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활동가 전국연수(2001년) 여성환경운동 평가와 전망 -환경과 건강- 명진숙(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

1. 주제별 평가 ∥ 2001 여성환경활동가 전국연수
'01 여성환경운동 평가와 '02 전망 - 환경과 건강 -
명진숙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여성환경활동가웍샵에서 우리는 여성적 가치 및 원리가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공생하는 새로운 대안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유일한 희망임을
공감하였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창출,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면서 여성환경운동의 담론 확산과 이슈 개발, 그리고 생명과 평등의 관점에
선 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키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진행된 대표적인 활동이 '여성건강운동'이다. 여성환경운동으로 여성건강
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첫째,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위험에 누구보다도 많은 피해를 받는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 둘째, 환경위험을 극복하는 대안적 가치원리로서 생태적 패러다임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위험은 이전에 파악된 것보
다 훨씬 규모가 커지고 있고, 그 효과 또한 미래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른바 생태위기라고 불리우는 다양한 제 현상들-독성물질의 오염,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 새로운 전염병의 대두, 환경호르몬 등- 과 광우병 파동 등 육식문화에 따른
식생활의 위기와 도시화에 따른 문제점들로 인해 인간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질병 또는 건강의 훼손에서 비롯된 생의학적인 요인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 환경 등 제반 요인들이 결합해 상호작용한 결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
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여성건강운동은 생의학적인 모델내에서의 개혁과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
임의 전환 및 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 건강에 대한 담론은 그 수위와 범위를
의료의 대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개인의 책임 문제로 축소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에 따라
인간의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고, 인간과 자연을 나누면서 환경과 건강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경향을 낳게 되었다. 건강과 환경의 연관성에 천착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환경운동에서
는 건강의 문제를 총제적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환경과 건강을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동시
에 여성의 열등한 지위와 성차별이라는 요소를 치료하지 않는 한 여성건강을 담보할 수 없
다는 인식을 전제로 활동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진행한 활동은 다음과 같다.
(1) 생명과 여성의 관점에서 출산문화 다시 세우기 운동[제왕절개 분만 줄이기 운동]
지난 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 제왕절개 분만실태에 따르면 1985년 6%에 불과했던

2. 제왕절개 분만이 1999년에는 4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준은 WHO에서 권고하는 10%보다 4배 이상 높고,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국가라고 알
려진 미국보다 2배 이상의 수준이다.
이와 같이 제왕절개 분만이 늘어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현대의료가
초래한 의료적인 폐해의 영향이 매우 크다. 즉 환자를 인간으로 파악하지 않고 질병 자체만
을 기계적으로 파악하고 동시에 인간이 건강을 지키는 주체로서의 위치에서 의료의 대상으
로 전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원래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여성의 자연스런 생리과정 중
의 하나이다. 여성의 몸은 본능적으로 아기를 낳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의료 공급자는
여성의 출산을 돕는 역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출산과정에 의료개입이 늘어나면서
의료 공급자들은 대부분 임신, 출산을 자연스런 생명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의료사건으로 받
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결국 출산 과정에서 의료 공급자가 주체가 되고 필요 이상의 의료조
치들이 취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명과 여성의 관점에서 출산문화 다시 세우기 운동은 출산을 질병이 아닌
정상적인 삶의 이벤트로, 출산의 중심에 의료행위와 병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태아
가 있는, 그리고 개인적 행위만이 아닌 공동체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자리
매김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제왕절개 분만 줄이기 운동을 통해 출산에 대한 새
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본 운동은 앞으로 모유수유 확대 운동, 과도한 의료개입을 조장
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제, 개정활동,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활동 등 다양한 과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2) 여성의 관점에서 본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활동
생명공학의 급격한 발전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 및 의식의 변화 속에서 과학이 주는 편
리함, 유용성보다는 이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과학연구윤리와 안전성을 강
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생명공학이 우리의 신체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발달
하는 가운데 특히 출산과 관련한 기술이 주류를 이루면서 여성들이 당면하는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즉 인공수정, 대리모, 복제, 유전자 진단 등 여성의 몸을 불완전한 것으로
보거나 단지 출산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경향을 심화시키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생
명공학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될수록 사회적으로 혼란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제기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의 공공적 성격에 대한 합
의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생명윤리기본법은 생명공학기술의 유용성을 높이고
그것이 가져다 줄 폐해를 최대한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한편 생명공
학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남성과는 다른 경험을 하는 여성의 몸과 입장이 중요하게 다루
어지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술과 의학의 적용 과정에서 여성은 과학기술의 주체가 아
닌 통제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인간중심적으로,
남성중심적으로 개발, 적용되는 가운데 자연과 여성이 억압받고 있다면, 생명윤리는 이와
같은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높여야 한다.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과정에 여성의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뜻을 함께 하는 단체와 함께 연
대모임을 만들었다. [생명공학 감시를 위한 여성, 환경단체 준비모임]에 참가한 단체는 대

3. 구함께하는 주부모임, 대전여민회, 대한YWCA연합회, 여성환경연대, 원불교여성회, 전주환
경을지키는여성들의 모임,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환경정의시민연대 아동환경
센터,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과학기술과 여성위원회 였다. 연대모임에 참가한 단체들은 관
련한 내용을 모아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모아진 논의를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또한 회지나 회원 교육활동을 통해 생명공학기술과 여성의 문제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생명공학감시를 위한 여성·환경단체 준비모임] 활동을 하면서 종교계, 보건의료계 등
과 함께 [조속한 생명윤리법 제정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을 구성하였고, 연대활동을 하고 있
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이 질병과 기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응한 활동은 그리 수월치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만든 유전자조작식품으로 인해 인체의 건강
이 위협받고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배아 매매, 대리모, 인간 복제
등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성건강운동으로서의 생명공학기술에 대응한 활동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
고하는 활동과 더불어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올바른 생명윤리가 정착되도록 여성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3)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식품에서 GMO 및 유해식품 추방하기
환경위험으로 인한 피해는 여성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에
따라 어린이들의 건강을 둘러싼 활동도 있었는데, GMO에 대한 대응활동이 그것이다. 대구
에서는 10개 시민,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유전자조작 반대 시민연대'를 결성하여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에서 GMO를 추방하기 위한 지방자치
조례제정을 준비중에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한 '유전자조작식품반대생명운동연대
'에서도 GMO에 대한 홍보활동과 더불어 GMO 추방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아동환경센터의 활동 또한 활발한데, 유해물질, 유해환경으로부터 어린이
들을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등 관련 서적을 출
판하는 등 '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의 적극적 활동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한편 민우회에서는 어린이식품에서 GMO를 추방하기 위한 활동으로 '우리 아
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GMO 추방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어린이들이 이용
하는 이유식 및 스낵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GMO 원료를 사용하지 말도록
요구하였다.
사실 GMO표시제가 원료에 대해서는 지난 3월부터,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흡한 편이다. 유해환경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어린
이에게 건강한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위와 같
은 활동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재생산 영
역의 노동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여성만이 중심이 되어 문제를 제기하거나 활동에 참여하는
상황에 대한 새로운 접근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즉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위험의
근본적인 이해를 통해 운동의 주체로서 여성만이 아닌 공동체적인 차원의 해결을 모색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4. 최근 환경과 건강의 상관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건강운동 또한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성환경운동에서 여성건강을 이슈로 하는 운동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
나 환경단체 등의 활동에서 '건강'을 이슈로 한 활동이 그리 활발한 것만은 아니다. 아
직까지 건강이슈는 주요한 활동이슈로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운동의 대상 또한 여성
자신보다는 아이와 가족, 및 남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성건강과 밀접
한 연관이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
기오염으로 인한 저체중아 출산의 문제,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모유 문제,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사회의 다이어트 문화, 여성의 유방암 및 생식기 질환 증가 등에 대한 대응 등이 그것
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하고 자신의 건강을 주체적
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내용을 포함하는 여성건강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
엇일까?
먼저 이원론적인 인식을 넘어 생태적 패러다임의 틀로 건강을 인식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
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분리시키고, 자연과 인간을 나누고,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차별하
며, 환경과 건강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인식에서 벗어나 통합된 인식과 관점을 갖도록 노력
해야 한다.
둘째, 여성건강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 개발 및 대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경위험이
심각해지면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고 있다. 실제로 환경요인이 사망원인의 50∼
60%라고 하는 지적은 매우 시사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환경위험을 건강과 연관시키는 한편
여성이 받는 피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여성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과
대응을 위한 노력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의학적 모델내에서의 여성건강 과제를 개발, 해결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의료
공급자 중심인 의료체계 및 의료 문화를 변화시키는 한편 여성의 특수한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도록 노력해 야 할 것이다.
현대의학의 폐해와 한계를 인식하고 환경위험 담론이 확대되면서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WHO에서는 건강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
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건강해야 참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정의하
고 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사회적인 주체로
서 대응 전략과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에서 여성건강운동의 중
요성은 더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