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진일X성영란
부부 봉사단 인터뷰
‘新 노년층’의 반란
- 너는 글을 쓰거라. 나는 몽골에 갈 테니.
은퇴 후 노후생활 뿐만 아니라 창업과 재취업 등 두 번째 인생설계를 위해 다시 뛰는 베이비 부머 세대. 국내 퇴직인력의 해외진출을 위한 WFK
중장기자문단과 50세 이상의 시니어 KOICA 봉사단 프로그램 역시 신 노년층의 행보를 돕고 있습니다.
몽골 다르항 지역에서 기술 및 간호 분야로 각각 활동 중인 92기 김진일·성영란 부부 단원을 만나 인생 제 2막의 이야기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 놓아야하는 것 >
시어머님, 친정 엄마 걱정이 많이 돼. 몽골 가게 되었을 때“둘이서 생각 많이 하고 결정
했을 텐데.” 라고 하시면서 그냥 보내주시는데 마음이 좋진 않더라고. 아이들은 맞벌이했
어서 그런지 일찍 독립 했던 거 같아. 별로 우리 걱정 안하고 오히려 출국 준비도 같이 해
주고, 응원 많이 해줘. 중도 귀국하면 대문 비밀번호 바꿔 놓을 거니까 오지말래.
김진일
아들이 내 역할을 대신 할 텐데 많이 고맙고 미안하지. 그리고 조건 없이 창립 동기한테
회사를 인계했는데 아마 잘 하고 있을거야.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친구니까. 2월은 좀 힘
들 텐데 괜히 걱정이 될 때가 있어. 구정 쉬고 3월에 애들 등록금 내야 되서 이 즈음에는
다 지갑 닫거든.
성영란
< WFK 도전기 >
해외로 같이 여행을 갔었는데 관광지인데도 엄청 열악하고 우리 둘 다 물갈이 하고 힘
들었었어. 해외생활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건강할 때, 하고 싶을 때 단원생활
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돈이든 뭐든 지금보다 더 가져봤자 얼마나 더 좋겠냐 이거
지.
90기 지원했는데 후보로 됐었어. 좀 자존심 상하더라고. 이후로 코이카가 어떤 기관인지,
내가 뭘 더 준비해야 되는지 더 관심 갖고 알아보기 시작했어. 선발되었을 때 보건소에서
이슈이기도 했어. 주변에서 부러워도 하고, 정년이 6년 정도 남았었는데 만류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몽골에서 내 역할이 있다면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보다 더 가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김진일
성영란
다르항 쇼티스 전경 △
한국요리 및 문화 세미나 ▽
2. < 감사합니다. >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집사람한테 많이 고맙지. IMF 때 정말 힘들었었어. 주
변 친구들, 친척들한테 손도 많이 벌렸었고. 집사람이 공무원이여서 경제적
으로 버팀목이 되어줬었어. 힘든 상황이었는데 곁에서 그걸 다 지켜보고 견
뎌줬었지.
남편은 어떤 사람이든 다 품을 수 있는 사람이야. 옛날에 AIDS 환자를 집에 데
려왔었는데 음, 지금 그러라면 못 할 거 같긴 해. 그 때는 그냥 애가 갈 데가 없
으니까 남편한테 물어보고 한두 달을 같이 있었어. 남편도 쿨하게 그러라고 했
고. 남편의 장점이자 내가 배울 점이지. 물론 가끔 남 욕을 못해서 답답할 때도
있어.
김진일
성영란
< 적응하기까지. >
몽골어로 이야기해야 되다 보니 소통이 잘 안될 때가 있어. 그 때마다 몽골
어가 유창하신 분들한테 부탁해서 여쭤봐. 구글링할 때도 있고. 그런데 이제
는 대충 눈치로도 얘기 잘 통해.
정말 다 내려놓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 내 나이와 팀장이라는 위치 그런거.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여기서는 아닌거지. 그래도 코워커나 같이 일하
는 분들이 협조적이고 우리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 호의적이여서 잘 지내
고 있어.
김진일
성영란
여기 온 거 후회 안 해. 예전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 준비하고, 성남에
서 중랑구까지 차는 또 얼마나 막혀. 알겠지만 직장에서 승진이다, 성과다,
뭐다 위아래 인맥도 머리 아프고. 물론 그 때는 내가 쌓아온 게 있어서 편한
생활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있어서 좋아.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고.
우리는 기관하고도 그렇고 잘 지내고 있어. 다른 단원들도 우리를 부모처럼 생
각하면 좋겠어. 물론 우리 이야기가 잔소리 같을 수도 있을 거 같아. 그래도 힘
들 때, 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가고 싶을 때 처음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가 되면 그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해. 다른 단원들이 그랬으면 좋겠어.
성영란
김진일
다르항 쇼티스 70년대 몰딩머신 △
김진일 선생님의 용접 수업 ▽
3. < 몽골 아이들과 부모들 >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 한정되어 있는 듯해. 그래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배우는지에 대한 생각은 못하고 그냥 수동적으
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거지. 부모님들도 단순히 학교 성적만 보지 말고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여기서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때문에 이야기가 많은데, 뭐 흐름을 거
스를 수는 없지. 그런데 어느 한 가지에 중독된다는 거는 정서적 안정이 없
다는 거거든. 부모님이던 선생님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거를 보여주는
거지. 시간도 조절할 줄 알고, 좋은 정보를 선택할 줄 알면 되고, 아이들과
서로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무조건 또 안 된다고 하면 속 안에 분노가 쌓
이거든. 그러면 스마트폰이 아니여도 담배나 알코올 중독으로 빠질 수밖에
없어.
김진일
성영란
< -Ing >
가정이 어려운 애들한테 주말마다 용접을 가르치고 있는데 두 달 정도
됐어. 이제는 대충 틀만 잡아줘도 자기들끼리 곧잘 하더라고. 용접기기
만 있으면 그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데 애들이 나중에 독립적으로 사
업체도 운영했으면 좋겠어.
어여 스쿨(Oyu School)에서 보건교사 대상으로 세미나를 했어. WHO에서
말하는 ‘건강’은 질병이 없는 상태 뿐 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정신
상태 또한 건강함을 이야기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과 우울증 발병률이
굉장히 높잖아. 정신적 안정이 물질적 안정과 같이 와야 된다는, 우리의 잘
못된 선례를 잘 보고 몽골은 같은 잘못을 안했으면 좋겠어.
김진일
성영란
성영란 선생님의 보건 및 건강 세미나
4. < 앞으로 >
드림봉사단과 학생들이 다음 달에 있는 로봇대회에 참가할
텐데 일단 시합 지도에 집중하려고. 또,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어. 꼭 공부가 아니더라고 아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주
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 몽골 최초 산악인인 강가마씨가
2013년에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셨는데 직접 강의도 부탁드
렸어. 아이들한테 좋은 롤 모델로서의 사례학습이 될 것 같아.
벨소리가 무섭더라. 학교에서 화재 경고처럼 울리는데, 애들한테
매일 정서적 긴장을 시키는 게 걱정이 돼. 다르항에 있는 유치원,
학교 전부 우리나라처럼 멜로디로 바꾸려고 교육국이랑 업무 협
의 하고 있어. 그리고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있는 학교나 기관 방
문을 위한 투어도 계획하고 있어.
김진일
성영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싶어. 상반기에 진행하고 싶은 현
장 사업도 이 기관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지원해줄 수 있도록 다
른 직원분과 선생님들과도 잘 소통하고 싶고
몽골 여자들이 정말 강해. 나 어렸을 때 물 뜨고, 들에 가서 나물
뜯고 했었던 것처럼 여기 여자분들 생활력이 진짜 강해. 집안일이
랑 경제생활까지 다 하잖아. 수료식에서도 말했었지만, 여성들이
나처럼 다른 나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성이 될 거라고 확신
해.
김진일
성영란
민주주의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선 부모님 세대.
어머니는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 그리고 엄마라는 정의 안에서 살고,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이제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 부모님 세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Баярта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