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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_어떤 물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다큐<야근대신뜨개질> 인터뷰
2015 가을 No.57
‘좋은 삶’을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
물처럼 맑은 하늘 아래 오곡이 익어갑니다.
곡식 낱알 하나하나에는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흙, 태양, 비, 바람, 농부의 기도와 수고가 모여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좋은 삶’을 갈망하는 우리들은 낱알 한 알,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에서도 존재의 본질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결정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문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이용객 추정치와 경제성이 부풀려지고, 생물종 다양성이나
산림에 미칠 훼손은 과소평가 되었습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설혹 경제가 조금 좋아진다고 해도 공공정책의
결정이 단기적 경제논리에 기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올 여름 우리는 심한 폭염과 가뭄을 겪었고, 한라
산에는 기록적인 집중폭우가 내렸습니다. 한반도의 농작물 재배 경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바다의 수온이 높아져서
어종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7도가 올랐다고 합니다. 보통 기온이 2도 상승
하면 종의 50%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천문학적인 자연재해와 각종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내부가 견실해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올해 우리 단체는 보다 건강하고 탁월한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비전2025’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4월
부터 회원 설문조사와 워크숍, 내/외부 이해당사자 개별 면담, 지역 초점집단 면접,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작업
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신뢰와 애정으로 귀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회원과
활동가들이 함께 우리의 존재의미를 재확인하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에 우리 단체는 생태주의와 여성주의가 만나는 상쾌한 기획, ‘나는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네팔과한국여성의
건강과자존감을지키고서로의자매애를높이는새로운캠페인입니다.10월에는지난해에시작해서많은호응을받은에코
페미니즘학교를다시시작합니다.우리의가치지향을더욱깊게다지고확산하기위한것입니다.많은관심과참여를바랍니다.
이번 소식지의 주제는 ‘물’입니다. 매일 매일 마시는 물, 녹조가 심각한 4대강, 바다 플라스틱 문제 등을 생각해봅니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임에도 당연히 여기고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우리말에 쉽고 아름다운 말이 수없이
많지만 ‘물’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외마디 단어가 있을까요? 물을 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회원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물처럼 맑고 가을 햇살처럼 밝아 하루하루가 축복의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에코토피아
04 	 수돗물, 마실까 말까?
08 	 요즘 4대강은
12 	 FACE TO FISH: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
16 	 생명 가득한 물 : 다르게 마시기
20 	 내일을 위한 시간
22 	 에코페미니즘_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24 	 환경건강_ 네팔로 날아가는 달거리대, 월경 이야기 같이 해볼래?
26 	 대안생활_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28 	 등산스틱
29	 식량주권?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30	 바느질하는여자_ 되는것도없지만그렇다고안될것도없는별꼴살이
32	 <야근대신뜨개질> 회색빛도시를뜨개질로알록달록, 그녀들의꿍꿍이
34	 알립니다
36	 이렇게 보냈어요
37	 교육 활동가 이야기
38	 힘을 더하는 참여
41	 면월경대 도안
	 2015년 가을 57호
발행일 	 2015년 10월 1일 (목)
발행처 	 (사)여성환경연대
발행인 	 남미정, 김양희, 장이정수
편집인 	 강희영, 이안소영, 경진주, 이지영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여성미래센터 201호 (07229)
전화 	 02-722-7944
팩스 	 02-723-7215
메일 	 kwen@ecofem.or.kr
홈페이지 	 www.ecofem.or.kr
디자인	 오달군 dalgun@gmail.com
표지 Ukeri http://blog.naver.com/ukeri
기획특집_어떤 물
일상카툰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물건탐구
밑줄 긋는 여자
느리게 살기
만나고 싶습니다
달팽이뉴스
우리 함께 해요
차 례
2015 가을
4
수돗물,
마실까 말까?
우리나라 수돗물은 전국 162개 지방자치단체와 1개 광역 상수도사업자에 의해 생산되고 공급되고 있다. 서울
시민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마시고 있으며, 부산시민은 부산시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사용한다. 우리
나라 수돗물 대부분은 하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며, 각 단계의 정수처리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고 있
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정수장 6개소와 취수장 4개소를 통해 하루 평균 317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천
만이 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다. 수돗물을 먹는 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
이다. 정수기 설치, 먹는 샘물1)
과 같은 병입수2)
구매에 시민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체 음용수 사용은 폐기물 발생, 전력 과소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1 먹는 샘물 (Bottled water)은 용기(주로 플라스틱)에 담아 제조 및 판매하는 물이다. 먹는 샘물은 대한민국에서 ‘먹는 물 관리 법’에 의한 공식적인 명칭이며, 대한민국 국어사전에서
는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물”이라는 뜻의 신어로 등재해 놓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2 먹는 샘물을 포함하여 해양심층수 등 먹는물관리법의 먹는물과 수도법에 의한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담아 생산한 것을 말한다. 먹는샘물보다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 쓰인다.
백명수(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생태학을 전공하고 환경운동을 하고 있으며 먹는 물 분야에서 믿고 마시는
수돗물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획특집 _ 어떤 물
5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
는다. (사)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음용수 이용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2명만이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
고 있다. 많은 국민은 음용수로 정수기 물이나 병입수(먹
는 샘물)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연령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의 병입수(먹는 샘물) 이용 비율이 높다.
서울시는 한강을 상수원으로, 팔당댐부터 잠실 수중보까
지 약 25km 구간의 한강 본류에 있는 취수장 6곳에서
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정수장 6개소와 취수장 4개소를
통해 하루 평균 317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천만
이 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
다. 원수인 한강의 물을 고도정수처리 방식까지 도입하여
수질을 향상하고 있으며, 먹는 물 수질 기준 59항목을 기
본으로 서울시 자체 감시항목 104항목을 추가하여 관리
하고 있다. 주요 수질 검사 항목은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
하기 위해 병원성 미생물 모니터링, 납, 비소, 카드뮴 등 건
강에 해로운 9가지 항목의 무기물, 페놀, 파라티온 등 유
해유기물 17종, 경도 등 수돗물을 마시기 꺼리게 하는 심
미적 영향물질 16종, 그리고 총트리할로메탄 등, 정수처
리과정에서 사용되는 염소로 인한 염소부산물 등이다.
수질검사는 원수 취수에서 각 가정의 공급 단계별로 진
행되고 있다. 원수에 대한 수질 검사는 6개 취수장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클로로필-a)와 페놀 등 7항목을
수질 자동측정기를 통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강북, 암
사, 풍납 취수장은 반달말, 전기활성미생물, 물벼룩을 이
용한 생물경보장치 운영하여 원수 중의 중금속 및 생활
하수 등의 오염원 유입 여부 상시 감시한다. 특히 시민의
입장에서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공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월 원수, 정수, 각 가정까지 공급단계별로 수질을
질 좋고 안전한 물을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한 상수도 인
프라는 시민들의 공적 자산이다. 또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한 물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관리에 대한 공적 책임과 시민들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기도 하다. 먹는 물이 상품으로 취급되고,
물의 공급이 시장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 시민의 생
명과 인권은 도외시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은 인간
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 공공재라는 사
회적 인식과 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마시고 있는
물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돗물, 우리집까지 어떻게 오는걸까?
수돗물은 국가에 의해 관리, 공급되는 물이다. 수도법에
는 국가에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
록 하는 책임이 있고, 해당 지자체는 담당 지역의 상수원
관리, 수도시설 관리 등에 노력하고, 수도사업자는 수돗
물을 안전하고 적정하게 공급해야 하며, 국민은 수돗물
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진 : 아리수 블로그 (http://arisumer.tistory.com/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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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천만 인구가 사용하는 서울의 수돗물은 일상적인 수질관리를 거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여전
히 많은 시민이 수돗물을 먹는 물로 신뢰하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것을 꺼리고 있다. 연간 7,635억 원의 예산(2015
년 기준)을 들여 국제공인 수질검사기관의 검사를 통해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적합 판정을 받은 수돗물을 하
루 317만 톤씩 서울시민들에게 생산·공급하고 있지만, 실제 음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
실이다(http://arisu.seoul.go.kr/ittecomm/index.jsp).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정부청사와 광역자치단체 청사의 음수대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수
돗물이 아닌 정수기나 생수(먹는 샘물)를 이용하는 냉온수기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돗물 생산과
관리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수돗물을 마시고 있지 않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생
산하고 공급하는 수돗물을 정부 스스로가 외면해온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되
고 있다.
딴 나라 수돗물 : 생태적이고 경제적!
수돗물 음용 장려는 세계적인 추세다. 병입수 과다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먹는 물 업계의 로비나 반발에 부딪혀 국가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로 작
은 공동체나 대학을 중심으로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으로 수돗물마시기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호주
녹색당은 2012년 공약으로 공공음수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심에 음수대 설치 확대를 선언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Give me Tap’ 캠페인은 수돗물을 담을 수 있는 물병을 팔고 그 수익의 70%를 제3세계 식수 개선에 기
부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수도협회와 전국의 수도사업자들이 ‘안전하고 맛있는 수돗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다양한 형태의 수돗물 알리기 행사나 캠페인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수돗물은 생태적이며
경제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수돗물 사용 권장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7년 ‘파비옹 드 로(Pavillon de l’Eau)’ 라는 물관련 문제와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센터 설립을 통해 수
돗물 관련 전시회, 학교 교육, 인식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파리시는 다양한 공공행사 즉, 테크노퍼레이드,
유산의 날, 운하축제, 하지절축제, 게이퍼레이드 등 연간 약 1백개의 행사에 참여하여 수돗물 이용 캠페인을 전
개하고 있다. 파리시 전 행정부와 공공사업자에게 수돗물 이용을 홍보하고, 파리시 의회는 모든 회의와 행사에
제공되는 생수를 수돗물(유리병)로 교체하자는 원칙을 채택하였다. 파리시 ‘기후계획’이 채택되면서 파리시 행
정부에서는 병입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2007년). 유럽 전역에서 생수 소비를 줄이자는 시민사회 주도의 캠
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임보로치아몰라(IMBROCCHIAMOLA)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이 진행
되고 있는데, 2011년 수돗물 사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투표에 2천 700만 명의 시민 참여를 계기로 물 운동
이 더 확대되었다. 2013년 유럽의 물 운동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물은 인권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였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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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물 사업에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게 하도록 2백만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공유 자산으로서 물의 인식
을 확고하게 하고, 더불어 수돗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돗물,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우리의 자산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 정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수돗물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으니 이를 시민들이 신뢰하고 음용수로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부를 불신하고 그에 따른 선택이 많은 부작용과 비용을 초래한다면 이는 불합리적이고 사회적 낭비
가 아닐 수 없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최대의 발명품이 수돗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수돗물은 일
명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상수원 오염, 노후급수관을 통해 경험하는 녹물, 그리고 염소 소독 냄새로 인한 맛·
냄새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돗물은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수처리가 완벽하게 적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안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우
려하는 위험요인은 대부분 정수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노후급수관도 오래된 건물에서 일어나는 경우로 한정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은 추가 오염의 가
능성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불신을 가중하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병입수(먹는 샘물)를 마실 수 있지만, 그것이 빈약한 정보
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역삼투압방식을 이용하는 정수기의 경우 전력사용량이 선
풍기 5대에 이르고, 5백 밀리리터의 정수를 얻기 위해 약 3배 반 가량의 물을 버려야 한다. 필터를 장착한 모든
정수기는 주기적으로 필터가 폐기물로 발생한다(정수기 하루 탄소배출량: 501gCO2/m3). 한편, 페트병에 담겨
생산되는 먹는샘물은 지구적으로 1분에 3,000개, 한해 1조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먹는샘물
하루 탄소배출량: 238gCO2/m3). 정수기나 생수 회사의 거대 자본으로 인한 무차별적 광고에 대해 비판적으
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화려한 이미지가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지구를 살리고, 내 몸을 살리는 방법으로서 질 좋고 안전한 먹는 물로 수돗물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할 때이다
(수돗물 하루 탄소배출량: 0.3gCO2/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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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_ 어떤 물
요즘 4대강은
낙동강 하류, 슬픈 물고기 이야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모래톱도 있었고, 낮은 곳도 있고 깊은 곳도 있었다. 낮은 곳에는 수초도 있었다. 수심이 2m 넘
어가면 수초가 잘 안 자란다. 그러니까 2m를 넘지 않는 지역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것을 다 준설 해버리고, 강
바닥을 고속도로처럼 일정한 깊이로 만들어버려서 그런 자리가 없어졌다. 원래 땅속에는 실지렁이도 있고, 미생물도
수서곤충들도 벌레도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빨아 당겨 버리고, 파내 버리고 막아 버리고 했으니까. 내가 봤을 때는
물벼룩이나 이런 것들은 다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게 작은 물고기들의 1차 먹이인데 그런 것들도 없어져 버리
고 그나마도 살아있는 고기들도 수초라든지 얕은 지역이 없으니까 산란도 안 한다. 붕어나 잉어 같은 경우 봄에 산란
을 한다. 그런데 가을에 잡아도 배가 불룩한 것들이 있다. 알이 배 안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잘 몰랐는데
학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원래 서식지가 맞지 않으면 산란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란하지 않으면 고기 자체도 병이
걸려서 죽게 되고 알을 다음에 낳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 안에서 그대로 상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뭐 아주 조그
만 고기들도 산란처가 없어졌고, 1차 먹이사슬부터도 없어져 버렸으니까 거의 전멸이다.”
지난 7월 중순, 김해에 있는 대동 선착장에서 낙동강 어민들을 만나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초여름, 낙동강 하류
어부들의 그물에 죽은 물고기와 새우가 걸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건져 올리는 통발마다 죽은 물고기뿐이었다.
미끼로 쓰이는 새우도 잡는데, 이 또한 죽어 있었으며, 수량도 많지 않았다. 또한, 잡힌 물고기 중 많은 개체에서
피부병이 발견되었다. 그나마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도 얼마 되지 않아 죽어 버렸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낙동강 어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예전과 비교해 낙동강의 물고기가 90~95% 멸종이라고 이야기했다. 죽은 물고
기가 올라오는 현상은 벌써 2년째 겪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잉어와 붕어, 메기, 장어 등 토종물고기는 거의 잡히
지 않고 외래종 어류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창
녕 어민회 성기만 씨는 20년 동안 낙동강에서 어업을 하며 자식들을 길러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
이다솜(녹색연합 평화생태팀 활동가)
녹색연합에서 4대강사업대응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이다솜입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꿈꾸며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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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녹조는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우리 강을 찾아오고 있다. 그리고그시기는점점
빨라지고 있다. 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는
유해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 수 또한 해를 거
듭할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덮으려던
국토부는올해부터 ‘펄스 방류’라는 것을 시작했다. 펄스
방류는 기존의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방식과는 차별
화된 방법으로, 물을 단시간에 한 번에 흘려보내 유량을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물을
흘려보내야만 녹조가 사라진다는 것을 국토부도 인정
한 셈이다. 펄스 방류 시행 첫날, 낙동강을 찾았다. 조금
열린 수문과 흘러 내려가는 물을 확인하고 펄스 방류가
진행되는 보의 상·하류 녹조 모니터링을 했다. 당연하
게도,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문을 여는 그 순간
에는 녹조가 휩쓸려 내려갈 수 있지만 펄스 방류와
같이 간헐적으로 수문을 여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
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눈속임이다.정말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옳
은 방법이다. 녹조는 그저 강이 초록으로 변하는 현상
이 아니다. 녹조는 강에 사는 생물들의 목을 조르고,
마라고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조업해도 남는
것이 없고, 조업 일수가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했
다. 도대체 강은 얼마만큼 병들어 있는 것일까. 어민들
에게서 전해 들은 붕어 이야기에 덜컥 겁이 났다. 번식
처가 사라져 알을 낳지 못한 채 당황하며 계절을 보
냈을 붕어가 떠올랐다. 죽어가는 뱃속의 생명을 품은
채 허둥지둥, 알을 낳기 위한 장소를 찾아 헤맸을 붕
어가 그려졌다. 알을 낳아도 문제는 계속된다. 어린 물
고기들이 먹을 1차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까
스로 태어나도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 이 모든 것
의 시작은 4대강 사업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단순
히 모래를 퍼내고 보를 만든 사업이 아니었다. 생명
의 근원부터 없애버린, 우리의 강을 토막 내고 익사
시킨 학살 사건이었다. 생태계를 살리고, 홍수와 가뭄
을 예방하며 지역 경제를 살린다던 무자비한 삽질은
4대강 살리기사업완공4년차에접어든올해,토종물고기
의90%전멸로돌아왔다.
식수를 위협하는 녹조라떼
4대강 사업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먼저
‘녹조라떼’를 떠올릴 것이다. 마치 초록색의 페인트를
10
에쉽게 가라앉는다. 본래 이 자리에는 썩은 펄 대신 모래
가있었다. 4대강사업당시강은엄청난양의모래를빼앗
겼다. 인간은 강에게서 빼앗은 모래를 골재로 팔아 돈
을 챙겼다. 미처 팔리지 않은 모래가 아직 쌓여있는 지역
도 있다. 인간의 욕심만큼이나 높이 쌓인 모래는 강 밖에
서할 일을 잃어버렸다. 사실, 모래는 강에서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한다. 고운 은빛 모래는 상류에서부터 강을
따라 흐르며 생명을 길러내고 물을 정화한다. 모래 알
갱이 사이사이 공기를 머금어 크고 작은 수서생물과 물
고기를 키운다. 학명에 ‘낙동 Nakdong’이 들어있는, 우리
고유종 물고기이자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Gobiobotia
nakdongensis)도낮 동안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밤
이 되면 모래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한다. 이들에게모래는
서식처이자 산란처, 은신처이다. 모래 속에 살던 생물들은
공기도,물도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썩은 진흙에서는 살아
갈 수 없다. 안타깝게도 흰수마자 또한 낙동강 본류에
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금강 본류에서도 더는 찾아볼 수
없다.지금사는지류에서마저쫓겨난다면,지구에서더는
흰수마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귀한 모래를 강에게서 빼앗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마지막 남은 4대강 사업, 영주댐이 그것이다.
영주댐은 낙동강의 제일 첫 번째 지류인 내성천 상류에
지어지고 있는 댐이다. 내성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고
운 금빛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낙동강 모래의 절반 이상
이 내성천으로부터 공급된다. 반짝이는물이모래와함께
흐르고,수변에늘어선버드나무가지가만들어내는수려한
풍경에,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독일의하천복원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을 두고 세계자연유산 감이라고
칭하기도했다.내성천은 보기에만 아름다운 강이아니다.
강에 들어가 모래를 밟고 물의 흐름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유일한강이다. 또한내성천모래를따라걷다보면멸종위
기종수달의서식흔적을어렵지않게발견할수있다.수달
을 비롯해 삵, 먹황새,흰수마자등많은멸종위기종야생
시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한다. 우리나라는 생활용수의
많은 부분을 강에 의존한다. 원수인 강의 오염이 심할
수록 정화 과정은 복잡해지며, 정화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녹조의 경우, 정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성
된다. 물론 담당기관에서는 수돗물 안전에 최선을 다
하겠지만, 흐르는 물을 취수해 정화하는 것과 고인 채
썩어가는 물을 취수해 정화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본래깨끗한물을조금의공정을거쳐정수하는물과 오
염된 물을 많은 공정을 거쳐 정수한 물. 시민들은
어떤 물을 더 원할까? 얼마 전 부산의 수돗물 수질이
역대 최악이라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는
원수의 수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만큼 쌓인 모래는 할 일을 잃고
모래가 사라지고 물의 흐름이 멈추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시사철 담겨있는 푸른 물의 아래에서, 강은
바닥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지난 7월 낙동강 공동조
사 시하류 네 개보상류에서강바닥의 모래를 채취했다.
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으로 강바닥에서
올라온것은금빛모래가아니라악취나는 진흙이었다.
낙동강 어민들도 강바닥이 썩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구가 까맣게 썩어서 올라오며, 썩은 자리에서는 그어
떤 생명의 기척도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물이 흐르지 못
해 생긴 일이다. 흐르지 않는 물에서는 오염물질이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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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 내성천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영주댐의 건설 이후,
내성천은큰변화를 겪고 있다. 고운 모래밭은 풀밭이 되
어버렸고, 손으로 떠올려서 바로 마실 수 있던 맑은 물은
오염되었다. 댐 담수가 시작되면 변화는 더욱 선명해질 것
이며 야생동식물의서식처와유서깊은마을,문화와역사가
몽땅수장될것이다.영주댐 상류에는 모래의 공급을 차단
하는 유사조절지가 댐과 함께 건설되고 있다. 여기에모인
모래를영주시는골재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목적도 없이 지어지는 댐과 지자체의 이기심은 내성
천을 서서히 죽이고 있으며, 낙동강 재자연화의 희망을
없애고 있다.
채적지못한이야기가많다.고인물에서식하는큰빗이끼
벌레가 4대강에 대량으로 번식했다. 어류와저서생물,수서
곤충을 포함한 수생생물들이 유수역에 서식하는 생물 종
에서정수역에살아가는생물종으로변화하고있다. 사시
사철 뿌리가 잠겨버린 버드나무가 몰살당했다. 보의 수
위로 인해 집단고사한 물억새 군락도 있다. 그곳에 사는
맹꽁이도 함께 죽었을 것이다.지하수위상승으로인해4
대강 본류 주변의 밭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올봄, 극심
한 가뭄이 계속되었음에도 4대강에 가둬놓은 물은 소용
이 없었다. 4대강의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엄청
난 세금을 들여 수로 시설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
는 4대강에 섬진강을 포함한 5대강의 수변구역에 개
발 가능한 친수 구역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돈을 향해 달린 4년, 더 늦기 전에 수문을 열어라
모든 것은 4대강을 16개의 보로 조각조각 토막 내고
가두면서 시작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불변의 법
칙을 무시하고 돈을 향해 달린 지 4년, 4대강의 상황은
해를거듭할수록악화하고있다.호수가되어버린강에서
내년에는또어떤일이일어날지벌써두렵다. 문제의해결
방법을우리는이미모두알고있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
르게하는것,장기적으로는 보를 철거하는 것이다. 재자
연화를하지않는다면,4대강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
화할것이다. 6월말,하천재자연화사례지답사를위해 독
일을 찾았다. 그곳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유럽 최대 수로인 라인
강의 마지막 보인 이페츠하임 보를 찾았다. 흐르지 않는
푸른물이가득차있는모습이4대강과비슷했다.베른하
르트 교수는 “4대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기서도똑같
이 일어났었다.”며 “아직 한국은 늦지 않았다. 이곳은 이제
너무 오래되어 재자연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
국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지금 수문을 열면 된다.”고 이
야기했다. 더늦기전에수문을열어야한다. 또한,낙동강
재자연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내성천을 보전해야 한다.
댐 건설과 준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민 없이
치수1)
를 하려는 이기적인 방법이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
쓸모없는 댐을 허물고 있다.또한강에게좀더자리를내
어주는 방식으로 치수방법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 역시
강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으로 하천관리패러다
임을 바꿔야 한다. 이것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을 때
가능하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때 저들
은 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여름, 보에 몸을 부딪치며 뛰어오르던 물고기를
보았다. 상류로 올라가려던 물고기는 낯선 구조물에
가로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
는지, 그 원망스러운 보에 얼마나 몸을 부딪쳤을지 가늠
조차 되지 않았다. 보나 댐, 준설이 아니어도 이·치수를 할
방법은얼마든지있다.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할 수 있
는 이·치수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연만
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연에 행한 파괴가 인간에게 돌
아오듯이, 재자연화 또한 인간에게 이로운 결과로 돌아
올 것이다.
1 수리 시설을 잘하여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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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때문에 바다새가 죽는다고?!
뽀드득,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깨끗하게 세수를 시작한다. 클렌징폼을 쭈욱 짜서 몽
글몽글 거품을 내면 괜시리 기분까지 좋아지곤 한다. 하얀 거품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가끔은 까칠한 피부를 위해
각질도 제거하고. 과거 여드름으로 고통 받은 전력이 있던 나로서는 클렌징에 나름 공을 들이는 편이다.
때문에 여성환경연대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세 플라스틱 화장품에 관한 활동을 맡게 된다는 이야
기를 듣고는, 단순히 피부에 더 좋은 성분을 찾는 활동일거라 여겼다. ‘천연 화장품으로 피부가 더 좋아지려나?’ 철없
는생각을하며단체를처음방문한날,보게된영상은충격적이었다.내가본동영상에서는‘앨버트로스’라는새의몸
에서 수많은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플라스틱을 먹은 앨버트로스 새끼들의 일부는소화관이막혀죽어가고있
었고,앨버트로스뿐아니라많은 새와 물고기들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보였다. 플라스틱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동물에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정말 몰랐다.
FACE TO FISH: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
조은지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과 토익에는 영 관심이 없는,
그저 하루빨리 강아지와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픈 도시인
기획특집 _ 어떤 물
『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이지연 옮김, 미지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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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장품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문제인걸까? 영상을 보며 고민을 하던 차에 병뚜껑, 라이터 등과 같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뿐 아니라 화장품 속의 미세 플라스틱이 더욱 위험하다는 활동가분의 설명이 이어졌다. 미세
플라스틱이 대체 뭐길래 저 먼 나라의 새들까지 고통 받게 만들고, 화장품 속에 가득하다는 건지.
참을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의 무거움
미세 플라스틱은 0.001mm~5mm 정도의 매우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일컫는다. 머리카락 두께와 비슷한 수준
이니, 육안으로 관찰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생물의 근원이자, 모든 생물의 부유물을 떠안는 바다는 바로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력이 가감 없이 발휘되는 장소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도 바다로 흘러가게 되면
계속되는 분해를 통해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변한다.
작은 플랑크톤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다시 그 플랑크톤을 물고기들이 섭취하는 먹이사슬의 과정 속에
서 미세 플라스틱은 몸에서 몸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육지의 새, 또는 인간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물고기를 먹게 되면서 결국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 다시 인간
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미세 플라스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세 플라스틱이 대체 얼마나 위험한데?! 라고 묻는다면, 얼마나 위험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라
는 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흘러 든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자석처럼 흡수할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게다가 매우 작은 미세 플라스틱의 입자가 체내 세포막에 침투하게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 새
(출처 http://www.chrisjordan.com/gallery/midway/#CF000313%2018x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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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플라스
틱을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
슬을 타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현재 미세 플라스틱의
악순환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제대로 된 연구도,
어떠한 명쾌한 해답도 내려지지 못한 상태이다. 미세 플
라스틱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구가 이뤄진지는 불과 10
여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의 바다 속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의 조사에 따르
면, 거제도 해역의 바닷물 1㎡에는 평균 21만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다는데 이는 무려! 싱가포
르 해역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아, 미세 플라스틱이 이렇게 나와 멀지 않은 곳에서 포진해있을 줄이야.
남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어온 스티로폼은 현재 관련 법안의 상정과 대체 물질 사
용 등으로 나름의 개선안을 마련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또 다른 용의자로 떠오른
것은 스티로폼도, 페트병도 아닌 화장품이다.
도대체 부드러운 화장품에 무슨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건지 의아하다면, 각질 제거제를 사용할 때에 만져지
는 까끌까끌한 작은 알갱이나 치약 속에 보이는 알갱이를 떠올려보자. 그것들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세안,
스크럽, 필링, 각질 제거 등의 기능을 가진 제품들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클렌징 제품 하
나에서 무려 35만 여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한다면 1리터 용량의
페트병 28개를 바다에 내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떠한 세안제도 사용할 수 없단 말인가?! 하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알고, 해당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선별해서 사용하면 된다.
미세 플라스틱 거절하기
1. 화장품 라벨의 성분표시를 들여다보세요. 혹은 화장품 전성분이 나와 있는 스마트폰 어플 ‘화해’나 ‘화장
품 멘토’ 등에서 제품을 찾아서 성분을 살펴봅니다.
2. 아래 성분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 다음 성분이 든 제품을 피합니다.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나일론-6, 나일론-12 등
3. 미세 플라스틱 든 제품 목록을 확인하시고 피하세요.
-제품 목록은 여성환경연대 사이트에 공개됩니다.
-모바일 어플 (안드로이드 폰, 아이폰) ‘Beat the Microbead’를 다운 받으세요.
4. 미세 플라스틱이 든 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용기째 버려야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아요.
화장품 알갱이 (출처 http://beatthemicrobead.org/ko/photostrea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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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게 안녕을!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다국적 화장품 회사들은 이미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다. 유니레버가 2015년까지 자사의 모든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이어 존슨
앤존슨, 로레알, 러쉬, 피앤지, 더바디샵 등이 이를 약속한 상태이다. 미세 플라스틱 대신 호두나 코코넛 등의 껍질
과 바다 속에서 빠르게 생분해되는 PHA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리노이, 뉴욕, 캘리포니아 주
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금지 법안이 통과되거나 상정중이며, 유럽 해양환경기본법(MSFD)은 미세 플라스틱
을 쓰레기로 규정하고 유럽 전역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되도록 플라스틱에게 안녕을 고하면 어떨까? 용기재활용연구소(CRI)
에 따르면 1년 간 미국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용기 중 750억여 개가 페트병 혹은 폴리에틸렌 병으로, 이 중
4분의 1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분리수거하더라도 ‘레알’ 재활용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재활용 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로 분해될 것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쓰레기 중 플라스틱 종류가 단연코 가장 많고 (바다 쓰레기의 58% 차지), 플라스틱 페트병
의 경우 450년 후에야 분해된다. 이는 지금까지 생산되고 버려진 플라스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미로, 플라
스틱은 십장생보다 장수한다. 특히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무려 세계 1위에 등극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의 사용을 거절하고, 오랫동안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나무, 유리,스테인리스 등과 친해져보자.
결국 우리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를 통해 여러 생물을 거쳐 다시 우리의 몸으
로 돌아오게 된다. 인공물질이면서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된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나의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의 미세 플
라스틱, 그리고 편리하고 가벼운 플라스틱이 다시 나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된다. 내 몸에도, 앨버트로스에
게도, 저 바다에도 좋지 않은 플라스틱 악순환의 안녕을 위해 나는 오늘 과감히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세안제에게 안녕을 고한다!
부엌에서 빌려 쓰는 천연 각질 제거제 ‘소다’
1. 손바닥에 엄지 손톱 정도의 소다를 올리고 살짝 물을 뿌리기
2. 물에 젖은 상태의 소다를 얼굴 전체에 부드럽게 문지르기
3. 물세수로 소다를 헹궈낸 다음 비누로 세안하기
팁!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부엌에 있는 기름에 소다를 섞어 만든 ‘오일소다 페이스트’로 각질은 물론
화장도 지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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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물의 조건과 다양한 물마시기 방법
건강한 물이란 무엇일까? 오염되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 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물이 건강한 물이며, 그밖
에 활성수소가 많고, 약알카리수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좋을 것이다.
과연 이 조건에 충족할 만한 건강한 물은 얼마나 있을까? 이미 우리 환경은 고도의 산업화와 기계화로 오염되
어 있고, 공기의 오염은 물과 땅의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오염된 물을 피하기 위해 시판되는 생수를 사먹거나 정수기를 이용하고, 수돗물을 좀더 안전하게 이
용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모색하여 선택해서 먹게 된다. 그러나 시판되는 생수는 취수원의 문제, 패트병 용기
의 환경호르몬 문제, 관리소홀로 인한 위생 문제뿐 아니라 살균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발암물질 논란 등으로
안심하고 먹기에는 왠지 뭔가 손해 본 듯한 느낌이다. 정수기 또한 미네랄 소실, 세균오염, 내부 위생문제, 산성
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수돗물 또한 염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
새와 물맛에 대한 비호감, 노후된 수도관로와 저장탱크의 위생문제, 발암물질 발생 우려 등의 논란을 안고 있
다. 이래저래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물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운반, 조절, 순환, 배설작용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소화를 위해 우
리 몸속에서 쓰여지는 물은 입에서 항문 배설까지 총 10리터에 이르고, 우리가 움직이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배설되는 물은 하루 2.5리터에 이른다.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
을 수 있으나, 평균 500~1,000cc 정도이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 1,500cc에서 2,000cc정도의 물을 보충해 주
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만큼 물은 중요하다.
생명 가득한 물 :
다르게 마시기
김길순
세딸의 엄마이자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와 안산아이쿱소비자생협, 한국자연건강회에서 활동하며
식생활교육과 자연건강지도를 하고 있다
기획특집 _ 어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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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일단 보건복지부 수질 판정에 통과한 지하수나 약수, 수돗물을 정화해서 먹
을 수 있는데, 불가피한 경우 정수기를 쓸 수 있지만 맥반석과 숯 그리고 볶은 소금을 이용해 수돗물을 정화
해 먹을 수 있는 항아리 정수 방식도 있다. 이들 중 각자가 건강상태와 취향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선택해서 먹으면 좋을 것이다. 만약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끓
인 물 보다는 자연수, 즉 생수를 상온으로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생수는 수소와 산소 외
에도 우리 몸에 유익한 미네랄과 자연의 생명력이 충만해 있다 한다. 물을 끓이게 되면 산소를 비롯하여 열에
약한 유기미네랄을 잃게 된다.
아토피와 항아리 물정화법
건강한 살아있는 생수를 먹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식은 항아리 정화 방식이었다. 항아리에 물을 넣는 방식으
로 정화해서 먹게 된 계기는 아이들의 아토피로 인해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가 25개월, 셋
째가 7개월째 되던 즈음 새 아파트에 이사오게 되었다. 그 1년 후 아이들에게는 원인모를 피부발진이 접히는 부
분부터 시작되었고, 아침에는 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한 결막염에, 귀 뒤에 진물이 흘러 피부가 녹아내리
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의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병했다. 아토피가 전신으로 번지는 데는 몇 주가 걸리지 않았다.
아직 치유치 못한 조카의 아토피를 20여년 지켜본 결과 깨달은 바대로, 아토피 치료의 기본은 물과 음식, 최대
한 자연적인 방식의 치료 방법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입과 몸에 닿는 모든 화학물질들을 차단하기위해 노력했
다. 환경을 전공했다는 자만심 때문에, 아이들을 무방비로 몰아넣은 엄마의 무지 때문에,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생활을 점검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물 또한 그 중하나로 수돗물 정화방식으로 역삼투압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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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정수 방식이 아닌 항아리 정수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토피 치료과정에서 물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과 함께 몸을 깨우고, 외출 시에는 물병
이 늘 필수품이다. 아이들을 보기만 하면 “물먹었니?”라는 말이 일상이 될만큼 물은 아토피 치료에 중요한 도
움이 되었다. 그러기에 물을 정화해서 건강한 물을 마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다. 베란다
에 항아리 두 개를 두고 수시로 물을 채워 넣고, 정화해서 가라앉혀 주전자에 넣어 상온의 물을 먹었다. 틈만
나면 항아리를 닦고, 맥반석을 닦으면서 정성스레 물을 먹었다.
항아리가 아니라 감사와 정성이 물을 정화했는지도
아이들의 아토피로 인한 일상유지도 어려웠지만 물 정화 방식 또한 쉽진 않았다. 정성이 들어간 물이 정화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고, 그저 염소 냄새가 나지 않고 물맛이 좋아진 정도로 만족은 했으나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숯과 맥반석 모두를 사용해서 정화해 먹었으나, 그 번거로움 때문에
맥반석으로만 대체했고, 이후에는 볶은 소금을 넣지 않고 맥반석 양을 조금 더 늘리고, 수도꼭지가 달린 항아
리를 사용해서 정화했다. 뭔가를 정성 들여 한다는 것, 그것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었다. 어떤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 끝까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자
신에게 아주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항아리 정화방식은 어쩜 화학물질을 정화하는 것에 의
미를 두긴 했지만, 엄마의 정성이 그 물 맛을 더 변하게 한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정성들인
탓인지 아이들은 3년 만에 아토피에서 자유로워졌고, 지금은 아토피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중1, 중2의
어여쁜 숙녀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맥반석이 반쯤 담긴 항아리에서 물을 받아먹고 있다. 이제는 절실함이 덜
해서인지 항아리 세척도 미루기도 하고, 수돗물대신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항아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경
치좋은 시골에 여행이라도 가면 좋은 물을 길어다 항아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우리집 물은 세 아이들 등굣길
에 필수품이다. 나는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물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정수기 물보다 항아리물이 맛있다는 이
유에서 물을 싸 간다. 일본에 에모토 마사루라는 물을 연구하는 분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보면, 물도
의식을 갖고 있다. ‘사랑’, ‘감사’등 긍정적인 말을 하면 그 진동음이 물질을 좋은 성질로 바꾸어 아름다운 결정
을 이루고, ‘미움’, ‘악마’, ‘미워’등 부정적인 말을 하면 모든 것을 파괴의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
은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다. 우리집 항아리의 물이 맛있는 이유는 단순히 맥반석을 넣어 정화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
족의 건강을 바라는 부모의 사랑과 정성의 의식이 물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알러지로 많은 고생을 한 나로서는 건강한 물이란 그저 깨끗한 물의 의미를 넘어선다. 건강한 물이란 건강한
정신이 깃든 물이라고 생각한다. 물을 준 자연에 대한 감사와 물을 뜨고 준비한 이의 수고와 사랑이 깃든 물은
건강한 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물 한 방울도 그냥 주어졌다고 생각 한 적도, 허투루 생각 해본 적도 없다.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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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은 ‘생명’이요, 내 아이들과 내 건강을 지켜준 소중한 ‘감사’인 것이다.
수돗물 정화하는 법
1. 유약처리를 하지 않은 항아리(천연유약으로 처리한 항아리도 무방)나 유리용기, 맥반석, 숯, 볶은 소
금을 준비한다. 맥반석과 숯은 서로 대체하여 써도 좋다.
2. 항아리에 수돗물을 받아 소쿠리를 덮고 24시간 놓아둔다.
3. 24시간 가라앉힌 수돗물을 다른 항아리에 조심스럽게 퍼 담는다.
4. 수돗물 1말(18리터)을 항아리에 넣고 맥반석 1킬로그램(또는 숯 한근)과 볶은 소금(20그램)을 넣는다.
5. 항아리를 소쿠리로 덮은 뒤 8시간 이상 둔다.
6. 맥반석으로 정화한 수돗물의 경우 3일 정도까지 두고 먹어도 된다.
7. 맥반석은 한 달 정도 후 소금물에 끊여 소독한 뒤 햇볕에 말려 다시 쓴다. 1년 정도 쓸 수 있다.
8. 숯은 일주일에 한 번씩 꺼내어 햇볕에 말린 뒤 다시 쓴다. 한달 정도 쓸 수 있다.
9. 항아리는 3일에 한번 깨끗이 씻어 준다.
수도물 수질검사하는 방법
✻ ✻ 각 자치구의 수도사업소나 국번없이 121로 연락하시면 무료로 수질검사를 해 줍니다.
연락처는 상,하수도요금 고지서에 나와 있습니다.
✻ ✻ 인터넷으로도 신청 가능하며 서울의 경우는 http://water.seoul.go.kr 로 하시면 됩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각 지방 자치단체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 ✻ 수도물과 정수기, 항아리 등으로 정화한 물 모두 수질 검사 해줍니다.
서울시는 수질검사를 무료로 해줍니다. 그러나 서울시 외 타 지역은 유료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유・무료 여부는 사전에 각 시・도에 연락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보 출처: 『해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최민희 저),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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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카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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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박다영 언제나 문제는 ‘사랑’이 없는 곳에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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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완벽하게 파괴적인 종(Homo Devastans)도 아니고, 그렇다고 숭
고하게 자연친화적(ecologically noble)이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
도 저것도 아닌 괴로운 중간지대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특히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지향하여 산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콘크리트
벽 곳곳의 수천만의 생명체가 제공해준 오래된 혜택을 기억하지 못하고,
맹목적 소비만 하는 파괴자로서의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도시 문명이 주는 혜택을 유보하기에는 이미 각인된 편리함의
유혹을 견뎌내기 힘들다. 결국 지식으로는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알면서
도, 몸과 욕망, 감각들은 자본과 개발의 무차별한 증식에 힘을 보탠다. 그
렇다면 우리는 평생 구조를 문제 삼고 타인의 ‘악행’을 기록하고 성토하
며, 평생 괴로운 중간지대에 머무르다 생을 마감할 것인가? 우리가 괴로운
중간지대에서 조금만이라도 이동할 수 있으려면 삶의 좌표를 구성하는
인식의 방법론들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소비’에 관한 것이다.
도시인들은 대부분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한다. 물건, 서비스, 경험을 구매
하는 소비자 정체성이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요건이 되고 있다. 신자
유주의적 논리가 전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공동적 삶’이나 ‘비시장적
가치’는 약화되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삶의 대부분은 ‘시장’으로
아웃소싱 되고 있다. 상품이 아닌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며, 시
장을 통해 구매되었을 때만 안전성과 품질이 보증된다고 느낀다. 이런 경
향은 도시 여성들의 삶을 더욱 시장 의존적으로 만들고 있다. 많은 직장
여성들은 일터에서 받은 인격적 모독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소비’를
택한다. 인정 욕구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자 권력을
과시한다. 컴퓨터에 해외 직구 사이트 몇 개를 동시에 열어 놓고 남보다 조
금 싼 가격으로 명품, 액세서리, 고급 요리 기구를 구입했을 때 자신이 꽤 기
민하고능력있는여성이라느낀다.외모를가꾸기위해피트니스,체질관리,
맛사지 등에 투자하면서 일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까먹는다.’ 한30대
전문직 여성은 맹목적 소비를 통해 임시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을 획득하지
만 결국 저축도, 궁극적인 해결책도 없이 부채만 늘어나는 허무한 반복을
되풀이한다고 한탄한다. 나 자신도 한때 TV 홈쇼핑으로 빵기계, 홍삼 제조기,
요구르트제조기,슬로우쿠커,식품건조기,각종믹서등을 구입하여 부엌을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이주, 젠더, 환경,
도시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시대
의 문화번역>,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기> 등의 저서가 있다.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에코페미니즘
23
홈쇼핑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노동 강도에서 오는 피로감을 TV 리모컨과 전화기로 해결했던 것이다.
도시인들이 반짝 쓰고 내팽개친 다양한 기계들, 핸드폰, 컴퓨터, 게임기 등은 중국의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었던 구이유나
가나의 아그로블로 마을을 산업폐기물 및 전자쓰레기장으로 변화시킨다. 그곳 마을 아이들과 여성들은 각종 유해물질에
중독되어 평생 아픈 몸 때문에 고생한다. 환경 문제는 우리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전이되기 때
문에 우리는 여전히 살만하다. 밀양할매들의 ‘날벼락’ 고생도 서울 및 수도권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혜택을 위해서이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자연과 사람들의 삶터를 파괴해야만 우리는 좌표를 이동시킬 수 있을까?
문제는 소비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 여성 두 사람 이상 모이면 무엇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가 중요한 정보로 유통된다. 여성들은 자녀 교육, 물건, 여행, 경험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하면서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를
확인하고 회복하는 데 익숙해진다. 스티븐 마일즈는 ‘공모적 공동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소비자는 소비자본주의의 희
생자가 아니라 공모자라고 주장한다. 소비라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기쁨을 추구하며, 모든 사람이 소비주의에 연루되어
있다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비주의에 가담한다. 왜냐하면 소비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제
공해 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믿고 의지할 만한 공공 영역의 부재로 우리 모두는 예측 가능한 소비의 세계에 의존하고 싶어
한다. 결국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소비시민권을 획득해가는 도시인들은 자연과의 공존, 안전, 건강, 돌봄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도시인의 소비지향적인 성향은 쉽게 다른 가치들과 접목하면서 기업 논리를 확장하는 데 동원된다. 페미니즘의
정치적 현장은 ‘여성친화성’을 내세우는 보수적 국가 및 각종 기업들에 의해 국가페미니즘이나 시장페미니즘(market
feminism)으로 대체된다. 소비는 넘쳐나지만 정의로움을 향한 인간 의지와 정치는 실종된다.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소비라는 조건화된 집단적 감각으로부터 이동하는 것이다. 소비는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도, 삶을 이동시키지도 못하는 폐쇄회로에 모든 개인을 가둔다. 소박한일상을유지하기위한요리,
집안일,돌봄은개개인의노동,감정,지성을결합시켜할수있는가장원초적인일이며남녀, 세대, 계층과 상관없이 해야 할 필
수 노동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산자를 독려하는 소비 형태를 탐색하고 또한 우리의 과소비 이후의 폐해를 책임져야 할 이웃
또는 저기 먼 곳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알아야 한다. 이후 맹목적 소비로부터 ‘빗겨가기’의 관점을 갖게 되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중간 지대로부터 조금 이동할 수 있다. 앙드레 고르가 지적한 것처럼 소비문화는 개인화, 특이화, 경쟁관계, 질투
등반사회적사회화를조장하기때문에여성들을분리시키고,자율성과실존의안전을확보하는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공모적 소비주의와 거리 두는 것이다.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환경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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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자유롭게 이야기 하시나요?”
한 대학 캠퍼스에 만난 여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다수의 대답은 No!
그 이유는 월경은 말하기 창피하고 부끄러워 숨겨야하는 것 같아서이다. 우
리는 왜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여
성은 평균 14세부터 49세까지 약 35년간 월경을 한다. 그 횟수는 평생 약
500회에 달하는데 이는 일생의 1/8을 월경일로 보내는 것과 같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세계여성의20%는월경중이라는말이다.가임기여성이라면전세계
누구나경험하는월경.월경을즐겁고건강한경험으로만들수는없을까?아시
아 여성들이 자유롭게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우며 숨기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
네팔, 터부시되는 월경문화
네팔의 여성에게 월경기간은 반갑지 않다. 사회적 인식에 월경은 불순하고 숨
겨야하는것으로여겨지기때문이다.월경기간동안격리되거나일상생활이제
한되는 사회적 관습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됨을 경험한다고
한다. 특히 산간 지역에서는 지금까지도 옛 관습에 따라 월경기간동안 여성은
집에 머물지 못하고 헛간에서 지내야하며 음식을 만들거나 물도 자유롭게 사
용하지 못한 채 격리가 되는 사례도 많다. 더욱이 산간지역은 접근이 쉽지 않
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의 판매가격은 높아지기마련이라쉽게구입해서사
용이어렵다고한다. 적당한 화장실 시설이 갖춰진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
용하고 난 일회용 생리대를 처리하는 것도 큰 문제일 것이다.
한국, 대다수 여성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은? 일회용 생리대!
한국의 경우 대다수의 여성이 월경용품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 하
얗고 깨끗하다는 광고처럼 과연 일회용 생리대는 깨끗하고 안전할까? 일회
용 생리대에의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넣는 화학물질들과 고분자흡수제는 여성
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질에 흡수된다. 이는 가려움이나 짓무름, 따끔
거림 등과 같은 각종 피부염과 여성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탐폰의 경우는
독성쇼크증후군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바도 있다는 사실!
일회용생리대 이놈, 지구에도 못된 짓을 한다.
한국 생리대 시장은 연간 2,900억 규모로 1년에 소비되는 생리대 수는 약 23
억 개.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달에 5일, 하루 5개씩 생리대를 사용
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한 명의 여성이 쓰는 생리대는 11,000개에 달한다. 이
네팔로날아가는
달거리대,
월경이야기
같이해볼래?
이아름(여성환경연대 정책팀 활동가)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소소
한 행복을 추구한다.
키트 가격 (왕복 배송비포함)
개인구매자 15,000원 현장구매자 12,000원 단체구매자 10,000원 (20개이상)
(제작한 면월경대는 여성환경연대에 착불로 발송. 자세한 내용은 키트 브로셔 참조)
※ 키트판매는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키트 구성품
면월경대 완제품 1개, 면월경대 DIY 1세트, 면월경대 제작도구, 면월경대 파우치
건강정보, 월경대만들기 안내서
● 키트 신청주소 http://goo.gl/forms/jYmtXVm3jm
● 입금 정보
키트는 입금 확인 후 매주 월,목요일 배송됩니다.
외환은행 예금주: (사)여성환경연대
계좌번호: 630-004624-695
● 교육신청
10명 이상 단체는 면월경대 워크샵 신청이 가능합니다.
여성환경연대로 문의주세요!
● 문의 여성환경연대 02-722-7944
를 늘어놓으면 지구의 반 바퀴에 이르고, 여의도만한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엄청난 폐기물이 되어 지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구와 나의 몸에 좋은 생리대 ‘면월경대’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 면월경대는 사용 후 세탁해서 다시 쓸 수 있어 재활용이
가능하고 지구에게 부담을 덜 주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화학섬유가 아닌 순면으로 이루어져 각종 피부질환을
막고 여성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네팔의 여성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높은 가격의 일회용생리대는 네
팔의 여성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이다.
네팔과 한국 여성이 함께 만드는 월경문화, ‘나는달 캠페인’
‘달’은 여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날으는 달거리대’의 줄임말인 나는달 캠페인은 한국과 네팔 여성이 함께 만드
는 월경문화캠페인이다.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나는달 키트(KIT)는 면월경대 1개, 면월경대를 만들 수 있
는 DIY 1세트로 구성되어있다. 나는달 키트를 통해 우리 건강과 지구에 대안이 되는 면월경대를 나를 위해 하
나, 하나는 직접 만들어 네팔에 보낼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모아진 면월경대는 네팔 현지 여성들에게 전달이
되고 키트판매 비용의 일부는 네팔 현지 여성건강 워크샵에 사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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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대안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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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옷처럼 더위를 온몸에 휘감고 지내기를 10개월. 모래바람처럼
끼쳐오는 열기를 견디어낼 면역력도 바닥이 날 즈음이었다. 혀와 입
천장, 목구멍을 지나 위장, 소장과 대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갈 혈
관들이 모두 하나의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말레이 반도
에서도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페낭의 식당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싱싱한 해산물, 인도와 말레이 중국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경쟁
하듯 맛을 뽐내는 섬에서도 내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 줄 냉면 비슷
한 것도 없단 걸 알았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사표처럼 ‘이민’을 생각
하던 나는, 서랍 속의 사표를 더 깊숙이 밀어 넣게 되었다.
나의 외가는 황해도 해주. 친가는 서울 토박이다. 어릴 때 냉면을 먹
을 기회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집에서 먹던 음식들(집밥)은 요즘 밖에
서 먹는 음식들에 비하면 담백하다 못해 덤덤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어
른이 되고 자연스럽게 밍밍한 맛의 냉면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익숙
한 맛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더위에 지친 몸이 ‘냉면’을 찾는 것
은 본능이라는게내결론이다.나는 이것을 ‘입맛의 본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입맛의 본적은 수많은 집밥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다고 할 수 있다. 친가와 외가의 입맛을 물려받은 나는 양념이 과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김치도 백김치, 나물도 고추장
양념보다는 들기름 약간, 국은 콩나물이나 뭇국처럼 맑은 것으로… 가
끔은 별미로 재료의 깊은 화학적 반응이 가미된 음식을 즐길 때도 있지
만, 그것은 친구네 놀러 가서 맛본 ‘친구네 집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쿠킹스쿨 마감 오늘까지입니다. 서둘러 신청해주세요’ 문자가 왔다.
텔레비전이 요리 프로로 도배되는 것도 모자라 내가 속한 편집자
클럽의 정기 모임에서도 이번 달의 주제는 요리다. 안 그래도 곧 출
간한 요리책(11월 한살림 요리책이 나올 예정이다) 진행으로 레시피와
참고 요리책들을 신물 나게 들여다보고 있는 터라 쿠킹스쿨은 사양
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요리의 시대란 말인가(이에 편승해 요리책도
잘 팔리면 좋겠다ㅎㅎ).
제작비에 비해 실패의 확률이 낮아 먹방을 선호한다는 어느 방송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송주영(북센스출판사 대표, 여성환경연대 살림꾼)
고요하게 살고 싶지만 북적거리며 책을 만들고 있
는, 요즘은 10km를 달리며 명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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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의 말은 씁쓸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먹을거리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고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에 나는 최근 요리 프로의 성행이 반갑다(천안함과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국민은 바다와
조류, 선박에 대한 상당히 많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런 흐름이 음식과의 진지하고 격이 있는
만남을 앞당겨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요리 프로그램과 함께 담론이 형성되다 보면 다양한 견해
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중에는 건강한 담론이 집단 지성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 요즘 방송에서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것은 철 지난 아이템이 된 것 같다. 시간에 쫓겨 겨우 마친 요리를 맛보며 요리사를 평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디서든 심판자 코스프레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세끼 밥해 먹는 일로 온 하루를 보내며
투덜거리는 걸 보여주는 프로가 차라리 정겹다.
밥상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밥을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식재료의 나고 자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땅과 바람과 햇빛, 농부나 농장주의 손길, 마지막으로 그 재료들을 고르고 요리한 사람의 정
성을 느끼는 시간이면 좋겠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바쁜가.
‘집밥’으로 포장된 ‘만능’의 음식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고약한 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
이다. 간편하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이 음식들은 ‘페스트 푸드’, ‘페스트 패션’의 ‘페스트’ 한 삶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의 효용이 지배하는 음식점의레시피를‘간편’이라는명분으로‘집밥’으로부르는것은이치에맞지않는다.‘집밥’의
‘집’은가족을의미하기때문이다.집밥의평범한요리사들(주로엄마겠지만)이단맛,깊은맛을내기위해들이는정성과시간과
마음은설탕과조미료로대체할수없다.그들이수고로움을감내한것은유해하고천박한맛에길들여지는것으로부터소중
한사람들을지키고싶어서일것이다.
‘엄마 설탕 좀 팍팍!’ 이제 아이들이 당당하게 엄마에게 말한다. 예능 프로라고 하더라도 방송은 아이들의 단맛으
로 기우는 관성을 합리화시켜준다. 술의 취기가 청춘으로 데려다주듯 단맛은 빠른 시간 안에 긴장을 잊게 해주는 것
같다. 음식과 어우러진 설탕의 단맛은 식재료에 남은 희미하고 미세한 맛들을 단번에 말살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이
다. 어떤 요리든 설탕을 과다 투하하고 나면 느리게 맛을 음미하기는 쉽지 않다. 조청이나 오래 볶은 양파에서 나는
느리게 만들어진 단맛은 혀에 닿는 순간 예의 바른 아이를 만났을 때처럼 기분을 좋게 해준다. 무례하게 들이대는
설탕과는 다르게 말이다. 주방에서 설탕을 치우면 어떨까? 혀는 그제야 다양한 맛의 정글을 탐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자연스럽게좋은식재료를찾게되겠지.그리고바람을,햇빛을,땅을생각하는일이 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은 느리고 불편하고 번거롭게 예의를 갖추어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인간이 위대할 수 있다면
이런 번거로움을 즐길 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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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야흐로 단풍놀이 철이다. 실은 이제 등산 철을 따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동네 뒷산부터 각종 명산까지
주말과 공휴일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등산객이 늘어남에 따라 각종 등산 용품 시장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제 산 좀
오른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등산 용품을 한 두 가지 쯤 구비해 산을 탄다. 그 중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등산스틱이다. 등산의 목표가 산 정상에 도달하는 종주가 되면서, 평소 산행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등산객들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등산스틱을 사용하며 산을 즐기는 동안, 식생에는 어떤 영향이 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끝이 단단
한 스틱은 통행로 주변의 토양을 과도하게 다져서 나무뿌리의 산소 공급을 막고 약한 돌과 바위를 부순다. 나무는 스스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땅 밖으로 뿌리를 드러낸다. 잘못된 스틱의 사용은 산을 더욱 신음하게 만든다. 많은 등산객들이
스틱 끝의 고무마개를 제거하고 뾰족한 침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날카로운 스틱 끝은 토양을 침식 시키고, 땅으로 드
러난 나무뿌리에 상처를 남긴다. 반복되는 토양 침식은 결국 흙의 유실까지 이어진다.
본디 등산스틱은 등반가들이 설원에서 짐을 가득 실은 눈썰매를 끌고 배낭을 메고 이동하면서 유래되었다. 노르딕 스키
(Nordic ski)의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활주 기술을 사용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스틱은 눈길을
걷는 데에 필수적인 장비이지, 우리나라 같이 눈이 겨울철에만 있거나, 눈이 쌓여있지 않은 곳에서는 오히려 쓸데없는 장
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스틱이 노약자에게는 또 다른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러나 스틱을 사용하면서까지 무리한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전에는 뛰어다녔던 산을 이제는 걷고, 어느
순간 숨이 차면서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된다 싶으면, 산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도구의 도움을 얻어 더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경쟁에서지지 않을 자신이 있
음을 보여주려 한다. 우리에게 늙음은 경쟁력이 없음을 시인하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등산은 산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자연은 사람을 불렀지만, 사람은 흉기를 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등산 스
틱을 내려놓고 내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산을 만날 때,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을 나의 두발로 오르고
싶고, 다음 세대에게 그 아름다움을 다시 전해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손에 움켜쥔 그 뾰족한 흉기를 내려놓자.
물건탐구
등산스틱
‘흉기를 들고 산을 찾는 사람들’
복코 (여성환경연대 정책팀 활동가) _ 요즘 친해지고 싶은 단어들은 우쿨렐레, 빈둥빈둥,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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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Peter M. Rosset 지음, 김영배 번역, 『식량주권』 (시대의창, 2008)
“쌀 수입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 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밥상에 대한 감각이, 먹
을거리와 농사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것이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오돌토돌 쌀 씻는 감각도, 단내 풍기는 과일을 식후 디
저트로 한 입 베어 물며 느끼는 즐거움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사대용 통조림이나 캡슐로 된 대체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치솟
은 식량가격, 물량이 부족해 돈을 주고도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
황. 이런 게 바로 일상이 될 테니 말이다. 한 국가가 자국 내 국민에게 식량을 자급
할 수 없는 것, 이는 국가가 필수 소비재인 식량곡물을 전 세계 곡물 생산과 유통과
정을 점유한 ‘곡물 메이저’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식량
주권’ 개념이 중요해진다.
‘식량주권’이란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 국가가 자연자원,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 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식량과 관련한 자기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하는 권리다. 또 자연재해나 인재, 심지어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식량권만큼은 보장돼야 하는 인류의 천부적 권리이
기도 하다. 하지만 농산물 무역대상화는 이러한 권리를 침해한다. 『식량주권』의 원제는 “Food is Different”이다. 즉, ‘먹을거리는 다
르다’, ‘먹을거리가 자동차, 운동화, 휴대폰처럼 단순한 상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이 과연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가?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오히려 농산물 무역대상화가 몇몇 초국적 기업이 자신의 이윤에 따라 먹거리 문제를 좌지우지하며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을,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무역 대상화하려는 세력이 있다. 카길, ADM, 타이과 같
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은 자기 정부에 끊임없이 로비를 펼치고, 그 정부는 각종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충실하게 이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식량주권』은 이러한 현실을 짚어가며 ‘WTO나 FTA 같은 세계 자유무역이 곧 발전’이라는 패러다임에 의문을 던진다. 다국적 농산
물 기업은 먹을거리를 둘러싼 의미를 깡그리 무시한다.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를 앞세워 무조건 이윤을 얻으려 하고, 이윤만
극대화된다면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농사를 짓고 주위 환경, 생태계, 생산물의 질 따위는 상관
하지 않는다. 물론 농사짓는 농민도 알 바 아니다. 생산된 농산물은 어지럽게 얽히고설킨 각종 무역협정에 따라 각 나라 토종 농민들
의 토종 농산물을 초토화해버린다. 이것이 과연 발전인가? ‘발전’이라면, 누구에게 이득을 남기는 발전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을 지배하는 자가 바로, 권력자다.”
인류학자, 제러미 맥클랜시의 말이다. 현재 미국은 엄청난 농산물 수출국이다. 그리고 미국은 WTO, FTA를 추진하며 상대 협상국
소농, 가족농의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끔 했다. 이제는 환태평양 연안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베트남 등 12개 국가 간의
다자간 FTA로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시장 자유화를 추구하는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 중
이다. 이대로 가다가 전 세계 먹을거리는 미국을 앞세운 일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식량주권』은 우리가 왜 식
량주권에 관심 가져야 하는지, 현 식량체계나 농업시스템의 무엇이 문제인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밑줄긋는여자
경진주 (여성환경연대 조직운영팀 활동가) _ 흐르는 강물처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
30
소식지에 사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냐고 복코가 물어봤을
때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바느질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풀어나가면좋겠지만앞서살아온길을미루어보면쉽
게 도망가고 쉽게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서 바느질하려고 별에별꼴에 들어왔지만 언제까지
이곳에살수있을지도무지감이오지않았다.처음소식지에글
이실리고얼마지나지않아떠나고싶은마음에불이붙었다.작
은 불씨였다가 점점 커다란 불기둥이 되었다. 그런데도 지금 무
겁지 않게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
겠다. 별에별꼴에 들어와서 하려고 했던 굵직한 일들이 때로는
기쁨을 주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게도 했다. ‘빌어먹게도 되는 일
이 없잖아!’ 생각할 때면 신기하게도 ‘그렇다고 안 될 것도 없구
나-’ 하는 일들이 많이도 일어났다.
먼저바느질.무려여섯달전에직접만든보자기와바꾸었던모
시 세 마로 우여곡절 끝에 저고리를 지었다. 모시천으로 처음 짓
는옷이라몇번을뜯고박고난리통을겪었다.만들면서도생각
한 만큼 멋있지 않아서 기운이 쭉쭉 빠지고 힘들었다. 그런데 웬
걸 내가 만든 저고리는 살아있을 때는 입기 어려운 수의였다. 한
복 저고리는 보통 겉섶이 왼쪽, 안섶이 오른쪽으로 오게 돼있다.
사람이죽었을때떠나는길에입는수의는그반대인데내가겉
섶과 안섶을 바꿔 달았다는 것을 다 만들고 며칠 뒤에 알았다.
전에 만들었던 저고리를 한 번만 확인해보고 만들었으면 좋았
느리게 살기
되는것도없지만그렇다고
안될것도없는별꼴살이
을 텐데 머리와 잘못적은 필기에 기대 만들다보니 이런 실수가
생긴 것이다. 옷감도 모자라서 다시 만들 수도 없었다. 모양도 안
예쁜데다가 입을 수도 없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다시 생각
해봐도 너무 멍청한 내게 놀라서 얼굴을 들기 어려웠다. 혼자 끙
끙 앓다가 부끄러운 마음을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털어 놓으면
서 괜찮은 척 그럼 수의로 입어야겠다고 얘기한 순간 정말 그러
면 되겠구나 생각하니 실망스러운 게 온데 간데없어졌다. 옷을
짓고 싶은 마음을 가졌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죽을 때 내 손으로
만든 수의를 입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생각한 것보다 너무 이
르지만 그 꿈이 반쯤은 이루어진 거라 생각하니 꼬였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둘째는눈뜨자마자달려가고픈생태뒷간.뒷간만든얘기로만밤
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까짓 뒷간으로 보일
바느질하는 여자
31
년에는 이런 요행에 기대지 않고 농사를 더 잘 지어야겠다는 생
각이 들기는 하지만.
겸손해야하는데하나참지못하고얘기하고싶은것은목화가무
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물도 거름도 잘 안주어서 여느
것보다는 작지만 벌써 목화열매인 다래가 단단해지고 있다. 하얗
고 여린 목화 꽃이 처음 폈을 때 크게 감격했는데 목화솜이 벌어
지면 또 어떨까. 뛰쳐나가고 싶을 때마다 목화가 아른거려서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한 알도 빠짐없이 다 받아야지.
마지막으로는 사람사이. 좋은 것도 많고 싫은 것도 많아서 항상
예민하고 까탈 부리느라 여섯 달 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화내
고 미워하고 다투고 짜증내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 내 준 별꼴식
구들이 또 고맙다. 도망치고 포기하려고 할 때 고꾸라지지 않게
손 잡아준 동무들 덕에 산다.
별꼴에서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들어올 땐 불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허덕이면서 살았다면 이제야 조금 긴장이 풀린 느
낌이다. 다음 글에서도 별꼴 얘기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정도로 엉성하지만 그까짓 뒷간이 속을 뒤집었다가도 말할 수
없는기쁨을안겨주었다.뒷간을만드는과정에서가장놀란것
은내안에꿈틀대는독선과아집때문이었다.개집도한번지
어보지 못했으면서 무리하게 지으려다보니 같이 짓는 식구와
귀한 일손들을 많이 고생시켰다.
어떻게 하나 발 동동 구를 때마다 신기하게도 도우러 와준 사
람들이 참 고마운데 너무 많이 고마워서 아직도 어떻게 전할
까 감당이 안 된다. 커다란 돌무덤을 뚫어 기둥을 박고 나무를
손질해 준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쌤들, 연장과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신 커피 할머니댁 아저씨, 그대들이 없었으면 절대 지붕
을 올리지 못했을 오시롱과 씨앗들 친구들, 마무리 도와준 성
게와세현이,퇴비간만들어주신맥가이버천사님들이볼일볼
때마다 하나하나 떠오른다. 다 짓고 나서 뒷간을 한참 바라보
며 먹먹한 마음이 들었던 건 이게 뭐라고 그 많은 사람들을 고
생시켰나 허탈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생각한대로똑같이짓지는못하고벽을현수막과천을박
아서 달게 되었다. 바람이 숭숭 통하고 마음만 먹으면 훔쳐보
기 쉬워서 뒷간 이름을 ‘아슬아슬 뒷간’이라 지었다. 기둥을 박
을 때 나무에 기름칠을 하지 않고 그냥 박아서 언제 무너질지
몰라 아슬아슬한 뒷간이기도 하다. 엉성하고 이상한 뒷간이지
만 눈뜨자마자 달려가고픈 뒷간인건 맞다.
셋째로는 텃밭 농사. 농사는 그냥 안 짓는다고 이야기 하는 게
좋을 정도로 부끄럽다. 동네에는 호박과 가지가 물릴 정도로
넘쳐나는데 우리 텃밭에서는 하나라도 달리면 잔치분위기다.
그런데도 장 한 번 안보고 풍성한 밥상을 차리는 건 가까운 자
연과 사람이 우리를 가여이 여겨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든다. 별꼴에서 두 주 동안 열린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덕
분에 먹을 수 있는 풀이 참 많아졌고, 이따금 동네 밭이나 마
을회관, 절에서 남는 채소와 음식을 바리바리 싸오는 뻔뻔함
을 발휘한 덕에 엄마 밥이 그립지 않게 잘 챙겨 먹고 있다. 내
손민정 _ 삯바느질로 벌어먹고 싶은 여자.
요즘은 뒷간이 먼저. ‘별에별꼴’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32
주이, 나나, 시로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이런 멋진 모의를 도모
하게 되었는지
셋은 같은 공간에 직장이 있었다. 나나와 주이는 공정여행
을 하는 사회적 기업에, 시로는 공정여행 학교의 교사로 서
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야근하며 종종 마주치며, 동료로
가까워졌다. 야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저 사람이 어떤 고민이나 관심사를 가졌는지는 깊이 알지
못했다. 오히려 시로가 퇴사한 직후 서로 안부를 묻다가
‘야근’을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저녁 시간 우리
의 능력을 다르게 써보자는 상상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야근대신뜨개질>이 시작되었다. 저녁에 모여 뜨개질을 할 줄
아는 친구는 그걸 알려주고, 디자인하는 친구는 뜨개질을 디
자인적으로 고민하고, 기획력이 좋은 친구는 SNS에 올리고,
영화를 하던 시로는 뜨개질하는 장면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 <야근대신뜨개질>이 탄생하게 되었다.
뜨개질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이야기 보따리와 문제 인식
당시 우리는 야근을 하면서도 개개인별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합을 이루게 된 것이 야근대신뜨개질 이
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표정도 재미없어 보이고, 지하철에서
는 마치 짐짝처럼 다들 머물고. 새삼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재
미있는 걸 해보고 싶어졌다. 당시 외국의 공공미술 아티스트
가 캠페인 안내문에 엉뚱한 스티커를 붙이는 걸 보고, 이런
식의 유머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 들었다. 마침 눈에 띈 안내가 성폭력 예방스티커였다. 지하
철에 붙어 있는 성폭력 예방법에는 치마 뒤를 잘 가리라고 적
혀있었는데,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인 마냥 표현되어 있는 그 스
티커를 보면서 우리도 성희롱과 관련한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
고 싶어졌다. 막상 붙이고 나니, 사람들은 그닥 관심이 없었고
만나고 싶습니다
회색빛 도시를
뜨개질로 알록달록,
그녀들의 꿍꿍이
만난 사람 : <야근대신뜨개질> 감독 박소현(시로), 출연자 주이와 나나
인터뷰・정리 : 복코 , 진주
“복잡한출퇴근길의삭막한풍경¨¨옆을돌아볼여유없이앞만달려
가는 사람들¨이렇게 곁을 주지 않는 현상은 어쩌면 ‘야근’을 강요하
는 사회 때문이 아닐까요?” 다큐 <야근대신뜨개질>을 소개하는 글
첫머리의 질문이다. 그녀들은 야근 대신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자며
모였고, 뜨개질로 연결된 질문들은 사회적기업 최초의 노조를 만들
자는 고민까지 이어졌다. 영화의 첫 개봉을 앞두고,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아무도 모르게 회색빛 도시를 뜨개질로 알록달록 물들이자고
모의’하던 그녀들을 만났다.
33
지난 2년 동안의 <야근대신뜨개질>로 얻은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나나ㅣ재미있는 작당을 해 볼 수 있는 친구들을 얻은 것. 그리
고 유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유머는 기존에 이루어
졌던 운동을 보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영
화를 보면서 ‘유머가 들어가는 것도 괜찮네’, ‘이런 작업을 하
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
들이 늘었으면 한다. 그럼 하나씩 달라지지 않을까.
주이ㅣ영화는 1시간 40분 정도의 결론을 가진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퇴사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지
난 2년 동안의 <야근대신뜨개질>이 좋은 바탕이 된 것 같다.
내가 뭐든지 할 수 있고 뛰어 놀 수 있는 곳이랄까. 여전히 변화
하고 있고, 변화 중인 나의 한 부분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어
서 좋았다. 이런 마음으로는 영화를 2번도 볼 수 있겠다(웃음).
시로ㅣ그동안의 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면, 피하
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바
뀌었다. 여전히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고, 자신 없는 부분
도 있지만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
했다. 영화를 보는 누군가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이런거 저런거 해볼까?’ 가볍게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야근 대
신 뜨개질을 하던 친구들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궁리하고, 그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보면 작고 소소하지만, 한
편으로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
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후, 건강한 노동자상에 대한 고민 등 인터
뷰가 끝나도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대화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한 아쉬운 부분들은 직접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해보시길.
<야근대신뜨개질> 상영 문의 knittingclub2015@gmail.com
지하철 직원들만 관심이 많았지만(웃음). 이런 행동들이 단
순히 재미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또 다
른 시도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서 주이는 행동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한
다. 주이가 반복해서 말하는 아티스트는 엄청나게 거창한 행
동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가라기 보다는,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상품가치 혹은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만드는 일보다는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힘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일상-사회참여-예술의 경계가 무뎌지는 것, 그 과정
에서 변화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일-노동-조직-야근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
영화를 편집하면서 새삼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다. 노동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
다. 조직에서 초창기에 야근할 때는, 억울한 감정이나 에너지
가 쪽쪽 빨리는 느낌은 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눈치 보
며 하는 야근도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있었고,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하는 야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
간 조직에서 야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그 당연
함 속에서 스스로도 힘을 잃었다. 분명히 나도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택했는데, 일에서 소외되고, 소모된다는 느낌을 강
하게 받았다. 사회적 경제나 비영리 영역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다. 대체로 평가는 굉장히 냉혹한
데 인정에는 가혹하다 싶은 면도 있다. 체계가 없다 보니 기
준 없는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개
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은 뜨개질을 함께한 이들도 뭔가 재
미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지면 스스로 야근을 택할 친구
들이다(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
모든 것을 스스로 조정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일하는 방식이나 시간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리고 무엇보다 ‘칼퇴’라는 말부터 없어져야 한다(모두 환호).
34
달팽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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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여성환경연대 16주년 후원잔치
6월 9일 		 [더 초록] 성평등리모델링 교육
6월 11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왜! 여성주의인가?
6월 13일 		 탈핵공동의 날/ 14-17시/ 한빛광장 및 종로일대
6월 16일		 [더 초록] 미수다-모기기피제 만들기
6월 18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성폭령 통념깨기
6월 25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미디어가 만드는 여성 이미지
6월 30일 		 네팔 모금 전달
7월 1-7일 		 여성환경연대 비전2025 그룹 인터뷰/ 서울 지역 회원 대상
7월 2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여성의 눈으로 여성정책 다시보기
7월 2일 		 밀양할매들과 함께 한 <탈탈 원정대> 북콘서트/ 19시/ 초록상상 카페
7월 8일 		 [건강교육] 성미산학교 유해물질 교육
7월 11일 		 [초록상상] 에코맘 토요 건강요리 교실
7월 18-19일 	 6.11 밀양 행정대집행 1년 기억문화제/ 밀양&청도 송전탑 현장
7월 21일 		 [포럼] TPP와 식량주권, 식량주권과 여성/ 16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월 22일		 영화<밀양아리랑> 상영회/ 19시 30분/ 종로 인디스페이스
7월 23일		 상반기 신입회원의 날/ 19시/ 여성환경연대
7월 25일 		 [마르쉐@명동] 여름/ 10-15시/ 명동성당 1898광장
		 [마르쉐@살림워크샵] 천연치약과 스크럽제 만들기/ 11-16시/ 명동성당 1898광장
8월 10-21일 	 [초록상상] 여름방학프로그램: 곤충과 만나기, 동네에서 하룻밤, 찾아가는 젠더스쿨
8월 20일 		 [캠페인] 에너지의 날, 멈춰라 핵발전소 부스/ 14시/ 시청 앞 서울광장
8월 21-22일 	 에너지 기후행동캠프/ 하자센터, 하이서울유스호스텔
8월 28일	 	 [워크숍] 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워크숍/ 10-18시/ NPO지원센터
8월 		 [모니터링] 자외선 차단제 유해성분 모니터링
9월		 [캠페인] ‘나는 달’ 한국과 네팔여성이 함께 만드는 즐겁고 건강한 월경문화
9월 11-12일		 [초록상상] 투데이 후원행사/ 초록상상 카페
9월 13일 		 [마르쉐@혜화] 감사/ 11-16시/ 마로니에 공원
		 [마르쉐@살림워크샵] 헤어에센스와 편백주머니 만들기/ 11-16시/ 마로니에공원
10월 1일-11월 7일 	 [에코페미니즘학교] 매주 목요일 19시/ 인문학카페 사이시옷
10월 8일 		 [에코컨퍼런스] 집밥: 이기적식탁+이타적 식탁/ 19시/ NPO지원센터
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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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참여, 캠페인, 교육 안내 등 활동전반 (여성환경연대 02-722-7944)
서울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 (02-493-7944) | 서울남서여성환경연대 ‘더 초록’ (070-8210-0918)
마르쉐@ (마르쉐친구들 marche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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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새로 짜는세상 57호 (소식지, 2015)

  • 1. 기획특집 _어떤 물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다큐<야근대신뜨개질> 인터뷰 2015 가을 No.57
  • 2. ‘좋은 삶’을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 물처럼 맑은 하늘 아래 오곡이 익어갑니다. 곡식 낱알 하나하나에는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흙, 태양, 비, 바람, 농부의 기도와 수고가 모여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좋은 삶’을 갈망하는 우리들은 낱알 한 알,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에서도 존재의 본질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결정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문명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이용객 추정치와 경제성이 부풀려지고, 생물종 다양성이나 산림에 미칠 훼손은 과소평가 되었습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설혹 경제가 조금 좋아진다고 해도 공공정책의 결정이 단기적 경제논리에 기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올 여름 우리는 심한 폭염과 가뭄을 겪었고, 한라 산에는 기록적인 집중폭우가 내렸습니다. 한반도의 농작물 재배 경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바다의 수온이 높아져서 어종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7도가 올랐다고 합니다. 보통 기온이 2도 상승 하면 종의 50%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천문학적인 자연재해와 각종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우리 내부가 견실해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에, 올해 우리 단체는 보다 건강하고 탁월한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비전2025’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4월 부터 회원 설문조사와 워크숍, 내/외부 이해당사자 개별 면담, 지역 초점집단 면접, 전문가 자문 등 다양한 작업 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신뢰와 애정으로 귀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회원과 활동가들이 함께 우리의 존재의미를 재확인하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에 우리 단체는 생태주의와 여성주의가 만나는 상쾌한 기획, ‘나는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네팔과한국여성의 건강과자존감을지키고서로의자매애를높이는새로운캠페인입니다.10월에는지난해에시작해서많은호응을받은에코 페미니즘학교를다시시작합니다.우리의가치지향을더욱깊게다지고확산하기위한것입니다.많은관심과참여를바랍니다. 이번 소식지의 주제는 ‘물’입니다. 매일 매일 마시는 물, 녹조가 심각한 4대강, 바다 플라스틱 문제 등을 생각해봅니다. 물은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임에도 당연히 여기고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우리말에 쉽고 아름다운 말이 수없이 많지만 ‘물’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외마디 단어가 있을까요? 물을 살리는 데 많은 관심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회원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물처럼 맑고 가을 햇살처럼 밝아 하루하루가 축복의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김양희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에코토피아
  • 3. 04 수돗물, 마실까 말까? 08 요즘 4대강은 12 FACE TO FISH: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 16 생명 가득한 물 : 다르게 마시기 20 내일을 위한 시간 22 에코페미니즘_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24 환경건강_ 네팔로 날아가는 달거리대, 월경 이야기 같이 해볼래? 26 대안생활_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28 등산스틱 29 식량주권?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30 바느질하는여자_ 되는것도없지만그렇다고안될것도없는별꼴살이 32 <야근대신뜨개질> 회색빛도시를뜨개질로알록달록, 그녀들의꿍꿍이 34 알립니다 36 이렇게 보냈어요 37 교육 활동가 이야기 38 힘을 더하는 참여 41 면월경대 도안 2015년 가을 57호 발행일 2015년 10월 1일 (목) 발행처 (사)여성환경연대 발행인 남미정, 김양희, 장이정수 편집인 강희영, 이안소영, 경진주, 이지영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55길 6 여성미래센터 201호 (07229) 전화 02-722-7944 팩스 02-723-7215 메일 kwen@ecofem.or.kr 홈페이지 www.ecofem.or.kr 디자인 오달군 dalgun@gmail.com 표지 Ukeri http://blog.naver.com/ukeri 기획특집_어떤 물 일상카툰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물건탐구 밑줄 긋는 여자 느리게 살기 만나고 싶습니다 달팽이뉴스 우리 함께 해요 차 례 2015 가을
  • 4. 4 수돗물, 마실까 말까? 우리나라 수돗물은 전국 162개 지방자치단체와 1개 광역 상수도사업자에 의해 생산되고 공급되고 있다. 서울 시민은 서울시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마시고 있으며, 부산시민은 부산시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사용한다. 우리 나라 수돗물 대부분은 하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하며, 각 단계의 정수처리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고 있 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정수장 6개소와 취수장 4개소를 통해 하루 평균 317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천 만이 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그리 높지 않다. 수돗물을 먹는 물로 사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실정 이다. 정수기 설치, 먹는 샘물1) 과 같은 병입수2) 구매에 시민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체 음용수 사용은 폐기물 발생, 전력 과소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1 먹는 샘물 (Bottled water)은 용기(주로 플라스틱)에 담아 제조 및 판매하는 물이다. 먹는 샘물은 대한민국에서 ‘먹는 물 관리 법’에 의한 공식적인 명칭이며, 대한민국 국어사전에서 는 “페트병에 담아서 파는 물”이라는 뜻의 신어로 등재해 놓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2 먹는 샘물을 포함하여 해양심층수 등 먹는물관리법의 먹는물과 수도법에 의한 수돗물을 플라스틱병에 담아 생산한 것을 말한다. 먹는샘물보다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 쓰인다. 백명수(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생태학을 전공하고 환경운동을 하고 있으며 먹는 물 분야에서 믿고 마시는 수돗물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기획특집 _ 어떤 물
  • 5. 5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 는다. (사)시민환경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음용수 이용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2명만이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 고 있다. 많은 국민은 음용수로 정수기 물이나 병입수(먹 는 샘물)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연령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의 병입수(먹는 샘물) 이용 비율이 높다. 서울시는 한강을 상수원으로, 팔당댐부터 잠실 수중보까 지 약 25km 구간의 한강 본류에 있는 취수장 6곳에서 원수를 취수하고 있다. 정수장 6개소와 취수장 4개소를 통해 하루 평균 317만 톤의 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천만 이 넘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 다. 원수인 한강의 물을 고도정수처리 방식까지 도입하여 수질을 향상하고 있으며, 먹는 물 수질 기준 59항목을 기 본으로 서울시 자체 감시항목 104항목을 추가하여 관리 하고 있다. 주요 수질 검사 항목은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 하기 위해 병원성 미생물 모니터링, 납, 비소, 카드뮴 등 건 강에 해로운 9가지 항목의 무기물, 페놀, 파라티온 등 유 해유기물 17종, 경도 등 수돗물을 마시기 꺼리게 하는 심 미적 영향물질 16종, 그리고 총트리할로메탄 등, 정수처 리과정에서 사용되는 염소로 인한 염소부산물 등이다. 수질검사는 원수 취수에서 각 가정의 공급 단계별로 진 행되고 있다. 원수에 대한 수질 검사는 6개 취수장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클로로필-a)와 페놀 등 7항목을 수질 자동측정기를 통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강북, 암 사, 풍납 취수장은 반달말, 전기활성미생물, 물벼룩을 이 용한 생물경보장치 운영하여 원수 중의 중금속 및 생활 하수 등의 오염원 유입 여부 상시 감시한다. 특히 시민의 입장에서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공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월 원수, 정수, 각 가정까지 공급단계별로 수질을 질 좋고 안전한 물을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한 상수도 인 프라는 시민들의 공적 자산이다. 또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한 물의 생산과 공급 그리고 관리에 대한 공적 책임과 시민들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기도 하다. 먹는 물이 상품으로 취급되고, 물의 공급이 시장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 시민의 생 명과 인권은 도외시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은 인간 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 공공재라는 사 회적 인식과 합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마시고 있는 물에 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돗물, 우리집까지 어떻게 오는걸까? 수돗물은 국가에 의해 관리, 공급되는 물이다. 수도법에 는 국가에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 록 하는 책임이 있고, 해당 지자체는 담당 지역의 상수원 관리, 수도시설 관리 등에 노력하고, 수도사업자는 수돗 물을 안전하고 적정하게 공급해야 하며, 국민은 수돗물 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진 : 아리수 블로그 (http://arisumer.tistory.com/1492)
  • 6. 6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천만 인구가 사용하는 서울의 수돗물은 일상적인 수질관리를 거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여전 히 많은 시민이 수돗물을 먹는 물로 신뢰하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것을 꺼리고 있다. 연간 7,635억 원의 예산(2015 년 기준)을 들여 국제공인 수질검사기관의 검사를 통해 먹는 물 수질 기준으로 적합 판정을 받은 수돗물을 하 루 317만 톤씩 서울시민들에게 생산·공급하고 있지만, 실제 음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 실이다(http://arisu.seoul.go.kr/ittecomm/index.jsp).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정부청사와 광역자치단체 청사의 음수대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수 돗물이 아닌 정수기나 생수(먹는 샘물)를 이용하는 냉온수기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돗물 생산과 관리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수돗물을 마시고 있지 않다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생 산하고 공급하는 수돗물을 정부 스스로가 외면해온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되 고 있다. 딴 나라 수돗물 : 생태적이고 경제적! 수돗물 음용 장려는 세계적인 추세다. 병입수 과다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먹는 물 업계의 로비나 반발에 부딪혀 국가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로 작 은 공동체나 대학을 중심으로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행동으로 수돗물마시기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호주 녹색당은 2012년 공약으로 공공음수대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심에 음수대 설치 확대를 선언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Give me Tap’ 캠페인은 수돗물을 담을 수 있는 물병을 팔고 그 수익의 70%를 제3세계 식수 개선에 기 부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수도협회와 전국의 수도사업자들이 ‘안전하고 맛있는 수돗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다양한 형태의 수돗물 알리기 행사나 캠페인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수돗물은 생태적이며 경제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수돗물 사용 권장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7년 ‘파비옹 드 로(Pavillon de l’Eau)’ 라는 물관련 문제와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센터 설립을 통해 수 돗물 관련 전시회, 학교 교육, 인식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파리시는 다양한 공공행사 즉, 테크노퍼레이드, 유산의 날, 운하축제, 하지절축제, 게이퍼레이드 등 연간 약 1백개의 행사에 참여하여 수돗물 이용 캠페인을 전 개하고 있다. 파리시 전 행정부와 공공사업자에게 수돗물 이용을 홍보하고, 파리시 의회는 모든 회의와 행사에 제공되는 생수를 수돗물(유리병)로 교체하자는 원칙을 채택하였다. 파리시 ‘기후계획’이 채택되면서 파리시 행 정부에서는 병입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2007년). 유럽 전역에서 생수 소비를 줄이자는 시민사회 주도의 캠 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임보로치아몰라(IMBROCCHIAMOLA)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이 진행 되고 있는데, 2011년 수돗물 사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투표에 2천 700만 명의 시민 참여를 계기로 물 운동 이 더 확대되었다. 2013년 유럽의 물 운동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물은 인권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였고, 수 6
  • 7. 7 돗물 사업에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게 하도록 2백만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공유 자산으로서 물의 인식 을 확고하게 하고, 더불어 수돗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돗물, 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우리의 자산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 정도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수돗물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으니 이를 시민들이 신뢰하고 음용수로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부를 불신하고 그에 따른 선택이 많은 부작용과 비용을 초래한다면 이는 불합리적이고 사회적 낭비 가 아닐 수 없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최대의 발명품이 수돗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수돗물은 일 명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상수원 오염, 노후급수관을 통해 경험하는 녹물, 그리고 염소 소독 냄새로 인한 맛· 냄새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수돗물은 안전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정수처리가 완벽하게 적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불안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우 려하는 위험요인은 대부분 정수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노후급수관도 오래된 건물에서 일어나는 경우로 한정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상수원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은 추가 오염의 가 능성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불신을 가중하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정수기를 이용하거나 병입수(먹는 샘물)를 마실 수 있지만, 그것이 빈약한 정보 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역삼투압방식을 이용하는 정수기의 경우 전력사용량이 선 풍기 5대에 이르고, 5백 밀리리터의 정수를 얻기 위해 약 3배 반 가량의 물을 버려야 한다. 필터를 장착한 모든 정수기는 주기적으로 필터가 폐기물로 발생한다(정수기 하루 탄소배출량: 501gCO2/m3). 한편, 페트병에 담겨 생산되는 먹는샘물은 지구적으로 1분에 3,000개, 한해 1조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먹는샘물 하루 탄소배출량: 238gCO2/m3). 정수기나 생수 회사의 거대 자본으로 인한 무차별적 광고에 대해 비판적으 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화려한 이미지가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지구를 살리고, 내 몸을 살리는 방법으로서 질 좋고 안전한 먹는 물로 수돗물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할 때이다 (수돗물 하루 탄소배출량: 0.3gCO2/m3).
  • 8. 8 기획특집 _ 어떤 물 요즘 4대강은 낙동강 하류, 슬픈 물고기 이야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모래톱도 있었고, 낮은 곳도 있고 깊은 곳도 있었다. 낮은 곳에는 수초도 있었다. 수심이 2m 넘 어가면 수초가 잘 안 자란다. 그러니까 2m를 넘지 않는 지역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것을 다 준설 해버리고, 강 바닥을 고속도로처럼 일정한 깊이로 만들어버려서 그런 자리가 없어졌다. 원래 땅속에는 실지렁이도 있고, 미생물도 수서곤충들도 벌레도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빨아 당겨 버리고, 파내 버리고 막아 버리고 했으니까. 내가 봤을 때는 물벼룩이나 이런 것들은 다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게 작은 물고기들의 1차 먹이인데 그런 것들도 없어져 버리 고 그나마도 살아있는 고기들도 수초라든지 얕은 지역이 없으니까 산란도 안 한다. 붕어나 잉어 같은 경우 봄에 산란 을 한다. 그런데 가을에 잡아도 배가 불룩한 것들이 있다. 알이 배 안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잘 몰랐는데 학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원래 서식지가 맞지 않으면 산란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란하지 않으면 고기 자체도 병이 걸려서 죽게 되고 알을 다음에 낳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 안에서 그대로 상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뭐 아주 조그 만 고기들도 산란처가 없어졌고, 1차 먹이사슬부터도 없어져 버렸으니까 거의 전멸이다.” 지난 7월 중순, 김해에 있는 대동 선착장에서 낙동강 어민들을 만나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초여름, 낙동강 하류 어부들의 그물에 죽은 물고기와 새우가 걸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건져 올리는 통발마다 죽은 물고기뿐이었다. 미끼로 쓰이는 새우도 잡는데, 이 또한 죽어 있었으며, 수량도 많지 않았다. 또한, 잡힌 물고기 중 많은 개체에서 피부병이 발견되었다. 그나마 살아 있는 물고기를 잡아도 얼마 되지 않아 죽어 버렸다.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낙동강 어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예전과 비교해 낙동강의 물고기가 90~95% 멸종이라고 이야기했다. 죽은 물고 기가 올라오는 현상은 벌써 2년째 겪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잉어와 붕어, 메기, 장어 등 토종물고기는 거의 잡히 지 않고 외래종 어류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았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창 녕 어민회 성기만 씨는 20년 동안 낙동강에서 어업을 하며 자식들을 길러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 이다솜(녹색연합 평화생태팀 활동가) 녹색연합에서 4대강사업대응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이다솜입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꿈꾸며 활동합니다.
  • 9. 9 풀어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녹조는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우리 강을 찾아오고 있다. 그리고그시기는점점 빨라지고 있다. 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품고 있는 유해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 수 또한 해를 거 듭할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덮으려던 국토부는올해부터 ‘펄스 방류’라는 것을 시작했다. 펄스 방류는 기존의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방식과는 차별 화된 방법으로, 물을 단시간에 한 번에 흘려보내 유량을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물을 흘려보내야만 녹조가 사라진다는 것을 국토부도 인정 한 셈이다. 펄스 방류 시행 첫날, 낙동강을 찾았다. 조금 열린 수문과 흘러 내려가는 물을 확인하고 펄스 방류가 진행되는 보의 상·하류 녹조 모니터링을 했다. 당연하 게도,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문을 여는 그 순간 에는 녹조가 휩쓸려 내려갈 수 있지만 펄스 방류와 같이 간헐적으로 수문을 여는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 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눈속임이다.정말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것이 옳 은 방법이다. 녹조는 그저 강이 초록으로 변하는 현상 이 아니다. 녹조는 강에 사는 생물들의 목을 조르고, 마라고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고 했다. 조업해도 남는 것이 없고, 조업 일수가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했 다. 도대체 강은 얼마만큼 병들어 있는 것일까. 어민들 에게서 전해 들은 붕어 이야기에 덜컥 겁이 났다. 번식 처가 사라져 알을 낳지 못한 채 당황하며 계절을 보 냈을 붕어가 떠올랐다. 죽어가는 뱃속의 생명을 품은 채 허둥지둥, 알을 낳기 위한 장소를 찾아 헤맸을 붕 어가 그려졌다. 알을 낳아도 문제는 계속된다. 어린 물 고기들이 먹을 1차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까 스로 태어나도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 이 모든 것 의 시작은 4대강 사업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단순 히 모래를 퍼내고 보를 만든 사업이 아니었다. 생명 의 근원부터 없애버린, 우리의 강을 토막 내고 익사 시킨 학살 사건이었다. 생태계를 살리고, 홍수와 가뭄 을 예방하며 지역 경제를 살린다던 무자비한 삽질은 4대강 살리기사업완공4년차에접어든올해,토종물고기 의90%전멸로돌아왔다. 식수를 위협하는 녹조라떼 4대강 사업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먼저 ‘녹조라떼’를 떠올릴 것이다. 마치 초록색의 페인트를
  • 10. 10 에쉽게 가라앉는다. 본래 이 자리에는 썩은 펄 대신 모래 가있었다. 4대강사업당시강은엄청난양의모래를빼앗 겼다. 인간은 강에게서 빼앗은 모래를 골재로 팔아 돈 을 챙겼다. 미처 팔리지 않은 모래가 아직 쌓여있는 지역 도 있다. 인간의 욕심만큼이나 높이 쌓인 모래는 강 밖에 서할 일을 잃어버렸다. 사실, 모래는 강에서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한다. 고운 은빛 모래는 상류에서부터 강을 따라 흐르며 생명을 길러내고 물을 정화한다. 모래 알 갱이 사이사이 공기를 머금어 크고 작은 수서생물과 물 고기를 키운다. 학명에 ‘낙동 Nakdong’이 들어있는, 우리 고유종 물고기이자 멸종위기 1급인 흰수마자(Gobiobotia nakdongensis)도낮 동안에는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밤 이 되면 모래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한다. 이들에게모래는 서식처이자 산란처, 은신처이다. 모래 속에 살던 생물들은 공기도,물도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썩은 진흙에서는 살아 갈 수 없다. 안타깝게도 흰수마자 또한 낙동강 본류에 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금강 본류에서도 더는 찾아볼 수 없다.지금사는지류에서마저쫓겨난다면,지구에서더는 흰수마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귀한 모래를 강에게서 빼앗으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마지막 남은 4대강 사업, 영주댐이 그것이다. 영주댐은 낙동강의 제일 첫 번째 지류인 내성천 상류에 지어지고 있는 댐이다. 내성천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고 운 금빛 모래가 흐르는 강으로, 낙동강 모래의 절반 이상 이 내성천으로부터 공급된다. 반짝이는물이모래와함께 흐르고,수변에늘어선버드나무가지가만들어내는수려한 풍경에,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독일의하천복원전문가 베른하르트 교수는 내성천을 두고 세계자연유산 감이라고 칭하기도했다.내성천은 보기에만 아름다운 강이아니다. 강에 들어가 모래를 밟고 물의 흐름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유일한강이다. 또한내성천모래를따라걷다보면멸종위 기종수달의서식흔적을어렵지않게발견할수있다.수달 을 비롯해 삵, 먹황새,흰수마자등많은멸종위기종야생 시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한다. 우리나라는 생활용수의 많은 부분을 강에 의존한다. 원수인 강의 오염이 심할 수록 정화 과정은 복잡해지며, 정화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녹조의 경우, 정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이 생성 된다. 물론 담당기관에서는 수돗물 안전에 최선을 다 하겠지만, 흐르는 물을 취수해 정화하는 것과 고인 채 썩어가는 물을 취수해 정화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본래깨끗한물을조금의공정을거쳐정수하는물과 오 염된 물을 많은 공정을 거쳐 정수한 물. 시민들은 어떤 물을 더 원할까? 얼마 전 부산의 수돗물 수질이 역대 최악이라는 소식을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는 원수의 수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욕심만큼 쌓인 모래는 할 일을 잃고 모래가 사라지고 물의 흐름이 멈추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시사철 담겨있는 푸른 물의 아래에서, 강은 바닥부터 썩어가고 있었다. 지난 7월 낙동강 공동조 사 시하류 네 개보상류에서강바닥의 모래를 채취했다. 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으로 강바닥에서 올라온것은금빛모래가아니라악취나는 진흙이었다. 낙동강 어민들도 강바닥이 썩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구가 까맣게 썩어서 올라오며, 썩은 자리에서는 그어 떤 생명의 기척도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물이 흐르지 못 해 생긴 일이다. 흐르지 않는 물에서는 오염물질이 바닥
  • 11. 11 생물이 내성천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영주댐의 건설 이후, 내성천은큰변화를 겪고 있다. 고운 모래밭은 풀밭이 되 어버렸고, 손으로 떠올려서 바로 마실 수 있던 맑은 물은 오염되었다. 댐 담수가 시작되면 변화는 더욱 선명해질 것 이며 야생동식물의서식처와유서깊은마을,문화와역사가 몽땅수장될것이다.영주댐 상류에는 모래의 공급을 차단 하는 유사조절지가 댐과 함께 건설되고 있다. 여기에모인 모래를영주시는골재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목적도 없이 지어지는 댐과 지자체의 이기심은 내성 천을 서서히 죽이고 있으며, 낙동강 재자연화의 희망을 없애고 있다. 채적지못한이야기가많다.고인물에서식하는큰빗이끼 벌레가 4대강에 대량으로 번식했다. 어류와저서생물,수서 곤충을 포함한 수생생물들이 유수역에 서식하는 생물 종 에서정수역에살아가는생물종으로변화하고있다. 사시 사철 뿌리가 잠겨버린 버드나무가 몰살당했다. 보의 수 위로 인해 집단고사한 물억새 군락도 있다. 그곳에 사는 맹꽁이도 함께 죽었을 것이다.지하수위상승으로인해4 대강 본류 주변의 밭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올봄, 극심 한 가뭄이 계속되었음에도 4대강에 가둬놓은 물은 소용 이 없었다. 4대강의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엄청 난 세금을 들여 수로 시설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토부 는 4대강에 섬진강을 포함한 5대강의 수변구역에 개 발 가능한 친수 구역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돈을 향해 달린 4년, 더 늦기 전에 수문을 열어라 모든 것은 4대강을 16개의 보로 조각조각 토막 내고 가두면서 시작되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불변의 법 칙을 무시하고 돈을 향해 달린 지 4년, 4대강의 상황은 해를거듭할수록악화하고있다.호수가되어버린강에서 내년에는또어떤일이일어날지벌써두렵다. 문제의해결 방법을우리는이미모두알고있다. 수문을 열어 물을 흐 르게하는것,장기적으로는 보를 철거하는 것이다. 재자 연화를하지않는다면,4대강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 화할것이다. 6월말,하천재자연화사례지답사를위해 독 일을 찾았다. 그곳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유럽 최대 수로인 라인 강의 마지막 보인 이페츠하임 보를 찾았다. 흐르지 않는 푸른물이가득차있는모습이4대강과비슷했다.베른하 르트 교수는 “4대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기서도똑같 이 일어났었다.”며 “아직 한국은 늦지 않았다. 이곳은 이제 너무 오래되어 재자연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 국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지금 수문을 열면 된다.”고 이 야기했다. 더늦기전에수문을열어야한다. 또한,낙동강 재자연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내성천을 보전해야 한다. 댐 건설과 준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민 없이 치수1) 를 하려는 이기적인 방법이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 쓸모없는 댐을 허물고 있다.또한강에게좀더자리를내 어주는 방식으로 치수방법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 역시 강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으로 하천관리패러다 임을 바꿔야 한다. 이것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을 때 가능하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때 저들 은 강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작년 여름, 보에 몸을 부딪치며 뛰어오르던 물고기를 보았다. 상류로 올라가려던 물고기는 낯선 구조물에 가로막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 는지, 그 원망스러운 보에 얼마나 몸을 부딪쳤을지 가늠 조차 되지 않았다. 보나 댐, 준설이 아니어도 이·치수를 할 방법은얼마든지있다.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할 수 있 는 이·치수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것은 자연만 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연에 행한 파괴가 인간에게 돌 아오듯이, 재자연화 또한 인간에게 이로운 결과로 돌아 올 것이다. 1 수리 시설을 잘하여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는 일
  • 12. 12 화장품 때문에 바다새가 죽는다고?! 뽀드득,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깨끗하게 세수를 시작한다. 클렌징폼을 쭈욱 짜서 몽 글몽글 거품을 내면 괜시리 기분까지 좋아지곤 한다. 하얀 거품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가끔은 까칠한 피부를 위해 각질도 제거하고. 과거 여드름으로 고통 받은 전력이 있던 나로서는 클렌징에 나름 공을 들이는 편이다. 때문에 여성환경연대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세 플라스틱 화장품에 관한 활동을 맡게 된다는 이야 기를 듣고는, 단순히 피부에 더 좋은 성분을 찾는 활동일거라 여겼다. ‘천연 화장품으로 피부가 더 좋아지려나?’ 철없 는생각을하며단체를처음방문한날,보게된영상은충격적이었다.내가본동영상에서는‘앨버트로스’라는새의몸 에서 수많은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플라스틱을 먹은 앨버트로스 새끼들의 일부는소화관이막혀죽어가고있 었고,앨버트로스뿐아니라많은 새와 물고기들의 체내에서 플라스틱이 보였다. 플라스틱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동물에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정말 몰랐다. FACE TO FISH: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 조은지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과 토익에는 영 관심이 없는, 그저 하루빨리 강아지와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픈 도시인 기획특집 _ 어떤 물 『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 커샌드라 필립스 지음, 이지연 옮김, 미지북스, 2013
  • 13. 13 그렇다면 화장품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문제인걸까? 영상을 보며 고민을 하던 차에 병뚜껑, 라이터 등과 같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뿐 아니라 화장품 속의 미세 플라스틱이 더욱 위험하다는 활동가분의 설명이 이어졌다. 미세 플라스틱이 대체 뭐길래 저 먼 나라의 새들까지 고통 받게 만들고, 화장품 속에 가득하다는 건지. 참을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의 무거움 미세 플라스틱은 0.001mm~5mm 정도의 매우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일컫는다. 머리카락 두께와 비슷한 수준 이니, 육안으로 관찰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생물의 근원이자, 모든 생물의 부유물을 떠안는 바다는 바로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력이 가감 없이 발휘되는 장소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도 바다로 흘러가게 되면 계속되는 분해를 통해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변한다. 작은 플랑크톤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다시 그 플랑크톤을 물고기들이 섭취하는 먹이사슬의 과정 속에 서 미세 플라스틱은 몸에서 몸으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육지의 새, 또는 인간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물고기를 먹게 되면서 결국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 다시 인간 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미세 플라스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세 플라스틱이 대체 얼마나 위험한데?! 라고 묻는다면, 얼마나 위험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라 는 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흘러 든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자석처럼 흡수할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게다가 매우 작은 미세 플라스틱의 입자가 체내 세포막에 침투하게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 새 (출처 http://www.chrisjordan.com/gallery/midway/#CF000313%2018x24)
  • 14. 14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구상 어떤 생명체도 플라스 틱을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 슬을 타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현재 미세 플라스틱의 악순환이 정확히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제대로 된 연구도, 어떠한 명쾌한 해답도 내려지지 못한 상태이다. 미세 플 라스틱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구가 이뤄진지는 불과 10 여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의 바다 속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의 조사에 따르 면, 거제도 해역의 바닷물 1㎡에는 평균 21만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되었다는데 이는 무려! 싱가포 르 해역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아, 미세 플라스틱이 이렇게 나와 멀지 않은 곳에서 포진해있을 줄이야. 남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어온 스티로폼은 현재 관련 법안의 상정과 대체 물질 사 용 등으로 나름의 개선안을 마련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또 다른 용의자로 떠오른 것은 스티로폼도, 페트병도 아닌 화장품이다. 도대체 부드러운 화장품에 무슨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는 건지 의아하다면, 각질 제거제를 사용할 때에 만져지 는 까끌까끌한 작은 알갱이나 치약 속에 보이는 알갱이를 떠올려보자. 그것들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세안, 스크럽, 필링, 각질 제거 등의 기능을 가진 제품들 속에서 미세 플라스틱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클렌징 제품 하 나에서 무려 35만 여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한다면 1리터 용량의 페트병 28개를 바다에 내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떠한 세안제도 사용할 수 없단 말인가?! 하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알고, 해당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선별해서 사용하면 된다. 미세 플라스틱 거절하기 1. 화장품 라벨의 성분표시를 들여다보세요. 혹은 화장품 전성분이 나와 있는 스마트폰 어플 ‘화해’나 ‘화장 품 멘토’ 등에서 제품을 찾아서 성분을 살펴봅니다. 2. 아래 성분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 다음 성분이 든 제품을 피합니다. 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나일론-6, 나일론-12 등 3. 미세 플라스틱 든 제품 목록을 확인하시고 피하세요. -제품 목록은 여성환경연대 사이트에 공개됩니다. -모바일 어플 (안드로이드 폰, 아이폰) ‘Beat the Microbead’를 다운 받으세요. 4. 미세 플라스틱이 든 제품은 사용하지 않고 용기째 버려야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아요. 화장품 알갱이 (출처 http://beatthemicrobead.org/ko/photostream-ko)
  • 15. 15 플라스틱에게 안녕을!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다국적 화장품 회사들은 이미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다. 유니레버가 2015년까지 자사의 모든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이어 존슨 앤존슨, 로레알, 러쉬, 피앤지, 더바디샵 등이 이를 약속한 상태이다. 미세 플라스틱 대신 호두나 코코넛 등의 껍질 과 바다 속에서 빠르게 생분해되는 PHA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리노이, 뉴욕, 캘리포니아 주 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금지 법안이 통과되거나 상정중이며, 유럽 해양환경기본법(MSFD)은 미세 플라스틱 을 쓰레기로 규정하고 유럽 전역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되도록 플라스틱에게 안녕을 고하면 어떨까? 용기재활용연구소(CRI) 에 따르면 1년 간 미국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용기 중 750억여 개가 페트병 혹은 폴리에틸렌 병으로, 이 중 4분의 1만이 재활용된다고 한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분리수거하더라도 ‘레알’ 재활용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재활용 되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로 분해될 것이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쓰레기 중 플라스틱 종류가 단연코 가장 많고 (바다 쓰레기의 58% 차지), 플라스틱 페트병 의 경우 450년 후에야 분해된다. 이는 지금까지 생산되고 버려진 플라스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미로, 플라 스틱은 십장생보다 장수한다. 특히 우리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무려 세계 1위에 등극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의 사용을 거절하고, 오랫동안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나무, 유리,스테인리스 등과 친해져보자. 결국 우리가 만들어내는 일상의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를 통해 여러 생물을 거쳐 다시 우리의 몸으 로 돌아오게 된다. 인공물질이면서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게 된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나의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의 미세 플 라스틱, 그리고 편리하고 가벼운 플라스틱이 다시 나를 공격하는 부메랑이 된다. 내 몸에도, 앨버트로스에 게도, 저 바다에도 좋지 않은 플라스틱 악순환의 안녕을 위해 나는 오늘 과감히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된 세안제에게 안녕을 고한다! 부엌에서 빌려 쓰는 천연 각질 제거제 ‘소다’ 1. 손바닥에 엄지 손톱 정도의 소다를 올리고 살짝 물을 뿌리기 2. 물에 젖은 상태의 소다를 얼굴 전체에 부드럽게 문지르기 3. 물세수로 소다를 헹궈낸 다음 비누로 세안하기 팁!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부엌에 있는 기름에 소다를 섞어 만든 ‘오일소다 페이스트’로 각질은 물론 화장도 지울 수 있어요.
  • 16. 16 건강한 물의 조건과 다양한 물마시기 방법 건강한 물이란 무엇일까? 오염되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 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물이 건강한 물이며, 그밖 에 활성수소가 많고, 약알카리수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면 좋을 것이다. 과연 이 조건에 충족할 만한 건강한 물은 얼마나 있을까? 이미 우리 환경은 고도의 산업화와 기계화로 오염되 어 있고, 공기의 오염은 물과 땅의 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오염된 물을 피하기 위해 시판되는 생수를 사먹거나 정수기를 이용하고, 수돗물을 좀더 안전하게 이 용하는 여러 가지 방식을 모색하여 선택해서 먹게 된다. 그러나 시판되는 생수는 취수원의 문제, 패트병 용기 의 환경호르몬 문제, 관리소홀로 인한 위생 문제뿐 아니라 살균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발암물질 논란 등으로 안심하고 먹기에는 왠지 뭔가 손해 본 듯한 느낌이다. 정수기 또한 미네랄 소실, 세균오염, 내부 위생문제, 산성 수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수돗물 또한 염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 새와 물맛에 대한 비호감, 노후된 수도관로와 저장탱크의 위생문제, 발암물질 발생 우려 등의 논란을 안고 있 다. 이래저래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물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운반, 조절, 순환, 배설작용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소화를 위해 우 리 몸속에서 쓰여지는 물은 입에서 항문 배설까지 총 10리터에 이르고, 우리가 움직이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배설되는 물은 하루 2.5리터에 이른다.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은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 을 수 있으나, 평균 500~1,000cc 정도이다. 그러면 우리는 하루 1,500cc에서 2,000cc정도의 물을 보충해 주 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만큼 물은 중요하다. 생명 가득한 물 : 다르게 마시기 김길순 세딸의 엄마이자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와 안산아이쿱소비자생협, 한국자연건강회에서 활동하며 식생활교육과 자연건강지도를 하고 있다 기획특집 _ 어떤 물
  • 17. 17 그렇다면,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일단 보건복지부 수질 판정에 통과한 지하수나 약수, 수돗물을 정화해서 먹 을 수 있는데, 불가피한 경우 정수기를 쓸 수 있지만 맥반석과 숯 그리고 볶은 소금을 이용해 수돗물을 정화 해 먹을 수 있는 항아리 정수 방식도 있다. 이들 중 각자가 건강상태와 취향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선택해서 먹으면 좋을 것이다. 만약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끓 인 물 보다는 자연수, 즉 생수를 상온으로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생수는 수소와 산소 외 에도 우리 몸에 유익한 미네랄과 자연의 생명력이 충만해 있다 한다. 물을 끓이게 되면 산소를 비롯하여 열에 약한 유기미네랄을 잃게 된다. 아토피와 항아리 물정화법 건강한 살아있는 생수를 먹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식은 항아리 정화 방식이었다. 항아리에 물을 넣는 방식으 로 정화해서 먹게 된 계기는 아이들의 아토피로 인해 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가 25개월, 셋 째가 7개월째 되던 즈음 새 아파트에 이사오게 되었다. 그 1년 후 아이들에게는 원인모를 피부발진이 접히는 부 분부터 시작되었고, 아침에는 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한 결막염에, 귀 뒤에 진물이 흘러 피부가 녹아내리 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의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병했다. 아토피가 전신으로 번지는 데는 몇 주가 걸리지 않았다. 아직 치유치 못한 조카의 아토피를 20여년 지켜본 결과 깨달은 바대로, 아토피 치료의 기본은 물과 음식, 최대 한 자연적인 방식의 치료 방법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입과 몸에 닿는 모든 화학물질들을 차단하기위해 노력했 다. 환경을 전공했다는 자만심 때문에, 아이들을 무방비로 몰아넣은 엄마의 무지 때문에,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생활을 점검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물 또한 그 중하나로 수돗물 정화방식으로 역삼투압방식
  • 18. 18 의 정수 방식이 아닌 항아리 정수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토피 치료과정에서 물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과 함께 몸을 깨우고, 외출 시에는 물병 이 늘 필수품이다. 아이들을 보기만 하면 “물먹었니?”라는 말이 일상이 될만큼 물은 아토피 치료에 중요한 도 움이 되었다. 그러기에 물을 정화해서 건강한 물을 마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다. 베란다 에 항아리 두 개를 두고 수시로 물을 채워 넣고, 정화해서 가라앉혀 주전자에 넣어 상온의 물을 먹었다. 틈만 나면 항아리를 닦고, 맥반석을 닦으면서 정성스레 물을 먹었다. 항아리가 아니라 감사와 정성이 물을 정화했는지도 아이들의 아토피로 인한 일상유지도 어려웠지만 물 정화 방식 또한 쉽진 않았다. 정성이 들어간 물이 정화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고, 그저 염소 냄새가 나지 않고 물맛이 좋아진 정도로 만족은 했으나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숯과 맥반석 모두를 사용해서 정화해 먹었으나, 그 번거로움 때문에 맥반석으로만 대체했고, 이후에는 볶은 소금을 넣지 않고 맥반석 양을 조금 더 늘리고, 수도꼭지가 달린 항아 리를 사용해서 정화했다. 뭔가를 정성 들여 한다는 것, 그것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 었다. 어떤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 끝까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자 신에게 아주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항아리 정화방식은 어쩜 화학물질을 정화하는 것에 의 미를 두긴 했지만, 엄마의 정성이 그 물 맛을 더 변하게 한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정성들인 탓인지 아이들은 3년 만에 아토피에서 자유로워졌고, 지금은 아토피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중1, 중2의 어여쁜 숙녀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맥반석이 반쯤 담긴 항아리에서 물을 받아먹고 있다. 이제는 절실함이 덜 해서인지 항아리 세척도 미루기도 하고, 수돗물대신 약수터에서 물을 길어와 항아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경 치좋은 시골에 여행이라도 가면 좋은 물을 길어다 항아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우리집 물은 세 아이들 등굣길 에 필수품이다. 나는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물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정수기 물보다 항아리물이 맛있다는 이 유에서 물을 싸 간다. 일본에 에모토 마사루라는 물을 연구하는 분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보면, 물도 의식을 갖고 있다. ‘사랑’, ‘감사’등 긍정적인 말을 하면 그 진동음이 물질을 좋은 성질로 바꾸어 아름다운 결정 을 이루고, ‘미움’, ‘악마’, ‘미워’등 부정적인 말을 하면 모든 것을 파괴의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 은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다. 우리집 항아리의 물이 맛있는 이유는 단순히 맥반석을 넣어 정화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 족의 건강을 바라는 부모의 사랑과 정성의 의식이 물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알러지로 많은 고생을 한 나로서는 건강한 물이란 그저 깨끗한 물의 의미를 넘어선다. 건강한 물이란 건강한 정신이 깃든 물이라고 생각한다. 물을 준 자연에 대한 감사와 물을 뜨고 준비한 이의 수고와 사랑이 깃든 물은 건강한 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물 한 방울도 그냥 주어졌다고 생각 한 적도, 허투루 생각 해본 적도 없다. 나에게
  • 19. 19 물 한 방울은 ‘생명’이요, 내 아이들과 내 건강을 지켜준 소중한 ‘감사’인 것이다. 수돗물 정화하는 법 1. 유약처리를 하지 않은 항아리(천연유약으로 처리한 항아리도 무방)나 유리용기, 맥반석, 숯, 볶은 소 금을 준비한다. 맥반석과 숯은 서로 대체하여 써도 좋다. 2. 항아리에 수돗물을 받아 소쿠리를 덮고 24시간 놓아둔다. 3. 24시간 가라앉힌 수돗물을 다른 항아리에 조심스럽게 퍼 담는다. 4. 수돗물 1말(18리터)을 항아리에 넣고 맥반석 1킬로그램(또는 숯 한근)과 볶은 소금(20그램)을 넣는다. 5. 항아리를 소쿠리로 덮은 뒤 8시간 이상 둔다. 6. 맥반석으로 정화한 수돗물의 경우 3일 정도까지 두고 먹어도 된다. 7. 맥반석은 한 달 정도 후 소금물에 끊여 소독한 뒤 햇볕에 말려 다시 쓴다. 1년 정도 쓸 수 있다. 8. 숯은 일주일에 한 번씩 꺼내어 햇볕에 말린 뒤 다시 쓴다. 한달 정도 쓸 수 있다. 9. 항아리는 3일에 한번 깨끗이 씻어 준다. 수도물 수질검사하는 방법 ✻ ✻ 각 자치구의 수도사업소나 국번없이 121로 연락하시면 무료로 수질검사를 해 줍니다. 연락처는 상,하수도요금 고지서에 나와 있습니다. ✻ ✻ 인터넷으로도 신청 가능하며 서울의 경우는 http://water.seoul.go.kr 로 하시면 됩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각 지방 자치단체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 ✻ 수도물과 정수기, 항아리 등으로 정화한 물 모두 수질 검사 해줍니다. 서울시는 수질검사를 무료로 해줍니다. 그러나 서울시 외 타 지역은 유료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유・무료 여부는 사전에 각 시・도에 연락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보 출처: 『해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최민희 저), 수수팥떡 가족사랑연대 자료실
  • 21. 21 글/그림 박다영 언제나 문제는 ‘사랑’이 없는 곳에서 나온다고 믿는 사람
  • 22. 22 인간은 완벽하게 파괴적인 종(Homo Devastans)도 아니고, 그렇다고 숭 고하게 자연친화적(ecologically noble)이지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 도 저것도 아닌 괴로운 중간지대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특히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지향하여 산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콘크리트 벽 곳곳의 수천만의 생명체가 제공해준 오래된 혜택을 기억하지 못하고, 맹목적 소비만 하는 파괴자로서의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도시 문명이 주는 혜택을 유보하기에는 이미 각인된 편리함의 유혹을 견뎌내기 힘들다. 결국 지식으로는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알면서 도, 몸과 욕망, 감각들은 자본과 개발의 무차별한 증식에 힘을 보탠다. 그 렇다면 우리는 평생 구조를 문제 삼고 타인의 ‘악행’을 기록하고 성토하 며, 평생 괴로운 중간지대에 머무르다 생을 마감할 것인가? 우리가 괴로운 중간지대에서 조금만이라도 이동할 수 있으려면 삶의 좌표를 구성하는 인식의 방법론들을 다양화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소비’에 관한 것이다. 도시인들은 대부분 소비하기 위해 일을 한다. 물건, 서비스, 경험을 구매 하는 소비자 정체성이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요건이 되고 있다. 신자 유주의적 논리가 전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공동적 삶’이나 ‘비시장적 가치’는 약화되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삶의 대부분은 ‘시장’으로 아웃소싱 되고 있다. 상품이 아닌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며, 시 장을 통해 구매되었을 때만 안전성과 품질이 보증된다고 느낀다. 이런 경 향은 도시 여성들의 삶을 더욱 시장 의존적으로 만들고 있다. 많은 직장 여성들은 일터에서 받은 인격적 모독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소비’를 택한다. 인정 욕구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자 권력을 과시한다. 컴퓨터에 해외 직구 사이트 몇 개를 동시에 열어 놓고 남보다 조 금 싼 가격으로 명품, 액세서리, 고급 요리 기구를 구입했을 때 자신이 꽤 기 민하고능력있는여성이라느낀다.외모를가꾸기위해피트니스,체질관리, 맛사지 등에 투자하면서 일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까먹는다.’ 한30대 전문직 여성은 맹목적 소비를 통해 임시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을 획득하지 만 결국 저축도, 궁극적인 해결책도 없이 부채만 늘어나는 허무한 반복을 되풀이한다고 한탄한다. 나 자신도 한때 TV 홈쇼핑으로 빵기계, 홍삼 제조기, 요구르트제조기,슬로우쿠커,식품건조기,각종믹서등을 구입하여 부엌을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이주, 젠더, 환경, 도시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시대 의 문화번역>,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한국에서 이주자로 살기> 등의 저서가 있다.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에코페미니즘
  • 23. 23 홈쇼핑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노동 강도에서 오는 피로감을 TV 리모컨과 전화기로 해결했던 것이다. 도시인들이 반짝 쓰고 내팽개친 다양한 기계들, 핸드폰, 컴퓨터, 게임기 등은 중국의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었던 구이유나 가나의 아그로블로 마을을 산업폐기물 및 전자쓰레기장으로 변화시킨다. 그곳 마을 아이들과 여성들은 각종 유해물질에 중독되어 평생 아픈 몸 때문에 고생한다. 환경 문제는 우리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전이되기 때 문에 우리는 여전히 살만하다. 밀양할매들의 ‘날벼락’ 고생도 서울 및 수도권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혜택을 위해서이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자연과 사람들의 삶터를 파괴해야만 우리는 좌표를 이동시킬 수 있을까? 문제는 소비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 여성 두 사람 이상 모이면 무엇을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가 중요한 정보로 유통된다. 여성들은 자녀 교육, 물건, 여행, 경험과 관련한 정보 교환을 하면서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를 확인하고 회복하는 데 익숙해진다. 스티븐 마일즈는 ‘공모적 공동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소비자는 소비자본주의의 희 생자가 아니라 공모자라고 주장한다. 소비라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기쁨을 추구하며, 모든 사람이 소비주의에 연루되어 있다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비주의에 가담한다. 왜냐하면 소비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제 공해 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믿고 의지할 만한 공공 영역의 부재로 우리 모두는 예측 가능한 소비의 세계에 의존하고 싶어 한다. 결국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소비시민권을 획득해가는 도시인들은 자연과의 공존, 안전, 건강, 돌봄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도시인의 소비지향적인 성향은 쉽게 다른 가치들과 접목하면서 기업 논리를 확장하는 데 동원된다. 페미니즘의 정치적 현장은 ‘여성친화성’을 내세우는 보수적 국가 및 각종 기업들에 의해 국가페미니즘이나 시장페미니즘(market feminism)으로 대체된다. 소비는 넘쳐나지만 정의로움을 향한 인간 의지와 정치는 실종된다.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소비라는 조건화된 집단적 감각으로부터 이동하는 것이다. 소비는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도, 삶을 이동시키지도 못하는 폐쇄회로에 모든 개인을 가둔다. 소박한일상을유지하기위한요리, 집안일,돌봄은개개인의노동,감정,지성을결합시켜할수있는가장원초적인일이며남녀, 세대, 계층과 상관없이 해야 할 필 수 노동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산자를 독려하는 소비 형태를 탐색하고 또한 우리의 과소비 이후의 폐해를 책임져야 할 이웃 또는 저기 먼 곳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알아야 한다. 이후 맹목적 소비로부터 ‘빗겨가기’의 관점을 갖게 되면, 우리는 고통스러운 중간 지대로부터 조금 이동할 수 있다. 앙드레 고르가 지적한 것처럼 소비문화는 개인화, 특이화, 경쟁관계, 질투 등반사회적사회화를조장하기때문에여성들을분리시키고,자율성과실존의안전을확보하는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공모적 소비주의와 거리 두는 것이다.
  • 24.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환경건강 24 “월경, 자유롭게 이야기 하시나요?” 한 대학 캠퍼스에 만난 여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다수의 대답은 No! 그 이유는 월경은 말하기 창피하고 부끄러워 숨겨야하는 것 같아서이다. 우 리는 왜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여 성은 평균 14세부터 49세까지 약 35년간 월경을 한다. 그 횟수는 평생 약 500회에 달하는데 이는 일생의 1/8을 월경일로 보내는 것과 같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세계여성의20%는월경중이라는말이다.가임기여성이라면전세계 누구나경험하는월경.월경을즐겁고건강한경험으로만들수는없을까?아시 아 여성들이 자유롭게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우며 숨기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 네팔, 터부시되는 월경문화 네팔의 여성에게 월경기간은 반갑지 않다. 사회적 인식에 월경은 불순하고 숨 겨야하는것으로여겨지기때문이다.월경기간동안격리되거나일상생활이제 한되는 사회적 관습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됨을 경험한다고 한다. 특히 산간 지역에서는 지금까지도 옛 관습에 따라 월경기간동안 여성은 집에 머물지 못하고 헛간에서 지내야하며 음식을 만들거나 물도 자유롭게 사 용하지 못한 채 격리가 되는 사례도 많다. 더욱이 산간지역은 접근이 쉽지 않 기 때문에 일회용 생리대의 판매가격은 높아지기마련이라쉽게구입해서사 용이어렵다고한다. 적당한 화장실 시설이 갖춰진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 용하고 난 일회용 생리대를 처리하는 것도 큰 문제일 것이다. 한국, 대다수 여성이 사용하는 월경용품은? 일회용 생리대! 한국의 경우 대다수의 여성이 월경용품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 하 얗고 깨끗하다는 광고처럼 과연 일회용 생리대는 깨끗하고 안전할까? 일회 용 생리대에의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넣는 화학물질들과 고분자흡수제는 여성 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질에 흡수된다. 이는 가려움이나 짓무름, 따끔 거림 등과 같은 각종 피부염과 여성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탐폰의 경우는 독성쇼크증후군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바도 있다는 사실! 일회용생리대 이놈, 지구에도 못된 짓을 한다. 한국 생리대 시장은 연간 2,900억 규모로 1년에 소비되는 생리대 수는 약 23 억 개.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 달에 5일, 하루 5개씩 생리대를 사용 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한 명의 여성이 쓰는 생리대는 11,000개에 달한다. 이 네팔로날아가는 달거리대, 월경이야기 같이해볼래? 이아름(여성환경연대 정책팀 활동가)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소소 한 행복을 추구한다.
  • 25. 키트 가격 (왕복 배송비포함) 개인구매자 15,000원 현장구매자 12,000원 단체구매자 10,000원 (20개이상) (제작한 면월경대는 여성환경연대에 착불로 발송. 자세한 내용은 키트 브로셔 참조) ※ 키트판매는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키트 구성품 면월경대 완제품 1개, 면월경대 DIY 1세트, 면월경대 제작도구, 면월경대 파우치 건강정보, 월경대만들기 안내서 ● 키트 신청주소 http://goo.gl/forms/jYmtXVm3jm ● 입금 정보 키트는 입금 확인 후 매주 월,목요일 배송됩니다. 외환은행 예금주: (사)여성환경연대 계좌번호: 630-004624-695 ● 교육신청 10명 이상 단체는 면월경대 워크샵 신청이 가능합니다. 여성환경연대로 문의주세요! ● 문의 여성환경연대 02-722-7944 를 늘어놓으면 지구의 반 바퀴에 이르고, 여의도만한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회용 생리대는 엄청난 폐기물이 되어 지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구와 나의 몸에 좋은 생리대 ‘면월경대’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 면월경대는 사용 후 세탁해서 다시 쓸 수 있어 재활용이 가능하고 지구에게 부담을 덜 주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화학섬유가 아닌 순면으로 이루어져 각종 피부질환을 막고 여성 건강도 지킬 수 있다. 네팔의 여성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높은 가격의 일회용생리대는 네 팔의 여성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이다. 네팔과 한국 여성이 함께 만드는 월경문화, ‘나는달 캠페인’ ‘달’은 여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날으는 달거리대’의 줄임말인 나는달 캠페인은 한국과 네팔 여성이 함께 만드 는 월경문화캠페인이다.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나는달 키트(KIT)는 면월경대 1개, 면월경대를 만들 수 있 는 DIY 1세트로 구성되어있다. 나는달 키트를 통해 우리 건강과 지구에 대안이 되는 면월경대를 나를 위해 하 나, 하나는 직접 만들어 네팔에 보낼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모아진 면월경대는 네팔 현지 여성들에게 전달이 되고 키트판매 비용의 일부는 네팔 현지 여성건강 워크샵에 사용이 된다. 25
  • 26. 여성들의 유쾌한 상상과 전환 _ 대안생활 26 젖은 옷처럼 더위를 온몸에 휘감고 지내기를 10개월. 모래바람처럼 끼쳐오는 열기를 견디어낼 면역력도 바닥이 날 즈음이었다. 혀와 입 천장, 목구멍을 지나 위장, 소장과 대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갈 혈 관들이 모두 하나의 음식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말레이 반도 에서도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페낭의 식당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싱싱한 해산물, 인도와 말레이 중국음식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경쟁 하듯 맛을 뽐내는 섬에서도 내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 줄 냉면 비슷 한 것도 없단 걸 알았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사표처럼 ‘이민’을 생각 하던 나는, 서랍 속의 사표를 더 깊숙이 밀어 넣게 되었다. 나의 외가는 황해도 해주. 친가는 서울 토박이다. 어릴 때 냉면을 먹 을 기회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집에서 먹던 음식들(집밥)은 요즘 밖에 서 먹는 음식들에 비하면 담백하다 못해 덤덤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어 른이 되고 자연스럽게 밍밍한 맛의 냉면을 좋아하게 된 것도 아마 익숙 한 맛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더위에 지친 몸이 ‘냉면’을 찾는 것 은 본능이라는게내결론이다.나는 이것을 ‘입맛의 본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입맛의 본적은 수많은 집밥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다고 할 수 있다. 친가와 외가의 입맛을 물려받은 나는 양념이 과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김치도 백김치, 나물도 고추장 양념보다는 들기름 약간, 국은 콩나물이나 뭇국처럼 맑은 것으로… 가 끔은 별미로 재료의 깊은 화학적 반응이 가미된 음식을 즐길 때도 있지 만, 그것은 친구네 놀러 가서 맛본 ‘친구네 집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쿠킹스쿨 마감 오늘까지입니다. 서둘러 신청해주세요’ 문자가 왔다. 텔레비전이 요리 프로로 도배되는 것도 모자라 내가 속한 편집자 클럽의 정기 모임에서도 이번 달의 주제는 요리다. 안 그래도 곧 출 간한 요리책(11월 한살림 요리책이 나올 예정이다) 진행으로 레시피와 참고 요리책들을 신물 나게 들여다보고 있는 터라 쿠킹스쿨은 사양 하기로 했다. 바야흐로 요리의 시대란 말인가(이에 편승해 요리책도 잘 팔리면 좋겠다ㅎㅎ). 제작비에 비해 실패의 확률이 낮아 먹방을 선호한다는 어느 방송 집밥,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 송주영(북센스출판사 대표, 여성환경연대 살림꾼) 고요하게 살고 싶지만 북적거리며 책을 만들고 있 는, 요즘은 10km를 달리며 명상중
  • 27. 27 제작자의 말은 씁쓸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먹을거리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고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에 나는 최근 요리 프로의 성행이 반갑다(천안함과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국민은 바다와 조류, 선박에 대한 상당히 많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았는가). 어쩌면 이런 흐름이 음식과의 진지하고 격이 있는 만남을 앞당겨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요리 프로그램과 함께 담론이 형성되다 보면 다양한 견해 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중에는 건강한 담론이 집단 지성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 요즘 방송에서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것은 철 지난 아이템이 된 것 같다. 시간에 쫓겨 겨우 마친 요리를 맛보며 요리사를 평가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어디서든 심판자 코스프레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세끼 밥해 먹는 일로 온 하루를 보내며 투덜거리는 걸 보여주는 프로가 차라리 정겹다. 밥상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밥을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식재료의 나고 자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땅과 바람과 햇빛, 농부나 농장주의 손길, 마지막으로 그 재료들을 고르고 요리한 사람의 정 성을 느끼는 시간이면 좋겠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바쁜가. ‘집밥’으로 포장된 ‘만능’의 음식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고약한 면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 이다. 간편하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이 음식들은 ‘페스트 푸드’, ‘페스트 패션’의 ‘페스트’ 한 삶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의 효용이 지배하는 음식점의레시피를‘간편’이라는명분으로‘집밥’으로부르는것은이치에맞지않는다.‘집밥’의 ‘집’은가족을의미하기때문이다.집밥의평범한요리사들(주로엄마겠지만)이단맛,깊은맛을내기위해들이는정성과시간과 마음은설탕과조미료로대체할수없다.그들이수고로움을감내한것은유해하고천박한맛에길들여지는것으로부터소중 한사람들을지키고싶어서일것이다. ‘엄마 설탕 좀 팍팍!’ 이제 아이들이 당당하게 엄마에게 말한다. 예능 프로라고 하더라도 방송은 아이들의 단맛으 로 기우는 관성을 합리화시켜준다. 술의 취기가 청춘으로 데려다주듯 단맛은 빠른 시간 안에 긴장을 잊게 해주는 것 같다. 음식과 어우러진 설탕의 단맛은 식재료에 남은 희미하고 미세한 맛들을 단번에 말살하는 매우 강력한 무기이 다. 어떤 요리든 설탕을 과다 투하하고 나면 느리게 맛을 음미하기는 쉽지 않다. 조청이나 오래 볶은 양파에서 나는 느리게 만들어진 단맛은 혀에 닿는 순간 예의 바른 아이를 만났을 때처럼 기분을 좋게 해준다. 무례하게 들이대는 설탕과는 다르게 말이다. 주방에서 설탕을 치우면 어떨까? 혀는 그제야 다양한 맛의 정글을 탐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자연스럽게좋은식재료를찾게되겠지.그리고바람을,햇빛을,땅을생각하는일이 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좋은 것은 느리고 불편하고 번거롭게 예의를 갖추어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인간이 위대할 수 있다면 이런 번거로움을 즐길 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28. 28 가을, 바야흐로 단풍놀이 철이다. 실은 이제 등산 철을 따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동네 뒷산부터 각종 명산까지 주말과 공휴일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등산객이 늘어남에 따라 각종 등산 용품 시장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제 산 좀 오른다 싶은 사람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등산 용품을 한 두 가지 쯤 구비해 산을 탄다. 그 중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등산스틱이다. 등산의 목표가 산 정상에 도달하는 종주가 되면서, 평소 산행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등산객들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도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등산스틱을 사용하며 산을 즐기는 동안, 식생에는 어떤 영향이 가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끝이 단단 한 스틱은 통행로 주변의 토양을 과도하게 다져서 나무뿌리의 산소 공급을 막고 약한 돌과 바위를 부순다. 나무는 스스로 살아남고자 어쩔 수 없이 땅 밖으로 뿌리를 드러낸다. 잘못된 스틱의 사용은 산을 더욱 신음하게 만든다. 많은 등산객들이 스틱 끝의 고무마개를 제거하고 뾰족한 침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날카로운 스틱 끝은 토양을 침식 시키고, 땅으로 드 러난 나무뿌리에 상처를 남긴다. 반복되는 토양 침식은 결국 흙의 유실까지 이어진다. 본디 등산스틱은 등반가들이 설원에서 짐을 가득 실은 눈썰매를 끌고 배낭을 메고 이동하면서 유래되었다. 노르딕 스키 (Nordic ski)의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활주 기술을 사용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스틱은 눈길을 걷는 데에 필수적인 장비이지, 우리나라 같이 눈이 겨울철에만 있거나, 눈이 쌓여있지 않은 곳에서는 오히려 쓸데없는 장 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스틱이 노약자에게는 또 다른 다리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러나 스틱을 사용하면서까지 무리한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제약이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전에는 뛰어다녔던 산을 이제는 걷고, 어느 순간 숨이 차면서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된다 싶으면, 산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도구의 도움을 얻어 더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내가 살아있음을, 내가 경쟁에서지지 않을 자신이 있 음을 보여주려 한다. 우리에게 늙음은 경쟁력이 없음을 시인하는 경우들이 많으니까. 등산은 산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자연은 사람을 불렀지만, 사람은 흉기를 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등산 스 틱을 내려놓고 내가 오를 수 있는 만큼 산을 만날 때,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을 나의 두발로 오르고 싶고, 다음 세대에게 그 아름다움을 다시 전해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손에 움켜쥔 그 뾰족한 흉기를 내려놓자. 물건탐구 등산스틱 ‘흉기를 들고 산을 찾는 사람들’ 복코 (여성환경연대 정책팀 활동가) _ 요즘 친해지고 싶은 단어들은 우쿨렐레, 빈둥빈둥, 맥주(?)
  • 29. 29 식량주권?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Peter M. Rosset 지음, 김영배 번역, 『식량주권』 (시대의창, 2008) “쌀 수입이 전면 개방되면 우리 쌀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밥상에 대한 감각이, 먹 을거리와 농사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주 무서운 것이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 어느 날 농민이 사라진다면? 오돌토돌 쌀 씻는 감각도, 단내 풍기는 과일을 식후 디 저트로 한 입 베어 물며 느끼는 즐거움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사대용 통조림이나 캡슐로 된 대체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치솟 은 식량가격, 물량이 부족해 돈을 주고도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 황. 이런 게 바로 일상이 될 테니 말이다. 한 국가가 자국 내 국민에게 식량을 자급 할 수 없는 것, 이는 국가가 필수 소비재인 식량곡물을 전 세계 곡물 생산과 유통과 정을 점유한 ‘곡물 메이저’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식량 주권’ 개념이 중요해진다. ‘식량주권’이란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 국가가 자연자원,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 생활의 모든 과정에서 식량과 관련한 자기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하는 권리다. 또 자연재해나 인재, 심지어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식량권만큼은 보장돼야 하는 인류의 천부적 권리이 기도 하다. 하지만 농산물 무역대상화는 이러한 권리를 침해한다. 『식량주권』의 원제는 “Food is Different”이다. 즉, ‘먹을거리는 다 르다’, ‘먹을거리가 자동차, 운동화, 휴대폰처럼 단순한 상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이 과연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가?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오히려 농산물 무역대상화가 몇몇 초국적 기업이 자신의 이윤에 따라 먹거리 문제를 좌지우지하며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을,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무역 대상화하려는 세력이 있다. 카길, ADM, 타이과 같 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은 자기 정부에 끊임없이 로비를 펼치고, 그 정부는 각종 무역협상 테이블에서 충실하게 이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식량주권』은 이러한 현실을 짚어가며 ‘WTO나 FTA 같은 세계 자유무역이 곧 발전’이라는 패러다임에 의문을 던진다. 다국적 농산 물 기업은 먹을거리를 둘러싼 의미를 깡그리 무시한다. 또한, 강력한 힘을 가진 정부를 앞세워 무조건 이윤을 얻으려 하고, 이윤만 극대화된다면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농사를 짓고 주위 환경, 생태계, 생산물의 질 따위는 상관 하지 않는다. 물론 농사짓는 농민도 알 바 아니다. 생산된 농산물은 어지럽게 얽히고설킨 각종 무역협정에 따라 각 나라 토종 농민들 의 토종 농산물을 초토화해버린다. 이것이 과연 발전인가? ‘발전’이라면, 누구에게 이득을 남기는 발전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을 지배하는 자가 바로, 권력자다.” 인류학자, 제러미 맥클랜시의 말이다. 현재 미국은 엄청난 농산물 수출국이다. 그리고 미국은 WTO, FTA를 추진하며 상대 협상국 소농, 가족농의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끔 했다. 이제는 환태평양 연안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칠레, 베트남 등 12개 국가 간의 다자간 FTA로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시장 자유화를 추구하는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추진 중 이다. 이대로 가다가 전 세계 먹을거리는 미국을 앞세운 일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식량주권』은 우리가 왜 식 량주권에 관심 가져야 하는지, 현 식량체계나 농업시스템의 무엇이 문제인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밑줄긋는여자 경진주 (여성환경연대 조직운영팀 활동가) _ 흐르는 강물처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
  • 30. 30 소식지에 사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냐고 복코가 물어봤을 때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바느질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풀어나가면좋겠지만앞서살아온길을미루어보면쉽 게 도망가고 쉽게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시골에 살면서 바느질하려고 별에별꼴에 들어왔지만 언제까지 이곳에살수있을지도무지감이오지않았다.처음소식지에글 이실리고얼마지나지않아떠나고싶은마음에불이붙었다.작 은 불씨였다가 점점 커다란 불기둥이 되었다. 그런데도 지금 무 겁지 않게 글을 적어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 겠다. 별에별꼴에 들어와서 하려고 했던 굵직한 일들이 때로는 기쁨을 주기도 하고 절망에 빠지게도 했다. ‘빌어먹게도 되는 일 이 없잖아!’ 생각할 때면 신기하게도 ‘그렇다고 안 될 것도 없구 나-’ 하는 일들이 많이도 일어났다. 먼저바느질.무려여섯달전에직접만든보자기와바꾸었던모 시 세 마로 우여곡절 끝에 저고리를 지었다. 모시천으로 처음 짓 는옷이라몇번을뜯고박고난리통을겪었다.만들면서도생각 한 만큼 멋있지 않아서 기운이 쭉쭉 빠지고 힘들었다. 그런데 웬 걸 내가 만든 저고리는 살아있을 때는 입기 어려운 수의였다. 한 복 저고리는 보통 겉섶이 왼쪽, 안섶이 오른쪽으로 오게 돼있다. 사람이죽었을때떠나는길에입는수의는그반대인데내가겉 섶과 안섶을 바꿔 달았다는 것을 다 만들고 며칠 뒤에 알았다. 전에 만들었던 저고리를 한 번만 확인해보고 만들었으면 좋았 느리게 살기 되는것도없지만그렇다고 안될것도없는별꼴살이 을 텐데 머리와 잘못적은 필기에 기대 만들다보니 이런 실수가 생긴 것이다. 옷감도 모자라서 다시 만들 수도 없었다. 모양도 안 예쁜데다가 입을 수도 없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다시 생각 해봐도 너무 멍청한 내게 놀라서 얼굴을 들기 어려웠다. 혼자 끙 끙 앓다가 부끄러운 마음을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털어 놓으면 서 괜찮은 척 그럼 수의로 입어야겠다고 얘기한 순간 정말 그러 면 되겠구나 생각하니 실망스러운 게 온데 간데없어졌다. 옷을 짓고 싶은 마음을 가졌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죽을 때 내 손으로 만든 수의를 입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생각한 것보다 너무 이 르지만 그 꿈이 반쯤은 이루어진 거라 생각하니 꼬였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둘째는눈뜨자마자달려가고픈생태뒷간.뒷간만든얘기로만밤 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까짓 뒷간으로 보일 바느질하는 여자
  • 31. 31 년에는 이런 요행에 기대지 않고 농사를 더 잘 지어야겠다는 생 각이 들기는 하지만. 겸손해야하는데하나참지못하고얘기하고싶은것은목화가무 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물도 거름도 잘 안주어서 여느 것보다는 작지만 벌써 목화열매인 다래가 단단해지고 있다. 하얗 고 여린 목화 꽃이 처음 폈을 때 크게 감격했는데 목화솜이 벌어 지면 또 어떨까. 뛰쳐나가고 싶을 때마다 목화가 아른거려서 다시 마음을 다잡곤 했다. 한 알도 빠짐없이 다 받아야지. 마지막으로는 사람사이. 좋은 것도 많고 싫은 것도 많아서 항상 예민하고 까탈 부리느라 여섯 달 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화내 고 미워하고 다투고 짜증내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 내 준 별꼴식 구들이 또 고맙다. 도망치고 포기하려고 할 때 고꾸라지지 않게 손 잡아준 동무들 덕에 산다. 별꼴에서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들어올 땐 불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고 허덕이면서 살았다면 이제야 조금 긴장이 풀린 느 낌이다. 다음 글에서도 별꼴 얘기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정도로 엉성하지만 그까짓 뒷간이 속을 뒤집었다가도 말할 수 없는기쁨을안겨주었다.뒷간을만드는과정에서가장놀란것 은내안에꿈틀대는독선과아집때문이었다.개집도한번지 어보지 못했으면서 무리하게 지으려다보니 같이 짓는 식구와 귀한 일손들을 많이 고생시켰다. 어떻게 하나 발 동동 구를 때마다 신기하게도 도우러 와준 사 람들이 참 고마운데 너무 많이 고마워서 아직도 어떻게 전할 까 감당이 안 된다. 커다란 돌무덤을 뚫어 기둥을 박고 나무를 손질해 준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쌤들, 연장과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신 커피 할머니댁 아저씨, 그대들이 없었으면 절대 지붕 을 올리지 못했을 오시롱과 씨앗들 친구들, 마무리 도와준 성 게와세현이,퇴비간만들어주신맥가이버천사님들이볼일볼 때마다 하나하나 떠오른다. 다 짓고 나서 뒷간을 한참 바라보 며 먹먹한 마음이 들었던 건 이게 뭐라고 그 많은 사람들을 고 생시켰나 허탈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생각한대로똑같이짓지는못하고벽을현수막과천을박 아서 달게 되었다. 바람이 숭숭 통하고 마음만 먹으면 훔쳐보 기 쉬워서 뒷간 이름을 ‘아슬아슬 뒷간’이라 지었다. 기둥을 박 을 때 나무에 기름칠을 하지 않고 그냥 박아서 언제 무너질지 몰라 아슬아슬한 뒷간이기도 하다. 엉성하고 이상한 뒷간이지 만 눈뜨자마자 달려가고픈 뒷간인건 맞다. 셋째로는 텃밭 농사. 농사는 그냥 안 짓는다고 이야기 하는 게 좋을 정도로 부끄럽다. 동네에는 호박과 가지가 물릴 정도로 넘쳐나는데 우리 텃밭에서는 하나라도 달리면 잔치분위기다. 그런데도 장 한 번 안보고 풍성한 밥상을 차리는 건 가까운 자 연과 사람이 우리를 가여이 여겨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든다. 별꼴에서 두 주 동안 열린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덕 분에 먹을 수 있는 풀이 참 많아졌고, 이따금 동네 밭이나 마 을회관, 절에서 남는 채소와 음식을 바리바리 싸오는 뻔뻔함 을 발휘한 덕에 엄마 밥이 그립지 않게 잘 챙겨 먹고 있다. 내 손민정 _ 삯바느질로 벌어먹고 싶은 여자. 요즘은 뒷간이 먼저. ‘별에별꼴’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 32. 32 주이, 나나, 시로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이런 멋진 모의를 도모 하게 되었는지 셋은 같은 공간에 직장이 있었다. 나나와 주이는 공정여행 을 하는 사회적 기업에, 시로는 공정여행 학교의 교사로 서 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야근하며 종종 마주치며, 동료로 가까워졌다. 야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저 사람이 어떤 고민이나 관심사를 가졌는지는 깊이 알지 못했다. 오히려 시로가 퇴사한 직후 서로 안부를 묻다가 ‘야근’을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저녁 시간 우리 의 능력을 다르게 써보자는 상상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야근대신뜨개질>이 시작되었다. 저녁에 모여 뜨개질을 할 줄 아는 친구는 그걸 알려주고, 디자인하는 친구는 뜨개질을 디 자인적으로 고민하고, 기획력이 좋은 친구는 SNS에 올리고, 영화를 하던 시로는 뜨개질하는 장면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다큐멘터리 <야근대신뜨개질>이 탄생하게 되었다. 뜨개질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이야기 보따리와 문제 인식 당시 우리는 야근을 하면서도 개개인별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합을 이루게 된 것이 야근대신뜨개질 이 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표정도 재미없어 보이고, 지하철에서 는 마치 짐짝처럼 다들 머물고. 새삼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재 미있는 걸 해보고 싶어졌다. 당시 외국의 공공미술 아티스트 가 캠페인 안내문에 엉뚱한 스티커를 붙이는 걸 보고, 이런 식의 유머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 들었다. 마침 눈에 띈 안내가 성폭력 예방스티커였다. 지하 철에 붙어 있는 성폭력 예방법에는 치마 뒤를 잘 가리라고 적 혀있었는데,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인 마냥 표현되어 있는 그 스 티커를 보면서 우리도 성희롱과 관련한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 고 싶어졌다. 막상 붙이고 나니, 사람들은 그닥 관심이 없었고 만나고 싶습니다 회색빛 도시를 뜨개질로 알록달록, 그녀들의 꿍꿍이 만난 사람 : <야근대신뜨개질> 감독 박소현(시로), 출연자 주이와 나나 인터뷰・정리 : 복코 , 진주 “복잡한출퇴근길의삭막한풍경¨¨옆을돌아볼여유없이앞만달려 가는 사람들¨이렇게 곁을 주지 않는 현상은 어쩌면 ‘야근’을 강요하 는 사회 때문이 아닐까요?” 다큐 <야근대신뜨개질>을 소개하는 글 첫머리의 질문이다. 그녀들은 야근 대신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자며 모였고, 뜨개질로 연결된 질문들은 사회적기업 최초의 노조를 만들 자는 고민까지 이어졌다. 영화의 첫 개봉을 앞두고,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아무도 모르게 회색빛 도시를 뜨개질로 알록달록 물들이자고 모의’하던 그녀들을 만났다.
  • 33. 33 지난 2년 동안의 <야근대신뜨개질>로 얻은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나나ㅣ재미있는 작당을 해 볼 수 있는 친구들을 얻은 것. 그리 고 유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유머는 기존에 이루어 졌던 운동을 보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영 화를 보면서 ‘유머가 들어가는 것도 괜찮네’, ‘이런 작업을 하 는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 들이 늘었으면 한다. 그럼 하나씩 달라지지 않을까. 주이ㅣ영화는 1시간 40분 정도의 결론을 가진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퇴사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지 난 2년 동안의 <야근대신뜨개질>이 좋은 바탕이 된 것 같다. 내가 뭐든지 할 수 있고 뛰어 놀 수 있는 곳이랄까. 여전히 변화 하고 있고, 변화 중인 나의 한 부분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어 서 좋았다. 이런 마음으로는 영화를 2번도 볼 수 있겠다(웃음). 시로ㅣ그동안의 나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면, 피하 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런데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바 뀌었다. 여전히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고, 자신 없는 부분 도 있지만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 했다. 영화를 보는 누군가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이런거 저런거 해볼까?’ 가볍게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야근 대 신 뜨개질을 하던 친구들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궁리하고, 그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보면 작고 소소하지만, 한 편으로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 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후, 건강한 노동자상에 대한 고민 등 인터 뷰가 끝나도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대화는 쉬이 끝나지 않았다.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한 아쉬운 부분들은 직접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해보시길. <야근대신뜨개질> 상영 문의 knittingclub2015@gmail.com 지하철 직원들만 관심이 많았지만(웃음). 이런 행동들이 단 순히 재미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또 다 른 시도로 이어진다는 면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서 주이는 행동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한 다. 주이가 반복해서 말하는 아티스트는 엄청나게 거창한 행 동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가라기 보다는,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상품가치 혹은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만드는 일보다는 일상과 예술을 연결하는 힘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일상-사회참여-예술의 경계가 무뎌지는 것, 그 과정 에서 변화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일-노동-조직-야근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 영화를 편집하면서 새삼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다. 노동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 다. 조직에서 초창기에 야근할 때는, 억울한 감정이나 에너지 가 쪽쪽 빨리는 느낌은 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눈치 보 며 하는 야근도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있었고, 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하는 야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 간 조직에서 야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그 당연 함 속에서 스스로도 힘을 잃었다. 분명히 나도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택했는데, 일에서 소외되고, 소모된다는 느낌을 강 하게 받았다. 사회적 경제나 비영리 영역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다. 대체로 평가는 굉장히 냉혹한 데 인정에는 가혹하다 싶은 면도 있다. 체계가 없다 보니 기 준 없는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개 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은 뜨개질을 함께한 이들도 뭔가 재 미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지면 스스로 야근을 택할 친구 들이다(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주도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 모든 것을 스스로 조정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일하는 방식이나 시간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리고 무엇보다 ‘칼퇴’라는 말부터 없어져야 한다(모두 환호).
  • 34. 34 달팽이뉴스 34 6월 4일 여성환경연대 16주년 후원잔치 6월 9일 [더 초록] 성평등리모델링 교육 6월 11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왜! 여성주의인가? 6월 13일 탈핵공동의 날/ 14-17시/ 한빛광장 및 종로일대 6월 16일 [더 초록] 미수다-모기기피제 만들기 6월 18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성폭령 통념깨기 6월 25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미디어가 만드는 여성 이미지 6월 30일 네팔 모금 전달 7월 1-7일 여성환경연대 비전2025 그룹 인터뷰/ 서울 지역 회원 대상 7월 2일 [초록상상] 여성주의 마을학교-여성의 눈으로 여성정책 다시보기 7월 2일 밀양할매들과 함께 한 <탈탈 원정대> 북콘서트/ 19시/ 초록상상 카페 7월 8일 [건강교육] 성미산학교 유해물질 교육 7월 11일 [초록상상] 에코맘 토요 건강요리 교실 7월 18-19일 6.11 밀양 행정대집행 1년 기억문화제/ 밀양&청도 송전탑 현장 7월 21일 [포럼] TPP와 식량주권, 식량주권과 여성/ 16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월 22일 영화<밀양아리랑> 상영회/ 19시 30분/ 종로 인디스페이스 7월 23일 상반기 신입회원의 날/ 19시/ 여성환경연대 7월 25일 [마르쉐@명동] 여름/ 10-15시/ 명동성당 1898광장 [마르쉐@살림워크샵] 천연치약과 스크럽제 만들기/ 11-16시/ 명동성당 1898광장 8월 10-21일 [초록상상] 여름방학프로그램: 곤충과 만나기, 동네에서 하룻밤, 찾아가는 젠더스쿨 8월 20일 [캠페인] 에너지의 날, 멈춰라 핵발전소 부스/ 14시/ 시청 앞 서울광장 8월 21-22일 에너지 기후행동캠프/ 하자센터, 하이서울유스호스텔 8월 28일 [워크숍] 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워크숍/ 10-18시/ NPO지원센터 8월 [모니터링] 자외선 차단제 유해성분 모니터링 9월 [캠페인] ‘나는 달’ 한국과 네팔여성이 함께 만드는 즐겁고 건강한 월경문화 9월 11-12일 [초록상상] 투데이 후원행사/ 초록상상 카페 9월 13일 [마르쉐@혜화] 감사/ 11-16시/ 마로니에 공원 [마르쉐@살림워크샵] 헤어에센스와 편백주머니 만들기/ 11-16시/ 마로니에공원 10월 1일-11월 7일 [에코페미니즘학교] 매주 목요일 19시/ 인문학카페 사이시옷 10월 8일 [에코컨퍼런스] 집밥: 이기적식탁+이타적 식탁/ 19시/ NPO지원센터 알립 니다 회원참여, 캠페인, 교육 안내 등 활동전반 (여성환경연대 02-722-7944) 서울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 (02-493-7944) | 서울남서여성환경연대 ‘더 초록’ (070-8210-0918) 마르쉐@ (마르쉐친구들 marcheat@naver.com) 문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