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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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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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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억해야 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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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억해야 할 이름
김경숙 열사 40주기 기념
다시 피어나는 구나
드높은 팔월 하늘
그토록 가고 싶던 고향하늘도
모진세월의 역사를 흘러 흘러
자유의 하얀 뭉게구름으로 피어나는 구나
슬픔으로 더욱 견고해진
우리들 가슴 가슴마다
피끓는 부활의 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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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다시 우리 앞에 살아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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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8월, 기억해야 할 이름 김경숙 열사 40주기 기념 당신의 나이 스물 하나였다. 1979년 8월 11일 잊지못할 그 밤 고향의 따뜻한 뒷산 품에 아버지를 여의던 길도 아닌 곳으로 농성장 창틀을 부여잡고 울부짖던 동료들 잘가라 배웅도 받지 못한 채 그대 마지막 떠나던 날은
  • 3. 소리도 챙챙한 쇠파이프로 경대를 죽이고 창수를 죽이고 미경이를 몰아 붙이던 쇠파이프에 날마다 눈을 뜨면 해맑은 누이들의 절규를 짖이겨 대며 조여오는 미쳐 번뜩이는 쇠파이프와 곤봉에 투쟁의 붉은 진심, 낭자하게 쏟아내고 그대 영영 어디로만 가고 있었는가 8월, 기억해야 할 이름 김경숙 열사 40주기 기념
  • 4. 고요한 새벽 공기를 찢는 공격의 신호소리 지쳐 잠이든 순진한 여공들 놀라 아우성치는 피의 축제 ‘101호 작전’ 짐승의 곤봉이 내리 꽂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 흘러 적시는 내 뜨거운 피 고막을 찢던 비명소리 아스라히 멀어지던 내 나이 스물 하나였어요 8월, 기억해야 할 이름 김경숙 열사 40주기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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