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기에 말에 탄 사람은 어딘가 중요한 곳에 가고 있는 것처럼 보
였다.
그때 길가에 서 있던 사람이 소리쳐 물었다 어디 가는 길이오. “ ?”
그러자 말에 타고 있던 사람이 대답했다 모르겠소 말에게 물어보시오. “ . !”
위 이야기는 틱나한 스님이 아 붓다 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선종에서 전< >
해져 오는 우화이다 스님은 이 우화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우리 자신이 말을 탄 사람은.
아닌가를 묻고 있다 즉 우리는 말을 타고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을 멈. “ ,
출 수도 없다 말을 우리를 끌고 가는 습관의 힘으로 우리는 그것에 저항할 힘이 없다 온. .”
힘을 다해 더 이상 할 수 없는 성실과 의지로 고군분투하면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이 말
탄 자의 질주와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위파사나 수련을 접하고 걷는 것이 훌륭한 수련법이 됨을 알고 나서는 새벽 산책이나 산
행을 즐기게 되었다 지난 한 주 코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느라 헉헉대면서 새벽 산책을.
거르게 되었고 그러면서 스님이 들려 준 우화는 내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처럼 내 마음을 내
리쳤다.
단체를 들여다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거 같다 이것 저것 사업과 교육을 해내느라고.
실무자들은 년 열 두 달 정신없이 분주하다 오죽하면 잠시 외부 파견을 나갔다가 그 일을1 .
쉬고 있는 한 실무자는 생활비가 바닥이 날 때까지 쉬겠다고 할까 실무자들의 이런 사정?
에서 생기는 것이 학자를 운영위원이나 자문위원 등으로 영입하는 제도이다 적정 수준에서.
운영되는 이런 제도는 서로에게 득이 된다 학자들은 현장감을 익히게 하고 그 결과 쓸 데.
없는 사변적 사유와 논의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학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실무자들은.
이들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단체의 비전과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원군을 얻는다 그런데 이런 상호 연대가 정도가 지나치게 요구될 때 그것은 이미. ,
단체와 실무자들이 선종의 우화가 들려주는 심각한 병에 빠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
까?
몇 년 전 여성 운동가들과 여성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 워크샾 자리에서 한 여성
운동가 선배가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던 것 한 가지가 여성학 관련 서적이 읽기에 너무나 어
렵고 현장에서 부딪치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여성학 이.
론이 여전히 주로 번역서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이 현장 운동가들이 현실연관성을 느끼기 어
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여성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나는 일어나는 의문을 떨굴 수 없었다 왜 저 선배는 여 년. , . 20
몸담아 온 자신의 현장 경험에서 자신의 이론과 전망 끌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책에서 그런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화처럼 그 치열한 열성도 갈 길 모르는 말 탄 질?
주에 불과했던 걸까 단호하게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분명한 건 선배의 책에? ,
대한 집착은 선배가 자신을 인도해 줄 통찰력을 스스로의 경험에서 얻지 못하고 있음을 말
해준다는 것이다.
2. 왜 그렇게 되었을까 쉼이 없었기 때문이다 쉼은 다름이 아니라 질주하던 말에서 내려? .
말도 좀 먹고 쉬게 하면서 나도 쉬면서 앞으로 갈 길을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까지, .
제대로 온 건지 잘못 왔다면 어디까지 되돌아가야 하는지 혹은 가다가 어는 방향으로 가, ,
면 원래 가고자 했던 길에 들어서게 되는 건지 제대로 왔다면 갈 길은 얼마나 남았는지 하,
루에 넘어가기 힘든 고개는 어디쯤 있고 이 고개 어디 쯤에 하루 쉬고 갈 주막은 있는지,
등을 챙기면서 길을 떠난 본래 목적을 새겨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려면 지도도 있어야 하.
고 그 지역의 지리를 잘 알아 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원주민 조언자도 있
어야 한다.
틱나한은 휴식은 치유를 위한 필수조건이고 휴식하지 않는다면 파괴 과정이 계속될 따름,
이라고 말한다 틱나한이 말하는 휴식은 질주하는 말에서 나를 내려놓는 명상 과 명상의 생. (
활화 을 를 말한다 명상 혹은 수련을 해 본 사람들은 틱나한의 이 말을 체험적으로 안다) ( ) . .
명상과 수련의 핵심은 묵언 이다 말이 나와 타인간의 대화의 시간이라면 묵언은 나와( ) .言黙
나 자신의 대화 시간이다 즉 묵언을 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의 탐욕 과 성냄 과 어리. ( ) ( )貪 瞋
석음 을 들여다 볼 여유를 갖게 된다 탐진치 이 삼독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일단 이것( ) . ,癡
들을 뿌리 뽑지는 못하더라도 그 기운이 작동하지 못하게 가라앉히는 효과는 갖는다 이때.
비로소 지혜가 불쑥 솟아오른다 내게 갈 길을 일러주고 지도에 그려지지 않은 샛길을 샛길.
로 보게 해 줌으로써 나를 잘못 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지혜 통찰력,
이다 책이 아니라. .…
그래서 쉬면서 일하자 는 말이 된다 그런데 가장 잘 쉬는 것은 상당한 시간 동안의 묵언‘ ’ .
을 요구하는 명상이다 단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전망이 불투명하고 자기를 포함한 동료. ,
들의 아이디어가 고만 고만 도토리 키재기라고 느끼는가 집단 명상 휴가를 신청해보면 어, ?
떨까 활동가들 워크샾에 춤 명상 음악 명상 위파사나 수련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이? , ,
양념처럼 끼어들고는 있지만 명상은 양념 정도로 체험되지 않는다 그것은 푹 빠지는 체험, .
이어야 하고 그래서 틱나한은 명상을 전념 이라고 부른다 녹색 단체들이 명상을 진정( ) .全念
으로 자기화하려면 실무자들에게 년 회 몇 박의 수련 프로그램에 갈 수 있는 명상 휴1 1, 2
가제를 실시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