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노동_기자단 #일_돌봄_연대에_관한_청년여성들의_질문 기사로 만나보기 http://www.ildaro.com/8893 언어는 모두에게 동시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생존자들은 자신의 경험이 가정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오래 걸렸으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던 건지 돌이켜보고 있었다. 내가 만난 생존자들이 가정폭력으로부터 탈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겪은 노동, 가정에서 탈출한 후 삶을 유지하고자 이어 나가는 노동은 무수한 도전, 좌절, 그리고 타협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경험의 가운데에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불안정 노동이 교차하고 있었다. 앵무 : 아르바이트 하고 장학금 받으려고 공부하면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 학교 다니니까 오전, 오후는 불가능하지. 근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주말 저녁도 불가능해. 일단 지금 당장 구하기 쉬운일, 혹은 시급이 센 일 위주로 하다 보니까 이게 아주 급한 불 끄기만 하는 하루살이인 거지. 그게 하루살이 짓임을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고. 예정 :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난 개강총회 빼고 간 게 없거든. 누릴 수 있는 것도 하나도 못 누렸고. 항상 돈은 없고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고. 굻으니까 체력이 있겠어? 그냥 자는 거지. 남들은 여행가라고 하던데 돈이 있겠어? 방학 동안 학생이 할 수 있는게 많은데 난 똑같아. 일하고 생계에 쏟아붓고. 여행? 놀러가는 것도 얼마 쓰나 그것만 생각하고 있고. 처음에야 좋았지만 해가 갈수록 이 생활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걱정이 커. 근데 그만 두더라도 난 돌아갈 데가 없어. 이 생활을 하긴 해야해. '언제까지 버티지? 이거의 끝은 뭐가 있지?' 내년부터 인턴도 해야하고 알바도 그만둬야 하는데 그때는 어떻게 될까 하는... 뭐가 될까 진짜? 생존자의 자립에 실망과 두려움만이 있는건 물론 아니다. 이들은 탈출 후에 필요한 경비, 거주를 대비해서 계획을 짜며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있기에 자신의 삶과 행동, 선택이 떳떳하다. 사회가 그려내는 생존자의 연약함,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낙인으로 점철된 동정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연약하지 않다. 폭력을 스스로 폭력으로 의미화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신중함을 기했으며 이를 실천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앵무 : 일단 내 건강, 나의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상태에 비하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있다고 생각하고. 어차피 이런 생활을 천년만년 지속할 수 없는걸 아니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근데 그래도 어쩌겠어. ㅅ kf아남아야지. sks 살아 남을거야. 꼭 혼자 살아남아야 해. 좋은 거이자 슬픈 거는 악바리가 된 거. 독하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독한 사람도 아닌 것 같지만, 독하다기 보다는 무던한거에 가까운 것 같네. 좋지만 슬퍼. 아르바이트를 힘든걸로만 하다보니까 일머리라고 하는데 그런게 좀 좋아진 것 같고. 어디를 가도 굶어 죽진 않겠더라. 예정 : 힘들게 빠져나와서 대전에서 혼자 살고 있으니까 누군 장하다고도 하고. 처음엔 혼자 다 하면서 뿌듯함이라는게 없지 않았어. 지금 생활이 너무너무 싫으면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무조건 마이너스지만, 난 집에 안 돌아갈 것 같아. 못 돌아갈 것 같아. 경제적으로 힘든 건 정말 싫은데 그 전은 더 싫어. 그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