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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에서 이유 있는 실험
다음의 내가 시작된다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
www.pulschool.com
정리. 김지연
발행일. 2016년 8월 31일
사진. 김지연•1쪽 사진. 구례
천은사 숲길. 모두가 하늘을 향
해 나아갈 때 나는 잠시 누워
하늘과 마주한다.•2쪽 사진.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영
국 ‘Tinkers Bubble’ 공동체를
만든 이가 사는 집이다. 그의 삶
은 어딘가 소로와 많이 닮아 있
었다.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오직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만을 마
주하면서, 삶이 가르쳐 주는 것들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마주했을 때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한 일이기에 나는 진정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은 살고 싶지 않았
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2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젊은 날 깨어 생각하고 냉정하게 길을 찾아야
한다. 나를 담아낼 이 사회는 어떤 그릇인가
를 읽어내야 한다.
사회를 자기 눈으로 읽으면서 자신이 살아갈
삶의 내용을 그려가야 한다.
학교지기. 이신행
3
학교야 안녕
MBC 창사50주년 특별기획
TIME ‘학교야 안녕’(2010. 8. 4)
권칠연 감독 기획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배울이.
이가영
끝이 없는 트랙임을…”
가영은 궁금했습니다. 왜 모두가 달리고만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가르치지 않고 먼
저 가라고 가르치는 것이 정말 교육인 건지 가영은
묻습니다.
늦게 피는 꽃이든 빨리 피는 꽃이든 다같이 행복
할 순 없는 걸까요? 그런 꽃밭 같은 사회를 보는
것이 가영의 작은 바램입니다.
배울이.
김원영
4
사진출처.시사저널,또다른배움여는‘제3의길’(2010.4.14)
교무지기. 이성민
결국 ‘길’을 찾고 싶어서,
그리고 ‘길 친구’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 12년. 많은 청년들이 이곳에 문을 두드렸다. 대안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어서, 스스로 배
움에 목 말라서, 남들과 똑같이 줄 서서 대학가기 싫어서, 부모님이 원
하는 길로만 가기 싫어서, 조금 시간이 필요해서, 그리고 내 인생을 믿
고 지지해줄 친구가 필요해서 온 듯하다.
그렇게 우리는 모였고, 수업을 듣고, 여행을 가고, 음식을 만들고, 책을
읽고, 쪽 글을 쓰고, 공연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
을 나눴다. 그렇게 긴 인생의 한 자락에서 그것도 가장 찬란한 20대의
한 토막을 내어서 서로에게 나눠주며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를 찾아갈 시간을 벌었다.
5
체화당 매니저.
미국인 James
신촌은 뭔가 엄청난 것이 뿌리를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신촌의 젊은이들이여, 당신의 에너지와 참신한 세계관을 활
용하라. 그리고 여기에서 뭔가 엄청난 것을 시작하라! 그러나
당신의 아이디어들과 희망들이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확장할 필요가 있
다는 것을 잊지 말라.
6
그 부끄럽고 창피했던 입학 무대가
배울이. 신정아
그 부끄럽고 창피했던 입학 무대가
나의 삶에서, 어떤 의미 있는 ‘시작’
이었음을 어렴풋하게 느낀다
‘잘 해야지만 남들 앞에서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마 우리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
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입학무대에서 형편
없는 기타 연주를 보일 때 사람들이 ‘그렇게 잘하지
도 못하면서 기타 칠 생각을 했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점점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더 보
기 좋아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이제
남을 그렇게 볼 수 있다.
진솔하게 봐주고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 7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
호지와의 만남
‘오래된(Ancient)’은 우리가 개발의 대가로 잃어버
린 공동체와 자연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사람과 사
람, 사람과 자연이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습니다.
‘미래(Futures)’가 복수인 이유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다양성을 암시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가
지 정형화된 미래가 아니라 각 사회의 문화적 다양
성에 맞게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지금까지 개발의 방향은 항상 소외였습니다. 비단
자연으로부터 사람이 소외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간
의 소외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자연
과 교감하도록 해야 합니다.
8
배울이. 하수용
자신과 사회를 읽어내는 법
하루 동안 니어링 부부의 삶을 실현해 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철저하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랐다면 지루했을지
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어떤 삶이 성찰적인 삶일지에 대한 것도 여
전히 막연하기만 하다. 하지만 ‘성찰적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파주
교정에서 나누었던 시간들은 온전히 자신 삶의 주인이 되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9
배울이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어떻게
수업으로 담을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스스로 공부주제를 정하여 한 학기
동안 그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도 어떤 이의 공부
주제에 대해서 그가 공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의
발표에 대한 논평을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었다. 또한 가르칠이는 학생들의
동반자가 되어 그 내용을 같이 공부하면서 적절한 논평을
해주고 다음 단계의 공부를 같이 상의하여 정하는 역할만
해주면 될 것이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10
해주면 될 것이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학문적 엄밀성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수업이 ‘상호강독 2’이다.
• 페미니즘 • 계급론 • 자본주의 • 아웃사이더 • 공간철학 • 서양철학 • 동화
A, B, C 알파벳이 적힌 보통의 ‘성적표’와는 달리
11
A, B, C 알파벳이 적힌 보통의 ‘성적표’와는 달리
우리 학교의 평가서는 한 통의 ‘편지’ 같다
첫 평가서를 받았을 때 매우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줄 한 줄에 담긴 그 뜻과 의미를 스스로 곱씹어 읽어 내린
뒤에는 언제나 ‘이 수업. 참 잘 마무리 했다.’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러고 나면 이 방학을 더 값지게 보내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배울이. 김민주
조용했던,
그래서 작은 소리들이 너무 잘 들렸던 나배
화려하지 않았던,
그래서 어디보다도 밤하늘이 화려한 나배
밤이 왔다. 우리는 손전동과, 핸드폰과는 잠시 떨어져 지내기
로 하고 달빛에 의지한 채 문을 나섰다. 우리는 금세 앞 바다
에 도착했고, 각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는 나배에서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가 있을 때면, 그 많은 별들을 다 헤
아려보겠다는 듯이 한참을 보고 있는 편이다.
12
13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을 올리다
학기발 발표회. 연극 ‘배울이 X의 시간’
2015년 겨울학기 7명의 배울이가 각자의 지금 학교생활과 고민을 보여주면서 한 배울이가 지내는 일련의 학교생활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연극 한 편을 만들었다. 역시나 발표회의 묘미는 결과보다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나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나도 내 한 학기를
대사로 정리하면서 다른 학기보다 더 남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서툴더라도 그것을 함께 끝마쳐보는 이 공동의 성취감
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큰 요인이었다.
4개월 꿀벌들을 따라 다닌 현장동역은 학교에서
배웠던 가치를 자신에게 맞는 결과물로 바꾸어
배울이. 조민강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의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경북 칠곡부터 강화도까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꿀을 모았
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꿀벌 수백만 마리에 둘러싸여 벌집을 들고
유심히 관찰하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을 보면 산업시대가 오기 전 수
작업을 통달한 장인 같았다. 그 곁을 보좌하는 내 역할은 계획을 의
논하고,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정돈하고, 날마다 일지를 기록하는
충실한 부사수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일꾼이었다.
이 과정을 다 마쳐도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인생
은 언제나 과정의 연속이며 이정표 하나를 세우고 지금쯤 어디인지
주위를 살핀 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다시금 나아가도록 해준다. 적
어도 나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14
배울이.
박동효
나는 ‘나’와 ‘내 삶’을 위해 학교를 다니러 왔는데,
학교를 위한 학교를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은 것은 오히려 나였다.
자치회 활동은 나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져줬다. 자유와 자율의 차이
는 무엇인지. 권리와 의무는 누가 정하는 것인지. 옳고 그름은 어떻게
판단되는지. 의견 일치가 과연 평화로운 방법인지. 그리고 학교는 무
엇이고 배울이는 무엇인지.
수많은 질문들은 하나같이 답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지만, 단 한 번
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건 나의 성실함이 아니라 자치회활동이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고 학교생활 곳곳에 이 자치회가 있었기 때문
이다. 그리고 그 자치회에 있는 배울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5
우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기보다는 존재를 알지 못
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그들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어주
고 싶다는 우리들의 마음은 실제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그들과 함께 가꾸어 나간 것 같다.
사진 출처. http://nancen.org/1514
방글라데시 난민, 줌머인의 보이사비(BoiSaBi) 설 축제
16
라오스는 아직 천연의 자연 속에서 소박한
마음을 간직하며 자신들의 속도로 삶을 살
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이 푸르른 색들이 삭막한 아스팔트 빛깔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문득 인간이 이뤄내고 있는 진보라는 것이
배울이.
김원영 17
않을까하는 생각에 문득 인간이 이뤄내고 있는 진보라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 두려운 감성이 비단 라오스를 비롯한 제3세계
에 대한 걱정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이미 꽤 오래 전에 그 과
정을 거쳐 곳곳이 빌딩숲이 되어버린 우리나라도, 가장 먼저
내달렸던 서구의 선두주자들에게도 계속해서 두껍게 덧입혀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간신히라도 무엇을 붙잡아
야 할까. 무엇을 멈추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솔직한 삶. 바름과 그릇됨을 알고 바름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풀뿌리사회지기학교
라오스에서 삶은 리얼하기 때문에 진짜 삶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너무나 솔
직하게 드러나 버리는 이곳의 현실은 가릴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 자랑
할 거리도 없는 현실을 받아 드려야만 하는 곳. 그래서 더욱 ‘나’다워질 수 있
는, ‘나’자신에게 솔직하게 되어버리는 곳이 여기 이곳 ‘라오스 루앙프라방’이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지
는 순간,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
과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 출처. KBS 인간극장 http://www.kbs.co.kr/1tv/sisa/human/broadcast/index,1,list001,10.html
라오스 루앙프라방.
손미자, 아드리 부부
18
ROOT 밴드
지구촌 오지에 천 개의 풀뿌리학교를 짓는
‘루트(ROOT) 밴드’
존 우드가 쓴 책 ‘히말리야 도서관’은 나의 인생 여정을 바꿔
놓았다. 나는 ‘루트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공연 수익금으로
지구촌 오지 아이들을 위해서 풀뿌리학교, 도서관, 병원을 각
각 천 개씩 짓는 일을 시작했다.
사진출처.파이낸셜
19
파이낸셜뉴스,캄보디아등지서학교건립추진‘루트밴드’(2009.1.20)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20
체화당 매니저. 오채함
“헤매고 있다고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착각을 했었나 봅니다. 체화당을 완벽하게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
어가는 사람이 채워나갈 여지가 있는 것인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인지 자꾸만 ‘더
준비가 되면 시작하자’ 하고 미뤄둔 일이 많으니까요.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자
라나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는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려 하면 정체하고 말 수
있다는 것을,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을요. 잘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하려 하면 그 아이는 평생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걸을 수 있는 준
비가 되면 걸으려고 가지도 않고, 뒤뚱뒤뚱 걷기도 안하고, 걸어가다 넘어지기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평생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숨쉬며 커가
는 생명체의 섭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자란 부분-그것은 차츰 채워나가면 됩니다. 21
나는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체화
당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여러 만남들
이 결국 나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다
7년 전 봄,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황폐함 그 자체였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체화당 매니저. 김혜리
7년 전 봄,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황폐함 그 자체였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여력도 없던 그 때, 지인을 통해 서울 신촌의 구석에 위치한
대안 카페 ‘체화당’에서 매니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알바를 해 본 적도 없고, 카페 일에 관심도 별로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일
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구인 공고에 나온 소로
의 문구가 나를 끌었던 것 같다.
22
끝나지 않은
풀뿌리 정치실험 프로젝트
오랜만에 체화당에 들렀고, 나는 그날 2014년 지
방선거에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나가기로 결정해버
렸다. 아마 우리 중 누군가가 1년 반 앞으로 다가
온 지방선거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
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체화당은 그런 곳이다.
신촌민회 사무국장. 이태영
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체화당은 그런 곳이다.
언제나 선거가 가까워지면 우리 중 누군가가 그 선
거에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마을 카페. 아주 구체적이고 진지
하지는 않지만, 아주 장난스럽고 지나가는 말도 아
닌 무게, 그 무게로 이뤄진 말들이 이 장소에서는
낯설지 않다. 특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 그렇
다. 여기는 아주 정치적인 카페이기 때문이다. 한정
된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적 권위를 만드는 작업이
정치라면, 체화당과 신촌민회는 그 사회적 권위를
직접 만드는 훈련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풀
뿌리사회지기학교는 그 훈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적격인 학교였다.
23
체화당 프로그램 디렉터.
모든 변화의 어딘가에 ‘여전히’라는 말로 자
리하고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중국인 환환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그 무엇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배웠다. 지루하고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타인을 향한 이 마음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멈춰버리면 안 된다. 멈추지 않고 계속 해야 지켜지는
것이 있다.
24
누군가가 자신의 이슈로 독백을 시작하고,
함께 무대를 꾸릴 동료를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그램 디렉터.
우승현
학교를 경유해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좀 더 느슨한 연
대에 가깝다. 이 연대의 기반이 된, 서로 누를 끼칠 수 있는 장
기적 신뢰 관계야말로 지난 20년간 이 공간이 은연 중에 만들
어낸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가치야말로 끊임없이 변모
하고,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무대로서 공동체의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한다.
25
인생의 간이역에 내렸습니다.
배울이. 김영민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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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periments of Life. 人生で理由ありの実験.

  • 1. 1 인생에서 이유 있는 실험 다음의 내가 시작된다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 www.pulschool.com 정리. 김지연 발행일. 2016년 8월 31일 사진. 김지연•1쪽 사진. 구례 천은사 숲길. 모두가 하늘을 향 해 나아갈 때 나는 잠시 누워 하늘과 마주한다.•2쪽 사진.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영 국 ‘Tinkers Bubble’ 공동체를 만든 이가 사는 집이다. 그의 삶 은 어딘가 소로와 많이 닮아 있 었다.
  • 2.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오직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만을 마 주하면서, 삶이 가르쳐 주는 것들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마주했을 때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한 일이기에 나는 진정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은 살고 싶지 않았 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2
  • 3.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젊은 날 깨어 생각하고 냉정하게 길을 찾아야 한다. 나를 담아낼 이 사회는 어떤 그릇인가 를 읽어내야 한다. 사회를 자기 눈으로 읽으면서 자신이 살아갈 삶의 내용을 그려가야 한다. 학교지기. 이신행 3
  • 4. 학교야 안녕 MBC 창사50주년 특별기획 TIME ‘학교야 안녕’(2010. 8. 4) 권칠연 감독 기획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배울이. 이가영 끝이 없는 트랙임을…” 가영은 궁금했습니다. 왜 모두가 달리고만 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가르치지 않고 먼 저 가라고 가르치는 것이 정말 교육인 건지 가영은 묻습니다. 늦게 피는 꽃이든 빨리 피는 꽃이든 다같이 행복 할 순 없는 걸까요? 그런 꽃밭 같은 사회를 보는 것이 가영의 작은 바램입니다. 배울이. 김원영 4
  • 5. 사진출처.시사저널,또다른배움여는‘제3의길’(2010.4.14) 교무지기. 이성민 결국 ‘길’을 찾고 싶어서, 그리고 ‘길 친구’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 12년. 많은 청년들이 이곳에 문을 두드렸다. 대안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어서, 스스로 배 움에 목 말라서, 남들과 똑같이 줄 서서 대학가기 싫어서, 부모님이 원 하는 길로만 가기 싫어서, 조금 시간이 필요해서, 그리고 내 인생을 믿 고 지지해줄 친구가 필요해서 온 듯하다. 그렇게 우리는 모였고, 수업을 듣고, 여행을 가고, 음식을 만들고, 책을 읽고, 쪽 글을 쓰고, 공연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 을 나눴다. 그렇게 긴 인생의 한 자락에서 그것도 가장 찬란한 20대의 한 토막을 내어서 서로에게 나눠주며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를 찾아갈 시간을 벌었다. 5
  • 6. 체화당 매니저. 미국인 James 신촌은 뭔가 엄청난 것이 뿌리를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갖춘 것처럼 보인다 신촌의 젊은이들이여, 당신의 에너지와 참신한 세계관을 활 용하라. 그리고 여기에서 뭔가 엄청난 것을 시작하라! 그러나 당신의 아이디어들과 희망들이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확장할 필요가 있 다는 것을 잊지 말라. 6
  • 7. 그 부끄럽고 창피했던 입학 무대가 배울이. 신정아 그 부끄럽고 창피했던 입학 무대가 나의 삶에서, 어떤 의미 있는 ‘시작’ 이었음을 어렴풋하게 느낀다 ‘잘 해야지만 남들 앞에서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마 우리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 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도 입학무대에서 형편 없는 기타 연주를 보일 때 사람들이 ‘그렇게 잘하지 도 못하면서 기타 칠 생각을 했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점점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스스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더 보 기 좋아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이제 남을 그렇게 볼 수 있다. 진솔하게 봐주고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 7
  • 8.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s), 호지와의 만남 ‘오래된(Ancient)’은 우리가 개발의 대가로 잃어버 린 공동체와 자연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사람과 사 람, 사람과 자연이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습니다. ‘미래(Futures)’가 복수인 이유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다양성을 암시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가 지 정형화된 미래가 아니라 각 사회의 문화적 다양 성에 맞게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지금까지 개발의 방향은 항상 소외였습니다. 비단 자연으로부터 사람이 소외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간 의 소외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자연 과 교감하도록 해야 합니다. 8
  • 9. 배울이. 하수용 자신과 사회를 읽어내는 법 하루 동안 니어링 부부의 삶을 실현해 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철저하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랐다면 지루했을지 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어떤 삶이 성찰적인 삶일지에 대한 것도 여 전히 막연하기만 하다. 하지만 ‘성찰적 삶’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파주 교정에서 나누었던 시간들은 온전히 자신 삶의 주인이 되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9
  • 10. 배울이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어떻게 수업으로 담을 수 있을까 늘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스스로 공부주제를 정하여 한 학기 동안 그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도 어떤 이의 공부 주제에 대해서 그가 공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의 발표에 대한 논평을 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이 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었다. 또한 가르칠이는 학생들의 동반자가 되어 그 내용을 같이 공부하면서 적절한 논평을 해주고 다음 단계의 공부를 같이 상의하여 정하는 역할만 해주면 될 것이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10 해주면 될 것이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학문적 엄밀성을 요구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수업이 ‘상호강독 2’이다. • 페미니즘 • 계급론 • 자본주의 • 아웃사이더 • 공간철학 • 서양철학 • 동화
  • 11. A, B, C 알파벳이 적힌 보통의 ‘성적표’와는 달리 11 A, B, C 알파벳이 적힌 보통의 ‘성적표’와는 달리 우리 학교의 평가서는 한 통의 ‘편지’ 같다 첫 평가서를 받았을 때 매우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 줄 한 줄에 담긴 그 뜻과 의미를 스스로 곱씹어 읽어 내린 뒤에는 언제나 ‘이 수업. 참 잘 마무리 했다.’하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러고 나면 이 방학을 더 값지게 보내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 12. 배울이. 김민주 조용했던, 그래서 작은 소리들이 너무 잘 들렸던 나배 화려하지 않았던, 그래서 어디보다도 밤하늘이 화려한 나배 밤이 왔다. 우리는 손전동과, 핸드폰과는 잠시 떨어져 지내기 로 하고 달빛에 의지한 채 문을 나섰다. 우리는 금세 앞 바다 에 도착했고, 각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는 나배에서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가 있을 때면, 그 많은 별들을 다 헤 아려보겠다는 듯이 한참을 보고 있는 편이다. 12
  • 13. 13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을 올리다 학기발 발표회. 연극 ‘배울이 X의 시간’ 2015년 겨울학기 7명의 배울이가 각자의 지금 학교생활과 고민을 보여주면서 한 배울이가 지내는 일련의 학교생활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게 연극 한 편을 만들었다. 역시나 발표회의 묘미는 결과보다도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나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나도 내 한 학기를 대사로 정리하면서 다른 학기보다 더 남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서툴더라도 그것을 함께 끝마쳐보는 이 공동의 성취감 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큰 요인이었다.
  • 14. 4개월 꿀벌들을 따라 다닌 현장동역은 학교에서 배웠던 가치를 자신에게 맞는 결과물로 바꾸어 배울이. 조민강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의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경북 칠곡부터 강화도까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꿀을 모았 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꿀벌 수백만 마리에 둘러싸여 벌집을 들고 유심히 관찰하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을 보면 산업시대가 오기 전 수 작업을 통달한 장인 같았다. 그 곁을 보좌하는 내 역할은 계획을 의 논하고, 사용한 도구를 깨끗이 정돈하고, 날마다 일지를 기록하는 충실한 부사수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일꾼이었다. 이 과정을 다 마쳐도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인생 은 언제나 과정의 연속이며 이정표 하나를 세우고 지금쯤 어디인지 주위를 살핀 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다시금 나아가도록 해준다. 적 어도 나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14
  • 15. 배울이. 박동효 나는 ‘나’와 ‘내 삶’을 위해 학교를 다니러 왔는데, 학교를 위한 학교를 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은 것은 오히려 나였다. 자치회 활동은 나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져줬다. 자유와 자율의 차이 는 무엇인지. 권리와 의무는 누가 정하는 것인지. 옳고 그름은 어떻게 판단되는지. 의견 일치가 과연 평화로운 방법인지. 그리고 학교는 무 엇이고 배울이는 무엇인지. 수많은 질문들은 하나같이 답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였지만, 단 한 번 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건 나의 성실함이 아니라 자치회활동이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고 학교생활 곳곳에 이 자치회가 있었기 때문 이다. 그리고 그 자치회에 있는 배울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5
  • 16. 우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었다기보다는 존재를 알지 못 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그들 삶의 모습을 함께 나눈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어주 고 싶다는 우리들의 마음은 실제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그들과 함께 가꾸어 나간 것 같다. 사진 출처. http://nancen.org/1514 방글라데시 난민, 줌머인의 보이사비(BoiSaBi) 설 축제 16
  • 17. 라오스는 아직 천연의 자연 속에서 소박한 마음을 간직하며 자신들의 속도로 삶을 살 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이 푸르른 색들이 삭막한 아스팔트 빛깔로 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문득 인간이 이뤄내고 있는 진보라는 것이 배울이. 김원영 17 않을까하는 생각에 문득 인간이 이뤄내고 있는 진보라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 두려운 감성이 비단 라오스를 비롯한 제3세계 에 대한 걱정만은 아님을 알고 있다. 이미 꽤 오래 전에 그 과 정을 거쳐 곳곳이 빌딩숲이 되어버린 우리나라도, 가장 먼저 내달렸던 서구의 선두주자들에게도 계속해서 두껍게 덧입혀질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는 간신히라도 무엇을 붙잡아 야 할까. 무엇을 멈추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 18. 솔직한 삶. 바름과 그릇됨을 알고 바름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풀뿌리사회지기학교 라오스에서 삶은 리얼하기 때문에 진짜 삶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너무나 솔 직하게 드러나 버리는 이곳의 현실은 가릴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 자랑 할 거리도 없는 현실을 받아 드려야만 하는 곳. 그래서 더욱 ‘나’다워질 수 있 는, ‘나’자신에게 솔직하게 되어버리는 곳이 여기 이곳 ‘라오스 루앙프라방’이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 지 는 순간,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힘 과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 출처. KBS 인간극장 http://www.kbs.co.kr/1tv/sisa/human/broadcast/index,1,list001,10.html 라오스 루앙프라방. 손미자, 아드리 부부 18
  • 19. ROOT 밴드 지구촌 오지에 천 개의 풀뿌리학교를 짓는 ‘루트(ROOT) 밴드’ 존 우드가 쓴 책 ‘히말리야 도서관’은 나의 인생 여정을 바꿔 놓았다. 나는 ‘루트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공연 수익금으로 지구촌 오지 아이들을 위해서 풀뿌리학교, 도서관, 병원을 각 각 천 개씩 짓는 일을 시작했다. 사진출처.파이낸셜 19 파이낸셜뉴스,캄보디아등지서학교건립추진‘루트밴드’(2009.1.20)
  • 20.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에서 20
  • 21. 체화당 매니저. 오채함 “헤매고 있다고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착각을 했었나 봅니다. 체화당을 완벽하게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 어가는 사람이 채워나갈 여지가 있는 것인데, 개인적인 욕심 때문인지 자꾸만 ‘더 준비가 되면 시작하자’ 하고 미뤄둔 일이 많으니까요.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자 라나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는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려 하면 정체하고 말 수 있다는 것을,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을요. 잘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하려 하면 그 아이는 평생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걸을 수 있는 준 비가 되면 걸으려고 가지도 않고, 뒤뚱뒤뚱 걷기도 안하고, 걸어가다 넘어지기도 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평생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숨쉬며 커가 는 생명체의 섭리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자란 부분-그것은 차츰 채워나가면 됩니다. 21
  • 22. 나는 삶을 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체화 당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여러 만남들 이 결국 나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었다 7년 전 봄,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황폐함 그 자체였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체화당 매니저. 김혜리 7년 전 봄,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황폐함 그 자체였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여력도 없던 그 때, 지인을 통해 서울 신촌의 구석에 위치한 대안 카페 ‘체화당’에서 매니저를 구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카페에서 알바를 해 본 적도 없고, 카페 일에 관심도 별로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일 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구인 공고에 나온 소로 의 문구가 나를 끌었던 것 같다. 22
  • 23. 끝나지 않은 풀뿌리 정치실험 프로젝트 오랜만에 체화당에 들렀고, 나는 그날 2014년 지 방선거에 서대문구의원 후보로 나가기로 결정해버 렸다. 아마 우리 중 누군가가 1년 반 앞으로 다가 온 지방선거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 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체화당은 그런 곳이다. 신촌민회 사무국장. 이태영 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체화당은 그런 곳이다. 언제나 선거가 가까워지면 우리 중 누군가가 그 선 거에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던 마을 카페. 아주 구체적이고 진지 하지는 않지만, 아주 장난스럽고 지나가는 말도 아 닌 무게, 그 무게로 이뤄진 말들이 이 장소에서는 낯설지 않다. 특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 그렇 다. 여기는 아주 정치적인 카페이기 때문이다. 한정 된 자원을 배분하는 사회적 권위를 만드는 작업이 정치라면, 체화당과 신촌민회는 그 사회적 권위를 직접 만드는 훈련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풀 뿌리사회지기학교는 그 훈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적격인 학교였다. 23
  • 24. 체화당 프로그램 디렉터. 모든 변화의 어딘가에 ‘여전히’라는 말로 자 리하고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중국인 환환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그 무엇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배웠다. 지루하고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타인을 향한 이 마음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멈춰버리면 안 된다. 멈추지 않고 계속 해야 지켜지는 것이 있다. 24
  • 25. 누군가가 자신의 이슈로 독백을 시작하고, 함께 무대를 꾸릴 동료를 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로그램 디렉터. 우승현 학교를 경유해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좀 더 느슨한 연 대에 가깝다. 이 연대의 기반이 된, 서로 누를 끼칠 수 있는 장 기적 신뢰 관계야말로 지난 20년간 이 공간이 은연 중에 만들 어낸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가치야말로 끊임없이 변모 하고,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무대로서 공동체의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 을까 생각한다.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