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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genHabermas. 1962/1990/2001. <공론장의 구조변동>. 나남.(Part 2)  2008년 2학기, ‘의사소통의 사회학’에서 사용한 강의노트임. 학생들이 읽기 어려운 책이라 <공론장의 구조변동>의 내용을 최대한 인용하면서 작성함. 2010년 1학기 ‘정보기술과 사회’에서 재사용함.
H-3. 정치적 공론장 부르주아공론장(Bourgeois Public Sphere) “정치적 공론장은 문예적 공론장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여론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욕구를 매개한다(99).” “예술작품과 문학작품에서 발화된 논의는 곧 경제논쟁과 정치논쟁으로 확장된다(103).” “귀족이든 부르주아든 상류사회 귀부인의 살롱에는 왕자, 백작, 시계제조업자의 아들들이 드나들었다. 살롱에서 정신은 더 이상 후원자에 봉사하지 않는다. ‘의견’은 경제적 예속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104).” “살롱에서는 귀족 및 이들에 동화된 은행과 관료제의 대부르주아가 ‘지식인’과 이른바 동등한 기반 위에서 만나게된다(104).”
“만찬회, 살롱, 커피하우스가 그 공중의 범위와 구성, 교제 스타일, 논의의 풍토, 주제의 정향에 있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이들 모두는 경향적으로 사적 개인들간에 벌어지는 지속적 토론을 조직화하였다. 이것들은 공통되는 제도적 기준들을 가지고 있었다(107).” (Disregard of status) 지위의 평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 전체를 도외시하는 일종의 사회적 교제가 요구된다. (Domain of common concern) 공중의 토론은 이제까지 의문시되지 않았던 영역의 주제화를 전제한다. (Inclusivity) 문화를 상품형태로 전환시킴으로써 문화를 비로소 토론능력을 갖춘 문화로 만들어 낸 동일한 과정이 공중의 원칙적 비폐쇄성을 가져온다.
“친밀하게 된 사적 영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부르주아 공론장은 기존의 군주 권위에 대해 맞선다. 이런 의미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은 처음부터 사적 성격과 논쟁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128).” “이미 1670년대에 (영국) 정부는 커피하우스에서의 대화가 지니는 위험들에 대해 대처할 포고를 발표할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커피하우스들은 정치적 불안의 온상으로 간주되었다(137).” “정치적으로 기능하는 공론장은 18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한다(135).” 하버마스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17세기에 커피하우스에서 정부비판적 토론이 시작되고, 18세기에 들어오면서는 비판적인 ‘정치신문’이 등장. 18세기 중엽이면, 이미 신문과 잡지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관으로서 ‘제4계급’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야당은 “문학과 신문을 통해  의회에서의 정치적 논쟁을 공중에게 중계하였다(143).”
“이제 정치적 대립은 논의하는 공중을 매개로 한 여당과 야당 사이의 지속적 논쟁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러한 토론은 일상적 안건을 넘어서 기본적으로 ‘정치적 주제들에까지 이르는 것이었다. 이주제들은 권력분립, 영국의 자유, 애국심과 부패, 정당과 파벌, 정부 여당에 대한 야당의 새로운 관계의 적법성의 문제 등등(143).” 18세기 후반에는 <타임스>와 같은 거대 일간지가 출현(1785년). 공적 집회(public meetings)의 규모와 횟수도 증가. 1792년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은 그 공적 비판기능을 인정받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여론이 의회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8세기 중반 이후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이 출현. 독일에서는 18세기말 ‘독서회’ 형식으로 논의하는 공중으로 구성된 정치적 공론장이 출현.
H-4. 부르주아 공론장의 해체 자본주의의 심화(경쟁자본주의  독점자본주의) 국가의 기능 증가(공공서비스 부문의 확대)+ 조직화된 계급갈등  경제적 적대가 정치적 갈등으로 전화  국가의 간섭 증가  국가와 사회의 상호침투  국가와 사회의 분리가 약화됨 부르주아 공론장의 기초가 붕괴 사생활과 공공생활 간의 분열 증대 자유주의 시대에 직업(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과 가족이 사생활을 구성  독점 자본주의 시대에는 가족은 점점 ‘사적’으로 되고, 노동세계와 조직세계는 점점 ‘공적’으로 됨(대기업의 관료제화): 가족에서 생산기능은 사라지고 소비기능만 남음 가족이 사사화되면서 살롱, 응접실 등 개인주택의 개방성이 위축됨 ‘문화를 논의하는 공중’ ‘문화를 소비하는 공중’ 문예적 공론장 대신 문화소비라는 사이비 공공부문이등장
부르주아 공론장(살롱, 클럽, 독서회 등)에서 사적 개인들의 논의는 생산과 소비의 순환, 생활에 필요한 명령에 직접 종속되지 않았다(268).  하버마스에 의하면 이것이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장점이었다.  시장에서 생산, 교환, 투자 등이 모든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 교환과 사회적 노동의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법칙이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에게 유보된 영역에도 침입해 들어올 때, 논의는 소비로 전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공공적 의사소통의 연관은 언제나 동일한 형태의 개별적 수용행위로 와해된다(269).” “19세기 중반 이후 그때까지 논의하는 공중의 연계를 보장해 왔던 제도가 흔들린다. 가족은 ‘문예적 선전집단’의 기능을 상실한다. …중산층 핵가족은 독서에 열중하는 이전 세대 대부르주아 가족의 살아 있는 교육전통을 수용하고 다만 모방할 따름이다….문예적 가족잡지는 부르주아 가족의 구조변동과 함께 그 자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270).” “가족이 문예적 연관을 상실했을 때, 18세기의 독서회를 보완하고 부분적으로 대체하기도 했던 부르주아 ‘살롱’ 또한 유행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271).”
“부르주아적 형태의 사교는 20세기가 진행되면서 대체물들을 발견하는데, 이것들은….문예적, 정치적 논의의 금지라는 공통된 경향성을 가진다…..’집단활동’을 둘러싸고 공중은 형성되지 않는다. 공동으로 극장에 가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에도, 공중과 연관된 프라이버시의 특징적 관계는 해체된다. 문화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의 의사소통은 집안의 사적 영역의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에 의존하는 것으로 남게 된다. 이에 반해 문화를 소비하는 공중의 여가활동 자체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어떤 토론을 통해 지속될 필요가 없다(271).” 공적 논의의 경향은 지속되지만, ‘토론’은 ‘소비재 형태를 띈다’.  “오늘날에는 대화 자체가 관리된다. 연단 위의 전문적 대화, 공개토론, 원탁회의 쇼—사적 개인들의 논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스타 총출연 프로그램이 되고, 입장권 판매의 대상이 되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학회에서조차 상품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제 ‘사업’으로 고려되는 토론은 형식화된다. 찬반의 입장은 사전에 연출된 특정한 게임의 법칙에 묶여 있다. 의제에서의 합의는 교제의 합의에 의해 전반적으로 불필요하게 된다. 문제제기는 의례적 질문으로 정의된다. …그것은 점점 공공적 기능을 상실한다(272-273).”
MBC의 ‘100분 토론’, KBS의 ‘심야토론’이 그렇지 않는가? 상품이 되어버린 토론 아닌가? 하버마스는 신문에 대해 타르드와는 약간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그는 타르드와 달리 초기의 ‘정치신문’이 살롱, 커피하우스, 독서회 등에 공통의 토론거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부르주아 공론장 형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상업적 대중지는 공론장의 정치적 기능을 빼앗아 버렸다는 해석에서 하버마스는 타르드와 생각이 일치한다. 대중지의 역할에 대한 하버마스의 해석이 흥미 있다. 책이든 신문이든 시장은 ‘접근을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용이하게 ‘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에컨대 문고본은 접근을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출판사의 편집부가 대중취향의 수요에 부응하려고 하게 되면, 쉽게 수용되는 작품을 선호하게 됨으로, 즉, 심리적으로 용이하게 함으로써 주제와 문학적 수준을 타협한다. 즉, 문학적 수준이 저하된다. 신문의 경우도 대중저가지와 주말신문은 판매부수 확장을 위해 경제적 접근성 뿐 아니라 심리적 접근성도 제공한다. 대중지도 마찬가지이다. 상업적으로 확장된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탈정치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신문을 읽는 공중의 확대에 비례하여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신문은 영향력을 상실해 왔다(278).”
하버마스에 의하면 대중신문 뿐 아니라 라디오나 TV도 마찬가지이다. “공중의 행태는 ‘말대꾸하지 말라!’라는압박 하에서 다른 형태를 취한다. 뉴미디어들이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은 인쇄된 전달방식과는 달리 수신인들의 반응을 독특하게 제거한다.  그것들은 공중을 시청자로서 자신의 궤도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공중으로부터 ‘성숙’의 거리, 즉 말하고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280).“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는 표면상으로만 공론장이다(280).” “부르주아 독서공중과 관련하여, 대중매체의 공중이 확대됨에 따라 독서보급이 급속히 감소되었다는 것은 확정된 사실로 여겨질 수 있다. 서신을 교환하는 습관도 적어도 같은 정도로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281).” “공중은 비공공적으로 논의하는 소수 전문가들과 공동적으로 수용하는 소비대중으로 분열된다. 이로써 공중의 특유한 의사소통 형식이 상실되었다(285).” 앞에서 지적했듯이 타르드는 그것을 ‘커뮤니케이션의 분극화 경향’이라고 불렀다.
또한 하버마스는 독점자본주의에서 계급갈등이 조직화되면서 공론장이 붕괴된다고 지적한다. “조직된 사적  이해관계의 경쟁이 공론장에 침투한다. 오늘날에는 그 대신 경쟁하는 이해관계의 시위행사가 토론을 대체한다. 공공적 논의에 의해 발견되었던 합의는 비공공적으로 싸워 획득하거나 단순히 관철시킨 타협에 자리를 내준다(291).” 하버마스는 ‘합의(agreement)’와 ‘타협(compromise)’을날카롭게 구분하고 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정치적 기능변화를 신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1830년대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정견신문’이 ‘영업신문’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광고가 채산에 새로운 기초를 제공한다.  신문은 편집부가 판매 가능하게 만든 상품으로서 광고면을 생산하는 기업의 성격을 띤다. 신문은 사경제적 영리사업이 되고 자본주의적 대경영의 단계에 들어선다. “19세기 중반에 이미 일련의 신문기업이 주식회사로 조직되었다(297).” 하버마스는 신문이 그렇게 되면서 ‘광고면’ 뿐 아니라 ‘편집면’도 사적 이해관계가 침투하였다고 지적한다.  소위 홍보(PR, PublicRelations, 혹은 Publicity)가 발달
하버마스에 의하면 신문은 19세기 이전에는 필자, 편집인, 발행인, 인쇄인의 구분이 거의 없었음. 19세기 동안 편집인과 발행인 사이에 저널리즘과 경제적 기능이 분화되었다.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아직 편집의 자율성이 상당부분 보장되었음. 신문의 저널리즘이 아직 기업적 채산성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발행인이 신문의 성격을 좌우하게 되었으며, 편집인도 사업적 관점에서 초빙하였다. 집적과 집중이라는 독점자본주의적 경향은 신문에도 관철됨.  “19세기 마지막 25년 동안 최초의 대규모 신문콘체른이 형성된다. 미국의 허스트(Hearst), 영국의노스클리프(Northcliffe), 독일의울스타인(Ullstein)과 모세(Mosse)가 그것이다. 이 운동은 20세기에도 물론 불규칙적으로 계속되었다(299).” 그렇지만 신문업종에서 경제적 집중과 기술적, 조직적 통합의 정도는 20세기의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 유성영화, 텔레비전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국가의 감독이나 통제만큼 신문과 새로운 매체의 발전을 뚜렷하게 특징짓는 것도 없다(300).”
하버마스에 의하면 독점자본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공론장은 광고매체로 변질된다.  “과거에 신문이 공중으로 결집한 사적 개인들의 논의를 다만 중계하고 강화시킬 수 있었던 반면, 논의는 이제 역으로 대중매체에 의해 우선 틀지어진다…공론장의 영역은 사적 이해관계의 유입으로 인해 변화된다….공론장과 사적 영역의 분리가 함축했던 것은, 사적 이해관계의 경쟁이 기본적으로 시장의 규제에 맡겨지고 그것이 의견의 공적 각축에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론장이 사업적 광고에 이용됨에 따라 사적 소유자들로서의 사적 개인들이 직접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들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때 확실히 신문의 상업화는 공론장의 광고매체로의 전화와 일치한다(302).” 독점자본주의에서 대량생산은 한편으로 생산과정의 탄력성이 상실되어 가격을 통한 경쟁이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하다.  그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은 광고에게 맡겨진다. 즉, 기업간의 경쟁은 ‘가격경쟁’에서 ‘광고경쟁’으로 전환된다. 브랜드 상품이 등장하고, 그것의 교환가치는 심리적 광고조작에 의해 결정된다.
“19세기에 접어들어 한참 동안까지도 고상한 상점에서는 단순한 사업광고에 대해서조차 반감이 있었다. 사업광고는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W. Sombart, Der Bourgeois)” “18세기에 사업광고는 광고신문과 정보지 지면의 약 1/20을 차지하였다. 게다가 그것은 거의 대부분 통상적인 사업교류 외부에 있는 상품, 즉, 진기한 물품에 관한 것이었다….경쟁은 계속해서 구두선전에 의존하고 있었다(303).” “19세기 중반경 사업광고를 기반으로 하여 광고대행사가 출현한다…..거대한 광고대행사가 신문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 광고란을 정기 매점하여 신문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게 된다(304).” 그러나….
그러나…. 하버마스는 공론장 영역에로의 광고출판의 침입이 그 자체로 공론장의 변화를 가져와야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치적 공론장과는 별도로 경제적 공론장이 형성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계급들 사이의 적대적인 경쟁도 공론장의 장벽을 넘어 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306).  즉, 독점자본주의 기업들 간의 경쟁에 덧붙여 계급갈등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갈등은 대기업들이 사회개혁자들의 비판에 대해 전개하기 시작한 홍보활동(PR, Public Relations)으로나타난다. PR의 1,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대기업들이 PR을 시작한다.  그것은 기업에 대한 여론을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PR은 공론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사업광고와 다르다. 즉,  사업광고보다 PR이 공론장의 변화에 직접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업 광고는 소비자로 고려되는 한에서 각기 다른 사적 개인을 지향한다. 반면 홍보활동의 수신인인 ‘여론’, 즉 직접 소비자로서의 사적 개인들이 아니라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들이다….광고는 대체적으로 통지의 수단에 한정되지만, 여론관리는 ‘판매촉진’과 ‘이기적 목적의 이용’을 통해 광고를 넘어선다. 그것은 계획적으로 뉴스를 만들어 내거나 주의를 자극하는 계기를 이용함으로써 ‘여론’ 과정에 개입한다(307).”  “홍보회사들이 ‘보도 자료’라고 심각하게 포장하여 중요한 ‘배급처’에 전달하는 다양한 정보와 지시를 고려하면,…오히려 홍보활동은 보도와 광고를 융합시킨다. 광고는 사적 이해관계의 제시로 더 이상 알려져서는 안 된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홍보는 ‘합의의 공학(engineering of consent)’이 주요 과제이다.  과거의 공론장에서는 지루한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가 도출되었으나,  홍보의 영향으로 이제 ‘합의는 제조된다(manufactured)’(309).  이점을 노엄 촘스키도 주목한다. 그의 저서 <제조된 합의(Manufacutring Consent)>은바로 이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시 하버마스는 탁월한 이론가이다. 논의를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것의 사회학적 함축성을 찾아낸다.
“부르주아 공론장은 그것이 홍보활동에 의해 조형됨에 따라 다시금 봉건적 특성을 띠게 된다. ‘공급 담당자’가 동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고객 앞에서 과시적 낭비를 펼쳐 보인다. 공개성은 과거에 과시적 공공성이 부여했던 그런 인격적 명망과 초자연적 권위의 아우라를 모방한다(309).” 그것을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재봉건화’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부르주아 공론장 출현 이전에 보았던 ‘과시적 공공성’이 공론장을 대체하는 역사적 전도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PR은 이제 사기업 뿐 아니라 공공부문으로 확대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국가도 시민을 소비자로 인식하며 과시적 공공성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여론은 시민들의 진정한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나 기업들의 선전과 홍보활동의 제조물이 된다.  공론장은 비판적인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전과 홍보활동이 전개되는 전시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어떤 용어도 영어단어 Publicity보다 그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과시적 공공성  공론장  홍보활동(PR) 하버마스는 이렇게 해서 부르주아 공론장은 ‘제조된 공론장’으로 전락하고 여론은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적 합의도 다수의 의견도 아닌 것이 되었다. ‘여론몰이’라는 말보다 무엇이 그 변화를 더 상징적으로 나타내겠는가? 그리고 공론장이 해체되었는데 그것의 주체인 공중은 살아남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주도적으로 도출했던 여론도 변질을 피할 수 없었다.
‘공중’은 ‘대중’에 의해 대체되었다.  이점에 관해서는 C. Wright Mills의 주장이 새롭고,  ‘토론을 통한 합의’에서 ‘제조된 합의’로 변질된 여론에 대해서는 Noam Chomsky의 고발이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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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ermas의 공론장에 대한 강의2

  • 1. JurgenHabermas. 1962/1990/2001. <공론장의 구조변동>. 나남.(Part 2) 2008년 2학기, ‘의사소통의 사회학’에서 사용한 강의노트임. 학생들이 읽기 어려운 책이라 <공론장의 구조변동>의 내용을 최대한 인용하면서 작성함. 2010년 1학기 ‘정보기술과 사회’에서 재사용함.
  • 2. H-3. 정치적 공론장 부르주아공론장(Bourgeois Public Sphere) “정치적 공론장은 문예적 공론장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여론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욕구를 매개한다(99).” “예술작품과 문학작품에서 발화된 논의는 곧 경제논쟁과 정치논쟁으로 확장된다(103).” “귀족이든 부르주아든 상류사회 귀부인의 살롱에는 왕자, 백작, 시계제조업자의 아들들이 드나들었다. 살롱에서 정신은 더 이상 후원자에 봉사하지 않는다. ‘의견’은 경제적 예속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104).” “살롱에서는 귀족 및 이들에 동화된 은행과 관료제의 대부르주아가 ‘지식인’과 이른바 동등한 기반 위에서 만나게된다(104).”
  • 3. “만찬회, 살롱, 커피하우스가 그 공중의 범위와 구성, 교제 스타일, 논의의 풍토, 주제의 정향에 있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이들 모두는 경향적으로 사적 개인들간에 벌어지는 지속적 토론을 조직화하였다. 이것들은 공통되는 제도적 기준들을 가지고 있었다(107).” (Disregard of status) 지위의 평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 전체를 도외시하는 일종의 사회적 교제가 요구된다. (Domain of common concern) 공중의 토론은 이제까지 의문시되지 않았던 영역의 주제화를 전제한다. (Inclusivity) 문화를 상품형태로 전환시킴으로써 문화를 비로소 토론능력을 갖춘 문화로 만들어 낸 동일한 과정이 공중의 원칙적 비폐쇄성을 가져온다.
  • 4. “친밀하게 된 사적 영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부르주아 공론장은 기존의 군주 권위에 대해 맞선다. 이런 의미에서 부르주아 공론장은 처음부터 사적 성격과 논쟁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128).” “이미 1670년대에 (영국) 정부는 커피하우스에서의 대화가 지니는 위험들에 대해 대처할 포고를 발표할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커피하우스들은 정치적 불안의 온상으로 간주되었다(137).” “정치적으로 기능하는 공론장은 18세기로 넘어가는 문턱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생한다(135).” 하버마스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17세기에 커피하우스에서 정부비판적 토론이 시작되고, 18세기에 들어오면서는 비판적인 ‘정치신문’이 등장. 18세기 중엽이면, 이미 신문과 잡지는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관으로서 ‘제4계급’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야당은 “문학과 신문을 통해 의회에서의 정치적 논쟁을 공중에게 중계하였다(143).”
  • 5. “이제 정치적 대립은 논의하는 공중을 매개로 한 여당과 야당 사이의 지속적 논쟁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러한 토론은 일상적 안건을 넘어서 기본적으로 ‘정치적 주제들에까지 이르는 것이었다. 이주제들은 권력분립, 영국의 자유, 애국심과 부패, 정당과 파벌, 정부 여당에 대한 야당의 새로운 관계의 적법성의 문제 등등(143).” 18세기 후반에는 <타임스>와 같은 거대 일간지가 출현(1785년). 공적 집회(public meetings)의 규모와 횟수도 증가. 1792년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은 그 공적 비판기능을 인정받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여론이 의회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프랑스에서는 18세기 중반 이후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이 출현. 독일에서는 18세기말 ‘독서회’ 형식으로 논의하는 공중으로 구성된 정치적 공론장이 출현.
  • 6. H-4. 부르주아 공론장의 해체 자본주의의 심화(경쟁자본주의  독점자본주의) 국가의 기능 증가(공공서비스 부문의 확대)+ 조직화된 계급갈등  경제적 적대가 정치적 갈등으로 전화  국가의 간섭 증가  국가와 사회의 상호침투  국가와 사회의 분리가 약화됨 부르주아 공론장의 기초가 붕괴 사생활과 공공생활 간의 분열 증대 자유주의 시대에 직업(상품교환과 사회적 노동)과 가족이 사생활을 구성  독점 자본주의 시대에는 가족은 점점 ‘사적’으로 되고, 노동세계와 조직세계는 점점 ‘공적’으로 됨(대기업의 관료제화): 가족에서 생산기능은 사라지고 소비기능만 남음 가족이 사사화되면서 살롱, 응접실 등 개인주택의 개방성이 위축됨 ‘문화를 논의하는 공중’ ‘문화를 소비하는 공중’ 문예적 공론장 대신 문화소비라는 사이비 공공부문이등장
  • 7. 부르주아 공론장(살롱, 클럽, 독서회 등)에서 사적 개인들의 논의는 생산과 소비의 순환, 생활에 필요한 명령에 직접 종속되지 않았다(268). 하버마스에 의하면 이것이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장점이었다. 시장에서 생산, 교환, 투자 등이 모든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 교환과 사회적 노동의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법칙이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에게 유보된 영역에도 침입해 들어올 때, 논의는 소비로 전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공공적 의사소통의 연관은 언제나 동일한 형태의 개별적 수용행위로 와해된다(269).” “19세기 중반 이후 그때까지 논의하는 공중의 연계를 보장해 왔던 제도가 흔들린다. 가족은 ‘문예적 선전집단’의 기능을 상실한다. …중산층 핵가족은 독서에 열중하는 이전 세대 대부르주아 가족의 살아 있는 교육전통을 수용하고 다만 모방할 따름이다….문예적 가족잡지는 부르주아 가족의 구조변동과 함께 그 자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270).” “가족이 문예적 연관을 상실했을 때, 18세기의 독서회를 보완하고 부분적으로 대체하기도 했던 부르주아 ‘살롱’ 또한 유행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271).”
  • 8. “부르주아적 형태의 사교는 20세기가 진행되면서 대체물들을 발견하는데, 이것들은….문예적, 정치적 논의의 금지라는 공통된 경향성을 가진다…..’집단활동’을 둘러싸고 공중은 형성되지 않는다. 공동으로 극장에 가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에도, 공중과 연관된 프라이버시의 특징적 관계는 해체된다. 문화적으로 논의하는 공중의 의사소통은 집안의 사적 영역의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에 의존하는 것으로 남게 된다. 이에 반해 문화를 소비하는 공중의 여가활동 자체는 사회 분위기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어떤 토론을 통해 지속될 필요가 없다(271).” 공적 논의의 경향은 지속되지만, ‘토론’은 ‘소비재 형태를 띈다’. “오늘날에는 대화 자체가 관리된다. 연단 위의 전문적 대화, 공개토론, 원탁회의 쇼—사적 개인들의 논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스타 총출연 프로그램이 되고, 입장권 판매의 대상이 되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학회에서조차 상품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제 ‘사업’으로 고려되는 토론은 형식화된다. 찬반의 입장은 사전에 연출된 특정한 게임의 법칙에 묶여 있다. 의제에서의 합의는 교제의 합의에 의해 전반적으로 불필요하게 된다. 문제제기는 의례적 질문으로 정의된다. …그것은 점점 공공적 기능을 상실한다(272-273).”
  • 9. MBC의 ‘100분 토론’, KBS의 ‘심야토론’이 그렇지 않는가? 상품이 되어버린 토론 아닌가? 하버마스는 신문에 대해 타르드와는 약간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그는 타르드와 달리 초기의 ‘정치신문’이 살롱, 커피하우스, 독서회 등에 공통의 토론거리를 제공해 줌으로써 부르주아 공론장 형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등장한 상업적 대중지는 공론장의 정치적 기능을 빼앗아 버렸다는 해석에서 하버마스는 타르드와 생각이 일치한다. 대중지의 역할에 대한 하버마스의 해석이 흥미 있다. 책이든 신문이든 시장은 ‘접근을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용이하게 ‘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에컨대 문고본은 접근을 경제적으로 용이하게 한다. 그러나 출판사의 편집부가 대중취향의 수요에 부응하려고 하게 되면, 쉽게 수용되는 작품을 선호하게 됨으로, 즉, 심리적으로 용이하게 함으로써 주제와 문학적 수준을 타협한다. 즉, 문학적 수준이 저하된다. 신문의 경우도 대중저가지와 주말신문은 판매부수 확장을 위해 경제적 접근성 뿐 아니라 심리적 접근성도 제공한다. 대중지도 마찬가지이다. 상업적으로 확장된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탈정치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신문을 읽는 공중의 확대에 비례하여 정치적으로 논의하는 신문은 영향력을 상실해 왔다(278).”
  • 10. 하버마스에 의하면 대중신문 뿐 아니라 라디오나 TV도 마찬가지이다. “공중의 행태는 ‘말대꾸하지 말라!’라는압박 하에서 다른 형태를 취한다. 뉴미디어들이 방송하는 프로그램들은 인쇄된 전달방식과는 달리 수신인들의 반응을 독특하게 제거한다. 그것들은 공중을 시청자로서 자신의 궤도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공중으로부터 ‘성숙’의 거리, 즉 말하고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280).“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는 표면상으로만 공론장이다(280).” “부르주아 독서공중과 관련하여, 대중매체의 공중이 확대됨에 따라 독서보급이 급속히 감소되었다는 것은 확정된 사실로 여겨질 수 있다. 서신을 교환하는 습관도 적어도 같은 정도로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281).” “공중은 비공공적으로 논의하는 소수 전문가들과 공동적으로 수용하는 소비대중으로 분열된다. 이로써 공중의 특유한 의사소통 형식이 상실되었다(285).” 앞에서 지적했듯이 타르드는 그것을 ‘커뮤니케이션의 분극화 경향’이라고 불렀다.
  • 11. 또한 하버마스는 독점자본주의에서 계급갈등이 조직화되면서 공론장이 붕괴된다고 지적한다. “조직된 사적 이해관계의 경쟁이 공론장에 침투한다. 오늘날에는 그 대신 경쟁하는 이해관계의 시위행사가 토론을 대체한다. 공공적 논의에 의해 발견되었던 합의는 비공공적으로 싸워 획득하거나 단순히 관철시킨 타협에 자리를 내준다(291).” 하버마스는 ‘합의(agreement)’와 ‘타협(compromise)’을날카롭게 구분하고 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정치적 기능변화를 신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1830년대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정견신문’이 ‘영업신문’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광고가 채산에 새로운 기초를 제공한다. 신문은 편집부가 판매 가능하게 만든 상품으로서 광고면을 생산하는 기업의 성격을 띤다. 신문은 사경제적 영리사업이 되고 자본주의적 대경영의 단계에 들어선다. “19세기 중반에 이미 일련의 신문기업이 주식회사로 조직되었다(297).” 하버마스는 신문이 그렇게 되면서 ‘광고면’ 뿐 아니라 ‘편집면’도 사적 이해관계가 침투하였다고 지적한다. 소위 홍보(PR, PublicRelations, 혹은 Publicity)가 발달
  • 12. 하버마스에 의하면 신문은 19세기 이전에는 필자, 편집인, 발행인, 인쇄인의 구분이 거의 없었음. 19세기 동안 편집인과 발행인 사이에 저널리즘과 경제적 기능이 분화되었다.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아직 편집의 자율성이 상당부분 보장되었음. 신문의 저널리즘이 아직 기업적 채산성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발행인이 신문의 성격을 좌우하게 되었으며, 편집인도 사업적 관점에서 초빙하였다. 집적과 집중이라는 독점자본주의적 경향은 신문에도 관철됨. “19세기 마지막 25년 동안 최초의 대규모 신문콘체른이 형성된다. 미국의 허스트(Hearst), 영국의노스클리프(Northcliffe), 독일의울스타인(Ullstein)과 모세(Mosse)가 그것이다. 이 운동은 20세기에도 물론 불규칙적으로 계속되었다(299).” 그렇지만 신문업종에서 경제적 집중과 기술적, 조직적 통합의 정도는 20세기의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 유성영화, 텔레비전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국가의 감독이나 통제만큼 신문과 새로운 매체의 발전을 뚜렷하게 특징짓는 것도 없다(300).”
  • 13. 하버마스에 의하면 독점자본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공론장은 광고매체로 변질된다. “과거에 신문이 공중으로 결집한 사적 개인들의 논의를 다만 중계하고 강화시킬 수 있었던 반면, 논의는 이제 역으로 대중매체에 의해 우선 틀지어진다…공론장의 영역은 사적 이해관계의 유입으로 인해 변화된다….공론장과 사적 영역의 분리가 함축했던 것은, 사적 이해관계의 경쟁이 기본적으로 시장의 규제에 맡겨지고 그것이 의견의 공적 각축에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론장이 사업적 광고에 이용됨에 따라 사적 소유자들로서의 사적 개인들이 직접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들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때 확실히 신문의 상업화는 공론장의 광고매체로의 전화와 일치한다(302).” 독점자본주의에서 대량생산은 한편으로 생산과정의 탄력성이 상실되어 가격을 통한 경쟁이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하다. 그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은 광고에게 맡겨진다. 즉, 기업간의 경쟁은 ‘가격경쟁’에서 ‘광고경쟁’으로 전환된다. 브랜드 상품이 등장하고, 그것의 교환가치는 심리적 광고조작에 의해 결정된다.
  • 14. “19세기에 접어들어 한참 동안까지도 고상한 상점에서는 단순한 사업광고에 대해서조차 반감이 있었다. 사업광고는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W. Sombart, Der Bourgeois)” “18세기에 사업광고는 광고신문과 정보지 지면의 약 1/20을 차지하였다. 게다가 그것은 거의 대부분 통상적인 사업교류 외부에 있는 상품, 즉, 진기한 물품에 관한 것이었다….경쟁은 계속해서 구두선전에 의존하고 있었다(303).” “19세기 중반경 사업광고를 기반으로 하여 광고대행사가 출현한다…..거대한 광고대행사가 신문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 광고란을 정기 매점하여 신문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게 된다(304).” 그러나….
  • 15. 그러나…. 하버마스는 공론장 영역에로의 광고출판의 침입이 그 자체로 공론장의 변화를 가져와야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정치적 공론장과는 별도로 경제적 공론장이 형성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계급들 사이의 적대적인 경쟁도 공론장의 장벽을 넘어 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306). 즉, 독점자본주의 기업들 간의 경쟁에 덧붙여 계급갈등의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급갈등은 대기업들이 사회개혁자들의 비판에 대해 전개하기 시작한 홍보활동(PR, Public Relations)으로나타난다. PR의 1,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대기업들이 PR을 시작한다. 그것은 기업에 대한 여론을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PR은 공론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사업광고와 다르다. 즉, 사업광고보다 PR이 공론장의 변화에 직접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 16. “사업 광고는 소비자로 고려되는 한에서 각기 다른 사적 개인을 지향한다. 반면 홍보활동의 수신인인 ‘여론’, 즉 직접 소비자로서의 사적 개인들이 아니라 공중으로서의 사적 개인들이다….광고는 대체적으로 통지의 수단에 한정되지만, 여론관리는 ‘판매촉진’과 ‘이기적 목적의 이용’을 통해 광고를 넘어선다. 그것은 계획적으로 뉴스를 만들어 내거나 주의를 자극하는 계기를 이용함으로써 ‘여론’ 과정에 개입한다(307).” “홍보회사들이 ‘보도 자료’라고 심각하게 포장하여 중요한 ‘배급처’에 전달하는 다양한 정보와 지시를 고려하면,…오히려 홍보활동은 보도와 광고를 융합시킨다. 광고는 사적 이해관계의 제시로 더 이상 알려져서는 안 된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홍보는 ‘합의의 공학(engineering of consent)’이 주요 과제이다. 과거의 공론장에서는 지루한 토론 과정을 거쳐 합의가 도출되었으나, 홍보의 영향으로 이제 ‘합의는 제조된다(manufactured)’(309). 이점을 노엄 촘스키도 주목한다. 그의 저서 <제조된 합의(Manufacutring Consent)>은바로 이점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시 하버마스는 탁월한 이론가이다. 논의를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것의 사회학적 함축성을 찾아낸다.
  • 17. “부르주아 공론장은 그것이 홍보활동에 의해 조형됨에 따라 다시금 봉건적 특성을 띠게 된다. ‘공급 담당자’가 동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고객 앞에서 과시적 낭비를 펼쳐 보인다. 공개성은 과거에 과시적 공공성이 부여했던 그런 인격적 명망과 초자연적 권위의 아우라를 모방한다(309).” 그것을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재봉건화’라고 명명한다. 우리가 부르주아 공론장 출현 이전에 보았던 ‘과시적 공공성’이 공론장을 대체하는 역사적 전도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PR은 이제 사기업 뿐 아니라 공공부문으로 확대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국가도 시민을 소비자로 인식하며 과시적 공공성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 18. 이렇게 해서 여론은 시민들의 진정한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나 기업들의 선전과 홍보활동의 제조물이 된다. 공론장은 비판적인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전과 홍보활동이 전개되는 전시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어떤 용어도 영어단어 Publicity보다 그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과시적 공공성  공론장  홍보활동(PR) 하버마스는 이렇게 해서 부르주아 공론장은 ‘제조된 공론장’으로 전락하고 여론은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적 합의도 다수의 의견도 아닌 것이 되었다. ‘여론몰이’라는 말보다 무엇이 그 변화를 더 상징적으로 나타내겠는가? 그리고 공론장이 해체되었는데 그것의 주체인 공중은 살아남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주도적으로 도출했던 여론도 변질을 피할 수 없었다.
  • 19. ‘공중’은 ‘대중’에 의해 대체되었다. 이점에 관해서는 C. Wright Mills의 주장이 새롭고, ‘토론을 통한 합의’에서 ‘제조된 합의’로 변질된 여론에 대해서는 Noam Chomsky의 고발이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