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속철도가 개통되고 나서 벌써 한참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 타보지 못했다 지역을 오갈, .
때 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아직 탈 기회가 없었기도 했을 뿐 아니라 기,
회가 있었다 할지라도 고속철도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사실 고속철은 내게 있어 그리 반가운 수단이 아니다 내가 지금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굳이 갖다 붙여서 산을 파헤치는 그 공사현장이 영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 그 첫 번,
째 이유요 기차를 타고 시골길의 풍경을 즐기는 나를 들어 빠르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시, ,
골길의 풍경이 아쉽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갈 때부터 난 기차여행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엄마와 함께 타고 가는 비둘기호 기차는 당시 멀미가 무척이나 심했던 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봄이면 철길 옆에 피어있는 꽃의 이름을 들을 수 있고. ,
여름이면 시원하게 물놀이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고 가을이면 허수아비 아저씨를 엿볼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나를 설레게 했었다.
그러니 내가 아직 타보지 못한 고속철이지만 그렇게나 떠들썩하게 선전하는 빠름으로 인해,
볼 수 없는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온통 터널로 둘러싸인 길이라는 것이 맘에 들 리가 없
다.
월 초에 있을 고속철로 한 시간이면 갈 거리를 일주일 걸려 걷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더더7
욱 그런 추억들이 스쳐가는 것 또한 그간 알게 모르게 쌓인 빠름 에 대한 불만을 이 기회‘ ’
에 적당히 해소해보고자 하는 작은 욕심이 스며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느리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한
우리는 무한한 빠름에만 익숙해지고 그 가치만을 추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
조금 느리게 살자는 주장은 빠름에 익숙해져야만 잘 살 수 있을 듯한 요즘 세상에서 조금,
은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내가 요즘 하루에 걷는 양을 다 합하면 얼마나 될까 워낙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익숙.
해져 버린 탓에 사실 분 이상 걷는 거리를 걸어 본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아마도 나20 ‘ ’ .
뿐 아니라 대다수의 바쁜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하루에 걷는 양이 고작 안팎에‘ ’ . 1km
불과한 내가 일주일 동안 가 넘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다짐이다150km .
이틀 동안 종일 차를 탔다고 눈에 띠게 떨어지는 체력을 느끼면서 오늘은 퇴근 후에 헬스클
럽 회원권을 끊어볼까 잠시 고민을 한다 숨을 헉헉거리며 걷기 에만 열중하다보면 내가 보. ‘ ’
고자 했었던 그 길가의 작은 것들을 보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