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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하반기|통권제108호
2019 하반기
통권 제108호
모든이가존중받고성평등하게일하는그날까지
지금당장,성평등노동!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 산 여 성 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특집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기획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기획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TimeforEqualPay!
성별임금격차해소를염원하는일하는페미필수템
텀블벅에서만나보세요.
한국의성별임금격차100:64.2000년,OECD가집계를시작한이래계속1위!
그런데도세상엔여전히성별임금격차의존재를부정하는목소리들이들립니다.
"동일노동이아닌데,동일임금을왜?"
"시집가고애본다고자발적으로직장그만두잖아요."
"여자들이능력이없어승진을못하는어쩌라고!"
"힘든일은다남자가하니까그렇죠."
이런공격에지치셨나요?화는나는데어떻게받아쳐야할지모르시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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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3	 젠더 관점으로 본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
09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
13	 쉽게 잊힌 ‘1970년대 N번 시다’들의 이야기
17	 투쟁으로 뜨거운 2019년, 어두운 터널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21	 여성노동운동의 계보를 잇다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5	 2020년 총선, 성평등노동을 주문한다
29	 21대 국회에 바란다!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3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으로 해결될 일?
37	 의도적인 채용 차별은 없다?!
	 칼럼
44	 직장 내 성희롱 ‘정의’와 ‘제3자 신고제도’에 대한 변화 모색
	 시선
48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50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우리가 바꾼다! 성평등의 정의로!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52	 태풍이 지나간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로 재오염
	 평등의전화
55	 간절한 기도 : 2020년에는 ○○씨가 성평등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기를
	 여노가 뛴다
58	 페미니스트 노동자에게 독립생존이란
62	 우린 필요해 존중이!!
65	 경주의 비정규직 여성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68	 벌 받지 않는 사회, 좌절하고 힘겹지만, 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72	 2019년 젠더에 눈을 뜨다, 우리가 마을에서 발견한 것들
76	 느리게 가더라도, 끝까지 워·라·밸을 향해~!
일하는여성 통권 제108호(반연간지/회원용)
발행일 2019년 12월 13일 | 발행인 배진경 | 편집위원 이을 | 표지 이미지출처 http://papers.co
발행처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서교동 351-28) Tel.02-325-6822
2019하반기
통권 제108호
모든이가존중받고성평등하게일하는그날까지
지금당장,성평등노동!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3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김상숙 |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
젠더 관점으로 본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
민주노조 운동을 중심으로1
| 국가·기업·가족이 공모한 가부장제 속에 여성노동자
1970년대는 국가의 정치적·제도적 노동 통제와 함께, 국가·기업·가족이 공모한 가부장
제의 실현, 이를 바탕으로 한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장과 노동과정 통제 속에 성별 임금
격차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 전략이 실행되었던 시기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성장에 성별 임금 격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국가라 할 수 있다.
Seguino에 의하면, 1965년부터 1991년 사이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연평균 GNP 성
장률은 6.5%이며 그중 한국은 7.3%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은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중이 평균 48.5%로 동아시아 9개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GDP 성장률을 가장 높았던 반면, 성별 임금 격
차는 가장 높았고 제조업 내 여성 소득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처럼 여성을 저임금 전략
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막는 효과도 가
져왔다(Seguino, 2000a; Seguino, 2000b; 신경아, 2018, 88~93). 즉, 급속한 경제성장의 시기에
나타나는 계급 갈등을 무마하고 완화하는 데 성 불평등이 이용되었으며 그 사회적 부담
1	이 원고는 지난 10월 30일, 김경숙열사 40주기 기념 심포지엄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의 발제문을 요약한 글
이다.
피, 땀, 눈물. 70~80년대 한국경제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터와 사회의 가장 낮은 자
리에 있던 여성노동자들 덕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성차별적인 일터에
서 여성노동자들은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서슬 퍼런 독재 정권 아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그들
의 저항은 생존권 요구를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위대한 투쟁이었습니다.
2019년은 회사의 야만적인 노동 착취에 대항해 신민당사 농성 투쟁을 하다가 국가폭력에 의해
사망한 YH 노조 김경숙 열사의 4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질 때 지더라도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
해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라는 각오로 결사의 투쟁을 했던 김경숙 열사와 YH 노동자들은 힘없
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여동생’이 아닌, 노동자계급을 위해 투쟁을 조직하고 한국사회의 진보를
견인한 당당한 역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일하는여성 108호 특집에서는 이들의 투쟁을 페미
니즘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가려진 현대사의 주인공으로 여성노동자의 분투를 기재하기 위한 여
성노동자회의 행보를 담았습니다.	 - 편집자 주
특집 |
여공,기억에서역사로
04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5
은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이 시기 가족 안에서 여성에 대한 성 차별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적 교육자원 배분은 노
동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가의 공교육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사회의 빈
곤 가정 부모들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자원을 차별적으로 배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10~20대 초반의 나이에 남성보다 3~6년 정도 더 일찍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
군이 형성되었고 이는 미혼 여성 노동력 중심의 저임금 노동시장이 형성되는 바탕이 되
었다(Chung, Jinjoo, 1997, 52~55). 특히 1977년 정부가 산업체 학교 제도를 시행한 이래 산
업체 학교 취학 노동자 군이 형성되었고, 이는 경공업 부문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저임
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김상숙, 2018b, 112). 이 시기 한국
의 여성 노동력 중심 사업장은 전자와 섬유로 양분되면서, 여성노동자들도 1군 노동자
(전자 산업 및 대기업에 종사하는 20대, 고졸 중심)와 2군 노동자(섬유산업 및 중소 영
세기업에 종사하는 10대 및 불특정 연령대, 중졸 이하 중심)로 나눠졌다(Chung, Jinjoo,
1997, 46~49).
| 작업장에서의 성별 위계질서
여성 노동력이 중심이 되는 대부분 작업장에는 남성 노동자가 상위에서 관리·감독자로
일하고 여성노동자는 말단 생산직에서 일하는 형태로 노동조직이 편제되어 있다. 그러
므로 위계질서의 말단에 있는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자본으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기
보다는 소수 남성노동자들의 통제를 받는다. 이런 현상은 70년대 노동 현장에서도 여성
노동자 통제의 주요 전략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의 기술적 특성이나 기업 규모의 차이에 따라 성별 분업
과 성별 위계구조의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고 작업장 젠더 통제의 형태와 강도도 다
르게 나타났다(김상숙, 2007: 71~72). 이러한 성별 위계 구조를 통해 남성 노동자는 여성노
동자에 대한 노동 감독자가 되고 때로는 사적인 후견인이 되어 작업장 안에서는 단순 인
격적 통제와 성적 통제를 했고, 작업장 밖의 생활도 관리하여 노동력 이탈을 방지하며
노동력을 재생산했다.
국가, 가족, 기업에 의해 계급적 측면뿐 아
니라 가부장적 측면에서도 차별받고 소외
되고 통제된 상태에서 당시의 여성들은 노
동하며 삶을 꾸렸다. 고된 생존의 과정은
자본에 포섭되거나 순응하는 양상으로도
나타났지만, 새로운 해방의 지식을 만났을
때는 폭발적인 힘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하
는 추동력이 되었다.
|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운동의 특징
1970년대에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에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이 증대하면서 다양한 사
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
도 증가해, 1977년에는 19.5%에 달했다(한국노총, 2018, 59; 한국노동연구원, 1990, 152; 박현미,
2019, 1). 이 시기 여성노동자운동은 서울지역, 봉제·섬유업체에서 다수 일어났으며, 대부
분 미조직 사업장의 노조 결성 투쟁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신규노조 결성이
나 노조 민주화를 통해 이전의 어용노조와는 구분되는 민주노조 운동을 전개하였다. 민
주노조 운동은 섬유나 봉제 업체 중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1,000명 이상의 대
기업이 많이 일어났다.
1970년대는 관변노조나 어용노조가 지배하던 시기이다. 여성 중심 사업장도 노조 간부
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섬유노조의 경우, 1965년 기준으로 한국노총 소속 조
합원 33,061명 중 여성 조합원은 27,934명으로 84.5%를 차지했으나 지부 간부 376
명 중 여성은 65명으로 20.9%에 불과했다. 그 역할도 노조에서 주변 업무에 해당하는
부녀부장 등 부녀부서 업무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차별받았
다(박현미, 2019, 66, 70, 72).
이러한 상황에서 어용노조의 행태에서 벗어나 국가와 기업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추구하
는 노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여성 중심 사업장에서 선구적 여성노동자들이 간부로
선출되어 여성 리더십을 형성했다. 노동조합 사상 한국 최초로 여성 지부장이 탄생한 것
YH 노동조합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당시 모습
06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7
은 1972년의 동일방직이다(동일방직복직투쟁
위원회, 1985, 32). 그 뒤 전체적으로 여성 간
부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한국노총
사업 보고(1975, 1977, 198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여성 지도자들의 ‘관계 지향’ 민
주적 리더십
1970년대 상황에서 ‘자주적 노조’의 유일
한 생존 방법은 조합 민주주의 실현이며, 특히 여성 주도 민주노조에는 항상 사측의 사
주를 받아 남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와해하고 어용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므로,
민주노조 간부들은 노동자를 대변하고 조합원의 지지를 받아야 노조가 살아남을 수 있
었다. 따라서 기층노동자의 호응을 받는 여성 리더들은 도덕적이고 민주적일 수밖에 없
었다(김원, 2005, 476~477). 또한, 자본과 국가로부터의 노조를 지키려면 지부장 및 지도부
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 중심 사업장에서 여성 간부들은, 관리자
또는 준 관리자 출신으로 노조 간부가 되던 남성들과 달리 기층 현장에서 성장해온 노동
자들로 현장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왕언니’이자 ‘대변인(spokesmen)’들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조직을 관계의 네트워크, 그물망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직의 중심 역할
(center-women)을 하는 리더가 구성원들을 상호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Sacks,
1988), 남성과 달리 조직의 위(top)에 서기보다는 조직의 중심(center)에서 구성원들을 상
호 연계시키는 상호 작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Helgesen, 1990). 그러므로 여
성 지도부의 카리스마는 남성 지도부의 권력 지향적인 카리스마와 달리 현장 지향적이
고 관계 지향적인 특징이 있었다.
또한,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중 원풍모방과 YH 등 일부 노조에서는, 소모임을
기본적인 구성단위로 하여 아래로부터 노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대의
원 모임도 중시했는데, 이 모임은 노조의 중간 지도력으로서 기층 조합원들의 네트워크
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촉매자가 되기도 하였다. 그
들은 교육과 의사소통을 중시했고, 참여형 교육을 자주 했다. 투쟁방식에서도 소수가 전
투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다수가 동의하고 끝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전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 역사 속 여성노동자 운동의 의미를 계승하기 위하여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은 이후에 전개된 한국 여성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70년
대 운동에서 배출된 활동가들은 80년대 이후에는 각 지역에서 여성노동자회를 건설하
면서 새로운 여성노동자운동을 건설하는 데 주축이 되었다. 새로운 여성 노동운동의 진
행 과정에 과거 여성 주도 민주노조의 활동방식은 좀 더 여성주의적으로 초점을 맞춰 이
론화되었다. 이는 오늘날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운동으로 계승되면서 전
문성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을 젠더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민주노조 운동이라는 범주에 묶이지 못한, 그러나 국가와
기업, 그리고 작업장의 남성 지배 권력에 저항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에 관한 것이다.
70년대 민주노조 운동은 전체 여성노동자 운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그 대상도 수도권
의 일부 대기업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조 운동의 언저리에서, 또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어난 여성노동자 운동의 실상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
다.
또 하나 중점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운동의 공동체적
성격과 인간화 운동의 측면이다. 노조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1970년대 여성 주도 민
주노조는 경제적 이해관계 실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유신독재의 엄혹한 시기에 국
가·기업·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가장 고된 삶을 살던 여성노동자들이 머
물던 공동체적 터전이자 해방구였다. 여기에서 노동과 삶의 고귀함을 자각하기와 같은
인간화 운동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한때 경제주의나 조합주의로 폄훼된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운동은 사실, 매우 정치적이고 혁명적인 요소를 품었던 운동이었다
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사회운동사 속에 많은 이념과 노선이
흘러갔지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갖고 이어져 오는 사회변혁 운동의 기본정신이 여성 노
동 운동사를 재조명하며 더욱 발굴되길 바란다.
당시 YH노조 지부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김
경숙열사기념사업회 최순영 공동대표
08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9
| 참고문헌
■ 김상숙(2007), 『지역과 젠더통제, 여성노동자들의 저항: 80년대 대구지역 섬유산업을 중
심으로』,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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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공장의 ‘기사’ - ‘직수’ 팀 노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제119집.
■  (2018b), 「‘희망 고문’과 고투(苦鬪) - 산업체 학교 제도와 여성 노동자들의 생애사
적 경험 : 1980년대 대구경북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술사연구』 제9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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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 politics), 여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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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국노총 활동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신경아(2018), 「‘여성’일자리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여성고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을 위한 제언」,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문재인 정부, 여성노동정책에 없는 것!』(2018 여성
노동대토론회 자료집).
■ 원풍모방 해고노동자 복직투쟁위위회 1988, 『민주노조 10년 - 원풍모방 노동조합활동과
투쟁』,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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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Doubleday Cur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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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litics of Empowerment, eds. Ann Bookman and Sandra Morgen.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 Seguino, Stephanie(2000a), Gender Inequality and Economic Growth: A Cross
-Country Analysis, World Development 28:7, 1211~1230.
■  (2000b), Accounting for Gender in Asian Economic Growth, Feminist
Economics 6:3, 27~58.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신경아 |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2
| 다시 불러보는 이름, 김·경·숙
2019년 겨울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김경숙’이란 이름은 낯설다. 그 앞에 ‘열사’
란 말까지 붙는다면 더욱 낯설어질 것이다. 그러나 1979년 8월 11일 새벽 김경숙을 떠
나보낸 그때부터 오늘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기억했던 동지와 친구들에 의해 김경숙은
다시 소환되어 우리들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김경숙의 일기장을 펼치고 낡고 바랜 사진 속 그녀의 순박한 눈빛에 시선을 맞춘다.
아주 많은 것들이, 여성의 행위였단 이유로 외면되거나 평가절하되어 왔다. 드라마의 주
인공이 여성이었지만, 드라마의 이름은 남았어도 그 안의 여성들은 지워졌다. 1970년
대 여성들이 주도한 민주노조운동이 그랬고 1980년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지
는 전두환 독재시대 구로동맹파업이 그랬다. 여성들이 기획하고 성공을 거둔 ‘여성들의
저항’이었지만, 남성 지식인과 노동운동가들의 편협한 눈에는 전사(前史)에 불과했다. 정
통 역사(Orthodox History)에 포함될 수 없는, 소수자들의 주변적 이야기(herstory of minority)
로 치부됐다. 그러나 김경숙이 존경했던 선배 최순영과 그녀들을 민주노동운동으로 이
끌었던 신인령, 그리고 YH노동조합의 동지들은 살아남아 진실을 알렸다. 이 소수자들
의 주변적 이야기가 한국 근대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큰 상처로 남을 박정희 독재체제를
2	이 원고는 지난 10월 30일, 김경숙열사 40주기 기념 심포지엄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의 발제문을 요약한 글
이다.
10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1
둠’ ‘밤’ ‘모래벌판’ ‘여름 불볕’ 같은 고난과 시련의 상징어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
나 정작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이미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열아홉 순정’ ‘짓밟힌’
‘예쁜 아가씨’가 그녀를 가리키는 언어들이다. 김경숙은 이 시에서 노동자도, 주체적인
여성도, 민주노동조합의 지도자도, 죽음을 각오하고 독재정권에 맞선 투사도 아니다. 열
아홉 순정을 짓밟힌 예쁜 아가씨일 뿐이다.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정권의 가혹함을 극
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삶과 죽음을 가장 단순한 차원으로 환원해
버리는 남성적 시각이 드러난다. 이런 수사(레토릭)는 민주화운동 시대 내내 우리가 보아
무너뜨린 전투의 대서사(Great Narratives)임을 밝혔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60~70년대
그리고 80년대 여성들이 주도해 싸웠던 민주노조운동이란 토대 위에서 성장해 왔음을
일깨웠다.
| 남성지식인의 시선이 빚은 타자화
김경숙의 삶과 죽음에 내포된 시대적 의미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명료하지 않다. 오히려
그녀의 삶은 1979년 2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 시점의 해석으로 박제화되어 별다
른 성찰 없이 우리에게 던져져 왔다. 대표적인 예가 『YH노동조합사』(형성사, 1984)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차지하는 두 편의 글은 당시 남성지식인의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
다. ‘YH를 생각하며’라는 머리글에서 고은은 YH 여성노동자들을 ‘민족의 해당화’로 김
경숙을 ‘한서린 처녀의 삶을 끝낸’ ‘민족의 꽃송이’라고 불렀다. 첫 장에 실린 양성우 시인
의 추도시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시의 전반적인 정조는 추도시답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경숙에 대한 아픔을 그렸
다. YH 노동자투쟁의 희생자답게 ‘엉겅퀴 쑥대밭’ ‘불길’ ‘돌멩이’ ‘피흘리며’ ‘날선 칼’ ‘어
김경숙 열사 40주기를 맞이하여 개최한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심포지움
그대 못다 부른 슬픈 노래를
- 양성우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엉겅퀴 쑥대밭에 불길로 타고
두 손에 큰 돌멩이 나눠들고 소리치며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평생을 살아봐도 오히려 낯선
짐승 우는 야만의 푸른 언덕 위에
누가 남아 피흘리며 날선 칼을 꽂을까?
모두가 어둠 속에 묻힐지라도
밤은 끝내 밤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나니,
그대 못다 부른 슬픈 노래를
땅을 치며 부르리라, 예쁜 아가씨
죽어서도 오히려 또다시 죽는
이 나라의 배고프고 예쁜 아가씨
눈 먼 풀잎 모조리 태우는
끝모를 모래 벌판 여름 불볕 아래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12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3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여름 |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쉽게 잊힌
‘1970년대 N번 시다’들의 이야기
전태일에서 김경숙까지,
여성노동자 운동 발자취 ‘언니Ro’ 탐방기
서울여성노동자회(서울여노)는 김경숙 열사 40주기를 맞아 그 정신을 기리고, 여성노
동자 운동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당시 투쟁현장을 잇는 ‘언니Ro’ 코스를 개발하고 탐
방을 진행했다.
서울여노 사무처 활동가들과 전 콘트롤데이타 부지부장 유옥순 님, 여성 노동사를 연구
하시는 유경순 님, 서울여노 회원이자 공정여행작가이신 신민정 님 그리고 관련 기관·단
체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언니Ro’의 거점을 검증·선정했다. 이
후 찜통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네 차례의 답사를 진행한 끝에 1960~80년대 여성노동자
들의 투쟁역사가 담긴 노동 현장을 총 4코스(구로, 청계, 영등포, 금천)로 구성한 ‘언니
Ro’가 탄생했다. 올해는 이중 ‘구로 언니Ro’(9/28), ‘청계 언니Ro(10/18)’ 두 개 코스의
탐방을 진행하였다.
| 언니Ro에 오면 진짜 언니들이 있다!
구로 언니Ro 탐방을 하며 구로 산단공단에 있는 ‘수출의 여인상’에 들렀을 때였다.
1974년 구로공단의 탄생 10돌을 기념해 초기 섬유·봉제산업을 이끈 여성 근로자들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지어진 이 동상 앞에서 전 콘트롤데이타 부지부장 유옥순 님은 당찬
온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16년까지 작성된 네 편의 글에서 김경숙은 열아홉 순정의 나이에 짓
밟힌 가여운 여공 또는 한 떨기 백합꽃으로 묘사된다. 생전의 김경숙과도, 죽음에 맞선
김경숙과도 어울리지 않는 해석이다. 민주화운동 시대 남성 지식인들의 시선이 만들어
낸 대상화이자 반(反)여성적인 타자화다. 여성 스스로의 눈으로 김경숙의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
김경숙이 남긴 일기와 글,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남동생의 학비를 대는 가난한 농민가족
의 큰 딸에서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고, 노동운동가로서 사상과 의지를 갖추어 가는 여정
을 읽을 수 있다.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를 만난 후 쓴 일기에서
그녀는 ‘비인간적인 사회의 모순점을 볼 때 정말 이가 갈리고 죽이고 싶다. 육체적으로
편안하기 위하여 연약한 근로자 여직공들을 왜 못살게 하는가… 더러운 비인간화들은
꺼져라. 민주주의 이 땅위에 왜, 왜, 왜 정말 억울하기만 하고 울분만 나오고 우리들의 마
음은 더욱 강인해진다.’고 토로했다. 8월 10일 저녁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에 한 말은 유
언으로 남았다.
“우리 노동자가 노예가 아닐진대, 어찌 순순히 끌려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차라
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이 암혹한 노동현실에 이 한 몸 노동운동
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노동운동에 거름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 노동자를 철저
히 소외시키는 이 사회에 노동자도 인간으로 살아 외칠 줄 안다는 것을 우리 몸으로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1970년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을 외치며 산화해 간 전태일의 선언과 다르지 않
다. “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다”는 최순영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깊다. 이 깊은 울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성의 시선으로 김경
숙 읽기를.
14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5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여성노동자들은 번 돈을 집으로 송금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오빠와 남동
생의 학비를 대는 여공들도 많았죠.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 달에 2번 정도 쉬었어요.
명절이 되면 회사 마당에 우리를 고향까지 실어줄 버스가 줄 지어 서 있어요. 명절이
끝나면 다시 태워 돌아옵니다. 얼핏 복지서비스 같죠? 실상은 ‘구속버스’였습니다. 어
린 여공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가서 가족들 만나 며칠 지내다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안 돌아올까 싶어 태워 온 거예요.”
민주노조 운동이 활발하게 있었던 삼경복장 자리가 있던 곳에서는 과거 그 회사의 노동
자였던 윤혜연 님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봉제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며 작업물량을
해내고, 산업체 특별학급 졸업장을 따 기어이 전자 회사(가리봉전자)에 취업했던, 그 야
무진 소녀의 생생한 삶을 이 보이는 듯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어요. 나이가 너무 어리다 해서 2살 속여 16살로 봉제
공장에 입사했어요. 잔업만 100시간 넘게 했고, 철야도 일상으로 했습니다. 작업하다
가 다이(작업대) 위에 대충 옷 깔고 잠을 자는 생활을 8년간 했죠. 그때 좀 잘 자고 잘
먹었으면 키가 더 컸으려나요? (웃음) 고된 일상에도 우리는 야간 산업체 특별학급 진
학을 꿈꿨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봉제공장보다 대우가 좋은 전자 회사를 가기를 희망
했죠.”
청계 언니Ro 탐방에서는 평화시장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분신 항거 후, 그의 어머니 이
소선 여사와 동료들이 조직한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사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청계피복노
조 교육선전부장 이숙희 님은 ‘작은 옷가게 사장님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던 소녀들’
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9시 출근 8시 퇴근을 요구해 노동시간 단축을 관철하고, 퇴근 후 공부, 취미 모임을
했습니다. 미싱사가 시다의 월급을 주게 하던 관행을 없애고 ‘시다 직불제’를 도입했
고. 16인 이상 사업장에만 가능하던 퇴직금을 소규모 공장 위주이던 평화시장에 맞
게 10인 이상 사업장도 주도록 했어요. 청계 피복 여성노조원들은 ‘빨갱이 같은 년들’
이라 욕을 들으면서도 투쟁 의지를 굽히
지 않았습니다.”
| N번째 시다들, 역사를 만들다
청계언니Ro 탐방 중 돌아본 전태일기념관
전시관에는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작업공
간 ‘다락방’이 재현되어 있었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 없고 기지개는 엄두도 못 낼
그런 공간이었다. 전 청계피복노조 교육선
전부장 이숙희 님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에서 착취당했던 당시의 뼈아픈 상황을 전해주었다.
“휴식시간을 주지 않아 작업 중에 눈치 보며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다닥다닥 붙은
다이(작업대) 밑으로 기어 나와야 해서 많이 참았죠. 켜켜이 쌓인 원단이 뿜어내는
먼지는 고스란히 코로, 입으로 들어가 각혈과 폐병을 유발했습니다. 회사에 알렸다가
는 해고될 게 뻔해 병을 숨기고 일해야 했어요. 우리는 이름도 없이 ‘1번 시다’, ‘2번
미싱사’으로 불렸어요”
물에 말면 쌀벌레가 둥둥 뜨는 구내식당 밥, 출퇴근 때마다 여공들의 가방과 옷을 수색
하는 사측. 회사는 급성장해도 제자리인 월급. 여성노동자들은 이 같은 부당행위와 인권
유린을 숱하게 겪으며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
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들이 ‘불온한 사상’을 지녀
서가 아니다. 일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근로조건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며 문제의식이
생겼고, 노동조합을 통해 학습하며 평등과 정의에 대한 열망이 성장한 결과였다.
청계피복노조가 조직한 ‘구로동맹 파업’은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일어난 노동자들의 정
치적 동맹파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1985년 6월 24일에서 29일까지 6
일에 걸쳐 대우어패럴, 효성물산, 가리봉전자, 선일섬유, 부흥사 5개 노조가 동맹파업
을, 다른 5개 노조가 지지연대투쟁을 벌였다. 대우어패럴 노조가 깨지면 다른 노조도 깨
70년대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의 삶
을 전해주고 있는 전 청계피복조노 교육선전부
장 이숙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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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연대투쟁이었고,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었
다.
현재 쇼핑몰이 대거 밀집해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마리오 사거리’가 바로 구로동맹
파업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곳에 대우어패럴, 서울통상, 효성물산이 바로 이웃해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은 파업 당시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자 회사 건물 창문에 매달려 수건
을 흔들어 연대와 지지를 표시했다. 유옥순, 윤혜연 님은 노동운동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 회상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보고서는 구로동맹 파업을 두고 ‘아름
다운 6일간의 만남’이라 기록했다. 이번 탐방에 함께한 이들은 이제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아울렛 매장에서 옷을 ‘득템’할 생각보다 서로에게 수건을 흔들며 응원하는 언니들을 먼
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그간 여성노동자는 산업화의 흐름 속에 집안을 위해 희생한 착한 딸, 혹은 도시 빈민으
로 살아가는 ‘공순이’로 한정해 그려졌다. ‘공순이’라는 별칭에 녹아 있는 멸시는 언니Ro
탐방에서 확인한 언니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언니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훼방 놓기 위한 사측의 회유도, 구사대(노조 진압을 위해 사측이 고용한 사람들)
의 무자비한 폭력도, 인간으로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언니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민주노조 운동을 견인한 언니들은 용감하고 강인한 운동가였다.
역사의 주인공인 이 언니들을 제대로 알리고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남성
중심 역사관에서는 가려진 언니들의 진짜 이야기, 우리 언니들이 노동하며 투쟁한 이야
기는 내년 언니Ro 탐방에서 계속된다.
구로 언니Ro를 개발하며 구로 2,3공단은(현 금천구) 표지석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
여성노동자회는 금천구청에 표지석을 보강해 세워주라고 요청했고, 금천구청이 이를 받아 들
여 올 연말까지 구로지역 6곳에 표지석을 세우기로 했다.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투쟁으로 뜨거운 2019년,
어두운 터널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김경숙 상 6회 수상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편지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4년부터 열사의 뜻을 이어가고자, 투
쟁으로 역사의 진보를 열어가는 현재의 여성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올해의 여성노동운
동상 ‘김경숙 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올해 6회를 맞는 ‘김경숙 상’의 수상자는 한국도로공사의 불법 파견과 불법 외주화에 맞
서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요급수납원들이다. 당초 도로공사의 직원이던 요금수납원들은
2000년대 들어 외주용역업체 소속의 노동자로 전환되었다. 여성노동자가 밀집되어 있
는 ‘요급수납’직무를 도급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사의 업무지시 및 감독은
지속되었고,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부터 자신들이 공사의 직원이 맞는지를 묻는 근로
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승소, 그리고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도 요급수납원들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의 필수·상시업무를 하는 직원처럼 일하고 있다
는 점을 인정하여 ‘불법 파견’임을 확인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은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모
두 직고용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0월 9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동조합과 ‘정규직 전
환 합의’를 하면서 대법원판결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서 선택적으로 직접 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
해 고용 불안정과 근로조건 하락을 시키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전형적인 자본의 방식이
자, 여성노동자가 가장 많이 포진된 직무를 외주화하려는 성차별적 행태이다.
직접 고용을 거부하는 자본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저항하여 요금수납원들은 서울톨게
이트 지붕 위, 한국도로공사 김천본사, 청와대 앞 등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약 5개
월간의 여정에도 서로를 등불 삼아 꿋꿋이 견디며, 나와 이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18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9
지금까지의 나는 중요한 결정에 있어 나 자신을 항상 맨 나중에 두었었다. 일과 육아
가 힘들어 동동거릴 때 휴직을 권하는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집안일에 개입해 줄 것을
끝까지 요구하지 못하고 참다 참다 명예퇴직을 했고 그 길로 경단녀가 되어 커리어를
되찾을 수 없었다. 다시 일하고자 했을 때 사회는 어느새 구조조정이 끝나있어 내 자
리는 없었고, 그나마 얻은 계약직 일자리는 시부모님 병간호와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그만두기도 쉬웠다.
다시 시작하고자 한 학업은 엄마의 창업과 애들 교육으로 한없이 늦어졌다. 나의 희
망은 길목마다 욕심으로 치부되며 다음으로 미루기가 반복됐다. 시부모님 두 분을 보
내고 나니, 이번엔 내 엄마 아빠가 병이 들었는데 수험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돌보려
니 병원비와 필요한 시간을 한 방에 해결하기에는 3교대로 돌아가는 톨게이트 요급수
납직이 딱 맞았다.
그러나 막상 일해보니 식사도 잠도 제때 못 챙기는 데다 최소한의 수면량조차 채울 수
없었다. 업무시간 중에는 행여 실수라도 할까 늘 긴장한 상태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퇴근하면 쉬어야 했지만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일상에 지쳐갔다.
그런 중 6월부터 시작된 직접 고용 쟁취 투쟁은 코피는 날지언정 내 삶에 활기를 주었
다. 지긋지긋한 불법파견, 중간착취 거부로 시작된 이 투쟁을 해나가며 좀 더 주체적
으로 내 고집대로 새롭게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끝없이 영향을 주던 가족 등 주
변인들과 잡다하고도 끝없는 집안일과 분리되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함께 싸우
는 동지들로부터 무한에너지를 받는 덕이다. 걱정과 우려로 시작했으나 기다림에 지
쳐 협박을 넘어 비난과 손가락질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예전의 나였다면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을 했겠지만, 올해의 나는 좀 바뀌어 있다. 한없이 이기적으로 내 일,
내 선택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앞 투쟁을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상경 했을 때는 정말 뭣도 몰랐었다. 일정만
마치면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여 집회나 좀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무더운 더위
와 태풍 장맛비 속에서 노숙 농성과 거리행진을 하게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이젠 김천
본사 점거 농성까지…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을 맞이하며 긴 여정을 달리고 있다.
나는 지금껏 노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비정규직을 당연한 거로 알았다. 그래서 소
장들에 심부름도, 대리운전도, 심지어 아침밥 챙겨주고 치우고 퇴근하는 그런 어리석
은 일을 하면서도 지금껏 그게 노동 탄압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에 날까 봐
잘릴까봐 시키는 대로 한 것이 해고되고 여기 투쟁 현장에 와서야 잘못된 것을 알았
다.
투쟁하며 처음으로 길에서 노숙도 해보고, 거리행진도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
도 해보고, 문화제 무대에서 합창도 해봤다. 이렇게 중년이 돼서야 처음 해보는 새로
운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여러 사람에게 박수갈채도 받았다. 투
쟁 과정에서 나 자신과 시친(시위 친구)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
는 것도 정말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벅차다. 어설프고 미숙한 그대로 날 것의 느낌, 세
련되지 않아도 정있고 한없이 따뜻한 동지들과 함께 가장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하며 의
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들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걸 보니 우리 모두 역시 ‘여
전사’인가 보다. 함께하며 세상의 많은 것을 새로 배우는 지금, 인생의 어두운 터널에
서도 빛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실태를 알아간다. 영주지사 화장실
가는 계단에서 위험하게 떠다밀며 비웃던 정규직 직원들, ‘거저먹으려고 하지 말고 시
험 봐서 정규직 돼라’던 이들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 누군가가 배우지 못
하고 무능해서 비정규직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철폐를
선두에서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투쟁을 알아주
문재인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시위를 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막아 선 경찰.
20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21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여성노동운동의 계보를 잇다
지역여성노동자회,
70년대 여성 노동운동 선배들과 토크콘서트를 열다
“동일방직에 여성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생리휴
가, 점심시간 30분 찾기, 제시간에 출근하기
등 근로조건 개선들을 이루어졌어요. 회사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싶다’고 외칠 때
마다 더 짓밟고 탄압하고 노조를 깨려고 작정
을 했던 거예요.
정식으로 투표를 통해 지부장을 선출해야 하
는데 똥물을 뿌려가면서 선거 방해를 했던 거
죠(78년도 2월). 투표 못 하게 방해하려고 똥
물을 플라스틱 양동이에 들고 투표 장소에 와
서 먼저 뿌리고 투표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뿌
리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죠. 그러고 나서 3
월 10일 노동절 장충체육관에서 최규하 국무
총리가 축사하는 자리에 우리가 거기에 가서
우리 사건을 알리자고 약속을 한 거예요. 국무총리가 “첫째”, “둘째” 할 때, 다 일어나
서 플래카드를 쳐들고 ‘똥 먹고 살 수 없다! 동일방직 문제 해결하라!’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삽시간에 다 사람들이 차에 실려 연행됐어요.”
- 전 동일방직 노동조합 사무차장 최연봉 님(10월 14일 인천여성노동자회 토크콘서트에서)
고 연대와 준 많은 동지, 후원해주는 많은 단체를 보며 세상의 정의가 아직 살아있음
을 느낀다. 덕분에 몸이 지치고 고단할 때에도 “이것이 옳다”고 다잡으며 감당할 수
있다. 회사와 정치권이 노동자를 갈라쳐서 마음을 흩트려 놓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질끈 잡아 동여매고 여기까지 싸워온 우리의 싸움이 헛되지 않도록 나아갈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하는 조합원으로서 밀알이 되어달라고들 하지만 우린 밀알로 남아있고
싶지 않다. 열매를 따고 싶다. 그 열매는 대단히 큰 것이 아니다! 대법원도 인정한 대
로, 법대로 직접 고용하라! 직접 고용 쟁취하는 날까지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고. 누
가 보면 미쳤다 할 정도로 환한 웃음 지으며 즐겁게 투쟁하여 모두 함께 직접 고용 되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노트에 또 하나의 꿈을 새겨놓는다.
동지들아~ 어디가 되었건 조끼 입고 운동화 끈 단단히 매고 다른 집회 현장에서 다시
만나자! 마음으로 금전으로 시간으로 진 연대의 빚, 연대로 다시 갚자!! 그리고 육십
이 되고 칠십이 되어 우리의 공통분모 2019년을 뜨겁게 회상하자!!
- 김천 도로공사 농성장에서
✽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이정미(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원주지회), 유임순(민주일반연맹 공공연
대노조 동광양분회) 님의 글을 각색했습니다.
22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23
“열 세살에 공장에 들어가 7번 미싱사 밑에서 일해 공장에서 나를 ‘7번 시다’로 불렀
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청계피복 노동교실(사진) 무료 중등교육’ 전단지를 보고 노조
에 찾아갔어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초등학교도 못 졸업했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거든요. 가니까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했어요. 그때 스물 세살에
처음으로 내 이름을 물어봐 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감옥에서 나와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노조를 그만둘 수 없었던 건. 그 당
시 동료가 내게 건넨 말들 때문이었어요. ‘신순애 씨, 어디 아파요?’ 하고 물어보는 조
합원들이 있어서 버텼고, ‘순애야, 고마워~ 우리가 너희 덕에 휴일에 놀게 됐어’라고
노동조합 활동의 의미를 인정해주던 친구들이 있어 그 시절 나는 신이 나고 행복했어
요.”
- 전 청계피복노조 조합원 신순애(10월 1일 부산여성회 토크콘서트에서)
“그 시대 때는 여자들 같은 경우는 그냥 인간이 아니라 부산물이야. 오빠인 남자, 동
생인 아들이 아들들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하는 부산물로 태어난 거지. 이름도 없어.
이름이 그냥 공순이지. 공장에서도 남자는 주임이나 반장이나 책임자 역할을 하고.
하물며 남자들은 담배 필수 있는 시간을 딱 주는 거야. 여자들은 화장실 갔다가 좀
늦게 와도 반장은 난리인 거야. 지금에서 보면 그게 성차별이지. 내가 문제제기를 했
더니 ‘억울하면 서서 오줌 누면 되잖아’라며 비아냥거리더라고.
출근 투쟁에, 단식농성도 하고(사진)… 전두환 정권과 사측이 너무 극악했어. 하지만
우리는 후회가 없어요. 비겁한 승리보다, 정의로운 패배가 더 낫지. 노동자가 싸우는
자체가 승리하는 거에요! 안 싸울 때가 지는 거지요. 역사는 민중 편이에요. 우리가
노예제부터 시작해서 봉건제, 자본제, 왔을 때 그 흐름이 그렇잖아요. 우리에게는 미
래가 있고 희망이 있어요.“
- 전 원풍모방 노조 수석 부지부장 박순희 님(10월 17일 대구여성노동자회 토크콘서트에서)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5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배진경 |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2020년 총선,
성평등노동을 주문한다
곧 21대 총선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스무 번째를 넘어서는 첫 선거다.
대의제 정치가 자리 잡고 난 이후 선거는 국민이 자신의 요구와 필요를 대변할 이를 뽑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선거는 각 정당의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평가이자 어떤 세상을 꿈
꾸는가에 대한 서로의 그림을 맞추는 일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선거 국면에서 항상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안해 왔다.
21대 총선에서도 여성노동자회는 성평등노동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갈 정책을 제안
한다.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 정책의 결과가 가져올 세상이 바로 저작권료이기 때문이
다. 여성노동자회는 각 정당의 정책이 1%가 아닌 99%를 위한 것이기를 바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살피는 것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여성이 당당하고 평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기를 주문한다. 선거 국면에서 당신의 선택 기준이 부디 노동이 존중되는 성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본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 여성 인력 활용정책 아닌 ‘성평등노동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상황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원인 분석이 달라지고
다른 진단, 다른 대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성을 정책의 주체로 사고하느냐, 도구로 환
원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매우 달라지고 노동시장은 요동쳐 왔다. 국가정책은 여
작년 2018년 #미투운동 덕분에 한국사회 이곳 저곳의 부정의한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이 각성했고, 공고한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 권력관계가 우리사회 부정의를
야기하는 핵심에 존재하고 있음을 소리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조적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은 충분치 않습니다. 실례로 2018년 국회에 150여 개의 성폭력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지금까지 13개의 법안만이 개정되었을 뿐이고, 2019년 예산 중 미투
운동 후속 대책에 관한 부분은 0.01%에 불과했습니다.
다가올 2020년 새해는 법제도를 만들어내는 입법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는 해입니다. 한국여
성노동자회는 이 시기 다시한번,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구축하고 여성들이 대상
화되거나 배재되지 않고 당당한 시민노동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자 합
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용상의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정책과제를
[기획1]에서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기획1 |
2020총선,성평등노동정책은?
26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7
성들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쳐 왔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여성 노동정책은 여성을 도구
적으로 활용하는 여성인력 활용정책에 머물러왔다.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평등하고 행
복한 노동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성장율을 높이기 위해, 혹은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 인력활용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우리에겐 여성이 정
책의 주체로 존재했던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정책의 철학에서 성평등노동을
기본전제로 시작해야 한다. 정책의 범주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파편화된 정책이 아
니라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고 구조적 차별을 제거할 수 있도록 확장되고 통합되어야 한
다.
| 경력단절이 아닌 ‘고용단절’ 문제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2.9%이다. 정부는 이렇게 낮은 경제활동 참가
율의 원인으로는 경력단절이 지목한다. 경력단절 여성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
유로 노동시장을 떠난 여성들을 일컫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력단절
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현황'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력단절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가족 돌봄(4.4%), 자녀교육
(4.1%) 순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보기를 바꾸어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근로조건
및 직장환경(23.6%), 계약만료(19.6%), 결혼·임신·출산 퇴사관행(13.7%), 경영악화
구조조정(10.9%)이 개인·가족관련이유(19.8%), 육아 및 자녀교육, 가족간호(12.3%)
보다 높게 나온다3
. 여성에게 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 탓에 여성의 일자리는 대부분 가
사와 육아를 하면서 지켜낼 만큼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다. 비정규직이어서, 회
사 사정이 좋지 않아 떨려난다. 이런 상황이 육아와 겹치게 되면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지
는 것이다. 경력단절이라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해결을 요구했었을 때는 모부
성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였다. 경력단절 문제를 제기한 이유
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예방하는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여성의 생애 경로를 경력단절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경력단절 문제만 해결되면 모
든 여성노동 문제를 일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력단절이라
3	 국미애(2014), ‘서울시 비취업 여성의 일 경험 및 정책수요조사’
는 좁아진 시야를 넓혀 고용단절이라는 확장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성의 고용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단절되는 모든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
결을 모색해야 한다.
| 낮은 곳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
여성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매우 낮은 곳에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임금이 낮
으며, 각종 혜택에서의 배제되고, 영세사업장으로 집중되며, 보조적인 업무 배치를 받고
있다. 영세사업장은 노동관계법의 철저한 사각지대이다. 최저임금 위반, 주휴수당 미지
급이 비일비재하다. 휴가, 휴게 시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은 상시로
여성들을 위협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노동하고 있다. 2018년 8월
기준 여성비정규직은 전체 여성노동자 중 50.2%이며 월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34만원이다. 이는 여성이 독립적 시민으로서 자리 잡고 살아가기에 가능한 액
수가 아니다. 정부는 낮은 임금을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충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절대
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여성노동자들은 지나치게 낮은 처우와 근로조건으로 인해 기
본적인 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정신과 가치, 정체성을 공유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28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9
할 시간과 경제적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낮은 곳에서부터 노동권과 인권의 존중,
성평등 실현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아닌 개인독립생활자 모델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을 노동자로 인식하기보다는 가정 내 가사, 양육의 전담자로 고
전적인 성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여긴다. 여성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
다는 담론이 수용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아이는 엄마가 양육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
문에 퇴직이 자연스럽다’는 성 역할 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성은 생계보조자(=임시노동
자)라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정당화되고 있다. 여성의 저임금은 남
성의 장시간 노동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합리화 명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이데올로기로 동원된다. 결국 여성의 저임
금은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리게 한다. 가족의 형
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
라 모두를 개인독립생활자로 설정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독립된 개인
으로 생활 가능한 존재여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1대 국회에 바란다!
여성노동자회가 제안하는 성평등노동 정책 과제
| 성평등노동 실현을 위한 국가 기반 조성
•모든 법·정책 설계 시 성평등 철학에 기반하여 여성을 도구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설정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설계된 제도, 관행을 타파하고 개인 단위로 재구조화 : 노동,
사회정책을 현재의 가구 단위 보장에서 개인의 시민권을 보장하도록 전환
•자기돌봄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권 인정
•경력단절을 고용단절로 프레임으로 전환 :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여성의 고용단절 방지 및 경제활동 촉진법」으로 전면 개정
•성별분리통계 의무화
| 성별 임금격차 해소
•성별 임금격차 해소 기본법 제정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채용성차별 근절 :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 벌칙조항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성차별 의심 기업에 대한 조사 및 근로감독 의무화, 면접위원에 대한 성평등 교육,
면접위원 성비를 한쪽 성이 60%를 넘지 않도록 법제화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
•성평등임금공시, 고용평등공시제 등 성평등 공시제 도입
30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31
•최저임금 시급 1만원
| 성평등한 직장문화 구축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 부여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업주 벌칙조항 확대 적용
•업무관련성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산업재해의 쉬운 적용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업주의 의무 불이행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국회부터 성평등 조직문화 안착
•꾸밈 노동을 강제하지 못 하도록 법제화
| 일·생활 균형
•임금하락 없이 주당 법정 노동시간 35시간으로 단축
•업무시간 외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 보장
| 모·부성권 보장
•모든 출산 여성에게 출산휴가급여 지급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상향
•난임치료휴가 기간 연장
•육아휴직급여 현실화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도입
| 안전한 일터, 사회 안전망 강화
•체불임금 국가 선지급,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자발적 실직자에게도 실업급여 지급
•5인 미만 사업장 대책 사업주 교육 : 노동인권교육, 직장내 성희롱 예방, 조직문화
등의 교육 필증을 제출해야 사업자 등록증 발급하도록
•현재 가구단위로 적용하는 EITC,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개인 베이스로 적용
| 노동관계법 사각지대 해소
•일하는 사람 누구나 가입 가능한 고용보험, 산재보험제 도입 : 사업주 부담분은 기
업에게 세금을 걷어 ‘노동자고용안정기금’ 조성
•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 확대 적용
•임금 인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시간 단축 금지
•15시간 미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전면 적용
| 돌봄노동자, 노동권 확보
•사회서비스원 관련법 제정
•돌봄노동자(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아이돌보미, 산후조리사 등) 처우 개선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3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이을 |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으로 해결될 일?
한국기업 채용성차별의 유형 파악
채용에서의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태는 한국 사회에 너무나 만연해 마치 공기와
같다.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져 이 차별행태를 하고 있는 기업·인사담당자는 이것이 왜
문제인지 인식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성차별 사안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 역
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는 사이 다수의 기업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 “인재가 많아도 여자는 정해놓은 만큼만” - 점수조작 부당탈락 유형
재작년 하반기부터 공기업과 금융권 다수에서 굵직굵직한 채용성차별 문제가 적발되었
다. 2017년 가스안전공사와 대한석탄공사, 그리고 2018년 KEB하나은행, KB국민은
행, 신한금융, IBK투자증권, 킨텍스까지, 이들 기업들은 채용 성비를 사전에 정해놓거나
채용과정 중 점수를 조작해 여성지원자를 일부러 떨어뜨린 곳들이다. 같은 해 가을, 고
용노동부가 금융권의 채용성차별 여부를 전수조사하던 중 삼성과 한화 금융계열사 6곳
은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하여 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위 기업 13곳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내외부 감사시스템
이 존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고 성별
을 이유 삼아 지원자를 떨어뜨리는 범법을 자행하고 있는 걸 보노라니, 한국사회의 중소
채용성차별 사안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7년 말부터 전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
지만, 여성이라서 채용과정에 불이익을 받고 결국 일터에 진입하지 못하는 일은 너무나 오래 전부
터 거의 모든 여성들이 겪어 온, 그래서 고용하는 측과 지원하는 여성 간에도 문제로 부상하지 못
하고 그저 관행이란 이름으로 용인되어 온 오래된 ‘범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합니다. [기획2]에서는 최근 2~3년간 사회적으로 드러난 채용성차
별 사례들을 유형별로 살펴봅니다. 또한,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상 불법으로 적시되어 있으나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이 ‘채용성차별’ 사안을 제대로 규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시합
니다. 	 - 편집자 주
기획2 |
더이상참을수없다‘채용성차별’
34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5
기업이나 영세기업에서 여성 취준생들이 어떤 수모를 겪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참담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채용성차별에 대한 처벌은 벌금 500만원. 처벌 같지도 않
은 처벌 수위에 변화가 없는 한 조만간 비슷한 사건이 터지리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
까.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7월 공채에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부당 탈락시킨 것이 적발됐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최종면
접에 올라가 면접점수도 1등으로 받은 여성은 48점으로 점수가 바뀌어 탈락자가 됐고,
남성 불합격자는 ‘채점오류’라며 합격자로 둔갑했다. 직무 적합여부, 자격조건이 기준이
아니라 성별이 기준이 된 기이한 공채에서는 심지어 특수차 운전 분야에 무면허자가 채
용되기도 했다.
이 범죄의 관련자들은 ‘여성이라 하기 힘든 업무’이고 ‘현장여건이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변명을 했다. 2017년 가스안전공사가 여성지원자를 부당 탈락시
킨 이유로 당시 사장이 평소에 “여성들은 업무생산성이 떨어진다”라는 말을 자주 했기에
이를 의식한 결과였다고 보도한 기사글이 생각났다. 사기업은 성차별로 인한 문턱이 더
높을 것을 우려해, 블라인드 제도도 있고 표준화된 시험이 존재하는 공공기관·공기업으
로 취업 준비를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 얼마나 황망한 소식일까!
| “들어는 와도 정규직 전환, 승진은 안돼” - 성별분리채용 유형
지난 11월 19일,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에서는 청년 취준생들이 겪은 채용성차
별 사례를 청취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소위 남성들이 집중되는 이공계 전공과 연계된 직
업을 가진 한 여성이 취준 시기 ‘여자들은 잘 안 뽑는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으며 움추려
들었던 것, 그리고 어렵게 입사를 하고 나서도 여성과 남성의 업무가 나뉘어져 여성은 임
금도 많이 못받고 승진 경로도 막히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시금 채용성차별
의 심각성이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의 사안으로 현재 대응과 투쟁이 진행 중인 곳이 있다. 지역 MBC 방송국 16
개 중 12개사가 여성 아나운서만 비정규직이거나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고용 형태에 차
별을 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전 MBC의 한 여성 아나운서는 타사에서 아나운서 경력
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경력인정도 되지 않는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6여 년
을 일하고 있는데, 반해 2018년 정규직 아나운서를 뽑는 공채에서 군 입대까지 경력으
로 인정하여 남성이 그 자리에 뽑히는 것을 직접 목도했다. 회사 편성제작국의 관리감독
아래 거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여성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계약직이기에
정규직인 후배 남성 아나운서보다도 못한 임금을 받고, 여타의 복리후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건별 계약으로 고용이 유지되는 처지이기에 고용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몇 년을 일해도 호봉이나 승진을 기대할 수 없다.
한 회사여도 들어가는 문을 달리 만들어 놓고 저임금으로 후려치고, 노동의 지속가능성
을 차단하는 행태는 비단 대전 MBC 외에도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겪고 있는 채
용성차별의 한 유형이다. 2018년 기준,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반 이상
(50.7%)으로 잡히는 통계수치만 보아도 여성들이 채용의 문을 달리 들어가고 임금을
포함한 모든 근로조건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짐작이 쉽게 가능하다.
대전 MBC가 여성 아나운서만 계약직이나 프로그램 별 계약하는 프리랜서로 뽑아온 것에 대해 ‘성별분
리’의 채용성차별임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싸우고 있는 유지은 아나운서
36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7
| 이제는 바꾸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계별 합격자 성비공개부터
상기 사건들이 터지면서 여성들의 숨겨진 분노가 드러나고 있음을 종종 확인한다. 한국
에서 취준하며 거의 모든 여성이 한 번 이상은 겪은 피해이지만 ‘여자는 결남출(결혼, 남자
친구, 출산) 질문 당연히 받는 거다’, ‘스펙을 더 쌓든지 하향지원해야 한다’라며 어느샌가
이 문화에 순응했던 그들, 때로는 느낌이 정말 좀 이상해도 ‘내가 정말 모자라서 떨어진
지 몰라’라는 자괴감에 더 사로잡혔을지 모르는 그 여성들이 최근 몇 년간 드러난 한국
의 채용성차별 백태를 보며 “이것은 채용에서의 성.차.별”임을 인지하고 분노하고 있다.
성차별 기업 규탄 기자회견 준비할 때 항의 문구 보내고, 대전 MBC 건에 연대하는 온라
인서명이 1,000건이 넘게 모이고, 고용노동부나 공동행동에 온라인제보를 보내주는 일
련의 흐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용성차별,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채용성차별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처벌제도·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7월 5일 대통
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채용성차별 해소 방안 에 “고의·반
복적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등 성차별을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법
상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법
률 제·개정”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이 무엇보다 먼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채용과정 중에 성차별이 예방될 있게 하는 ‘채용단계별 합격자 성
비 공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채용성차별은 여성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
한 범죄이다. 국민의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범죄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적극적인
차별 근절 제도를 마련하고 엄격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구미영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의도적인 채용 차별은 없다?!
채용성차별을 규율할 법·제도 마련을 촉구하며
고용차별 판단 법리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점부터 지난 10여 년 간 ‘의도를 중심
으로 고용차별의 개념을 이해해선 안 된다’라는 주장을 해왔다. 인권 인식이 발전하고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도입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사 노무 역
량이 성장하면서 감히 차별의 증거를 남겨두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진
단한 것이다. 따라서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불이익한 영향, 상관관계가 얼마나 큰지에 따
라서 고용차별을 판단해야 한다는 해외의 판례 법리나 입법례를 열심히 소개하고자 하
였다. 그런데 2017, 2018년에 차별의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사례를 공공
기관과 금융기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적발된 기업의 면면을 보건대 인사 노무 및 준법
감시 역량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꺼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근래의 채용성차별 사건들은4
, 대놓고 채용 차별을 하여도 기업 경영에 일절 부담이 없
는 상태를 너무 오래 지속하였음을 확인시켜 준다. 채용 차별의 특성상 인사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접근이 어렵고, 빠르게 다른 기업 채용 대비를 해야 하는 구직자의 특성으
로 인해 채용 차별은 아무런 부담이 없는 관행이 되어 버렸다. 승진, 임금, 정년 등의 차
별은 재직자의 눈과 목소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 등 고용차별을 관할하는 기관
4	필자는 채용 비리 프레임으로는 채용성차별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채용성차별 공대위 등의 견해에 동
의한다. 비리라는 개념상 의도적인 규정 위반 행위라는 좁은 범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8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9
들의 반성과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 적발되지 않은 기업에는 채용성차별이 없는가
채용성차별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조작이 적발되지 않은
기업들에는 채용성차별이 없는가”이다.
“이번에 300명을 신입 행원으로 뽑는다 했을 때 여자 남자 성비 어케 보시나
요? 70대30은 될까요?” “이번 공채 여자 몇 명 뽑을까요?”… “7대3 비율이
면 여자를 많이 뽑네요. 타행의 경우 거의 8대2인 걸로 알고 있어요ㅠㅠ”5
위의 기사에서 생생하게 소개하듯이,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경험치에 기반하여 축
적된 각 기업별 여성 채용 비율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소위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암묵적인 여학생 쿼터가 있었음에도 ‘조작했다는 증거가 없
다’는 이유로 정책적 개입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증권업계처럼
비정규직 고용 형태의 직군에 여성을 다수 채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여성 고용률을 유지
해온 경우에는 더욱 채용성차별을 의심하기 어렵다. 아래는 주요 은행 행원·대리급 신규
채용자의 성비로 여성 고용률이 높지만 선호되는 직군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낮은 실태
를 보여준다.
주요은행의 대리, 행원급 신규채용자 중 여성 비율 (단위 : %)6
신한은행 KEB하나 기업 국민 우리
2015년 19.5 19.1 31 32.9 34.2
2016년 31.4 18.2 35 37.4 38.8
2017년 9월 30.5 26.1 34 59.1
5	시사IN, “5대 은행, 2년간 일반 정규직에 여자 30%도 안 뽑았다”, 2017년 12월 05일(화) 제533호 기사.
6	 출처 : 금융노조
주요 은행의 전체 신규채용 중 여성 비율 (단위 : %)7
신한은행 KEB하나 기업 국민 우리
2018년 57 40.66 38.8 49 56.7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여학생 쿼터를 추측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로는 공공기관경영정
보 공시가 있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자 성비는 2013년을 전후하여 경영정보에 포함하
여 공시되기 시작하였다. 공시된 기관 중 여성의 비율이 지속해서 40% 이하를 보이는
기업을 일부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채용 결과를 조작하여 기소된 가스안전공사와 대한
석탄공사의 여성 비율이 특히 낮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은행의 전체 신규채용 중 여성 비율 (단위 : %)
연번 기관명
신규채용 인원 대비 여성 비율 (%, 소수 첫째자리까지)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4/4분기)
1 주식회사 에스알 0.0 5.9 7.9 10.9 19.6 20.0
2 (주)강원랜드 39.4 34.6 26.2 30.0 44.8 31.0
3 인천항만공사 17.6 37.5 29.4 20.0 19.3 42.9
4 코레일유통(주) 37.9 25.0 21.4 25.8 36.8 31.8
5 한국마사회 41.9 19.4 38.9 28.2 31.4 37.2
6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16.0 12.2 36.1 39.1 42.9 40.0
7 한국에너지재단 0.0 60.0 0.0 0.0 20.0 25.0
8 학교법인한국폴리텍 43.6 20.7 20.0 23.8 17.2 31.5
9 한국가스안전공사 13.2 19.2 15.7 16.3 19.4 32.9
10 한국공항공사 23.0 16.3 27.1 18.6 22.7 25.7
11 한국교통안전공단 27.3 21.4 24.6 18.5 19.1 13.4
12 한국국토정보공사 25.7 23.1 25.0 21.9 22.2 21.9
13 한국남동발전 15.6 15.4 14.9 13.3 12.6 15.8
7	자료에서, 2018년 채용 비율은 아래 뉴스를 출처로 함.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
html?idxno=15741fbclid=IwAR2UZNM7QKLBpFMCXgalMoLzoVm23l8BKHv_ASeAhe8pT6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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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41
연번 기관명
신규채용 인원 대비 여성 비율 (%, 소수 첫째자리까지)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4/4분기)
14 한국남부발전(주) 13.4 18.2 17.3 21.9 21.7 22.1
15 한국서부발전(주) 19.4 20.8 15.5 19.2 16.4 11.2
16 한국중부발전(주) 16.9 19.9 13.9 15.6 21.7 19.4
17 대한석탄공사 0 0 11.1 0 0 0
산업, 업종 및 직종별 특성에 따라 성별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공공기관들
이 모두 채용성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지속해서 신규채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던 것
이 현실이다. 조작 행위가 적발된 기업만을 채용 비리 기업으로 단죄하는 것으로 정책의
초점이 잡힌다면, 조작의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여학생 쿼터를 관리하면 된다는 잘
못된 메시지를 기업에게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 지속해서 누적된 성별 격차는 채용차별의 증거!
이처럼 신규채용에서의 성별 격차가 지속적, 점점 더 나타나는 경우 고용차별로 인정받
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에서는 상당 기간 고용 관련 격차가 크게 유지된 경우 ‘구조적 차
별’(systemic discrimination) 또는 ‘관행적 차별’(pattern or practice discrimination)이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판례 법리가 발전해왔다. 구조적 차별, 관행적 차별이란, 차별로 인해 산업,
직종, 사업장 또는 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 정의된다.8
구
조적 관행적 차별이 인정받기 위해 “항상” 차별이 발생하거나 “대규모”의 사람이 불리하
게 대우받았다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9
차별하는 패턴이나 관행이 해당 사업장의 표준적
운영절차, 기준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차별행위가 반복적
이고 정기적으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통계증거가 활용되는
8	 https://www.eeoc.gov/eeoc/systemic/
9	 https://www.justice.gov/crt/pattern-or-practice-discrimination
것으로 보인다.10
직접 차별에서의 “성별을 사유로”를 판단함에 있어 통계적 불균등성을
주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는 팀스터즈(Teamsters)사건 판결에서 최초로 제시되었다. 통상
구조적, 관행적 차별 소송은 집단소송의 형태로 진행된다.
팀스터즈 사건 판결
흑인과 라틴계 근로자가 회사 내의 저임금 일자리에 배정되었음을 보여주는 통계증거를 바탕
으로 채용, 배치, 승진차별이 인정된 사례. 1964년 민권법 제 7편 시행시기부터 1970년대 초
반까지의 채용, 배치, 승진 통계를 바탕으로 하였음. 약 80%의 흑인 및 라틴계가 운행
(operation), 서비스맨 직위 같은 저임금 직무에 있었고, 이는 백인근로자의 경우에 비해
40% 수준이었음. 당해 회사의 인력 중 9%가 흑인과 라틴계였음에도, (임금 수준이 높은) 정
기노선 운전사의 1%만이 흑인 및 라틴계였음.11
미국의 EEOC는 개별 소송을 통한 차별 시정보다는 구조적, 관행적 차별 소송을 통해
집단적 개선 효과를 낳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차별 시정 및 예방 방법으로 본다. 1973
년 구조적 관행적 차별 조사를 위한 TFT를 꾸리고 GE, GM, Ford, Sears 등 전국 단위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이래로, 관련 조사 및 소송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EEOC의 구조적, 관행적 차별 사건 처리 결과12
회계 연도 사건 수 금전구제 받은 인원 금전 구제액
2006 15 271 $ 5,990,000
2007 83 1,225 $ 22,210,000
10	Donald R. Livingston, EEOC Pattern or Practice Litigation, ABA National Conference on EEO Law,
March 23-27, 2010, 2면.
11	Teamsters v. United States, 431 U.S. 324, (1977).
12	EEOC(2006). 오바마 정부에서 EEOC가 구조적, 관행적 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2000년대
후반부터 사건 수가 증가하였다.
42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43
회계 연도 사건 수 금전구제 받은 인원 금전 구제액
2008 137 13,568 $ 81,810,000
2009 162 3,333 $ 59,030,000
2010 193 9,662 $ 71,430,000
2011 265 4,389 $ 76,760,000
2012 263 4,440 $ 52,700,000
2013 330 16,224 $ 59,610,000
2014 277 2,241 $ 22,960,000
2015 296 16,003 $ 80,280,000
총계 2,021 71,356 $ 532,780,000
EEOC가 “공격적으로” 구조적 차별을 조사, 제고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는 다른 연방기관과의 정보 공유가 있다. 연방계약준수국(OFCCP), 연방상업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와 사용자의 범죄 이력 정보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결과, EEOC는
펩시의 범죄경력 조회 절차가 흑인을 구조적, 관행적으로 차별했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화해에 이른 바 있다(2012년).13
미국의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는 조작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은행 또는 국민, 하
나은행이 기소되지 않은 다른 년도에 대해서도 채용차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논리
로 사용할 수 있다.14
다만, 팀스터즈 사건보다 성별 격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보
완할 수 있는 진술의 확보(해당 사업장의 퇴직자 및 재직자, 채용 절차 지원자 등을 대상
으로 수집한 진술 등)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근로감독 결과 채용차별이 드러나는 것
을 피하기 위하여 지원자 비율 자료, 채점표 등 채용 관련 서류를 파기한 것이 확인될 경
우에도 구조적, 관행적 채용차별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평정
기준이나 근속년수 인정 기준 등 다른 근로조건에서 성차별 문제가 있는 것도 관련 증거
가 된다.15
13	 Calvasina외(2015), 59-60면.
14	 국민은행은 2015, 2016년의 조작 행위만 확인되었다.
15	 Oswald B. Cousins(2009), 14면.
| 다시 ‘의도적인 채용차별은 없다’를 말하며
은행권 채용성차별 사건 판결문을 보면, 피고 측은 거래처 기업이 남성을 선호한다는 합
리적 이유에서 여성 비율을 낮췄을 뿐 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경영진도
그저 여성이 싫고, 성별 격차를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여성을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거
래처의 선호, 출산 및 양육 부담이 없는 인재에 대한 선호 등 수많은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를 바탕으로 그러한 결정을 한다. 따라서 의도, 조작행위 등에 초점을 맞춰서는 실
제로 발생하는 차별이 방치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별금지법과 차별판단
법리는, 행위자의 차별 의도가 아니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차별을 판단하
도록 발전해왔다.
고용차별 소송은 관련 판례 법리와 EEOC 같은 전문기구가 발전한 미국, 캐나다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필자가 의도적인 채용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구조적, 관행적 차
별 법리를 소개하고 있으나, 이를 적용해서 사법적으로 구제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가 인정된다면, 채용차별에 대한 기
업 및 노동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새롭게 기준을 설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동부나 국가인권위가 구조적,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성별 채용 격차를
차별의 징표로 선언하고, 이를 관련 정책이나 사업에 반영한다면 소송보다 더 빠르게 기
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취할 때에야, 공정채용을 위해 적극 권장되
는 블라인드 채용이 성별 채용 격차를 가리는 부작용을 볼 수 있다. 지원자의 성비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채용 격차를 합리화하면서, 면접 단계에서 성별을 확인하는 최악의 사
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lio의 신규채용 관련 공시는 저임금, 비정규직 직
종에 여성이 집중 채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될 필요도 있다. 기관사,
파일럿, 로펌 변호사 등 정해진 자격과 훈련을 통과한 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기업에서
의 성별 채용 격차 실태를 확인하는 것도 실태 파악의 시작 단계로서 효율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의도적인 채용차별만 바라보지 말자.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채용 관련 성별 격차를 확인
하고 개입할 수 있는 사전적, 예방적 정책수단은 많다.
44 일하는여성 제108호 칼럼 45
칼럼
박선영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직장 내 성희롱 ‘정의’와
‘제3자 신고제도’에 대한 변화 모색16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제화 된지도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성희롱이 법적 용어로 처음 등
장한 것은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에서다. 이른바 ‘서울대 신 교
수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후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제3차 개정과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을 거치며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
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
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 규정이 정착
되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호).
| ‘성희롱’의 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이유
성희롱은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의 한국적 표현이다. 희롱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
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이다. 그렇다면 성희롱이란 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말이나 행
동에 의한 실없는 놀림이 된다. 따라서 성희롱은 젠더 권력 관계에 기반을 둔 성적 침해
를 제대로 표현한 용어라고 보기 어렵다.
영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성희롱을 평등법, 차별금지법 등에 괴롭힘의 하나의 유형
16	 이 원고는 한국젠더법학회 2019년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를 요약·수정 한 것이다.
인 성적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통점은 “원치 않는” 성적 행위(언어적·신체적 등)로 인
해,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위협적·적대적·비하적·굴욕적·모욕적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
그 성적 행위에 응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의해 고용상의 이익 또는 불이익이 수반 되는 경
우를 성적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모욕감, 혐오감을 느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치 않은 성적 행위’가 있었는지, 그 성적 행위의 결과 위협적·적대
적·굴욕적·모욕적 또는 불쾌한 노동환경이 조성됐는지, 아니면 그 성적 행위에 응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의해 고용상의 이익 또는 불이익이 발생했는지가 성적 괴롭힘의 성립 기
준이 된다.
이와 달리 우리는 성희롱을 ‘그 성적 언동으로 인해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는지’로
정의하고 있어 성별에 기반 한 성적 괴롭힘, 즉 성차별의 한 유형이라는 점을 탈각시킴으
로써 성희롱을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행위자와 피해자와의 갈등, 시끄러움 정도로 취급
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성차별 없는 직장 환경 조성이라는 성희롱 법제화 목적은 비가시
화된다. 성희롱 정의를 재구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성희롱이 갖는 성별에 기반을 둔 성적
괴롭힘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 아닌 원치 않는 행위와 그
로 인한 노동환경의 변화에 주목해 이 점이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성
희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성희롱을 성적 괴롭힘으로 명명하고, “‘성적 괴롭힘’이란
업무, 고용, 교육 등 기타 관계에서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원치 않는
성적 언동 등으로 인해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거나 위협·적대·비하·굴욕·모욕적인 환경
을 조성하거나, 그 성적 언동을 요구하는 행위 및 이에 대한 불응 또는 굴복을 이유로 불
이익을 주거나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성희롱을 새롭게 정의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제3자 신고제도, 왜 생겨났나?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누구든지 직장이나 기관 등에서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나 임용권자 등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
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46 일하는여성 제108호 칼럼 47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
장하는 근로자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제14조).
남녀고용평등법에 이렇게 성희롱 제3자 신고제도가 명문된 것은 지난 2017.11.28. 개
정(2018.5.29. 시행)에 의해서이다. 이후 「국가공무원」이 2018. 10. 16. 개정되어 제3자
신고제도가 신설되었다. 즉 “공무원은 인사·조직·처우 등 각종 직무 조건과 그 밖에 신상
문제와 관련한 고충에 대하여 상담을 신청하거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누구나 기관
내 성폭력 범죄 또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상
담 신청이나 심사 청구 또는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공
무원법 제76조2). 그 밖에 공무원 고충처리 규정, 성희롱ㆍ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
관리규정도 유사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성희롱 제3자 신고제도는 여성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드
러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주목하여 조직 내에서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는 목격자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여 해당 행위를 공론화하고 조치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 피해를 말할 수 없는 ‘여성상’에 기댄 제3자 신고제도의 문제점
그러나 제3자 신고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성희롱은 형법상의 범죄가 아
니고, 성폭력 범죄의 친고제 폐지와는 보호법익, 처분 방식 등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국
가소추주의17
하에서 국가의 형벌권은 피해자 등 개인의 의사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원
칙이다. 비친고죄인 대부분의 범죄의 경우 검사가 기소독점 권한을 갖고 있음으로 검사
의 공소제기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다. 반면 친고죄의 경우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영역에 속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
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형태이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친고죄라는 범죄 유형은
없고,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구체적인 규정 방식이나 범위에 있어 차이가 있
17	개인의 소추에 의하지 않고 국가 기관인 검사의 공소에 의하여 형사 소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 우리나라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긴 하나 주로 경미한 범죄에 대해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폐지
배경에는 피해자의 사생활과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강간죄 등 성범죄를 친고죄로 규정
했지만, 친고죄 규정은 피해자의 고소 취하를 얻어내기 위하여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협
박하거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경우가 많은 문제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고, 「형
법」 체계가 성폭력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법」 체계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달리 성희롱은 국가형벌권이 작동하는 형법상의 범죄가 아니고, 사업주에 의한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의무화하는 방식의 간접 제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통해 피해자가 성희롱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적
으로 하므로 형법상의 범죄인 성폭력 범죄와는 보호법익, 처분 방식 등이 상이하다.
둘째, 성희롱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 목격자에게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이다. 제3자에 의해 성희롱 사건의 신고와 사건의 해결방식이 선택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해가 가시화되고 사건의 공식적 해결이 시도될 수 있다. 이 방식은 피
해를 드러내지 않기로 한 이에게는 그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폭력적일수 있다. 또한 여
성의 섹슈얼리티가 그간 소비되어 온 양태를 보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할 위험성이 상존
함에도 신고의 진의를 가릴 방어 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 제도가 피해자 중심
주의와 2차 가해(피해)와 만나게 되면 정작 가해자는 사라지고 모두가 가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피해자만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는 ‘여성상’, 또는 ‘여성노동자상’의 문제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
이 제3자 신고제도는 여성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드러내
지 못한다는 ‘여성상’ 에 기초하고 있다.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신분의 불안정성과 위치
등에서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취약한 조건으로 인해 피해 드러내기의 어려
움은 불이익 처우 금지의 실질화와 성차별 없는 조직문화의 조성 등의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누군가의 성희롱 피해를 대신 신고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48 일하는여성 제108호 시선 49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데이트폭력과 사이버상 언어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이에 꿋꿋이 맞서 싸우던 여성 연예인 둘의 황망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여성이 이들의 삶과 죽음에 공명합니다.
이 진창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두 여성을 추모하며 열린 추모문화제의 제목이었습니다.
네. 그들의 싸움을 기억할게요. 그리고 힘을 내어 ‘함께’ 살아갈게요.
평등을 추구하는 일상의 실천이 더 많아지길, 그런 노력이 지지받는 세상이 되길…
이들을 떠나보내며 염원합니다.
50 일하는여성 제108호 시선 51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우리가 바꾼다! 성평등의 정의로!
“모리바야사!” 삶 속에서 만나는 큰 역경을 해결하기 위해, 일생에 단 한번 할 수 있
다는 모리바야사 서약은 서아프리카 기니의 ‘말린케’족 여성들은 숭고한 의식이었습
니다. 그들은 이 서약과 바람이 이루어 지면 일이 해결된 기쁨을 나누며 함께 모리바
야사 춤을 춘다고 합니다.
지난 9월 6일 8차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이들도 온 몸을 들썩이며 “모리바야사”를 외
쳤습니다. 故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웹하드카르텔 사건 등을 겪으며,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잡아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남성카르텔을 깨부수고자 우리는 진심을
다해 춤추고 외쳤습니다. 결국 이 부정의한 세상을 바꿔 성평등한 세상을 열어가는
것도 광장에 모인 우리들임을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일상의 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내
기 위해 말하고 떠들고 저항해서 이 세상을 성평등하게바꿀 것입니다! 모리바야사~!
일하는여성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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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정책 속, 여성노동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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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여성 108호

  • 1. 2019하반기|통권제108호 2019 하반기 통권 제108호 모든이가존중받고성평등하게일하는그날까지 지금당장,성평등노동! 서울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마창여성노동자회 부 산 여 성 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경주여성노동자회 특집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기획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기획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 2. TimeforEqualPay! 성별임금격차해소를염원하는일하는페미필수템 텀블벅에서만나보세요. 한국의성별임금격차100:64.2000년,OECD가집계를시작한이래계속1위! 그런데도세상엔여전히성별임금격차의존재를부정하는목소리들이들립니다. "동일노동이아닌데,동일임금을왜?" "시집가고애본다고자발적으로직장그만두잖아요." "여자들이능력이없어승진을못하는어쩌라고!" "힘든일은다남자가하니까그렇죠." 이런공격에지치셨나요?화는나는데어떻게받아쳐야할지모르시겠다고요? √ 성별임금격차원인을팩트체크하는「TimeforEqualPay」도서 √ 입고만있어도성평등파워가샘솟는티셔츠와후드집업 √ 패브릭포스터로도활용할수있는담요 회사내부에서,가정에서,다양한인간관계에서,그리고광장에서! 성차별을근절하기위해행동하는페미니스트들이라면TimeforEqualPay굿즈와함께해요. ✽ 상단QR코드로텀블벅에접속하실수있습니다.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3 젠더 관점으로 본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 09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 13 쉽게 잊힌 ‘1970년대 N번 시다’들의 이야기 17 투쟁으로 뜨거운 2019년, 어두운 터널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21 여성노동운동의 계보를 잇다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5 2020년 총선, 성평등노동을 주문한다 29 21대 국회에 바란다!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3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으로 해결될 일? 37 의도적인 채용 차별은 없다?! 칼럼 44 직장 내 성희롱 ‘정의’와 ‘제3자 신고제도’에 대한 변화 모색 시선 48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50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우리가 바꾼다! 성평등의 정의로!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52 태풍이 지나간 후쿠시마, 방사성 물질로 재오염 평등의전화 55 간절한 기도 : 2020년에는 ○○씨가 성평등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기를 여노가 뛴다 58 페미니스트 노동자에게 독립생존이란 62 우린 필요해 존중이!! 65 경주의 비정규직 여성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68 벌 받지 않는 사회, 좌절하고 힘겹지만, 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72 2019년 젠더에 눈을 뜨다, 우리가 마을에서 발견한 것들 76 느리게 가더라도, 끝까지 워·라·밸을 향해~! 일하는여성 통권 제108호(반연간지/회원용) 발행일 2019년 12월 13일 | 발행인 배진경 | 편집위원 이을 | 표지 이미지출처 http://papers.co 발행처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62-5, 3층(서교동 351-28) Tel.02-325-6822 2019하반기 통권 제108호 모든이가존중받고성평등하게일하는그날까지 지금당장,성평등노동!
  • 3.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3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김상숙 |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 젠더 관점으로 본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 민주노조 운동을 중심으로1 | 국가·기업·가족이 공모한 가부장제 속에 여성노동자 1970년대는 국가의 정치적·제도적 노동 통제와 함께, 국가·기업·가족이 공모한 가부장 제의 실현, 이를 바탕으로 한 여성 노동자의 노동시장과 노동과정 통제 속에 성별 임금 격차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 전략이 실행되었던 시기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성장에 성별 임금 격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국가라 할 수 있다. Seguino에 의하면, 1965년부터 1991년 사이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연평균 GNP 성 장률은 6.5%이며 그중 한국은 7.3%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은 남성 대비 여성임금 비중이 평균 48.5%로 동아시아 9개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GDP 성장률을 가장 높았던 반면, 성별 임금 격 차는 가장 높았고 제조업 내 여성 소득 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처럼 여성을 저임금 전략 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 갈등을 막는 효과도 가 져왔다(Seguino, 2000a; Seguino, 2000b; 신경아, 2018, 88~93). 즉, 급속한 경제성장의 시기에 나타나는 계급 갈등을 무마하고 완화하는 데 성 불평등이 이용되었으며 그 사회적 부담 1 이 원고는 지난 10월 30일, 김경숙열사 40주기 기념 심포지엄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의 발제문을 요약한 글 이다. 피, 땀, 눈물. 70~80년대 한국경제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터와 사회의 가장 낮은 자 리에 있던 여성노동자들 덕분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성차별적인 일터에 서 여성노동자들은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서슬 퍼런 독재 정권 아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그들 의 저항은 생존권 요구를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위대한 투쟁이었습니다. 2019년은 회사의 야만적인 노동 착취에 대항해 신민당사 농성 투쟁을 하다가 국가폭력에 의해 사망한 YH 노조 김경숙 열사의 4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질 때 지더라도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 해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라는 각오로 결사의 투쟁을 했던 김경숙 열사와 YH 노동자들은 힘없 고 착취당하는 불쌍한 ‘여동생’이 아닌, 노동자계급을 위해 투쟁을 조직하고 한국사회의 진보를 견인한 당당한 역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일하는여성 108호 특집에서는 이들의 투쟁을 페미 니즘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가려진 현대사의 주인공으로 여성노동자의 분투를 기재하기 위한 여 성노동자회의 행보를 담았습니다. - 편집자 주 특집 | 여공,기억에서역사로
  • 4. 04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5 은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이 시기 가족 안에서 여성에 대한 성 차별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적 교육자원 배분은 노 동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가의 공교육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사회의 빈 곤 가정 부모들은 자녀의 성별에 따라 자원을 차별적으로 배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10~20대 초반의 나이에 남성보다 3~6년 정도 더 일찍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 군이 형성되었고 이는 미혼 여성 노동력 중심의 저임금 노동시장이 형성되는 바탕이 되 었다(Chung, Jinjoo, 1997, 52~55). 특히 1977년 정부가 산업체 학교 제도를 시행한 이래 산 업체 학교 취학 노동자 군이 형성되었고, 이는 경공업 부문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저임 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김상숙, 2018b, 112). 이 시기 한국 의 여성 노동력 중심 사업장은 전자와 섬유로 양분되면서, 여성노동자들도 1군 노동자 (전자 산업 및 대기업에 종사하는 20대, 고졸 중심)와 2군 노동자(섬유산업 및 중소 영 세기업에 종사하는 10대 및 불특정 연령대, 중졸 이하 중심)로 나눠졌다(Chung, Jinjoo, 1997, 46~49). | 작업장에서의 성별 위계질서 여성 노동력이 중심이 되는 대부분 작업장에는 남성 노동자가 상위에서 관리·감독자로 일하고 여성노동자는 말단 생산직에서 일하는 형태로 노동조직이 편제되어 있다. 그러 므로 위계질서의 말단에 있는 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자본으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기 보다는 소수 남성노동자들의 통제를 받는다. 이런 현상은 70년대 노동 현장에서도 여성 노동자 통제의 주요 전략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의 기술적 특성이나 기업 규모의 차이에 따라 성별 분업 과 성별 위계구조의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고 작업장 젠더 통제의 형태와 강도도 다 르게 나타났다(김상숙, 2007: 71~72). 이러한 성별 위계 구조를 통해 남성 노동자는 여성노 동자에 대한 노동 감독자가 되고 때로는 사적인 후견인이 되어 작업장 안에서는 단순 인 격적 통제와 성적 통제를 했고, 작업장 밖의 생활도 관리하여 노동력 이탈을 방지하며 노동력을 재생산했다. 국가, 가족, 기업에 의해 계급적 측면뿐 아 니라 가부장적 측면에서도 차별받고 소외 되고 통제된 상태에서 당시의 여성들은 노 동하며 삶을 꾸렸다. 고된 생존의 과정은 자본에 포섭되거나 순응하는 양상으로도 나타났지만, 새로운 해방의 지식을 만났을 때는 폭발적인 힘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하 는 추동력이 되었다. |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운동의 특징 1970년대에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에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이 증대하면서 다양한 사 업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률 도 증가해, 1977년에는 19.5%에 달했다(한국노총, 2018, 59; 한국노동연구원, 1990, 152; 박현미, 2019, 1). 이 시기 여성노동자운동은 서울지역, 봉제·섬유업체에서 다수 일어났으며, 대부 분 미조직 사업장의 노조 결성 투쟁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신규노조 결성이 나 노조 민주화를 통해 이전의 어용노조와는 구분되는 민주노조 운동을 전개하였다. 민 주노조 운동은 섬유나 봉제 업체 중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1,000명 이상의 대 기업이 많이 일어났다. 1970년대는 관변노조나 어용노조가 지배하던 시기이다. 여성 중심 사업장도 노조 간부 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일례로 섬유노조의 경우, 1965년 기준으로 한국노총 소속 조 합원 33,061명 중 여성 조합원은 27,934명으로 84.5%를 차지했으나 지부 간부 376 명 중 여성은 65명으로 20.9%에 불과했다. 그 역할도 노조에서 주변 업무에 해당하는 부녀부장 등 부녀부서 업무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차별받았 다(박현미, 2019, 66, 70, 72). 이러한 상황에서 어용노조의 행태에서 벗어나 국가와 기업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추구하 는 노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여성 중심 사업장에서 선구적 여성노동자들이 간부로 선출되어 여성 리더십을 형성했다. 노동조합 사상 한국 최초로 여성 지부장이 탄생한 것 YH 노동조합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당시 모습
  • 5. 06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7 은 1972년의 동일방직이다(동일방직복직투쟁 위원회, 1985, 32). 그 뒤 전체적으로 여성 간 부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한국노총 사업 보고(1975, 1977, 198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여성 지도자들의 ‘관계 지향’ 민 주적 리더십 1970년대 상황에서 ‘자주적 노조’의 유일 한 생존 방법은 조합 민주주의 실현이며, 특히 여성 주도 민주노조에는 항상 사측의 사 주를 받아 남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와해하고 어용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므로, 민주노조 간부들은 노동자를 대변하고 조합원의 지지를 받아야 노조가 살아남을 수 있 었다. 따라서 기층노동자의 호응을 받는 여성 리더들은 도덕적이고 민주적일 수밖에 없 었다(김원, 2005, 476~477). 또한, 자본과 국가로부터의 노조를 지키려면 지부장 및 지도부 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 중심 사업장에서 여성 간부들은, 관리자 또는 준 관리자 출신으로 노조 간부가 되던 남성들과 달리 기층 현장에서 성장해온 노동 자들로 현장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왕언니’이자 ‘대변인(spokesmen)’들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조직을 관계의 네트워크, 그물망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직의 중심 역할 (center-women)을 하는 리더가 구성원들을 상호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Sacks, 1988), 남성과 달리 조직의 위(top)에 서기보다는 조직의 중심(center)에서 구성원들을 상 호 연계시키는 상호 작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Helgesen, 1990). 그러므로 여 성 지도부의 카리스마는 남성 지도부의 권력 지향적인 카리스마와 달리 현장 지향적이 고 관계 지향적인 특징이 있었다. 또한,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중 원풍모방과 YH 등 일부 노조에서는, 소모임을 기본적인 구성단위로 하여 아래로부터 노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대의 원 모임도 중시했는데, 이 모임은 노조의 중간 지도력으로서 기층 조합원들의 네트워크 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하고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촉매자가 되기도 하였다. 그 들은 교육과 의사소통을 중시했고, 참여형 교육을 자주 했다. 투쟁방식에서도 소수가 전 투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다수가 동의하고 끝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유연한 전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 역사 속 여성노동자 운동의 의미를 계승하기 위하여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은 이후에 전개된 한국 여성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70년 대 운동에서 배출된 활동가들은 80년대 이후에는 각 지역에서 여성노동자회를 건설하 면서 새로운 여성노동자운동을 건설하는 데 주축이 되었다. 새로운 여성 노동운동의 진 행 과정에 과거 여성 주도 민주노조의 활동방식은 좀 더 여성주의적으로 초점을 맞춰 이 론화되었다. 이는 오늘날 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운동으로 계승되면서 전 문성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을 젠더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민주노조 운동이라는 범주에 묶이지 못한, 그러나 국가와 기업, 그리고 작업장의 남성 지배 권력에 저항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운동에 관한 것이다. 70년대 민주노조 운동은 전체 여성노동자 운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그 대상도 수도권 의 일부 대기업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조 운동의 언저리에서, 또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어난 여성노동자 운동의 실상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 다. 또 하나 중점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 운동의 공동체적 성격과 인간화 운동의 측면이다. 노조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1970년대 여성 주도 민 주노조는 경제적 이해관계 실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유신독재의 엄혹한 시기에 국 가·기업·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소외된 상태에서 가장 고된 삶을 살던 여성노동자들이 머 물던 공동체적 터전이자 해방구였다. 여기에서 노동과 삶의 고귀함을 자각하기와 같은 인간화 운동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한때 경제주의나 조합주의로 폄훼된 1970년대 여성 주도 민주노조운동은 사실, 매우 정치적이고 혁명적인 요소를 품었던 운동이었다 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사회운동사 속에 많은 이념과 노선이 흘러갔지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갖고 이어져 오는 사회변혁 운동의 기본정신이 여성 노 동 운동사를 재조명하며 더욱 발굴되길 바란다. 당시 YH노조 지부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김 경숙열사기념사업회 최순영 공동대표
  • 6. 08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09 | 참고문헌 ■ 김상숙(2007), 『지역과 젠더통제, 여성노동자들의 저항: 80년대 대구지역 섬유산업을 중 심으로』,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 (2018a), 「젠더 통제의 변화와 여성 노동자의 생활경험 - 1970~1980년대 대구 제 직공장의 ‘기사’ - ‘직수’ 팀 노동조직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제119집. ■ (2018b), 「‘희망 고문’과 고투(苦鬪) - 산업체 학교 제도와 여성 노동자들의 생애사 적 경험 : 1980년대 대구경북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술사연구』 제9호 2권. ■ 김원(2005), 『여공 1970, 그녀들의 反 역사』, 이매진. ■ 동일방직복직투쟁위원회(1985), 『동일방직 노동조합 운동사』, 돌베개. ■ 미셀 바렛, 신현욱·장미경·정은주 편역(1995), 『페미니즘과 계급정치학』(Feminism and class politics), 여성사. ■ 박현미(2019), 「발전국가시대의 성별화된 노동조합과 제1세대 여성노동자 연구 : 1960~ 70년대 한국노총 활동을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신경아(2018), 「‘여성’일자리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여성고용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을 위한 제언」,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문재인 정부, 여성노동정책에 없는 것!』(2018 여성 노동대토론회 자료집). ■ 원풍모방 해고노동자 복직투쟁위위회 1988, 『민주노조 10년 - 원풍모방 노동조합활동과 투쟁』, 풀빛. ■ 이옥지(2001),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Ⅰ』, 한울. ■ 전 YH노동조합(1984), 『YH노동조합사』, 형성사. ■ 한국노동연구원(1990), 『1990년도 임금관련 통계자료집』. ■ 한국노동조합총연맹(2018), 「2018년 한국노총 여성위원회 총회 자료집」. ■ Chung, Jinjoo(1997), Education in the Making of Women's Work History:The Role of Government and Household in Korea, AJWS Vol.3 No3. 45~76. ■ Helgesen, Sally(1990), The Female Advantage: Women's Ways of Leadership, New York: Doubleday Currency. ■ Sacks, Karen Brodkin(1988), Gender and Grassroots Leadership, Women and the Politics of Empowerment, eds. Ann Bookman and Sandra Morgen. Philadelphia: Temple University Press. ■ Seguino, Stephanie(2000a), Gender Inequality and Economic Growth: A Cross -Country Analysis, World Development 28:7, 1211~1230. ■ (2000b), Accounting for Gender in Asian Economic Growth, Feminist Economics 6:3, 27~58.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신경아 |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2 | 다시 불러보는 이름, 김·경·숙 2019년 겨울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김경숙’이란 이름은 낯설다. 그 앞에 ‘열사’ 란 말까지 붙는다면 더욱 낯설어질 것이다. 그러나 1979년 8월 11일 새벽 김경숙을 떠 나보낸 그때부터 오늘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기억했던 동지와 친구들에 의해 김경숙은 다시 소환되어 우리들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김경숙의 일기장을 펼치고 낡고 바랜 사진 속 그녀의 순박한 눈빛에 시선을 맞춘다. 아주 많은 것들이, 여성의 행위였단 이유로 외면되거나 평가절하되어 왔다. 드라마의 주 인공이 여성이었지만, 드라마의 이름은 남았어도 그 안의 여성들은 지워졌다. 1970년 대 여성들이 주도한 민주노조운동이 그랬고 1980년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서늘해지 는 전두환 독재시대 구로동맹파업이 그랬다. 여성들이 기획하고 성공을 거둔 ‘여성들의 저항’이었지만, 남성 지식인과 노동운동가들의 편협한 눈에는 전사(前史)에 불과했다. 정 통 역사(Orthodox History)에 포함될 수 없는, 소수자들의 주변적 이야기(herstory of minority) 로 치부됐다. 그러나 김경숙이 존경했던 선배 최순영과 그녀들을 민주노동운동으로 이 끌었던 신인령, 그리고 YH노동조합의 동지들은 살아남아 진실을 알렸다. 이 소수자들 의 주변적 이야기가 한국 근대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큰 상처로 남을 박정희 독재체제를 2 이 원고는 지난 10월 30일, 김경숙열사 40주기 기념 심포지엄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의 발제문을 요약한 글 이다.
  • 7. 10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1 둠’ ‘밤’ ‘모래벌판’ ‘여름 불볕’ 같은 고난과 시련의 상징어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 나 정작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이미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열아홉 순정’ ‘짓밟힌’ ‘예쁜 아가씨’가 그녀를 가리키는 언어들이다. 김경숙은 이 시에서 노동자도, 주체적인 여성도, 민주노동조합의 지도자도, 죽음을 각오하고 독재정권에 맞선 투사도 아니다. 열 아홉 순정을 짓밟힌 예쁜 아가씨일 뿐이다.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정권의 가혹함을 극 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삶과 죽음을 가장 단순한 차원으로 환원해 버리는 남성적 시각이 드러난다. 이런 수사(레토릭)는 민주화운동 시대 내내 우리가 보아 무너뜨린 전투의 대서사(Great Narratives)임을 밝혔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60~70년대 그리고 80년대 여성들이 주도해 싸웠던 민주노조운동이란 토대 위에서 성장해 왔음을 일깨웠다. | 남성지식인의 시선이 빚은 타자화 김경숙의 삶과 죽음에 내포된 시대적 의미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명료하지 않다. 오히려 그녀의 삶은 1979년 2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 시점의 해석으로 박제화되어 별다 른 성찰 없이 우리에게 던져져 왔다. 대표적인 예가 『YH노동조합사』(형성사, 1984)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차지하는 두 편의 글은 당시 남성지식인의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 다. ‘YH를 생각하며’라는 머리글에서 고은은 YH 여성노동자들을 ‘민족의 해당화’로 김 경숙을 ‘한서린 처녀의 삶을 끝낸’ ‘민족의 꽃송이’라고 불렀다. 첫 장에 실린 양성우 시인 의 추도시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시의 전반적인 정조는 추도시답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경숙에 대한 아픔을 그렸 다. YH 노동자투쟁의 희생자답게 ‘엉겅퀴 쑥대밭’ ‘불길’ ‘돌멩이’ ‘피흘리며’ ‘날선 칼’ ‘어 김경숙 열사 40주기를 맞이하여 개최한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심포지움 그대 못다 부른 슬픈 노래를 - 양성우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엉겅퀴 쑥대밭에 불길로 타고 두 손에 큰 돌멩이 나눠들고 소리치며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평생을 살아봐도 오히려 낯선 짐승 우는 야만의 푸른 언덕 위에 누가 남아 피흘리며 날선 칼을 꽂을까? 모두가 어둠 속에 묻힐지라도 밤은 끝내 밤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나니, 그대 못다 부른 슬픈 노래를 땅을 치며 부르리라, 예쁜 아가씨 죽어서도 오히려 또다시 죽는 이 나라의 배고프고 예쁜 아가씨 눈 먼 풀잎 모조리 태우는 끝모를 모래 벌판 여름 불볕 아래 아아, 열아홉 순정이 짓밟히는구나
  • 8. 12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3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여름 |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쉽게 잊힌 ‘1970년대 N번 시다’들의 이야기 전태일에서 김경숙까지, 여성노동자 운동 발자취 ‘언니Ro’ 탐방기 서울여성노동자회(서울여노)는 김경숙 열사 40주기를 맞아 그 정신을 기리고, 여성노 동자 운동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당시 투쟁현장을 잇는 ‘언니Ro’ 코스를 개발하고 탐 방을 진행했다. 서울여노 사무처 활동가들과 전 콘트롤데이타 부지부장 유옥순 님, 여성 노동사를 연구 하시는 유경순 님, 서울여노 회원이자 공정여행작가이신 신민정 님 그리고 관련 기관·단 체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언니Ro’의 거점을 검증·선정했다. 이 후 찜통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네 차례의 답사를 진행한 끝에 1960~80년대 여성노동자 들의 투쟁역사가 담긴 노동 현장을 총 4코스(구로, 청계, 영등포, 금천)로 구성한 ‘언니 Ro’가 탄생했다. 올해는 이중 ‘구로 언니Ro’(9/28), ‘청계 언니Ro(10/18)’ 두 개 코스의 탐방을 진행하였다. | 언니Ro에 오면 진짜 언니들이 있다! 구로 언니Ro 탐방을 하며 구로 산단공단에 있는 ‘수출의 여인상’에 들렀을 때였다. 1974년 구로공단의 탄생 10돌을 기념해 초기 섬유·봉제산업을 이끈 여성 근로자들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지어진 이 동상 앞에서 전 콘트롤데이타 부지부장 유옥순 님은 당찬 온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16년까지 작성된 네 편의 글에서 김경숙은 열아홉 순정의 나이에 짓 밟힌 가여운 여공 또는 한 떨기 백합꽃으로 묘사된다. 생전의 김경숙과도, 죽음에 맞선 김경숙과도 어울리지 않는 해석이다. 민주화운동 시대 남성 지식인들의 시선이 만들어 낸 대상화이자 반(反)여성적인 타자화다. 여성 스스로의 눈으로 김경숙의 삶과 죽음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김경숙,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다 김경숙이 남긴 일기와 글,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남동생의 학비를 대는 가난한 농민가족 의 큰 딸에서 노동조합의 간부가 되고, 노동운동가로서 사상과 의지를 갖추어 가는 여정 을 읽을 수 있다.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동일방직 해고노동자를 만난 후 쓴 일기에서 그녀는 ‘비인간적인 사회의 모순점을 볼 때 정말 이가 갈리고 죽이고 싶다. 육체적으로 편안하기 위하여 연약한 근로자 여직공들을 왜 못살게 하는가… 더러운 비인간화들은 꺼져라. 민주주의 이 땅위에 왜, 왜, 왜 정말 억울하기만 하고 울분만 나오고 우리들의 마 음은 더욱 강인해진다.’고 토로했다. 8월 10일 저녁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에 한 말은 유 언으로 남았다. “우리 노동자가 노예가 아닐진대, 어찌 순순히 끌려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차라 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이 암혹한 노동현실에 이 한 몸 노동운동 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노동운동에 거름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 노동자를 철저 히 소외시키는 이 사회에 노동자도 인간으로 살아 외칠 줄 안다는 것을 우리 몸으로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1970년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을 외치며 산화해 간 전태일의 선언과 다르지 않 다. “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다”는 최순영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깊다. 이 깊은 울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성의 시선으로 김경 숙 읽기를.
  • 9. 14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5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여성노동자들은 번 돈을 집으로 송금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습니다. 오빠와 남동 생의 학비를 대는 여공들도 많았죠.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 달에 2번 정도 쉬었어요. 명절이 되면 회사 마당에 우리를 고향까지 실어줄 버스가 줄 지어 서 있어요. 명절이 끝나면 다시 태워 돌아옵니다. 얼핏 복지서비스 같죠? 실상은 ‘구속버스’였습니다. 어 린 여공들이 오랜만에 고향에 가서 가족들 만나 며칠 지내다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안 돌아올까 싶어 태워 온 거예요.” 민주노조 운동이 활발하게 있었던 삼경복장 자리가 있던 곳에서는 과거 그 회사의 노동 자였던 윤혜연 님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봉제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며 작업물량을 해내고, 산업체 특별학급 졸업장을 따 기어이 전자 회사(가리봉전자)에 취업했던, 그 야 무진 소녀의 생생한 삶을 이 보이는 듯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어요. 나이가 너무 어리다 해서 2살 속여 16살로 봉제 공장에 입사했어요. 잔업만 100시간 넘게 했고, 철야도 일상으로 했습니다. 작업하다 가 다이(작업대) 위에 대충 옷 깔고 잠을 자는 생활을 8년간 했죠. 그때 좀 잘 자고 잘 먹었으면 키가 더 컸으려나요? (웃음) 고된 일상에도 우리는 야간 산업체 특별학급 진 학을 꿈꿨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봉제공장보다 대우가 좋은 전자 회사를 가기를 희망 했죠.” 청계 언니Ro 탐방에서는 평화시장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분신 항거 후, 그의 어머니 이 소선 여사와 동료들이 조직한 청계피복노조의 투쟁사를 들을 수 있었다. 전 청계피복노 조 교육선전부장 이숙희 님은 ‘작은 옷가게 사장님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던 소녀들’ 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9시 출근 8시 퇴근을 요구해 노동시간 단축을 관철하고, 퇴근 후 공부, 취미 모임을 했습니다. 미싱사가 시다의 월급을 주게 하던 관행을 없애고 ‘시다 직불제’를 도입했 고. 16인 이상 사업장에만 가능하던 퇴직금을 소규모 공장 위주이던 평화시장에 맞 게 10인 이상 사업장도 주도록 했어요. 청계 피복 여성노조원들은 ‘빨갱이 같은 년들’ 이라 욕을 들으면서도 투쟁 의지를 굽히 지 않았습니다.” | N번째 시다들, 역사를 만들다 청계언니Ro 탐방 중 돌아본 전태일기념관 전시관에는 당시 여성노동자들의 작업공 간 ‘다락방’이 재현되어 있었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수 없고 기지개는 엄두도 못 낼 그런 공간이었다. 전 청계피복노조 교육선 전부장 이숙희 님은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에서 착취당했던 당시의 뼈아픈 상황을 전해주었다. “휴식시간을 주지 않아 작업 중에 눈치 보며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다닥다닥 붙은 다이(작업대) 밑으로 기어 나와야 해서 많이 참았죠. 켜켜이 쌓인 원단이 뿜어내는 먼지는 고스란히 코로, 입으로 들어가 각혈과 폐병을 유발했습니다. 회사에 알렸다가 는 해고될 게 뻔해 병을 숨기고 일해야 했어요. 우리는 이름도 없이 ‘1번 시다’, ‘2번 미싱사’으로 불렸어요” 물에 말면 쌀벌레가 둥둥 뜨는 구내식당 밥, 출퇴근 때마다 여공들의 가방과 옷을 수색 하는 사측. 회사는 급성장해도 제자리인 월급. 여성노동자들은 이 같은 부당행위와 인권 유린을 숱하게 겪으며 단결해 싸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 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들이 ‘불온한 사상’을 지녀 서가 아니다. 일하며 겪은 부당한 대우와 근로조건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며 문제의식이 생겼고, 노동조합을 통해 학습하며 평등과 정의에 대한 열망이 성장한 결과였다. 청계피복노조가 조직한 ‘구로동맹 파업’은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일어난 노동자들의 정 치적 동맹파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1985년 6월 24일에서 29일까지 6 일에 걸쳐 대우어패럴, 효성물산, 가리봉전자, 선일섬유, 부흥사 5개 노조가 동맹파업 을, 다른 5개 노조가 지지연대투쟁을 벌였다. 대우어패럴 노조가 깨지면 다른 노조도 깨 70년대 평화시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의 삶 을 전해주고 있는 전 청계피복조노 교육선전부 장 이숙희 님
  • 10. 16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7 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만들어 낸 역사적인 연대투쟁이었고,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었 다. 현재 쇼핑몰이 대거 밀집해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마리오 사거리’가 바로 구로동맹 파업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곳에 대우어패럴, 서울통상, 효성물산이 바로 이웃해 있었다. 여성노동자들은 파업 당시 넓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자 회사 건물 창문에 매달려 수건 을 흔들어 연대와 지지를 표시했다. 유옥순, 윤혜연 님은 노동운동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 회상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보고서는 구로동맹 파업을 두고 ‘아름 다운 6일간의 만남’이라 기록했다. 이번 탐방에 함께한 이들은 이제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아울렛 매장에서 옷을 ‘득템’할 생각보다 서로에게 수건을 흔들며 응원하는 언니들을 먼 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그간 여성노동자는 산업화의 흐름 속에 집안을 위해 희생한 착한 딸, 혹은 도시 빈민으 로 살아가는 ‘공순이’로 한정해 그려졌다. ‘공순이’라는 별칭에 녹아 있는 멸시는 언니Ro 탐방에서 확인한 언니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언니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훼방 놓기 위한 사측의 회유도, 구사대(노조 진압을 위해 사측이 고용한 사람들) 의 무자비한 폭력도, 인간으로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언니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민주노조 운동을 견인한 언니들은 용감하고 강인한 운동가였다. 역사의 주인공인 이 언니들을 제대로 알리고 기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남성 중심 역사관에서는 가려진 언니들의 진짜 이야기, 우리 언니들이 노동하며 투쟁한 이야 기는 내년 언니Ro 탐방에서 계속된다. 구로 언니Ro를 개발하며 구로 2,3공단은(현 금천구) 표지석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 여성노동자회는 금천구청에 표지석을 보강해 세워주라고 요청했고, 금천구청이 이를 받아 들 여 올 연말까지 구로지역 6곳에 표지석을 세우기로 했다.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투쟁으로 뜨거운 2019년, 어두운 터널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김경숙 상 6회 수상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편지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4년부터 열사의 뜻을 이어가고자, 투 쟁으로 역사의 진보를 열어가는 현재의 여성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올해의 여성노동운 동상 ‘김경숙 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올해 6회를 맞는 ‘김경숙 상’의 수상자는 한국도로공사의 불법 파견과 불법 외주화에 맞 서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요급수납원들이다. 당초 도로공사의 직원이던 요금수납원들은 2000년대 들어 외주용역업체 소속의 노동자로 전환되었다. 여성노동자가 밀집되어 있 는 ‘요급수납’직무를 도급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사의 업무지시 및 감독은 지속되었고, 요금수납원들은 2013년부터 자신들이 공사의 직원이 맞는지를 묻는 근로 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승소, 그리고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도 요급수납원들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의 필수·상시업무를 하는 직원처럼 일하고 있다 는 점을 인정하여 ‘불법 파견’임을 확인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은 노동자까지 포함하여 모 두 직고용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0월 9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동조합과 ‘정규직 전 환 합의’를 하면서 대법원판결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서 선택적으로 직접 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 해 고용 불안정과 근로조건 하락을 시키며 노동자를 착취하는 전형적인 자본의 방식이 자, 여성노동자가 가장 많이 포진된 직무를 외주화하려는 성차별적 행태이다. 직접 고용을 거부하는 자본과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저항하여 요금수납원들은 서울톨게 이트 지붕 위, 한국도로공사 김천본사, 청와대 앞 등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약 5개 월간의 여정에도 서로를 등불 삼아 꿋꿋이 견디며, 나와 이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 11. 18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19 지금까지의 나는 중요한 결정에 있어 나 자신을 항상 맨 나중에 두었었다. 일과 육아 가 힘들어 동동거릴 때 휴직을 권하는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집안일에 개입해 줄 것을 끝까지 요구하지 못하고 참다 참다 명예퇴직을 했고 그 길로 경단녀가 되어 커리어를 되찾을 수 없었다. 다시 일하고자 했을 때 사회는 어느새 구조조정이 끝나있어 내 자 리는 없었고, 그나마 얻은 계약직 일자리는 시부모님 병간호와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그만두기도 쉬웠다. 다시 시작하고자 한 학업은 엄마의 창업과 애들 교육으로 한없이 늦어졌다. 나의 희 망은 길목마다 욕심으로 치부되며 다음으로 미루기가 반복됐다. 시부모님 두 분을 보 내고 나니, 이번엔 내 엄마 아빠가 병이 들었는데 수험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돌보려 니 병원비와 필요한 시간을 한 방에 해결하기에는 3교대로 돌아가는 톨게이트 요급수 납직이 딱 맞았다. 그러나 막상 일해보니 식사도 잠도 제때 못 챙기는 데다 최소한의 수면량조차 채울 수 없었다. 업무시간 중에는 행여 실수라도 할까 늘 긴장한 상태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퇴근하면 쉬어야 했지만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일상에 지쳐갔다. 그런 중 6월부터 시작된 직접 고용 쟁취 투쟁은 코피는 날지언정 내 삶에 활기를 주었 다. 지긋지긋한 불법파견, 중간착취 거부로 시작된 이 투쟁을 해나가며 좀 더 주체적 으로 내 고집대로 새롭게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끝없이 영향을 주던 가족 등 주 변인들과 잡다하고도 끝없는 집안일과 분리되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함께 싸우 는 동지들로부터 무한에너지를 받는 덕이다. 걱정과 우려로 시작했으나 기다림에 지 쳐 협박을 넘어 비난과 손가락질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예전의 나였다면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을 했겠지만, 올해의 나는 좀 바뀌어 있다. 한없이 이기적으로 내 일, 내 선택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앞 투쟁을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상경 했을 때는 정말 뭣도 몰랐었다. 일정만 마치면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여 집회나 좀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무더운 더위 와 태풍 장맛비 속에서 노숙 농성과 거리행진을 하게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이젠 김천 본사 점거 농성까지…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을 맞이하며 긴 여정을 달리고 있다. 나는 지금껏 노조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비정규직을 당연한 거로 알았다. 그래서 소 장들에 심부름도, 대리운전도, 심지어 아침밥 챙겨주고 치우고 퇴근하는 그런 어리석 은 일을 하면서도 지금껏 그게 노동 탄압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에 날까 봐 잘릴까봐 시키는 대로 한 것이 해고되고 여기 투쟁 현장에 와서야 잘못된 것을 알았 다. 투쟁하며 처음으로 길에서 노숙도 해보고, 거리행진도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 도 해보고, 문화제 무대에서 합창도 해봤다. 이렇게 중년이 돼서야 처음 해보는 새로 운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여러 사람에게 박수갈채도 받았다. 투 쟁 과정에서 나 자신과 시친(시위 친구)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 는 것도 정말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벅차다. 어설프고 미숙한 그대로 날 것의 느낌, 세 련되지 않아도 정있고 한없이 따뜻한 동지들과 함께 가장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하며 의 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들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걸 보니 우리 모두 역시 ‘여 전사’인가 보다. 함께하며 세상의 많은 것을 새로 배우는 지금, 인생의 어두운 터널에 서도 빛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며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실태를 알아간다. 영주지사 화장실 가는 계단에서 위험하게 떠다밀며 비웃던 정규직 직원들, ‘거저먹으려고 하지 말고 시 험 봐서 정규직 돼라’던 이들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 누군가가 배우지 못 하고 무능해서 비정규직 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철폐를 선두에서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투쟁을 알아주 문재인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시위를 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막아 선 경찰.
  • 12. 20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21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여성노동운동의 계보를 잇다 지역여성노동자회, 70년대 여성 노동운동 선배들과 토크콘서트를 열다 “동일방직에 여성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생리휴 가, 점심시간 30분 찾기, 제시간에 출근하기 등 근로조건 개선들을 이루어졌어요. 회사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싶다’고 외칠 때 마다 더 짓밟고 탄압하고 노조를 깨려고 작정 을 했던 거예요. 정식으로 투표를 통해 지부장을 선출해야 하 는데 똥물을 뿌려가면서 선거 방해를 했던 거 죠(78년도 2월). 투표 못 하게 방해하려고 똥 물을 플라스틱 양동이에 들고 투표 장소에 와 서 먼저 뿌리고 투표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뿌 리고… 이런 만행을 저질렀죠. 그러고 나서 3 월 10일 노동절 장충체육관에서 최규하 국무 총리가 축사하는 자리에 우리가 거기에 가서 우리 사건을 알리자고 약속을 한 거예요. 국무총리가 “첫째”, “둘째” 할 때, 다 일어나 서 플래카드를 쳐들고 ‘똥 먹고 살 수 없다! 동일방직 문제 해결하라!’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삽시간에 다 사람들이 차에 실려 연행됐어요.” - 전 동일방직 노동조합 사무차장 최연봉 님(10월 14일 인천여성노동자회 토크콘서트에서) 고 연대와 준 많은 동지, 후원해주는 많은 단체를 보며 세상의 정의가 아직 살아있음 을 느낀다. 덕분에 몸이 지치고 고단할 때에도 “이것이 옳다”고 다잡으며 감당할 수 있다. 회사와 정치권이 노동자를 갈라쳐서 마음을 흩트려 놓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질끈 잡아 동여매고 여기까지 싸워온 우리의 싸움이 헛되지 않도록 나아갈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하는 조합원으로서 밀알이 되어달라고들 하지만 우린 밀알로 남아있고 싶지 않다. 열매를 따고 싶다. 그 열매는 대단히 큰 것이 아니다! 대법원도 인정한 대 로, 법대로 직접 고용하라! 직접 고용 쟁취하는 날까지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고. 누 가 보면 미쳤다 할 정도로 환한 웃음 지으며 즐겁게 투쟁하여 모두 함께 직접 고용 되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노트에 또 하나의 꿈을 새겨놓는다. 동지들아~ 어디가 되었건 조끼 입고 운동화 끈 단단히 매고 다른 집회 현장에서 다시 만나자! 마음으로 금전으로 시간으로 진 연대의 빚, 연대로 다시 갚자!! 그리고 육십 이 되고 칠십이 되어 우리의 공통분모 2019년을 뜨겁게 회상하자!! - 김천 도로공사 농성장에서 ✽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이정미(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원주지회), 유임순(민주일반연맹 공공연 대노조 동광양분회) 님의 글을 각색했습니다.
  • 13. 22 일하는여성 제108호 특집 | 여공, 기억에서 역사로 23 “열 세살에 공장에 들어가 7번 미싱사 밑에서 일해 공장에서 나를 ‘7번 시다’로 불렀 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청계피복 노동교실(사진) 무료 중등교육’ 전단지를 보고 노조 에 찾아갔어요.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초등학교도 못 졸업했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거든요. 가니까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했어요. 그때 스물 세살에 처음으로 내 이름을 물어봐 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감옥에서 나와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노조를 그만둘 수 없었던 건. 그 당 시 동료가 내게 건넨 말들 때문이었어요. ‘신순애 씨, 어디 아파요?’ 하고 물어보는 조 합원들이 있어서 버텼고, ‘순애야, 고마워~ 우리가 너희 덕에 휴일에 놀게 됐어’라고 노동조합 활동의 의미를 인정해주던 친구들이 있어 그 시절 나는 신이 나고 행복했어 요.” - 전 청계피복노조 조합원 신순애(10월 1일 부산여성회 토크콘서트에서) “그 시대 때는 여자들 같은 경우는 그냥 인간이 아니라 부산물이야. 오빠인 남자, 동 생인 아들이 아들들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하는 부산물로 태어난 거지. 이름도 없어. 이름이 그냥 공순이지. 공장에서도 남자는 주임이나 반장이나 책임자 역할을 하고. 하물며 남자들은 담배 필수 있는 시간을 딱 주는 거야. 여자들은 화장실 갔다가 좀 늦게 와도 반장은 난리인 거야. 지금에서 보면 그게 성차별이지. 내가 문제제기를 했 더니 ‘억울하면 서서 오줌 누면 되잖아’라며 비아냥거리더라고. 출근 투쟁에, 단식농성도 하고(사진)… 전두환 정권과 사측이 너무 극악했어. 하지만 우리는 후회가 없어요. 비겁한 승리보다, 정의로운 패배가 더 낫지. 노동자가 싸우는 자체가 승리하는 거에요! 안 싸울 때가 지는 거지요. 역사는 민중 편이에요. 우리가 노예제부터 시작해서 봉건제, 자본제, 왔을 때 그 흐름이 그렇잖아요. 우리에게는 미 래가 있고 희망이 있어요.“ - 전 원풍모방 노조 수석 부지부장 박순희 님(10월 17일 대구여성노동자회 토크콘서트에서)
  • 14.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5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배진경 |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2020년 총선, 성평등노동을 주문한다 곧 21대 총선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스무 번째를 넘어서는 첫 선거다. 대의제 정치가 자리 잡고 난 이후 선거는 국민이 자신의 요구와 필요를 대변할 이를 뽑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선거는 각 정당의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한 평가이자 어떤 세상을 꿈 꾸는가에 대한 서로의 그림을 맞추는 일이다. 여성노동자회는 선거 국면에서 항상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제안해 왔다. 21대 총선에서도 여성노동자회는 성평등노동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어갈 정책을 제안 한다.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 정책의 결과가 가져올 세상이 바로 저작권료이기 때문이 다. 여성노동자회는 각 정당의 정책이 1%가 아닌 99%를 위한 것이기를 바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살피는 것이기를 바란다. 동시에 여성이 당당하고 평등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기를 주문한다. 선거 국면에서 당신의 선택 기준이 부디 노동이 존중되는 성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본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 여성 인력 활용정책 아닌 ‘성평등노동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상황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원인 분석이 달라지고 다른 진단, 다른 대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성을 정책의 주체로 사고하느냐, 도구로 환 원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은 매우 달라지고 노동시장은 요동쳐 왔다. 국가정책은 여 작년 2018년 #미투운동 덕분에 한국사회 이곳 저곳의 부정의한 것들이 드러났습니다. 더 많은 여성들과 페미니스트들이 각성했고, 공고한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 권력관계가 우리사회 부정의를 야기하는 핵심에 존재하고 있음을 소리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조적 변화, 패러다임의 전환은 충분치 않습니다. 실례로 2018년 국회에 150여 개의 성폭력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지금까지 13개의 법안만이 개정되었을 뿐이고, 2019년 예산 중 미투 운동 후속 대책에 관한 부분은 0.01%에 불과했습니다. 다가올 2020년 새해는 법제도를 만들어내는 입법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는 해입니다. 한국여 성노동자회는 이 시기 다시한번,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구축하고 여성들이 대상 화되거나 배재되지 않고 당당한 시민노동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자 합 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용상의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정책과제를 [기획1]에서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기획1 | 2020총선,성평등노동정책은?
  • 15. 26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7 성들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쳐 왔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여성 노동정책은 여성을 도구 적으로 활용하는 여성인력 활용정책에 머물러왔다.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평등하고 행 복한 노동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성장율을 높이기 위해, 혹은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 인력활용을 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우리에겐 여성이 정 책의 주체로 존재했던 경험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정책의 철학에서 성평등노동을 기본전제로 시작해야 한다. 정책의 범주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파편화된 정책이 아 니라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고 구조적 차별을 제거할 수 있도록 확장되고 통합되어야 한 다. | 경력단절이 아닌 ‘고용단절’ 문제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2018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2.9%이다. 정부는 이렇게 낮은 경제활동 참가 율의 원인으로는 경력단절이 지목한다. 경력단절 여성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을 이 유로 노동시장을 떠난 여성들을 일컫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력단절 여성 및 사회보험 가입현황'에 따르면 여성들의 경력단절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결혼(34.5%), 육아(32.1%), 임신·출산(24.9%), 가족 돌봄(4.4%), 자녀교육 (4.1%) 순으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보기를 바꾸어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근로조건 및 직장환경(23.6%), 계약만료(19.6%), 결혼·임신·출산 퇴사관행(13.7%), 경영악화 구조조정(10.9%)이 개인·가족관련이유(19.8%), 육아 및 자녀교육, 가족간호(12.3%) 보다 높게 나온다3 . 여성에게 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 탓에 여성의 일자리는 대부분 가 사와 육아를 하면서 지켜낼 만큼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다. 비정규직이어서, 회 사 사정이 좋지 않아 떨려난다. 이런 상황이 육아와 겹치게 되면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지 는 것이다. 경력단절이라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해결을 요구했었을 때는 모부 성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였다. 경력단절 문제를 제기한 이유 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예방하는 정책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여성의 생애 경로를 경력단절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경력단절 문제만 해결되면 모 든 여성노동 문제를 일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력단절이라 3 국미애(2014), ‘서울시 비취업 여성의 일 경험 및 정책수요조사’ 는 좁아진 시야를 넓혀 고용단절이라는 확장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여성의 고용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 의해 단절되는 모든 원인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해 결을 모색해야 한다. | 낮은 곳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 여성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매우 낮은 곳에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임금이 낮 으며, 각종 혜택에서의 배제되고, 영세사업장으로 집중되며, 보조적인 업무 배치를 받고 있다. 영세사업장은 노동관계법의 철저한 사각지대이다. 최저임금 위반, 주휴수당 미지 급이 비일비재하다. 휴가, 휴게 시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은 상시로 여성들을 위협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노동하고 있다. 2018년 8월 기준 여성비정규직은 전체 여성노동자 중 50.2%이며 월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34만원이다. 이는 여성이 독립적 시민으로서 자리 잡고 살아가기에 가능한 액 수가 아니다. 정부는 낮은 임금을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충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절대 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여성노동자들은 지나치게 낮은 처우와 근로조건으로 인해 기 본적인 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정신과 가치, 정체성을 공유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 16. 28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9 할 시간과 경제적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낮은 곳에서부터 노동권과 인권의 존중, 성평등 실현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아닌 개인독립생활자 모델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을 노동자로 인식하기보다는 가정 내 가사, 양육의 전담자로 고 전적인 성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여긴다. 여성을 위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 다는 담론이 수용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아이는 엄마가 양육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 문에 퇴직이 자연스럽다’는 성 역할 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성은 생계보조자(=임시노동 자)라는 사회적 통념에 의해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정당화되고 있다. 여성의 저임금은 남 성의 장시간 노동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합리화 명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이데올로기로 동원된다. 결국 여성의 저임 금은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리게 한다. 가족의 형 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 라 모두를 개인독립생활자로 설정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독립된 개인 으로 생활 가능한 존재여야 하고 국가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21대 국회에 바란다! 여성노동자회가 제안하는 성평등노동 정책 과제 | 성평등노동 실현을 위한 국가 기반 조성 •모든 법·정책 설계 시 성평등 철학에 기반하여 여성을 도구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설정 •남성생계부양자모델로 설계된 제도, 관행을 타파하고 개인 단위로 재구조화 : 노동, 사회정책을 현재의 가구 단위 보장에서 개인의 시민권을 보장하도록 전환 •자기돌봄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권 인정 •경력단절을 고용단절로 프레임으로 전환 :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여성의 고용단절 방지 및 경제활동 촉진법」으로 전면 개정 •성별분리통계 의무화 | 성별 임금격차 해소 •성별 임금격차 해소 기본법 제정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채용성차별 근절 :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 벌칙조항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성차별 의심 기업에 대한 조사 및 근로감독 의무화, 면접위원에 대한 성평등 교육, 면접위원 성비를 한쪽 성이 60%를 넘지 않도록 법제화 •관리직, 임원 여성 30% 할당제 •성평등임금공시, 고용평등공시제 등 성평등 공시제 도입
  • 17. 30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1 | 2020 총선, 성평등노동 정책은? 31 •최저임금 시급 1만원 | 성평등한 직장문화 구축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피해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 부여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업주 벌칙조항 확대 적용 •업무관련성 확대를 통한 특수고용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산업재해의 쉬운 적용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업주의 의무 불이행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국회부터 성평등 조직문화 안착 •꾸밈 노동을 강제하지 못 하도록 법제화 | 일·생활 균형 •임금하락 없이 주당 법정 노동시간 35시간으로 단축 •업무시간 외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 •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 보장 | 모·부성권 보장 •모든 출산 여성에게 출산휴가급여 지급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상향 •난임치료휴가 기간 연장 •육아휴직급여 현실화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 도입 | 안전한 일터, 사회 안전망 강화 •체불임금 국가 선지급,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자발적 실직자에게도 실업급여 지급 •5인 미만 사업장 대책 사업주 교육 : 노동인권교육, 직장내 성희롱 예방, 조직문화 등의 교육 필증을 제출해야 사업자 등록증 발급하도록 •현재 가구단위로 적용하는 EITC,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개인 베이스로 적용 | 노동관계법 사각지대 해소 •일하는 사람 누구나 가입 가능한 고용보험, 산재보험제 도입 : 사업주 부담분은 기 업에게 세금을 걷어 ‘노동자고용안정기금’ 조성 •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 확대 적용 •임금 인하를 목적으로 한 무리한 시간 단축 금지 •15시간 미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전면 적용 | 돌봄노동자, 노동권 확보 •사회서비스원 관련법 제정 •돌봄노동자(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아이돌보미, 산후조리사 등) 처우 개선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
  • 18.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3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이을 |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으로 해결될 일? 한국기업 채용성차별의 유형 파악 채용에서의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태는 한국 사회에 너무나 만연해 마치 공기와 같다.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져 이 차별행태를 하고 있는 기업·인사담당자는 이것이 왜 문제인지 인식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성차별 사안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 역 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는 사이 다수의 기업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 “인재가 많아도 여자는 정해놓은 만큼만” - 점수조작 부당탈락 유형 재작년 하반기부터 공기업과 금융권 다수에서 굵직굵직한 채용성차별 문제가 적발되었 다. 2017년 가스안전공사와 대한석탄공사, 그리고 2018년 KEB하나은행, KB국민은 행, 신한금융, IBK투자증권, 킨텍스까지, 이들 기업들은 채용 성비를 사전에 정해놓거나 채용과정 중 점수를 조작해 여성지원자를 일부러 떨어뜨린 곳들이다. 같은 해 가을, 고 용노동부가 금융권의 채용성차별 여부를 전수조사하던 중 삼성과 한화 금융계열사 6곳 은 채용 관련 서류를 폐기하여 은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위 기업 13곳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내외부 감사시스템 이 존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아무렇지 않게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고 성별 을 이유 삼아 지원자를 떨어뜨리는 범법을 자행하고 있는 걸 보노라니, 한국사회의 중소 채용성차별 사안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17년 말부터 전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 지만, 여성이라서 채용과정에 불이익을 받고 결국 일터에 진입하지 못하는 일은 너무나 오래 전부 터 거의 모든 여성들이 겪어 온, 그래서 고용하는 측과 지원하는 여성 간에도 문제로 부상하지 못 하고 그저 관행이란 이름으로 용인되어 온 오래된 ‘범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합니다. [기획2]에서는 최근 2~3년간 사회적으로 드러난 채용성차 별 사례들을 유형별로 살펴봅니다. 또한,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상 불법으로 적시되어 있으나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이 ‘채용성차별’ 사안을 제대로 규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제시합 니다. - 편집자 주 기획2 | 더이상참을수없다‘채용성차별’
  • 19. 34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5 기업이나 영세기업에서 여성 취준생들이 어떤 수모를 겪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참담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채용성차별에 대한 처벌은 벌금 500만원. 처벌 같지도 않 은 처벌 수위에 변화가 없는 한 조만간 비슷한 사건이 터지리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 까.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 7월 공채에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여 부당 탈락시킨 것이 적발됐다.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최종면 접에 올라가 면접점수도 1등으로 받은 여성은 48점으로 점수가 바뀌어 탈락자가 됐고, 남성 불합격자는 ‘채점오류’라며 합격자로 둔갑했다. 직무 적합여부, 자격조건이 기준이 아니라 성별이 기준이 된 기이한 공채에서는 심지어 특수차 운전 분야에 무면허자가 채 용되기도 했다. 이 범죄의 관련자들은 ‘여성이라 하기 힘든 업무’이고 ‘현장여건이 여성을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랬다는 변명을 했다. 2017년 가스안전공사가 여성지원자를 부당 탈락시 킨 이유로 당시 사장이 평소에 “여성들은 업무생산성이 떨어진다”라는 말을 자주 했기에 이를 의식한 결과였다고 보도한 기사글이 생각났다. 사기업은 성차별로 인한 문턱이 더 높을 것을 우려해, 블라인드 제도도 있고 표준화된 시험이 존재하는 공공기관·공기업으 로 취업 준비를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 얼마나 황망한 소식일까! | “들어는 와도 정규직 전환, 승진은 안돼” - 성별분리채용 유형 지난 11월 19일,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에서는 청년 취준생들이 겪은 채용성차 별 사례를 청취하는 집담회를 열었다. 소위 남성들이 집중되는 이공계 전공과 연계된 직 업을 가진 한 여성이 취준 시기 ‘여자들은 잘 안 뽑는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으며 움추려 들었던 것, 그리고 어렵게 입사를 하고 나서도 여성과 남성의 업무가 나뉘어져 여성은 임 금도 많이 못받고 승진 경로도 막히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시금 채용성차별 의 심각성이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맥락의 사안으로 현재 대응과 투쟁이 진행 중인 곳이 있다. 지역 MBC 방송국 16 개 중 12개사가 여성 아나운서만 비정규직이거나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고용 형태에 차 별을 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전 MBC의 한 여성 아나운서는 타사에서 아나운서 경력 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경력인정도 되지 않는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6여 년 을 일하고 있는데, 반해 2018년 정규직 아나운서를 뽑는 공채에서 군 입대까지 경력으 로 인정하여 남성이 그 자리에 뽑히는 것을 직접 목도했다. 회사 편성제작국의 관리감독 아래 거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여성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계약직이기에 정규직인 후배 남성 아나운서보다도 못한 임금을 받고, 여타의 복리후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건별 계약으로 고용이 유지되는 처지이기에 고용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몇 년을 일해도 호봉이나 승진을 기대할 수 없다. 한 회사여도 들어가는 문을 달리 만들어 놓고 저임금으로 후려치고, 노동의 지속가능성 을 차단하는 행태는 비단 대전 MBC 외에도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겪고 있는 채 용성차별의 한 유형이다. 2018년 기준,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반 이상 (50.7%)으로 잡히는 통계수치만 보아도 여성들이 채용의 문을 달리 들어가고 임금을 포함한 모든 근로조건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짐작이 쉽게 가능하다. 대전 MBC가 여성 아나운서만 계약직이나 프로그램 별 계약하는 프리랜서로 뽑아온 것에 대해 ‘성별분 리’의 채용성차별임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싸우고 있는 유지은 아나운서
  • 20. 36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7 | 이제는 바꾸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계별 합격자 성비공개부터 상기 사건들이 터지면서 여성들의 숨겨진 분노가 드러나고 있음을 종종 확인한다. 한국 에서 취준하며 거의 모든 여성이 한 번 이상은 겪은 피해이지만 ‘여자는 결남출(결혼, 남자 친구, 출산) 질문 당연히 받는 거다’, ‘스펙을 더 쌓든지 하향지원해야 한다’라며 어느샌가 이 문화에 순응했던 그들, 때로는 느낌이 정말 좀 이상해도 ‘내가 정말 모자라서 떨어진 지 몰라’라는 자괴감에 더 사로잡혔을지 모르는 그 여성들이 최근 몇 년간 드러난 한국 의 채용성차별 백태를 보며 “이것은 채용에서의 성.차.별”임을 인지하고 분노하고 있다. 성차별 기업 규탄 기자회견 준비할 때 항의 문구 보내고, 대전 MBC 건에 연대하는 온라 인서명이 1,000건이 넘게 모이고, 고용노동부나 공동행동에 온라인제보를 보내주는 일 련의 흐름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채용성차별,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채용성차별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처벌제도·근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7월 5일 대통 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채용성차별 해소 방안 에 “고의·반 복적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등 성차별을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법 상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법 률 제·개정”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이 무엇보다 먼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채용과정 중에 성차별이 예방될 있게 하는 ‘채용단계별 합격자 성 비 공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채용성차별은 여성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 한 범죄이다. 국민의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범죄에 대해 정부와 국회는 적극적인 차별 근절 제도를 마련하고 엄격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구미영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의도적인 채용 차별은 없다?! 채용성차별을 규율할 법·제도 마련을 촉구하며 고용차별 판단 법리를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점부터 지난 10여 년 간 ‘의도를 중심 으로 고용차별의 개념을 이해해선 안 된다’라는 주장을 해왔다. 인권 인식이 발전하고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도입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사 노무 역 량이 성장하면서 감히 차별의 증거를 남겨두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진 단한 것이다. 따라서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불이익한 영향, 상관관계가 얼마나 큰지에 따 라서 고용차별을 판단해야 한다는 해외의 판례 법리나 입법례를 열심히 소개하고자 하 였다. 그런데 2017, 2018년에 차별의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사례를 공공 기관과 금융기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적발된 기업의 면면을 보건대 인사 노무 및 준법 감시 역량이 부족해서라는 변명은 꺼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근래의 채용성차별 사건들은4 , 대놓고 채용 차별을 하여도 기업 경영에 일절 부담이 없 는 상태를 너무 오래 지속하였음을 확인시켜 준다. 채용 차별의 특성상 인사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접근이 어렵고, 빠르게 다른 기업 채용 대비를 해야 하는 구직자의 특성으 로 인해 채용 차별은 아무런 부담이 없는 관행이 되어 버렸다. 승진, 임금, 정년 등의 차 별은 재직자의 눈과 목소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좀 더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 등 고용차별을 관할하는 기관 4 필자는 채용 비리 프레임으로는 채용성차별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채용성차별 공대위 등의 견해에 동 의한다. 비리라는 개념상 의도적인 규정 위반 행위라는 좁은 범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21. 38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39 들의 반성과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 적발되지 않은 기업에는 채용성차별이 없는가 채용성차별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조작이 적발되지 않은 기업들에는 채용성차별이 없는가”이다. “이번에 300명을 신입 행원으로 뽑는다 했을 때 여자 남자 성비 어케 보시나 요? 70대30은 될까요?” “이번 공채 여자 몇 명 뽑을까요?”… “7대3 비율이 면 여자를 많이 뽑네요. 타행의 경우 거의 8대2인 걸로 알고 있어요ㅠㅠ”5 위의 기사에서 생생하게 소개하듯이,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경험치에 기반하여 축 적된 각 기업별 여성 채용 비율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소위 괜찮은 일자리라고 하는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암묵적인 여학생 쿼터가 있었음에도 ‘조작했다는 증거가 없 다’는 이유로 정책적 개입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온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증권업계처럼 비정규직 고용 형태의 직군에 여성을 다수 채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여성 고용률을 유지 해온 경우에는 더욱 채용성차별을 의심하기 어렵다. 아래는 주요 은행 행원·대리급 신규 채용자의 성비로 여성 고용률이 높지만 선호되는 직군일수록 여성의 비율이 낮은 실태 를 보여준다. 주요은행의 대리, 행원급 신규채용자 중 여성 비율 (단위 : %)6 신한은행 KEB하나 기업 국민 우리 2015년 19.5 19.1 31 32.9 34.2 2016년 31.4 18.2 35 37.4 38.8 2017년 9월 30.5 26.1 34 59.1 5 시사IN, “5대 은행, 2년간 일반 정규직에 여자 30%도 안 뽑았다”, 2017년 12월 05일(화) 제533호 기사. 6 출처 : 금융노조 주요 은행의 전체 신규채용 중 여성 비율 (단위 : %)7 신한은행 KEB하나 기업 국민 우리 2018년 57 40.66 38.8 49 56.7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여학생 쿼터를 추측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로는 공공기관경영정 보 공시가 있다.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자 성비는 2013년을 전후하여 경영정보에 포함하 여 공시되기 시작하였다. 공시된 기관 중 여성의 비율이 지속해서 40% 이하를 보이는 기업을 일부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채용 결과를 조작하여 기소된 가스안전공사와 대한 석탄공사의 여성 비율이 특히 낮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은행의 전체 신규채용 중 여성 비율 (단위 : %) 연번 기관명 신규채용 인원 대비 여성 비율 (%, 소수 첫째자리까지)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4/4분기) 1 주식회사 에스알 0.0 5.9 7.9 10.9 19.6 20.0 2 (주)강원랜드 39.4 34.6 26.2 30.0 44.8 31.0 3 인천항만공사 17.6 37.5 29.4 20.0 19.3 42.9 4 코레일유통(주) 37.9 25.0 21.4 25.8 36.8 31.8 5 한국마사회 41.9 19.4 38.9 28.2 31.4 37.2 6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16.0 12.2 36.1 39.1 42.9 40.0 7 한국에너지재단 0.0 60.0 0.0 0.0 20.0 25.0 8 학교법인한국폴리텍 43.6 20.7 20.0 23.8 17.2 31.5 9 한국가스안전공사 13.2 19.2 15.7 16.3 19.4 32.9 10 한국공항공사 23.0 16.3 27.1 18.6 22.7 25.7 11 한국교통안전공단 27.3 21.4 24.6 18.5 19.1 13.4 12 한국국토정보공사 25.7 23.1 25.0 21.9 22.2 21.9 13 한국남동발전 15.6 15.4 14.9 13.3 12.6 15.8 7 자료에서, 2018년 채용 비율은 아래 뉴스를 출처로 함.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 html?idxno=15741fbclid=IwAR2UZNM7QKLBpFMCXgalMoLzoVm23l8BKHv_ASeAhe8pT6_ biqFBKszreog
  • 22. 40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41 연번 기관명 신규채용 인원 대비 여성 비율 (%, 소수 첫째자리까지)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4/4분기) 14 한국남부발전(주) 13.4 18.2 17.3 21.9 21.7 22.1 15 한국서부발전(주) 19.4 20.8 15.5 19.2 16.4 11.2 16 한국중부발전(주) 16.9 19.9 13.9 15.6 21.7 19.4 17 대한석탄공사 0 0 11.1 0 0 0 산업, 업종 및 직종별 특성에 따라 성별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공공기관들 이 모두 채용성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지속해서 신규채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조차 없었던 것 이 현실이다. 조작 행위가 적발된 기업만을 채용 비리 기업으로 단죄하는 것으로 정책의 초점이 잡힌다면, 조작의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여학생 쿼터를 관리하면 된다는 잘 못된 메시지를 기업에게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 지속해서 누적된 성별 격차는 채용차별의 증거! 이처럼 신규채용에서의 성별 격차가 지속적, 점점 더 나타나는 경우 고용차별로 인정받 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에서는 상당 기간 고용 관련 격차가 크게 유지된 경우 ‘구조적 차 별’(systemic discrimination) 또는 ‘관행적 차별’(pattern or practice discrimination)이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판례 법리가 발전해왔다. 구조적 차별, 관행적 차별이란, 차별로 인해 산업, 직종, 사업장 또는 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로 정의된다.8 구 조적 관행적 차별이 인정받기 위해 “항상” 차별이 발생하거나 “대규모”의 사람이 불리하 게 대우받았다고 입증할 필요는 없다.9 차별하는 패턴이나 관행이 해당 사업장의 표준적 운영절차, 기준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차별행위가 반복적 이고 정기적으로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통계증거가 활용되는 8 https://www.eeoc.gov/eeoc/systemic/ 9 https://www.justice.gov/crt/pattern-or-practice-discrimination 것으로 보인다.10 직접 차별에서의 “성별을 사유로”를 판단함에 있어 통계적 불균등성을 주된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는 팀스터즈(Teamsters)사건 판결에서 최초로 제시되었다. 통상 구조적, 관행적 차별 소송은 집단소송의 형태로 진행된다. 팀스터즈 사건 판결 흑인과 라틴계 근로자가 회사 내의 저임금 일자리에 배정되었음을 보여주는 통계증거를 바탕 으로 채용, 배치, 승진차별이 인정된 사례. 1964년 민권법 제 7편 시행시기부터 1970년대 초 반까지의 채용, 배치, 승진 통계를 바탕으로 하였음. 약 80%의 흑인 및 라틴계가 운행 (operation), 서비스맨 직위 같은 저임금 직무에 있었고, 이는 백인근로자의 경우에 비해 40% 수준이었음. 당해 회사의 인력 중 9%가 흑인과 라틴계였음에도, (임금 수준이 높은) 정 기노선 운전사의 1%만이 흑인 및 라틴계였음.11 미국의 EEOC는 개별 소송을 통한 차별 시정보다는 구조적, 관행적 차별 소송을 통해 집단적 개선 효과를 낳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차별 시정 및 예방 방법으로 본다. 1973 년 구조적 관행적 차별 조사를 위한 TFT를 꾸리고 GE, GM, Ford, Sears 등 전국 단위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이래로, 관련 조사 및 소송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EEOC의 구조적, 관행적 차별 사건 처리 결과12 회계 연도 사건 수 금전구제 받은 인원 금전 구제액 2006 15 271 $ 5,990,000 2007 83 1,225 $ 22,210,000 10 Donald R. Livingston, EEOC Pattern or Practice Litigation, ABA National Conference on EEO Law, March 23-27, 2010, 2면. 11 Teamsters v. United States, 431 U.S. 324, (1977). 12 EEOC(2006). 오바마 정부에서 EEOC가 구조적, 관행적 차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2000년대 후반부터 사건 수가 증가하였다.
  • 23. 42 일하는여성 제108호 기획2 |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채용성차별’ 43 회계 연도 사건 수 금전구제 받은 인원 금전 구제액 2008 137 13,568 $ 81,810,000 2009 162 3,333 $ 59,030,000 2010 193 9,662 $ 71,430,000 2011 265 4,389 $ 76,760,000 2012 263 4,440 $ 52,700,000 2013 330 16,224 $ 59,610,000 2014 277 2,241 $ 22,960,000 2015 296 16,003 $ 80,280,000 총계 2,021 71,356 $ 532,780,000 EEOC가 “공격적으로” 구조적 차별을 조사, 제고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는 다른 연방기관과의 정보 공유가 있다. 연방계약준수국(OFCCP), 연방상업위원회 (federal trade commission)와 사용자의 범죄 이력 정보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결과, EEOC는 펩시의 범죄경력 조회 절차가 흑인을 구조적, 관행적으로 차별했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화해에 이른 바 있다(2012년).13 미국의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는 조작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다른 은행 또는 국민, 하 나은행이 기소되지 않은 다른 년도에 대해서도 채용차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논리 로 사용할 수 있다.14 다만, 팀스터즈 사건보다 성별 격차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보 완할 수 있는 진술의 확보(해당 사업장의 퇴직자 및 재직자, 채용 절차 지원자 등을 대상 으로 수집한 진술 등)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근로감독 결과 채용차별이 드러나는 것 을 피하기 위하여 지원자 비율 자료, 채점표 등 채용 관련 서류를 파기한 것이 확인될 경 우에도 구조적, 관행적 채용차별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평정 기준이나 근속년수 인정 기준 등 다른 근로조건에서 성차별 문제가 있는 것도 관련 증거 가 된다.15 13 Calvasina외(2015), 59-60면. 14 국민은행은 2015, 2016년의 조작 행위만 확인되었다. 15 Oswald B. Cousins(2009), 14면. | 다시 ‘의도적인 채용차별은 없다’를 말하며 은행권 채용성차별 사건 판결문을 보면, 피고 측은 거래처 기업이 남성을 선호한다는 합 리적 이유에서 여성 비율을 낮췄을 뿐 차별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경영진도 그저 여성이 싫고, 성별 격차를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여성을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거 래처의 선호, 출산 및 양육 부담이 없는 인재에 대한 선호 등 수많은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를 바탕으로 그러한 결정을 한다. 따라서 의도, 조작행위 등에 초점을 맞춰서는 실 제로 발생하는 차별이 방치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별금지법과 차별판단 법리는, 행위자의 차별 의도가 아니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차별을 판단하 도록 발전해왔다. 고용차별 소송은 관련 판례 법리와 EEOC 같은 전문기구가 발전한 미국, 캐나다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필자가 의도적인 채용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구조적, 관행적 차 별 법리를 소개하고 있으나, 이를 적용해서 사법적으로 구제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구조적, 관행적 차별 법리가 인정된다면, 채용차별에 대한 기 업 및 노동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새롭게 기준을 설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동부나 국가인권위가 구조적,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성별 채용 격차를 차별의 징표로 선언하고, 이를 관련 정책이나 사업에 반영한다면 소송보다 더 빠르게 기 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취할 때에야, 공정채용을 위해 적극 권장되 는 블라인드 채용이 성별 채용 격차를 가리는 부작용을 볼 수 있다. 지원자의 성비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채용 격차를 합리화하면서, 면접 단계에서 성별을 확인하는 최악의 사 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lio의 신규채용 관련 공시는 저임금, 비정규직 직 종에 여성이 집중 채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될 필요도 있다. 기관사, 파일럿, 로펌 변호사 등 정해진 자격과 훈련을 통과한 자만이 지원할 수 있는 기업에서 의 성별 채용 격차 실태를 확인하는 것도 실태 파악의 시작 단계로서 효율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의도적인 채용차별만 바라보지 말자. 무엇보다 국가기관이 채용 관련 성별 격차를 확인 하고 개입할 수 있는 사전적, 예방적 정책수단은 많다.
  • 24. 44 일하는여성 제108호 칼럼 45 칼럼 박선영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직장 내 성희롱 ‘정의’와 ‘제3자 신고제도’에 대한 변화 모색16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제화 된지도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성희롱이 법적 용어로 처음 등 장한 것은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에서다. 이른바 ‘서울대 신 교 수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후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제3차 개정과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을 거치며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 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 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 규정이 정착 되었다(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제2호). | ‘성희롱’의 정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이유 성희롱은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의 한국적 표현이다. 희롱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 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이다. 그렇다면 성희롱이란 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말이나 행 동에 의한 실없는 놀림이 된다. 따라서 성희롱은 젠더 권력 관계에 기반을 둔 성적 침해 를 제대로 표현한 용어라고 보기 어렵다. 영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성희롱을 평등법, 차별금지법 등에 괴롭힘의 하나의 유형 16 이 원고는 한국젠더법학회 2019년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를 요약·수정 한 것이다. 인 성적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통점은 “원치 않는” 성적 행위(언어적·신체적 등)로 인 해,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위협적·적대적·비하적·굴욕적·모욕적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 그 성적 행위에 응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의해 고용상의 이익 또는 불이익이 수반 되는 경 우를 성적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모욕감, 혐오감을 느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치 않은 성적 행위’가 있었는지, 그 성적 행위의 결과 위협적·적대 적·굴욕적·모욕적 또는 불쾌한 노동환경이 조성됐는지, 아니면 그 성적 행위에 응하거나 거부하는 것에 의해 고용상의 이익 또는 불이익이 발생했는지가 성적 괴롭힘의 성립 기 준이 된다. 이와 달리 우리는 성희롱을 ‘그 성적 언동으로 인해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꼈는지’로 정의하고 있어 성별에 기반 한 성적 괴롭힘, 즉 성차별의 한 유형이라는 점을 탈각시킴으 로써 성희롱을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행위자와 피해자와의 갈등, 시끄러움 정도로 취급 되도록 한다. 이로 인해 성차별 없는 직장 환경 조성이라는 성희롱 법제화 목적은 비가시 화된다. 성희롱 정의를 재구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성희롱이 갖는 성별에 기반을 둔 성적 괴롭힘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 아닌 원치 않는 행위와 그 로 인한 노동환경의 변화에 주목해 이 점이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성 희롱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성희롱을 성적 괴롭힘으로 명명하고, “‘성적 괴롭힘’이란 업무, 고용, 교육 등 기타 관계에서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원치 않는 성적 언동 등으로 인해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거나 위협·적대·비하·굴욕·모욕적인 환경 을 조성하거나, 그 성적 언동을 요구하는 행위 및 이에 대한 불응 또는 굴복을 이유로 불 이익을 주거나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성희롱을 새롭게 정의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제3자 신고제도, 왜 생겨났나?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누구든지 직장이나 기관 등에서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나 임용권자 등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 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 25. 46 일하는여성 제108호 칼럼 47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 장하는 근로자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제14조). 남녀고용평등법에 이렇게 성희롱 제3자 신고제도가 명문된 것은 지난 2017.11.28. 개 정(2018.5.29. 시행)에 의해서이다. 이후 「국가공무원」이 2018. 10. 16. 개정되어 제3자 신고제도가 신설되었다. 즉 “공무원은 인사·조직·처우 등 각종 직무 조건과 그 밖에 신상 문제와 관련한 고충에 대하여 상담을 신청하거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누구나 기관 내 성폭력 범죄 또는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상 담 신청이나 심사 청구 또는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공 무원법 제76조2). 그 밖에 공무원 고충처리 규정, 성희롱ㆍ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 관리규정도 유사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성희롱 제3자 신고제도는 여성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드 러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주목하여 조직 내에서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는 목격자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여 해당 행위를 공론화하고 조치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 피해를 말할 수 없는 ‘여성상’에 기댄 제3자 신고제도의 문제점 그러나 제3자 신고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성희롱은 형법상의 범죄가 아 니고, 성폭력 범죄의 친고제 폐지와는 보호법익, 처분 방식 등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국 가소추주의17 하에서 국가의 형벌권은 피해자 등 개인의 의사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원 칙이다. 비친고죄인 대부분의 범죄의 경우 검사가 기소독점 권한을 갖고 있음으로 검사 의 공소제기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다. 반면 친고죄의 경우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영역에 속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 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형태이다.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친고죄라는 범죄 유형은 없고,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구체적인 규정 방식이나 범위에 있어 차이가 있 17 개인의 소추에 의하지 않고 국가 기관인 검사의 공소에 의하여 형사 소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 우리나라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긴 하나 주로 경미한 범죄에 대해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폐지 배경에는 피해자의 사생활과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강간죄 등 성범죄를 친고죄로 규정 했지만, 친고죄 규정은 피해자의 고소 취하를 얻어내기 위하여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협 박하거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경우가 많은 문제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고, 「형 법」 체계가 성폭력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형법」 체계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달리 성희롱은 국가형벌권이 작동하는 형법상의 범죄가 아니고, 사업주에 의한 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의무화하는 방식의 간접 제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통해 피해자가 성희롱으로부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적 으로 하므로 형법상의 범죄인 성폭력 범죄와는 보호법익, 처분 방식 등이 상이하다. 둘째, 성희롱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 목격자에게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이다. 제3자에 의해 성희롱 사건의 신고와 사건의 해결방식이 선택되고,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피해가 가시화되고 사건의 공식적 해결이 시도될 수 있다. 이 방식은 피 해를 드러내지 않기로 한 이에게는 그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폭력적일수 있다. 또한 여 성의 섹슈얼리티가 그간 소비되어 온 양태를 보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할 위험성이 상존 함에도 신고의 진의를 가릴 방어 기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 제도가 피해자 중심 주의와 2차 가해(피해)와 만나게 되면 정작 가해자는 사라지고 모두가 가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피해자만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는 ‘여성상’, 또는 ‘여성노동자상’의 문제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 이 제3자 신고제도는 여성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드러내 지 못한다는 ‘여성상’ 에 기초하고 있다.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신분의 불안정성과 위치 등에서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취약한 조건으로 인해 피해 드러내기의 어려 움은 불이익 처우 금지의 실질화와 성차별 없는 조직문화의 조성 등의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누군가의 성희롱 피해를 대신 신고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 26. 48 일하는여성 제108호 시선 49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데이트폭력과 사이버상 언어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이에 꿋꿋이 맞서 싸우던 여성 연예인 둘의 황망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여성이 이들의 삶과 죽음에 공명합니다. 이 진창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들의 싸움을 기억한다.” 두 여성을 추모하며 열린 추모문화제의 제목이었습니다. 네. 그들의 싸움을 기억할게요. 그리고 힘을 내어 ‘함께’ 살아갈게요. 평등을 추구하는 일상의 실천이 더 많아지길, 그런 노력이 지지받는 세상이 되길… 이들을 떠나보내며 염원합니다.
  • 27. 50 일하는여성 제108호 시선 51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우리가 바꾼다! 성평등의 정의로! “모리바야사!” 삶 속에서 만나는 큰 역경을 해결하기 위해, 일생에 단 한번 할 수 있 다는 모리바야사 서약은 서아프리카 기니의 ‘말린케’족 여성들은 숭고한 의식이었습 니다. 그들은 이 서약과 바람이 이루어 지면 일이 해결된 기쁨을 나누며 함께 모리바 야사 춤을 춘다고 합니다. 지난 9월 6일 8차 페미시국광장에 모인 이들도 온 몸을 들썩이며 “모리바야사”를 외 쳤습니다. 故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웹하드카르텔 사건 등을 겪으며, 일상에 뿌리 깊게 자리잡아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남성카르텔을 깨부수고자 우리는 진심을 다해 춤추고 외쳤습니다. 결국 이 부정의한 세상을 바꿔 성평등한 세상을 열어가는 것도 광장에 모인 우리들임을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일상의 성차별·성폭력을 끝장내 기 위해 말하고 떠들고 저항해서 이 세상을 성평등하게바꿀 것입니다! 모리바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