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생애 단 한번
이든교회와 장영희 선생님을 위한
문학의 낮

2. 주의 사항
오글오글 주의

3. 장영희
1952.9.14 ~ 2009.5.9
서강대학교 영문학 교수
수필가, 번역가, 영문학자
교과서 집필가
장왕록 박사의 딸

4. Letter to
장영희

5. To. 장영희 선생님께
장영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번도 직접 뵌적은 없지만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장영희
선생님을 만났던 안경찬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저희 교회에서
책나눔 시간에 선생님의 책을 추천하게 된 계기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선생님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이 ‘내 생에 단 한번’이였어요. 그 때가 아마 제가
고등학교 혹은 제수때였던 것 같아요. 그 때 책을 읽으며 꼭 한번 선생님을 찾아뵈야지 했던
기억이나네요. 그런데 2009년에 슬픈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선생님을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세상을 먼저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내 생에 단 한번’을 통해서 선생님께서 월간 <샘터>와 신문 등에 기고하신 40편의 귀한
수필을 한번에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두번째 읽게 되었는데요(혹은 그보다도
많이 읽은 것도 같네요). 10년전에 읽었을 때와 또 다른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수필의 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피천득
작가가 썼던 <수필>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피천득 시인은 수필을 이렇게 표현
했었습니다.
수필(隨筆)은 청자 연적(靑瓷硯適)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街路樹) 늘어진 포도(鋪道)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住宅街)에 있다.

6. 그 당시 저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이글의 표현
방법은 뭐고,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있으며, 수필은 어떤 문학이고 등등의 학문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하게 요구받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필이란
무미건조하고 재미 없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백일장에 나가서
‘수필적 허구’니 뭐니 하는 말을 하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이번에 장영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피천득 시인이 왜 수필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어요. 장영희 선생님의 한편 한편의 글을 읽으며 글이 참 이렇게
맑을 수 있구나, 청초할 수 있구나, 깨끗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따듯함으로, 때로는 입가에 퍼지는 미소로,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으로 글이
저에게 살아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의 글을 읽고 또 읽어보면서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깊어지는 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의 글은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명령조의 글들이 아니였어요. 뭐뭐를 해라,
무엇무엇을 하자의 글이 아니라, 우리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들을 이야기 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더 감동이 되고, 저는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였다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를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은 하나님의 따듯한 포옹인 것 처럼요.
‘하필이면’이라는 글을 통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감사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눈물의 미학’이라는 글을 통해서 무엇을 위해 우리가 눈물을 흘려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A+’마음이라는 글을 통해서 숫자와 성적으로만 평가되는 이 시대에 따듯함이
여전히 있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눈 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라는 글은
저에겐 큰 충격과 함께, 새로운 길, 그리고 저의 관점들을 바꾸게 되었어요.

7.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이 고등학교 때 였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싸이월드 아시죠? 당시 저의 싸이월드에 대문에는 서문에 제목인‘꿀벌의
무지’가 적혀 있었거든요. 원래는 날 수 없는 신체적 구조를 가졌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끊임 없는 날개짓을 해서 날 수 있는 꿀벌처럼
재능이 없는 저이지만 그런 믿음을 통해서 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대학에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꿀벌의 무지’를 깨달은 것은 작년 초
여행이였던 것 같네요.
조금 빗나간 이야기 인 것 같지만 이 이야기를 잠시하자면, 저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잘 걸어다니지요. 그런데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발이 아팠습니다.
저는 걷기 때문에 당연히 발이 아픈 줄 알았고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친구들과 여행을 갔는데, 친구가 저의 발을 보더니 완벽한 평발은
아니지만 평발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제가 예전부터 평발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걷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겠죠? ‘꿀벌의 무지’는 그렇게 10년의 기간을 두고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이러나가면, 이번에 다시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으며 저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위에서도 말했던 ‘꿀벌의 무지’,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가 가장 인상 깊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천국미학’, ‘A+마음’,
‘톡톡 튀는 여자 마리아’, ‘하느님의 필적’ 등과 같은 이웃과 하나님과 맞닿은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글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미안합니다.’, ‘그러나 살랑은 남는 것’, ‘더 큰 세상으로’ 등 장영희 선생님의
아버지(장왕록 선생님)과 과련된 이야기가 맘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도 선생님 처럼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이런 글들이 마음에 들어왔나 봅니다.

8. 선생님, 이제 완연한 봄이 왔는지 거리마다 꽃들이 활짝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은
이른 감도 있지만 환하게 피어난 벚꽃과 목련 꽃에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런 봄날에
선생님의 글을 읽게 되어 참으로 좋습니다. 선생님이 말씀 하신 것 처럼, 이 봄날,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그렇게 사랑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이만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천국에서 부디 편안하시기를…. 아참 그리고
혹시나 하여 부탁드립니다. 제 아버지를 만나신다면(아버지께서 글을 좋아하시니 아마도
만나셨을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의 글처럼 좋은 글을 사랑하셨거든요), 꼭
안부전해주세요. 아들 잘 지내고 있다고, 아니, 잘 지내지 못한다 해도 아버지의 웃음을
더 많이 생각하면서 열심히 산다고. 그러니 응원해달라고, 그렇게 안부 전해주세요.
선생님의 또 다른 글들을 통해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2014년 3월, 벚꽃마음으로
안경찬 올림

9. Poem +

10.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 어느덧
따듯한 봄빛에 물들면
산에는 진달래
거리엔 벚꽃핀다
높은 산
멀리있어 붉은 빛으로
자신을 뽐내는
우직한 진달래
외로운 마음보다
벚꽃마음

11. 거리에
사람곁 연한 빛으로
보는이 마음 설레이는
함께피어 아름다운
벚꽃마음 되고 싶다
바람을
두려워 하기보단
바람따라 흩어져
꽃비되어 내리는
벚꽃마음 되고 싶다

12. 겨울 거리
노점 할머니의 부채를
돌아서 사는 마음처럼
푸른잎 그늘되는
벚꽃마음 되고 싶다
그렇게
먼지가 되기보단
차라리 벚꽃이 되고 싶다

13. Act

14. 함께 나누기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

15. 20XX년 핵 전쟁이 일어나 아시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핵 폭발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벙커가 있고
열사람이 그곳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곳은
여섯명만이 들어갈 수 있다
생존자들은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새롭게 건설할 것이다

16. 여류핵물리학자
눈먼 소년
정치가
수녀
종신서원으로 결혼 불가
의사
공산주의자
교사
일본인
성노동자
갱생함, 언제라도 이전생활로
돌아갈 가능성 큼
여가수
품행이 나쁘기로 소문
농부
청각장애
당신
아무런 기술도, 능력도 없는 백수

17. “그렇게 남을 돕고
함께 나눌 줄 모르는 나라라면,
그런 데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18.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