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방촌 in 돌고래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고개를 넘어가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차는 내 옆을 쌩쌩
잘도 지나가는 데, 나는 줄을 붙잡고 낑낑대며 더디게 올라가야 했다. ‘무슨 동
네가 이러나 놀이터에 있는 줄타기도 아니고…’ 꿍시렁 댔었다.
2013년 3월쯤 빈집으로 이사왔다. 공부집(현재 넓은집으로 개명)으로 와서 빈
가게로 처음 혼자 걸어가보는 날이었다.
골목 경사가 겁네 가파랐다.
그 순간 꿈이 떠올랐다.
‘아… 여기구나….
내가 지금 꿈에서 와 본 곳에 서있구나..’
완전 신기했다.
게다가 동네 이름이 해방촌이라니 이름까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 날 부터 해방촌에서 내 영혼의 해방을 꿈꾸게 되었다.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후기
한 달 정도 함께한 중간에 멈춰버렸지만 전시 작업 마무리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신택리
지 사업 진행 사이의 5주를 뻥 뛰게 되어 신택리지를 그만 두기로 했을 땐 너무 안타까웠다.
함께 작업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무겁기도 했고, 스케치를 하던 게 애착이 가서 그만 두는
게 선택을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해방촌
팀원들이 나의 여행을 축하해주고, 행복을 빌어준 덕분이었다.
신택리지 사업을 시작한 건 내가 해방촌에 온지 3~4개월 됐을 때였는데, 그때만해도 낯선 곳이
무서워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하는 것도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신택리지를 시작했을 때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는데 달라진 점은 이제는 함께 신흥시장을 둘
러보고, 골목 탐사할 팀원들이 있었다는 거다.
날카롭게 굴어도 용서해준 곰자, 신흥시장 약도를 멋지게 완성해준 밀, 팀내 회계로 힘써준 윤
자, 녹취와 자료 수집을 열심히 해준 정민, 마지막까지 자기분량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 있
는 하람, 우리를 당근과 채찍으로 리드해 준 든든한 지음, 전시 작업 준비하느라 애쓴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로 참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선물해 준 신택리지 사업…
돈도 벌었고, 좋은 사람들도 알게 됐고, 내가 사는 동네도 안심하고 돌아 다닐 수 있었던, 그림
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제는, 스토리텔링북과 전시물이 사람들의 마음에 선물이 되었으면 바라본다.
- 돌고래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