에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음을 지목했다.
<일하는여성> 107호 특집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에 대한 분
석과 일터에서 차별당하는 여성들의 현장성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4 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늘 남성이 ‘가장’으로 호명되는 한 여성은 보조자일 수밖에 없다. 보조자의 노동
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노동은 보조자에게 맡기지 않는다. 여성의 노동이 싸구
려 취급받는 이유다. 생계부양자가 따로 있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여성은 ‘반찬값’정
도의 임금이면 족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 2018년 현재 여
성노동자의 50.7%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월 134만 원으로 최저임금 156만 원에조차 미치지 못한다. 이 임금은 정규
직 남성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37.5%에 불과하다.
이 현실 뒤에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만들어 내는 성차별이 숨어 있다. 사내
복지나 수당, 성과평가부터 좋은 일자리로의 진입, 승진까지 성차별을 단단하게 다
지는 근거가 된다. 이런 성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
반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좋은 직장으로의 진입 차단, 낮은 임금, 승진에서의 배제
는 여성이 임금노동을 지속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노동시장의 주변부
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생계의 절박함으로 노동에 나서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독립 없이 평등한 관계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
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경력과 관계없이 당연히 최저임금만 주는 경우가 많다.
남성 단독 생계부양자 모델,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남성 가장 아래서 여성은 늘 피부양자로 존재했으며 가사와 육아의 전담자로서
‘집에서 논다’고 표현되었다.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표상되는 여성의 존재는 돌봄
노동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중요하지 않은 노동으로 인식하게 했다. 남성이 뼈 빠지
게 생계를 부양할 동안 집에서 놀고먹는 여성은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되었다. 생계를 책임져 온 윗세대 여성들은 가족
안에서 자신을 더욱 낮추고 타인에게 자신의 노동을 숨겨야 했다. 가장으로서 남성
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일을 한다는 것은 남성의 능력이 부
족해서라고 인식되던 시대였다.
이 오랜 관념은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2015년 기준 1인 가구(27.2%)가 4인 가구
(18.8%)를 넘어선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2018년 현재 40세 미만
청년층의 맞벌이 가구는 61.6%에 육박하고 있다. 더 이상 남성이 가장으로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지 않지만, 여성은 여전히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중·고령층 여성들은 배우자의 퇴
직이나 병으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여성 가구주와 1
인 가구, 비혼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속에서 자신의 생계는 자신이 책
임지는 게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는 정상가족 모델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형태도 아닌 것이다.
보조자로 취급되어 ‘반찬값’ 취급당하는 여성노동
“미혼여성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저 하
나입니다. 그러나 성과 평가할 때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
고 있고 저는 결혼할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제게 유감은 없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도 않
은 이유였어요.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그 가정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유효한 정의인가 봅니
다.”
-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나의 #페이미투> 설문 응답 중
6 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이 성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은 노동을 할 충분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 평균임금 134만 원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비정
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여성들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여 정책을 만
들고 있다.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허구다
이런 사회구조는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불리하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큰 이득
을 취하는 것은 자본이다.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남성의 임금은 정체를 겪게 되고
홀로 생계부양이라는 가능하지 않은 미션 수행을 요구받는다. 여성노동자에게 빼
앗은 임금은 남성노동자에게 가지 않는다. 자본에게 간다. 국내 3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은 2018년 950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67조 원 늘어난 수치다. 가장이
라는 책임감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장시간 노동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서로에게 기대고 상의하지 못 하는 불평등한 관계의 정상가족 프레임은 남성 생
계부양자 이데올로기로 강화되고, 가족 혹은 공동체의 다양성은 충분한 임금을 받
지 못하는 여성의 상황 때문에 유보된다. 이 안에서 남성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오로
지 껍데기뿐인 가장의 권위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우리는 이미 죽
은 ‘가장’의 유령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허구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여성들은 “여자 월급이 그 정도면 됐지”,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당연히 남
자가 더 받아야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잖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어이없게도 한국사회는 임금을 지급할 때 임금의 용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누군가는 가족의 생활비, 용돈, 반찬값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아무 근거 없는 판단
에 기대어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심풀이로 임금노동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노동자들은 모두 각자 생계의 절박함을 갖고서 노동 현장에 나선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 가정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는 국가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계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정부는 여
성에게 시간제로 일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1.5생계부양자 모델로 남성이 1의 소
득, 여성이 0.5의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라는 것이다. 시간제 노동은 보조노동이
자 승진과 책임에서 배제된 노동이다. 정부는 이런 저임금의 보조노동을 여성에게
줄곧 강요해 왔던 것이다. 시간선택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가예산을 들여 시
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었고, 컨설팅을 해 주었다. 이 정책은
위험하게도 지금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아정책, 사회보장 정
책, 통계 등 모든 정책들이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설계되어 있다.
2019년 5월 17일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8 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②
가장시급히개선해야할
일터성차별은?
나의, 우리들의 #페이미투
풀(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
이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3시STOP’을 떠 올린다. 2017
년,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 사회의 성차별적 노동현실을 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
키기 위해 여성, 시민,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에 연대를 제안하여 <3.8조기퇴근시위
‘3시STOP’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발족시켰다. 공동행동을 통해 ‘성별임금격
차 해소’를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인 ‘100:64’를 하루 기준으
로 계산하여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인 여성들의 성평등 파업을 기획하였다.
성별임금격차는 한국사회의 성차별이 축적된 상징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3회를
맞은 올해는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이 무엇인지를 묻는
사전설문1
을 진행하여 수집된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성평등 파업 시위
현장에서 “여성노동자 38명의 #페이미투(PayMeToo)”라는 제목으로 전하였다.
이번 설문에는 총 172명의 여성이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 경험을 나누
1	 사전설문조사는 아래의 3개 문항으로 진행되었다.
	 1. [나의 페이미투] 일터에서 겪은 성차별을 한줄 피켓 문구로 정리해주세요.
	 2.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9개의 객관식 문항)
	 3. 2에서 선택한 사항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 주세요.
어 주었다.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에 대한 의견으로 ‘남성
과 임금 차이가 나거나 여성의 임금이 너무 낮다’는 임금차별이 30명으로 가장 많
았고, ‘남성보다 승진이 늦거나 여성은 올라갈 수 있는 직급에 한계’가 있다는 승진
차별이 28명으로 나타났다.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해 23명이
응답하였고, ‘여성에게 요구하는 화장, 옷차림 등의 꾸미기’ 강요 21명, ‘일상적으로
만연한 성희롱’ 21명, ‘반말, 부적절한 호칭 등 하대’ 19명, ‘여성은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비정규직’을 강요받는 고용형태차별 11명, ‘여성에게 주요한 업무가 주어지
지 않는다’는 배치차별 10명의 순이었다. 기타 항목을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은 채용
부터 업무배치, 임금차별과 승진차별, 직무와 무관한 꾸미기 노동 강요나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부적절한 호칭과 하대 등 모든 성차별이 문제이고, 이 모든 것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설문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전해준 다
양한 성차별의 구체적인 경험은 따로따로 떼어 범주화할 수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성차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페이미투’ 퍼포먼스에서
10 1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남녀의 능력 차이?… 고정관념의 악순환일 뿐!
몇 년 전 개봉한 ‘빌리진 킹 : 세기의 대결’이라는 영화가 있다. 1973년, ‘스포츠
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고정관념 속에 남성 테니스 대회 우승자가 여성
보다 8배나 많은 상금을 받았던 시절, 테니스 선수 ‘빌리진 킹’이 남자 선수 ‘바비 릭
스’를 이긴 뒤 그해 US 오픈, 2001년 호주 오픈, 2006년 프랑스 오픈, 2007년 영국
윔블던이 남녀 우승 상금 차이를 없앴다.
우리 일터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은 만연하다. 앞서 지적된 여성을 동등한 노동
자가 아니라 부수적인 존재,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고정관념, 아이는 엄마가 키
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남성가장(생계부양자)이라는 고정관념, 여성이 하는 일은
하찮다는 고정관념… 고정관념은 차별을 고착화하고, 관행이나 관습이라는 단어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모두 엄청 바빠서 퇴근시간 지난 후 3시간이 넘어서까지 일하고 있는데 상사가 남자직원 A에게
퇴근하라고 하면서 “여긴 ◯◯씨(본인)가 하면 되니 ◯◯씨 결혼 전까진 안심하고 칼퇴해요.”, “◯
◯씨는 결혼하고 쉬면되니까, 그때까지만 고생해요” 라고 말했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는
보편적 노동자 범주에 끼지 못하는 존재
‘남성은 디폴트 인간, 노동자 보편 VS. 여성은 특수, 보조적 존재.’
이번 설문에 응답한 한 여성노동자가 일터에서 겪은 성차별을 피켓 문구로 뽑은
문장이다. 설문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전해준 다양한 성차별 경험의 근저에는 기
준도 근거도 없이 ‘단지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일상인 이상한 세계가 있었다.
그 곳은 ‘남성=기준’인 사회로, 남성이 아닌 여성은 함께 일하는 동등한 노동자가
아니라 일회용 노동자, 능력과 무관하게 회사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저임금 노
동자, 부수적인 존재로 간주되며 무수한 성차별에 고통받고 있다.
채용부터 시작되고 있는 성차별 때문에 여성은 좋은 일자리에 진입조차 불가능
하다. 최근 공기업의 채용 성차별과 금융권에서 드러난 남녀 채용비율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선발수순을 진행한 행태는, 전 산업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하다. 대다수 여성들은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에 운 좋으면 정규직으로, 대
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다.
“2년 계약직으로 인력업체 통해 고용된 사원들의 직급명이 ‘여사원’이었다. 하는 일은 서무, 장보기,
음식돌리기, 전표처리, 남직원들 대화 상대. 이들은 100% 20대 초중반이며 미혼이다. 남직원들 사
이에 ‘얼굴보고 뽑힌다’는 소리가 만연하다.”
취업 후에도 여성들에게는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은 사무실의 ‘꽃’
이여야 해서 꾸미기 노동을 해야 하고, ‘기쁨조’가 되기 위해 억지 감정노동을 한다.
‘여직원’, ‘아가씨’,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미스’나 ‘아줌마’가 되어 온갖 잡무에 시달
린다. 이러한 업무와 호칭을 갖는 사람은 귀히 여기지 않아 하대하고, ‘어느 순간 폭
언이 되고 성희롱이 되어’ 여성노동자들을 괴롭힌다. 이를 두고 우리사회는 여성의
능력이 부족하여 그 정도 일자리에서 고만한 임금을 받는다고 변질시켜 버린다. ‘능
력에 따라 취업하고 승진된다’, ‘동일직급이면 성별과 무관하게 똑같은 임금이다’,
‘실제로 남성이 더 많이 일한다’와 같이 항변하며 성별임금격차를 소모적인 ‘성(性)’
대결로 치부한다.
‘나의 #페이미투’ 퍼포먼스에서
12 1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③
“생계에성별은없다”,첫입을떼다!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정면 비판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이을  한국여성노동자회 선전홍보부장
5월 17일 11시,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도권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성별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생계에 성별은 없다!”라고 외쳤다. 5월 17일에 모인 이유는
남성 정규직에 비해 37.5%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무
급 노동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 2명 중 1명이 비정규
직으로 일하는 이 현실은 무얼까? 여성노동자가 많은 직종은 왜 임금이 이렇게나
적을까? 왜 여성노동자의 근속기간과 경력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을까? 최저임금이
10.9%P나 올랐는데 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그대로일까?
올해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기획한 여성노동자회 ‘페미노동기획단’에서는 남성생
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한국의 자본과 기업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토론했다. 그래서 여성들의 일이 저평가되고 있고, 여성노동자를 불안정 고
용상태,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에 머무르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목한 것이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지역과 직종에 있는 여성노동자
사례를 모았고, 이들의 일 경험과 생계의 고민을 카드뉴스, 인터뷰 기사, 기자회견
발언으로 가공해 세상에 알렸다.
“경력단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다가 간호조무사가 된지 4년차. 하지만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보다 오래일한 주변 선배들을 지켜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경력 10
곳인지 처음 알았다. 인사평가도 A보다 제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야근도 매일 죽어라 하는데 왜 ‘임
시직’ 취급을 받는지, 대체 뭘 어떻게 더 노력하면 차별받지 않는 건지 알고 싶다. “
“미혼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 연령도 지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현재 저 하나이다. 그러나 성과평가할 때에는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저는 결혼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
의 지시가 있었다. 제게 유감은 없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
도 않은 이유였다.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그 가정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유효한 정의인가 봅
니다.”
여성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임에도 ‘여직원’이 ‘가장’인 남성을
위해 그 보상을 양보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긴다. 여성노동자들은 ‘일은 여성이 하고
승진은 남성이 한다’며 승진차별에 한탄하고 ‘15년 근무해도 여자는 사원, 3년 근무
한 남자는 반장’, ‘여자가 관리자로 승진하는 경우는 없는’ 회사에서 좌절하며 자의
와 타의로 고용단절을 거듭하고 있다. 남성의 결혼이 ‘가장’이나 ‘생계부양자’로 우
대받는 반면 여성의 결혼이나 임신, 출산, 양육은 차별의 주요한 이유가 된다. 이에
여성들은 ‘애 아빠는 우대하고 애 엄마는 차별하냐’, ‘아이 낳으면 ‘애국자’ 취급, 아
이 키운다면 ‘루저’ 취급’이라며, 아이만 요구하고 여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현실
에 절망하고 분노한다.
이런 와중에도 ‘상사는 나에게 일하지 말고 백마 탄 왕자나 찾으라고 말하지만,
그 대신 내가 직접 벤츠를 목고 싶을 뿐’이라며 고정관념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여
성들은 늘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신(新)성장동력으로 위미노믹스(Women-
omics·여성과 경제의 합성어·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주목2
하고, 고용상 성차
별의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	 2015년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남녀 불평등을 개선하면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과 중국의 GDP를 합친 수준인 28조 달러나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6년 보
고서에서 상위 관리직에 여성이 많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고 밝히는 등 성평등 노동의 긍정성
이 점차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 1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년차의 선배 간호조무사가 원장에게 임금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절망했다. 나는 비혼을 선택하고 독립생존을 고민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아픈 남편과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하
지만 학교가 방학 때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주 3일 만 일하라고 하며 약 70만 원의 월급만
준다. 학교는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에 관심이 없기 때
문이다. 지자체 조례로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주도록 정하고 있으나, 나 같은 청소노동자
는 배제되고 있다.”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하려니 들어갈 수 있는 데가 마트 외에 별로 없었다. 몇 년째 8시간이던 근무
시간을 작년에 6시간 30분으로 줄였고, 올해도 줄여 6시간이 되었다.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내 임
금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들 때 남성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유지되어 임금이 올랐다.”
“도시가스 점검원에 대한 구인정보나 직종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면 △시간을 자유롭게 △매월 할
당된 양을 편한 시간에 하면 되고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여성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직업인 듯 홍보된다. 그러나 실제는 저임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업무의
양,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위험, 고객들의 폭언, 갑질, 성희롱, 센터에서의 실적
압박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이번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준비하며 수집한 현장의 목소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가능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남
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근거한 성별 직군분리, 채용 차별, 배치 차별, 임금 차별은 사
라져야 한다. 모든 여성노동자 아니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시민으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상가족 프레임을 강화하
고, 여성 노동 저평가를 부추기는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기 위한 운
동과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④
여노의봄,
성별임금격차해소를향해달리다
3.8 3시스탑 조기퇴근시위, 5.17 임금차별타파의 날 스케치
[ 사진 ]  여름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 글 ]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벌써 3회째인 3.8 세계여성의 날 3시스탑 조기퇴근시위. 올해도 3시부터 여성은 무임금으로 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기퇴근시위를 시작하기 전 포털사이트에 ‘3시스탑’ 검색어 1위 만들기
캠페인을 했다.
16 1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 한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일터에서의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입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그 가해자는 버
젓이 승진하는 직장문화, 이제는 정말 끝장내야 합니다.”
- 서울여성노동자회 황현숙 부회장 발언 중
♬ 똑같이 일을 해봤자 어차피 100:64! 3시부터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 회의 중에도 알바 중에도 그대로 멈춰라~ 19년째 똑같은 격차 이제 좀 바꾸자!
개사한 노래에 맞춰 손피켓을 흔들며 율동하는 조기퇴근시위 참여 시민들.
지난 5월 17일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전국 11개 여성노동자회 지역지부에서도 동시에 캠페인
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부산여성회는 서면 시내에서 가면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직장 내 성폭력 OUT!’ 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집회에 참여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
18 1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이번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이하여 회원들과 함께 창원 상남분수 광장에
서 남성 정규직이 100의 임금을 받을 때 37.5%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애기 아빠니까 승진해야지?”, “가장이니까 평가 몰아주자고!”, “여자니까 월급 적게 받는 것은 당연
하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속에 여성노동자들이 채용과 승진 배치, 임금에까지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 실태를 검은 천에 흰 글씨로 적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지
역여성노동자회, 그리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은 5월 17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이 검은 천들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미 허구가 되어버린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검은 천에 적힌 이 글씨를 찢으며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등이 쓰인 천을 찢는 퍼포먼스 후 하
늘에 날리고 있다.
20 2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①
‘오늘보다더나은내일’을
함께만들어가요
B급 페미니스트 토크콘서트 후기
조은별  페미워커클럽,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
2019년 3월 28일 늦은 7시,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팟빵홀은 페미력 뿜뿜! 넘
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은 물론이고, 초대손님으로 문화평
론가 손희정 님, 에세이 작가 은유 님을 모셨습니다.
행사는 페미워커클럽 멤버 네 명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페미워커클럽의
멤버 지윤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습니다. 지윤은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 그러니까
‘빨간약’을 먹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쁘게 꾸며 달라는 남자친구나
PC방 사장님의 말은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는 지윤. 그러나 빨간 약을 먹고 난 지윤
은 더 이상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의 구분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윤은 페
미니즘이 나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자존감을 선물했다고 이야기했습니
다.
두 번째로 지영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영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여러 청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사
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에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영은
‘찌질한 피해자’일 뿐이었던 자신이 무대에 서게 된 것은 그에게 연대해 준 수많은
여성들처럼, 누군가에게 자신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지영의 말
하기가 그 자리의 청중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었
한국여성노동자회 영영페미 그룹 페미워커클럽은 페미니즘과 노동을 함께 고
민하는 사람들의 소모임입니다. 약 10명의 2030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2018년
부터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노동을’ 혹은 ‘노동의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사유하는
모임을 해왔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빨간약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억눌려있었던 우리에게 큰 해방
감을 주긴 하지만, 빨간약을 먹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했던 세상의 불합리함을 더
깊게 알게 되면서 고뇌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일터와 학
교 가정 등 각자가 속한 위치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고민들, 이 속에서 ‘페미니즘’
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한 맥락 속에 페미워커클럽은 멤버들은 각자의 삶과 노동을 재조명하며 에세
이를 냈습니다. 또한, 같은 고민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을 B급 페미니스트 토크
콘서트에 초청하여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연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페미워
커클럽이 쓴 에세이 일부와 토크콘서트 후기를 담습니다.  
편집자 주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22 2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습니다.
마라의 이야기는 조금 덜 적나라하게, 하지만 ‘은근하고 축축하게’ 일어나는 일들
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학원의 선생님이 나이 많은 남성 수강생을 특별히 더 예뻐하
는 상황 속에서 마라는 불편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라는 깨달았습니다.
‘미세먼지’처럼 은근한 성차별적 상황도 역시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요.
마지막 멤버 안녕의 이야기는 영상으로 펼쳐졌습니다.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해
처음으로 여성단체를 찾아간 안녕은 자신처럼 화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회사에 ‘성희롱·성추행 발생사실 고지 및 징계 등 관련 후속조치 요구’
문서를 보냈습니다. 이후 안녕은 수많은 2차 가해를 겪게 되었고, 아직도 퇴사를 고
민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
진 사람들이 회사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부에서는 은유 작가가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자신의 이야
기를 덧붙여 주었습니다. 은유 작가는 자신이 강의하는 자리에서까지 무례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례한 질
문을 질문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우리의 생존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
다. ‘울더라도 끝까지 말하는 페미니스트가 되자’는 힘찬 다짐을 함께 나누기도 했
습니다.
그리고 페미워커클럽 멤버들과 손희정, 은유 두 분의 초대손님까지 모두 함께 이
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하필 ‘B급’이었냐는 행사의 제목에 관한 질문으로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윤은 이에 대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A급이 될 수 없기 때
문이며, 페미니즘 속에서 여성은 A급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
다’는 멋진 대답을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페미워커클럽이 어떤 활동들을 해 왔는지, 활동해본 소감은 어떠했는
지 등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여성으로 살면서 하게 되는 ‘자기 검열’에 관한 이
야기들을 열띠게 나누었는데요,
솔키(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띵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가 아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사람’이다! 라는 말이 저에
게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객석에서의 질문들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착
한 여자 귀신’을 떼어 버린 방법이 무엇인지 묻기도, 지영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
신의 피해 경험을 공유해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참가자들이 다같이 ‘내 인생의 빨간약’이 무엇인지를 소개했습
니다. 성범죄 피해를 겪은 분이 소송에서 승리했다는 기쁜 소식을 나누어주며 열기
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수업,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페미니즘 서적
등이 ‘빨간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굽
이굽이에 빨간약이 놓여 있다, 왜 페미니스트가 아닌지가 이상할 지경’이라고 이야
기하기도 했습니다.
페미워커클럽의 토크콘서트 [B급 페미니스트]는 100여 명의 참가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
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했으며 그들을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여성
이고, 페미니스트라는 공통점만으로도 하나 되는 시간이었고요. 앞으로도 이런 시
간을 많이 만들어가자는 힘찬 다짐을 나누며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
다.
지난 3월 28일 팟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B급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손희정 님이 사회를, 초
대손님으로 에세이 작가 은유 님을 모셨다. 그리고 페미워커클럽 멤버 중 일부가 패널로 출연했다.
24 2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②
[ 에세이 1 ]
이제나를
다시사랑하기로했습니다
페미니즘의 파도 속에서 행복한 생존자로
나나  페미워커클럽
11살이 되던 해의 마지막 날 첫 생리를 했다. 팬티에는 피가 약간 묻어났는데 당
시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내 몸에서 나온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해서 갈색이 되
어버려 처음에는 피인지도 모른 채 마냥 기분이 나빴다. 그리곤 샤워를 다시 하고
잠들었다. 다음날이 되어도 정체 모를 분비물은 여전했고 뇌리를 스친 기시감에 화
장실에 쪼그린 채 엄마를 불렀다.
새해 첫날이라 문 닫은 가게가 유난히도 많았다. 어떻게 구했는지 초코파이에 작
은 초를 케이크 모양으로 쌓은 부모님은 이제 여자가 되었다며 축하해주었지만 그
어린 나는 축하가 뭔지, 나는 원래 여자였는데 왜 이제야 여자가 되었다고 하는지
어리둥절하다가 곧 잊어버렸다. 한달에 한번 귀찮은 일이 생겼고 초코파이는 맛있
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게 ‘여자’라는 존재?
어영부영 시간은 흘러 스무 살이 되든 해 남자랑 첫 관계를 가졌다. 상대방은 평
소에 친하게 지내던 교회 집사님이었고 예쁘고 성격 좋은 부인도 있고, 사랑스러운
자녀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며 모텔로 데려갔는데 거절하면 불편한 사
이가 될까봐 따라가 버렸다. ‘성폭행 피해자가 되기 싫어서’ 합의 하에 했다는 자기
암시로 덮어버렸다. 다음 날엔 두려움에 점심시간에 산부인과에 찾아가 사후피임
약을 처방받았다. 자존감이 맨틀을 뚫고 내핵까지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 관계
는 이후로도 몇 차례 반복되었고 어느 순간 교회를 안 나가버렸다. 연락은 종종 왔
지만 무시해버렸다. 그것을 성폭력이라고 정의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23살, 직장을 옮기며 환영회가 있었다. 그날 나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모텔에서 발가벗겨진 채 눈을 떴다. 옆에
는 아무도 없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는데 출근은 해야했다. 직장 동료
들이 전부 괴물로 보였고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간
이 더 지나서 누구의 소행인지 알게 되었지만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산해진미를 놓고 축하해도 싫은 ‘여자 되기’
같은 해였을까, 직장 동료가 남자를 소개해준다며 부담 갖지 말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 해서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소개받은 남자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성격은 좋아
보였고 안주는 맛있었다. 그날 밤 나는 두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 술기운에 저항
은 하지 못했다. 그 이후 소개남은 진지한 만남을 가지자며 연락을 계속해왔지만 나
는 수치심에 깊고 깊은 잠수를 탔다.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헤픈 건지…. 왜 그렇게, 몇번이나 바보같이 당하
고 사냐며 자책을 했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맞서 싸울 용기도
없었다. 그저 직장과 거처를 바꿔가며 도망치는 게 전부였고 그 시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눈빛 저편에 비웃음이 서려 있는 것만 같
았다. 내가 너무나도 모지리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첫 생리의 기억을 떠올리며
왜 여자가 되었다고 축하를 받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꼴랑 초코파이 먹고 이런
삶을 납득하라는 건가! 만약 초코파이가 아니라 산해진미를 먹었어도 위로가 되지
는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26 2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페미니즘이란 진짜 초코파이
그렇게 텅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채 지냈다. 내가 숨어도 세상은 아무 관심 없다
는 듯 시간은 무심히도 지나갔다. 어느 날 미투가 불거졌을 때, 페미니즘이 수면위
로 떠올랐을 때 접하게 된 여러 이야기들은 작은 위로였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
를 다독여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손 잡아주던 이들의 연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제껏 도망만 다녔던 나는 나를 마주보기로 했다. 다시 사랑하기
로 했다. 아직도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눈가가 뜨거워지지만 이제는 더이상 예전처
럼 숨어있지만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내 또래 영페미들과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에
게 내 얘기를 풀기까지는 또다시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함께 분노하고 응원해줬다. 이제 나는 정말로 행복한 생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혼자 힘으로는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온 페미니즘은 그 시절의 초코파이였을지 모른다. 여성으로서의 삶
이 힘들고 아파도 초코파이가 있다고, 빨간약은 초코파이였을거라고.
글쓴이와 페미워커클럽에서 활동하는 지영이 B급 페미니스트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경험을 발
표하고 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페미워커클럽의 멤버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자신의 피해경험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③
[ 에세이 2 ]
아이의존재를
이력서에서숨겨야했던이유
입사 후 노조에 성평등위원회 만들게 되기까지
아라시 페미워커클럽
나는 20살에 경제적 이유로 대학을 입학하고 바로 취직을 했다. 첫 회사는 통신
사 콜센터였다. 동종업계 최고 대우를 한다는 회사에 사회초년생인 내가 지원을 하
는 것은 매우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꼭 합격하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며칠 동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최종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 날 나는 합격의 기
쁨보다 현실의 처참함에 압도되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이는 언제?” 질문에 임신 사실 숨겨
4~5명씩 한조로 묶어 면접을 진행했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력직이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었다. 속으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경력도 없는 나보단 나머
지 면접자들이 뽑힐 거라 생각했다. 면접관이 바로 내 옆자리 면접자에게 질문했
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네요? 아이 가질 거에요? 임신하면 회사는 어쩔거에요?”
면접자는 아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생겼을 땐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복
귀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질문엔 너무 능숙하게 대답하고 경력도 많았으나 그녀는
28 2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불합격했다. 나는 결과를 보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면접장의 분위
기를 상기했다. 회사를 위해서 결혼을 꼭 늦게 하거나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사하고 육성실 발령시 막내인 내가 임신을 했다. 수습기간에 임신 사실
을 들키면 잘릴 것 같아서 제일 친한 동료 두사람에게만 말하고 비밀로 했다. 쉴 틈
없이 입덧이 올라와 게워내도 요즘 속이 안 좋고 체해서 그렇다며 둘러댔다.
수습 해제 직전에 임신 사실을 들켰는데 상사는 왜 말을 안했냐고 말했다. 꼭 자
기를 죄인 만들었다는 어투였다. 애초에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고민하던 여성
노동자의 처지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수습 초반에 말했으면 나는 수습 통과를 했을
까?
임신 사실을 밝힌 후 더 눈치를 주는 회사
수습 해제되고 이제 한시름 놓았다 싶었더니 생각과 다르게 더 힘들어졌다. 먹고
살아야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니 나는 만삭 때까지 회사에 다녔다. 지하철 최고 혼
잡도 구간을 배를 감싸고 탑승하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어 원래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사람이 없고 돌아가는 노선을 탔다. 업무시간 중 임신으로 인해 화
장실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자꾸 자리를 비워 실적(콜 수) 못 채우는 거 아니냐는
눈치를 주어 오줌을 참다가 방광염에 걸릴 뻔했다. 실적이 안 나온 날이면 상사 앞
에 한 시간이나 서 있었다. 잘못한 걸 생각하라는데 잘못한 게 없었다.
직무 시험을 위해선 연장근무도 피할 수 없었다. 강요가 아니고 은근한 눈치를 주
는 것이라 자발적인 연장근무라고 포장되었다. 임신 노동자에게 초과근무 시킬 수
없고 단축근무 전환할 수 있다고 정해놓은 법 따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조산
증세를 보여 조기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중에도 출산 후 복귀할 거냐 회사에서 계
속 연락을 받았다. 나는 회사에서 죄인이었다.
취업에 독이 되는 가족사항
이후 이사를 가게 되어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홑벌이로 4인 가구 생활이 어려워
출산 40일 만에 구직을 했다. 나는 11곳
에 면접을 봤고 모두 탈락했다. 이유는 너
무 어린아이의 엄마라서였다. 모두 사무
직 면접을 봤는데 경리나 사무직 여직원
이면 사무실 청소도 해야 하고 잡일을 해
야 하는데, 산후조리가 안 되어 부담스럽
다고 했다. 아이가 아프면 회사를 빠질 것
아니냐 물어봐서 아이를 돌봐줄 시부모님
이 계신다고도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만약 남편이 같은 상황에서 이직을 했
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그 이후 이직을 했지만 나와 같은 상황
은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지원한 회사에는 이력서에서
가족사항을 빼고 기재했다. 합격하고 출근은 했지만 전 회사처럼 수습기간에 아이
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마르지 않은 모유를 화장실에서 짜내며
근무했다.
한 직원이 눈치를 채고 알게 되었으나, 나는 수습 끝나기 전까지 사장님께 비밀로
해달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나의 인생에서 오점이 되고, 가족사항이 나
의 취업에 독이 될 줄 몰랐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여자로, 엄마로, 아내로 살고 싶
지 않다고 이를 갈며 다짐했다. 너무 서글픈 일이었다.
노동조합과 페미니스트가 만나면? - ‘성평등위원회’를 만들다
마지막으로 취업한 회사는 현장직과 내근직으로 이루어진 회사다. 현재까지도
다니고 있는 회사이며, 내근직에 대한 대우와 인식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심했다. 내근직은 아무래도 현장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고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한다. 그래서 초반엔 ‘부수적인’ 일이 라는 인식이 강했다. 주로 여성노동자들로 이
루어진 내근직이 만만하니 감정 쓰레기통, 욕받이, 잡부로 취급하는 일들이 많아졌
다.
드라마 미생 속 한 장면.
30 3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심지어 노동조합의 임금협상에서도 이런 인식이 나왔다. 당연히 현장직이 더 힘
드니 기본급 자체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같은 직급으로서
같은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나 결국 남성 현장직들이 요구한 대로 임금협
상이 타결되었다. 성(性)을 떠나 노동자로서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성평등을 알리고자 더 활동하기로 결심했다.
노동조합은 뭔가 깨어있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남초 회
사인만큼 기성세대 남성들의 인식과 사고가 압도하고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이 어
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90%의 남성 조합원들에게 공감받
고자 하는 기대는 사치였다. 굳이 공감하자면 ‘힘들겠다’ 정도인데 소수인 여성 노
동자들이 그 무리에 결합하는 것은 무리였고, 어떻게 힘을 합쳐 투쟁해야 하는지 함
께 고민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조합 안에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었다. 우선 추진위로 시작해서 여성 노동
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성평등 노동을 이룩하자는 꿈을 가지고 기획했다. 순탄한 길
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다. 우선 추진위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을 깨부
수어야 했고, 더욱 많이 공부해야했다. 널리 알리고자. 주마다 모여 회의하고 토론
회, 집담회 활동도 했다. 아직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진 않지만 내실을 다지는 단계
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만으로도 노동자들 안에 차츰 조심하
고 의식하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다시 찾아온 페미니즘의 봄과 함께 성장의 전망이 더욱 밝으리라 기대한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④
[ 에세이 3 ]
여성알바,나도누군가의K였다
무례한 할재, 임금 차별… 성평등 노동이 절실한 이유
영서 페미워커클럽
아르바이트와 학교를 병행하며, 학교를 다니던 많은 어떤 날 중 하루였다. 지하
철 안에서 한 대학의 교지 속에 있던 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K였다을 읽었다.
필자 K는 알바를 하며 겪었던 부당한 경험에 대해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 한번 못 여는
스스로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나중에 사회 나가서도 도움이 될 거야”라
고 자위하며 갑질에 대해 굽히는 자기 자신의 합리화가 한편 무서웠다고 필자는 쓰
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만났던 수많은 알바노동자인 K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며 무언가를 실천하고 바꿀 생각을 했을 때, 자신이 마주한 불
편함이 사라졌다고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K 였다
나도 그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었다. 나도 수많은 누군가의 K였다. 낮에는 학
교 다니고, 짬 내서 공부하고 학교 끝나고 저녁 시간대에 세미나를 하고, 밤에는 아
르바이트를 하고, 쪽잠을 자다가 학교를 가고 그렇게 24시간을 숨 가쁘게 살았던
때였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동네의 큰 프렌차이즈 체인점인 마트에서 알
32 3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바를 했었다. 계산하는 업무 외에 매장 청소하고 재고조사해서 채워 넣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월 4회 휴무에, 주 6일 근무, 월급제의 교묘한 방식으로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
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고, 명백하게 부당한 대우였다. 그리고, 항상 을의 입장에
서 손님을 대하다 보면 정신이 메마르는 느낌을 받았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폭언을
30분째 들은 날에도, 죄송할 일을 한 것이 없음에도 죄송하다고 사죄해야 했다.
밤마다 막걸리 사려고 찾아오는 나이 든 무례한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성희롱을
했고, 술 냄새를 풍기면서 자신의 6.25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일장 연설을 늘어
놓고 해도 동네 장사하면서 손님들과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사장의 지시 때문에, 혹
은 주위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경찰을 부를 수가 없었었다. 그런 날은 일 분이 왜 이
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모니터에 떠있는 전자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분침이 얼
른 움직여서 퇴근시간이 오기를 바랐다.
여성 알바 노동자, 멋대로 나를 상상하는 할재(할아버지+아재)들
학교에서는 내 이름 세 글자로 사는데, 일하는 공간에 오면 “어이”, “처자” 혹은
“아가씨”였다. 아저씨들이 “처자, 몇 살이야? 바깥사람이 아픈 거 아니에요?”라며
술 냄새를 풍기면서 괜히 꼭 말을 걸곤 했는데, 이렇게 어린 처자가 일을 하고 있냐
며 결혼은 일찍 한 것이냐, 아니면 바깥사람이 어떻게 아픈 것 아니냐, 하면서 맘대
로 나를 상상하고 있었다. ‘곱게 집에나 가시지…’ 속으로 생각하며, 까만 새벽 계산
하는 카운터 입구에 혼자 서서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그렇게 나는 일하고 있었
다.
그뿐만 아니다. 일하는 중간 중간 과일 깎고 커피 타는 노동을 시켰는데, 당시에
난 이런 부당함에 대해 따지지 못했다. 나이 많은 남성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나는 조
카뻘 나이의 어리고 기특한 여성의 역할에 맞추어서 살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린 여자’인 나를 제일 먼저 문자로 해고하다
“오늘부터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문자로 통보받은 해고, 그렇게 지내기를 반년.
야간 장사가 그만큼 이익을 못 뽑았는지 수지가 맞지 않자, 제일 빠르게 제일 먼저
부당해고까지 당했다. 이유는 여성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인력을 줄일 때 가장 소
수의 인원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남자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여성 직원을 해
고하는 것이 낫다 판단했는지 같이 일하던 여성들만 제일 먼저 해고를 당했다. 그때
나 말고도 장기적으로 일 해왔던 몇몇 중년 여성 노동자도 해고당했었다. 그나마 나
는 대학생이고 절반만 일하는 임시 인력이라 밀린 월급은 받긴 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중년의 전업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밀린 월급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나랑 똑같이 근무하던 또래 남성 노동자들이랑 비교하였을 때 나의 월급이 그들
보다 10만 원 정도 더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일이 있고 한참 뒤에 직접 들
어서 알게 되었다.
수많은 노동자 K 속에 여성은 포함될까?
나야 곧 뜰 곳이라 생각하며 일하던 알바 자리였지만, 그런 곳을 뜰 수 없는 환경
34 3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에 놓인 사람들은 부당 해고를 당했을 때 너무나 차고 시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생업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차별 속의 차별이 더해지는 것을 목도했다. 노
동 안에 성별이 생략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때 발견하였다.
그때 수많은 K들 속에서 여성인 내가 그 K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었다. K이지만, 여성K라고 해야 할까, 아니 H, I, J, K, L, M, O, P…의 ‘M’ 정도이
지 않을까? 그럼 나 말고 그 중년 여성 노동자분들은… ‘P’ 정도 되려나?
학교동아리 세미나에서는 노동자, 노조, 고용주, 노동, 최저임금 등을 말하는 나
였지만, 실제 일하던 현장에서는 아무 저항을 못 하고 무력하게 떨어져 나갔다. 노
동의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 ‘먹고사니즘’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
국 노동권의 빈틈과 성차별의 족쇄가 여성들에게는 생존권의 박탈을 초래한다. 수
많은 K 속에도 들지 못하는 존재인 여성, 우리에겐 그래서 성평등한 노동이 더욱
절실하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처벌하는 자기낙태
죄(형법 269조 1항)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한 경우 처벌
하는 동의낙태죄(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 중단’
을 둘러싼 성차별 이데올로기에 맞서 오랜동안 싸워온 여성들의 승리였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 그리고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자기운명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생산 노동의 정의’를 실현하는 각고
의 노력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남겨진 과제가 구체적
으로 무엇인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활동가들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기획 ❷ _ 모두를위한
낙태죄폐지,그이후
36 3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①
낙태죄폐지와
일하는여성의재생산정의
나영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한민국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중 제
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제270조 1항(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
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260조의 2항과 3항, 270조의 2항부터 4항
까지는 임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임신을 중지시키거나 그로 인해 임산부에게 상해
나 사망의 피해를 야기했을 경우의 처벌 조항이므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동안 여성 스스로의 임신중지 결정과 이를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
하는 기본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총 아홉 명의 재판관
중에서 네 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었고, 세 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
을 냈다. 그리고 단 두 명의 재판관만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사실상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로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
배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위헌’일 경우 해당 법률의 효력이 당장 중지되
기 때문에 해당 법 조항이 개정되거나 새로운 법으로 제정될 때까지 당분간 법적 효
력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2020년 12월까지 현재의 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
일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기자회견과 방청 준비를 했던 우리는 결과
가 알려지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1953년 이래 66년 만에, 여성들
에게 홀로 낙인과 책임, 건강상의 위험과 법적 처벌의 위험까지 감당하게 해왔던
‘낙태의 죄’가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날이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의미하는 것
헌법재판소가 형법 ‘낙태의 죄’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헌법
재판소는 2012년에도 한 차례 위헌 여부를 검토했고 당시에는 한 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합헌 의견 4명, 위헌 의견 4명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합
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
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낙태
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
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합헌 결정에서 여성들은 단지 태아의 생명권에 대립되는 주체로서,
헌법으로 보장 받아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생명권,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어떠
한 권리도 ‘공익’으로서 고려되지 못하고 ‘처벌이 없다면 더 맘대로 낙태를 할’ 통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2019년 판결은 이러한 관점을 완전히 뒤집었다. ‘헌법불합치’ 의견과 ‘위
헌’ 의견을 낸 재판관 일곱 명은 “특별한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
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한다”
고 언급함으로써 국가가 태아와 여성의 권리를 대립 구도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을 언급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
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
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
미를 가질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제
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의 책
임을 여성에게 처벌로서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효성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한 책임을 이행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임신한 여성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태아에 대한 애착, 태아의 생
38 3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출산 후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담해야 할 막대
한 사회적·경제적·신체적·정서적 책임과 태어날 아이의 미래의 삶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과 태아의 인생
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중압감 속에서 자신과 태아의 미래의 삶에 대한 총체
적이고 심층적인 고민에 기반하여 내려지므로, 그 결정의 무게에 비추어 낙태에 대
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위와 같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낙태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를 찾
기가 어렵고, 오히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에 비하여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그간의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
른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들의
판단은 처벌이 아니라 출산 후의 실질적인 책임과 양육 여건을 고려하여 이루어지
는 것이므로 처벌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악용되는 사례가 많으며, 여성의 판단이
이루어지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7년 만에 헌법재판관들
의 판단 근거와 시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
난 7년간 ‘낙태죄’를 둘러싼 관점과 패러다임을 바꿔 온 낙태죄 폐지 운동의 역사가
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외쳐지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구호는
“내 몸은 나의 것”, “나의 몸, 나의 결정, 나의 권리”, “국가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
와 같은 구호들이다. 이 구호들은 임신유지에 대한 결정이 결국은 여성의 몸과 삶에
직결되어 있는 것이고 그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여
성들의 건강과 삶에 대해서는 추호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오직 여성들만을 처벌을
통해 통제하려고 해온 역사를 가장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구호이다. 임신중지는 ‘나
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나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는 국가가 아닌 나
에게 있다. 그리고 이는 자기 삶의 온전한 주체로서 그 결정을 함부로 침해당하거나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 구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구도로 자
리를 잡아 온 ‘프로라이프’ 대 ‘프로초이스’, 즉 ‘생명권’ 대 ‘선택권(결정권)’의 맥락
으로만 이해되어 온 것은 오히려 그간 운동을 어렵게 만들어 온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다. 2012년의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어느덧 사람들은 ‘프로라이
프’, ‘생명권’은 오직 태아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프로초이스’, ‘선택권(결정권)’은
단지 여성 개인의 일순간의 선택인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에서 국가는 마치 객관적인 심판자인 양 결정권을 행사해 왔
다. 그러나 당장 한국의 낙태죄와 인구 관리의 역사만 보아도 이 모든 것은 허구적
인 구도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성적 통제와 혼인을 통한 가족구조의 유지, 여
성들의 통제를 위해 낙태죄를 유지시키면서도, 인구통제, 반공, 해외원조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가족계획정책을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소위 ‘낙태버
스’를 몰고 다니며 낙태 시술과 영구피임 시술을 시행했다. 낙태죄의 허용요건을
담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이 조항에 명시된 근친 간 관계에서의 임신, 강간
이나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 아주 일부의 경우에 해당될 때만 임신중지를 허용하
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경우에조차 배우자의 동의를 얻게 하고 있다. 뿐만 아
낙태죄 위헌 판결을 코앞에 앞둔 지난 3월 30일, 서울 시청역 부근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였다. (출처 : 고양파주
여성민우회)
40 4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니라, 제14조의 1, 2항은 임신한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
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
어서 사실상 우생학적 목적의 인구관리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모자보건법 시행령에서는 2009년까지 해당 조항의 구체 사례로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가 포함되어 있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어서 태어났을 때 삶이나 생명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게
될 경우를 허용요건으로 하는 경우는 있어도, 부모의 장애나 질병을 이유로 하지는
않는다. 그 기준은 매우 자의적일뿐더러 부모에게 특정 장애나 질병이 있다고 해서
100% 유전이 되는 것도 아니며, 유전이 예상된다고 해도 국가의 역할은 이들에게
‘낳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는 대신, 출산 후의 사회적 보장과 책임을 함께 고려하
는 데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국가는 오히려 그
토록 강조하는 ‘태아의 생명권’도, 여성의 건강이나 생명권도 제대로 고려한 바가
없으며, 낳지 않을 결정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낳고자 하는 결정에 대해서도 보장한
바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이며 ‘여성의 결정권은 사익’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해 11월, 임신 23주 차가 되어서야 겨우 어머니에게 임신사실을
말할 수 있었던 19세의 한 여성은 온라인으로 간신히 몇 군데의 병원을 찾아 전전
한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 현금 650만원을 내고 시술을 받던 도중에 자궁천공으로
사망했다. 의사는 즉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처벌이 두려워 이송하지 않
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성과를 내려던 시기와 맞물려 프로라
이프라는 단체가 처음으로 낙태 시술병원 세 곳을 고발하면서 한국에서 거의 사문
화되어 있다시피 했던 ‘낙태의 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때, 여성들은 해외 원정
낙태를 감수하고, 치솟은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고, 폭력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
거나 위자료를 안 주려는 상대 남성들의 악의적인 고소고발로 여러 명의 여성들이
홀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선택과 결정은 사실상 여성의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임신
한 여성과 태어나게 될 아이의 삶을 좌우할 수많은 사회경제적 조건들 속에서의 결
정이며 따라서 그 책임 또한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어야 한다. 생명은 단지 태어
나는 것이 아닌 삶의 전 과정 속에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며, 태어난 이후의 삶과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감당할 여성의 삶 모두가 ‘생명권’으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국
가는 ‘태아냐 여성이냐’에 대한 결정권자가 아니라 그 모두를 보장해야 할 중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016년 이후,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를 위하여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이제 우리는 무엇을 쟁취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아직까
지 한국사회에서 낙태죄 폐지 이후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이나 고민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겨우 다른 나라의 법 조항을 참고하여 가능한 수준에서 조금 변형
시켜보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관련법을 바꾼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여전히 특정한 사유나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처벌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고 그로 인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꾸준히 관련법을 개정해 왔
기에 지금 한국이 이미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 해외의 법을 그대로 참고할 이유가 없
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특정 허용범위를 두고 ‘어디서부터 처벌할지’를 논의
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보장할까’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는 것이다.
2019년 2월 보건복지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에 따르면, ‘낙태의 죄’가 존재하는 지금도 이미 95.3% 여성들은 임신 12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하고 있고, 평균 6.4주 이내에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신중지 결정이
늦어지게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과
태아의 성장을 고려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문제는 후기 임신중지를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른 시기
에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보
험을 적용하는 방안은 물론, 다른 사회적 요건들이 임신중지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
이 되지 않도록 여성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에는 대부분의 임신중지 시술이 불법이라 의료진들이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최대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의료
진을 교육하고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충분한 정보와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
도 중요하다. 흔히 ‘미프진’이라고 불리는 인공유산유도약도 WHO에서 이미 오래
42 4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전부터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9주, 10주 이내일 경우에는 굳이 시술 방법을 통하
지 않고 병원에서 의사의 복약지도와 사후관리를 받으며 안전하게 약물로 임신중
지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권리와 정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
는 청소년일수록, 남성과의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관계에 놓이기 쉬운 조건에 있는
사람일수록,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법적으로 유지될 경우 이들은 더
욱 열악한 조건에 내몰리게 된다. 처벌이 아니라 이들의 결정과 안전한 임신중지 요
건을 보장하고, 후기일 때는 분만 후 입양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사회
적 요건들을 함께 변화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낙태’가 아니라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낙태는 ‘태아
를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낙태가 아니라 ‘임신
중지’라고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임신’이 그저 자연스러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
를 유지하거나 중지할 수도 있는 하나의 과정이며, 특히 이 과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는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노동이 필요한 일임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
다.
태아는 여성의 몸을 통해 단지 배달되는 것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은 엄연한 ‘노
동’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일은 사회 전체에서
볼 때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까
지의 사회는 이 과정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았다. 저출산 시대의 암울한 미래를 그토
록 과장하여 위협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의 노동과 삶의 조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인 노동으
로서 고려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는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임신, 출산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 버린다. 임신하면 노동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진정
한 ‘결정권’이라는 게 주어질 수 있을까? 유산이나 사산 시에는 90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낙태죄’로 인해 모자보건법상의 허용조건에 해당되지 않
는 대부분의 인공유산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없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임신
과 출산을 하는 여성에 대한 보장과 임신을 중지한 여성에 대한 보장이 여성들의 전
체 노동조건 속에서 함께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프로초이스’라는 권리 개념이 이 선택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
건들과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을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발견한 미국의 여러 인종과
이주. 계급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은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라는 개념
을 새롭게 주창했다. 단지 “개인의 결정을 보장한다”는 언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 고용환경, 인종, 이주, 장애, 질병 등의 사회
적 조건, 물이나 토지, 공기 등의 환경적 조건, 가족 상태에 따른 차별이나 낙인, 경
제적 조건 등을 사회 전체적으로 변화시켜야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
에게까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 정의를 만드는 일이
바로 ‘재생산 정의’ 관점에서의 방향이다.
낙태죄 폐지는 단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
운 생명의 탄생은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국가의 필요에 따라 생
명을 선별해 온 책임을 다시 묻는 일, 그 생명이 살아갈 조건이 되는 우리의 삶과 노
동을 무시하고 방치해 온 사회를 뒤바꾸는 일, 그럼으로써 여성들의 노동의 의미를
다시 쓰는 일이 낙태죄 폐지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 연결되어 있다.
이제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44 4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②
낙태죄헌법불합치결정이후
우리의과제:
성과재생산건강과권리실현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성과 재생산 건강의 권리
낙태죄의 위헌성을 둘러싼 기존 법적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
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되
어 왔다. 기존의 법담론은 임신한 여성과 태아를 개별적인, 더 나아가 대립하는 기
본권 주체로 설정하고, 임신한 여성의 몸 안에 존재하는 태아는 여성이 자기결정을
행사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닌 별개의 생명이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여
성의 낙태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는 논리적 구성을 완성해왔다. 이러한 설정은 기
본권의 주체인 개인을 남성을 기준으로 사고함으로써, 또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몸
을 가진 임신한 여성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이번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27)의 중
요한 의미는 기존의 법담론에서 전제하고 있는 남성중심적인 개인 설정을 태아와
공존하는 여성의 신체와 삶에 기초하여 변경하였다는 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태
아와 여성을 단순히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별개의 생명체이지만 동시에 밀접하
게 결합되어 특별한 유대관계와 의존관계를 맺는 상호존재로 보았으며, “특별히 예
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
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
해서 전면적인 처벌이 아닌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와 여성의 결정을 위
한 사회적·심리적 지원의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헌
법재판소 결정은 또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신체를 가진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여성과 태아의 상호의존관계에 기초한 권리
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판결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생명권과 자기 결정권을 포함한 자유권의 실현을 보장하
기 위한 사회적 권리로서 성과 재생산 권리의 설정은 대립되는 주체가 아닌 상호의
존관계에 놓인 태아와 여성의 권리를 모두 실현하기 위한 법정책의 마련에 있어 중
요한 의미를 가진다.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
서 인구정책의 인권적 프레임워크로 제시된 성과 재생산 권리는 스스로 건강, 신
체, 성생활, 성 정체성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 성관계와 피임 및 관련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얻는 것, 임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 결혼 여부와 원하는
가족 형태를 구성하는 것,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과 재생산에 대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 강간 및 강제 임신, 강제 낙태, 강제 불임, 강제결혼, 여성 생식기 할례
등을 포함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기본적 인권의 차원에서 인식
하게 해준다.3
성과 재생산 권리는 성과 재생산 건강권 일반논평 제22호4
에서 제시
한 바대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
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제12조 건강권에 근거한 필수
적 요소이다. 성과 재생산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접근권의 강화는 UN의 지
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년 의제에 포함될 정도로 인권의 차원에서 핵심적인 요
소이다. 임신중단은 임신, 출산과 마찬가지로 성과 재생산과 관련해서 개인이 능력
과 정보에 입각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길 수 있도록 정보와 물품, 시설, 서
비스에 대한 접근권 차원에서 논의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쟁점이다.
3	 Amnesty International(2012), Realizing 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A Human
Rights Framework 참조.
4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2016). General Comment no.22 on
the right to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article 12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a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4 March 2016, E/C, 12/GC/22.
46 4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건강권 개념이 배제된 ‘모자보건’ 법정책
현재 국내의 피임과 임신, 임신중단과 출산 등 성과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정책
에 대한 기본방향은 모자보건법에 담겨 있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의 제정배경과 현
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의 인구조절정책에 따라 모자보건법이 변화되어 왔을
뿐 여기에는 정책 대상자인 여성과 영유아의 건강(WHO의 건강 개념에 따른 신체
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의 상태)에 대한 권리 개념이나 관점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
음을 알 수 있다.
모자보건법은 1960년대 산아제한을 목표로 했던 가족계획사업의 법적 근거로
1973년 제정되었다.5
당시 모자보건법은 건강에 대한 권리가 아닌 모성에 대한 의
무(제4조)를 규정하고 불임수술, 인공임신중절, 수태조절(피임)에 대한 규정을 중
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우생학적 관점에서 열등한 자녀의 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일본의 우생보호법에 영향을 받아, 불임시술과 인공임신중절수
술 관련 규정들에 부모와 관련된 질병 또는 장애에 대한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출산억제정책이 효과를 거둔 이후 임산부 및 영유아 건강관리 및
지도 등을 모자보건사업에 포함하고 이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의무를 신설
하는 1986년 모자보건법 전면개정을 추진하였다. 이로써 모자보건정책은 영아사
망률과 모성사망율을 낮추는 정책으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사
업은 임산부 및 영유아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
게 하는 정책으로 임신 출산의 선택과 조절에 대한 가족계획사업과는 구분되는 것
으로 구성하는 등 모자보건법은 모성의 건강권 차원이 아니라 건강한 자녀 출산이
라는 인구정책적 관점만을 가지고 있었다.
1994년 이후 국제사회의 인구계획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개념이 국내 모자보건정책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모자보
건법 일부개정인데, 제2조 정의규정을 개정하면서 모성의 정의에 임산부 이외에도
가임기 여성을 포함시켰으며, 모자보건사업을 “모성과 영유아에 대한 전문적인 보
건의료서비스 및 관련 정보 제공 사업과 모성의 생식건강 관리와 임신·출산·양육
5	 조영미, “모자보건 정책 분석을 통한 여성건강 개념 확대 방안”, 여성건강 제8권 제2호, 2007, 71쪽.
지원을 통하여 이들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사업”으
로 정의하게 되었다. 모자보건기구의 역할에 성교육 및 성상담도 포함되었으며, 불
임시술에 대한 규정이 아예 삭제되었다. 한국의 모자보건법정책이 인구정책과 이
를 실현하기 위한 모성의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
일부개정을 통해 가족계획사업의 법적 근거를 모두 삭제함으로써 임신 및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되 구조적인 사회적·경제적 제약을 완화하고 저출산에 대
응하고자 하는 현재 정책적 흐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성과 재생산 건강권
에 대한 설정 없이 여전히 의무조항만을 둔 모자보건법에서 생식 건강 지원의 핵심
내용은 모유수유 또는 난임극복지원사업에 한정되어 제시되고 있을 뿐이며, 저출
산에 대응하기 위한 인공임신중절 예방 등의 사업 방향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모자보건법에 근거한 국내 재생산 건강 정책의 문제점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 관점에 입각한 건강권의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출산과 인구에 대한 정책적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출산과 양육을 위한 대상 내지 도
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재 모자보건법의 구성과 변화는 국가의 인구정
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을 뿐 건강권의 의미나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지난 4월 11일,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된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낙태죄 ‘위헌’판결과 마찬가지이다.
48 4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위한 정보와 피임약물 제공, 임신중단에 대한 법개정의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사회에 성과 재생산 건강 관련 보건정책의 통합적인 방향
제시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과 재생산 건강권 관점에서 모
자보건정책의 전면적인 전환과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신중단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의 방향으로서 성과 재생산 건강권
「성과 재생산 건강권 일반 논평 제22호」에 따르면, 임신중단은 가용성을 보장하
기 위해 필요한 필수 의료서비스에 해당한다. 여성의 모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평
등하게 보장되기 위해서 성과 재생산 건강권 차원에서 요청되는 것은 여성의 모성
결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성과 재생산 관련 의료 서비스 및 보건 정책의 제공, 평
등한 서비스 접근에 장애가 되는 법적, 의료적 규제의 개선, 교육과 상담, 정보제공
등 지원체계를 통한 임신유지 및 중단의 결정을 위한 사회적 자원의 구축이다. 이러
한 관점에서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에 대해 여성과 시술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
과하는 처벌규정은 의료서비스 접근에 대한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기에, 낙태
관련 형사제재에 대해서는 건강권의 차원에서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을 국제사회는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성과 재생산 건강권 차원에서 임신중단에 대한 개인의 결
정에 대해서 특정한 허용사유와 허용기간을 규정하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임신중
단을 처벌하는 법개정의 방향은 적절하지 않다. 사회경제적 사유뿐만 아니라 현재
여성의 건강, 태아의 손상, 성폭력 등과 관련된 허용사유의 설정은 결국 사회적으
로 임신중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
의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허용사유들은 여성이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소들
인데, 허용사유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러한 허용사유를 판단하는 엄격
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여성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 출산과 양육의 상당한 부담에 대해서, 임신이 된 상황이 이미 여성
의 자유의사에 반한 경우라는 점에 대해서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여성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허용사유에 대한 판단 주체를 의사 또는 의료
인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판단과 설명에 대해 의사들이 검증할 것
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건강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허용기간의 설정과도 관련 있다. 법률상 허용기간
은 재태기간(마지막 생리의 첫날로부터의 기간)의 설정일 뿐 실제 12주 1일인지
11주 6일인지의 엄격한 판단이 불가능하며, 의학적인 차원에서 임신기간의 판단과
설정은 생리주기에 대한 여성의 설명뿐만 아니라 태아의 크기나 무게로 추정된 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용사유 및 허용기간을 법률상 규정하고 그 외의 자발적인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시술하는 의료인들이나 임신중단을 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임신중단의 결정을 여성의 건강, 여성과 가족의 상황과 조건, 사회
적 지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성이 임신중단에
관련된 정보와 상담에 언제든지 장애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구축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임신과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성교육과 피임 접근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약물 낙태의 허용,
낙태시술에 대한 정보제공 등 의료서비스 접근 역시 강화해야 한다. 의사 등 의료
인이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차원에서 환자의 자기결정에 조력할 수 있도록 의료인
의 역할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차원
에서 임신중단 관련 정책의 설계 방향이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태아와 여성의 상
호의존관계에 기초한 임신, 출산, 양육에서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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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여성 107호

  • 1. 구로삶터지역자활센터 : Tel.02-856-0516 kurolife@hanmail.net Fax.02-856-0544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로 35가길 10-3 (우:08282)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 Tel.032-323-9946~8 bc9946@hanmail.net Fax.032-323-9949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 187 부천농협 4층 (우:14580) 안산양지지역자활센터 : Tel.031-493-9844~5 asyj9844@naver.com Fax.031-493-9843 안산시 단원구 화정로 95, 301호 (우:15330) 인천부평지역자활센터 : Tel.032-525-1982 buja1982@hanmail.net Fax.032-525-1052 인천시 부평구 수변로 189 (우:21347) 부산북구지역자활센터 : Tel.051-341-9841 gupostation@hanmail.net Fax.051-341-9843 부산시 북구 만덕대로 104 광명빌딩 4층 (우:46568) 부산동래여성인력개발센터 : Tel.051-503-7268 wwhouse@empal.com Fax.051-505-7151 부산시 동래구 충렬대로 126번길 5 (우:47823)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 : Tel.02-867-4456~8 kuro-1998@hanmail.net Fax.02-867-4459 서울시 구로구 공원로 63 희훈타워빌딩 2층 (우:08295) 광주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 Tel.1577-2919 kjwomen3@hanmail.net Fax.062-385-3028 광주시광산구임방울대로328수완우산신협4층(우:62306) 서울시남부여성발전센터 : Tel.02-802-0922 nambu@seoulwomen.or.kr Fax.02-891-4017 서울시 금천구 독산로 50길 23 (우:08563) 전주시 직장맘 고충상담소 : Tel.063-288-9811~2 jwunion1633@hanmail.net Fax.063-288-9810 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로 300 (평화동1가) (우:55119) 2019•상반기•통권제107호일하는여성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 산 여 성 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자회 지역자활센터 부설센터 일하는 여성2019•상반기•통권 제107호 일 하 는 여 성 들 이 함 께 만 드 는 희 망 찬 세 상 www.kwwnet.org한국여성노동자회 : Tel.02-325-6822 kwwa@hanmail.net Fax.02-325-6839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서교동 351-28) (우:04031) 서울여성노동자회 : Tel.02-3141-3011 equaline@hanmail.net Fax.02-3141-3022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5층(서교동 351-28) (우:04031) 인천여성노동자회 : Tel.032-524-8830~2 iwomenworker@hanmail.net Fax.032-506-5131 인천시 부평구 마장로 39-4 (우:21433) 광주여성노동자회 : Tel.062-361-3029 kjwomen2@hanmail.net Fax.062-361-3027 광주시 서구 경열로 69-1, 문정회관 5층(농성동) (우:61930)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 Tel.055-261-5362 mcwl5050@hanmail.net Fax.055-266-0816 창원시성산구상남로67(상남동73-5)경창상가5층(우:51504) 부산여성회 : Tel.051-504-6638 busanwomen@busanwomen.or.kr F.051-503-6649 부산시 동래구 연안로 59번길 99(안락동) (우:47895) 전북여성노동자회 : Tel.063-287-2227 jwunion1633@hanmail.net Fax.063-283-1633 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로 300 일암빌딩 2층 (우:55119) 안산여성노동자회 : Tel.031-494-4362 awwc21@hanmail.net Fax.031-495-6846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로1길 21, 4동 104호 (우:15269) 부천여성노동자회 : Tel.032-324-5815 pwwa21@hanmail.net Fax.032-321-1815 부천시 원미구 중동로 248번길 86 704호 (우:14548) 대구여성노동자회 : Tel.053-428-6338 dgwwo@hanmail.net Fax.053-423-8287 대구시 서구 국채보상로 38길 35(평리동) (우:41835) 수원여성노동자회 : Tel.031-246-2080 swwa@hanmail.net Fax.031-221-2081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53 두리빌딩 3층 (우:16458) 경주여성노동자회 : Tel.054-744-9071 kjwwo@hanmail.net Fax.054-744-9072 경주시 황성로 64번길 26(황성동) (우:38078)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터 성차별은? “생계에 성별은 없다”, 첫 입을 떼다! 여노의 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향해 달리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요 [에세이 1 ] 이제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에세이 2 ] 아이의 존재를 이력서에서 숨겨야 했던 이유 [에세이 3 ] 여성 알바, 나도 누군가의 K였다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낙태죄 폐지와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의 과제 :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실현
  • 2.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03 여성은 ‘반찬값’ 정도 임금이면 족하다? 나도 생계부양자다 08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터 성차별은? 13 “생계에 성별은 없다”, 첫 입을 떼다! 15 여노의 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향해 달리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21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요 24 [에세이 1 ] 이제 나를 다시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27 [에세이 2 ] 아이의 존재를 이력서에서 숨겨야 했던 이유 31 [에세이 3 ] 여성 알바, 나도 누군가의 K였다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36 낙태죄 폐지와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 44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의 과제 :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실현 칼럼 50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여성 시선 54 접대도, 상납도 NO! 착취이자 폭력입니다 평등의 전화 60 모성권, 당당하게 맞서 사용합시다 현장의 이모저모 62 4시간만 인정되는 시간제 돌봄 전담사의 노동 66 이윤보다 노동자의 삶과 건강을 여노가 뛴다 70 팟캐스트, 책이 되다 73 편의점 대형냉장고에서 만나는 새벽 친구 ‘을당’ 76 와글와글 성큼성큼, 성평등 노동을 잇다 78 성차별을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인정’이다 일하는 여성2019•상반기•통권 제107호 일 하 는 여 성 들 이 함 께 만 드 는 희 망 찬 세 상 www.kwwnet.org 일하는여성 통권 제107호(반연간지/회원용) 발행일 2019년 6월 14일 발행인 배진경 편집위원 경원, 느티, 레나, 이을, 풀 발행처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서교동 351-28) Tel.02-325-6822 02 20 35 “저는 예능이라는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32년 을 버텨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이가 많다 는 이유로 그 전쟁터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을들의 당나귀 귀>를 읽으면서 제가 왜 맨몸 으로 싸워야 했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차마 말하지 못 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셔서 여러 번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저를 포함해, 전쟁터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동료 들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 차례 입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방송인 박미선 님의 추천사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페미니스트 대중문화평론가 손희정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만들어 온 팟캐스트 <을들의 당나귀 귀(을당)>에서 영화감독, 연구자, 작가 등 다양한 게스트들과 나눈 페미니즘과 대중 문화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가이드로 딱! 한번 읽고 두번 또 읽고, 세미나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도 하고 학교 친구와 동네 주민들도 볼 수 있도록 도서관에 신청도 해주세요. 페미니스트를 위한 대중문화 실전 가이드 온/오프라인 서점 판매 중한국여성노동자회
  • 3. 2 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① 여성은‘반찬값’정도 임금이면족하다? 나도생계부양자다 허울 뿐인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대하여 솔키(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SBS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상한 내레이션을 발견했다. 신문 배달하는 달인은 남성이었고, 그는 가족을 따뜻하게 보살피며 책임을 다하는 가장의 모범으로 소개되었다. 뒤이어 소개된 김밥을 만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던 여성에 대해서는 가장으로 칭하지 않았다. 생계를 책임져 왔다는 한 줄의 설명 뿐이었다. ‘가장’이란 말. 국립국어원은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 혹은 ‘남편을 달리 이르는 말’로 풀이한다. 가장은 가족의 생계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에 상응하는 권위를 부여받았다. 부부와 자녀들로 상징되는 ‘정상 가족 모델’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은 늘 남성을 지칭했다. 이는 가족과 성 별에서의 위계를 강화하며 남성에게 절대 권위를 부여했다. 그것은 실제로 가족의 생계를 누가, 어떻게 부양하느냐에 관계없이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권능이었다. 평등하지 않은 가족 구조를 유지시켜 오고 여성의 종속을 강 화해 온 것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였다. OECD에서 성별임금격차 지표 발표를 시작한 2000년도 이후, 늘 1위를 하고 있 는 대한민국. 여성노동자회는 올해도 성별임금격차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 고, 격차 해소를 촉구하기 위해 3월 8일 3시스탑 조기퇴근 시위와 5월 17일 임 금차별타파의 날 행사를 진행하였다. OECD 지표 기준 100:64의 극심한 임금격차, 여성 임금노동자의 과반이 비정규 직으로 일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 격차는 100:37.5로 더 벌어진다. 성별임금 격차는 여자라서 덜 뽑고, 승진을 안시키고,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는 등의 노동 시장의 여러 성차별의 총합적 결과이다. 2019년, 여성노동자회에는 성별임금격 차를 야기하는 기저에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음을 지목했다. <일하는여성> 107호 특집에서는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에 대한 분 석과 일터에서 차별당하는 여성들의 현장성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 4. 4 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늘 남성이 ‘가장’으로 호명되는 한 여성은 보조자일 수밖에 없다. 보조자의 노동 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노동은 보조자에게 맡기지 않는다. 여성의 노동이 싸구 려 취급받는 이유다. 생계부양자가 따로 있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여성은 ‘반찬값’정 도의 임금이면 족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진입이 어려워 2018년 현재 여 성노동자의 50.7%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월 134만 원으로 최저임금 156만 원에조차 미치지 못한다. 이 임금은 정규 직 남성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37.5%에 불과하다. 이 현실 뒤에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만들어 내는 성차별이 숨어 있다. 사내 복지나 수당, 성과평가부터 좋은 일자리로의 진입, 승진까지 성차별을 단단하게 다 지는 근거가 된다. 이런 성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 반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좋은 직장으로의 진입 차단, 낮은 임금, 승진에서의 배제 는 여성이 임금노동을 지속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노동시장의 주변부 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생계의 절박함으로 노동에 나서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독립 없이 평등한 관계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 성들이 주로 일하는 직종은 경력과 관계없이 당연히 최저임금만 주는 경우가 많다. 남성 단독 생계부양자 모델,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남성 가장 아래서 여성은 늘 피부양자로 존재했으며 가사와 육아의 전담자로서 ‘집에서 논다’고 표현되었다.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표상되는 여성의 존재는 돌봄 노동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중요하지 않은 노동으로 인식하게 했다. 남성이 뼈 빠지 게 생계를 부양할 동안 집에서 놀고먹는 여성은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닌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되었다. 생계를 책임져 온 윗세대 여성들은 가족 안에서 자신을 더욱 낮추고 타인에게 자신의 노동을 숨겨야 했다. 가장으로서 남성 의 권위를 세워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일을 한다는 것은 남성의 능력이 부 족해서라고 인식되던 시대였다. 이 오랜 관념은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2015년 기준 1인 가구(27.2%)가 4인 가구 (18.8%)를 넘어선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2018년 현재 40세 미만 청년층의 맞벌이 가구는 61.6%에 육박하고 있다. 더 이상 남성이 가장으로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지 않지만, 여성은 여전히 온전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중·고령층 여성들은 배우자의 퇴 직이나 병으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여성 가구주와 1 인 가구, 비혼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속에서 자신의 생계는 자신이 책 임지는 게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는 정상가족 모델은 더 이상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형태도 아닌 것이다. 보조자로 취급되어 ‘반찬값’ 취급당하는 여성노동 “미혼여성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저 하 나입니다. 그러나 성과 평가할 때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 고 있고 저는 결혼할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제게 유감은 없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도 않 은 이유였어요.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그 가정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유효한 정의인가 봅니 다.” -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나의 #페이미투> 설문 응답 중
  • 5. 6 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이 성차별 구조 속에서 여성은 노동을 할 충분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 평균임금 134만 원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비정 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여성들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여 정책을 만 들고 있다.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허구다 이런 사회구조는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불리하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큰 이득 을 취하는 것은 자본이다.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남성의 임금은 정체를 겪게 되고 홀로 생계부양이라는 가능하지 않은 미션 수행을 요구받는다. 여성노동자에게 빼 앗은 임금은 남성노동자에게 가지 않는다. 자본에게 간다. 국내 3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은 2018년 950조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67조 원 늘어난 수치다. 가장이 라는 책임감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장시간 노동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서로에게 기대고 상의하지 못 하는 불평등한 관계의 정상가족 프레임은 남성 생 계부양자 이데올로기로 강화되고, 가족 혹은 공동체의 다양성은 충분한 임금을 받 지 못하는 여성의 상황 때문에 유보된다. 이 안에서 남성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오로 지 껍데기뿐인 가장의 권위다. 2019년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우리는 이미 죽 은 ‘가장’의 유령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허구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여성들은 “여자 월급이 그 정도면 됐지”,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당연히 남 자가 더 받아야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잖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어이없게도 한국사회는 임금을 지급할 때 임금의 용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누군가는 가족의 생활비, 용돈, 반찬값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아무 근거 없는 판단 에 기대어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심심풀이로 임금노동에 나서는 사람은 없다. 노동자들은 모두 각자 생계의 절박함을 갖고서 노동 현장에 나선다.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을 모아 가정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는 국가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계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정부는 여 성에게 시간제로 일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1.5생계부양자 모델로 남성이 1의 소 득, 여성이 0.5의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라는 것이다. 시간제 노동은 보조노동이 자 승진과 책임에서 배제된 노동이다. 정부는 이런 저임금의 보조노동을 여성에게 줄곧 강요해 왔던 것이다. 시간선택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국가예산을 들여 시 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주었고, 컨설팅을 해 주었다. 이 정책은 위험하게도 지금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아정책, 사회보장 정 책, 통계 등 모든 정책들이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설계되어 있다. 2019년 5월 17일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 6. 8 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② 가장시급히개선해야할 일터성차별은? 나의, 우리들의 #페이미투 풀(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 이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3시STOP’을 떠 올린다. 2017 년,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 사회의 성차별적 노동현실을 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 키기 위해 여성, 시민,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에 연대를 제안하여 <3.8조기퇴근시위 ‘3시STOP’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발족시켰다. 공동행동을 통해 ‘성별임금격 차 해소’를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인 ‘100:64’를 하루 기준으 로 계산하여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인 여성들의 성평등 파업을 기획하였다. 성별임금격차는 한국사회의 성차별이 축적된 상징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3회를 맞은 올해는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이 무엇인지를 묻는 사전설문1 을 진행하여 수집된 여성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성평등 파업 시위 현장에서 “여성노동자 38명의 #페이미투(PayMeToo)”라는 제목으로 전하였다. 이번 설문에는 총 172명의 여성이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차별 경험을 나누 1 사전설문조사는 아래의 3개 문항으로 진행되었다. 1. [나의 페이미투] 일터에서 겪은 성차별을 한줄 피켓 문구로 정리해주세요. 2.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9개의 객관식 문항) 3. 2에서 선택한 사항에 대한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 주세요. 어 주었다. ‘일터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성차별’에 대한 의견으로 ‘남성 과 임금 차이가 나거나 여성의 임금이 너무 낮다’는 임금차별이 30명으로 가장 많 았고, ‘남성보다 승진이 늦거나 여성은 올라갈 수 있는 직급에 한계’가 있다는 승진 차별이 28명으로 나타났다.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해 23명이 응답하였고, ‘여성에게 요구하는 화장, 옷차림 등의 꾸미기’ 강요 21명, ‘일상적으로 만연한 성희롱’ 21명, ‘반말, 부적절한 호칭 등 하대’ 19명, ‘여성은 정규직 취업이 어렵고 비정규직’을 강요받는 고용형태차별 11명, ‘여성에게 주요한 업무가 주어지 지 않는다’는 배치차별 10명의 순이었다. 기타 항목을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은 채용 부터 업무배치, 임금차별과 승진차별, 직무와 무관한 꾸미기 노동 강요나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부적절한 호칭과 하대 등 모든 성차별이 문제이고, 이 모든 것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설문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전해준 다 양한 성차별의 구체적인 경험은 따로따로 떼어 범주화할 수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성차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페이미투’ 퍼포먼스에서
  • 7. 10 1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남녀의 능력 차이?… 고정관념의 악순환일 뿐! 몇 년 전 개봉한 ‘빌리진 킹 : 세기의 대결’이라는 영화가 있다. 1973년, ‘스포츠 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고정관념 속에 남성 테니스 대회 우승자가 여성 보다 8배나 많은 상금을 받았던 시절, 테니스 선수 ‘빌리진 킹’이 남자 선수 ‘바비 릭 스’를 이긴 뒤 그해 US 오픈, 2001년 호주 오픈, 2006년 프랑스 오픈, 2007년 영국 윔블던이 남녀 우승 상금 차이를 없앴다. 우리 일터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은 만연하다. 앞서 지적된 여성을 동등한 노동 자가 아니라 부수적인 존재,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고정관념, 아이는 엄마가 키 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남성가장(생계부양자)이라는 고정관념, 여성이 하는 일은 하찮다는 고정관념… 고정관념은 차별을 고착화하고, 관행이나 관습이라는 단어로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모두 엄청 바빠서 퇴근시간 지난 후 3시간이 넘어서까지 일하고 있는데 상사가 남자직원 A에게 퇴근하라고 하면서 “여긴 ◯◯씨(본인)가 하면 되니 ◯◯씨 결혼 전까진 안심하고 칼퇴해요.”, “◯ ◯씨는 결혼하고 쉬면되니까, 그때까지만 고생해요” 라고 말했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는 보편적 노동자 범주에 끼지 못하는 존재 ‘남성은 디폴트 인간, 노동자 보편 VS. 여성은 특수, 보조적 존재.’ 이번 설문에 응답한 한 여성노동자가 일터에서 겪은 성차별을 피켓 문구로 뽑은 문장이다. 설문에 응한 여성노동자들이 전해준 다양한 성차별 경험의 근저에는 기 준도 근거도 없이 ‘단지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일상인 이상한 세계가 있었다. 그 곳은 ‘남성=기준’인 사회로, 남성이 아닌 여성은 함께 일하는 동등한 노동자가 아니라 일회용 노동자, 능력과 무관하게 회사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저임금 노 동자, 부수적인 존재로 간주되며 무수한 성차별에 고통받고 있다. 채용부터 시작되고 있는 성차별 때문에 여성은 좋은 일자리에 진입조차 불가능 하다. 최근 공기업의 채용 성차별과 금융권에서 드러난 남녀 채용비율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선발수순을 진행한 행태는, 전 산업에 걸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만연하다. 대다수 여성들은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에 운 좋으면 정규직으로, 대 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다. “2년 계약직으로 인력업체 통해 고용된 사원들의 직급명이 ‘여사원’이었다. 하는 일은 서무, 장보기, 음식돌리기, 전표처리, 남직원들 대화 상대. 이들은 100% 20대 초중반이며 미혼이다. 남직원들 사 이에 ‘얼굴보고 뽑힌다’는 소리가 만연하다.” 취업 후에도 여성들에게는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은 사무실의 ‘꽃’ 이여야 해서 꾸미기 노동을 해야 하고, ‘기쁨조’가 되기 위해 억지 감정노동을 한다. ‘여직원’, ‘아가씨’,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미스’나 ‘아줌마’가 되어 온갖 잡무에 시달 린다. 이러한 업무와 호칭을 갖는 사람은 귀히 여기지 않아 하대하고, ‘어느 순간 폭 언이 되고 성희롱이 되어’ 여성노동자들을 괴롭힌다. 이를 두고 우리사회는 여성의 능력이 부족하여 그 정도 일자리에서 고만한 임금을 받는다고 변질시켜 버린다. ‘능 력에 따라 취업하고 승진된다’, ‘동일직급이면 성별과 무관하게 똑같은 임금이다’, ‘실제로 남성이 더 많이 일한다’와 같이 항변하며 성별임금격차를 소모적인 ‘성(性)’ 대결로 치부한다. ‘나의 #페이미투’ 퍼포먼스에서
  • 8. 12 1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③ “생계에성별은없다”,첫입을떼다!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정면 비판한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이을 한국여성노동자회 선전홍보부장 5월 17일 11시, 광화문광장에 모인 수도권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성별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생계에 성별은 없다!”라고 외쳤다. 5월 17일에 모인 이유는 남성 정규직에 비해 37.5%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무 급 노동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 2명 중 1명이 비정규 직으로 일하는 이 현실은 무얼까? 여성노동자가 많은 직종은 왜 임금이 이렇게나 적을까? 왜 여성노동자의 근속기간과 경력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을까? 최저임금이 10.9%P나 올랐는데 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그대로일까? 올해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기획한 여성노동자회 ‘페미노동기획단’에서는 남성생 계부양자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한국의 자본과 기업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토론했다. 그래서 여성들의 일이 저평가되고 있고, 여성노동자를 불안정 고 용상태,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에 머무르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지목한 것이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지역과 직종에 있는 여성노동자 사례를 모았고, 이들의 일 경험과 생계의 고민을 카드뉴스, 인터뷰 기사, 기자회견 발언으로 가공해 세상에 알렸다. “경력단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찾다가 간호조무사가 된지 4년차. 하지만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보다 오래일한 주변 선배들을 지켜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경력 10 곳인지 처음 알았다. 인사평가도 A보다 제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야근도 매일 죽어라 하는데 왜 ‘임 시직’ 취급을 받는지, 대체 뭘 어떻게 더 노력하면 차별받지 않는 건지 알고 싶다. “ “미혼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 연령도 지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현재 저 하나이다. 그러나 성과평가할 때에는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저는 결혼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 의 지시가 있었다. 제게 유감은 없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 도 않은 이유였다.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그 가정은 오로지 남자에게만 유효한 정의인가 봅 니다.” 여성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임에도 ‘여직원’이 ‘가장’인 남성을 위해 그 보상을 양보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긴다. 여성노동자들은 ‘일은 여성이 하고 승진은 남성이 한다’며 승진차별에 한탄하고 ‘15년 근무해도 여자는 사원, 3년 근무 한 남자는 반장’, ‘여자가 관리자로 승진하는 경우는 없는’ 회사에서 좌절하며 자의 와 타의로 고용단절을 거듭하고 있다. 남성의 결혼이 ‘가장’이나 ‘생계부양자’로 우 대받는 반면 여성의 결혼이나 임신, 출산, 양육은 차별의 주요한 이유가 된다. 이에 여성들은 ‘애 아빠는 우대하고 애 엄마는 차별하냐’, ‘아이 낳으면 ‘애국자’ 취급, 아 이 키운다면 ‘루저’ 취급’이라며, 아이만 요구하고 여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현실 에 절망하고 분노한다. 이런 와중에도 ‘상사는 나에게 일하지 말고 백마 탄 왕자나 찾으라고 말하지만, 그 대신 내가 직접 벤츠를 목고 싶을 뿐’이라며 고정관념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여 성들은 늘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신(新)성장동력으로 위미노믹스(Women- omics·여성과 경제의 합성어·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주목2 하고, 고용상 성차 별의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 2015년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남녀 불평등을 개선하면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과 중국의 GDP를 합친 수준인 28조 달러나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6년 보 고서에서 상위 관리직에 여성이 많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고 밝히는 등 성평등 노동의 긍정성 이 점차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 9. 14 1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년차의 선배 간호조무사가 원장에게 임금인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 벌이가 시원치 않아?” 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절망했다. 나는 비혼을 선택하고 독립생존을 고민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아픈 남편과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하 지만 학교가 방학 때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주 3일 만 일하라고 하며 약 70만 원의 월급만 준다. 학교는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에 관심이 없기 때 문이다. 지자체 조례로 공공기관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주도록 정하고 있으나, 나 같은 청소노동자 는 배제되고 있다.”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하려니 들어갈 수 있는 데가 마트 외에 별로 없었다. 몇 년째 8시간이던 근무 시간을 작년에 6시간 30분으로 줄였고, 올해도 줄여 6시간이 되었다.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내 임 금은 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줄어들 때 남성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유지되어 임금이 올랐다.” “도시가스 점검원에 대한 구인정보나 직종에 대한 소개를 찾아보면 △시간을 자유롭게 △매월 할 당된 양을 편한 시간에 하면 되고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여성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직업인 듯 홍보된다. 그러나 실제는 저임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업무의 양, 스스로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일상적인 위험, 고객들의 폭언, 갑질, 성희롱, 센터에서의 실적 압박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이번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준비하며 수집한 현장의 목소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가능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남 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근거한 성별 직군분리, 채용 차별, 배치 차별, 임금 차별은 사 라져야 한다. 모든 여성노동자 아니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시민으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상가족 프레임을 강화하 고, 여성 노동 저평가를 부추기는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기 위한 운 동과 정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특집 _ #페이미투, 생계에 성별은 없다 ④ 여노의봄, 성별임금격차해소를향해달리다 3.8 3시스탑 조기퇴근시위, 5.17 임금차별타파의 날 스케치 [ 사진 ] 여름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 [ 글 ] 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벌써 3회째인 3.8 세계여성의 날 3시스탑 조기퇴근시위. 올해도 3시부터 여성은 무임금으로 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기퇴근시위를 시작하기 전 포털사이트에 ‘3시스탑’ 검색어 1위 만들기 캠페인을 했다.
  • 10. 16 1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늘, 한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일터에서의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입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그 가해자는 버 젓이 승진하는 직장문화, 이제는 정말 끝장내야 합니다.” - 서울여성노동자회 황현숙 부회장 발언 중 ♬ 똑같이 일을 해봤자 어차피 100:64! 3시부터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 회의 중에도 알바 중에도 그대로 멈춰라~ 19년째 똑같은 격차 이제 좀 바꾸자! 개사한 노래에 맞춰 손피켓을 흔들며 율동하는 조기퇴근시위 참여 시민들. 지난 5월 17일 제3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전국 11개 여성노동자회 지역지부에서도 동시에 캠페인 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부산여성회는 서면 시내에서 가면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직장 내 성폭력 OUT!’ 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집회에 참여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
  • 11. 18 1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이번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이하여 회원들과 함께 창원 상남분수 광장에 서 남성 정규직이 100의 임금을 받을 때 37.5%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애기 아빠니까 승진해야지?”, “가장이니까 평가 몰아주자고!”, “여자니까 월급 적게 받는 것은 당연 하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속에 여성노동자들이 채용과 승진 배치, 임금에까지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 실태를 검은 천에 흰 글씨로 적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인천, 부천, 수원, 안산 지 역여성노동자회, 그리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은 5월 17일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이 검은 천들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미 허구가 되어버린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검은 천에 적힌 이 글씨를 찢으며 기자회견에 참가한 여성노동자회 활동가들은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등이 쓰인 천을 찢는 퍼포먼스 후 하 늘에 날리고 있다.
  • 12. 20 2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① ‘오늘보다더나은내일’을 함께만들어가요 B급 페미니스트 토크콘서트 후기 조은별 페미워커클럽,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원 2019년 3월 28일 늦은 7시,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팟빵홀은 페미력 뿜뿜! 넘 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은 물론이고, 초대손님으로 문화평 론가 손희정 님, 에세이 작가 은유 님을 모셨습니다. 행사는 페미워커클럽 멤버 네 명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페미워커클럽의 멤버 지윤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습니다. 지윤은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 그러니까 ‘빨간약’을 먹기 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쁘게 꾸며 달라는 남자친구나 PC방 사장님의 말은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는 지윤. 그러나 빨간 약을 먹고 난 지윤 은 더 이상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의 구분을 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윤은 페 미니즘이 나를 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자존감을 선물했다고 이야기했습니 다. 두 번째로 지영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영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여러 청중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자신이 사 건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에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영은 ‘찌질한 피해자’일 뿐이었던 자신이 무대에 서게 된 것은 그에게 연대해 준 수많은 여성들처럼, 누군가에게 자신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라고 말했습니다. 지영의 말 하기가 그 자리의 청중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었 한국여성노동자회 영영페미 그룹 페미워커클럽은 페미니즘과 노동을 함께 고 민하는 사람들의 소모임입니다. 약 10명의 2030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2018년 부터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노동을’ 혹은 ‘노동의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사유하는 모임을 해왔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빨간약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억눌려있었던 우리에게 큰 해방 감을 주긴 하지만, 빨간약을 먹기 전에는 감지하지 못했던 세상의 불합리함을 더 깊게 알게 되면서 고뇌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일터와 학 교 가정 등 각자가 속한 위치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고민들, 이 속에서 ‘페미니즘’ 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러한 맥락 속에 페미워커클럽은 멤버들은 각자의 삶과 노동을 재조명하며 에세 이를 냈습니다. 또한, 같은 고민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을 B급 페미니스트 토크 콘서트에 초청하여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연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페미워 커클럽이 쓴 에세이 일부와 토크콘서트 후기를 담습니다. 편집자 주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 13. 22 2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습니다. 마라의 이야기는 조금 덜 적나라하게, 하지만 ‘은근하고 축축하게’ 일어나는 일들 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학원의 선생님이 나이 많은 남성 수강생을 특별히 더 예뻐하 는 상황 속에서 마라는 불편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마라는 깨달았습니다. ‘미세먼지’처럼 은근한 성차별적 상황도 역시 불편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요. 마지막 멤버 안녕의 이야기는 영상으로 펼쳐졌습니다. 강남역 사건이 일어난 해 처음으로 여성단체를 찾아간 안녕은 자신처럼 화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회사에 ‘성희롱·성추행 발생사실 고지 및 징계 등 관련 후속조치 요구’ 문서를 보냈습니다. 이후 안녕은 수많은 2차 가해를 겪게 되었고, 아직도 퇴사를 고 민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 진 사람들이 회사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더 이상 ‘외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부에서는 은유 작가가 페미워커클럽 멤버들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자신의 이야 기를 덧붙여 주었습니다. 은유 작가는 자신이 강의하는 자리에서까지 무례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례한 질 문을 질문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우리의 생존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 다. ‘울더라도 끝까지 말하는 페미니스트가 되자’는 힘찬 다짐을 함께 나누기도 했 습니다. 그리고 페미워커클럽 멤버들과 손희정, 은유 두 분의 초대손님까지 모두 함께 이 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왜 하필 ‘B급’이었냐는 행사의 제목에 관한 질문으로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윤은 이에 대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A급이 될 수 없기 때 문이며, 페미니즘 속에서 여성은 A급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 다’는 멋진 대답을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페미워커클럽이 어떤 활동들을 해 왔는지, 활동해본 소감은 어떠했는 지 등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여성으로 살면서 하게 되는 ‘자기 검열’에 관한 이 야기들을 열띠게 나누었는데요, 솔키(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띵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겉과 속이 모두 빨간 ‘토마토’가 아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사람’이다! 라는 말이 저에 게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객석에서의 질문들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착 한 여자 귀신’을 떼어 버린 방법이 무엇인지 묻기도, 지영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자 신의 피해 경험을 공유해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참가자들이 다같이 ‘내 인생의 빨간약’이 무엇인지를 소개했습 니다. 성범죄 피해를 겪은 분이 소송에서 승리했다는 기쁜 소식을 나누어주며 열기 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수업,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페미니즘 서적 등이 ‘빨간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굽 이굽이에 빨간약이 놓여 있다, 왜 페미니스트가 아닌지가 이상할 지경’이라고 이야 기하기도 했습니다. 페미워커클럽의 토크콘서트 [B급 페미니스트]는 100여 명의 참가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 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했으며 그들을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여성 이고, 페미니스트라는 공통점만으로도 하나 되는 시간이었고요. 앞으로도 이런 시 간을 많이 만들어가자는 힘찬 다짐을 나누며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 다. 지난 3월 28일 팟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B급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손희정 님이 사회를, 초 대손님으로 에세이 작가 은유 님을 모셨다. 그리고 페미워커클럽 멤버 중 일부가 패널로 출연했다.
  • 14. 24 2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② [ 에세이 1 ] 이제나를 다시사랑하기로했습니다 페미니즘의 파도 속에서 행복한 생존자로 나나 페미워커클럽 11살이 되던 해의 마지막 날 첫 생리를 했다. 팬티에는 피가 약간 묻어났는데 당 시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내 몸에서 나온 후 한참이 지나서야 발견해서 갈색이 되 어버려 처음에는 피인지도 모른 채 마냥 기분이 나빴다. 그리곤 샤워를 다시 하고 잠들었다. 다음날이 되어도 정체 모를 분비물은 여전했고 뇌리를 스친 기시감에 화 장실에 쪼그린 채 엄마를 불렀다. 새해 첫날이라 문 닫은 가게가 유난히도 많았다. 어떻게 구했는지 초코파이에 작 은 초를 케이크 모양으로 쌓은 부모님은 이제 여자가 되었다며 축하해주었지만 그 어린 나는 축하가 뭔지, 나는 원래 여자였는데 왜 이제야 여자가 되었다고 하는지 어리둥절하다가 곧 잊어버렸다. 한달에 한번 귀찮은 일이 생겼고 초코파이는 맛있 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사는 게 ‘여자’라는 존재? 어영부영 시간은 흘러 스무 살이 되든 해 남자랑 첫 관계를 가졌다. 상대방은 평 소에 친하게 지내던 교회 집사님이었고 예쁘고 성격 좋은 부인도 있고, 사랑스러운 자녀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며 모텔로 데려갔는데 거절하면 불편한 사 이가 될까봐 따라가 버렸다. ‘성폭행 피해자가 되기 싫어서’ 합의 하에 했다는 자기 암시로 덮어버렸다. 다음 날엔 두려움에 점심시간에 산부인과에 찾아가 사후피임 약을 처방받았다. 자존감이 맨틀을 뚫고 내핵까지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 관계 는 이후로도 몇 차례 반복되었고 어느 순간 교회를 안 나가버렸다. 연락은 종종 왔 지만 무시해버렸다. 그것을 성폭력이라고 정의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23살, 직장을 옮기며 환영회가 있었다. 그날 나는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모텔에서 발가벗겨진 채 눈을 떴다. 옆에 는 아무도 없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는데 출근은 해야했다. 직장 동료 들이 전부 괴물로 보였고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간 이 더 지나서 누구의 소행인지 알게 되었지만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산해진미를 놓고 축하해도 싫은 ‘여자 되기’ 같은 해였을까, 직장 동료가 남자를 소개해준다며 부담 갖지 말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 해서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소개받은 남자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성격은 좋아 보였고 안주는 맛있었다. 그날 밤 나는 두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 술기운에 저항 은 하지 못했다. 그 이후 소개남은 진지한 만남을 가지자며 연락을 계속해왔지만 나 는 수치심에 깊고 깊은 잠수를 탔다.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헤픈 건지…. 왜 그렇게, 몇번이나 바보같이 당하 고 사냐며 자책을 했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맞서 싸울 용기도 없었다. 그저 직장과 거처를 바꿔가며 도망치는 게 전부였고 그 시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눈빛 저편에 비웃음이 서려 있는 것만 같 았다. 내가 너무나도 모지리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첫 생리의 기억을 떠올리며 왜 여자가 되었다고 축하를 받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꼴랑 초코파이 먹고 이런 삶을 납득하라는 건가! 만약 초코파이가 아니라 산해진미를 먹었어도 위로가 되지 는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 15. 26 2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페미니즘이란 진짜 초코파이 그렇게 텅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채 지냈다. 내가 숨어도 세상은 아무 관심 없다 는 듯 시간은 무심히도 지나갔다. 어느 날 미투가 불거졌을 때, 페미니즘이 수면위 로 떠올랐을 때 접하게 된 여러 이야기들은 작은 위로였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 를 다독여주고, 혼자가 아니라고 손 잡아주던 이들의 연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이제껏 도망만 다녔던 나는 나를 마주보기로 했다. 다시 사랑하기 로 했다. 아직도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눈가가 뜨거워지지만 이제는 더이상 예전처 럼 숨어있지만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내 또래 영페미들과 만나게 되었다. 친구들에 게 내 얘기를 풀기까지는 또다시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함께 분노하고 응원해줬다. 이제 나는 정말로 행복한 생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혼자 힘으로는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온 페미니즘은 그 시절의 초코파이였을지 모른다. 여성으로서의 삶 이 힘들고 아파도 초코파이가 있다고, 빨간약은 초코파이였을거라고. 글쓴이와 페미워커클럽에서 활동하는 지영이 B급 페미니스트 토크콘서트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경험을 발 표하고 있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페미워커클럽의 멤버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자신의 피해경험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③ [ 에세이 2 ] 아이의존재를 이력서에서숨겨야했던이유 입사 후 노조에 성평등위원회 만들게 되기까지 아라시 페미워커클럽 나는 20살에 경제적 이유로 대학을 입학하고 바로 취직을 했다. 첫 회사는 통신 사 콜센터였다. 동종업계 최고 대우를 한다는 회사에 사회초년생인 내가 지원을 하 는 것은 매우 떨리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꼭 합격하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며칠 동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최종 면접을 보러 갔는데, 면접 날 나는 합격의 기 쁨보다 현실의 처참함에 압도되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이는 언제?” 질문에 임신 사실 숨겨 4~5명씩 한조로 묶어 면접을 진행했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력직이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있었다. 속으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경력도 없는 나보단 나머 지 면접자들이 뽑힐 거라 생각했다. 면접관이 바로 내 옆자리 면접자에게 질문했 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네요? 아이 가질 거에요? 임신하면 회사는 어쩔거에요?” 면접자는 아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가 생겼을 땐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복 귀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질문엔 너무 능숙하게 대답하고 경력도 많았으나 그녀는
  • 16. 28 2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불합격했다. 나는 결과를 보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면접장의 분위 기를 상기했다. 회사를 위해서 결혼을 꼭 늦게 하거나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사하고 육성실 발령시 막내인 내가 임신을 했다. 수습기간에 임신 사실 을 들키면 잘릴 것 같아서 제일 친한 동료 두사람에게만 말하고 비밀로 했다. 쉴 틈 없이 입덧이 올라와 게워내도 요즘 속이 안 좋고 체해서 그렇다며 둘러댔다. 수습 해제 직전에 임신 사실을 들켰는데 상사는 왜 말을 안했냐고 말했다. 꼭 자 기를 죄인 만들었다는 어투였다. 애초에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고민하던 여성 노동자의 처지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수습 초반에 말했으면 나는 수습 통과를 했을 까? 임신 사실을 밝힌 후 더 눈치를 주는 회사 수습 해제되고 이제 한시름 놓았다 싶었더니 생각과 다르게 더 힘들어졌다. 먹고 살아야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니 나는 만삭 때까지 회사에 다녔다. 지하철 최고 혼 잡도 구간을 배를 감싸고 탑승하고, 그것도 안 되겠다 싶어 원래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 사람이 없고 돌아가는 노선을 탔다. 업무시간 중 임신으로 인해 화 장실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자꾸 자리를 비워 실적(콜 수) 못 채우는 거 아니냐는 눈치를 주어 오줌을 참다가 방광염에 걸릴 뻔했다. 실적이 안 나온 날이면 상사 앞 에 한 시간이나 서 있었다. 잘못한 걸 생각하라는데 잘못한 게 없었다. 직무 시험을 위해선 연장근무도 피할 수 없었다. 강요가 아니고 은근한 눈치를 주 는 것이라 자발적인 연장근무라고 포장되었다. 임신 노동자에게 초과근무 시킬 수 없고 단축근무 전환할 수 있다고 정해놓은 법 따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조산 증세를 보여 조기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중에도 출산 후 복귀할 거냐 회사에서 계 속 연락을 받았다. 나는 회사에서 죄인이었다. 취업에 독이 되는 가족사항 이후 이사를 가게 되어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홑벌이로 4인 가구 생활이 어려워 출산 40일 만에 구직을 했다. 나는 11곳 에 면접을 봤고 모두 탈락했다. 이유는 너 무 어린아이의 엄마라서였다. 모두 사무 직 면접을 봤는데 경리나 사무직 여직원 이면 사무실 청소도 해야 하고 잡일을 해 야 하는데, 산후조리가 안 되어 부담스럽 다고 했다. 아이가 아프면 회사를 빠질 것 아니냐 물어봐서 아이를 돌봐줄 시부모님 이 계신다고도 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만약 남편이 같은 상황에서 이직을 했 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그 이후 이직을 했지만 나와 같은 상황 은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지원한 회사에는 이력서에서 가족사항을 빼고 기재했다. 합격하고 출근은 했지만 전 회사처럼 수습기간에 아이 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마르지 않은 모유를 화장실에서 짜내며 근무했다. 한 직원이 눈치를 채고 알게 되었으나, 나는 수습 끝나기 전까지 사장님께 비밀로 해달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나의 인생에서 오점이 되고, 가족사항이 나 의 취업에 독이 될 줄 몰랐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여자로, 엄마로, 아내로 살고 싶 지 않다고 이를 갈며 다짐했다. 너무 서글픈 일이었다. 노동조합과 페미니스트가 만나면? - ‘성평등위원회’를 만들다 마지막으로 취업한 회사는 현장직과 내근직으로 이루어진 회사다. 현재까지도 다니고 있는 회사이며, 내근직에 대한 대우와 인식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로 결심했다. 내근직은 아무래도 현장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고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한다. 그래서 초반엔 ‘부수적인’ 일이 라는 인식이 강했다. 주로 여성노동자들로 이 루어진 내근직이 만만하니 감정 쓰레기통, 욕받이, 잡부로 취급하는 일들이 많아졌 다. 드라마 미생 속 한 장면.
  • 17. 30 3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심지어 노동조합의 임금협상에서도 이런 인식이 나왔다. 당연히 현장직이 더 힘 드니 기본급 자체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같은 직급으로서 같은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나 결국 남성 현장직들이 요구한 대로 임금협 상이 타결되었다. 성(性)을 떠나 노동자로서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성평등을 알리고자 더 활동하기로 결심했다. 노동조합은 뭔가 깨어있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남초 회 사인만큼 기성세대 남성들의 인식과 사고가 압도하고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이 어 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90%의 남성 조합원들에게 공감받 고자 하는 기대는 사치였다. 굳이 공감하자면 ‘힘들겠다’ 정도인데 소수인 여성 노 동자들이 그 무리에 결합하는 것은 무리였고, 어떻게 힘을 합쳐 투쟁해야 하는지 함 께 고민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조합 안에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었다. 우선 추진위로 시작해서 여성 노동 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성평등 노동을 이룩하자는 꿈을 가지고 기획했다. 순탄한 길 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다. 우선 추진위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을 깨부 수어야 했고, 더욱 많이 공부해야했다. 널리 알리고자. 주마다 모여 회의하고 토론 회, 집담회 활동도 했다. 아직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진 않지만 내실을 다지는 단계 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만으로도 노동자들 안에 차츰 조심하 고 의식하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다시 찾아온 페미니즘의 봄과 함께 성장의 전망이 더욱 밝으리라 기대한다. 기획 ❶ _ 포스트 #빨간약, 우린 어디에 ④ [ 에세이 3 ] 여성알바,나도누군가의K였다 무례한 할재, 임금 차별… 성평등 노동이 절실한 이유 영서 페미워커클럽 아르바이트와 학교를 병행하며, 학교를 다니던 많은 어떤 날 중 하루였다. 지하 철 안에서 한 대학의 교지 속에 있던 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K였다을 읽었다. 필자 K는 알바를 하며 겪었던 부당한 경험에 대해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 한번 못 여는 스스로가 무서웠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나중에 사회 나가서도 도움이 될 거야”라 고 자위하며 갑질에 대해 굽히는 자기 자신의 합리화가 한편 무서웠다고 필자는 쓰 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만났던 수많은 알바노동자인 K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며 무언가를 실천하고 바꿀 생각을 했을 때, 자신이 마주한 불 편함이 사라졌다고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의 K 였다 나도 그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었다. 나도 수많은 누군가의 K였다. 낮에는 학 교 다니고, 짬 내서 공부하고 학교 끝나고 저녁 시간대에 세미나를 하고, 밤에는 아 르바이트를 하고, 쪽잠을 자다가 학교를 가고 그렇게 24시간을 숨 가쁘게 살았던 때였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동네의 큰 프렌차이즈 체인점인 마트에서 알
  • 18. 32 3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바를 했었다. 계산하는 업무 외에 매장 청소하고 재고조사해서 채워 넣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월 4회 휴무에, 주 6일 근무, 월급제의 교묘한 방식으로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 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었고, 명백하게 부당한 대우였다. 그리고, 항상 을의 입장에 서 손님을 대하다 보면 정신이 메마르는 느낌을 받았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폭언을 30분째 들은 날에도, 죄송할 일을 한 것이 없음에도 죄송하다고 사죄해야 했다. 밤마다 막걸리 사려고 찾아오는 나이 든 무례한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성희롱을 했고, 술 냄새를 풍기면서 자신의 6.25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일장 연설을 늘어 놓고 해도 동네 장사하면서 손님들과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사장의 지시 때문에, 혹 은 주위 동료들의 눈치 때문에 경찰을 부를 수가 없었었다. 그런 날은 일 분이 왜 이 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모니터에 떠있는 전자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분침이 얼 른 움직여서 퇴근시간이 오기를 바랐다. 여성 알바 노동자, 멋대로 나를 상상하는 할재(할아버지+아재)들 학교에서는 내 이름 세 글자로 사는데, 일하는 공간에 오면 “어이”, “처자” 혹은 “아가씨”였다. 아저씨들이 “처자, 몇 살이야? 바깥사람이 아픈 거 아니에요?”라며 술 냄새를 풍기면서 괜히 꼭 말을 걸곤 했는데, 이렇게 어린 처자가 일을 하고 있냐 며 결혼은 일찍 한 것이냐, 아니면 바깥사람이 어떻게 아픈 것 아니냐, 하면서 맘대 로 나를 상상하고 있었다. ‘곱게 집에나 가시지…’ 속으로 생각하며, 까만 새벽 계산 하는 카운터 입구에 혼자 서서 얼마나 조마조마 하던지, 그렇게 나는 일하고 있었 다. 그뿐만 아니다. 일하는 중간 중간 과일 깎고 커피 타는 노동을 시켰는데, 당시에 난 이런 부당함에 대해 따지지 못했다. 나이 많은 남성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나는 조 카뻘 나이의 어리고 기특한 여성의 역할에 맞추어서 살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린 여자’인 나를 제일 먼저 문자로 해고하다 “오늘부터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문자로 통보받은 해고, 그렇게 지내기를 반년. 야간 장사가 그만큼 이익을 못 뽑았는지 수지가 맞지 않자, 제일 빠르게 제일 먼저 부당해고까지 당했다. 이유는 여성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인력을 줄일 때 가장 소 수의 인원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남자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여성 직원을 해 고하는 것이 낫다 판단했는지 같이 일하던 여성들만 제일 먼저 해고를 당했다. 그때 나 말고도 장기적으로 일 해왔던 몇몇 중년 여성 노동자도 해고당했었다. 그나마 나 는 대학생이고 절반만 일하는 임시 인력이라 밀린 월급은 받긴 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중년의 전업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밀린 월급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나랑 똑같이 근무하던 또래 남성 노동자들이랑 비교하였을 때 나의 월급이 그들 보다 10만 원 정도 더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일이 있고 한참 뒤에 직접 들 어서 알게 되었다. 수많은 노동자 K 속에 여성은 포함될까? 나야 곧 뜰 곳이라 생각하며 일하던 알바 자리였지만, 그런 곳을 뜰 수 없는 환경
  • 19. 34 3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에 놓인 사람들은 부당 해고를 당했을 때 너무나 차고 시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생업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차별 속의 차별이 더해지는 것을 목도했다. 노 동 안에 성별이 생략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때 발견하였다. 그때 수많은 K들 속에서 여성인 내가 그 K안에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었다. K이지만, 여성K라고 해야 할까, 아니 H, I, J, K, L, M, O, P…의 ‘M’ 정도이 지 않을까? 그럼 나 말고 그 중년 여성 노동자분들은… ‘P’ 정도 되려나? 학교동아리 세미나에서는 노동자, 노조, 고용주, 노동, 최저임금 등을 말하는 나 였지만, 실제 일하던 현장에서는 아무 저항을 못 하고 무력하게 떨어져 나갔다. 노 동의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 ‘먹고사니즘’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 국 노동권의 빈틈과 성차별의 족쇄가 여성들에게는 생존권의 박탈을 초래한다. 수 많은 K 속에도 들지 못하는 존재인 여성, 우리에겐 그래서 성평등한 노동이 더욱 절실하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처벌하는 자기낙태 죄(형법 269조 1항)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 시술한 경우 처벌 하는 동의낙태죄(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 중단’ 을 둘러싼 성차별 이데올로기에 맞서 오랜동안 싸워온 여성들의 승리였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따라 태아의 생명권, 그리고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자기운명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생산 노동의 정의’를 실현하는 각고 의 노력이 다시 한번 요구된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남겨진 과제가 구체적 으로 무엇인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활동가들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기획 ❷ _ 모두를위한 낙태죄폐지,그이후
  • 20. 36 3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① 낙태죄폐지와 일하는여성의재생산정의 나영 성과재생산포럼 기획위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한민국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중 제 269조 1항(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과 제270조 1항(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 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260조의 2항과 3항, 270조의 2항부터 4항 까지는 임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임신을 중지시키거나 그로 인해 임산부에게 상해 나 사망의 피해를 야기했을 경우의 처벌 조항이므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동안 여성 스스로의 임신중지 결정과 이를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이 보장 하는 기본 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총 아홉 명의 재판관 중에서 네 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었고, 세 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 을 냈다. 그리고 단 두 명의 재판관만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사실상 ‘위헌’ 결정과 마찬가지로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 배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만 ‘위헌’일 경우 해당 법률의 효력이 당장 중지되 기 때문에 해당 법 조항이 개정되거나 새로운 법으로 제정될 때까지 당분간 법적 효 력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2020년 12월까지 현재의 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 일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기자회견과 방청 준비를 했던 우리는 결과 가 알려지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1953년 이래 66년 만에, 여성들 에게 홀로 낙인과 책임, 건강상의 위험과 법적 처벌의 위험까지 감당하게 해왔던 ‘낙태의 죄’가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날이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의미하는 것 헌법재판소가 형법 ‘낙태의 죄’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헌법 재판소는 2012년에도 한 차례 위헌 여부를 검토했고 당시에는 한 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합헌 의견 4명, 위헌 의견 4명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합 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 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낙태 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 태가 만연하게 되어 자기낙태죄 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합헌 결정에서 여성들은 단지 태아의 생명권에 대립되는 주체로서, 헌법으로 보장 받아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생명권,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어떠 한 권리도 ‘공익’으로서 고려되지 못하고 ‘처벌이 없다면 더 맘대로 낙태를 할’ 통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나 2019년 판결은 이러한 관점을 완전히 뒤집었다. ‘헌법불합치’ 의견과 ‘위 헌’ 의견을 낸 재판관 일곱 명은 “특별한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 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한다” 고 언급함으로써 국가가 태아와 여성의 권리를 대립 구도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을 언급했다. 또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 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 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 미를 가질 수 있다.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 제 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의 책 임을 여성에게 처벌로서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효성 있는 수단을 강구하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한 책임을 이행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임신한 여성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태아에 대한 애착, 태아의 생
  • 21. 38 3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명 박탈에 대한 윤리적 문제와 더불어 출산 후 양육을 담당하면서 부담해야 할 막대 한 사회적·경제적·신체적·정서적 책임과 태어날 아이의 미래의 삶을 종합적으로 깊이 고려하는 것이 통상적이고, 이러한 결정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과 태아의 인생 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중압감 속에서 자신과 태아의 미래의 삶에 대한 총체 적이고 심층적인 고민에 기반하여 내려지므로, 그 결정의 무게에 비추어 낙태에 대 한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위와 같은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낙태가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자료를 찾 기가 어렵고, 오히려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국가가 낙태를 처벌하는 국가에 비하여 낙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있을 뿐이다. 또한 “그간의 낙태죄 처벌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입법목적과는 다 른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언급함으로써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들의 판단은 처벌이 아니라 출산 후의 실질적인 책임과 양육 여건을 고려하여 이루어지 는 것이므로 처벌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악용되는 사례가 많으며, 여성의 판단이 이루어지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7년 만에 헌법재판관들 의 판단 근거와 시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 난 7년간 ‘낙태죄’를 둘러싼 관점과 패러다임을 바꿔 온 낙태죄 폐지 운동의 역사가 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외쳐지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구호는 “내 몸은 나의 것”, “나의 몸, 나의 결정, 나의 권리”, “국가는 내 몸에 손대지 말라” 와 같은 구호들이다. 이 구호들은 임신유지에 대한 결정이 결국은 여성의 몸과 삶에 직결되어 있는 것이고 그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여 성들의 건강과 삶에 대해서는 추호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오직 여성들만을 처벌을 통해 통제하려고 해온 역사를 가장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구호이다. 임신중지는 ‘나 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인 만큼 나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는 국가가 아닌 나 에게 있다. 그리고 이는 자기 삶의 온전한 주체로서 그 결정을 함부로 침해당하거나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 구호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구도로 자 리를 잡아 온 ‘프로라이프’ 대 ‘프로초이스’, 즉 ‘생명권’ 대 ‘선택권(결정권)’의 맥락 으로만 이해되어 온 것은 오히려 그간 운동을 어렵게 만들어 온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다. 2012년의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어느덧 사람들은 ‘프로라이 프’, ‘생명권’은 오직 태아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프로초이스’, ‘선택권(결정권)’은 단지 여성 개인의 일순간의 선택인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에서 국가는 마치 객관적인 심판자인 양 결정권을 행사해 왔 다. 그러나 당장 한국의 낙태죄와 인구 관리의 역사만 보아도 이 모든 것은 허구적 인 구도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성적 통제와 혼인을 통한 가족구조의 유지, 여 성들의 통제를 위해 낙태죄를 유지시키면서도, 인구통제, 반공, 해외원조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가족계획정책을 추진하였고,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소위 ‘낙태버 스’를 몰고 다니며 낙태 시술과 영구피임 시술을 시행했다. 낙태죄의 허용요건을 담고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이 조항에 명시된 근친 간 관계에서의 임신, 강간 이나 준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 아주 일부의 경우에 해당될 때만 임신중지를 허용하 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경우에조차 배우자의 동의를 얻게 하고 있다. 뿐만 아 낙태죄 위헌 판결을 코앞에 앞둔 지난 3월 30일, 서울 시청역 부근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였다. (출처 : 고양파주 여성민우회)
  • 22. 40 41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니라, 제14조의 1, 2항은 임신한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 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 어서 사실상 우생학적 목적의 인구관리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모자보건법 시행령에서는 2009년까지 해당 조항의 구체 사례로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유전성 정신장애’가 포함되어 있기까지 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가 있어서 태어났을 때 삶이나 생명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게 될 경우를 허용요건으로 하는 경우는 있어도, 부모의 장애나 질병을 이유로 하지는 않는다. 그 기준은 매우 자의적일뿐더러 부모에게 특정 장애나 질병이 있다고 해서 100% 유전이 되는 것도 아니며, 유전이 예상된다고 해도 국가의 역할은 이들에게 ‘낳을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는 대신, 출산 후의 사회적 보장과 책임을 함께 고려하 는 데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국가는 오히려 그 토록 강조하는 ‘태아의 생명권’도, 여성의 건강이나 생명권도 제대로 고려한 바가 없으며, 낳지 않을 결정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낳고자 하는 결정에 대해서도 보장한 바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이며 ‘여성의 결정권은 사익’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 해 11월, 임신 23주 차가 되어서야 겨우 어머니에게 임신사실을 말할 수 있었던 19세의 한 여성은 온라인으로 간신히 몇 군데의 병원을 찾아 전전 한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 현금 650만원을 내고 시술을 받던 도중에 자궁천공으로 사망했다. 의사는 즉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처벌이 두려워 이송하지 않 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저출산 정책의 성과를 내려던 시기와 맞물려 프로라 이프라는 단체가 처음으로 낙태 시술병원 세 곳을 고발하면서 한국에서 거의 사문 화되어 있다시피 했던 ‘낙태의 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때, 여성들은 해외 원정 낙태를 감수하고, 치솟은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고, 폭력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 거나 위자료를 안 주려는 상대 남성들의 악의적인 고소고발로 여러 명의 여성들이 홀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선택과 결정은 사실상 여성의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임신 한 여성과 태어나게 될 아이의 삶을 좌우할 수많은 사회경제적 조건들 속에서의 결 정이며 따라서 그 책임 또한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어야 한다. 생명은 단지 태어 나는 것이 아닌 삶의 전 과정 속에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며, 태어난 이후의 삶과 임신과 출산, 양육을 감당할 여성의 삶 모두가 ‘생명권’으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국 가는 ‘태아냐 여성이냐’에 대한 결정권자가 아니라 그 모두를 보장해야 할 중대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016년 이후,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일하는 여성의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를 위하여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이제 우리는 무엇을 쟁취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아직까 지 한국사회에서 낙태죄 폐지 이후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이나 고민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겨우 다른 나라의 법 조항을 참고하여 가능한 수준에서 조금 변형 시켜보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관련법을 바꾼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도 여전히 특정한 사유나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처벌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고 그로 인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꾸준히 관련법을 개정해 왔 기에 지금 한국이 이미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 해외의 법을 그대로 참고할 이유가 없 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특정 허용범위를 두고 ‘어디서부터 처벌할지’를 논의 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보장할까’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는 것이다. 2019년 2월 보건복지부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에 따르면, ‘낙태의 죄’가 존재하는 지금도 이미 95.3% 여성들은 임신 12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하고 있고, 평균 6.4주 이내에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신중지 결정이 늦어지게 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과 태아의 성장을 고려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 서 문제는 후기 임신중지를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른 시기 에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보 험을 적용하는 방안은 물론, 다른 사회적 요건들이 임신중지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 이 되지 않도록 여성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동안에는 대부분의 임신중지 시술이 불법이라 의료진들이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최대한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의료 진을 교육하고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충분한 정보와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 도 중요하다. 흔히 ‘미프진’이라고 불리는 인공유산유도약도 WHO에서 이미 오래
  • 23. 42 43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전부터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9주, 10주 이내일 경우에는 굳이 시술 방법을 통하 지 않고 병원에서 의사의 복약지도와 사후관리를 받으며 안전하게 약물로 임신중 지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권리와 정보,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 는 청소년일수록, 남성과의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관계에 놓이기 쉬운 조건에 있는 사람일수록,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법적으로 유지될 경우 이들은 더 욱 열악한 조건에 내몰리게 된다. 처벌이 아니라 이들의 결정과 안전한 임신중지 요 건을 보장하고, 후기일 때는 분만 후 입양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사회 적 요건들을 함께 변화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낙태’가 아니라 ‘임신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낙태는 ‘태아 를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낙태가 아니라 ‘임신 중지’라고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임신’이 그저 자연스러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 를 유지하거나 중지할 수도 있는 하나의 과정이며, 특히 이 과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는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과 노동이 필요한 일임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 다. 태아는 여성의 몸을 통해 단지 배달되는 것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은 엄연한 ‘노 동’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일은 사회 전체에서 볼 때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까 지의 사회는 이 과정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았다. 저출산 시대의 암울한 미래를 그토 록 과장하여 위협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의 노동과 삶의 조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인 노동으 로서 고려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는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들의 임신, 출산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 버린다. 임신하면 노동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진정 한 ‘결정권’이라는 게 주어질 수 있을까? 유산이나 사산 시에는 90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낙태죄’로 인해 모자보건법상의 허용조건에 해당되지 않 는 대부분의 인공유산은 유급휴가를 받을 수 없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임신 과 출산을 하는 여성에 대한 보장과 임신을 중지한 여성에 대한 보장이 여성들의 전 체 노동조건 속에서 함께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1990년대 후반, ‘프로초이스’라는 권리 개념이 이 선택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 건들과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을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을 발견한 미국의 여러 인종과 이주. 계급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은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라는 개념 을 새롭게 주창했다. 단지 “개인의 결정을 보장한다”는 언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조건, 고용환경, 인종, 이주, 장애, 질병 등의 사회 적 조건, 물이나 토지, 공기 등의 환경적 조건, 가족 상태에 따른 차별이나 낙인, 경 제적 조건 등을 사회 전체적으로 변화시켜야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 에게까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 정의를 만드는 일이 바로 ‘재생산 정의’ 관점에서의 방향이다. 낙태죄 폐지는 단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확보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 운 생명의 탄생은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사실상 국가의 필요에 따라 생 명을 선별해 온 책임을 다시 묻는 일, 그 생명이 살아갈 조건이 되는 우리의 삶과 노 동을 무시하고 방치해 온 사회를 뒤바꾸는 일, 그럼으로써 여성들의 노동의 의미를 다시 쓰는 일이 낙태죄 폐지 이후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 연결되어 있다. 이제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 24. 44 45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기획 ❷ _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그 이후 ② 낙태죄헌법불합치결정이후 우리의과제: 성과재생산건강과권리실현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성과 재생산 건강의 권리 낙태죄의 위헌성을 둘러싼 기존 법적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 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되 어 왔다. 기존의 법담론은 임신한 여성과 태아를 개별적인, 더 나아가 대립하는 기 본권 주체로 설정하고, 임신한 여성의 몸 안에 존재하는 태아는 여성이 자기결정을 행사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닌 별개의 생명이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여 성의 낙태에 대한 처벌이 정당하다는 논리적 구성을 완성해왔다. 이러한 설정은 기 본권의 주체인 개인을 남성을 기준으로 사고함으로써, 또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몸 을 가진 임신한 여성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이번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17헌바127)의 중 요한 의미는 기존의 법담론에서 전제하고 있는 남성중심적인 개인 설정을 태아와 공존하는 여성의 신체와 삶에 기초하여 변경하였다는 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태 아와 여성을 단순히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별개의 생명체이지만 동시에 밀접하 게 결합되어 특별한 유대관계와 의존관계를 맺는 상호존재로 보았으며, “특별히 예 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이며, 이들의 이해관 계는 그 방향을 달리하지 않고 일치”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 해서 전면적인 처벌이 아닌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와 여성의 결정을 위 한 사회적·심리적 지원의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헌 법재판소 결정은 또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신체를 가진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여성과 태아의 상호의존관계에 기초한 권리 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 판결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생명권과 자기 결정권을 포함한 자유권의 실현을 보장하 기 위한 사회적 권리로서 성과 재생산 권리의 설정은 대립되는 주체가 아닌 상호의 존관계에 놓인 태아와 여성의 권리를 모두 실현하기 위한 법정책의 마련에 있어 중 요한 의미를 가진다.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인구개발회의(ICPD)에 서 인구정책의 인권적 프레임워크로 제시된 성과 재생산 권리는 스스로 건강, 신 체, 성생활, 성 정체성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 성관계와 피임 및 관련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얻는 것, 임신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것, 결혼 여부와 원하는 가족 형태를 구성하는 것,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과 재생산에 대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 강간 및 강제 임신, 강제 낙태, 강제 불임, 강제결혼, 여성 생식기 할례 등을 포함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을 기본적 인권의 차원에서 인식 하게 해준다.3 성과 재생산 권리는 성과 재생산 건강권 일반논평 제22호4 에서 제시 한 바대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 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제12조 건강권에 근거한 필수 적 요소이다. 성과 재생산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 접근권의 강화는 UN의 지 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년 의제에 포함될 정도로 인권의 차원에서 핵심적인 요 소이다. 임신중단은 임신, 출산과 마찬가지로 성과 재생산과 관련해서 개인이 능력 과 정보에 입각한 자유롭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길 수 있도록 정보와 물품, 시설, 서 비스에 대한 접근권 차원에서 논의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쟁점이다. 3 Amnesty International(2012), Realizing 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A Human Rights Framework 참조. 4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2016). General Comment no.22 on the right to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article 12 of the International Covenant oa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4 March 2016, E/C, 12/GC/22.
  • 25. 46 47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건강권 개념이 배제된 ‘모자보건’ 법정책 현재 국내의 피임과 임신, 임신중단과 출산 등 성과 재생산 건강과 관련된 정책 에 대한 기본방향은 모자보건법에 담겨 있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의 제정배경과 현 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의 인구조절정책에 따라 모자보건법이 변화되어 왔을 뿐 여기에는 정책 대상자인 여성과 영유아의 건강(WHO의 건강 개념에 따른 신체 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의 상태)에 대한 권리 개념이나 관점은 사실상 배제되어 있 음을 알 수 있다. 모자보건법은 1960년대 산아제한을 목표로 했던 가족계획사업의 법적 근거로 1973년 제정되었다.5 당시 모자보건법은 건강에 대한 권리가 아닌 모성에 대한 의 무(제4조)를 규정하고 불임수술, 인공임신중절, 수태조절(피임)에 대한 규정을 중 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우생학적 관점에서 열등한 자녀의 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일본의 우생보호법에 영향을 받아, 불임시술과 인공임신중절수 술 관련 규정들에 부모와 관련된 질병 또는 장애에 대한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출산억제정책이 효과를 거둔 이후 임산부 및 영유아 건강관리 및 지도 등을 모자보건사업에 포함하고 이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의무를 신설 하는 1986년 모자보건법 전면개정을 추진하였다. 이로써 모자보건정책은 영아사 망률과 모성사망율을 낮추는 정책으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사 업은 임산부 및 영유아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 게 하는 정책으로 임신 출산의 선택과 조절에 대한 가족계획사업과는 구분되는 것 으로 구성하는 등 모자보건법은 모성의 건강권 차원이 아니라 건강한 자녀 출산이 라는 인구정책적 관점만을 가지고 있었다. 1994년 이후 국제사회의 인구계획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등장한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개념이 국내 모자보건정책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모자보 건법 일부개정인데, 제2조 정의규정을 개정하면서 모성의 정의에 임산부 이외에도 가임기 여성을 포함시켰으며, 모자보건사업을 “모성과 영유아에 대한 전문적인 보 건의료서비스 및 관련 정보 제공 사업과 모성의 생식건강 관리와 임신·출산·양육 5 조영미, “모자보건 정책 분석을 통한 여성건강 개념 확대 방안”, 여성건강 제8권 제2호, 2007, 71쪽. 지원을 통하여 이들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사업”으 로 정의하게 되었다. 모자보건기구의 역할에 성교육 및 성상담도 포함되었으며, 불 임시술에 대한 규정이 아예 삭제되었다. 한국의 모자보건법정책이 인구정책과 이 를 실현하기 위한 모성의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 일부개정을 통해 가족계획사업의 법적 근거를 모두 삭제함으로써 임신 및 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되 구조적인 사회적·경제적 제약을 완화하고 저출산에 대 응하고자 하는 현재 정책적 흐름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성과 재생산 건강권 에 대한 설정 없이 여전히 의무조항만을 둔 모자보건법에서 생식 건강 지원의 핵심 내용은 모유수유 또는 난임극복지원사업에 한정되어 제시되고 있을 뿐이며, 저출 산에 대응하기 위한 인공임신중절 예방 등의 사업 방향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모자보건법에 근거한 국내 재생산 건강 정책의 문제점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 관점에 입각한 건강권의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출산과 인구에 대한 정책적 관점에서 여성의 몸을 출산과 양육을 위한 대상 내지 도 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에 있다. 현재 모자보건법의 구성과 변화는 국가의 인구정 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을 뿐 건강권의 의미나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지난 4월 11일,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된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낙태죄 ‘위헌’판결과 마찬가지이다.
  • 26. 48 49일하는 여성 제107호 2019•상반기 위한 정보와 피임약물 제공, 임신중단에 대한 법개정의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진 바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사회에 성과 재생산 건강 관련 보건정책의 통합적인 방향 제시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과 재생산 건강권 관점에서 모 자보건정책의 전면적인 전환과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신중단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의 방향으로서 성과 재생산 건강권 「성과 재생산 건강권 일반 논평 제22호」에 따르면, 임신중단은 가용성을 보장하 기 위해 필요한 필수 의료서비스에 해당한다. 여성의 모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평 등하게 보장되기 위해서 성과 재생산 건강권 차원에서 요청되는 것은 여성의 모성 결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성과 재생산 관련 의료 서비스 및 보건 정책의 제공, 평 등한 서비스 접근에 장애가 되는 법적, 의료적 규제의 개선, 교육과 상담, 정보제공 등 지원체계를 통한 임신유지 및 중단의 결정을 위한 사회적 자원의 구축이다. 이러 한 관점에서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에 대해 여성과 시술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 과하는 처벌규정은 의료서비스 접근에 대한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기에, 낙태 관련 형사제재에 대해서는 건강권의 차원에서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을 국제사회는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성과 재생산 건강권 차원에서 임신중단에 대한 개인의 결 정에 대해서 특정한 허용사유와 허용기간을 규정하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임신중 단을 처벌하는 법개정의 방향은 적절하지 않다. 사회경제적 사유뿐만 아니라 현재 여성의 건강, 태아의 손상, 성폭력 등과 관련된 허용사유의 설정은 결국 사회적으 로 임신중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근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 의에 기초한 것이다. 이러한 허용사유들은 여성이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소들 인데, 허용사유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러한 허용사유를 판단하는 엄격 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여성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 출산과 양육의 상당한 부담에 대해서, 임신이 된 상황이 이미 여성 의 자유의사에 반한 경우라는 점에 대해서 판단하는 주체는 결국 여성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허용사유에 대한 판단 주체를 의사 또는 의료 인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판단과 설명에 대해 의사들이 검증할 것 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건강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허용기간의 설정과도 관련 있다. 법률상 허용기간 은 재태기간(마지막 생리의 첫날로부터의 기간)의 설정일 뿐 실제 12주 1일인지 11주 6일인지의 엄격한 판단이 불가능하며, 의학적인 차원에서 임신기간의 판단과 설정은 생리주기에 대한 여성의 설명뿐만 아니라 태아의 크기나 무게로 추정된 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용사유 및 허용기간을 법률상 규정하고 그 외의 자발적인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시술하는 의료인들이나 임신중단을 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불명확한 기준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임신중단의 결정을 여성의 건강, 여성과 가족의 상황과 조건, 사회 적 지원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성이 임신중단에 관련된 정보와 상담에 언제든지 장애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구축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임신과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성교육과 피임 접근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약물 낙태의 허용, 낙태시술에 대한 정보제공 등 의료서비스 접근 역시 강화해야 한다. 의사 등 의료 인이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차원에서 환자의 자기결정에 조력할 수 있도록 의료인 의 역할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성과 재생산 건강권의 차원 에서 임신중단 관련 정책의 설계 방향이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태아와 여성의 상 호의존관계에 기초한 임신, 출산, 양육에서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