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권두언
환경논총의 새로운 도전
이슈 : 환경연구의 블루오션 -무엇이 어떻게 부상할 것인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단절없는 교통-교통의 미래 가치
기획 :“평양,‘도시’로 읽다” 심포지움
평양의 도시계획
북한의 수도계획
평양의 도시문화
평양의 도시교통
Research Brief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2013년 8월 환경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 목록
박사학위 논문 요지
석사학위 논문 목록
답사기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Book Review
도쿄 산책자 [姜尙中 저, 송태욱[옮김]
최막중 [환경대학원장] 3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5
하성규 [중앙대학교 도시계획 부동산 학과 명예교수] 19
안건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7
김한배 [서울 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33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43
임동우 [미국 PRAUD 설계사무소 소장] 52
전상인·조은희·김미영 58
[환경대학원 교수,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소 연구위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65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71
장수은·이상준·이상조 78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
김세훈 [환경대학원 교수] 83
이희연·심재헌·노승철 88
95
106
[환경대학원 교수, 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이도원 [환경대학원 교수] 108
전상인 [환경대학원 교수] 128
환경논총의 새로운 도전
최막중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환경논총이 환경대학원 설립 40주년을 맞이하여 그 면모를 일신하였습니다. 지난 40년간 환경대학원이 우리나
라의 도시·환경 교육과 연구를 선도해 왔듯이, 환경논총은 1974년 창간한 이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시·환경
관련 학술지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의 도시·환경분야는 비약적으로 성장
할 수 있었고, 오히려 지금은 과잉을 걱정할 만큼 양적으로 비대해졌습니다. 그 사이 이 분야에 수많은 학회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학술지가 양산되었지만, 도리어 우리의 지성(知性)은 그에 반비례하여 메말라 갔습니다. 논
문은 어느새 승진 요건을 채우기 위한 숫자 놀음으로 전락하였고, ‘논문을 위한 논문’, ‘분석을 위한 분석’이 난
무하게 되었습니다. 지적 교류와 자극의 희열과는 거리가 먼 맹목적인 논문 생산만이 반복되면서 학자와 전문
가들의 갈증이 깊어져만 간 것입니다.
환경논총은 이렇게 메말라가는 토양에 물꼬를 트는 새로운 선구자적 소임을 다시 감당하려 합니다. 또 하나 의
무색(無色)‧무취(無臭)의 박제된 지식을 찍어내기보다는, 도시·환경분야의 새로운 시대적 이슈들을 지속적으 로
발굴, 제기함으로써 진정한 지적 교류와 소통의 장(場)을 제공하는 전문지로서 거듭 태어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렇게 환경논총이 변신을 시도한 데에는 도시·환경분야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의 지식
의 틀에 갇혀서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급속한 도시성장은 도시‧환경 교육과 연구를 위한 충분한 사회적 수요를 제
공해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급속한 도시화에 대응하여 토지‧주택 및 도로, 상‧하수도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대
량으로 공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반대급부로 발생한 자연훼손, 오염 등의 각종 환경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병 주고 약 주면서 호황을 누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40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미 도시개발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도래로 인해 이제 우리는 활력을 잃고 쪼그라드는 도시를 걱정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관심사가 된 지 오래이고, 관련 이슈는 자연재해, 에너지 문제를 포함
하여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산업혁명 이래 자연을 극복하는 기술 진보 와
성장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여 수세기를 풍미했던 서구적 가치를 대체하여, 다시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자 연
과의 공존과 공생을 모색하려는 동아시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환경분야도
미래 예측, 부동산 등과 같은 과학적·경제적 가치를 넘어 문화, 치유, 건강, 나아가 생명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발전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앞장서 도전하려는 환경논총의 앞날에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권두언
- 무엇이 어떻게 부상할 것인가? -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단절없는 교통-교통의 미래 가치
환경대학원은 지난 40년 동안 환경연구(environmental
studies)를 초점으로 하여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그
러나 환경연구의 관점과 이슈들은 환경대학원이 처음 창립할
당시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급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환경대학원의 각 분야에서 다루어왔던 환경
연구(environmental studies)에 대한 이슈를 향후를 내다보
면서 과연 어떤 주제들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여 새 지평을
열게 되며 이럴 경우 어떤 연구와 교육이 필요할 것인가를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듣고자 한다.
환경연구의
블루오션
이슈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3유엔과 세계기상기구(WMO)가 1988년 공동 설
립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해서 세계 최고 권위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IPCC가 2007년 발
표한 바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
우 2100년에는 1990년에 비해서 대기온도가 4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4도 상승이 대
수로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 재무부가 발
표한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4도 상승할 경우, 최대
3억 명이 해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고, 아프리카
와 지중해에서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30~50% 감
소하며, 툰드라의 반이 소멸되는 등 갖가지 끔찍
한 환경재앙이 발생한다고 한다.1)
5도 상승할 경
우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 런던, 도쿄 등 바다
에 가까운 거대도시들이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게
되고, 5도 이상 높아질 경우, 인류의 대이동을 포
함,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이 예상된다.2)
IPCC의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기후변화에 대
한 과학적 근거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인간의 활동
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
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에 과학계의 압도적 합의
가 형성되어 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
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은
큰 힘을 받지 못한 채 답답할 정도로 지지부진하
다. 2012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강력한 대책
을 약속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한한 미국은 세계에서 비난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애당초 미국은 유럽연합과 함께 지구온
난화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약속하는 교토의정서
를 추진하였으면서도 공화당의 부시정부가 들어
서자마자 교토의정서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아예
탈퇴해버렸다.4)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석유재벌의
이정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1) Stern, Nicholas(2007),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 문헌 참조: 김해창(2013), 『저탄소 경제학』,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3) 김해창(2013), 『저탄소 경제학』,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4) 김홍균, 이호생, 임종수, 홍종호(2013), 『환경경제학』, 서울: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1. 기후변화 대책,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가?
5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 출신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자
마자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 지붕에 설치한 태양에
너지 panel을 철거한 조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
한 미국 입장의 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5)
문제
는, 이 지구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
서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이 미국을 비
롯한 여러 나라에서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기
후변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상대로, 이 질문에 대하여 다수
의 연구들이 업계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라는 대답
을 내놓는다.6)
“즉, 경제를 볼모로 한 업계의 정치
적 압력이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책
의 수립과 그 실천에 가장 큰 걸림
돌이라는 것이다.”
비단 기후변화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경제
현안에 관해서도 업계는 아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가 금융업계의 부조
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속속들이 밝혀졌음에
도 불구하고 금융업계의 집요한 반발이 금융개혁
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국의 현실이
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내내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그토록 강력하
게 외쳤지만, 당선된 후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
서 경제민주화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업계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첫걸음은
여론의 관리다. 막강한 홍보 조직을 이용해서 업
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기존의 과학적 근거에 흠집
을 내는 자료와 정보를 퍼뜨린다. 여론 관리를 위
한 업계의 자금동원 경로를 소상히 밝혀낸 연구에
의하면, 진상을 잘 모르는 일반대중들이 업계의
이런 조직적 홍보활동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일반대중의 절반 정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
후변화뿐만 아니라 업계는 다른 환경파괴의 악영
향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자료를 유포하고 그럼
으로써 결과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나 입법을 방해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석유재벌이 그 선봉에 포
진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 언론매체가 이에 가세하
고 있다. 이들의 전략적 목적은 이미 확립된 과학
적 근거들이 의심스럽고 따라서 더 많은 과학적
토론이 필요한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시간을 질질
끌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업계는 단순히 홍보활동만을 펴는 것으로 그치
지 않는다. 로비활동의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업계는 막대한 선거자금과 광범위하고 조
직적인 로비활동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후변화 및 환경 관
련 규제와 정책의 입법화를 저지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2003년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J. Inhofe
는 지구온난화 주장이야말로 “미국 국민을 상대
로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the greatest hoax)”
이라고 일갈하였는데, 과학을 잘 모르는 이 상원
의원의 발언에 미국 의회의 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7)
선거자금과 로비
활동을 통한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의외로 위력
적임을 밝혀낸 Larry Bartels의 연구는 기후변화
5), 6), 7), 8)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6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와 같이 업계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는 이슈
에 관한 한 미국 국회의원들은 업계나 고소득계
층의 견해에 압도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반면, 저소득 계층 유권자의 견해를 심각하게 고
려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8)
이와 같이
선거자금 제공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우호적으로
반응하는 정치가들의 행태는 이른바 대표성 편향
(representation bias)을 낳고 이것이 결국 부자
감세, 사회복지지출 삭감, 무모한 전쟁, 환경 파
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소극적 정책 등으로 반
영된다. 허나, 이 대표성 편향은 결국 정치권 전체
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이 된
다. 2011년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국인의 71%가 중앙정부는 주로 사익을 추구하는
특수 이해단체로 보고 있다.9)
Larry Bartels의 연구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
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
하면,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이 무척 심하
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매우 좋지 않은 결
과가 나왔다.10)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70.5%
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으며, 우리 국민의 거
의 80%가 정치인은 자신들의 명예와 권력욕만 채
우는 사람들이거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쟁
만 일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권
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정치권
이 국민의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채 업계
와 특수 이익집단에 휘둘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이 업계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현실을 Jeffrey Sachs는 ‘기업국가(corporatoc-
racy)’로 표현하고 있다.11)
현실이 이러하니 아무
리 학계가 기후변화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수행
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한들 이것이 정치권을
통해서 정책으로 이어지기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에는 범지구적 추세를 깊이 있게 다루
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들이 많이 있고 이
들이 기후변화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
다. 이처럼 도처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업계
의 눈치를 보는 미국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고 있
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효과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기후변
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업계의 반발
및 그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무마하는 일
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학계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업은 기후변화에 관한 자료와 지식을 계속
발굴하고 정리하고 발표할 뿐만 아니라 이를 널
리 알림으로써 일반대중으로 하여금 기후변화 문
제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촉구하
는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업계
의 주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그 진위를 대중에
게 알리는 일도 긴요하다. 업계의 홍보자료를 모
아서 분석해본 연구에 의하면, 전문성이 부족하
거나 기초적 사실조차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
았다고 한다. 따라서 그만큼 학계가 할 일도 많다
고 할 수 있다.
2. 세상을 지배하는 큰 사상과
기후변화 문제
물론, 업계가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된 자료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흔드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이념적 논리를 펴는 수법을
병행한다. 그 논리의 중심에는 시장주의 논리가
있다. 시장주의는 시장의 원리를 굳게 신봉하며
9)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제1장 참조.
10)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2012년 11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 “열린 토론마당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임.
11)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제 7장 참조.
7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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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으뜸으로 생각하는 사상이다. 최소의 자원
으로 최대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면 낙수효과를 통
해서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살게 되며, 또한 자원
고갈 및 환경파괴도 최소화된다. 그러므로 효율을
통해서 공평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고 시장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시장이 바로
이런 효율을 가장 잘 달성하는 제도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작은 정부”를 내세우면서 되도록
이면 많은 사회문제를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기후변화 문제도 시장에 맡기거나 혹은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얼마든지 해
결할 수 있으므로 굳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후변화가 재앙보
다는 혜택을 더 많이 가져다준다고 주장하는 시장
주의자들도 있다. 시장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조
목조목 업계의 구미에 딱 맞는 것들이다. 따라서
업계는 자신들의 요구를 늘 시장주의 논리로 잘
포장함으로써 듣기 좋게 만든다.
그러나 2008년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에 이은 세
계경제위기는 시장주의 논리가 옳지 않았음을 명
백히 보여주면서 자유방임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12)
이와 동시에 시장
주의자와 대립의 각을 세우던 진보진영의 목소리
가 부쩍 커졌다. 이들은 낙수효과가 날로 약해지
고 있으며, 참된 효율은 공평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득이 공평하게 분배되
어야만 큰 사회적 갈등 없이 국민 모두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
요도 커지고 그럼으로써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소득분배와 환경문제 사이에
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보면,
극심한 빈부격차가 환경문제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환경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가로막
는 주된 장애라는 것이다.13)
따라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 간 빈부격차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진보진영은 역설한다.
진보진영의 주장들이 옳기는 하지만 시장의 원
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가와 환경보전
주의자들도 이런 지적에 동조하면서 지속가능성
을 최우선적 가치로 내세운다. 환경이 지속가능하
지 않으면, 효율이고 공평이고 모두 쓸모없는 것
들이다.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인류와 동식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제성장도 공
평한 부의 분배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많은 환경
보전주의자들이 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결코 지
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환경관련 많
은 과학적 증거들이 이들의 경고에 점점 더 큰 힘
을 실어주고 있다.
허나, 이들의 경고가 시장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괴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시장주의가
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시장주의는 막대한 재력
을 바탕으로 하는 업계와 보수진영의 절대적 지지
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
고 있다. 따라서 시장주의, 진보진영의 사상, 그리
고 환경보전주의, 이 세 가지 큰 생각들 사이의 첨
예한 대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세상을 지배하는 이 세 가지 큰 생각들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추
진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어느 한
생각이 전적으로 옳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단정하
고 매도할 수는 없다. 각각의 큰 생각에 충분히 일
리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상황에서 어느 생
각이 어느 정도로 타당한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
12) Stiglitz, Joseph E.(2011), Freefall, New York: W. W. Norton & Co.
13)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정전(2011), 『환경경제학 이해』(서울: 박영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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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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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어떤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면으로 앞
으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주의로 포장된 업계의 요구와 주
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절실히 요구된다. 업계
가 금과옥조로 삼는 주장은 환경에 관한 정부의
각종 규제나 법이 기업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경제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앞
으로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하고 이 결과가 널리 유
포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결과를 보면, 환경규제나 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업계가 너무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규제나 법이 실행되면, 업계는 최
소의 비용으로 이에 대처하는 방안들을 재빨리 강
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부담이 경미해진다는 것이다.
3. 경제적 인센티브를 둘러
싼 논쟁
금융시장과 배출권거래 시장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서 경제학자들이 가장 빈
번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정책 대안은 탄
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 단위당 일정 요
율의 금액을 국가가 세금으로 징수하는 방안이다.
배출권거래제도에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도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
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다음 공식적으로 시장에서
이 권리를 사고팔게 허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
어서, 만일 어떤 업체가 일천 톤의 탄소를 배출하
고 있다고 하면, 정부가 이 업체에 배출량을 줄일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
로도 계속 그 1,000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법
적으로 인정해서 공식화하자는 것이 배출권거래
제도의 취지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 이 두 가지 방안 중
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주의자들은 배출권
거래제도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탄소세는 정부
주도로 시행되지만, 배출권거래제도는 시장의 수
요공급 원리에 맡겨지는 부분이 많다. 비록 기후
변화의 문제가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기본 입장
이다. 업계 역시 탄소세의 실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반면,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해서는 우호적
이다. 탄소세가 실시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를 배
출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배출권거래제
도의 경우에는 이제까지의 배출량을 법적으로 허
용받기 때문에 별 경제적 부담 없이 종전의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업계의 강
한 반발 탓으로 제대로 된 탄소세 제도를 강력하
게 실시하는 나라는 드물다. 따라서 앞으로 기후
변화에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국제사회의 뜻
이 모인다면, 업계가 지지하는 배출권거래제도의
실시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순전히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배출권거래제
도의 성공 여부는 배출권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얼
마나 잘 이루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독과점인데,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
만을 놓고 볼 때 이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
는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렇게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설령 자유경쟁이
잘 이루어지고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해도 절대 안
심할 수 없다. 그렇게 활발하고 탄탄해 보였던 미
국의 금융시장이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참상을 바
9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로 얼마 전에 우리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1990년
대 일본의 금융시장이 무너졌을 때 미국의 시장주
의자들은 이를 비웃으면서 미국식 금융시장의 채
택을 강권하기까지 하였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
럽게 생각하던 미국의 금융시장이 그렇게 맥없이
무너질 것을 경제학자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해
서 큰 망신을 당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된 요인으로 흔히 투기
과열, 정보의 비대칭성, 근시안적 기업행태, 불확
실성에 대한 지적 오만, 업계 비리, 과소비, 탐욕,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예상대로, 시장주의자들
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의 완화와 정부의 감독소
홀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그 책임을 정
부에 뒤집어씌웠다. 마치 미국의 금융시장에는 아
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정부의 무능 탓으로 금융
시장이 망했던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
을 호도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 정부가 감독을
소홀히 하고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도록 금융업
계가 로비와 선거자금을 통해서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이와 비슷한 일이 배출권거래시장에서 일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정부의 감독과
규제의 철저한 실시가 특히 배출권거래시장의 성
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업계의 정치적 압력은 배
출권시장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런 점에 비추어 보면, 배출권거래제도보다는 탄소
세가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어떻든 미국의 금융시
장을 붕괴시킨 여러 요인들이 배출권거래시장에
서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깊이 짚어보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흥미있는 일이다. 이 방면으로 앞으
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이를 바탕
으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의 장단점을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도덕불감증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자유경쟁이
잘 이루어지는 한 배출권거래제도의 개념 그 자체
에는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환경보전
주의자나 사회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등 좀 더 근
원적인 것을 보는 학자들에게는 상당히 거슬릴 수
도 있다. 실제로 이 제도에 큰 거부감을 보이는 환
경단체도 많다. 배출권이라는 명칭이 함의하듯이
이 제도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환경파괴자
에게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노골적으로 부여하
는 제도이다. 마치 도둑에게 적당히 도둑질할 권
리를 부여하는 격이다. 사회적으로 응징받아 마땅
한 행동을 오히려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장기적으
로는 도덕불감증을 유발함으로써 환경파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우려다.
당장, 배출권을 구매한 사람은 돈만 있으면 환경
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 또
는 돈을 주고 샀는데 환경을 파괴하면 어떠냐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14)
비단 배출권거래제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
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환경정
책 대안들은 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
들이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빈번히 제시하는 배출
부과금제도(환경오염물질 배출에 대하여 일정 요
율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그 대표적인 것이
다. 배출부과금을 기업에게 부과하면 이 기업은
부과금 지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오염물질 배
출량을 줄이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런 경제적 인센티브
가 사람이나 기업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
적인 동인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심리학자들이나 행태경제학 학자
14) 이정전(2011), 『환경경제학 이해』, 서울: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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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들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상의 증거들을 줄줄이 제시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실험 결과는 유아원
에 대한 것이다. 저녁 정해진 시간에 부모들이 유
아원에 와서 맡겨 놓은 아이들을 찾아가야만 유
아원 직원들도 퇴근할 수 있는데, 시간을 잘 지키
지 않는 부모들이 늘 있어서 유아원의 골칫거리였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늦게 아이를 찾으
러 오는 부모에게는 벌금을 부과하였다. 그랬더니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부모의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
려 종전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심리학자가 그 이
유를 캐본 결과, 돈만 내면 되는데 좀 늦으면 어
떠냐는 태도가 부모들의 행동을 바꾸었다는 것이
다.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나 죄책감이 아예 없어져 버린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한번 돈으로 문제를 해
결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돈만 내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굳어지면서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
도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위의 유아원에 대
한 후속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벌금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자 유아원은 벌금을 폐지하여 보았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 셈인데, 그렇다면 늦게
아이를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도 원래대로 줄어
야 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전혀 줄어들
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부모들이
이미 도덕불감증에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유아원
에 늦게 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
이 아예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센티
브 제도로 인해서 일단 도덕불감증에 걸리면 그
도덕불감증은 영속적임을 유아원 실험 결과가 보
이고 있다.
대체로 보면,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
의 효과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최대한 잘 활용하
는 정책대안의 개발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경제
적 인센티브가 인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 악영
향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되먹
임 효과(feedback effect)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
다. 사실, 주류경제학에 대하여 마르크스가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였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마
르크스의 논리를 따르면,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들은 잘 해야 단기적으로 반
짝 효과만 낳을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되먹임 효
과를 통해서 국민을 타락시키며, 국민이 타락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오늘날 심리학자와 행태
경제학자는 이 되먹임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하였
다. 앞으로 마르크스가 말하는 되먹임 효과에 대
한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또한 그럴 것이다.
4. 근본적 문제: 한정된 지구촌,
급속하게 늘어나는“미국인”
시장의 원리가 최대한 지켜지도록 시장을 잘 보
완한다면 환경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경제학
자들의 사고방식에도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
괴는 경종을 울렸다. 아무리 금융시장이 효율적
으로 잘 작동하더라도 금융시장이 소화할 수 있
는 한계 이상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금융시장이 절
단날 수 있다. 아무리 각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행
동하더라도 그 총량적 결과는 사회적으로 비합리
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게임이론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범지구적 환경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에 과부하가 걸림으로 인해
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설령,
경제적 인센티브를 잘 활용한 결과 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더라도 해마다 생산되
고 소비되는 물량 그 자체가 총량적으로 워낙 커
서 환경에 떨어지는 부하가 그 수용능력을 현저
하게 초과한다면 그 결과는 환경재앙이다. 그러
므로 기후변화를 포함한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근
11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총량을 합리
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것이
1992년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 천명된 지속가능
발전 원칙의 속뜻이기도 하다.
《Hot, Flat, and Crowded》의 저자, T. L.
Friedman은 이 지구촌이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단언한다.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
한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그는 모래 위
의 이 도시를 뉴욕 맨해튼의 축소판으로 묘사하였
다.15)
뉴욕의 맨해튼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동네요, 전형적인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가 호
화롭게 펼쳐지는 곳이다. 미국식 생활양식이란 어
떤 것인가? 식구 수대로 방이 있고 방마다 에어컨
이 설치되어 있는 큼지막한 저택, 조그마한 영화
관 같은 거실, 집집마다 두서너 대씩의 자동차, 어
른 손바닥보다 큰 스테이크와 기름진 식사, 각종
최첨단 가전제품 등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소비문
화가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식 소비문화는 석유를 물 쓰
듯 하고 이산화탄소를 소방차 호수처럼 뿜어내는
환경 파괴적 소비문화이며, 맨해튼은 석유를 먹는
하마다. 미국인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으니, 세
계인구의 4.6%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이산화탄
소 배출량이 세계 총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의 모든 나
라가 미국처럼 부자나라가 되려고 경제성장에 박
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문화를 선망하
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중국처럼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중국 대도시의 겉모양은 맨해튼과 별로 다
르지 않다. 고층건물, 백화점, 아파트, 코카콜라
광고, 명품 상가, 햄버거가게 등이 즐비하고, 아
스팔트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
며,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중국 남자들과 미니스
커트를 입은 중국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 역시 석유를 물 쓰듯 하고 이산화탄
소를 소방차호수처럼 뿜어대는 미국식 소비문화
를 추구하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분
의 1도 안 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국에 이
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어디 중국뿐이랴. 인
도, 남미 등 세계 곳곳에 미국식 소비문화가 급속
히 퍼지고 있고 카타르 같은 곳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Friedman은 미국식 생활
양식과 도시화로 세계가 점차 획일화(flat)되고 있
다고 말한다.16)
Friedman의 말처럼 이제 미국식 소비문화와
도시화는 전 세계의 규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렇게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식 소비문화를
추구하면 이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원은 급
속도로 고갈되고 대기 중에 축적되는 이산화탄소
의 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
는 빠르게 높아갈 것이다. 이런 재앙의 걱정 없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현재 미국인처럼 잘 살기
위해서는 지구가 7개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면, 지구촌 모든 사람이 미국식 생활양식으로 맨
해튼과 같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얘기가 된다. Friedman은 이 한정된 지
구촌에 ‘미국인’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촌의 가장 근
본적인 문제이면서 또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
라고 말한다.
15) Friedman, T. L.(2006), Hot, Flat, and Crowde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p. 54.
16) Friedman, T. L.(2006), Hot, Flat, and Crowde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12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5. 과소비, 기후변화와 세계
금융위기의 공통 요인
Friedman의 이 말은 결국 ‘과소비(overcon-
sumption)’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이
다. 문제는 바로 이 과소비가 2008년 미국 금융시
장을 붕괴시킨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소득의 범위 안에서 소비하고 생활하는 것
이 상식이다. 이 상식이 지켜져야만 개인의 경제
는 물론 국가의 경제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하
지만, 2000년대의 미국인들은 이 상식을 무시하
였다. 중산층은 물론이고 심지어 저소득 계층까
지 저마다 부동산을 담보로 빚을 얻어서 흥청망
청 돈 쓰기 바빴다. 그러다가 결국 빚더미에 눌려
서 개인들도 망했고 금융기관들도 망했다. 이것이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괴의 전말이다. 물론, 미
국 정부가 천문학적 금액의 구제 금융을 퍼부어
망한 금융기관을 살려주었지만, 망한 개인들은 그
대로 내팽개쳐졌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고 이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
이 빚에 쪼들려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개인들
을 망하게 만들고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소비를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할 것인가.
“과소비가 미국의 금융시장을 망
친 근본적 요인이었음에도 불구하
고 아직까지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과소비의 개념을 매우 거북스럽게
여기고 있다. 경제학 사전에는 과소
비라는 말 자체가 없다.”
그 대신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말
을 자주 한다. 이 말은 시장에 어떤 상품이 얼마
나 많이 공급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
택에 달려 있음을 뜻한다. 이 말의 밑바탕에는 인
간의 욕망을 주어진 것으로 절대시하는 시장주의
의 희망적 믿음 그리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하
는 존재라는 경제학의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
나 이 믿음과 대전제는 심리학자들과 행태경제학
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이들은 오래 전부
터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상생활의 사례들
을 무수히 많이 발굴한 다음 첨단 두뇌과학 및 신
경과학에 입각해서 그 원인을 밝혀냈으며, 원인별
로 그 사례들을 분류함으로써 체계적 연구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인간의 욕망
이나 선호는 쉽게 바뀌거나 조작된다. 의사가 암
환자에게 수술 받을 것을 권고할 때, “수술 받은
환자의 90%가 5년 이상 오래 삽니다.”라고 말하
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
에 동의하지만, “10%가 5년 이내에 죽습니다.”라
고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매우
꺼린다. 90%가 5년 이상 산다는 말이나 10%가 5
년 이내에 죽는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따라서 합리적이라면 반응도 같아야 하지
만, 실제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5% 당분 포함’주스나 ‘95% 무가당’주스는 당도
가 동일한 주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비자
들은 95% 무가당 주스를 선택한다. 이와 같이 내
용은 같지만 표현을 달리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이 바뀌게 되는 효과가 심리학자들의 반복된 실험
에서 밝혀지면서 프레임 효과(frame effect)라는
전문용어가 나왔고 이에 대한 연구가 행태경제학
에서 중요한 한 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미 오래전부터 이 효과를 알고 있었으며 아주 자
17)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정전(2012),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서울: 토네이도미디어그룹) 참조.
18) Thaler, R. H. and C. R. Sunstein(2008), Nudge, New York: Penguin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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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주 써먹고 있었다.
심리학자들과 행태경제학자들은 프레임효과 이
외에 공짜효과, 미끼효과, anchoring 효과 등 여
러 가지 흥미 있는 효과들을 발견하였는데, 어떻
든 상품의 질이나 가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주
하찮은 요인에 의해서 소비자들의 선호가 이리저
리 바뀌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선택도 휙휙 바뀐
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17)
어느 행태경제학자
는 소비자와 기업가 사이의 거래는 아마와 프로
사이의 게임과 같다고 말한다.18)
프로는 초보 아
마를 마음대로 요리하기 때문에 상대가 되지 못한
다. 소비자와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온갖
판촉 수법에 소비자들은 맥없이 당한다. 그 판촉
수법들이 인간의 보편적 성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온갖 판촉
수법에 휘둘리는 소비자들을 보고 과연 합리적이
라든가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인
가? 설령 합리적이라고 한들 경제학자들의 말대
로 그런 조작 가능한 소비자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해야 할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더욱이나 업계는 광고와 상술을 비롯한 각종 과
학적 판촉수법을 총동원해서 인간의 욕망을 끊임
없이 부풀리면서 지속적으로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나 환경보전주의자들은 미국발
경제 위기가 오기 훨씬 전부터 그와 같이 끊임없
이 부풀어 오르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이로 인한
과소비가 오늘날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같이 인위
적으로 부풀려진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서 시장은 너무나 많은 자연자원을 소모하고 있으
며 또한 너무나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며 환경 위
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과소비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요, 또한 기후변화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소비를 효과적으로 대폭 줄
이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첩경이라는 결론에 이르
게 된다.
6. 과소비 억제가 지속가능발
전을 위한 근원적 대책이다
낭비적 소비: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
사실, 과소비라는 개념이 모호하지만, 합리적이
지 못한 탓으로 현저한 낭비를 초래하는 소비를
과소비라고 일단 정의해두자. 소비는 결국 소비
자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행복의 관
점에서 보면, 과소비란 소비자 자신의 행복을 크
게 증진시키지 못한 채 헛돈을 쓰는 낭비적 소비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정의하면 인간의 합
리성을 굳게 믿는 경제학자들은 그런 낭비적 소비
는 사소하고 예외적이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 대상
도 정책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
나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는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여실히 보이는 계기가 되면서 낭비적 소비
의 일상성을 실증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밝힌
심리학자나 행태경제학자의 연구가 더 큰 힘을 얻
게 되었다.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낭비적 소
비는 이른바 충동구매다.”
합리적 손익계산 없이 순간적 기분에 따라 상품
을 구매하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나서 내팽개치게
된다. 이렇게 금방 싫증이 나서 행복감이 짧은 소
비를 심리학자들은 ‘적응성 소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가전제품과 같은 대량상품들은 우
1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리가 빨리 적응하며 쉽게 물리는 것들이다. 어떻
든 구매 당시에 생각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구
매 후에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충분히 헤아리
지 못하고 충동구매를 하다 보면 실제로 얻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치르게 된다. 그만큼 돈을 낭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적응성 소비는 낭비로 끝나
게 되며, 개인의 낭비가 누적되어 사회적으로 큰
낭비를 낳는다.
“낭비의 원인이 되는 또 다른 유형
의 소비로 이른바 ‘과시적 소비’가
꼽힌다. 통상 과시적 소비는 사치성
소비의 한 유형으로 간주되는데, 사
치풍조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정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좀 다르다. 예를 들
어서, 명품을 사는 이유는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해본 결과 이익이 비용(가격)보다 더 크기 때문이
다. 따라서 명품 구매는 합리적 소비행위요, 따라
서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논
쟁이 시작된다.
과연 사치성 소비가 합리적일까? 소비행태에 대
한 연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유형의 사치성 소비
에 한 가지 공통적인 사항은 남을 강하게 의식한
다는 점이다.19)
남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무심코
남 따라 하기 십상이다. 남들이 명품을 사니까 덩
달아 명품을 사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 흔하다. 이
렇게 무심코 남 따라 하는 소비를 합리적 소비라
고 말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남 따라 하기(herd
behavior)’가 200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투기열
풍, 그리고 19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를 휩쓴 투
기열풍에 불을 지른 요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근
래에는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앞으
로도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학자들
이 남 따라 하기 현상을 너무 경시하다가 2008
년 미국발 금융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질타
도 있다.
설령 남 따라 하기가 없다고 해도 과시적 소비에
는 낭비의 소지가 많다. 과시적 소비가 노리는 ‘과
시효과’의 크기는 주로 남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느
냐에 달려 있다. 남들이 많이 부러워할수록 그리
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과시효과는 커
진다. 그러나 남들 부러워하는 정도나 부러워하는
사람의 수는 너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것이어서
개인의 합리적 손익계산에 잡아넣기가 거의 불가
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입할 당시에 느끼는
과장된 과시효과만을 생각하고 돈을 지불하며, 따
라서 헛돈을 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물론, 과시성이 강한 상품의 경우 생산자가 의
도적으로 공급량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에서 높은
가격이 유지되게 하여 과시효과를 지켜줄 수도 있
다.20)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독과점의
행태다. 독과점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회적 낭
비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과시적 소비의 경우,
공급이 늘어나면 과시효과가 없어지고 공급을 제
한하면 독점이익이 발생한다. 이래저래 과시적 소
비 역시 우리의 행복을 별로 증진시키지 못하면서
돈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살펴본 적응성 소
비와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적응성 소비나 과시적 소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얼마나 클까? 근래 이를 알아
보려는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애당초부터 한
두 번 쓰고 구석에 처박아 둘 요량으로 물건을 사
19)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20)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p.168.
21) 애니 레너드(2011),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 (김승진 옳김), 서울: 김영사.
22)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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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각 가정의
구석구석에 쓸모없이 처박힌 그 많은 물건들은 우
리가 얼마나 생각 없이 쇼핑을 하며,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비의 천국, 미
국에서는 각 가정마다 쓰지 않고 방치된 물건을 쌓
아두기 위한 창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창고를 빌
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창고대
여업이 가장 번창하는 사업이 되고 있다. 1985년
과 2008년 사이에 미국에서 창고대여업은 인구보
다 세 배나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1인당 창고 공
간 면적은 633배 증가하였다.21)
우리나라의 사치
성 소비를 연구한 어느 교수는 우리나라를 “사치
의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22)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치성 소비로 인한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어
떻든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낭비적 소비로 인
한 낭비의 규모가 추정된다면, 지구온난화를 완화
하고 나아가서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의
개발과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
로 이 방면으로도 많은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과소비와 관련하여 앞으로 검증되어야 할 한 가
지 재미있는 가설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합리
적 소비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들이 살기 위해서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알
고 있고, 이것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행복하게 하
는지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손익계산이 비교적
뻔하다. 하지만, 생계수준을 넘어서 소비가 늘어
나면서부터는 무엇이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를 계산하기 어려운 소비품목들이 늘어나
기 시작하면서 손익계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과시 효과를
노린 상품의 경우 합리적 손익계산을 하기 매우 어
렵다.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낭비성 소비를 줄여
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더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과소비 대책
과소비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제학자들
도 인정하는 낭비적 소비가 한 가지 있다. ‘녹색
소비’와 반대되는, 이른바 환경 파괴적 소비가 그
것이다. 보통 사실 거의 모든 소비가 환경 파괴적
이지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환경 파괴적 소비
는 각 소비자의 잘못된 손익계산 탓으로 적정 수
준 이상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거나 폐기물
을 많이 남기는 소비를 말한다. 일회용 상품, 과대
포장된 상품의 소비,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소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체로 환경 파괴적 소비
의 사회적 폐해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회용상품 안 쓰기 운동, 폐기물 재활용운동 등
시민단체들의 자발적 활동도 활발하다. 정부 차
원의 대책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은 환경세
의 부과다.
환경 파괴적 소비에 비하면, 과시적 소비나 적응
적 소비가 사회적 낭비라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
져 있지 않다. 그래서 최근 소비와 행복을 전문적
으로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한결같이 올바른 소
비양태에 대한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가 구체적으로 왜 그리
고 어느 정도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지를 대중
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
홍보만으로는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를 충분
히 감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별도의 대
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조세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소득세 대
신 이른바 ‘누진 소비세(혹은 지출세)’를 부과하는
것이다.23)
즉, 총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를
연간 총 소비액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누진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누진소비세는 소비에 직접
부과된다는 점에서 진짜 소비세라고 할 수 있다.
23) Frank, R. H.(1999), Luxury Feve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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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소득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
나면서 이 소비세나 지출세를 지지하는 경제학자
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조세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계속되
고 있다.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
서 소득 대신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의 이
념이 범지구적 규범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소비를 더 이상 미덕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므
로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비롯한 지속가능발전
을 위해서 낭비적 소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것인가에 대한 많은 심층 연구가 필요하고 이런 연
구의 일환으로 조세구조의 개편 문제에도 주목해
야 할 것이다.
7. 맺는 말:‘세련된’정책
『자본주의 4.0』의 저자, Kaletsky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의 자본주의(자본주의1)가 자유방임
과 보이지 않는 손을 특징으로 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시대였고, 대공황 이후 1970년대까지
의 자본주의(자본주의2)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
극적 개입을 특징으로 하는 “큰 정부, 작은 시장”
의 시대였으며,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1980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본주의(자본주의3)
가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시대였다고 구분하면
서 2008년의 엄청난 시장의 실패가 필연적으로 “
큰 정부, 작은 시장”의 시대를 불러온다고 주장하
였다.24)
허나, 현실은 그의 말과 좀 다른 것 같다.
말만 “큰 정부”의 시대가 왔다고 할 뿐 실제에 있
어서는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큰 정부 노릇을 하
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부채에 짓눌려 있는데다
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커서 각국 정부들
이 ‘큰 정부’에 걸맞게 큰돈을 쓰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많은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
게 재단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돈을 덜 쓰면서도
더 큰 효과를 내는 ‘세련된 정책’이 많이 개발되어
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2
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하
고 쾌적한 화장실 만들기 운동이 일어났다. 화장
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를 자주 해
주어야 하는데, 특히 남자 화장실의 소변 흘리기
가 골칫거리였다. 소변 흘리기로 인한 악취와 불
결을 막기 위해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아
주 손쉬운, 획기적 방법이 있다. 남자의 소변 변기
가운데에 파리를 그려 넣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
분의 남자들은 그 파리를 조준하고 소변을 보기
때문에 소변 흘리기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네
델란드 암스텔담 공항에서 이 방법을 실시해본 결
과 소변 흘리기가 80%나 줄어들었다. 굳이 공권
력을 동원하지 않고 돈도 많이 쓰지 않으면서 그
야말로 조용히 소변 흘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었
다. 아주 사소한 사례이지만, 이 사례에 담긴 정신
을 최대한 살린 정책이 새 시대의 정책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최
근 전력 낭비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절전이 강조
되고 있다. 주민의 절전을 유도하는 한 가지 효과
적인 방법은 전기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다. 이 방
법은 공권력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혼합한 방법이
지만, 국민의 반발과 인플레 우려 때문에 정부가
꺼려한다. 무언가 세련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서부의 어느 지방정부는 각 가정에 실제 전
24) Kaletsky, Anatole(2010), Capitalism 4.0, New York: Public Affairs.
25) Thaler, R. H. and Sunstein, C. R.(2008), Nudge, London: Penguin Book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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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기 사용량과 함께 주민 전체의 평균 전기사용량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평균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쓴 가정의 전기 사용량은 크게 줄었지만, 평균보
다 더 적게 사용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오히려
늘어났다. 그래서 평균사용량을 알려주지 않고 그
대신 평균보다 덜 사용한 가정에는 웃는 얼굴의
그림을 보내고 평균보다 더 많이 사용한 가정에는
찡그린 얼굴의 그림을 보냈다. 이 결과 전기 사용
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고 한다.25)
이런 일련의 예에서 보듯이 아주 사소한 것이 사
람들의 태도를 크게 바꾼다. 예를 들어서 새로 개
발된 에너지절약 방법을 주민들에게 소개할 때, “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당신은 월 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이 방법을 사용
하지 않으면 당신은 월 5만 원 손해를 봅니다.”라
고 표현할 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적으로 사람들이 이익보다는 손해에 훨씬 더 민감
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강제나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람
들을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과 사례
들을 두뇌과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이 수없이 줄
줄이 늘어놓으면서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고,
이들의 연구 결과를 일부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
면서 이른바 행태경제학이 근래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시대의 큰 흐름에 부응하여 두뇌과
학, 신경심리학, 행태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지혜
를 활용하는 정책이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김홍균, 이호생, 임종수, 홍종호(2013), 『환경경제학』, 서울: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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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2012),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서울: 토네이도미디어그룹.
Frank, R. H.(1999), Luxury Feve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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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glitz, Joseph E.(2011), Freefall, New York: W. W. Norton & Co.
Thaler, R. H. and Sunstein, C. R.(2008), Nudge, New York: Penguin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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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07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William Cow-
per)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
들었다”고 말했다. 도시는 인간 의지의 산물이자
도시화와 산업화의 상징이다. 한국의 도시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정보교류의 중심으로서 그 중요
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과거의 경험을 바
탕으로 보면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은 매우 높은 상
관관계를 보였다. 산업화가 확대되면서 노동력과
자본이 도시지역으로 유입되고 대규모 시장과 기
반시설이 제공됨에 따라 일자리와 혁신역량이 창
출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도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
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해온 도시인구는 1990년대에 와서 성장이 둔
화되고 인구학적 특징도 크게 변화되었다. 1990
년에서 2000년 사이 도시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1.8% 감소하여 1960~1990년 사이 30년 동안 매
년 도시인구는 11.9% 증가를 보인 것과는 큰 대
조를 보인다. 특히 도심부 인구 감소는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와 1
인가구의 증가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도시산업구조 측면에서 공업부문은 쇠퇴하고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 이전 등으로 토지이용 패턴
이 예전과는 달리 나타나고 있다. 한편 도시 내 지
역 간 격차(intra-regional disparity)가 심화되
고 있다. 즉 구도심과 신시가지, 전통적 주거지와
신 개발지는 각각 대비되는 지역 간 격차의 한 예
라 할 수 있다. 구도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전통적 주거지역은 물리적 낙후뿐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 수준도 열악한 도시 내 지역 간 격차가 존
재한다. 도시중심부(구시가지, 원도심)의 쇠퇴가
대부분의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
연구소, 2012).
아울러 주거지 분리와 사회적 배제라는 종전 한
국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 새로운 도시현
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민 생활의 질, 도시 서비
스 수준, 물리적 환경 등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
고 있다. OECD 보고서의 따르면 회원국 도시 쇠
퇴의 중요한 요소는 인구감소와 경제기반의 약화
라고 한다(OECD, 2010). 이러한 특징이 한국도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하성규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
1. 문제인식
19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우리나라 도시정책의 과제가 무
엇인지를 개관하고 향후 도전해야 할 대상과 분야
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도시화의 특징과 패턴을 살펴보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향후 풀어야 할 정책과제 및 방향을 생각
해 보기로 한다.
2. 도시화와 경제성장
한국의 경제성장은 세계 유래를 찾아보기 힘
들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였다. 좁은 영토
를 가진 나라로서 인구과밀이 지속되는 상황 속
에서 한국의 1인당 GDP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
했다. 2010년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1인당 국내총생산은
25,051 달러이다. 2007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대한민국이 2050년 1인당 명목 GDP가
90,294 달러가 되어 91,683 달러인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통일
이 이루어진다면 GDP는 2위로써, 미국을 제외한
G7 국가들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Goldman
Sachs, 2007).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이 일본
보다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한국
은 자본력이 부족한 국가적인 특수한 환경에 따
라 독특한 형태의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중소
기업보다는 재벌기업이 주류인 대기업을 축으로
하는 기업경제구조를 세웠으며, 천연자원이 모자
라 가공무역을 핵심으로 삼은 수출주도형 경제성
장정책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수출과 수입에 많
이 의존하는 편이며 1983년부터 세계 조선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현대, 백색가전 세계 1위인 LG, 삼
성전자 반도체 세계 2위, 세계 철강 4위인 포스코
(POSCO) 등의 여러 기업 집단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15개가 한국 기업이다. 한
국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9년 세계
경제위기를 비롯한 일련의 경제 충격에서 빠른 회
복력을 입증하였다.
이런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국의 도시화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경제의 성장과
도시화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
국의 실질 GDP는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약 16
배 증가했으며, 도시화율은 같은 기간 40.7%에서
81.9%로 증가하였다.
둘째,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양극화 현상이다.
인구성장과 경제성장은 주로 대도시와 인접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6대 광역시는 국가 GDP
의 약 46%를 차지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
권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GDP의 49%,
일자리의 50%, 그리고 기업의 47%를 차지하고 있
다. 그러나 대도시가 없고 대부분 농촌지역이 많
은 비중을 차지하는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은 전
체 GDP와 고용에 기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
히 소도시는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역경
제성장 면에서 대도시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셋째, 도시화의 패턴이 선진국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도시화는 개도국의
도시화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대부분의
개도국 도시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이촌향도(移
村向都)현상이 1960~70년대 지배적이었고 가도
시화(pseudo-urbanization, 假都市化) 현상을
보였다. 가도시화란 도시형성 요인인 토지·인구·
건물·교통·산업 등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급속한 도시팽창 현상을 말한다. 가도시
화는 산업성장에 따른 농촌노동인구가 유입된 결
과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농촌경제의 파탄 등으
로 인한 이농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도시형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경제
적 기반 없이 농촌실업자의 증가에 따라 비정상적
0820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으로 성장한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도시화는 선진국의 도시
화와 유사한 패턴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도시인구
의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90
년에서 2000년 사이 도시인구의 연간 증가율
이 1.8%로 선진국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UN,
2009). 그리고 한국도시의 인구 증가율은 1990년
대 초반 이후부터 전 세계 평균 이하로 크게 감소
하고 있는 추세이다.
넷째, 도시의 고용변화이다. 대도시는 임금상승
으로 인해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1)
즉 임금이 저렴한 소도시지역이나 해
외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예
를 들어 서울의 경우 제조업 고용비율이 1975년
에는 36.5%였으나 2005년에는 11.4%로 감소했
다. 이러한 현상은 광역도시인 부산시, 대구시, 인
천시, 광주시, 대전시, 그리고 울산시가 거의 동일
한 패턴을 보인다. 이는 대도시의 산업구조가 변
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섯째, 한국의 인구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
으며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인
구가 감소되는 도시에서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
행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도시 노동력 감소현
상은 해외 인력(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를 잘 나타내는 것으
로써 전체 외국인의 28.6%가 서울시에, 인천시
5.4% 그리고 경기도에 31%로써 65%의 외국인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비숙
련 일자리인 건설, 제조업, 서비스 부문(식당 등)
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지역의 노령화의 심화는
노동력 부족과 경제활동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이 매우 높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화에 따른 도시문제에 대응
하는 한국의 도시정책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
화를 거듭해 왔다. 1960년대 이후 도시개발패턴
은 성장거점전략을 기본적 접근방식으로 채택되
었다. 모든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균형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서울시, 지방의 중심
도시 및 그 주변 지역의 개발에 초점을 두고 진행
되어왔다. 그러나 도시의 외연적 확산과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어 1980년대 초반부터는 지방분권
화와 균형발전전략을 채택하였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집중을 억제하고 기업이주를 촉진하
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균형발전전략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수도권의 인구집중, 부동산 투기문제 등의 문제가
노정되었다. 2000년대에 와서 한국의 도시정책은
도시관리에 초점을 둔 경쟁력 강화로 변화되고 있
다. 예를 들어 “미래도시비젼 2020”은 국토해양
부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 기
후변화, 지방분권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도시정책
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향
후 도시정책의 목표와 전략은 ① 성장동력 배양,
② 도시 삶의 질 향상, ③ 도시 정체성 확립, ④
자연환경의 회복이란 4가지 목표와 10대 전략을
설정하였다(국토해양부, 2008).
3. 미래과제와 도전
▪ 과제
한국도시의 미래과제는 현황파악을 통한 문제인
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도시가 직면한 산업구
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으로 상대적 빈곤과 낙후성을 경험하고 있는 도심
부 및 전통적 주거지역에 대한 현안과제가 도시계
획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원도심은 쇠퇴되고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인천시, 대전
08
1) 총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1990년 57.2%였으나 2007년 21.3%로 하락하였다.
21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시, 광주시 등 대부분의 중규모 이상의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상
대적 발전격차에 문제인식이 선행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도시계획과 정책이 마련되
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설정을 통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능을 도입 또는 창출함으로써 물리·환경
적, 산업·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재활성화 또는
부흥시키고자 하는 도시재생 본질의 이해 및 분
명한 목표 설정이 요구된다. 즉 새로운 접근방식
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향후 도시 업그레이드(Up-
grade) 및 새로운 접근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
민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한국형 미래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즉
한국도시가 미래에 직면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첫째, 사회적 요구이자 세계적 추세 그리고 현
실 진단으로 지구환경 보호, 온실가스 저감, 녹색
성장에 관한 사항이다. 유럽의회는 건물 에너지
절약 지침(EPBD)을 개정, 2019년 이후 모든 신축
건물은 제로(Zero)에너지 주택으로 건설을 의무
화(2009년)했다. 그리고 영국은 2016년 이후 모
든 주택을 탄소배출 제로(Zero)주택 의무화, 미
국은 주택은 2020년까지, 비주택은 2025년까지
제로(zero)에너지 건축을 의무화, 일본은 기존 대
비 15~25%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고효율 에
너지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소요비용의 1/3의 보
조금 지원(2008년)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 건물 에너지 효율은 미흡하다. 정부는 2020년
CO2배출 전망치 대비 26.9%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보다 더 실효성 있는 국토, 도
시, 건물, 교통, 수자원, 해양 분야에 대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철저한 추진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통 인프라구축 및 녹색교통에 관한 사
항으로 저탄소 녹색교통 경쟁력이 부족한 문제이
다. 우리나라의 녹색교통 경쟁력은 OECD 23개
국 중 최하위권인 22위이며. 교통혼잡비는 지속
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0년 19.4조 원이
었던 혼잡비는 2008년 26.6조 원으로 급증하였
다. 교통사고비용도 2007년 15.1조 원, 그리고 물
류비 GDP의 15.6%를 차지하여 일본 8.7%, 미국
10.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물류비 및 교통혼
잡비 증가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의 대응책 마련
이 필요하다.
셋째, 주거수요와 공급에 관한 것으로 노후주
택의 증가와 성능개선의 필요성이다. 특히 도시지
역은 주거수준의 빈익빈 부익부로 양극화가 심화
되고 있어 상대적 빈곤감의 확대가 증폭되고 있
다. 아울러 신 노년층의 등장으로 주거문제의 양
상이 예전과 달리 변모되고 있으며 점유형태의 다
양화 및 공급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및 공급변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과제가 놓
여있다.
넷째, 도시 인프라에 새로운 접근이다. 시민들
의 생명선(life-line)이라 할 수 있는 상수도, 하수
도, 가스, 전력, 통신, 지하철 등의 지역 간, 지역
내 격차해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프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는 도시계획이 선
행될 필요가 있다. 즉 ‘생명+건강+재산보호’ 욕구
증가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2)
다섯째, 도시사회의 갈등 양상이다. 날이 갈수
록 사회적 배제, 주거지 분리, 소득 계층간 양극화
현상의 심화이다. 예를 들어 소득계층 간 주거지
분리가 심해져 소위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게이티
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가 확산되는 양
상이다(Low, 2001; Blakely & Snyder, 1999).
08
2)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 1호선 37년이 경과 했다. 노후화된 시설의 안전망을 구축할 것인가의 과제이다.
22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아울러 외국인거주자, 외국노동자(조선족 포함)
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른 ‘배제와 분리’ 현상은
이제 한국 도시사회에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님비(NIMBY)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단순
한 님비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모습을 보이기
도 한다.
여섯째,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이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과 고령자
주거안정, 일자리창출은 향후 도시사회에서 직면
한 과제이다. 아울러 출산율 저하로 인구의 노령
화 및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성장 동력의 상실은
도시지역에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 및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한 경제사회
제도 개선과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의 과제를 안고 있다.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한국 도시가 직면한 과
제는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속되는 부동산경기 침
체와 향후 부동산경제 부문의 불확실성과 위험요
소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이다. 그리고 세계
의 모든 도시는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
고 있으며 한국 도시들의 경쟁력 확보는 향후 도
시정책당국자들의 가장 중요한 도시계획과 관리
의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도전
살기 좋은 커뮤니티(동네)
향후 한국도시들은 경제적 부담가능하고 환경
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
가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계층의 공존
하며 이질적이고 이기적 도시사회에서 사회적 배
제가 없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희망이
요 도전이다.
살기 좋은 커뮤니티(동네)라는 것은 단순히 커
뮤니티 인프라와 서비스가 적절히 공급되었다 하
여 충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 자본보다
는 사회적 자본이 더 중요한 도시커뮤니티의 구성
요소이고 오늘날 한국도시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
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
로 알려진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의 사업을 통
해 주택의 물리적 향상은 물론 이에 걸맞은 사회
적 자본이 충만하고 사회적 배제가 없는 통합과
사회적 혼합을 적절하게 구가하는 한국형 도시커
뮤니티의 형성이 도시계획과 관리의 중요한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도시민 불편과 불안의 최소화
통신, 에너지, 상하수도, 도로, 대중교통 등은 국
민생명선이라 할 수 있고 주민 삶의 질적 향상에 기
여하게 된다. 이미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재
해의 가능성이 높은 인프라는 시민 불안을 가중시
키고 있다. 안전하며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해야할 것이다. 지하 매설물 성능개선 없이는 대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할 것이고 도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예방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역할 제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기후변화 대응노력 수준은 한국은 58
개국 41위(2012, COP17)3)
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
효율향상노력, 신재생 에너지 분야 노력과 기상이
08
3)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7)에서 세계 온난화를 막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협의 끝에 194개국 대표단은 지난 1997년 기후변화 국제규약인 교토의정서의 시
한을 연장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을 구체화하고,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강제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한 협상을 2015년까지 마무리하고 2020년까지 발효하며 내년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하는
등 크게 4가지 부문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23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변에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00년간 강
수량 17%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87.8%가 풍수해이다. 자연재해 방재시설 보강이
시급하다. 이웃 일본 동경의 대규모 지하 방수로
설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력 있는 도시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를 대변하는 도시
경쟁력 제고가 새로운 도전이자 필수불가결한 도
시관리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 사회·경제·
문화의 중추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문
화의 산업화 전략으로서 창조도시(creative city)
육성, 특히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을 육성
할 필요가 있다(Landry, 2000; Florida, 2002;
Howkins, 2001; Hall, 1998). 지역의 전통과 낙
후된 여건을 문화적으로 승화시키고 신산업, 일자
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창조산업영역이
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도시는 “내발
적 발전과 창의적 환경”이라는 창조산업의 조건
에 주목해야 한다. 유연한 지역경제 시스템, 창조
지원 인프라, 생산과 소비 간 균형발전을 강조한
일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2001, 2007)의 주장
을 참조할 만하다. 그는 창조도시는 기존 경제활
동의 재활성화, 지역상권의 확대 및 재창출, 사회
적 약자 배려 등이 중요한 요소라 지적한 바 있다.
공공의 역할과 규제 합리화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의 합리화 및 시장기
능의 강화가 요구된다. 지난날 정부의 부동산 시
장규제는 배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데 부
분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규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부작용이 발생된다. 만일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면 지역별, 규모
별 차등 규제 및 지원책 강구가 따라야 한다. 시장
기능의 강화는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시장의 기
능이 원활하도록 그리고 민간투자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 및 관리가 필요한 도전과제
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에는 도시계획과 관리
부문에서 공공의 역할정립이 필요하고 민간과 공
공의 역할 분담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역할정립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 거버넌스(ur-
ban governance)의 중요성이다(UN Habitat,
2002). 도시계획과 관리에 있어 시민단체(NGO),
지역사회주민단체(CBO) 참여와 역할확대가 향후
한국도시의 도전과제이다. 특히 민관의 파트너십
구축은 전통적 관료조직이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
을 풀어가는 좋은 대안적 접근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화
도시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자원의 발굴과
관리방안이 창조도시적 발전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력적인 도시브랜드개성 창출과 이의 활
용을 위해, 도시의 문화자원의 도시브랜드개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야 한다(Lucarelli & Olof
Berg, 2011; Kotler, Haider & Rein, 1993). 그
리고 관광객과의 호의적인 관계 구축을 이끌어내
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도시에서 문화공간은 곧 도시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공간은 삶
의 질을 높이고 가치의 폭을 넓히는 거점인 것이
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공간이 대도시 지역에 집
중되어 있어 문화적 수혜의 불평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도시 위주의 문화공간을 중소도시
082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에도 문화공간과 시설을 확보해야 할것이다. 이러
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그 확보의 적정수준을 모색하는 것이다. 도
시의 문화자산은 독특한 도시브랜드 개성을 창조
하며,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원천으로써 도시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선구
자임을 인지해야 한다.
4. 결론: 통합적 접근
한국형 미래도시는 새로운 접근 모색을 통한 도
시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도시
쇠퇴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과 치유의 방법론을 찾
기 위해서는 목표의 재설정이 전제되고 동시 제
도 정비(법 제정 등)가 이루어지며 도시 거버넌스
(governance)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
발한다. 그리고 도시발전을 위한 접근방식은 통합
적이어야 한다.
<그림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X=A+B+C 즉
X: 통합적 도시발전(정비) 모형을 상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도시문제는 복합적 원인임을 감안해야
하고 인프라, 경제, 문화, 환경 등이 상호 연계됨
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도시정책은
메가트렌드(mega-trends) 즉 거대도시화, 노령
화, 친환경적 요구, SNS를 통한 정보공유와 확산
등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도시는 정치적,
경제적, 인구학적, 문화적 등 다양한 변수들의 영
향을 끝임없이 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예측하
고 대응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08
A : 사회/문화-경제적 통합
(social/cultural-economic integration)
B : 환경/인프라-사회적 통합
(ecological/infra-social/cultural integration)
C : 경제-환경/인프라 통합
(economic-ecological/infra integration)
X : 통합적 도시발전(정비) 모형
(A model of integrated urban development(regeneration))
사회/문화 경제
환경/Infra/서비스
A
X
B C
그림 1. 한국형 도시발전(재생): 통합적 접근과 패러다임 변화
25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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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09
서론
시대를 내다보는 선각자가 아니라면, 일생을
한 분야에 몸바쳤다 하더라도 해당 분야의 미래
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속
해있는 한 시점에 함몰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
의 위치와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
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역사
를 되짚어 보고, 과거로부터의 추세를 연장함으로
써,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곤 한
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40여 년에 걸쳐 도시설계
가 어떻게 이 땅에 자리 잡게 되었고,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도시설계를
전망하는 데 있어 첫 번째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통하여 도시설계가 국내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나
타난 문제점들을 진단해보고 향후 도시설계가 해
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날 변화
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들을 감안할 때, 향후
도시설계의 과제는 과거나 현재의 그것과는 또 다
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이러한 추세가 미래에까지 지속
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미래 변화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만 있
다면, 도시설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떤 도전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내는 것도 어
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도시설계의 정착과 발전
도시설계라는 용어가 국내 도시계획에 처음 등
장한 것은 1960년대 말, 늦어도 1970년대 초로
서, 구체적인 시점은 찾기 어려우나, 당시 대규모
공업단지의 배후 신시가지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도시를 설계한다는 의미로 쓰였음을 여러 문헌에
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1970년대 중반 창원
과 반월 신도시가 개발되면서부터는 프로젝트명
으로써 도시설계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의 도시설계는 종래의 마스터플랜 수준에서 보다
구체화된 설계, 도시경관에 대한 방향 제시 등 현
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도시설계의 개념과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같은 측면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안건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7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28
만 보면 도시설계는 신도시계획과 뿌리를 같이 한
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제도로서의 도시설계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을 전후로 외국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하고 온 전문가들이 등장했으며,
제도적으로도 도시설계를 도입시키기 위한 준비
가 시작되었다. 도시설계의 제도화는 처음에는 기
존 시가지의 환경 개선을 위해 별도의 강화된 기
준을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1980년
「건축법」 8조의 2로 시작하여 수많은 변화를 거
친 후 현재는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도시계획체
계 내 한 위상을 가지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안에 독립된 장으로 위치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정착된 도시설계의 경우 실제 건
물과 공간 환경을 직접 설계한다기보다는 바람직
한 방향으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와 지침
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러나 등장한 배경을 볼
때, 도시설계가 기존 시가지의 공간 환경의 문제
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에서 ‘제도’로
서의 도시설계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개선된 공
간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도시설계라 볼 수 있
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전술한 두 가
지 유형의 계획방식이 모두 도시설계로서 받아들
여지고 있다. 즉,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선두로
special zoning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지침으
로써의 설계, 그리고 비교적 큰 토지 위에 여러 건
물의 설계가 이루어지거나 공공공간이 개발될 경
우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로써의
설계, 이 두 가지 유형의 계획방식이 모두 도시설
계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
현행 도시설계의 한계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설계는 스케일이 큰 신도
시 계획에서 출발하여, 그 범위가 기존 시가지 환
경개선에까지 확장되어 온 만큼, 발전과정은 미
국과는 다르다. 특히 신도시 및 신시가지 개발이
도시개발의 중심을 이루었던 시대적 배경하에서
도시설계가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지역에서의 도
시설계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규모 건축
설계라기보다는, 주로 건물설계의 방향을 제시하
는 지침으로써의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
우리의 도시설계가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
해 온 데는 전문가 교육 시스템과 관료조직체계
도 큰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전문가 교육체
계의 경우 미국과 달리 도시계획을 학부과정에서
전공하게 하여 도시계획전문가를 양성해 왔으며,
건축에서 도시설계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이에 도시계획(또는 도시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주로 도시설계를 담당해 온 관계로 도시설계의 성
격과 내용이 미국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도시설계 제도의 정착과정에서도 건축을 관장
하는 부서에서 처음 도시설계 제도화를 시도했지
만 결국에는 도시계획 관장 부서의 소관으로 이전
되면서 도시계획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었
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시설계
라 함은 대체로 건축적 공간 설계보다는 도시계획
규제의 한 형태로써 인식되어 왔으며, 큰 스케일
의 공간설계는 대부분 민간개발로서 도시설계가
아닌 건축의 일부로 간주되어 왔다.
물론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도시설계가 지난 30
여년에 걸쳐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로서의 기능
만이 강조된 도시설계는 좋은 도시환경을 직접 조
성하기에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결
국 역세권계획, 쇼핑몰, 용도복합단지 등 도시설
계 프로젝트에 속하는 다양한 일들이 건축가들만
의 일로 간주됨에 따라 도시설계가가 활동할 수
28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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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영역이 축소되었다. 따라서 향후 도시설계가
하나의 전공분야로써 보다 탄탄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지침 만들기와 건축적 설계의 이원화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즉, 미래의 도시설계는 도시
형태의 관리계획으로서의 도시설계와 큰 스케일
의 도시적 공간설계로서의 도시설계 모두가 고려
되어야 한다.
도시설계 수요의 감소
지금까지는 정부가 제도적 차원에서 도시설계
를 확대 적용케 함에 따라 대부분의 도시개발사업
이 의무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
러한 계획정책이 도시설계 발전에 큰 도움을 주
었다. 특히, 지난 30년간 수많은 신도시들이 개발
되었고, 재건축·재개발 등이 이루어지면서 도시설
계 시장이 확대되고, 따라서 도시설계를 전문으
로 하는 민간회사와 많은 도시설계 전문가가 배
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설계가 활동할 수 있는 시장 조성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신도시 및 신시
가지의 개발은 2000년대에 이르러 주택 공급과잉
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특히 4~5년 전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
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
하였으며, 이는 곧 신도시개발을 위축시켰고, 재
개발, 재건축 시장 또한 얼어붙게 만들었다. 뉴
타운 사업들이 속속 취소되었고, 이미 시작한 신
도시나 신시가지 개발사업들도 연기되거나 규모
가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설
계 전문가들의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
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상되는 인구추이나 주택
수요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신시가지와
신도시의 개발수요가 사라지거나 감소할 것은 분
명한 사실이다.
도시환경의 사회·경제적 변화
그렇다면 신도시와 신시가지 개발에 의존해 왔
던 도시설계는 앞으로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
고, 또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대학에
서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
들은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날 이슈가 되
고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무엇인지, 앞으로 도
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에 대해 도시계획
과 도시설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
해보아야 한다.
최근의 사회 변화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평균 수명
이 연장되고 출산율이 저하됨으로써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으
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대에 전체
인구 중 7.33%를 65세 인구가 차지함으로써 유
엔이 정의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
입하였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은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
로 보이며, 이에 따라 노인빈곤, 노인건강 등 노인
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사회문제들로 인해 새로운
도시 환경에 대한 필요성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
측된다. 소형평형이나 실버타운 등 고령자를 위한
주택, 지역사회의 의료 및 복지 시스템이 기능적
으로 연계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등 기존의 도시
와는 다른 고령친화적인 새로운 도시 환경의 구축
이 필요해질 것이다.
29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30
또 다른 사회적 변화로써 도시민들의 소득 증가
와 생활수준의 향상 역시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
운 도시 환경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삶
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건강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에 대
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양
적인 개발과는 다른 질적인 개발을 요구하고 있
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여가시간
의 증대 등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꾸
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업지역의 경우
에는 단순히 상품매매만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문화와 경험을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복
합적인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특화거리와
같이 문화와 예술이 싹틀 수 있는 다양한 도시공
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범
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살인, 강
간, 강도, 절도, 폭행 등 5대 강력범죄의 경우 그
발생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도시에서 발
생하는 강력범죄의 경우 범죄에 취약한 환경적 특
성을 지닌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범
죄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적인 측
면에서의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으
로는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
되어야 하며, 도시설계적 차원에서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감시킬 수 있는 방안들
이 적극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폭설, 폭염 등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특수한 재해
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해들은 도시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 대
부분의 경우 애초에 방재 개념이 제대로 적용되
지 않았을뿐더러 지금과 같이 재해의 양상이 변
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의 도시 환경은 이 같
은 기후 변화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일정 지역에 강우가
집중되는 국지적, 돌발적 폭우는 그 발생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현대 도시 대부분
의 경우 도시 표면이 투수율이 낮은 재질로 구성
되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강우가 집중될 경
우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지하상
가, 지하철, 반(半)지하 주택 등의 도시 지하공간
에서는 큰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
다. 이러한 재해에 보다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서는 방재개념이 도입된 도시설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도시개발과 무분별한 도시 확
산으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 소비, 탄소 배출은 지
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등 수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
들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1992년 리우회의 개최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ESSD)의 이념이 도시계획
분야에도 적용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게 되었는데, 특히 에너지
부문의 경우 도시의 공간구조, 토지이용, 교통체
계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도시계획·
설계 측면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추어 도시
계획에 관한 제도적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제도와 틀
은 더 이상 현대 도시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60여 년
간 도시계획의 기본이 되어왔던 용도지역지구제
또한 최근 들어 도전을 받고 있다. 과거의 용도지
30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31
역지구제는 모더니즘 시대에 적합한 도구였으며,
지금과 같은 창조도시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내용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근래 경직된 용도지역제를 수정하려는 일련의 노
력이 시작되고 있다. 계획 체계가 변하게 되면 도
시설계 역시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제도
적 측면에서의 도시설계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수
정과 보완이 불가피하다.
도시설계가 역할의 변화
도시설계가의 역할도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과 재
건축·재개발 사업 대부분의 경우 소수의 전문가와
공공이 주도하는 하향식 개발이었으나, 최근에는
지역 주민이 자율적 의사를 갖고 해당 지역의 실
질적인 문제들을 적극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상향
식 개발에 많은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이러
한 계획 방식은 기존의 개발 과정에서 초래된 전
통적인 도시조직의 파괴, 지역의 정체성 및 장소
성의 상실, 지역공동체 해체 등에 대한 대안 중 하
나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주민참여형 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하향식 개발에서 상향식 개발로의 이행은 계획
과정에 참여하는 도시계획·설계가의 역할에도 변
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 행정, 전문
가 간의 연계와 협력이 가장 중요한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도시계획·설계 전문가는 주민 교육을 바탕
으로 마을만들기에 대한 지역주민의 전문성 부족
을 완화시키는 한편,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에 대
한 문제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
시할 수 있도록 매 단계마다 방향을 제시하는 코
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소통
과 의견조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참여 주체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지속적·적극적으로 계획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
지난 40여 년 동안 급격한 도시개발 과정 속에서
도시설계가 활동해 왔던 시장은 그 영역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또한 공공 주도의 개발사업이 위
축되면 지금처럼 정부가 지원하고, 보호해 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이미 존재
하는 시장 속에서 도시설계의 역할을 찾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적극 창출해냄으로써 도시
설계가 스스로 생존해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설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
엇인가?
첫 번째는 영역의 확대이다. 지금까지 지구단
위계획에만 의존하던 도시설계의 영역을 주변 분
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공간계획 분
야에서도 서비스의 융·복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
에 한 가지 기술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가 없다. 도시설계가는 큰 스케일에서는 국토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작게는 건축도 손 댈 수 있
어야 한다. 또한 도시계획은 물론, 부동산개발, 사
업기획 등에 대해서도 이해는 물론,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데,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같은 과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까지도
적극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 주민들을 교육
하고 이끌어, 함께 마을과 부락을 만들어가는 일
도 장래에 도시설계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영역
일 것이다.
두 번째는 기술의 확대이다. 도시설계가 디자인
이 중심이 되는 분야라고 해서 기술을 무시해서는
31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32
안 된다. 앞으로 변화하는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서는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도시설계
에서의 에너지 절약기술은 신도시설계에서나 단
지설계에서도 매우 요긴한 기술이다. 도시의 구
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또 토지이용을 어떻
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도시 에너지 사용량이 달라
질 수 있다. 단지설계에서도 건물의 배치, 연결,
녹화 등에 따라서 에너지 소비 절감형 설계가 가
능하다. 그밖에도 노인, 장애자 등 특수 이용자들
을 위한 환경설계기술,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
는 설계기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기법 등
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시장의 확대이다. 이제 우리나라 시
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
라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
는 도시설계의 노하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경쟁
력을 갖는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경험은 국외에서는 별 효
용이 없을 수도 있다. 해당국의 제도와 관행, 문화
와 관습, 시장상황 등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데이
터 수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 진출을 위해서
는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국제적 기준에 맞
는 계약과 분쟁 시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대처능
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 언어에 대한 최소한
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결론
이제 80~90년대부터 광풍처럼 불어 닥친 개발
의 시대는 저물어간다. 도시설계를 포함한 모든
공간계획은 커다란 전환점에 다다른 셈이다. 앞으
로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고, 새로운 시장이 열
릴 때까지 도시설계 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기간에 도시설계
전문가들은 큰일보다는 작은일, 명분보다는 실리
를 얻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며,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가 발전하고 안정될수록 시장에서의 불루오션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호경기와 불경기는 늘 반복되는
것이고, 어둡고 긴 터널이라도 항상 끝은 있기 마
련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바다에 도달하듯이, 현재의 작은 일들은 찾
아내서 모아가면 결국에는 불루오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
32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5우리의 공간적 삶은 ‘머무름’과 ‘떠남’으로 양분
되는 것 같다. 전자는 거주, 고향, 일터 등으로 연
상되는 일상적 정착의 공간, 후자는 이동, 출장,
여가 등으로 연상되는 탈일상적 여정의 공간으로
귀착된다. 조경은 일상적 거주의 공간을 안정되고
건강하게 가꾸고 일상을 떠나서 방문하는 여행의
공간을 이색적이고 풍요롭게 연출하여 왔다. 한국
의 미래 공간수요를 예측할 때,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자의 주거공간의 수요는 안정 내지 축소되어 가
고 있는 것으로, 후자의 산업적 수요인 관광공간
의 수요는 인구 전반의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2006, 문화관광부).
조경의 미래수요는 이들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만
족시킬 수 있는 관광자원의 발굴과 조성에서 발견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조경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는 올해 8
월 17일 개장 120일을 맞아 그간 262만 3,376명
이 입장해 목표 관람객 400만 명의 65.5%에 이르
렀다고 밝혔다(뉴스1코리아 인터넷 보도). 아마도
이러한 기록은 한국에서 행해진 역대 박람회 중
최고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정원박람회가
전체 마스터플랜에서 세부 정원설계, 관리운영에
이르기까지 조경전문가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재인식할 때, 이러한 예상을 초월하
는 수요폭증 현상의 원인과 파급효과, 대응방안의
분석은 최근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경의 미
래에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대 이상 관람객 유치 성공의 배경에는 ‘순천
만’이라는 대한민국 생태보고의 입지적 탁월성과
박람회 준비 및 진행의 치밀함에서도 찾을 수 있
겠지만, 외적 요인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인구학적
구조도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구학적 추계
에 따르면 약 10년 뒤부터 한국사회의 고령화에는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는
데, 벌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전반적으로 증
가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1963
년생의 한국전쟁 전후 인구폭증세대로 현재 우리
나라 평균 은퇴시기인 55세의 전후 세대이다. 이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 들어가며:‘순천만’현상?
33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미 1997년 IMF 사태 이후 서울근교의 온 산들이
등산객으로 넘쳐나는 것을 경험한 바도 있었지만,
최근에도 등산객이 급증하고 있고 단기 국내관광
상품은 없어서 못 파는 세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
들 은퇴세대로 인한 국민여가행태의 전환이 순천
만정원박람회의 대박 관람객 수에서 나타나고 있
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시대를 넘은 고령시대로 65세 이상의 인구
가 전체 인구의 약 14%인 712만 명에 해당한다
고 추산한다. 앞으로 십 년 남짓한 미래에는 20%
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한다. 이들의 은
퇴 후 세수축소와 복지비용 증가, 노동생산성 위
축, 주택시장 악화 등 어두운 면들이 많이 예견되
고 있지만 여가 시간이 가장 많은 이들 세대가 바
라고 즐겨야 할 환경복지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적 과제이다.
이들의 평균자산은 약 3억 8천으로 은퇴 이후
경제규모로는 대체로 기본적인 생활유지가 빠듯
하거나(46.2%), 약간 여유 있는 수준(29.7%)이다.
은퇴 후 희망 노후생활은 취미생활(42.3%), 소득
창출(18.6%), 자원봉사(16.8%)의 순으로 나타나
고 있다(서울대 베이비부머 패널연구팀, 2010 조
사). 결과적으로 이들 중 40~50%는 어느 정도 여
가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의지를 갖고 있
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여가 시장에 떠오르고 있
는 유사 이래 가장 큰 동질적 고객 집단으로 인
식되고 있다. 관광학계에서는 이들의 등장을 ‘뉴
시니어’라고 부르며 이들이 핵심관광 소비계층으
로 등장하는 것을 지배적 트렌드 중의 하나로 보
고 있다(심원섭, 2010). 이들은 일상적 여가 시간
에는 집 근처의 공원이나 근교의 산에서 산책과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런 일상적
여가 공간들도 이미 포화상태로 추가공급이 필요
한 실정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더
욱 본격적인 고품격 관광 여가의 장소를 희구하
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또한 국가·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밝힌 ‘미래관광의 7대 트
렌드 변화’를 보면, 관광자원의 새로운 주제로서
‘문화(culture)’와 ‘체험학습(edutainment)’, ‘마
음학습(soul)’이 1, 2, 3위로 나타나고 있다(주영
민 외, 2011). 즉, 이들 떠오르는 새로운 관광고객
집단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받고 결국은 마음의 치유를 통해 삶의 용
기를 북돋울 수 있는 새로운 관광기반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광의 트렌드가 반영된 보다 본격적 여
가활동 공간의 필요성을 앞서 ‘순천만’의 성공사
례를 통해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순천만의 경우
는 그들이 바라는 풍요로운 자연과 생태경관, 다
양하고 창조적인 세계정원문화를 찾아볼 수 있음
은 물론, 실용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시
대적 관광트렌드가 반영된 적절한 관광이벤트로
서 호응을 받은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나는 이러한 신 관광소비계층으로서 ‘뉴 시니
어’의 등장과 그들과 더불어 국민들이 요구하는
미래형 관광명소의 창조가 조경의 새로운 블루오
션이라고 본다. 이 글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최
근 관광트렌드와 부합되는 관광자원창출의 논의
전개를 위해 축제형 관광공간을 대조적인 두 성격
의 유형으로 나누어 사례를 비교 고찰하고 앞으로
우리 국토환경에서 발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림 1.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찰스젱크스, 순천호수정원
3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2. 축제의 두 유형: 굿과 제의
관광이라고 하면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비일상
성의 추구이다. 이러한 비일상성이라는 것은 일상
의 생활과 대비되는 이색적 환경과 상황과의 접촉
을 추구하는 것이며 활동적 이벤트로 보자면 일탈
을 목표로 하는 축제와 관련이 있다. 즉, 사람들은
관광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축제
적 체험을 원한다. 일상의 실용적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별세계인 축제적 경관
과 행위를 찾아가는 것이 관광의 본질이며 목표라
고 할 수 있다. 축제를 우리말로 하자면 잔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공동의 축제에는 두 가지
의 형식이 있었다. 샤머니즘에 기반을 둔 토속적인
대동굿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유교적 교리에 기반
을 둔 엄숙한 형식의 제의가 있다. 전자는 화려하
고 떠들썩하며 구경거리가 많아 흥분을 유발하는
카오스적 엑스터시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더욱 내
성적, 성찰적이며 자제와 긴장을 통한 구도적 승화
를 지향한다. 이 두 가지 잔치는 매우 대비적 성격
이지만 모두 우리 정신의 양면성에 대응함으로써
두 유형 각각이 정신의 치유와 고양에 효과적이며
상보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광행위가 축제적 상황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도 앞서 축제의 두 가지 상반된 유형을 적용하여
동적 유형과 정적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나
는 관광이벤트에 있어서 양자의 대표적 예로 ‘정원
박람회’와 ‘환경예술제’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경이나 경관 미학의 산물로
창출된 것이다. 이들 각각의 성격은 화려함과 고요
함, 감각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 떠들썩한 즐거움
과 쓸쓸한 성찰, 인접도시와의 공간적 연장과 격리
등으로 대비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환경을 주
제로 한 축제로 볼 수 있지만 공통점과 함께 대비
점을 갖고 있어 앞서 굿과 제의의 대비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3. 정원박람회: <2013 함부
르크 국제정원박람회>의 예
정원박람회는 산업혁명 이후 런던 만국박람회
(1861)로부터 시작된 박람회 열풍에 따라 런던 켄
싱턴에서 열린 정원박람회(Great Spring Show,
1862)와 유명한 파리국제장식미술박람회(1925)
를 거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본다. 이후 1990년
대로부터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정원박람회는 새
로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잠재력이 있
으나 방치되어 있는 도시외곽지를 대상으로 개최
함으로써 동시에 지역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였다.
1932년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쇼몽 국제정원박람
회, 영국의 첼시플라워쇼, 독일에서 1993년부터
시작된 슈투트가르트 정원박람회 등이 대표적 사
례이다. 특히 슈투트가르트 박람회는 지속적 박
람회를 통해 8km에 달하는 9개의 공원을 연결하
여 도시의 녹지체계를 완성하고 도심을 가로지르
는 바람길을 형성하게 되었다. 가까이 일본에서
1990년 열린 오사카 국제꽃박람회는 쓰레기 매립
장에 조성되어 후적지가 원형보전 관리되어 이후
일본 최대의 도시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제정원박람회의 공식적 인증기구는 네덜
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
(AIPH)’로 과거 50년간 국제정원박람회 인증 건
수가 1960년대 ~ 1990년대까지는 매 십 년 단위
로 3~4건에 불과하였던 것이 2000년~2009년까
지는 12건, 2010년~2017년(예정포함)까지는 14
건에 이르고 있어 2000년 이후 비약적 증가추세
를 보이고 있다. 이는 탈근대적인 문화감성의 대
두와 함께 국제정원박람회가 갖는 관광산업적, 환
경보전적, 지역재생적 효과가 국제사회에서 객관
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
원박람회가 붐을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는 격
35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년마다 열리는 국제원림박람회가 2013년에 <
제9회 북경 국제원림박람회(the 9th China-
Beijing International Garden Exposition,
2013.5.18~11.30)>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이
와 함께 료녕성 진초우시(金州市)에서도 세계조
경연맹(IFLA)과 공동으로 <진초우 세계경관예술
박람회(Jinzhou World Landscape Art Expo-
sition, 2013.5.10~10.30)>를 열고 있는 중이다.
그보다 약 한 달 먼저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50
년 전통의 10년 주기 행사인 <함부르크 국제정원
박람회(International garden Show Hamburg
2013.4.26~10.13)>가 열리고 있다. 순천만박람회
(111만 ㎡)와 비교하여 함부르크박람회는 거의 같
은 면적이고, 북경박람회는 약 2.4배, 진초우박람
회는 약 3배에 달하는 공간규모이다. 순천만박람
회는 ‘생태벨트(Eco Belt)’라는 주제를 택해 하늘
이 준 천혜의 정원 순천만의 자연생태를 도시개발
로부터 보전한다는 거시적 역할을 선언하고 있고
그것이 다른 국제정원박람회와 차별성을 갖게 하
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나 이것
이 박람회 내부 각 정원의 개념과 표현으로까지
연결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 아쉬운 인상이다.
북경은 특별한 주제를 내걸고 있지는 않으나 아마
도 이번에 세계 초유의 영구시설인 국립 ‘중국원
림박물관(총면적 50,000㎡)’을 박람회장 안에 조
성해놓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진초우는 ‘세계는
정원이다’라는 주제로 세계의 조경가들이 설계한
20개의 대형 현대정원들을 조성해 놓았는데, 순천
과 북경의 전시에서 세계 각국의 전형적 전통정원
들 위주로 전시했던 것에 비해 현대작가들의 예술
성을 감상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함부르크는 ‘80정원 속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를 대주제
로 내걸었고 이를 ‘항구의 세계’ 등 7개 세계의 소
주제들을 통해 체계적인 공간구성을 전개해 가고
있다. 이는 쥴베르느 원작의 ‘80일간의 세계일주’
라는 소설을 패러디한 것으로 함부르크라는 항구
도시의 이미지와 박람회의 주제를 결합시켜 흥미
를 유발시키려는 효과적 발상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이들 박람회장의 대상지 대부분은 대도시
교외지대 미개발지를 택해 지역재생의 기폭제 역
할을 하게 하였으며 특히 강의 하구(순천만, 진초
우)나 강 속의 섬(함부르크) 등 생태적으로도 다양
하면서도 배후도시와는 어느 정도 격절된 곳을 택
해 세속과 어느 정도 절연된 이상향의 기본구조
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여러 지면을 통해 소개
되었으므로 본고에서는 함부르크 국제정원박람
회를 사례로 그 입지와 기획의 차별성을 살펴보
려고 한다. 1963년부터 약 10년 주기로 개최되
어 온 <함부르크 2013 국제정원박람회>의 공식명
칭은 ‘IGS (International Gardenshow) Ham-
burg 2013’이다. 대주제로 ‘80 정원으로 세계일
주(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를 내걸
고 4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소
주제이자 구역별 주제로는 ‘항구의 세계(5개 정
원)’, ‘종교의 세계(5개 정원)’, ‘물의 세계(18개 정
원)’, ‘문화다양성의 세계(10개 정원)’, ‘대륙의 세
계(16개 정원)’, ‘자연의 세계(5개 정원)’, ‘활동의
세계(11개 정원)’ 등 7개 구역별로 설정하여 80개
의 정원을 배분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여 개별정원의 설계는 독일
전역(함부르크와 베를린, 본이 중심)의 설계사무
실들과 작가들, 소수의 외국 작가와 학생들이 참
여하고 있고, 시공과 관리는 ‘정원·조경협회(Ihre
Experten fűr Garten & Landschaft)’가 주도
하고 있다. 기쁜 점은 한국 서울시립대 대학원 신
준호 학생의 화성의 정원을 주제로 한 ‘우주정원
(The Interplanetary Garden)’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람회장은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강 속
의 섬인 Hamburg-Wilhelmsburg에 위치해 있
36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다. 일종의 강과 바다 사이의 저습지인 이곳은 지
하수위가 높은 지질구조상 개발이 지연되어 왔었
던 곳이고 본격적 도시개발 대신 대규모의 ‘분구
원(Klein Garten)’ 단지가 대상지 전체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해오고 있던 곳이다. 따라서 운하나
호수 등 수경요소를 조성하기는 쉬웠고, 분구원
의 집단정원들은 일종의 박람회장의 녹색기반시
설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다. 함부르
크는 초기의 정원박람회로부터 계속해서 박람회
장을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개최하여 전략적으
로 후적지를 도시공원으로 활용하여 왔으며, 이번
박람회도 출품되었던 정원을 최대한 보존하여 공
원의 구성요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7개 소주제와 소주제별 구역의 구성은 함부르
크 정원박람회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중
에서 핵심 소주제는 선도주제로서의 ‘항구의 세
계’가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물의 세계’와 ‘대륙
의 세계’가 각각 가장 많은 18개와 16개의 정원으
로 구성되어 있다. 박람회의 진입부에 위치한 ‘항
구의 세계’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쥴베르느의 저
명한 소설을 원전으로 한 것으로 주인공이 80일
간 세계를 일주할 때 방문한 런던에서 리버풀까
지의 주요 항구들을 개별 정원으로 꾸며 그 지역
성을 표현해 놓았다. 즉, 인도 콜카타는 ‘차’를, 상
하이는 ‘면화’와 ‘태호석’을, 리버풀은 ‘비틀스’를
표현하는 등등이다. 전체 박람회 정원들의 일관된
특징이기도 했지만 각 정원은 식물재료 외에 일상
적 오브제를 활용해 설치미술적 표현을 적극적으
로 도입하고 있어 조경의 기법의 확장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물의 세계’는 함부르크와 현 대상지
의 환경적 특징을 살려 수경의 다양한 조경적 이
용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환경자원으로서 수
자원 고갈을 경고하는 등의 교육적 측면도 놓치
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의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박람회가 단순히 구경거리에 그치
지 않고 공공적, 지적 담론의 매개체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 ‘대륙의 세계’는 여느 국제 정원박람회
에서도 중심주제로 다루어지는 세계 각국(여기서
는 문화권별)의 지역성과 문화를 경관을 통해 표
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정원은 미국
의 캔 스미스가 설계한 ‘아메리칸드림 정원’이라
는 팝아트적 정원으로 카지노를 연상시키는 평면
구성의 중심에 ‘Dream-opoly(꿈의 독점?)’을 키
워드로 하고 그 주변부를 돈, 기회, 교육, 골프(그
린), 풍요(캐첩병) 등을 글자와 그림, 오브제로 배
치하여 미국문화의 세속적 욕망을 풍자적으로 표
현하고 있다. 특히, ‘문화다양성의 세계’에서는 주
로 시민참여를 통한 정원이나 특히 다문화 가족들
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어 정원을 통한 사회적 통
합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활동의 세계’는 최근
새로운 조경의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포츠와
놀이공간의 혁신적 설계시도를 볼 수 있으면서 가
족과 동반한 어린이, 청소년들의 기호를 충족시켜
주기도 하였다(igs2013, 2013, In 80 Gärten um
die Welt, Hamburg).
전반적 표현의 경향은 여러 나라에서 정원박람
회의 초기에 시도하는 각국 전통정원의 나열적 전
시보다도 세계 여러 지역의 현시점의 문화와 사회
적 문제들을 다양한 재료와 오브제의 추상적 표현
을 통해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
하고 있었다. 여기서 정원박람회를 대하는 그들
의 축적된 역사적 저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향
후 한국의 경우에 여러 면에서 교훈이 될 수 있었
다고 생각된다.
그림 2. 함부르크국제정원박람회, 항구의 세계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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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4. 환경예술제: <세토우치 국
제환경예술제>의 예
환경과 예술을 결합하여 메시지가 있는 경관으
로 창출하는 환경예술은 멀리는 20세기 말의 대
지예술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충실한 축제의 형태
로 정립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보인다. 유명
한 것으로는 1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스코틀랜
드환경예술제(EAFS)>가 있고 경관환경과 건축,
현대미술이 결합된 본격적인 환경예술제인 일본
의 <세토우치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
가 있다. 국내에도 환경예술제의 이름을 붙인 몇
몇 예술제(민통선환경예술제, 시화환경예술제, 부
산국제환경예술제 등)가 있으나 대개 소규모, 저
예산의 지역행사로 그치고 있는 편이어서 본격적
인 수준 아래이며 관광자원으로서의 파급력도 매
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의 지
역입지적 공통점은 해안(스코틀랜드, 부산, 시화)
이나 바다와 섬(세토우치), 생태역사적 민감지역
(민통선) 등 경관적으로 잠재력을 갖고 있었으나
방치되어 있거나 개발에 의해 훼손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코틀랜드 국제환경예술제>가
펼쳐지는 대상지는 ‘덤프리와 갤로웨이(Dumfrey
& Galloway)’라는 해변가 지역으로 고대의 거석
문명과 헨리 무어의 대지를 배경으로 한 조각작품
들, 그리고 대지조각가 앤디 골스워시의 작품들,
찰즈 쟁크스의 ‘우주적 명상’의 작품들이 산재한
지역이기도 하여 환경예술제 대상지로서는 경관
기반이나 역사문화적으로 최적지이고 출품작의
수준도 높은 편으로 보이기는 하나 총 4일의 매
우 단기간 행사로서 본격적 국제행사로 보기 어렵
고 그로 인한 관광유발 효과도 매우 의심되는 사
례라고 보인다.
여기서는 2010년에 일본 시코쿠의 세토 내해(
內海) 바다에 위치한 나오시마(直島) 섬을 중심으
로 시작하여 2013년에 3년 주기 환경예술제로 공
식화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중심으로 광역
의 바다와 섬들을 대상지로 한 본격 환경예술제의
개요와 그 의의를 살펴보려고 한다. 세토내해는
일본열도가 감싸 안는 지중해와도 같은 바다로 바
닷물결이 잔잔하고 수많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
져 있어 일본열도의 자궁(子宮)이라고도 불린다.
세토내해의 아름다움은 에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
대를 거쳐 전 세계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근대를 거치면서 이 지역의 섬들은 공해물
질을 내뿜는 제련소들이 곳곳에 지어지고 산업폐
기물들을 불법으로 매립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
고 소수의 노인들만 남아있는 황폐한 낙도들이 되
고 말았다. 그런데 이 지역이 일본의 한 양심적 기
업인의 헌신적 노력으로 새로운 현대예술의 명소
로 떠오르고 있다. 정식명칭 <세토내해국제예술
제2013(Setouchi Triennale 2013)>이 금년 봄,
여름, 가을의 3계절 동안 세토내해 바다의 ‘나오
시마’를 비롯한 7개의 섬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
다. 사실 ‘세토우치예술제’는 원래 2010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4개월간 국내외인 93만 8천 명의 방
문을 기록하면서, 그 예상외의 성황으로 3년 주기
의 예술제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기업인은 후쿠타케 소이치로(베네세홀딩스
이사장/후쿠타케재단 이사장)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색다른 문화사업 기획을 통해 근 30년에
걸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 지역을 재
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사업의 중심지
는 ‘나오시마’라는 거점적 위치의 섬이고 총괄 건
축가이자 아트디렉터는 안도타다오라는 인근 오
오사카 출신의 국제적 건축가이다.
안도는 후쿠타케의 요청으로 나오시마에 ‘베네
세하우스미술관 및 호텔(1992)’, ‘지추미술관(地
中美術館, 2004)’, ‘이우환미술관(2010)’의 세 미
술관을 지으면서 이 섬과 인근 해역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인근의 이누지마(犬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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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에 ‘세이렌쇼(제련소)미술관’을 짓고 역시 이웃 섬
인 테시마(豊島)에도 ‘테시마 미술관(2010)’을 오
픈하고 동시에 세토내해의 섬 총 일곱 군데에 미
술작품들을 설치하면서 첫 번째 ‘세토우치예술제
2010’을 개최하게 되었다. 안도가 총괄디렉터이
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건축물들이
이 미술축제의 뼈대 역할을 하였다.
여기서는 나오시마 섬을 중심으로 예술제의 여
러 성격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물들은 지금
언급한 여러 미술관들을 한 축으로 하는 것을 한
축으로 하고 그 외에 여러 섬마을들의 기존 폐가
나 공가를 활용해서 만든 일종의 설치미술들이 또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새로운 양식의 환경미술을
주최 측은 새롭게 ‘이에프로젝트(家 project)’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특정화시켰다. 이 ‘이에프로젝
트’에 의해 노인 위주의 주민사회는 전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들 작품을 보려고 마을을 방
문하는 외래 관광객들에 흥미를 느끼면서 협력함
으로써 지역사회에 전에 없는 활기를 되찾게 되었
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이에프로젝트는 예술적으
로 새로운 시도이자 예술과 삶을 일체로 보여주는
효과, 그리고 마을의 활성화효과 등 매우 혁신적
효과를 갖는 유형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
이 밖에 해안선을 비롯한 섬의 중요 경관포인
트나 공원에 야외 조형물들을 설치한 것이 또 다
른 축을 형성한다. 그래서 예술제의 전체 내용은
안도가 신축하였거나 재생한 건축물들, 그리고 그
안의 예술작품들, 마을 내의 기존주택을 개조 또
는 신축하여 예술공간화한 작품들, 그리고 섬 곳
곳에 산재한 예술품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섬경
관과 세토내해의 경관들,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그
들의 생활, 이들이 하나의 경관상(景觀相)으로 혼
융일체가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 전체의 기획은 근대화 산업유산인 제련
소를 보존하고 예술을 통해 재생하며, 환경에 영
향을 주지 않는 건축과 이에 걸맞은 현대미술, 그
리고 환경시스템이 일체를 이루는 지역재활 또는
재생이라는 전제 아래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총괄
디렉터인 안도는 “1988년 첫 방문 시 나오시마는
거의 민둥산이었다. … 금속 제련회사가 배출한
유독가스로 인해 섬의 수목 대부분이 시들어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자연
환경과 경관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주변 섬경관을
배경으로 강하게 눈에 띄는 건축물보다는 “단지 ‘
공간’만을 감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건축’을
의도”하여 나오시마의 여러 미술관들을 설계하게
되었다고 한다(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외, 2013:71~75). 실제, 베네세하우스미술관, 지
추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은 지상에 노출되는 구
조물은 입구 외에는 최소화하고 지중화하여 외부
에서는 건축물이 있는지 의식조차 안 된다. 그는
이 건물들 속에서 외부의 빛을 도입하면서 작가들
과 협동작업으로 환경예술작품들을 만들어 내었
다. 제임스 터렐과 같이 한 <오픈스카이>는 미로
속에서 갑자기 하늘이 터진 중정을 만나게 된다든
가 건물과 작품의 콘셉트가 거의 하나라고 보이는
이우환 미술관의 경우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우환이나 제임스터렐 등과 같은 주요 작가들
은 주로 사업주인 후쿠타케가 초청한 작가들이기
는 하였지만 주요 작가 대부분이 미니멀리스트들
이어서 안도의 건축물들과는 호흡이 너무 맞아 마
치 영화 속 주연과 조연의 관계와도 같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섬 전체의 환경은 매우 고요하여 축제
라기보다는 종교적 공간과도 같이 보인다. 이 밖
에도 섬의 곳곳에 설치된 많지 않은 현장 작품들
은 대다수가 쿠사마 야요이의 팝아트적 작품들이
나 니키드 생팔처럼 누보레알리즘 계열의 화려한
작품들이기는 하나 그들이 놓이는 장소에 의해 주
변 공간과 초현실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장난스럽
기보다는 오히려 고요한 절대적 풍경을 이룬다.
“삶의 적요(寂寥)를 찾으려는 여행자라면 나오
시마를 권하고 싶다. 대개의 여행지가 ‘들뜬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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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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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이곳은 들뜬 사람들을 가라앉혀 주는 곳이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외, 앞 책:45).”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세토우치국제환경예
술제>는 세속적 축제의 들뜬 화려함보다는 섬이
라는 외로운 환경과 성찰적 현대미술작품들을 통
해 자연경관과 건축, 예술문화의 관계를 고요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침묵의 축제이다.
5. 우리의 전망과 과제
순천만 이전에도 이미 우리는 2002년 안면도와
2009년 꽃지에서 순천만과 동급의 국제정원박람
회를 주관하였고, 최근에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정원박람회도 경험하여 다른 나라 못지않은
역량을 축적하여 왔다. 이제는 우리의 경관문화,
조경문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하여 세계를 감동시
킬 만한 문화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단계이
다. 차별성 있는 입지를 선정하여 연계관광을 유
도하고, 주제의 선정과 전개도 시대와 지역정신을
반영하여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구태의연한 각국
전통정원 전시보다는 현시점에서 각국 조경문화
의 최전선이 반영된 현대정원 전시로 전환할 필요
가 있다. 이런 과감한 혁신을 통해서만 세계적 정
원조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 방문객들을
끌어오면서 조경한국의 선도적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원박람회와 같은 떠들썩한 잔치도 중요
하지만, 이와 대조적 성격의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본격 환경예술축제 또한 동시에 필요하다.
밝고 흥겨운 정원박람회와 깊고 성찰적인 환경예
술제는 인간 영혼의 양면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
로, 선택이 아닌 병행을 통해 국민 전체의 다양한
감성적 요구에 균형 잡힌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
로 생각된다. 일본의 예와 같은 건축과 현대미술
의 만남도 예술제의 좋은 형식이지만, 경관과 현
대조경예술 그리고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한 예술
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간의 비약적인 조경발전
을 통해 우리 조경가들 중에는 이미 예술가적 수
준에 육박한 개인이나 회사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
다. 이미 정영선과 서안동료들이 선유도공원에서
보여준 예술적 역량을 비롯하여, 최신현의 대지예
술적 시도(북서울꿈의숲)와 디지털예술적시도(서
서울호수공원)의 성공, 신예그룹 중 김연금의 한
평공원을 통한 사회조경적 실험들과 김아연의 본
그림 3.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쿠사마야요이, 노란호박
그림 4.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제임스터렐, 오픈스카이
그림5.세토우치국제예술제,오오타케신로,이에프로젝트,하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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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격 환경미술적 실험들(사북 고한 아트인빌리지 프
로젝트) 등을 볼 때 이미 한국현대조경은 현대미
술에 필적할 수 있는 사고와 표현에 이르러있다고
판단되므로 외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주체적인 사
업추진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들을 주체로 하
여 경관과 지역사회, 조경이 결합된 예술적 실험
을 통하여 추진되는 ‘환경조경예술축제’는 관광이
벤트로서도 승산 있을 뿐 아니라 조경 미래수요
를 이끌어 낼 쇼케이스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
라고 본다.
말이 나온 김에 미래의 양대 환경축제를 가정한
후보지를 논의해보고 싶다. 이와 같은 대형 환경
축제사업들의 성공에 있어서는 순천만의 예와 같
이 입지가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
라는 내륙지역의 수려한 산과 계곡 못지않게 해안
지역의 다양한 해안선, 특히 다도해와 한려수도로
대변되는 아름다운 군도(群島)의 국토경관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관광자원에 활용한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먼저 우리는 이들 해안선과 섬의
자연경관기반을 활용하여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시점
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곳으로는 통영과 거제도,
외도 일원이다. 이곳은 국제정원박람회의 대상지
로 매우 탁월한 경관적, 문화적 조건을 갖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관, 통영의 예술적 분위기
와 외도의 해상정원, 거제도의 전쟁유산이 독자적
인 테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임진강 하구~평화누리~DMZ까지의
지역이다. 이 대상지는 현 정부의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 일환으로, 또는 그를 이끄는 도입사업
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 여기에 환경부, 문화부,
국토부, 통일부의 공동사업으로 ‘임진강 국제환경
조경예술제’를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 ‘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한 조경예술과 현대미술
의 공동작업을 통한 국제예술제는 어떨까? 이미
여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2011년 8월 15
일, 세계적 지휘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다니엘 바렌
보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로 구성
된 ‘이스트웨스트디반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평
화콘서트를 개최한 바도 있었다. 해방이자 분단의
기념일에 남북화합을 촉구하는 평화콘서트를 군
사분계선 최전방에서 공연한 것은 그 자체로 예술
을 통한 국제평화운동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
스’의 실천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시대정신에 부응
하여, 조경예술이 그간 개발환경의 치유, 관광자
원 조성의 산업적 차원을 넘어서서 DMZ의 경관
예술적 메시지를 통해 인류사회의 분쟁을 치유하
고, 자연과 땅의 회복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평화
의 사상을 이끄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한국조
경의 발전사에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는 조경의 블루오션을 찾는 경영자적 인식을 넘
어서서 동시대 세계시민들에게 조경예술의 사회
문화적 위상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6. 사북 고한 아트인빌리지, 김아연, 장화물광장
41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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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문화관광부(2006), 국내 고령관광 수요예측 및 트렌드 분석,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심원섭(2010), 최근 관광트렌드 변화와 향후 정책방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영민 외(2011), 한국 관광산업의 업그레이드 전략, 삼성경제연구원 CEO Information 821호.
후쿠타케소이치로, 안도타다오 외(2013), 『예술의 섬 나오시마』, 서울: 마로니에북스.
In 80 Gärten um die Welt, Hamburg, igs2013.
42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단절없는 교통
(seamless transport)
- 교통의 미래 가치
빠른 이동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
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열차, 자동차, 비
행기 등의 발명 소식은 지금도 언론의 단골 기사
로 보도된다. 빠른 교통을 위한 인류의 관심과 노
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빠른 이동
때문에 그동안 간과되어온 가치가 있다. 안전성,
환경성, 형평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최
근 새롭게 이목을 끌고 있는 분야가 단절 없는 교
통(seamless transport) 혹은 통합(integration)
이다.
아무리 빠른 고속철도도 중앙역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빠른 속도가 주는 매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대전에 가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고속철도 이용을 위해 분당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면
분당에 사는 사람들은 고속철도의 효용을 크게 보
지 않을 것이다. 개인 승용차도 두 시간 정도면 충
분히 대전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으
로 수원역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역은
서울역보다 열차의 배차간격이 길어 기다리는 시
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
이라 하더라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접근성이
낮아지면 그 매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절 없는 교통(seamless transport)의 개념은
학문적으로 통합교통(integrated transport)이
라는 용어로 주로 표현된다. 단절 없는 교통이 다
소 수사학적인 표현이라면 통합교통은 여러 교통
수단의 효율적, 효과적 이용을 위해 시스템적 차
원에서 교통수단별 경로, 운행시간, 운영 및 관리
방식 등을 통합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Pres-
ton(2012)은 통합교통에 대한 개념 정의는 공학,
미시경제학, 정치과학 등 분야에 따라 다르나 공
학적 차원의 정의가 건축가, 계획가, 도시 설계가
사이에서 통용된다고 기술하면서 네트워크 설계
의 최적화를 통합교통의 한 예로 설명하고 있다.
Preston(2012)은 기존의 연구에서 발견된 개념
을 토대로 교통 통합을 “순사회적편익(Net So-
cial Benefit)을 증대시키기 위해 모든 교통수단,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단절 없는 교통(혹은 통합 교통)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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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운영주체, 제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교통 시스템
을 계획하고 구성요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적
과정” 이라 정리하였다.
통합의 대상
교통 분야에서 통합의 대상은 크게 교통수단, 교
통정보, 교통요금, 운행 스케줄, 네트워크(혹은 경
로), 운영기관, 제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교통정보나 교통요금의 통합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분야이다. 인터넷이나 스마
트폰을 이용한 교통정보의 이용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고 스마트 카드를 이용한 요금지불로 버스와
지하철 티켓을 별도로 미리 구입할 필요도 없어졌
다. 그러나 철도와 버스의 운행 스케줄 통합이나
개인교통수단과 대중교통수단의 통합, 대중교통
수단의 경로 통합 등은 이제 통합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거나 아직 제대로 시도되고 있지 않다.
Preston(2012)은 통합의 용이도에 따라 통합의
단계를 아홉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정보의 통합,
대중교통서비스 통합, 대중교통 요금통합, 공공과
민간운영기관의 통합, 여객과 화물의 통합, 교통
관리청의 통합, 교통과 토지이용의 통합, 교통과
교육, 보건, 사회적 서비스의 통합, 그리고 교통과
환경, 경제, 사회의 통합이 그것이다. 이는 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합의 유형
1. 대중교통 정보 및 요금통합
여러 가지 통합의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이 적용
된 분야는 대중교통 정보 및 요금 통합이다. 인터
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정보의 제공 및 이용이
용이해진 현대사회에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운행
정보는 언제든 접근이 가능하며 양 교통수단간 환
승 및 대기시간 등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그 내용을 쉽게 이
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갈 필요
가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개별적인 티켓 구
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전에 티켓
을 구입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스마트 카드, 스마
트 폰 등 전자식 요금지불수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자식 요금 지불방식은 승객의
그림 1. 통합의 9단계 사다리 (Preston, 2012), 재구성
4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입장에서 티켓구입을 위한 대기시간이나 승차시
간 등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
중교통 운영자에게도 상당한 편익을 제공하였다.
가령, 런던에서 전자식 지불방식은 지하철을 이용
할 때 승객수요가 많은 역사에서 사람들의 진출입
게이트 용량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미 게
이트 수를 늘리기에는 공간이 제약된 역사에서 전
자식 지불 카드의 보편적 이용은 게이트의 용량을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전자지불방식은 승객의 무임승차도 줄이고 지하
철에 대한 낙서 등 반달리즘도 줄여 결국 운영수
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도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전자식요금지불 시스템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
한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노선을 이용하
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통행자료를 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드려
설문조사를 실시해야 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조사 및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
여 대중교통운영자들은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제
공할 수 있다. 통행실태분석을 통해 수요가 몰리
는 노선과 시간대에 배차간격을 늘리거나 새로운
버스 노선의 신설도 가능할 수 있다.
전자식 요금지불 방식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
는 후불식 신용카드 제도는 런던 등 주요도시에
서도 곧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교통
수단의 이용과 관련된 금융거래의 위험을 은행이
분담하게 되고, 이용 대상은 더 다양해 질 수 있
다. 이러한 후불식 신용카드 기반의 티켓팅은 승
용차, 버스, 철도, 항공 등 모든 교통수단에 적용
될 수 있다. 가령, 후불식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자
동차 운행과 관련된 주차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택시비 등도 쉽게 지불할 수 있으며 여기에 스마
트폰을 이용하면 장거리 통행수단인 철도, 항공에
서 요구되는 좌석예약까지 가능해진다. 지역적 한
계도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전국 어
디에서나 이용 가능한 교통카드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해
외여행 중에도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별도의 티켓
팅 없이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신용카드는 대부
분의 나라에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교통수단간 통합
여러 교통수단 중에서 단절 없는 통행에 가장
유리한 교통수단은 자동차로 볼 수 있다. 대체로
200km이하의 통행거리에서 도로망과 주차공간
이 잘 정비되어 있다면 자동차는 별도의 환승이
나 (목적지로의) 접근(access and egress) 통
행 없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
상의 거리에서는 자동차도 단절을 경험할 수 있
다. 운전자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200km를 넘어서면 자동차는 더 이상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아니다. 이 경우 고속철도가 비교우위
의 교통수단이 된다. 500km가 넘어서면 항공이
비교우위를 지닌다. <그림 2>는 지역간 교통수단
의 거리별 비교우위를 보여준다.
그림 2.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우위 (출처: 이상조 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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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교통수단별 비교우위라는 개념은 교통수단이
거리에 따라 경쟁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
만 오히려 교통수단간 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
조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가령, 고속철도를 이용하
기 위해 역사로 접근하는 통행 혹은 고속철도 이
용 후 역사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접근 통행
이 서로 효율적으로 연계된다면 고속철도의 경쟁
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항공 역시 접근 교통
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체로 500km 이내에서 항
공보다 고속철도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공항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반면 고속철도의 역사는 도심에 위치하기 때문이
다. 즉 접근성이 좋아지면 <그림 2>에서 나타나
는 경합구간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
다. 반대로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이라 하더라도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문전통행(door-to-door)
의 관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승용차도 이용 가
능한 주차장이 목적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
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빠르고 편리한
접근교통은 교통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
Kwon (2012)에 따르면 KTX를 이용하는데 가장
불편한 요소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KTX역까지의 접근교통 불편을 꼽았다. 아
울러 KTX 역사와 시외버스 터미널을 물리적으로
통합 운영하면 전체 통행시간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접근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대중교통의 운
행 스케쥴을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운행빈도가
높지 않은 교통수단은 운행 스케쥴의 통합을 통해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령, 마을버스 도착시
간과 지하철 운행시간의 통합은 상호간의 이용 효
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취리히를 비롯한 스
위스 도시들은 철도 운행시간과 버스 운행시간을
통합 운행하고 있다. 즉 철도 도착시간에 맞추어
버스 운행 스케줄이 결정되는 식이다.
접근 교통수단과 간선 교통수단의 효율적인 통
합은 특히 보행과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개인교통
수단과 지하철 역사 및 버스 정류장과의 연계 측
면에서 중요하다. 보행 및 자전거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버스와 지하철의 영향권
역(catchment area)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용자전거시스템(Bike
Sharing System)은 이런 측면에서 더욱 큰 효과
를 낳는다.
도시개발에 있어서도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
우위 이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보행 권
역이 1km 임을 고려할 때 주요 근린생활시설을
이 거리이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승
용차 이용을 줄일 수 있다. 근린생활시설보다 좀
더 영향권역이 큰 시설의 경우는 자전거 이용 가
능성(예를 들어, 반경 5km 이내)을 염두에 두고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와 연계될 수 있다. 이보다
영향권역이 큰 시설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으로 접근이 용이한 곳에 설치할수록 승용차 이
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대중교통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도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도시 기능과 시설의 배치를 꾀할 필요
가 있다.
3. 네트워크 통합
네트워크의 통합은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의 전
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네트
워크의 효과(network effects)가 존재하기 때문
1) Nielson (2012)은 가상의 도시 Squaresville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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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이다.1)
즉, 이용자가 많을수록 단위 서비스당 비용
은 감소한다. 네트워크를 잘 설계하면 대중교통의
악순환(수요가 줄어 서비스가 악화되고 이 때문에
수요는 더 줄어드는 현상)을 선순환(서비스 개선
으로 수요가 늘면 서비스가 더 좋아지는 현상)으
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에서는 두 가지 네트워크
설계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간선과 지선(Hub-
and-Spoke)방식, 다른 하나는 직접연결(Point-
to-Point)방식이다. 간선과 지선 체계에서 통행자
는 지선을 이용하여 허브로 이동하고 거기서 간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 허브에 도착한 후 다
시 지선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일반적
으로 간선 교통은 운행빈도와 속도가 높으며 지선
교통은 이와 반대이다. 직접연결 방식의 경우 통
행자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환승 없이 바로 이
동할 수 있다. 대체로 통행자들은 환승 없이 목적
지까지 이동하므로 편익을 크게 느끼지만 충분한
수요가 없을 경우 운행빈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반대로 간선과 지선방식의 경우 허브와 허브 사이
에서는 높은 빈도의 고속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
지만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간선교통체계
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시설투자와 운영비가 요구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통수요의 변화에 기민하
게 반응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향후 어떤 경우 간선과 지선방식 혹은 직접 연
결방식이 유리한지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예
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버스들은 대체로
직접연결방식으로 운행되고 있으나 대체로 큰 문
제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 간선과 지선방식의 대
표적 사례인 국제항공의 경우 허브공항의 용량부
족 때문에 전체 항공 서비스가 마비될 수 있는 문
제가 있다. 가령, 2010년 아이슬란드의 화산재 폭
발로 런던의 히드로 공항과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
의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적 항공 네트워크 전
반에 큰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4. 운영기관 및 관리체계의 통합
교통 분야의 통합을 위한 선결조건 중의 하나가
운영기관의 통합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적 관점
에서는 자유시장에서 수요자의 요구가 있다면 통
합(integration) 역시 경쟁원리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케인즈학적 관점에서는
낭비적 경쟁(wasteful competition), 네트워크의
실패를 교통분야의 대표적 시장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 이는 교통분야의 통합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서울시와 경기도의 대중교통 통합요금제
도와 이에 기반한 스마트 카드의 이용, 환승 활인
등의 전자식 요금지불 시스템은 운영회사들의 동
의가 없었다면 시행할 수 없었던 제도이다. 민간
운영회사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수입내용을 완전
히 공개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고 자칫 전자장
치의 오류로 전체 대중교통 수익금의 분배에 문제
가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
부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으로 해결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등 전자요
금지불 시스템이 잘 정착된 나라들의 경우는 모두
초기부터 정부가 운영회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내
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에서 단말기 설치비용이나
스마트 카드 구입비용을 보조하기도 했다. 네덜란
드의 경우 네덜란드 철도회사를 중심으로 시스템
적용을 시작해 다른 대중교통 운영회사로 확대해
나갔다. 초기 정착단계가 지난 이후에는 노선입찰
제 등의 방식을 이용하여 전자식요금징수 시스템
의 도입을 유도할 수 있다. 필요하면 대중교통 요
금수입에 대한 일반 공개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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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운영기관들은 노선과 운
행시간을 연계하여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
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경우는 아직 흔하지
않다. 가령, 철도의 운행시간과 연계교통수단인
버스의 운행시간이 연계되면 양 교통수단의 이용
객을 늘릴 수 있지만 양 운영기관끼리의 적극적인
협력 사례는 많지 않다. 이러한 협력은 정부의 적
극적 개입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관리청
을 만들어 대중교통 노선 및 운행시간 통합을 위
한 총괄 및 조정역할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는 대중교통의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기 위해 불가
피한 측면이 있다(Han 외, 2012).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
단절 없는 교통은 최근 일고 있는 몇 가지 큰
변화와 관련지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다. 특히 인터넷과 무선통신
의 발달로 교통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쉽게 이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용한 교통수단의
유형, 시간,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러한 정보는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도 있지만 적절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나
은 교통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도로교통상황, 버스대기시간, 지하
철 운행시간 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
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대형 통신사
들은 자사의 통신망 이용 자료를 기반으로 도로
의 혼잡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경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e-버스라는 이용자 맞춤형 버스 서비스가
만들어졌으며 인터넷으로 좌석을 예약할 수도 있
다. 이러한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의
해 창출된 새로운 서비스들이다. 앞으로 교통 서
비스는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진화될 것
이며 이는 단절 없는 교통 서비스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기할만한 변화는 ‘공유’ 제도의 확산
이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자전거공유제도는 2013
년 2월 현재 33개국 375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원, 고양, 서울 등에서 운영 중
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 공유제
도는 버스나 지하철과 연계되어 단절 없는 교통
서비스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승용차공유제도(car sharing sys-
tem)가 확산되고 있다. 파리에서는 2011년부터
Autolib라는 전기차 공유제도가 운영 중이다.
2013년 2월 현재 4,000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었
다. 일 년에 144 유로만 내면 누구나 회원권을 구
매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30분에 5유로 정도로 저
렴하다. 이러한 공유제도의 확산은 무엇보다 승
용차의 소유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굳이 승용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단절없는 통행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처럼 주차장을 찾기 어
렵거나 주차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도시에서 무료
주차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Autolib는 그 효용
이 더욱 크다.
차량 소유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의 언론보도(http://business.time.
com/)에 의하면 과거와 달리 미국의 20-30대 젊
은 층의 차량 구매 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심지
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비율도 과거 세대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는 이들 세대들이 굳이 자
2) 하지만 차량 제작사들은 이들 젊은이들이 차량 구매비율이 낮은 것은 단순히 과거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차량구매는 이들 세대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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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가용을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도시 생활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친구들을 자동차를 이용해 직접 대면하기보다 인
터넷이나 SNS를 이용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2)
이런 측면에서 승용차를 구입하기
보다 낮은 비용으로 쉽게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자
동차 공유제도는 젊은 계층에게 분명 매력적인 제
도가 될 수 있다. 러프킨(2001) 역시 미래 사회에
서는 소유보다 접속 혹은 공유 문화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세 번째 큰 변화는 개인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
다는 점이다. 가령,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면서 개
인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동영상(You-Tube), 백
과사전(Wikipedia)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
지어 전 세계적으로 빈 방을 공유하여 수익을 창
출하는 개인들도 있다. 이는 개인이 참여할 수 있
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
하다. 교통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시도되고 있
다. 프랑스에서는 Buzzcar라는 개인 승용차 공유
제도에 3,205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24,257
명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차량을 빌려서 쓴 바
있다(Chase, 2013). 이러한 개인 참여형 공유제
도는 교통분야에서 주차, 전세버스 등의 분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이 참여
하는 공유제도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는 단절없는 교통 혹은 통합 교통 서비스를 만들
어내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유
형 또한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다양할 것으
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담아낼 수 있
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뿐만 아
니라 제도적 연구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현재
의 법률이나 금융위험관리체계로는 시행하기 어
려운 공유제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
어, Buzzcar 제도는 보험사들과의 반대로 초기
제도 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결론 및 토의
단절 없는 교통은 빠른 속도 혹은 빠른 시간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적인 주제는 아
니다. 하지만 교통이 시스템 차원에서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분야이
다. 고속의 간선교통이나 저속의 지선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저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서
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만으
로 교통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단절없는 교통 혹은 통합적 교통 시스템
의 설계 및 운영에 관심이 커진 것은 기술적인 발
전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대
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교통수
단별 운행시간, 요금 등을 파악하거나 스마트 카
드를 이용한 요금결제나 좌석 예약 등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전거 공유제도의 확산, 승용차
공유제도의 확산 등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궤
를 같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 교통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대중교통분야에서는 운영기관 사
이의 협력이 중요함을 배웠다. 운영기관 사이의
협력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직 통합이 적
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교통수단별 노선이
나 운행시간 등의 통합에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교통 네트워크 설계 및
그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단절없는 교통 혹
은 통합 교통체계에서 핵심적인 이론 연구의 대상
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개
인의 참여로 운영되는 공유 서비스는 교통 분야에
서도 그 유형을 다양화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49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 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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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9]
50
평양의 도시계획
북한의 수도계획
평양의 도시문화
평양의 도시교통
“평양, ‘도시’로 읽다”를 주제로 하여 2013년 5월 29일 학술
대회가 개최되었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가 주최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공동기획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시들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지적 호
기심을 별다른 선입관없이 평양으로 발산하고 연장시키고자
하였다. 도시계획, 수도계획, 도시문화, 도시교통이라는 4가
지 하위 주제를 선정하여 각 주제별 전문가들로부터 평양을
도시로 읽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실려진
글은 향후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위한 큰 방향의 작은 첫 걸
음이 된 “평양, ‘도시’로 읽다”의 발표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평양,
‘도시’로 읽다”
기획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요약: 평양을 도시로서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물리적인 방식으로 도시에 표출
되는 평양의 경제, 문화, 사회 등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둘째, 평양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이해
할 뿐 아니라 나아가 평양이 미래에 어떠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토대를 고민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현재의 평양이 어떠한 도시적 특성이 있고 이러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고찰한
후, 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담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변화할 수 있는 점진적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는 현재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평양의 도시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
운 가능성을 사회주의 도시적 공간에서 발견함으로써 도시가 인위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기
적으로 변화에 대응해나가기를 바람에서이다.
평양의 도시계획
임동우
미국 보스턴 PRAUD 설계사무소 소장
하바드대학교 디자인 스쿨 도시설계학 석사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201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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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평양에 대한 논의
평양을 도시로서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면에
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는 물리적인 방식
으로 도시에 표출되는 평양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을 객관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평
양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이해할 뿐 아니라 나
아가 평양이 미래에 어떠한 도시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데 자본의 흐름과 같
은 경제 현상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20여년간 도
시화가 활발히 진행된 지역을 보면 남미나 아프
리카 등 비서구권에서 나타난다. 특히 동유럽이
나 중국, 베트남과 같이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도
시 발달이 눈에 띈다. 이는 이들 도시들이 어느 정
도 수준의 인프라를 이미 갖추었고, 이전 사회주
의 시대에서는 제한적이었던 자본 유입이 이루어
짐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
대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을 볼 때 아직 본격적인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북한의 수도 평양은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
하고 있는 도시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평양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개발 이
론을 바탕으로 도시를 복구하기 시작하였는데, 흥
미로운 것은 오늘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 에서
논의되는 부분들과 상당한 공유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주의 도시개발 이론이 ‘도시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제안되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평양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보고 앞으로
평양 및 북한의 도시들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새
로운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나아갈 수 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평양의
이해
평양은 한국전쟁 이후 재건되면서 중국과 소련
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이상적인 사회
주의 도시라는 칭송을 받았던 도시이다. 김일성은
평양을 북한의 수도로서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
하고 전쟁 승리의 영광을 담고자 하였다. 전쟁을
통하여 초토화된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에게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
적의 도시였다. 따라서 평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도시로서 변화해온 역사적 흐름과 이러
한 과정이 어떻게 다른 자본주의 도시들과 다른가
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회주의 이론은 산업화시대에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도시의 노동계층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면
서 발달하였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새로운 도시
의 형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념과 물리적인 환경간의 연결점을 찾기 시작하
였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주의 도시는 대도시를 지양한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노동계층의 삶의 질은 떨어
진다고 판단하였고 도시는 프로레타리안과 브루
주아가 충돌하는 공간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론자들은 강력한 인구이동의 통제를 통
하여 도시의 확장을 억제하려 하였다. 둘째, 노동
계층을 슬럼화된 지역으로 내모는 도시재개발을
억제하였다. 도시재개발은 그것을 수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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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 브루주아 계층에게만
이득을 주고 이를 수용하기 힘든 노동계층은 다
시 열악한 환경으로 이주하게 되는 사회의 양극화
를 낳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도시와 농촌
의 차이를 최소화시키고자 하였다. 사회주의의 기
본 이념은 사회의 모든 불평등을 제거하는데 바탕
을 두고 있었고 이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에도 적
용되었다. 자본주의 도시는 농촌의 농민들을 착취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계층적 구분을 심화시
키는 요인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도시와 농
촌의 수평적 관계는 사회계층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었다.
한편 ‘도시계획’ 분야는 사회주의 도시에서 매
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신중히 계획된 마스터플랜
만이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노동계
층을 위한 주거와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
이라 전제하였다. 또한 이러한 개념을 실현시키
기 위하여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
었다. 자본주의 도시들과는 다르게 사회주의 도
시에서는 강력한 정부의 의도 하에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었다.
한국전쟁 후 북한은 1954년부터 1956년까지 제
1차 3개년 재건계획을 통하여 도시 들을 재건하
였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일부사회주의 국가로
부터 자원과 기술적 원조를 받았다. 평양은 불가
리아와 헝가리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초기 평양
의 건축적 양식과 도시 구성은 이 두 나라의 양식
에 영향을 받았다.
1953년 계획된 평양 마스터플랜(그림 1 참조)은
북한이 사회주의 도시계획이론을 적용한 첫 계획
이었으며, 평양은 대동강에서부터 보통강까지 확
장된 인구 백만 도시로 계획되었고 도시 밀도는
20~25% 사이로 유지되도록 하였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사회주의 도시형태의 특징을 어느
정도 실현한 것이다. 평양은 전후 복구과정을 통
하여 김정희가 1953년에 계획한 마스터플랜을 기
초로 다핵 도시로 계획되었는데 6~7개의 서로 다
른 위성지역들이 도시 내에 고르게 분포하면서 각
지역의 코어 역할을 하였다. 랜드스케이프로 구성
을 하여 지역 간 완충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하나
의 지역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확장되는 것을 억
제하고자 하였다. 이는 도시가 확장함으로서 생기
는 사회. 경제적 갈등과 문제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 마스터플랜에 의거한
개발보다는 김일성의 새로운 전략에 치중하여 발
달하였다. 전후복구와 기반시설 복구에 초점이 맞
춰졌던 1950년대와 달리, 이념과 전쟁승리를 선
전할 수 있는 5가지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
다. 주요도로들이 확장되었고 고층 주거가 등장하
였다. 대규모 문화시설이 계획되었고 기념비와 광
장들이 계획되었으며 외국인들을 위한 레저시설
들을 확충하기 시작하였다.
5가지 개발계획들은 1953년 마스터플랜과 함께
현재의 평양의 물리적 형태를 결정한 중요한 요소그림 1. 1953년의 평양 마스터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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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가 되었지만 동시에 몇몇의 계획들은 마스터플랜
과 충돌하기도 하였다. 이는 평양이 빠르게 성장
하며 심화되었다. 인구의 이동을 최대한 억제했음
에도 불구하고 수도로의 인구유입을 완전히 차단
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른 주거부족현상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층·
고밀도 주거가 새로이 계획되었다.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평양의 특징은 크게 생산
의 도시, 녹지의 도시, 상징의 도시로 구분할 수 있
다. 도농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도시를 소비
뿐만 아니라 생산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
주의 도시설계자들은 생산시설은 정주공간의 가
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따
라 도시 곳곳에 경공업 시설과 작업장 들을 함께
배치하는 ‘마이크로 디스트릭트’ 개념을 도입하였
다. 오늘날 평양에서 공업과 주거가 결합되어있는
마이크로 디스트릭트를 통해 도시민들은 스스로
가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음을 보
여주고 있다.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
으로 녹지 도시를 위해 도시 속에 녹지 배치가 이
루어졌다. 평양은 대동강을 중심축으로 하여 자연
지형을 그대로 반영하여 유원지와 공원시설을 곳
곳에 만들었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평양을 다른
자본주의 도시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잘 계획된 모
습을 갖기 원했고 이는 도시 내에 랜드스케이프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대동강 양안은
주된 랜드스케이프 공간이었고 주요 도로들에도
조경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충분한 휴식과 노동 효율성을 목적으로 도시 내에
상당수의 레저공간을 역사적이나 기념비적인 장
소 근처에 계획하였다.
초기 사회주의 도시계획 이론에는 없었으나, 강
력한 군중동원과 일치를 가능하게 할 이데올로기
선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상징의 도시를 만들어
나갔으며, 광장과 기념비 건설은 이러한 맥락에
서 이루어졌다. 김일성 광장은 물론 평양의 주된
기념비적 건물들과 상징적 공간들이 계획되었다.
북한의 사상을 상징하는 주체탑은 김일성 광장 맞
은 편에 계획되어 광장과 함께 상징적 축을 형성
한다. 많은 수의 상징적 공간과 기념비들이 평양
에 널리 분포하여 사회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데에
이용되었다.
그림 2. 마이크로 디스트릭트의 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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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그러나 다른 사화주의 국가들의 도시 변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최근 평양도 기존
에 볼 수 없었던 디양힌 형태의 상거래가 생겨나
고 있다. 북한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과정
에 서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도시
의 물리적 특성마저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사
회주의 이념 하에서 균등하게 분포시키고자 했던
도시의 조직들은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몇몇 지역
에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차등 개발은 서
브어반이라는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공간
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기존 사회주의 도시에서
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상업시설이 수요를 충족
시킬 것이다.
미래의 도시 평양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평양의 도시
조직도 변화될 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평양이 어
떠한 모델을 기준으로 변화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과 평양의 변화가 어디를 중심으로 촉진되어 나
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자는 평양이 기존 도
시들을 답습해가는 도시가 아니라 선례의 시행착
오를 교훈삼아 미래의 새로운 도시 모델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자는 도시 개발에 있어서 선
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도시와 농업의 공생 개념은 평양이 앞으
로 변화할 때에도 발전시켜야할 중요한 개념이다.
‘점진적 성장 모델’을 도입하여야만 이들 특징을
잃지 않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평양은 규모나 시장 면에서 상대적으
로 작은 도시이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가 단기간
내에 집중되는 중국의 도시 모델보다는 점진적인
발달을 모색하는 동유럽의 중소규모 도시 모델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성장 모델은 기존 조직을 무
시하고 백지상태에서 계획을 하는 ad-hoc 방식
의 마스터플랜과는 다르다. 새로운 평양은 현존하
는 조직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새 레이어를 얹는 작
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점진적인 성장을 통해 빠
른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
한 도시의 가능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을 것으
로 보인다.
둘째, 점진적 성장 모델이 도시의 어느 공간에서
발생할 것이며, 어떠한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촉진시킬 것인가이다. 도시공간의 변형은 사회주
의 도시계획이론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자유경
제체제와 충돌을 일으키는 공간에서 쉽게 일어날
것이다. 아는 그러한 공간들은 새로운 경제시스템
하에서 가장 취약한 자본의 논리를 갖고 있기 때
문이다. 평양의 경우 김일성 광장과 맞은편의 주
체탑을 연결하는 축은 사회주의 이념을 잘 반영한
공간이고 기반시설이 발달해 있는 공간이다. 그러
므로 이 지역은 시장이 개방되고 투자가 확대되면
서 매력적인 투자 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논리 하의 도시조직은 기존
의 것과 어떠한 관계를 맺겠는가 하는 점이다. 사
회주의 도시와 자본주의 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림 3. 심볼리즘의 예) 횃불 형상주체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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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계획
개별 필지 개념의 유‧무이다. 평양의 소구역이 잘
발달되어있는 대동강 동쪽 지역의 경우 프로그램
의 분포가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
고 그들을 나누는 필지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다. 반면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필지의 구획이 모
든 계획의 기본이 되곤 한다. 필지의 크기와 용도
에 따라서 세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
라 땅의 가치가 결정되고 매매가 이루어지기 때
문이다. 필지의 구분 없이 소구역 전체를 하나의
블록으로 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잘 분포
해있는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새로운 필지 구획을
할 것인가이다. 전자의 경우는 백지 위에서 만들
어내는 마스터플랜에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점진
적으로 평양의 DNA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얹어나가는 모델을 고려한다면 후자가
더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한 때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라고
인정받았던 평양은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되고 있
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설명하려는 모델들은
많겠지만 점진적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현재
사회주의 도시로써의 모습을 비교적 조직적으로
잘 간직하고 있는 평양의 도시적 특성을 유지하
기 위함도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그러한 사회주
의 도시적 공간에서 찾음으로써 도시가 인위적으
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평양의 잠재성
있는 도시 공간들, 즉 사회주의 특성이 잘 반영되
어있는 공간들을 중심으로 촉진프로젝트를 계획
함으로써 성장과 변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예측
해볼 수 있다.
그림 5. 노동자, 농민, 근로지식인을 상징하는 도구
그림 4. 인민대학습장 57
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요약 : 북한이라는 나라, 그리고 평양이라는 도시
를 이해하는 데에는 수도계획 연구가 필수적이다.
근대국가에서 수도가 차지하는 위상은 일반적으로
막강하지만, 수도 평양은 더욱더 그러하다. 도시건
설의 양적 거대화와 함께 대규모 국가의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화려해진 점 등으로 보아 국가권력
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기존의 지배 권력을 강화하
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서 수도 평양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를 제고한 것이다. 특히 경제난의 지속
과 특히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인한 위기의 가
중은 북한으로 하여금 극장국가적 성격을 보다 크
게 부각하게 하였다. 현재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은 유훈 통치의 미명 하
에 극장국가의 면모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
다. 그 과정에서 평양은 핵심적 무대공간으로서 특
별히 치장되고 관리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 전역
의 심각한 피폐화와 무관하게 수도계획에 몰두한다
는 점 자체가 목하 북한체제의 구조적 위기를 방증
하는지도 모른다.
23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미국
브라운대학교 사회학 박사)
조은희이화여대통일학연구소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 박사)
김미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북한의
수도계획
58
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서론
이 연구의 목적은 북한의 수도 평양을 도시계획,
그 가운데서도 특히 수도계획의 관점에서 분석하
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라는 나라, 그리고 평양이
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수도계획 연구는
필수적이다. 근대국가에서 수도가 차지하는 위상
은 일반적으로 막강하지만, 수도 평양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북한을 기
본적으로 ‘극장국가’로, 그리고 평양을 그것의 대
표적 ‘공연무대’으로 인식한다.
이론적 배경
1. 수도계획론
근대국가들에게 있어서 수도는 국가의 눈이자
입이었다. 수도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계획의 목표
가 수도를 일국(一國)의 눈과 입으로 만드는 것이
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은 크게 하
드웨어 중심의 물리적 도시계획과 소프트웨어 중
심의 수도계획이었다. 홀은 현존하는 수도의 종류
를 7가지로 구분하고 있다(Hall, 2006). ‘복합기
능 수도’(Multi-Function Capitals), ‘세계적 수
도’(Global Capitals), ‘이전(以前) 수도’(Former
Capitals), ‘제국의 구(舊)수도’(Ex-Imperial
Capitals), ‘역내수도도’(Provincial Capitals), ‘
초국가 수도’(Super Capitals)이다. 오늘날 대부
분의 국가에 존재하는 수도는 전통적인 ‘복합기
능 수도’이며, 북한의 수도인 평양도 여기에 해당
한다.1)
2. 극장국가론
권력이란 상호작용하는 상징의 체계이며, 국
가운영의 핵심원리는 다름 아닌 연극이라는 발
상에서 도출된 것이 바로 ‘극장국가’(theater
state) 이론이다(Geertz, 1980). 극장국가는 권력
의 정치(politics of power)가 아니라 ‘과시의 정
치’(politics of display)이다. 극장국가에서는 국
민 전체가 연기의 행위를 공유하면서 연극에 동참
한다. 즉, 동일한 시나리오에 엮여 있는 연기자라
는 점이 특징이다. 연기가 곧 정치인만큼, 모든 사
람이 정치적으로 서로 얽혀있는 ‘정치지상주의’를
지향한다. 그곳에는 각자 맡은 바 충실한 연기수
행을 통해 국가전체를 극장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
종 목표다. 따라서 정치적 갈등은 원천적으로 부
재(不在)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국가권력과 정치체제를 특성화할 수 있
는 것이 바로 극장국가론이다. 와다 하루키는 “김
정일이 연출가이자 디자이너로 있는 북조선의 유
격대국가는 바로 기어츠가 규정한 ‘극장국가’의
성격을 분명히 부분적으로는 띠고 있다”고 보았
다(와다, 2002:156). 즉, 북한에서는 영도예술이
라는 이름의 “통치의 연극화, 통치의 예술”이 이
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무대에
북한의 수도 평양이 있다.
1) 수도에 관련하여 현재 대한민국은 제8의 유형을 선보이는 측면이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에 따른 수도 분할 현상 때문
이다. 특별시 자격의 수도가 두 군데 존재한다는 사실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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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1. 건축
	
북한에서 건축설계 혹은 건축계획은 살림집(주
거), 공공건물, 산업건물, 농업건물뿐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국토‧도시계획 및 설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건축가는 수령이 펼쳐준 구상을 실현해나가
는 기술자며 창작가에 불과하다. 수령에 의한 사
상의식을 체득해야만 비로소 혁명적 건축물을 만
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결국 북한
의 건축은 수령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또
한 북한은 기념비적 건축물의 정치적 중요성에 대
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념탑, 기념비, 동상
등의 기념 구조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 감정
을 일으켜 사상 교화에 기여한다.
2. 도시
북한에서 도시건설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사회
주의 도시의 경치”가 잘 나타나도록 계획하는 것
이다(백과사전출판사, 1998:266).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건설해야하는 공간은 바로 도시 중
심부이다. 도시중심부는 공간 구조상 중심에 위치
할 뿐 아니라, 체제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강력한 이
념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심부는
김일성 동상을 중심으로 주변부에 박물관, 문화회
관, 극장 등 공공문화시설들을 밀집시킨다. 이는
인민들의 사회정치생활과 문화생활이 집중되도
록 하여, 인민들이 수령의 위대성과 업적을 체득
하고 사상과 정서 교양을 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3. 수도
	
수많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들에서 발견되
는 평양의 수도계획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북한
전 국토의 상징이며, 북한의 사상과 이념체계의
응축물로서 평양을 건설하는 것이다. 즉, 평양은
“조선인민의 심장이며, 사회주의 조국의 수도이
며, 우리 혁명의 발원지”(김일성, 1981:622)로서
당의 주체적 건축사상이 철저하게 구현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평양은 조국의 얼굴로 잘 건설
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
이다. 이와 같이 북한에서 평양 건설은 김일성 조
국의 존엄, 사회주의 조선의 권위와 관련되는 중
요한 정치적 문제다.
수도 평양의 공간조성
1. 1950년대
김일성은 전후 복구 3개년 계획 시기 연설을 통
해 건축은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부
여해야한다’고 부단히 강조하였다. 여기서 민족적
형식이란 자기 민족이 좋아하고 자기 민족의 구미
에 맞는 건축양식이며. 사회주의 내용이란 모든
건축물들이 근로인민의 요구에 적합하여야 한다
는 것이다. 1955년 12월 김일성이 사상사업에서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퇴치하고 주체를 확립하
도록 함으로서 건축계에서도 반당반혁명종파분
자들과 투쟁을 벌이고 주체적 입장을 세웠다는 평
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건축.도시.수도 계획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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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2. 1960년대 건축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은 민족적 형식에 민
족전통양식과 사회주의 신념과 의지를 표현한 건
축을 평양 곳곳에 실현한다. 1960년 완공된 평양
대극장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극장건물로, 첫 현
대 조선식 건물의 하나이며, 옥류관도 건설하였
다. 절벽에 축대를 높이 쌓고 그 위에 2층으로 크
고 작은 합각지붕을 엇물리게 하고 벽면은 골조를
돌출시킴으써, 대동강의 풍치와 조선식 건축이 입
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3. 1970년대
북한은 1967년 이후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제
4기 15차 전원회의 이후 김일성과 김일성 후계문
제를 반대할 수 있는 정치 세력들이 모두 제거되
었다. 당은 유일사상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하고
자 체제 강화용 대기념비와 혁명전적지, 혁명사적
지를 전국에 대량으로 건설한다. 게다가 1972년
은 김일성 60회 생일이기도 하였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평양의
주요 거리는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기념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게 되었으며. 수도의 모습을 본
격적으로 형성해 나갔다(김원, 1998:257). 2011
년 김정일 사후, 북한은 만수대 대기념비에 김일
성 동상과 같은 크기의 김정일 동상을 세워 현재
는 두 동상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2)
그림 1. 평양대국장, 옥류관
2) 2012년 2월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 옆에 세워진 김정일의 동상은 코트 차림이었으나 2013년에는 점퍼 차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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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2. 아리랑 공연: 평양 5.1 경기장
아리랑축전은 가장 규모가 큰 상징적 국가공연
이다. 2010년 10월 9일 당 창건 기념일 전야제에
개최된 공연에서는 당시 후계자인 김정은이 김정
일과 함께 주석단에 자리하여 대중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후계자를 확인시켜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극장국가’ 북한
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1980년대 이후
1980년대의 대표적 건축물로는 주체사상탑, 모
란봉 기슭의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이 있다. 또
한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를 전후로 ‘청
년중앙회관’이나 ‘동평양대극장’ 등 현대적 건축
미를 중시하는 공공건물들이 많이 건립되었다. 어
려운 정치·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도 중심
부 건설을 완료하고 다양성과 상징성을 함께 표
현하기 위한 건축적 실험을 대규모로 시도하였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욕구의 반영이며, 평양의 극장국가적 면모를 적극
활용하여 인민들을 체제와 결속시키고자 하는 의
도의 표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수도 평양의 국가의례
1. 태양절 행사: 평양 전역 및 전국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기념하는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축하행사는 수도에서 집중
적으로 개최된다. 또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이 매해 태양절에 개최된다. 1982년 김일성의 70
회 생일부터 연례적으로 열려온 이 축전에는 북한
의 유명 문예인뿐만 아니라 외국의 예술단체 및
연예인 등이 초청되어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이
개최된다.
그림 3. 동평양대극장과 인민대학습장
그림 2. 김일성 광장에서의 태양절 행사 풍경
62
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결론
북한은 정권 수립기보다 1950년 전쟁 후 수도
평양의 도시건설에 집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전
후 복구사업을 통해 국가를 정상화해 나가는 과
정에서 수도 계획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였
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전후 복구과정 초기, 소
련과 동구 사회주의의 지원으로 세워진 건축과 도
시계획에 대해 ‘민족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
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도시건설과 건축
에 있어서 ‘민족적 형식’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수도계획과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이데올로기,
즉 ‘사상성’을 중시하는 북한은 1970년대 이후 정
치적 이데올로기가 ‘주체사상’으로 변화하면서 수
도 평양의 도시 계획에도 ‘주체건축론’을 강조하
였다. 이 시기 북한은 정책실패와 국내외 정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시작되었고, 정치적으로
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후계체제의 정
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역설적으로 수도 평양은 엄청난 규모
의 광장과 육중한 공공건물 등을 건립하면서 다
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은 수도 평양의 도시건설의 양적 확충
과 함께 대규모 국가의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화려해졌다. 이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기존의 지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
로서 수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를 제고한 것으
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난의 지속과 1994년 김일
성의 사망으로 인한 위기의 가중은 북한으로 하여
금 극장국가적 성격을 보다 크게 부각하도록 만들
었다. 2002년에 시작된 아리랑 공연, 비정기적 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집체 시위의 증가,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이들의 빈번한 대외 노출 등이 이
를 뒷받침한다.
3. 대규모 퍼레이드: 김일성 광장
평양의 중심부에 위치한 김일성 광장에서는 대
규모 퍼레이드 행사(군 열병식 등)가 연중 거행되
며 그 참가인원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참여
자 모두가 관객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배우가 된
다. 특히 평양의 중심부인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
는 연중 수많은 기념행사와 대규모 퍼레이드, 축
전 등은 방송을 통해전국적으로 전파된다. 이와
같은 상징적 국가의례 행사는 수령과 국가, 민족
과 인민들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믿음체계를 내면
화하는 기능을 한다. 인민들은 극장국가의 상징적
공연에 배우와 관객으로 직접 참여하는 화려한 경
험과 그것과는 현격하게 대비되는 어려운 일상생
활을 ‘공적-사적 영역’과 ‘공식-비공식’ 상황으로
구획화하는 행동패턴을 익히게 되어, 생활의 어려
움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은 별개로 받아들이게 되
는 것이다(정병호, 2010:34).
그림 4. 아리랑축전 공연 모습
63
평양, 도시로 읽다JES 북한의 수도계획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 진행 중인 현재의 상
황에서 북한은 유훈통치의 미명 하에 극장국가의
면모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
정에서 평양은 핵심적 무대공간으로서 특별히 치
장되고 관리될 공산이 더욱 더 높아 보인다. 하지
만 북한 전역의 심각한 피폐화와 무관하게 수도계
획에 몰두한다는 점 자체가 목하 북한체제의 구조
적 위기를 방증하는지도 모른다.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2013)이 말한 것처럼, 근대화와 세계화의
대세 속에 오래전부터 일본 도쿄는 Tokyo로, 그
리고 한국의 서울도 언제부턴가 Seoul로 변화하
고 있다. 이에 반해 작금의 평양은 여전히 전근대
왕조 시대의 ‘평양성’(平壤城)에 더 가깝다.
<참고문헌>
강상중(2013), 『도쿄산책자』, (송태욱 옮김), 서울: 사계절.
김원(1998), 『사회주의 도시계획』, 서울: 보성각.
김일성(1980), “전후 평양시 복구건설총계획를 작성할 데 대하여”, 김일성 저작집 6(1950.06-1051.12),
조선로동당 출판사.
리화선(1993), 『조선건축사 Ⅱ』, 발언,
백과사전출판사(1995) 조선대백과사전 제1권.
와다 하루키(2002), 『북조선』 (서동만・남기정 옮김), 서울: 돌베개.
정병호(2010), “극장국가 북한의 상징과 의례”, 통일문제연구, 22(2), 1-42.
Geertz, C.(1980). Negara,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Hall, P.(2006). “Seven types of capital city,” in Gordon, D.(ed.), Planning Twentieth Century
Capital Cities, New York: Routledge.
64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요약: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자 정치적 상징도시로.
외부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며 북한의 체제변
화 과정이 담긴 공간이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의 삶
과 문화를 관찰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특징과 북한
주민의 일상을 이해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에서는 평양의 이야기를 평양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관심 및 평양 시민의 삶을 살펴보았다. 1990년
대 이후 평양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식
량난에서 비롯된 배급제의 어려움으로 시장이 자연
스레 확대되었으며, 외부와의 접촉 빈도가 높은 탓
에 한류 등의 외부문화가 대거 유입되었고, 휴대전
화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사회주
의 이념이 퇴색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시장이나 외
부문화의 유입에 대해서 일정한 정도의 통제를 유
지하고 있고, 평양시민들은 북한의 중심 집단으로
서의 자부심도 여전하여서 최근의 변화가 당장 기
존 체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리라 예측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하지만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전례
가 있듯이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주도한 체제에서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사상적 통합기제가 약화하
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3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평양과 평양시민의 삶-
평양의
도시문화
65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서론
분단 이후 북한과 관련된 연구들이 적지 않게 축
적되었지만, 주로 정치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북
한체제를 구성하는 인민들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
으로 부족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기본적으로 폐쇄
적인 북한체제의 특성상 현장 연구가 어렵기 때문
이기도 하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로서 북한의 정
치적 상징이자, 북한체제의 변화가 농축된 공간이
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분석하는
것은 평양에 대한 이해를 넘어 북한체제의 특징과
북한 주민의 일상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평양에 대한 이야기 방식
평양에 대한 남한의 관심이 조금씩 진전되기 시
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고 1990년대부터 본
격화되었다. 이러한 바탕에는 민주화 투쟁과정에
서 ‘북한 바로알기’ 운동 등이 있었으며 남북 간 사
회‧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하여 평양을 직접 방
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발달하면서
개인 컴퓨터에서도 손쉽게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지역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내에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평양 출신들로부
터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평양의 삶에 대한 이야
기들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평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들도 지속해서 발표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평양과 관련된 논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제 비판적 관점의 평양 관련 논의이다.
이 관점은 김일성 동상, 개선문 및 주체탑 등 평
양에 집중된 ‘혁명적 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언급
한다.
둘째, 평양 방북기 혹은 평양 가이드와 같은 수
준의 논의들이다. 이는 평양을 간접적으로나마 경
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공개되는 지역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셋째, 평양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흐름이다.
평양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기획된 도시로 학자
들의 관심을 끌 만하였다. 그러나 도시 건설이나
건물의 건축과정에 대한 내적인 자료를 얻기가 힘
들다. 이에 따라 도시와 도시 주민, 건축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고 있다.
넷째,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평양을 이야기하는
경우이다. 서울과 비교하는 논의들이 이에 해당한
다. 이 관점은 분단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
나 이와 관련된 연구들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양 이야기는 다음의 몇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
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양의 안쪽에 대한 관
심이다. 평양의 안쪽에 대한 관심은 외부와 다른
실제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와 더불
어 세부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와 평양의 일상생활
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계획되고 통제
된 평양이 쾌적한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이와 더
불어 경제난으로 운행되는 자동차도 적고 상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도시와 같은
에너지 낭비적인 간판이나 조명도 거의 없다. 그
러나 하수도 시설의 미비로 대동강의 수질이 형
편없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고층
살림집(아파트)이 쾌적해 보이지만 엘리베이터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작동이 원활하지 않다. 따라
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바라보
아야 한다.
66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1) 평양거주 경험이 있는 탈북자 A, K와의 면접을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하였음.
둘째, 평양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관
심이 필요하다. 도시를 이해하려면 도시 사람들과
이들의 삶을 이해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들(, 학교, 시장, 주거지의 골목
들, 탁아소, 공장, 관공서 건물, 공원, 스포츠센터,
공연장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평양을 구역별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강남‧북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구
시가지 동평양과 신시가지 서평양 지역도 차이가
나고 있다. 서평양 지역에서도 1980년대 후반 이
후 개발이 본격화된 ‘창전거리’는 분위기가 색다
르다. 구역별로 역사적 맥락이나 건축적 특성 그
리고 공간의 활용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이 중요하다.
넷째, 변화의 맥락에서 평양을 바라보는 것이다.
북한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평양의 변
화는 가장 역동적이다. 최근에는 통일거리 시장을
방문하는 평양시민이 하루에 10만 명에 달할 정도
이다. 통일거리의 시장과 더불어 지역에 들어서는
작은 규모의 시장들이 평양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
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섯째,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
였으나 통일을 향해 남‧북도시의 연결이라는 차원
에서 평양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그려보는 것도 필
요하다. 서울을 비롯한 유사 도시들과의 비교도
필요하고 화해협력과 남북연합시대 그리고 통일
시대에 평양이라는 도시가 한반도의 맥락에서 더
나아가 동북아차원에서의 역할 수행과 발전 방향
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
평양 시민의 24시1)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새벽 6시에 일어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집 안 청소는 기본인데,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닦는 것부터 시작한다. 6시 30
분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30
분 정도가 되면 각자 직장과 학교로 떠난다. 출근
후 20분간 또 아침 작업장 청소가 진행되고 7시
50분부터 약 10분간 독보모임을 가지게 된다. 독
보모임은 당세포비서가 집행을 하는 데, 주로 노
동신문이나 회상기, 덕성실기와 같은 교양도서들
을 독보하거나 혹은 상급당지시나 준법교양자료
들을 전달한다. 짧은 아침독보가 끝나면 그날 해
야 할 업무들을 재정리하고 필요한 작업지시들을
시달하는 아침조회를 한다.
업무는 8시에 시작된다. 11시부터 25분 정도 모
든 공장, 학교 일원들이 운동장이나 공터에 모여
업간체제나 율동체조, 태권도체제 등을 하면서 건
강을 위한 운동을 한다. 12시~1시는 점심시간이
다. 1시부터 오후 작업이 시작되어 6시까지 일한
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일 생산총화를 10분
간 한다. 퇴근은 매우 자유로운데 전기절약 때문
에 8시 이후에는 가급적 퇴근할 것을 권장한다.
전기가 거의 끊기는 북한에서 취침시간은 매우 빠
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밤 11시에 거의
모든 가정은 잠이 든다. 여기에 정치생활, 조직생
활이라는 추가적인 반복일과들이 있어 북한주민
들은 불편을 겪는다. 정치조직생활은 북한주민들
의 기본일과생활이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배
분되어 있어서 매일 1차례의 집체적인 정치조직
생활일과를 보내야 한다.
67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이외에 평양시민들만의 일과들이 있다. 평양
에서만 진행되는 대규모 군중집회와 외국손님들
을 위한 연도환영, 그리고 각종 국가적 명절일 전
야의 중앙보고회, 기념행사들에 참석하는 것이다.
일례로 2월과 4월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기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김정일화 축전’, ‘4월의
봄 예술축전’, ‘2월 국제빙상대회’를 비롯해서 크
고 작은 행사만 해도 3~40개가 평양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데 여기 참석하는 것은 수도시민의 의무
다. 특히 평양시민들에게 평양시 군중대회는 매
우 특별하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참가하는 ‘1호
행사’ 시에는 새벽 4시부터 행사장에 출입하기 위
한 본인 신원확인 검문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큰
정치행사들이 진행되기에 앞서 도로와 마을 등 도
시미화사업은 빈번히 벌어진다. 가정에서는 유리
창 닦기와 베란다 횟가루 칠은 매달 해야 할 정도
이다.
이처럼 평양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니다. 이러한 평양시민들의 수고를 고려하여 평양
시에서는 정치행사의 참석 여부에 따라 상품 구매
권이나 고급식당 이용권, 문화유원지, 극장‧영화
관 관람 예비권 등을 격려차원에서 제공하고 있
다. 평양시 가정마다 행사참가용 부채, 지화꽃다
발, 기발 등이 갖춰져 있고 행사용 의상이 준비되
어 있다.
이렇게 일상이 매우 바쁜 수도에서 지내는 평양
시민들이 내심으로는 불만이 있지만 이런 것을 당
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지방에서는 생
각조차 할 수 없는 도시가스로 밥을 짓고, 중앙난
방을 사용하고 일정한 양의 부식품과 공업품 공
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만수대 TV’ 채널을 볼 수 있고, 문화휴식시
설들이 있어 여가생활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양에는 대동강맥주라고 부르는 생맥주점
들이 구역마다 몇 개씩 있어 기다리는 시간은 다
소 걸리더라도 친구나 직장동료들끼리 퇴근하면
서 즐긴다. 그뿐만 아니라 창전, 광복거리, 경흥
등에 고급 음식점들이 있기 때문에 자주 가지 못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가족과 친지들끼리 모여 음
식을 먹는 것을 큰 낙으로 생각한다.	
사회주의체제는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체를 중
요하게 여기면서 여가와 노동의 균형을 지향한다.
평양 인민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동체 중심
의 일상이 보편적이다. 학교의 선택권은 물론 노
동과 여가에도 공동체가 개입한다. 공동체 중심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개인에 대한 규제를 동반한다.
또한 평양 인민들의 삶은 단조로우며, 상업지역이
없으며 여가도 다양하지 않다. 사회주의체제의 특
평양시민의 삶의 특징과 변화
그림 1. 평양 통일거리 시장의 외경
그림 2. 평양 시내의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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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사회주의체제는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체를 중
요하게 여기면서 여가와 노동의 균형을 지향한다.
평양 인민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동체 중심
의 일상이 보편적이다. 학교의 선택권은 물론 노
동과 여가에도 공동체가 개입한다. 공동체 중심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개인에 대한 규제를 동반한다.
또한 평양 인민들의 삶은 단조로우며, 상업지역이
없으며 여가도 다양하지 않다. 사회주의체제의 특
성상 노동 강도가 높지 않으며, 직업과 주택 등 삶
의 기본 요소들이 배급되기 때문에 부의 축적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평양 인민들의 삶의 특징의 하나는 이념적 삶
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김일성 중심의 유일 지배
체제 확립의 정당성을 위해 ‘교양’이라고 불리는
사상학습이 강조된다. 사회주의국가가 몰락한 것
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
다. 더 나아가 평양 인민들은 선택받은 집단으로
서의 선민의식이 있다. 평양거주는 선망의 대상이
다. 당국은 ‘보여주기’ 위해서 평양지역의 생활조
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거주 편의성도 좋
다. 평양시민들은 다양한 군중대회 및 여타 행사
참여 의무가 부여되지만, 중요 정치행사에 참여
의무 역시 특권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이
러한 의례는 통합을 증대시키므로 사회적 통제가
다른 지역보다 더욱 강한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체제변화가 급속하게 진
행되면서 평양시민들의 삶도 바뀌었다. 특히 식량
부족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는 사회주의의 근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배급제를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평양시민들은 평양
시 낙랑구역에 2,000평 규모의 ‘통일거리시장’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평양에 40개 이상의 상설시
장 을 열었다(양문수, 2010). 규모가 있는 시장뿐
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매대’들과 작은 규모의
그림 3. 정치행사에 참여하는 평양시민 모습
노점상도 생겨날 정도의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평
양시민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시장화
가 평양시민들에게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이익 중
시와 개인주의화다. 외부의 문화와의 접촉이 많은
점도 평양시민들의 일상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
고 있다. 평양은 외국공관원을 포함하여 외부 사
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다. 외국 사람이나 남
한 주민들을 통하여 외부문화가 많이 전파되었다.
또한 경제난으로 북한 사람들의 외국 파견이 늘어
났는데 이들은 외국을 왕래하면서 수입을 확대하
였고 동시에 외부 문화를 유입하였다. 그 결과 평
양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류 문화’가 퍼졌다(김
동완‧박정란, 2011).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평양시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인터넷에 접속
하는 것은 어렵지만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의 확산
과 통제가 어려운 USB 등도 평양을 중심으로 이
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는 전통
적인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를 동반하고 있다. 여
전히 북한의 통제기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과거만
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69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문화
결론
평양시민들의 일상이나 의식의 변화가 두드러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바로 기존 체
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북한 당국은 시장이나 외부 문화의 유
입에 대해서 일정한 정도의 통제를 유지하고 있
고, 교육과 직장 등의 체제는 평양에서 정상적으
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양 시민들
은 북한의 중심 집단으로서의 자부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모순적 결합 상태
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상 변
화가 세대 간, 집단 간 차별을 보이며, 외부 문화
가 더욱 급진적으로 유입되고 확산하는 경우 사회
적 균열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제3세계
사회에서 경험하였듯이 장기적으로는 개인주의
화 되고 사상적 통합기제의 약화는 사회변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강동완·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유통경로와 주민의식 변화』, 서울:
늘품플러스.
양문수(2010), 『북한경제의 시장화: 양태 성격 메커니즘 함의』, 서울: 한울 아카데미.
70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요약: 북한에 있어서 평양은 자부심의 도시이며 희망의 도시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시 건설에 대한
수많은 교시를 통해 평양의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했으며, 교통 부문도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서는 평양이라는 대도시에서 역사적으로 교통이 가졌던 위상을 살펴보고, 현재 평양의 교통수단을 알
아보고자 한다. 평양의 대표적인 도시교통으로는 지하철, 시내버스, 무궤도전차, 궤도전차, 철도, 수상교
통 등이 있으며, 평양 도시교통의 문제점으로는 여객수송문제와 공해방지문제, 오물처리문제 등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이 요원한 이유로 만성적인 전력난과 운송수단의 노후화, 전시행정적인 도시계획과 교통
시스템과의 연계성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평양을 국방의 논리 또는 혁명의 수도의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면
평양 주민들의 생활 편의 증진을 위한 교통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한 간의 도
시교통시설 표준화 및 공동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북한의 도시교통 분석을 위한 우리의 학제 간
협동연구 역시 필요하다.
평양의 도시교통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
츠쿠마대학 정치학 박사)
*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센터장 역임
71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서론
북한의 수도 평양직할시는 인구 304만 명(전
체인구의 12.4%)의 면적 1,747㎢(전체면적의
1.4%)인 대도시로, 18구역, 2개군(음 2개, 동 284
개, 리 75개, 노동자구 10개)으로 되어 있다. 북한
에 있어서 평양은 자부심의 도시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시 건설에 대한 수많은 교시를 통해
평양의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했으며, 교통 부문도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김일성은 「도
시라고 하면 먼저 교통이 복잡하다는 것부터 생각
하게 된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교통이 더 복잡해
진다. 그러므로 교통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대적 도시를 관리 운영할 수 없다(김일성 저작
집 16권)」고 교시하였을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에
서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는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된다. 평양과 같은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한국도
과거에 고민하였고, 현재도 해결해야만 하는 난제
이다. 여기서는 북한의 평양이라는 대도시에서 교
통이 갖는 위상과 역할, 그리고 각 교통수단의 과
거와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적 도시로서의 평양의
교통계획
현대적인 도시로서의 평양은 한국전쟁 종료 이
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평양시 복구
계획의 기본 방향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시의 기
본을 보존하면서 주택, 산업, 교통을 옳게 배치하
며, 도시 주민의 건강조건을 보장하는 주택 구역
을 잘 갖추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1959년 말까지 시내 무궤도전차 설계
를 완료해야 하며, 교통성은 평양시 주변의 순환
철도망 설계를 1959년 9월 말까지 평양시에 보장
해 줄 것과 제2 대동교, 보통강 유원지를 비롯한
시 구역의 도로포장공사를 지시하였다. 한편, 대
동강에는 다리를 몇 군데 더 건설하고, 주요 도로
주변과 보통강, 대동강기슭에 현대적인 고층건물
들을 많이 건설하도록 하였다. 공장, 기업은 대동
강과 보통강 하류에 배치하며 평양역에서 서평양
역으로 가는 철길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평양시를 현대적인 도시로 복구건설하기 위한
도시중심부로서 평양시인민위원회 앞과 남산재
동쪽 기슭(오늘의 인민대학습당 앞)이 제시되었
다. 또한 모란봉에서 대동강을 따라 평행으로 새
로 대통로(오늘의 승리거리)를 건설하고, 동평양
비행장을 시오로 이설한 후, 현대적인 거리(오늘
의 문수거리)를 건설하는 계획을 본격화하였다.
한편, 대동강에는 다리를 몇 군데 더 건설하고, 주
요 도로 주변과 보통강, 대동강기슭에 현대적인
고층건물들을 많이 건설하는 것으로 하였다. 공
장, 기업은 대동강과 보통강 하류에 배치하며 평
양역에서 서평양역으로 가는 철길(오늘의 천리마
거리, 영웅거리, 하신거리에 있던 철길)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유원지와 공원을 전망 있게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총정리한 평양시 복구건설총계
획설계초안은 1951년 5월에 작성되었으며, 수차
례의 심층 토의를 거쳐 1953년 7월에 내각결정 「
평양시복구재건에 대하여」로 채택되었다.
72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평양의 도시교통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가장 합리적으로 운영하
기 위해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는 교통서비스 수준
을 높이고 교통운영조직을 원만하게 함과 동시에
건설과 경영비 및 수송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
를 위해 북한에서는 도시교통수단 선택 시 고려
해야 할 기본 내용으로, 1) 교통수단들의 일반적
인 기술경제적 특성과 발전 전망, 2) 도시의 발전
전망과 순차 건설계획상 특성, 해당 시기의 교통
학적 요구조건, 3) 여객형성 특성에 맞는 용량 설
정, 4) 운영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측면에서 통
과능력과 수송능력의 보장, 5) 차량의 속도와 안
전성, 6) 교통조절 조건, 7) 해당 교통수단이 여
객들의 편리성을 보장하는 정도, 8) 교통망의 자
연 지리적 조건, 평면과 세로 자름면의 계획상 특
성, 교통수단의 순응 정도, 9) 경제적 지수 및 대
비지표들과 경제적 효과성, 10) 확신성의 요구 정
도, 차량의 정규성과 기동성 보장 능력을 들고 있
다(장일영, 1986).
북한은 도시에서 대중교통의 기본수단을 무궤
도전차로 보고 있으며, 버스 교통을 일부 배합하
여 도시교통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동성이 높은
버스 배치는 건설 중인 도시와 무궤도전차나 전기
철도 부설에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교외노선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평양을 교통망의 발달 정도,
여객 이동량에 따라 중심지역, 중간지역, 주변지
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심지역은 중구역, 보통
강구역, 평천구역, 서성구역, 모란봉구역, 대동강
구역, 동대원구역, 선교구역이며, 중간지역은 사
동구역, 역포구역, 낙랑구역, 대성구역, 만경대구
역, 형제산구역, 주변지역으로는 용성구역, 순안
구역, 은정구역, 삼석구역, 강남군, 강동군이다.
일반적으로 평양의 지하철도가 통과하고 있는 권
역을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1. 지하철
평양 지하철은 평양시 중심거리를 따라 동서, 남
북 2개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7개 중심구역
을 지나고 있다. 평양 지하철은 1973년부터 1987
년에 걸쳐 4단계로 점차로 건설, 개통되었다. 평양
지하철은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을 방문을 통해 국
방상의 목적과 평양 시내 도시교통문제 해결방안
으로 건설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었다. 본격
적인 건설은 1968년부터 당시 소련과 중국의 기
술지원 하에 공사가 개시되었으며, 주로 북한 군
대의 노동력이 동원되었다.
그림 1. 평양의 지하철 노선
73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2. 자동차 여객운송
북한에서 자동차 여객수송은 근로자의 출퇴근
과 문화생활을 원만히 보장하며, 도시와 농촌주
민들의 생활조건의 차이를 해소해주는 중요한 의
의를 지닌다. 자동차 여객수송은 전체의 약 80%
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시 내 통근, 통학과
같은 근거리 수송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동차 여객운송으로는 시내버스, 무궤도전차, 궤
도전차 등이 있다.
시내버스는 무궤도전차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북한에서 도시의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이었다.
버스 운영을 위해 차고와 수리시설 같은 시설 이
외에는 별도의 시설 투자가 필요 없으며, 다른 교
통수단에 비해 기동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그
러나 연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 버스는 수송원가가 높은 운송수단이며,
공해의 주원인이다. 현재 평양의 시내버스 노선
은 33개~36개 정도이며 노선 길이는 약 220km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도시교통수단 중 하나인 무궤도전
차는 궤도 없이 찻길로 다니는 전차를 말하며, 북
그림 2. 구형 천리마 86무궤도 전차
한 평양에서 무궤도전차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5월부터였다. 무궤도전차의 장점은 궤도
전차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으며, 별도의 레일 선
로 건설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버스보
다 수송원가가 낮고, 도시 내 대기 환경을 개선
하며, 국내동력자원인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장
점이다. 평양의 무궤도전차 노선은 대략 10여 개
로 추정된다.
북한에서의 궤도전차는 「도시의 도로바닥에 궤
도를 부설하고 그 위를 따라 달리는 열차로서, 전
차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달리는 도시교통
수단의 하나」로 정의되어 있다. 북한은 궤도전차
의 강점으로서 여객수송능력이 매우 높고, 운영비
가 적게 들면서 차량 수명이 길며 공기 오염이 적
다는 접을 들고 있다. 또한 수송공정을 완전자동
화, 원격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평양의 궤도전차
는 1990년 4월에 사동-만경대 구간 20km가 개통
그림 3. 신형 천리마호 무궤도전차
74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3. 철도
평양을 기종점으로 하는 간선철도는 평의선, 평
부선, 평나선, 평남선, 평덕선이 있다. 평양 역은
주로 장거리 특급, 국제여객열차가 운행되고 있
고, 서평양역, 보통강역, 대동강역에서 보통열차
가 도착한다. 평양 시내의 통근 열차로는 간리-승
호리간이 운행되고 있으나, 철도는 평양시의 역내
주 교통수단은 아니다.
4. 수상교통
북한에서는 강하천 운송을 「자연물길(강하천,
호수)과 인공물길(운하, 갑문있는 강하천, 저수지
등)을 이용하여 여객과 짐을 실어 나르는 수상운
수」로 정의하고 있으며, 강하천을 물자 및 여객 수
송에 이용하는 내륙수운을 발전시켜 왔다. 대동강
하류에는 평양 해운사업소, 서해 해운사업소 등이
이 지역의 수상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연안을 따
라서는 남포, 송림, 평양, 평성, 순천을 비롯한 주
요 도시와 기업, 공장이 밀집돼 있다. 북한은 이러
한 내륙수운을 이용해 광석, 건자재, 석탄, 소금 등
을 운반한다. 대동강의 평양지역에는 12개의 수상
여객선 부두가 있으며, 약 10여 개의 수상여객선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평양 도시교통의 현안들
	
김일성은 1989년 정무원과 평양시 책임일군협
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평양의 시내버스 승차난
문제에 대해 비판하였으며, 소형의 무궤도전차만
으로는 여객수송의 한계가 있어 대형무궤도정차
를 생산할 것을 독려하였다. 평양시 여객수송문
제 해결을 위해 버스 운행대수를 확대하는 방식은
공해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공해가 발생하지 않
는 무궤도전차나 궤도전차의 확대를 강조하였다.
김일성은 1985년 평양시 총계획을 보고받으면
서 평양 시내 평양조차장역으로의 빈번한 화물열
차 통행이 도시 미관에 좋지 않으며, 서평양역의
여객열차와 교행하여 매우 복잡한 현상을 지적한
후, 도시미관을 해치는 평양객화차대의 이설을 지
시하였다. 김일성은 도시의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보다는 도시 미관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에 다양한 도시교통해결
책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은 평양 시내 지
하철 건설 이후에도 시내버스의 승차난 문제가 지
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출퇴근 시차 출근제도의 검토
이다. 북한은 9시에 출근하여 처리할 사무가 적은
보건부문 등은 10시나 11시에 출근시키는 방안과
시내버스의 증차를 추진하였다. 또한 버스승차 최
소 거리를 2km로 제한하는 조치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노약자나 여성의 우선
탑승제도나 근거리 통근통학자의 탑승금지 조치
도 제도화하였다.
그림 4. 평양 궤도 전차
75
평양, 도시로 읽다JES 평양의 도시교통
현재, 평양의 도시교통은 만성적인 전력난과 운
송수단의 노후화, 전시행정적인 도시계획과 교통
시스템과의 연계성 저하로 정시성, 안전성, 쾌적
성, 경제성을 상실하는 등 매우 심각한 중증을 앓
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전력난으로 정전으로 인
한 차량 운행중단조치가 빈발하며, 지하 100m의
엘리베이터 운행도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
다. 또한 평양을 기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의 경
우, 군작전용차량, 외국인관광객 수송차량, 혁명
전적지 참관 차량, 지역 간 노선버스 이외에는 차
량 운행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평양-남포, 평
양-개성, 평양-향산, 평양-원산 이동 차량은 고속
도로로 대신 1급도로나 시내 도로를 이용해야 하
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양이라는
도시에서의 교통은 주민들의 생활상 편의 증진이
라는 논리보다 국방의 논리, 소위 혁명의 수도로
서의 정치적 논리가 우선되는 한 그 해결책을 모
색한다는 것은 막연한 실정이다.
평양 도시교통의 재건을 위해서는 남북한 간
의 도시교통시설 표준화 및 공동화 작업이 절실하
다. 남북한 간의 도시교통시스템은 지난 70여 년
간 완전히 이질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되었으며, 전
력, 통신, 신호, 차량, 교통안내판까지도 호환할
수 없는 상태이며, 교통용어의 표준화조차 이루어
지지 않았다. 평양의 도시교통시스템 개선을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며, 북한의 도시교
통 분석을 위한 우리의 학제 간 협동연구 필요성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전망 및 과제
<참고문헌>
안병민(2000), “평양지하철 이모 저모”, 『서울지하철』, 149호,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
장일영(1986), 『도시가로교통』, 고등교육도서출판사.
조선노동당출판사(2010), “평양시의 도시경영사업과 공급사업을 개선할 데 대하여 “ 『김일성전집 88권』 .
76
■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수립
■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Research Brief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오차의
상관관계및원인분석
78
장수은(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이상준(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이상조(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
1. 서론
국가교통DB센터는 2003년부터 전국 및 광역권
의 기종점 통행행렬과 교통망 자료로 구성된 국가
교통DB를 제공해오고 있다. 이 국가교통DB를 이
용해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기획재정부)와 타당
성조사(국토교통부)가 수백 건이 수행되었다. 이
중 일부 시설이 개통되어 현재 공용 중이다. 본 연
구는 이들 사업에 대하여 당시 예측교통수요와 현
재의 교통수요를 비교하고 다양한 시사점을 도출
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2010~2011년 개통된 도
로/철도 사업들을 대상으로 교통수요, 교통계획,
토지이용계획, 사회경제지표 예측의 오차 현황을
살펴보고 합리적 교통수요분석을 위한 국가교통
DB의 구축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교통수요예측 오차의 유형
교통수요예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오차의 유형구분 또한
간단하지 않다. 또한 어떤 오차는 하나의 유형으
로 설명하기 힘든 다차원적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
다(Mackie and Preston, 1998). 그럼에도 불구
하고 체계적 연구수행을 위해 오차를 유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표 1>와 같이 기초
자료의 불확실성, 모형의 한계, 모델링 과정의 오
류, 관행·기관문화에 의한 편의로 구분할 수 있다
(World Bank, 2005), Committee for Determi-
nation of the State of the Practice in Met-
ropolitan Area Travel Forecasting, 2007). 이
중 관련 계획의 불확실성, 인구통계적·사회경제적
자료의 신뢰성이 대표적인 오차 원인으로 보고되
고 있다(Flyvbjerg et al., 2006; De Jong et al.,
2007). 본 연구에서도 이 두 요인을 중심으로 통행
수요예측의 오차 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78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3. 오차 현황 및 원인 분석
<표 2>, <표 3>은 철도와 도로사업의 통행량(교
통수요), 사회경제지표, 관련 계획의 오차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이때 기초자료를 KTDB, 공인자
료, 비공인자료로 분류하였다. KTDB는 국가교통
DB센터에서 배포한 자료를, 공인자료는 국가교통
DB센터 설립 전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개
발연구원(KDI), 서울연구원(SDI) 등에서 배포한
자료를, 비공인자료는 교통수요분석사업 분석가
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료를 의미한다. 두 표에
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통수요예측의 오차는 도
로사업보다 철도사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이는
해외 관련 연구(예컨대, Flyvbjerg et al. (2006))
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 사회경제지표의 오
차율은 도로/철도사업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만, 인구통계자료의 오차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
나, 경제활동지표(GRP, 지방세 등)의 오차율은 매
79
표 1. 오차의 유형 및 원인
79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80
1) 괄호 속은 노선연장 가중평균을 산정한 것임.
1) 괄호 속은 노선연장 가중평균을 산정한 것임.
표 3. 도로사업의 오차율 분석
표 2. 철도사업의 오차율 분석
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토지이용계
획, 교통계획의 오차율은 도로/철도사업 모두 매
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
자료(KTDB, 공인자료, 비공인자료) 별 통행량, 사
회경제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측면의 오차
율의 차이는 오차의 절댓값과 표본 수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80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4. 결론 및 토의
본 연구는 최근(2010, 2011) 개통된 도로/철
도사업을 대상으로 교통량과 교통수요 추정에 적
용된 인구통계적·사회경제적 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자료의 오차율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
출하기 위하여 진행되었다. 이를 위하여 선행연구
등 관련 이론을 검토하고, 교통수요분석 당시의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교통량 등의 예측
치와 실측치의 비교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통수요분석의 오차율은 도로사업보다 철
도사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둘째, 교통수요예
측에 적용되는 독립변수 중 인구통계자료를 제외
한 사회경제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예측치
의 오차율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러
한 독립변수 예측의 오차가 교통수요분석 오차의
직접적 원인으로 판단된다. 셋째, 기초자료에 따
른 교통수요예측의 오차율은 오차의 절댓값과 표
본 수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주요 시사점을 정리하
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으로 KTDB 구축을
위한 독립변수의 선정과 적용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인구통계자료의 오차율은 매우 낮
은 반면, GRP 등 경제활동 지표의 오차율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어, 향후 통행발생 모형 구축 시
인구나 가구 수 등 인구통계자료의 적용을 우선적
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활동 변
수의 경우 큰 오차율을 보이고 있는 GRP를 대체·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의 발굴이 필요할 것
이며, 이때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국제
유가 자료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토지
이용계획, 교통계획 등 관련 계획의 오차율이 도
로/철도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크게 나타나므
로, KTDB 구축 시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하
며 관련 계획의 유형, 규모, 반영시기에 따른 적정
한 반영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유사연구의 계속 수행을 통한 시사
점 도출과 본 연구에서 제시한 4대 오차유형의 근
본적 해결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
와 유사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충분한 표
본 수를 확보한다면 보다 신뢰성 높은 시사점을 도
출할 수 있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사후평가 보고
서 등의 1차 자료를 심층 검토하여 보다 합리적인
전략적 방향을 도출할 필요도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시간/예산의 제약으로 교통
수요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또한 정량적 분
석이 가능한 기초자료를 중심으로 교통수요분석
의 오차를 분석하였으나, 중장기적으로는 4대 유
형별/유형 간 오차원인분석과 오차의 근본적 해
결을 위한 KTDB의 발전방향을 도출할 필요가 있
을 것으로 사료된다.
Acknowledgement
이 내용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발주로 수행된 “국
가교통DB 구축 전후 교통시설 타당성평가의 신뢰
도 연구”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8181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82
<참고문헌>
Committee for Determination of the State of the Practice in Metropolitan Area Travel Fore-
casting(2007), “Metropolitan Travel Forecasting: Current Practice and Future Direction“,
Special Report 288, Transportation Research Board.
De Jong, G., Daly, A., Pieters, M., Miller, S., Plasmeijer, R. and Hofman, F.(2007), “Uncertainty
in traffic forecasts: literature review and new results for The Netherlands”, Transporta-
tion, 34, 375-395.
Flyvbjerg, B., Skamris Holm, M.K. and Buhl, S.L.(2006), “Inaccuracy in traffic foreca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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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ie, P. and Preston, J.(1998), “Twenty-one sources of error and bias in transport project
appraisal”, Transport Policy, 5, 1-7.
World Bank(2005), “Treatment of induced traffic”. Transport Notes, Transport Economics,
Policy and Poverty Thematic Group.
82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3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CLMV의 눈부신 변화와 도시설계
90년대 아시안 금융위기와 최근의 미국발 세
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후발신흥국가
인 CLMV, 즉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 변화의 스펙트럼은 눈부시
다. 베트남은 지난 약 15년간 비약적인 경제 성장
을 이뤄내며 극빈국의 지위를 벗어났다. 아직 1인
당 GDP가 한국의 1/9에 불과하지만, 이 기간 동
안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인구 비율을 약 60%에서
12% 이하로 줄여 나가는데 성공했다. 이미 개발
이 많이 진행된 하노이나 호치민 뿐만 아니라, 중
부 도시의 변화도 놀랍다. 현재 다낭과 호이안 사
이 약 10 km의 해안도로변에는 5성급 호텔과 호
화빌라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베트남을 제외
한 나머지 세 국가는 여전히 최빈국으로 분류된
다. 그럼에도 모터싸이클을 타고 달리는 남녀노소
사이로 도시 변화의 징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 변화의 일부는 한국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는 한국 기
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고급주거단지 ‘Cam-ko(
캄보디아-코리아) city’의 분양 광고를 여기저기
에서 볼 수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종종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나
타난 변화에 비유된다. 소위 ‘국가주도형 자본주
의 (State capitalism)’ 모델이 지난 30여 년간 중
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도시화와 도시개발을 설명
할 수 있다면, CLMV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역할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세훈 교수
그림 1. 캄보디아의 거리풍경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4
과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영향, 즉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와 해외직접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공여국이다. 2000년대 중반, 중동 국가의 전후복
구 지원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OECD 개발원조
위원회에 가입해 유·무상원조를 제공해 개발도상
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1)
과거 한국전쟁 직후 긴급구호와 식량지원 등 밖
으로부터의 원조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개발도상
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기쁨도 잠시, 과연 해외원조라는 대의명분을 지키
면서도 국익에 보탬이 되려면 어떻게, 누구를 도
와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
지만 슬기롭게 다른 나라를 도울 방법을 배울 시
간도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 2012년 기준으로 이
미 한국 국민 1인당 약 34,900원을 공적개발원조
에 쓰고 있으며, 이 비율은 향후 2-3년간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 기업과의 합작도 쉽지만은
않다. 이미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도시개발 사
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다수의 국내 건설사와
건축설계사무소도 현지 인건비 상승, 분양실패,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쓴 잔을 마시고 돌아왔다.
낮은 나무가지의 열매, 이미 수확이
끝났다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 등은 오랜 기간
에 걸쳐 해외원조 노하우와 시행착오 경험을 축
적했다. 고속도로, 철도, 발전소, 폐기물 에너지
화 사업에 이르는 도시하부구조 건설사업이 그 경
험의 한 축이었고, 의료지원, 환경개선, 커뮤니티
교육,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공급에 이르
는 사회적 사업이 또 다른 축이었다. 유·무상원조
를 통해 국익창출을 도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
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2007년 말레이시아-캐
나다 조인트 벤처로 매립지의 매립가스를 이용한
발전소 사업이 다낭시에 제안된 바 있다. 생산된
전력을 판매해 순이익 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온
실가스를 감축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다
시 글로벌 탄소시장에 재판매함으로서 사업의 경
제적 타당성을 얻고자 했다. 최근 일본은 일-아세
안 펀드의 지원 하에 ASEAN ESC Model Cities
Programme 이름으로 다낭시에서 주거환경 개
선사업을 수행했다. 정부의 환경개선 의지가 비
교적 확고한 두 지구(Chinh Gian Ward, Hoa An
Ward)를 친환경 모델도시(Model of Environ
1) Source: http://www.odakorea.go.kr/
그림 2. 다낭시 Chinh Gian Ward 주거환경개선사업 전과 후 (Source: Chinh Gian Ward Government)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5
mentally-friendly City)로 선정하고 폐기물 관
리, 커뮤니티 녹지조성, 마을하천 청소 등이 이루
어졌다. 이렇게 일찍이 원조에 나섰던 국가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실현가능성 높은 사업들을 선점
하고 있다. 적어도 개발원조 시장에서 손이 닿을
만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열린 열매의 수확철은 저
물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플랜 vs. 주문제작형 도시설계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개발 원조를 활용한 해
외 도시개발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
국은 근-현대화 과정에서 건설 산업의 비중이 컸
고, 현재까지도 많은 수의 건축 및 도시설계 관련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국내 건설 및 도
시개발 시장은 정체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
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부분적으
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정부와 민간 포함 연간 총
해외 도시개발 수주액은 2010년 처음으로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2)
하지만 수주액 대부분이 산업
설비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적으로는 오일달
러가 풍부한 중동 산유국에서 많은 개발사업이 이
루어졌다. 이렇게 해외 사업의 내용과 공간적 범
위가 단조로울수록 향후 국제정세와 시장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발원조 후발주자로서 국경을 넘어
서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작업은 과연 어
떤 의미가 있을까. 소위 한국의 축적된 도시설계
지식을 마스터플래닝의 형태로 전파하는 것이 가
능할까. 알렌 알슐러(Altshuler, 1965)나 존 프리
드만(Friedmann, 1971) 교수가 비판했듯, 이러
한 마스터플래닝이 한 지역의 성장목표를 몇 가지
합리성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라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신흥 개발국가에서 바람직한
도시 변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종종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유, 예를 들어 정치적 부
패나 전력난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변화를 가로막
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원을 약속하는 공여국
의 수와 그 자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수원국 입장
에서는 개발원조 메뉴의 선택폭이 매우 넓어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미 많은 도시계획 관련 정보
를 알고 있고, 매년 수많은 해외 전문가들의 자문
을 통해 좋은 도시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왔다. 이
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종종 원조사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언제, 얼마
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확인한다.3)
그럴수록 소
위 “마스터”플랜 혹은 “기본”계획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추상적인 합리성을 제안하는 도
시설계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당 도시의 정책 결정자, 현지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개발원조
의 내용을 주문 제작하는 도시설계가 필요하지 않
을까. 협의와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면 물론 이상적
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수원국 내에서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사업의 시작 자체가 어
렵다. 그리고 정책 결정자의 요구와 지역 커뮤니티
의 바람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마스터플랜에 내재된 피상적 외부성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내적 갈등 둘 다
도시설계 사업이 실현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된다.
2) 박용규. “도시 수출의 현황과 정책과제.” SERI 경제 포커스. 2011. 11. 8.
3) 김세훈, 김재영, 문형열, 이창주, 정만희, 주문솔, 최승철, 최홍림. 아세안4개국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국외출장 현지전문가 인터뷰. 2013. 8.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6
사회적 도시론
일방적인 마스터플랜과 수요에 따른 주문제작
형 도시라는 두 접근법 사이에 또 다른 도시론이 위
치한다. 그 중 하나는 소위 사회적 도시론이다. 지
역의 수요와 커뮤니티의 바람을 이해하되, 이를 도
시의 완성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점
진적인 도시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가
능한 한 많은 도시의 조각들을 모으고 이어서 개발
의 혜택이 널리 공유될 수 있는 도시모습을 제시한
다. 뉴어버니즘에서부터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에
이르기까지 온갖 도시론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
에서 또 다른 도시론을 추가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도시론은 전혀 새롭지 않으며,
현재 여러 도시학자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논의
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 Peter Rowe 교수가 90년
대에 미국 도시의 나아갈 바를 고민하며 만든 개념
인 “미들 랜드스케이프(Middle Landscape),” 도
시에서의 분배·다양성·민주주의 가치를 다룬 Su-
san Fainstein 교수의 “정당한 도시(Just City),”
MIT Brent Ryan 교수의 “축소도시와 사회적 도시
론(Social Urbanism in shrinking cities),” 그리
고 홍콩대학 Mee Kam Ng 교수의 “위대한 도시론
(World city vs. Great city)”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논의들은 도시역사, 정치학, 도시계획
등 서로 조금씩 다른 학문적 뿌리를 바탕으로 성장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
그 하나는 전통적인 도시설계의 핵심 소재인 물
적 환경, 즉 건축물, 가로, 도시블럭, 오픈스페이
스, 역사환경, 도시다양성에 대한 재발견이다. 이
는 물적 환경의 효과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잘 계
획되고 만들어진 물적 환경이 긍정적인 사회적 변
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른 하나는 도
시설계를 통해 한 지역에서 겪고 있는 복합적인 사
회·환경·정치적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지
만, 점진적이고 탈중심적으로 도시문제를 완화하
고 치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Fain-
stein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물적환경을 다루는
도시설계의 “반혁명적 개혁성(Non-reformist
reform)”에 대한 신뢰가 사회적 도시론의 근간
을 이룬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도시론과 관련하여 다음
과 같은 내용의 도시설계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만성적인 전력난과 폭증하는 도시·농촌 폐
기물의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놈펜
에서는 유기성 폐자원을 에너지화하는 사업, 그
리고 그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매립지에서 일하
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주거시설 및 고용
창출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물론 폐자원 에너지
화 사업 자체는 불법적 산림 벌목을 통해 취사용
연료를 판매하고 있는 민간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
는 대규모 산림 파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그
제조와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취
사용 연료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일은 시급하다.
더욱이 매립지 안팎에서 재활용품을 주워서 생
활을 꾸려가고 있는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의 비
그림 3. SOM이 제안한 다낭 도시 마스터플랜 (Source:
SOM)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7
전과 주거환경, 그리고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시할 수 있다. 이미 국제적 관광도시로
성장한 베트남 다낭은 프놈펜에 비해 폐자원 에
너지화에 대한 요구가 비교적 낮다. 도시미관 증
진 및 생활폐기물 관리에 대한 정부와 주민의 의
식 수준은 높다. 따라서 한 곳의 주거단지를 도시
환경 개선과 환경교육 실천의 모델 지구로 선정
하고 관광·문화·교육의 거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지역사회를 바꾸
어 나갈 수 있을지는 물론 불확실하다. 하지
만 많은 신흥개발도상국에서 손에 닿는 열매
의 수확이 끝났다고 탄식하며 돌아설 필요가 없
다. 도시공간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걷히고, 도시의 사회성과 물적 환경의 복잡미
묘하지만 아름다운 관계를 목격할 수 있는 최
적의 수확철이 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Acknowledgement
본 원고는 국립환경공단에서 발주한 “아세안4개
국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수립 (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작성되었다. 참여연구진으로 서울대 건
설환경공학부 김재영 교수 (PI), 주문솔 박사, 농업
생명과학대학 최홍림 교수, 환경대학원 김세훈 교
수, 원세형 박사과정, ㈜싱크나우 고윤화 소장, 최
승철 박사 등이 있으며, 도시설계 분야에서는 JOY
architecture 윤정원 소장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림 4. 두바이 Madinat Al Soor 프로젝트 제안 (Source:
RMJM+윤정원)
<참고문헌>
Altshuler, Alan. “The Goals of Comprehen
sive Planning.” Journal of the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 31, 3 (1965): 186-
195.
Fainstein, Susan S. The Just City.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10.
Friedmann, John. “The Future of Compre
hensive Urban Planning: A Critique.”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31, 3
(1971): 315-26.
Ng, Mee Kam. “World-City formation under
an executive-led government: The
Politics of Harbour Reclamation in Hong
Kong.” Town Planning Review, 77, 3
(2006): 311-337.
Rowe, Peter G. Making a Middle Landscape.
Cambridge, MA: MIT Press, 1991.
Ryan, Brent D. Design after Decline: How
America Rebuilds Shrinking Cities.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12.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88
서울의장수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이희연(환경대학원 교수)·
심재헌(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노승철(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1. 서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이므로 장수인들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동안 장수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의학 및
보건학 분야에서 장수(longevity)를 위한 생물학
적 요인이나 자연‧사회환경 요인들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최근 들어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지공간 확충, 보행환경 조성, 대기오염 저감 등
건강한 도시환경 구축을 위한 도시계획적 차원에
서의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초고령 인구(85세 이상 인
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
촌을 대상으로 장수인이나 장수 마을에 초점을 둔
연구들은 활발히 이루어진 반면에 도시를 대상으
로 한 장수 커뮤니티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편이
다. 이는 자연과 접할 기회가 많고, 환경오염이 적
은 농촌에서 거주하는 장수인들이 많았기 때문이
며, 따라서 장수를 위한 환경 요인들도 주로 농촌
을 대상으로 규명되어왔다. 따라서 향후 초고령
화 사회에 대비하여 건강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
기 위해서 초고령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도
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
한 배경하에서 본 연구는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
패턴 및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목
적을 두었다.
장수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수도(longevity degree)와 장수 커
뮤니티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이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65세 이상 인구에 대한
8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장수도를 측정하는 기
준으로 삼았다. 또한 장수도 20%(노인 인구 5명당
1명 이상이 85세 이상임)를 기준으로 장수 커뮤니
티를 추출하였다. 장수도의 공간패턴 분석이나 장
수 커뮤니티를 추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관건이 되
는 것은 분석 단위가 되는 공간단위(spatial unit)
88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라고 볼 수 있다. 보다 등질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농촌과는 달리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공간단
위에 따라 이질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장수도도
민감하게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초고령
자들의 활동반경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장
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기 위한 공간단위로 집계구
를 분석 단위로 하였다. 귀납적 접근방법인 탐색
적 데이터 분석(EDA: exploring data analysis)
방법을 도입하여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그 특
성을 파악하였다.
2. 서울시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
패턴 분석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기 위해 2010년 서울시
총 16,471개 센서스 집계구를 단위로 하여, 85세
89
그림 1. 85세 이상 인구분포를 나타낸 점묘도
89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이상 초고령자의 공간분포를 <그림 1>과 같이 점
묘도(dot map)로 시각화하였다. 1점이 1명의 초
고령자를 나타내는 세 시기별 분포특성을 비교해
보면 지난 10년 동안 초고령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서울시 전역으로 분산되어 거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점묘도로 초고령자의 분포를 나
타내는 경우 시각적으로 공간분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로 장수 커뮤니티가 군집 또는
분산되어 나타나는가에 대한 공간패턴을 파악하
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귀납적인 접근방법인
공간 클러스터링 방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각 집
계구별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중 초고령자의
비율을 상대화시켰다. 즉, 각 집계구의 장수도가
서울 전체 평균에 비해 얼마나 상대적으로 더 특
화되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LQ 지수를 활용하였
다. 이는 집계구의 크기나 인구수에 따라 절대적
인 노인 인구가 매우 작을 경우 장수도가 왜곡될
90
그림 2. 장수도의 시계열적 클러스터 패턴 변화
90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수 있기 때문이다(집계구 크기에 따른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의 차이를 보정함).
장수도 LQ 지수를 사용하여 ArcGIS의 핫스팟
(hot spot)기법을 활용하여 장수 클러스터를 추
출하였다.
핫스팟 분석기법은 주변 지역을 고려하여 클러스
터링 지구를 탐색하는 방법으로, 통계적으로 유의
미한 핫스팟이 되기 위해서는 각 집계구의 속성값
도 높아야 하지만 주변 집계구도 높은 값을 가져
야만 군집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통계는 값으로
산출되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각 집계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양의 값(예: )을 가지며 주변지역
도 높은 값으로 밀집되어 있는 지역들을 핫스팟으
로 추출해낸다. 반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
은 음의 값(예: )을 갖는 집계구들이 밀집되어 군
집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콜드스팟으로 추출해낸
다(그림 2 참조).
본 연구에서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 장
수도가 높은 클러스터 패턴이 점점 특정 장소에
서 더 강화되어 나타나는지 또는 그 주변지역으
로 확산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다른 장수 클러스
터가 형성되는가를 파악하였다. 즉, 장수 클러스
터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적 고착성을 살펴보
기 위해서 <그림 3>와 같이 값이 2 이상을 나타내
는 집계구를 시기별로 중첩하였다. 2000년, 2005
년, 2010년 세 시점 모두에서 값이 2 이상을 나타
낸 집계구는 총 19개동에서 210개 집계구로 나타
났다. 이 집계구들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장수도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장수도가 공간
적으로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수도의 공
간 클러스터 패턴을 종합해 보면 장수도가 높은
클러스터는 점차적으로 기존 지역에서 주변지역
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장수도가 높
은 새로운 클러스터도 형성되고 있다. 또한 기존
의 장수도가 높은 지구는 여전히 오랜 시간이 지
나도 높은 장수도를 보이는 공간적 고착화 현상도
나타남을 엿볼 수 있다.
3.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 분석
본 연구에서는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10년을 대상으로 장수도
20%(고령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85세 이상)를
기준 지표로 하여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한 후, 추
출된 장수 커뮤니티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주
택 특성을 파악하였다. 2010년 서울시에서 장수
도 20% 이상을 보이고 있는 집계구 수는 총 138
개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본 연구에서는 장수
도가 20% 이상인 138개 장수 커뮤니티와 장수도
가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집계구(67개)와 서울
시 전체와 각 특성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장수 커
뮤니티의 평균 교육수준이 서울시 평균이나 장수
도가 낮은 집계구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평
균 교육연수 뿐만 아니라 대졸비율도 장수 커뮤니
티가 가장 높게 나타나서 장수인들이 밀집하여 거
주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음을 말해준다. 장수 커뮤니티가 자가율이
91
그림 3. 장수도가 높은 집계구의 공간적 고착성
91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상대적으로 더 높고 동거세대 비율이 높은 것으
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종합해보면
장수인들이 밀집하여 사는 장수 커뮤니티는 상대
적으로 고학력이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
께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서울을 대상으로 하여 장수도의 시‧공
간적 변화와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패턴 및 그 특
성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서울시 내에서
장수 커뮤니티는 공간적으로 클러스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수도가 높은 핫스팟 클
러스터와 장수도가 낮은 콜드스팟 클러스터가 매
우 대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장수도가 매우 높은
특정 클러스터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장수도
가 높게 나타나는 공간적 고착화 경향까지 보여
주고 있다.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장수도
가 20% 이상인 집계구를 장수 커뮤니티로 추출하
여 그 특성을 파악한 결과 장수 커뮤니티는 다른
집계구들에 비해 교육수준이 매우 높으며 경제수
준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수 커뮤니
티의 경우 자가의 아파트 거주비율이 높게 나타나
는 가운데 가족과 동거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
게 나타났다. 장수 커뮤니티의 교육수준이 상대적
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해석
92
표 1. 장수도가 20% 이상인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 비교
(단위: 년, %)
그림 4. 장수도 20% 이상인 장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65세 노인 10명당 85세 인구수를 나타낸 도형도
92
Research BriefJES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될 수 있다. 교육수준은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직
접적인 요인이기보다는 장수 커뮤니티에 거주하
는 교육수준이 높은 초고령자일수록 건강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고, 따라서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
으며, 아마도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
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로의 접근성도 높아 전반적
으로 장수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장수인에 대한 표본추출을 통한 설
문조사에 의존하는 경우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
고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패턴 변화를 파악하기 매
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도시를 대상으로 가
장 작은 공간단위인 집계구를 분석단위로 하였다.
또한 전수조사 데이터를 이용한 탐색적 접근방법
을 통해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장수 커뮤니티
의 시‧공간적 변화 및 그 특성을 파악하였다는 점
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
다. 첫째, 노인 인구에 대한 건강, 복지 서비스 공
급은 고령인구와 초고령 인구, 그리고 성별에 따
른 수요를 고려하여 차별화되어야 한다. 특히 장
수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복지, 주거 서비스 수
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변에서 쉽게
이용할 수 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급
하기 위한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져
야 한다. 장수인들이 밀집해있는 장수 커뮤니티
에 공동 거주시설과 공동 의료시설, 공동건강돌
봄서비스(운동이나 여가 프로그램)를 동시에 제공
해주는 복합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
요가 있다.
둘째, 도시에서 초고령자의 수가 증가하고 장수
인이 늘어나면서 자연환경 보다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공공 서비스 제공 및 접근성 등이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
시 차원에서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 분포나 시계열
적인 공간패턴 특성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
에 미시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도시 환경이 장수인
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밝혀지지 못
한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장수 커뮤니티에 거주
하는 장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적인 설문조사
나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주변의 도시환경이 장수
인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후속적
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Acknowledgement
이 내용은 “서울의 장수도의 시공간적 변화와 장
수 커뮤니티의 특성 분석”(서울도시연구, 13(4),
53-72, 2012)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93
<참고문헌>
박삼옥 외(2007), 『한국의 장수인과 장수지역 –변화
와 대응』, 서울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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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4
박사학위 논문 요지
석사학위 논문 목록
2013년8월환경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 목록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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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서식지 연결성의
네트워크 분석: 도시 산림성 조류와 산림
파편화된 경관에서 서식지 연결성을 평가하고
유지하는 것은 생물종 보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
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물종 다양성과 관련되어
있는 연결성 정도가 얼마인지, 서식지 연결성이
종 전파와 유전자 흐름과 같은 생태과정을 유지시
킬 수 있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충
분히 검토하지 못했다.
이 연구에서는 서식지 연결성이 생물 군집의 다
양성과 이동뿐만 아니라,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산림성 조류
와 포유동물 군집, 음나무 개체군을 연구 대상으
로 하였다. 산림성 조류는 이동성에 제한을 덜 받
지만, 포유동물의 이동성은 도로 등에 큰 제한을
받고, 반면 음나무 개체군의 이동은 종자전파 조
류종 또는 수분매개 곤충에 의해 가능하다. 이들
생물종은 육상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대표하며,
생태계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보전 가치
가 높지만, 도시화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존
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생물종별 서식지 특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공
간규모에서의 서식지 연결성이 종 분포와 이동,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그래
프 이론에 기반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들이 다
변량 통계기법과 함께 적용되었다. 첫째, 서울시
와 인근 주변도시에서 산림성 조류종 분포와 서식
지 환경조사를 통해 서식지 구조와 연결성, 인간
간섭이 조류 다양성과 길드별 서식지 선택에 끼치
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둘째, 산림보전지역을 대
상으로 도로가 차단하는 연결성 정도와 주변 지
형경관의 특징 등이 소․중․대형 포유동물 군집들
의 로드킬 발생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고
자 하였다. 셋째, 기후와 지형 등 다양한 공간환경
변수를 이용하여 음나무 서식지를 도출하고, 서식
지 연결성이 개체군 간 유전자 흐름, 유전적 다양
성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중공간 규모에
서 분석하였다.
세 가지 네트워크 분석 연구들을 통해 생물다양
성 보전과 환경계획 수립에 있어 중요한 경관 생
태적 함의를 얻을 수 있었다. 산림성 조류군집과
포유동물, 음나무 개체군은 이동능력과 전파특징
이 각각 다르지만, 종 또는 군집의 서식지 선호도
와 이동능력에 따른 공간규모를 고려하여 도출된
서식지 연결성이 이들 생물들의 분포와 이동, 유
전자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로 밝혀졌다.
이는 경관이 생물종의 서식지 간 이동과 전파, 또
는 유전자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정도
를 정량화는 것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그래프 이
론에 기반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들이 경관 연결
성과 메타 개체군과 같은 생태적 과정 연구에 있
어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식
지 파편화와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다중공간 규모에서 서식지 연
결성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강완모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전공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6
영국 도시재생의 정책의제화 연구:
1960~80년대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에서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급증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의 도시재생
정책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국가와 도시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와 정책 연구는 의미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영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이 정책
의제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영국 도시재생정책
변화 과정과 시대별 특징 분석, 도시재생의 정책
의제화 배경, 그리고 정책의제화 요인을 분석하여
한국 도시재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영국 도시재생정책은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
을 가진다. 1960년 말 도입된 도심지역정책은 사
회문제해결이 목적이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
원을 추진하였다. 70년대 말에는 백서 Policy for
the Inner Cities 발간과 도심지역법 제정을 통해
도시쇠퇴문제를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고, 이는 영국 도시재생정책이 변화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1979년
대처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주도형 도시재생정책
이 등장하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 투자 유도와
비정부공공기구의 등장이라는 변화를 겪게 된다.
정책도입배경을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도시쇠
퇴 측면에서 살펴보면 당시 영국 대도시들은 심각
한 인구 감소 문제와 인구 감소의 공간적 계층적 편
중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제조업 쇠퇴는 실업을 증
가시켰고 실업은 다른 사회문제들과 결합하여 더
큰 도시문제를 형성하였고,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점점 노후화되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은 도시
쇠퇴문제가 도심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도시쇠
퇴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할 주요 의제
로 부상하였다.
마지막은 정책의제화 요인에 대한 분석이다.
1960년대 초에 발간된 보고서들은 도심지역문
제해결을 촉구하였고, 1958년의 노팅힐 폭동과
1968년 에녹 파울의 ‘피의 강물’연설은 인종 갈등
을 최정점으로 끌어올려 정부는 반이민자 열풍을
잠재울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또한 빈곤, 지방정
부와의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관료와 정
치가의 주도하에 도시재생정책이 추진되기 시작
한다.
한국에서는 영국과 같은 도시쇠퇴 과정과 징후를
경험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
어지지 않고 있다. 물리적으로 노후한 지역의 정비
방안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물리적 쇠퇴가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경제적 빈곤문제로 인한 사회병
리현상들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
하다. 특히 영국 등 서구국가에서 큰 문제를 유발
한 인종 문제를 배제한다면, 한국의 경우 도시쇠퇴
가 사회이탈현상과 결합한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각국의 상황과 도시 성장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쇠퇴 양상도 다르고 당연히 도시재생에 접근
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다만, 영국 도시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우리가 겪는 문
제에 해결 방법을 찾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
으로 한국형 도시재생정책 수립을 위해서 한국 도
시변화과정에 고찰을 통해 한국도시 쇠퇴 원인과
양상을 찾는 것은 본격적인 도시정책추진에 앞서
시급한 일이다.
김예성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7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의 변천과 특성
한국에서는 선진국과는 달리 부동산 개발에 있
어 대형 전문 디벨로퍼가 부재하고 건설회사가 주
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오
늘날 한국에서 부동산 개발산업이 제대로 확립되
지 못한 이유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실
물시장과 자본시장, 정부개입 간의 상호작용에 초
점을 맞추어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의 사회경제적
시대배경을 고찰하고, 오늘날의 개발산업 특성을
형성한 요인을 살펴보았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은 ’60~ ’70년
대 박정희 대통령 독재정권 하에 경제 성장 추구
와 급격한 도시인구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되
었으며, 이는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 특성을 결정
짓는 토대를 형성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물시장에서의 초과수요 및 정부 개입은
디벨로퍼의 역할 감소를 초래하였다. 급격한 도
시화에 따른 도시인구 급증은 만성적인 주택 부족
을 야기하였으며, 이에 한국 정부는 토지 공급의
독점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편, 정부는 신규
로 공급되는 주택 가격을 규제함에 따라 디벨로퍼
의 기업가적 자유(entrepreneurship) 또한 제한
하였다. 결국 이러한 배경하에서 디벨로퍼의 이익
극대화 전략은 양적 극대화와 및 비용 최소화였
다. 이에 따라 개발과 건설을 동시에 담당하고 주
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건설회사가 부동산 개
발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되었다.
둘째, 높은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대단지 아파트
건설과 자본시장에서의 여신 제한은 개발을 착수
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벨로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였다. 아파트 건설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과 실물시장에서의 초과수요는 시
장 플레어들로 하여금 집약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아파트 건설을 촉진시켰으나 자본시장에서 부동
산으로의 자금유입이 억제됨에 따라 개발에 필요
한 자금조달이 제한되었다. 결과적으로 디벨로퍼
는 상당한 자기자본 투입이 필요로 하였다.
이와 같은 디벨로퍼의 역할 감소와 막대한 자기
자본의 요구는 전문 부동산 개발회사의 출현을 제
한시켰다. 낮은 시장 위험과 인허가 위험은 대형
건설회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사업에 뛰어들
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들은 자금력과 대
량 건설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부동산 개발산업
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발휘하게 되었다.
향후 한국이 안정화된 경제 및 인구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디벨로퍼의 재무 건전성은 물론 개발
의 ‘가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기업가적 자유가
더욱 중요시 되고 이를 보유한 디벨로퍼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조
짐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나 전환이 이루어지기까
지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정 (환경계획학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8
Essays on Climate Change Comput-
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s
본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정책분석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연산가능일반균형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CGE) 모형의 문제점들에
대해 고찰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 중 하나로서 다
변량 분포 접근법을 대안적인 생산함수 기술 방법
으로 제안하며 실제 응용가능성을 평가한다.
이 연구의 첫 부분에서는, 우선 널리 쓰이는 글
로벌 CGE 모형 세 가지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모형
마다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결과를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 생산함수 구조를 우선적으로 선정
한다. 생산함수 구조의 변화가 모형의 예측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한다. 먼저 어느 한 CGE 모형의 중첩
고정대체탄력성 (constant elasticity of substi-
tution; CES) 함수 구조를 다른 모형의 함수 구조
로 변환하였을 때의 예측결과의 변화를 살펴본다.
또한 다른 실험에서는 상향식 모형의 특징을 반영
하기 위해 고정 요소투입 구조를 부분적으로 적용
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실험
결과는 이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량
및 탄소 가격의 예측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 대해 국
내총생산 감소가 함수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제 정책 수립에 CGE모
형 예측 결과를 반영할 경우 예측치의 신뢰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데이터 세분화 적용과 함께
한계저감비용이 산정되는 경우의 글로벌 CGE 모
형의 설명력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다. 탄소가격을
지역별로 산정한 결과 자본의 기여도가 특히 높은
몇몇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통념과 다르게 높은 수
준의 탄소가격이 나타남을 보인다. 실증 자료와 간
단한 수식 모형을 통해 이러한 이상현상은 단위 탄
소발생량 당 자본집중도와 탄소가격 간 정비례 관
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CGE 모형에서 널
리 쓰이는 함수형태인 CES 함수를 대상으로 한 수
치분석 결과 탄소가격의 이상현상은 CES 함수의
비례모수와 관련이 있다.
마지막 세번째 부분에서는, 에너지 관련 생산함
수 기술의 대안적 방법으로 다변량 분포 방법이 시
도된다. 총생산함수의 미시적 기초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에 의하면 미시적 생산기술에 대해 특정 통
계 분포가 가정될 경우 미시적 정보의 집합은 특정
한 형태의 총생산함수로 변환될 수 있다. 이를 실
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한국의 에너
지 다소비 제조업 부문의 실제 데이터에 나타난 통
계 분포의 특성들을 살펴본다. 또한 실제 시뮬레이
션을 할 때 다변량 결합 분포함수에 담긴 미시적
상관성 정보를 편리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코풀라
(copula) 라고 하는 통계적 수단을 도입하고 그 효
용성에 대해 살펴본다. 코풀라의 기본 이론에 대해
소개한 후 실제 데이터에 의해 추정된 코풀라 모형
의 설명력에 대해 분석한다. 그 결과 코풀라는 이
질적인 미시적 정보를 성공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
을 확인한다. 아울러 분포 접근법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CGE 모형이 소개된다. 이 모형에서는 레온
티에프 함수 형태의 개별 생산함수들의 총합이 기
존에 사용되던 총생산함수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형은 과거 데이터의 영향을 제거할
수 있고 예측결과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김창훈 (경제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9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과
이산화탄소 배출구조 분석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가구부문은 재화와 서비
스의 최종소비자로써 직·간접적으로 대부분의 에
너지 소비와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을 도출하고,
그로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구조 분석
에 목적을 두었다. 먼저 이론 및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가구의 에너지 소비요인을 도출하고 각 요인
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
소 배출구조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국내 81개 도
시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석유·도시가스, 전
력, 자가용에너지 소비로 구분하고, 에너지소비
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구조를 PLS-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으로 선
정된 6개 요인들은(가구, 주택, 교통기반시설, 자
가용이용, 도시유형, 도시특성 등) 직·간접적으로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에너지원에 따라 각 요인의 영향력과 효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의 난방에너지로 사용되는
석유·도시가스는 주택의 물리적 성능(주택유형과
노후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가구특성(
소득, 연령, 가구규모)은 전력소비에 큰 영향을 미
치고 있다. 한편 자가용의 보유 및 이용 그리고 도
시의 대중교통보급수준은 가구부문의 자가용 에
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구특성과 도시유형은 석유·
도시가스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지만 전
력과 자가용에 의한 배출량은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여 사회적 변화들이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
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
을 보여준다.
한편 도시의 형태, 밀도, 공간구조와 같은 도시
특성들은 가구, 주택, 기반시설 등을 통해 가구부
문의 모든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간접
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
안 도시특성이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
이는데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또한 도시특성
의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인구의 사회·경제적 구
성과 물리적 기반시설에 따라 도시특성이 가구부
문의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
향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
라서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는 도시의 인구·사회·물리적 특성을 고려한 저
탄소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특성이 이산
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간접적으로
나타나며 영향력의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
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에너지 소비를 에너지원별로 세분화
하여 에너지 소비요인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
치는 다양한 경로의 직·간접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
혔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구조를 분석하는 방법
론으로 PLS-구조방정식을 소개하고 그 유용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갖는다.
노승철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0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상호작용에
관한 실증분석
본 연구는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상호관계
에 관한 이론적 매커니즘을 밝히고 그에 기초하
여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를 위해 본 연구는 지역단위로 세분화된 주택시
장의 특성과 가격규제 정책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을 시·군·구의 공간단위와 규제자율기로
한정하고 주택시장의 공급자 가격결정요인과 대
체시장간 가격경쟁 및 교차탄력성에 관한 기존연
구를 이용하여 분석모형과 분석틀을 설정하였다.
실증분석은 고정효과 2단계 최소자승법을 이용하
고 상대규모(=분양물량/재고거래량)와 주택시장
의 구조변화를 중심으로 분석대상을 분양우위시
장과 재고우위시장, 가격상승기와 가격안정기로
구분하여 총 4개 그룹에 대해 수행하였다.
그룹별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군·구
의 지역주택시장에서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대체관계가 존재한다. 둘째, 재고가의 영향력은
분양우위시장 보다 재고우위시장에서 높고, 반대
로 분양가의 영향력은 재고우위시장 보다 분양우
위시장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규모가 분양
과 재고 가격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기준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전체그룹의 재고가의 영향력
이 분양가의 영향력 보다 높은 결과에 따르면 건
설사는 재고 호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택공급
자들의 가격 적절성의 판단 기준으로서 재고가격
이 더 유용한 정보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교차가격효과가 대칭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상대
규모의 균형점은 0.73보다 더 큰 구간에 있을 것
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가격상승기 보다 가격안
정기의 재고가 영향력이 3배(=5.42/1.85)정도 높
게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가격이 안정적일 때 가
격의 기준점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
섯째, 보급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
급규모가 낮은 부분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즉 각 부분시장의 주택가격이 매매
주택의 총재고가 아닌 각 부분시장의 공급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곱째, 각 부분시장
의 가격은 상호 대체시장 가격의 영향을 가장 크
게 받지만 분양가는 전매제한규제와 공사비, 재고
가는 대출금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시사점을 다음과 같다. 주택정책은 전
국 및 광역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단위
로 검토되어야 한다. 주택가격 정책은 재고주택을
기준으로 마련되어야 하지만, 부분시장의 가격정
책은 통합적이기 보다는 부분시장의 수급측면에
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분양과 재고의
가격 문제는 각 부분시장의 공급측면에서 접근하
여야 한다. 분양가 규제 대상은 「주택법」에 따라
일괄적으로 20호 이상에 적용되기 보다는 사전적
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예상되는 특정 지역과
시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양가에 대한 정책은 직접적인 가격
규제 제도를 선택하기 보다는 전매 및 청약제도를
개선하여 투기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건설사의
분양가 상승 유인을 낮추는 비용개선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박은숙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1
인구변동 불확실성과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결정
본 연구의 목적은 인구변동의 불확실성, 거주
민의 삶의 질 변화, 사회간접자본투자의 옵션특
성 등을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투자결정과정
에 명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이론 틀을 구성하
고 이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론의 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의사결정모형의 도출과
정은 동적계획법과 실물옵션이론을 활용한다. 모
형의 구조는 ‘투자하지 않을 때 기대되는 순효용
과 옵션(투자기회보유)가치의 합’이 ‘투자할 때 기
대되는 순효용’과 같아질 때의 인구수(임계인구
수)를 도출하여, 이를 투자시점의 실제 인구수와
비교해 투자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사회
간접자본 투자의사결정모형의 임계인구수는 인
구변동성, 인구성장률, 투자규모 등과 비례관계
를 보이고 효용변화, 개인소득 등과 반비례 관계
를 보인다. 투자기회를 보유하는 것의 가치(옵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다름에 따른 결과이다. 옵
션가치가 클수록 투자에 신중해야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 지방정부의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능성․투자시기 등을 살펴
보았다.
먼저 투자규모를 지방정부 사회간접자본스톡의
2%와 1% 수준으로 가정해 모의실험을 진행하였
다. 예를 들어, 2%를 투자할 경우 수도권은 임계
인구수에 실제 인구수가 도달하는데 약 8~10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은 투자를 지속하
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2013년, 2014
년 이후의 투자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
고, 경기는 2020년까지의 투자를 3~5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TX 투자에 대한 모의실험 결과, 사업비 전액
을 지방정부가 부담할 경우 향후 수도권의 성장이
임계인구수에 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
업비의 약10%를 수도권 지방정부가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경까지 3․4년 간격으로 실제인
구수가 임계인구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
만 수도권 전체가 감당해야할 사회간접자본투자
가 GTX 사업만은 아니므로, GTX 사업투자에 수
도권 사회간접자본투자 총량과 효용개선정도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투자는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고
일단 결정되어 추진되면 되돌리기 어려우며, 투
자추진과정에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투자
결정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 크다. 일례
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수요의 바탕이며 재원의
근원인 인구수는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한
다. 따라서 투자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사회간접
자본 확충이 완료된 후의 인구를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회간
접자본에 대한 투자가능성을 보유하는 것의 가치
(옵션가치)는 클 수밖에 없으며, 투자결정과정에
반드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투자결
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본 연구의 수리모형은 전
통적 방법에 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신중히 추
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준혁 (도시계획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2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배출량 산정을
위한 전과정모형 개발과 평가
90년대 후반에 자연수계 내에서 의약물질의 검
출이 보고된 이후로 환경 중 의약물질에 관한 연
구가 급증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지표수에서 의
약물질의 검출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의약물질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이 관찰되
는 것은 상당한 우려를 일으킨다. 환경 중 의약
물질들은 대체로 ppt(part per trillion) 수준으
로 검출되고 있는데, 의약물질은 그 속성상 낮은
농도에서 생체에 영향을 주도록 고안된 물질이어
서 낮은 농도라도 만성으로 노출될 경우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러 의약물질이 혼합
된 상태에서는 복합적인 영향을 나타낼 수도 있는
바, 명확한 유해성의 규명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라
도 사전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한 사전예방적 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는 특정한 지역 및 특정한 의약물질에 대한 단편
적인 정보가 아닌, 적어도 국가 수준의 지역 범위
내에서 모든 의약물질에 대한 배출량 및 환경 농
도의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 복
용, 배설, 폐기되는 인체의약물질에 대하여 전체
총량은 물론, 각 인체의약물질 별, 배출경로 별 배
출량을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한, 방대한 범위의 물리화학적, 생리학적 성질을
가지는 물질군을 형성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인
체의약물질들의 농도를 일일이 측정하는 것은 현
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환경적 관점에서 인체의약물질의 관리
방안을 수립함에 있어서 인체의약물질 별 생산량
과 같이 인체의약물질이 환경 중으로 배출되기 이
전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체의약물질 별 환경 배
출량 및 농도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의약물질의 공급부터 지표수 배
출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포괄하는 새로운 배
출량 산정 모형을 개발하였다. 연구의 주요 과정
및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체의약물질의 생
애주기를 생산/수입, 유통, 회수/폐기, 처리/배
출 등 7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행위 주체들
및 주요 거점 사이에서 인체의약물질의 흐름을 정
량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하여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량 산정 모형을 개발하였다. 둘째, 배
출량 산정 모형에 사용되는 변수들 각각에 있어서
가능한 범위를 지정하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을 수행하여, 모형 예측값의 분포에 강하게 영향
을 미치는 변수들을 식별하고 그 영향을 정량적으
로 평가하였다. 셋째, 10가지 인체의약물질을 선
정하여 본 모형을 적용한 지표수 배출량을 산정
하고, 각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량 분포로
부터 예측환경농도를 산정, 기존 문헌에서 보고
된 해당 인체의약물질의 측정환경농도와 비교함
으로써,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배출량 산정 모형
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넷째, 환경 배출량
정보로부터 국내 환경에 적합한 예측환경농도를
산정하기 위하여, SimpleBox 모형을 기반으로
Modified SimpleBox 모형을 개발하였다. 마지
막으로, 인체의약물질을 속성에 따라 분류하고,
가상의 관리 기준을 초과하는 그룹을 식별, 해당
그룹 내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 수준을 통제
하기 위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였다.
한은정 (공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3
아파트 조경 설계의 변화와 특성 연구·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국의 아파트는 1962년 마포아파트 단지의 건
설 이후 약 50 여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
을 이루어왔다. 아파트의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
경 설계 역시 아파트의 역사와 그 궤도를 함께 하
며 다양한 시대의 요구에 따른 양적·질적인 성장
을 도모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아파트 조경
설계의 사회적 요구와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과 이
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설계의 표현 방법에 대한
진단이다. 이는 현재 아파트 조경 설계의 모습과
특성을 파악하게 하며 미래 사회에 대한 가치와 의
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선 아파트 조경 설계의 공간적 범위를 크게 건
물/구조물, 녹지, 동선, 이용 공간의 네 가지로 분
류하고, 이를 조경 설계의 공간 구성 요소로 보았
다. 또한 지난 50년을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따
라 중요한 변곡점을 기준으로 여섯 개의 시대로
구분하고, 각 시대별 주요 아파트를 선정하여 이
를 분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상의 공간적·시간
적 분석의 틀을 통해 아파트 조경 설계의 요소별·
시대별 주요 쟁점과 구체적인 설계 내용을 도출
하였다.
설계의 개념어는 설계와 사회적 인식 속에 나
타나는 키워드를 통해 추출하였는데, 이는 공공
(개방, 소통), 다용도/편의, 다양, 상징, 안전, 웰
빙(건강, 힐링), 연계(맥락, 인프라), 참여(정원, 경
작), 친환경, 그리고 테마(이야기, 지역성)의 열 가
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건설 초기에는 친
환경, 공공, 안전의 몇 가지 개념어만이 각각 환
경, 사회, 사람의 요인을 대표하며 단순하게 나타
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파트의 양적 확
대에 따른 설계 여 건의 성숙, 관련 법·제도의 도입
및 적용, 현상 설계에 의한 설계 내용의 다양화에
영향을 받아 연계, 상징, 다양, 다용도/편의, 참여
등의 개념어가 각각의 큰 줄기에서 분화하여 나타
났다. 이후 개념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
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1997년 금
융위기를 맞아 테마의 개념이 상징과 결합하여 아
파트의 특화와 차별화 전략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현재에 오면서 점
차 몇 가지의 주요 흐름으로 수렴하는데, 다양하
고 복합적인 이용과 체험을 수용하며 지역 차원
의 연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설계 방식이 나타나
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각 시대별 아파트 조경 설계
의 특성을 도출하였으며, 이는 경관의 감상과 상
징적 재현, 정형화, 획일화, 대량생산화, 계획적
연계와 시각적 통일성, 친환경과 생태의 이미지,
상징과 테마를 통한 차별화, 그리고 다양하고 복
합적인 일상의 경험 등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
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아파트 조경 설계는 자연
의 외적인 모습의 상징에서 이의 복합적인 체험과
교류에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시간적·공간적 연속성에 의한 상호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변화·발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시각
적 감상 위주의 설계가 획일화와 생태적 이미지의
설계 특성과 맞물려 여전히 고정적이고 특색 없는
경관을 만들어내는 점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주민의 보안과 안전에 대한 요구로 계획적 연계의
특성이 폐쇄적 커뮤니티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
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강연주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4
장소기억으로 해석한 근대 산업경관
- 근대 산업도시 장항을 사례로 -
산업혁명 이후, 탈산업화가 진행되며 많은 산업
화의 유산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지기 시작하였고
이중 일부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자원과 역사유산
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관련하여 유네스코는 세계
문화유산의 새로운 유형으로 문화경관 개념을 도
입하여 건축물 등의 물리적 유산뿐만 아니라 문화
화 과정 속에 담겨진 사회적 관계, 생활양식, 의미
와 정체성 등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 연구는 문화경관 연구의 새로운 도구이며 개
념인 장소기억을 소개하고 이를 사용하여 장항 근
대 산업경관 해석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집단기억, 메타포, 구조주의를 토대로 장소기억을
재개념화 하였다. 장소기억은 장소를 중심으로 남
아있는 기억을 말하며, 장소의 아우라, 이에 대한
주체의 기억, 그리고 기억이 재현된 기념물로 구분
된다. 여기서 장소기억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이 아닌 상호 순환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작동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중 주체의 기억,
즉 내부자인 지역주민의 기억 속에 내재된 장소기
억을 사용하여 경관을 해석하였다.
장소기억의 수집을 위하여 반표준화 인터뷰를
사용하였다. 인터뷰 과정을 경관 해석에 맞도록 응
용하여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조만들기 기술,
신뢰도와 타당성 확보를 위한 정보제공자, 자료의
검증 등의 과정을 체계화 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지인 장항은 한극의 대표적 근
대 산업화지역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산업
화 지역으로 조성되었지만 50년대 이후 자생적 산
업화의 지역으로 발전하여 80년대 이후에는 산 업
쇠퇴가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과거 산업화의 기억
이 소비되고 있다. 이중 장항 제련소와 장항 부잔
교는 스펙터클한 산업경관으로 과거 관광지로 이
용되었고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표지를 장식하
기도 하였다.
장소기억으로 장항 근대 산업경관을 바라본 결
과, 산업도시에 대한 경관 이미지는 우리가 일반적
으로 알고 있는 ‘제련소 굴뚝’으로 상징되는 것뿐
만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두텁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되어 형성된
지층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다양한 기억의 충위들
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그 주요 원인은
권력 구조와 사회적 구조에 따라 변화하였다. 각
이미지들은 다양한 기억의 장소들에 의해서 구성
되고 설명되지만 각 장소는 시간의 변화 속에서 동
일한 의미와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제
련소 굴뚝은 과거 번영의 상징이었지만 80년대 이
후 상실의 상징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환경오염
의 상징으로 변화하였다.
더불어 기억 속에 내재된 경관 이미지를 시각화
하기 위하여 의미연결망 분석을 사용하여 지도화
하였다. 이를 통해 시기별 변화하는 기억의 장소들
의 변화와 의미크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경관 연구에서 장소기억은 경관을 구조적
으로 파악하고 해석한다는데 의의를 가진다. 경관
의 시각적 특징과 의미뿐만 아니라 그 형성과정과
구조를 밝히고, 전문가만의 해석이 아닌 지역주민
의 관점에서 미시적으로 읽고 장소중심으로 바라
보고자 하였다. 장소기억은 기존 문화경관 연구의
외연을 넓히고 실존적 공간에서 시작한다는데 그
의의를 가진다.
박재민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5
도시블록 단위에서 소규모 녹지가
기온저감에 미치는 영향
도시열섬은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 일수 증가에
따른 사망률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으
며, 주원인되는 인공피복면을 녹지로 개선하려는
도시열섬 저감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규모 녹
지는 효과적인 냉섬이나 신규로 추가하기엔 사회
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도시 미시적 공
간규모에서 가로수, 자투리녹지, 소공원 등은 행
정구에서 실행가능한 열섬대책이 된다. 기존연구
에서 소규모 녹지의 열섬저감 효과는 미시적인 공
간단위를 대상지로 하여 다양한 규모와 유형을 제
시하는데 미진하였으며, 열섬저감을 위한 녹지확
충계획과 관련 법제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제
시가 미미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도시블
록단위에서 소규모 녹지가 기온저감에 기여하는
지 평가하고, 도시블록단위에서 기온저감 효과가
있는 소규모 녹지의 배치, 유형 및 규모를 제시하
는 것으로 하였다.
대상지는 건물 등의 인공피복면 비율이 높은 서
울시의 중구와 종로구의 6개 블록을 선정하고, 녹
지율이 높은 실험군과 낮은 대조군을 그룹화하였
다. 기온은 여름철 맑은 날 주간에 지상 1.5m에
서 이동식 로거로 3일동안 실험구와 대조구에 대
하여 동시에 도보로 반복측정되었다. ArcGIS 9.3
을 활용하여 기온데이터를 지점별로 공간화하고,
일조분석을 하였다. 소규모 녹지의 기온저감 효
과는 SPSS 12.0을 활용하였는데, 실험구와 대조
구 간의 평균기온차이(ΔTCon-Exp)는 t Test로,
블록 내 세 분류군(양지, 건물음지, 소규모 녹지)
간의 평균기온차이를 Kruskal-Wallis로 검증하
였 다. 또한 블록 내 최고기온(THP)과 최저기온
(TLP)에 대한 기온영향요소 분석을 통해서 비녹
지기온(TNGP)과 녹지기온(TSGP)으로 분류하였
다. 블록 내 비녹지기온 중 최고기온과 녹지기온
의 차이를 종속변수로 하고, 소규모 녹지의 유형
(면형, 선형, 단일식재형, 혼합식재형)에 따른 녹
지면적과 체적을 독립변수로 하는 단순회귀분석
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블록 6개 전체에서는
실험구가 대조구보다 최고 2.2℃ 정도로 유의성
있게 낮았다. 이에 블록기온의 2.0℃ 정도 저하를
위해 블록 내 녹지율이 20% 정도가 확보가 요구
될 필요가 있다. 블록 내 녹지기온은 건물음지기
온보다 대체로 0.5℃ 정도 낮으며, 양지기온보다
는 최고, 1.5℃ 낮았으므로 소규모 녹지를 건물음
지가 없는 양지에 조성하여 열섬저감요소로 활용
하는 것이 유효함을 밝혔다. 또한 블록 내 최고기
온인 양지보다 녹지기온이 최고 4.2℃ 정도로 유
의성 있게 낮았다. 블록 내에서 양지보다 적어도
1.0℃ 이상 낮은 소규모 녹지를 조성하려면 적어
도 면형이나 혼합식재지 유형이어야 하고, 녹지면
적은 200㎡ 이상 그리고 녹지체적은 2,000㎥ 이
상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미시적 공간단위 및 다수의 측정지
점 설정, 반복된 기온측정 등의 연구방법은 유용
하였고, 미시적 열섬저감대책으로서 기여하기 위
해 소규모 녹지는 혼합식재된 면형이어야 하고,
블록녹지율은 20% 이상이 요구되며, 최고기온은
보이는 양지에 적어도 면적은 200㎡ 이상 그리고
녹지체적은 2,000㎥ 이상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하겠다.
박종훈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Research BriefJES 2013년 8월 석사학위 논문 목록
106
도시계획학 석사
조경학 석사
■ 사무직종사자의보행만족도및보행형태에영향을미치는보행환경요인분석-판교테크노밸리를사례로하여-
■ 4대강사업을둘러싼천주교와개신교의환경담론비교분석:주교회의,한기총,KNCC의성명서를중심으로
■ 외국인직접투자 제조업기업의 공간분포와 입지요인 분석
■ 광역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계획 수립과정 평가
■ 고령친화적주거환경조성에관한협력적거버넌스연구-세곡동고령자전용아파트와배후시설을중심으로-
■ 압축도시 특성이 도시기온에 미치는 영향
■ 전통시장과기업형슈퍼마켓방문객의이용특성비교
■ 지역생활권별 교통에너지 소비량 및 탄소배출량 분석
■ 국내 도시농업 활성화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 Estimating price elasticity of energy inputs across manufacturing sectors in Korea using
the generalized loit model
■ 도시 녹지와 경관특성이 오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 분포에 끼치는 영향 비교
■ 보와 어도가 하천의 어류 군집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브랜드슬로건에 관한 연구
■ 수도권1기신도시의산업구조변화분석
■ 기후변화에따른PCDDs/DFs와휘발성유기화합물의동태변화의비교분석
■ 메타회귀분석을이용한하천의가치추정:수원천을중심으로
■ 노인의일상여가장소이용행태와선택요인-서울의종묘공원을중심으로-
■ Stream export of dissolved carbon from a small forested watersheds
■ Assessment of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the contamination levels of polycycle
aromatic hydrocarbons in multi-medra environments, South Korea
■ 지속가능한발전관점에서평가한몽골의맨손-소규모금광업의합법화정책
김동영
김신영
김정아
김진아
목인경
박귀원
박희영
석주영
손슬기
신희영
이경민
이상헌
이소영
이승욱
장리아
장혜림
정유선
정윤아
채옌옌
쿨 란
■ 야간이용 활성화를 위한 보라매공원 리노베이션 계획
■ 올림픽 공원 수익시설 도입의 선순환구조 운영관리시스템 연구
■ 건강증진을위한활동친화적주거환경개선방안연구:부천시오정구까치울전원마을을대상으로
■ 입체복합시설의매개공간적특성을고려한광장설계:마곡중앙광장을중심으로
■ 서천군장항읍유휴지를활용한도시농업.정원박람회전략계획:충청남도서천군장항을대상으로
■ 미시담론으로서1인미디어에나타난장소감에관한연구:서울숲을대상으로
■ 노을공원의 사회적 연결망 분석을 통한 공원관리 참여과정 연구
김진호
박양우
소 진
이선미
이윤주
이제이
조민정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이도원(환경대학원 교수)
답사기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08
이도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꼭 3년 만에 몽골을 간다. 공항에서 일행을 만나
고 보니 이전과 비교하면 인적 규모도 조사에 활
용할 장비도 크게 달라졌다. 3년 전에는 차량 하나
에 몽골 기사와 주로 관광객을 데리고 다니던 가냘
픈 젊은 여성의 인도를 받으며 교수 2명과 학생 4
명이 조촐하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한국인으로 교
수와 박사 연구원, 대학원 학생, 학부 학생 각 3명
씩 합계 12명이 동행한다. 현지에서는 3대의 러시
아산 푸르공을 몰아줄 세 명의 기사와 몽골 연구
자 5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모두 20명의 일행이
열하루 동안 울란바토르를 떠나 항가이산맥 기슭
을 돌며 조사하고 돌아오는 합동작업을 할 예정이
다. 출국을 앞두고 조사기구들과 야영장비로 대폭
늘어난 짐을 큰 무리 없이 옮겨가는 것이 가장 큰
사안이 되었다. 최저의 경비로 원만하게 운송하기
위해 학생들은 짐의 크기를 조정하고, 장비를 따
로 포장하는 작업으로 부산하다.
엿새 동안 남고비 일대를 둘러본 2010년의 일
정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강원대학교 강신규 교
수와 인연으로 이루어졌다. 강교수는 아마 그 때
가 몽골 방문의 첫 해였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연구 과제를 위해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하고, 결
과의 신빙성을 현지에서 확인하는 조사를 해야 했
던 그에게 1990년대 중반부터 알고 지내던 몽골
국립대학교 출룬 교수를 소개하는 것이 내게 주
어진 중요한 임무였다. 그래서 답사를 떠나기 전
에 울란바토르에서 출룬 교수 제자들과 함께 작은
발표 모임을 가졌고, 그 행사의 효과로 강신규 교
수 연구실과 몽골 연구자들 몇 사람이 인연을 맺
었다. 이들 일부와 함께 강신규 교수와 고동욱 교
수는 재작년과 작년에 몽골 서북부와 동부 지역을
보름씩 답사하는 경험을 이미 쌓았다. 이번 답사
에 동행하는 박사후 연구원 아무라와 박사과정 보
기와 천터는 현재 강교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과정으로 이번 답사 경로와 일정은 몽골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3번 다녀온 지
역과 중복을 피하여 항가이산맥 일대를 답사지역
으로 잡았다. 인공영상 자료 분석 결과와 도로 상
태, 도시 분포를 고려하여 경로와 일정을 계획했
을 것이다. 나는 준비과정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그저 8번의 비단길 여행으로 겪은 “긴 옮김 짧은
머뭄의 연속”인 바쁜 일정이 아니길 내심 빌 뿐이
다. 몽골 동부 지역의 진흙길과 한국산 낮은 차량
으로 1년 전에 겪었다는 고난도 이번 답사에서는
재연되지 않기를...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09
늦은 밤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옮겨
가는 길 주변은 지난 3년 동안 무척 많이 바뀐 듯
하다. 도심으로 이어지는 도로 왼쪽은 이미 건물
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3년 전 초원으로 남아 있
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도로 오른쪽에도 조금씩 새
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체육관처럼 보이는
꽤 큰 건물이 언뜻 스치는 것으로 봐서는 땅 값이
상대적으로 싼 교외지방으로 공공건물이 들어서
며 개발의 원동력이 되는 모양이다. 그동안 도시
가 어떤 방향으로 팽창했는지 모르겠으나 왼쪽 저
편에 흐르고 있을 톨강 건너 우뚝 서 있는 화력발
전소 뒤쪽, 도시의 서쪽 언덕으로 넓은 주택지가
들어선 모습도 언뜻 보인다. 이렇게 변모된 모습
은 나중에 몽골을 낮 시간에 이륙했던 이현정 박
사의 사진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런 변화는 소위 도시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인구성장과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우리의 1960년대처럼 가난한 시골 사람
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어 공기와 물 문제
가 대두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그 현장에 오기
까지는 실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나중에 몽골 유
학생 쿨란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찾아보니 2000년
에 786,500명이던 울란바토르 인구는 2007년에
백만 명을 넘어서고, 작년에 123만 명을 기록했다
고 한다. 거의 몽골인구의 반이 수도에 몰려 있는
셈이다. (2012년 약 275만 명)
톨강의 다리를 건너며 왼쪽 차창을 내다보니 산
능선 위로 반달일 걸려 있다. 앞으로 초원의 달밤
을 기대해도 좋겠다. 우리는 몽골초원의 야영장
에서 밝은 달을 한껏 볼 수 있는 행운의 일정을 잡
은 것이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여름 방학이 되
어 성적제출을 포함하는 학기 마무리를 한 다음에
맞춘 여정이 다행스럽게 보름 전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맞을 낭만은 긴 이동으로 빡빡한 우리 일
정에 한 줄기 위안이 되리라. 실제로 우리는 답사
를 하며 야영장에서 거의 매일 달을 보게 된다. 그
중에서 그야말로 일모도원의 상황에서 고개에 잠
시 멈춘 시간에 오보 뒤로 뜬 보름달을 사진에 담
던 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허나 그날 밤 예약
을 하지 않은 채 호수가를 돌며 게르 숙소를 찾아
헤매느라 초원을 비추는 아름다운 보름달은 제대
로 즐길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 무척 아쉬운 일이
그림 1. 답사 경로. UN지도제작웹사이트(http://www.
un.org/Depts/Cartographic/english/htmain.htm)
자료에 이경민이 경로 표시.
그림 2. 비행기가 이륙할 때 찍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
항 가까운 지역 모습. 이현정 사진. 징기스칸 공항에서 도
심으로 이어지는 길은 사진의 오른쪽에 있고, 비행기 날개
아래로 날개와 거의 평행하게 톨강 물길 일부가 하얀 선으
로 보인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0
다. 지나치게 긴 이동에 머뭄이 안겨주는 멋이 매
몰되어버리는 이런 여행을 언제 마감할 수 있을
까? 미리부터 잠시 일정을 논평하자면 예비답사
로 간주하고 꾸렸던 긴 이동의 비단길 여행 방식
을 폐기하고 싶어 하던 내 갈구를 이번에도 이루
지 못한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무거운 짐들을 4층으로 낑낑
대며 끌어올리고 나니 자정이다. 숙소는 한 달 동
안 전세를 내어준 출룬 교수의 아파트란다. 아파
트 건물은 허름해도 미국 생활을 오래 한 그의 공
간 실내 장식에는 내가 아는 한 몽골풍이 거의 보
이지 않았다. 화장실 출입문 안쪽에 붙어 있는 어
린이 교육용으로 영어단어를 곁들인 동물 그림은
몽골의 한 현대지식인이 가진 의식을 여실히 전
달하고 있다. 영어 실력이 이 사회가 선택할 인
물의 중요한 자질이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출룬 교수는 러시아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여 박
사학위를 받고, 미국과 몽골, 내몽골 초지를 연구
하는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오지마(Dannis Ojima)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는 과정에 가족과 함께 오랫
동안 미국생활을 했다. 나는 거기서 그의 집에 초
대를 받은 적도 있지만 나보다 한 살 아래인 그의
가족사를 여기에 공개할 수는 없다. 그는 이제 고
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와 몽골 환경부장관의 자문
역을 반반씩 맡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학교 일은
거의 하지 못할 만큼 바쁘고 몽골 정부에서 큰 역
할을 하는 사람(big man, 답사 마지막 날 저녁에
만났던 몽골기상수문연구소장의 표현)이다. 아파
트 벽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가족사진엔 아들 둘에
딸 한 명이 있는데 막내는 2-3살 되어 보인다. 나
중에 항가이산맥 기슭을 따라 답사를 마치고 게르
에서 마지막 밤을 잔 다음 날 아침, 말을 타려갔다
가 후스타이공원 앞에서 출룬 교수 가족을 만났
다. 미국 연구진과 함께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메일로 알렸으나 그의 숙소가 공원시설
인 줄은 모르고 있었기에 반쯤은 우연한 만남이었
다. 그의 가족과 인사를 할 때 보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그의 막내딸은 실제론 4살 정도 되어 보
였다. 아들 둘은 몇 살 손위가 되니 그의 아파트 화
장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동물 그림은 이들의 교
육용인 셈이다.
다음날 우리는 하나로마트에서 식량을 구입하
고, 몽골 일행은 몽골식 시장을 둘러 떠날 차비를
했다. 하나로마트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일행
에게 제법 긴 시간 경험담을 들려주는 듯했는데 나
는 이야기 판 속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
다. 현지 정보를 챙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늘 그러하듯이 떠나기 전까지 밀린 일들
로 쫓기는 시간과 새벽 3시 무렵 잠자리에 들었던
몽골 첫날의 일정으로 지친 몸을 먼저 가다듬어야
실질적인 내 마음의 여행은 시작하는 것이다. 이
렇게 마음은 몸보다 조금 늦게 여행 준비를 한다.
그림 3. 호수가 게르를 찾아가던 날 저녁 멈췄던 고개의 보
름달. 서로 떨어진 차들을 모으는 동안 9시 반이 넘어 이 사
진을 찍고는 길을 헤매기도 하며 자정을 넘기고 2시에 어
렵사리 숙소를 구하고는 3시 40분에 잠자리에 든 날이다.
몽골에 도착한지 꼭 1주일 지난 날의 일이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1
그래도 현지인과 일행이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
위기를 눈치 채고 한 장의 사진을 남겨놓았다.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기혼자들의 몸은 거기
에 있어도 마음은 모두 딴 데 가 있다. 학생인 이
지선 혼자만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지 웃
고 있는데 그 순간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나중
에 들으니 주로 이국 땅에 장사를 하며 겪는 고달
픔을 이야기했던 모양이다. 이를테면 몽골 사람들
이 장사가 끝난 밤 시간에 찾아와 물건을 팔지 않
는다고 행패도 부린단다. 언제 어디서나 외지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텃세는 있는 법이고 잠시나마 새
로 만난 고국 사람에게 시원하게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심히 잡아둔 한 장
면 속에 그럴 듯한 사연이 담겼으니 그 사진을 챙
긴 내 스스로의 감각이 신기하기도 하다. 내 답사
기는 현지에서 의도했던 내용을 담은 사진과 메모
장을 들여다보며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으로 작성
되는데 가끔 이렇게 뜻밖에 포함된 사진 부분에 의
지하는 때도 있다.
초원의 땅에 그려지는 새로운 풍경
울란바토르를 떠난 차가 2시간 남짓 달리기 전
에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난다. 우리나라 산
지의 좁은 골짜기 풍경에 익숙한 내게 야트막한 언
덕을 뒤로 하고 넓게 자리를 잡은 농경지는 이색적
이다. 3년 전 고비사막 일대를 거쳐 징기스칸 시절
에 몽골의 수도였던 하르호린에서 지금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이동하는 시간에 아마도 이 길을 통
과했을 터인데 그 때는 이렇게 넓은 지역의 농경
활동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때도 이미 이러했
는데 무심히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이번 여정에서
뜻밖에도 드넓은 경작지를 몇 번씩 보게 된다. 멀
리 자연초원으로 비집고 들어가 지면을 노란색으
로 점령해가는 풍경의 실체는 유채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법 가지런한 모습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
은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지만 자연초원보다
조금 짙은 초록으로 땅을 덮고 있는 실체는 무엇
일지 멀리서 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림 4. 몽골 슈퍼마켓 노민(Nomin) 앞에서 구입한 식량을
싣는 모습.
그림 5. 하나로마트 앞 풍경. 그림 6. 초원의 경작지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2
건조한 땅 몽골 초원을 갈아엎고 농사를 짓는
일은 토양에 수천 년 동안 쌓인 유기물과 에너지,
물을 소비하며 자연초지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
식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물이용효율(water
use efficiency)이 높은 작물을 선택하여 주로 밭
농사를 지으려고 꾀를 내보기도 하겠지만 그것만
으로 화학비료와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수지를
맞추는 농사가 지속적으로 가능할까? 몽골과 내
몽골의 농경활동이 낳을 결과는 먼 훗날의 일이라
아직 시원한 답을 할 수준은 아니다. 대신에 미국
의 경험은 내게 부정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미국은 시장경제를 겨냥한 농업으로 대평원
(Great Plains)을 개간했다(Sampson & Knopf
1994:419-420). 1870년대부터 경제정책과 농업
정책은 대평원의 농경지 개발을 유도했다. 1920
년대엔 출현한 정부의 농업지원 프로그램들과 함
께 기계와 화학비료, 농약에 의존한 집약농업은
농산물 경쟁과 저가격 정책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1930년대 경제침체를 불러왔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극심한 가뭄에 의한 생태적 붕괴도
함께 왔다. 특히 1935년부터 1938년까지 3년 동
안 닥친 가뭄과함께 모래 폭풍이 대평원의 농경지
위로 휩쓸며 지나갔다. 1939년 존 스타인벡이 쓰
고 1940년 그에게 퓰리처 상을 안겨준 소설 “분노
의 포도”는 당시의 참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모래 폭풍과 대지주들의 기계농업에 밀려 농부인
조드(Joad) 일가 12명이 망가진 고물 트럭에 가재
도구를 싣고 캘리포니아로 찾아가는 이야기와 함
께 그는 이렇게 썼다. “트랙터는 두 가지 일을 한
다 - 땅을 갈아엎고 우리를 땅에서 쫓아낸다.” 소
설가는 모래 폭풍이 안겨준 참상의 대표적인 요인
으로 기계농업을 지목한 것이다.
뼈저린 경험을 겪으며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
령의 뉴딜정책과 함께 농무성이 설립한 토양보존
국(Soil Conservation Service)의 활동으로 우
선 모래 폭풍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그런 부분
에서는 미국 사례가 오늘날 몽골과 중국 사막화
에 대처하는 데 좋은 귀감이 된다. 그러나 대평원
의 개간이 안겨준 부작용은 모래 폭풍만이 아니었
다. 모래 폭풍은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
하면서 정치가들이 즉각 나서야만 했던 시급한 사
안의 하나였을 뿐이다. 부분적으로 대평원에 신기
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짧은 시
간에 모래 폭풍을 잠재웠다고 해도 근원적인 초
원 복원을 이루어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
를 안고 있다.
초원 개간은 수천 년 또는 수만 년 누적된 토양
유기물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함으로써 토질 저하
와 함께 지구 온난화에 작용하는 영향력을 발휘하
고 있다. 더구나 농경지 확장이라는 토지이용 변
화로 수많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졌고, 그것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
한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이를테면 초원의 복원
책임을 맡았던 토양보존국은 빠르게 드러난 토지
를 식물로 가리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외래종 벼과
식물을 도입했고, 그것은 오늘날 심각한 생물다양
성의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Sampton & Knopf
1994).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대평원에서 465
종의 생물들에 대한 보존문제가 대두되었고, 일찍
이 그곳에 살던 토착 명금류(endemic songbird)
종의 50%와 초지에 둥지를 트는 조류 종의 75%
가 사라졌다(Hilty 등 2006 재인용). 그렇게 하여
초원에서 사람들이 들을 수 있던 아름다운 자연
의 노래는 크게 수그러졌고, 동시에 노래의 주체
가 말없이 제어하던 해충들에게는 신나는 일이 되
었을 것이다. 초원 개간이 낳을 몽골 유목민 문화
와 해충 변화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다루어봐야 할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3
주제라고 보는데 어느 누가 그러 고민을 지금 하
고 있겠는가?
나는 중국의 사막화 지역 확장의 결정적인 원
인을 내몽골로 대거 이주한 한족들의 농경활동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개방과 시장경제에 의해
늘어난 양과 염소의 과도한 방목을 지목하는 사
람도 있지만 그것은 한족들이 좋아하는 주장으로
사실은 부차적인 문제다. 이 땅의 열성적인 운동
가들조차 그렇게 보는 내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하
지만 이제 이러한 생각은 새로울 것이 없다. 예
일대학교에서 중국사를 가르치는 퍼듀(Peter C.
Perdue, 1949-)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이주민이
초원에 초래한 생태적 충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
다(공원국 2012). “20세기 말 건조지역에서 충분
한 관개 없이 경작이 과도하게 진행됨으로써 다시
사막을 불러왔다.” 그는 물을 제공하지 않는 경작
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지만 관개는 오히려 토양
염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
시각을 가진 나는 넓은 농경지를 바라보며 우려되
는 변화가 일찍이 용맹한 전사들의 나라 몽골 초
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농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키우는 것일까? 지
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비와 눈에 의지하는 방식으
로 농사가 가능할까? 밭갈이와 함께 공기중의 산
소와 만나는 토양에서는 수만 년 누적된 유기물
이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고 비바람에 드
러난 토양은 쉽게 침식되어 토질이 급격하게 나
빠질 터이다.
물이 삶을 크게 제한하는 유목의 땅으로 들어선
농사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어올까? 사람들은
필경 건조지에서는 물이 농작물 생산성의 관건이
라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고, 이웃 농업국의 방식
을 닮으려고 들 것이다. 멀리서 물을 끌어오는 관
개농업는 정주민들이 오래 동안 발전시켜온 실천
방식이고, 빗물이용도 아주 오래 전에 성행했으나
토목기술이 발전한 시대로 오면서 한동안 폐기한
방식이다. 아마도 현대교육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쉽게 전자를 생각해 낼 것이다. 저수지를 만들거
나 기대할 수 없다면 아주 깊은 관정을 뚫고 지하
수를 이용하려고 들지 않을까? 이런 변화는 정보
가 쌓인 도시에서부터 먼저 일어나는 법이다. 그
래서 나는 울란바토르의 지하수위 변화를 지하수
관정을 뚫어주는 기업의 장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오월 다녀온 내몽골 답사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나는 이태 전에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의
빗물 이용 방식을 몽골에 도입하는 일을 추진하려
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문의하고, 출룬 박
사가 사업을 시작하도록 부추긴 적이 있다. 한국
국제협력단은 현지 정부에서 제안하는 과제를 지
원하는 방식이라 몽골 유학생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 주체가 될 만한 사람을 섭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몽골 사람들의 큰 여유와 이미 큰 사람이
된 출룬의 형편이 작용하면서 내 시도는 좌절되었
다. 개인적으로 꽤 공을 들였고, 그 정도면 떠먹여
주는 밥이라고 생각했건만 현지에서는 연구제안
서를 쓰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
다. 출룬 교수는 내 의도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
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더 매력적인 과
업이 이미 있는 상황이었으니 내가 협조자를 제대
로 선택하지 못했던 셈이다. 어쩌면 이런 차질은
몽골 사람과 꽤 서구적으로 되어버린 나의 시간에
대한 커다란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
다. 아무튼 이루지 못한 시도를 넘어 이번 여행에
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어 재도전하는 것은 개
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4
내 새로운 시도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빗물 이
용도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의 방식
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우리라 본다.
초원은 강수량이 풍부하지 않고 건조한 날씨로 생
긴 풍경이라 비와 눈이 내려 생긴 물의 상당 부분
은 하늘로 증발되고 남은 양이 지표와 지하로 할
당된다. 빗물도 과도하게 이용하면 당연히 지하로
갈 물이 줄어들고, 농사활동으로 더 많은 물이 증
발산하면 토양 수분과 지하수가 서서히 탕진될 수
밖에 없다. 하늘과 땅이 나누어가질 물의 양이 어
느 정도 될 때까지 인위적으로 빗물을 이용하는 방
식이 현명할까? 어쩌면 지나친 감이 있는 배려지
만 지속가능한 삶을 꿈꾼다면 새로운 사업을 하기
전에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다각
적으로 검토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그것을
일러 환경영향평가라고 하지 않는가?
답사 일정을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온 날 우
리 일행은 한국인 식당 코리아하우스에서 삼겹살
을 먹기로 했고, 거기에 출룬과 오지마 교수를 초
청했다. 여러 나라 초지생태계를 오래 동안 연구
한 오지마 교수는 한국인들이 사막화를 방지한다
며 내몽골에 벌리고 있는 사업장을 다녀온 모양이
다. 그는 만나자마자 내게 따지듯이 물었다. “내몽
골 거기에 사막화를 방지한다고 한국 사람들이 나
무를 심어놓았던데 너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나는 당혹스러웠다. 사업의 주체는 나무가 물
을 소비하여 지하수를 낮출 수 있다는 내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몇 주 전 관여했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몽골의 그린벨트 조성
을 위한 식목사업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가
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 전문가 발표를 듣고
는 나무심기사업의 득실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조
차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우선 현지인들이
살 수 있게 해야 할 상황인데 나무를 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가한 발상이라는 논지가 그의 말에는
들어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봐야 하는 법이지만
그것이 두고두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나무들이 자라 물을 더 많이 소비하고,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은
올 수밖에 없다. 만약 심한 가뭄이 온다면 그 때는
땅을 버리고 사람들은 떠나야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얼마 전 칭하대학교을 방문한 대통령의 연
설문을 보며 판단은 저마다의 몫이라 설득의 시간
은 길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연설문에는 내
몽골 식목사업을 자랑스럽게 예시를 했는데 나는
부분적으로 동감하지 않는다. 오지마 교수는 바로
그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산
의 향방을 움직이는 식목사업의 주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는 중국의 지기들의 생각도 오지마 교수
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 내몽골 식목사업의 조언
자로 잠시 참여하며 동행했던 연합통신 기자와 중
국 과학원 생태학자와 면담을 주선한 적이 있다.
그 사람 또한 내몽골 초지전문가다. 그는 초두에
자기의 이름이 한국의 신문에 언급된다면 이야길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러한 태도에서 사
막화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입을 막는 당시 중국 정
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제시한 조건을 지
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 또한
훼손된 초지의 식목사업을 반대했다. 지금도 뚜렷
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그가 밝힌 구체적인 연
구 결과다.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급나무 한 그루는 초지 32 평방미터와 맞먹는
양의 물을 소비한다.” 내몽골 출신으로 20년 가
까이 미국의 대학교수로 살고 있는 지기와 그의
동료들은 내몽골 쿠부찌사막에서 백양나무 심기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5
는 사막화방지 사업이 되기 어렵다는 논문을 발
표했다(Wilske 등 2009). 지난 5월 내몽골에 들렸
을 때 현지의 몽골계 정부 관리도 비슷한 말을 했
다. “1969년 북경의 지식인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느릅나무를 심었는데 이제는 서로 후회한다.” 그
런데도 정작 사막화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연구
했다고 보기 어려운 식목사업의 주인공들은 생각
을 전혀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생태
학적 지식을 넘어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
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초원의 농사와 식
목활동의 잘잘못을 누구 말대로 먼 훗날의 역사가
판단하도록 남겨두기에는 후유증의 비참함이 너
무 클 것이다.
이런 이야길 하면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런
데 어찌하여 중국에서는 나무를 심는가?” 솔직히
나는 중국의 지기들에게 께름칙한 사정을 노골적
으로 묻지 않았다. 대강을 짐작할 뿐이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인 듯하다. 식목사업
을 위한 외국의 재정지원은 책임을 맡은 현지 권
력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권력은 묘목을 마
련하는 업체와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
며 보살피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또 부릴 수 있
게 된다. 그러나 멀지 않아 중국 정부의 태도도 달
라질 것이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국의 구호는
퇴경환림(退耕還林)을 지나 퇴경환초(退耕還草)
로 가고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건조지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사업은 극히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고
는 농경은 당연히 아니고, 숲도 아닌 초지를 복원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건조지에서 수분 손실을 줄이
는 좋은 방편은 넓은 초지와 숲띠의 지형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리라 생각했다. 긴 숲띠가 건조한 바
람을 막아주면 지면에 작용하는 바람이 줄어 보존
되는 토양 수분이 늘어날 것은 상식에 가까운 사실
이다. 중국의 거의 어느 곳에서나 길을 따라 또는
농경지를 구획하며 서 있는 백양나무 숲띠는 강풍
의 위세를 꺾음으로써 이웃한 땅의 수분을 보존하
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건조한 땅에서 키가 높
게 자라는 나무들을 유지하려면 물을 끌어와야 하
거나 지하수를 소비하는 반대급부를 지불해야 한
다. 어느 정도의 숲띠를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유
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더욱 정교한
학문적 접근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나는 내몽골에서 건조지라 하더라도 강물이 흐
르는 곳에는 숲띠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왜냐
하면 비가 많이 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수로와 가
까운 곳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나무들은 키를 키워 그늘을 만드는 전략으로 키가
작은 풀과 떨기나무를 이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내몽골 대부분의 지역 강변에서 나는 나무
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마도 어느 쯤엔가 사람
그림 7. 1969년에 심었다는 내몽골 마을의 느릅나무 숲.
사람들이 서 있는 장소처럼 여기저기 초지가 벗겨지는
사막화를 걱정하는 제르갈란트솜 울찌뚜가차 한 마을에
서 2013년 5월 12일 찍음. 사실 나는 이 정도의 숲은 방
풍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는데 정작 나무를 심은 사람
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들이 숲 조성의 좋은 효과와 부
작용을 제대로 아는지 궁금하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6
들이 자연이 키웠던 나무들을 베어버린 것이리라.
그 숲들이 사라진 역사는 아마도 수많은 정주민들
이 유목민의 땅으로 이주하던 시기에 맞물러 있지
않을까? 현재 내몽골 전체 인구의 거의 80%가 농
경생활에 익숙한 한족들이니 그들의 이주 역사와
내몽골 강변 숲의 훼손, 사막화지역 확대는 분명
히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제대로 된 연구
를 하기까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답사에서 나는 상상했던 풍경을 만났다.
그 첫 번째 풍경을 만난 것은 7월 21일 게르 숙소
를 떠나 울리아스타이로 내려오는 길에서다. 물길
이 흩어져 있는 넓은 강역을 만나기 전까지 계곡
의 물가를 따라 이깔나무들이 초지를 가르며 서 있
었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꽤 노력했다. 그
러나 튀어나온 바위가 곳곳에 있는 비포장 길에서
차가 흔들리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을 챙기지 못
했다. 다행히 그날 오전 뒷산에 올라 찍어놓은 원
경에 숲띠가 포함되어 있다. 이틀 후 경마행사가
끝난 다음 이동하던 경로에서는 물길을 따라 곳곳
에 서 있는 평원의 숲띠를 만났다. 다시 이틀 후 이
현정 박사가 숲띠가 담긴 근경 사진을 하나 남겨
놓았다. 싱싱한 자연 숲띠는 가까이 물이 넉넉하
다는 징표라 덕분에 마을과 많은 양떼들이 여유롭
게 풀을 뜯는 모습도 함께 등장한다. 이현정 박사
의 사진은 그런 사연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
형을 고려한 숲띠와 초지의 적절한 공간 분배, 그
것이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막화 방지사업
의 대안이다. 그렇게 공간을 경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공동체 형성이 가야 할 길이다. 왜냐 하
면 공간 운명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림 8. 물길을 따라 서 있는 이깔나무 숲띠. 7월 21일.
물길이 아닌 곳에 숲이 있는 경사지는 대부분 북사면으
로 적은 증발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분이 높은 곳이다.
그림 9. 평원의 숲띠. 7월 22일과 7월 24일(이현정 사
진). 숲띠 아래엔 물길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7
골담초에 마음이 머문 시간
이번 답사에서 여러 번 만난 골담초1)
로 내 관심
을 끈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7월 처음으로 몽골 답
사에 동참했던 박찬열 박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일
찍이 여러 번 몽골과 내몽골을 방문했어도 나는 넓
은 골담초 서식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다. 박찬열 박사 이야길 들으며 어린 시절 시골집
장독대 뒤 울타리 아래 있던 골담초가 선명하게 떠
올랐다. 몇 줄기가 모여 자란 작은 떨기나무에 봄
이면 수십 송이 노란 꽃이 한꺼번에 피곤했다. 그
러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경상북도에 자연 서식지
가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
나볼 기회는 없었다. 떡을 찔 때 그 꽃을 섞어먹는
다고 하신 할머니 말씀은 뚜렷이 내 뇌리에 남아있
지만 골담초 꽃 떡을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다. 무
척 오래된 일이라 확신하기 어려운 기억이지만 딱
한 번인가 맛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선뜻 손이 가
지 않았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먹을거리에는
주저하는 버릇이 있던 때의 일이다. 꽤 병약하기
도 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3살 많던 선배와 학교
에서 도시락을 나누어먹다가 억지로 넘겨준 무우
줄기 김치 한 가닥을 먹고 목이 막혀 혼이 났던 경
험으로 어린 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었다.
초원에 녹색장벽을 만든다는 구호로 이루어지는
큰 나무 심기의 부작용을 예상하는 나는 사막화 방
지사업에는 토착종을 중심으로 하는 초지와 관목
림 조성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박찬
열 박사의 골담초 서식지 연구에 금방 동의했다.
토양 수분이 넉넉하지 않은 자연서식지에 키가 작
은 식물들이 땅을 덮고 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
상이라면 훼손된 지역을 복원할 때 참고해볼 만하
다. 그리하여 지난 5월 내몽골 쿠부찌 사막 언저리
에 있는 유원지 엉거베이에 가는 길에 골담초 사
진을 몇 장 찍어놓았다. 그러나 당시 내가 가지고
다닌 사진기가 시원치 않아 꽃 사진은 그다지 쓸
모가 없다. 그 때 찍어둔 골담초 지역의 사진을 챙
겨보니 훼손된 지역에 골담초 유목을 심어 복원한
현장으로 추측된다.
이번 답사에서 찍어온 사진을 챙겨보니 첫날 정
오를 지나 우리 일행이 선택했던 첫 조사지에도
골담초 더미가 있었으나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관
심을 가지고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시간은
보기의 동창생이 살던 게르에서 첫 야영을 한 다
음날이었다. 멀리 일행을 피해 배변을 해결하던
아침, 골담초와 다른 종류의 식물(아마도 무더기
로 자라는 벼과식물의 일종) 더미 아래에 흙이 쌓
여 볼록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놓았다. 이 볼록한
흙더미는 주로 바람에 날리던 먼지가 식물 줄기와
그림 10. 내몽골 쿠부찌 사막 부근에서 찍은 골담초 서
식지. 2013년 5월 14일. 아직 충분히 더미로 발전하지
못하고 또한 줄을 지어 있는 모습으로 봐서 심은 지 그
다지 오래 되지 않은 듯하다.
1) 우리나라 도감에는 골담초속으로 한 종이 소개되어 있으나 몽골에는 12종이 있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주로 만난
것은 좀골담초(Caragana mycrophylla)인 것으로 추측된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8
잎의 저항을 받으며 지면으로 내려쌓이면서 만들
어졌을 터이다.
나중에 다시 골담초 서식지 사진을 여럿 찍기는
했어도 관심의 크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20
일 게르에서 자던 날 밤 어느 쯤엔가 박찬열 박사
는 골담초 서식지를 연구하는 과제를 추진하겠다
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내 관심에 불을 지
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음날 나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게르를 떠나 다음 목적
지로 가는 길에 1호차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
찬열 박사와 정진숙의 재주가 손을 잡고 자연스럽
게 방송국을 가동했고 나는 골담초에 대한 나름의
가설을 무전기로 강의하겠다고 나섰다. 그 전날
신설된 임시 방송국의 프로그램으로 유상구조토
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히 얘기하고는 그 방식이
떨어져 있는 일행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가지 길
로 간주한 것이다. 내가 배낭에 걸고 다니는 양은
그릇에 휴대전화를 담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증폭
하며 무전기로 전달하거나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조금 딱딱한 내용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긴
이동이 안기는 힘겨운 시간을 달래는 효과도 있었
다. 나로서는 이미 전날 한 번 연습해본 터이라 골
담초 이야기는 조금 더 가다듬은 방식으로 전달할
자신감도 생겼다. 미리 수첩에 메모하며 전체 구
성을 갖춘 다음 골담초의 주요 특징인 뿌리혹박테
리아와의 공생에 대한 내용으로 달리는 차 안의 방
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 우리는 꽤 심
각한 홍수를 만났고, 차 안의 무전기 강의는 이어
질 여건을 찾지 못하고 답사는 끝나버렸다.
이 날 고도 1790미터의 야영지 텔만호수(Tel-
man Lake) 가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15분 전
이었다. 다음날 아침 보니 우연히도 야영장 일대
엔 더 넓은 골담초 밭이 갖추어져 있었다. 더구나
야영장 일대는 초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골담초
서식지를 갖추고 있어 방송을 위해 정리해놓았던
내용과 비교해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
행이 저마다 맡겨진 조사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나
는 골담초를 중심에 두고 그 땅을 찬찬히 살펴보
기로 했다.
골담초 무더기가 광대한 지역을 차지했으나 물
이 흘러간 흔적이 있는 지역과 오목한 저지대엔 접
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위가 드러나거나 산봉우
리 가까이 토양에 수분을 간직하기 어려운 지역에
도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골담초가 다가가지 못
한 오목한 지역의 풀들은 특별히 짙푸른 빛을 발하
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나름대로 짐작
을 한다. 그렇다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은 꽤
완만한 경사지대가 이들이 선호하는 땅이다. 오목
한 곳은 흘러내린 물이 오래 유지되고 유기물이 쌓
여 토양 질소도 풍부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질
그림 11. 식물 주변의 둔덕. 위 사진에는 골담초가, 아래
사진에는 이름을 모르는 벼과식물의 일종이 모여 있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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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공급할 재주가 없는 식물도 콩과식물과 공생
함으로써 대사활동에 필요한 질소를 해결하는 골
담초와 싸우는 데 불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
니면 질소가 넘치는 오목지역에서는 공기 중의 질
소를 고정하여 땅에 보태는 뿌리혹박테리아의 기
능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
에 골담초가 자라는 땅에는 질소고정세균과 공생
하는 다른 식물도 함께 서식할 가능성이 있을 것
이라고 추론해봤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두 종
류의 다른 콩과식물이 골담초 더미를 이웃하여 꽤
많이 있었다. 그 식물들의 실체를 알기 위해 채집
하여 식물전문가 아무라 박사에게 물어봤다. 노랑
색 꽃을 달고 있는 Astragalus mongholicus (황
기속)와 보라색 꽃을 달고 있는 Oxytropis glabra
가 바로 그 식물이다.
골담초는 극심한 건조지역도 아니고 토양에 물
이 오랜 시간 유지되지 않는 중간지대에서 극성스
러운 다른 식물들을 피해 자리를 잡는가 보다. 그
렇게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골담초는 뿌리혹박테리
아에게 에너지원이 되는 광합성 산물을 나누어주
며 반대급부로 공기의 79%를 차지하는 기체 질소
를 쓸모가 있는 아미노산으로 합성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골담초와 미생물은 공생으로 유
기탄소와 유기질소를 토양에 보태며 땅을 기름지
게 하리라. 기름진 땅은 거의 모든 생물이 경쟁자
가 없다면 가보고 싶은 매력이다. 질소가 많은 땅
에서 자라는 골담초 잎과 바로 이웃한 땅은 상대
적으로 질소 함량도 높겠다. 왜냐 하면 골담초 주
변의 토양질소는 비가 오면 물에 녹아 번져갈 것
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골담초 잎뿐만 아니라
이웃한 식물들도 질소함량이 높아 초식동물들에
게는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된다. 그 질소를 탐내
는 초식동물(이를테면 메뚜기와 초식동물인 가축)
그림 12. 골담초가 근접하지 못한 지역. 흙이 조금 드러
난 부위는 비가 올 때 생기는 물길 부분이고, 그 뒤에 녹
색이 짙은 부분은 경사지로 쌓인 오목한 지역이다. 그
뒤에 경사지에는 골담초 무더기가 흩어져 있다.
그림 14. Astragalus mongholicus
그림 13. Oxytropis glabra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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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런 식물을 즐겨먹으며 맛있는 살을 생산할
것이고, 덕분에 그 메뚜기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살은 또한 들쥐들이 좋아하는 먹이라 달려들겠지.
통통하게 살찐 들쥐는 청정한 하늘을 유유히 떠다
니는 맹금류의 먹잇감으로는 일품이다. 실제로 나
는 골담초 무더기 주변에서 쥐들의 땅굴을 발견하
고, 텔만호수가를 떠도는 맹금류 떼를 만나 내 상
상이 제법 그럴듯하겠다는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이상은 골담초와 함께 그곳에 작용하고 있는 풍
경의 주체들을 상상해본 것이다. 풍경은 생태계
속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고, 그 뒤에는 눈
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이 숨어 있다. 실상은 그 눈
에 보이지 않는 과정 덕분에 풍경은 만들어지고 유
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상상은 다시 숨어 있는
작용으로 넘어간다.
한편 골담초는 비록 가시가 있고 작은 잎일망정
살아가기 위해, 키가 작고 바람이 불면 저항하지
않고 누워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풀들보다 더 많은
물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골담초 무
더기와 무더기 사이의 땅보다는 수분이 오래 유지
되기 어려울 것이라 추측해본다. 물론 이것은 비
가 올 때 토양이 더 많은 물을 보유할 수 있는 능력
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라 시간
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그런데 토양을 조사하는
장인영 박사는 대체로 골담초 무더기 아래 토양이
그 사이에 있는 풀밭 토양보다 수분이 낮은 경우
를 관찰했다고 한다. 경향신문(2013년 8월 29일)
기사에는 좀골담초가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높아
주변에 풀들이 근접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소개하
고 있다. 기사에서는 좀골담초를 사막화의 지표식
물로 지목하고 몽골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소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키가 큰 식물보다는 물 소
비량이 적을 것이라 사막화 지역에 큰키나무(관
목)을 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골담
초 서식지를 활용하는 대안에 손을 들어주고 싶
다. 다만 메마른 땅에 질소를 공급함으로써 질소
를 좋아하는 식물들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는데 과
연 그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할지는 검토
해두어야 하겠다.
골담초와 뿌리혹박테리아가 손잡고 고정한 질소
들은 이 땅에서 어떤 일을 할까? 쓸모가 높은 형태
의 질소를 만들고 자기들 가까이 모으는 것은 두
생명체에게 맡겨진 숙명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공
한 고품질 질소를 자기들끼리만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버는 사람이 혼자
서 돈을 독차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충분히 많으
면 모르는 사이에 넘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씀
씀이를 키우거나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나눈다.
골담초 주변에 모인 질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그림 16. 골담초 군락 위로 유영하는 맹금류.
그림 15. 골담초 주위에 있는 소형동물의 굴. 25일 다른 곳
에서 찍었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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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들이 먹음직스러운 질소 주변으로 다가와
나누어가지려고 한다. 그 중에서는 질소 함량이
높은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을 물에 잘 녹는 형태의
질소로 바꾸는 녀석들(이를테면 Nitrosomonas
속과 Nitrobacter 속)도 있다. 비가 와서 땅이 촉
촉이 젖으면 흙속으로 스며가는 물을 따라 녹은 질
소화합물은 이웃한 땅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되면
골담초 더미 사이에 자리를 잡은 풀들도 질소를 챙
길 혜택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골담초가 사는 자리는 풀들만 자라
는 곳보다 질소가 넉넉한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
우러진 서식지는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골담초 더미들이 풀밭에 박혀 있는 하나의 떨기나
무 숲 조각으로 보인다. 이렇게 골담초와 뿌리혹
박테리아가 다른 생물과 함께 질소 함량이 다른 생
물 서식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를 그릴 터
인데 그런 곳과 넓게 풀만 자라는 초원을 인공위성
영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강신규
교수에게 인공위성 영상으로 골담초 서식지를 탐
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한 마디로 어렵단다. 봄
에 골담초 새싹이 나오고 가을에 잎이 어우러지는
시기가 이웃한 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먼 하늘에
서 찍은 위공위성 사진에서는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말 몽골 초원에 박혀 있는 골담초 서식
지를 구분하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일까? 요새
는 숲의 질소함량 정도를 인공위성으로 구별하는
방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Kulkarni 등 2008)....
어쩌면 영상의 질소 함량에 반응하는 파장으로 찍
은 영상을 잘 살펴보면 몽골 평원의 골담초와 질
소 함량 분포를 탐지해낼 길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나중에 몽골 참가자들과 골담초가 제공할 생태
계 서비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지천으로 피는 골담초 꽃들을 보면 양봉의 가능성
이 있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의 질문이다. 카자흐
스탄과 터키의 초지에서 많은 벌통과 꿀을 파는 현
장을 목격한 나는 그 때 나름대로 양봉을 하는 지
역의 지형 특징을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
무르 박사는 몽골에서 양봉은 스텝과 숲이 만나는
지역에서 제법 하지만 골담초 지역에서는 거의 하
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의 경험으로는 골담초
지역의 양봉은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왜
일까? 어쩌면 스텝과 숲이 만나는 지역이 다양하
고 풍부한 꽃으로 꿀을 얻을 수 기간이 충분히 긴
장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 골담초가 토양 질소함
량을 높여 이웃 꽃들이 쓸 수 있도록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꽃을 피우는 기간이 짧다면
이곳 양봉산업은 경쟁력이 약할 것이다. 한편 가
시가 있는 식물이라 방목하는 동물들이 싱싱한 잎
을 먹기는 어려울 터이나 상대적으로 질소함량이
많은 골담초 잎은 가축의 먹이 자원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국립식물연구소장
은 떨어진 잎은 양과 염소의 먹이가 된다고 했다.
이날 일행이 텔만 호수 가까운 야영지 주변에서
맡은 바 조사에 한창인 시간에 나는 조금 특수한
경험을 했다. 아침에 말들이 호수로 줄지어 가더
니 함께 물을 마시 고 돌아갔다. 그리고 대략 2시
간이 조금 지난 뒤 그들이 다시 두 번째 물을 마시
려고 일제히 호수로 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나는
방목지 언덕으로 되돌아가는 말을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말들이 향하고 있는 언덕을
향해 비스듬히 앞질러가기로 했다. 제법 멀리서부
터 눈치를 챈 말들은 걸음을 빨리 했다. 말을 따라
잡았을 때는 10시 30분이 좀 지나 있었다. 그런데
배터리가 소진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사진기 작동
이 멈춘다. 나는 예비 배터리를 챙기기 위해 수 백
미터 떨어져 있는 푸르공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푸르공에 꽂아 충전했던 배터리를 바꾸어 다시 말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2
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사진기는 금방 배
터리가 소진되기 직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박찬
열 박사가 알려준 응급처치 방식대로 배터리를 뽑
아 몇 번 두드린 다음 다시 사용해봤지만 두 세 장
의 사진을 찍으니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전날 내 자리에 충전기와 함께 있던 배터리를
챙기며 푸르공 기사가 충분히 충천했다고 간주했
던 것이 잘못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충전기 퓨
즈가 나가서 기사가 그냥 뽑아놓았고, 언어소통이
원만하지 않아 내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더구
나 그 때 나는 마이티(일부 학생들과 이동하는 시
간에 즐긴 카드놀이의 일종)를 하느라고 다른 차
에 있었다. 자리에 충실하지 않은 대가를 그렇게
치르게 된 것이다. 아쉽지만 나는 잠시 해상력이
낮은 예비 사진기를 사용해야 했다.
오후에 나는 내가 탔던 1호차의 전원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고 2호차의 고동욱 교수에게 충전
을 부탁했다. 고교수가 충전을 시도해 본 다음 문
제가 충전기에 있다고 알려준다. 나는 한 순간 크
게 낙담했다. 그렇게 되면 이 귀중한 기회에 더 이
상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말인가? 내 사진기 배
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종을 가지고 있는 일행
은 없다. 나는 잠시 체념할 준비를 하며 마음을 추
슬렀다. 문득 한 줄기 빛이 흐트러진 마음속으로
끼어든다. ‘푸르공 기사들이 차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잖아?’ 나는 그들의 능력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고교수에게 도움을 구했다. 조금
있다가 고교수는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다. 기사
들이 충전기에 퓨즈를 간단히 끼워 넣은 것이다.
문명세계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다른 기술자들에
게 의존하는 내게는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
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한 우리의 기사들은 간단한 전기기구 정도는
수리하는 기술을 익혀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대
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골담초에 대한 내 생각이 무
르익은 이날은 보름이었다. 제법 긴 조사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웃한 언덕에 올라 잠시 텔만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략
25 킬로미터 길이라는 호수 빛은 청정했다.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크게 미치지 않은 초원에 싸여 우
려할만한 오염원이 없는 덕분이겠다. 언덕을 오르
는 동안 차량 하나가 잠시 멈추는 장애가 있긴 했
지만 금방 수리했다. 막힌 데 없는 풍경 안에서 일
행은 하늘로 솟아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렇게 한 동안 여유의 시간을 누렸다. 그리고 다음
숙소를 기대하며 가는 시간은 멀었다.
이날 고개를 넘고 나담 축제가 있는 솜(인구 만
명 가량의 토슨젤겐 솜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이름
은 확인이 필요하다)을 찾아갔을 때는 점심시간이
그림 17. 호수에서 물을 먹고 골담초 언덕으로 되돌아간
말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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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축제는 우리의 시골학교
운동회보다 사람이 적어 시들해보였다. 아마도 끝
무렵인 모양이다. 뙤약볕이 따가울 정도고 사람들
발길에 밟힌 땅은 헤어져 먼지가 피어오른다. 우
리가 인도된 임시 식당인 허름한 게르 안은 후끈
했다. 차양으로 그늘을 겨우 가린 바깥에서 우리
는 튀긴 빵을 나누어 먹으며 한 동안 몽골인들의
구경거리로 있었다. 이방인에게 호기심이 발동한
한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빨며 몇 번씩이나 우리 앞
으로 지나갔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 나담 장소를 떠난 우리는
솜을 벗어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이르러 저지되었
다. 무전기를 든 두 명의 경찰이 차량 이동을 통제
한다. 앞에서 경주하는 말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
온다는 소식이다. 30 킬로미터를 달린 말들은 아
마도 나담 축제장을 결승점으로 하는 모양이다.
별 수 없이 우리는 푸르공이 만드는 작은 그늘로
몸을 가리며 초원의 언덕에 앉아 언제 올지 예상할
수 없는 말과 기수를 기다려야 했다. 슬그머니 뒤
로 빠져 멀리 돌아 달아나는 참을성 없는 몽골 젊
은이도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1시간 가량 지나
멀리 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과 기수들은 금
방 언덕을 기어오르고 솜 쪽으로 사라졌다. 그 짧
은 시간에 몸이 작은 소녀가 언덕에서 치고 오르
는 장면은 잠깐의 진한 감동이 되었다. 그러나 기
다림은 길고 진기한 감동은 잠시였다.
이 날 우리는 늦어진 일정으로 어둠을 만나 길
을 헤매느라 더욱 늦어졌다. 더구나 만원이 된 게
르를 몇 번씩 들려 돌아서며 낙담했다. 드디어 6년
가까이 한국에 있었다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에 잠자리를 얻었다. 그것
도 여성들은 일꾼들의 방에 자리를 잡고, 남성들
은 차로 이동해야 할 정도의 거리의 다른 게르에
몽골 일행들과 합숙하는 방식으로 가능했던 일이
다. 몽골 아주머니의 호감 덕분에 어렵사리 숙소
문제를 해결한 우리는 그녀가 한국 생활에서 괄시
를 받지 않고 지낸 음덕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
은 바로 앞에서 고개의 오보 뒤에 떠 있던 보름달
을 찍을 기회를 잠시 가졌을 뿐 달밤의 정취를 제
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한 그 때의 일이다.
홍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울리아스타이 인근의 게
르 숙소에서 내려오던 날 골담초 지역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 무전기 강의가 있었다. 나는 골담초
가 속하는 콩과식물의 특성을 먼저 소개하며 얘기
를 풀어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골담초는 스스로
가 필요한 질소를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하며 해
결하는 과정에 자기가 속한 생태계 전체의 질소순
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의
서론을 마무리할 무렵 우리의 푸르공이 갑자기 가
던 방향을 벗어나 차도가 아닌 언덕으로 올라선
다. 몸을 가누기 어려워진 나는 옆으로 나자빠졌
고, 방송은 중단되었다. 차는 금방 다시 방향을 되
그림 18. 경주의 막바지에 묶은 머리 날리며 앞지르기를 시
도하는 어린 소녀. 이 순간 잠시 가슴이 뭉클했다. 이 순간
은 어쩌면 몽골인이 말 경주로 얻는 감동의 지극히 작은 부
분이 아닐까? 아무라 박사는 5-10살 나이의 어린이들만이
이 경주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4
돌려야 했고, 우리는 갑자기 홍수 지역 안으로 들
어섰다. 정신을 차리고 바깥을 내다보니 전날 저
녁 건너갈 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멀리 흙탕
물이 넘실거리고, 차가 다니는 길은 온통 벌투성
이다. 차체가 낮은 차들이 벌 속에 빠져 허우적거
리는 동안 다행히 우리의 푸르공은 난관을 벗어나
아스팔트 도로에 올라섰다. 그러나 우리의 2호차
는 수렁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꽤 오래 기
사인 조르바가 애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
어야 했다.
범람하고 있는 강 가운데 소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내가 처음 그 녀석을 처음 본 것은 차 안
의 방송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우리의 푸르공이
뻘 속으로 처음 들어왔던 때다. 소는 주인이 묶어
두었거나 아니면 고삐를 끌고 가다가 걸린 모양이
다. 줄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전자일 가능
성이 더 높다. 차량들과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동안에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으나 녀석은 소답
게 태연스러웠다.
문득 낮술을 마셨는지 멀리서 봐도 말 위에 앉은
몸은 흔들리고 얼굴이 불콰한 사람이 마을쪽으로
줄줄이 서 있는 차들을 뒤로 하고 나타났다. 벌 속
에 갇혀 있는 차를 바라보며 서 있는 우리 일행에
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으로 봐서는 술주정뱅
이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시간을 한참 끈 다음에
야 그는 강물 속에 묶여 있는 소를 향해 말을 몰았
다. 그의 거동으로 봐서는 소를 풀어줄 위인으로
보이지 않다. 흐르는 흙탕물 속으로 꼬꾸라질 듯
이 불안한 모습이다. 말도 잠시 휘청거리는 듯하
더니만 다행히 중심을 잡았다. 소와 잠시 실랑이
를 치더니만 그는 차도로 다시 돌아왔다. 마침 차
를 끌고 온 젊은 경찰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경찰도 그의 몰골을 봐서
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몽골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혀가 꼬부라졌다는
것쯤은 나도 알겠다. 그는 서 있는 차들에 접근하
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드디어 젊은 승객이 그
에게 작은 칼을 하나 건네준다. 그가 되돌아가서
소의 고삐를 자르려고 하나 쉽지는 않은 모양이
다. 묶인 소는 그의 호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
히려 뿔질을 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다행히 그는
성공했다. 물살로부터 해방된 소는 아무렇지 않은
듯 느릿느릿 물을 건너고, 고삐를 자른 그는 영웅
처럼 돌아와 칼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우리의 차와 소가 각각 수렁과 넘실대는 물에서
해방되는 시간에 많은 차들이 길 위에 서서 지나
갈 순서를 기다리며 있어야 했다.
나는 묵었던 게르 계곡을 벗어날 때까지만 해도
그림 19. 홍수. 멀리 울리아스타이가 보이고 그 앞으로 강
가운데 소가 한 마리 있다. 7월 21일 16:13
그림 20. 묶여 있는 소를 해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대낮의 주정뱅이. 7월 21일 16:29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5
홍수 기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울리아스타
이와 그 계곡 사이 물길이 이리저리 나누어진 본
류를 건널 때만해도 몰랐다. 무슨 까닭에 그 본류
와 만나는 도시 근교의 작은 지류에서 홍수가 난
것일까? 현장에서 찬찬히 살필 여지를 가지지 못
한 내가 그 상황을 제대로 기술하긴 역부족이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아마도 이곳은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아
닐까? 게르를 떠나 계곡을 빠져나온 직후 잠시 차
를 세워 유상구조토를 살필 시간에도, 본류를 건
널 때까지도 우리는 비다운 비를 만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르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난
다음 비가 내려 잠시 피하긴 했었다. 그러나 그 비
가 내려왔던 계곡의 물과 그 물이 만나는 본류의
물을 눈에 띄게 불게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하
류와 만나는 작은 계곡의 물은 차와 사람의 이동
을 차단할 정도로 불었다. 이런 정도의 비교로 어
쨌거나 홍수가 일어난 계곡엔 제법 많은 비가 내
린 것이 분명하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원인
을 홍수가 일어난 계곡의 입구인 울리아스타이의
외곽에 빽빽이 들어선 집들과 포장된 도로에서 찾
아볼 수 있겠다. 이곳 유역은 꽤 길게 뻗어 있고,
그 가운데로 포장이 된 차도가 나 있다. 그 포장도
로와 마을 사이를 지나가는 작은 길은 낮은 곳으
로 자연의 물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계곡 상
류부터 늘어난 물은 포장도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
하고 마을을 덮치며 저항이 적은 마을 사이 길들로
넘쳤을 것이다. 뻘이 많이 씻겨온 것으로 봐서는
그 작은 유역의 위쪽으로 지금도 도시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 21. 뻘에 빠진 2호차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보기(윗
쪽). 7월 21일 16:15. 뒤에 있는 능선 뒤 계곡에 우리가 묵
었던 게르 숙소가 있다. 빠져 있는 차 뒤쪽의 샛길에서 왼
쪽으로 향해 찍은 사진(아랫쪽: 이현정 제공).
그림 22. 홍수가 난 계곡 입구를 울리아스타이 시내에서 바
라본 모습. 7월 21일 17:50.
그림 23. 게르 숙소와 홍수가 난 지역을 포함하는 울리아스
타이 주변 항공사진. 이현정 자료.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6
<참고문헌>
경향신문, 2013년 8월 29일 몽골 사막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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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0.
姜尙中, <도쿄 산책자>, 2013
Book Review
Book ReviewJES 북리뷰
128
도시계획 수준은 도시연구 수준과 대체로 비례한
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持論)이다. 구미 선진국 도시
들이 우리나라 도시들 보다 ‘확실히’ 나은 이유는 도
시연구 깊이 및 넓이에 있어서의 ‘확실한’ 차이 때문
이다. 우리나라는 도시에 대한 학문적 연구 자체가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도시연구에 있어
서 공학 분야의 리더십이 압도적이다. 자치도시 전
통의 부재와 토목국가 및 토건시정의 관행이 말하자
면 도시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성찰을 거의 불모지로
만든 것이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도시에 대한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정치학적 사유와 분석
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학문적 시민권을 행사해 왔
다. 따라서 비록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라는 개념은
우리와 공유하더라도 그 저변에 깔린 생각의 폭과 질
은 우리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만약 한국의 도시가
또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도시 인문사회
학의 발전에서 단서(端緖)를 찾아야 한다. 일본의 도
시연구 역시 도시공학이 지배하는 점에서는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도 일본 학계는 우리보다 사정이 조금
낫다. 일본 도시들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조금
나은 것처럼 말이다.
강상중 교수의 <도쿄 산책자>는 일본 도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이해와 해석을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이
다. 도쿄를 통해 도시를 이해하고 도쿄를 빌어 시대
와 세상을 해석하려는 것도 이 책의 목적이다. 따라
서 이 책은 전형적인 도쿄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도시 인문사회학 관련 교양서에 가까우면서
간혹 전공 서적의 냄새까지 풍긴다. <도쿄 산책자>
는 강상중 교수가 잡지 <바일라>에 2년 반 동안 연재
한 내용이다. 곧, 이 책은 저자가 2년 반 동안 도쿄 전
역을 발로 직접 다니면서 쓴 결과다. 이 책의 원래 제
목은 <도쿄 이방인>(Tokyo Stranger)이다. 강교수
는 대학시절부터 최근까지 도쿄에 살았는데, 나름대
로 익숙했던 도시를 ‘이방인’의 시선에서 새롭게 바
라보고자 했던 의도에서 나온 제목이 아닌가 싶다.
<도쿄 산책자>
姜尙中, 송태욱(옮김)
사계절, 2013, 246쪽
*리뷰어: 전상인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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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책을 시작하며
서장 도시에서 만나는 타자와 나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 한국 서울
1장 비일상적인 공간을 찾아서
마음의 성역을 찾아서 - 메이지신궁
마음을 헤아리다, 마음을 흔들다 - 국립신미술관
비일상성을 연출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
- 포시즌스 호텔 마루노우치 도쿄
인생의 드라마투르기를 생각한다 - 기노쿠니야 홀
혼돈 속에서 보는 삶과 죽음의 리듬 - 산자마쓰리
2장 모던, 포스트모던, 그 이후
도시에 우뚝 솟은 바벨탑 - 롯폰기힐스
당신은 진지합니까? - 나쓰메 소세키의 자취를 따라서
역사에 농락당한 벚꽃의 아름다움 - 지도리가후치
기억이 정화되는 거리 - 하라주쿠
근대화의 환영을 찾아서 - 오가사와라 백작 저택
3장 글로벌화하는 도쿄
샤넬과 긴자와 브랜드 - 샤넬 긴자점
시장의 신은 누구에게 미소 짓는가 - 도쿄증권거래소
크리올화하는 도시의 언어 - 신오쿠보
지의 공동체는 어디로 가는가 - 도쿄대학
수조 안은 안전합니까? - 시나가와 수족관
4장 도쿄의 문화, 도시의 문화
아날로그적 지의 세계를 거닐다 - 진보초 고서점가
세련된 도회인이 사랑한‘웃음’- 신주쿠 스에히로테이
전통과 혁신의 틈새에서 - 가부키자
꿈의 성지에서 빛나는 현대의 카리스마 - 진구구장
나의 시네마 천국 - 산겐자야 주오극장
5장 원자화하는 개인
어딘지 쓸쓸한 오타쿠의 성지 - 아키하바라
야네센, 골목의 기억 - 야나카 네즈 센다기
고양이 카페 붐에서 보는 탈욕망화 - 고양이 카페
빈곤과 고령화를 안고 있는 거리에서 - 산야
6장 도시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가
그 한 표로 정치는 바뀐다 - 국회의사당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 - 최고재판소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먹거리의 현장 - 쓰키지 시장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간다 - 스미다가와
도쿄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가
- 가부키초에서 황거까지
대담 고이즈미 교코 + 강상중
- 도쿄, 교차하는 기억과 미래
책을 마치며
그렇다면 저자는 누구인가? 그는 재일교포 2세로
서 1998년에 한국 국적자로서는 최초로 도쿄대 정보
학연구소 정교수가 된 학자다. 구마모토현에서 출생
한 그는 와세다대학과 독일 뉘렌베르크대학에서 정
치철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다. 활발한 저술 및 언
론활동을 통해 이른바 ‘강 사마(樣)’ 열풍의 주인공
이 되기도 했다. 2013년 초에 세이가쿠인(聖學院) 대
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얼마 전 학장으로 선임되었
다. 한국 국적자가 일본 4년제 종합대 총장이 된 것
은 역사상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학자
이자 저술가인데, 우리말로 번역된 것들 가운데 <고
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어머니> 등이 가
장 대표적이다.
강상중 교수가 읽는 도쿄는 지금 이 시대의 현재 진
행형 도쿄다. 그런데 강교수의 시대관(時代觀)은 대
체로 외롭고 힘들고 어둡다. 리먼 사태가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고도성장시대와 거품경제의
종언이, 방사능 유출과 전력난이 상징하는 자연 재해
가, 공동체의 붕괴 및 사회양극화의 심화가 사람들을
하루하루 더 깊은 우울과 절망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
다는 것이 강교수의 평소 생각이다. 도쿄라는 도시는
말하자면 이러한 시대상(時代相)을 고스란히 반영하
고 대변하고 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줄곧 잘나가던 도쿄는 지금 “황
금의 광채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강교수의 판
단이다. 특히 고도경제성장 이후 도쿄는 “발정기가
끝난 도시”가 되었다. 그 결과, 도쿄는 무기질 빌딩
이 즐비하고 사는 사람들도 획일화되고 심신이 바짝
말라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럴 때 시부야구 요요기
카미조노초에 있는 메이지 신궁은 강교수가 볼 때 굳
이 종교적이지 않아도 일상에서 경건함을 만날 수 있
는 소중한 공간이다. 팽창기 이후 도시의 종교 시설
은 신앙심과 특별히 결부되지 않아도 좋다는 판단이
다. “악센트가 없이 밋밋한” 현대 도시사회에서 마음
의 성역 정도라면 역할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나토구 롯폰기 국립신미술관 역시 일종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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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地)”다. 현대사회에서 미술은 종교를 대신한다는
것이 강교수의 입장인데, 그 이유는 자본주의 경제체
제에서 예술은 유일무이하게 교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부터 가장 자유롭
다는 의미에서 “예술은 신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
다. 국립신미술관이 다름 아닌 롯폰기에 들어선 것은
따라서 그에게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두말 할 나
위 없이 롯폰기는 도쿄에서도 글로벌 자본주의를 가
장 잘 상징하는 거리인 까닭이다.
신궁이나 미술관에 이어 도심 호텔의 기능도 비슷
하다.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있는 ‘포시즌즈 호텔
마루노우치 도쿄’에서 강상중 교수는 호텔이란 그 시
대 문화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스스로 유럽
식 작은 호텔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그는 호텔을 “일
상의 연장이면서 일상과 차별화되어야 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그는 호텔을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장소”
로 활용하여 공연장이나 전시관 같은 도시의 문화장
치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오늘날
호텔이 할 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마쓰리 또한 현대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
결하다. 다이토구 아사쿠사의 산자 마쓰리를 보며 강
교수는 그것을 불안과 긴장감으로 살아가는 현대 도
시인들의 “사회적 사정(射精)”으로 묘사한다. 울적
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사회적 회로(回路)로서 작용
하는 한, 마쓰리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
는다. 지요다구 간다 진보초의 고서점가 역시 도시
인들의 심성을 달래기에 적절하다. 서점 수만 200개
이고 그 절반은 헌책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세계 최대
의 서점가로서 옛날풍의 완고함을 간직한 “아날로그
적 세계”다. 문학에는 말의 영혼, 곧, ‘언령’(言靈)이
있다고 믿는 강교수는 간다 고서점가가 문학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재발견하는데 이바지한
다고 믿고 있다.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자체에 대해서도 문화가 전
혀 없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강상중 교수는 만약
긴자가 근대를 상징했다면 롯폰기는 포스트모던을
상징한다고 대비한다. 그에 의하면 롯폰기는 “척하
는 것이 전혀 없기에 인간의 욕망을 직접 드러내는
거리”인데, 가짜에도 미학이 있고 가치가 있으면 그
것으로 족한 것이라는 게 강교수의 입장이다. 롯폰
기의 고층건물은 기술력과 재력을 보여주는데 적합
한 것으로, 이는 권력이나 돈을 공간적으로 시각화
한 결과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욕망이나 상승 지향이
수직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도시의 고층빌딩
이라는 것이다.
시부야구 하라주쿠는 원래 미군이 주둔했던 국제
적 거리 혹은 이국적 거리였다가 현재는 패션가로 진
화 중인 곳이다. 강교수는 하라주쿠를 일본 대중문화
의 진원지로 보면서 그것의 키워드는 귀엽다는 뜻의
“가와이”(かわいい)라고 규정한다. 곧, 가와이 문화
가 현대 일본문화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와이
문화가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성숙 대
미성숙”이라는 이분법이 소멸된 결과라고 생각하는
발상이다. “부성(父性)의 상실” 내지 “어린아이와의
밀착화”가 미성숙한 귀여움을 일본에서 문화의 반열
에 올렸다는 주장이다.
주오구 긴자에 있는 샤넬 긴자점에서 그는 현대 도
시인들이 세계적 유명 브랜드에 목을 매는 이유를 설
명한다. 브랜드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자 양극화 시
대에 자신의 등급평가를 보증해주는 일종의 “부적”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라는 기호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재미있다. 곧, 아무나 그
것을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것
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손에 넣
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가장 평등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강교수의 통찰력이 매우 빛나는 대목이다.
우리 시대의 영화관도 문화적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세타가야구 신겐자야에 있는 주오극장은 시네
마 콤플렉스, 곧 복합상영관이다. 그는 영화 보러 나
온 김에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는 우리 시대의 세태
를 은근히 비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과거에 비
해 영화를 보면서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는 것이
Book ReviewJES 북리뷰
131
다. 이는 오늘날 영화가 생활 주변에 너무나 쉽고 가
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강교수는 “영화의 일
회성 상실”이라고 표현한다. DVD 등을 통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지금
보고 있는 영화와의 진지한 대면이 필요 없다는 의미
다. 이와 같은 도시인의 영화관람 태도 분석을 통해
강상중 교수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은 “모든 것에
있어서 ‘무거운 것’을 경원시”하는 풍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일본에서는 “나가라(ながら)
족”이라 부른다.
강교수는 주오구 니혼바시가부토초 도쿄증권거래
소에도 들렀다. 그에 의하면 그곳은 우리 시대 금융
자본주의의 현장으로서 “돈은 모든 것이 되고 금융
시장은 신이 된다.” 그런데 강교수는 도쿄증권거래
소에서 “자본주의의 추상화”를 읽는다. 곧, 모든 것
을 온라인화하면서 돈이 완전히 기호화되어 있는 곳
이 도쿄증권거래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증권거래
소는 무기질적인 공간으로서 “번쩍였던 욕망을 보
기 좋게 살균”하고 있는 곳이다. 과연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의 최전선을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분석
이 아닐 수 없다
시나가와구 가쓰시마 시나가와 수족관은 우리 시
대 도처에 편재하는 불확실성과 전반적 위기를 상징
하는 공간이다. 거대한 수족관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스스로 투명한 수조 속에 들어가 관리되기를 바라
는” 현대 도시인의 역설적 심리를 간파한다. 불안한
마음에 수족관 속 물고기가 더 안전해 보인다는 것이
다. 아닌 게 아니라 CCTV나 휴대전화의 GPS기능,
역 개찰구의 통과기록 등 다양한 신기술이 ‘안전’이
라는 이름하에 개인의 생활을 감시하는 것이 현대 도
시의 특징이다. 그러나 “위기를 관리하면 할수록 위
기를 관리하는 그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위험을 낳는
다”는 것이 강교수의 생각이다. 수족관 사회는 궁극
적으로 사회적 내성(耐性)을 약화시키며 위기에 대
한 체감온도를 저하하기 때문이다.
신주쿠구 하쿠닌초 신오쿠보는 현대 도시의 또
다른 그림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민족사회다.
신오쿠보는 한국이나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밀집·거주하는 지역이다. 여기서 강교수
는 “크리올(creole)화하는 도시의 언어”를 발견한
다. 크리올화란 주변부 국가 출신 이민자가 현지어(=
일본어)를 습득하고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다음 세대의 모국어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현재 도쿄의 언어분포도에서 세계
의 계층질서를 발견한다. 지금 도쿄는 이른바 ‘핫스
폿’(hot spot)을 수직으로 확대 중인데, 그 결과 고층
화되는 지역, 예컨대 롯폰기, 마루노우치, 시오도메,
시나가와는 ‘영어의 세계’인 반면, 주변부인 신오쿠
보는 ‘크리올화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도
쿄는 언어적으로 분단도시가 되고 있다.
도쿄의 삶은 이 밖에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영
역이 있다. 지요다구 소토칸다 아키하바라는 일본에
서 이른바 “오타쿠의 성지”다. 오타쿠란 하위문화에
몰두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서툰 사람을 일컫는 것
인데, 강교수에 의하면 오타쿠 문화는 현대 일본사회
가 만든 것이다. 곧, “과도하게 풍요롭고 부유한 사
회,” 따라서 단절도 없고 변화도 없는 사회가 “주어
진 것 안에서 놀 수밖에 없는 사회”를 초래하고 말았
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강교수는 비록 풍요로움을
느끼지만 “상당히 동물화한 사회”로 표현한다. 오타
쿠 문화는 사회적 유대를 잃은 원자화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는 리얼한 인간으로 이어지는 회로의 부재
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카가야구 기타자와에 있는 고양이 카페의 체험
은 이런 점에서 각별하다. 목하 일본에서는 고양이
카페가 유행이라고 한다. 그 원인으로서 강상중 교
수가 들고 있는 것으로 첫 번째는 애완동물을 마음
대로 키울 수 없는 도시의 생활환경이다. 둘째는 위
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증가인데, 말하자면 도시
의 고독이 고양이 카페 성업의 배경을 이룬다는 것이
다. 세 번째로는 절약 지향 혹은 에코 지향의 사회 분
Book ReviewJES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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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지목한다. 다시 말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기
보다 고양이 카페에 들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라는 것이다. 강교수에 의하면 고양이는 오늘날과 같
은 경제적 “수축의 시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에
비해 개는 고도성장기 “팽창의 시대”에 걸 맞는 애완
동물이라고 한다.
다이토구 기요카와 부근의 산야는 도시빈곤의 최
첨단 현장이다. 그곳은 일본 유수의 ‘요세바’, 곧 인
력시장이 들어서 있는데 “빈곤의 그러데이션”이 산
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강상중 교수
의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서구의 슬럼가가 가족 단
위라면 일본의 요세바는 기본적으로 개인 중심이라
는 차이다. 강교수에 의하면 유세바 자체는 옛날에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취업 알선업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네크워크가 존재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끼리
의 횡적 유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급속한 세상의
IT화에 따라 오늘날에서는 일용 노동조차 고용형태
가 무작위적으로 바뀌었다. 곧, 휴대전화 하나로 ‘오
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로 몰려다닌다는 것이다. 우
리 시대의 비정규직은 이를테면 요세바 없는 일용 노
동자로서 한 곳에 집결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재(點
在)해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욱 더 비참해졌다.
그렇다면 도쿄에는 이제 이런 잿빛의 삶 밖에 남
아 있지 않은가? 이와 관련하여 다이토구에서 분쿄
구에 이르는 소위 야네센 골목(=야나카, 네즈, 센다
기)에서 강상중 교수에게 다소 위안을 준다. 최근 산
책코스로 각광 받고 있는 이곳에는 나무 들보나 기둥
을 기본구조로 하여 “열린 형태”를 지향하는 일본 전
통건축의 특징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곧, 야네센
에는 골목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나 생선 굽는 냄새, 사람이 살아가는 소리나 리듬, 자
연의 색채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은 일견
쥐죽은 듯 하지만 온기가 있는 곳”이며 이른바 ‘서민
정서’의 잔존이 최근 야네센 활성화의 배경이라는 것
이 강교수의 해석이다.
여기에 주오구에 있는 쓰키지 시장을 추가할 수 있
겠다. 쓰키지 시장은 도쿄의 먹거리를 지탱하는 세
계 최대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강
교수는 도쿄증권거래소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읽는
다. 쓰키지 시장은 “살아있는 것을 취급하기 때문에
매일 계산 불가능한 요인이 다양하게 개입”할 뿐 아
니라 “믿을 것은 감이나 경험”인 공간이다. 이런 점
에서 모든 것이 온라인화한 도쿄증권거래소와는 대
조적으로, 이곳에는 “실체가 있고 사람도 있다.” 쓰
키지 시장은 에너지가 응축된 장소로서 그곳에서 일
하는 사람으로부터 긍지나 패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
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강상중 교수가 볼 때 도쿄는 과거의 영화(榮華)를
점차 상실하는 도시다. 이방인을 자청한 채 도쿄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저자는 그 실상을 하나하나
드러내 보이고 있다. 물론 도쿄 스스로의 잘못만은
아니다. 세계화나 저성장,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적
혹은 상황적 요인들이 기본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
이다. 게다가 도쿄가 TOKYO로 변신하는 동안 일본
내 도쿄의 위상도 많이 약해졌다. 한 때 거대한 자장
(磁場)이었던 도쿄의 자력(磁力)이 최근에 다소 약화
된 것은 교통망과 정보의 발달에 덧붙여 “도쿄의 편
재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도쿄는 더 이상 미
지의 세계가 아니고 아우라도 희미해져 간다. 그렇
다고 해서 도쿄 도시계획 자체의 문제가 면죄되는 것
은 결코 아니다. 강교수가 볼 때 거리가 무균 상태로
정비되고, 거리의 그림자 일소를 통해 가시성과 투
명성이 증대함에 따라 도쿄는 “미지수도 없고 굴곡
도 없는 도시...그러므로 어쩐지 답답한 도시”로 바
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 필요한 것은 “의
미가 부여되지 않은 장소,” 곧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이 강교수의 주
장이다. 새로 장소가 생겨도 이곳은 쇼핑하는 장소,
이곳은 스포츠 하는 장소라고 명확하게 하나의 목적
이 규정되는 것이 말하자면 현대 도시계획의 문제라
는 것이다. 도쿄에 절실한 것은 따라서 마련된 장소
Book ReviewJES 북리뷰
133
나 기획된 이벤트에 익숙한 소비자라는 자리에서 빠
져나가, 모든 주민이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 됨으로
써 도쿄를 명실상부한 자유로운 도시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불안한 시대의 도쿄를 지켜보며 강상중 교
수는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두가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바로 그 불안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
다는 것이 강교수의 믿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보물”인데, 그러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도시라는 것이다. 왜냐하
면 도시는 기본적으로 “타자를 만나는 장소”로서 이
러저러한 배경이나 과거를 짊어진 사람을 받아들이
면서 구축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강
교수에게 도시란 본질적으로 희망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모든 도시 연구자들을 지적으로 자극하고 격려
할 수 있다. 끝으로 <도쿄 산책자>는 도시연구에 있
어서 ‘방법론으로서의 걷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일
깨워주는 역작이기도 하다. 발품을 부단히 이리저리
파는 가운데 도시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감수성 및
통찰력을 머리와 가슴으로 배양하는 학문이 도시 인
문사회학이라면 <도쿄 산책자>는 그것의 매우 훌륭
한 귀감이 아닐 수 없다.
JES 광고
조백일 동문(발전기금 일천만원 기부)의 공간세라믹 회사를 소개해드립니다.
광고란은 환경대학원 발전기금을 기부해주신 동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동문들의 기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환경논총 제52권

환경논총 제52권

  • 2.
    CONTENTS 권두언 환경논총의 새로운 도전 이슈: 환경연구의 블루오션 -무엇이 어떻게 부상할 것인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단절없는 교통-교통의 미래 가치 기획 :“평양,‘도시’로 읽다” 심포지움 평양의 도시계획 북한의 수도계획 평양의 도시문화 평양의 도시교통 Research Brief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2013년 8월 환경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 목록 박사학위 논문 요지 석사학위 논문 목록 답사기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Book Review 도쿄 산책자 [姜尙中 저, 송태욱[옮김] 최막중 [환경대학원장] 3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5 하성규 [중앙대학교 도시계획 부동산 학과 명예교수] 19 안건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7 김한배 [서울 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33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43 임동우 [미국 PRAUD 설계사무소 소장] 52 전상인·조은희·김미영 58 [환경대학원 교수,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소 연구위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65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71 장수은·이상준·이상조 78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 김세훈 [환경대학원 교수] 83 이희연·심재헌·노승철 88 95 106 [환경대학원 교수, 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이도원 [환경대학원 교수] 108 전상인 [환경대학원 교수] 128
  • 3.
    환경논총의 새로운 도전 최막중(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환경논총이 환경대학원 설립 40주년을 맞이하여 그 면모를 일신하였습니다. 지난 40년간 환경대학원이 우리나 라의 도시·환경 교육과 연구를 선도해 왔듯이, 환경논총은 1974년 창간한 이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시·환경 관련 학술지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의 도시·환경분야는 비약적으로 성장 할 수 있었고, 오히려 지금은 과잉을 걱정할 만큼 양적으로 비대해졌습니다. 그 사이 이 분야에 수많은 학회가 만들어지고 수많은 학술지가 양산되었지만, 도리어 우리의 지성(知性)은 그에 반비례하여 메말라 갔습니다. 논 문은 어느새 승진 요건을 채우기 위한 숫자 놀음으로 전락하였고, ‘논문을 위한 논문’, ‘분석을 위한 분석’이 난 무하게 되었습니다. 지적 교류와 자극의 희열과는 거리가 먼 맹목적인 논문 생산만이 반복되면서 학자와 전문 가들의 갈증이 깊어져만 간 것입니다. 환경논총은 이렇게 메말라가는 토양에 물꼬를 트는 새로운 선구자적 소임을 다시 감당하려 합니다. 또 하나 의 무색(無色)‧무취(無臭)의 박제된 지식을 찍어내기보다는, 도시·환경분야의 새로운 시대적 이슈들을 지속적으 로 발굴, 제기함으로써 진정한 지적 교류와 소통의 장(場)을 제공하는 전문지로서 거듭 태어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렇게 환경논총이 변신을 시도한 데에는 도시·환경분야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의 지식 의 틀에 갇혀서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급속한 도시성장은 도시‧환경 교육과 연구를 위한 충분한 사회적 수요를 제 공해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급속한 도시화에 대응하여 토지‧주택 및 도로, 상‧하수도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대 량으로 공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반대급부로 발생한 자연훼손, 오염 등의 각종 환경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병 주고 약 주면서 호황을 누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40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미 도시개발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도래로 인해 이제 우리는 활력을 잃고 쪼그라드는 도시를 걱정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관심사가 된 지 오래이고, 관련 이슈는 자연재해, 에너지 문제를 포함 하여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산업혁명 이래 자연을 극복하는 기술 진보 와 성장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여 수세기를 풍미했던 서구적 가치를 대체하여, 다시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자 연 과의 공존과 공생을 모색하려는 동아시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환경분야도 미래 예측, 부동산 등과 같은 과학적·경제적 가치를 넘어 문화, 치유, 건강, 나아가 생명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찾아 지속적으로 발전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앞장서 도전하려는 환경논총의 앞날에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권두언
  • 4.
    - 무엇이 어떻게부상할 것인가? -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단절없는 교통-교통의 미래 가치 환경대학원은 지난 40년 동안 환경연구(environmental studies)를 초점으로 하여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여 왔다. 그 러나 환경연구의 관점과 이슈들은 환경대학원이 처음 창립할 당시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급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환경대학원의 각 분야에서 다루어왔던 환경 연구(environmental studies)에 대한 이슈를 향후를 내다보 면서 과연 어떤 주제들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여 새 지평을 열게 되며 이럴 경우 어떤 연구와 교육이 필요할 것인가를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듣고자 한다. 환경연구의 블루오션 이슈
  • 5.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3유엔과 세계기상기구(WMO)가 1988년 공동 설 립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해서 세계 최고 권위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IPCC가 2007년 발 표한 바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 우 2100년에는 1990년에 비해서 대기온도가 4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4도 상승이 대 수로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 재무부가 발 표한 스턴보고서에 의하면 4도 상승할 경우, 최대 3억 명이 해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되고, 아프리카 와 지중해에서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이 30~50% 감 소하며, 툰드라의 반이 소멸되는 등 갖가지 끔찍 한 환경재앙이 발생한다고 한다.1) 5도 상승할 경 우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 런던, 도쿄 등 바다 에 가까운 거대도시들이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게 되고, 5도 이상 높아질 경우, 인류의 대이동을 포 함,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이 예상된다.2) IPCC의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기후변화에 대 한 과학적 근거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인간의 활동 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 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에 과학계의 압도적 합의 가 형성되어 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 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은 큰 힘을 받지 못한 채 답답할 정도로 지지부진하 다. 2012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강력한 대책 을 약속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한한 미국은 세계에서 비난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애당초 미국은 유럽연합과 함께 지구온 난화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약속하는 교토의정서 를 추진하였으면서도 공화당의 부시정부가 들어 서자마자 교토의정서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아예 탈퇴해버렸다.4)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석유재벌의 이정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1) Stern, Nicholas(2007),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 문헌 참조: 김해창(2013), 『저탄소 경제학』,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3) 김해창(2013), 『저탄소 경제학』,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4) 김홍균, 이호생, 임종수, 홍종호(2013), 『환경경제학』, 서울: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1. 기후변화 대책, 왜 이렇게 지지부진한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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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 출신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자 마자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 지붕에 설치한 태양에 너지 panel을 철거한 조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 한 미국 입장의 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5) 문제 는, 이 지구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미온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 서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이 미국을 비 롯한 여러 나라에서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기 후변화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상대로, 이 질문에 대하여 다수 의 연구들이 업계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라는 대답 을 내놓는다.6) “즉, 경제를 볼모로 한 업계의 정치 적 압력이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책 의 수립과 그 실천에 가장 큰 걸림 돌이라는 것이다.” 비단 기후변화 문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경제 현안에 관해서도 업계는 아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가 금융업계의 부조 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속속들이 밝혀졌음에 도 불구하고 금융업계의 집요한 반발이 금융개혁 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국의 현실이 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대통령선거 유세기간 내내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그토록 강력하 게 외쳤지만, 당선된 후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 서 경제민주화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업계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첫걸음은 여론의 관리다. 막강한 홍보 조직을 이용해서 업 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기존의 과학적 근거에 흠집 을 내는 자료와 정보를 퍼뜨린다. 여론 관리를 위 한 업계의 자금동원 경로를 소상히 밝혀낸 연구에 의하면, 진상을 잘 모르는 일반대중들이 업계의 이런 조직적 홍보활동에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일반대중의 절반 정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 후변화뿐만 아니라 업계는 다른 환경파괴의 악영 향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자료를 유포하고 그럼 으로써 결과적으로 환경 관련 규제나 입법을 방해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석유재벌이 그 선봉에 포 진하고 있으며 보수 성향 언론매체가 이에 가세하 고 있다. 이들의 전략적 목적은 이미 확립된 과학 적 근거들이 의심스럽고 따라서 더 많은 과학적 토론이 필요한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시간을 질질 끌고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다. 업계는 단순히 홍보활동만을 펴는 것으로 그치 지 않는다. 로비활동의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업계는 막대한 선거자금과 광범위하고 조 직적인 로비활동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후변화 및 환경 관 련 규제와 정책의 입법화를 저지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2003년 미국 상원의원이었던 J. Inhofe 는 지구온난화 주장이야말로 “미국 국민을 상대 로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the greatest hoax)” 이라고 일갈하였는데, 과학을 잘 모르는 이 상원 의원의 발언에 미국 의회의 다수가 동조하고 있다 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7) 선거자금과 로비 활동을 통한 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의외로 위력 적임을 밝혀낸 Larry Bartels의 연구는 기후변화 5), 6), 7), 8)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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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와 같이 업계의 이해관계가 크게 걸려 있는 이슈 에 관한 한 미국 국회의원들은 업계나 고소득계 층의 견해에 압도적으로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반면, 저소득 계층 유권자의 견해를 심각하게 고 려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8) 이와 같이 선거자금 제공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우호적으로 반응하는 정치가들의 행태는 이른바 대표성 편향 (representation bias)을 낳고 이것이 결국 부자 감세, 사회복지지출 삭감, 무모한 전쟁, 환경 파 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소극적 정책 등으로 반 영된다. 허나, 이 대표성 편향은 결국 정치권 전체 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주된 요인이 된 다. 2011년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 국인의 71%가 중앙정부는 주로 사익을 추구하는 특수 이해단체로 보고 있다.9) Larry Bartels의 연구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 을 시사한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 하면,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이 무척 심하 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도 매우 좋지 않은 결 과가 나왔다.10) “정치가 국민을 행복하게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70.5% 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였으며, 우리 국민의 거 의 80%가 정치인은 자신들의 명예와 권력욕만 채 우는 사람들이거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쟁 만 일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권 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이런 부정적 인식은 정치권 이 국민의 여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채 업계 와 특수 이익집단에 휘둘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이 업계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현실을 Jeffrey Sachs는 ‘기업국가(corporatoc- racy)’로 표현하고 있다.11) 현실이 이러하니 아무 리 학계가 기후변화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수행 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한들 이것이 정치권을 통해서 정책으로 이어지기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에는 범지구적 추세를 깊이 있게 다루 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들이 많이 있고 이 들이 기후변화에 대하여 많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 다. 이처럼 도처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업계 의 눈치를 보는 미국 정치권이 이를 외면하고 있 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효과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기후변 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선 업계의 반발 및 그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무마하는 일 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학계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업은 기후변화에 관한 자료와 지식을 계속 발굴하고 정리하고 발표할 뿐만 아니라 이를 널 리 알림으로써 일반대중으로 하여금 기후변화 문 제를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촉구하 는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업계 의 주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그 진위를 대중에 게 알리는 일도 긴요하다. 업계의 홍보자료를 모 아서 분석해본 연구에 의하면, 전문성이 부족하 거나 기초적 사실조차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 았다고 한다. 따라서 그만큼 학계가 할 일도 많다 고 할 수 있다. 2. 세상을 지배하는 큰 사상과 기후변화 문제 물론, 업계가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된 자료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흔드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이념적 논리를 펴는 수법을 병행한다. 그 논리의 중심에는 시장주의 논리가 있다. 시장주의는 시장의 원리를 굳게 신봉하며 9)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제1장 참조. 10)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2012년 11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 “열린 토론마당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임. 11)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제 7장 참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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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효율을 으뜸으로 생각하는 사상이다. 최소의 자원 으로 최대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면 낙수효과를 통 해서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살게 되며, 또한 자원 고갈 및 환경파괴도 최소화된다. 그러므로 효율을 통해서 공평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고 시장주의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시장이 바로 이런 효율을 가장 잘 달성하는 제도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은 “작은 정부”를 내세우면서 되도록 이면 많은 사회문제를 시장을 통해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기후변화 문제도 시장에 맡기거나 혹은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얼마든지 해 결할 수 있으므로 굳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후변화가 재앙보 다는 혜택을 더 많이 가져다준다고 주장하는 시장 주의자들도 있다. 시장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조 목조목 업계의 구미에 딱 맞는 것들이다. 따라서 업계는 자신들의 요구를 늘 시장주의 논리로 잘 포장함으로써 듣기 좋게 만든다. 그러나 2008년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에 이은 세 계경제위기는 시장주의 논리가 옳지 않았음을 명 백히 보여주면서 자유방임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12) 이와 동시에 시장 주의자와 대립의 각을 세우던 진보진영의 목소리 가 부쩍 커졌다. 이들은 낙수효과가 날로 약해지 고 있으며, 참된 효율은 공평을 바탕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득이 공평하게 분배되 어야만 큰 사회적 갈등 없이 국민 모두가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 요도 커지고 그럼으로써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소득분배와 환경문제 사이에 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보면, 극심한 빈부격차가 환경문제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환경문제의 효과적 해결을 가로막 는 주된 장애라는 것이다.13) 따라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라도 국가 간 빈부격차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의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진보진영은 역설한다. 진보진영의 주장들이 옳기는 하지만 시장의 원 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가와 환경보전 주의자들도 이런 지적에 동조하면서 지속가능성 을 최우선적 가치로 내세운다. 환경이 지속가능하 지 않으면, 효율이고 공평이고 모두 쓸모없는 것 들이다.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인류와 동식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제성장도 공 평한 부의 분배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많은 환경 보전주의자들이 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결코 지 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환경관련 많 은 과학적 증거들이 이들의 경고에 점점 더 큰 힘 을 실어주고 있다. 허나, 이들의 경고가 시장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괴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시장주의가 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시장주의는 막대한 재력 을 바탕으로 하는 업계와 보수진영의 절대적 지지 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 고 있다. 따라서 시장주의, 진보진영의 사상, 그리 고 환경보전주의, 이 세 가지 큰 생각들 사이의 첨 예한 대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세상을 지배하는 이 세 가지 큰 생각들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 서는 효과적인 기후변화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추 진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어느 한 생각이 전적으로 옳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단정하 고 매도할 수는 없다. 각각의 큰 생각에 충분히 일 리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상황에서 어느 생 각이 어느 정도로 타당한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 12) Stiglitz, Joseph E.(2011), Freefall, New York: W. W. Norton & Co. 13)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정전(2011), 『환경경제학 이해』(서울: 박영사) 참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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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로 어떤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이런 방면으로 앞 으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주의로 포장된 업계의 요구와 주 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절실히 요구된다. 업계 가 금과옥조로 삼는 주장은 환경에 관한 정부의 각종 규제나 법이 기업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경제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앞 으로 더욱더 많이 나와야 하고 이 결과가 널리 유 포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이나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결과를 보면, 환경규제나 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업계가 너무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규제나 법이 실행되면, 업계는 최 소의 비용으로 이에 대처하는 방안들을 재빨리 강 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부담이 경미해진다는 것이다. 3. 경제적 인센티브를 둘러 싼 논쟁 금융시장과 배출권거래 시장 기후변화 문제에 관해서 경제학자들이 가장 빈 번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정책 대안은 탄 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량 단위당 일정 요 율의 금액을 국가가 세금으로 징수하는 방안이다. 배출권거래제도에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도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 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다음 공식적으로 시장에서 이 권리를 사고팔게 허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 어서, 만일 어떤 업체가 일천 톤의 탄소를 배출하 고 있다고 하면, 정부가 이 업체에 배출량을 줄일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 로도 계속 그 1,000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법 적으로 인정해서 공식화하자는 것이 배출권거래 제도의 취지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 이 두 가지 방안 중 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주의자들은 배출권 거래제도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탄소세는 정부 주도로 시행되지만, 배출권거래제도는 시장의 수 요공급 원리에 맡겨지는 부분이 많다. 비록 기후 변화의 문제가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주의자들의 기본 입장 이다. 업계 역시 탄소세의 실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반면,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해서는 우호적 이다. 탄소세가 실시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를 배 출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배출권거래제 도의 경우에는 이제까지의 배출량을 법적으로 허 용받기 때문에 별 경제적 부담 없이 종전의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업계의 강 한 반발 탓으로 제대로 된 탄소세 제도를 강력하 게 실시하는 나라는 드물다. 따라서 앞으로 기후 변화에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하기로 국제사회의 뜻 이 모인다면, 업계가 지지하는 배출권거래제도의 실시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순전히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배출권거래제 도의 성공 여부는 배출권 시장에서 자유경쟁이 얼 마나 잘 이루어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독과점인데,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 만을 놓고 볼 때 이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 는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렇게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설령 자유경쟁이 잘 이루어지고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해도 절대 안 심할 수 없다. 그렇게 활발하고 탄탄해 보였던 미 국의 금융시장이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참상을 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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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로 얼마 전에 우리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1990년 대 일본의 금융시장이 무너졌을 때 미국의 시장주 의자들은 이를 비웃으면서 미국식 금융시장의 채 택을 강권하기까지 하였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 럽게 생각하던 미국의 금융시장이 그렇게 맥없이 무너질 것을 경제학자들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해 서 큰 망신을 당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된 요인으로 흔히 투기 과열, 정보의 비대칭성, 근시안적 기업행태, 불확 실성에 대한 지적 오만, 업계 비리, 과소비, 탐욕,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예상대로, 시장주의자들 은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의 완화와 정부의 감독소 홀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그 책임을 정 부에 뒤집어씌웠다. 마치 미국의 금융시장에는 아 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정부의 무능 탓으로 금융 시장이 망했던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 을 호도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 정부가 감독을 소홀히 하고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도록 금융업 계가 로비와 선거자금을 통해서 정치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이와 비슷한 일이 배출권거래시장에서 일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정부의 감독과 규제의 철저한 실시가 특히 배출권거래시장의 성 공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업계의 정치적 압력은 배 출권시장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런 점에 비추어 보면, 배출권거래제도보다는 탄소 세가 훨씬 더 나아 보인다. 어떻든 미국의 금융시 장을 붕괴시킨 여러 요인들이 배출권거래시장에 서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깊이 짚어보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흥미있는 일이다. 이 방면으로 앞으 로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이를 바탕 으로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의 장단점을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도덕불감증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자유경쟁이 잘 이루어지는 한 배출권거래제도의 개념 그 자체 에는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환경보전 주의자나 사회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등 좀 더 근 원적인 것을 보는 학자들에게는 상당히 거슬릴 수 도 있다. 실제로 이 제도에 큰 거부감을 보이는 환 경단체도 많다. 배출권이라는 명칭이 함의하듯이 이 제도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환경파괴자 에게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노골적으로 부여하 는 제도이다. 마치 도둑에게 적당히 도둑질할 권 리를 부여하는 격이다. 사회적으로 응징받아 마땅 한 행동을 오히려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장기적으 로는 도덕불감증을 유발함으로써 환경파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우려다. 당장, 배출권을 구매한 사람은 돈만 있으면 환경 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 또 는 돈을 주고 샀는데 환경을 파괴하면 어떠냐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14) 비단 배출권거래제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 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환경정 책 대안들은 주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 들이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빈번히 제시하는 배출 부과금제도(환경오염물질 배출에 대하여 일정 요 율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그 대표적인 것이 다. 배출부과금을 기업에게 부과하면 이 기업은 부과금 지불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오염물질 배 출량을 줄이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런 경제적 인센티브 가 사람이나 기업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 적인 동인이 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심리학자들이나 행태경제학 학자 14) 이정전(2011), 『환경경제학 이해』, 서울: 박영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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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들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상의 증거들을 줄줄이 제시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실험 결과는 유아원 에 대한 것이다. 저녁 정해진 시간에 부모들이 유 아원에 와서 맡겨 놓은 아이들을 찾아가야만 유 아원 직원들도 퇴근할 수 있는데, 시간을 잘 지키 지 않는 부모들이 늘 있어서 유아원의 골칫거리였 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늦게 아이를 찾으 러 오는 부모에게는 벌금을 부과하였다. 그랬더니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부모의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 려 종전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심리학자가 그 이 유를 캐본 결과, 돈만 내면 되는데 좀 늦으면 어 떠냐는 태도가 부모들의 행동을 바꾸었다는 것이 다. 아이를 늦게 찾으러 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나 죄책감이 아예 없어져 버린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한번 돈으로 문제를 해 결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돈만 내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굳어지면서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 도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위의 유아원에 대 한 후속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벌금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자 유아원은 벌금을 폐지하여 보았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 셈인데, 그렇다면 늦게 아이를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도 원래대로 줄어 야 한다. 그러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전혀 줄어들 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부모들이 이미 도덕불감증에 젖어버렸기 때문이다. 유아원 에 늦게 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 이 아예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센티 브 제도로 인해서 일단 도덕불감증에 걸리면 그 도덕불감증은 영속적임을 유아원 실험 결과가 보 이고 있다. 대체로 보면,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인센티브 의 효과만을 염두에 두고 이를 최대한 잘 활용하 는 정책대안의 개발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경제 적 인센티브가 인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 악영 향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되먹 임 효과(feedback effect)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 다. 사실, 주류경제학에 대하여 마르크스가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였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마 르크스의 논리를 따르면,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들은 잘 해야 단기적으로 반 짝 효과만 낳을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되먹임 효 과를 통해서 국민을 타락시키며, 국민이 타락하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다. 오늘날 심리학자와 행태 경제학자는 이 되먹임 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하였 다. 앞으로 마르크스가 말하는 되먹임 효과에 대 한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또한 그럴 것이다. 4. 근본적 문제: 한정된 지구촌, 급속하게 늘어나는“미국인” 시장의 원리가 최대한 지켜지도록 시장을 잘 보 완한다면 환경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경제학 자들의 사고방식에도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 괴는 경종을 울렸다. 아무리 금융시장이 효율적 으로 잘 작동하더라도 금융시장이 소화할 수 있 는 한계 이상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금융시장이 절 단날 수 있다. 아무리 각 개인들이 합리적으로 행 동하더라도 그 총량적 결과는 사회적으로 비합리 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게임이론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범지구적 환경 문제는 자본주의 시장에 과부하가 걸림으로 인해 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설령, 경제적 인센티브를 잘 활용한 결과 기업들이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더라도 해마다 생산되 고 소비되는 물량 그 자체가 총량적으로 워낙 커 서 환경에 떨어지는 부하가 그 수용능력을 현저 하게 초과한다면 그 결과는 환경재앙이다. 그러 므로 기후변화를 포함한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근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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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총량을 합리 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것이 1992년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 천명된 지속가능 발전 원칙의 속뜻이기도 하다. 《Hot, Flat, and Crowded》의 저자, T. L. Friedman은 이 지구촌이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단언한다.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 한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그는 모래 위 의 이 도시를 뉴욕 맨해튼의 축소판으로 묘사하였 다.15) 뉴욕의 맨해튼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동네요, 전형적인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가 호 화롭게 펼쳐지는 곳이다. 미국식 생활양식이란 어 떤 것인가? 식구 수대로 방이 있고 방마다 에어컨 이 설치되어 있는 큼지막한 저택, 조그마한 영화 관 같은 거실, 집집마다 두서너 대씩의 자동차, 어 른 손바닥보다 큰 스테이크와 기름진 식사, 각종 최첨단 가전제품 등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소비문 화가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식 소비문화는 석유를 물 쓰 듯 하고 이산화탄소를 소방차 호수처럼 뿜어내는 환경 파괴적 소비문화이며, 맨해튼은 석유를 먹는 하마다. 미국인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으니, 세 계인구의 4.6%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이산화탄 소 배출량이 세계 총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의 모든 나 라가 미국처럼 부자나라가 되려고 경제성장에 박 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소비문화를 선망하 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중국처럼 미국식 생활양식과 도시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중국 대도시의 겉모양은 맨해튼과 별로 다 르지 않다. 고층건물, 백화점, 아파트, 코카콜라 광고, 명품 상가, 햄버거가게 등이 즐비하고, 아 스팔트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 며,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중국 남자들과 미니스 커트를 입은 중국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 역시 석유를 물 쓰듯 하고 이산화탄 소를 소방차호수처럼 뿜어대는 미국식 소비문화 를 추구하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10분 의 1도 안 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국에 이 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어디 중국뿐이랴. 인 도, 남미 등 세계 곳곳에 미국식 소비문화가 급속 히 퍼지고 있고 카타르 같은 곳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Friedman은 미국식 생활 양식과 도시화로 세계가 점차 획일화(flat)되고 있 다고 말한다.16) Friedman의 말처럼 이제 미국식 소비문화와 도시화는 전 세계의 규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렇게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미국식 소비문화를 추구하면 이 지구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원은 급 속도로 고갈되고 대기 중에 축적되는 이산화탄소 의 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 는 빠르게 높아갈 것이다. 이런 재앙의 걱정 없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현재 미국인처럼 잘 살기 위해서는 지구가 7개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 면, 지구촌 모든 사람이 미국식 생활양식으로 맨 해튼과 같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얘기가 된다. Friedman은 이 한정된 지 구촌에 ‘미국인’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구촌의 가장 근 본적인 문제이면서 또한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 라고 말한다. 15) Friedman, T. L.(2006), Hot, Flat, and Crowde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p. 54. 16) Friedman, T. L.(2006), Hot, Flat, and Crowde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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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5. 과소비, 기후변화와 세계 금융위기의 공통 요인 Friedman의 이 말은 결국 ‘과소비(overcon- sumption)’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이 다. 문제는 바로 이 과소비가 2008년 미국 금융시 장을 붕괴시킨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소득의 범위 안에서 소비하고 생활하는 것 이 상식이다. 이 상식이 지켜져야만 개인의 경제 는 물론 국가의 경제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하 지만, 2000년대의 미국인들은 이 상식을 무시하 였다. 중산층은 물론이고 심지어 저소득 계층까 지 저마다 부동산을 담보로 빚을 얻어서 흥청망 청 돈 쓰기 바빴다. 그러다가 결국 빚더미에 눌려 서 개인들도 망했고 금융기관들도 망했다. 이것이 2008년 미국 금융시장 붕괴의 전말이다. 물론, 미 국 정부가 천문학적 금액의 구제 금융을 퍼부어 망한 금융기관을 살려주었지만, 망한 개인들은 그 대로 내팽개쳐졌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은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고 이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 이 빚에 쪼들려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개인들 을 망하게 만들고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소비를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할 것인가. “과소비가 미국의 금융시장을 망 친 근본적 요인이었음에도 불구하 고 아직까지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과소비의 개념을 매우 거북스럽게 여기고 있다. 경제학 사전에는 과소 비라는 말 자체가 없다.” 그 대신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말 을 자주 한다. 이 말은 시장에 어떤 상품이 얼마 나 많이 공급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 택에 달려 있음을 뜻한다. 이 말의 밑바탕에는 인 간의 욕망을 주어진 것으로 절대시하는 시장주의 의 희망적 믿음 그리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하 는 존재라는 경제학의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 나 이 믿음과 대전제는 심리학자들과 행태경제학 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이들은 오래 전부 터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상생활의 사례들 을 무수히 많이 발굴한 다음 첨단 두뇌과학 및 신 경과학에 입각해서 그 원인을 밝혀냈으며, 원인별 로 그 사례들을 분류함으로써 체계적 연구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 인간의 욕망 이나 선호는 쉽게 바뀌거나 조작된다. 의사가 암 환자에게 수술 받을 것을 권고할 때, “수술 받은 환자의 90%가 5년 이상 오래 삽니다.”라고 말하 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 에 동의하지만, “10%가 5년 이내에 죽습니다.”라 고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매우 꺼린다. 90%가 5년 이상 산다는 말이나 10%가 5 년 이내에 죽는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따라서 합리적이라면 반응도 같아야 하지 만, 실제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5% 당분 포함’주스나 ‘95% 무가당’주스는 당도 가 동일한 주스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비자 들은 95% 무가당 주스를 선택한다. 이와 같이 내 용은 같지만 표현을 달리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이 바뀌게 되는 효과가 심리학자들의 반복된 실험 에서 밝혀지면서 프레임 효과(frame effect)라는 전문용어가 나왔고 이에 대한 연구가 행태경제학 에서 중요한 한 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미 오래전부터 이 효과를 알고 있었으며 아주 자 17)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이정전(2012),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서울: 토네이도미디어그룹) 참조. 18) Thaler, R. H. and C. R. Sunstein(2008), Nudge, New York: Penguine Books.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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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주 써먹고 있었다. 심리학자들과 행태경제학자들은 프레임효과 이 외에 공짜효과, 미끼효과, anchoring 효과 등 여 러 가지 흥미 있는 효과들을 발견하였는데, 어떻 든 상품의 질이나 가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주 하찮은 요인에 의해서 소비자들의 선호가 이리저 리 바뀌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선택도 휙휙 바뀐 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17) 어느 행태경제학자 는 소비자와 기업가 사이의 거래는 아마와 프로 사이의 게임과 같다고 말한다.18) 프로는 초보 아 마를 마음대로 요리하기 때문에 상대가 되지 못한 다. 소비자와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온갖 판촉 수법에 소비자들은 맥없이 당한다. 그 판촉 수법들이 인간의 보편적 성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 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온갖 판촉 수법에 휘둘리는 소비자들을 보고 과연 합리적이 라든가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인 가? 설령 합리적이라고 한들 경제학자들의 말대 로 그런 조작 가능한 소비자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신성시해야 할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더욱이나 업계는 광고와 상술을 비롯한 각종 과 학적 판촉수법을 총동원해서 인간의 욕망을 끊임 없이 부풀리면서 지속적으로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나 환경보전주의자들은 미국발 경제 위기가 오기 훨씬 전부터 그와 같이 끊임없 이 부풀어 오르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이로 인한 과소비가 오늘날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같이 인위 적으로 부풀려진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서 시장은 너무나 많은 자연자원을 소모하고 있으 며 또한 너무나 많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며 환경 위 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과소비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요, 또한 기후변화의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소비를 효과적으로 대폭 줄 이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첩경이라는 결론에 이르 게 된다. 6. 과소비 억제가 지속가능발 전을 위한 근원적 대책이다 낭비적 소비: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 사실, 과소비라는 개념이 모호하지만, 합리적이 지 못한 탓으로 현저한 낭비를 초래하는 소비를 과소비라고 일단 정의해두자. 소비는 결국 소비 자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행복의 관 점에서 보면, 과소비란 소비자 자신의 행복을 크 게 증진시키지 못한 채 헛돈을 쓰는 낭비적 소비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정의하면 인간의 합 리성을 굳게 믿는 경제학자들은 그런 낭비적 소비 는 사소하고 예외적이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 대상 도 정책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 나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는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여실히 보이는 계기가 되면서 낭비적 소비 의 일상성을 실증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밝힌 심리학자나 행태경제학자의 연구가 더 큰 힘을 얻 게 되었다.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낭비적 소 비는 이른바 충동구매다.” 합리적 손익계산 없이 순간적 기분에 따라 상품 을 구매하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나서 내팽개치게 된다. 이렇게 금방 싫증이 나서 행복감이 짧은 소 비를 심리학자들은 ‘적응성 소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가전제품과 같은 대량상품들은 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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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리가 빨리 적응하며 쉽게 물리는 것들이다. 어떻 든 구매 당시에 생각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구 매 후에 급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충분히 헤아리 지 못하고 충동구매를 하다 보면 실제로 얻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치르게 된다. 그만큼 돈을 낭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적응성 소비는 낭비로 끝나 게 되며, 개인의 낭비가 누적되어 사회적으로 큰 낭비를 낳는다. “낭비의 원인이 되는 또 다른 유형 의 소비로 이른바 ‘과시적 소비’가 꼽힌다. 통상 과시적 소비는 사치성 소비의 한 유형으로 간주되는데, 사 치풍조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정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좀 다르다. 예를 들 어서, 명품을 사는 이유는 나름대로 손익계산을 해본 결과 이익이 비용(가격)보다 더 크기 때문이 다. 따라서 명품 구매는 합리적 소비행위요, 따라 서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논 쟁이 시작된다. 과연 사치성 소비가 합리적일까? 소비행태에 대 한 연구에 의하면, 여러 가지 유형의 사치성 소비 에 한 가지 공통적인 사항은 남을 강하게 의식한 다는 점이다.19) 남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무심코 남 따라 하기 십상이다. 남들이 명품을 사니까 덩 달아 명품을 사는 경우가 우리 주위에 흔하다. 이 렇게 무심코 남 따라 하는 소비를 합리적 소비라 고 말하기는 어렵다. 바로 이 ‘남 따라 하기(herd behavior)’가 200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투기열 풍, 그리고 19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를 휩쓴 투 기열풍에 불을 지른 요인이었음이 밝혀지면서 근 래에는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앞으 로도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학자들 이 남 따라 하기 현상을 너무 경시하다가 2008 년 미국발 금융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질타 도 있다. 설령 남 따라 하기가 없다고 해도 과시적 소비에 는 낭비의 소지가 많다. 과시적 소비가 노리는 ‘과 시효과’의 크기는 주로 남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느 냐에 달려 있다. 남들이 많이 부러워할수록 그리 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과시효과는 커 진다. 그러나 남들 부러워하는 정도나 부러워하는 사람의 수는 너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것이어서 개인의 합리적 손익계산에 잡아넣기가 거의 불가 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입할 당시에 느끼는 과장된 과시효과만을 생각하고 돈을 지불하며, 따 라서 헛돈을 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물론, 과시성이 강한 상품의 경우 생산자가 의 도적으로 공급량을 제한함으로써 시장에서 높은 가격이 유지되게 하여 과시효과를 지켜줄 수도 있 다.20)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독과점의 행태다. 독과점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회적 낭 비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과시적 소비의 경우, 공급이 늘어나면 과시효과가 없어지고 공급을 제 한하면 독점이익이 발생한다. 이래저래 과시적 소 비 역시 우리의 행복을 별로 증진시키지 못하면서 돈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살펴본 적응성 소 비와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적응성 소비나 과시적 소비 등으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얼마나 클까? 근래 이를 알아 보려는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애당초부터 한 두 번 쓰고 구석에 처박아 둘 요량으로 물건을 사 19)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20)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p.168. 21) 애니 레너드(2011),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 (김승진 옳김), 서울: 김영사. 22)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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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각 가정의 구석구석에 쓸모없이 처박힌 그 많은 물건들은 우 리가 얼마나 생각 없이 쇼핑을 하며,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비의 천국, 미 국에서는 각 가정마다 쓰지 않고 방치된 물건을 쌓 아두기 위한 창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창고를 빌 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창고대 여업이 가장 번창하는 사업이 되고 있다. 1985년 과 2008년 사이에 미국에서 창고대여업은 인구보 다 세 배나 빠르게 성장하였으며, 1인당 창고 공 간 면적은 633배 증가하였다.21) 우리나라의 사치 성 소비를 연구한 어느 교수는 우리나라를 “사치 의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22)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치성 소비로 인한 낭비가 심하다는 뜻이다. 어 떻든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낭비적 소비로 인 한 낭비의 규모가 추정된다면, 지구온난화를 완화 하고 나아가서 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의 개발과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 로 이 방면으로도 많은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과소비와 관련하여 앞으로 검증되어야 할 한 가 지 재미있는 가설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합리 적 소비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들이 살기 위해서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알 고 있고, 이것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행복하게 하 는지를 절실히 느끼기 때문에 손익계산이 비교적 뻔하다. 하지만, 생계수준을 넘어서 소비가 늘어 나면서부터는 무엇이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를 계산하기 어려운 소비품목들이 늘어나 기 시작하면서 손익계산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과시 효과를 노린 상품의 경우 합리적 손익계산을 하기 매우 어 렵다. 이 가설이 증명된다면, 낭비성 소비를 줄여 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더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과소비 대책 과소비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제학자들 도 인정하는 낭비적 소비가 한 가지 있다. ‘녹색 소비’와 반대되는, 이른바 환경 파괴적 소비가 그 것이다. 보통 사실 거의 모든 소비가 환경 파괴적 이지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환경 파괴적 소비 는 각 소비자의 잘못된 손익계산 탓으로 적정 수 준 이상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거나 폐기물 을 많이 남기는 소비를 말한다. 일회용 상품, 과대 포장된 상품의 소비,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소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체로 환경 파괴적 소비 의 사회적 폐해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회용상품 안 쓰기 운동, 폐기물 재활용운동 등 시민단체들의 자발적 활동도 활발하다. 정부 차 원의 대책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은 환경세 의 부과다. 환경 파괴적 소비에 비하면, 과시적 소비나 적응 적 소비가 사회적 낭비라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 져 있지 않다. 그래서 최근 소비와 행복을 전문적 으로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한결같이 올바른 소 비양태에 대한 교육과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가 구체적으로 왜 그리 고 어느 정도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지를 대중 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 홍보만으로는 적응성 소비와 과시적 소비를 충분 히 감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별도의 대 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조세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소득세 대 신 이른바 ‘누진 소비세(혹은 지출세)’를 부과하는 것이다.23) 즉, 총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를 연간 총 소비액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누진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누진소비세는 소비에 직접 부과된다는 점에서 진짜 소비세라고 할 수 있다. 23) Frank, R. H.(1999), Luxury Feve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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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소득세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 나면서 이 소비세나 지출세를 지지하는 경제학자 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조세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계속되 고 있다.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 서 소득 대신 소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의 이 념이 범지구적 규범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소비를 더 이상 미덕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므 로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을 비롯한 지속가능발전 을 위해서 낭비적 소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일 것인가에 대한 많은 심층 연구가 필요하고 이런 연 구의 일환으로 조세구조의 개편 문제에도 주목해 야 할 것이다. 7. 맺는 말:‘세련된’정책 『자본주의 4.0』의 저자, Kaletsky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의 자본주의(자본주의1)가 자유방임 과 보이지 않는 손을 특징으로 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시대였고, 대공황 이후 1970년대까지 의 자본주의(자본주의2)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 극적 개입을 특징으로 하는 “큰 정부, 작은 시장” 의 시대였으며,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1980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본주의(자본주의3) 가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시대였다고 구분하면 서 2008년의 엄청난 시장의 실패가 필연적으로 “ 큰 정부, 작은 시장”의 시대를 불러온다고 주장하 였다.24) 허나, 현실은 그의 말과 좀 다른 것 같다. 말만 “큰 정부”의 시대가 왔다고 할 뿐 실제에 있 어서는 주요 선진국 정부들이 큰 정부 노릇을 하 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부채에 짓눌려 있는데다 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커서 각국 정부들 이 ‘큰 정부’에 걸맞게 큰돈을 쓰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많은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 게 재단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돈을 덜 쓰면서도 더 큰 효과를 내는 ‘세련된 정책’이 많이 개발되어 야 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2002 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하 고 쾌적한 화장실 만들기 운동이 일어났다. 화장 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를 자주 해 주어야 하는데, 특히 남자 화장실의 소변 흘리기 가 골칫거리였다. 소변 흘리기로 인한 악취와 불 결을 막기 위해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할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아 주 손쉬운, 획기적 방법이 있다. 남자의 소변 변기 가운데에 파리를 그려 넣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 분의 남자들은 그 파리를 조준하고 소변을 보기 때문에 소변 흘리기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네 델란드 암스텔담 공항에서 이 방법을 실시해본 결 과 소변 흘리기가 80%나 줄어들었다. 굳이 공권 력을 동원하지 않고 돈도 많이 쓰지 않으면서 그 야말로 조용히 소변 흘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었 다. 아주 사소한 사례이지만, 이 사례에 담긴 정신 을 최대한 살린 정책이 새 시대의 정책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최 근 전력 낭비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절전이 강조 되고 있다. 주민의 절전을 유도하는 한 가지 효과 적인 방법은 전기료를 대폭 올리는 것이다. 이 방 법은 공권력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혼합한 방법이 지만, 국민의 반발과 인플레 우려 때문에 정부가 꺼려한다. 무언가 세련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서부의 어느 지방정부는 각 가정에 실제 전 24) Kaletsky, Anatole(2010), Capitalism 4.0, New York: Public Affairs. 25) Thaler, R. H. and Sunstein, C. R.(2008), Nudge, London: Penguin Books Ltd.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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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연구과제 04 기 사용량과 함께 주민 전체의 평균 전기사용량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평균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쓴 가정의 전기 사용량은 크게 줄었지만, 평균보 다 더 적게 사용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오히려 늘어났다. 그래서 평균사용량을 알려주지 않고 그 대신 평균보다 덜 사용한 가정에는 웃는 얼굴의 그림을 보내고 평균보다 더 많이 사용한 가정에는 찡그린 얼굴의 그림을 보냈다. 이 결과 전기 사용 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고 한다.25) 이런 일련의 예에서 보듯이 아주 사소한 것이 사 람들의 태도를 크게 바꾼다. 예를 들어서 새로 개 발된 에너지절약 방법을 주민들에게 소개할 때, “ 이 방법을 사용하면 당신은 월 5만 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이 방법을 사용 하지 않으면 당신은 월 5만 원 손해를 봅니다.”라 고 표현할 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적으로 사람들이 이익보다는 손해에 훨씬 더 민감 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강제나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람 들을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과 사례 들을 두뇌과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이 수없이 줄 줄이 늘어놓으면서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고, 이들의 연구 결과를 일부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 면서 이른바 행태경제학이 근래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시대의 큰 흐름에 부응하여 두뇌과 학, 신경심리학, 행태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지혜 를 활용하는 정책이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난도(2007), 『럭서리 코리아』, 서울: 미래의 창. 김홍균, 이호생, 임종수, 홍종호(2013), 『환경경제학』, 서울: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김해창(2013), 『저탄소 경제학』,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 애니 레너드(2011),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 (김승진 옳김), 서울: 김영사. 이정전(2011), 『환경경제학 이해』, 서울: 박영사. 이정전(2012),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서울: 토네이도미디어그룹. Frank, R. H.(1999), Luxury Feve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Friedman, T. L.(2006), Hot, Flat, and Crowde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Kaletsky, Anatole(2010), Capitalism 4.0, New York: Public Affairs. Sachs, J.(2011), The Price of Civilization, London: The Bodley Head. Stern, Nicholas(2007),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 Cambridge: The Cambridge University Press. Stiglitz, Joseph E.(2011), Freefall, New York: W. W. Norton & Co. Thaler, R. H. and Sunstein, C. R.(2008), Nudge, New York: Penguine Books.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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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0718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William Cow- per)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 들었다”고 말했다. 도시는 인간 의지의 산물이자 도시화와 산업화의 상징이다. 한국의 도시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자 정보교류의 중심으로서 그 중요 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과거의 경험을 바 탕으로 보면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은 매우 높은 상 관관계를 보였다. 산업화가 확대되면서 노동력과 자본이 도시지역으로 유입되고 대규모 시장과 기 반시설이 제공됨에 따라 일자리와 혁신역량이 창 출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도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 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해온 도시인구는 1990년대에 와서 성장이 둔 화되고 인구학적 특징도 크게 변화되었다. 1990 년에서 2000년 사이 도시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1.8% 감소하여 1960~1990년 사이 30년 동안 매 년 도시인구는 11.9% 증가를 보인 것과는 큰 대 조를 보인다. 특히 도심부 인구 감소는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관찰되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와 1 인가구의 증가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도시산업구조 측면에서 공업부문은 쇠퇴하고 공공기관 및 민간기관 이전 등으로 토지이용 패턴 이 예전과는 달리 나타나고 있다. 한편 도시 내 지 역 간 격차(intra-regional disparity)가 심화되 고 있다. 즉 구도심과 신시가지, 전통적 주거지와 신 개발지는 각각 대비되는 지역 간 격차의 한 예 라 할 수 있다. 구도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전통적 주거지역은 물리적 낙후뿐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 수준도 열악한 도시 내 지역 간 격차가 존 재한다. 도시중심부(구시가지, 원도심)의 쇠퇴가 대부분의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 연구소, 2012). 아울러 주거지 분리와 사회적 배제라는 종전 한 국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 새로운 도시현 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민 생활의 질, 도시 서비 스 수준, 물리적 환경 등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 고 있다. OECD 보고서의 따르면 회원국 도시 쇠 퇴의 중요한 요소는 인구감소와 경제기반의 약화 라고 한다(OECD, 2010). 이러한 특징이 한국도시 도시계획과 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하성규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 1. 문제인식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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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우리나라 도시정책의 과제가 무 엇인지를 개관하고 향후 도전해야 할 대상과 분야 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도시화의 특징과 패턴을 살펴보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향후 풀어야 할 정책과제 및 방향을 생각 해 보기로 한다. 2. 도시화와 경제성장 한국의 경제성장은 세계 유래를 찾아보기 힘 들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였다. 좁은 영토 를 가진 나라로서 인구과밀이 지속되는 상황 속 에서 한국의 1인당 GDP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 했다. 2010년 현재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 1인당 국내총생산은 25,051 달러이다. 2007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대한민국이 2050년 1인당 명목 GDP가 90,294 달러가 되어 91,683 달러인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통일 이 이루어진다면 GDP는 2위로써, 미국을 제외한 G7 국가들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Goldman Sachs, 2007).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이 일본 보다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한국 은 자본력이 부족한 국가적인 특수한 환경에 따 라 독특한 형태의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중소 기업보다는 재벌기업이 주류인 대기업을 축으로 하는 기업경제구조를 세웠으며, 천연자원이 모자 라 가공무역을 핵심으로 삼은 수출주도형 경제성 장정책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수출과 수입에 많 이 의존하는 편이며 1983년부터 세계 조선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현대, 백색가전 세계 1위인 LG, 삼 성전자 반도체 세계 2위, 세계 철강 4위인 포스코 (POSCO) 등의 여러 기업 집단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15개가 한국 기업이다. 한 국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9년 세계 경제위기를 비롯한 일련의 경제 충격에서 빠른 회 복력을 입증하였다. 이런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한국의 도시화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경제의 성장과 도시화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 국의 실질 GDP는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약 16 배 증가했으며, 도시화율은 같은 기간 40.7%에서 81.9%로 증가하였다. 둘째,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양극화 현상이다. 인구성장과 경제성장은 주로 대도시와 인접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6대 광역시는 국가 GDP 의 약 46%를 차지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 권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GDP의 49%, 일자리의 50%, 그리고 기업의 47%를 차지하고 있 다. 그러나 대도시가 없고 대부분 농촌지역이 많 은 비중을 차지하는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은 전 체 GDP와 고용에 기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 히 소도시는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역경 제성장 면에서 대도시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셋째, 도시화의 패턴이 선진국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도시화는 개도국의 도시화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대부분의 개도국 도시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이촌향도(移 村向都)현상이 1960~70년대 지배적이었고 가도 시화(pseudo-urbanization, 假都市化) 현상을 보였다. 가도시화란 도시형성 요인인 토지·인구· 건물·교통·산업 등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급속한 도시팽창 현상을 말한다. 가도시 화는 산업성장에 따른 농촌노동인구가 유입된 결 과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농촌경제의 파탄 등으 로 인한 이농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도시형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경제 적 기반 없이 농촌실업자의 증가에 따라 비정상적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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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으로 성장한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도시화는 선진국의 도시 화와 유사한 패턴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도시인구 의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90 년에서 2000년 사이 도시인구의 연간 증가율 이 1.8%로 선진국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UN, 2009). 그리고 한국도시의 인구 증가율은 1990년 대 초반 이후부터 전 세계 평균 이하로 크게 감소 하고 있는 추세이다. 넷째, 도시의 고용변화이다. 대도시는 임금상승 으로 인해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문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1) 즉 임금이 저렴한 소도시지역이나 해 외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예 를 들어 서울의 경우 제조업 고용비율이 1975년 에는 36.5%였으나 2005년에는 11.4%로 감소했 다. 이러한 현상은 광역도시인 부산시, 대구시, 인 천시, 광주시, 대전시, 그리고 울산시가 거의 동일 한 패턴을 보인다. 이는 대도시의 산업구조가 변 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섯째, 한국의 인구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 으며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인 구가 감소되는 도시에서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 행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도시 노동력 감소현 상은 해외 인력(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를 잘 나타내는 것으 로써 전체 외국인의 28.6%가 서울시에, 인천시 5.4% 그리고 경기도에 31%로써 65%의 외국인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는 비숙 련 일자리인 건설, 제조업, 서비스 부문(식당 등) 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지역의 노령화의 심화는 노동력 부족과 경제활동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이 매우 높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화에 따른 도시문제에 대응 하는 한국의 도시정책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 화를 거듭해 왔다. 1960년대 이후 도시개발패턴 은 성장거점전략을 기본적 접근방식으로 채택되 었다. 모든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균형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서울시, 지방의 중심 도시 및 그 주변 지역의 개발에 초점을 두고 진행 되어왔다. 그러나 도시의 외연적 확산과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어 1980년대 초반부터는 지방분권 화와 균형발전전략을 채택하였다. 특히 수도권의 인구 및 산업집중을 억제하고 기업이주를 촉진하 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균형발전전략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고 수도권의 인구집중, 부동산 투기문제 등의 문제가 노정되었다. 2000년대에 와서 한국의 도시정책은 도시관리에 초점을 둔 경쟁력 강화로 변화되고 있 다. 예를 들어 “미래도시비젼 2020”은 국토해양 부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 기 후변화, 지방분권 등의 여건변화에 따라 도시정책 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향 후 도시정책의 목표와 전략은 ① 성장동력 배양, ② 도시 삶의 질 향상, ③ 도시 정체성 확립, ④ 자연환경의 회복이란 4가지 목표와 10대 전략을 설정하였다(국토해양부, 2008). 3. 미래과제와 도전 ▪ 과제 한국도시의 미래과제는 현황파악을 통한 문제인 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도시가 직면한 산업구 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으로 상대적 빈곤과 낙후성을 경험하고 있는 도심 부 및 전통적 주거지역에 대한 현안과제가 도시계 획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원도심은 쇠퇴되고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인천시, 대전 08 1) 총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적으로 1990년 57.2%였으나 2007년 21.3%로 하락하였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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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시, 광주시 등 대부분의 중규모 이상의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상 대적 발전격차에 문제인식이 선행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도시계획과 정책이 마련되 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설정을 통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능을 도입 또는 창출함으로써 물리·환경 적, 산업·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재활성화 또는 부흥시키고자 하는 도시재생 본질의 이해 및 분 명한 목표 설정이 요구된다. 즉 새로운 접근방식 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향후 도시 업그레이드(Up- grade) 및 새로운 접근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 민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한국형 미래도시를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즉 한국도시가 미래에 직면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첫째, 사회적 요구이자 세계적 추세 그리고 현 실 진단으로 지구환경 보호, 온실가스 저감, 녹색 성장에 관한 사항이다. 유럽의회는 건물 에너지 절약 지침(EPBD)을 개정, 2019년 이후 모든 신축 건물은 제로(Zero)에너지 주택으로 건설을 의무 화(2009년)했다. 그리고 영국은 2016년 이후 모 든 주택을 탄소배출 제로(Zero)주택 의무화, 미 국은 주택은 2020년까지, 비주택은 2025년까지 제로(zero)에너지 건축을 의무화, 일본은 기존 대 비 15~25%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고효율 에 너지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소요비용의 1/3의 보 조금 지원(2008년)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 건물 에너지 효율은 미흡하다. 정부는 2020년 CO2배출 전망치 대비 26.9%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보다 더 실효성 있는 국토, 도 시, 건물, 교통, 수자원, 해양 분야에 대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철저한 추진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교통 인프라구축 및 녹색교통에 관한 사 항으로 저탄소 녹색교통 경쟁력이 부족한 문제이 다. 우리나라의 녹색교통 경쟁력은 OECD 23개 국 중 최하위권인 22위이며. 교통혼잡비는 지속 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0년 19.4조 원이 었던 혼잡비는 2008년 26.6조 원으로 급증하였 다. 교통사고비용도 2007년 15.1조 원, 그리고 물 류비 GDP의 15.6%를 차지하여 일본 8.7%, 미국 10.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물류비 및 교통혼 잡비 증가에 따른 국가경쟁력 저하의 대응책 마련 이 필요하다. 셋째, 주거수요와 공급에 관한 것으로 노후주 택의 증가와 성능개선의 필요성이다. 특히 도시지 역은 주거수준의 빈익빈 부익부로 양극화가 심화 되고 있어 상대적 빈곤감의 확대가 증폭되고 있 다. 아울러 신 노년층의 등장으로 주거문제의 양 상이 예전과 달리 변모되고 있으며 점유형태의 다 양화 및 공급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및 공급변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과제가 놓 여있다. 넷째, 도시 인프라에 새로운 접근이다. 시민들 의 생명선(life-line)이라 할 수 있는 상수도, 하수 도, 가스, 전력, 통신, 지하철 등의 지역 간, 지역 내 격차해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프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민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국민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는 도시계획이 선 행될 필요가 있다. 즉 ‘생명+건강+재산보호’ 욕구 증가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2) 다섯째, 도시사회의 갈등 양상이다. 날이 갈수 록 사회적 배제, 주거지 분리, 소득 계층간 양극화 현상의 심화이다. 예를 들어 소득계층 간 주거지 분리가 심해져 소위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게이티 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가 확산되는 양 상이다(Low, 2001; Blakely & Snyder, 1999). 08 2)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 1호선 37년이 경과 했다. 노후화된 시설의 안전망을 구축할 것인가의 과제이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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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아울러 외국인거주자, 외국노동자(조선족 포함) 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른 ‘배제와 분리’ 현상은 이제 한국 도시사회에서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님비(NIMBY)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단순 한 님비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모습을 보이기 도 한다. 여섯째,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이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기반 구축과 고령자 주거안정, 일자리창출은 향후 도시사회에서 직면 한 과제이다. 아울러 출산율 저하로 인구의 노령 화 및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성장 동력의 상실은 도시지역에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 및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한 경제사회 제도 개선과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의 과제를 안고 있다. 위에 언급한 것 이외에도 한국 도시가 직면한 과 제는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속되는 부동산경기 침 체와 향후 부동산경제 부문의 불확실성과 위험요 소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이다. 그리고 세계 의 모든 도시는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 고 있으며 한국 도시들의 경쟁력 확보는 향후 도 시정책당국자들의 가장 중요한 도시계획과 관리 의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도전 살기 좋은 커뮤니티(동네) 향후 한국도시들은 경제적 부담가능하고 환경 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느냐 가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계층의 공존 하며 이질적이고 이기적 도시사회에서 사회적 배 제가 없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희망이 요 도전이다. 살기 좋은 커뮤니티(동네)라는 것은 단순히 커 뮤니티 인프라와 서비스가 적절히 공급되었다 하 여 충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 자본보다 는 사회적 자본이 더 중요한 도시커뮤니티의 구성 요소이고 오늘날 한국도시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 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 로 알려진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등의 사업을 통 해 주택의 물리적 향상은 물론 이에 걸맞은 사회 적 자본이 충만하고 사회적 배제가 없는 통합과 사회적 혼합을 적절하게 구가하는 한국형 도시커 뮤니티의 형성이 도시계획과 관리의 중요한 도전 과제라 할 수 있다. 도시민 불편과 불안의 최소화 통신, 에너지, 상하수도, 도로, 대중교통 등은 국 민생명선이라 할 수 있고 주민 삶의 질적 향상에 기 여하게 된다. 이미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재 해의 가능성이 높은 인프라는 시민 불안을 가중시 키고 있다. 안전하며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 해야할 것이다. 지하 매설물 성능개선 없이는 대형 사고의 위험이 상존할 것이고 도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예방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회적 역할 제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 기후변화 대응노력 수준은 한국은 58 개국 41위(2012, COP17)3) 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 효율향상노력, 신재생 에너지 분야 노력과 기상이 08 3)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7)에서 세계 온난화를 막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협의 끝에 194개국 대표단은 지난 1997년 기후변화 국제규약인 교토의정서의 시 한을 연장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을 구체화하고,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강제하는 새로운 조치에 대한 협상을 2015년까지 마무리하고 2020년까지 발효하며 내년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하는 등 크게 4가지 부문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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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변에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100년간 강 수량 17%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재해의 87.8%가 풍수해이다. 자연재해 방재시설 보강이 시급하다. 이웃 일본 동경의 대규모 지하 방수로 설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력 있는 도시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를 대변하는 도시 경쟁력 제고가 새로운 도전이자 필수불가결한 도 시관리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 사회·경제· 문화의 중추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한국의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문 화의 산업화 전략으로서 창조도시(creative city) 육성, 특히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을 육성 할 필요가 있다(Landry, 2000; Florida, 2002; Howkins, 2001; Hall, 1998). 지역의 전통과 낙 후된 여건을 문화적으로 승화시키고 신산업, 일자 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창조산업영역이 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도시는 “내발 적 발전과 창의적 환경”이라는 창조산업의 조건 에 주목해야 한다. 유연한 지역경제 시스템, 창조 지원 인프라, 생산과 소비 간 균형발전을 강조한 일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2001, 2007)의 주장 을 참조할 만하다. 그는 창조도시는 기존 경제활 동의 재활성화, 지역상권의 확대 및 재창출, 사회 적 약자 배려 등이 중요한 요소라 지적한 바 있다. 공공의 역할과 규제 합리화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규제의 합리화 및 시장기 능의 강화가 요구된다. 지난날 정부의 부동산 시 장규제는 배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데 부 분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규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부작용이 발생된다. 만일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면 지역별, 규모 별 차등 규제 및 지원책 강구가 따라야 한다. 시장 기능의 강화는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시장의 기 능이 원활하도록 그리고 민간투자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계획 및 관리가 필요한 도전과제 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에는 도시계획과 관리 부문에서 공공의 역할정립이 필요하고 민간과 공 공의 역할 분담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역할정립의 관점에서 보면 도시 거버넌스(ur- ban governance)의 중요성이다(UN Habitat, 2002). 도시계획과 관리에 있어 시민단체(NGO), 지역사회주민단체(CBO) 참여와 역할확대가 향후 한국도시의 도전과제이다. 특히 민관의 파트너십 구축은 전통적 관료조직이 해결하기 힘든 난제들 을 풀어가는 좋은 대안적 접근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화 도시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자원의 발굴과 관리방안이 창조도시적 발전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력적인 도시브랜드개성 창출과 이의 활 용을 위해, 도시의 문화자원의 도시브랜드개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야 한다(Lucarelli & Olof Berg, 2011; Kotler, Haider & Rein, 1993). 그 리고 관광객과의 호의적인 관계 구축을 이끌어내 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도시에서 문화공간은 곧 도시생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공간은 삶 의 질을 높이고 가치의 폭을 넓히는 거점인 것이 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공간이 대도시 지역에 집 중되어 있어 문화적 수혜의 불평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도시 위주의 문화공간을 중소도시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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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에도 문화공간과 시설을 확보해야 할것이다. 이러 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그 확보의 적정수준을 모색하는 것이다. 도 시의 문화자산은 독특한 도시브랜드 개성을 창조 하며,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원천으로써 도시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선구 자임을 인지해야 한다. 4. 결론: 통합적 접근 한국형 미래도시는 새로운 접근 모색을 통한 도 시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도시 쇠퇴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과 치유의 방법론을 찾 기 위해서는 목표의 재설정이 전제되고 동시 제 도 정비(법 제정 등)가 이루어지며 도시 거버넌스 (governance)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 발한다. 그리고 도시발전을 위한 접근방식은 통합 적이어야 한다. <그림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X=A+B+C 즉 X: 통합적 도시발전(정비) 모형을 상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도시문제는 복합적 원인임을 감안해야 하고 인프라, 경제, 문화, 환경 등이 상호 연계됨 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도시정책은 메가트렌드(mega-trends) 즉 거대도시화, 노령 화, 친환경적 요구, SNS를 통한 정보공유와 확산 등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도시는 정치적, 경제적, 인구학적, 문화적 등 다양한 변수들의 영 향을 끝임없이 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예측하 고 대응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08 A : 사회/문화-경제적 통합 (social/cultural-economic integration) B : 환경/인프라-사회적 통합 (ecological/infra-social/cultural integration) C : 경제-환경/인프라 통합 (economic-ecological/infra integration) X : 통합적 도시발전(정비) 모형 (A model of integrated urban development(regeneration)) 사회/문화 경제 환경/Infra/서비스 A X B C 그림 1. 한국형 도시발전(재생): 통합적 접근과 패러다임 변화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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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계획과도시정책의 미래 과제와 도전 08 <참고문헌> 건축도시공간연구소(2012), “역사 문화 그리고 시민의 존중, 도시재생의 새로운 지표”, auri M, 2012 봄호, 7. 국토해양부(2008), 미래도시비전 2020. 2008년 10월 9일 국토해양부 보도자료. 하성규(2012), “왜 한국형 미래 도시인가: 그 현재와 미래”, 기조발제, U-Eco City 연구단, 도시재생사 업단 합동세미나, 2012년 9월 27일. 하성규·김재익(2009), 『현대도시관리: 이론과 과제』, 서울: 박영사. Blakely, Edward J. and Snyder, Mary Gail(1999), Fortress America: Gated Communities in the United States, New York: Brookings Institution Press. Florida, R.(2002),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and How It Is Transforming Leisure, Community and Everyday Life, New York: Basic Books Goldman, Sachs(2007), The N-11: More Than an Acronym” - Goldman Sachs study of N-11 nations, Global Economics Paper, No. 153. Hall, Sir P.(1998), Cities in Civilization: Culture, Innovation and Urban Order. London, Weidenfeld. Howkins, J.(2001), The Creative Economy: How People Make Money from Ideas. London: Penguin. Kotler, P., Haider, D.H. and Rein, I.(1993). Marketing Places, New York: Free Press. Landry, C.(2000) The Creative City: A Toolkit for Urban Innovators, London: Earthscan. Low, S.(2001), The edge and the center: gated communities and the discourse of urban fear, American Anthropologist, 103(1), 45-58. Lucarelli, Andrea and Berg, Per Olof(2011), “City branding: a state-of-the-art review of the research domain”, Journal of Place Management and Development, 4(1), 9-27. OECD (2010), Trends in urbanzation and urban policies in OECD countries: What lessons for China? a Joint project OECD-CDRF.http://www.oecd.org/general/searchresults/?q=urban regeneration&cx=012432601748511391518:xzeadub0b0a&cof=FORID:11&ie=UTF-8, Retrieved Aug.8, 2013 Sasaki, M.(2001), Challenge for the Creative City, Tokyo: Iwanami Publisher. Sasaki, M.(2007), The Prospects to the Creative City, Kyoto: Gakugei Publisher. Scott, Allen J.(2006) “Creative cities: conceptual issues and policy questions”, Journal of Urban Affairs, 28, 1–17. UN (2009), World Population Prospects, http://www.un.org/en/development/desa/population trends/population-prospects.shtml, retrieved Aug. 8, 2013. UN Habitat (2002), The Global Campaign on Urban Governance, Concept paper HS/650/02E, Nairobi: UN Habitat.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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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09 서론 시대를 내다보는 선각자가 아니라면, 일생을 한 분야에 몸바쳤다 하더라도 해당 분야의 미래 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속 해있는 한 시점에 함몰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우리 의 위치와 지향하는 바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 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역사 를 되짚어 보고, 과거로부터의 추세를 연장함으로 써,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곤 한 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40여 년에 걸쳐 도시설계 가 어떻게 이 땅에 자리 잡게 되었고, 어떻게 전개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의 도시설계를 전망하는 데 있어 첫 번째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통하여 도시설계가 국내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나 타난 문제점들을 진단해보고 향후 도시설계가 해 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 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날 변화 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들을 감안할 때, 향후 도시설계의 과제는 과거나 현재의 그것과는 또 다 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감지하고, 이러한 추세가 미래에까지 지속 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미래 변화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만 있 다면, 도시설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떤 도전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내는 것도 어 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도시설계의 정착과 발전 도시설계라는 용어가 국내 도시계획에 처음 등 장한 것은 1960년대 말, 늦어도 1970년대 초로 서, 구체적인 시점은 찾기 어려우나, 당시 대규모 공업단지의 배후 신시가지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도시를 설계한다는 의미로 쓰였음을 여러 문헌에 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1970년대 중반 창원 과 반월 신도시가 개발되면서부터는 프로젝트명 으로써 도시설계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의 도시설계는 종래의 마스터플랜 수준에서 보다 구체화된 설계, 도시경관에 대한 방향 제시 등 현 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도시설계의 개념과 매우 유사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같은 측면 도시설계의 미래 과제와 도전 안건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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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28 만 보면 도시설계는 신도시계획과 뿌리를 같이 한 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제도로서의 도시설계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을 전후로 외국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하고 온 전문가들이 등장했으며, 제도적으로도 도시설계를 도입시키기 위한 준비 가 시작되었다. 도시설계의 제도화는 처음에는 기 존 시가지의 환경 개선을 위해 별도의 강화된 기 준을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1980년 「건축법」 8조의 2로 시작하여 수많은 변화를 거 친 후 현재는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도시계획체 계 내 한 위상을 가지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안에 독립된 장으로 위치하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정착된 도시설계의 경우 실제 건 물과 공간 환경을 직접 설계한다기보다는 바람직 한 방향으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와 지침 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러나 등장한 배경을 볼 때, 도시설계가 기존 시가지의 공간 환경의 문제 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에서 ‘제도’로 서의 도시설계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개선된 공 간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도시설계라 볼 수 있 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전술한 두 가 지 유형의 계획방식이 모두 도시설계로서 받아들 여지고 있다. 즉,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선두로 special zoning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지침으 로써의 설계, 그리고 비교적 큰 토지 위에 여러 건 물의 설계가 이루어지거나 공공공간이 개발될 경 우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로써의 설계, 이 두 가지 유형의 계획방식이 모두 도시설 계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 현행 도시설계의 한계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설계는 스케일이 큰 신도 시 계획에서 출발하여, 그 범위가 기존 시가지 환 경개선에까지 확장되어 온 만큼, 발전과정은 미 국과는 다르다. 특히 신도시 및 신시가지 개발이 도시개발의 중심을 이루었던 시대적 배경하에서 도시설계가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지역에서의 도 시설계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규모 건축 설계라기보다는, 주로 건물설계의 방향을 제시하 는 지침으로써의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 었다. 우리의 도시설계가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 해 온 데는 전문가 교육 시스템과 관료조직체계 도 큰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전문가 교육체 계의 경우 미국과 달리 도시계획을 학부과정에서 전공하게 하여 도시계획전문가를 양성해 왔으며, 건축에서 도시설계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이에 도시계획(또는 도시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주로 도시설계를 담당해 온 관계로 도시설계의 성 격과 내용이 미국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도시설계 제도의 정착과정에서도 건축을 관장 하는 부서에서 처음 도시설계 제도화를 시도했지 만 결국에는 도시계획 관장 부서의 소관으로 이전 되면서 도시계획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었 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시설계 라 함은 대체로 건축적 공간 설계보다는 도시계획 규제의 한 형태로써 인식되어 왔으며, 큰 스케일 의 공간설계는 대부분 민간개발로서 도시설계가 아닌 건축의 일부로 간주되어 왔다. 물론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도시설계가 지난 30 여년에 걸쳐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로서의 기능 만이 강조된 도시설계는 좋은 도시환경을 직접 조 성하기에 많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결 국 역세권계획, 쇼핑몰, 용도복합단지 등 도시설 계 프로젝트에 속하는 다양한 일들이 건축가들만 의 일로 간주됨에 따라 도시설계가가 활동할 수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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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29 있는 영역이 축소되었다. 따라서 향후 도시설계가 하나의 전공분야로써 보다 탄탄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지침 만들기와 건축적 설계의 이원화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즉, 미래의 도시설계는 도시 형태의 관리계획으로서의 도시설계와 큰 스케일 의 도시적 공간설계로서의 도시설계 모두가 고려 되어야 한다. 도시설계 수요의 감소 지금까지는 정부가 제도적 차원에서 도시설계 를 확대 적용케 함에 따라 대부분의 도시개발사업 이 의무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 러한 계획정책이 도시설계 발전에 큰 도움을 주 었다. 특히, 지난 30년간 수많은 신도시들이 개발 되었고, 재건축·재개발 등이 이루어지면서 도시설 계 시장이 확대되고, 따라서 도시설계를 전문으 로 하는 민간회사와 많은 도시설계 전문가가 배 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설계가 활동할 수 있는 시장 조성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신도시 및 신시 가지의 개발은 2000년대에 이르러 주택 공급과잉 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특히 4~5년 전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 면서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 하였으며, 이는 곧 신도시개발을 위축시켰고, 재 개발, 재건축 시장 또한 얼어붙게 만들었다. 뉴 타운 사업들이 속속 취소되었고, 이미 시작한 신 도시나 신시가지 개발사업들도 연기되거나 규모 가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설 계 전문가들의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 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 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상되는 인구추이나 주택 수요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상당기간 신시가지와 신도시의 개발수요가 사라지거나 감소할 것은 분 명한 사실이다. 도시환경의 사회·경제적 변화 그렇다면 신도시와 신시가지 개발에 의존해 왔 던 도시설계는 앞으로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 고, 또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대학에 서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학생 들은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날 이슈가 되 고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무엇인지, 앞으로 도 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에 대해 도시계획 과 도시설계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 해보아야 한다. 최근의 사회 변화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평균 수명 이 연장되고 출산율이 저하됨으로써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으 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0년대에 전체 인구 중 7.33%를 65세 인구가 차지함으로써 유 엔이 정의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진 입하였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은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 로 보이며, 이에 따라 노인빈곤, 노인건강 등 노인 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사회문제들로 인해 새로운 도시 환경에 대한 필요성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 측된다. 소형평형이나 실버타운 등 고령자를 위한 주택, 지역사회의 의료 및 복지 시스템이 기능적 으로 연계될 수 있는 물리적 환경 등 기존의 도시 와는 다른 고령친화적인 새로운 도시 환경의 구축 이 필요해질 것이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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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30 또 다른 사회적 변화로써 도시민들의 소득 증가 와 생활수준의 향상 역시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 운 도시 환경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삶 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다 건강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에 대 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양 적인 개발과는 다른 질적인 개발을 요구하고 있 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여가시간 의 증대 등 도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꾸 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업지역의 경우 에는 단순히 상품매매만이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문화와 경험을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복 합적인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며, 특화거리와 같이 문화와 예술이 싹틀 수 있는 다양한 도시공 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범 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살인, 강 간, 강도, 절도, 폭행 등 5대 강력범죄의 경우 그 발생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도시에서 발 생하는 강력범죄의 경우 범죄에 취약한 환경적 특 성을 지닌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범 죄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적인 측 면에서의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본질적으 로는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 되어야 하며, 도시설계적 차원에서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바탕으로 범죄를 저감시킬 수 있는 방안들 이 적극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폭설, 폭염 등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특수한 재해 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해들은 도시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 대 부분의 경우 애초에 방재 개념이 제대로 적용되 지 않았을뿐더러 지금과 같이 재해의 양상이 변 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의 도시 환경은 이 같 은 기후 변화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일정 지역에 강우가 집중되는 국지적, 돌발적 폭우는 그 발생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현대 도시 대부분 의 경우 도시 표면이 투수율이 낮은 재질로 구성 되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강우가 집중될 경 우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지하상 가, 지하철, 반(半)지하 주택 등의 도시 지하공간 에서는 큰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 다. 이러한 재해에 보다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서는 방재개념이 도입된 도시설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도시개발과 무분별한 도시 확 산으로 인한 과도한 에너지 소비, 탄소 배출은 지 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등 수많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 들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1992년 리우회의 개최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ESSD)의 이념이 도시계획 분야에도 적용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게 되었는데, 특히 에너지 부문의 경우 도시의 공간구조, 토지이용, 교통체 계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도시계획· 설계 측면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맞추어 도시 계획에 관한 제도적 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제도와 틀 은 더 이상 현대 도시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60여 년 간 도시계획의 기본이 되어왔던 용도지역지구제 또한 최근 들어 도전을 받고 있다. 과거의 용도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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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31 역지구제는 모더니즘 시대에 적합한 도구였으며, 지금과 같은 창조도시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내용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근래 경직된 용도지역제를 수정하려는 일련의 노 력이 시작되고 있다. 계획 체계가 변하게 되면 도 시설계 역시 바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제도 적 측면에서의 도시설계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수 정과 보완이 불가피하다. 도시설계가 역할의 변화 도시설계가의 역할도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과 재 건축·재개발 사업 대부분의 경우 소수의 전문가와 공공이 주도하는 하향식 개발이었으나, 최근에는 지역 주민이 자율적 의사를 갖고 해당 지역의 실 질적인 문제들을 적극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상향 식 개발에 많은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이러 한 계획 방식은 기존의 개발 과정에서 초래된 전 통적인 도시조직의 파괴, 지역의 정체성 및 장소 성의 상실, 지역공동체 해체 등에 대한 대안 중 하 나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주민참여형 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하향식 개발에서 상향식 개발로의 이행은 계획 과정에 참여하는 도시계획·설계가의 역할에도 변 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 행정, 전문 가 간의 연계와 협력이 가장 중요한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도시계획·설계 전문가는 주민 교육을 바탕 으로 마을만들기에 대한 지역주민의 전문성 부족 을 완화시키는 한편,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에 대 한 문제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 시할 수 있도록 매 단계마다 방향을 제시하는 코 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소통 과 의견조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참여 주체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지속적·적극적으로 계획 과정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도전 지난 40여 년 동안 급격한 도시개발 과정 속에서 도시설계가 활동해 왔던 시장은 그 영역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또한 공공 주도의 개발사업이 위 축되면 지금처럼 정부가 지원하고, 보호해 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이미 존재 하는 시장 속에서 도시설계의 역할을 찾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적극 창출해냄으로써 도시 설계가 스스로 생존해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설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 엇인가? 첫 번째는 영역의 확대이다. 지금까지 지구단 위계획에만 의존하던 도시설계의 영역을 주변 분 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공간계획 분 야에서도 서비스의 융·복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 에 한 가지 기술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가 없다. 도시설계가는 큰 스케일에서는 국토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작게는 건축도 손 댈 수 있 어야 한다. 또한 도시계획은 물론, 부동산개발, 사 업기획 등에 대해서도 이해는 물론,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데,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같은 과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까지도 적극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 주민들을 교육 하고 이끌어, 함께 마을과 부락을 만들어가는 일 도 장래에 도시설계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영역 일 것이다. 두 번째는 기술의 확대이다. 도시설계가 디자인 이 중심이 되는 분야라고 해서 기술을 무시해서는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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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도시설계의미래 과제와 도전 32 안 된다. 앞으로 변화하는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서는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도시설계 에서의 에너지 절약기술은 신도시설계에서나 단 지설계에서도 매우 요긴한 기술이다. 도시의 구 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또 토지이용을 어떻 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도시 에너지 사용량이 달라 질 수 있다. 단지설계에서도 건물의 배치, 연결, 녹화 등에 따라서 에너지 소비 절감형 설계가 가 능하다. 그밖에도 노인, 장애자 등 특수 이용자들 을 위한 환경설계기술,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 는 설계기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기법 등 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는 시장의 확대이다. 이제 우리나라 시 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 라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 는 도시설계의 노하우가 무엇인지, 해외에서 경쟁 력을 갖는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해외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경험은 국외에서는 별 효 용이 없을 수도 있다. 해당국의 제도와 관행, 문화 와 관습, 시장상황 등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데이 터 수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 진출을 위해서 는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국제적 기준에 맞 는 계약과 분쟁 시 해결을 위한 국제법적 대처능 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 언어에 대한 최소한 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결론 이제 80~90년대부터 광풍처럼 불어 닥친 개발 의 시대는 저물어간다. 도시설계를 포함한 모든 공간계획은 커다란 전환점에 다다른 셈이다. 앞으 로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고, 새로운 시장이 열 릴 때까지 도시설계 시장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기간에 도시설계 전문가들은 큰일보다는 작은일, 명분보다는 실리 를 얻을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며,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가 발전하고 안정될수록 시장에서의 불루오션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호경기와 불경기는 늘 반복되는 것이고, 어둡고 긴 터널이라도 항상 끝은 있기 마 련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바다에 도달하듯이, 현재의 작은 일들은 찾 아내서 모아가면 결국에는 불루오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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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5우리의 공간적 삶은 ‘머무름’과 ‘떠남’으로 양분 되는 것 같다. 전자는 거주, 고향, 일터 등으로 연 상되는 일상적 정착의 공간, 후자는 이동, 출장, 여가 등으로 연상되는 탈일상적 여정의 공간으로 귀착된다. 조경은 일상적 거주의 공간을 안정되고 건강하게 가꾸고 일상을 떠나서 방문하는 여행의 공간을 이색적이고 풍요롭게 연출하여 왔다. 한국 의 미래 공간수요를 예측할 때, 인구통계학적으로 전자의 주거공간의 수요는 안정 내지 축소되어 가 고 있는 것으로, 후자의 산업적 수요인 관광공간 의 수요는 인구 전반의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2006, 문화관광부). 조경의 미래수요는 이들 늘어나는 관광수요를 만 족시킬 수 있는 관광자원의 발굴과 조성에서 발견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조경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는 올해 8 월 17일 개장 120일을 맞아 그간 262만 3,376명 이 입장해 목표 관람객 400만 명의 65.5%에 이르 렀다고 밝혔다(뉴스1코리아 인터넷 보도). 아마도 이러한 기록은 한국에서 행해진 역대 박람회 중 최고수준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정원박람회가 전체 마스터플랜에서 세부 정원설계, 관리운영에 이르기까지 조경전문가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재인식할 때, 이러한 예상을 초월하 는 수요폭증 현상의 원인과 파급효과, 대응방안의 분석은 최근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경의 미 래에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대 이상 관람객 유치 성공의 배경에는 ‘순천 만’이라는 대한민국 생태보고의 입지적 탁월성과 박람회 준비 및 진행의 치밀함에서도 찾을 수 있 겠지만, 외적 요인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인구학적 구조도 작용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구학적 추계 에 따르면 약 10년 뒤부터 한국사회의 고령화에는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는 데, 벌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전반적으로 증 가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1963 년생의 한국전쟁 전후 인구폭증세대로 현재 우리 나라 평균 은퇴시기인 55세의 전후 세대이다. 이 축제의 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1. 들어가며:‘순천만’현상?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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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미 1997년 IMF 사태 이후 서울근교의 온 산들이 등산객으로 넘쳐나는 것을 경험한 바도 있었지만, 최근에도 등산객이 급증하고 있고 단기 국내관광 상품은 없어서 못 파는 세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 들 은퇴세대로 인한 국민여가행태의 전환이 순천 만정원박람회의 대박 관람객 수에서 나타나고 있 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시대를 넘은 고령시대로 65세 이상의 인구 가 전체 인구의 약 14%인 712만 명에 해당한다 고 추산한다. 앞으로 십 년 남짓한 미래에는 20% 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한다. 이들의 은 퇴 후 세수축소와 복지비용 증가, 노동생산성 위 축, 주택시장 악화 등 어두운 면들이 많이 예견되 고 있지만 여가 시간이 가장 많은 이들 세대가 바 라고 즐겨야 할 환경복지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적 과제이다. 이들의 평균자산은 약 3억 8천으로 은퇴 이후 경제규모로는 대체로 기본적인 생활유지가 빠듯 하거나(46.2%), 약간 여유 있는 수준(29.7%)이다. 은퇴 후 희망 노후생활은 취미생활(42.3%), 소득 창출(18.6%), 자원봉사(16.8%)의 순으로 나타나 고 있다(서울대 베이비부머 패널연구팀, 2010 조 사). 결과적으로 이들 중 40~50%는 어느 정도 여 가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여건과 의지를 갖고 있 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여가 시장에 떠오르고 있 는 유사 이래 가장 큰 동질적 고객 집단으로 인 식되고 있다. 관광학계에서는 이들의 등장을 ‘뉴 시니어’라고 부르며 이들이 핵심관광 소비계층으 로 등장하는 것을 지배적 트렌드 중의 하나로 보 고 있다(심원섭, 2010). 이들은 일상적 여가 시간 에는 집 근처의 공원이나 근교의 산에서 산책과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런 일상적 여가 공간들도 이미 포화상태로 추가공급이 필요 한 실정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은 더 욱 본격적인 고품격 관광 여가의 장소를 희구하 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또한 국가·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밝힌 ‘미래관광의 7대 트 렌드 변화’를 보면, 관광자원의 새로운 주제로서 ‘문화(culture)’와 ‘체험학습(edutainment)’, ‘마 음학습(soul)’이 1, 2, 3위로 나타나고 있다(주영 민 외, 2011). 즉, 이들 떠오르는 새로운 관광고객 집단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받고 결국은 마음의 치유를 통해 삶의 용 기를 북돋울 수 있는 새로운 관광기반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광의 트렌드가 반영된 보다 본격적 여 가활동 공간의 필요성을 앞서 ‘순천만’의 성공사 례를 통해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순천만의 경우 는 그들이 바라는 풍요로운 자연과 생태경관, 다 양하고 창조적인 세계정원문화를 찾아볼 수 있음 은 물론, 실용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시 대적 관광트렌드가 반영된 적절한 관광이벤트로 서 호응을 받은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나는 이러한 신 관광소비계층으로서 ‘뉴 시니 어’의 등장과 그들과 더불어 국민들이 요구하는 미래형 관광명소의 창조가 조경의 새로운 블루오 션이라고 본다. 이 글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최 근 관광트렌드와 부합되는 관광자원창출의 논의 전개를 위해 축제형 관광공간을 대조적인 두 성격 의 유형으로 나누어 사례를 비교 고찰하고 앞으로 우리 국토환경에서 발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림 1.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찰스젱크스, 순천호수정원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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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2. 축제의 두 유형: 굿과 제의 관광이라고 하면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비일상 성의 추구이다. 이러한 비일상성이라는 것은 일상 의 생활과 대비되는 이색적 환경과 상황과의 접촉 을 추구하는 것이며 활동적 이벤트로 보자면 일탈 을 목표로 하는 축제와 관련이 있다. 즉, 사람들은 관광활동을 통해 일상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축제 적 체험을 원한다. 일상의 실용적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별세계인 축제적 경관 과 행위를 찾아가는 것이 관광의 본질이며 목표라 고 할 수 있다. 축제를 우리말로 하자면 잔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공동의 축제에는 두 가지 의 형식이 있었다. 샤머니즘에 기반을 둔 토속적인 대동굿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유교적 교리에 기반 을 둔 엄숙한 형식의 제의가 있다. 전자는 화려하 고 떠들썩하며 구경거리가 많아 흥분을 유발하는 카오스적 엑스터시를 지향한다면, 후자는 더욱 내 성적, 성찰적이며 자제와 긴장을 통한 구도적 승화 를 지향한다. 이 두 가지 잔치는 매우 대비적 성격 이지만 모두 우리 정신의 양면성에 대응함으로써 두 유형 각각이 정신의 치유와 고양에 효과적이며 상보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광행위가 축제적 상황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도 앞서 축제의 두 가지 상반된 유형을 적용하여 동적 유형과 정적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나 는 관광이벤트에 있어서 양자의 대표적 예로 ‘정원 박람회’와 ‘환경예술제’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경이나 경관 미학의 산물로 창출된 것이다. 이들 각각의 성격은 화려함과 고요 함, 감각의 세계와 영혼의 세계, 떠들썩한 즐거움 과 쓸쓸한 성찰, 인접도시와의 공간적 연장과 격리 등으로 대비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환경을 주 제로 한 축제로 볼 수 있지만 공통점과 함께 대비 점을 갖고 있어 앞서 굿과 제의의 대비와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3. 정원박람회: <2013 함부 르크 국제정원박람회>의 예 정원박람회는 산업혁명 이후 런던 만국박람회 (1861)로부터 시작된 박람회 열풍에 따라 런던 켄 싱턴에서 열린 정원박람회(Great Spring Show, 1862)와 유명한 파리국제장식미술박람회(1925) 를 거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본다. 이후 1990년 대로부터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정원박람회는 새 로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잠재력이 있 으나 방치되어 있는 도시외곽지를 대상으로 개최 함으로써 동시에 지역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였다. 1932년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쇼몽 국제정원박람 회, 영국의 첼시플라워쇼, 독일에서 1993년부터 시작된 슈투트가르트 정원박람회 등이 대표적 사 례이다. 특히 슈투트가르트 박람회는 지속적 박 람회를 통해 8km에 달하는 9개의 공원을 연결하 여 도시의 녹지체계를 완성하고 도심을 가로지르 는 바람길을 형성하게 되었다. 가까이 일본에서 1990년 열린 오사카 국제꽃박람회는 쓰레기 매립 장에 조성되어 후적지가 원형보전 관리되어 이후 일본 최대의 도시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제정원박람회의 공식적 인증기구는 네덜 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 (AIPH)’로 과거 50년간 국제정원박람회 인증 건 수가 1960년대 ~ 1990년대까지는 매 십 년 단위 로 3~4건에 불과하였던 것이 2000년~2009년까 지는 12건, 2010년~2017년(예정포함)까지는 14 건에 이르고 있어 2000년 이후 비약적 증가추세 를 보이고 있다. 이는 탈근대적인 문화감성의 대 두와 함께 국제정원박람회가 갖는 관광산업적, 환 경보전적, 지역재생적 효과가 국제사회에서 객관 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 원박람회가 붐을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는 격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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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년마다 열리는 국제원림박람회가 2013년에 < 제9회 북경 국제원림박람회(the 9th China- Beijing International Garden Exposition, 2013.5.18~11.30)>의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이 와 함께 료녕성 진초우시(金州市)에서도 세계조 경연맹(IFLA)과 공동으로 <진초우 세계경관예술 박람회(Jinzhou World Landscape Art Expo- sition, 2013.5.10~10.30)>를 열고 있는 중이다. 그보다 약 한 달 먼저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50 년 전통의 10년 주기 행사인 <함부르크 국제정원 박람회(International garden Show Hamburg 2013.4.26~10.13)>가 열리고 있다. 순천만박람회 (111만 ㎡)와 비교하여 함부르크박람회는 거의 같 은 면적이고, 북경박람회는 약 2.4배, 진초우박람 회는 약 3배에 달하는 공간규모이다. 순천만박람 회는 ‘생태벨트(Eco Belt)’라는 주제를 택해 하늘 이 준 천혜의 정원 순천만의 자연생태를 도시개발 로부터 보전한다는 거시적 역할을 선언하고 있고 그것이 다른 국제정원박람회와 차별성을 갖게 하 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나 이것 이 박람회 내부 각 정원의 개념과 표현으로까지 연결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이 아쉬운 인상이다. 북경은 특별한 주제를 내걸고 있지는 않으나 아마 도 이번에 세계 초유의 영구시설인 국립 ‘중국원 림박물관(총면적 50,000㎡)’을 박람회장 안에 조 성해놓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진초우는 ‘세계는 정원이다’라는 주제로 세계의 조경가들이 설계한 20개의 대형 현대정원들을 조성해 놓았는데, 순천 과 북경의 전시에서 세계 각국의 전형적 전통정원 들 위주로 전시했던 것에 비해 현대작가들의 예술 성을 감상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함부르크는 ‘80정원 속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를 대주제 로 내걸었고 이를 ‘항구의 세계’ 등 7개 세계의 소 주제들을 통해 체계적인 공간구성을 전개해 가고 있다. 이는 쥴베르느 원작의 ‘80일간의 세계일주’ 라는 소설을 패러디한 것으로 함부르크라는 항구 도시의 이미지와 박람회의 주제를 결합시켜 흥미 를 유발시키려는 효과적 발상이었다고 생각된다. 어쨌든 이들 박람회장의 대상지 대부분은 대도시 교외지대 미개발지를 택해 지역재생의 기폭제 역 할을 하게 하였으며 특히 강의 하구(순천만, 진초 우)나 강 속의 섬(함부르크) 등 생태적으로도 다양 하면서도 배후도시와는 어느 정도 격절된 곳을 택 해 세속과 어느 정도 절연된 이상향의 기본구조 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만 정원박람회는 여러 지면을 통해 소개 되었으므로 본고에서는 함부르크 국제정원박람 회를 사례로 그 입지와 기획의 차별성을 살펴보 려고 한다. 1963년부터 약 10년 주기로 개최되 어 온 <함부르크 2013 국제정원박람회>의 공식명 칭은 ‘IGS (International Gardenshow) Ham- burg 2013’이다. 대주제로 ‘80 정원으로 세계일 주(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를 내걸 고 4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소 주제이자 구역별 주제로는 ‘항구의 세계(5개 정 원)’, ‘종교의 세계(5개 정원)’, ‘물의 세계(18개 정 원)’, ‘문화다양성의 세계(10개 정원)’, ‘대륙의 세 계(16개 정원)’, ‘자연의 세계(5개 정원)’, ‘활동의 세계(11개 정원)’ 등 7개 구역별로 설정하여 80개 의 정원을 배분하고 있다.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스터플랜을 준비하여 개별정원의 설계는 독일 전역(함부르크와 베를린, 본이 중심)의 설계사무 실들과 작가들, 소수의 외국 작가와 학생들이 참 여하고 있고, 시공과 관리는 ‘정원·조경협회(Ihre Experten fűr Garten & Landschaft)’가 주도 하고 있다. 기쁜 점은 한국 서울시립대 대학원 신 준호 학생의 화성의 정원을 주제로 한 ‘우주정원 (The Interplanetary Garden)’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람회장은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강 속 의 섬인 Hamburg-Wilhelmsburg에 위치해 있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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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다. 일종의 강과 바다 사이의 저습지인 이곳은 지 하수위가 높은 지질구조상 개발이 지연되어 왔었 던 곳이고 본격적 도시개발 대신 대규모의 ‘분구 원(Klein Garten)’ 단지가 대상지 전체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해오고 있던 곳이다. 따라서 운하나 호수 등 수경요소를 조성하기는 쉬웠고, 분구원 의 집단정원들은 일종의 박람회장의 녹색기반시 설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다. 함부르 크는 초기의 정원박람회로부터 계속해서 박람회 장을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개최하여 전략적으 로 후적지를 도시공원으로 활용하여 왔으며, 이번 박람회도 출품되었던 정원을 최대한 보존하여 공 원의 구성요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7개 소주제와 소주제별 구역의 구성은 함부르 크 정원박람회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중 에서 핵심 소주제는 선도주제로서의 ‘항구의 세 계’가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물의 세계’와 ‘대륙 의 세계’가 각각 가장 많은 18개와 16개의 정원으 로 구성되어 있다. 박람회의 진입부에 위치한 ‘항 구의 세계’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쥴베르느의 저 명한 소설을 원전으로 한 것으로 주인공이 80일 간 세계를 일주할 때 방문한 런던에서 리버풀까 지의 주요 항구들을 개별 정원으로 꾸며 그 지역 성을 표현해 놓았다. 즉, 인도 콜카타는 ‘차’를, 상 하이는 ‘면화’와 ‘태호석’을, 리버풀은 ‘비틀스’를 표현하는 등등이다. 전체 박람회 정원들의 일관된 특징이기도 했지만 각 정원은 식물재료 외에 일상 적 오브제를 활용해 설치미술적 표현을 적극적으 로 도입하고 있어 조경의 기법의 확장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물의 세계’는 함부르크와 현 대상지 의 환경적 특징을 살려 수경의 다양한 조경적 이 용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만 환경자원으로서 수 자원 고갈을 경고하는 등의 교육적 측면도 놓치 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의 세계’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박람회가 단순히 구경거리에 그치 지 않고 공공적, 지적 담론의 매개체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 ‘대륙의 세계’는 여느 국제 정원박람회 에서도 중심주제로 다루어지는 세계 각국(여기서 는 문화권별)의 지역성과 문화를 경관을 통해 표 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정원은 미국 의 캔 스미스가 설계한 ‘아메리칸드림 정원’이라 는 팝아트적 정원으로 카지노를 연상시키는 평면 구성의 중심에 ‘Dream-opoly(꿈의 독점?)’을 키 워드로 하고 그 주변부를 돈, 기회, 교육, 골프(그 린), 풍요(캐첩병) 등을 글자와 그림, 오브제로 배 치하여 미국문화의 세속적 욕망을 풍자적으로 표 현하고 있다. 특히, ‘문화다양성의 세계’에서는 주 로 시민참여를 통한 정원이나 특히 다문화 가족들 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어 정원을 통한 사회적 통 합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활동의 세계’는 최근 새로운 조경의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포츠와 놀이공간의 혁신적 설계시도를 볼 수 있으면서 가 족과 동반한 어린이, 청소년들의 기호를 충족시켜 주기도 하였다(igs2013, 2013, In 80 Gärten um die Welt, Hamburg). 전반적 표현의 경향은 여러 나라에서 정원박람 회의 초기에 시도하는 각국 전통정원의 나열적 전 시보다도 세계 여러 지역의 현시점의 문화와 사회 적 문제들을 다양한 재료와 오브제의 추상적 표현 을 통해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 하고 있었다. 여기서 정원박람회를 대하는 그들 의 축적된 역사적 저력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향 후 한국의 경우에 여러 면에서 교훈이 될 수 있었 다고 생각된다. 그림 2. 함부르크국제정원박람회, 항구의 세계 구역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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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4. 환경예술제: <세토우치 국 제환경예술제>의 예 환경과 예술을 결합하여 메시지가 있는 경관으 로 창출하는 환경예술은 멀리는 20세기 말의 대 지예술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충실한 축제의 형태 로 정립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보인다. 유명 한 것으로는 1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스코틀랜 드환경예술제(EAFS)>가 있고 경관환경과 건축, 현대미술이 결합된 본격적인 환경예술제인 일본 의 <세토우치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 가 있다. 국내에도 환경예술제의 이름을 붙인 몇 몇 예술제(민통선환경예술제, 시화환경예술제, 부 산국제환경예술제 등)가 있으나 대개 소규모, 저 예산의 지역행사로 그치고 있는 편이어서 본격적 인 수준 아래이며 관광자원으로서의 파급력도 매 우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의 지 역입지적 공통점은 해안(스코틀랜드, 부산, 시화) 이나 바다와 섬(세토우치), 생태역사적 민감지역 (민통선) 등 경관적으로 잠재력을 갖고 있었으나 방치되어 있거나 개발에 의해 훼손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코틀랜드 국제환경예술제>가 펼쳐지는 대상지는 ‘덤프리와 갤로웨이(Dumfrey & Galloway)’라는 해변가 지역으로 고대의 거석 문명과 헨리 무어의 대지를 배경으로 한 조각작품 들, 그리고 대지조각가 앤디 골스워시의 작품들, 찰즈 쟁크스의 ‘우주적 명상’의 작품들이 산재한 지역이기도 하여 환경예술제 대상지로서는 경관 기반이나 역사문화적으로 최적지이고 출품작의 수준도 높은 편으로 보이기는 하나 총 4일의 매 우 단기간 행사로서 본격적 국제행사로 보기 어렵 고 그로 인한 관광유발 효과도 매우 의심되는 사 례라고 보인다. 여기서는 2010년에 일본 시코쿠의 세토 내해( 內海) 바다에 위치한 나오시마(直島) 섬을 중심으 로 시작하여 2013년에 3년 주기 환경예술제로 공 식화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중심으로 광역 의 바다와 섬들을 대상지로 한 본격 환경예술제의 개요와 그 의의를 살펴보려고 한다. 세토내해는 일본열도가 감싸 안는 지중해와도 같은 바다로 바 닷물결이 잔잔하고 수많은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 져 있어 일본열도의 자궁(子宮)이라고도 불린다. 세토내해의 아름다움은 에도 말기부터 메이지 시 대를 거쳐 전 세계로부터 높은 찬사를 받아 왔다. 그러나 근대를 거치면서 이 지역의 섬들은 공해물 질을 내뿜는 제련소들이 곳곳에 지어지고 산업폐 기물들을 불법으로 매립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가 고 소수의 노인들만 남아있는 황폐한 낙도들이 되 고 말았다. 그런데 이 지역이 일본의 한 양심적 기 업인의 헌신적 노력으로 새로운 현대예술의 명소 로 떠오르고 있다. 정식명칭 <세토내해국제예술 제2013(Setouchi Triennale 2013)>이 금년 봄, 여름, 가을의 3계절 동안 세토내해 바다의 ‘나오 시마’를 비롯한 7개의 섬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 다. 사실 ‘세토우치예술제’는 원래 2010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4개월간 국내외인 93만 8천 명의 방 문을 기록하면서, 그 예상외의 성황으로 3년 주기 의 예술제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 기업인은 후쿠타케 소이치로(베네세홀딩스 이사장/후쿠타케재단 이사장)로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색다른 문화사업 기획을 통해 근 30년에 걸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이 지역을 재 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사업의 중심지 는 ‘나오시마’라는 거점적 위치의 섬이고 총괄 건 축가이자 아트디렉터는 안도타다오라는 인근 오 오사카 출신의 국제적 건축가이다. 안도는 후쿠타케의 요청으로 나오시마에 ‘베네 세하우스미술관 및 호텔(1992)’, ‘지추미술관(地 中美術館, 2004)’, ‘이우환미술관(2010)’의 세 미 술관을 지으면서 이 섬과 인근 해역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인근의 이누지마(犬島)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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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에 ‘세이렌쇼(제련소)미술관’을 짓고 역시 이웃 섬 인 테시마(豊島)에도 ‘테시마 미술관(2010)’을 오 픈하고 동시에 세토내해의 섬 총 일곱 군데에 미 술작품들을 설치하면서 첫 번째 ‘세토우치예술제 2010’을 개최하게 되었다. 안도가 총괄디렉터이 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건축물들이 이 미술축제의 뼈대 역할을 하였다. 여기서는 나오시마 섬을 중심으로 예술제의 여 러 성격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건축물들은 지금 언급한 여러 미술관들을 한 축으로 하는 것을 한 축으로 하고 그 외에 여러 섬마을들의 기존 폐가 나 공가를 활용해서 만든 일종의 설치미술들이 또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새로운 양식의 환경미술을 주최 측은 새롭게 ‘이에프로젝트(家 project)’라는 이름으로 부르면서 특정화시켰다. 이 ‘이에프로젝 트’에 의해 노인 위주의 주민사회는 전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들 작품을 보려고 마을을 방 문하는 외래 관광객들에 흥미를 느끼면서 협력함 으로써 지역사회에 전에 없는 활기를 되찾게 되었 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이에프로젝트는 예술적으 로 새로운 시도이자 예술과 삶을 일체로 보여주는 효과, 그리고 마을의 활성화효과 등 매우 혁신적 효과를 갖는 유형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 이 밖에 해안선을 비롯한 섬의 중요 경관포인 트나 공원에 야외 조형물들을 설치한 것이 또 다 른 축을 형성한다. 그래서 예술제의 전체 내용은 안도가 신축하였거나 재생한 건축물들, 그리고 그 안의 예술작품들, 마을 내의 기존주택을 개조 또 는 신축하여 예술공간화한 작품들, 그리고 섬 곳 곳에 산재한 예술품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섬경 관과 세토내해의 경관들, 그리고 마을사람들과 그 들의 생활, 이들이 하나의 경관상(景觀相)으로 혼 융일체가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 전체의 기획은 근대화 산업유산인 제련 소를 보존하고 예술을 통해 재생하며, 환경에 영 향을 주지 않는 건축과 이에 걸맞은 현대미술, 그 리고 환경시스템이 일체를 이루는 지역재활 또는 재생이라는 전제 아래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총괄 디렉터인 안도는 “1988년 첫 방문 시 나오시마는 거의 민둥산이었다. … 금속 제련회사가 배출한 유독가스로 인해 섬의 수목 대부분이 시들어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자연 환경과 경관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주변 섬경관을 배경으로 강하게 눈에 띄는 건축물보다는 “단지 ‘ 공간’만을 감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건축’을 의도”하여 나오시마의 여러 미술관들을 설계하게 되었다고 한다(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외, 2013:71~75). 실제, 베네세하우스미술관, 지 추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은 지상에 노출되는 구 조물은 입구 외에는 최소화하고 지중화하여 외부 에서는 건축물이 있는지 의식조차 안 된다. 그는 이 건물들 속에서 외부의 빛을 도입하면서 작가들 과 협동작업으로 환경예술작품들을 만들어 내었 다. 제임스 터렐과 같이 한 <오픈스카이>는 미로 속에서 갑자기 하늘이 터진 중정을 만나게 된다든 가 건물과 작품의 콘셉트가 거의 하나라고 보이는 이우환 미술관의 경우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우환이나 제임스터렐 등과 같은 주요 작가들 은 주로 사업주인 후쿠타케가 초청한 작가들이기 는 하였지만 주요 작가 대부분이 미니멀리스트들 이어서 안도의 건축물들과는 호흡이 너무 맞아 마 치 영화 속 주연과 조연의 관계와도 같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섬 전체의 환경은 매우 고요하여 축제 라기보다는 종교적 공간과도 같이 보인다. 이 밖 에도 섬의 곳곳에 설치된 많지 않은 현장 작품들 은 대다수가 쿠사마 야요이의 팝아트적 작품들이 나 니키드 생팔처럼 누보레알리즘 계열의 화려한 작품들이기는 하나 그들이 놓이는 장소에 의해 주 변 공간과 초현실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장난스럽 기보다는 오히려 고요한 절대적 풍경을 이룬다. “삶의 적요(寂寥)를 찾으려는 여행자라면 나오 시마를 권하고 싶다. 대개의 여행지가 ‘들뜬 곳’이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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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지만 이곳은 들뜬 사람들을 가라앉혀 주는 곳이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외, 앞 책:45).”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세토우치국제환경예 술제>는 세속적 축제의 들뜬 화려함보다는 섬이 라는 외로운 환경과 성찰적 현대미술작품들을 통 해 자연경관과 건축, 예술문화의 관계를 고요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침묵의 축제이다. 5. 우리의 전망과 과제 순천만 이전에도 이미 우리는 2002년 안면도와 2009년 꽃지에서 순천만과 동급의 국제정원박람 회를 주관하였고, 최근에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정원박람회도 경험하여 다른 나라 못지않은 역량을 축적하여 왔다. 이제는 우리의 경관문화, 조경문화를 창조적으로 융합하여 세계를 감동시 킬 만한 문화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단계이 다. 차별성 있는 입지를 선정하여 연계관광을 유 도하고, 주제의 선정과 전개도 시대와 지역정신을 반영하여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구태의연한 각국 전통정원 전시보다는 현시점에서 각국 조경문화 의 최전선이 반영된 현대정원 전시로 전환할 필요 가 있다. 이런 과감한 혁신을 통해서만 세계적 정 원조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 방문객들을 끌어오면서 조경한국의 선도적 위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원박람회와 같은 떠들썩한 잔치도 중요 하지만, 이와 대조적 성격의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본격 환경예술축제 또한 동시에 필요하다. 밝고 흥겨운 정원박람회와 깊고 성찰적인 환경예 술제는 인간 영혼의 양면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 로, 선택이 아닌 병행을 통해 국민 전체의 다양한 감성적 요구에 균형 잡힌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 로 생각된다. 일본의 예와 같은 건축과 현대미술 의 만남도 예술제의 좋은 형식이지만, 경관과 현 대조경예술 그리고 현대미술의 만남을 통한 예술 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간의 비약적인 조경발전 을 통해 우리 조경가들 중에는 이미 예술가적 수 준에 육박한 개인이나 회사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 다. 이미 정영선과 서안동료들이 선유도공원에서 보여준 예술적 역량을 비롯하여, 최신현의 대지예 술적 시도(북서울꿈의숲)와 디지털예술적시도(서 서울호수공원)의 성공, 신예그룹 중 김연금의 한 평공원을 통한 사회조경적 실험들과 김아연의 본 그림 3.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쿠사마야요이, 노란호박 그림 4.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제임스터렐, 오픈스카이 그림5.세토우치국제예술제,오오타케신로,이에프로젝트,하이샤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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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격 환경미술적 실험들(사북 고한 아트인빌리지 프 로젝트) 등을 볼 때 이미 한국현대조경은 현대미 술에 필적할 수 있는 사고와 표현에 이르러있다고 판단되므로 외적 여건만 주어진다면 주체적인 사 업추진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들을 주체로 하 여 경관과 지역사회, 조경이 결합된 예술적 실험 을 통하여 추진되는 ‘환경조경예술축제’는 관광이 벤트로서도 승산 있을 뿐 아니라 조경 미래수요 를 이끌어 낼 쇼케이스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 라고 본다. 말이 나온 김에 미래의 양대 환경축제를 가정한 후보지를 논의해보고 싶다. 이와 같은 대형 환경 축제사업들의 성공에 있어서는 순천만의 예와 같 이 입지가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 라는 내륙지역의 수려한 산과 계곡 못지않게 해안 지역의 다양한 해안선, 특히 다도해와 한려수도로 대변되는 아름다운 군도(群島)의 국토경관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관광자원에 활용한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먼저 우리는 이들 해안선과 섬의 자연경관기반을 활용하여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시점 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곳으로는 통영과 거제도, 외도 일원이다. 이곳은 국제정원박람회의 대상지 로 매우 탁월한 경관적, 문화적 조건을 갖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관, 통영의 예술적 분위기 와 외도의 해상정원, 거제도의 전쟁유산이 독자적 인 테마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임진강 하구~평화누리~DMZ까지의 지역이다. 이 대상지는 현 정부의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 일환으로, 또는 그를 이끄는 도입사업 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 여기에 환경부, 문화부, 국토부, 통일부의 공동사업으로 ‘임진강 국제환경 조경예술제’를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 ‘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한 조경예술과 현대미술 의 공동작업을 통한 국제예술제는 어떨까? 이미 여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2011년 8월 15 일, 세계적 지휘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다니엘 바렌 보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로 구성 된 ‘이스트웨스트디반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평 화콘서트를 개최한 바도 있었다. 해방이자 분단의 기념일에 남북화합을 촉구하는 평화콘서트를 군 사분계선 최전방에서 공연한 것은 그 자체로 예술 을 통한 국제평화운동이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 스’의 실천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시대정신에 부응 하여, 조경예술이 그간 개발환경의 치유, 관광자 원 조성의 산업적 차원을 넘어서서 DMZ의 경관 예술적 메시지를 통해 인류사회의 분쟁을 치유하 고, 자연과 땅의 회복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평화 의 사상을 이끄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은 한국조 경의 발전사에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는 조경의 블루오션을 찾는 경영자적 인식을 넘 어서서 동시대 세계시민들에게 조경예술의 사회 문화적 위상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 6. 사북 고한 아트인빌리지, 김아연, 장화물광장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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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축제의경관문화: 정원박람회와 환경예술제 06 <참고문헌> 문화관광부(2006), 국내 고령관광 수요예측 및 트렌드 분석,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심원섭(2010), 최근 관광트렌드 변화와 향후 정책방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영민 외(2011), 한국 관광산업의 업그레이드 전략, 삼성경제연구원 CEO Information 821호. 후쿠타케소이치로, 안도타다오 외(2013), 『예술의 섬 나오시마』, 서울: 마로니에북스. In 80 Gärten um die Welt, Hamburg, igs2013.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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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단절없는 교통 (seamless transport) - 교통의 미래 가치 빠른 이동은 사람들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 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열차, 자동차, 비 행기 등의 발명 소식은 지금도 언론의 단골 기사 로 보도된다. 빠른 교통을 위한 인류의 관심과 노 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빠른 이동 때문에 그동안 간과되어온 가치가 있다. 안전성, 환경성, 형평성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최 근 새롭게 이목을 끌고 있는 분야가 단절 없는 교 통(seamless transport) 혹은 통합(integration) 이다. 아무리 빠른 고속철도도 중앙역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빠른 속도가 주는 매력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대전에 가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고속철도 이용을 위해 분당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면 분당에 사는 사람들은 고속철도의 효용을 크게 보 지 않을 것이다. 개인 승용차도 두 시간 정도면 충 분히 대전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으 로 수원역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역은 서울역보다 열차의 배차간격이 길어 기다리는 시 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 이라 하더라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접근성이 낮아지면 그 매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절 없는 교통(seamless transport)의 개념은 학문적으로 통합교통(integrated transport)이 라는 용어로 주로 표현된다. 단절 없는 교통이 다 소 수사학적인 표현이라면 통합교통은 여러 교통 수단의 효율적, 효과적 이용을 위해 시스템적 차 원에서 교통수단별 경로, 운행시간, 운영 및 관리 방식 등을 통합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Pres- ton(2012)은 통합교통에 대한 개념 정의는 공학, 미시경제학, 정치과학 등 분야에 따라 다르나 공 학적 차원의 정의가 건축가, 계획가, 도시 설계가 사이에서 통용된다고 기술하면서 네트워크 설계 의 최적화를 통합교통의 한 예로 설명하고 있다. Preston(2012)은 기존의 연구에서 발견된 개념 을 토대로 교통 통합을 “순사회적편익(Net So- cial Benefit)을 증대시키기 위해 모든 교통수단,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단절 없는 교통(혹은 통합 교통)의 개념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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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운영주체, 제도 등을 함께 고려하여 교통 시스템 을 계획하고 구성요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적 과정” 이라 정리하였다. 통합의 대상 교통 분야에서 통합의 대상은 크게 교통수단, 교 통정보, 교통요금, 운행 스케줄, 네트워크(혹은 경 로), 운영기관, 제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교통정보나 교통요금의 통합은 이미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분야이다. 인터넷이나 스마 트폰을 이용한 교통정보의 이용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고 스마트 카드를 이용한 요금지불로 버스와 지하철 티켓을 별도로 미리 구입할 필요도 없어졌 다. 그러나 철도와 버스의 운행 스케줄 통합이나 개인교통수단과 대중교통수단의 통합, 대중교통 수단의 경로 통합 등은 이제 통합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거나 아직 제대로 시도되고 있지 않다. Preston(2012)은 통합의 용이도에 따라 통합의 단계를 아홉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정보의 통합, 대중교통서비스 통합, 대중교통 요금통합, 공공과 민간운영기관의 통합, 여객과 화물의 통합, 교통 관리청의 통합, 교통과 토지이용의 통합, 교통과 교육, 보건, 사회적 서비스의 통합, 그리고 교통과 환경, 경제, 사회의 통합이 그것이다. 이는 통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합의 유형 1. 대중교통 정보 및 요금통합 여러 가지 통합의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이 적용 된 분야는 대중교통 정보 및 요금 통합이다. 인터 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정보의 제공 및 이용이 용이해진 현대사회에서 버스와 지하철 등의 운행 정보는 언제든 접근이 가능하며 양 교통수단간 환 승 및 대기시간 등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그 내용을 쉽게 이 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갈 필요 가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개별적인 티켓 구 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전에 티켓 을 구입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스마트 카드, 스마 트 폰 등 전자식 요금지불수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자식 요금 지불방식은 승객의 그림 1. 통합의 9단계 사다리 (Preston, 2012), 재구성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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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입장에서 티켓구입을 위한 대기시간이나 승차시 간 등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 중교통 운영자에게도 상당한 편익을 제공하였다. 가령, 런던에서 전자식 지불방식은 지하철을 이용 할 때 승객수요가 많은 역사에서 사람들의 진출입 게이트 용량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미 게 이트 수를 늘리기에는 공간이 제약된 역사에서 전 자식 지불 카드의 보편적 이용은 게이트의 용량을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전자지불방식은 승객의 무임승차도 줄이고 지하 철에 대한 낙서 등 반달리즘도 줄여 결국 운영수 입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도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전자식요금지불 시스템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 한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노선을 이용하 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통행자료를 구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드려 설문조사를 실시해야 했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조사 및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 여 대중교통운영자들은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제 공할 수 있다. 통행실태분석을 통해 수요가 몰리 는 노선과 시간대에 배차간격을 늘리거나 새로운 버스 노선의 신설도 가능할 수 있다. 전자식 요금지불 방식은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 는 후불식 신용카드 제도는 런던 등 주요도시에 서도 곧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교통 수단의 이용과 관련된 금융거래의 위험을 은행이 분담하게 되고, 이용 대상은 더 다양해 질 수 있 다. 이러한 후불식 신용카드 기반의 티켓팅은 승 용차, 버스, 철도, 항공 등 모든 교통수단에 적용 될 수 있다. 가령, 후불식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자 동차 운행과 관련된 주차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택시비 등도 쉽게 지불할 수 있으며 여기에 스마 트폰을 이용하면 장거리 통행수단인 철도, 항공에 서 요구되는 좌석예약까지 가능해진다. 지역적 한 계도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나라는 전국 어 디에서나 이용 가능한 교통카드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해 외여행 중에도 그 도시의 대중교통을 별도의 티켓 팅 없이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신용카드는 대부 분의 나라에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교통수단간 통합 여러 교통수단 중에서 단절 없는 통행에 가장 유리한 교통수단은 자동차로 볼 수 있다. 대체로 200km이하의 통행거리에서 도로망과 주차공간 이 잘 정비되어 있다면 자동차는 별도의 환승이 나 (목적지로의) 접근(access and egress) 통 행 없이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 상의 거리에서는 자동차도 단절을 경험할 수 있 다. 운전자의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200km를 넘어서면 자동차는 더 이상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아니다. 이 경우 고속철도가 비교우위 의 교통수단이 된다. 500km가 넘어서면 항공이 비교우위를 지닌다. <그림 2>는 지역간 교통수단 의 거리별 비교우위를 보여준다. 그림 2.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우위 (출처: 이상조 외, 2013)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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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교통수단별 비교우위라는 개념은 교통수단이 거리에 따라 경쟁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 만 오히려 교통수단간 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 조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가령, 고속철도를 이용하 기 위해 역사로 접근하는 통행 혹은 고속철도 이 용 후 역사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접근 통행 이 서로 효율적으로 연계된다면 고속철도의 경쟁 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항공 역시 접근 교통 에 큰 영향을 받는다. 대체로 500km 이내에서 항 공보다 고속철도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공항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반면 고속철도의 역사는 도심에 위치하기 때문이 다. 즉 접근성이 좋아지면 <그림 2>에서 나타나 는 경합구간에서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된 다. 반대로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이라 하더라도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문전통행(door-to-door) 의 관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승용차도 이용 가 능한 주차장이 목적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 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빠르고 편리한 접근교통은 교통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인다. Kwon (2012)에 따르면 KTX를 이용하는데 가장 불편한 요소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KTX역까지의 접근교통 불편을 꼽았다. 아 울러 KTX 역사와 시외버스 터미널을 물리적으로 통합 운영하면 전체 통행시간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접근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대중교통의 운 행 스케쥴을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운행빈도가 높지 않은 교통수단은 운행 스케쥴의 통합을 통해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령, 마을버스 도착시 간과 지하철 운행시간의 통합은 상호간의 이용 효 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취리히를 비롯한 스 위스 도시들은 철도 운행시간과 버스 운행시간을 통합 운행하고 있다. 즉 철도 도착시간에 맞추어 버스 운행 스케줄이 결정되는 식이다. 접근 교통수단과 간선 교통수단의 효율적인 통 합은 특히 보행과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개인교통 수단과 지하철 역사 및 버스 정류장과의 연계 측 면에서 중요하다. 보행 및 자전거로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버스와 지하철의 영향권 역(catchment area)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용자전거시스템(Bike Sharing System)은 이런 측면에서 더욱 큰 효과 를 낳는다. 도시개발에 있어서도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 우위 이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보행 권 역이 1km 임을 고려할 때 주요 근린생활시설을 이 거리이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승 용차 이용을 줄일 수 있다. 근린생활시설보다 좀 더 영향권역이 큰 시설의 경우는 자전거 이용 가 능성(예를 들어, 반경 5km 이내)을 염두에 두고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와 연계될 수 있다. 이보다 영향권역이 큰 시설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으로 접근이 용이한 곳에 설치할수록 승용차 이 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대중교통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도 교통수단의 거리별 비교우위를 고려하여 도시 기능과 시설의 배치를 꾀할 필요 가 있다. 3. 네트워크 통합 네트워크의 통합은 특히 대중교통 시스템의 전 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네트 워크의 효과(network effects)가 존재하기 때문 1) Nielson (2012)은 가상의 도시 Squaresville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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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이다.1) 즉, 이용자가 많을수록 단위 서비스당 비용 은 감소한다. 네트워크를 잘 설계하면 대중교통의 악순환(수요가 줄어 서비스가 악화되고 이 때문에 수요는 더 줄어드는 현상)을 선순환(서비스 개선 으로 수요가 늘면 서비스가 더 좋아지는 현상)으 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교통에서는 두 가지 네트워크 설계 방식이 존재한다. 하나는 간선과 지선(Hub- and-Spoke)방식, 다른 하나는 직접연결(Point- to-Point)방식이다. 간선과 지선 체계에서 통행자 는 지선을 이용하여 허브로 이동하고 거기서 간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 허브에 도착한 후 다 시 지선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일반적 으로 간선 교통은 운행빈도와 속도가 높으며 지선 교통은 이와 반대이다. 직접연결 방식의 경우 통 행자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환승 없이 바로 이 동할 수 있다. 대체로 통행자들은 환승 없이 목적 지까지 이동하므로 편익을 크게 느끼지만 충분한 수요가 없을 경우 운행빈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반대로 간선과 지선방식의 경우 허브와 허브 사이 에서는 높은 빈도의 고속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 지만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간선교통체계 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시설투자와 운영비가 요구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통수요의 변화에 기민하 게 반응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향후 어떤 경우 간선과 지선방식 혹은 직접 연 결방식이 유리한지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예 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버스들은 대체로 직접연결방식으로 운행되고 있으나 대체로 큰 문 제는 보고되고 있지 않다. 간선과 지선방식의 대 표적 사례인 국제항공의 경우 허브공항의 용량부 족 때문에 전체 항공 서비스가 마비될 수 있는 문 제가 있다. 가령, 2010년 아이슬란드의 화산재 폭 발로 런던의 히드로 공항과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 의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적 항공 네트워크 전 반에 큰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4. 운영기관 및 관리체계의 통합 교통 분야의 통합을 위한 선결조건 중의 하나가 운영기관의 통합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적 관점 에서는 자유시장에서 수요자의 요구가 있다면 통 합(integration) 역시 경쟁원리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케인즈학적 관점에서는 낭비적 경쟁(wasteful competition), 네트워크의 실패를 교통분야의 대표적 시장실패 사례로 보고 있다. 이는 교통분야의 통합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서울시와 경기도의 대중교통 통합요금제 도와 이에 기반한 스마트 카드의 이용, 환승 활인 등의 전자식 요금지불 시스템은 운영회사들의 동 의가 없었다면 시행할 수 없었던 제도이다. 민간 운영회사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수입내용을 완전 히 공개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고 자칫 전자장 치의 오류로 전체 대중교통 수익금의 분배에 문제 가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 부의 적극적인 설득과 노력으로 해결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등 전자요 금지불 시스템이 잘 정착된 나라들의 경우는 모두 초기부터 정부가 운영회사들의 동의를 이끌어내 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에서 단말기 설치비용이나 스마트 카드 구입비용을 보조하기도 했다. 네덜란 드의 경우 네덜란드 철도회사를 중심으로 시스템 적용을 시작해 다른 대중교통 운영회사로 확대해 나갔다. 초기 정착단계가 지난 이후에는 노선입찰 제 등의 방식을 이용하여 전자식요금징수 시스템 의 도입을 유도할 수 있다. 필요하면 대중교통 요 금수입에 대한 일반 공개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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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운영기관들은 노선과 운 행시간을 연계하여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 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하는 경우는 아직 흔하지 않다. 가령, 철도의 운행시간과 연계교통수단인 버스의 운행시간이 연계되면 양 교통수단의 이용 객을 늘릴 수 있지만 양 운영기관끼리의 적극적인 협력 사례는 많지 않다. 이러한 협력은 정부의 적 극적 개입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관리청 을 만들어 대중교통 노선 및 운행시간 통합을 위 한 총괄 및 조정역할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는 대중교통의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기 위해 불가 피한 측면이 있다(Han 외, 2012).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해 단절 없는 교통은 최근 일고 있는 몇 가지 큰 변화와 관련지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다. 특히 인터넷과 무선통신 의 발달로 교통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쉽게 이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용한 교통수단의 유형, 시간,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러한 정보는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도 있지만 적절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 나 은 교통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도로교통상황, 버스대기시간, 지하 철 운행시간 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 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대형 통신사 들은 자사의 통신망 이용 자료를 기반으로 도로 의 혼잡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경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인터넷을 이용해 e-버스라는 이용자 맞춤형 버스 서비스가 만들어졌으며 인터넷으로 좌석을 예약할 수도 있 다. 이러한 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의 해 창출된 새로운 서비스들이다. 앞으로 교통 서 비스는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진화될 것 이며 이는 단절 없는 교통 서비스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기할만한 변화는 ‘공유’ 제도의 확산 이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자전거공유제도는 2013 년 2월 현재 33개국 375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원, 고양, 서울 등에서 운영 중 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 공유제 도는 버스나 지하철과 연계되어 단절 없는 교통 서비스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승용차공유제도(car sharing sys- tem)가 확산되고 있다. 파리에서는 2011년부터 Autolib라는 전기차 공유제도가 운영 중이다. 2013년 2월 현재 4,000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었 다. 일 년에 144 유로만 내면 누구나 회원권을 구 매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30분에 5유로 정도로 저 렴하다. 이러한 공유제도의 확산은 무엇보다 승 용차의 소유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굳이 승용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단절없는 통행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처럼 주차장을 찾기 어 렵거나 주차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도시에서 무료 주차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Autolib는 그 효용 이 더욱 크다. 차량 소유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의 언론보도(http://business.time. com/)에 의하면 과거와 달리 미국의 20-30대 젊 은 층의 차량 구매 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심지 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비율도 과거 세대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는 이들 세대들이 굳이 자 2) 하지만 차량 제작사들은 이들 젊은이들이 차량 구매비율이 낮은 것은 단순히 과거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차량구매는 이들 세대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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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가용을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도시 생활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친구들을 자동차를 이용해 직접 대면하기보다 인 터넷이나 SNS를 이용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2) 이런 측면에서 승용차를 구입하기 보다 낮은 비용으로 쉽게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자 동차 공유제도는 젊은 계층에게 분명 매력적인 제 도가 될 수 있다. 러프킨(2001) 역시 미래 사회에 서는 소유보다 접속 혹은 공유 문화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세 번째 큰 변화는 개인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 다는 점이다. 가령, 인터넷 이용이 늘어나면서 개 인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동영상(You-Tube), 백 과사전(Wikipedia)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 지어 전 세계적으로 빈 방을 공유하여 수익을 창 출하는 개인들도 있다. 이는 개인이 참여할 수 있 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 하다. 교통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시도되고 있 다. 프랑스에서는 Buzzcar라는 개인 승용차 공유 제도에 3,205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24,257 명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차량을 빌려서 쓴 바 있다(Chase, 2013). 이러한 개인 참여형 공유제 도는 교통분야에서 주차, 전세버스 등의 분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이 참여 하는 공유제도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는 단절없는 교통 혹은 통합 교통 서비스를 만들 어내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유 형 또한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다양할 것으 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담아낼 수 있 는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뿐만 아 니라 제도적 연구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현재 의 법률이나 금융위험관리체계로는 시행하기 어 려운 공유제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 어, Buzzcar 제도는 보험사들과의 반대로 초기 제도 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결론 및 토의 단절 없는 교통은 빠른 속도 혹은 빠른 시간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적인 주제는 아 니다. 하지만 교통이 시스템 차원에서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분야이 다. 고속의 간선교통이나 저속의 지선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저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서 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만으 로 교통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단절없는 교통 혹은 통합적 교통 시스템 의 설계 및 운영에 관심이 커진 것은 기술적인 발 전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대 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교통수 단별 운행시간, 요금 등을 파악하거나 스마트 카 드를 이용한 요금결제나 좌석 예약 등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전거 공유제도의 확산, 승용차 공유제도의 확산 등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궤 를 같이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 교통 시스템을 만들어가면서 대중교통분야에서는 운영기관 사 이의 협력이 중요함을 배웠다. 운영기관 사이의 협력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직 통합이 적 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교통수단별 노선이 나 운행시간 등의 통합에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교통 네트워크 설계 및 그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단절없는 교통 혹 은 통합 교통체계에서 핵심적인 이론 연구의 대상 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개 인의 참여로 운영되는 공유 서비스는 교통 분야에 서도 그 유형을 다양화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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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연구의 블루오션JES 단절없는교통관리-교통의 미래 가치 <참고문헌> 이상조, 장수은, 이상준, 윤영원(2013),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후 교통수단별 속도-거리 비교우위 분석, 2013년도 한국철도학회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제레미 러프킨(2001), 『소유의 종말』, 서울: 민음사. Han Sangjin, Dender, K.V. and Perkins S.(2012), “Toward seamless public transport”, Policy Brief, ITF. Kwon, Youngjong(2012), “Physical integration of the public transportation network”, Proceedings of ITF/OECD-KOTI Joint Seminar, Paris. Lee Sangmin(2012), “One nation, one seamless public transport system”, Proceedings of ITF/OECD-KOTI Joint Seminar, Paris. Nielsen, Gustav(2012), Key factors of network design for seamless, intra-regional public transport, Proceedings of ITF/OECD-KOTI Joint Seminar, Paris. Preston John(2012), “Integration for seamless transport”, Discussion Paper No. 2012-01, ITF/OECD. Robin Chase(2013), Platform for Participation, Transport Innovation Talk 발표자료, ITF Summit. The Great Debate: Do Millennials Really Want Cars, or Not? http://business.time.com/ [2013.08.09]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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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의 도시계획 북한의 수도계획 평양의도시문화 평양의 도시교통 “평양, ‘도시’로 읽다”를 주제로 하여 2013년 5월 29일 학술 대회가 개최되었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가 주최하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공동기획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시들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지적 호 기심을 별다른 선입관없이 평양으로 발산하고 연장시키고자 하였다. 도시계획, 수도계획, 도시문화, 도시교통이라는 4가 지 하위 주제를 선정하여 각 주제별 전문가들로부터 평양을 도시로 읽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실려진 글은 향후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위한 큰 방향의 작은 첫 걸 음이 된 “평양, ‘도시’로 읽다”의 발표자료를 요약한 것이다. “평양, ‘도시’로 읽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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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요약: 평양을 도시로서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물리적인 방식으로 도시에 표출 되는 평양의 경제, 문화, 사회 등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둘째, 평양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이해 할 뿐 아니라 나아가 평양이 미래에 어떠한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토대를 고민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현재의 평양이 어떠한 도시적 특성이 있고 이러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고찰한 후, 평양의 과거와 현재를 담으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변화할 수 있는 점진적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는 현재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평양의 도시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 운 가능성을 사회주의 도시적 공간에서 발견함으로써 도시가 인위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기 적으로 변화에 대응해나가기를 바람에서이다. 평양의 도시계획 임동우 미국 보스턴 PRAUD 설계사무소 소장 하바드대학교 디자인 스쿨 도시설계학 석사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2011) 저자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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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평양에 대한 논의 평양을 도시로서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면에 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는 물리적인 방식 으로 도시에 표출되는 평양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을 객관적으로 조명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평 양에 축적된 과거의 흔적을 이해할 뿐 아니라 나 아가 평양이 미래에 어떠한 도시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 형성되고 발달하는데 자본의 흐름과 같 은 경제 현상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20여년간 도 시화가 활발히 진행된 지역을 보면 남미나 아프 리카 등 비서구권에서 나타난다. 특히 동유럽이 나 중국, 베트남과 같이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도 시 발달이 눈에 띈다. 이는 이들 도시들이 어느 정 도 수준의 인프라를 이미 갖추었고, 이전 사회주 의 시대에서는 제한적이었던 자본 유입이 이루어 짐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 대가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을 볼 때 아직 본격적인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은 북한의 수도 평양은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 하고 있는 도시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평양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개발 이 론을 바탕으로 도시를 복구하기 시작하였는데, 흥 미로운 것은 오늘날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 에서 논의되는 부분들과 상당한 공유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주의 도시개발 이론이 ‘도시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제안되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평양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보고 앞으로 평양 및 북한의 도시들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새 로운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어 나아갈 수 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평양의 이해 평양은 한국전쟁 이후 재건되면서 중국과 소련 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이상적인 사회 주의 도시라는 칭송을 받았던 도시이다. 김일성은 평양을 북한의 수도로서 사회주의의 이상을 실현 하고 전쟁 승리의 영광을 담고자 하였다. 전쟁을 통하여 초토화된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에게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 적의 도시였다. 따라서 평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도시로서 변화해온 역사적 흐름과 이러 한 과정이 어떻게 다른 자본주의 도시들과 다른가 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회주의 이론은 산업화시대에 열악한 환경에 있었던 도시의 노동계층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면 서 발달하였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새로운 도시 의 형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념과 물리적인 환경간의 연결점을 찾기 시작하 였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주의 도시는 대도시를 지양한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노동계층의 삶의 질은 떨어 진다고 판단하였고 도시는 프로레타리안과 브루 주아가 충돌하는 공간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론자들은 강력한 인구이동의 통제를 통 하여 도시의 확장을 억제하려 하였다. 둘째, 노동 계층을 슬럼화된 지역으로 내모는 도시재개발을 억제하였다. 도시재개발은 그것을 수용할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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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 브루주아 계층에게만 이득을 주고 이를 수용하기 힘든 노동계층은 다 시 열악한 환경으로 이주하게 되는 사회의 양극화 를 낳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도시와 농촌 의 차이를 최소화시키고자 하였다. 사회주의의 기 본 이념은 사회의 모든 불평등을 제거하는데 바탕 을 두고 있었고 이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에도 적 용되었다. 자본주의 도시는 농촌의 농민들을 착취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계층적 구분을 심화시 키는 요인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도시와 농 촌의 수평적 관계는 사회계층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었다. 한편 ‘도시계획’ 분야는 사회주의 도시에서 매 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신중히 계획된 마스터플랜 만이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노동계 층을 위한 주거와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 이라 전제하였다. 또한 이러한 개념을 실현시키 기 위하여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 었다. 자본주의 도시들과는 다르게 사회주의 도 시에서는 강력한 정부의 의도 하에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었다. 한국전쟁 후 북한은 1954년부터 1956년까지 제 1차 3개년 재건계획을 통하여 도시 들을 재건하 였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일부사회주의 국가로 부터 자원과 기술적 원조를 받았다. 평양은 불가 리아와 헝가리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며 초기 평양 의 건축적 양식과 도시 구성은 이 두 나라의 양식 에 영향을 받았다. 1953년 계획된 평양 마스터플랜(그림 1 참조)은 북한이 사회주의 도시계획이론을 적용한 첫 계획 이었으며, 평양은 대동강에서부터 보통강까지 확 장된 인구 백만 도시로 계획되었고 도시 밀도는 20~25% 사이로 유지되도록 하였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사회주의 도시형태의 특징을 어느 정도 실현한 것이다. 평양은 전후 복구과정을 통 하여 김정희가 1953년에 계획한 마스터플랜을 기 초로 다핵 도시로 계획되었는데 6~7개의 서로 다 른 위성지역들이 도시 내에 고르게 분포하면서 각 지역의 코어 역할을 하였다. 랜드스케이프로 구성 을 하여 지역 간 완충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하나 의 지역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확장되는 것을 억 제하고자 하였다. 이는 도시가 확장함으로서 생기 는 사회. 경제적 갈등과 문제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 마스터플랜에 의거한 개발보다는 김일성의 새로운 전략에 치중하여 발 달하였다. 전후복구와 기반시설 복구에 초점이 맞 춰졌던 1950년대와 달리, 이념과 전쟁승리를 선 전할 수 있는 5가지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 다. 주요도로들이 확장되었고 고층 주거가 등장하 였다. 대규모 문화시설이 계획되었고 기념비와 광 장들이 계획되었으며 외국인들을 위한 레저시설 들을 확충하기 시작하였다. 5가지 개발계획들은 1953년 마스터플랜과 함께 현재의 평양의 물리적 형태를 결정한 중요한 요소그림 1. 1953년의 평양 마스터플랜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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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가 되었지만 동시에 몇몇의 계획들은 마스터플랜 과 충돌하기도 하였다. 이는 평양이 빠르게 성장 하며 심화되었다. 인구의 이동을 최대한 억제했음 에도 불구하고 수도로의 인구유입을 완전히 차단 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른 주거부족현상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부각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층· 고밀도 주거가 새로이 계획되었다. 사회주의 도시로서의 평양의 특징은 크게 생산 의 도시, 녹지의 도시, 상징의 도시로 구분할 수 있 다. 도농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도시를 소비 뿐만 아니라 생산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 주의 도시설계자들은 생산시설은 정주공간의 가 까운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따 라 도시 곳곳에 경공업 시설과 작업장 들을 함께 배치하는 ‘마이크로 디스트릭트’ 개념을 도입하였 다. 오늘날 평양에서 공업과 주거가 결합되어있는 마이크로 디스트릭트를 통해 도시민들은 스스로 가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가 될 수 있음을 보 여주고 있다.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 으로 녹지 도시를 위해 도시 속에 녹지 배치가 이 루어졌다. 평양은 대동강을 중심축으로 하여 자연 지형을 그대로 반영하여 유원지와 공원시설을 곳 곳에 만들었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평양을 다른 자본주의 도시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잘 계획된 모 습을 갖기 원했고 이는 도시 내에 랜드스케이프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대동강 양안은 주된 랜드스케이프 공간이었고 주요 도로들에도 조경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충분한 휴식과 노동 효율성을 목적으로 도시 내에 상당수의 레저공간을 역사적이나 기념비적인 장 소 근처에 계획하였다. 초기 사회주의 도시계획 이론에는 없었으나, 강 력한 군중동원과 일치를 가능하게 할 이데올로기 선전 공간을 필요로 하는 상징의 도시를 만들어 나갔으며, 광장과 기념비 건설은 이러한 맥락에 서 이루어졌다. 김일성 광장은 물론 평양의 주된 기념비적 건물들과 상징적 공간들이 계획되었다. 북한의 사상을 상징하는 주체탑은 김일성 광장 맞 은 편에 계획되어 광장과 함께 상징적 축을 형성 한다. 많은 수의 상징적 공간과 기념비들이 평양 에 널리 분포하여 사회주의 이념을 선전하는 데에 이용되었다. 그림 2. 마이크로 디스트릭트의 일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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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그러나 다른 사화주의 국가들의 도시 변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최근 평양도 기존 에 볼 수 없었던 디양힌 형태의 상거래가 생겨나 고 있다. 북한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과정 에 서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도시 의 물리적 특성마저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사 회주의 이념 하에서 균등하게 분포시키고자 했던 도시의 조직들은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몇몇 지역 에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차등 개발은 서 브어반이라는 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공간 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기존 사회주의 도시에서 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상업시설이 수요를 충족 시킬 것이다. 미래의 도시 평양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평양의 도시 조직도 변화될 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평양이 어 떠한 모델을 기준으로 변화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과 평양의 변화가 어디를 중심으로 촉진되어 나 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자는 평양이 기존 도 시들을 답습해가는 도시가 아니라 선례의 시행착 오를 교훈삼아 미래의 새로운 도시 모델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자는 도시 개발에 있어서 선 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도시와 농업의 공생 개념은 평양이 앞으 로 변화할 때에도 발전시켜야할 중요한 개념이다. ‘점진적 성장 모델’을 도입하여야만 이들 특징을 잃지 않는 동시에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평양은 규모나 시장 면에서 상대적으 로 작은 도시이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가 단기간 내에 집중되는 중국의 도시 모델보다는 점진적인 발달을 모색하는 동유럽의 중소규모 도시 모델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성장 모델은 기존 조직을 무 시하고 백지상태에서 계획을 하는 ad-hoc 방식 의 마스터플랜과는 다르다. 새로운 평양은 현존하 는 조직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새 레이어를 얹는 작 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점진적인 성장을 통해 빠 른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 한 도시의 가능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을 것으 로 보인다. 둘째, 점진적 성장 모델이 도시의 어느 공간에서 발생할 것이며, 어떠한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촉진시킬 것인가이다. 도시공간의 변형은 사회주 의 도시계획이론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자유경 제체제와 충돌을 일으키는 공간에서 쉽게 일어날 것이다. 아는 그러한 공간들은 새로운 경제시스템 하에서 가장 취약한 자본의 논리를 갖고 있기 때 문이다. 평양의 경우 김일성 광장과 맞은편의 주 체탑을 연결하는 축은 사회주의 이념을 잘 반영한 공간이고 기반시설이 발달해 있는 공간이다. 그러 므로 이 지역은 시장이 개방되고 투자가 확대되면 서 매력적인 투자 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논리 하의 도시조직은 기존 의 것과 어떠한 관계를 맺겠는가 하는 점이다. 사 회주의 도시와 자본주의 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림 3. 심볼리즘의 예) 횃불 형상주체사상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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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계획 개별 필지 개념의 유‧무이다. 평양의 소구역이 잘 발달되어있는 대동강 동쪽 지역의 경우 프로그램 의 분포가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 고 그들을 나누는 필지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다. 반면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필지의 구획이 모 든 계획의 기본이 되곤 한다. 필지의 크기와 용도 에 따라서 세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 라 땅의 가치가 결정되고 매매가 이루어지기 때 문이다. 필지의 구분 없이 소구역 전체를 하나의 블록으로 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잘 분포 해있는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새로운 필지 구획을 할 것인가이다. 전자의 경우는 백지 위에서 만들 어내는 마스터플랜에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점진 적으로 평양의 DNA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얹어나가는 모델을 고려한다면 후자가 더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한 때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라고 인정받았던 평양은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되고 있 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고 설명하려는 모델들은 많겠지만 점진적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현재 사회주의 도시로써의 모습을 비교적 조직적으로 잘 간직하고 있는 평양의 도시적 특성을 유지하 기 위함도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그러한 사회주 의 도시적 공간에서 찾음으로써 도시가 인위적으 로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평양의 잠재성 있는 도시 공간들, 즉 사회주의 특성이 잘 반영되 어있는 공간들을 중심으로 촉진프로젝트를 계획 함으로써 성장과 변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예측 해볼 수 있다. 그림 5. 노동자, 농민, 근로지식인을 상징하는 도구 그림 4. 인민대학습장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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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요약 : 북한이라는 나라, 그리고 평양이라는 도시 를 이해하는 데에는 수도계획 연구가 필수적이다. 근대국가에서 수도가 차지하는 위상은 일반적으로 막강하지만, 수도 평양은 더욱더 그러하다. 도시건 설의 양적 거대화와 함께 대규모 국가의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화려해진 점 등으로 보아 국가권력 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기존의 지배 권력을 강화하 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서 수도 평양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를 제고한 것이다. 특히 경제난의 지속 과 특히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인한 위기의 가 중은 북한으로 하여금 극장국가적 성격을 보다 크 게 부각하게 하였다. 현재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 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은 유훈 통치의 미명 하 에 극장국가의 면모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 다. 그 과정에서 평양은 핵심적 무대공간으로서 특 별히 치장되고 관리될 가능성이 더 높다. 북한 전역 의 심각한 피폐화와 무관하게 수도계획에 몰두한다 는 점 자체가 목하 북한체제의 구조적 위기를 방증 하는지도 모른다. 23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미국 브라운대학교 사회학 박사) 조은희이화여대통일학연구소연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 박사) 김미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북한의 수도계획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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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서론 이 연구의 목적은 북한의 수도 평양을 도시계획, 그 가운데서도 특히 수도계획의 관점에서 분석하 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라는 나라, 그리고 평양이 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수도계획 연구는 필수적이다. 근대국가에서 수도가 차지하는 위상 은 일반적으로 막강하지만, 수도 평양의 경우는 더욱 더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북한을 기 본적으로 ‘극장국가’로, 그리고 평양을 그것의 대 표적 ‘공연무대’으로 인식한다. 이론적 배경 1. 수도계획론 근대국가들에게 있어서 수도는 국가의 눈이자 입이었다. 수도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계획의 목표 가 수도를 일국(一國)의 눈과 입으로 만드는 것이 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은 크게 하 드웨어 중심의 물리적 도시계획과 소프트웨어 중 심의 수도계획이었다. 홀은 현존하는 수도의 종류 를 7가지로 구분하고 있다(Hall, 2006). ‘복합기 능 수도’(Multi-Function Capitals), ‘세계적 수 도’(Global Capitals), ‘이전(以前) 수도’(Former Capitals), ‘제국의 구(舊)수도’(Ex-Imperial Capitals), ‘역내수도도’(Provincial Capitals), ‘ 초국가 수도’(Super Capitals)이다. 오늘날 대부 분의 국가에 존재하는 수도는 전통적인 ‘복합기 능 수도’이며, 북한의 수도인 평양도 여기에 해당 한다.1) 2. 극장국가론 권력이란 상호작용하는 상징의 체계이며, 국 가운영의 핵심원리는 다름 아닌 연극이라는 발 상에서 도출된 것이 바로 ‘극장국가’(theater state) 이론이다(Geertz, 1980). 극장국가는 권력 의 정치(politics of power)가 아니라 ‘과시의 정 치’(politics of display)이다. 극장국가에서는 국 민 전체가 연기의 행위를 공유하면서 연극에 동참 한다. 즉, 동일한 시나리오에 엮여 있는 연기자라 는 점이 특징이다. 연기가 곧 정치인만큼, 모든 사 람이 정치적으로 서로 얽혀있는 ‘정치지상주의’를 지향한다. 그곳에는 각자 맡은 바 충실한 연기수 행을 통해 국가전체를 극장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 종 목표다. 따라서 정치적 갈등은 원천적으로 부 재(不在)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국가권력과 정치체제를 특성화할 수 있 는 것이 바로 극장국가론이다. 와다 하루키는 “김 정일이 연출가이자 디자이너로 있는 북조선의 유 격대국가는 바로 기어츠가 규정한 ‘극장국가’의 성격을 분명히 부분적으로는 띠고 있다”고 보았 다(와다, 2002:156). 즉, 북한에서는 영도예술이 라는 이름의 “통치의 연극화, 통치의 예술”이 이 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무대에 북한의 수도 평양이 있다. 1) 수도에 관련하여 현재 대한민국은 제8의 유형을 선보이는 측면이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에 따른 수도 분할 현상 때문 이다. 특별시 자격의 수도가 두 군데 존재한다는 사실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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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1. 건축 북한에서 건축설계 혹은 건축계획은 살림집(주 거), 공공건물, 산업건물, 농업건물뿐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국토‧도시계획 및 설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건축가는 수령이 펼쳐준 구상을 실현해나가 는 기술자며 창작가에 불과하다. 수령에 의한 사 상의식을 체득해야만 비로소 혁명적 건축물을 만 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결국 북한 의 건축은 수령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다. 또 한 북한은 기념비적 건축물의 정치적 중요성에 대 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념탑, 기념비, 동상 등의 기념 구조물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 감정 을 일으켜 사상 교화에 기여한다. 2. 도시 북한에서 도시건설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사회 주의 도시의 경치”가 잘 나타나도록 계획하는 것 이다(백과사전출판사, 1998:266).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건설해야하는 공간은 바로 도시 중 심부이다. 도시중심부는 공간 구조상 중심에 위치 할 뿐 아니라, 체제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강력한 이 념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심부는 김일성 동상을 중심으로 주변부에 박물관, 문화회 관, 극장 등 공공문화시설들을 밀집시킨다. 이는 인민들의 사회정치생활과 문화생활이 집중되도 록 하여, 인민들이 수령의 위대성과 업적을 체득 하고 사상과 정서 교양을 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3. 수도 수많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들에서 발견되 는 평양의 수도계획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북한 전 국토의 상징이며, 북한의 사상과 이념체계의 응축물로서 평양을 건설하는 것이다. 즉, 평양은 “조선인민의 심장이며, 사회주의 조국의 수도이 며, 우리 혁명의 발원지”(김일성, 1981:622)로서 당의 주체적 건축사상이 철저하게 구현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평양은 조국의 얼굴로 잘 건설 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 이다. 이와 같이 북한에서 평양 건설은 김일성 조 국의 존엄, 사회주의 조선의 권위와 관련되는 중 요한 정치적 문제다. 수도 평양의 공간조성 1. 1950년대 김일성은 전후 복구 3개년 계획 시기 연설을 통 해 건축은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부 여해야한다’고 부단히 강조하였다. 여기서 민족적 형식이란 자기 민족이 좋아하고 자기 민족의 구미 에 맞는 건축양식이며. 사회주의 내용이란 모든 건축물들이 근로인민의 요구에 적합하여야 한다 는 것이다. 1955년 12월 김일성이 사상사업에서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퇴치하고 주체를 확립하 도록 함으로서 건축계에서도 반당반혁명종파분 자들과 투쟁을 벌이고 주체적 입장을 세웠다는 평 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건축.도시.수도 계획 원리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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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2. 1960년대 건축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은 민족적 형식에 민 족전통양식과 사회주의 신념과 의지를 표현한 건 축을 평양 곳곳에 실현한다. 1960년 완공된 평양 대극장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극장건물로, 첫 현 대 조선식 건물의 하나이며, 옥류관도 건설하였 다. 절벽에 축대를 높이 쌓고 그 위에 2층으로 크 고 작은 합각지붕을 엇물리게 하고 벽면은 골조를 돌출시킴으써, 대동강의 풍치와 조선식 건축이 입 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3. 1970년대 북한은 1967년 이후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제 4기 15차 전원회의 이후 김일성과 김일성 후계문 제를 반대할 수 있는 정치 세력들이 모두 제거되 었다. 당은 유일사상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하고 자 체제 강화용 대기념비와 혁명전적지, 혁명사적 지를 전국에 대량으로 건설한다. 게다가 1972년 은 김일성 60회 생일이기도 하였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평양의 주요 거리는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기념 건축물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게 되었으며. 수도의 모습을 본 격적으로 형성해 나갔다(김원, 1998:257). 2011 년 김정일 사후, 북한은 만수대 대기념비에 김일 성 동상과 같은 크기의 김정일 동상을 세워 현재 는 두 동상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2) 그림 1. 평양대국장, 옥류관 2) 2012년 2월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 옆에 세워진 김정일의 동상은 코트 차림이었으나 2013년에는 점퍼 차림을 하고 있다.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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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2. 아리랑 공연: 평양 5.1 경기장 아리랑축전은 가장 규모가 큰 상징적 국가공연 이다. 2010년 10월 9일 당 창건 기념일 전야제에 개최된 공연에서는 당시 후계자인 김정은이 김정 일과 함께 주석단에 자리하여 대중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후계자를 확인시켜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극장국가’ 북한 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1980년대 이후 1980년대의 대표적 건축물로는 주체사상탑, 모 란봉 기슭의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이 있다. 또 한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를 전후로 ‘청 년중앙회관’이나 ‘동평양대극장’ 등 현대적 건축 미를 중시하는 공공건물들이 많이 건립되었다. 어 려운 정치·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도 중심 부 건설을 완료하고 다양성과 상징성을 함께 표 현하기 위한 건축적 실험을 대규모로 시도하였다. 이는 김일성-김정일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욕구의 반영이며, 평양의 극장국가적 면모를 적극 활용하여 인민들을 체제와 결속시키고자 하는 의 도의 표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수도 평양의 국가의례 1. 태양절 행사: 평양 전역 및 전국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을 기념하는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축하행사는 수도에서 집중 적으로 개최된다. 또한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이 매해 태양절에 개최된다. 1982년 김일성의 70 회 생일부터 연례적으로 열려온 이 축전에는 북한 의 유명 문예인뿐만 아니라 외국의 예술단체 및 연예인 등이 초청되어 다양한 문화행사와 공연이 개최된다. 그림 3. 동평양대극장과 인민대학습장 그림 2. 김일성 광장에서의 태양절 행사 풍경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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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결론 북한은 정권 수립기보다 1950년 전쟁 후 수도 평양의 도시건설에 집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전 후 복구사업을 통해 국가를 정상화해 나가는 과 정에서 수도 계획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였 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전후 복구과정 초기, 소 련과 동구 사회주의의 지원으로 세워진 건축과 도 시계획에 대해 ‘민족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 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도시건설과 건축 에 있어서 ‘민족적 형식’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수도계획과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이데올로기, 즉 ‘사상성’을 중시하는 북한은 1970년대 이후 정 치적 이데올로기가 ‘주체사상’으로 변화하면서 수 도 평양의 도시 계획에도 ‘주체건축론’을 강조하 였다. 이 시기 북한은 정책실패와 국내외 정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시작되었고, 정치적으로 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후계체제의 정 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역설적으로 수도 평양은 엄청난 규모 의 광장과 육중한 공공건물 등을 건립하면서 다 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모습을 보였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은 수도 평양의 도시건설의 양적 확충 과 함께 대규모 국가의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화려해졌다. 이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기존의 지배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으 로서 수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를 제고한 것으 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난의 지속과 1994년 김일 성의 사망으로 인한 위기의 가중은 북한으로 하여 금 극장국가적 성격을 보다 크게 부각하도록 만들 었다. 2002년에 시작된 아리랑 공연, 비정기적 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집체 시위의 증가,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이들의 빈번한 대외 노출 등이 이 를 뒷받침한다. 3. 대규모 퍼레이드: 김일성 광장 평양의 중심부에 위치한 김일성 광장에서는 대 규모 퍼레이드 행사(군 열병식 등)가 연중 거행되 며 그 참가인원의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참여 자 모두가 관객이면서 동시에 모두가 배우가 된 다. 특히 평양의 중심부인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 는 연중 수많은 기념행사와 대규모 퍼레이드, 축 전 등은 방송을 통해전국적으로 전파된다. 이와 같은 상징적 국가의례 행사는 수령과 국가, 민족 과 인민들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믿음체계를 내면 화하는 기능을 한다. 인민들은 극장국가의 상징적 공연에 배우와 관객으로 직접 참여하는 화려한 경 험과 그것과는 현격하게 대비되는 어려운 일상생 활을 ‘공적-사적 영역’과 ‘공식-비공식’ 상황으로 구획화하는 행동패턴을 익히게 되어, 생활의 어려 움과 체제에 대한 충성심은 별개로 받아들이게 되 는 것이다(정병호, 2010:34). 그림 4. 아리랑축전 공연 모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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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북한의 수도계획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 진행 중인 현재의 상 황에서 북한은 유훈통치의 미명 하에 극장국가의 면모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 정에서 평양은 핵심적 무대공간으로서 특별히 치 장되고 관리될 공산이 더욱 더 높아 보인다. 하지 만 북한 전역의 심각한 피폐화와 무관하게 수도계 획에 몰두한다는 점 자체가 목하 북한체제의 구조 적 위기를 방증하는지도 모른다.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2013)이 말한 것처럼, 근대화와 세계화의 대세 속에 오래전부터 일본 도쿄는 Tokyo로, 그 리고 한국의 서울도 언제부턴가 Seoul로 변화하 고 있다. 이에 반해 작금의 평양은 여전히 전근대 왕조 시대의 ‘평양성’(平壤城)에 더 가깝다. <참고문헌> 강상중(2013), 『도쿄산책자』, (송태욱 옮김), 서울: 사계절. 김원(1998), 『사회주의 도시계획』, 서울: 보성각. 김일성(1980), “전후 평양시 복구건설총계획를 작성할 데 대하여”, 김일성 저작집 6(1950.06-1051.12), 조선로동당 출판사. 리화선(1993), 『조선건축사 Ⅱ』, 발언, 백과사전출판사(1995) 조선대백과사전 제1권. 와다 하루키(2002), 『북조선』 (서동만・남기정 옮김), 서울: 돌베개. 정병호(2010), “극장국가 북한의 상징과 의례”, 통일문제연구, 22(2), 1-42. Geertz, C.(1980). Negara,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Hall, P.(2006). “Seven types of capital city,” in Gordon, D.(ed.), Planning Twentieth Century Capital Cities, New York: Routledge.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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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요약: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자 정치적 상징도시로. 외부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이며 북한의 체제변 화 과정이 담긴 공간이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의 삶 과 문화를 관찰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특징과 북한 주민의 일상을 이해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에서는 평양의 이야기를 평양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관심 및 평양 시민의 삶을 살펴보았다. 1990년 대 이후 평양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식 량난에서 비롯된 배급제의 어려움으로 시장이 자연 스레 확대되었으며, 외부와의 접촉 빈도가 높은 탓 에 한류 등의 외부문화가 대거 유입되었고, 휴대전 화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사회주 의 이념이 퇴색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시장이나 외 부문화의 유입에 대해서 일정한 정도의 통제를 유 지하고 있고, 평양시민들은 북한의 중심 집단으로 서의 자부심도 여전하여서 최근의 변화가 당장 기 존 체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리라 예측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하지만 세계 여러 국가에서 전례 가 있듯이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주도한 체제에서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사상적 통합기제가 약화하 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3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평양과 평양시민의 삶- 평양의 도시문화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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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서론 분단 이후 북한과 관련된 연구들이 적지 않게 축 적되었지만, 주로 정치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북 한체제를 구성하는 인민들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 으로 부족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기본적으로 폐쇄 적인 북한체제의 특성상 현장 연구가 어렵기 때문 이기도 하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로서 북한의 정 치적 상징이자, 북한체제의 변화가 농축된 공간이 다. 따라서 평양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분석하는 것은 평양에 대한 이해를 넘어 북한체제의 특징과 북한 주민의 일상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평양에 대한 이야기 방식 평양에 대한 남한의 관심이 조금씩 진전되기 시 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이고 1990년대부터 본 격화되었다. 이러한 바탕에는 민주화 투쟁과정에 서 ‘북한 바로알기’ 운동 등이 있었으며 남북 간 사 회‧문화교류와 경제협력을 통하여 평양을 직접 방 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 발달하면서 개인 컴퓨터에서도 손쉽게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지역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내에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평양 출신들로부 터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평양의 삶에 대한 이야 기들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평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들도 지속해서 발표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평양과 관련된 논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제 비판적 관점의 평양 관련 논의이다. 이 관점은 김일성 동상, 개선문 및 주체탑 등 평 양에 집중된 ‘혁명적 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언급 한다. 둘째, 평양 방북기 혹은 평양 가이드와 같은 수 준의 논의들이다. 이는 평양을 간접적으로나마 경 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공개되는 지역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셋째, 평양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흐름이다. 평양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기획된 도시로 학자 들의 관심을 끌 만하였다. 그러나 도시 건설이나 건물의 건축과정에 대한 내적인 자료를 얻기가 힘 들다. 이에 따라 도시와 도시 주민, 건축과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고 있다. 넷째, 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평양을 이야기하는 경우이다. 서울과 비교하는 논의들이 이에 해당한 다. 이 관점은 분단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으 나 이와 관련된 연구들의 절대량이 부족하고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양 이야기는 다음의 몇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 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평양의 안쪽에 대한 관 심이다. 평양의 안쪽에 대한 관심은 외부와 다른 실제에 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와 더불 어 세부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와 평양의 일상생활 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계획되고 통제 된 평양이 쾌적한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이와 더 불어 경제난으로 운행되는 자동차도 적고 상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도시와 같은 에너지 낭비적인 간판이나 조명도 거의 없다. 그 러나 하수도 시설의 미비로 대동강의 수질이 형 편없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고층 살림집(아파트)이 쾌적해 보이지만 엘리베이터가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작동이 원활하지 않다. 따라 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바라보 아야 한다.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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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1) 평양거주 경험이 있는 탈북자 A, K와의 면접을 토대로 필자가 재구성하였음. 둘째, 평양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관 심이 필요하다. 도시를 이해하려면 도시 사람들과 이들의 삶을 이해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들(, 학교, 시장, 주거지의 골목 들, 탁아소, 공장, 관공서 건물, 공원, 스포츠센터, 공연장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평양을 구역별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강남‧북 정도의 차이는 아니지만 구 시가지 동평양과 신시가지 서평양 지역도 차이가 나고 있다. 서평양 지역에서도 1980년대 후반 이 후 개발이 본격화된 ‘창전거리’는 분위기가 색다 르다. 구역별로 역사적 맥락이나 건축적 특성 그 리고 공간의 활용이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이 중요하다. 넷째, 변화의 맥락에서 평양을 바라보는 것이다. 북한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평양의 변 화는 가장 역동적이다. 최근에는 통일거리 시장을 방문하는 평양시민이 하루에 10만 명에 달할 정도 이다. 통일거리의 시장과 더불어 지역에 들어서는 작은 규모의 시장들이 평양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 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다섯째,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하 였으나 통일을 향해 남‧북도시의 연결이라는 차원 에서 평양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그려보는 것도 필 요하다. 서울을 비롯한 유사 도시들과의 비교도 필요하고 화해협력과 남북연합시대 그리고 통일 시대에 평양이라는 도시가 한반도의 맥락에서 더 나아가 동북아차원에서의 역할 수행과 발전 방향 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 평양 시민의 24시1)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새벽 6시에 일어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집 안 청소는 기본인데,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닦는 것부터 시작한다. 6시 30 분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30 분 정도가 되면 각자 직장과 학교로 떠난다. 출근 후 20분간 또 아침 작업장 청소가 진행되고 7시 50분부터 약 10분간 독보모임을 가지게 된다. 독 보모임은 당세포비서가 집행을 하는 데, 주로 노 동신문이나 회상기, 덕성실기와 같은 교양도서들 을 독보하거나 혹은 상급당지시나 준법교양자료 들을 전달한다. 짧은 아침독보가 끝나면 그날 해 야 할 업무들을 재정리하고 필요한 작업지시들을 시달하는 아침조회를 한다. 업무는 8시에 시작된다. 11시부터 25분 정도 모 든 공장, 학교 일원들이 운동장이나 공터에 모여 업간체제나 율동체조, 태권도체제 등을 하면서 건 강을 위한 운동을 한다. 12시~1시는 점심시간이 다. 1시부터 오후 작업이 시작되어 6시까지 일한 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일 생산총화를 10분 간 한다. 퇴근은 매우 자유로운데 전기절약 때문 에 8시 이후에는 가급적 퇴근할 것을 권장한다. 전기가 거의 끊기는 북한에서 취침시간은 매우 빠 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밤 11시에 거의 모든 가정은 잠이 든다. 여기에 정치생활, 조직생 활이라는 추가적인 반복일과들이 있어 북한주민 들은 불편을 겪는다. 정치조직생활은 북한주민들 의 기본일과생활이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배 분되어 있어서 매일 1차례의 집체적인 정치조직 생활일과를 보내야 한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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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이외에 평양시민들만의 일과들이 있다. 평양 에서만 진행되는 대규모 군중집회와 외국손님들 을 위한 연도환영, 그리고 각종 국가적 명절일 전 야의 중앙보고회, 기념행사들에 참석하는 것이다. 일례로 2월과 4월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기리는 국제적인 규모의 ‘김정일화 축전’, ‘4월의 봄 예술축전’, ‘2월 국제빙상대회’를 비롯해서 크 고 작은 행사만 해도 3~40개가 평양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데 여기 참석하는 것은 수도시민의 의무 다. 특히 평양시민들에게 평양시 군중대회는 매 우 특별하다. 최고 지도자가 직접 참가하는 ‘1호 행사’ 시에는 새벽 4시부터 행사장에 출입하기 위 한 본인 신원확인 검문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큰 정치행사들이 진행되기에 앞서 도로와 마을 등 도 시미화사업은 빈번히 벌어진다. 가정에서는 유리 창 닦기와 베란다 횟가루 칠은 매달 해야 할 정도 이다. 이처럼 평양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 니다. 이러한 평양시민들의 수고를 고려하여 평양 시에서는 정치행사의 참석 여부에 따라 상품 구매 권이나 고급식당 이용권, 문화유원지, 극장‧영화 관 관람 예비권 등을 격려차원에서 제공하고 있 다. 평양시 가정마다 행사참가용 부채, 지화꽃다 발, 기발 등이 갖춰져 있고 행사용 의상이 준비되 어 있다. 이렇게 일상이 매우 바쁜 수도에서 지내는 평양 시민들이 내심으로는 불만이 있지만 이런 것을 당 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지방에서는 생 각조차 할 수 없는 도시가스로 밥을 짓고, 중앙난 방을 사용하고 일정한 양의 부식품과 공업품 공 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만수대 TV’ 채널을 볼 수 있고, 문화휴식시 설들이 있어 여가생활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양에는 대동강맥주라고 부르는 생맥주점 들이 구역마다 몇 개씩 있어 기다리는 시간은 다 소 걸리더라도 친구나 직장동료들끼리 퇴근하면 서 즐긴다. 그뿐만 아니라 창전, 광복거리, 경흥 등에 고급 음식점들이 있기 때문에 자주 가지 못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가족과 친지들끼리 모여 음 식을 먹는 것을 큰 낙으로 생각한다. 사회주의체제는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체를 중 요하게 여기면서 여가와 노동의 균형을 지향한다. 평양 인민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동체 중심 의 일상이 보편적이다. 학교의 선택권은 물론 노 동과 여가에도 공동체가 개입한다. 공동체 중심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개인에 대한 규제를 동반한다. 또한 평양 인민들의 삶은 단조로우며, 상업지역이 없으며 여가도 다양하지 않다. 사회주의체제의 특 평양시민의 삶의 특징과 변화 그림 1. 평양 통일거리 시장의 외경 그림 2. 평양 시내의 매대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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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사회주의체제는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체를 중 요하게 여기면서 여가와 노동의 균형을 지향한다. 평양 인민들의 삶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동체 중심 의 일상이 보편적이다. 학교의 선택권은 물론 노 동과 여가에도 공동체가 개입한다. 공동체 중심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개인에 대한 규제를 동반한다. 또한 평양 인민들의 삶은 단조로우며, 상업지역이 없으며 여가도 다양하지 않다. 사회주의체제의 특 성상 노동 강도가 높지 않으며, 직업과 주택 등 삶 의 기본 요소들이 배급되기 때문에 부의 축적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평양 인민들의 삶의 특징의 하나는 이념적 삶 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김일성 중심의 유일 지배 체제 확립의 정당성을 위해 ‘교양’이라고 불리는 사상학습이 강조된다. 사회주의국가가 몰락한 것 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 다. 더 나아가 평양 인민들은 선택받은 집단으로 서의 선민의식이 있다. 평양거주는 선망의 대상이 다. 당국은 ‘보여주기’ 위해서 평양지역의 생활조 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거주 편의성도 좋 다. 평양시민들은 다양한 군중대회 및 여타 행사 참여 의무가 부여되지만, 중요 정치행사에 참여 의무 역시 특권의식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이 러한 의례는 통합을 증대시키므로 사회적 통제가 다른 지역보다 더욱 강한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체제변화가 급속하게 진 행되면서 평양시민들의 삶도 바뀌었다. 특히 식량 부족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는 사회주의의 근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배급제를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평양시민들은 평양 시 낙랑구역에 2,000평 규모의 ‘통일거리시장’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평양에 40개 이상의 상설시 장 을 열었다(양문수, 2010). 규모가 있는 시장뿐 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매대’들과 작은 규모의 그림 3. 정치행사에 참여하는 평양시민 모습 노점상도 생겨날 정도의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평 양시민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시장화 가 평양시민들에게 미친 가장 큰 변화는 이익 중 시와 개인주의화다. 외부의 문화와의 접촉이 많은 점도 평양시민들의 일상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치 고 있다. 평양은 외국공관원을 포함하여 외부 사 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다. 외국 사람이나 남 한 주민들을 통하여 외부문화가 많이 전파되었다. 또한 경제난으로 북한 사람들의 외국 파견이 늘어 났는데 이들은 외국을 왕래하면서 수입을 확대하 였고 동시에 외부 문화를 유입하였다. 그 결과 평 양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류 문화’가 퍼졌다(김 동완‧박정란, 2011). 더 나아가 새로운 기술의 도입도 평양시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인터넷에 접속 하는 것은 어렵지만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의 확산 과 통제가 어려운 USB 등도 평양을 중심으로 이 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는 전통 적인 사회주의 이념의 퇴조를 동반하고 있다. 여 전히 북한의 통제기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과거만 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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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문화 결론 평양시민들의 일상이나 의식의 변화가 두드러 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바로 기존 체 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북한 당국은 시장이나 외부 문화의 유 입에 대해서 일정한 정도의 통제를 유지하고 있 고, 교육과 직장 등의 체제는 평양에서 정상적으 로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양 시민들 은 북한의 중심 집단으로서의 자부심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모순적 결합 상태 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상 변 화가 세대 간, 집단 간 차별을 보이며, 외부 문화 가 더욱 급진적으로 유입되고 확산하는 경우 사회 적 균열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제3세계 사회에서 경험하였듯이 장기적으로는 개인주의 화 되고 사상적 통합기제의 약화는 사회변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강동완·박정란(2011), 『한류 북한을 흔들다: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유통경로와 주민의식 변화』, 서울: 늘품플러스. 양문수(2010), 『북한경제의 시장화: 양태 성격 메커니즘 함의』, 서울: 한울 아카데미.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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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요약: 북한에 있어서 평양은 자부심의 도시이며 희망의 도시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시 건설에 대한 수많은 교시를 통해 평양의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했으며, 교통 부문도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서는 평양이라는 대도시에서 역사적으로 교통이 가졌던 위상을 살펴보고, 현재 평양의 교통수단을 알 아보고자 한다. 평양의 대표적인 도시교통으로는 지하철, 시내버스, 무궤도전차, 궤도전차, 철도, 수상교 통 등이 있으며, 평양 도시교통의 문제점으로는 여객수송문제와 공해방지문제, 오물처리문제 등이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이 요원한 이유로 만성적인 전력난과 운송수단의 노후화, 전시행정적인 도시계획과 교통 시스템과의 연계성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평양을 국방의 논리 또는 혁명의 수도의 관점으로만 바라본다면 평양 주민들의 생활 편의 증진을 위한 교통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남북한 간의 도 시교통시설 표준화 및 공동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북한의 도시교통 분석을 위한 우리의 학제 간 협동연구 역시 필요하다. 평양의 도시교통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 츠쿠마대학 정치학 박사) *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센터장 역임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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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서론 북한의 수도 평양직할시는 인구 304만 명(전 체인구의 12.4%)의 면적 1,747㎢(전체면적의 1.4%)인 대도시로, 18구역, 2개군(음 2개, 동 284 개, 리 75개, 노동자구 10개)으로 되어 있다. 북한 에 있어서 평양은 자부심의 도시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시 건설에 대한 수많은 교시를 통해 평양의 현안들을 해결하고자 했으며, 교통 부문도 당면한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김일성은 「도 시라고 하면 먼저 교통이 복잡하다는 것부터 생각 하게 된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교통이 더 복잡해 진다. 그러므로 교통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대적 도시를 관리 운영할 수 없다(김일성 저작 집 16권)」고 교시하였을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에 서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는 모든 정책의 근간이 된다. 평양과 같은 대도시의 교통문제는 한국도 과거에 고민하였고, 현재도 해결해야만 하는 난제 이다. 여기서는 북한의 평양이라는 대도시에서 교 통이 갖는 위상과 역할, 그리고 각 교통수단의 과 거와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적 도시로서의 평양의 교통계획 현대적인 도시로서의 평양은 한국전쟁 종료 이 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평양시 복구 계획의 기본 방향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시의 기 본을 보존하면서 주택, 산업, 교통을 옳게 배치하 며, 도시 주민의 건강조건을 보장하는 주택 구역 을 잘 갖추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1959년 말까지 시내 무궤도전차 설계 를 완료해야 하며, 교통성은 평양시 주변의 순환 철도망 설계를 1959년 9월 말까지 평양시에 보장 해 줄 것과 제2 대동교, 보통강 유원지를 비롯한 시 구역의 도로포장공사를 지시하였다. 한편, 대 동강에는 다리를 몇 군데 더 건설하고, 주요 도로 주변과 보통강, 대동강기슭에 현대적인 고층건물 들을 많이 건설하도록 하였다. 공장, 기업은 대동 강과 보통강 하류에 배치하며 평양역에서 서평양 역으로 가는 철길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평양시를 현대적인 도시로 복구건설하기 위한 도시중심부로서 평양시인민위원회 앞과 남산재 동쪽 기슭(오늘의 인민대학습당 앞)이 제시되었 다. 또한 모란봉에서 대동강을 따라 평행으로 새 로 대통로(오늘의 승리거리)를 건설하고, 동평양 비행장을 시오로 이설한 후, 현대적인 거리(오늘 의 문수거리)를 건설하는 계획을 본격화하였다. 한편, 대동강에는 다리를 몇 군데 더 건설하고, 주 요 도로 주변과 보통강, 대동강기슭에 현대적인 고층건물들을 많이 건설하는 것으로 하였다. 공 장, 기업은 대동강과 보통강 하류에 배치하며 평 양역에서 서평양역으로 가는 철길(오늘의 천리마 거리, 영웅거리, 하신거리에 있던 철길)의 이전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유원지와 공원을 전망 있게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총정리한 평양시 복구건설총계 획설계초안은 1951년 5월에 작성되었으며, 수차 례의 심층 토의를 거쳐 1953년 7월에 내각결정 「 평양시복구재건에 대하여」로 채택되었다.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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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평양의 도시교통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가장 합리적으로 운영하 기 위해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는 교통서비스 수준 을 높이고 교통운영조직을 원만하게 함과 동시에 건설과 경영비 및 수송원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 를 위해 북한에서는 도시교통수단 선택 시 고려 해야 할 기본 내용으로, 1) 교통수단들의 일반적 인 기술경제적 특성과 발전 전망, 2) 도시의 발전 전망과 순차 건설계획상 특성, 해당 시기의 교통 학적 요구조건, 3) 여객형성 특성에 맞는 용량 설 정, 4) 운영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측면에서 통 과능력과 수송능력의 보장, 5) 차량의 속도와 안 전성, 6) 교통조절 조건, 7) 해당 교통수단이 여 객들의 편리성을 보장하는 정도, 8) 교통망의 자 연 지리적 조건, 평면과 세로 자름면의 계획상 특 성, 교통수단의 순응 정도, 9) 경제적 지수 및 대 비지표들과 경제적 효과성, 10) 확신성의 요구 정 도, 차량의 정규성과 기동성 보장 능력을 들고 있 다(장일영, 1986). 북한은 도시에서 대중교통의 기본수단을 무궤 도전차로 보고 있으며, 버스 교통을 일부 배합하 여 도시교통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기동성이 높은 버스 배치는 건설 중인 도시와 무궤도전차나 전기 철도 부설에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는 교외노선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평양을 교통망의 발달 정도, 여객 이동량에 따라 중심지역, 중간지역, 주변지 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심지역은 중구역, 보통 강구역, 평천구역, 서성구역, 모란봉구역, 대동강 구역, 동대원구역, 선교구역이며, 중간지역은 사 동구역, 역포구역, 낙랑구역, 대성구역, 만경대구 역, 형제산구역, 주변지역으로는 용성구역, 순안 구역, 은정구역, 삼석구역, 강남군, 강동군이다. 일반적으로 평양의 지하철도가 통과하고 있는 권 역을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1. 지하철 평양 지하철은 평양시 중심거리를 따라 동서, 남 북 2개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7개 중심구역 을 지나고 있다. 평양 지하철은 1973년부터 1987 년에 걸쳐 4단계로 점차로 건설, 개통되었다. 평양 지하철은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을 방문을 통해 국 방상의 목적과 평양 시내 도시교통문제 해결방안 으로 건설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었다. 본격 적인 건설은 1968년부터 당시 소련과 중국의 기 술지원 하에 공사가 개시되었으며, 주로 북한 군 대의 노동력이 동원되었다. 그림 1. 평양의 지하철 노선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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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2. 자동차 여객운송 북한에서 자동차 여객수송은 근로자의 출퇴근 과 문화생활을 원만히 보장하며, 도시와 농촌주 민들의 생활조건의 차이를 해소해주는 중요한 의 의를 지닌다. 자동차 여객수송은 전체의 약 80% 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도시 내 통근, 통학과 같은 근거리 수송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동차 여객운송으로는 시내버스, 무궤도전차, 궤 도전차 등이 있다. 시내버스는 무궤도전차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북한에서 도시의 기본적인 대중교통수단이었다. 버스 운영을 위해 차고와 수리시설 같은 시설 이 외에는 별도의 시설 투자가 필요 없으며, 다른 교 통수단에 비해 기동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그 러나 연료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서 버스는 수송원가가 높은 운송수단이며, 공해의 주원인이다. 현재 평양의 시내버스 노선 은 33개~36개 정도이며 노선 길이는 약 220km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의 도시교통수단 중 하나인 무궤도전 차는 궤도 없이 찻길로 다니는 전차를 말하며, 북 그림 2. 구형 천리마 86무궤도 전차 한 평양에서 무궤도전차가 운행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5월부터였다. 무궤도전차의 장점은 궤도 전차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으며, 별도의 레일 선 로 건설작업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버스보 다 수송원가가 낮고, 도시 내 대기 환경을 개선 하며, 국내동력자원인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장 점이다. 평양의 무궤도전차 노선은 대략 10여 개 로 추정된다. 북한에서의 궤도전차는 「도시의 도로바닥에 궤 도를 부설하고 그 위를 따라 달리는 열차로서, 전 차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달리는 도시교통 수단의 하나」로 정의되어 있다. 북한은 궤도전차 의 강점으로서 여객수송능력이 매우 높고, 운영비 가 적게 들면서 차량 수명이 길며 공기 오염이 적 다는 접을 들고 있다. 또한 수송공정을 완전자동 화, 원격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평양의 궤도전차 는 1990년 4월에 사동-만경대 구간 20km가 개통 그림 3. 신형 천리마호 무궤도전차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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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3. 철도 평양을 기종점으로 하는 간선철도는 평의선, 평 부선, 평나선, 평남선, 평덕선이 있다. 평양 역은 주로 장거리 특급, 국제여객열차가 운행되고 있 고, 서평양역, 보통강역, 대동강역에서 보통열차 가 도착한다. 평양 시내의 통근 열차로는 간리-승 호리간이 운행되고 있으나, 철도는 평양시의 역내 주 교통수단은 아니다. 4. 수상교통 북한에서는 강하천 운송을 「자연물길(강하천, 호수)과 인공물길(운하, 갑문있는 강하천, 저수지 등)을 이용하여 여객과 짐을 실어 나르는 수상운 수」로 정의하고 있으며, 강하천을 물자 및 여객 수 송에 이용하는 내륙수운을 발전시켜 왔다. 대동강 하류에는 평양 해운사업소, 서해 해운사업소 등이 이 지역의 수상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연안을 따 라서는 남포, 송림, 평양, 평성, 순천을 비롯한 주 요 도시와 기업, 공장이 밀집돼 있다. 북한은 이러 한 내륙수운을 이용해 광석, 건자재, 석탄, 소금 등 을 운반한다. 대동강의 평양지역에는 12개의 수상 여객선 부두가 있으며, 약 10여 개의 수상여객선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평양 도시교통의 현안들 김일성은 1989년 정무원과 평양시 책임일군협 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평양의 시내버스 승차난 문제에 대해 비판하였으며, 소형의 무궤도전차만 으로는 여객수송의 한계가 있어 대형무궤도정차 를 생산할 것을 독려하였다. 평양시 여객수송문 제 해결을 위해 버스 운행대수를 확대하는 방식은 공해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공해가 발생하지 않 는 무궤도전차나 궤도전차의 확대를 강조하였다. 김일성은 1985년 평양시 총계획을 보고받으면 서 평양 시내 평양조차장역으로의 빈번한 화물열 차 통행이 도시 미관에 좋지 않으며, 서평양역의 여객열차와 교행하여 매우 복잡한 현상을 지적한 후, 도시미관을 해치는 평양객화차대의 이설을 지 시하였다. 김일성은 도시의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보다는 도시 미관을 강조하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에 다양한 도시교통해결 책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북한은 평양 시내 지 하철 건설 이후에도 시내버스의 승차난 문제가 지 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출퇴근 시차 출근제도의 검토 이다. 북한은 9시에 출근하여 처리할 사무가 적은 보건부문 등은 10시나 11시에 출근시키는 방안과 시내버스의 증차를 추진하였다. 또한 버스승차 최 소 거리를 2km로 제한하는 조치가 잘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노약자나 여성의 우선 탑승제도나 근거리 통근통학자의 탑승금지 조치 도 제도화하였다. 그림 4. 평양 궤도 전차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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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도시로 읽다JES평양의 도시교통 현재, 평양의 도시교통은 만성적인 전력난과 운 송수단의 노후화, 전시행정적인 도시계획과 교통 시스템과의 연계성 저하로 정시성, 안전성, 쾌적 성, 경제성을 상실하는 등 매우 심각한 중증을 앓 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 전력난으로 정전으로 인 한 차량 운행중단조치가 빈발하며, 지하 100m의 엘리베이터 운행도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 다. 또한 평양을 기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의 경 우, 군작전용차량, 외국인관광객 수송차량, 혁명 전적지 참관 차량, 지역 간 노선버스 이외에는 차 량 운행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평양-남포, 평 양-개성, 평양-향산, 평양-원산 이동 차량은 고속 도로로 대신 1급도로나 시내 도로를 이용해야 하 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양이라는 도시에서의 교통은 주민들의 생활상 편의 증진이 라는 논리보다 국방의 논리, 소위 혁명의 수도로 서의 정치적 논리가 우선되는 한 그 해결책을 모 색한다는 것은 막연한 실정이다. 평양 도시교통의 재건을 위해서는 남북한 간 의 도시교통시설 표준화 및 공동화 작업이 절실하 다. 남북한 간의 도시교통시스템은 지난 70여 년 간 완전히 이질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되었으며, 전 력, 통신, 신호, 차량, 교통안내판까지도 호환할 수 없는 상태이며, 교통용어의 표준화조차 이루어 지지 않았다. 평양의 도시교통시스템 개선을 위한 남북한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며, 북한의 도시교 통 분석을 위한 우리의 학제 간 협동연구 필요성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향후 전망 및 과제 <참고문헌> 안병민(2000), “평양지하철 이모 저모”, 『서울지하철』, 149호,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 장일영(1986), 『도시가로교통』, 고등교육도서출판사. 조선노동당출판사(2010), “평양시의 도시경영사업과 공급사업을 개선할 데 대하여 “ 『김일성전집 88권』 .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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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수요분석 기초자료와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수립 ■ 서울의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Research 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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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오차의 상관관계및원인분석 78 장수은(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이상준(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이상조(환경계획학과 석사과정) 1. 서론 국가교통DB센터는 2003년부터 전국 및 광역권 의 기종점 통행행렬과 교통망 자료로 구성된 국가 교통DB를 제공해오고 있다. 이 국가교통DB를 이 용해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기획재정부)와 타당 성조사(국토교통부)가 수백 건이 수행되었다. 이 중 일부 시설이 개통되어 현재 공용 중이다. 본 연 구는 이들 사업에 대하여 당시 예측교통수요와 현 재의 교통수요를 비교하고 다양한 시사점을 도출 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2010~2011년 개통된 도 로/철도 사업들을 대상으로 교통수요, 교통계획, 토지이용계획, 사회경제지표 예측의 오차 현황을 살펴보고 합리적 교통수요분석을 위한 국가교통 DB의 구축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교통수요예측 오차의 유형 교통수요예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오차의 유형구분 또한 간단하지 않다. 또한 어떤 오차는 하나의 유형으 로 설명하기 힘든 다차원적 특성을 드러내기도 한 다(Mackie and Preston, 1998). 그럼에도 불구 하고 체계적 연구수행을 위해 오차를 유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표 1>와 같이 기초 자료의 불확실성, 모형의 한계, 모델링 과정의 오 류, 관행·기관문화에 의한 편의로 구분할 수 있다 (World Bank, 2005), Committee for Determi- nation of the State of the Practice in Met- ropolitan Area Travel Forecasting, 2007). 이 중 관련 계획의 불확실성, 인구통계적·사회경제적 자료의 신뢰성이 대표적인 오차 원인으로 보고되 고 있다(Flyvbjerg et al., 2006; De Jong et al., 2007). 본 연구에서도 이 두 요인을 중심으로 통행 수요예측의 오차 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기로 한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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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3. 오차 현황 및 원인 분석 <표 2>, <표 3>은 철도와 도로사업의 통행량(교 통수요), 사회경제지표, 관련 계획의 오차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이때 기초자료를 KTDB, 공인자 료, 비공인자료로 분류하였다. KTDB는 국가교통 DB센터에서 배포한 자료를, 공인자료는 국가교통 DB센터 설립 전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개 발연구원(KDI), 서울연구원(SDI) 등에서 배포한 자료를, 비공인자료는 교통수요분석사업 분석가 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자료를 의미한다. 두 표에 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통수요예측의 오차는 도 로사업보다 철도사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이는 해외 관련 연구(예컨대, Flyvbjerg et al. (2006)) 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이다. 사회경제지표의 오 차율은 도로/철도사업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만, 인구통계자료의 오차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 나, 경제활동지표(GRP, 지방세 등)의 오차율은 매 79 표 1. 오차의 유형 및 원인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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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80 1) 괄호 속은 노선연장 가중평균을 산정한 것임. 1) 괄호 속은 노선연장 가중평균을 산정한 것임. 표 3. 도로사업의 오차율 분석 표 2. 철도사업의 오차율 분석 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토지이용계 획, 교통계획의 오차율은 도로/철도사업 모두 매 우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 자료(KTDB, 공인자료, 비공인자료) 별 통행량, 사 회경제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측면의 오차 율의 차이는 오차의 절댓값과 표본 수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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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4. 결론 및 토의 본 연구는 최근(2010, 2011) 개통된 도로/철 도사업을 대상으로 교통량과 교통수요 추정에 적 용된 인구통계적·사회경제적 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자료의 오차율을 분석하고 시사점을 도 출하기 위하여 진행되었다. 이를 위하여 선행연구 등 관련 이론을 검토하고, 교통수요분석 당시의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교통량 등의 예측 치와 실측치의 비교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통수요분석의 오차율은 도로사업보다 철 도사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둘째, 교통수요예 측에 적용되는 독립변수 중 인구통계자료를 제외 한 사회경제지표, 토지이용계획, 교통계획 예측치 의 오차율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러 한 독립변수 예측의 오차가 교통수요분석 오차의 직접적 원인으로 판단된다. 셋째, 기초자료에 따 른 교통수요예측의 오차율은 오차의 절댓값과 표 본 수 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주요 시사점을 정리하 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으로 KTDB 구축을 위한 독립변수의 선정과 적용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인구통계자료의 오차율은 매우 낮 은 반면, GRP 등 경제활동 지표의 오차율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어, 향후 통행발생 모형 구축 시 인구나 가구 수 등 인구통계자료의 적용을 우선적 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활동 변 수의 경우 큰 오차율을 보이고 있는 GRP를 대체·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의 발굴이 필요할 것 이며, 이때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국제 유가 자료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토지 이용계획, 교통계획 등 관련 계획의 오차율이 도 로/철도사업에서 공통적으로 매우 크게 나타나므 로, KTDB 구축 시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하 며 관련 계획의 유형, 규모, 반영시기에 따른 적정 한 반영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유사연구의 계속 수행을 통한 시사 점 도출과 본 연구에서 제시한 4대 오차유형의 근 본적 해결을 위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 와 유사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충분한 표 본 수를 확보한다면 보다 신뢰성 높은 시사점을 도 출할 수 있을 것이며, 필요할 경우 사후평가 보고 서 등의 1차 자료를 심층 검토하여 보다 합리적인 전략적 방향을 도출할 필요도 있다. 비록 본 연구에서는 시간/예산의 제약으로 교통 수요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또한 정량적 분 석이 가능한 기초자료를 중심으로 교통수요분석 의 오차를 분석하였으나, 중장기적으로는 4대 유 형별/유형 간 오차원인분석과 오차의 근본적 해 결을 위한 KTDB의 발전방향을 도출할 필요가 있 을 것으로 사료된다. Acknowledgement 이 내용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발주로 수행된 “국 가교통DB 구축 전후 교통시설 타당성평가의 신뢰 도 연구”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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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교통수요분석기초자료와 통행수요예측 오차의 상관관계 및 원인 분석 82 <참고문헌> Committee for Determination of the State of the Practice in Metropolitan Area Travel Fore- casting(2007), “Metropolitan Travel Forecasting: Current Practice and Future Direction“, Special Report 288, Transportation Research Board. De Jong, G., Daly, A., Pieters, M., Miller, S., Plasmeijer, R. and Hofman, F.(2007), “Uncertainty in traffic forecasts: literature review and new results for The Netherlands”, Transporta- tion, 34, 375-395. Flyvbjerg, B., Skamris Holm, M.K. and Buhl, S.L.(2006), “Inaccuracy in traffic forecasts”, Transport Reviews, 26, 1-24. Mackie, P. and Preston, J.(1998), “Twenty-one sources of error and bias in transport project appraisal”, Transport Policy, 5, 1-7. World Bank(2005), “Treatment of induced traffic”. Transport Notes, Transport Economics, Policy and Poverty Thematic Group.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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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3 아세안4개국의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CLMV의 눈부신 변화와 도시설계 90년대 아시안 금융위기와 최근의 미국발 세 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후발신흥국가 인 CLMV, 즉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 변화의 스펙트럼은 눈부시 다. 베트남은 지난 약 15년간 비약적인 경제 성장 을 이뤄내며 극빈국의 지위를 벗어났다. 아직 1인 당 GDP가 한국의 1/9에 불과하지만, 이 기간 동 안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인구 비율을 약 60%에서 12% 이하로 줄여 나가는데 성공했다. 이미 개발 이 많이 진행된 하노이나 호치민 뿐만 아니라, 중 부 도시의 변화도 놀랍다. 현재 다낭과 호이안 사 이 약 10 km의 해안도로변에는 5성급 호텔과 호 화빌라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베트남을 제외 한 나머지 세 국가는 여전히 최빈국으로 분류된 다. 그럼에도 모터싸이클을 타고 달리는 남녀노소 사이로 도시 변화의 징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 변화의 일부는 한국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는 한국 기 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고급주거단지 ‘Cam-ko( 캄보디아-코리아) city’의 분양 광고를 여기저기 에서 볼 수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종종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나 타난 변화에 비유된다. 소위 ‘국가주도형 자본주 의 (State capitalism)’ 모델이 지난 30여 년간 중 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도시화와 도시개발을 설명 할 수 있다면, CLMV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역할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김세훈 교수 그림 1. 캄보디아의 거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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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4 과 동시에 외부로부터의 영향, 즉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와 해외직접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공여국이다. 2000년대 중반, 중동 국가의 전후복 구 지원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OECD 개발원조 위원회에 가입해 유·무상원조를 제공해 개발도상 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1) 과거 한국전쟁 직후 긴급구호와 식량지원 등 밖 으로부터의 원조에 의존하는 입장에서 개발도상 국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기쁨도 잠시, 과연 해외원조라는 대의명분을 지키 면서도 국익에 보탬이 되려면 어떻게, 누구를 도 와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하 지만 슬기롭게 다른 나라를 도울 방법을 배울 시 간도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 2012년 기준으로 이 미 한국 국민 1인당 약 34,900원을 공적개발원조 에 쓰고 있으며, 이 비율은 향후 2-3년간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 기업과의 합작도 쉽지만은 않다. 이미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도시개발 사 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다수의 국내 건설사와 건축설계사무소도 현지 인건비 상승, 분양실패,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쓴 잔을 마시고 돌아왔다. 낮은 나무가지의 열매, 이미 수확이 끝났다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 등은 오랜 기간 에 걸쳐 해외원조 노하우와 시행착오 경험을 축 적했다. 고속도로, 철도, 발전소, 폐기물 에너지 화 사업에 이르는 도시하부구조 건설사업이 그 경 험의 한 축이었고, 의료지원, 환경개선, 커뮤니티 교육, 그리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공급에 이르 는 사회적 사업이 또 다른 축이었다. 유·무상원조 를 통해 국익창출을 도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 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2007년 말레이시아-캐 나다 조인트 벤처로 매립지의 매립가스를 이용한 발전소 사업이 다낭시에 제안된 바 있다. 생산된 전력을 판매해 순이익 창출을 기대하기보다는, 온 실가스를 감축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이를 다 시 글로벌 탄소시장에 재판매함으로서 사업의 경 제적 타당성을 얻고자 했다. 최근 일본은 일-아세 안 펀드의 지원 하에 ASEAN ESC Model Cities Programme 이름으로 다낭시에서 주거환경 개 선사업을 수행했다. 정부의 환경개선 의지가 비 교적 확고한 두 지구(Chinh Gian Ward, Hoa An Ward)를 친환경 모델도시(Model of Environ 1) Source: http://www.odakorea.go.kr/ 그림 2. 다낭시 Chinh Gian Ward 주거환경개선사업 전과 후 (Source: Chinh Gian Ward Gover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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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5 mentally-friendly City)로 선정하고 폐기물 관 리, 커뮤니티 녹지조성, 마을하천 청소 등이 이루 어졌다. 이렇게 일찍이 원조에 나섰던 국가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실현가능성 높은 사업들을 선점 하고 있다. 적어도 개발원조 시장에서 손이 닿을 만한 높이의 나뭇가지에 열린 열매의 수확철은 저 물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플랜 vs. 주문제작형 도시설계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개발 원조를 활용한 해 외 도시개발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 국은 근-현대화 과정에서 건설 산업의 비중이 컸 고, 현재까지도 많은 수의 건축 및 도시설계 관련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국내 건설 및 도 시개발 시장은 정체 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 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부분적으 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정부와 민간 포함 연간 총 해외 도시개발 수주액은 2010년 처음으로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2) 하지만 수주액 대부분이 산업 설비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적으로는 오일달 러가 풍부한 중동 산유국에서 많은 개발사업이 이 루어졌다. 이렇게 해외 사업의 내용과 공간적 범 위가 단조로울수록 향후 국제정세와 시장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발원조 후발주자로서 국경을 넘어 서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작업은 과연 어 떤 의미가 있을까. 소위 한국의 축적된 도시설계 지식을 마스터플래닝의 형태로 전파하는 것이 가 능할까. 알렌 알슐러(Altshuler, 1965)나 존 프리 드만(Friedmann, 1971) 교수가 비판했듯, 이러 한 마스터플래닝이 한 지역의 성장목표를 몇 가지 합리성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신념의 표현이라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신흥 개발국가에서 바람직한 도시 변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종종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유, 예를 들어 정치적 부 패나 전력난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변화를 가로막 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지원을 약속하는 공여국 의 수와 그 자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수원국 입장 에서는 개발원조 메뉴의 선택폭이 매우 넓어졌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미 많은 도시계획 관련 정보 를 알고 있고, 매년 수많은 해외 전문가들의 자문 을 통해 좋은 도시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왔다. 이 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종종 원조사업의 방향을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언제, 얼마 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확인한다.3) 그럴수록 소 위 “마스터”플랜 혹은 “기본”계획과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추상적인 합리성을 제안하는 도 시설계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당 도시의 정책 결정자, 현지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개발원조 의 내용을 주문 제작하는 도시설계가 필요하지 않 을까. 협의와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면 물론 이상적 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수원국 내에서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사업의 시작 자체가 어 렵다. 그리고 정책 결정자의 요구와 지역 커뮤니티 의 바람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마스터플랜에 내재된 피상적 외부성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내적 갈등 둘 다 도시설계 사업이 실현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된다. 2) 박용규. “도시 수출의 현황과 정책과제.” SERI 경제 포커스. 2011. 11. 8. 3) 김세훈, 김재영, 문형열, 이창주, 정만희, 주문솔, 최승철, 최홍림. 아세안4개국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국외출장 현지전문가 인터뷰. 201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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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6 사회적 도시론 일방적인 마스터플랜과 수요에 따른 주문제작 형 도시라는 두 접근법 사이에 또 다른 도시론이 위 치한다. 그 중 하나는 소위 사회적 도시론이다. 지 역의 수요와 커뮤니티의 바람을 이해하되, 이를 도 시의 완성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점 진적인 도시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리고 가 능한 한 많은 도시의 조각들을 모으고 이어서 개발 의 혜택이 널리 공유될 수 있는 도시모습을 제시한 다. 뉴어버니즘에서부터 랜드스케이프 어버니즘에 이르기까지 온갖 도시론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황 에서 또 다른 도시론을 추가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도시론은 전혀 새롭지 않으며, 현재 여러 도시학자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논의 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 Peter Rowe 교수가 90년 대에 미국 도시의 나아갈 바를 고민하며 만든 개념 인 “미들 랜드스케이프(Middle Landscape),” 도 시에서의 분배·다양성·민주주의 가치를 다룬 Su- san Fainstein 교수의 “정당한 도시(Just City),” MIT Brent Ryan 교수의 “축소도시와 사회적 도시 론(Social Urbanism in shrinking cities),” 그리 고 홍콩대학 Mee Kam Ng 교수의 “위대한 도시론 (World city vs. Great city)”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논의들은 도시역사, 정치학, 도시계획 등 서로 조금씩 다른 학문적 뿌리를 바탕으로 성장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 그 하나는 전통적인 도시설계의 핵심 소재인 물 적 환경, 즉 건축물, 가로, 도시블럭, 오픈스페이 스, 역사환경, 도시다양성에 대한 재발견이다. 이 는 물적 환경의 효과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잘 계 획되고 만들어진 물적 환경이 긍정적인 사회적 변 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른 하나는 도 시설계를 통해 한 지역에서 겪고 있는 복합적인 사 회·환경·정치적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지 만, 점진적이고 탈중심적으로 도시문제를 완화하 고 치유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Fain- stein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물적환경을 다루는 도시설계의 “반혁명적 개혁성(Non-reformist reform)”에 대한 신뢰가 사회적 도시론의 근간 을 이룬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도시론과 관련하여 다음 과 같은 내용의 도시설계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만성적인 전력난과 폭증하는 도시·농촌 폐 기물의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놈펜 에서는 유기성 폐자원을 에너지화하는 사업, 그 리고 그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매립지에서 일하 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주거시설 및 고용 창출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물론 폐자원 에너지 화 사업 자체는 불법적 산림 벌목을 통해 취사용 연료를 판매하고 있는 민간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경제적 타당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 는 대규모 산림 파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그 제조와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취 사용 연료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일은 시급하다. 더욱이 매립지 안팎에서 재활용품을 주워서 생 활을 꾸려가고 있는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의 비 그림 3. SOM이 제안한 다낭 도시 마스터플랜 (Source: 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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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아세안4개국의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87 전과 주거환경, 그리고 젊은 세대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제시할 수 있다. 이미 국제적 관광도시로 성장한 베트남 다낭은 프놈펜에 비해 폐자원 에 너지화에 대한 요구가 비교적 낮다. 도시미관 증 진 및 생활폐기물 관리에 대한 정부와 주민의 의 식 수준은 높다. 따라서 한 곳의 주거단지를 도시 환경 개선과 환경교육 실천의 모델 지구로 선정 하고 관광·문화·교육의 거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지역사회를 바꾸 어 나갈 수 있을지는 물론 불확실하다. 하지 만 많은 신흥개발도상국에서 손에 닿는 열매 의 수확이 끝났다고 탄식하며 돌아설 필요가 없 다. 도시공간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걷히고, 도시의 사회성과 물적 환경의 복잡미 묘하지만 아름다운 관계를 목격할 수 있는 최 적의 수확철이 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Acknowledgement 본 원고는 국립환경공단에서 발주한 “아세안4개 국 저탄소 자원순환형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수립 (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작성되었다. 참여연구진으로 서울대 건 설환경공학부 김재영 교수 (PI), 주문솔 박사, 농업 생명과학대학 최홍림 교수, 환경대학원 김세훈 교 수, 원세형 박사과정, ㈜싱크나우 고윤화 소장, 최 승철 박사 등이 있으며, 도시설계 분야에서는 JOY architecture 윤정원 소장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림 4. 두바이 Madinat Al Soor 프로젝트 제안 (Source: RMJM+윤정원) <참고문헌> Altshuler, Alan. “The Goals of Comprehen sive Planning.” Journal of the American Institute of Planners, 31, 3 (1965): 186- 195. Fainstein, Susan S. The Just City.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10. Friedmann, John. “The Future of Compre hensive Urban Planning: A Critique.” Public Administration Review, 31, 3 (1971): 315-26. Ng, Mee Kam. “World-City formation under an executive-led government: The Politics of Harbour Reclamation in Hong Kong.” Town Planning Review, 77, 3 (2006): 311-337. Rowe, Peter G. Making a Middle Landscape. Cambridge, MA: MIT Press, 1991. Ryan, Brent D. Design after Decline: How America Rebuilds Shrinking Cities.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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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88 서울의장수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이희연(환경대학원 교수)· 심재헌(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노승철(농촌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1. 서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이므로 장수인들은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동안 장수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의학 및 보건학 분야에서 장수(longevity)를 위한 생물학 적 요인이나 자연‧사회환경 요인들을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최근 들어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지공간 확충, 보행환경 조성, 대기오염 저감 등 건강한 도시환경 구축을 위한 도시계획적 차원에 서의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초고령 인구(85세 이상 인 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 촌을 대상으로 장수인이나 장수 마을에 초점을 둔 연구들은 활발히 이루어진 반면에 도시를 대상으 로 한 장수 커뮤니티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편이 다. 이는 자연과 접할 기회가 많고, 환경오염이 적 은 농촌에서 거주하는 장수인들이 많았기 때문이 며, 따라서 장수를 위한 환경 요인들도 주로 농촌 을 대상으로 규명되어왔다. 따라서 향후 초고령 화 사회에 대비하여 건강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 기 위해서 초고령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도 시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 한 배경하에서 본 연구는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 패턴 및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목 적을 두었다. 장수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수도(longevity degree)와 장수 커 뮤니티를 어떻게 정의하는 가이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65세 이상 인구에 대한 8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장수도를 측정하는 기 준으로 삼았다. 또한 장수도 20%(노인 인구 5명당 1명 이상이 85세 이상임)를 기준으로 장수 커뮤니 티를 추출하였다. 장수도의 공간패턴 분석이나 장 수 커뮤니티를 추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관건이 되 는 것은 분석 단위가 되는 공간단위(spatial unit)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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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라고 볼 수 있다. 보다 등질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농촌과는 달리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공간단 위에 따라 이질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장수도도 민감하게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초고령 자들의 활동반경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장 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기 위한 공간단위로 집계구 를 분석 단위로 하였다. 귀납적 접근방법인 탐색 적 데이터 분석(EDA: exploring data analysis) 방법을 도입하여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그 특 성을 파악하였다. 2. 서울시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 패턴 분석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기 위해 2010년 서울시 총 16,471개 센서스 집계구를 단위로 하여, 85세 89 그림 1. 85세 이상 인구분포를 나타낸 점묘도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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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이상 초고령자의 공간분포를 <그림 1>과 같이 점 묘도(dot map)로 시각화하였다. 1점이 1명의 초 고령자를 나타내는 세 시기별 분포특성을 비교해 보면 지난 10년 동안 초고령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서울시 전역으로 분산되어 거주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점묘도로 초고령자의 분포를 나 타내는 경우 시각적으로 공간분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로 장수 커뮤니티가 군집 또는 분산되어 나타나는가에 대한 공간패턴을 파악하 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귀납적인 접근방법인 공간 클러스터링 방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각 집 계구별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중 초고령자의 비율을 상대화시켰다. 즉, 각 집계구의 장수도가 서울 전체 평균에 비해 얼마나 상대적으로 더 특 화되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LQ 지수를 활용하였 다. 이는 집계구의 크기나 인구수에 따라 절대적 인 노인 인구가 매우 작을 경우 장수도가 왜곡될 90 그림 2. 장수도의 시계열적 클러스터 패턴 변화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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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수 있기 때문이다(집계구 크기에 따른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의 차이를 보정함). 장수도 LQ 지수를 사용하여 ArcGIS의 핫스팟 (hot spot)기법을 활용하여 장수 클러스터를 추 출하였다. 핫스팟 분석기법은 주변 지역을 고려하여 클러스 터링 지구를 탐색하는 방법으로, 통계적으로 유의 미한 핫스팟이 되기 위해서는 각 집계구의 속성값 도 높아야 하지만 주변 집계구도 높은 값을 가져 야만 군집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통계는 값으로 산출되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각 집계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양의 값(예: )을 가지며 주변지역 도 높은 값으로 밀집되어 있는 지역들을 핫스팟으 로 추출해낸다. 반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 은 음의 값(예: )을 갖는 집계구들이 밀집되어 군 집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콜드스팟으로 추출해낸 다(그림 2 참조). 본 연구에서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 장 수도가 높은 클러스터 패턴이 점점 특정 장소에 서 더 강화되어 나타나는지 또는 그 주변지역으 로 확산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다른 장수 클러스 터가 형성되는가를 파악하였다. 즉, 장수 클러스 터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적 고착성을 살펴보 기 위해서 <그림 3>와 같이 값이 2 이상을 나타내 는 집계구를 시기별로 중첩하였다. 2000년, 2005 년, 2010년 세 시점 모두에서 값이 2 이상을 나타 낸 집계구는 총 19개동에서 210개 집계구로 나타 났다. 이 집계구들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장수도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장수도가 공간 적으로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수도의 공 간 클러스터 패턴을 종합해 보면 장수도가 높은 클러스터는 점차적으로 기존 지역에서 주변지역 으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장수도가 높 은 새로운 클러스터도 형성되고 있다. 또한 기존 의 장수도가 높은 지구는 여전히 오랜 시간이 지 나도 높은 장수도를 보이는 공간적 고착화 현상도 나타남을 엿볼 수 있다. 3.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 분석 본 연구에서는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2010년을 대상으로 장수도 20%(고령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85세 이상)를 기준 지표로 하여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한 후, 추 출된 장수 커뮤니티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주 택 특성을 파악하였다. 2010년 서울시에서 장수 도 20% 이상을 보이고 있는 집계구 수는 총 138 개로 나타났다(그림 4 참조). 본 연구에서는 장수 도가 20% 이상인 138개 장수 커뮤니티와 장수도 가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집계구(67개)와 서울 시 전체와 각 특성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장수 커 뮤니티의 평균 교육수준이 서울시 평균이나 장수 도가 낮은 집계구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평 균 교육연수 뿐만 아니라 대졸비율도 장수 커뮤니 티가 가장 높게 나타나서 장수인들이 밀집하여 거 주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음을 말해준다. 장수 커뮤니티가 자가율이 91 그림 3. 장수도가 높은 집계구의 공간적 고착성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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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상대적으로 더 높고 동거세대 비율이 높은 것으 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종합해보면 장수인들이 밀집하여 사는 장수 커뮤니티는 상대 적으로 고학력이며,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 께 거주하는 비율이 높고,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서울을 대상으로 하여 장수도의 시‧공 간적 변화와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패턴 및 그 특 성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서울시 내에서 장수 커뮤니티는 공간적으로 클러스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수도가 높은 핫스팟 클 러스터와 장수도가 낮은 콜드스팟 클러스터가 매 우 대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장수도가 매우 높은 특정 클러스터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장수도 가 높게 나타나는 공간적 고착화 경향까지 보여 주고 있다.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장수도 가 20% 이상인 집계구를 장수 커뮤니티로 추출하 여 그 특성을 파악한 결과 장수 커뮤니티는 다른 집계구들에 비해 교육수준이 매우 높으며 경제수 준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수 커뮤니 티의 경우 자가의 아파트 거주비율이 높게 나타나 는 가운데 가족과 동거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 게 나타났다. 장수 커뮤니티의 교육수준이 상대적 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해석 92 표 1. 장수도가 20% 이상인 장수 커뮤니티의 특성 비교 (단위: 년, %) 그림 4. 장수도 20% 이상인 장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65세 노인 10명당 85세 인구수를 나타낸 도형도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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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서울의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와 특성 분석 될 수 있다. 교육수준은 장수에 영향을 미치는 직 접적인 요인이기보다는 장수 커뮤니티에 거주하 는 교육수준이 높은 초고령자일수록 건강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고, 따라서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 으며, 아마도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 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로의 접근성도 높아 전반적 으로 장수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장수인에 대한 표본추출을 통한 설 문조사에 의존하는 경우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 고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패턴 변화를 파악하기 매 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도시를 대상으로 가 장 작은 공간단위인 집계구를 분석단위로 하였다. 또한 전수조사 데이터를 이용한 탐색적 접근방법 을 통해 장수 커뮤니티를 추출하고 장수 커뮤니티 의 시‧공간적 변화 및 그 특성을 파악하였다는 점 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 다. 첫째, 노인 인구에 대한 건강, 복지 서비스 공 급은 고령인구와 초고령 인구, 그리고 성별에 따 른 수요를 고려하여 차별화되어야 한다. 특히 장 수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복지, 주거 서비스 수 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변에서 쉽게 이용할 수 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공급 하기 위한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져 야 한다. 장수인들이 밀집해있는 장수 커뮤니티 에 공동 거주시설과 공동 의료시설, 공동건강돌 봄서비스(운동이나 여가 프로그램)를 동시에 제공 해주는 복합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 요가 있다. 둘째, 도시에서 초고령자의 수가 증가하고 장수 인이 늘어나면서 자연환경 보다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공공 서비스 제공 및 접근성 등이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 시 차원에서 장수 커뮤니티의 공간 분포나 시계열 적인 공간패턴 특성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 에 미시적인 차원에서 어떠한 도시 환경이 장수인 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밝혀지지 못 한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장수 커뮤니티에 거주 하는 장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적인 설문조사 나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주변의 도시환경이 장수 인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후속적 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Acknowledgement 이 내용은 “서울의 장수도의 시공간적 변화와 장 수 커뮤니티의 특성 분석”(서울도시연구, 13(4), 53-72, 2012)의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93 <참고문헌> 박삼옥 외(2007), 『한국의 장수인과 장수지역 –변화 와 대응』, 서울대학교 출판부. Berg, A. I., Hassing, L. B., Mcclearn, G. E., and Johansson, B.(2006), “What matters for life satisfaction in the oldest-old?”, Aging and Mental Health, 10(3): 257-264. Menec, V. H., Shooshtari, S., Nowicki, S. and Fournier, S.(2010), “Does the relationship between neighborhood socioeconomic sta- tus and health outcomes persist into very old age? A population-based study”, Journal of Aging and Health, 22(1): 27-47. Takano, T., Nakamura, K., and Watanabe, M.(2002), “Urban residential environments and senior citizen’s longevity in megacity areas: the importance of walkable green spaces”,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 munity Health, 56(12): 913-918.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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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4 박사학위 논문 요지 석사학위논문 목록 2013년8월환경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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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5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서식지 연결성의 네트워크 분석: 도시 산림성 조류와 산림 파편화된 경관에서 서식지 연결성을 평가하고 유지하는 것은 생물종 보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 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물종 다양성과 관련되어 있는 연결성 정도가 얼마인지, 서식지 연결성이 종 전파와 유전자 흐름과 같은 생태과정을 유지시 킬 수 있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충 분히 검토하지 못했다. 이 연구에서는 서식지 연결성이 생물 군집의 다 양성과 이동뿐만 아니라,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 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산림성 조류 와 포유동물 군집, 음나무 개체군을 연구 대상으 로 하였다. 산림성 조류는 이동성에 제한을 덜 받 지만, 포유동물의 이동성은 도로 등에 큰 제한을 받고, 반면 음나무 개체군의 이동은 종자전파 조 류종 또는 수분매개 곤충에 의해 가능하다. 이들 생물종은 육상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대표하며, 생태계 서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보전 가치 가 높지만, 도시화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존 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생물종별 서식지 특성을 고려하면서 다양한 공 간규모에서의 서식지 연결성이 종 분포와 이동,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그래 프 이론에 기반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들이 다 변량 통계기법과 함께 적용되었다. 첫째, 서울시 와 인근 주변도시에서 산림성 조류종 분포와 서식 지 환경조사를 통해 서식지 구조와 연결성, 인간 간섭이 조류 다양성과 길드별 서식지 선택에 끼치 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둘째, 산림보전지역을 대 상으로 도로가 차단하는 연결성 정도와 주변 지 형경관의 특징 등이 소․중․대형 포유동물 군집들 의 로드킬 발생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히고 자 하였다. 셋째, 기후와 지형 등 다양한 공간환경 변수를 이용하여 음나무 서식지를 도출하고, 서식 지 연결성이 개체군 간 유전자 흐름, 유전적 다양 성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중공간 규모에 서 분석하였다. 세 가지 네트워크 분석 연구들을 통해 생물다양 성 보전과 환경계획 수립에 있어 중요한 경관 생 태적 함의를 얻을 수 있었다. 산림성 조류군집과 포유동물, 음나무 개체군은 이동능력과 전파특징 이 각각 다르지만, 종 또는 군집의 서식지 선호도 와 이동능력에 따른 공간규모를 고려하여 도출된 서식지 연결성이 이들 생물들의 분포와 이동, 유 전자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로 밝혀졌다. 이는 경관이 생물종의 서식지 간 이동과 전파, 또 는 유전자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정도 를 정량화는 것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그래프 이 론에 기반한 네트워크 분석 방법론들이 경관 연결 성과 메타 개체군과 같은 생태적 과정 연구에 있 어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식 지 파편화와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다중공간 규모에서 서식지 연 결성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강완모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전공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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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6 영국 도시재생의 정책의제화 연구: 1960~80년대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에서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급증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의 도시재생 정책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국가와 도시의 역사적․사회적․문화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와 정책 연구는 의미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영국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이 정책 의제화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영국 도시재생정책 변화 과정과 시대별 특징 분석, 도시재생의 정책 의제화 배경, 그리고 정책의제화 요인을 분석하여 한국 도시재생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영국 도시재생정책은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 을 가진다. 1960년 말 도입된 도심지역정책은 사 회문제해결이 목적이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 원을 추진하였다. 70년대 말에는 백서 Policy for the Inner Cities 발간과 도심지역법 제정을 통해 도시쇠퇴문제를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고, 이는 영국 도시재생정책이 변화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1979년 대처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장주도형 도시재생정책 이 등장하였고 이 과정에서 민간부문 투자 유도와 비정부공공기구의 등장이라는 변화를 겪게 된다. 정책도입배경을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도시쇠 퇴 측면에서 살펴보면 당시 영국 대도시들은 심각 한 인구 감소 문제와 인구 감소의 공간적 계층적 편 중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제조업 쇠퇴는 실업을 증 가시켰고 실업은 다른 사회문제들과 결합하여 더 큰 도시문제를 형성하였고,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점점 노후화되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은 도시 쇠퇴문제가 도심에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도시쇠 퇴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할 주요 의제 로 부상하였다. 마지막은 정책의제화 요인에 대한 분석이다. 1960년대 초에 발간된 보고서들은 도심지역문 제해결을 촉구하였고, 1958년의 노팅힐 폭동과 1968년 에녹 파울의 ‘피의 강물’연설은 인종 갈등 을 최정점으로 끌어올려 정부는 반이민자 열풍을 잠재울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또한 빈곤, 지방정 부와의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관료와 정 치가의 주도하에 도시재생정책이 추진되기 시작 한다. 한국에서는 영국과 같은 도시쇠퇴 과정과 징후를 경험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 어지지 않고 있다. 물리적으로 노후한 지역의 정비 방안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물리적 쇠퇴가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혹은 경제적 빈곤문제로 인한 사회병 리현상들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 하다. 특히 영국 등 서구국가에서 큰 문제를 유발 한 인종 문제를 배제한다면, 한국의 경우 도시쇠퇴 가 사회이탈현상과 결합한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각국의 상황과 도시 성장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쇠퇴 양상도 다르고 당연히 도시재생에 접근 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다만, 영국 도시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우리가 겪는 문 제에 해결 방법을 찾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 으로 한국형 도시재생정책 수립을 위해서 한국 도 시변화과정에 고찰을 통해 한국도시 쇠퇴 원인과 양상을 찾는 것은 본격적인 도시정책추진에 앞서 시급한 일이다. 김예성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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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7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의 변천과 특성 한국에서는 선진국과는 달리 부동산 개발에 있 어 대형 전문 디벨로퍼가 부재하고 건설회사가 주 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오 늘날 한국에서 부동산 개발산업이 제대로 확립되 지 못한 이유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실 물시장과 자본시장, 정부개입 간의 상호작용에 초 점을 맞추어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의 사회경제적 시대배경을 고찰하고, 오늘날의 개발산업 특성을 형성한 요인을 살펴보았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은 ’60~ ’70년 대 박정희 대통령 독재정권 하에 경제 성장 추구 와 급격한 도시인구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되 었으며, 이는 한국 부동산 개발산업 특성을 결정 짓는 토대를 형성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물시장에서의 초과수요 및 정부 개입은 디벨로퍼의 역할 감소를 초래하였다. 급격한 도 시화에 따른 도시인구 급증은 만성적인 주택 부족 을 야기하였으며, 이에 한국 정부는 토지 공급의 독점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한편, 정부는 신규 로 공급되는 주택 가격을 규제함에 따라 디벨로퍼 의 기업가적 자유(entrepreneurship) 또한 제한 하였다. 결국 이러한 배경하에서 디벨로퍼의 이익 극대화 전략은 양적 극대화와 및 비용 최소화였 다. 이에 따라 개발과 건설을 동시에 담당하고 주 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건설회사가 부동산 개 발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되었다. 둘째, 높은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대단지 아파트 건설과 자본시장에서의 여신 제한은 개발을 착수 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벨로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였다. 아파트 건설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과 실물시장에서의 초과수요는 시 장 플레어들로 하여금 집약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아파트 건설을 촉진시켰으나 자본시장에서 부동 산으로의 자금유입이 억제됨에 따라 개발에 필요 한 자금조달이 제한되었다. 결과적으로 디벨로퍼 는 상당한 자기자본 투입이 필요로 하였다. 이와 같은 디벨로퍼의 역할 감소와 막대한 자기 자본의 요구는 전문 부동산 개발회사의 출현을 제 한시켰다. 낮은 시장 위험과 인허가 위험은 대형 건설회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사업에 뛰어들 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들은 자금력과 대 량 건설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부동산 개발산업 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발휘하게 되었다. 향후 한국이 안정화된 경제 및 인구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디벨로퍼의 재무 건전성은 물론 개발 의 ‘가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기업가적 자유가 더욱 중요시 되고 이를 보유한 디벨로퍼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조 짐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나 전환이 이루어지기까 지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정 (환경계획학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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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8 Essays on Climate Change Comput- able General Equilibrium Models 본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정책분석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연산가능일반균형 (computable general equilibrium; CGE) 모형의 문제점들에 대해 고찰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 중 하나로서 다 변량 분포 접근법을 대안적인 생산함수 기술 방법 으로 제안하며 실제 응용가능성을 평가한다. 이 연구의 첫 부분에서는, 우선 널리 쓰이는 글 로벌 CGE 모형 세 가지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모형 마다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결과를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서 생산함수 구조를 우선적으로 선정 한다. 생산함수 구조의 변화가 모형의 예측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한다. 먼저 어느 한 CGE 모형의 중첩 고정대체탄력성 (constant elasticity of substi- tution; CES) 함수 구조를 다른 모형의 함수 구조 로 변환하였을 때의 예측결과의 변화를 살펴본다. 또한 다른 실험에서는 상향식 모형의 특징을 반영 하기 위해 고정 요소투입 구조를 부분적으로 적용 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실험 결과는 이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량 및 탄소 가격의 예측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 대해 국 내총생산 감소가 함수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제 정책 수립에 CGE모 형 예측 결과를 반영할 경우 예측치의 신뢰성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데이터 세분화 적용과 함께 한계저감비용이 산정되는 경우의 글로벌 CGE 모 형의 설명력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다. 탄소가격을 지역별로 산정한 결과 자본의 기여도가 특히 높은 몇몇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통념과 다르게 높은 수 준의 탄소가격이 나타남을 보인다. 실증 자료와 간 단한 수식 모형을 통해 이러한 이상현상은 단위 탄 소발생량 당 자본집중도와 탄소가격 간 정비례 관 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CGE 모형에서 널 리 쓰이는 함수형태인 CES 함수를 대상으로 한 수 치분석 결과 탄소가격의 이상현상은 CES 함수의 비례모수와 관련이 있다. 마지막 세번째 부분에서는, 에너지 관련 생산함 수 기술의 대안적 방법으로 다변량 분포 방법이 시 도된다. 총생산함수의 미시적 기초에 대한 이론적 연구들에 의하면 미시적 생산기술에 대해 특정 통 계 분포가 가정될 경우 미시적 정보의 집합은 특정 한 형태의 총생산함수로 변환될 수 있다. 이를 실 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한국의 에너 지 다소비 제조업 부문의 실제 데이터에 나타난 통 계 분포의 특성들을 살펴본다. 또한 실제 시뮬레이 션을 할 때 다변량 결합 분포함수에 담긴 미시적 상관성 정보를 편리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코풀라 (copula) 라고 하는 통계적 수단을 도입하고 그 효 용성에 대해 살펴본다. 코풀라의 기본 이론에 대해 소개한 후 실제 데이터에 의해 추정된 코풀라 모형 의 설명력에 대해 분석한다. 그 결과 코풀라는 이 질적인 미시적 정보를 성공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 을 확인한다. 아울러 분포 접근법이 적용된 새로운 형태의 CGE 모형이 소개된다. 이 모형에서는 레온 티에프 함수 형태의 개별 생산함수들의 총합이 기 존에 사용되던 총생산함수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 결과 새로운 모형은 과거 데이터의 영향을 제거할 수 있고 예측결과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김창훈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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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99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과 이산화탄소 배출구조 분석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가구부문은 재화와 서비 스의 최종소비자로써 직·간접적으로 대부분의 에 너지 소비와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을 도출하고, 그로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구조 분석 에 목적을 두었다. 먼저 이론 및 선행연구 고찰을 통해 가구의 에너지 소비요인을 도출하고 각 요인 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 소 배출구조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국내 81개 도 시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석유·도시가스, 전 력, 자가용에너지 소비로 구분하고, 에너지소비 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구조를 PLS-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가구부문의 에너지 소비요인으로 선 정된 6개 요인들은(가구, 주택, 교통기반시설, 자 가용이용, 도시유형, 도시특성 등) 직·간접적으로 에너지 소비와 에너지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에너지원에 따라 각 요인의 영향력과 효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의 난방에너지로 사용되는 석유·도시가스는 주택의 물리적 성능(주택유형과 노후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가구특성( 소득, 연령, 가구규모)은 전력소비에 큰 영향을 미 치고 있다. 한편 자가용의 보유 및 이용 그리고 도 시의 대중교통보급수준은 가구부문의 자가용 에 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구특성과 도시유형은 석유· 도시가스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이지만 전 력과 자가용에 의한 배출량은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여 사회적 변화들이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 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 을 보여준다. 한편 도시의 형태, 밀도, 공간구조와 같은 도시 특성들은 가구, 주택, 기반시설 등을 통해 가구부 문의 모든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간접 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 안 도시특성이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 이는데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또한 도시특성 의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인구의 사회·경제적 구 성과 물리적 기반시설에 따라 도시특성이 가구부 문의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 향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 라서 가구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는 도시의 인구·사회·물리적 특성을 고려한 저 탄소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특성이 이산 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간접적으로 나타나며 영향력의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 적인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에너지 소비를 에너지원별로 세분화 하여 에너지 소비요인들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미 치는 다양한 경로의 직·간접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 혔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구조를 분석하는 방법 론으로 PLS-구조방정식을 소개하고 그 유용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갖는다. 노승철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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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0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상호작용에 관한 실증분석 본 연구는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상호관계 에 관한 이론적 매커니즘을 밝히고 그에 기초하 여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를 위해 본 연구는 지역단위로 세분화된 주택시 장의 특성과 가격규제 정책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을 시·군·구의 공간단위와 규제자율기로 한정하고 주택시장의 공급자 가격결정요인과 대 체시장간 가격경쟁 및 교차탄력성에 관한 기존연 구를 이용하여 분석모형과 분석틀을 설정하였다. 실증분석은 고정효과 2단계 최소자승법을 이용하 고 상대규모(=분양물량/재고거래량)와 주택시장 의 구조변화를 중심으로 분석대상을 분양우위시 장과 재고우위시장, 가격상승기와 가격안정기로 구분하여 총 4개 그룹에 대해 수행하였다. 그룹별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군·구 의 지역주택시장에서 분양과 재고 아파트가격의 대체관계가 존재한다. 둘째, 재고가의 영향력은 분양우위시장 보다 재고우위시장에서 높고, 반대 로 분양가의 영향력은 재고우위시장 보다 분양우 위시장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규모가 분양 과 재고 가격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기준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전체그룹의 재고가의 영향력 이 분양가의 영향력 보다 높은 결과에 따르면 건 설사는 재고 호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택공급 자들의 가격 적절성의 판단 기준으로서 재고가격 이 더 유용한 정보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넷째, 교차가격효과가 대칭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상대 규모의 균형점은 0.73보다 더 큰 구간에 있을 것 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가격상승기 보다 가격안 정기의 재고가 영향력이 3배(=5.42/1.85)정도 높 게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가격이 안정적일 때 가 격의 기준점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 섯째, 보급률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 급규모가 낮은 부분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즉 각 부분시장의 주택가격이 매매 주택의 총재고가 아닌 각 부분시장의 공급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일곱째, 각 부분시장 의 가격은 상호 대체시장 가격의 영향을 가장 크 게 받지만 분양가는 전매제한규제와 공사비, 재고 가는 대출금리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시사점을 다음과 같다. 주택정책은 전 국 및 광역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지역단위 로 검토되어야 한다. 주택가격 정책은 재고주택을 기준으로 마련되어야 하지만, 부분시장의 가격정 책은 통합적이기 보다는 부분시장의 수급측면에 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분양과 재고의 가격 문제는 각 부분시장의 공급측면에서 접근하 여야 한다. 분양가 규제 대상은 「주택법」에 따라 일괄적으로 20호 이상에 적용되기 보다는 사전적 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예상되는 특정 지역과 시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양가에 대한 정책은 직접적인 가격 규제 제도를 선택하기 보다는 전매 및 청약제도를 개선하여 투기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건설사의 분양가 상승 유인을 낮추는 비용개선 방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박은숙 (도시계획학 박사)
  • 101.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1 인구변동 불확실성과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결정 본 연구의 목적은 인구변동의 불확실성, 거주 민의 삶의 질 변화, 사회간접자본투자의 옵션특 성 등을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투자결정과정 에 명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이론 틀을 구성하 고 이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론의 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의사결정모형의 도출과 정은 동적계획법과 실물옵션이론을 활용한다. 모 형의 구조는 ‘투자하지 않을 때 기대되는 순효용 과 옵션(투자기회보유)가치의 합’이 ‘투자할 때 기 대되는 순효용’과 같아질 때의 인구수(임계인구 수)를 도출하여, 이를 투자시점의 실제 인구수와 비교해 투자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사회 간접자본 투자의사결정모형의 임계인구수는 인 구변동성, 인구성장률, 투자규모 등과 비례관계 를 보이고 효용변화, 개인소득 등과 반비례 관계 를 보인다. 투자기회를 보유하는 것의 가치(옵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다름에 따른 결과이다. 옵 션가치가 클수록 투자에 신중해야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 지방정부의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능성․투자시기 등을 살펴 보았다. 먼저 투자규모를 지방정부 사회간접자본스톡의 2%와 1% 수준으로 가정해 모의실험을 진행하였 다. 예를 들어, 2%를 투자할 경우 수도권은 임계 인구수에 실제 인구수가 도달하는데 약 8~10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은 투자를 지속하 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2013년, 2014 년 이후의 투자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 고, 경기는 2020년까지의 투자를 3~5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TX 투자에 대한 모의실험 결과, 사업비 전액 을 지방정부가 부담할 경우 향후 수도권의 성장이 임계인구수에 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 업비의 약10%를 수도권 지방정부가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경까지 3․4년 간격으로 실제인 구수가 임계인구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 만 수도권 전체가 감당해야할 사회간접자본투자 가 GTX 사업만은 아니므로, GTX 사업투자에 수 도권 사회간접자본투자 총량과 효용개선정도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투자는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고 일단 결정되어 추진되면 되돌리기 어려우며, 투 자추진과정에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투자 결정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 크다. 일례 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수요의 바탕이며 재원의 근원인 인구수는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변한 다. 따라서 투자를 계획하는 시점에서, 사회간접 자본 확충이 완료된 후의 인구를 예측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회간 접자본에 대한 투자가능성을 보유하는 것의 가치 (옵션가치)는 클 수밖에 없으며, 투자결정과정에 반드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사회간접자본투자결 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본 연구의 수리모형은 전 통적 방법에 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신중히 추 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준혁 (도시계획학 박사)
  • 102.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2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배출량 산정을 위한 전과정모형 개발과 평가 90년대 후반에 자연수계 내에서 의약물질의 검 출이 보고된 이후로 환경 중 의약물질에 관한 연 구가 급증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지표수에서 의 약물질의 검출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의약물질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이 관찰되 는 것은 상당한 우려를 일으킨다. 환경 중 의약 물질들은 대체로 ppt(part per trillion) 수준으 로 검출되고 있는데, 의약물질은 그 속성상 낮은 농도에서 생체에 영향을 주도록 고안된 물질이어 서 낮은 농도라도 만성으로 노출될 경우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러 의약물질이 혼합 된 상태에서는 복합적인 영향을 나타낼 수도 있는 바, 명확한 유해성의 규명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라 도 사전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한 사전예방적 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는 특정한 지역 및 특정한 의약물질에 대한 단편 적인 정보가 아닌, 적어도 국가 수준의 지역 범위 내에서 모든 의약물질에 대한 배출량 및 환경 농 도의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 차원에서 복 용, 배설, 폐기되는 인체의약물질에 대하여 전체 총량은 물론, 각 인체의약물질 별, 배출경로 별 배 출량을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한, 방대한 범위의 물리화학적, 생리학적 성질을 가지는 물질군을 형성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인 체의약물질들의 농도를 일일이 측정하는 것은 현 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환경적 관점에서 인체의약물질의 관리 방안을 수립함에 있어서 인체의약물질 별 생산량 과 같이 인체의약물질이 환경 중으로 배출되기 이 전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체의약물질 별 환경 배 출량 및 농도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의약물질의 공급부터 지표수 배 출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포괄하는 새로운 배 출량 산정 모형을 개발하였다. 연구의 주요 과정 및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체의약물질의 생 애주기를 생산/수입, 유통, 회수/폐기, 처리/배 출 등 7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행위 주체들 및 주요 거점 사이에서 인체의약물질의 흐름을 정 량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하여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량 산정 모형을 개발하였다. 둘째, 배 출량 산정 모형에 사용되는 변수들 각각에 있어서 가능한 범위를 지정하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을 수행하여, 모형 예측값의 분포에 강하게 영향 을 미치는 변수들을 식별하고 그 영향을 정량적으 로 평가하였다. 셋째, 10가지 인체의약물질을 선 정하여 본 모형을 적용한 지표수 배출량을 산정 하고, 각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량 분포로 부터 예측환경농도를 산정, 기존 문헌에서 보고 된 해당 인체의약물질의 측정환경농도와 비교함 으로써,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배출량 산정 모형 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넷째, 환경 배출량 정보로부터 국내 환경에 적합한 예측환경농도를 산정하기 위하여, SimpleBox 모형을 기반으로 Modified SimpleBox 모형을 개발하였다. 마지 막으로, 인체의약물질을 속성에 따라 분류하고, 가상의 관리 기준을 초과하는 그룹을 식별, 해당 그룹 내 인체의약물질의 지표수 배출 수준을 통제 하기 위한 관리 방안을 모색하였다. 한은정 (공학 박사)
  • 103.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3 아파트 조경 설계의 변화와 특성 연구· 수도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국의 아파트는 1962년 마포아파트 단지의 건 설 이후 약 50 여년의 시간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 을 이루어왔다. 아파트의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 경 설계 역시 아파트의 역사와 그 궤도를 함께 하 며 다양한 시대의 요구에 따른 양적·질적인 성장 을 도모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아파트 조경 설계의 사회적 요구와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과 이 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설계의 표현 방법에 대한 진단이다. 이는 현재 아파트 조경 설계의 모습과 특성을 파악하게 하며 미래 사회에 대한 가치와 의 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선 아파트 조경 설계의 공간적 범위를 크게 건 물/구조물, 녹지, 동선, 이용 공간의 네 가지로 분 류하고, 이를 조경 설계의 공간 구성 요소로 보았 다. 또한 지난 50년을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 따 라 중요한 변곡점을 기준으로 여섯 개의 시대로 구분하고, 각 시대별 주요 아파트를 선정하여 이 를 분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상의 공간적·시간 적 분석의 틀을 통해 아파트 조경 설계의 요소별· 시대별 주요 쟁점과 구체적인 설계 내용을 도출 하였다. 설계의 개념어는 설계와 사회적 인식 속에 나 타나는 키워드를 통해 추출하였는데, 이는 공공 (개방, 소통), 다용도/편의, 다양, 상징, 안전, 웰 빙(건강, 힐링), 연계(맥락, 인프라), 참여(정원, 경 작), 친환경, 그리고 테마(이야기, 지역성)의 열 가 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건설 초기에는 친 환경, 공공, 안전의 몇 가지 개념어만이 각각 환 경, 사회, 사람의 요인을 대표하며 단순하게 나타 났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파트의 양적 확 대에 따른 설계 여 건의 성숙, 관련 법·제도의 도입 및 적용, 현상 설계에 의한 설계 내용의 다양화에 영향을 받아 연계, 상징, 다양, 다용도/편의, 참여 등의 개념어가 각각의 큰 줄기에서 분화하여 나타 났다. 이후 개념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 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1997년 금 융위기를 맞아 테마의 개념이 상징과 결합하여 아 파트의 특화와 차별화 전략을 위해 사용되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현재에 오면서 점 차 몇 가지의 주요 흐름으로 수렴하는데, 다양하 고 복합적인 이용과 체험을 수용하며 지역 차원 의 연계와 소통을 중시하는 설계 방식이 나타나 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각 시대별 아파트 조경 설계 의 특성을 도출하였으며, 이는 경관의 감상과 상 징적 재현, 정형화, 획일화, 대량생산화, 계획적 연계와 시각적 통일성, 친환경과 생태의 이미지, 상징과 테마를 통한 차별화, 그리고 다양하고 복 합적인 일상의 경험 등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 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아파트 조경 설계는 자연 의 외적인 모습의 상징에서 이의 복합적인 체험과 교류에까지 확장하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시간적·공간적 연속성에 의한 상호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두고 변화·발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시각 적 감상 위주의 설계가 획일화와 생태적 이미지의 설계 특성과 맞물려 여전히 고정적이고 특색 없는 경관을 만들어내는 점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주민의 보안과 안전에 대한 요구로 계획적 연계의 특성이 폐쇄적 커뮤니티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 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강연주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 104.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4 장소기억으로 해석한 근대 산업경관 - 근대 산업도시 장항을 사례로 - 산업혁명 이후, 탈산업화가 진행되며 많은 산업 화의 유산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지기 시작하였고 이중 일부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자원과 역사유산 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관련하여 유네스코는 세계 문화유산의 새로운 유형으로 문화경관 개념을 도 입하여 건축물 등의 물리적 유산뿐만 아니라 문화 화 과정 속에 담겨진 사회적 관계, 생활양식, 의미 와 정체성 등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 연구는 문화경관 연구의 새로운 도구이며 개 념인 장소기억을 소개하고 이를 사용하여 장항 근 대 산업경관 해석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집단기억, 메타포, 구조주의를 토대로 장소기억을 재개념화 하였다. 장소기억은 장소를 중심으로 남 아있는 기억을 말하며, 장소의 아우라, 이에 대한 주체의 기억, 그리고 기억이 재현된 기념물로 구분 된다. 여기서 장소기억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이 아닌 상호 순환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함께 작동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중 주체의 기억, 즉 내부자인 지역주민의 기억 속에 내재된 장소기 억을 사용하여 경관을 해석하였다. 장소기억의 수집을 위하여 반표준화 인터뷰를 사용하였다. 인터뷰 과정을 경관 해석에 맞도록 응 용하여 사용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조만들기 기술, 신뢰도와 타당성 확보를 위한 정보제공자, 자료의 검증 등의 과정을 체계화 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지인 장항은 한극의 대표적 근 대 산업화지역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식민지 산업 화 지역으로 조성되었지만 50년대 이후 자생적 산 업화의 지역으로 발전하여 80년대 이후에는 산 업 쇠퇴가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과거 산업화의 기억 이 소비되고 있다. 이중 장항 제련소와 장항 부잔 교는 스펙터클한 산업경관으로 과거 관광지로 이 용되었고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표지를 장식하 기도 하였다. 장소기억으로 장항 근대 산업경관을 바라본 결 과, 산업도시에 대한 경관 이미지는 우리가 일반적 으로 알고 있는 ‘제련소 굴뚝’으로 상징되는 것뿐 만 아니라 다양한 층위로 두텁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오랜 시간 축적되어 형성된 지층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다양한 기억의 충위들 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그 주요 원인은 권력 구조와 사회적 구조에 따라 변화하였다. 각 이미지들은 다양한 기억의 장소들에 의해서 구성 되고 설명되지만 각 장소는 시간의 변화 속에서 동 일한 의미와 성격을 지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제 련소 굴뚝은 과거 번영의 상징이었지만 80년대 이 후 상실의 상징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환경오염 의 상징으로 변화하였다. 더불어 기억 속에 내재된 경관 이미지를 시각화 하기 위하여 의미연결망 분석을 사용하여 지도화 하였다. 이를 통해 시기별 변화하는 기억의 장소들 의 변화와 의미크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경관 연구에서 장소기억은 경관을 구조적 으로 파악하고 해석한다는데 의의를 가진다. 경관 의 시각적 특징과 의미뿐만 아니라 그 형성과정과 구조를 밝히고, 전문가만의 해석이 아닌 지역주민 의 관점에서 미시적으로 읽고 장소중심으로 바라 보고자 하였다. 장소기억은 기존 문화경관 연구의 외연을 넓히고 실존적 공간에서 시작한다는데 그 의의를 가진다. 박재민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 105.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박사학위 논문 요지 105 도시블록 단위에서 소규모 녹지가 기온저감에 미치는 영향 도시열섬은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 일수 증가에 따른 사망률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으 며, 주원인되는 인공피복면을 녹지로 개선하려는 도시열섬 저감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규모 녹 지는 효과적인 냉섬이나 신규로 추가하기엔 사회 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도시 미시적 공 간규모에서 가로수, 자투리녹지, 소공원 등은 행 정구에서 실행가능한 열섬대책이 된다. 기존연구 에서 소규모 녹지의 열섬저감 효과는 미시적인 공 간단위를 대상지로 하여 다양한 규모와 유형을 제 시하는데 미진하였으며, 열섬저감을 위한 녹지확 충계획과 관련 법제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제 시가 미미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도시블 록단위에서 소규모 녹지가 기온저감에 기여하는 지 평가하고, 도시블록단위에서 기온저감 효과가 있는 소규모 녹지의 배치, 유형 및 규모를 제시하 는 것으로 하였다. 대상지는 건물 등의 인공피복면 비율이 높은 서 울시의 중구와 종로구의 6개 블록을 선정하고, 녹 지율이 높은 실험군과 낮은 대조군을 그룹화하였 다. 기온은 여름철 맑은 날 주간에 지상 1.5m에 서 이동식 로거로 3일동안 실험구와 대조구에 대 하여 동시에 도보로 반복측정되었다. ArcGIS 9.3 을 활용하여 기온데이터를 지점별로 공간화하고, 일조분석을 하였다. 소규모 녹지의 기온저감 효 과는 SPSS 12.0을 활용하였는데, 실험구와 대조 구 간의 평균기온차이(ΔTCon-Exp)는 t Test로, 블록 내 세 분류군(양지, 건물음지, 소규모 녹지) 간의 평균기온차이를 Kruskal-Wallis로 검증하 였 다. 또한 블록 내 최고기온(THP)과 최저기온 (TLP)에 대한 기온영향요소 분석을 통해서 비녹 지기온(TNGP)과 녹지기온(TSGP)으로 분류하였 다. 블록 내 비녹지기온 중 최고기온과 녹지기온 의 차이를 종속변수로 하고, 소규모 녹지의 유형 (면형, 선형, 단일식재형, 혼합식재형)에 따른 녹 지면적과 체적을 독립변수로 하는 단순회귀분석 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블록 6개 전체에서는 실험구가 대조구보다 최고 2.2℃ 정도로 유의성 있게 낮았다. 이에 블록기온의 2.0℃ 정도 저하를 위해 블록 내 녹지율이 20% 정도가 확보가 요구 될 필요가 있다. 블록 내 녹지기온은 건물음지기 온보다 대체로 0.5℃ 정도 낮으며, 양지기온보다 는 최고, 1.5℃ 낮았으므로 소규모 녹지를 건물음 지가 없는 양지에 조성하여 열섬저감요소로 활용 하는 것이 유효함을 밝혔다. 또한 블록 내 최고기 온인 양지보다 녹지기온이 최고 4.2℃ 정도로 유 의성 있게 낮았다. 블록 내에서 양지보다 적어도 1.0℃ 이상 낮은 소규모 녹지를 조성하려면 적어 도 면형이나 혼합식재지 유형이어야 하고, 녹지면 적은 200㎡ 이상 그리고 녹지체적은 2,000㎥ 이 상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미시적 공간단위 및 다수의 측정지 점 설정, 반복된 기온측정 등의 연구방법은 유용 하였고, 미시적 열섬저감대책으로서 기여하기 위 해 소규모 녹지는 혼합식재된 면형이어야 하고, 블록녹지율은 20% 이상이 요구되며, 최고기온은 보이는 양지에 적어도 면적은 200㎡ 이상 그리고 녹지체적은 2,000㎥ 이상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하겠다. 박종훈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
  • 106.
    Research BriefJES 2013년8월 석사학위 논문 목록 106 도시계획학 석사 조경학 석사 ■ 사무직종사자의보행만족도및보행형태에영향을미치는보행환경요인분석-판교테크노밸리를사례로하여- ■ 4대강사업을둘러싼천주교와개신교의환경담론비교분석:주교회의,한기총,KNCC의성명서를중심으로 ■ 외국인직접투자 제조업기업의 공간분포와 입지요인 분석 ■ 광역지자체의 기후변화 적응계획 수립과정 평가 ■ 고령친화적주거환경조성에관한협력적거버넌스연구-세곡동고령자전용아파트와배후시설을중심으로- ■ 압축도시 특성이 도시기온에 미치는 영향 ■ 전통시장과기업형슈퍼마켓방문객의이용특성비교 ■ 지역생활권별 교통에너지 소비량 및 탄소배출량 분석 ■ 국내 도시농업 활성화에 대한 사회학적 성찰 ■ Estimating price elasticity of energy inputs across manufacturing sectors in Korea using the generalized loit model ■ 도시 녹지와 경관특성이 오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 분포에 끼치는 영향 비교 ■ 보와 어도가 하천의 어류 군집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브랜드슬로건에 관한 연구 ■ 수도권1기신도시의산업구조변화분석 ■ 기후변화에따른PCDDs/DFs와휘발성유기화합물의동태변화의비교분석 ■ 메타회귀분석을이용한하천의가치추정:수원천을중심으로 ■ 노인의일상여가장소이용행태와선택요인-서울의종묘공원을중심으로- ■ Stream export of dissolved carbon from a small forested watersheds ■ Assessment of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the contamination levels of polycycle aromatic hydrocarbons in multi-medra environments, South Korea ■ 지속가능한발전관점에서평가한몽골의맨손-소규모금광업의합법화정책 김동영 김신영 김정아 김진아 목인경 박귀원 박희영 석주영 손슬기 신희영 이경민 이상헌 이소영 이승욱 장리아 장혜림 정유선 정윤아 채옌옌 쿨 란 ■ 야간이용 활성화를 위한 보라매공원 리노베이션 계획 ■ 올림픽 공원 수익시설 도입의 선순환구조 운영관리시스템 연구 ■ 건강증진을위한활동친화적주거환경개선방안연구:부천시오정구까치울전원마을을대상으로 ■ 입체복합시설의매개공간적특성을고려한광장설계:마곡중앙광장을중심으로 ■ 서천군장항읍유휴지를활용한도시농업.정원박람회전략계획:충청남도서천군장항을대상으로 ■ 미시담론으로서1인미디어에나타난장소감에관한연구:서울숲을대상으로 ■ 노을공원의 사회적 연결망 분석을 통한 공원관리 참여과정 연구 김진호 박양우 소 진 이선미 이윤주 이제이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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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한 바퀴 돌다 이도원(환경대학원 교수)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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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08 이도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몽골 항가이산맥 기슭을 한 바퀴 돌다 꼭 3년 만에 몽골을 간다. 공항에서 일행을 만나 고 보니 이전과 비교하면 인적 규모도 조사에 활 용할 장비도 크게 달라졌다. 3년 전에는 차량 하나 에 몽골 기사와 주로 관광객을 데리고 다니던 가냘 픈 젊은 여성의 인도를 받으며 교수 2명과 학생 4 명이 조촐하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한국인으로 교 수와 박사 연구원, 대학원 학생, 학부 학생 각 3명 씩 합계 12명이 동행한다. 현지에서는 3대의 러시 아산 푸르공을 몰아줄 세 명의 기사와 몽골 연구 자 5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모두 20명의 일행이 열하루 동안 울란바토르를 떠나 항가이산맥 기슭 을 돌며 조사하고 돌아오는 합동작업을 할 예정이 다. 출국을 앞두고 조사기구들과 야영장비로 대폭 늘어난 짐을 큰 무리 없이 옮겨가는 것이 가장 큰 사안이 되었다. 최저의 경비로 원만하게 운송하기 위해 학생들은 짐의 크기를 조정하고, 장비를 따 로 포장하는 작업으로 부산하다. 엿새 동안 남고비 일대를 둘러본 2010년의 일 정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강원대학교 강신규 교 수와 인연으로 이루어졌다. 강교수는 아마 그 때 가 몽골 방문의 첫 해였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연구 과제를 위해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하고, 결 과의 신빙성을 현지에서 확인하는 조사를 해야 했 던 그에게 1990년대 중반부터 알고 지내던 몽골 국립대학교 출룬 교수를 소개하는 것이 내게 주 어진 중요한 임무였다. 그래서 답사를 떠나기 전 에 울란바토르에서 출룬 교수 제자들과 함께 작은 발표 모임을 가졌고, 그 행사의 효과로 강신규 교 수 연구실과 몽골 연구자들 몇 사람이 인연을 맺 었다. 이들 일부와 함께 강신규 교수와 고동욱 교 수는 재작년과 작년에 몽골 서북부와 동부 지역을 보름씩 답사하는 경험을 이미 쌓았다. 이번 답사 에 동행하는 박사후 연구원 아무라와 박사과정 보 기와 천터는 현재 강교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과정으로 이번 답사 경로와 일정은 몽골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기획했다. 3번 다녀온 지 역과 중복을 피하여 항가이산맥 일대를 답사지역 으로 잡았다. 인공영상 자료 분석 결과와 도로 상 태, 도시 분포를 고려하여 경로와 일정을 계획했 을 것이다. 나는 준비과정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그저 8번의 비단길 여행으로 겪은 “긴 옮김 짧은 머뭄의 연속”인 바쁜 일정이 아니길 내심 빌 뿐이 다. 몽골 동부 지역의 진흙길과 한국산 낮은 차량 으로 1년 전에 겪었다는 고난도 이번 답사에서는 재연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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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09 늦은 밤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옮겨 가는 길 주변은 지난 3년 동안 무척 많이 바뀐 듯 하다. 도심으로 이어지는 도로 왼쪽은 이미 건물 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3년 전 초원으로 남아 있 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도로 오른쪽에도 조금씩 새 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체육관처럼 보이는 꽤 큰 건물이 언뜻 스치는 것으로 봐서는 땅 값이 상대적으로 싼 교외지방으로 공공건물이 들어서 며 개발의 원동력이 되는 모양이다. 그동안 도시 가 어떤 방향으로 팽창했는지 모르겠으나 왼쪽 저 편에 흐르고 있을 톨강 건너 우뚝 서 있는 화력발 전소 뒤쪽, 도시의 서쪽 언덕으로 넓은 주택지가 들어선 모습도 언뜻 보인다. 이렇게 변모된 모습 은 나중에 몽골을 낮 시간에 이륙했던 이현정 박 사의 사진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런 변화는 소위 도시화에 따른 풍경의 변화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인구성장과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우리의 1960년대처럼 가난한 시골 사람 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어 공기와 물 문제 가 대두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그 현장에 오기 까지는 실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나중에 몽골 유 학생 쿨란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찾아보니 2000년 에 786,500명이던 울란바토르 인구는 2007년에 백만 명을 넘어서고, 작년에 123만 명을 기록했다 고 한다. 거의 몽골인구의 반이 수도에 몰려 있는 셈이다. (2012년 약 275만 명) 톨강의 다리를 건너며 왼쪽 차창을 내다보니 산 능선 위로 반달일 걸려 있다. 앞으로 초원의 달밤 을 기대해도 좋겠다. 우리는 몽골초원의 야영장 에서 밝은 달을 한껏 볼 수 있는 행운의 일정을 잡 은 것이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여름 방학이 되 어 성적제출을 포함하는 학기 마무리를 한 다음에 맞춘 여정이 다행스럽게 보름 전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맞을 낭만은 긴 이동으로 빡빡한 우리 일 정에 한 줄기 위안이 되리라. 실제로 우리는 답사 를 하며 야영장에서 거의 매일 달을 보게 된다. 그 중에서 그야말로 일모도원의 상황에서 고개에 잠 시 멈춘 시간에 오보 뒤로 뜬 보름달을 사진에 담 던 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허나 그날 밤 예약 을 하지 않은 채 호수가를 돌며 게르 숙소를 찾아 헤매느라 초원을 비추는 아름다운 보름달은 제대 로 즐길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 무척 아쉬운 일이 그림 1. 답사 경로. UN지도제작웹사이트(http://www. un.org/Depts/Cartographic/english/htmain.htm) 자료에 이경민이 경로 표시. 그림 2. 비행기가 이륙할 때 찍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공 항 가까운 지역 모습. 이현정 사진. 징기스칸 공항에서 도 심으로 이어지는 길은 사진의 오른쪽에 있고, 비행기 날개 아래로 날개와 거의 평행하게 톨강 물길 일부가 하얀 선으 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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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0 다. 지나치게 긴 이동에 머뭄이 안겨주는 멋이 매 몰되어버리는 이런 여행을 언제 마감할 수 있을 까? 미리부터 잠시 일정을 논평하자면 예비답사 로 간주하고 꾸렸던 긴 이동의 비단길 여행 방식 을 폐기하고 싶어 하던 내 갈구를 이번에도 이루 지 못한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무거운 짐들을 4층으로 낑낑 대며 끌어올리고 나니 자정이다. 숙소는 한 달 동 안 전세를 내어준 출룬 교수의 아파트란다. 아파 트 건물은 허름해도 미국 생활을 오래 한 그의 공 간 실내 장식에는 내가 아는 한 몽골풍이 거의 보 이지 않았다. 화장실 출입문 안쪽에 붙어 있는 어 린이 교육용으로 영어단어를 곁들인 동물 그림은 몽골의 한 현대지식인이 가진 의식을 여실히 전 달하고 있다. 영어 실력이 이 사회가 선택할 인 물의 중요한 자질이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출룬 교수는 러시아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여 박 사학위를 받고, 미국과 몽골, 내몽골 초지를 연구 하는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오지마(Dannis Ojima)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는 과정에 가족과 함께 오랫 동안 미국생활을 했다. 나는 거기서 그의 집에 초 대를 받은 적도 있지만 나보다 한 살 아래인 그의 가족사를 여기에 공개할 수는 없다. 그는 이제 고 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와 몽골 환경부장관의 자문 역을 반반씩 맡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학교 일은 거의 하지 못할 만큼 바쁘고 몽골 정부에서 큰 역 할을 하는 사람(big man, 답사 마지막 날 저녁에 만났던 몽골기상수문연구소장의 표현)이다. 아파 트 벽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가족사진엔 아들 둘에 딸 한 명이 있는데 막내는 2-3살 되어 보인다. 나 중에 항가이산맥 기슭을 따라 답사를 마치고 게르 에서 마지막 밤을 잔 다음 날 아침, 말을 타려갔다 가 후스타이공원 앞에서 출룬 교수 가족을 만났 다. 미국 연구진과 함께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메일로 알렸으나 그의 숙소가 공원시설 인 줄은 모르고 있었기에 반쯤은 우연한 만남이었 다. 그의 가족과 인사를 할 때 보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그의 막내딸은 실제론 4살 정도 되어 보 였다. 아들 둘은 몇 살 손위가 되니 그의 아파트 화 장실 출입문에 붙어 있는 동물 그림은 이들의 교 육용인 셈이다. 다음날 우리는 하나로마트에서 식량을 구입하 고, 몽골 일행은 몽골식 시장을 둘러 떠날 차비를 했다. 하나로마트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우리 일행 에게 제법 긴 시간 경험담을 들려주는 듯했는데 나 는 이야기 판 속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 다. 현지 정보를 챙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늘 그러하듯이 떠나기 전까지 밀린 일들 로 쫓기는 시간과 새벽 3시 무렵 잠자리에 들었던 몽골 첫날의 일정으로 지친 몸을 먼저 가다듬어야 실질적인 내 마음의 여행은 시작하는 것이다. 이 렇게 마음은 몸보다 조금 늦게 여행 준비를 한다. 그림 3. 호수가 게르를 찾아가던 날 저녁 멈췄던 고개의 보 름달. 서로 떨어진 차들을 모으는 동안 9시 반이 넘어 이 사 진을 찍고는 길을 헤매기도 하며 자정을 넘기고 2시에 어 렵사리 숙소를 구하고는 3시 40분에 잠자리에 든 날이다. 몽골에 도착한지 꼭 1주일 지난 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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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1 그래도 현지인과 일행이 풍기는 심상치 않은 분 위기를 눈치 채고 한 장의 사진을 남겨놓았다.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기혼자들의 몸은 거기 에 있어도 마음은 모두 딴 데 가 있다. 학생인 이 지선 혼자만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는지 웃 고 있는데 그 순간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나중 에 들으니 주로 이국 땅에 장사를 하며 겪는 고달 픔을 이야기했던 모양이다. 이를테면 몽골 사람들 이 장사가 끝난 밤 시간에 찾아와 물건을 팔지 않 는다고 행패도 부린단다. 언제 어디서나 외지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텃세는 있는 법이고 잠시나마 새 로 만난 고국 사람에게 시원하게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심히 잡아둔 한 장 면 속에 그럴 듯한 사연이 담겼으니 그 사진을 챙 긴 내 스스로의 감각이 신기하기도 하다. 내 답사 기는 현지에서 의도했던 내용을 담은 사진과 메모 장을 들여다보며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으로 작성 되는데 가끔 이렇게 뜻밖에 포함된 사진 부분에 의 지하는 때도 있다. 초원의 땅에 그려지는 새로운 풍경 울란바토르를 떠난 차가 2시간 남짓 달리기 전 에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난다. 우리나라 산 지의 좁은 골짜기 풍경에 익숙한 내게 야트막한 언 덕을 뒤로 하고 넓게 자리를 잡은 농경지는 이색적 이다. 3년 전 고비사막 일대를 거쳐 징기스칸 시절 에 몽골의 수도였던 하르호린에서 지금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이동하는 시간에 아마도 이 길을 통 과했을 터인데 그 때는 이렇게 넓은 지역의 농경 활동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때도 이미 이러했 는데 무심히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이번 여정에서 뜻밖에도 드넓은 경작지를 몇 번씩 보게 된다. 멀 리 자연초원으로 비집고 들어가 지면을 노란색으 로 점령해가는 풍경의 실체는 유채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법 가지런한 모습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 은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지만 자연초원보다 조금 짙은 초록으로 땅을 덮고 있는 실체는 무엇 일지 멀리서 봐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림 4. 몽골 슈퍼마켓 노민(Nomin) 앞에서 구입한 식량을 싣는 모습. 그림 5. 하나로마트 앞 풍경. 그림 6. 초원의 경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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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2 건조한 땅 몽골 초원을 갈아엎고 농사를 짓는 일은 토양에 수천 년 동안 쌓인 유기물과 에너지, 물을 소비하며 자연초지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 식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물이용효율(water use efficiency)이 높은 작물을 선택하여 주로 밭 농사를 지으려고 꾀를 내보기도 하겠지만 그것만 으로 화학비료와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수지를 맞추는 농사가 지속적으로 가능할까? 몽골과 내 몽골의 농경활동이 낳을 결과는 먼 훗날의 일이라 아직 시원한 답을 할 수준은 아니다. 대신에 미국 의 경험은 내게 부정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미국은 시장경제를 겨냥한 농업으로 대평원 (Great Plains)을 개간했다(Sampson & Knopf 1994:419-420). 1870년대부터 경제정책과 농업 정책은 대평원의 농경지 개발을 유도했다. 1920 년대엔 출현한 정부의 농업지원 프로그램들과 함 께 기계와 화학비료, 농약에 의존한 집약농업은 농산물 경쟁과 저가격 정책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1930년대 경제침체를 불러왔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극심한 가뭄에 의한 생태적 붕괴도 함께 왔다. 특히 1935년부터 1938년까지 3년 동 안 닥친 가뭄과함께 모래 폭풍이 대평원의 농경지 위로 휩쓸며 지나갔다. 1939년 존 스타인벡이 쓰 고 1940년 그에게 퓰리처 상을 안겨준 소설 “분노 의 포도”는 당시의 참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모래 폭풍과 대지주들의 기계농업에 밀려 농부인 조드(Joad) 일가 12명이 망가진 고물 트럭에 가재 도구를 싣고 캘리포니아로 찾아가는 이야기와 함 께 그는 이렇게 썼다. “트랙터는 두 가지 일을 한 다 - 땅을 갈아엎고 우리를 땅에서 쫓아낸다.” 소 설가는 모래 폭풍이 안겨준 참상의 대표적인 요인 으로 기계농업을 지목한 것이다. 뼈저린 경험을 겪으며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 령의 뉴딜정책과 함께 농무성이 설립한 토양보존 국(Soil Conservation Service)의 활동으로 우 선 모래 폭풍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그런 부분 에서는 미국 사례가 오늘날 몽골과 중국 사막화 에 대처하는 데 좋은 귀감이 된다. 그러나 대평원 의 개간이 안겨준 부작용은 모래 폭풍만이 아니었 다. 모래 폭풍은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 하면서 정치가들이 즉각 나서야만 했던 시급한 사 안의 하나였을 뿐이다. 부분적으로 대평원에 신기 술로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짧은 시 간에 모래 폭풍을 잠재웠다고 해도 근원적인 초 원 복원을 이루어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 를 안고 있다. 초원 개간은 수천 년 또는 수만 년 누적된 토양 유기물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함으로써 토질 저하 와 함께 지구 온난화에 작용하는 영향력을 발휘하 고 있다. 더구나 농경지 확장이라는 토지이용 변 화로 수많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졌고, 그것이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 한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이를테면 초원의 복원 책임을 맡았던 토양보존국은 빠르게 드러난 토지 를 식물로 가리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외래종 벼과 식물을 도입했고, 그것은 오늘날 심각한 생물다양 성의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Sampton & Knopf 1994).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대평원에서 465 종의 생물들에 대한 보존문제가 대두되었고, 일찍 이 그곳에 살던 토착 명금류(endemic songbird) 종의 50%와 초지에 둥지를 트는 조류 종의 75% 가 사라졌다(Hilty 등 2006 재인용). 그렇게 하여 초원에서 사람들이 들을 수 있던 아름다운 자연 의 노래는 크게 수그러졌고, 동시에 노래의 주체 가 말없이 제어하던 해충들에게는 신나는 일이 되 었을 것이다. 초원 개간이 낳을 몽골 유목민 문화 와 해충 변화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다루어봐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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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3 주제라고 보는데 어느 누가 그러 고민을 지금 하 고 있겠는가? 나는 중국의 사막화 지역 확장의 결정적인 원 인을 내몽골로 대거 이주한 한족들의 농경활동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개방과 시장경제에 의해 늘어난 양과 염소의 과도한 방목을 지목하는 사 람도 있지만 그것은 한족들이 좋아하는 주장으로 사실은 부차적인 문제다. 이 땅의 열성적인 운동 가들조차 그렇게 보는 내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하 지만 이제 이러한 생각은 새로울 것이 없다. 예 일대학교에서 중국사를 가르치는 퍼듀(Peter C. Perdue, 1949-)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이주민이 초원에 초래한 생태적 충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 다(공원국 2012). “20세기 말 건조지역에서 충분 한 관개 없이 경작이 과도하게 진행됨으로써 다시 사막을 불러왔다.” 그는 물을 제공하지 않는 경작 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지만 관개는 오히려 토양 염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런 시각을 가진 나는 넓은 농경지를 바라보며 우려되 는 변화가 일찍이 용맹한 전사들의 나라 몽골 초 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농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키우는 것일까? 지 하수를 사용하지 않고 비와 눈에 의지하는 방식으 로 농사가 가능할까? 밭갈이와 함께 공기중의 산 소와 만나는 토양에서는 수만 년 누적된 유기물 이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고 비바람에 드 러난 토양은 쉽게 침식되어 토질이 급격하게 나 빠질 터이다. 물이 삶을 크게 제한하는 유목의 땅으로 들어선 농사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어올까? 사람들은 필경 건조지에서는 물이 농작물 생산성의 관건이 라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고, 이웃 농업국의 방식 을 닮으려고 들 것이다. 멀리서 물을 끌어오는 관 개농업는 정주민들이 오래 동안 발전시켜온 실천 방식이고, 빗물이용도 아주 오래 전에 성행했으나 토목기술이 발전한 시대로 오면서 한동안 폐기한 방식이다. 아마도 현대교육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쉽게 전자를 생각해 낼 것이다. 저수지를 만들거 나 기대할 수 없다면 아주 깊은 관정을 뚫고 지하 수를 이용하려고 들지 않을까? 이런 변화는 정보 가 쌓인 도시에서부터 먼저 일어나는 법이다. 그 래서 나는 울란바토르의 지하수위 변화를 지하수 관정을 뚫어주는 기업의 장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오월 다녀온 내몽골 답사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나는 이태 전에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의 빗물 이용 방식을 몽골에 도입하는 일을 추진하려 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문의하고, 출룬 박 사가 사업을 시작하도록 부추긴 적이 있다. 한국 국제협력단은 현지 정부에서 제안하는 과제를 지 원하는 방식이라 몽골 유학생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 주체가 될 만한 사람을 섭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몽골 사람들의 큰 여유와 이미 큰 사람이 된 출룬의 형편이 작용하면서 내 시도는 좌절되었 다. 개인적으로 꽤 공을 들였고, 그 정도면 떠먹여 주는 밥이라고 생각했건만 현지에서는 연구제안 서를 쓰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 다. 출룬 교수는 내 의도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 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더 매력적인 과 업이 이미 있는 상황이었으니 내가 협조자를 제대 로 선택하지 못했던 셈이다. 어쩌면 이런 차질은 몽골 사람과 꽤 서구적으로 되어버린 나의 시간에 대한 커다란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 다. 아무튼 이루지 못한 시도를 넘어 이번 여행에 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어 재도전하는 것은 개 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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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4 내 새로운 시도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빗물 이 용도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의 방식 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우리라 본다. 초원은 강수량이 풍부하지 않고 건조한 날씨로 생 긴 풍경이라 비와 눈이 내려 생긴 물의 상당 부분 은 하늘로 증발되고 남은 양이 지표와 지하로 할 당된다. 빗물도 과도하게 이용하면 당연히 지하로 갈 물이 줄어들고, 농사활동으로 더 많은 물이 증 발산하면 토양 수분과 지하수가 서서히 탕진될 수 밖에 없다. 하늘과 땅이 나누어가질 물의 양이 어 느 정도 될 때까지 인위적으로 빗물을 이용하는 방 식이 현명할까? 어쩌면 지나친 감이 있는 배려지 만 지속가능한 삶을 꿈꾼다면 새로운 사업을 하기 전에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다각 적으로 검토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그것을 일러 환경영향평가라고 하지 않는가? 답사 일정을 마치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온 날 우 리 일행은 한국인 식당 코리아하우스에서 삼겹살 을 먹기로 했고, 거기에 출룬과 오지마 교수를 초 청했다. 여러 나라 초지생태계를 오래 동안 연구 한 오지마 교수는 한국인들이 사막화를 방지한다 며 내몽골에 벌리고 있는 사업장을 다녀온 모양이 다. 그는 만나자마자 내게 따지듯이 물었다. “내몽 골 거기에 사막화를 방지한다고 한국 사람들이 나 무를 심어놓았던데 너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나는 당혹스러웠다. 사업의 주체는 나무가 물 을 소비하여 지하수를 낮출 수 있다는 내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몇 주 전 관여했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몽골의 그린벨트 조성 을 위한 식목사업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가 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 전문가 발표를 듣고 는 나무심기사업의 득실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조 차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우선 현지인들이 살 수 있게 해야 할 상황인데 나무를 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가한 발상이라는 논지가 그의 말에는 들어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봐야 하는 법이지만 그것이 두고두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나무들이 자라 물을 더 많이 소비하고, 지하수위가 내려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은 올 수밖에 없다. 만약 심한 가뭄이 온다면 그 때는 땅을 버리고 사람들은 떠나야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얼마 전 칭하대학교을 방문한 대통령의 연 설문을 보며 판단은 저마다의 몫이라 설득의 시간 은 길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연설문에는 내 몽골 식목사업을 자랑스럽게 예시를 했는데 나는 부분적으로 동감하지 않는다. 오지마 교수는 바로 그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산 의 향방을 움직이는 식목사업의 주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는 중국의 지기들의 생각도 오지마 교수 의 견해와 다르지 않다. 내몽골 식목사업의 조언 자로 잠시 참여하며 동행했던 연합통신 기자와 중 국 과학원 생태학자와 면담을 주선한 적이 있다. 그 사람 또한 내몽골 초지전문가다. 그는 초두에 자기의 이름이 한국의 신문에 언급된다면 이야길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러한 태도에서 사 막화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입을 막는 당시 중국 정 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고, 제시한 조건을 지 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 또한 훼손된 초지의 식목사업을 반대했다. 지금도 뚜렷 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은 그가 밝힌 구체적인 연 구 결과다.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중급나무 한 그루는 초지 32 평방미터와 맞먹는 양의 물을 소비한다.” 내몽골 출신으로 20년 가 까이 미국의 대학교수로 살고 있는 지기와 그의 동료들은 내몽골 쿠부찌사막에서 백양나무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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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5 는 사막화방지 사업이 되기 어렵다는 논문을 발 표했다(Wilske 등 2009). 지난 5월 내몽골에 들렸 을 때 현지의 몽골계 정부 관리도 비슷한 말을 했 다. “1969년 북경의 지식인들이 좋은 일을 한다고 느릅나무를 심었는데 이제는 서로 후회한다.” 그 런데도 정작 사막화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연구 했다고 보기 어려운 식목사업의 주인공들은 생각 을 전혀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생태 학적 지식을 넘어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 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초원의 농사와 식 목활동의 잘잘못을 누구 말대로 먼 훗날의 역사가 판단하도록 남겨두기에는 후유증의 비참함이 너 무 클 것이다. 이런 이야길 하면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그런 데 어찌하여 중국에서는 나무를 심는가?” 솔직히 나는 중국의 지기들에게 께름칙한 사정을 노골적 으로 묻지 않았다. 대강을 짐작할 뿐이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인 듯하다. 식목사업 을 위한 외국의 재정지원은 책임을 맡은 현지 권 력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권력은 묘목을 마 련하는 업체와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 며 보살피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또 부릴 수 있 게 된다. 그러나 멀지 않아 중국 정부의 태도도 달 라질 것이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중국의 구호는 퇴경환림(退耕還林)을 지나 퇴경환초(退耕還草) 로 가고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건조지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사업은 극히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고 는 농경은 당연히 아니고, 숲도 아닌 초지를 복원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건조지에서 수분 손실을 줄이 는 좋은 방편은 넓은 초지와 숲띠의 지형을 고려한 공간 구성이리라 생각했다. 긴 숲띠가 건조한 바 람을 막아주면 지면에 작용하는 바람이 줄어 보존 되는 토양 수분이 늘어날 것은 상식에 가까운 사실 이다. 중국의 거의 어느 곳에서나 길을 따라 또는 농경지를 구획하며 서 있는 백양나무 숲띠는 강풍 의 위세를 꺾음으로써 이웃한 땅의 수분을 보존하 는 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건조한 땅에서 키가 높 게 자라는 나무들을 유지하려면 물을 끌어와야 하 거나 지하수를 소비하는 반대급부를 지불해야 한 다. 어느 정도의 숲띠를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유 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더욱 정교한 학문적 접근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나는 내몽골에서 건조지라 하더라도 강물이 흐 르는 곳에는 숲띠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왜냐 하면 비가 많이 오지 않은 지역에서도 수로와 가 까운 곳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런 상황에서 나무들은 키를 키워 그늘을 만드는 전략으로 키가 작은 풀과 떨기나무를 이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내몽골 대부분의 지역 강변에서 나는 나무 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마도 어느 쯤엔가 사람 그림 7. 1969년에 심었다는 내몽골 마을의 느릅나무 숲. 사람들이 서 있는 장소처럼 여기저기 초지가 벗겨지는 사막화를 걱정하는 제르갈란트솜 울찌뚜가차 한 마을에 서 2013년 5월 12일 찍음. 사실 나는 이 정도의 숲은 방 풍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는데 정작 나무를 심은 사람 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들이 숲 조성의 좋은 효과와 부 작용을 제대로 아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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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6 들이 자연이 키웠던 나무들을 베어버린 것이리라. 그 숲들이 사라진 역사는 아마도 수많은 정주민들 이 유목민의 땅으로 이주하던 시기에 맞물러 있지 않을까? 현재 내몽골 전체 인구의 거의 80%가 농 경생활에 익숙한 한족들이니 그들의 이주 역사와 내몽골 강변 숲의 훼손, 사막화지역 확대는 분명 히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제대로 된 연구 를 하기까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답사에서 나는 상상했던 풍경을 만났다. 그 첫 번째 풍경을 만난 것은 7월 21일 게르 숙소 를 떠나 울리아스타이로 내려오는 길에서다. 물길 이 흩어져 있는 넓은 강역을 만나기 전까지 계곡 의 물가를 따라 이깔나무들이 초지를 가르며 서 있 었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꽤 노력했다. 그 러나 튀어나온 바위가 곳곳에 있는 비포장 길에서 차가 흔들리다 보니 제대로 된 사진을 챙기지 못 했다. 다행히 그날 오전 뒷산에 올라 찍어놓은 원 경에 숲띠가 포함되어 있다. 이틀 후 경마행사가 끝난 다음 이동하던 경로에서는 물길을 따라 곳곳 에 서 있는 평원의 숲띠를 만났다. 다시 이틀 후 이 현정 박사가 숲띠가 담긴 근경 사진을 하나 남겨 놓았다. 싱싱한 자연 숲띠는 가까이 물이 넉넉하 다는 징표라 덕분에 마을과 많은 양떼들이 여유롭 게 풀을 뜯는 모습도 함께 등장한다. 이현정 박사 의 사진은 그런 사연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 형을 고려한 숲띠와 초지의 적절한 공간 분배, 그 것이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막화 방지사업 의 대안이다. 그렇게 공간을 경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공동체 형성이 가야 할 길이다. 왜냐 하 면 공간 운명은 사람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림 8. 물길을 따라 서 있는 이깔나무 숲띠. 7월 21일. 물길이 아닌 곳에 숲이 있는 경사지는 대부분 북사면으 로 적은 증발 덕분에 상대적으로 수분이 높은 곳이다. 그림 9. 평원의 숲띠. 7월 22일과 7월 24일(이현정 사 진). 숲띠 아래엔 물길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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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7 골담초에 마음이 머문 시간 이번 답사에서 여러 번 만난 골담초1) 로 내 관심 을 끈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7월 처음으로 몽골 답 사에 동참했던 박찬열 박사로부터 비롯되었다. 일 찍이 여러 번 몽골과 내몽골을 방문했어도 나는 넓 은 골담초 서식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다. 박찬열 박사 이야길 들으며 어린 시절 시골집 장독대 뒤 울타리 아래 있던 골담초가 선명하게 떠 올랐다. 몇 줄기가 모여 자란 작은 떨기나무에 봄 이면 수십 송이 노란 꽃이 한꺼번에 피곤했다. 그 러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경상북도에 자연 서식지 가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만 나볼 기회는 없었다. 떡을 찔 때 그 꽃을 섞어먹는 다고 하신 할머니 말씀은 뚜렷이 내 뇌리에 남아있 지만 골담초 꽃 떡을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다. 무 척 오래된 일이라 확신하기 어려운 기억이지만 딱 한 번인가 맛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선뜻 손이 가 지 않았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먹을거리에는 주저하는 버릇이 있던 때의 일이다. 꽤 병약하기 도 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3살 많던 선배와 학교 에서 도시락을 나누어먹다가 억지로 넘겨준 무우 줄기 김치 한 가닥을 먹고 목이 막혀 혼이 났던 경 험으로 어린 나는 음식을 가리는 편이었다. 초원에 녹색장벽을 만든다는 구호로 이루어지는 큰 나무 심기의 부작용을 예상하는 나는 사막화 방 지사업에는 토착종을 중심으로 하는 초지와 관목 림 조성이 하나의 대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박찬 열 박사의 골담초 서식지 연구에 금방 동의했다. 토양 수분이 넉넉하지 않은 자연서식지에 키가 작 은 식물들이 땅을 덮고 자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 상이라면 훼손된 지역을 복원할 때 참고해볼 만하 다. 그리하여 지난 5월 내몽골 쿠부찌 사막 언저리 에 있는 유원지 엉거베이에 가는 길에 골담초 사 진을 몇 장 찍어놓았다. 그러나 당시 내가 가지고 다닌 사진기가 시원치 않아 꽃 사진은 그다지 쓸 모가 없다. 그 때 찍어둔 골담초 지역의 사진을 챙 겨보니 훼손된 지역에 골담초 유목을 심어 복원한 현장으로 추측된다. 이번 답사에서 찍어온 사진을 챙겨보니 첫날 정 오를 지나 우리 일행이 선택했던 첫 조사지에도 골담초 더미가 있었으나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관 심을 가지고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시간은 보기의 동창생이 살던 게르에서 첫 야영을 한 다 음날이었다. 멀리 일행을 피해 배변을 해결하던 아침, 골담초와 다른 종류의 식물(아마도 무더기 로 자라는 벼과식물의 일종) 더미 아래에 흙이 쌓 여 볼록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놓았다. 이 볼록한 흙더미는 주로 바람에 날리던 먼지가 식물 줄기와 그림 10. 내몽골 쿠부찌 사막 부근에서 찍은 골담초 서 식지. 2013년 5월 14일. 아직 충분히 더미로 발전하지 못하고 또한 줄을 지어 있는 모습으로 봐서 심은 지 그 다지 오래 되지 않은 듯하다. 1) 우리나라 도감에는 골담초속으로 한 종이 소개되어 있으나 몽골에는 12종이 있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주로 만난 것은 좀골담초(Caragana mycrophylla)인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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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8 잎의 저항을 받으며 지면으로 내려쌓이면서 만들 어졌을 터이다. 나중에 다시 골담초 서식지 사진을 여럿 찍기는 했어도 관심의 크기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20 일 게르에서 자던 날 밤 어느 쯤엔가 박찬열 박사 는 골담초 서식지를 연구하는 과제를 추진하겠다 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며 내 관심에 불을 지 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음날 나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게르를 떠나 다음 목적 지로 가는 길에 1호차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박 찬열 박사와 정진숙의 재주가 손을 잡고 자연스럽 게 방송국을 가동했고 나는 골담초에 대한 나름의 가설을 무전기로 강의하겠다고 나섰다. 그 전날 신설된 임시 방송국의 프로그램으로 유상구조토 에 대한 내 생각을 간단히 얘기하고는 그 방식이 떨어져 있는 일행이 정보를 공유하는 한 가지 길 로 간주한 것이다. 내가 배낭에 걸고 다니는 양은 그릇에 휴대전화를 담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증폭 하며 무전기로 전달하거나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조금 딱딱한 내용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긴 이동이 안기는 힘겨운 시간을 달래는 효과도 있었 다. 나로서는 이미 전날 한 번 연습해본 터이라 골 담초 이야기는 조금 더 가다듬은 방식으로 전달할 자신감도 생겼다. 미리 수첩에 메모하며 전체 구 성을 갖춘 다음 골담초의 주요 특징인 뿌리혹박테 리아와의 공생에 대한 내용으로 달리는 차 안의 방 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 우리는 꽤 심 각한 홍수를 만났고, 차 안의 무전기 강의는 이어 질 여건을 찾지 못하고 답사는 끝나버렸다. 이 날 고도 1790미터의 야영지 텔만호수(Tel- man Lake) 가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 15분 전 이었다. 다음날 아침 보니 우연히도 야영장 일대 엔 더 넓은 골담초 밭이 갖추어져 있었다. 더구나 야영장 일대는 초지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골담초 서식지를 갖추고 있어 방송을 위해 정리해놓았던 내용과 비교해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일 행이 저마다 맡겨진 조사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나 는 골담초를 중심에 두고 그 땅을 찬찬히 살펴보 기로 했다. 골담초 무더기가 광대한 지역을 차지했으나 물 이 흘러간 흔적이 있는 지역과 오목한 저지대엔 접 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위가 드러나거나 산봉우 리 가까이 토양에 수분을 간직하기 어려운 지역에 도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골담초가 다가가지 못 한 오목한 지역의 풀들은 특별히 짙푸른 빛을 발하 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나름대로 짐작 을 한다. 그렇다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은 꽤 완만한 경사지대가 이들이 선호하는 땅이다. 오목 한 곳은 흘러내린 물이 오래 유지되고 유기물이 쌓 여 토양 질소도 풍부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질 그림 11. 식물 주변의 둔덕. 위 사진에는 골담초가, 아래 사진에는 이름을 모르는 벼과식물의 일종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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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19 소를 공급할 재주가 없는 식물도 콩과식물과 공생 함으로써 대사활동에 필요한 질소를 해결하는 골 담초와 싸우는 데 불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 니면 질소가 넘치는 오목지역에서는 공기 중의 질 소를 고정하여 땅에 보태는 뿌리혹박테리아의 기 능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 에 골담초가 자라는 땅에는 질소고정세균과 공생 하는 다른 식물도 함께 서식할 가능성이 있을 것 이라고 추론해봤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두 종 류의 다른 콩과식물이 골담초 더미를 이웃하여 꽤 많이 있었다. 그 식물들의 실체를 알기 위해 채집 하여 식물전문가 아무라 박사에게 물어봤다. 노랑 색 꽃을 달고 있는 Astragalus mongholicus (황 기속)와 보라색 꽃을 달고 있는 Oxytropis glabra 가 바로 그 식물이다. 골담초는 극심한 건조지역도 아니고 토양에 물 이 오랜 시간 유지되지 않는 중간지대에서 극성스 러운 다른 식물들을 피해 자리를 잡는가 보다. 그 렇게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골담초는 뿌리혹박테리 아에게 에너지원이 되는 광합성 산물을 나누어주 며 반대급부로 공기의 79%를 차지하는 기체 질소 를 쓸모가 있는 아미노산으로 합성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골담초와 미생물은 공생으로 유 기탄소와 유기질소를 토양에 보태며 땅을 기름지 게 하리라. 기름진 땅은 거의 모든 생물이 경쟁자 가 없다면 가보고 싶은 매력이다. 질소가 많은 땅 에서 자라는 골담초 잎과 바로 이웃한 땅은 상대 적으로 질소 함량도 높겠다. 왜냐 하면 골담초 주 변의 토양질소는 비가 오면 물에 녹아 번져갈 것 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골담초 잎뿐만 아니라 이웃한 식물들도 질소함량이 높아 초식동물들에 게는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된다. 그 질소를 탐내 는 초식동물(이를테면 메뚜기와 초식동물인 가축) 그림 12. 골담초가 근접하지 못한 지역. 흙이 조금 드러 난 부위는 비가 올 때 생기는 물길 부분이고, 그 뒤에 녹 색이 짙은 부분은 경사지로 쌓인 오목한 지역이다. 그 뒤에 경사지에는 골담초 무더기가 흩어져 있다. 그림 14. Astragalus mongholicus 그림 13. Oxytropis gla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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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0 은 그런 식물을 즐겨먹으며 맛있는 살을 생산할 것이고, 덕분에 그 메뚜기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살은 또한 들쥐들이 좋아하는 먹이라 달려들겠지. 통통하게 살찐 들쥐는 청정한 하늘을 유유히 떠다 니는 맹금류의 먹잇감으로는 일품이다. 실제로 나 는 골담초 무더기 주변에서 쥐들의 땅굴을 발견하 고, 텔만호수가를 떠도는 맹금류 떼를 만나 내 상 상이 제법 그럴듯하겠다는 생각으로 즐거워했다. 이상은 골담초와 함께 그곳에 작용하고 있는 풍 경의 주체들을 상상해본 것이다. 풍경은 생태계 속내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고, 그 뒤에는 눈 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이 숨어 있다. 실상은 그 눈 에 보이지 않는 과정 덕분에 풍경은 만들어지고 유 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상상은 다시 숨어 있는 작용으로 넘어간다. 한편 골담초는 비록 가시가 있고 작은 잎일망정 살아가기 위해, 키가 작고 바람이 불면 저항하지 않고 누워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풀들보다 더 많은 물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골담초 무 더기와 무더기 사이의 땅보다는 수분이 오래 유지 되기 어려울 것이라 추측해본다. 물론 이것은 비 가 올 때 토양이 더 많은 물을 보유할 수 있는 능력 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라 시간 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그런데 토양을 조사하는 장인영 박사는 대체로 골담초 무더기 아래 토양이 그 사이에 있는 풀밭 토양보다 수분이 낮은 경우 를 관찰했다고 한다. 경향신문(2013년 8월 29일) 기사에는 좀골담초가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높아 주변에 풀들이 근접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소개하 고 있다. 기사에서는 좀골담초를 사막화의 지표식 물로 지목하고 몽골인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소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키가 큰 식물보다는 물 소 비량이 적을 것이라 사막화 지역에 큰키나무(관 목)을 심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골담 초 서식지를 활용하는 대안에 손을 들어주고 싶 다. 다만 메마른 땅에 질소를 공급함으로써 질소 를 좋아하는 식물들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는데 과 연 그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바람직할지는 검토 해두어야 하겠다. 골담초와 뿌리혹박테리아가 손잡고 고정한 질소 들은 이 땅에서 어떤 일을 할까? 쓸모가 높은 형태 의 질소를 만들고 자기들 가까이 모으는 것은 두 생명체에게 맡겨진 숙명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공 한 고품질 질소를 자기들끼리만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버는 사람이 혼자 서 돈을 독차지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충분히 많으 면 모르는 사이에 넘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씀 씀이를 키우거나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과 나눈다. 골담초 주변에 모인 질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그림 16. 골담초 군락 위로 유영하는 맹금류. 그림 15. 골담초 주위에 있는 소형동물의 굴. 25일 다른 곳 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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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1 미생물들이 먹음직스러운 질소 주변으로 다가와 나누어가지려고 한다. 그 중에서는 질소 함량이 높은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을 물에 잘 녹는 형태의 질소로 바꾸는 녀석들(이를테면 Nitrosomonas 속과 Nitrobacter 속)도 있다. 비가 와서 땅이 촉 촉이 젖으면 흙속으로 스며가는 물을 따라 녹은 질 소화합물은 이웃한 땅으로 옮겨간다. 그렇게 되면 골담초 더미 사이에 자리를 잡은 풀들도 질소를 챙 길 혜택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골담초가 사는 자리는 풀들만 자라 는 곳보다 질소가 넉넉한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 우러진 서식지는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골담초 더미들이 풀밭에 박혀 있는 하나의 떨기나 무 숲 조각으로 보인다. 이렇게 골담초와 뿌리혹 박테리아가 다른 생물과 함께 질소 함량이 다른 생 물 서식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를 그릴 터 인데 그런 곳과 넓게 풀만 자라는 초원을 인공위성 영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강신규 교수에게 인공위성 영상으로 골담초 서식지를 탐 지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한 마디로 어렵단다. 봄 에 골담초 새싹이 나오고 가을에 잎이 어우러지는 시기가 이웃한 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먼 하늘에 서 찍은 위공위성 사진에서는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말 몽골 초원에 박혀 있는 골담초 서식 지를 구분하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일까? 요새 는 숲의 질소함량 정도를 인공위성으로 구별하는 방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Kulkarni 등 2008).... 어쩌면 영상의 질소 함량에 반응하는 파장으로 찍 은 영상을 잘 살펴보면 몽골 평원의 골담초와 질 소 함량 분포를 탐지해낼 길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나중에 몽골 참가자들과 골담초가 제공할 생태 계 서비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지천으로 피는 골담초 꽃들을 보면 양봉의 가능성 이 있지 않은가? 이것은 우리의 질문이다. 카자흐 스탄과 터키의 초지에서 많은 벌통과 꿀을 파는 현 장을 목격한 나는 그 때 나름대로 양봉을 하는 지 역의 지형 특징을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 무르 박사는 몽골에서 양봉은 스텝과 숲이 만나는 지역에서 제법 하지만 골담초 지역에서는 거의 하 지 않는다고 한다. 현지인의 경험으로는 골담초 지역의 양봉은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왜 일까? 어쩌면 스텝과 숲이 만나는 지역이 다양하 고 풍부한 꽃으로 꿀을 얻을 수 기간이 충분히 긴 장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 골담초가 토양 질소함 량을 높여 이웃 꽃들이 쓸 수 있도록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꽃을 피우는 기간이 짧다면 이곳 양봉산업은 경쟁력이 약할 것이다. 한편 가 시가 있는 식물이라 방목하는 동물들이 싱싱한 잎 을 먹기는 어려울 터이나 상대적으로 질소함량이 많은 골담초 잎은 가축의 먹이 자원이 될 수 있다. 나중에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국립식물연구소장 은 떨어진 잎은 양과 염소의 먹이가 된다고 했다. 이날 일행이 텔만 호수 가까운 야영지 주변에서 맡은 바 조사에 한창인 시간에 나는 조금 특수한 경험을 했다. 아침에 말들이 호수로 줄지어 가더 니 함께 물을 마시 고 돌아갔다. 그리고 대략 2시 간이 조금 지난 뒤 그들이 다시 두 번째 물을 마시 려고 일제히 호수로 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나는 방목지 언덕으로 되돌아가는 말을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었다. 말들이 향하고 있는 언덕을 향해 비스듬히 앞질러가기로 했다. 제법 멀리서부 터 눈치를 챈 말들은 걸음을 빨리 했다. 말을 따라 잡았을 때는 10시 30분이 좀 지나 있었다. 그런데 배터리가 소진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사진기 작동 이 멈춘다. 나는 예비 배터리를 챙기기 위해 수 백 미터 떨어져 있는 푸르공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푸르공에 꽂아 충전했던 배터리를 바꾸어 다시 말
  • 122.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2 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사진기는 금방 배 터리가 소진되기 직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박찬 열 박사가 알려준 응급처치 방식대로 배터리를 뽑 아 몇 번 두드린 다음 다시 사용해봤지만 두 세 장 의 사진을 찍으니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전날 내 자리에 충전기와 함께 있던 배터리를 챙기며 푸르공 기사가 충분히 충천했다고 간주했 던 것이 잘못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충전기 퓨 즈가 나가서 기사가 그냥 뽑아놓았고, 언어소통이 원만하지 않아 내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더구 나 그 때 나는 마이티(일부 학생들과 이동하는 시 간에 즐긴 카드놀이의 일종)를 하느라고 다른 차 에 있었다. 자리에 충실하지 않은 대가를 그렇게 치르게 된 것이다. 아쉽지만 나는 잠시 해상력이 낮은 예비 사진기를 사용해야 했다. 오후에 나는 내가 탔던 1호차의 전원에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고 2호차의 고동욱 교수에게 충전 을 부탁했다. 고교수가 충전을 시도해 본 다음 문 제가 충전기에 있다고 알려준다. 나는 한 순간 크 게 낙담했다. 그렇게 되면 이 귀중한 기회에 더 이 상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말인가? 내 사진기 배 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종을 가지고 있는 일행 은 없다. 나는 잠시 체념할 준비를 하며 마음을 추 슬렀다. 문득 한 줄기 빛이 흐트러진 마음속으로 끼어든다. ‘푸르공 기사들이 차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잖아?’ 나는 그들의 능력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고교수에게 도움을 구했다. 조금 있다가 고교수는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다. 기사 들이 충전기에 퓨즈를 간단히 끼워 넣은 것이다. 문명세계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다른 기술자들에 게 의존하는 내게는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 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곤란한 우리의 기사들은 간단한 전기기구 정도는 수리하는 기술을 익혀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대 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골담초에 대한 내 생각이 무 르익은 이날은 보름이었다. 제법 긴 조사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웃한 언덕에 올라 잠시 텔만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략 25 킬로미터 길이라는 호수 빛은 청정했다. 아직 사람들의 손길이 크게 미치지 않은 초원에 싸여 우 려할만한 오염원이 없는 덕분이겠다. 언덕을 오르 는 동안 차량 하나가 잠시 멈추는 장애가 있긴 했 지만 금방 수리했다. 막힌 데 없는 풍경 안에서 일 행은 하늘로 솟아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렇게 한 동안 여유의 시간을 누렸다. 그리고 다음 숙소를 기대하며 가는 시간은 멀었다. 이날 고개를 넘고 나담 축제가 있는 솜(인구 만 명 가량의 토슨젤겐 솜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이름 은 확인이 필요하다)을 찾아갔을 때는 점심시간이 그림 17. 호수에서 물을 먹고 골담초 언덕으로 되돌아간 말들.
  • 123.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3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축제는 우리의 시골학교 운동회보다 사람이 적어 시들해보였다. 아마도 끝 무렵인 모양이다. 뙤약볕이 따가울 정도고 사람들 발길에 밟힌 땅은 헤어져 먼지가 피어오른다. 우 리가 인도된 임시 식당인 허름한 게르 안은 후끈 했다. 차양으로 그늘을 겨우 가린 바깥에서 우리 는 튀긴 빵을 나누어 먹으며 한 동안 몽골인들의 구경거리로 있었다. 이방인에게 호기심이 발동한 한 소녀는 아이스크림을 빨며 몇 번씩이나 우리 앞 으로 지나갔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 나담 장소를 떠난 우리는 솜을 벗어나는 야트막한 언덕에 이르러 저지되었 다. 무전기를 든 두 명의 경찰이 차량 이동을 통제 한다. 앞에서 경주하는 말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 온다는 소식이다. 30 킬로미터를 달린 말들은 아 마도 나담 축제장을 결승점으로 하는 모양이다. 별 수 없이 우리는 푸르공이 만드는 작은 그늘로 몸을 가리며 초원의 언덕에 앉아 언제 올지 예상할 수 없는 말과 기수를 기다려야 했다. 슬그머니 뒤 로 빠져 멀리 돌아 달아나는 참을성 없는 몽골 젊 은이도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1시간 가량 지나 멀리 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말과 기수들은 금 방 언덕을 기어오르고 솜 쪽으로 사라졌다. 그 짧 은 시간에 몸이 작은 소녀가 언덕에서 치고 오르 는 장면은 잠깐의 진한 감동이 되었다. 그러나 기 다림은 길고 진기한 감동은 잠시였다. 이 날 우리는 늦어진 일정으로 어둠을 만나 길 을 헤매느라 더욱 늦어졌다. 더구나 만원이 된 게 르를 몇 번씩 들려 돌아서며 낙담했다. 드디어 6년 가까이 한국에 있었다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에 잠자리를 얻었다. 그것 도 여성들은 일꾼들의 방에 자리를 잡고, 남성들 은 차로 이동해야 할 정도의 거리의 다른 게르에 몽골 일행들과 합숙하는 방식으로 가능했던 일이 다. 몽골 아주머니의 호감 덕분에 어렵사리 숙소 문제를 해결한 우리는 그녀가 한국 생활에서 괄시 를 받지 않고 지낸 음덕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 은 바로 앞에서 고개의 오보 뒤에 떠 있던 보름달 을 찍을 기회를 잠시 가졌을 뿐 달밤의 정취를 제 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한 그 때의 일이다. 홍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울리아스타이 인근의 게 르 숙소에서 내려오던 날 골담초 지역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 무전기 강의가 있었다. 나는 골담초 가 속하는 콩과식물의 특성을 먼저 소개하며 얘기 를 풀어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골담초는 스스로 가 필요한 질소를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하며 해 결하는 과정에 자기가 속한 생태계 전체의 질소순 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의 서론을 마무리할 무렵 우리의 푸르공이 갑자기 가 던 방향을 벗어나 차도가 아닌 언덕으로 올라선 다. 몸을 가누기 어려워진 나는 옆으로 나자빠졌 고, 방송은 중단되었다. 차는 금방 다시 방향을 되 그림 18. 경주의 막바지에 묶은 머리 날리며 앞지르기를 시 도하는 어린 소녀. 이 순간 잠시 가슴이 뭉클했다. 이 순간 은 어쩌면 몽골인이 말 경주로 얻는 감동의 지극히 작은 부 분이 아닐까? 아무라 박사는 5-10살 나이의 어린이들만이 이 경주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12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4 돌려야 했고, 우리는 갑자기 홍수 지역 안으로 들 어섰다. 정신을 차리고 바깥을 내다보니 전날 저 녁 건너갈 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멀리 흙탕 물이 넘실거리고, 차가 다니는 길은 온통 벌투성 이다. 차체가 낮은 차들이 벌 속에 빠져 허우적거 리는 동안 다행히 우리의 푸르공은 난관을 벗어나 아스팔트 도로에 올라섰다. 그러나 우리의 2호차 는 수렁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꽤 오래 기 사인 조르바가 애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 어야 했다. 범람하고 있는 강 가운데 소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 있다. 내가 처음 그 녀석을 처음 본 것은 차 안 의 방송이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우리의 푸르공이 뻘 속으로 처음 들어왔던 때다. 소는 주인이 묶어 두었거나 아니면 고삐를 끌고 가다가 걸린 모양이 다. 줄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전자일 가능 성이 더 높다. 차량들과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 동안에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으나 녀석은 소답 게 태연스러웠다. 문득 낮술을 마셨는지 멀리서 봐도 말 위에 앉은 몸은 흔들리고 얼굴이 불콰한 사람이 마을쪽으로 줄줄이 서 있는 차들을 뒤로 하고 나타났다. 벌 속 에 갇혀 있는 차를 바라보며 서 있는 우리 일행에 게 악수를 청하는 그의 모습으로 봐서는 술주정뱅 이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시간을 한참 끈 다음에 야 그는 강물 속에 묶여 있는 소를 향해 말을 몰았 다. 그의 거동으로 봐서는 소를 풀어줄 위인으로 보이지 않다. 흐르는 흙탕물 속으로 꼬꾸라질 듯 이 불안한 모습이다. 말도 잠시 휘청거리는 듯하 더니만 다행히 중심을 잡았다. 소와 잠시 실랑이 를 치더니만 그는 차도로 다시 돌아왔다. 마침 차 를 끌고 온 젊은 경찰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데 반응이 시큰둥하다. 경찰도 그의 몰골을 봐서 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몽골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혀가 꼬부라졌다는 것쯤은 나도 알겠다. 그는 서 있는 차들에 접근하 면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드디어 젊은 승객이 그 에게 작은 칼을 하나 건네준다. 그가 되돌아가서 소의 고삐를 자르려고 하나 쉽지는 않은 모양이 다. 묶인 소는 그의 호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 히려 뿔질을 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다행히 그는 성공했다. 물살로부터 해방된 소는 아무렇지 않은 듯 느릿느릿 물을 건너고, 고삐를 자른 그는 영웅 처럼 돌아와 칼을 주인에게 돌려준다. 우리의 차와 소가 각각 수렁과 넘실대는 물에서 해방되는 시간에 많은 차들이 길 위에 서서 지나 갈 순서를 기다리며 있어야 했다. 나는 묵었던 게르 계곡을 벗어날 때까지만 해도 그림 19. 홍수. 멀리 울리아스타이가 보이고 그 앞으로 강 가운데 소가 한 마리 있다. 7월 21일 16:13 그림 20. 묶여 있는 소를 해방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대낮의 주정뱅이. 7월 21일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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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5 홍수 기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울리아스타 이와 그 계곡 사이 물길이 이리저리 나누어진 본 류를 건널 때만해도 몰랐다. 무슨 까닭에 그 본류 와 만나는 도시 근교의 작은 지류에서 홍수가 난 것일까? 현장에서 찬찬히 살필 여지를 가지지 못 한 내가 그 상황을 제대로 기술하긴 역부족이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아마도 이곳은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아 닐까? 게르를 떠나 계곡을 빠져나온 직후 잠시 차 를 세워 유상구조토를 살필 시간에도, 본류를 건 널 때까지도 우리는 비다운 비를 만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르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난 다음 비가 내려 잠시 피하긴 했었다. 그러나 그 비 가 내려왔던 계곡의 물과 그 물이 만나는 본류의 물을 눈에 띄게 불게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하 류와 만나는 작은 계곡의 물은 차와 사람의 이동 을 차단할 정도로 불었다. 이런 정도의 비교로 어 쨌거나 홍수가 일어난 계곡엔 제법 많은 비가 내 린 것이 분명하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원인 을 홍수가 일어난 계곡의 입구인 울리아스타이의 외곽에 빽빽이 들어선 집들과 포장된 도로에서 찾 아볼 수 있겠다. 이곳 유역은 꽤 길게 뻗어 있고, 그 가운데로 포장이 된 차도가 나 있다. 그 포장도 로와 마을 사이를 지나가는 작은 길은 낮은 곳으 로 자연의 물길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계곡 상 류부터 늘어난 물은 포장도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 하고 마을을 덮치며 저항이 적은 마을 사이 길들로 넘쳤을 것이다. 뻘이 많이 씻겨온 것으로 봐서는 그 작은 유역의 위쪽으로 지금도 도시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림 21. 뻘에 빠진 2호차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보기(윗 쪽). 7월 21일 16:15. 뒤에 있는 능선 뒤 계곡에 우리가 묵 었던 게르 숙소가 있다. 빠져 있는 차 뒤쪽의 샛길에서 왼 쪽으로 향해 찍은 사진(아랫쪽: 이현정 제공). 그림 22. 홍수가 난 계곡 입구를 울리아스타이 시내에서 바 라본 모습. 7월 21일 17:50. 그림 23. 게르 숙소와 홍수가 난 지역을 포함하는 울리아스 타이 주변 항공사진. 이현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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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기JES 몽골 항가이산맥기슭을 한 바퀴 돌다 126 <참고문헌> 경향신문, 2013년 8월 29일 몽골 사막화 기사. Brown, L. R.(2012), Full Planet, Empty Plates: The New Geopolitics of Food Scarcity. New York: W.W. Norton & Company, Currell, M.J., Han, D., Chen, Z. and Cartwright, I.(2012), “Sustainability of groundwater usage in northern China: dependence on palaeowaters and effects on water quality, quantity and ecosystem health”, Hydrological Processes, 26:4050-4066. Hilty, J.A., Kidicker, W.Z. Jr. and Merenlender, A.M.(2006), Corridor Ecology. Washington, D.C.: Island Press, Kulkarni, M.V., Groffman,P.M. and Yavitt, J.B. (2008), “Solving the global nitrogen problem: it’s a gas”,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6:199-206. Perdue, Peter C.(2012), 『중국의 서진』 (공원국 옮김), 서울: 도서출판 길. Sampson, F. and Knopf, F.(1994), “Prairie conservation in North America”, BioScience, 44:418-421. Wilske, B., Lu, N., Wei, L. et al.(2009), “Poplar plantation has the potential to alter the water balance in semiarid Inner Mongolia“,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 90(8):2762- 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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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28 도시계획수준은 도시연구 수준과 대체로 비례한 다는 것이 내 평소 지론(持論)이다. 구미 선진국 도시 들이 우리나라 도시들 보다 ‘확실히’ 나은 이유는 도 시연구 깊이 및 넓이에 있어서의 ‘확실한’ 차이 때문 이다. 우리나라는 도시에 대한 학문적 연구 자체가 그리 발달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도시연구에 있어 서 공학 분야의 리더십이 압도적이다. 자치도시 전 통의 부재와 토목국가 및 토건시정의 관행이 말하자 면 도시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성찰을 거의 불모지로 만든 것이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도시에 대한 철학적, 문학적, 역사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정치학적 사유와 분석 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학문적 시민권을 행사해 왔 다. 따라서 비록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라는 개념은 우리와 공유하더라도 그 저변에 깔린 생각의 폭과 질 은 우리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만약 한국의 도시가 또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도시 인문사회 학의 발전에서 단서(端緖)를 찾아야 한다. 일본의 도 시연구 역시 도시공학이 지배하는 점에서는 우리와 비슷하다. 그래도 일본 학계는 우리보다 사정이 조금 낫다. 일본 도시들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조금 나은 것처럼 말이다. 강상중 교수의 <도쿄 산책자>는 일본 도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이해와 해석을 주제로 삼고 있는 책이 다. 도쿄를 통해 도시를 이해하고 도쿄를 빌어 시대 와 세상을 해석하려는 것도 이 책의 목적이다. 따라 서 이 책은 전형적인 도쿄 여행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도시 인문사회학 관련 교양서에 가까우면서 간혹 전공 서적의 냄새까지 풍긴다. <도쿄 산책자> 는 강상중 교수가 잡지 <바일라>에 2년 반 동안 연재 한 내용이다. 곧, 이 책은 저자가 2년 반 동안 도쿄 전 역을 발로 직접 다니면서 쓴 결과다. 이 책의 원래 제 목은 <도쿄 이방인>(Tokyo Stranger)이다. 강교수 는 대학시절부터 최근까지 도쿄에 살았는데, 나름대 로 익숙했던 도시를 ‘이방인’의 시선에서 새롭게 바 라보고자 했던 의도에서 나온 제목이 아닌가 싶다. <도쿄 산책자> 姜尙中, 송태욱(옮김) 사계절, 2013, 246쪽 *리뷰어: 전상인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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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29 책을시작하며 서장 도시에서 만나는 타자와 나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 한국 서울 1장 비일상적인 공간을 찾아서 마음의 성역을 찾아서 - 메이지신궁 마음을 헤아리다, 마음을 흔들다 - 국립신미술관 비일상성을 연출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 - 포시즌스 호텔 마루노우치 도쿄 인생의 드라마투르기를 생각한다 - 기노쿠니야 홀 혼돈 속에서 보는 삶과 죽음의 리듬 - 산자마쓰리 2장 모던, 포스트모던, 그 이후 도시에 우뚝 솟은 바벨탑 - 롯폰기힐스 당신은 진지합니까? - 나쓰메 소세키의 자취를 따라서 역사에 농락당한 벚꽃의 아름다움 - 지도리가후치 기억이 정화되는 거리 - 하라주쿠 근대화의 환영을 찾아서 - 오가사와라 백작 저택 3장 글로벌화하는 도쿄 샤넬과 긴자와 브랜드 - 샤넬 긴자점 시장의 신은 누구에게 미소 짓는가 - 도쿄증권거래소 크리올화하는 도시의 언어 - 신오쿠보 지의 공동체는 어디로 가는가 - 도쿄대학 수조 안은 안전합니까? - 시나가와 수족관 4장 도쿄의 문화, 도시의 문화 아날로그적 지의 세계를 거닐다 - 진보초 고서점가 세련된 도회인이 사랑한‘웃음’- 신주쿠 스에히로테이 전통과 혁신의 틈새에서 - 가부키자 꿈의 성지에서 빛나는 현대의 카리스마 - 진구구장 나의 시네마 천국 - 산겐자야 주오극장 5장 원자화하는 개인 어딘지 쓸쓸한 오타쿠의 성지 - 아키하바라 야네센, 골목의 기억 - 야나카 네즈 센다기 고양이 카페 붐에서 보는 탈욕망화 - 고양이 카페 빈곤과 고령화를 안고 있는 거리에서 - 산야 6장 도시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가 그 한 표로 정치는 바뀐다 - 국회의사당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 - 최고재판소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먹거리의 현장 - 쓰키지 시장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간다 - 스미다가와 도쿄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가 - 가부키초에서 황거까지 대담 고이즈미 교코 + 강상중 - 도쿄, 교차하는 기억과 미래 책을 마치며 그렇다면 저자는 누구인가? 그는 재일교포 2세로 서 1998년에 한국 국적자로서는 최초로 도쿄대 정보 학연구소 정교수가 된 학자다. 구마모토현에서 출생 한 그는 와세다대학과 독일 뉘렌베르크대학에서 정 치철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다. 활발한 저술 및 언 론활동을 통해 이른바 ‘강 사마(樣)’ 열풍의 주인공 이 되기도 했다. 2013년 초에 세이가쿠인(聖學院) 대 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얼마 전 학장으로 선임되었 다. 한국 국적자가 일본 4년제 종합대 총장이 된 것 은 역사상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학자 이자 저술가인데, 우리말로 번역된 것들 가운데 <고 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어머니> 등이 가 장 대표적이다. 강상중 교수가 읽는 도쿄는 지금 이 시대의 현재 진 행형 도쿄다. 그런데 강교수의 시대관(時代觀)은 대 체로 외롭고 힘들고 어둡다. 리먼 사태가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고도성장시대와 거품경제의 종언이, 방사능 유출과 전력난이 상징하는 자연 재해 가, 공동체의 붕괴 및 사회양극화의 심화가 사람들을 하루하루 더 깊은 우울과 절망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 다는 것이 강교수의 평소 생각이다. 도쿄라는 도시는 말하자면 이러한 시대상(時代相)을 고스란히 반영하 고 대변하고 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줄곧 잘나가던 도쿄는 지금 “황 금의 광채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강교수의 판 단이다. 특히 고도경제성장 이후 도쿄는 “발정기가 끝난 도시”가 되었다. 그 결과, 도쿄는 무기질 빌딩 이 즐비하고 사는 사람들도 획일화되고 심신이 바짝 말라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럴 때 시부야구 요요기 카미조노초에 있는 메이지 신궁은 강교수가 볼 때 굳 이 종교적이지 않아도 일상에서 경건함을 만날 수 있 는 소중한 공간이다. 팽창기 이후 도시의 종교 시설 은 신앙심과 특별히 결부되지 않아도 좋다는 판단이 다. “악센트가 없이 밋밋한” 현대 도시사회에서 마음 의 성역 정도라면 역할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미나토구 롯폰기 국립신미술관 역시 일종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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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30 (聖地)”다.현대사회에서 미술은 종교를 대신한다는 것이 강교수의 입장인데, 그 이유는 자본주의 경제체 제에서 예술은 유일무이하게 교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부터 가장 자유롭 다는 의미에서 “예술은 신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 다. 국립신미술관이 다름 아닌 롯폰기에 들어선 것은 따라서 그에게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두말 할 나 위 없이 롯폰기는 도쿄에서도 글로벌 자본주의를 가 장 잘 상징하는 거리인 까닭이다. 신궁이나 미술관에 이어 도심 호텔의 기능도 비슷 하다.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있는 ‘포시즌즈 호텔 마루노우치 도쿄’에서 강상중 교수는 호텔이란 그 시 대 문화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스스로 유럽 식 작은 호텔을 선호한다고 말하는 그는 호텔을 “일 상의 연장이면서 일상과 차별화되어야 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그는 호텔을 “불특정 다수에게 열린 장소” 로 활용하여 공연장이나 전시관 같은 도시의 문화장 치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오늘날 호텔이 할 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마쓰리 또한 현대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필수불가 결하다. 다이토구 아사쿠사의 산자 마쓰리를 보며 강 교수는 그것을 불안과 긴장감으로 살아가는 현대 도 시인들의 “사회적 사정(射精)”으로 묘사한다. 울적 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사회적 회로(回路)로서 작용 하는 한, 마쓰리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 는다. 지요다구 간다 진보초의 고서점가 역시 도시 인들의 심성을 달래기에 적절하다. 서점 수만 200개 이고 그 절반은 헌책방으로 구성된 이곳은 세계 최대 의 서점가로서 옛날풍의 완고함을 간직한 “아날로그 적 세계”다. 문학에는 말의 영혼, 곧, ‘언령’(言靈)이 있다고 믿는 강교수는 간다 고서점가가 문학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재발견하는데 이바지한 다고 믿고 있다. 미나토구 롯폰기 힐스 자체에 대해서도 문화가 전 혀 없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강상중 교수는 만약 긴자가 근대를 상징했다면 롯폰기는 포스트모던을 상징한다고 대비한다. 그에 의하면 롯폰기는 “척하 는 것이 전혀 없기에 인간의 욕망을 직접 드러내는 거리”인데, 가짜에도 미학이 있고 가치가 있으면 그 것으로 족한 것이라는 게 강교수의 입장이다. 롯폰 기의 고층건물은 기술력과 재력을 보여주는데 적합 한 것으로, 이는 권력이나 돈을 공간적으로 시각화 한 결과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욕망이나 상승 지향이 수직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도시의 고층빌딩 이라는 것이다. 시부야구 하라주쿠는 원래 미군이 주둔했던 국제 적 거리 혹은 이국적 거리였다가 현재는 패션가로 진 화 중인 곳이다. 강교수는 하라주쿠를 일본 대중문화 의 진원지로 보면서 그것의 키워드는 귀엽다는 뜻의 “가와이”(かわいい)라고 규정한다. 곧, 가와이 문화 가 현대 일본문화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가와이 문화가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성숙 대 미성숙”이라는 이분법이 소멸된 결과라고 생각하는 발상이다. “부성(父性)의 상실” 내지 “어린아이와의 밀착화”가 미성숙한 귀여움을 일본에서 문화의 반열 에 올렸다는 주장이다. 주오구 긴자에 있는 샤넬 긴자점에서 그는 현대 도 시인들이 세계적 유명 브랜드에 목을 매는 이유를 설 명한다. 브랜드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자 양극화 시 대에 자신의 등급평가를 보증해주는 일종의 “부적”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라는 기호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재미있다. 곧, 아무나 그 것을 쉽게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것 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돈만 있으면 누구나 손에 넣 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는 가장 평등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강교수의 통찰력이 매우 빛나는 대목이다. 우리 시대의 영화관도 문화적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세타가야구 신겐자야에 있는 주오극장은 시네 마 콤플렉스, 곧 복합상영관이다. 그는 영화 보러 나 온 김에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는 우리 시대의 세태 를 은근히 비판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과거에 비 해 영화를 보면서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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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31 다.이는 오늘날 영화가 생활 주변에 너무나 쉽고 가 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강교수는 “영화의 일 회성 상실”이라고 표현한다. DVD 등을 통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지금 보고 있는 영화와의 진지한 대면이 필요 없다는 의미 다. 이와 같은 도시인의 영화관람 태도 분석을 통해 강상중 교수가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은 “모든 것에 있어서 ‘무거운 것’을 경원시”하는 풍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일본에서는 “나가라(ながら) 족”이라 부른다. 강교수는 주오구 니혼바시가부토초 도쿄증권거래 소에도 들렀다. 그에 의하면 그곳은 우리 시대 금융 자본주의의 현장으로서 “돈은 모든 것이 되고 금융 시장은 신이 된다.” 그런데 강교수는 도쿄증권거래 소에서 “자본주의의 추상화”를 읽는다. 곧, 모든 것 을 온라인화하면서 돈이 완전히 기호화되어 있는 곳 이 도쿄증권거래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증권거래 소는 무기질적인 공간으로서 “번쩍였던 욕망을 보 기 좋게 살균”하고 있는 곳이다. 과연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의 최전선을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분석 이 아닐 수 없다 시나가와구 가쓰시마 시나가와 수족관은 우리 시 대 도처에 편재하는 불확실성과 전반적 위기를 상징 하는 공간이다. 거대한 수족관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스스로 투명한 수조 속에 들어가 관리되기를 바라 는” 현대 도시인의 역설적 심리를 간파한다. 불안한 마음에 수족관 속 물고기가 더 안전해 보인다는 것이 다. 아닌 게 아니라 CCTV나 휴대전화의 GPS기능, 역 개찰구의 통과기록 등 다양한 신기술이 ‘안전’이 라는 이름하에 개인의 생활을 감시하는 것이 현대 도 시의 특징이다. 그러나 “위기를 관리하면 할수록 위 기를 관리하는 그 시스템 자체가 새로운 위험을 낳는 다”는 것이 강교수의 생각이다. 수족관 사회는 궁극 적으로 사회적 내성(耐性)을 약화시키며 위기에 대 한 체감온도를 저하하기 때문이다. 신주쿠구 하쿠닌초 신오쿠보는 현대 도시의 또 다른 그림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민족사회다. 신오쿠보는 한국이나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밀집·거주하는 지역이다. 여기서 강교수 는 “크리올(creole)화하는 도시의 언어”를 발견한 다. 크리올화란 주변부 국가 출신 이민자가 현지어(= 일본어)를 습득하고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다음 세대의 모국어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현재 도쿄의 언어분포도에서 세계 의 계층질서를 발견한다. 지금 도쿄는 이른바 ‘핫스 폿’(hot spot)을 수직으로 확대 중인데, 그 결과 고층 화되는 지역, 예컨대 롯폰기, 마루노우치, 시오도메, 시나가와는 ‘영어의 세계’인 반면, 주변부인 신오쿠 보는 ‘크리올화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도 쿄는 언어적으로 분단도시가 되고 있다. 도쿄의 삶은 이 밖에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영 역이 있다. 지요다구 소토칸다 아키하바라는 일본에 서 이른바 “오타쿠의 성지”다. 오타쿠란 하위문화에 몰두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서툰 사람을 일컫는 것 인데, 강교수에 의하면 오타쿠 문화는 현대 일본사회 가 만든 것이다. 곧, “과도하게 풍요롭고 부유한 사 회,” 따라서 단절도 없고 변화도 없는 사회가 “주어 진 것 안에서 놀 수밖에 없는 사회”를 초래하고 말았 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강교수는 비록 풍요로움을 느끼지만 “상당히 동물화한 사회”로 표현한다. 오타 쿠 문화는 사회적 유대를 잃은 원자화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는 리얼한 인간으로 이어지는 회로의 부재 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세카가야구 기타자와에 있는 고양이 카페의 체험 은 이런 점에서 각별하다. 목하 일본에서는 고양이 카페가 유행이라고 한다. 그 원인으로서 강상중 교 수가 들고 있는 것으로 첫 번째는 애완동물을 마음 대로 키울 수 없는 도시의 생활환경이다. 둘째는 위 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증가인데, 말하자면 도시 의 고독이 고양이 카페 성업의 배경을 이룬다는 것이 다. 세 번째로는 절약 지향 혹은 에코 지향의 사회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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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32 위기를지목한다. 다시 말해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기 보다 고양이 카페에 들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라는 것이다. 강교수에 의하면 고양이는 오늘날과 같 은 경제적 “수축의 시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이에 비해 개는 고도성장기 “팽창의 시대”에 걸 맞는 애완 동물이라고 한다. 다이토구 기요카와 부근의 산야는 도시빈곤의 최 첨단 현장이다. 그곳은 일본 유수의 ‘요세바’, 곧 인 력시장이 들어서 있는데 “빈곤의 그러데이션”이 산 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강상중 교수 의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서구의 슬럼가가 가족 단 위라면 일본의 요세바는 기본적으로 개인 중심이라 는 차이다. 강교수에 의하면 유세바 자체는 옛날에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취업 알선업자 등을 포함한 다양한 네크워크가 존재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끼리 의 횡적 유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급속한 세상의 IT화에 따라 오늘날에서는 일용 노동조차 고용형태 가 무작위적으로 바뀌었다. 곧, 휴대전화 하나로 ‘오 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로 몰려다닌다는 것이다. 우 리 시대의 비정규직은 이를테면 요세바 없는 일용 노 동자로서 한 곳에 집결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재(點 在)해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욱 더 비참해졌다. 그렇다면 도쿄에는 이제 이런 잿빛의 삶 밖에 남 아 있지 않은가? 이와 관련하여 다이토구에서 분쿄 구에 이르는 소위 야네센 골목(=야나카, 네즈, 센다 기)에서 강상중 교수에게 다소 위안을 준다. 최근 산 책코스로 각광 받고 있는 이곳에는 나무 들보나 기둥 을 기본구조로 하여 “열린 형태”를 지향하는 일본 전 통건축의 특징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곧, 야네센 에는 골목길이 많이 남아 있어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나 생선 굽는 냄새, 사람이 살아가는 소리나 리듬, 자 연의 색채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은 일견 쥐죽은 듯 하지만 온기가 있는 곳”이며 이른바 ‘서민 정서’의 잔존이 최근 야네센 활성화의 배경이라는 것 이 강교수의 해석이다. 여기에 주오구에 있는 쓰키지 시장을 추가할 수 있 겠다. 쓰키지 시장은 도쿄의 먹거리를 지탱하는 세 계 최대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강 교수는 도쿄증권거래소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읽는 다. 쓰키지 시장은 “살아있는 것을 취급하기 때문에 매일 계산 불가능한 요인이 다양하게 개입”할 뿐 아 니라 “믿을 것은 감이나 경험”인 공간이다. 이런 점 에서 모든 것이 온라인화한 도쿄증권거래소와는 대 조적으로, 이곳에는 “실체가 있고 사람도 있다.” 쓰 키지 시장은 에너지가 응축된 장소로서 그곳에서 일 하는 사람으로부터 긍지나 패기를 강하게 느낄 수 있 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강상중 교수가 볼 때 도쿄는 과거의 영화(榮華)를 점차 상실하는 도시다. 이방인을 자청한 채 도쿄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면서 저자는 그 실상을 하나하나 드러내 보이고 있다. 물론 도쿄 스스로의 잘못만은 아니다. 세계화나 저성장,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적 혹은 상황적 요인들이 기본 배경으로 깔려 있기 때문 이다. 게다가 도쿄가 TOKYO로 변신하는 동안 일본 내 도쿄의 위상도 많이 약해졌다. 한 때 거대한 자장 (磁場)이었던 도쿄의 자력(磁力)이 최근에 다소 약화 된 것은 교통망과 정보의 발달에 덧붙여 “도쿄의 편 재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도쿄는 더 이상 미 지의 세계가 아니고 아우라도 희미해져 간다. 그렇 다고 해서 도쿄 도시계획 자체의 문제가 면죄되는 것 은 결코 아니다. 강교수가 볼 때 거리가 무균 상태로 정비되고, 거리의 그림자 일소를 통해 가시성과 투 명성이 증대함에 따라 도쿄는 “미지수도 없고 굴곡 도 없는 도시...그러므로 어쩐지 답답한 도시”로 바 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 필요한 것은 “의 미가 부여되지 않은 장소,” 곧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이 강교수의 주 장이다. 새로 장소가 생겨도 이곳은 쇼핑하는 장소, 이곳은 스포츠 하는 장소라고 명확하게 하나의 목적 이 규정되는 것이 말하자면 현대 도시계획의 문제라 는 것이다. 도쿄에 절실한 것은 따라서 마련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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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ReviewJES 북리뷰 133 나기획된 이벤트에 익숙한 소비자라는 자리에서 빠 져나가, 모든 주민이 진정한 의미의 시민이 됨으로 써 도쿄를 명실상부한 자유로운 도시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불안한 시대의 도쿄를 지켜보며 강상중 교 수는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두가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바로 그 불안 속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 다는 것이 강교수의 믿음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보물”인데, 그러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도시라는 것이다. 왜냐하 면 도시는 기본적으로 “타자를 만나는 장소”로서 이 러저러한 배경이나 과거를 짊어진 사람을 받아들이 면서 구축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강 교수에게 도시란 본질적으로 희망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모든 도시 연구자들을 지적으로 자극하고 격려 할 수 있다. 끝으로 <도쿄 산책자>는 도시연구에 있 어서 ‘방법론으로서의 걷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일 깨워주는 역작이기도 하다. 발품을 부단히 이리저리 파는 가운데 도시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감수성 및 통찰력을 머리와 가슴으로 배양하는 학문이 도시 인 문사회학이라면 <도쿄 산책자>는 그것의 매우 훌륭 한 귀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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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 광고 조백일 동문(발전기금일천만원 기부)의 공간세라믹 회사를 소개해드립니다. 광고란은 환경대학원 발전기금을 기부해주신 동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동문들의 기업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