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후기
해방촌에 처음 내려 걸어오던 길이 생각난다. 길이 시장같은 느낌과 거리 곳곳에 앉아 계신 할
머니, 할아버지들, 주변을 둘러보면 남산과 하늘만 보이던 서울 같지 않은 시야.
마을에 대한 조사가 주 목적이었지만 무엇에 대해 조사할지는 자신이 결정하라던 마을 안내자
의 말이 좋았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했는데 여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좋았다. 우리 팀원들은 다양한 연령대였는데 아마 신택리지 사업 참여자
중 제일 적은 나이부터 가장 많은 나이까지 있지 않을까 싶다. 딱 그 중간에 서서 팀을 이끄는
것도 처음이라 즐거웠다. 마을에서도 그럴 것 같다. 아이와 어르신 사이에 청년들이 어떻게 마
을을 생각하고 이끄는지에 따라 마을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다. 해방촌의 청년들이 그렇다. 자
기가 바라는 바를 열심히 하면서 알아달라고 뽐내지도 않고 궂은 일도 많이 하는.
다양한 태도, 경계없는 친절, 고민없는 하루 일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와도 억울하지 않
은 여유로운 마음 등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면을 많이 본 나날들이었다.
- 밀 201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