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11일은 자본의 횡포에 앞서 저항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김경숙 열사의 40주기 기일입니다. 그 삶과 죽음을 기리며 지어진 추모시를 함께 읽어보아요. #기억해야할_현대사 #기억해야할_이름_김경숙 #여성이만든_역사 [우리들의 지지 않는 꽃 김경숙] (인천노동자문학회 시창작반 공동작품) 1 당신의 나이 스물 하나였다. 1979년 8월 11일 잊지못할 그 밤 고향의 따뜻한 뒷산 품에 아버지를 여의던 길도 아닌 곳으로 농성장 창틀을 부여잡고 울부짖던 동료들 잘가라 배웅도 받지 못한 채 그대 마지막 떠나던 날은. 소리도 챙챙한 쇠파이프로 경대를 죽이고 창수를 죽이고 미경이를 몰아 붙이던 쇠파이프에 날마다 눈을 뜨면 해맑은 누이들의 절규를 짖이겨 대며 조여오는 미쳐 번뜩이는 쇠파이프와 곤봉에 투쟁의 붉은 순결 낭자하게 쏟아내고 그대 영영 어디로만 가고 있었는가 2 고요한 새벽 공기를 찢는 공격의 신호소리 지쳐 잠이든 여공들 놀라 아우성치는 피의 축제 ‘101호 작전’ 짐승의 곤봉이 내리 꽂히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 흘러 적시는 내 뜨거운 피 고막을 찢던 비명소리 아스라히 멀어지던 내 나이 스물 하나였어요. 3 어머니 날 묻지 마세요 날 태우지 마세요 한줌 재가된 뼈마디 가루로는 난 이 땅을 떠날 수 없어요 내 살아온 삶의 전부를 바친 이 노동의 끝 우리 처음 만난 곳은 YH라네 우리들이 단결한 곳도 YH라네 그리운 동료들의 이름 한 번 부르지 못하고 이렇게 묻힐 순 없어요 친구여 나를 아는, 그리고 나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여 나의 슬픔을 나의 분노를 함께 이고 갈 내 가난한 이웃들이여 삼일이 아니라면 십삼년 삼십년이라도 좋아요 신성한 인간의 노동이 유린되는 곳 그곳이 나의 집입니다. 그대 노엽고 슬픈 가슴에 날 품어주오. 4 다시 피어나는 구나 드높은 팔월 하늘 그토록 가고 싶던 고향하늘도 모진세월의 역사를 흘러 흘러 자유의 하얀 뭉게구름으로 피어나는 구나 슬픔으로 더욱 견고해진 우리들 가슴 가슴마다 피끓는 부활의 불을 새 세상의 아침을 향해 눈부시게 피어나는 불꽃으로 그대 다시 우리 앞에 살아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