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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발제문
정수안
인간은 다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대우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차별
의 기제이다. 나와 달리 팔 한쪽이 없어서,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져서, 나와 피
부색이 달라서. 우리는 알 수 없는 그 사람에 대해 예상과 가정을 사용할 수밖
에 없다. 이러한 예측이 사회적 판단에 사용될 때,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판단의 순간을 맞이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말지,
누구를 초대할지 말지 정할 때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때마다 나의
모든 편향된 경험을 배제한 후 객관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할 때, 우리는 저장된 기억을 작동시켜 판단
에 필요한 시간을 줄인다. 이렇게 효율적인 인지 장치가 바로 고정관념이다(주
희진 2006:121).
이처럼 나와 달라서 알 수 없는 집단을 판단할 때, 우리는 알고 있던 정보와 경
험, 감정에 입각한다. 온라인에서 자주 노출되는 가시적 정보들, 퍼뜩 느껴지는
감정들로 상대를 인식하는 것이다. 트렌스젠더는 우락부락한데 짧은 치마에 하
이 힐을 신은 사람으로, 흑인은 더럽고 위험한 사람으로, 장애인은 기괴하고 불
쾌한 사람으로.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많은 고정관념을 활용하고, 이는
다시 그들을 세상에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꼭 이렇게 부정적으로 느끼거나 혐오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이해하지
못하는 거 라면? 안타깝게도, 이것 역시 배제의 길로 빠지기 쉽다. '넌 게이니
남탕을 좋아할 거야', '넌 들을 수 없으니 클럽을 즐길 수 없을 거야' 등. 사소해
보여도 결국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한 특징을 이유로
다르게 대우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대우'라는 단어에는 너무나 많은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 '특징'이나 '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차별이라고 판단하기 위한 요소부터가 애매하기
에, 차별의 확산은 심화하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어떤 법과 제도로
차별을 판단, 처벌하고 있을까? 더 명확히 알고 대처하기 위해, 차별의 법학상
기준을 소개하고자 한다.
법제에서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비교 대상자에 비해 우대하거나 배제하거
나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이해한다. 이것은 반드시 악
의적이거나 의도적이거나 직접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도적이지 않고
진실한 믿음에서 모두에게 동일한 요건을 적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법에서 보
호하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가 작용한다면 차별로 본다(이수
연 2015:109).
더 세분해보자면, 차별의 개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차별, 간접차별 ,
구조적 차별(ibid:109-111). 직접차별은 아까 언급한 것과 같이 어떤 특성을
이유로 다른 특정인에 비해 다르게 또는 불리 하게 대우하는 경우다. 이때 반드
시 악의나 의도성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너는 여자라 무서울 테니 귀신의 집
입장에서 빼줬어.'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다르게 대우했다면 그것은 차
별이다. 이러한 언행이 경찰이나 소방관 같은 직업군 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
해보자. 위험한 상황에 서 자꾸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아무리 그
들을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차별의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제에서 벌칙 규정을 적용하려 하면, 의
도성 이 요구될 수 있다.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도 과실이나 고의
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성립 자체는 의도성이 아닌 불리한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므로, 구제 상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금전적·절차적·행정적으로
복잡하다.
다음 간접차별은, 모두에게 동일한 규정이나 기준 내지 관행을 적용했어도 결
과적으로 특정 집 단에게 차별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다. 법에서 보호하는
특성1(성별, 장애, 나이, 용모, 성적 지향, 혼인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
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것 은 간접차별에 해당한
다. 이때 집단성이 전제되지는 않는다. 특정 개인에 대한 것일지라도 같은 효과
를 나타낸다면 차별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고용의 경우, 우리나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현저성'이라는 것
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제2조 제1호 후단에서 '사업주가 채용조건이
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
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
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 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율이 현저한지는 재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차별(Ronald Craig 2007:91-104)은, 과거 차별 규정 및
관행의 적용으로 현 재 및 장래에도 차별적인 패턴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법
제상으로는 구조적 차별을 야기하는 기존 정책, 절차, 제도를 차별의 범주에 포
함시키고 적극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법리다. 우리나라 법제에서 구조적 차별
법리를 명확하게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남녀 고용
평등법」에서의 '적극적 개선조치'로 개념을 편입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꼭 정책이나 제도만으로 분류되지 않는 구조적 차별이
많다. 쉬운 이해를 위해 명절이나 회사를 떠 올려 보자. 남자들이 부엌에서 열심
히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간다. 또 ' 회사원'이라는 단어
를 들었을 때, 정장 입은 아줌마보다는 양복 입은 아저씨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
이러한 구조 안에서는 피해자마저 익숙해져 순응하게 된다.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거지.' '나랏 일은 남자가 하는 거지.' 이 헤게모니적 구조는 다시 직접 차
별의 근거가 된다. '아줌마는 집 가서 밥이나 하세요.' '여긴 남자밖에 없어서 여
자가 버티기 힘들어요.' 하지만 혹자는 이러한 차별에 정당성을 항변하기도 한
다. 실제 모두를 동일한 인간으로 취급하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
실이다. '우리 물류창고 일은 정말 여자가 하기 힘든걸요?' ' 우리 학원은 정말
꼼꼼하고 친절한 선생님만 뽑았을 뿐인걸요?' 이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국
가의 영역이지만, 이 국가 역시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곧 사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개인 차원의 노력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을 가
진 사람, 실질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바람직한 사고를 전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지겹게도, '바람직한 사고'라는 것에도 각자 기준이
다르다. 아무리 제도적 기준을 명 시하더라도, 모든 단어에는 다양한 해석과 인
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 있었던 프랑스 교 1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항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 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성적지향, 용모 등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고
용, 재화, 용역, 교통수단, 상업시 설, 주거시설, 교육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 특
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사 참
수 테러 사건과 같이, '표현의 자유' 역시 국가마다, 사회마다, 또 개인마다 느끼
는 바가 다르 다. 표현의 자유로 인한 '수치심'이나 '모욕감' 역시 당사자에게조
차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 지만 대부분 표현의 자유와 특정 집단의 보호
사이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는 데엔 동의할 것이다.
이 합의 지점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텐데,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제안해보고
자 한다. '자유'라는 것은, 책임을 다할 때 찾아오는 것이다. 법은 우리를 자유로
이 해준다. 내가 남의 것 을 도둑질하지 않기 때문에 남도 나의 것을 도둑질하
지 않는다. 내 책임을 다했을 때 나의 자유 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표현의
자유는 곧 남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선을 넘는다면 , 남을 존중하지
않음과 동시에 스스로 존중받지 않겠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가 침범 할 수 없는 경계선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통제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까지가 아닐까 한다. 인종, 젠더, 외모 등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이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를 혐오한다면, 그것은 내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여겨질 것이다. 마치 나더러 '네가 수안이인 게 싫어!'하는 식으
로 말이다. 민트 초코든 코코넛 워터든 혐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선호다.
민트 초코나 코코넛 워터에는 사유도 감정도 정체성도 없으니까. 하지만 인간
개인은 사유할 수 있고, 감정을 느끼고, 정체성을 가졌다. 아무리 다르더라도,
타인은 당신과 같이 친구가 있고 음식을 먹고 세금을 낸다. 같은 사회를 구성하
는 일원을 혐오하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부정과 같다. 동등한 존재를 깎아내리
는 순간 깎아내려지는 것은 자신이다. 또 모두가 동일하다면 그것이 어찌 인간
이겠는가. 다르다는 이유는 하대할 명목이 되지 않는다. 잊지 말자. 아무리 다르
더라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 는 것을. 같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르
기 때문에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참고 문헌 - 이수연. 2015. “여전히 계속되는 기회의 제한: 채용 시 성차별과 개
선방안 모색”. 『이화젠 더법학』. pp. 109-111. - 주희진. 2005. “성 고정관념이
기업 내 여성 관리자 평가에 미치는 영향". 『여성학논집』. pp. 121. - Ronald
Craig. 2007. Systemic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nd Promotion of
Ethnic E quality, Leiden/Boston: Martinus Nijohoff Publishers. pp.
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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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N개의 공론장 차별 발제 정수안

  • 1. 2020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이게 한다면> 발제문 정수안 인간은 다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대우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차별 의 기제이다. 나와 달리 팔 한쪽이 없어서,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져서, 나와 피 부색이 달라서. 우리는 알 수 없는 그 사람에 대해 예상과 가정을 사용할 수밖 에 없다. 이러한 예측이 사회적 판단에 사용될 때,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판단의 순간을 맞이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말지, 누구를 초대할지 말지 정할 때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때마다 나의 모든 편향된 경험을 배제한 후 객관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할 때, 우리는 저장된 기억을 작동시켜 판단 에 필요한 시간을 줄인다. 이렇게 효율적인 인지 장치가 바로 고정관념이다(주 희진 2006:121). 이처럼 나와 달라서 알 수 없는 집단을 판단할 때, 우리는 알고 있던 정보와 경 험, 감정에 입각한다. 온라인에서 자주 노출되는 가시적 정보들, 퍼뜩 느껴지는 감정들로 상대를 인식하는 것이다. 트렌스젠더는 우락부락한데 짧은 치마에 하 이 힐을 신은 사람으로, 흑인은 더럽고 위험한 사람으로, 장애인은 기괴하고 불 쾌한 사람으로.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많은 고정관념을 활용하고, 이는 다시 그들을 세상에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꼭 이렇게 부정적으로 느끼거나 혐오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이해하지 못하는 거 라면? 안타깝게도, 이것 역시 배제의 길로 빠지기 쉽다. '넌 게이니 남탕을 좋아할 거야', '넌 들을 수 없으니 클럽을 즐길 수 없을 거야' 등. 사소해 보여도 결국 이들을 밖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한 특징을 이유로 다르게 대우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대우'라는 단어에는 너무나 많은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 '특징'이나 '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차별이라고 판단하기 위한 요소부터가 애매하기 에, 차별의 확산은 심화하기 쉽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어떤 법과 제도로 차별을 판단, 처벌하고 있을까? 더 명확히 알고 대처하기 위해, 차별의 법학상 기준을 소개하고자 한다.
  • 2. 법제에서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비교 대상자에 비해 우대하거나 배제하거 나 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이해한다. 이것은 반드시 악 의적이거나 의도적이거나 직접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도적이지 않고 진실한 믿음에서 모두에게 동일한 요건을 적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법에서 보 호하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가 작용한다면 차별로 본다(이수 연 2015:109). 더 세분해보자면, 차별의 개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차별, 간접차별 , 구조적 차별(ibid:109-111). 직접차별은 아까 언급한 것과 같이 어떤 특성을 이유로 다른 특정인에 비해 다르게 또는 불리 하게 대우하는 경우다. 이때 반드 시 악의나 의도성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 '너는 여자라 무서울 테니 귀신의 집 입장에서 빼줬어.' 선의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다르게 대우했다면 그것은 차 별이다. 이러한 언행이 경찰이나 소방관 같은 직업군 내에서 일어난다고 생각 해보자. 위험한 상황에 서 자꾸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아무리 그 들을 위해서 그랬다 하더라도 차별의 결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제에서 벌칙 규정을 적용하려 하면, 의 도성 이 요구될 수 있다.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도 과실이나 고의 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성립 자체는 의도성이 아닌 불리한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므로, 구제 상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금전적·절차적·행정적으로 복잡하다. 다음 간접차별은, 모두에게 동일한 규정이나 기준 내지 관행을 적용했어도 결 과적으로 특정 집 단에게 차별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다. 법에서 보호하는 특성1(성별, 장애, 나이, 용모, 성적 지향, 혼인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 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그것 은 간접차별에 해당한 다. 이때 집단성이 전제되지는 않는다. 특정 개인에 대한 것일지라도 같은 효과 를 나타낸다면 차별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고용의 경우, 우리나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현저성'이라는 것 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제2조 제1호 후단에서 '사업주가 채용조건이 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 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 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 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비율이 현저한지는 재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3. 마지막으로 구조적 차별(Ronald Craig 2007:91-104)은, 과거 차별 규정 및 관행의 적용으로 현 재 및 장래에도 차별적인 패턴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법 제상으로는 구조적 차별을 야기하는 기존 정책, 절차, 제도를 차별의 범주에 포 함시키고 적극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법리다. 우리나라 법제에서 구조적 차별 법리를 명확하게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남녀 고용 평등법」에서의 '적극적 개선조치'로 개념을 편입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꼭 정책이나 제도만으로 분류되지 않는 구조적 차별이 많다. 쉬운 이해를 위해 명절이나 회사를 떠 올려 보자. 남자들이 부엌에서 열심 히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는 모습은 잘 상상이 안 간다. 또 ' 회사원'이라는 단어 를 들었을 때, 정장 입은 아줌마보다는 양복 입은 아저씨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 이러한 구조 안에서는 피해자마저 익숙해져 순응하게 된다.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거지.' '나랏 일은 남자가 하는 거지.' 이 헤게모니적 구조는 다시 직접 차 별의 근거가 된다. '아줌마는 집 가서 밥이나 하세요.' '여긴 남자밖에 없어서 여 자가 버티기 힘들어요.' 하지만 혹자는 이러한 차별에 정당성을 항변하기도 한 다. 실제 모두를 동일한 인간으로 취급하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 실이다. '우리 물류창고 일은 정말 여자가 하기 힘든걸요?' ' 우리 학원은 정말 꼼꼼하고 친절한 선생님만 뽑았을 뿐인걸요?' 이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국 가의 영역이지만, 이 국가 역시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곧 사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개인 차원의 노력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 을 가 진 사람, 실질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바람직한 사고를 전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지겹게도, '바람직한 사고'라는 것에도 각자 기준이 다르다. 아무리 제도적 기준을 명 시하더라도, 모든 단어에는 다양한 해석과 인 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얼마 전 있었던 프랑스 교 1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항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 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성적지향, 용모 등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고 용, 재화, 용역, 교통수단, 상업시 설, 주거시설, 교육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 특 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규정한다. 사 참 수 테러 사건과 같이, '표현의 자유' 역시 국가마다, 사회마다, 또 개인마다 느끼 는 바가 다르 다. 표현의 자유로 인한 '수치심'이나 '모욕감' 역시 당사자에게조 차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 지만 대부분 표현의 자유와 특정 집단의 보호 사이 '사회적 합의'를 찾아야 한다는 데엔 동의할 것이다.
  • 4. 이 합의 지점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텐데,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제안해보고 자 한다. '자유'라는 것은, 책임을 다할 때 찾아오는 것이다. 법은 우리를 자유로 이 해준다. 내가 남의 것 을 도둑질하지 않기 때문에 남도 나의 것을 도둑질하 지 않는다. 내 책임을 다했을 때 나의 자유 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니 표현의 자유는 곧 남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선을 넘는다면 , 남을 존중하지 않음과 동시에 스스로 존중받지 않겠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 표현의 자유가 침범 할 수 없는 경계선은,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통제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까지가 아닐까 한다. 인종, 젠더, 외모 등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이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를 혐오한다면, 그것은 내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여겨질 것이다. 마치 나더러 '네가 수안이인 게 싫어!'하는 식으 로 말이다. 민트 초코든 코코넛 워터든 혐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고 선호다. 민트 초코나 코코넛 워터에는 사유도 감정도 정체성도 없으니까. 하지만 인간 개인은 사유할 수 있고, 감정을 느끼고, 정체성을 가졌다. 아무리 다르더라도, 타인은 당신과 같이 친구가 있고 음식을 먹고 세금을 낸다. 같은 사회를 구성하 는 일원을 혐오하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부정과 같다. 동등한 존재를 깎아내리 는 순간 깎아내려지는 것은 자신이다. 또 모두가 동일하다면 그것이 어찌 인간 이겠는가. 다르다는 이유는 하대할 명목이 되지 않는다. 잊지 말자. 아무리 다르 더라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 는 것을. 같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르 기 때문에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참고 문헌 - 이수연. 2015. “여전히 계속되는 기회의 제한: 채용 시 성차별과 개 선방안 모색”. 『이화젠 더법학』. pp. 109-111. - 주희진. 2005. “성 고정관념이 기업 내 여성 관리자 평가에 미치는 영향". 『여성학논집』. pp. 121. - Ronald Craig. 2007. Systemic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nd Promotion of Ethnic E quality, Leiden/Boston: Martinus Nijohoff Publishers. pp. 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