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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N개의 공론장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발제문
김명화
차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2018년 하반기, 사회 특별히 직장인들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던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씨 소
식 기억하시나요? 국내 웹하드업계 1,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였다가 지금
은 디지털성범죄 사건 범죄자로 신분이 전환된 양진호씨. 전직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퇴사한 직원
을 무차별 폭행한 영상이 공개 되면서 이른바 양진호 사태가 시작됐었죠. 양진호씨의 지시로 한
직원이 그 가혹적인 폭행 현장을 기념 촬영했던 것이 알려졌고 폭행당시 주변 사람 그 누구도 그
범죄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충격과 공포를 더 가중시켰던 요소가 됐습
니다.
처음 폭행영상을 접했을 때는 행위 자체가 너무 엽기적이고 가혹해서 저는 그 직원이 대단한 중
범죄를 저지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어느 회사에나 달릴 법한, 악플이라고 규정되기도 애
매한 부정적인 회사 후기글에 대한 보복 행위였더라고요. 양진호씨의 공포 정치 일환일 뿐이었어
요. 일부러 여러 재직자들이 보는 앞에서 표적 대상삼은 직원을 무릎 꿇고 사죄하게 강요하면서
내뱉은 말들 “너 살려면 똑바로 사과해. 욕설. 너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지. 내가 사과할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부한 거야. 그럼 뒤져라. 욕설”이런 말이 조폭 세계가 아니라 벌건 대낮, 어느 수도
권 잘 나가는 회사 사무실 내에서 벌어졌다는 게 눈으로 보고도 믿기 참 어려웠습니다.
2018년도면 여러분, 너무 현대 사회잖아요. 이건 당하는 사람한테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보
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인권침해 수준의 범죄였다고 생각해요. 양진호같은 사람은 어쩌다 만들어
진 괴물일까요? 궁금해 본적 없으신가요? 아니, 영화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악당 조커에
게도 악인이 된 계기나 과정이 있었는데 양진호씨는 현실에 실존하는 존재잖아요. 왜 만들어진
지 알아야 우리가 그 근원을 차단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가 행한 일들은 너무 엄청난 범죄라
차별이라는 말도 행위를 경하게 만드는 것 같아 붙이기 아깝습니다. 저는 관련된 칼럼을 여러 가
지 읽어 봤는데요. 기저에는 권력의 잘못된 승자효과가 존재한다는 잠재적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
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 뇌과학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권력을 맛보게
되면 뇌에서는 거의 자동반사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도파
민 수치를 올려 주거든요. 도파민이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 할 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이라서요. 도파민 분비가 많이 되는 사람은 특정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대폭 늘고 그에 따라 특정 목표를 이룰 확률 또한 높아집니다. 그러니 도파민은 일종의 합법적 약
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순환 고리가 보이시나요? 권력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여주고 테스토스테론이 도파민 수치를
올려줘서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원래 갖고 있던 권력이 더 강화되거나 더
큰 권력을 얻게 되겠죠? 그럼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럼 또 더 큰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됩니
다. 순환구조가 완성된 거죠. 다른 말로 승자효과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원숭이들 실험을 보면 생
애 초반부에 승리를 자주 경험한 원숭이들은 거듭해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아져요. 연전연승
구조입니다.
스카이 캐슬, 영어 유치원, 대치동 은마 아파트 테트리스 월세 이런 사회적 현상이 근거 있는 욕
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거죠. 이렇게까지 온 열정을 다해 이루려는 목표가 선하다면 아무것도 문
제될 거는 없는데요. 되게 흥미로운 게 이 고리가 멈춤 없이 계속 되다 보면 과반수 이상이 부정
적인 방향으로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 권력이 뇌를 바꿔서 그 사람은 공감의 결핍, 나아가 자
기중심적 사고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되게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딱딱 거리는
소리를 다섯 번 내게 한 다음에 알파벳 e를 이마에 써보라고 했어요. 그럼 현재 자기중심적인 사
고에 있는 사람은 e를 내가 보기에 맞는, 정직한 기록 순서대로의 방향으로 씁니다. 동일한 조건
에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면 내가 봤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보기에 맞는 순서대로 좌우가 대칭된 e를 씁니다. 추가로 같은 실험을 하기 전에 실험자들을 두
그룹군으로 나눠 봤어요. 한 그룹에게는 과거에 자신이 권력을 휘둘렀을 때를 생각해 보아라 한
다음에 e를 쓰게 했고요, 다른 한 그룹은 권력에 의해 지배당했을 때를 상상하게 한 다음에 e를
쓰게 했어요. 인상 깊게도 피지배를 당한 기억 이후에 e를 쓴 사람들은 모두 보는 사람에 맞춰 e
를 썼고 지배자로서의 과거를 소환했던 사람들은 나 중심으로 썼다는 거예요.
권력이 주는 두 번째 효과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실험을 소개합니다. 규칙은 아까랑 비슷해요. 주
사위 게임을 하는데 주사위 게임을 하기 전에 한 그룹은 똑같이 권력자로서의 과거 기억을 상기
한 뒤 하게 했고 한 그룹은 피권력자로 억압받은 기억을 떠올린 후 주사위 게임에 임하게 했어요.
이제 결과 예상되시죠? 전자 그룹일수록 주사위를 자신이 던졌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다른 사람
이 먼저 주사위를 던지게 양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권력자일수록 세상
은 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다는 거예요. 주사위는 확률적으로 내가 굴리든 상대가 굴
리든 유리할게 없어요. 누가 던져도 다 같은 확률로 높은 숫자가 나오고 말고 합니다. 그러나 권
력자는 내가 굴리면 다르다고 믿는 거예요. ‘통제력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나는 특별하니깐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환각이예요. 그 결과 비상식적
인 행동도 일삼게 합니다.
양진호 회장의 경우를 예시로 보면 직원들을 도청 하고 그 도청했던 사실을 권력 과시용으로 대
놓고 드러내기도 했었어요. “어제 좋은 시간 보냈더라?” “클럽 빠순이던데 회사에는 잘 나오네?”
이런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거죠. 전형적인 환각 효과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청하는 행위 자
체가 불법이고 부끄러운 짓이니깐 그런 범죄는 설사 변태적인 취향 때문에 저질렀다 하더러도 최
대한 감추려고 노력할 거 같은데 그거를 재밌다고 표한다는 거죠. 비정상 범주로 들어간 거예요.
자신은 그 모든 상황으로 인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증언을 보니깐 양진호 사태
이전에 이미 수차례 폭력 신고를 당했는데도 거대한 부와 그를 기반으로 다져온 인맥을 통해 손
쉽게 해결해 왔다고 하지요. 그 결과 자신이 뭐라도 된 것 마냥 정신 착란에 빠졌기 때문에 비즈
니스를 할 때도 불법을 저지르게 됐다는 거예요. 웬만한 불법은 걸려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요.
앞서 언급한 원숭이실험에 따르면 자기중심적 사고와 통제력 환상 두 가지 모두에 중독된 원숭이
는 일찍 죽습니다. 무모한 위험수에도 자신을 쉽사리 노출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가리켜 부정
적 승자 효과라고 부릅니다.
한나아렌트의 스테디셀러이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악이 얼마나 평범하게 일어나는지 고
발합니다.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붙잡혀 예루살
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나아렌트는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특
파원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해요. 역대급 괴물을 직관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이히만에게서
악행자의 어떤 특정한 약점이나 병리학적 측면 또는 이데올리기적 확신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
니다.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천박함일 뿐이었다고요. 아이히만에게 유대인 대량 학살
은 일련의 공무 집행 행위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거죠. 하긴 우리가 N번방 사태때 신상과 외모가
노출된 범죄자들도 보면 진짜 그냥 길거리가다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흔남들이더라고요. 얼굴
에 뭐 우리랑 다른 표식이 있거나 어둠의 기운을 온 몸 주변으로 뿜어내는 게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면 악인은 잘못된 권력의 맛으로부터 뇌가 변형되서 탄생했다 치고 주변에 방관하는 사람들,
침묵하는 대중은 어떤 과정으로 나온 건지 생각해 보시죠.
윤가은 감독의 2016년 개봉작 영화 <우리들>은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초등학생 선이 모두가 떠
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선은 왕따입니다. 피
구 시간에 끼워주는 팀이 없어 마지막까지 남는 아이예요. 따돌림 당하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아
이들은 다만 “쟤한테 냄새나지 않냐”고 합니다. 선은 자기 티셔츠 냄새를 킁킁 맡아 봐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떠오르죠. 영화 감독들한테 경계를 상징하는 손 쉬운 매개가 냄새인가
봐요.
마사 누스바움의 책 <혐오와 수치심>에 따르면 냄새는 우리가 먹고 싸는 공간의 특징을 자주 드
러냅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이와 관련해 혐오의 뿌리를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동물적인 것에서 벗
어나려는 욕망으로 설명합니다. 동물인데 동물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동물적인 것은 인
간이 늙고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존재라는 걸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배설물, 콧물 따
위의 신체 분비물은 동물적인 것인 동시에 오염 이미지가 겹쳐 혐오의 대상이 되는 데요. 밥 먹고
배설하는 그 지저분한 과정이 우리를 생물학적으로 살리는 건데 그 과정이 없는 것처럼 구는 게
인간이라는 거죠. 다른 집단에게 그 신체 분비물과 연결된 악취, 끈적끈적함, 불겸함을 투사합니
다. 나의 깨끗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자의 더러움을 이용한다는 거죠.
투사를 뒤집어쓴 집단은 사회적 위계 아랫단을 차지한 사람들이예요. <우리들>영화로 따지면 ‘선’
이지요. 선을 싫어하는 권력자 아동에 의해 그녀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냄새 나는 아이가 됩니
다. 왜 다른 아이들은 나지도 않는 냄새까지 맡아가며 선을 자신들에게서 분리해 낼까요? 선의
존재는 선이 아닌 아이들에게 ‘적어도 나는’ 모욕하는 자이지 모욕당하는 자가 아니라는 기준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나는 주류여야 하고 다수의 입장에 있어서 기득권의 맛을 누리고 싶
은 원초적 비열한 욕구를 선의 존재가 손쉽게 해소해 준다는 거죠. 비슷한 예시로 흑인 분장을 우
스꽝스럽게 하고 개그하면 흑인 아닌 사람들만 웃잖아요. 흑인은 자신이 비하당한 게 아님에도
굴욕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적나라한 혐오, 수치스러운 분리 행위는 영화 속에서만 코미디에서만 나타나는 현실일까요? 불
행히도 역사 속에는 반증이 넘쳐 납니다. 현실 속 어른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은 빈번히 언제나 일
어나 왔다는 거죠. 여성, 빈곤층, 외국인, 성소수자는 역사적으로 이런 기준선의 단골 투사 집단
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와 동물 사이에 범퍼 구실을 하는 ‘그들’을 끼워 넣어 자신은 취약성에서
멀리 도망간다는 거예요. 실제건 아니건 불결한 냄새라는 이미지가 한 집단에 들러붙으면 차별
과 학대는 합리화됩니다. 그 차별과 학대의 결과로 더러워지면 혐오는 더 단단해 집니다. <혐오
와 수치심>에 감옥과 수용소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데 공통점은 수용자를 잘 씻지 못하게 하고 화
장실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더러워져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되면 학대가 쉬워지
니깐요.
여러분 임계장, 고다자 라는 말 아세요?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고 고다자는 고르
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38년간 공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63세
조정진님이 개인적 서사를 담아 출간한 책 <임계장 이야기>에 나오는 말이예요. 아파트 경비원
은 초소에서 밥을 먹지 못해요. 석면가루가 떨어지는 지하로 내려가 분리된 채 식사를 한다는 거
죠. 이유는 또 냄새예요. 직무상 음식물 쓰레기 처리, 폐기물 처리, 잡초 뽑기, 정화조 청소 그리
고 각종 노역을 하다 보면 언제나 악취, 먼지,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관리사무
소 직원들 식사하는 곳에 나타나면 위생에 위협이 된다는 거죠. 그에게 한 경비원 선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
게 이런 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는
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이 거주하는 출근하는 아파트, 사무실 경비원 근로자 또한 이런 환경에 굴욕감 느끼고 계
시지는 않으시나요?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 무슨 생각이 드세요?
제가 앞서 언급했던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몇 년을 출입하던 시절이었어요. 회사 로비에서 경비
아저씨 두 분이 출퇴근길마다 마네킹처럼 서서 90도에 가깝게 인사를 하셨었어요. 주 5일을 하
루같이. 그때는 사실 아무 생각도 감정도 안 들었어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예
요. 인사 하셔도 그만, 안하셔도 그만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분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하시
는 인사에 대개 목례로 대답하는 입장이었으니 내 할 도리 다 했다고 여겼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유럽에서 똑같이 해고가 집단적으로 일어나도 그것이 자살로 직결되고 말
고의 숫자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해요. 내가 짤려도 사회가 나의 생계를 어느정도 보조해 줄 것이
라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해고 됐다고 바로 옥상 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거죠. 당시 저는 어
렴풋하지만 내 안전은 나만이, 나의 능력만이 만들 수 있다고 여겼던 거 같고요. 자리를 잡은 지
금에서야 뒤늦게 그때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할 거를 너무 가만히 있었다는 후회가 되더라고요.
무시받지 않으려면 갑이 되는 길밖에 없는 사회라.. 너무 삭막하지 않나요? 사실 어느 사회든 갑
보다는 을병정 기타 등등이 더 많기 마련인 거잖아요. 어쩌다 내가 입주자라는 권력층에 속해 있
을 때 그래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아니라 낼 수도 있는 신분일 때 “왜 굳
이 우리 아버지뻘 되시는 양반이 아침마다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는 이 로비에서 개업식 인형처
럼 계속 일방적으로 인사를 하셔야 되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해 드릴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제가 침묵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건강 위험에 대한 고발을 추가로 나누고 싶습
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사회역학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님의 저서<아픔이 길
이 되려면>을 기반으로 차별, 고용불안, 재난 등은 몸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이야기를 끝으로 제 발제를 마무리 할게요.
역학조사라는 거 자체가 코로나 19와 같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막는 방법을 밝히는 일이니
깐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5월 13일자 ”바이러스는 불평등하다“ 코로나 19가 제기한 윤리논
쟁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 19 사망률을 분석해 봤더니 부유한 지역보다 불법 이민자나
흑인, 히스패닉계 등 유색인종이 사는 지역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원인은 가난한 흑
인이나 이민자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감염률이 재택근무나 격리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의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
할 여력이 없어 사망률도 높습니다. 실제로 5월 초 미국의 고기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코로나 19에 감염돼 공장이 폐쇄됐는데 노동자 대부분이 흑인이나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질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지만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보면 쿠
팡 물류창고, 콜센터 집단 감염이 연달아 일어났는데 그걸 과연 운수가 나빴다고만 해석할 수 있
을까 싶어요. 그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오늘 하루의 생계가 급해서 직장에 나가야만 하는 근로자
들의 구조적 불리함을 먼저 논하는 게 순서일 테니깐요.
얘기가 길어졌는데 딱 하나만 덧붙일게요. 비슷한 얘기를 CBS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
는 시간, 15분’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님도 나와서 하신 적이 있었죠. 797회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편에서. 44살 이하 국민을 죽이는 첫 번째 원인은 흔히 생각하듯 암이나 뇌혈관질환
이 아니라고 합니다. 첫 번째 원인은 몸이 부러지거나 상해서 다치는 외상이라고 해요. 전 세대에
걸친 사망 원인에서는 외상이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오면 외상이 가장 위협적인 살인자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외상은 빈자와 부자를 엄격하
게 가른다고 합니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사망률의 빈부 불평등을 낳는 가장 큰 요소 역시 사고로
생기는 외상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교통사고와 추락 등 사고도 많았고 그래서 죽는 이도
많다는 설명이죠.
가난해서 건강이 파괴될 환경이어도 받아 들여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그런 환경에서 일하느
라 질병을 얻어 더 가난해 지는 이 악순환 구조. 저는 아이히만, 양진호, 조현아 같이 괴물이 된
개인 뿐 아니라 바로 이 사회적 구조에 우리가 좀 더 주목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냄
으로써 환경을 체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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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20 N개의 공론장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발제문 김명화 차별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2018년 하반기, 사회 특별히 직장인들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했던 몰카제국의 황제 양진호씨 소 식 기억하시나요? 국내 웹하드업계 1,2위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였다가 지금 은 디지털성범죄 사건 범죄자로 신분이 전환된 양진호씨. 전직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퇴사한 직원 을 무차별 폭행한 영상이 공개 되면서 이른바 양진호 사태가 시작됐었죠. 양진호씨의 지시로 한 직원이 그 가혹적인 폭행 현장을 기념 촬영했던 것이 알려졌고 폭행당시 주변 사람 그 누구도 그 범죄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는 게 우리의 충격과 공포를 더 가중시켰던 요소가 됐습 니다. 처음 폭행영상을 접했을 때는 행위 자체가 너무 엽기적이고 가혹해서 저는 그 직원이 대단한 중 범죄를 저지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어느 회사에나 달릴 법한, 악플이라고 규정되기도 애 매한 부정적인 회사 후기글에 대한 보복 행위였더라고요. 양진호씨의 공포 정치 일환일 뿐이었어 요. 일부러 여러 재직자들이 보는 앞에서 표적 대상삼은 직원을 무릎 꿇고 사죄하게 강요하면서 내뱉은 말들 “너 살려면 똑바로 사과해. 욕설. 너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지. 내가 사과할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부한 거야. 그럼 뒤져라. 욕설”이런 말이 조폭 세계가 아니라 벌건 대낮, 어느 수도 권 잘 나가는 회사 사무실 내에서 벌어졌다는 게 눈으로 보고도 믿기 참 어려웠습니다. 2018년도면 여러분, 너무 현대 사회잖아요. 이건 당하는 사람한테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보 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인권침해 수준의 범죄였다고 생각해요. 양진호같은 사람은 어쩌다 만들어 진 괴물일까요? 궁금해 본적 없으신가요? 아니, 영화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악당 조커에 게도 악인이 된 계기나 과정이 있었는데 양진호씨는 현실에 실존하는 존재잖아요. 왜 만들어진 지 알아야 우리가 그 근원을 차단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그가 행한 일들은 너무 엄청난 범죄라 차별이라는 말도 행위를 경하게 만드는 것 같아 붙이기 아깝습니다. 저는 관련된 칼럼을 여러 가 지 읽어 봤는데요. 기저에는 권력의 잘못된 승자효과가 존재한다는 잠재적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 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 뇌과학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권력을 맛보게 되면 뇌에서는 거의 자동반사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도파 민 수치를 올려 주거든요. 도파민이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으려 할 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이라서요. 도파민 분비가 많이 되는 사람은 특정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 2. 대폭 늘고 그에 따라 특정 목표를 이룰 확률 또한 높아집니다. 그러니 도파민은 일종의 합법적 약 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순환 고리가 보이시나요? 권력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여주고 테스토스테론이 도파민 수치를 올려줘서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원래 갖고 있던 권력이 더 강화되거나 더 큰 권력을 얻게 되겠죠? 그럼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그럼 또 더 큰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됩니 다. 순환구조가 완성된 거죠. 다른 말로 승자효과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원숭이들 실험을 보면 생 애 초반부에 승리를 자주 경험한 원숭이들은 거듭해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아져요. 연전연승 구조입니다. 스카이 캐슬, 영어 유치원, 대치동 은마 아파트 테트리스 월세 이런 사회적 현상이 근거 있는 욕 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거죠. 이렇게까지 온 열정을 다해 이루려는 목표가 선하다면 아무것도 문 제될 거는 없는데요. 되게 흥미로운 게 이 고리가 멈춤 없이 계속 되다 보면 과반수 이상이 부정 적인 방향으로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로 권력이 뇌를 바꿔서 그 사람은 공감의 결핍, 나아가 자 기중심적 사고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되게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딱딱 거리는 소리를 다섯 번 내게 한 다음에 알파벳 e를 이마에 써보라고 했어요. 그럼 현재 자기중심적인 사 고에 있는 사람은 e를 내가 보기에 맞는, 정직한 기록 순서대로의 방향으로 씁니다. 동일한 조건 에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면 내가 봤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보기에 맞는 순서대로 좌우가 대칭된 e를 씁니다. 추가로 같은 실험을 하기 전에 실험자들을 두 그룹군으로 나눠 봤어요. 한 그룹에게는 과거에 자신이 권력을 휘둘렀을 때를 생각해 보아라 한 다음에 e를 쓰게 했고요, 다른 한 그룹은 권력에 의해 지배당했을 때를 상상하게 한 다음에 e를 쓰게 했어요. 인상 깊게도 피지배를 당한 기억 이후에 e를 쓴 사람들은 모두 보는 사람에 맞춰 e 를 썼고 지배자로서의 과거를 소환했던 사람들은 나 중심으로 썼다는 거예요. 권력이 주는 두 번째 효과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실험을 소개합니다. 규칙은 아까랑 비슷해요. 주 사위 게임을 하는데 주사위 게임을 하기 전에 한 그룹은 똑같이 권력자로서의 과거 기억을 상기 한 뒤 하게 했고 한 그룹은 피권력자로 억압받은 기억을 떠올린 후 주사위 게임에 임하게 했어요. 이제 결과 예상되시죠? 전자 그룹일수록 주사위를 자신이 던졌고 그렇지 않은 그룹은 다른 사람 이 먼저 주사위를 던지게 양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권력자일수록 세상 은 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다는 거예요. 주사위는 확률적으로 내가 굴리든 상대가 굴 리든 유리할게 없어요. 누가 던져도 다 같은 확률로 높은 숫자가 나오고 말고 합니다. 그러나 권 력자는 내가 굴리면 다르다고 믿는 거예요. ‘통제력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 3. 영역까지 나는 특별하니깐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환각이예요. 그 결과 비상식적 인 행동도 일삼게 합니다. 양진호 회장의 경우를 예시로 보면 직원들을 도청 하고 그 도청했던 사실을 권력 과시용으로 대 놓고 드러내기도 했었어요. “어제 좋은 시간 보냈더라?” “클럽 빠순이던데 회사에는 잘 나오네?” 이런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거죠. 전형적인 환각 효과입니다. 상식적으로는 도청하는 행위 자 체가 불법이고 부끄러운 짓이니깐 그런 범죄는 설사 변태적인 취향 때문에 저질렀다 하더러도 최 대한 감추려고 노력할 거 같은데 그거를 재밌다고 표한다는 거죠. 비정상 범주로 들어간 거예요. 자신은 그 모든 상황으로 인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증언을 보니깐 양진호 사태 이전에 이미 수차례 폭력 신고를 당했는데도 거대한 부와 그를 기반으로 다져온 인맥을 통해 손 쉽게 해결해 왔다고 하지요. 그 결과 자신이 뭐라도 된 것 마냥 정신 착란에 빠졌기 때문에 비즈 니스를 할 때도 불법을 저지르게 됐다는 거예요. 웬만한 불법은 걸려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요. 앞서 언급한 원숭이실험에 따르면 자기중심적 사고와 통제력 환상 두 가지 모두에 중독된 원숭이 는 일찍 죽습니다. 무모한 위험수에도 자신을 쉽사리 노출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가리켜 부정 적 승자 효과라고 부릅니다. 한나아렌트의 스테디셀러이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악이 얼마나 평범하게 일어나는지 고 발합니다.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붙잡혀 예루살 렘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나아렌트는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특 파원 자격으로 재판을 참관해요. 역대급 괴물을 직관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이히만에게서 악행자의 어떤 특정한 약점이나 병리학적 측면 또는 이데올리기적 확신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 니다.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천박함일 뿐이었다고요. 아이히만에게 유대인 대량 학살 은 일련의 공무 집행 행위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거죠. 하긴 우리가 N번방 사태때 신상과 외모가 노출된 범죄자들도 보면 진짜 그냥 길거리가다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흔남들이더라고요. 얼굴 에 뭐 우리랑 다른 표식이 있거나 어둠의 기운을 온 몸 주변으로 뿜어내는 게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면 악인은 잘못된 권력의 맛으로부터 뇌가 변형되서 탄생했다 치고 주변에 방관하는 사람들, 침묵하는 대중은 어떤 과정으로 나온 건지 생각해 보시죠. 윤가은 감독의 2016년 개봉작 영화 <우리들>은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초등학생 선이 모두가 떠 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선은 왕따입니다. 피 구 시간에 끼워주는 팀이 없어 마지막까지 남는 아이예요. 따돌림 당하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아 이들은 다만 “쟤한테 냄새나지 않냐”고 합니다. 선은 자기 티셔츠 냄새를 킁킁 맡아 봐요. 봉준호
  • 4.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떠오르죠. 영화 감독들한테 경계를 상징하는 손 쉬운 매개가 냄새인가 봐요. 마사 누스바움의 책 <혐오와 수치심>에 따르면 냄새는 우리가 먹고 싸는 공간의 특징을 자주 드 러냅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이와 관련해 혐오의 뿌리를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동물적인 것에서 벗 어나려는 욕망으로 설명합니다. 동물인데 동물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동물적인 것은 인 간이 늙고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존재라는 걸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배설물, 콧물 따 위의 신체 분비물은 동물적인 것인 동시에 오염 이미지가 겹쳐 혐오의 대상이 되는 데요. 밥 먹고 배설하는 그 지저분한 과정이 우리를 생물학적으로 살리는 건데 그 과정이 없는 것처럼 구는 게 인간이라는 거죠. 다른 집단에게 그 신체 분비물과 연결된 악취, 끈적끈적함, 불겸함을 투사합니 다. 나의 깨끗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자의 더러움을 이용한다는 거죠. 투사를 뒤집어쓴 집단은 사회적 위계 아랫단을 차지한 사람들이예요. <우리들>영화로 따지면 ‘선’ 이지요. 선을 싫어하는 권력자 아동에 의해 그녀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냄새 나는 아이가 됩니 다. 왜 다른 아이들은 나지도 않는 냄새까지 맡아가며 선을 자신들에게서 분리해 낼까요? 선의 존재는 선이 아닌 아이들에게 ‘적어도 나는’ 모욕하는 자이지 모욕당하는 자가 아니라는 기준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나는 주류여야 하고 다수의 입장에 있어서 기득권의 맛을 누리고 싶 은 원초적 비열한 욕구를 선의 존재가 손쉽게 해소해 준다는 거죠. 비슷한 예시로 흑인 분장을 우 스꽝스럽게 하고 개그하면 흑인 아닌 사람들만 웃잖아요. 흑인은 자신이 비하당한 게 아님에도 굴욕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적나라한 혐오, 수치스러운 분리 행위는 영화 속에서만 코미디에서만 나타나는 현실일까요? 불 행히도 역사 속에는 반증이 넘쳐 납니다. 현실 속 어른들에게서도 이런 현상은 빈번히 언제나 일 어나 왔다는 거죠. 여성, 빈곤층, 외국인, 성소수자는 역사적으로 이런 기준선의 단골 투사 집단 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와 동물 사이에 범퍼 구실을 하는 ‘그들’을 끼워 넣어 자신은 취약성에서 멀리 도망간다는 거예요. 실제건 아니건 불결한 냄새라는 이미지가 한 집단에 들러붙으면 차별 과 학대는 합리화됩니다. 그 차별과 학대의 결과로 더러워지면 혐오는 더 단단해 집니다. <혐오 와 수치심>에 감옥과 수용소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데 공통점은 수용자를 잘 씻지 못하게 하고 화 장실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더러워져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되면 학대가 쉬워지 니깐요. 여러분 임계장, 고다자 라는 말 아세요?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고 고다자는 고르 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38년간 공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63세 조정진님이 개인적 서사를 담아 출간한 책 <임계장 이야기>에 나오는 말이예요. 아파트 경비원 은 초소에서 밥을 먹지 못해요. 석면가루가 떨어지는 지하로 내려가 분리된 채 식사를 한다는 거
  • 5. 죠. 이유는 또 냄새예요. 직무상 음식물 쓰레기 처리, 폐기물 처리, 잡초 뽑기, 정화조 청소 그리 고 각종 노역을 하다 보면 언제나 악취, 먼지,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관리사무 소 직원들 식사하는 곳에 나타나면 위생에 위협이 된다는 거죠. 그에게 한 경비원 선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 게 이런 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는 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이 거주하는 출근하는 아파트, 사무실 경비원 근로자 또한 이런 환경에 굴욕감 느끼고 계 시지는 않으시나요?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 무슨 생각이 드세요? 제가 앞서 언급했던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몇 년을 출입하던 시절이었어요. 회사 로비에서 경비 아저씨 두 분이 출퇴근길마다 마네킹처럼 서서 90도에 가깝게 인사를 하셨었어요. 주 5일을 하 루같이. 그때는 사실 아무 생각도 감정도 안 들었어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예 요. 인사 하셔도 그만, 안하셔도 그만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그분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하시 는 인사에 대개 목례로 대답하는 입장이었으니 내 할 도리 다 했다고 여겼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유럽에서 똑같이 해고가 집단적으로 일어나도 그것이 자살로 직결되고 말 고의 숫자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해요. 내가 짤려도 사회가 나의 생계를 어느정도 보조해 줄 것이 라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해고 됐다고 바로 옥상 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거죠. 당시 저는 어 렴풋하지만 내 안전은 나만이, 나의 능력만이 만들 수 있다고 여겼던 거 같고요. 자리를 잡은 지 금에서야 뒤늦게 그때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할 거를 너무 가만히 있었다는 후회가 되더라고요. 무시받지 않으려면 갑이 되는 길밖에 없는 사회라.. 너무 삭막하지 않나요? 사실 어느 사회든 갑 보다는 을병정 기타 등등이 더 많기 마련인 거잖아요. 어쩌다 내가 입주자라는 권력층에 속해 있 을 때 그래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아니라 낼 수도 있는 신분일 때 “왜 굳 이 우리 아버지뻘 되시는 양반이 아침마다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는 이 로비에서 개업식 인형처 럼 계속 일방적으로 인사를 하셔야 되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해 드릴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제가 침묵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건강 위험에 대한 고발을 추가로 나누고 싶습 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사회역학자'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님의 저서<아픔이 길 이 되려면>을 기반으로 차별, 고용불안, 재난 등은 몸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이야기를 끝으로 제 발제를 마무리 할게요.
  • 6. 역학조사라는 거 자체가 코로나 19와 같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막는 방법을 밝히는 일이니 깐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5월 13일자 ”바이러스는 불평등하다“ 코로나 19가 제기한 윤리논 쟁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 19 사망률을 분석해 봤더니 부유한 지역보다 불법 이민자나 흑인, 히스패닉계 등 유색인종이 사는 지역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원인은 가난한 흑 인이나 이민자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감염률이 재택근무나 격리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의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 할 여력이 없어 사망률도 높습니다. 실제로 5월 초 미국의 고기 공장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코로나 19에 감염돼 공장이 폐쇄됐는데 노동자 대부분이 흑인이나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질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지만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보면 쿠 팡 물류창고, 콜센터 집단 감염이 연달아 일어났는데 그걸 과연 운수가 나빴다고만 해석할 수 있 을까 싶어요. 그 위험에 노출됐음에도 오늘 하루의 생계가 급해서 직장에 나가야만 하는 근로자 들의 구조적 불리함을 먼저 논하는 게 순서일 테니깐요. 얘기가 길어졌는데 딱 하나만 덧붙일게요. 비슷한 얘기를 CBS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 는 시간, 15분’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님도 나와서 하신 적이 있었죠. 797회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편에서. 44살 이하 국민을 죽이는 첫 번째 원인은 흔히 생각하듯 암이나 뇌혈관질환 이 아니라고 합니다. 첫 번째 원인은 몸이 부러지거나 상해서 다치는 외상이라고 해요. 전 세대에 걸친 사망 원인에서는 외상이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오면 외상이 가장 위협적인 살인자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외상은 빈자와 부자를 엄격하 게 가른다고 합니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사망률의 빈부 불평등을 낳는 가장 큰 요소 역시 사고로 생기는 외상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교통사고와 추락 등 사고도 많았고 그래서 죽는 이도 많다는 설명이죠. 가난해서 건강이 파괴될 환경이어도 받아 들여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그런 환경에서 일하느 라 질병을 얻어 더 가난해 지는 이 악순환 구조. 저는 아이히만, 양진호, 조현아 같이 괴물이 된 개인 뿐 아니라 바로 이 사회적 구조에 우리가 좀 더 주목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냄 으로써 환경을 체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