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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닷 리포트
본 리포트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이해하기 위해
2019년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개최된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컨퍼런스에 참여한 후의 기록이다.
크게 3일간 진행된 뉴 프론티어스 컨퍼런스에 대한 경험기와
참여 계기를 제공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한 소개로 구성된다.
씨닷은 글로벌 및 아시아 사회혁신 주요 기관 및
혁신가들간의 의미있는 연결을 통해
아시아의 사회혁신 발전 및 확산 촉진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국제 행사, 사회혁신 스터디 투어, 사회혁신 트렌드 리서치 및
국제교류 협력 활동을 통해 느슨하지만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아시아 사회혁신 분야에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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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뉴 프론티어스의 경험과 기록 - 04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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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뉴 프론티어스의 경험과 기록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온 뉴질랜드. 매일 일정이 끝난 후, 그날의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을 나누고 해석과 정리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집중적인 시간을 경험하고 왔다. 같은 컨퍼런스나 행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관점과 깊이는 참여한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뉴 프론티어스는 그간 참석했던 행사와는 내용으로나
분위기 적으로 달랐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 그리고 하루가
정리되는 시점에 그날의 회고를 빠뜨릴 수가 없었다. 돌아오고 나서도
다녀온 시간과 경험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곤욕스러움을
느꼈다. 본 리포트를 빌려 어떻게 씨닷이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3일 동안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관점에서 뉴 프론티어스를 바라보고 우리의 경험과 연관 지어 생각을
확장했는지 다소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나누고자 한다.1
1 저자 박아영은 씨닷의 공동 대표로 사회혁신 및 사회적경제 분야의 국제 교류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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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16년 위계 없는 조직을 위한 실험을 하는 엔스파이럴(Enspiral)을 만나기
위해 처음 뉴질랜드 웰링턴을 찾았을 때 막연하게 다시 이곳에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5년 전 씨닷을 만들 때부터 조직구조나 문화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오던 차에 콜렉티브(Collective) 방식으로 보스 없는
조직을 구현하고 있는 엔스파이럴을 알게 되었고, 2017년 뉴질랜드를
방문하며 조직에 대한 새롭고 놀라우면서도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만나
많은 영감을 받고 돌아왔다. 이후 엔스파이럴의 여러 멤버들을 한국에
초대하여 교류해오며, 우리가 잘 주목하지 않았던 뉴질랜드에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들이 많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3월
‘액티비스트 리서처(Activist Researcher)’와 ‘펠로우십(Fellowship)’이라는
주제로 웰링턴을 다시 찾았다.
올해 씨닷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랩2050과 함께 아시아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액티비스트 리서처'라는 개념을
조명했다. 사람에 투자하는 펠로우십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나,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펠로우십은 새로운
시도인 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례를 참조하는 것이 필요했다.
‘결과물이 아닌 개인의 성장’, ‘일과 활동에서의 전환의 기회와 계기
마련'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폭넓게 참조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에 태국의
사회적기업 지원조직인 체인지퓨전의 수닛 슈레스타 대표가 한국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펠로우십 이야기를 듣고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Edmund Hillary Fellowship)’을 언급하며 참고해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펠로우십이 론칭한 시점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깊이 찾아보니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시작되어 진행
6
중이며, 펠로우십에 대한 접근이나 지원 방식에서 독특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청년허브와 함께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
컨퍼런스'를 기획 및 운영을 준비하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요셉
아옐(Yoseph Ayele) 대표를 초청하려고 했다. 마침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엔스파이럴의 주요 멤버들도 관계되어 있어, 이들의 연결과
지원으로 초청 과정이 진행되었으나, 아쉽게도 중요한 일정으로 올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매년 진행되는 큰 규모의 국제행사
준비가 이유였다. 펠로우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후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아쉬움을 접었고, 다행히 2월 컨퍼런스는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 속에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컨퍼런스에 와주신 분들의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살펴보고, 펠로우십에 대한 기대를 확인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 아옐 대표가 말한 그 중요한
일정인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곳에
가면 3일의 컨퍼런스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펠로우십의 주요 관계자들,
그리고 여기에 관계 맺고 있는 엔스파이럴의 주요 멤버들도 만날 수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인 기회였다. 마음먹은 지 2주 만에 서둘러 항공권을
예약하고 컨퍼런스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새로운 눈으로
씨닷과 함께 경험하고 기록을 나눠줄 분을 이 여정에 초대해 지금 이 글을
함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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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프론티어스 현장에 가다.
북섬 끝 웰링턴에서,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할 수 있는 웰링턴 어퍼헛
처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이끌려 알게 된 뉴 프론티어스.
뉴질랜드 웰링턴. 그 웰링턴에서도 3~40분은 족히 차로 이동해야 하는
어퍼헛(Upper Hutt)에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는 어떤 모습일까? 보통의
국제 컨퍼런스가 누구나 알 법한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경향에 비추어볼 때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 무슨 전략인지, 컨퍼런스를 며칠 앞둔
시점까지도 우리 손에 프로그램 구성과 연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쥐어지지
않았다. 메일로 뉴 프론티어스 앱 론칭을 알리는 메일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컨퍼런스 전용 앱은 규모가 있는 컨퍼런스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
잡은 듯하다.)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 문을 연 뉴 프론티어스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새롭게 선정한 펠로우들의 커뮤니티 형성과 연결의 장이자,
인간이 사는 지구 생태계에 대한 담대한 질문을 지속해서 상기시키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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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이 가득한 장이다. 현장에서 본 뉴 프론티어스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매우 깊숙이 연계되어 있었고, 컨퍼런스의 메시지나 구성,
분위기도 여타 다른 행사와는 달리 뉴질랜드만의 무엇인가가 진하게
압축된 듯했다.
세 사람2
은 뉴 프론티어스에서 만나는 다양한 주제와 사람들,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분위기와 형식을 흡수하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정신없는 3일을 보냈다.
뉴 프론티어스에 대한 이야기를 컨퍼런스의 구성과 프로그램, 아젠다를
비롯하여 컨퍼런스 전반을 꿰뚫고 흐르는 핵심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프로그램의 구성: 참여로 풍부해지는 컨퍼런스
3 일 간 진 행 된 뉴 프 론 티 어 스 는 오 전 과 오 후 에 따 라 형 식 이
달라진다. 오전에는 모든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듣는 오전
플래너리(Plenary)세션과 참여자들이 각자 나누고자 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세션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오후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가
프로그램 골격이다.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pen Space Technology)는 열린 토론 방법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으나, 무엇보다 모이는 사람들의 주도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구현하기 어려워 컨퍼런스를 기획하거나 준비할 때
욕심을 내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잘 이어지지 못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픈
스페이스는 뉴질랜드의 오픈 콜렉티브 방식으로 혁신적인 조직 실험을
2 씨닷의 한선경, 박아영 공동대표와 주선영 전 ‘더나은미래' 기자가 뉴 프론티어스에 함께
다녀왔다.
9
지속하고 있는 ‘엔스파이럴(Enspiral)'의 주요 멤버들이 진행했는데, 공통된
관심사와 주제를 가진 사람들을 엮어내고 지난 7년간 커뮤니티를 만들어온
그들의 활동을 떠올렸을 때,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세션 사이마다 마련된 네트워킹 시간,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생기는
피로와 긴장을 풀 수 있는 웰빙 세션들도 배치되어 장시간 많은 정보와
사람들에 노출되는 참가자들이 참여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배려가
돋보였다.
매일 오후 시간을 꽉 채우고 있는 오픈 스페이스. 오전까지만 해도 컨퍼런스
앱에 올라온 오픈 스페이스 세션들이 몇 개 되지 않았는데, 점심이 지나고
난 후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세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30분이 가까워지면
오픈 스페이스 세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출처: 뉴 프론티어스 앱]
참여의 요소가 많아질수록 참여자들은 자신이 얼마큼 참여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제안하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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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갈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는 기획자의 기획 테두리를 넘어 콜렉티브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컨퍼런스의 내용을 더욱더 두텁게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 차원의 구성뿐만 뉴 프론티어스를 풍부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공감과 동의의 표현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은 손가락을
튕기거나 박수를 보내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며, 가끔 발표자들이 긴장하거나 감정에
흔들릴 때면 따뜻한 눈짓과 마음으로 충분히 기다려주었다. 동의의 의견을
직접 내기도 하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면 공격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세상의
한구석, 뉴질랜드 안에서도 외딴곳에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도울 방법을
모색하는 그런 따뜻함이 3일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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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질문, 그 질문에 도전하는 실용성과 구체성
환경, 지속가능성, 생물 다양성, 행성적 한계라는 키워드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이슈로 점차 수렴되는 최근의 컨퍼런스의 주제와는
달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는 광범위한 주제가 제시된다는 것이 뉴
프론티어스의 특징이다. 특히, 다른 주제보다도 행성적 한계(Planetary
Boundry)라는 이슈가 이번 뉴 프론티어스 뿐만 아니라, 수차례 다뤄져왔다.
행성적 한계 개념을 제안한 요한 록스트롬 교수
[출처: 뉴 프론티어스 블로그]
행성적 한계란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의 요한 록스트롬 교수가
제안하여 최근 과학자들이 쓰기 시작한 용어이다. 지구 자원에 한계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한계가 언제인지를 묻는 개념이다. 이를
어림하는 기준으로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바다 산성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 이용 변화 등이 있다. 인류가 지구에 살펴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기준의 한계치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미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등과 같은 몇몇 기준에서는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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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가 나타내는 것처럼 뉴 프론티어스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나
위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큰 개념을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3일 동안 짧은 길이의 발표가 꽤 밀도 있게 등장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그런데도 산만하거나 구성이 엉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연사들이 자기가 실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활동이 어떤 문제에
기인해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과 더불어,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는 이미지의 활용,
조화와 통합을 강조하는 시나 음악은 자연과 생태계의 상처와 통증을 내
문제나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연결의 지점을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마오리 족만의 문화적 요소가 촉진의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모든 세션과 시간을 관통하며 시스템 차원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바라보고,
결국 우리가 어떤 시스템과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서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혁신가란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대담함’을 갖춘 사람이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찾는 사람 또한 이러한 혁신가임을 이야기한다.
처음 거대한 담론 안에 놓였을 때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방향감각을 흩뜨려놓으면서 그동안
천착하고 있었던 미시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목적과 문제의식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동안 특정한 이슈나 아젠다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 스스로와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들이
표면에 떠올랐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이 행사를 가장 불편한
행사였다고 하는 그 말을 좋아한다”는 요셉 아옐 대표가 목표한 대로 뉴
프론티어스 행사는 편하지 않은 생각과 질문을 떠올리고 돌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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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는 전체 생태계에 어떤 기여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하는 활동은 본래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들이 등장하면서
임팩트 영역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적 위기는
많고 복잡하다. 그렇기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그 문제에 매몰되거나
좁은 관점에 사로잡히기에 십상이다. 문제가 무엇이고, 그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지속적인 질문을 통해 지금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일상 속에서 찾고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 나은 사회나 생태계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회혁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진 지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는지 다각적인
점검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지속해서 찾아들었다.
글로컬(Glocal, Global+Local)이 자연스러운 뉴질랜드?
인류, 지구적 관점에 대한 논의가 많았음에도 뉴 프론티어스가 ‘좋은
이야기’를 나눈 컨퍼런스로만 남지 않았던 것은 인류가 처한 위기,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가들이 그들의 액션과 실천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그 노력이 지역(Local)을 중심으로 구체화하지만, 문제의
범위와 임팩트는 비단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세계와
만난다는 것. 뉴 프론티어스에서 만난 혁신가, 기업가들에게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이었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세계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 지역과 뿌리에서부터 행동하는 태도를 갖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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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분야에서 시작되었으나 많은 분야에서 차용해
쓰고 있는 말이고 1990년대 국제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무조건적인
국제화가 아니라 실용적이면서도 주체적인 면을 강조하는 말로도
등장하였다. ’어떻게 글로벌하게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지역 단위에서
활동할 것인가?‘, ’이 둘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오랫동안 시도되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거점으로 혹은 테스트베드 삼아
새로운 활동 및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거나 실행하고 있는 기업가나
활동가, 혹은 투자자들이었으나 이들이 만들어낼 솔루션이나 결과,
임팩트는 뉴질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왜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지, 이들의 문제의식은 각자가
발 딛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임팩트의 범위는 전
지구적이라 할 수 있다.
지구가 가진 위기와 한계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이미 울린
경고등에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지, 그것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더 해보아야 할지를 뉴질랜드 안에서 충분히 실험하고
성숙시켜 이를 경계를 넘어 확장하고자 하는 글로컬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뉴 프론티어스에서는 뉴질랜드를 테스트베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임팩트로 확장할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 컨퍼런스에서 끊임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글로컬 마인드의
촉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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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과 내용의 조화, 그리고 문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만남의 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형식을 갖추는 것, 내용과 형식 이 둘 간의 조응이다. 과거보다
국제 교류의 경험이 풍부해지고, 깊이 있는 방식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의 기획과 구성은 진부한
방식으로 치부되곤 한다. 지난 5년간 다양한 방식의 행사를 만들어오면서
정해진 주제와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조밀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쉬운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함께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하며 진행하는 기획이 난이도 면에서나 준비 측면에서
더 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시뮬레이션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더욱더 어려운 점은 그 공간에서의 정서나 문화는 온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예측과는 달리 움직이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함께 하나의 행사를 직조하는 것이다.
열린 공간(Open Space), 열린 마음(Open Hearts), 열린 생각(Open
Minds)이 가능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뉴 프론티어스는 마오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초대한다.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이해관계자로
바라보는 마오리족의 경험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을 강조하는 뉴질랜드
고유의 문화와 지식을 담아낸다. 누군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누군가는 어색해하는 첫 만남의 시간부터 발표가 끝나고 새로운 발표가
시작되는 막간의 시간까지도 마오리족의 노래와 춤, 의식 등 문화가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모두가 행사장소로 입장한 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선발된 펠로우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며 보여준 마오리족
고유의 환영 인사인 ‘하카(Haka)'는 놀람을 넘어서 압도의 경험으로
다가왔다. 전체 진행사회, 음악, 환영의 인사 등 뉴질랜드의 뿌리가 되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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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 문화요소를 배치하여 컨퍼런스 전반의 문화적 중심성을 켜켜이
쌓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 발표자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시로
낭송하거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역할극으로 전달하는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주었다. 참여자들의 호응도
뉴 프론티어스를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 중의 하나였다. 무대를 향해
집중하고, 공감의 제스처를 성의껏 자유롭게 보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태도나 분위기가 표현과 소통에 적극적인 뉴질랜드의
일반적인 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모두가 서로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반응을 보이는 과정은 처음 참여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포용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뉴질랜드가 가진 고유의 문화 및 지혜가
컨퍼런스 전체를 꿰뚫고, 사람들 사이의 깊은 관계들이 형성되어가는
자리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메시지는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공감과 동의의 메시지를 손으로 표현하는 참가자들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미디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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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프론티어스를 체크아웃하며
3일의 뉴 프론티어스를 경험하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제는 산업의
시대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시대”라는 요셉 아옐레 대표의 인사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궁극적으로 뉴 프론티어스 컨퍼런스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하려고 하는 바가 이것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을
3일을 경험하며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관점을 얻고, 도전적인 질문들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으로 말이다.
그 커뮤니티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하는 일이 잘못된 방식이거나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고,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변화의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의 관계를 엮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펠로우십 프로그램과 뉴 프론티어스라는
확장된 네트워킹과 자원연계의 기회를 상호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직조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연계로 펠로우들의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글로벌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적인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뉴 프론티어스 안에는 펠로우들의 발표와 펠로우십 Q&A 시간을 비롯하여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다면적으로 살펴볼 기회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다음 챕터에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어떤 배경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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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시작되었고, 운영되고 있는지 리서치한 내용과 함께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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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뉴질랜드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였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지난
3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서 개최한 제 7회 뉴 프론티어스 행사엔
지금까지 선발된 펠로우를 비롯해 뉴질랜드 장관 및 정부 관계자, 예술가,
투자자 및 기업가 등 사회 문제 해결과 임팩트에 관심 있는 350여명의
혁신가들이 한데 모였다. 3일간의 행사동안 펠로우로 선발된 이들 및
펠로우십 운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해
다면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이번 장에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주최한 제 7회 뉴 프론티어스에 씨닷과 함께 다녀온 저자3
가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 및 언론 스크랩, 리서치를 바탕으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만들어진 배경과 맥락, 방식 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3 저자 주선영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조선일보에서 발간하는 공익섹션 ‘더나은미래'의
기자로 일하며, 국내외 ‘제 3섹터’ 내 다양한 주체와 이슈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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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신가들을 뉴질랜드로 불러오겠다.’
2017년 4월,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새롭게 도입했다.
사실 해외 인재나 투자자, 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자를
도입한 나라는 많다. 뉴질랜드에서도 해외 기업가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는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된 비자는 여러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비자가 내건 취지부터가 기존의 여타 비자와는 달랐다.
뉴질랜드 사회, 나아가 전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이들이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실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것. 고용 창출, 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기업가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비자는 많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에 초점을 맞춘 비자 프로그램이라는 면에서도 전 세계 최초였다. 4
‘임팩트'를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선발 요건도 파격적이었다. 출신 국가나
국적, 성별이나 나이, 학력이나 보유 자산 등 제약 조건도 대폭 없앴다.
뉴질랜드 내 요구되는 최소 체류 기간도, 방문 횟수 제한도 없다. 사업
규모나 매출 등을 따져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둔 기존 기업가 비자와는
다르게, 기업의 규모나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기술 기업가나 투자자에게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업의 종류와도 무관하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유명 투자자, 기업가에서부터 비영리단체 종사자, 환경 이슈를
다뤄온 언론인, 시각화된 데이터로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과학자와 예술가, 글로벌 생태 농업 네트워크를 만들어 온 젊은 농부 등,
4 https://www.forbes.com/sites/annefield/2017/04/27/new-zealand-launches-a-three-
year-visa-program-for-impact-entrepreneurs/#2bff69d35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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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단, 이 비자에 지원하기 위해선 독특한 선행 조건 하나가 따라붙는다. 바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Edmund Hillary Fellowship)’을 통해 ‘펠로우'로
선발돼야 한다는 것. 뉴질랜드 산악인이자 탐험가로서 1953년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문드 힐러리 경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2017년 글로벌 임팩트 비자의 민관
협력 파트너 기관으로 공식 선정되며 새롭게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혁신가 개인의 가치 및 성향, 만들어 낼 임팩트 등을 고려해 ‘결이 맞는’
이들을 펠로우로 선발하면, 비자를 내주는 최종 결정은 뉴질랜드 정부에서
내리는 구조다. 펠로우로 선발된 이들에 한해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3년간 비자를 유지한 뒤엔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통상 한 국가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이민 정책 분야. 그
안에서도, 정부가 ‘민간 신생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비자를 발급하는
1차 스크리닝을 맡긴다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
논의를 주도한 당시 이민청 대표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꽤
급진적인 실험인 건 사실"이라 언급했을 정도. 이에 더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독특한 점은 하나 더 있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설계, 운영을
이끌어 온 핵심 멤버 모두 뉴질랜드 출신이 아니라는 것. 펠로우십의 기반을
닦은 핵심 창립 멤버 셋은 각각 미국 및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2014년부터
매년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행사를 열고 뜻 맞는 혁신가들을
뉴질랜드로 불러 모았던 것도, 뉴질랜드 정부가 새로운 비자를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도, 비자와 연계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것도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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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뉴질랜드에서 만들어 낸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란
무엇이고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됐을까. 뉴질랜드 정부의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설립 과정과 운영 방식, 담긴 철학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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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만들어지기까지
'실리콘밸리'를 떠나 뉴질랜드에서 '아로하밸리'를 일구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발족하고 첫 펠로우를 선발한 건 2017년.
그러나 펠로우십을 구상하고 만들어 내기까지 그 뒤에는 ‘키위 커넥트(Kiwi
Connect)’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 있었다. ‘키위 커넥트’의 기반을
닦은 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브라이언과 매튜 모나한 형제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플렉션(Inflection)’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2012년
사업을 매각하며 백만장자가 된 모나한 형제는 실리콘 밸리를 떠나 정착할
새로운 기반을 찾고 있었고,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인근 '어퍼 헛(Upper
Hutt)' 지역의 땅과 집, 농장을 차례로 사들였다. 뉴질랜드로 향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두 형제를 처음 뉴질랜드로 이끌었던 건 뉴질랜드의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그러나 뉴질랜드에 오가는 횟수, 관계 맺는
이들이 늘고 뉴질랜드에 대해 점차 알아가게 되면서 이들은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두 형제는 현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에 정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돈’, ‘(무한한) 성장’이라는 목표에
미쳐도 너무 미쳤다. 성장에 한계가 있고, 무한한 성장은 모두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데 (그렇지 않은 문화였다)." 이들은
“뉴질랜드에는 환경, 문화 다양성, 포용성 등 본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양이 살아있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모나한
형제와 함께 일했던 요셉 아옐(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CEO) 역시
뉴질랜드로 향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했지만 기존
비자 시스템의 한계로 갑작스럽게 미국을 떠나야 했던 그 역시 기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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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넘어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던 차였다. 5
이들이 말하는 뉴질랜드의 토양이란 뭘까. 많은 이들에게 뉴질랜드는
목가적이고 깨끗한 자연환경, 멋진 트레일과 경관으로 친숙한 나라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나라 (월드뱅크, 2019)’. '정부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 (국제 투명성 기구, 2018)‘ 같은 지표들이 보여주듯,
뉴질랜드는 기업가에겐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종착지’였다. 요셉 아옐
CEO는 뉴질랜드에 대해 “혁신은 경계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뉴질랜드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나라로서 적은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했고 적은 인구가 신뢰에 기반해 협력해서 일해야 했다 보니
혁신적이면서도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민자들로 시작된 나라, 작은 영토, 적은 인구. 이는 뉴질랜드가
적극적으로 해외를 바라보게 한 동인이기도 했다. 국내 시장이 작다 보니
뉴질랜드 기업들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했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도 다수 배출됐다. 실제로
영화 ‘아바타’ 등을 통해 뛰어난 세계적인 수준의 그래픽 기술력을 보여준
‘웨타(WETA) 스튜디오’ 등은 그래픽 디자인, 영화산업 분야 수많은 인재를
뉴질랜드로 불러왔고, 지난해엔 뉴질랜드 기업인 ‘로켓 랩’에서 전 세계
11번째로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테크, 재생가능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혁신 생태계’에 대한 배경만으로는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와는
다른 뉴질랜드의 토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요셉 아옐의 설명이다.
5 https://interactives.stuff.co.nz/2017/06/the-americans/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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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혁신 생태계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뉴질랜드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넓혀 온 곳이다. 전 세계 최초로
여성 투표권을 실시한 나라이자, 원주민인 마오리와의 관계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나라로 꼽힌다. 올해는 전 세계 최초로 GDP가 아닌 '웰빙(well-
being)'을 기준으로 한 예산안을 도입했다.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포용하는 문화, 인류와 환경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깔려있다는 점, 자신을
내세우기보단 신뢰와 관계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것… 이런 점들이 소위
‘경쟁'이나 ‘빠른 혁신' 만을 강조하는 실리콘 밸리나 다른 생태계와는
구별되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지점이었다.”
2014년, 이들은 뉴질랜드에서 ‘키위 커넥트’를 설립한다. 키위 커넥트의
비전은 뉴질랜드의 스타트업/혁신 생태와 세계를 잇는 것. 특히, 사회적인
임팩트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기반을 뉴질랜드에 닦겠다는 게 키위
커넥트가 내건 야심찬 목표였다. 이들은 뉴질랜드 스타트업 생태계
내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쌓아 나가는 동시에 해외와의 연결
고리도 계속해서 만들어나갔다. 뉴질랜드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최대
스타트업 축제이자 세계 3대 음악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 뉴질랜드 혁신 생태계를 알리는가 하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샌프란시스코 기반
벤처캐피털 파트너 등 세계적인 투자자를 뉴질랜드로 초대해 현지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연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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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커넥트(Kiwi Connect)를 시작한 세 사람.
왼쪽부터 매튜 모나한, 브라이언 모나한, 요셉 아옐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사이트]
모나한 형제가 사들인 웰링턴 인근 ‘어퍼 헛’ 지역은 ‘키위 커넥트’의
기반이 됐다. 대대로 ‘화이트맨스 밸리(Whitemans Valley, 백인 남성의
계곡)’라 불리던 지역의 이름도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아로하 밸리(Aroha Valley)’로 바꿔 불렀다. 이곳을 기반으로,
2014년부터는 ‘뉴 프론티어스’ 행사도 개최했다. ‘전 세계, 각계 각층에서
글로벌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고민하는 이들을 한데 모아 서로 연결되는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뉴 프론티어스 행사를 기획한 키위 커넥트는 “뉴질랜드는 사회와 환경,
지구, 사람을 향하는 임팩트 기업가들의 메카가 될 요소가 충분하다”면서
“기업가정신, 혁신가에 관련된 논의는 대체로 테크 기업가들을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데 반해, 뉴질랜드의 혁신 생태계는 과학자, 교사, 커뮤니케이터,
예술가, 정부나 기업 내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내 기업가 등 통합적인
‘임팩트 기업가'들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6
‘아로하 밸리'의 구릉 사이, 친환경으로 지은 돔 텐트를 중심으로 진행된
3일간의 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점차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전 세계
6  https://stories.ehf.org/the-new-frontiers-of-impact-entrepreneurship-cc6cbce64f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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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가와 예술가를 뉴질랜드로 초대해 연결하는 장이 됐다. 임팩트
기업가정신, 기후변화와 재생가능 농업,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새로운
도시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로 매년 기술 기업가, 농부, 예술가, 교육자,
디지털 미디어 종사자, 투자자, 정부 관계자, 현지 마오리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키위 커넥트의 행보를 두고 뉴질랜드 현지에선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뉴질랜드 기반으로 세계를 바꾸겠다는, 젊고, 부유한, 실리콘밸리
출신의 이상주의자들.’ 뉴질랜드의 한 현지 언론에서는 두 형제를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페이팔(Pay Pal)의 창업자 피터틸(Peter Thiel)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여러 테크 기업가들이 뉴질랜드의 영주권을
따내거나 별장을 샀다는 기사가 나고, 트럼프 당선 이후 뉴질랜드 이민청에
접속한 미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키위 커넥트의 비전이나 두 형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세상을 바꿀 솔루션을 고민한다'는 것을 두고,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자들의 '엘리트주의적 사고'로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키위 커넥트와 함께 일한 이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동기가 진실하면서도, 단순한 몽상가나 히피에 그치지 않는 민첩한
실행가들’이라고 두 형제와 요셉 아옐 키위 커넥트 창립자를 묘사했다.
이들이 보여준 행보도 일관적이었다. 모나한 형제가 2012년에 설립한
비영리 재단에서도 가치관이 반영됐다. 이들이 초기 기금 4백만 달러(약
46억 원)를 기부해 설립한 '나마스테 재단(Namaste Foundation)'은
'사회적 기업가, 예술가, 활동가, 공학도, 교사, 부모, 작가 등 직업 형태나
활동 방식과는 관계없이,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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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비영리 단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를 비롯,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가, 재생 가능 농업 단체, 대안 교육
비영리, 기후변화 관련 기관 등 뉴질랜드를 포함해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관과 활동가에게 기부하고 있다.
키위 커넥트의 비전, 뉴질랜드 정부의 실험으로 확장되다
뉴질랜드와 해외 스타트업/혁신가 생태계 사이에 다리를 놓고, ‘뉴
프론티어스' 행사를 이어오던 키위 커넥트의 실험은 2년 만인 2016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뉴질랜드 정부 차원의 실험이 맞물렸다.
키위 커넥트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까진 몇몇 우연이 뒤따랐다. 2015년
2월, 키위 커넥트가 주최한 ‘뉴 프론티어’ 행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뉴 프론티어 행사에 참여했던 뉴질랜드 이민청(Immigration NZ)
대표 나이젤 비클이 협력의 물꼬를 텄다.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그간 키위 커넥트가 해 온 일에 깊게 감명받았고 여러 주체의 협력을
통해 전례 없는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아이디어를 적극 지지한다”며
“정부에서도 기존의 관료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 바깥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보고 싶고, 더 많은 혁신가를 불러오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함께 디자인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키위 커넥트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이었다고.
이후, 이민청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도 투자자/기업가 비자는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기존 비자가
요구하는 기준들은 새로운 분야이거나, 이제 막 기업을 시작한 이들, 혹은
기업의 형태가 아니면서도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지원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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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다. “세상을 바꿀 창의적인 혁신가를 유치하기 위해선 틀에 박힌
체크 박스나 단선적인 기준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키위 커넥트의 제안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업 규모나 성장 단계
이상으로 혁신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이들의 모델이 성공했을
때 지역과 세계에 미칠 임팩트 등을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키위
커넥트가 제안한 새로운 비자의 골자였다.
논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비자를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실험해보고자
했던 이민청의 의지도 컸다. 경제개발부처 및 이민 부처 장관과도 협의가
진행됐다. 그해 7월, 당시 뉴질랜드 총리였던 존 키는 “뉴질랜드 정부가
전 세계의 혁신적인 기업가를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비자를 고안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4월, ‘새로운 비자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이민청 대표의 제안으로부터 1년 남짓 지난 시점에,
뉴질랜드의 이민부처 장관은 “민간 파트너와 협력해 이듬해인 2017년부터
4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 소개 사이트
[출처: 뉴질랜드 이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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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뉴질랜드 정부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의 민간 파트너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공식 선정했다. 요셉 및 모나한 형제가
설립한 ‘키위 커넥트’는 뉴질랜드 내 명망 있는 비영리 재단인 ‘힐러리
인스티튜트(Hilla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Leadership)’와 파트너십을
맺고 힐러리 인스티튜트 산하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새롭게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탐험가이자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에드문드 힐러리가 2007년에 만든 ‘힐러리 인스티튜트’는 매년 전
세계에서 전 인류에게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세계 리더를 선발해 수상해
온 곳으로, ‘리더십 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키위 커넥트의 기존
멤버들이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운영 전반을 맡되, 힐러리 인스티튜트에서
펠로우십의 거버넌스를 소유, 관리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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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지원 요건은 대폭 완화하되,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은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결이 맞는' 사람을 1차 스크리닝하겠다는 것. 전례 없던 방식으로
설계된 새로운 비자를 두고 뉴질랜드 내부에서도 여러 시각이 교차했다.
당시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업가를 분별할 역량이 부족한 정부로서
민간 파트너와 함께 협의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은 용감하고 의미
있는 시도’이고 ‘정부 정책의 유의미한 실험’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서부터,
‘실리콘밸리 출신 외국인들이 미래의 뉴질랜드인을 결정하게 됐다'거나
‘혁신가라고 해서 외국인을 쉽게 받는 것은 위험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연간 20만 명이 유입되고, 전체 인구의 25%가 해외에
거주하는, OECD 국가 중 이민자가 가장 많은 ‘이민 기반’ 국가다. 그에
더해 글로벌 임팩트 비자는 연간 최대 100명, 4년간 파일럿 프로그램
차원에서 시행하기로 하면서 큰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 비자를 시행한 이후
독립 감사를 거치며 인원은 연간 4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추가적인
독립 감사를 거친 뒤 파일럿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새로운 비자 실험이 갖는 의의는 뭘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4기 펠로우이자, 투자플랫폼 앤젤리스트(AngelList)를
창업하고 트위터, 우버 등 100개가 넘는 기업에 시드 투자한 실리콘밸리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및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대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이민 오도록 할 것인지 고려해 면밀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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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민 정책은 굉장히 정치적인 논쟁만 오가는 영역으로
변질됐다. 적합한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고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특정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비자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정도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어떤 사람들을 선발할지,
이들이 뉴질랜드 및 세계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면밀하게 설계된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비자만 내주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곳에 마오리 사람들이 있고, 이
땅의 문화와 역사는 이러하고, 우리가 보존해야 할 환경은 이렇다’는 걸
알려주는 동시에, ‘펠로우십'이라는 형태로 이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 세계에서 좋은 의도를 가진 뛰어난
인재들을 대거 흡수할 것이고, 전 세계에 '이민 정책'이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 어떤 이들이 선발됐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이들의 베이스캠프(Base camp for a better
world)’를 내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2017년 초에 열린 펠로우십
선발에 55개국으로부터 총 311명이 지원했으며, 그해 5월엔 30명의
첫 펠로우 기수가 선발됐다. 이 중에는 뉴질랜드 출신 6명도 포함됐다.
첫 기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해 두 차례씩 한 기수당 30~40여명의
펠로우를 선발했으며, 지금까지 총 141명의 펠로우가 뽑혔다. 현재 5기로
선발된 펠로우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6기 펠로우 선발을 위한 서류
접수는 오는 6월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각 기수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생각과 관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각의
펠로우는 본인만의 경험과 아이디어, 기술을 통해 그가 속한 펠로우 기수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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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F 네트워크에 기여한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처럼, 종사하는 분야도,
하는 일도 다양한 이들이 지금껏 펠로우로 선발됐다. 태평양 지역 마오리
및 여타 원주민의 경제적, 사회적 역량 강화를 위해 활동하는 펠로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여성들에게 프로그래밍, 데이터 관리 등을
교육해 해외 ICT 기업으로의 원격 근무 취업을 연결하는 창업가, 생태
농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며 전 세계 생태 농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젊은 농부, 쓰레기를 활용해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가, 더
나은 미래 교육과 확산을 위해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는 교사, 기후 변화나
생태 환경에 대해 기사를 쓰고 제도 변화를 촉구해 온 언론인, 시각화된
데이터로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과학자와 예술가, 사회
변화에 투자하는 투자자 등이다.
지금까지 펠로우가 선발된 분야는 크게 6가지 영역. 환경 및 재생 가능 농업
분야, 블록체인 및 Web 3.0 분야, 교육 혁신, 항공 우주 분야, 스토리텔링
영역, 사회 복지 및 사회 정의 제도 등이다. 요셉 아옐 CEO는 “특정 영역을
한정해 펠로우를 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비슷한 영역에 종사하는
펠로우의 수가 늘면서 각 영역에서 펠로우간에 콜렉티브 임팩트를 만들어
내기에 유의미한 숫자에 다다르고 있다"고 했다.
펠로우십이 제공하는 건 뭘까. 기존에 존재하는 여타 펠로우십과는 달리,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로 선발된다고 해서 금전적인 혜택이나 직접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단, 펠로우십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창발적인 협력과 투자,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 등이 이뤄진다고.
뉴질랜드의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매력 요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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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뉴질랜드 내 스타트업/임팩트 생태계나 현지 마오리 공동체와
관계를 쌓으며 뉴질랜드에 안착하기에 용이하다는 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보유한 투자자나 정부, 기관 네트워크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펠로우십이 제공하는 비가시적 자원이다.
선발팀을 이끄는 안드레 바테는 “지난 2년간 있었던, 펠로우십 내 마법
같았던 협력이나 일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팀이 기획한 차원이 아니라
펠로우간의 대화나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며 “선발에 그치지
않고 펠로우간에 인간적인 차원에서 유대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매년 6개월마다 열리는 뉴 프론티어스
행사는 이제 전 세계 ‘뜻 맞는’ 이들을 불러오는 장이자, 각기 다른 기수에
속하는 펠로우가 한데 모여 관계를 쌓고 연결되는 장이기도 하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선발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하나. 비전이
얼마나 담대한가. 둘, 비전을 실제 변화로 만들어 낼 만큼 민첩한 실행력을
지녔는가. 셋, 뉴질랜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가. 가령,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뉴질랜드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얼마나 관련됐는지, 혹은
뉴질랜드 사회가 보유한 경험이 펠로우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는 것. 넷, 펠로우십 커뮤니티에
얼마나 적극적이고도 관대하게 기여할 것인가. 다섯, 펠로우십의 핵심
가치인 글로벌 임팩트, 인류애, 진정성 등에 얼마나 부합하는 사람인가
등이다. 선발팀의 안드레 바테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선발 절차나
과정은 한 사람이 해온 일과 맥락과 가지고 있는 비전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그가 가진 가치가 펠로우십과 합이 맞는지를 보려는 것이지,
경쟁이나 시험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매 기수 선발 기한에 맞춰 온라인
서류 지원, 인터뷰 등이 이어지고 최종적으론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팀
36
외부 ‘독립 선발팀'에서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
37
2-2.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가치와 철학
‘Be Bold(담대함), Interconnectedness(연결성), Excellence(뛰어남),
Global Impact(글로벌 임팩트), Authenticity(진정성),
Stewardship(사람과 환경,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성),
Humility(겸손함)’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명시한 6가지 핵심 가치다. 펠로우십은 과연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됐고, 핵심 가치는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이 장에서는 ‘마오리의 지혜'와 ‘혁신가들의 단단한
커뮤니티'라는 측면에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담아내고자 했던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오리의 지혜와 세계를 직조하다
'뉴질랜드 땅에서 살아온 마오리 원주민의 지혜에 깊게 연결되는 것
(Deeply rooted in Maori indigenous wisdom)'.
이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와 뉴질랜드 '원주민'의 오랜 지혜, 언뜻 듣기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치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선 함께 직조되었다. 두
가치를 연결한 이유에 대해 요셉 아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CEO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이민 정책은
새로운 사람들을 뉴질랜드로 불러온다. 새롭게 온 이들은 이곳에 머물러 온
사람들의 역사와 가치를 배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아가 마오리 원주민의
38
지혜는 자본주의 사회가 놓치고 있는, 펠로우십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뉴질랜드에 정착한 뒤, 나 또한 마오리
원주민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마오리의
지혜는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나 혁신이, 우리가 딛고 선 땅과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기반한 뉴질랜드의 웰링턴
지역에 거주해 온 마오리의 이위(Iwi) 부족 연합체인 티아티아와
타라나키 와누이(Te Ātiawa Taranaki Whānui)는 펠로우십의 핵심
파트너.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수개월에 걸쳐 마오리 지역 파트너와의 대화를 이어왔다.
이후 프로그램의 철학, 선발한 펠로우를 환대하는 방식, 커뮤니티를 꾸리는
과정 등에서도 마오리 철학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 전반이 설계됐다. 요셉
아옐 CEO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오래된 지혜, 두
관점이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도
강조했다. 마오리 역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뉴질랜드로 찾아오는
혁신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
마오리의 철학이란 무엇일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팀과 선발된
펠로우에게 마오리 문화를 전달해 온 퍼카이라 레이(Pekaira Rei) 문화
전달자는 마오리의 세계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마오리어로 '내가 곧
강이고, 강이 곧 나(Ko au te Awa, ko te Awa ko au)'라는 경구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을 우리가 딛고 있는 환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마오리의 철학이 담긴 말이다."
실제로 마오리 사람들은 '땅의 사람'이라는 의미의 ‘탕아 웨누아(Tangata
39
Whenua, People of the land)'라고 자신을 지칭한다. 본인을 소개할 때에는
‘나의 강과 나의 산, 출신 지역'을 함께 소개한다. '인간은 산과 강, 바다와
같이 우주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며 '자연을 지배하기보단 인간이 자연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자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을 전체 우주의 일부로 바라보는 마오리의
철학은 뉴질랜드의 법안에 반영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뉴질랜드에서는
북섬의 '왕가누이(Whanganui) 강'을 인간과 동일한 인격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강에 부여한 것은 전 세계
최초로, 강 인근 마오리 부족이 140여 년에 걸쳐 싸워 온 결과다. 7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환대 주간은 마오리 문화와 함께 한다.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미디엄 블로그]
마오리의 세계관은 프로그램에 어떻게 직조되어 있을까. '마오리 문화와
깊게 연결되고자 하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철학은 선발된 모든
펠로우가 참여해야 하는 '환대 주간(welcome week)'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환대 주간의 시작, 세계 각지에서 온 펠로우들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어퍼후드 지역의 '아로하 밸리'로
모인다. 모두는 완만한 구릉으로 둘러싸인 언덕에 있는 돔 모양 텐트에서
생활하며 5일에 걸쳐 이어지는 환대 주간에 참여하게 된다. 첫 만남의 자리,
7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mar/16/new-zealand-river-granted-same-
legal-rights-as-human-being
40
모든 펠로우들은 마오리의 전통 환영의례인 포히리(Pōwhiri) 의식으로
'새로운 땅'에 온 것을 환영받는다. 고동 나팔 소리가 의례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지는 노래와 마오리어로 진행되는 의식은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서로의 숨과 삶을 주고받는다’고 여겨지는, 코와 이마를 맞대는 마오리식
전통 인사법인 홍이(hongi)를 나누며 모두가 모두와 첫인사를 나눈다.
마오리의 인사법 ‘홍이'
[출처: 뉴 프론티어스 미디어 블로그]
5일간 이어지는 환대 주간 동안, 마오리 철학을 시작으로 더욱 깊은 차원의
대화가 이어진다. 마오리의 전통 문화 의례인 카파 하카(Kapa Haka)나
포히리 의례에 담긴 의미, 뉴질랜드 사회에서 마오리와의 관계를 치유하기
위해 남아있는 과제, 마오리의 세계관과 가치를 배운다. 각자의 일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회고하고 공유하는 대화도 뒤따른다. 환대
주간 내내, 마오리 파트너 및 문화 전달자와 퍼실리테이터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이끈다. 지난 3월, 뉴 프론티어스 행사장에서 만난 펠로우들은
하나같이 “환대 주간은 삶에서 잊을 수 없는 굉장히 강렬한 경험이자
41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다른 어떤 프로그램과도 다르게 만드는
요소”라고 회고했다.
“창업가로서 그간 수많은 컨퍼런스에 다녔고 여러 모임에 속해 있지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보통의 행사에서
표면적인 네트워킹이 주가 된다. 명함을 주고받고 하는 일을 소개하는
정도다. 이곳에서 쌓는 관계는 다른 곳에서 맺는 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강렬하고 신성한 의식을 함께 통과하고 나면 서로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다. 일주일간 4~50명 되는 한 기수가 다시 5~6명 단위의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져 지금의 삶의 경로를 택하기까지의 여정, 각자가 처한
어려움 등 내면 깊숙한 생각을 나눈다. 비즈니스 대화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다. 기본적으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선발했다 보니
삶의 방향, 하는 일의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크다. 한 주가 지나고
나면 모두가 깊게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 창업가 에릭 리우, 전
모바이크(Mobike) CEO)
단단한 가치 기반 커뮤니티
‘사회를 바꾸려는 이들의 단단한 커뮤니티’
요셉 아옐 CEO는 “전 세계, 각자가 딛고 있는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들 사이에 평생 이어지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커뮤니티’라는
말 만큼이나 모호하고 남용되는 단어가 있을까. 그러나 뉴프론티어 행사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펠로우에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특징을
물을 때마다 하나 같이 ‘이곳엔 진짜 ‘커뮤니티'가 있다’는 이야기가
42
돌아왔다. 그 답을 증명이라도 하듯, 행사장 곳곳에서는 뜨거운 포옹이
난무했다. 올해 초 새롭게 선발된 4기 펠로우를 비롯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1~3기 펠로우들은 곳곳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가움을 가득 담아
포옹을 나누고 이마와 코를 맞대는 마오리식 전통 인사를 주고받았다.
일반적인 컨퍼런스 자리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각기 다른 배경의 펠로우들. 하는 일도, 분야도, 출신
국가도 다른 이들 간에 짧은 기간 동안 관계 기반 커뮤니티를 짓는다는 게
가능할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2기 펠로우이자, 아세안 지역 내
여성 사회적기업가에게 임팩트 투자를 하는 앤젤스 오브 임팩트(Angels
of Impact)의 공동창립자 라이나 그리네(Raina Greene) 교수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키우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아니고, 직접 투자 하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그는 “펠로우 모두가 강렬하게
경험하는 마오리의 문화는 공동의 가치를 묶어주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라고도 했다.
“깊게 회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의 의식은 보다 일깨워진다. 머리로
당장 과업을 해치우는 차원을 넘어서서 삶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공동의 선을 위한 임팩트를 고민하고, 펠로우
모두가 하나 되는 느낌을 받고, 각자가 받은 만큼 사회와 환경, 커뮤니티에
돌려줘야 한다(giving back)는 느낌을 나누게 하는 것.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가장 큰 특징이고,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만드는 지점이다.” (라이나 그리네, 앤젤스오브 임팩트(Angels of Impact)
공동창업자)
43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삶의 더 큰 가치에 맞닿게 하고 그 여정을 함께
할 동료들을 얻게 된다는 것. 다른 펠로우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매일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깊게 회고하고 삶의 자세를 바꾸는 일은 당장
과업을 해나가는 것보다도 어렵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안에서 내가
느낀 건, 큰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성숙해지는 여정을 꼭 혼자서 해나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공동체 안에서 그 여정을 함께 할 때, 그 경험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동료들과 함께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더라.” (프란세스카 픽, 그레이터댄(Greaterthan) 공동창업자)
짧은 환대주간 이후 커뮤니티는 어떻게 이어질까. 새롭게 선발되는
펠로우들이 참여하는 환대주간 이후엔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행사가 3일간 진행된다. 매 6개월, 펠로우를 선발할 때마다 열리는 ‘뉴
프론티어스’는 지난 기수의 펠로우를 비롯해 뉴질랜드 내 임팩트 커뮤니티,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혁신가,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모두와
연결되는 장이다. 지역에 따라 펠로우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도 있다.
그 밖에도 일상적으로 교류하기 위한 다양한 온라인 툴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뉴질랜드 웰링턴 기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및 기업가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엔스파이럴(Enspiral)'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 사람들의 협력 방식을 고민해
온 엔스파이럴과는 커뮤니티를 짓고 운영하는 방식 등에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주고받는다.
전 세계 혁신가들을 선발하는 것 이상으로 이들의 ‘커뮤니티’를 짓는 데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셉 아옐 CEO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보다 크다. 사회
44
불평등, 소득 격차, 기후변화, 해양 쓰레기, 교육 시스템 등은 개인이나 한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 다양한 이들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접한다. 때론 내가 풀고자 했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그는 “‘혁신’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블록체인과 패션, 강을 청소하는
것과 데이터 기술 등 생각지 못했던 영역 간의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사고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혁신가’로 살아간다는 건 외로운 여정일 때가 많다.
기존의 사회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인데, 혼자서 그
길을 간다는 건 외롭기 쉽다. 비슷한 길을 가는 이들끼리 동료로 연결될 때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또한 “기업가 한두 명의 성공, 영웅신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연결과 협력을 통한 ‘전환적 변화’를 만드는 걸 촉진하는 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미션”이라고도 강조했다.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문드 힐러리와 네팔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Tenzing Norgay)가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온갖
포스터와 책자에 얼굴이 실린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은 둘이서만 해낸 일이 아니었다. 20명이 넘는 셰르파를 비롯한
400명이 넘는 이들이 하나의 팀이었고 같이 산에 올랐다. ‘팀’은 개인보다
더 큰 일을 해낸다. 우리가 ‘커뮤니티'를 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45
나오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여정은 어떻게 이어질까. 요셉 아옐 CEO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대부분 프로그램에서 기업가의
성공을 단선적으로만 바라보는 데 반해, 경계를 넘어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펠로우십의 시도가 다른 이들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강한 생태계는 자연과 같다. 나무도, 풀도 있고, 동물도, 새도, 벌도
필요하듯이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짓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실행가도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예술가도,
유리 천장을 깨부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혁명가도 필요하다. 새로운
씨앗에 물을 주고 키워 낼 투자자도 필요하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통해 짓고자 하는 '생태계’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뉴질랜드를 판타지화 해서는 안되고, 뉴질랜드 사회에도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임팩트, 기존과는 다른 혁신 생태계를
고민하기에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한 토양이 뉴질랜드에 있었고, 그 위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라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역할은 그 토양 위에 땅을 갈고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이다." (요셉 아옐)
46
발행일
발행처
만든 사람들
글쓴이
주소
홈페이지
씨닷 리포트 | 뉴질랜드에서 뉴 프론티어스를 만나다
2019년 6월 24일
씨닷
씨닷
박아영, 주선영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글로벌코워킹존
www.cdo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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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닷리포트] 뉴질랜드에서 뉴프론티어스를 만나다ㅣMeet New Frontiers in New Zealand
[씨닷리포트] 뉴질랜드에서 뉴프론티어스를 만나다ㅣMeet New Frontiers in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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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닷리포트] 뉴질랜드에서 뉴프론티어스를 만나다ㅣMeet New Frontiers in New Zealand

  • 1.
  • 2. 2 씨닷 리포트 본 리포트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이해하기 위해 2019년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개최된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컨퍼런스에 참여한 후의 기록이다. 크게 3일간 진행된 뉴 프론티어스 컨퍼런스에 대한 경험기와 참여 계기를 제공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한 소개로 구성된다. 씨닷은 글로벌 및 아시아 사회혁신 주요 기관 및 혁신가들간의 의미있는 연결을 통해 아시아의 사회혁신 발전 및 확산 촉진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국제 행사, 사회혁신 스터디 투어, 사회혁신 트렌드 리서치 및 국제교류 협력 활동을 통해 느슨하지만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아시아 사회혁신 분야에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 3. 3 목차 뉴 프론티어스의 경험과 기록 - 04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 20
  • 4. 4 Part1. 뉴 프론티어스의 경험과 기록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온 뉴질랜드. 매일 일정이 끝난 후, 그날의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을 나누고 해석과 정리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집중적인 시간을 경험하고 왔다. 같은 컨퍼런스나 행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관점과 깊이는 참여한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뉴 프론티어스는 그간 참석했던 행사와는 내용으로나 분위기 적으로 달랐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 그리고 하루가 정리되는 시점에 그날의 회고를 빠뜨릴 수가 없었다. 돌아오고 나서도 다녀온 시간과 경험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하려고 할 때마다, 곤욕스러움을 느꼈다. 본 리포트를 빌려 어떻게 씨닷이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3일 동안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관점에서 뉴 프론티어스를 바라보고 우리의 경험과 연관 지어 생각을 확장했는지 다소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나누고자 한다.1 1 저자 박아영은 씨닷의 공동 대표로 사회혁신 및 사회적경제 분야의 국제 교류 활동을 해오고 있다.
  • 5. 5 들어가며 2016년 위계 없는 조직을 위한 실험을 하는 엔스파이럴(Enspiral)을 만나기 위해 처음 뉴질랜드 웰링턴을 찾았을 때 막연하게 다시 이곳에 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5년 전 씨닷을 만들 때부터 조직구조나 문화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해오던 차에 콜렉티브(Collective) 방식으로 보스 없는 조직을 구현하고 있는 엔스파이럴을 알게 되었고, 2017년 뉴질랜드를 방문하며 조직에 대한 새롭고 놀라우면서도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만나 많은 영감을 받고 돌아왔다. 이후 엔스파이럴의 여러 멤버들을 한국에 초대하여 교류해오며, 우리가 잘 주목하지 않았던 뉴질랜드에 혁신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들이 많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3월 ‘액티비스트 리서처(Activist Researcher)’와 ‘펠로우십(Fellowship)’이라는 주제로 웰링턴을 다시 찾았다. 올해 씨닷은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랩2050과 함께 아시아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액티비스트 리서처'라는 개념을 조명했다. 사람에 투자하는 펠로우십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나, 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펠로우십은 새로운 시도인 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례를 참조하는 것이 필요했다. ‘결과물이 아닌 개인의 성장’, ‘일과 활동에서의 전환의 기회와 계기 마련'이라는 지향을 가지고 폭넓게 참조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에 태국의 사회적기업 지원조직인 체인지퓨전의 수닛 슈레스타 대표가 한국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펠로우십 이야기를 듣고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Edmund Hillary Fellowship)’을 언급하며 참고해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펠로우십이 론칭한 시점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깊이 찾아보니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시작되어 진행
  • 6. 6 중이며, 펠로우십에 대한 접근이나 지원 방식에서 독특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2월 청년허브와 함께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우십 컨퍼런스'를 기획 및 운영을 준비하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요셉 아옐(Yoseph Ayele) 대표를 초청하려고 했다. 마침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엔스파이럴의 주요 멤버들도 관계되어 있어, 이들의 연결과 지원으로 초청 과정이 진행되었으나, 아쉽게도 중요한 일정으로 올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매년 진행되는 큰 규모의 국제행사 준비가 이유였다. 펠로우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후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아쉬움을 접었고, 다행히 2월 컨퍼런스는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응원 속에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컨퍼런스에 와주신 분들의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살펴보고, 펠로우십에 대한 기대를 확인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 아옐 대표가 말한 그 중요한 일정인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이곳에 가면 3일의 컨퍼런스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펠로우십의 주요 관계자들, 그리고 여기에 관계 맺고 있는 엔스파이럴의 주요 멤버들도 만날 수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인 기회였다. 마음먹은 지 2주 만에 서둘러 항공권을 예약하고 컨퍼런스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새로운 눈으로 씨닷과 함께 경험하고 기록을 나눠줄 분을 이 여정에 초대해 지금 이 글을 함께 쓰고 있다.
  • 7. 7 뉴 프론티어스 현장에 가다. 북섬 끝 웰링턴에서,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할 수 있는 웰링턴 어퍼헛 처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이끌려 알게 된 뉴 프론티어스. 뉴질랜드 웰링턴. 그 웰링턴에서도 3~40분은 족히 차로 이동해야 하는 어퍼헛(Upper Hutt)에서 열리는 글로벌 컨퍼런스는 어떤 모습일까? 보통의 국제 컨퍼런스가 누구나 알 법한 대도시에서 진행되는 경향에 비추어볼 때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 무슨 전략인지, 컨퍼런스를 며칠 앞둔 시점까지도 우리 손에 프로그램 구성과 연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쥐어지지 않았다. 메일로 뉴 프론티어스 앱 론칭을 알리는 메일이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컨퍼런스 전용 앱은 규모가 있는 컨퍼런스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 잡은 듯하다.) 올해 처음으로 외부에 문을 연 뉴 프론티어스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새롭게 선정한 펠로우들의 커뮤니티 형성과 연결의 장이자, 인간이 사는 지구 생태계에 대한 담대한 질문을 지속해서 상기시키기 위한
  • 8. 8 자극이 가득한 장이다. 현장에서 본 뉴 프론티어스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매우 깊숙이 연계되어 있었고, 컨퍼런스의 메시지나 구성, 분위기도 여타 다른 행사와는 달리 뉴질랜드만의 무엇인가가 진하게 압축된 듯했다. 세 사람2 은 뉴 프론티어스에서 만나는 다양한 주제와 사람들,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분위기와 형식을 흡수하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정신없는 3일을 보냈다. 뉴 프론티어스에 대한 이야기를 컨퍼런스의 구성과 프로그램, 아젠다를 비롯하여 컨퍼런스 전반을 꿰뚫고 흐르는 핵심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프로그램의 구성: 참여로 풍부해지는 컨퍼런스 3 일 간 진 행 된 뉴 프 론 티 어 스 는 오 전 과 오 후 에 따 라 형 식 이 달라진다. 오전에는 모든 참가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듣는 오전 플래너리(Plenary)세션과 참여자들이 각자 나누고자 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세션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오후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가 프로그램 골격이다.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pen Space Technology)는 열린 토론 방법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으나, 무엇보다 모이는 사람들의 주도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구현하기 어려워 컨퍼런스를 기획하거나 준비할 때 욕심을 내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잘 이어지지 못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픈 스페이스는 뉴질랜드의 오픈 콜렉티브 방식으로 혁신적인 조직 실험을 2 씨닷의 한선경, 박아영 공동대표와 주선영 전 ‘더나은미래' 기자가 뉴 프론티어스에 함께 다녀왔다.
  • 9. 9 지속하고 있는 ‘엔스파이럴(Enspiral)'의 주요 멤버들이 진행했는데, 공통된 관심사와 주제를 가진 사람들을 엮어내고 지난 7년간 커뮤니티를 만들어온 그들의 활동을 떠올렸을 때,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세션 사이마다 마련된 네트워킹 시간, 오랜 시간 집중하면서 생기는 피로와 긴장을 풀 수 있는 웰빙 세션들도 배치되어 장시간 많은 정보와 사람들에 노출되는 참가자들이 참여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배려가 돋보였다. 매일 오후 시간을 꽉 채우고 있는 오픈 스페이스. 오전까지만 해도 컨퍼런스 앱에 올라온 오픈 스페이스 세션들이 몇 개 되지 않았는데, 점심이 지나고 난 후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세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다. 매일 오후 2시 30분이 가까워지면 오픈 스페이스 세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출처: 뉴 프론티어스 앱] 참여의 요소가 많아질수록 참여자들은 자신이 얼마큼 참여할 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제안하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 10. 10 찾아갈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는 기획자의 기획 테두리를 넘어 콜렉티브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컨퍼런스의 내용을 더욱더 두텁게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램 차원의 구성뿐만 뉴 프론티어스를 풍부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공감과 동의의 표현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들은 손가락을 튕기거나 박수를 보내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며, 가끔 발표자들이 긴장하거나 감정에 흔들릴 때면 따뜻한 눈짓과 마음으로 충분히 기다려주었다. 동의의 의견을 직접 내기도 하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면 공격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세상의 한구석, 뉴질랜드 안에서도 외딴곳에 모여 서로를 지지하고 도울 방법을 모색하는 그런 따뜻함이 3일을 가득 채웠다.
  • 11. 11 담대한 질문, 그 질문에 도전하는 실용성과 구체성 환경, 지속가능성, 생물 다양성, 행성적 한계라는 키워드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이슈로 점차 수렴되는 최근의 컨퍼런스의 주제와는 달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는 광범위한 주제가 제시된다는 것이 뉴 프론티어스의 특징이다. 특히, 다른 주제보다도 행성적 한계(Planetary Boundry)라는 이슈가 이번 뉴 프론티어스 뿐만 아니라, 수차례 다뤄져왔다. 행성적 한계 개념을 제안한 요한 록스트롬 교수 [출처: 뉴 프론티어스 블로그] 행성적 한계란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의 요한 록스트롬 교수가 제안하여 최근 과학자들이 쓰기 시작한 용어이다. 지구 자원에 한계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한계가 언제인지를 묻는 개념이다. 이를 어림하는 기준으로는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바다 산성화, 생물다양성 감소, 토지 이용 변화 등이 있다. 인류가 지구에 살펴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기준의 한계치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미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등과 같은 몇몇 기준에서는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 12. 12 이 용어가 나타내는 것처럼 뉴 프론티어스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나 위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큰 개념을 바라보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 3일 동안 짧은 길이의 발표가 꽤 밀도 있게 등장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그런데도 산만하거나 구성이 엉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연사들이 자기가 실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활동이 어떤 문제에 기인해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일관된 메시지의 전달과 더불어,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는 이미지의 활용, 조화와 통합을 강조하는 시나 음악은 자연과 생태계의 상처와 통증을 내 문제나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연결의 지점을 만들어주었다. 여기에 마오리 족만의 문화적 요소가 촉진의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모든 세션과 시간을 관통하며 시스템 차원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바라보고, 결국 우리가 어떤 시스템과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를 위해서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혁신가란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대담함’을 갖춘 사람이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찾는 사람 또한 이러한 혁신가임을 이야기한다. 처음 거대한 담론 안에 놓였을 때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방향감각을 흩뜨려놓으면서 그동안 천착하고 있었던 미시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목적과 문제의식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동안 특정한 이슈나 아젠다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 스스로와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들이 표면에 떠올랐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이 행사를 가장 불편한 행사였다고 하는 그 말을 좋아한다”는 요셉 아옐 대표가 목표한 대로 뉴 프론티어스 행사는 편하지 않은 생각과 질문을 떠올리고 돌아가게 한다.
  • 13. 13 우리 각자는 전체 생태계에 어떤 기여와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하는 활동은 본래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나?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들이 등장하면서 임팩트 영역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적 위기는 많고 복잡하다. 그렇기에 깊숙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그 문제에 매몰되거나 좁은 관점에 사로잡히기에 십상이다. 문제가 무엇이고, 그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지속적인 질문을 통해 지금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일상 속에서 찾고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 나은 사회나 생태계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회혁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변화의 물결이 만들어진 지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는지 다각적인 점검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지속해서 찾아들었다. 글로컬(Glocal, Global+Local)이 자연스러운 뉴질랜드? 인류, 지구적 관점에 대한 논의가 많았음에도 뉴 프론티어스가 ‘좋은 이야기’를 나눈 컨퍼런스로만 남지 않았던 것은 인류가 처한 위기,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가들이 그들의 액션과 실천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그 노력이 지역(Local)을 중심으로 구체화하지만, 문제의 범위와 임팩트는 비단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세계와 만난다는 것. 뉴 프론티어스에서 만난 혁신가, 기업가들에게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는 관점이었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세계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 지역과 뿌리에서부터 행동하는 태도를 갖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 14. 14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분야에서 시작되었으나 많은 분야에서 차용해 쓰고 있는 말이고 1990년대 국제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무조건적인 국제화가 아니라 실용적이면서도 주체적인 면을 강조하는 말로도 등장하였다. ’어떻게 글로벌하게 생각할 것인가?‘, ’어떻게 지역 단위에서 활동할 것인가?‘, ’이 둘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오랫동안 시도되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거점으로 혹은 테스트베드 삼아 새로운 활동 및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거나 실행하고 있는 기업가나 활동가, 혹은 투자자들이었으나 이들이 만들어낼 솔루션이나 결과, 임팩트는 뉴질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왜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나갈 수 있는지, 이들의 문제의식은 각자가 발 딛고 있는 곳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임팩트의 범위는 전 지구적이라 할 수 있다. 지구가 가진 위기와 한계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이미 울린 경고등에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지, 그것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더 해보아야 할지를 뉴질랜드 안에서 충분히 실험하고 성숙시켜 이를 경계를 넘어 확장하고자 하는 글로컬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리고 뉴 프론티어스에서는 뉴질랜드를 테스트베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임팩트로 확장할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 컨퍼런스에서 끊임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글로컬 마인드의 촉구였다.
  • 15. 15 형식과 내용의 조화, 그리고 문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만남의 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형식을 갖추는 것, 내용과 형식 이 둘 간의 조응이다. 과거보다 국제 교류의 경험이 풍부해지고, 깊이 있는 방식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의 기획과 구성은 진부한 방식으로 치부되곤 한다. 지난 5년간 다양한 방식의 행사를 만들어오면서 정해진 주제와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조밀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쉬운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함께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하며 진행하는 기획이 난이도 면에서나 준비 측면에서 더 많은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시뮬레이션도 복잡해진다. 하지만 더욱더 어려운 점은 그 공간에서의 정서나 문화는 온 사람들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예측과는 달리 움직이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함께 하나의 행사를 직조하는 것이다. 열린 공간(Open Space), 열린 마음(Open Hearts), 열린 생각(Open Minds)이 가능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뉴 프론티어스는 마오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초대한다. 자연을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이해관계자로 바라보는 마오리족의 경험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을 강조하는 뉴질랜드 고유의 문화와 지식을 담아낸다. 누군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누군가는 어색해하는 첫 만남의 시간부터 발표가 끝나고 새로운 발표가 시작되는 막간의 시간까지도 마오리족의 노래와 춤, 의식 등 문화가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모두가 행사장소로 입장한 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선발된 펠로우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며 보여준 마오리족 고유의 환영 인사인 ‘하카(Haka)'는 놀람을 넘어서 압도의 경험으로 다가왔다. 전체 진행사회, 음악, 환영의 인사 등 뉴질랜드의 뿌리가 되어온
  • 16. 16 마오리 문화요소를 배치하여 컨퍼런스 전반의 문화적 중심성을 켜켜이 쌓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 발표자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시로 낭송하거나, 지속가능한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역할극으로 전달하는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해주었다. 참여자들의 호응도 뉴 프론티어스를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 중의 하나였다. 무대를 향해 집중하고, 공감의 제스처를 성의껏 자유롭게 보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의 태도나 분위기가 표현과 소통에 적극적인 뉴질랜드의 일반적인 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모두가 서로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쏟고 반응을 보이는 과정은 처음 참여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포용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뉴질랜드가 가진 고유의 문화 및 지혜가 컨퍼런스 전체를 꿰뚫고, 사람들 사이의 깊은 관계들이 형성되어가는 자리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메시지는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공감과 동의의 메시지를 손으로 표현하는 참가자들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미디엄 블로그]
  • 17. 17 뉴 프론티어스를 체크아웃하며 3일의 뉴 프론티어스를 경험하고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제는 산업의 시대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시대”라는 요셉 아옐레 대표의 인사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궁극적으로 뉴 프론티어스 컨퍼런스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하려고 하는 바가 이것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것을 3일을 경험하며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관점을 얻고, 도전적인 질문들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으로 말이다. 그 커뮤니티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하는 일이 잘못된 방식이거나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고,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변화의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의 관계를 엮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펠로우십 프로그램과 뉴 프론티어스라는 확장된 네트워킹과 자원연계의 기회를 상호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직조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연계로 펠로우들의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글로벌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적인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뉴 프론티어스 안에는 펠로우들의 발표와 펠로우십 Q&A 시간을 비롯하여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다면적으로 살펴볼 기회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다음 챕터에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어떤 배경하에서
  • 18. 18 어떻게 시작되었고, 운영되고 있는지 리서치한 내용과 함께 담아보려 한다.
  • 19.
  • 20. 20 Part 2.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뉴질랜드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였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지난 3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서 개최한 제 7회 뉴 프론티어스 행사엔 지금까지 선발된 펠로우를 비롯해 뉴질랜드 장관 및 정부 관계자, 예술가, 투자자 및 기업가 등 사회 문제 해결과 임팩트에 관심 있는 350여명의 혁신가들이 한데 모였다. 3일간의 행사동안 펠로우로 선발된 이들 및 펠로우십 운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에 대해 다면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이번 장에서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주최한 제 7회 뉴 프론티어스에 씨닷과 함께 다녀온 저자3 가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 및 언론 스크랩, 리서치를 바탕으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만들어진 배경과 맥락, 방식 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3 저자 주선영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조선일보에서 발간하는 공익섹션 ‘더나은미래'의 기자로 일하며, 국내외 ‘제 3섹터’ 내 다양한 주체와 이슈를 다뤘다.
  • 21. 21 들어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혁신가들을 뉴질랜드로 불러오겠다.’ 2017년 4월,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새롭게 도입했다. 사실 해외 인재나 투자자, 기업 등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자를 도입한 나라는 많다. 뉴질랜드에서도 해외 기업가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는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새롭게 도입된 비자는 여러 면에서 획기적이었다. 비자가 내건 취지부터가 기존의 여타 비자와는 달랐다. 뉴질랜드 사회, 나아가 전 지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이들이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실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것. 고용 창출, 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기업가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비자는 많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에 초점을 맞춘 비자 프로그램이라는 면에서도 전 세계 최초였다. 4 ‘임팩트'를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선발 요건도 파격적이었다. 출신 국가나 국적, 성별이나 나이, 학력이나 보유 자산 등 제약 조건도 대폭 없앴다. 뉴질랜드 내 요구되는 최소 체류 기간도, 방문 횟수 제한도 없다. 사업 규모나 매출 등을 따져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둔 기존 기업가 비자와는 다르게, 기업의 규모나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 기술 기업가나 투자자에게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업의 종류와도 무관하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유명 투자자, 기업가에서부터 비영리단체 종사자, 환경 이슈를 다뤄온 언론인, 시각화된 데이터로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과학자와 예술가, 글로벌 생태 농업 네트워크를 만들어 온 젊은 농부 등, 4 https://www.forbes.com/sites/annefield/2017/04/27/new-zealand-launches-a-three- year-visa-program-for-impact-entrepreneurs/#2bff69d35471
  • 22. 22 지난 2년간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단, 이 비자에 지원하기 위해선 독특한 선행 조건 하나가 따라붙는다. 바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Edmund Hillary Fellowship)’을 통해 ‘펠로우'로 선발돼야 한다는 것. 뉴질랜드 산악인이자 탐험가로서 1953년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에드문드 힐러리 경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2017년 글로벌 임팩트 비자의 민관 협력 파트너 기관으로 공식 선정되며 새롭게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혁신가 개인의 가치 및 성향, 만들어 낼 임팩트 등을 고려해 ‘결이 맞는’ 이들을 펠로우로 선발하면, 비자를 내주는 최종 결정은 뉴질랜드 정부에서 내리는 구조다. 펠로우로 선발된 이들에 한해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3년간 비자를 유지한 뒤엔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통상 한 국가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이민 정책 분야. 그 안에서도, 정부가 ‘민간 신생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비자를 발급하는 1차 스크리닝을 맡긴다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 논의를 주도한 당시 이민청 대표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꽤 급진적인 실험인 건 사실"이라 언급했을 정도. 이에 더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독특한 점은 하나 더 있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설계, 운영을 이끌어 온 핵심 멤버 모두 뉴질랜드 출신이 아니라는 것. 펠로우십의 기반을 닦은 핵심 창립 멤버 셋은 각각 미국 및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2014년부터 매년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행사를 열고 뜻 맞는 혁신가들을 뉴질랜드로 불러 모았던 것도, 뉴질랜드 정부가 새로운 비자를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도, 비자와 연계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것도 이들이었다.
  • 23. 23 이들이 뉴질랜드에서 만들어 낸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란 무엇이고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됐을까. 뉴질랜드 정부의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으로까지 연결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설립 과정과 운영 방식, 담긴 철학을 들여다봤다.
  • 24. 24 2-1.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만들어지기까지 '실리콘밸리'를 떠나 뉴질랜드에서 '아로하밸리'를 일구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발족하고 첫 펠로우를 선발한 건 2017년. 그러나 펠로우십을 구상하고 만들어 내기까지 그 뒤에는 ‘키위 커넥트(Kiwi Connect)’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 있었다. ‘키위 커넥트’의 기반을 닦은 건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브라이언과 매튜 모나한 형제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플렉션(Inflection)’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2012년 사업을 매각하며 백만장자가 된 모나한 형제는 실리콘 밸리를 떠나 정착할 새로운 기반을 찾고 있었고,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인근 '어퍼 헛(Upper Hutt)' 지역의 땅과 집, 농장을 차례로 사들였다. 뉴질랜드로 향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두 형제를 처음 뉴질랜드로 이끌었던 건 뉴질랜드의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었다고. 그러나 뉴질랜드에 오가는 횟수, 관계 맺는 이들이 늘고 뉴질랜드에 대해 점차 알아가게 되면서 이들은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두 형제는 현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에 정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는 ‘돈’, ‘(무한한) 성장’이라는 목표에 미쳐도 너무 미쳤다. 성장에 한계가 있고, 무한한 성장은 모두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데 (그렇지 않은 문화였다)." 이들은 “뉴질랜드에는 환경, 문화 다양성, 포용성 등 본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양이 살아있었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모나한 형제와 함께 일했던 요셉 아옐(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CEO) 역시 뉴질랜드로 향했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했지만 기존 비자 시스템의 한계로 갑작스럽게 미국을 떠나야 했던 그 역시 기존의
  • 25. 25 시스템을 넘어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던 차였다. 5 이들이 말하는 뉴질랜드의 토양이란 뭘까. 많은 이들에게 뉴질랜드는 목가적이고 깨끗한 자연환경, 멋진 트레일과 경관으로 친숙한 나라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나라 (월드뱅크, 2019)’. '정부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 (국제 투명성 기구, 2018)‘ 같은 지표들이 보여주듯, 뉴질랜드는 기업가에겐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인 종착지’였다. 요셉 아옐 CEO는 뉴질랜드에 대해 “혁신은 경계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뉴질랜드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나라로서 적은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했고 적은 인구가 신뢰에 기반해 협력해서 일해야 했다 보니 혁신적이면서도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민자들로 시작된 나라, 작은 영토, 적은 인구. 이는 뉴질랜드가 적극적으로 해외를 바라보게 한 동인이기도 했다. 국내 시장이 작다 보니 뉴질랜드 기업들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했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도 다수 배출됐다. 실제로 영화 ‘아바타’ 등을 통해 뛰어난 세계적인 수준의 그래픽 기술력을 보여준 ‘웨타(WETA) 스튜디오’ 등은 그래픽 디자인, 영화산업 분야 수많은 인재를 뉴질랜드로 불러왔고, 지난해엔 뉴질랜드 기업인 ‘로켓 랩’에서 전 세계 11번째로 우주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테크, 재생가능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혁신 생태계’에 대한 배경만으로는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와는 다른 뉴질랜드의 토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요셉 아옐의 설명이다. 5 https://interactives.stuff.co.nz/2017/06/the-americans/index.html
  • 26. 26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혁신 생태계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 외에도 뉴질랜드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넓혀 온 곳이다. 전 세계 최초로 여성 투표권을 실시한 나라이자, 원주민인 마오리와의 관계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나라로 꼽힌다. 올해는 전 세계 최초로 GDP가 아닌 '웰빙(well- being)'을 기준으로 한 예산안을 도입했다.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포용하는 문화, 인류와 환경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깔려있다는 점, 자신을 내세우기보단 신뢰와 관계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것… 이런 점들이 소위 ‘경쟁'이나 ‘빠른 혁신' 만을 강조하는 실리콘 밸리나 다른 생태계와는 구별되는 뉴질랜드의 독특한 지점이었다.” 2014년, 이들은 뉴질랜드에서 ‘키위 커넥트’를 설립한다. 키위 커넥트의 비전은 뉴질랜드의 스타트업/혁신 생태와 세계를 잇는 것. 특히, 사회적인 임팩트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기반을 뉴질랜드에 닦겠다는 게 키위 커넥트가 내건 야심찬 목표였다. 이들은 뉴질랜드 스타트업 생태계 내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쌓아 나가는 동시에 해외와의 연결 고리도 계속해서 만들어나갔다. 뉴질랜드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최대 스타트업 축제이자 세계 3대 음악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 뉴질랜드 혁신 생태계를 알리는가 하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샌프란시스코 기반 벤처캐피털 파트너 등 세계적인 투자자를 뉴질랜드로 초대해 현지 스타트업 커뮤니티와 연결하기도 했다.
  • 27. 27 키위 커넥트(Kiwi Connect)를 시작한 세 사람. 왼쪽부터 매튜 모나한, 브라이언 모나한, 요셉 아옐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사이트] 모나한 형제가 사들인 웰링턴 인근 ‘어퍼 헛’ 지역은 ‘키위 커넥트’의 기반이 됐다. 대대로 ‘화이트맨스 밸리(Whitemans Valley, 백인 남성의 계곡)’라 불리던 지역의 이름도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아로하 밸리(Aroha Valley)’로 바꿔 불렀다. 이곳을 기반으로, 2014년부터는 ‘뉴 프론티어스’ 행사도 개최했다. ‘전 세계, 각계 각층에서 글로벌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고민하는 이들을 한데 모아 서로 연결되는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뉴 프론티어스 행사를 기획한 키위 커넥트는 “뉴질랜드는 사회와 환경, 지구, 사람을 향하는 임팩트 기업가들의 메카가 될 요소가 충분하다”면서 “기업가정신, 혁신가에 관련된 논의는 대체로 테크 기업가들을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데 반해, 뉴질랜드의 혁신 생태계는 과학자, 교사, 커뮤니케이터, 예술가, 정부나 기업 내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내 기업가 등 통합적인 ‘임팩트 기업가'들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6 ‘아로하 밸리'의 구릉 사이, 친환경으로 지은 돔 텐트를 중심으로 진행된 3일간의 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점차 더 나은 세상을 그리는, 전 세계 6  https://stories.ehf.org/the-new-frontiers-of-impact-entrepreneurship-cc6cbce64f0c
  • 28. 28 혁신가와 예술가를 뉴질랜드로 초대해 연결하는 장이 됐다. 임팩트 기업가정신, 기후변화와 재생가능 농업,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새로운 도시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로 매년 기술 기업가, 농부, 예술가, 교육자, 디지털 미디어 종사자, 투자자, 정부 관계자, 현지 마오리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키위 커넥트의 행보를 두고 뉴질랜드 현지에선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뉴질랜드 기반으로 세계를 바꾸겠다는, 젊고, 부유한, 실리콘밸리 출신의 이상주의자들.’ 뉴질랜드의 한 현지 언론에서는 두 형제를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페이팔(Pay Pal)의 창업자 피터틸(Peter Thiel)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여러 테크 기업가들이 뉴질랜드의 영주권을 따내거나 별장을 샀다는 기사가 나고, 트럼프 당선 이후 뉴질랜드 이민청에 접속한 미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키위 커넥트의 비전이나 두 형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세상을 바꿀 솔루션을 고민한다'는 것을 두고,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자들의 '엘리트주의적 사고'로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키위 커넥트와 함께 일한 이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동기가 진실하면서도, 단순한 몽상가나 히피에 그치지 않는 민첩한 실행가들’이라고 두 형제와 요셉 아옐 키위 커넥트 창립자를 묘사했다. 이들이 보여준 행보도 일관적이었다. 모나한 형제가 2012년에 설립한 비영리 재단에서도 가치관이 반영됐다. 이들이 초기 기금 4백만 달러(약 46억 원)를 기부해 설립한 '나마스테 재단(Namaste Foundation)'은 '사회적 기업가, 예술가, 활동가, 공학도, 교사, 부모, 작가 등 직업 형태나 활동 방식과는 관계없이,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이나
  • 29. 29 제도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비영리 단체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를 비롯, 환경 다큐멘터리 제작가, 재생 가능 농업 단체, 대안 교육 비영리, 기후변화 관련 기관 등 뉴질랜드를 포함해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관과 활동가에게 기부하고 있다. 키위 커넥트의 비전, 뉴질랜드 정부의 실험으로 확장되다 뉴질랜드와 해외 스타트업/혁신가 생태계 사이에 다리를 놓고, ‘뉴 프론티어스' 행사를 이어오던 키위 커넥트의 실험은 2년 만인 2016년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뉴질랜드 정부 차원의 실험이 맞물렸다. 키위 커넥트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까진 몇몇 우연이 뒤따랐다. 2015년 2월, 키위 커넥트가 주최한 ‘뉴 프론티어’ 행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뉴 프론티어 행사에 참여했던 뉴질랜드 이민청(Immigration NZ) 대표 나이젤 비클이 협력의 물꼬를 텄다.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그간 키위 커넥트가 해 온 일에 깊게 감명받았고 여러 주체의 협력을 통해 전례 없는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아이디어를 적극 지지한다”며 “정부에서도 기존의 관료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 바깥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보고 싶고, 더 많은 혁신가를 불러오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함께 디자인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키위 커넥트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이었다고. 이후, 이민청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도 투자자/기업가 비자는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기존 비자가 요구하는 기준들은 새로운 분야이거나, 이제 막 기업을 시작한 이들, 혹은 기업의 형태가 아니면서도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지원하긴
  • 30. 30 어려웠다. “세상을 바꿀 창의적인 혁신가를 유치하기 위해선 틀에 박힌 체크 박스나 단선적인 기준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키위 커넥트의 제안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업 규모나 성장 단계 이상으로 혁신가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이들의 모델이 성공했을 때 지역과 세계에 미칠 임팩트 등을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키위 커넥트가 제안한 새로운 비자의 골자였다. 논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비자를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실험해보고자 했던 이민청의 의지도 컸다. 경제개발부처 및 이민 부처 장관과도 협의가 진행됐다. 그해 7월, 당시 뉴질랜드 총리였던 존 키는 “뉴질랜드 정부가 전 세계의 혁신적인 기업가를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비자를 고안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4월, ‘새로운 비자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이민청 대표의 제안으로부터 1년 남짓 지난 시점에, 뉴질랜드의 이민부처 장관은 “민간 파트너와 협력해 이듬해인 2017년부터 4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 소개 사이트 [출처: 뉴질랜드 이민국]
  • 31. 31 2016년 9월, 뉴질랜드 정부는 글로벌 임팩트 비자의 민간 파트너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공식 선정했다. 요셉 및 모나한 형제가 설립한 ‘키위 커넥트’는 뉴질랜드 내 명망 있는 비영리 재단인 ‘힐러리 인스티튜트(Hilla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Leadership)’와 파트너십을 맺고 힐러리 인스티튜트 산하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새롭게 만들었다. 뉴질랜드의 탐험가이자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에드문드 힐러리가 2007년에 만든 ‘힐러리 인스티튜트’는 매년 전 세계에서 전 인류에게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세계 리더를 선발해 수상해 온 곳으로, ‘리더십 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키위 커넥트의 기존 멤버들이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운영 전반을 맡되, 힐러리 인스티튜트에서 펠로우십의 거버넌스를 소유, 관리하는 구조다.
  • 32. 32 비자 지원 요건은 대폭 완화하되,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은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결이 맞는' 사람을 1차 스크리닝하겠다는 것. 전례 없던 방식으로 설계된 새로운 비자를 두고 뉴질랜드 내부에서도 여러 시각이 교차했다. 당시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업가를 분별할 역량이 부족한 정부로서 민간 파트너와 함께 협의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은 용감하고 의미 있는 시도’이고 ‘정부 정책의 유의미한 실험’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서부터, ‘실리콘밸리 출신 외국인들이 미래의 뉴질랜드인을 결정하게 됐다'거나 ‘혁신가라고 해서 외국인을 쉽게 받는 것은 위험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연간 20만 명이 유입되고, 전체 인구의 25%가 해외에 거주하는, OECD 국가 중 이민자가 가장 많은 ‘이민 기반’ 국가다. 그에 더해 글로벌 임팩트 비자는 연간 최대 100명, 4년간 파일럿 프로그램 차원에서 시행하기로 하면서 큰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 비자를 시행한 이후 독립 감사를 거치며 인원은 연간 40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추가적인 독립 감사를 거친 뒤 파일럿 프로그램의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새로운 비자 실험이 갖는 의의는 뭘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4기 펠로우이자, 투자플랫폼 앤젤리스트(AngelList)를 창업하고 트위터, 우버 등 100개가 넘는 기업에 시드 투자한 실리콘밸리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및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대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이민 오도록 할 것인지 고려해 면밀하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한다.
  • 33. 33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민 정책은 굉장히 정치적인 논쟁만 오가는 영역으로 변질됐다. 적합한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고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특정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비자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정도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어떤 사람들을 선발할지, 이들이 뉴질랜드 및 세계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면밀하게 설계된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비자만 내주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선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곳에 마오리 사람들이 있고, 이 땅의 문화와 역사는 이러하고, 우리가 보존해야 할 환경은 이렇다’는 걸 알려주는 동시에, ‘펠로우십'이라는 형태로 이들 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전 세계에서 좋은 의도를 가진 뛰어난 인재들을 대거 흡수할 것이고, 전 세계에 '이민 정책'이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 어떤 이들이 선발됐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이들의 베이스캠프(Base camp for a better world)’를 내건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2017년 초에 열린 펠로우십 선발에 55개국으로부터 총 311명이 지원했으며, 그해 5월엔 30명의 첫 펠로우 기수가 선발됐다. 이 중에는 뉴질랜드 출신 6명도 포함됐다. 첫 기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해 두 차례씩 한 기수당 30~40여명의 펠로우를 선발했으며, 지금까지 총 141명의 펠로우가 뽑혔다. 현재 5기로 선발된 펠로우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6기 펠로우 선발을 위한 서류 접수는 오는 6월 1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각 기수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생각과 관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각각의 펠로우는 본인만의 경험과 아이디어, 기술을 통해 그가 속한 펠로우 기수 및
  • 34. 34 EHF 네트워크에 기여한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처럼, 종사하는 분야도, 하는 일도 다양한 이들이 지금껏 펠로우로 선발됐다. 태평양 지역 마오리 및 여타 원주민의 경제적, 사회적 역량 강화를 위해 활동하는 펠로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여성들에게 프로그래밍, 데이터 관리 등을 교육해 해외 ICT 기업으로의 원격 근무 취업을 연결하는 창업가, 생태 농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며 전 세계 생태 농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젊은 농부, 쓰레기를 활용해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가, 더 나은 미래 교육과 확산을 위해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는 교사, 기후 변화나 생태 환경에 대해 기사를 쓰고 제도 변화를 촉구해 온 언론인, 시각화된 데이터로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과학자와 예술가, 사회 변화에 투자하는 투자자 등이다. 지금까지 펠로우가 선발된 분야는 크게 6가지 영역. 환경 및 재생 가능 농업 분야, 블록체인 및 Web 3.0 분야, 교육 혁신, 항공 우주 분야, 스토리텔링 영역, 사회 복지 및 사회 정의 제도 등이다. 요셉 아옐 CEO는 “특정 영역을 한정해 펠로우를 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비슷한 영역에 종사하는 펠로우의 수가 늘면서 각 영역에서 펠로우간에 콜렉티브 임팩트를 만들어 내기에 유의미한 숫자에 다다르고 있다"고 했다. 펠로우십이 제공하는 건 뭘까. 기존에 존재하는 여타 펠로우십과는 달리,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로 선발된다고 해서 금전적인 혜택이나 직접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단, 펠로우십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 안에서 여러 창발적인 협력과 투자,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 등이 이뤄진다고. 뉴질랜드의 ‘글로벌 임팩트 비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매력 요인과
  • 35. 35 더불어, 뉴질랜드 내 스타트업/임팩트 생태계나 현지 마오리 공동체와 관계를 쌓으며 뉴질랜드에 안착하기에 용이하다는 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보유한 투자자나 정부, 기관 네트워크 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펠로우십이 제공하는 비가시적 자원이다. 선발팀을 이끄는 안드레 바테는 “지난 2년간 있었던, 펠로우십 내 마법 같았던 협력이나 일을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팀이 기획한 차원이 아니라 펠로우간의 대화나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며 “선발에 그치지 않고 펠로우간에 인간적인 차원에서 유대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매년 6개월마다 열리는 뉴 프론티어스 행사는 이제 전 세계 ‘뜻 맞는’ 이들을 불러오는 장이자, 각기 다른 기수에 속하는 펠로우가 한데 모여 관계를 쌓고 연결되는 장이기도 하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선발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하나. 비전이 얼마나 담대한가. 둘, 비전을 실제 변화로 만들어 낼 만큼 민첩한 실행력을 지녔는가. 셋, 뉴질랜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가. 가령,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뉴질랜드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얼마나 관련됐는지, 혹은 뉴질랜드 사회가 보유한 경험이 펠로우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는 것. 넷, 펠로우십 커뮤니티에 얼마나 적극적이고도 관대하게 기여할 것인가. 다섯, 펠로우십의 핵심 가치인 글로벌 임팩트, 인류애, 진정성 등에 얼마나 부합하는 사람인가 등이다. 선발팀의 안드레 바테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선발 절차나 과정은 한 사람이 해온 일과 맥락과 가지고 있는 비전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그가 가진 가치가 펠로우십과 합이 맞는지를 보려는 것이지, 경쟁이나 시험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매 기수 선발 기한에 맞춰 온라인 서류 지원, 인터뷰 등이 이어지고 최종적으론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팀
  • 36. 36 외부 ‘독립 선발팀'에서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
  • 37. 37 2-2.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가치와 철학 ‘Be Bold(담대함), Interconnectedness(연결성), Excellence(뛰어남), Global Impact(글로벌 임팩트), Authenticity(진정성), Stewardship(사람과 환경,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성), Humility(겸손함)’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명시한 6가지 핵심 가치다. 펠로우십은 과연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됐고, 핵심 가치는 프로그램 안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이 장에서는 ‘마오리의 지혜'와 ‘혁신가들의 단단한 커뮤니티'라는 측면에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 담아내고자 했던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오리의 지혜와 세계를 직조하다 '뉴질랜드 땅에서 살아온 마오리 원주민의 지혜에 깊게 연결되는 것 (Deeply rooted in Maori indigenous wisdom)'. 이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이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와 뉴질랜드 '원주민'의 오랜 지혜, 언뜻 듣기엔 어울리지 않는 두 가치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프로그램에선 함께 직조되었다. 두 가치를 연결한 이유에 대해 요셉 아옐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CEO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글로벌 임팩트 비자’라는 이민 정책은 새로운 사람들을 뉴질랜드로 불러온다. 새롭게 온 이들은 이곳에 머물러 온 사람들의 역사와 가치를 배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아가 마오리 원주민의
  • 38. 38 지혜는 자본주의 사회가 놓치고 있는, 펠로우십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뉴질랜드에 정착한 뒤, 나 또한 마오리 원주민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마오리의 지혜는 우리가 지향하는 변화나 혁신이, 우리가 딛고 선 땅과 동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기반한 뉴질랜드의 웰링턴 지역에 거주해 온 마오리의 이위(Iwi) 부족 연합체인 티아티아와 타라나키 와누이(Te Ātiawa Taranaki Whānui)는 펠로우십의 핵심 파트너.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과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수개월에 걸쳐 마오리 지역 파트너와의 대화를 이어왔다. 이후 프로그램의 철학, 선발한 펠로우를 환대하는 방식, 커뮤니티를 꾸리는 과정 등에서도 마오리 철학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 전반이 설계됐다. 요셉 아옐 CEO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오래된 지혜, 두 관점이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고도 강조했다. 마오리 역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뉴질랜드로 찾아오는 혁신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 마오리의 철학이란 무엇일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팀과 선발된 펠로우에게 마오리 문화를 전달해 온 퍼카이라 레이(Pekaira Rei) 문화 전달자는 마오리의 세계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마오리어로 '내가 곧 강이고, 강이 곧 나(Ko au te Awa, ko te Awa ko au)'라는 경구가 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을 우리가 딛고 있는 환경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마오리의 철학이 담긴 말이다." 실제로 마오리 사람들은 '땅의 사람'이라는 의미의 ‘탕아 웨누아(Tangata
  • 39. 39 Whenua, People of the land)'라고 자신을 지칭한다. 본인을 소개할 때에는 ‘나의 강과 나의 산, 출신 지역'을 함께 소개한다. '인간은 산과 강, 바다와 같이 우주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며 '자연을 지배하기보단 인간이 자연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자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을 전체 우주의 일부로 바라보는 마오리의 철학은 뉴질랜드의 법안에 반영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뉴질랜드에서는 북섬의 '왕가누이(Whanganui) 강'을 인간과 동일한 인격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강에 부여한 것은 전 세계 최초로, 강 인근 마오리 부족이 140여 년에 걸쳐 싸워 온 결과다. 7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환대 주간은 마오리 문화와 함께 한다. [출처: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미디엄 블로그] 마오리의 세계관은 프로그램에 어떻게 직조되어 있을까. '마오리 문화와 깊게 연결되고자 하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철학은 선발된 모든 펠로우가 참여해야 하는 '환대 주간(welcome week)'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환대 주간의 시작, 세계 각지에서 온 펠로우들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어퍼후드 지역의 '아로하 밸리'로 모인다. 모두는 완만한 구릉으로 둘러싸인 언덕에 있는 돔 모양 텐트에서 생활하며 5일에 걸쳐 이어지는 환대 주간에 참여하게 된다. 첫 만남의 자리, 7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7/mar/16/new-zealand-river-granted-same- legal-rights-as-human-being
  • 40. 40 모든 펠로우들은 마오리의 전통 환영의례인 포히리(Pōwhiri) 의식으로 '새로운 땅'에 온 것을 환영받는다. 고동 나팔 소리가 의례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지는 노래와 마오리어로 진행되는 의식은 한 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서로의 숨과 삶을 주고받는다’고 여겨지는, 코와 이마를 맞대는 마오리식 전통 인사법인 홍이(hongi)를 나누며 모두가 모두와 첫인사를 나눈다. 마오리의 인사법 ‘홍이' [출처: 뉴 프론티어스 미디어 블로그] 5일간 이어지는 환대 주간 동안, 마오리 철학을 시작으로 더욱 깊은 차원의 대화가 이어진다. 마오리의 전통 문화 의례인 카파 하카(Kapa Haka)나 포히리 의례에 담긴 의미, 뉴질랜드 사회에서 마오리와의 관계를 치유하기 위해 남아있는 과제, 마오리의 세계관과 가치를 배운다. 각자의 일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회고하고 공유하는 대화도 뒤따른다. 환대 주간 내내, 마오리 파트너 및 문화 전달자와 퍼실리테이터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이끈다. 지난 3월, 뉴 프론티어스 행사장에서 만난 펠로우들은 하나같이 “환대 주간은 삶에서 잊을 수 없는 굉장히 강렬한 경험이자
  • 41. 41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을 다른 어떤 프로그램과도 다르게 만드는 요소”라고 회고했다. “창업가로서 그간 수많은 컨퍼런스에 다녔고 여러 모임에 속해 있지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보통의 행사에서 표면적인 네트워킹이 주가 된다. 명함을 주고받고 하는 일을 소개하는 정도다. 이곳에서 쌓는 관계는 다른 곳에서 맺는 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강렬하고 신성한 의식을 함께 통과하고 나면 서로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다. 일주일간 4~50명 되는 한 기수가 다시 5~6명 단위의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져 지금의 삶의 경로를 택하기까지의 여정, 각자가 처한 어려움 등 내면 깊숙한 생각을 나눈다. 비즈니스 대화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다. 기본적으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선발했다 보니 삶의 방향, 하는 일의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크다. 한 주가 지나고 나면 모두가 깊게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 창업가 에릭 리우, 전 모바이크(Mobike) CEO) 단단한 가치 기반 커뮤니티 ‘사회를 바꾸려는 이들의 단단한 커뮤니티’ 요셉 아옐 CEO는 “전 세계, 각자가 딛고 있는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들 사이에 평생 이어지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비전”이라고 설명한다. ‘커뮤니티’라는 말 만큼이나 모호하고 남용되는 단어가 있을까. 그러나 뉴프론티어 행사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펠로우에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특징을 물을 때마다 하나 같이 ‘이곳엔 진짜 ‘커뮤니티'가 있다’는 이야기가
  • 42. 42 돌아왔다. 그 답을 증명이라도 하듯, 행사장 곳곳에서는 뜨거운 포옹이 난무했다. 올해 초 새롭게 선발된 4기 펠로우를 비롯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1~3기 펠로우들은 곳곳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가움을 가득 담아 포옹을 나누고 이마와 코를 맞대는 마오리식 전통 인사를 주고받았다. 일반적인 컨퍼런스 자리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각기 다른 배경의 펠로우들. 하는 일도, 분야도, 출신 국가도 다른 이들 간에 짧은 기간 동안 관계 기반 커뮤니티를 짓는다는 게 가능할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2기 펠로우이자, 아세안 지역 내 여성 사회적기업가에게 임팩트 투자를 하는 앤젤스 오브 임팩트(Angels of Impact)의 공동창립자 라이나 그리네(Raina Greene) 교수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은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키우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아니고, 직접 투자 하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그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그는 “펠로우 모두가 강렬하게 경험하는 마오리의 문화는 공동의 가치를 묶어주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라고도 했다. “깊게 회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의 의식은 보다 일깨워진다. 머리로 당장 과업을 해치우는 차원을 넘어서서 삶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공동의 선을 위한 임팩트를 고민하고, 펠로우 모두가 하나 되는 느낌을 받고, 각자가 받은 만큼 사회와 환경, 커뮤니티에 돌려줘야 한다(giving back)는 느낌을 나누게 하는 것.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가장 큰 특징이고,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게 만드는 지점이다.” (라이나 그리네, 앤젤스오브 임팩트(Angels of Impact) 공동창업자)
  • 43. 43 자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삶의 더 큰 가치에 맞닿게 하고 그 여정을 함께 할 동료들을 얻게 된다는 것. 다른 펠로우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매일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깊게 회고하고 삶의 자세를 바꾸는 일은 당장 과업을 해나가는 것보다도 어렵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안에서 내가 느낀 건, 큰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성숙해지는 여정을 꼭 혼자서 해나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공동체 안에서 그 여정을 함께 할 때, 그 경험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동료들과 함께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더라.” (프란세스카 픽, 그레이터댄(Greaterthan) 공동창업자) 짧은 환대주간 이후 커뮤니티는 어떻게 이어질까. 새롭게 선발되는 펠로우들이 참여하는 환대주간 이후엔 ‘뉴 프론티어스(New Frontiers)’ 행사가 3일간 진행된다. 매 6개월, 펠로우를 선발할 때마다 열리는 ‘뉴 프론티어스’는 지난 기수의 펠로우를 비롯해 뉴질랜드 내 임팩트 커뮤니티,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혁신가,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모두와 연결되는 장이다. 지역에 따라 펠로우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도 있다. 그 밖에도 일상적으로 교류하기 위한 다양한 온라인 툴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뉴질랜드 웰링턴 기반,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및 기업가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엔스파이럴(Enspiral)'은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 사람들의 협력 방식을 고민해 온 엔스파이럴과는 커뮤니티를 짓고 운영하는 방식 등에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주고받는다. 전 세계 혁신가들을 선발하는 것 이상으로 이들의 ‘커뮤니티’를 짓는 데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셉 아옐 CEO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보다 크다. 사회
  • 44. 44 불평등, 소득 격차, 기후변화, 해양 쓰레기, 교육 시스템 등은 개인이나 한 조직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 다양한 이들로 구성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접한다. 때론 내가 풀고자 했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그는 “‘혁신’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블록체인과 패션, 강을 청소하는 것과 데이터 기술 등 생각지 못했던 영역 간의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사고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혁신가’로 살아간다는 건 외로운 여정일 때가 많다. 기존의 사회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인데, 혼자서 그 길을 간다는 건 외롭기 쉽다. 비슷한 길을 가는 이들끼리 동료로 연결될 때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또한 “기업가 한두 명의 성공, 영웅신화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연결과 협력을 통한 ‘전환적 변화’를 만드는 걸 촉진하는 게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미션”이라고도 강조했다. “뉴질랜드 등반가 에드문드 힐러리와 네팔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Tenzing Norgay)가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온갖 포스터와 책자에 얼굴이 실린 것도 이들이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은 둘이서만 해낸 일이 아니었다. 20명이 넘는 셰르파를 비롯한 400명이 넘는 이들이 하나의 팀이었고 같이 산에 올랐다. ‘팀’은 개인보다 더 큰 일을 해낸다. 우리가 ‘커뮤니티'를 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 45. 45 나오며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여정은 어떻게 이어질까. 요셉 아옐 CEO는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대부분 프로그램에서 기업가의 성공을 단선적으로만 바라보는 데 반해, 경계를 넘어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펠로우십의 시도가 다른 이들을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강한 생태계는 자연과 같다. 나무도, 풀도 있고, 동물도, 새도, 벌도 필요하듯이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짓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실행가도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예술가도, 유리 천장을 깨부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혁명가도 필요하다. 새로운 씨앗에 물을 주고 키워 낼 투자자도 필요하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 글로벌 임팩트 비자를 통해 짓고자 하는 '생태계’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뉴질랜드를 판타지화 해서는 안되고, 뉴질랜드 사회에도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임팩트, 기존과는 다른 혁신 생태계를 고민하기에 그 어느 곳보다 풍부한 토양이 뉴질랜드에 있었고, 그 위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베이스캠프'라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에드문드 힐러리 펠로우십의 역할은 그 토양 위에 땅을 갈고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이다." (요셉 아옐)
  • 46. 46 발행일 발행처 만든 사람들 글쓴이 주소 홈페이지 씨닷 리포트 | 뉴질랜드에서 뉴 프론티어스를 만나다 2019년 6월 24일 씨닷 씨닷 박아영, 주선영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684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글로벌코워킹존 www.cdot.asia 국제라이선스 CC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리포트에 수록된 내용을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