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릴 수도 있다는 걸 아니까 (성폭력) 문제를 같이 논의했어요. ‘우리 절대 잘리거나 제 발로 나가지 말자’ 다짐했어요. 개별행동은 하지 않기로 계획도 세웠죠. 팀이 다 다르니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업무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거로 생각했거든요. 우리 입장은 같으니까 분리되지 말고 공동행동만 하기로 했죠.” . . “저한테는 일을 아예 안 줬어요. 한 달 뒤엔 업무 평가가 안 좋다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일이 없는데, 일을 못 한다고요. 저랑 같이 잘린 다른 분은 분위기를 안 좋게 한다고 잘렸고요. 왜 분위기가 안 좋다고 그러겠어요. 우리가 자꾸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 . 반복되는 직장 내 성폭력에 경윤 씨는 구직 의욕을 잃었다. 돌이켜보면 두 직장 이전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 이런 일이 또 생긴다’는 감각이 경윤 씨 속에 자리 잡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겪으며 이 감각은 더 강해졌다. . . 방관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경윤 씨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들도 먹고살기 위해서 그런다는 걸 알기에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방관자는 ‘가만히 있는 가해자’나 마찬가지라고 계속해서 강조했다. . . “방관자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요. 이 사회가 그렇게 유지됐고, 이 사회에서 계속 자란 사람들이니까. 개중엔 피해자였던 사람도있고요. 처음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틀림없이 비겁해요. 이번 사건으로 느낀 게 방관자는 결국 조용히 있는 가해자, 이 상황을 유지하는 가해자라는 거에요. 그들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 . 경윤 씨는 또한, 방관자를 없애려면 개인이 아닌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밥그릇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누구든 비겁 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려면 (우리 사회에) ‘성폭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해요. 안 그러면 다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어쩔 수 없이 비겁해지는 일이 끝나지 않아요. 그래서 지지해주지 않은 사람들, 방관자들 막 욕하기도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