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살다산인권센터 회원소식지
'절라디언' 운운하면서 차마 입에 담
지 못할 욕설과 비난의 댓글을 달던
국정원 직원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또 그 짓을 지시하거나 혹은
방조, 방관했던 인물들은 또 무엇을 생
각하고 있을까요. 다시 촛불이 타오릅
니다. 매주 수요일 5년 동안의 수원촛
불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생각합니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촉발된 민
주주의 촛불은 '국정원 해체'를 넘어서
'민주주의'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2013
07
08
2. 2
국정원 사건의
본질
양훈도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이명박 시대를 드라마로 만들면? 찌질한 토건 협잡
스토리 라인이라 재미없겠다. 단, 천안함 미스테리
하나는 꽤 오래 먹힐지 모른다. (1898년 아바나에서
폭발해 266명의 해군이 숨진 미국 군함 메인호 사
건도 110년 넘은 현재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은 스페인의 공격이라 주장했고, 스페인은 미국
의 자작극이라 맞섰다. 하여튼 이 사건으로 미국과
스페인은 대판 전쟁을 치렀고 미국이 이겼다.)
반면 박근혜 시대 초기는 건질 게 좀 있어 보인다.
간신배들의 무한 음모. 시청률 꽤나 올릴 통속 사극
에 딱이지 않나. 있었던 일만 늘어놓아도 반전에 반
전을 거듭하니 그야말로 흥미만점이다. 맥락도 졸가
리도 없는 반전이지만, 보통사람들 뒤통수치기에 이
만한 소재가 없겠다.
간신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쓰인 간신은 ‘상식을 우롱하는 자’를 뜻한다.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했다는 그 옛날 환관이 효시다. 어
리버리 하게 “사슴 아니에요?”라고 한 자까지 다 죽
였다던가.
국정원 댓글 사건은 너무도 명백한 팩트여서 사족
을 달 여지조차 없다. 오피스텔에 박혀서 대선 댓글
개입 공작임무를 수행하던 국정원 여직원이 잡혔다.
경찰 수사팀이 조직적 개입의 흔적을 찾아냈으나 상
부의 지시로 다 지워졌다. 선거가 끝나고 전 국정원
장이 국내 정치에 사사건건 개입 지시한 사실이 폭
로됐다. 국정원 전담 조직도 드러났다. 검찰이 이들
을 기소했다.
사건 발생 당시 박근혜 후보가 스스로 상식을 우롱
했다고 주장하지는 말자. 박 후보가 국정원녀 감금
01 인권이슈 Ⅰ
3. 3
사건으로 인지했던 것은 후보를 둘러싼 ‘상식을 우
롱하는 자’들의 잘못된 보고를 믿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후보)이 상식을 우롱하는 자
라고 하면, 그를 지지했건 아니건 국민을 싸잡아 욕
보이는 일 아닌가?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식을 우롱하면서’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국민 모두를 욕보이는 일이다. 대
통령이 ‘정상회담’이라는 고도의 담판 자리에서 구사
한 화법과 논리는 전체 맥락에 비추어 조심스레 해
석하는 게 원칙이다. 이 원칙을 저버리는 자가 곧
‘상식을 우롱하는 자’다.
하여튼 이 일을 비롯하여 ‘상식을 우롱하는 자들’
의 물타기 음모가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이 과정은
독자들이 더 잘 알 터이니 더 쓸 필요가 없겠다. 단
지 의아스러운 점 한 가지만 지적해 두자. ‘상식을
우롱하는 자들’은 자신들이 상식을 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나 모르나이다.
정말 궁금하다.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을 저들은 진
짜 모르는 걸까? 장고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저들
이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언한 ‘이중사고’에 빠
져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실이 아닌 줄 알지만,
발화하는 순간에는 진실이라고 진실로 믿어버리는
빅 브라더 세계의 사고방식. (‘노통’에 대한 끝없는
저들의 증오를 보면 저들은 저들끼리 매일 모여 ‘2
분간의 증오’같은, 격렬한 증오심 고취 의식을 치르
는지도 모르겠다.)
상식 우롱이 탄력을 받으면서 반전의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 건 어이없게도 그 장단에 춤을 추어준 민
주당 덕이 적지 않다. 그게 사슴인지 아닌지 배를
갈라보자? 아니다. 민주당은 그냥 줄기차게, 당신들
은 지금 상식을 우롱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
하자, 국내 정치를 농단한 국정원 관계자를 처벌하
자, 국정원을 국정원답게 바로잡자, 이렇게 주장했어
야 한다. 후손들을 위해 모셔둔 대통령 기록을 까보
자고 헤덤빈 건 암만 생각해봐도 하지하책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본질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지리멸렬한 한국정치에 맡기기엔 사
안이 너무 중요하다. 전국에서 여전히 줄을 잇는 시
국선언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양심의 명령이
다. 정치가 삽질을 해도 정의는 촛불을 들게 돼 있
다. 지록위마의 권력이 기승을 부리면 부릴수록 정
의의 촛불은 커지게 마련이다.
간신 드라마는 간신의 처참한 최후로 끝을 맺는 게
정석이다. 정의의 실현은 인간이 꿈꾸는 원초적인
소망이다. 재미 삼아 드라마 보듯 현실을 구경하는
서민들도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진정한 싸움
은 이제부터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본질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지리멸렬한 한국정치에 맡기기엔 사안이 너무 중요하다.
전국에서 여전히 줄을 잇는 시국선언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양심의 명령이다.“
4. 4
국가가 강탈한
밀양주민의 삶과 미래
초코파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 활동을 하기
전까지 내게 밀양은 다른 의미의 공간이었다. 연극
관람을 좋아하는데 밀양에는 연극촌이 있어서 매년
여름 밀양 연극제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공연들이
열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무대에서 보는
공연은 내겐 가장 좋은 휴식의 한 방법이었다. 그렇
게 내겐 잠깐 들르는 그 곳 주민 분들이 송전탑 문
제로 9년 간 정부 및 한전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계셨다. 이에 다산인권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
개 인권 단체가 지난 6월부터 한 달여간 밀양 송전
탑 공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조사활동을 벌였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수십 년간 사신
분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 송전탑이 들어오는 것
을 안 것은 2005년의 일이고, 자신의 삶의 공간에
큰 영향을 주는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 주장이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
다.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전원개발촉진법상 요식
절차만을 걸친 한전은 면별로 한 번의 설명회만을
하고 사업을 강행하였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직장 생활, 결혼, 학교
등 다양한 이유로 생활공간이 자주 바뀌게 된다. 그
러나 농촌의 경우 많은 분들이 한 곳에서 오래 머
무신다. 인권침해 현장 조사 활동에서 만난 현지 주
민 분들도 이전 집성촌의 역사도 있고 대부분 수십
년간 한 곳에 터를 잡고 사신 분들이었다. 그런 분
들에게 밀양은 하루 중 일부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농사일로 생계를 이어오는 공간이면서 일상
생활의 거의 전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밀양 주
민 분들은 수십 년간 삶의 경험, 기억이 갈무리되었
고, 지금도 자신의 삶의 시간 거의 전부를 보내는
01 인권이슈 Ⅱ
5. 5
그곳이 자신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멋대로 파헤쳐
지고 바뀌는 것에 크게 분노를 느끼고 계셨다.
2012년 2월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는 농민
권리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은 ‘농민은 자신들
의 땅과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프로젝트, 프
로그램 또는 정책에 대해서도 정책 구상, 의사결정,
이행과 모니터링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
하고 있다. 굳이 이런 선언을 들먹이지 않아도 내가
사는 삶의 터전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충분한 정
보를 제공받고, 이를 통해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결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그러한 당연한 권리를 무시
한 채 공익만을 내세우며, 밀양 주민들의 주장을 님
비라고 일축하고 있다.
정부의 공사 강행은 이미 농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의 땅은 거
래가 거의 정지되었고, 대출도 안 되는 상황이다.
땅은 농민에게 있어서 현재의 생존을 위한 노동의
공간인 동시에 노후나 위급한 상황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현장 조사 결과 손자의 대학 등록금을 보
태주시던 어떤 주민 분은 대출이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답답해 하셨다. 또한 다음 농사에 필요한
투자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주민분도
생기고 있다. 나아가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도 안 된
송전탑에 둘러싸인 채 노후의 삶을 마무리해야 한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안고 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마을 공동체가 한전의 분열책
으로 인해 파괴되고 이웃이 원수가 되는 일들이 발
생하고 있다. 이에 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조
사단은 조사 결과 보고서의 제목을 ‘국가가 주민들
의 삶과 미래를 강탈했다’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밀양 주민 분들은 현재 삶의 공간이 파괴되는 아
픈 경험을 막기 위해 힘든 싸움을 이어가시고 계신
다. 이번 조사 기간 중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벌인 건강권 조사 결과 밀양 주민들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
럼에도 정부와 한전은 8월 공사 재개를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갈 뿐 밀양 주민 분들의 아픔은 외면하
고 있다. 공익, 국책을 내세운 많은 사업들은 늘
‘이미 시작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공익을 위해 참
아야 하지 않느냐’라고만 하며 주민들의 의사를 무
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삶의 공간이 파괴되
는 사람들의 의사와 주장을 무시한 공사 진행 방식
은 바뀌어야 한다. 진정한 공익사업은 그 공익의 한
수혜자여야 할 개발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삶에 대
한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면서 진행되어야 한
다. 이것이 배제된 ‘공익사업’은 결국 무자비한 개
발과 파괴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아래는 밀양 주민 한 분이 자신의 삶의 공간을 지
키기 위해 법원에 보낸 탄원서이다. 지금 밀양에서
는 삶의 공간을 지키려는 분들의 권리 찾기가 아직
도 계속되고 있다.
“판사님 저희 늙은이를 제발 살려 주십시오. 큰 욕
심 안 부리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내 땅에서 농사짓
고 그렇게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만약, 그것이 꼭
안 된다면, 송전선을 내 땅위에 꼭 건설 하여야 한
다면 나라에서라도 우리 부부를 먹여 살리도록 해
주십시오.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저 밥만 굶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 저는
무식해서 잘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나라
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공익사업은 그 공익의 한 수혜자여야 할
개발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배제된 ‘공익사업’은
결국 무자비한 개발과 파괴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6. 6
완벽한 물질, 자전거
-벗바리 유이님
인터뷰어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이 분을 어떻게 소개해드려야 할까요? 우리 윗집 사는
동네 아저씨이기도 하구요, 학교 때부터 알고 있는 선
배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무실서 일하고 있는 동료와
함께 사는 ‘이’이기도 하구요. 또한 오랫동안 다산인권
센터의 벗바리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있기에 다산의 일
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는 벗바리. 유이
님을 소개합니다.
다산: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유이: 자전거시민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중입니
다. 별명은 흔히 “유이”라고 불리는데요, 요즘 TV
에 나오는 가수 유이랑은 달라요~ 나름 “유이”라는
별명을 10년이 넘게 사용하고 있어요. 이 별명에
대해서 자주 물어보시는데,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
해서, 「건담윙」이라는 애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
입니다. 애니랑 영화, 미드를 좋아하구요. 자전거를
좋아해서 자전거시민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산: 자전거 시민학교를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일 소개 좀 해주세요.
유이: 자전거시민학교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름을 보
고 '무슨 시민 단체인가' 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예비 사회적 기업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자전
거교육, 이색자전거 임대 등을 하고 있어요.
자전거교육은 주로 자전거를 못 타는 분들을 탈
수 있게 도와드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우리는 자전거
를 뒤에서 잡아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가르쳐드리지
는 않고, 스스로 자전거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배우는데, 하루에
2시간씩 약 10강정도가 소요 되요. 생각보다 시간
이 많이 걸리죠.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배우는 것
02 떴다! 벗바리
Ⓒ박김형준
7. 7
이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고, 바르게 배울 수 있는
길입니다.
얼마 전에는 행궁동(장안동 315-2)에 “노란 자전
거”라는 상호로 자전거 가게를 열었어요. 아직까지
는 일반적인 자전거 가게처럼 자전거를 판매하거나
수리를 하고 있지는 않아요. 9월에 있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론
간단한 자전거 정비는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리
나 판매는 10월 이후에 할 것 같습니다.
다산: 자전거 시민학교 하면서 재미난 에피소드 있
다면 들려주세요.
유이: 자전거 타기를 교육하면 대부분 50~60대의
여성분들이 오시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전거
를 무슨 “교육”씩이나 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
어요. 그래서 주눅 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자
전거는 제대로 배워야 해요. 지금까지 한국에서 자
전거 교육을 하지 않은 점이 잘못된 거죠.
그런데,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들이 자전거를 배우
는 게 단순히 ‘자전거를 탈 수 있다’라는 것을 넘어
서, 스스로 자전거를 타는 순간에 어떤 해방감을 느
끼는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차별 받았던 것을 깬
다’는 느낌과, 중년여성으로서의 어떤 희열감을 느
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 교육이 끝나고
난 뒤에 좋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다산: 곁에 있어서 그런지 벗바리인 걸 가끔 까먹는
데요^^ 다산 벗바리가 된 게 언제쯤이죠?
벗바리가 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아마 2007년이
아닌가 싶네요. 그 때 다산 자원활동가를 했었습니
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나지만, 다산에서 활
동하던 김경미 활동가(메달)와 연인사이였는데, 그
렇게 벗바리가 되었던 것 같네요. 사실 다산인권센
터 로고인 사람인(人)자에 머리 모양을 단 것은 제
가 한 겁니다. 하하!
다산: 참 어색한 질문이긴 하지만, 인권에 대해 어
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이: 이제 인권이 보편적인 권리라는 것에 대해서
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
직까지 인권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기 힘들어해요. 흔히 말하는 인
권감수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
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인권이라고 하면 왠지 ‘따뜻하다’던지, ‘동
정심이 느껴진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인권
은 굉장히 변혁적인(강하게 말하면 혁명적인) 내용
이라고 생각해요. 인권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에 따라서, 인권은 시혜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혁
명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겠죠.
다산: 좋은 이야기 감사하구요^^ 앞으로 계획 본인
의 계획이나, 자전거 시민학교의 계획이 있다면 한
마디 해 주세요~
유이: 당분간은 자전거 관련된 일을 계속하려고 합
니다. 아직까지는 자전거가 많이 좋고, 자전거 관련
된 일도 인권과 관련되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요
즘엔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자전거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싶고, 정비도 더
“사실 인권은 굉장히
변혁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인권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인권은 시혜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혁명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겠죠.“
8. 8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죠. 근데 핑계일 수 있지만,
시간이 없네요.
하지만, 5년 뒤에는 모든 걸 접고, 외국에서 잠깐
살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외국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나를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1년 정도 살아
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잘될지 모
르겠네요.
다산: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다산을 너무 잘 알
고 계셔서^^ 다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가지
말해주세요.
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
는 활동을 좀 더 했으면 좋겠어요. 일반 사람들은
인권이 뭔지, 단어만 알고 있을 뿐이지 생각보다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민들이 인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여름이면 유난히 까맣게 탄 얼굴의 유이님을 볼 수 있
습니다. 늘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이겠죠.^^ 늘 곁에 있
어서 더 소중한 벗바리 유이님^^ 앞으로 더 다산에 많
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더 많은 이들이, 더 쉽게 자전거
탈 수 있도록, 차 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보이는 날까
지 자전거 시민학교, 쭉~ 지켜주세요^^
Ⓒ박김형준
9. 9
다른그림 찾기-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이번호도 야심차게 준비한 다른 그림 찾기. 휴가일정마저도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생명평화 대행진으로 꼭꼭
채워넣은 다산 활동가들의 모습으로 꾸몄습니다. 이번호 정답은 모두 5개입니다.
다른 그림을 찾으신 분들은 humandasan@gmail.com 이나 ‘수원시 남창동 91-3 2층 다산인권센터’로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분들 중 추첨하여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보낼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 한번 참여해 보세요. ㅠㅠ
03 쉬어가기
10. 10
‘없음’이 ‘있음’으로
다가올 때
김현창 다산인권센터 자원활동가
저는 이번 영화&책 코너에서는 만화책 한권을 소
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미국작가 크리스 웨어의
‘지미 코리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는 책
입니다. 만화의 대략적 내용은 지미 코리건이라는
인물을 둘러싼 미국과 한 가족의 역사를 다룬 것인
데요, 물론 내용과 표현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독창적인 말하기 방식이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만화는 여러 히어
로들이 예측불허의 액션을 벌이는 만화입니다. 그림
의 선도 다분히 남성적이고 거칠어서,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선을 자주 쓰는 일본만화와 더 가깝고 친
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널리 호응 받지는 못
하는 편이지요.
그러나 미국 만화가 단 하나의 모습을 갖추고 있
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한국 만화가 웹
툰의 발전으로 새로운 형태를 갖춰나가듯이, 미국의
만화 역시 오래전부터 발간되어 온 몇몇 실험적인
만화잡지와 작가들로 인해 굉장히 다양화 되어 있
습니다. 액션 히어로물이 미국만화의 대표격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조금만 파고 들어
가기만 하면 파격적이고 새로운 만화들이 넘쳐나는
것도 미국 만화의 매력입니다.
‘지미 코리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는 그
중 드물게 한국시장에도 소개된 실험적인 만화입니
다. 충격은 책 겉표지부터 시작됩니다. 알 수 없는
복잡한 그림이 겹쳐져 있는 표지를 따로 분리해서
펼쳐보면, 커다란 종이 위에 펼쳐진 이 만화의 세계
관과 인물의 역사가 한눈에 드러납니다. ‘마인드
맵’이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 크리스 웨어의 말하기
방식은 흡사 그 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이후로도 당혹감은 계속됩니다. 무언가 길게 말
해야 할 장면이 있으면 작가는 그것을 일일이 극화
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표지에서처럼 한꺼번에
드러내는 코너를 준비해 놓고 독자가 능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
른쪽으로, 혹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등 흔히들 생
각하는 루트로 눈을 굴리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
니라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독자가 먼저 알고 싶
은 부분부터 종횡무진 읽어가게 됩니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난삽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습
니다. 저의 경우에는 눈요깃거리가 이렇게 한꺼번에
던져지고 하나씩 뜯어보는 것을 꽤 좋아합니다.
하지만 모든 페이지가 이런 형식은 아닙니다. 일반
적인 만화와 같은 프레임을 택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도 작가의 수많은 노력이 녹아 있습
니다. 옛날 배경의 이야기가 전개될 때 1930년대
만화 형식을 재해석해서 세련되고 깔끔한 선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한 컷 한 컷 디자인 된 것처럼
그림의 선과 도형 또한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묘사
됩니다. 이런 냉정한 선 덕분에 지미 코리건의 역
사를 관조적이고 다소 무덤덤하게 훑는 전체적인
작품의 이미지가 한층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원래 이러한 형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잘 살펴보면 컴퓨터나 패드형 단말기 속의 어플을
통해서 한번쯤 접해본 듯 하지 않나요? 커다란 그
림이 있고, 원하는 부분을 클릭하면 팝업창이나 영
상이 등장해서 내용을 알려주는 것, 한번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이것이 종이로 인쇄된 책에 방대한
지도의 형식으로 나타나니 한편으로는 낯설고, 신선
04 영화 & 책
11. 11
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만화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이렇게 독특한 구조를
택한 이유를 보다 정확히 알게 됩니다. IT 시대의
소통방식을 지면에 옮긴 형태를 연상케 한다, 파격
적이다 라는 거창한 해석 이전에 이야기를 가장 최
적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된 구조였
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작품의 줄거
리는 지미 코리건이 평생 아버지 없이 살다가, 불혹
의 나이가 다 되어서야 아버지를 뒤늦게 찾아 만나
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오랜 세월 아버지가 부재했
고, 남들에게 다 있는 아버지라는 것에 대한 기억이
거의 전무한 사람에게 진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요? 아니, 경험에 앞서 머릿
속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보거나 아버지란
뭘까? 왜 아버지는 내 곁에 없었던 걸까? 이제와서
만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등등 오만가지 잡생
각이 시시각각 덮쳐와 바쁘기만 할 것입니다.
혼동스럽고, 답답하게 아무 말 없이 그림만 나열하
거나 뒤죽박죽 지도를 그려넣은 장면이 태반을 이
루는 이유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복잡한 심경
을 보여주기 힘들었기 때문일 테지요. 그리고 그 심
경은 지미 코리건이 아버지와 재회하는 것에 그치
지 않고 더 나아가 내게 ‘없음’으로 여겨지던 것이
별안간 ‘있음’으로 다가올 때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지미 코리건은
작품의 부제처럼 정말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가 맞는 듯합니다. 그렇게 갈피를 잡기 힘든 처지에
서 독자들에게 수많은 기억의 지도를 주구장창 펼
쳐 보이고 있으니까요.
아마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겪
게 될 일도 비슷할 것입니다. 이루면 좋겠다고 막연
히 상상은 해 왔지만 평생동안 내게 없었던 것이,
성큼 문 앞에 다가와 있을 때 우리의 감정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희열일까요,
아니면 혼란일까요, 냉정함일까요. 이 작품을 덮을
때 쯤 제게 든 마지막 생각이었습니다.
12. 12
빈 곳간을 채워
온다독립 앞당기리!
“온다독립 만세” 함께 외쳤던 날!
안녕하세요, 인권교육 '온다'입니다. 다산인권센터
벗바리 분들은 이제 ‘온다’가 뭐하는 곳인지 대략
알고 계시지요? ‘온다’는 기존의 다산인권센터 인권
교육팀이 새로운 단체로 분리. 독립하는 단체이구
요, 현재 다산 사무실 옆방에 살면서(?) 인권교육활
동을 함께하고 있답니다.
이번 10월에 창립을 앞두고, ‘온다’의 독립을 널
리 알리면서 힘 모으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난
7월5일, 온다독립자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 <온다
독립 만세>가 성균관대역 근처의 한 푸드코트에서
열렸는데요, 주점 준비팀도 장소를 구해놓고 이 넓
은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게다가 당일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다는 소식까지!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3시에 문을 열자마
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더니, 주점이 끝날 때까지
북적북적했답니다! 덕분에 휑뎅그레~ 너무 넓어보였
던 공간이 꽉 채워졌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음식을
나르고, 직접 만든 물품을 기증해주시고, 또 맛있게
즐겨주시고, 많은 분들이 7월5일에 함께 해주셨습
니다. "온다독립 만세" 함께 외치며, 몸으로, 마음으
로,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정말 감사합니
다. 그 날의 뜨거운 만남, 응원의 한 마디가 모두에
게 큰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첫 걸음을 내딛게 될 10월, 온다 창
립에도 함께 해주세요! 꾸벅~
* 더 많은 사진과 소식이 궁금하다면~
http://cafe.daum.net/hreonda 인권교육‘온다’ 카페를 방
문해주세요. 방문하면서 회원가입도 꾸욱! ^^;
05 특집- 사진첩
14. 14
2013년 7~8월
활동보고 및 결산안(전월)
07 활동보고07 활동보고
다산인권센터 활동보고
●수원지역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확산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이 들어나면서 수원지역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수원촛불은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촛불이 계속타오르고 있습니다. 수원지역 제
단체들의 시국선언이 발표되었고, 앞으로 수원시민들의 자발적인 시국선언도 조직되고 있습니다. 서울에
서는 매일 촛불이 켜지고 있고 주말이면 대규모 촛불이 서울 시청광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틈날 때
마다 함께 해주세요.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지역 인권침해 실태조사 진행
지난 6월 6일과 7일, 1박2일 동안 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인권사회단체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부지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활동을 벌였습니다. 8년동안 반대운동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연로한 주민들
의 아픔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 조사활동을 바탕으로 지난 7월 3일 밀양주민 인권침해 실태조
사 결과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국가에 의해 마을과 개인의 삶이 파탄나는 현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정
부와 한국전력은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 합니다. 함께 막아낼 수 있도록 조그만 힘 보태도록 하겠습니
다.
인권교육 온다 활동보고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온다독립 만세 주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더불어 인권교육가 입문과정 텃밭 만
들기도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온다 주점 끝나기 무섭게
이제 본격적인 창립 준비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10월 25일에 인권교육 온다의 창립식을 하려합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날 온다의 탄생을 알릴것 같습니다. 창립준비와 함께 화성지역 학생자치캠프, 장애인
권강사 양성 집중 워크샵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복작복작 할 일도 많고 바쁘지만 이 또한 작은 설레임으
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온다가 지역에서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사소한 일상을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