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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보는 환경건강에 대하여 -방학동건강학교참고글


                             권오분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1. 여성 건강과 환경 논의 현황


1) 여성에게 치명적인 환경오염


만인에게 이익을 줄 것이며, 인간의 생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것처럼 말해지던 개발,
간척, 과학 실험, 동물 실험, 원자로 건설, 쓰레기 매립장 건설 등을 통해 이익을 본 쪽은
누구이며, 피해에 취약한 사람은 누구인가?


과학기술과 급격한 개발, 거대한 산업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이득은 소수가 받아왔지만 그
에 따라오는 환경문제, 자원의 부족,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는 인종과 국적, 성별을 떠나 모
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그 중에서도 자원이 없고 빈곤한 여성과 어린
이, 노약자, 장애인들은 그 영향으로 생존의 기반을 치명적으로 침해받는다. 식량이 부족하
면 우선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젖을 먹는 아이들이 굶주리고,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보다
어린 소녀들이 더 굶게 된다. 이들의 영양실조는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다음세대
에까지 이어진다. 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했을 때에도 전염병에 대한 내성이 적은 아이들이
우선 피해를 당하게 되며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수
도가 건설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을 길어오는 사람은 여성이거나 어린 소녀들
이다. 물 부족은 가장 직접적으로 이들이 더 먼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게 하도록 노동을
가중시킨다.


농약이나 유해물질 등과 같은 환경오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르노빌 사태를 통해서도 가
사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은 그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
자,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동안에도 여성들은 아이들과 가족이 안전하게 먹을 식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체르노빌 사건 이전에 나온 곡물과 분유를 구하거나 제3세계에서 수입한 음식을 찾는 것,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놀 거리를 마련해주고 달래 줘야 하는 것도 여
성의 몫이었다. 가족들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고 음식을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
것도 정치가나 과학자가 아니라 여성들이었다. 히로시마, 드리마일섬, 퍼시픽 섬, 체르노빌
등에서 있었던 핵실험이나 핵 누출 사고는 그 영향이 후손에게 누적되어 치명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이 행해졌을 때 7살이었던 한 여성은 당시 눈이 따갑고 구
역질이 났으며, 온몸에 화상을 입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곱 번이나 유산과 사산을 했다. 섬에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8명이나 더 있었는데 그
아기들은 모두 젤리 덩어리 같았다. 이들 중 몇은 여덟 달, 아홉 달 동안 뱃속에 있었지만
다리도 없고 팔도 없고 머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태어났지만 바깥세상
은 물론 자신의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은 불구의 팔과 다리를 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5
장 환경의 빈곤화.)




이렇게 환경파괴와 자원의 박탈은 여성의 노동을 증가시키고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에 더 심
각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물, 에너지와 같은 천연자원의 주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원
의 관리나 보호를 결정할 수 있는 과정에서 제외됨으로써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의 부담은
가중된다.
현재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선진국의 경우, 전체가구 중 1/3이상이 여성가장 가
구로 노르웨이의 경우 38%이고 아시아의 경우 14%에 이르며 절대 빈곤층의 70%를 차지
한다. (United Nations, World 이들은 개발과 기술 발전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하고, 그 부
작용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특히 이들의 빈곤과 환경오염에 대한 취약성은 아이들의
건강문제로 바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발사업, 연구사업을 벌여 이득을
보는 자는 명확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그 비용은 우리의 세금으로 공
동 부담하고 있거나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로 전가되
고 있는 것이다.



2) 의료ㆍ환경 논의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여성 건강


여성과 남성의 몸의 차이는 물리학적 생물학적 반응에서도 상이한 반응을 보이나, 여성의
몸의 반응과 질병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 건강 논의에서도 여성
건강의 문제는 부차적으로 다뤄지기 일쑤이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보다 민감하고 예민하여 오염의 척도, 지표가 된다.


여성의 건강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정진주(2000)에
따르면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관념에 따라 여성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여성관련 질환으로 불리는 유방암, 자궁암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하면 일찍부터 주목받아 온 경우에 속한다. 수유 기능 때문에, 여성의 육체미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져 온 유방은 다른 신체기관보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따라서 유방
암의 자각 증상, 정기적인 조기 탐지 방법들이 널리 알려져 있고 유방 관련 연구에도 많은
투자가 있어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여성사망 1위인 심장병의 경우, 심장병을 남성병으로
보는 전통적인 신화로 말미암아 사망 1위가 되도록 방치되어 왔다고 한다. 심장병이 남성들
에게는 급작스런 발작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여성에게는 복통, 숨가뿜, 식은 땀,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만성피로 등으로 나타나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과 비슷하게 보인다. 따
라서 여성의 심장병 발병 가능성에 대해 책에서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의사는 심장병 증상
을 보이는 여성을 정신과에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심장 발작시 응급실로 바로 가
는 남성과는 달리 가정의를 거쳐가게 됨으로 응급처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정진주
(2000), “여성과 여성건강의 사회적 의미”, 『계간 의료평론』 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여성의 증상과 질환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연구된 바가 적은 것은 질병 관련 수치나 직업병
진단에서도 알 수 있다. 통계수치상으로는 여성노동자의 재해율(0.29%)이 남성(0.94%)보다
낮다. 그러나 이 수치를 가지고 여성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가 더 잘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
렵다. 그보다는 현재의 통계가 추락, 낙하, 절단과 같은 남성직종 중심으로 산재가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며, 산업재해에서 여성이 주로 겪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은 제대로 인정되지 않
기 때문이다. (최은희(2000), "사례리포트-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 『계간의료평론』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p130-131.)


2001년 현재 평균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0세로 여성이 6-7세 가량 길다. 하지만 아
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강수명은 남성 50.7세, 여성 49.1
세(97년 기준)로 여성은 골골하며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병에 걸리는 유병
률도 100명당 57.9로 53.9인 남성에 비해 높다. 생식기 질환에서는 3.8배, 관절염 2.6배,
정신과적 문제에서는 2.3배, 각종 암, 고혈압과 심장질환 1.8배, 내분비 영양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1.5배, 치과질환은 1.3배가 더 높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신체증상 호소율,
불구율, 약물 의존도가 높고 병원 진료자 수도 남성보다 많지만 결정적으로 1인당 치료일
수는 남성에 비해 떨어짐으로써 의료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용균,      “건강     문제에       있어서의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이제까지 의료에서 여성은 ‘작은 남성’으로 여겨져 왔다. 모든 증상들과 지표의 기준은 성인
남성이었고 ‘여성적’인 것들은 알려지거나 제대로 연구되어진 바가 없다. 여성의 몸이 관심
을 끌 때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경우 여성의 몸은 생식력이나 출산력의 대상이거나 남
성과는 ‘다른’, ‘신기한’ 증상 때문이었지, 여성의 증상 자체가 고려된 것은 아니었다. 설령
남성과 다른 여성의 생리적,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차이를 만
드는데 일조해 온 젠더 역할이나 위계구조를 분석의 틀 안으로 끌어오지는 못했다.
이는 환경운동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호르몬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다뤄지는
방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년/한국판 2002년 출판)
이 출판된 이래, 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몇몇 단체와 사
람들은 환경 호르몬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해 왔으나 정작 사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최근
에서다.    ‘정자 수 감소’, ‘수컷의 암컷화’ 같은 선정적인 문구로 대중 매체가 호들갑을 떨고
난 뒤에야 환경 호르몬 문제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종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주고,
특히 생식기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대를 통해 축적되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설
명보다는 정력 감퇴나 정자수 감소라는 남성 위주의 담론이 시선을 끈 것이다.
윤박경(2000)은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다음과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첫째 환경 호르몬
논의에서 말하는 인간은 남성, 남성의 몸으로 상정되고, 둘째 여성의 몸은 태아를 훼손하거
나 오염되지 않아야 할 건강한 모체, 모성 환경으로만 부각되며, 셋째 환경 호르몬 재앙으
로부터 건강을 지켜낼 실천 지침들 속에는 가정 내에서 여성이 수행해야만 하는 보이지 않
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의 문제가 은폐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2003.)


환경문제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성별 위계적인 현 사회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3) 생식력 통제에 기반한 여성건강


여성의 역할은 어미됨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왔고 지금도 종종 여성의 일차적 본분은 자식
출산과 양육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성의
생식하는 몸은 여성의 건강과 의료 체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개의 여성의
삶에서 실제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건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출산에
관련된 분야에 국한되고, 출산을 제외한 일반적인 건강 서적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일선 진료현장에서 볼 때 국내에서 여성 건강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임신, 출산, 비만, 폐
경기, 골다공증, 호르몬 대체요법 등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 의사는 말하기도 한다. (조정진,
“여성에 흔한 건강문제”, http://www.healthpro.or.kr/data/seminar/여성건강증진-조정진1
)


이렇게 여성의 건강 문제가 소위 생식력과 관계된 ‘여성질환’의 문제로 환원되는 까닭은 남
성중심적인 이 사회가 오랫동안 여성의 생식력에 통제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생리를 ‘더러운 것’, ‘질병’으로 보는 금기를 통해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한 것에서부터 임신,
출산에 대한 수많은 금기, 제왕절개술의 폭발적인 증가나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 아기, 생
명복제술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는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여성의 몸에 대한 두려움과 과
학으로 그 생식력을 통제하려는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입증하듯 대부분의 약물생동학
적 및 약물 역학적 연구에서는 여성을 제외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생리주기는 내
분비 물질의 변화를 동반하므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장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
다. (최보문(2000), “여성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의학분야의 차별성과 문제점”, 『계간 의료
평론』 02호.)


이러한 여성의 생리적 조건에 대한 현 의료계의 태도는 생식력과 관련된 부분의 과잉투자,
과잉진료로, 그 외의 기관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여성의 몸에서 일어
나는 모든 증상들이 호르몬이나 생리, 임신 등과 관련된 문제로 환원되어 여타의 질환들은
무시됨으로써 의료나 건강에서 소외되는 것이 한 부분이라면, 최첨단을 달리는 생식력 관련
연구와 실험, 담론은 넘쳐나고, 여성의 몸과 난자는 마치 아이 담는 ‘공장’으로 취급되는 것
이 바로 또 다른 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포괄적인 건강 문제가 왜곡되는 것은 당연
한 이치다. 문제는 과도한 관심과 주의가 아니라 과도한 관심이 바로 여성 몸에 대한 통제
력 획득의 욕망에 기초하고 있고, 여성의 몸은 생명공학의 실험 실습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까지 여성의 건강은 사회의 입장과 필요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
강은 가족 계획사업의 일환이었고 따라서 가임기 여성 중심의 정책과 지원밖에 존재하지 않
았다. 소녀나, 유아, 노인여성의 건강이나 몸, 삶의 문제는 정책에 있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를 보는 시각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
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은 성기 기형, 왜소화, 정력감퇴, 불임,
모유의 오염 등의 기능만이 부각됨으로써 ‘조물주가 여성에게 부여한 생명의 잉태 기능을
파괴시키는 독성 물질’로 불리며 생식력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식력 문제로만 보는 관점은 왜, 어떤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또 가임
기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놓치기 쉽다. 또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
는 기업이나 물질을 단속하고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임기, 수유기에 있는 여성에게 음식
을 고르고 다듬고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에까지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쉽다. 마찬가
지로 의료적 측면에서도 생식력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하다.



2. 여성의 관점에서 보는 환경과 건강


1) 여성 건강을 보는 통합적 시각의 필요성


우리는 이제까지 건강과 질병을 개인의 문제, 유전적인 소인이나 식습관, 개인의 관리 차원
으로 보는 지배적인 시각에 익숙하다. 그러나 건강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전반적인 상태가
고려되어야 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여성들은 이제까지 음식을 밥상에까지 요리해 올리는 가사 전담자로,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
지고 보살피는 건강관리자로, 또 자식들의 양육자로 역할해 왔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편견, 성차별주의 때문에 자신의 건강은 주체적으로 돌보지 못해왔다. 여성
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 아닌지, 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하는 문제이다. 여성의 건강함은 의료시스템뿐만
아니라 부, 자원, 관계가 여성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한다. 건강
은 단지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환경- 숨쉬고,
먹고, 입고, 마시고, 잠자는- 이 얼마나 안전한지, 여성은 성별 관계에서 스트레스와 제한을
얼마만큼 받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50년전 세계보건기구(WTO)도 그 창립 헌장에서 건강이란 질병의 부재가 아니라 완전한 육
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의 상태라고 통합적인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으며, 최근에
는 ‘영적 안녕’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행위와 연구 및 보건
정책 등에서 가장 지배적인 모델은 생의학적 모델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몸과 건강을 이
해하는 가장 친숙한 방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대개 이 모델이다. 생의학적 모델은 기본적
으로 건강을 제한된 범위의 질병이 있고 없음으로 이해한다. 의료는 피부로 둘러싸인 신체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생화학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질병의 진단, 치료 및
예방으로 건강과 질병을 몸을 구성하는 기관, 조직, 세포, 분자 또는 유전자의 정상 또는 이
상으로 환원하여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입장을 비판하는 여성들은 몸과 정신을 아우르는 좀 더 총체적인 접근의 필요성
을 강조한다. 생의학 모델이 여성의 삶과 건강이 형성되는 사회적 맥락을 간과함으로써 건
강을 이해하는 데에 제한된 기여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성의 건강을 증진시
키기 위해서는 ‘병을 다루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에까지 확장되어
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적절한 답이 바로 여성, 환경, 건강의 문제를 통합적
으로 보는 것이다. 한 사회의 차별에 대한 민감성, 사회적 자원, 부와 기회에 대한 공평한
분배를 볼 수 있는 척도가 여성들이기에 여성의 건강 문제를 보는 것은 한 사회의 건강함을
보게 하는 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적 접근에 더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생태주의
적 시각이다.


그 동안 개발과 편리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위해 다양한 생명체, 자연 그리고 지구는 마구
남발되고 파헤쳐져 왔다. 그 반작용의 결과를 우리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이나 건강을 위협하
는 조건으로 치부해 버려왔다. 인간이 일으킨 이러한 자연파괴와 오염에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 바로 여성이었다. 여성들은 부유한 서구 산업사회
를 모델로 한 ‘따라잡기’식 개발과 과학기술이 인간의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본연의 가치를 훼손해왔다고 보았다. 또한 그 방식은 가부장제에서 여
성들을 억압해온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환경과 인간의 삶의 문제는 반성없
는 주류 남성의 시각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 동안 소외받고 피해 받으면서도 생존해오
고 살리는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시각과 경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의 시각은 몸
과 마음, 자연과 인간,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생명과 자연을 살
리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건강함을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시각이다. 의
료나 여성주의를 넘어서 전체를 ‘환경’이라고 불리는 터전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화두인
것이다.


또한 여성, 건강, 환경을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은 그 동안 여성주의에서 진행되어 온 몸에
관한 논의, 의료계에서 벌여온 여성 건강에 관한 논의, 환경운동 진영에서의 논의들이 가지
는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에서 낙태를 여성 몸의 자율권 확보라는 점
에서 말할 때 낙태는 개인의 건강이나 몸에 대한 사회, 문화적 차원의 억압이라는 측면은
약화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 또한 생식력 감
소, 성인병의 증가 등등의 문제로 접근하기는 했으나 성별이라는 변수를 따져보지 않음으로
써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설명해 내거나 대안을 끌어오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 건강을 말할 때도 환경적 측면이나 사회 문화적 제도, 배경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관리에 달린 것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보는 통합적 관점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지위, 성차별, 몸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물질들과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서
볼 수 있다. 따라서 환경, 건강 문제를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으로 끌어내리고, 여성환경운동
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잡아준다고 할 수 있다.



의료는 우리가 아플 때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건강하게 또는 건강하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부분 우리가 매일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즉 무엇(얼마나 오염되지 않은 음식물)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며, 얼마만큼 휴식을 취하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술, 담배, 각종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우리의 일자리가 얼마나 안전 또는 위험하고 성폭력의 위협과 실제 경험을
얼마나 하는가 등에 달려있는 것이다.


                       - 보스톤 여성건강서적 공동체 -



2) 자생적인 힘을 회복하자


환경 악화가 여성들 특히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수많은
연구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자연에 대한 전쟁의 주된 희생자라는 사실 뿐 아니라 여성이 자
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손상된 자연을 치유하는 운동에서 가장 헌신적이라는 사실 또한 보
여준다. 인도의 칩코 투쟁에서 여성들은 50헥타아르의 마을 공유림을 없애고 감자 종자 공
장을 세우려는 개발 계획에 반대했다.


남자들은 땔감이나 사료를 모으지 않기 때문에 숲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
은 나무를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러나 숲은 여성들의 재산
이다. 반다나 시바, 마리아 미즈(2000), 『에코페미니즘』, p373



세계 어디서든 현실에 발 딛고 하루하루를 생존하고 있는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생존을 유지
하는 자급적 관점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의 경우도 개발의 이름으로 산과 들에 무차별적으
로 벌이는 관통도로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먹거리를 살리고, 강
과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활동들 속에서 이름없는 무수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난
개발 저지운동(우장산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천성산 도룡룡 살리기), 유해환경에 대한 문
제제기(러브호텔 반대운동, GMO반대운동, 생리대 안전성 문제제기, 핵폐기장 건립 반대운
동),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운동(소비자조합을 통한 유기농 먹거리 연계하기, 출산문
화 바꾸기 운동, 녹색소비자 운동 등)들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 활동들은 우리사회
여성 차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칩코 운동에서처럼 먹거리, 생활용품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것의 대안으로, 또 천식과 아토피 등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구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여성들이 생명을 잉태하고 인
간 존재를 돌보고, 생존을 책임지는 조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성은 자연처럼 그 많은 통제와 간섭, 파괴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놀라운 재생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타의 존재에 대해 무한한 자비심을 나타낸다. 여성의 먹이고 입히고 씻기
고 다독이는 역할이 없다면 우리들 일상의 삶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마리아 미즈에 따르면 ‘자급’의 관점이란 스스로의 생명의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고 스스
로의 힘으로 서며,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의 모태다. (마리아 미즈,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제 57호(2001년 3-4호), 녹색평론사.)
이 관점에서 보면 남에게 의존해야 얻을 수 있는 돈, 교육, 캐리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 비싸고 사치스런 공산품, 엄청난 에너지 소비, 휘발유에 의존해 굴러가는 자동차를 가
지고 있는 것이 결코 자급적이지 않다.
여성, 건강, 환경을 보는 통합적 관점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내적 치유력을 회복해 환경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자급의 관점이며 진
정한 치유이자 대안이다.


이를 위해 여성 환경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
첫째, 몸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그 동안 몸에 가해진 사회 문화적 의미
벗어 던지고, 몸의 언어 느낌을 이해하여 자기 치유력을 회복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둘째,
의료, 권력, 과학기술의 문제를 밝혀내야 한다. 나이, 성별, 경험에 따라 다양한 몸들이 나타
나야 하고 이 몸들이 환경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셋째, 환경
바꾸기라는 실천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1995년 북경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강령을 채택하였다.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
해 획득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 여성의 건강은 한 사회 삶
의 질을 또 환경문제를 볼 수 있는 척도다. 여성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
는 일에 착수할 때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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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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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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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보는 환경건강에 대하여 (2004)

  • 1. 여성의 눈으로 보는 환경건강에 대하여 -방학동건강학교참고글 권오분 (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1. 여성 건강과 환경 논의 현황 1) 여성에게 치명적인 환경오염 만인에게 이익을 줄 것이며, 인간의 생활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것처럼 말해지던 개발, 간척, 과학 실험, 동물 실험, 원자로 건설, 쓰레기 매립장 건설 등을 통해 이익을 본 쪽은 누구이며, 피해에 취약한 사람은 누구인가? 과학기술과 급격한 개발, 거대한 산업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이득은 소수가 받아왔지만 그 에 따라오는 환경문제, 자원의 부족,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는 인종과 국적, 성별을 떠나 모 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다. 그 중에서도 자원이 없고 빈곤한 여성과 어린 이, 노약자, 장애인들은 그 영향으로 생존의 기반을 치명적으로 침해받는다. 식량이 부족하 면 우선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젖을 먹는 아이들이 굶주리고,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보다 어린 소녀들이 더 굶게 된다. 이들의 영양실조는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결국 다음세대 에까지 이어진다. 물이 오염되거나 부족했을 때에도 전염병에 대한 내성이 적은 아이들이 우선 피해를 당하게 되며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수 도가 건설되어 있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물을 길어오는 사람은 여성이거나 어린 소녀들 이다. 물 부족은 가장 직접적으로 이들이 더 먼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게 하도록 노동을 가중시킨다. 농약이나 유해물질 등과 같은 환경오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르노빌 사태를 통해서도 가 사와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여성은 그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 자, 정치가,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동안에도 여성들은 아이들과 가족이 안전하게 먹을 식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체르노빌 사건 이전에 나온 곡물과 분유를 구하거나 제3세계에서 수입한 음식을 찾는 것,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놀 거리를 마련해주고 달래 줘야 하는 것도 여 성의 몫이었다. 가족들이 오염되지 않았을까 염려하고 음식을 구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 것도 정치가나 과학자가 아니라 여성들이었다. 히로시마, 드리마일섬, 퍼시픽 섬, 체르노빌 등에서 있었던 핵실험이나 핵 누출 사고는 그 영향이 후손에게 누적되어 치명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비키니섬에서 핵실험이 행해졌을 때 7살이었던 한 여성은 당시 눈이 따갑고 구 역질이 났으며, 온몸에 화상을 입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 2. 나는 일곱 번이나 유산과 사산을 했다. 섬에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8명이나 더 있었는데 그 아기들은 모두 젤리 덩어리 같았다. 이들 중 몇은 여덟 달, 아홉 달 동안 뱃속에 있었지만 다리도 없고 팔도 없고 머리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태어났지만 바깥세상 은 물론 자신의 부모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은 불구의 팔과 다리를 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5 장 환경의 빈곤화.) 이렇게 환경파괴와 자원의 박탈은 여성의 노동을 증가시키고 여성과 아이들의 건강에 더 심 각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물, 에너지와 같은 천연자원의 주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원 의 관리나 보호를 결정할 수 있는 과정에서 제외됨으로써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의 부담은 가중된다. 현재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선진국의 경우, 전체가구 중 1/3이상이 여성가장 가 구로 노르웨이의 경우 38%이고 아시아의 경우 14%에 이르며 절대 빈곤층의 70%를 차지 한다. (United Nations, World 이들은 개발과 기술 발전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하고, 그 부 작용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특히 이들의 빈곤과 환경오염에 대한 취약성은 아이들의 건강문제로 바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발사업, 연구사업을 벌여 이득을 보는 자는 명확하지만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그 비용은 우리의 세금으로 공 동 부담하고 있거나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으며 미래 세대에게로 전가되 고 있는 것이다. 2) 의료ㆍ환경 논의에서 소홀히 다뤄지는 여성 건강 여성과 남성의 몸의 차이는 물리학적 생물학적 반응에서도 상이한 반응을 보이나, 여성의 몸의 반응과 질병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환경 건강 논의에서도 여성 건강의 문제는 부차적으로 다뤄지기 일쑤이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보다 민감하고 예민하여 오염의 척도, 지표가 된다. 여성의 건강과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정진주(2000)에 따르면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관념에 따라 여성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여성관련 질환으로 불리는 유방암, 자궁암의 경우 다른 질병에 비하면 일찍부터 주목받아 온 경우에 속한다. 수유 기능 때문에, 여성의 육체미의 상징으로 받아 들여져 온 유방은 다른 신체기관보다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따라서 유방 암의 자각 증상, 정기적인 조기 탐지 방법들이 널리 알려져 있고 유방 관련 연구에도 많은 투자가 있어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여성사망 1위인 심장병의 경우, 심장병을 남성병으로 보는 전통적인 신화로 말미암아 사망 1위가 되도록 방치되어 왔다고 한다. 심장병이 남성들
  • 3. 에게는 급작스런 발작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여성에게는 복통, 숨가뿜, 식은 땀,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만성피로 등으로 나타나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과 비슷하게 보인다. 따 라서 여성의 심장병 발병 가능성에 대해 책에서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의사는 심장병 증상 을 보이는 여성을 정신과에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심장 발작시 응급실로 바로 가 는 남성과는 달리 가정의를 거쳐가게 됨으로 응급처지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정진주 (2000), “여성과 여성건강의 사회적 의미”, 『계간 의료평론』 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여성의 증상과 질환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연구된 바가 적은 것은 질병 관련 수치나 직업병 진단에서도 알 수 있다. 통계수치상으로는 여성노동자의 재해율(0.29%)이 남성(0.94%)보다 낮다. 그러나 이 수치를 가지고 여성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가 더 잘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 렵다. 그보다는 현재의 통계가 추락, 낙하, 절단과 같은 남성직종 중심으로 산재가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며, 산업재해에서 여성이 주로 겪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은 제대로 인정되지 않 기 때문이다. (최은희(2000), "사례리포트-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 『계간의료평론』02호, (주)한국의료컨설팅, p130-131.) 2001년 현재 평균수명은 남자 72.8세, 여자 80.0세로 여성이 6-7세 가량 길다. 하지만 아 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강수명은 남성 50.7세, 여성 49.1 세(97년 기준)로 여성은 골골하며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병에 걸리는 유병 률도 100명당 57.9로 53.9인 남성에 비해 높다. 생식기 질환에서는 3.8배, 관절염 2.6배, 정신과적 문제에서는 2.3배, 각종 암, 고혈압과 심장질환 1.8배, 내분비 영양대사와 관련된 질환이 1.5배, 치과질환은 1.3배가 더 높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신체증상 호소율, 불구율, 약물 의존도가 높고 병원 진료자 수도 남성보다 많지만 결정적으로 1인당 치료일 수는 남성에 비해 떨어짐으로써 의료 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용균, “건강 문제에 있어서의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이제까지 의료에서 여성은 ‘작은 남성’으로 여겨져 왔다. 모든 증상들과 지표의 기준은 성인 남성이었고 ‘여성적’인 것들은 알려지거나 제대로 연구되어진 바가 없다. 여성의 몸이 관심 을 끌 때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경우 여성의 몸은 생식력이나 출산력의 대상이거나 남 성과는 ‘다른’, ‘신기한’ 증상 때문이었지, 여성의 증상 자체가 고려된 것은 아니었다. 설령 남성과 다른 여성의 생리적,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신체적 심리적 차이를 만 드는데 일조해 온 젠더 역할이나 위계구조를 분석의 틀 안으로 끌어오지는 못했다. 이는 환경운동 영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호르몬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다뤄지는 방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1962년/한국판 2002년 출판) 이 출판된 이래, 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몇몇 단체와 사 람들은 환경 호르몬 문제를 중요하게 제기해 왔으나 정작 사회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최근 에서다. ‘정자 수 감소’, ‘수컷의 암컷화’ 같은 선정적인 문구로 대중 매체가 호들갑을 떨고 난 뒤에야 환경 호르몬 문제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종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주고, 특히 생식기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대를 통해 축적되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설 명보다는 정력 감퇴나 정자수 감소라는 남성 위주의 담론이 시선을 끈 것이다.
  • 4. 윤박경(2000)은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다음과 한계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첫째 환경 호르몬 논의에서 말하는 인간은 남성, 남성의 몸으로 상정되고, 둘째 여성의 몸은 태아를 훼손하거 나 오염되지 않아야 할 건강한 모체, 모성 환경으로만 부각되며, 셋째 환경 호르몬 재앙으 로부터 건강을 지켜낼 실천 지침들 속에는 가정 내에서 여성이 수행해야만 하는 보이지 않 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의 문제가 은폐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2003.) 환경문제가 만들어지는 데에도 성별 위계적인 현 사회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3) 생식력 통제에 기반한 여성건강 여성의 역할은 어미됨을 중심으로 제한되어 왔고 지금도 종종 여성의 일차적 본분은 자식 출산과 양육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성의 생식하는 몸은 여성의 건강과 의료 체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개의 여성의 삶에서 실제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건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출산에 관련된 분야에 국한되고, 출산을 제외한 일반적인 건강 서적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다. 일선 진료현장에서 볼 때 국내에서 여성 건강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임신, 출산, 비만, 폐 경기, 골다공증, 호르몬 대체요법 등에 국한되어 있다고 한 의사는 말하기도 한다. (조정진, “여성에 흔한 건강문제”, http://www.healthpro.or.kr/data/seminar/여성건강증진-조정진1 ) 이렇게 여성의 건강 문제가 소위 생식력과 관계된 ‘여성질환’의 문제로 환원되는 까닭은 남 성중심적인 이 사회가 오랫동안 여성의 생식력에 통제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생리를 ‘더러운 것’, ‘질병’으로 보는 금기를 통해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한 것에서부터 임신, 출산에 대한 수많은 금기, 제왕절개술의 폭발적인 증가나 불임치료를 위한 시험관 아기, 생 명복제술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는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여성의 몸에 대한 두려움과 과 학으로 그 생식력을 통제하려는 의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입증하듯 대부분의 약물생동학 적 및 약물 역학적 연구에서는 여성을 제외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생리주기는 내 분비 물질의 변화를 동반하므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장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 다. (최보문(2000), “여성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의학분야의 차별성과 문제점”, 『계간 의료 평론』 02호.) 이러한 여성의 생리적 조건에 대한 현 의료계의 태도는 생식력과 관련된 부분의 과잉투자, 과잉진료로, 그 외의 기관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여성의 몸에서 일어 나는 모든 증상들이 호르몬이나 생리, 임신 등과 관련된 문제로 환원되어 여타의 질환들은 무시됨으로써 의료나 건강에서 소외되는 것이 한 부분이라면, 최첨단을 달리는 생식력 관련 연구와 실험, 담론은 넘쳐나고, 여성의 몸과 난자는 마치 아이 담는 ‘공장’으로 취급되는 것 이 바로 또 다른 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포괄적인 건강 문제가 왜곡되는 것은 당연 한 이치다. 문제는 과도한 관심과 주의가 아니라 과도한 관심이 바로 여성 몸에 대한 통제 력 획득의 욕망에 기초하고 있고, 여성의 몸은 생명공학의 실험 실습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 5. 이제까지 여성의 건강은 사회의 입장과 필요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 강은 가족 계획사업의 일환이었고 따라서 가임기 여성 중심의 정책과 지원밖에 존재하지 않 았다. 소녀나, 유아, 노인여성의 건강이나 몸, 삶의 문제는 정책에 있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를 보는 시각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 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은 성기 기형, 왜소화, 정력감퇴, 불임, 모유의 오염 등의 기능만이 부각됨으로써 ‘조물주가 여성에게 부여한 생명의 잉태 기능을 파괴시키는 독성 물질’로 불리며 생식력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식력 문제로만 보는 관점은 왜, 어떤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또 가임 기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놓치기 쉽다. 또 환경 호르몬을 배출하 는 기업이나 물질을 단속하고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임기, 수유기에 있는 여성에게 음식 을 고르고 다듬고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에까지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지우기 쉽다. 마찬가 지로 의료적 측면에서도 생식력만이 아니라 여성의 몸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하다. 2. 여성의 관점에서 보는 환경과 건강 1) 여성 건강을 보는 통합적 시각의 필요성 우리는 이제까지 건강과 질병을 개인의 문제, 유전적인 소인이나 식습관, 개인의 관리 차원 으로 보는 지배적인 시각에 익숙하다. 그러나 건강은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전반적인 상태가 고려되어야 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여성들은 이제까지 음식을 밥상에까지 요리해 올리는 가사 전담자로,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 지고 보살피는 건강관리자로, 또 자식들의 양육자로 역할해 왔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편견, 성차별주의 때문에 자신의 건강은 주체적으로 돌보지 못해왔다. 여성 이 건강하다는 것은 그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 아닌지, 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하는 문제이다. 여성의 건강함은 의료시스템뿐만 아니라 부, 자원, 관계가 여성들에게도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를 볼 수 있게 한다. 건강 은 단지 신체적으로 병이 없는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환경- 숨쉬고, 먹고, 입고, 마시고, 잠자는- 이 얼마나 안전한지, 여성은 성별 관계에서 스트레스와 제한을 얼마만큼 받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50년전 세계보건기구(WTO)도 그 창립 헌장에서 건강이란 질병의 부재가 아니라 완전한 육 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의 상태라고 통합적인 개념으로 정의한 바 있으며, 최근에 는 ‘영적 안녕’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 행위와 연구 및 보건 정책 등에서 가장 지배적인 모델은 생의학적 모델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몸과 건강을 이 해하는 가장 친숙한 방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대개 이 모델이다. 생의학적 모델은 기본적 으로 건강을 제한된 범위의 질병이 있고 없음으로 이해한다. 의료는 피부로 둘러싸인 신체 안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생화학적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질병의 진단, 치료 및
  • 6. 예방으로 건강과 질병을 몸을 구성하는 기관, 조직, 세포, 분자 또는 유전자의 정상 또는 이 상으로 환원하여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입장을 비판하는 여성들은 몸과 정신을 아우르는 좀 더 총체적인 접근의 필요성 을 강조한다. 생의학 모델이 여성의 삶과 건강이 형성되는 사회적 맥락을 간과함으로써 건 강을 이해하는 데에 제한된 기여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성의 건강을 증진시 키기 위해서는 ‘병을 다루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에까지 확장되어 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건강을 만드는가’라는 물음에 적절한 답이 바로 여성, 환경, 건강의 문제를 통합적 으로 보는 것이다. 한 사회의 차별에 대한 민감성, 사회적 자원, 부와 기회에 대한 공평한 분배를 볼 수 있는 척도가 여성들이기에 여성의 건강 문제를 보는 것은 한 사회의 건강함을 보게 하는 바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적 접근에 더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생태주의 적 시각이다. 그 동안 개발과 편리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위해 다양한 생명체, 자연 그리고 지구는 마구 남발되고 파헤쳐져 왔다. 그 반작용의 결과를 우리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이나 건강을 위협하 는 조건으로 치부해 버려왔다. 인간이 일으킨 이러한 자연파괴와 오염에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사람들이 바로 여성이었다. 여성들은 부유한 서구 산업사회 를 모델로 한 ‘따라잡기’식 개발과 과학기술이 인간의 몸과 마음,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본연의 가치를 훼손해왔다고 보았다. 또한 그 방식은 가부장제에서 여 성들을 억압해온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환경과 인간의 삶의 문제는 반성없 는 주류 남성의 시각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그 동안 소외받고 피해 받으면서도 생존해오 고 살리는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시각과 경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의 시각은 몸 과 마음, 자연과 인간,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생명과 자연을 살 리는 생태주의적 관점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건강함을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시각이다. 의 료나 여성주의를 넘어서 전체를 ‘환경’이라고 불리는 터전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화두인 것이다. 또한 여성, 건강, 환경을 통합적으로 보는 관점은 그 동안 여성주의에서 진행되어 온 몸에 관한 논의, 의료계에서 벌여온 여성 건강에 관한 논의, 환경운동 진영에서의 논의들이 가지 는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에서 낙태를 여성 몸의 자율권 확보라는 점 에서 말할 때 낙태는 개인의 건강이나 몸에 대한 사회, 문화적 차원의 억압이라는 측면은 약화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 또한 생식력 감 소, 성인병의 증가 등등의 문제로 접근하기는 했으나 성별이라는 변수를 따져보지 않음으로 써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설명해 내거나 대안을 끌어오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여성 건강을 말할 때도 환경적 측면이나 사회 문화적 제도, 배경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건강은 개인의 의지나 관리에 달린 것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보는 통합적 관점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지위, 성차별, 몸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물질들과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서
  • 7. 볼 수 있다. 따라서 환경, 건강 문제를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으로 끌어내리고, 여성환경운동 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잡아준다고 할 수 있다. 의료는 우리가 아플 때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건강하게 또는 건강하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부분 우리가 매일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즉 무엇(얼마나 오염되지 않은 음식물)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하며, 얼마만큼 휴식을 취하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술, 담배, 각종 약물을 얼마나 복용하고 우리의 일자리가 얼마나 안전 또는 위험하고 성폭력의 위협과 실제 경험을 얼마나 하는가 등에 달려있는 것이다. - 보스톤 여성건강서적 공동체 - 2) 자생적인 힘을 회복하자 환경 악화가 여성들 특히 제3세계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의 수많은 연구들은 여성과 어린이가 자연에 대한 전쟁의 주된 희생자라는 사실 뿐 아니라 여성이 자 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손상된 자연을 치유하는 운동에서 가장 헌신적이라는 사실 또한 보 여준다. 인도의 칩코 투쟁에서 여성들은 50헥타아르의 마을 공유림을 없애고 감자 종자 공 장을 세우려는 개발 계획에 반대했다. 남자들은 땔감이나 사료를 모으지 않기 때문에 숲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 은 나무를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러나 숲은 여성들의 재산 이다. 반다나 시바, 마리아 미즈(2000), 『에코페미니즘』, p373 세계 어디서든 현실에 발 딛고 하루하루를 생존하고 있는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생존을 유지 하는 자급적 관점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의 경우도 개발의 이름으로 산과 들에 무차별적으 로 벌이는 관통도로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먹거리를 살리고, 강 과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활동들 속에서 이름없는 무수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난 개발 저지운동(우장산 살리기, 새만금 살리기, 천성산 도룡룡 살리기), 유해환경에 대한 문 제제기(러브호텔 반대운동, GMO반대운동, 생리대 안전성 문제제기, 핵폐기장 건립 반대운 동),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운동(소비자조합을 통한 유기농 먹거리 연계하기, 출산문 화 바꾸기 운동, 녹색소비자 운동 등)들의 중심에는 여성들이 있었다. 이 활동들은 우리사회 여성 차별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칩코 운동에서처럼 먹거리, 생활용품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것의 대안으로, 또 천식과 아토피 등 환경 파괴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구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여성들이 생명을 잉태하고 인 간 존재를 돌보고, 생존을 책임지는 조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성은 자연처럼 그 많은 통제와 간섭, 파괴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놀라운 재생력을
  • 8. 가지고 있으며 여타의 존재에 대해 무한한 자비심을 나타낸다. 여성의 먹이고 입히고 씻기 고 다독이는 역할이 없다면 우리들 일상의 삶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마리아 미즈에 따르면 ‘자급’의 관점이란 스스로의 생명의 삶을 생산하고 재생산하고 스스 로의 힘으로 서며, 자기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의 모태다. (마리아 미즈,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제 57호(2001년 3-4호), 녹색평론사.) 이 관점에서 보면 남에게 의존해야 얻을 수 있는 돈, 교육, 캐리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 비싸고 사치스런 공산품, 엄청난 에너지 소비, 휘발유에 의존해 굴러가는 자동차를 가 지고 있는 것이 결코 자급적이지 않다. 여성, 건강, 환경을 보는 통합적 관점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내적 치유력을 회복해 환경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자급의 관점이며 진 정한 치유이자 대안이다. 이를 위해 여성 환경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 첫째, 몸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해야 한다. 이것은 그 동안 몸에 가해진 사회 문화적 의미 벗어 던지고, 몸의 언어 느낌을 이해하여 자기 치유력을 회복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둘째, 의료, 권력, 과학기술의 문제를 밝혀내야 한다. 나이, 성별, 경험에 따라 다양한 몸들이 나타 나야 하고 이 몸들이 환경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셋째, 환경 바꾸기라는 실천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1995년 북경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강령을 채택하였다.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 해 획득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 여성의 건강은 한 사회 삶 의 질을 또 환경문제를 볼 수 있는 척도다. 여성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 는 일에 착수할 때이다. 참고문헌 노용균, “건강 문제에 있어서의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http://aids.hallym.ac.kr/d/mom/nok03.html 참고 마리아 미즈, 반다나 시바(2000),『에코페미니즘』, 손덕수, 이난아 옮김, 창작과 비평사. 마리아 미즈,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제 57호(2001년 3-4호) 녹색평론사. 윤박경(2000), “환경호르몬과 여성건강”, 『꿈꾸는 지렁이들』, 환경과생명, 2003. 정진주(2000), “여성과 여성건강의 사회적 의미”,『계간 의료평론』 02호, (주)한국의료컨설 팅. 조정진, “여성에 흔한 건강문제”, http://www.healthpro.or.kr/data/seminar/여성건강증진- 조정진1 최보문(2000), “여성정신 건강에 관한 정신의학분야의 차별성과 문제점”,『계간 의료평론』,
  • 9. 같은 책. 최은희(2000), "사례리포트- 여성노동자의 건강문제", 『계간의료평론』02호,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