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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1. 인사말
1-2. 취지와 경과
2. 선정이유와 선정작 내용 요약
2-1.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2-2.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2-3.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2-4.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2-5. 한국의 노조파괴, 원인과 과제에 대한 기초연구: 유형별사례연
구를 중심으로
2-6. 비가시화된 위험과 존재들: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2-7. 세상을 바꾸는 비폭력의 힘: 평화운동이 궁금한 시민들을 위한
안내서
2-8. 환경오염피해의 역학적 인정과정과 행위자들의 대응:익산장
점마을 비료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2-9. 여성노동자들의 일터와 삶을 가로지르는 복합차별
2-10. 플랫폼 배달경제를 뒷받침하는 즉시성의 문화와 그림자 노동
3. 에필로그
3-1. 컨퍼런스 세션요약
04
05
06
117
118
목차
&
&
1
프롤로그
4 5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
사단법인 시민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현장지식×좋은연구> 공모전은 모두가 아는
유명한 상이어서 영예롭거나 큰 상금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현장을 읽고 세
상을 바꾸는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분들께 드리는 우리의 작은 격려입니다.
현장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에 관심과 관찰의 끈을 놓지 않으며,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연
구로 현장을 읽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사회갈등 등 우리 앞에 놓은 난제는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회구조에서 뻗어 나온 결과이기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
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환적 사회혁신의 출발점을 현장에서 시작된 문
제의식과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활동에서 찾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시작된 연구와 실천적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라며, <현장
지식x좋은연구>가 이론과 실천의 분리, 현장과 지식의 단절을 넘어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는 실천적 연구활동과 그 결과물을 모으고, 또 서로를 이어주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
겠습니다.
2023년 1월
양 혁 승
<현장지식x좋은연구>에 선정된 연구와
연구자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사말
&
취지와
경과
<현장지식×좋은연구>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현장연구, 실행연구, 참여연구, 공동연
구, 학습과 실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대안지식의 생산과 공유를 지향하고, 전환적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실천적 연구 활동과 그 결과물을 의미합니다.
사단법인 시민은 공개 추천과 자체 발굴 과정(10월 1일~10월 28일)
을 거쳐 <현장지식×좋은연
구> 공모전에 총 237편의 연구 결과물을 취합했습니다. <현장지식×좋은연구>의 취지에
부합하는 연구 성과가 많아 10편을 선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정위원회는 현장
성, 당사자성과 주체성, 공동연구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그리고 사회적 함의와 활용도에
주목해 최종 선정을 마쳤습니다.(12월 7일)
<현장지식×좋은연구>에 선정된 연구자들은 “2023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제주,
2023년 1월 9일~11일)
세션에서 참여하여 선정작 시상식과 발표회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지식×좋은연구>의 성과를 축적하고 지식 공유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선정이유와 선정된
연구의 문제의식, 주요 내용, 학문적 · 사회적 반응과 활용, 성찰과 후기 등이 담긴 e-book
을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현장지식과 좋은연구>가 다양한 영역에서 그리고 사회 곳곳에
서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김소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유리 (서울시NPO지원센터 정책팀장),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박배균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장),
이영재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장)
선정위원회 구성
선정위원
간사
업무지원 김승순(사단법인 시민 실장)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박지훈 (중앙대학교 중앙사학연구소 연구교수)
6 7
[ 선정결과 ]
제목 저자 발행기관 발행연도
바쿼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하금철
서울시
NPO지원센터
2020
나 같은 사람이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정성조, 김보미
심기용, 한성진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2022
성·재생산건강 연속기획I :
임신중지를 의료에서 보장하기
김새롬, 박지원
문주현, 양예슬
오로라, 장은지
(사)시민건강연구소 2022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문예찬, 최양순
서울시
50플러스재단
2021
한국의 노조파괴, 원인과 과제에 대한 기초연구 :
유형별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류한승
서울시
NPO지원센터
2019
비가시화된 위험과 존재들 :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김우창 재단법인 숲과나눔 2022
세상을 바꾸는 비폭력의 힘 :
평화운동이 궁금한 시민들을 위한 안내서
이용석
서울시
NPO지원센터
2019
환경오염피해의 역학적 인정과정과 행위자들의 대응 :
익산장점마을 비교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도균 한국NGO학회 2021
여성노동자들의 일터를 삶과 가로지르는 복합차별
한국여성
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2022
플랫폼 배달경제를 뒷받침하는 즉시성의 문화와
그림자 노동
박수민 비판사회학회 2021
&
2
선정이유와 선정작 내용 요약
8 9
하금철 /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2020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1. 연구의 계기
저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인야학 교사, 장애인단체 활동가, 장애인언론 기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으로 일해왔습니다. 그 사이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
료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의 1차적인 정체성은 ‘장애인운동 활동가’였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가진 가장 큰 관심사 역시 장애와 빈곤, 수용시설 등이었습니다. 수
용시설 문제로 석사논문을 마친 후, 지난 10여년 간 활동하면서 곁에서 지켜봤던 장애인
운동 동료들의 활동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2019년 ‘8-90년대 장애인운동 활동가 구술채록 사업’을 통해 그 첫
사회운동적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현장-사람-삶-처지에 대한 이해가 바로 그
것이다. 이것이 빠진 사회운동이 성공한 예를 보기 어렵다. 도식화된 이념적 목표와 그것을 정당화
한 담론에 기초해 현실을 먼저 재단하고, 물리쳐야 할 적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상의 세계에 고립시
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로서 정당론과 갈등론의 대가인 샤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
를 위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민주주의가 있다고 했다. 당연한
것 같은데, 사회운동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원리이기도 하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는 사회운동이 그런 실책을 범하지 않기 위해 혹은 교정하기 위해서
는 어찌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제시해준다. 사회운동의 시작과 끝은 ‘사람의 삶’이며, 그 과정은
다름 아닌 ‘주체되기’라는 것을. 특히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에서 주목할 것은 생애사적 접근
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삶과 고통과 희망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 위한 것은 생애에 관한 ‘서
사(이야기)’이며, 그 생애에 걸쳐 겪고 접한 체험과 느낌과 지식이 실천적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사
회운동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등장과정이 바로 주체되기이기 때문이다. 생애사적 접근
은 사회운동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그들의 삶과 우리 사는 세계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조명
할 때 유의미한 인간적-사회적 실천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선정이유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발을 뗐습니다. 장애인운동 형성 초창기의, 주로 소아마비 장애인 활동가들의 구술을 바탕
으로 장애인운동 역사 기록 작업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와 함께 80년대 후반부
터 발행되었던 장애계 신문인 ‘장애인복지신문’과 계간지 ‘함께걸음’ 기사를 수집, 정리하
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걸, 행상, 노점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소위 ‘영세 장애인’ 문제가 장애인운동사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
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8-90년대 영세 장애인의 현실과 이에 대한 장애인운동
의 대응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소논문 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에 후속작업으로 2000년대를 전후하여 태동한 장애인 이동권 투쟁
의 역사를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생애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2020활력향연’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바퀴자
국을 역사에 새기다: 뇌성마비 장애인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1년 지하철 4호
선 오이도역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장애인이동권
연대의 지하철 선로 및 버스 점거 투쟁이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진보적 사회운동조차 인식
하지 못했던 권리 항목들을 사회적으로 가시화시키는 중요한 계기였고, 전반적인 사회운
동의 침체기 속에서도 유독 돋보인 급진적인 직접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동
사 담론 속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지 2001년에 갑작스럽게 터진 리프트 추락참사에 의한
우연적인 사건으로만 설명되었고, 전통적인 계급 또는 민족 모순에 얽매이지 않는 신사회
운동의 한 조류 정도로 이해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자기 삶을 이 운동의 현장에 온전히 쏟
아냈던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동권 투쟁으로 처음 가시화된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적 출현에 담긴 역사적, 사회
적, 개인사적 의미를 온전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목표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이동
권 투쟁으로부터 장애인운동을 시작했던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작
업이 시작되었습니다.1)
1 하금철, 「‘앵벌이 장애인’의 외침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8~90년대 영세 장애인 문제와 장애인운동의 대응」,
기억과전망 제42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2020.
10 11
2. 왜 생애사인가?
근본적으로 장애인운동사 연구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성찰
하기 위해서’라는, 일반적으로 역사연구의 필요성으로서 제기되는 아주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과거 속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
는 점입니다. 각 시기별 운동이 만들어낸 정책적 성과와 이를 주도한 굵직한 단체들의 연
혁을 중심으로 한 기억과 평가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적어도 ‘운동사’라면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겪은 생애사의 계기적 사건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가족 이외의 사회적 소속단위(학교, 직장, 각종 지역사회 조
직 참여 등)
를 갖지 못한 채 고립과 차별 속에 살아야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으로부터도 버
려져서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야 하는 장애인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장애인이 자신
의 차별 경험을 드러내고 사회화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통로가 차단되어 있었다는 것
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고립되어 있던 장애인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
이 겪고 있는 일들이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어떤 사회적 접촉으로 인해 적극적
인 직접행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생애사적 계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
습의 장애인운동을 형성케 했는지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질문들을 처음으로 연구에 적용해 본 것은 8~90년대 장애인운동 활동가 구술
채록 사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구술채록에서 만난 활동가들은 주로 소아마비 장애인이
었습니다. 이들은 보행이 어려워 여러 가지 사회적 장벽을 느끼고 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다른 장애유형에 비하면 학교교육을 받는데 있어서는 비교적 어려움이 크지 않았고 유년
기 또래 집단 안에서 자신의 장애를 의식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생
애사적 전환점으로서 차별 경험은 주로 대학 진학 또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벌어졌습
니다. 한편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소아마비 장애인들의 경우, 육영수 여사의 후원으로
1975년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설립한 ‘정립회관’을 통해 또래 장애학생들과 활발히 교류하
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장애학생들 간의 친목 형성뿐만 아니라 80년대
의 급진적 사회운동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80년대 들어 ‘장
애인문제연구회 울림터’ 등 다양한 청년장애인운동조직을 건설하게 됩니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하지만, 이러한 경증 소아마비 장애인들의 생애경험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는 낯
선 현실이었습니다. 교육의 측면만 보자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8년에 실시한 장애
인실태조사 결과에는 전체 장애인 중 49.5%의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로 나타납
니다. 울림터와 같은 대학 학생회 문화에 기반한 청년장애인운동조직의 등장은 소아마비
장애인의 증가라는 시대적 조건과 이들에 대한 제한적인 고등교육 기회 보장이 가능해진
예외적 기회구조 속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이동권 투쟁의 주축이 되었던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은 8~90년
대 소아마비 경증 장애인 중심의 활동가들과는 사뭇 다른 생애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애경험이 독특한 사회적 접촉을 가능케 하면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
들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당대의 장애인운동사 기록에 있어서 생애사 연구는 필
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 뇌성마비 장애인의 생애사 경험의 특수성
뇌성마비腦性麻痺, Cerebral Palsy는 출생 전후 아직 뇌가 미성숙한 시기에 생기는 뇌의 병변
에 의해 발생하는 운동기능 장애를 총칭하는 단어로, 보행 상의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물론 사회적 현상으로서 장애인운
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굳이 특정 장애 유형에만 집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
도 뇌성마비 장애인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수치적으로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
하지만) 이들이 이동권 투쟁 촉발로 가시화된 중증장애인 집단 중에서도 나름 상징성을 가
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뇌성마비 장애인 4인의 구술 및 생애기록을 수집했습니다. 이들
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이동권 투쟁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2명
은 당사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구술을 채록했고, 다른 1명은 언어장애가 심해 인터뷰를 진
행할 수 없어 본인이 그간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글(A4 20여 페이지 분량)
을 제공받아 인터뷰를 대
체했습니다. 나머지 1명은 2002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단식 농성 끝에 사망했는
데, 그의 생애 기록은 평전과 언론 기사 등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를 참고했습니다. 이외에
12 13
도 90년대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조직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뇌성마비연구회 ᄇᆞ롬’ 창
립멤버 3명과 비장애인 활동가 2명을 인터뷰했으며, 장애인운동에 직접 관련을 맺지는 않
았지만 뇌성마비 관련 각종 복지체계와 연결된 삶을 살았던 당사자 1명과 필담을 통한 인
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파악한, 2000년대 이동권 투쟁을 계기로 장애인운동에
참여하게 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생애사적 경험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무살이 될 때까지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고,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검정고시
를 통해 학력을 취득할 수 있었다. 이는 학교교육을 통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생애
주기를 살아갈 전망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은 검정고시와 같은 우
회로를 통해 성인기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장애인복지제도와 연결되기 시
작했다.
• 정부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전국적으로 장애인복지
관 설치 및 장애인직업재활 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장애인거주시설도 더욱 확대 설
치했다. 이는 분명 장애에 대한 재활모델에 기반한 차별적인 제도들이었지만, 가정
이외의 공식적 장애인복지 전달체계가 처음으로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본 연구의 생애사 조사 대상자 4명은 10대 후반 ~ 20대 초반에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시설’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가로막
는 장벽으로 기능하지만, 이들의 생애사에서 시설이 갖는 의미는 다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시설은 가족 이외에 처음으로 접한 ‘사회생활’이었
다. 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 경험을 통해 그들은 집단적 정체성으로서 장애를 체험
했고, 가정 내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집단 내에서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시설 안팎
의 사회적 관계망과 새롭게 연결되었다.
•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이란 시설 내부의 동료관계는 물론이고, 시설
외부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도 포함한다. 이런 관계망을 통해 그들은 시설 밖
세상과 연결되어 삶의 전망을 새롭게 그려볼 수 있었다. 마침 90년대 후반부터 시설
비리 및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인권운동이 본격화되었고,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주체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가 된 자조조직(뇌성마비연구회 ᄇᆞ롬, 노들장애인야학 등)
들이 등장하여 시설 내 장애인들이 억압되
어 왔던 자기 권리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잇달아 벌어진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고 등에 대응하는 중증
장애인 당사자 조직의 물리적 저항을 통해 촉발되었다. 이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
진법 제정과 같은 입법적 성과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집단적 출현이라는 ‘과격
한 직접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공간적 구조가 얼마나 차별적인
것이었는지를 폭로함으로써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사회적 토대에 근본적인 의문
을 던지는 것이었다.
4. 생애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최근 들어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기억을 바탕으로 장애인운동의 흐름을 서술하려는 노
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도 이래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의
생애기록 작업은 장애인운동의 주요한 실천 양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록
물들은 장애 당사자의 삶을 피해자 혹은 투사로 집단화하고 정형화해왔던 전형성과 장애
인운동의 의제화 전략을 위한 보조 자료로 삼는 경향을 극복하고, 장애 당사자의 고유성을
복원하고 주체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생애기록의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역사화’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개인의 고유한 서사
를 드러내는 작업이 대중으로 하여금 장애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자극하고 장애인운동의
인식 확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곧 통시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
서의 장애인 운동사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장애인단체들이 공식/비공식적 형태로 발간한 장애인운동사 관련 문
헌들에서는 대체로 주요 정책의 변화, 전국 단위 우산조직들의 이합집산의 과정 정도가 논
의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 방식은 현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애인단체의 이해관
계에 따라 과거를 재단할 우려가 있으며, 그 결과 장애 당사자의 주체적 행위성, 개인과 사
회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 등은 논의에서 소거되고 맙니다. 쉽게 말해서 운동사 속에 진짜
사람의 이야기는 빠져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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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의 이야기, 제도와 정책의 이야기, 운동의 이념과 조직화에 대한 이야기가 씨
줄과 날줄이 엮이듯이 직조되는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역사 쓰기는 100%
역사가의 위치에 서 있을 때, 또는 반대로 100% 활동가의 위치에 서 있을 때에는 쓰여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활동가의 위치에서 역사 쓰기를 지향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의 성과가 바로 이 연구였고, 이번 공모
전에서 그 자부심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것 같아 자부심이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
다.
5. 과연 <현장지식×좋은연구>에 닿았을까?
제가 이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박사과정 진학을 결심했을 때, 주위 활동
가들에게 농담 삼아 하던 말이 있습니다. “나는 장애인운동의 어용 역사학자가 될 거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변명삼아 만들어낸 말이기도 했습니다. 박사과정 진학 결정을 활동가
의 길을 접고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과 나의 길은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파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객관성을 놓치지 않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 힘으로 입증해 보
이고 싶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현장지식×좋은연구> 공모전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제 스스로
설정한 이 기준에 얼마나 닿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작업이 ‘현장지식’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장애인운동 현장에 몸담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이동권 투쟁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연구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이 운
동의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이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좋은연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현
장의 운동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고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주는 연구가 아
니라면, (좀 나쁘게 말해서) 그저 현장지식을 착취하여 제 이력서에 한 줄을 늘려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유는 이와 같은 역사쓰기의 작업이 아직은 장애인운
동 현장의 욕구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작업은 당장 운동단체의 현안
사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단체의 00주년 행사를 앞두고 발간되는 백서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반론은 제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꼭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습
니다. 굳이 말하자면 ‘수요 없는 생산’이었던 셈이죠. 그렇다면 이 작업은 오직 저만의 지
적 호기심이 만들어낸 소산일 뿐인가, 이런 의문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의 역사쓰기에 대한 고민이 <현장지식×좋은연구>라는 선순환의 고
리에 닿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특히 소수자들의 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력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압받아 왔던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들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역사로 선언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
운동은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의 조각보를 만드는데 저의 연
구가 조금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애쓰며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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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김보미, 심기용, 한성진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2022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1.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연구하게 된 계기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성소수자로서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시민권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고, 일상에서도 쉽게 혐오와 차별에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UN 권고를 지속적으로 불수
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성소수자 인권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명목
이 연구는 우리 사회가 청년세대에 주목하지만, 청년세대를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하
는 청년담론에 비판적이고 실천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지향에서 수행됐다.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들
여다보고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인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다
움)은 ‘청년 성소수자의 삶’에 주목했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는 다움의 인권활동가
들이 2021년 진행한 청년 성소수자 3,911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50명의 면접조사를 토대로 작성
한 보고서이다. 보고서에는 조사 결과를 정체성/커뮤니티, 혐오/차별 경험, 구직과정/직장 경험, 코
로나19 등 7가지 주제로 정리하여 청년 성소수자의 인식과 경험을 다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결
론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변화가 시급한 가족, 교육, 군대, 의료, 국가통계 등 10개의 과
제를 제시한다.
심사위원회는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 의 심사요건인 현장성, 당사자성, 활용도 측면에서
이 연구가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고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3,911명과 그 절반
이 넘는 응답자가 추가 면접을 희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자들이 당초 목표했던 1,000명을 하
루에 뛰어넘었고, 약 3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 한국에서 지금까지 수행한 성소수자 연구 가운데 가
장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부족한 여건에서 당사자들로부터 연구의 필
요와 가치가 인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심사위원회는 동료활동가와 국내외 연구자들과의 토론
을 거쳐 섬세하게 연구방법이 설계된 점도 주요하게 평가하였다. 그 과정을 꼼꼼하게 보고서에 담아
조사가 가진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후속 연구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하였다. 국회와 단체 간
담회 등을 통해 조사결과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려는 점도 선정의 주요 이유로 삼았다. 심사위원회
는 우리 사회가 무수한 혐오발언과 차별을 숨죽인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길 희망하며, 귀한 연
구를 해준 연구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선정이유
&
하에 계속 나중에, 언젠가 논의해야 할 영역으로 방치되었다. 학교나 군대, 직장, 가족, 친
구관계에서도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을 경험했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지금까지도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전환치료’를 권유받거나 강요받기도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사회환경은 곧 성소수자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크게 영
향을 끼치고, 한국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은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성소수자 청소년의 취약성에 주목
하였고, 그 결과 또래 청소년에 비해 성소수자 청소년이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더 경험하거나,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더 노출되기 쉽다는 사실을 공론화할 수
있었다. 다움 활동가들도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살아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
들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면, 취약했던 청소년 시
기가 지나면 성소수자들은 안정화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성소수자들의 청년기는
어떠한가. 다움 활동가들이 청년 당사자였기에, 직감적으로 일반 청년과 성소수자 청년이
겪는 사회적 현실과 욕구가 다름을 알고 있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는 청년 취업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거리고, 청년기가 대체로 ‘자원
없음’ 혹은 ‘기회의 부재’, ‘경쟁사회 입문단계’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청년은 일
종의 취약계층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제도권에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기획한 청년정책 속에 성소수자 청년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대학, 군대, 기업, 취업문턱 등
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고려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성소수자 청년은 트랜스젠더가 아
닌 이성애자 남성/여성인 청년의 표상에 가려져 비가시화되었다. 일반 청년 인구에 대비
했을 때 성소수자 청년이 가진 고유의 욕구와 취약성이 분명 존재할 것임에도 이는 제도적
으로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았다.
특히 2020~2021년에 걸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전반
을 크게 위축시켰다. 주점, 축제, 소규모 사적모임을 기반으로 한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모
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아예 모임이 사라지거나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그 규모
나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위축되면서 성소수자 개인
은 쉽게 고립될 수 있었고, 이 고립된 환경이 성소수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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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런 사회적 조건들에서 다움 연구진은 청년 성소수자 연구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청년 성소수자의 특이성을 발굴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
였다. 그러나 청년 성소수자를 단순히 부정적 경험만 겪는 존재로 설정하고 싶지 않았고,
차별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욕구와 배경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로서 드러내고 싶
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움 연구조사의 결론에서는 차별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뿐 아니라, 청
년 성소수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이야기도 담을 수 있었다.
2. 연구조사 수행과 결과
본 연구조사는 총 3,911명의 청년 성소수자가 참여하였다. 연구조사의 대상은 한국에서
최근 10년간 거주한 만19세 이상 만34세 이하 청년이자 스스로 성소수자로서 정체화한 사
람이다. 설문조사는 2021년 8월 11일부터 8월 31일 한 차례 진행한 후, 표본이 부족했던
트랜스젠더만을 대상으로 9월 2일부터 9월 7일까지 추가로 실시하였다. 면접조사는 2021
년 9월부터 10월 사이 추가 면접조사에 동의한 설문조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2022년 2월 중간보고서를 바탕으로 권인숙·장혜영 및 여러 국회의원들과의 공동주최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국회토론회를 진행하였고, 같은 해 5월 17일 국제성소수
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여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결과보고서 제목은 한 면접조
사 참가자의 발언을 따서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짓게 되었다.
3. 연구조사 내용 요약
다움 연구진은 본 연구조사를 15가지 테마로 내용 요약하였다. 다음의 연구조사 내용 요
약은 본 연구조사의 ‘결론과 함의’ 부분을 줄이거나 수정하여 첨부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1) 청년 성소수자들의 성정체성 표현 다양화
청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 본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응답자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이 과거 다른 조
사들에 비해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 흔히 전통적인 성소수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범성애(팬섹슈얼), 퀴어, 무
성애(에이섹슈얼), 논바이너리와 젠더퀴어 등 성소수자 정체성의 다양한 분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범주 이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정체화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한국만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최근 해외 연구들도 유사하게 10대와 20
대의 젊은 성소수자들이 팬섹슈얼이나 논바이너리, 에이섹슈얼 등 전통적인 LGBT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정체화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성소수자 정체성의 다양화
는 향후 성소수자 대상 연구조사는 물론 커뮤니티와 법제도 차원 모두에서 복잡다단하고
새로운 필요에 맞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2) 강한 커밍아웃에 대한 욕구
방송인 홍석천과 하리수의 커밍아웃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커
밍아웃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성소수자에게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은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응답자의 88.2%는 ‘내가 성소수자인 것은 나에게 중요하
다’고 응답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만 하는 현실은 많은 청년 성소수자
에게 괴롭고도 지겨운 일일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을 잘하는데 성소수자로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약 61.6%가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꼽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차별과 폭력을 수반하는 정체성의 노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년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으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더욱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용한다’는 응답이 2014
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서는 10.8%에 불과했지만, 본 조사에서는
26.2%로 늘어났다.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불관용,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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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응답자 중 70.0%는 긍정적인 변화의 요인으로 ‘일상 속 성소수자들의 가시화’를 꼽
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커밍아웃, 또는 정체성의 노출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
신을 긍정하고자 하는 욕구 속에서 이것이 변화를 추동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엿
볼 수 있었다.
3) 모두가 안전한 커뮤니티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나’로 존재해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며, 정체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
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
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75.4%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게 어
렵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16.7%), 성소수자 중에서도 비주류인 정체
성 때문에 배척받을까봐 두려움(14.9%),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낙인 때문에(2.8%) 등
적지 않은 이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도 여러 위험과 배제가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었
다. 트랜스남성(36.0%)과 트랜스여성(29.4%), 논바이너리/젠더퀴어(39.5%), 에이섹슈얼
(35.8%)은 비주류인 정체성에 대한 배제를 크게 체감했고, 바이섹슈얼 남성은 상대적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23.8%). 이는 신분 노출 등 아웃팅
의 위험에 대한 걱정이 이들에게서 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66.9%).
트랜스혐오에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응답자의 36.4%
는 자신이 속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또, ‘트랜스여
성이 여대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응답자
의 81.4%,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의 84.1%가 ‘동의한다’고 답해 두 집단 사
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 일부 성소수자 당사자들 또한 트랜스여성의 여대 입학에 동의하
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청년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바라고 기대하는 바와 달
리 커뮤니티 안에 여러 배제와 갈등이 다소간 존재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상대적으로 비주
류의 정체성을 지닌 이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함께 어울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다
양한 노력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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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만연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 존중받는 환경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
다. 그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 약점으로 인지하고 아웃팅의 위험을 의식한다는 점
이 있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점을 일종의 약점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취약성은 일상 영역에서의 반복적인 차별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결과일 수 있다.
응답자 중 33.6%가 최근 1년 간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는데, 트랜스남성의
71%, 트랜스여성의 68.8%는 다른 성별정체성보다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의 비중이 두
배 가량 높았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도 트랜
스젠더 응답자는 높은 비율(85.2%)로 최근 1년 간 차별을 경험하였으며, 화장실, 구직 과
정,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차별 경험이 주로 보고되었다. 사회 전반에 공고한
성별이분법적 사고와 구조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
다.
청년 성소수자가 주로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에서 차별 경험이 높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
하다. 학생의 32.4%가 대학(원), 취업자의 26.8%가 직장, 무직/주부/구직 중인 자 중 20%
가 구직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했다.
5) 차별을 방관하는 국가
청년 성소수자들의 일상 속 차별 경험이 높다는 결과가 더욱 문제적인 것은 차별의 해결
과 피해 구제가 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85.7%나 피해를 신
고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53.0%), ‘신고할 가치가 없
다고 느껴져서(항상 일어나는 일이니까)’(53.0%), ‘내가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서’(38.6%), ‘사람들이 이 사건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28.6%) 등이다. 청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우리 사회가 자신이 겪은 차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를 적절하게 해결해 줄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차별을 신고
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로서 본인을 드러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성소
수자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유추되거나 공개될 수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는 차별을 겪어
도 신고하지 않고 그저 혼자서 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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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단지 직장과 학교 등의 공간 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차별 시정을 지원하는 자원이 부재하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
니다. 근본적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인권과 시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받아들
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문제인 셈이다. 설문참여자의 거의 대부분은 국회와 정부,
사법부 모두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고 응답했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았다.
6) 구직의 벽
성소수자 정체성은 청년 성소수자의 직업 선택 및 구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6.7%가 구직에 성소수자 정체성이 영
향을 미쳤다고 응답하였으며, 시스젠더에 비해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 62.9%, 트랜스남성 60.7%)
응답자
들에게 그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면접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현실 속에
서 마주해온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내
면화하여 특정 직업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트랜스젠더
응답자들은 성별에 따른 복장/유니폼, 두발 규정이 있는 직업은 재고의 여지 없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HIV 감염인 응답자들에게는 병적(兵籍) 사항으로 인한 고
용 차별과, 취직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병력정보의 공개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어려움은 응답자들의 구직 선호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스젠더 여성 응답자
의 경우 ‘여성이 많은 직장(57.9%)’을, 시스젠더 남성 응답자의 경우 ‘다양성이 존중되는
직장(36.1%)’을 가장 선호하였다.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젠더퀴어의 경우 ‘복장/두발
자율성이 보장되는 직장’, ‘성별에 따른 유니폼이 없는 직장’,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장’ 등
성별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직장을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7) 직장생활에서의 이중생활
노동 환경에서 성소수자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협소한 구직과정을 통과한 후, 직장생활에서도 성소수자 청년들은 고유한 어려움을 겪었
다. 급여를 받으며 고용되어 있는 응답자 1,371명 중 73.3%가 직장에서 본인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숨기거나 속였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직장에서 정체성을 은폐하거나 적극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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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게 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응답자의 42.5%는 직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전반적으
로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했으며, 20.7%는 동료가 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적
인 언행을 경험하는 것을 듣거나 보았고, 12.3%는 본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
적인 언행을 경험했다. 성소수자 청년들이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이중생활’은 성소수자 청년들에게 큰 스트레스이자 직업적
역량 발휘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직장에서 드러낸 여부와 무관하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남
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52.3%) 및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조심하면서 겪는 스
트레스(51.3%)를 겪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와 위축으로 인해 되도록 업무
이외의 직장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51.0%), 상사가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가급적 따르
고(46.3%) 있었다. 직장인 응답자의 42.1%는 이직을 고민하였고, 37.6%는 직장에 소속감
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근무하는 직장 내에 성소수자 관련 제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69.5%가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성소수자로서
직장생활을 잘 하는 데 필요로 하는 직장 내 요소로 ‘커밍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61.6%),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에 대한 구제절차나 기구 존재’(49.5%), 그리고 ‘직장 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교육프로그램’(36.9%)를 꼽았다.
8) 노동시장 속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가 구직 과정 및 직장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매우 크다.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전체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이 구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이들은 26.7%였는
데, 트랜스여성은 62.9%, 트랜스남성은 60.7%로 평균의 두 배를 상회했다. 논바이너리/
젠더퀴어 응답자도 42.5%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많은 트랜스젠더는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여성의 69.1%, 트랜스남성의 66.7%는
구직 과정에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점으로 인해 차별적인 대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
데, 트랜스여성의 17.9%는 트랜스젠더라는 점으로 인해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
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젠더 응답자들은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장이나 성별에 따른 유니폼이 없는 직장,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직장, 고향 친구나 동창 중 아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직장,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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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 객관적 자격(시험이나 자격증)
을 중시하는 직업 등을 선호하였는데, 이
는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선호가 크다
고 볼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 가운데 트랜스여성의 고용상태가 전반적으로 열역한 것으로 나
타났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보면, 상용직에 비해 임시직 또는 일용직, 전일제가 아닌 시간
제로 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주휴수당과 최저시급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또
한 다른 이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미래전망에서도 트랜스여성은
다른 청년 성소수자에 비해 몹시 부정적인 편이었다.
9) 불가피한 독립
청년 성소수자 평균적인 독립시기는 21.8세로, 꽤 이른 나이에 부모 및 가족으로부터
주거상 독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독립하였다고 응답한 응답자(1,784명)들 중 성적지
향 또는 성별정체성이 독립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달했다. 성별
정체성의 경우 이 영향이 상당히 컸는데, 트랜스여성의 경우 62.3%가, 트랜스남성의 경우
54.2%가 독립을 결정하는데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독립에 있어 성소수자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숨기는 것이 어려워 자유롭게 연애하기 위해서(49.9%), 퀴어임이 드러날 수 있는 물품을
숨기기 싫어서(33.3%),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
를 드러내서(31.8), 이성과의 연애나 결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괴로워서(22.7%), 성별
표현을 위한 각종 물건들을 숨기기 어려워서(17.5%), 그리고 커밍아웃/아웃팅 이후 부모
또는 형제와의 갈등(15.7%)과 폭력적인 언행 때문에(6.6%) 독립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응답자 중 독립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한 1,591명 중 자신
이 성소수자인 점이 독립을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3.2%으
로, 이미 독립한 청년 성소수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독립을 고려하게 된 이유와 양상
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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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위험한 건강상태
성소수자 청년들의 주관적 건강 상태와 정신 건강이 또래 청년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낮
게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청년 집
단 주관적 건강 상태 평균은 4.28, 2019년 「한국복지패널」의 19~34세 주관적 건강 상태
평균은 4.09인데 반해, 본 조사 응답자의 주관적 건강 상태는 전체 평균 3.3으로 보고되
었다. 이들 중 시스젠더 남성의 주관적 건강 상태가 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시스
젠더 여성이 3.2, 트랜스남성 3.1, 논바이너리/젠더퀴어 3.0, 트랜스여성 2.9 순으로, 정
체성별 차이를 보였다. 우울증 척도CES-D를 통해 확인한 정신 건강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8%가 최근 일주일 동안 우울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건강 상태 지표가 현재 건강 상태 및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기
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청년 성소수자들은 현재 한국 청년 평균 대비 건
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며 사망률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은 심각한 반면, 한국에
서 성소수자 건강 연구는 이제 막 태동하였으며 정책적 개입은 전무한 상황이다. 성소수
자 청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이 연구조
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11) 높은 자살위기
청년 성소수자의 건강 및 심리 상태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파악된 가운데 자살생각
과 자살시도에 대한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41.5%
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으며, 8.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적
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복지패널(2020)
이나 국민건강영양조사(2019)
의 만 19세~만 34
세 결과와 비교해보았을 때 거의 열 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트랜스젠더와 논바
이너리/젠더퀴어의 응답 수치가 심상치 않다. 트랜스여성의 58.7%, 트랜스남성의 59.7%,
논바이너리/젠더퀴어의 62.9%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으며, 실제
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 또한 다른 응답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트랜스여
성 응답자들 가운데 20.2%는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6 27
최근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온오프라인 상의 혐오표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이름이 알려진 여러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나는 등 트랜스젠더의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지점 중에서도 제
일 앞자리에 위치한 것 같다.
12) 재난 상황에서의 낙인에 대한 두려움
성정체성이 원치 않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강
화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전체 응답자의 63%가 ‘역학조사로 성소수
자 정체성이 원치 않게 밝혀지는 것’을 꼽았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엄격
한 동선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동선에서 만난 사람과 공간이 성소수자이거나 성소수
자 상업시설 등일 경우 확진자의 지인과 일터의 동료들이 그 사람의 성정체성을 추정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두려움이 무척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5월 초중순에 있었던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는 성소수
자들에게 크나큰 두려움과 상처를 남겼다. 이태원 게이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일
부 언론에서는 이 게이클럽의 이름, 위치와 특성 등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성
소수자, 특히 게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당시 확진되었던 성소수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정체성이 알려질 위기에 처했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비
난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 관해 다수의 면접참여자가 두려움, 슬픔, 분노를 느꼈다고 진술
했다.
13) 한국에서 못살겠다
97.1%의 청년 성소수자들이 ‘한국은 성소수자가 살기 안 좋다’고 응답하였다. 심지어
2014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와 비교하면 부정적 견해가 상승하였으
며 ‘매우 안 좋다’는 응답이 17%나 증가하였다.
거의 모든 응답자로부터 ‘한국에서 못 살겠다’는 답변이 모아진 데에는 우리 사회의 주
요한 권력 기관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거나 시정하기는 커녕 조장
한다는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
은 집단(조직)으로는 군대(91.4%), 국회(89.0%), 정부(88.4%), 국민의힘(83.1%), 사법부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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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경찰(82.3%), 언론매체(79.9%), 더불어민주당(71.9%)가 꼽혔다. 2014년에 비
해 이들 집단(조직) 모두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높아졌다.
14)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전체 응답자 중 약 95%가 동성결혼 또는 생활동반자 제도 중 최소 하나 이상 이용할 의
향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1인가구가 늘어나고, 초혼 연령이 높아
지고, 혼인 건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때문에 현재 청년세대는 결혼이나
가족결합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반면 본 조사에서는 파트너
십 제도에 대한 욕구와 요구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성소수자 관련 정책 중 가장 시급한 것 세 가지를 꼽으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도 2, 3
위로 나온 것이 ‘동성커플에 대한 법적 결혼 인정’(42.5%)과 ‘결혼이 아닌 동성커플을 위
한 파트너 관계 법적 인정’(38%)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의하면 청년 성소수자에 한해서
는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과 공동체 구성에 대
한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와 정책이 미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조사에서 무성애자 중 52.6%가 생활동반자법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
힌 것에서 생각해볼 수 있듯이, 파트너십이 꼭 성애를 기반으로 한 결합이 의미하지만 않
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을 넘어 더 다양한 결합관계를 위한 제
도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청년 성소수자들의 결혼제도에 대한 욕구 또한 낮은 편이 아니라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결혼제도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약 70%에 달할 정도
로 높았다. 면접참여자들은 동성결혼의 인정이 성소수자들에게 사회적으로 큰 상징일 뿐
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혼인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와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
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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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차별없는 사회, 평등한 시민권
성소수자로서 한국 사회에 어떤 점을 바라냐는 주관식 질문에 많은 응답자가 차별 없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이런 맥락에서 설문참여자의 대부분이 포
괄적 차별금지법을 가장한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밖에도 청년 성
소수자들이 바라는 정책적, 제도적 변화는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라
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수자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아갈 수 있도록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종식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화적
변화 또한 필수적이다.
4. 연구조사 후기
현재 다움의 연구조사는 활발하게 인용되고 있다. 다움 연구진은 본 연구조사가 더 많은
연구조사로 파생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다움 차원에서도 연구조사를 주제를
더 좁혀서도 진행하고, 또 이번처럼 포괄적인 주제로도 더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성소수자의 욕구와 실태를 조사하고, 이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여 사회가 반영하도록 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특히 면접조사에서 “이런 조사를 해주어서 고맙다”라는 반
응을 정말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사회적으로 발언할 기
회들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장을 마련하여 삶과 이야기를 모아내고, 그것이 사회적 변
화를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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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롬, 박지원, 문주현, 양예슬, 오로라, 장은지 /
시민건강연구소 젠더건강연구센터, 시민건강이슈, 2022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1. 낙태죄 폐지 집회에서 시작된 질문들
우리는 어떻게 성·재생산 건강 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18년
여름, 광화문에서 열렸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로 돌아간다. 비영리 민간연구소로 모두
의 건강할 권리를 옹호하는 연구 활동을 하는 시민건강연구소의 일원들은 2018년, “모두
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후 모낙폐)
의 제안에 연대하여 광화문에 모였다. 모낙폐는 헌
법재판소 판결이 진행 중이던 형법상 낙태죄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이를 폐지하라고 요구
하는 직접행동을 기획하면서 우리 연구소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시민건강연구소에서도 필
이 연구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의료적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는 임신중지
에 관한 이슈를 의료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임신중지 과정과 현황을 살펴보고 한
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재생산 건강운동’을 위한 과제를 파악했다. 연구를 수행한 시민건강연구
소 회원과 구성원 총 12인이 참여한 ‘재생산 건강 체계 개선 연구팀’은 2020년 5월부터 7월까지
의료제공자, 이용자, 그리고 이 분야의 활동가 총 28인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면담을 진행했다. 한
국사회에서 임신중지를 하기 까지 여성이 겪어야할 문제와 법적으로 여전히 제대로 된 공적 보장
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의료과정 상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현실을 담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AAAQ(Availabiltiy, Accessibility, Acceptability, Quality)보장 프레임워크에 따른 대안을 제
시하였다.
2022년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 심사위원회는 이 연구가 우리 사회에서 발굴이 쉽지 않은
내밀한 주제를 잘 수행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쉽지 않은 대상을 만나 사각
지대 이슈를 발굴했고, 이를 연구로 끌어냈다는 측면은 현장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실질적
인 발판을 ‘선도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또한 임신중지과정에 있어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함하여 처
음과 끝에 관한 지원과 내면의 선택 동기에 있어서 생각해보아야 할 이슈까지 다각적 분석을 시도했
다. 이를 바탕으로 구축되어야할 사회적 인프라도 제언하여 제도적 공백이 채워야할 부분을 제시하
고 있어 심사위원회는 이 연구가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로 선정하였다.
선정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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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의료서비스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운동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중지를 모
았고, 그렇게 우리는 위먼온웹Women on Web 대표이자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인 레베카
곰퍼츠가 모두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외치는 광화문 광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드는 집회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찾아 들어간 어느
술집에서 우리는 낙태죄 폐지 이후를 이야기했다. 형법상 낙태죄가 위헌판결을 받게 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산부인과에서 하는 음성적 임신중지 시술들이 합법
이 되는 걸까? 그럼 그냥 되는 건가? 건강보험 급여는? 임신중지 의약품은? 의료의 질은?
우리는 2010년부터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에서 활동해왔던 연구소에서도 여성 건강, 그중
에도 임신중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을 본격 연구하거나 다룬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새
삼 깨달았다. 비범죄화와 합법화는 그저 시작일 뿐이구나, 보건의료영역에서 임신중지를
필수의료로, 또 양질의 적합한 의료로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 긴데,
한국에선 무얼 했지? 아이쿠 이런. 좋은 임신중지 보장하기 위해 갈 길이 까마득하구나.
깜짝 놀란 우리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민건강연구소의 상근 연구원들이 공부한
내용을 출판한 보고서가 시민건강이슈 “임신중지와 재생산 정의: 선택을 넘어 권리로, 권
리를 넘어 정의로” 다. 여기에는 여성 건강권이라는 렌즈를 가지고 건강권과 임신중지의
교차점을 공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국제적 임신중지 합법화 운동의 과정을 살펴
보며 많은 여성이 지지하는 임신중지 합법화가 단지 임신중지 시술을 허하라는 요청을 넘
어 이 사회에서 여성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임을 알게 되었다. 임신중지
합법화 요구는 국가와 사회에게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보장을 요구하는 더 넓은 건강권 투쟁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
인 하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중요한 인권의 목록에 포함되
어 있다. 2019년 시민건강이슈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판결이 그 자체로 원치 않
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곤란함과 고통을 즉각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권
리 보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고, 더 좋은 의료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
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한국의 성·재생산 건강을 말하기 시작하는 단계
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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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임신중지를 의료로 보장하기 위한 고민
연구소가 조바심을 내며 공부를 시작했던 것처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임신중지를 필수
의료로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 관련 공부와 대비는 거의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글
을 작성하는 2022년 12월까지도 양질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모두에게 보장하기 위한 정책
과 공공서비스는 마련되지 않았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12월까지 합법적인 임신중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입법자들은 주어진 기한에서 2년
이 넘어가도록 임신중지와 관련한 법률 개정을 미뤄두고 있다. 입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명백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 논의를 비
롯해 좋은 의료를 위한 고민을 방기 중이다.
그러나 입법부와 행정부가 어떤 핑계를 대고,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든 변치 않는 사실
이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여성들은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 걸까?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니 되는
걸까? 이렇게 음성화된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던 시술은 통상의 의료와 어떻게 비슷하거나
다를까? 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2020년 우리 연구소 회원과 상근 구성원 총 12인이
참여하는 “재생산 건강체계 개선 연구팀”을 꾸렸다. 자율적인 기여와 참여를 요청하는 메
시지를 보고 모인 연구자들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주로 보건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생들로, 갓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신참 연구자인 필자가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의 건강 연구들이 성·재생산 건강을 어떻게 논의해왔는지 살펴보고,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했을 때 임신중지를 비롯한 여성 건강 보장을 위해 무엇이 어떻게 변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고민과 궁리가 많았던 만큼 공부할 내용이 많고 복잡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와 건강
권에 대한 지식에서 다루며 여러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성과 재생산 건강
영역에 속하는 여러 건강 필요(피임, 임신중지, 난임 등)
를 사회적 권리로 쌓아 올리는 과정은 다소
생소하고 신선했다. 원하는 시기에 임신하거나 하지 않고, 존엄하게 아이를 낳을 권리를
32 33
보장하자고 말하는 일은 “건강은 국력”이라고 진입로에 적혀있는 학교에서 배워왔던 틀과
꼴을 갖추는 데에 어쩐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임신중지 그 자체는 여성의 건강에, 삶
의 질에, 장기적인 삶의 성취와 기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지 역시 명확한 국내의
근거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이를 이해해야 할까? 한국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임신중지를 둘러싼 정치가 더욱 치열하다고들 하는 외국에서는 임신
중지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연구소의 연구들은 “건강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
를 주장하곤 했는데, “내 몸, 내 선택”my body my choice이라 외치는 임신중지 합법화 구호에
서 국가는 어떤 역할을 맡는 걸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여성
이라는 어떤 환상을 넘어섰을 때, 각자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
은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 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여성에서 임신중지는 어떻고, 파트너
로서 임신중지를 경험하는 남성이나 태아의 심각한 손상이 발견되어 임신중지를 선택하게
되는 부부들의 경험은 어떨까?
야심찬 목표와 질문의 다양함만큼이나 우리의 연구 진행 과정은 생각보다 더뎠고, 새롭
게 알게 된 내용을 틀을 갖춰 정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여러 질문과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 중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의료로서 임신중지를 어떻게 겪고 있는지 확인하
기 위해 의료제공자와 의료이용자, 시민사회활동가 총 28명을 면담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
2022년 10월에 출판한 보고서, “성·재생산 건강 연속 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
하기”이다.
3.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의료현장의 상황이 궁금하다
이 보고서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는 아마 의료제공자인 산부인과 의사, 그중에서도 임
신중지 시술을 제공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근래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 그리고 모낙폐 등 시민사회의 노력 덕택에 음성
적인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을 도와온 활동가들의 경험을 보여주는 말과 글들이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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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모낙폐의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나,2)
같은 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내
놓은 보고서3)
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임신중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을 담은 내용은 매우 드물었다.
2020년 1월 대한산부인과 학회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낙태법특별위원회”는 종설 논문
형태로 낙태죄 폐지 이후 의료 관련 이슈에 대한 입장을 출판했다.4)
여기에는 대체로 상급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며 중증의 태아와 산모를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저자
로 참여했는데, 약물 임신중지를 포함해 시술자를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하고, 의사가 비의
학적 사유의 낙태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시술만을 담당해야 하며,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0주 미만으로 제한해야 마땅하다는 등 국제적 여성 건강권 담론에 배치되는 내용들
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낙태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기 한참
전부터 낙태를 시술하는 동료 의사를 신고하겠다고 선언하여 유명해진 인물의 입장이 전
체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임신중지하러 대학 병원에 찾아가
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가? 우리는 비의학적 사유의 임신중절을 결정했을 때 사람들이 대게
찾아가게 되는 소위 로컬 산부인과 의사 일반이 학회의 입장을 공유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구체적인 궁금증도 많았다. “8주 임신중지 70만원, 이후 주수 1주 증가할 때마다 10만 원
씩 금액 추가” 이렇게 홍보하는 산부인과 블로그의 글은 무얼 기준으로 저런 비용을 매기
는 걸까? 한국에서 미페프리스톤이 승인허가가 안 되었는데, 병원에서 약으로 임신중지를
했다는 응답은 무얼 의미할까? 더불어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의료제공자들
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곤란함을 파악하는 것 역시 향후 한국에서 보편적인 임신중지 접
근을 높이기 위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2020년 5월부터 8월 사이 6명의 산부
인과 전문의, 11명의 임신중지 경험 여성, 그리고 11명의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
다. 먼저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이야기 먼저 정리해보자.
2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2021). 2021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 및 심층인터뷰 결과보고서.
3 김동식 · 동제연 · 김새롬 (2021).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4 최안나 외 . (2020). 낙태법 개정 관련 의료적 이슈와 산부인과의 입장 . 한국모자보건학회지 , 24(1),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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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야기
임신중절 시술을 하고 있다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섭외하는 일은 사실 막막한 일이다.
임신중지가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었던 시기의 경험을 말하는 일 역시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임신중지 합법화와 이후의 입법 과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치열해져 가는 상황
은 특히 더 그렇다. 거기에 더해 여성 건강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우리 연구팀)
을 만나 기꺼이 솔
직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하는 의사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우리가 면담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실, 기존에 임신중지 합법화를 옹호하는 활동에 참여했거나, 직접 정책옹호활
동에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일정하게 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이들이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산부인과 의사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낮고(20대~40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들과의 면담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사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그
자체는 의료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확실해진 것이 없고, 건
강보험이나 의료비에서 달라지는 내용이 없기에 그렇다. 형법상 낙태죄의 법률적 상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의료인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임신중지 합법
화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영역은 대학병원 보다는 임신중절이 중요한 수입원이 되는
개원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전반적으로 분만 건수가 줄어들면서 산부인과 병·의원이
규모를 키워 전문병원이 되거나, 분만을 포기하고 상업적 시술들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
는데, 이 중 후자에서 경쟁적으로 임신중절 시술 비용을 홍보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면담 참여자들의 예상은 실제 온라인 광고에서 다양하게 확인됐다.
두 번째 테마는 임신중절 시술과 관련한 의료제공자들의 법적·심리적 부담의 상당 부분이
시술에 대한 처벌 문제(지금은 사라진 형법의 낙태죄)
외에도 유전성 질환 등 태아의 건강문제와 관련하여
의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효력을 잃은 모자보건법 제14조 낙태죄 위법성 조각사유에서 유전되지 않는 태아의 건강 문
제는 본디 합법적인 임신중절의 사유가 아니었다. 이는 산전진찰 과정에서 태아의 건강상 문
제를 예측하지 못한 경우에도 의사들이 출생한 태아의 건강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부모로
부터 일정하게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다. 일부 면담참여자는 산부인과 의사 커
뮤니티에 부모의 결정에 따른 비의학적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을 때, 산전 진찰을 담당한 의
사에게 아이의 장애나 질병에 대한 책임이 돌려질 것에 대한 우려가 만연하다며 걱정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
그러나 이는 낙태가 불법으로 여겨질 때에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문제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장기 생존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의 경우에도 여성이
임신을 만삭까지 유지하고 분만과 예정된 태아의 사망을 겪어야만 한다고 강제하는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강요하는 법률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했
다. 하지만 이때의 “심각한 건강 문제”는 단순명료하게 결정할 수 없으며, 산전에 확인할
수 있는 태아의 건강 문제는 언제나 확률의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도출되는 세 번째 테마는 한국에서 건강 문제가 있는 태아의 임신중지
와 관련한 법·제도 및 사회적·문화적 고민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통상 생물학적으로 예
상되는 장애아 출생율과 한국에서 장애아 출생율을 비교하면 문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
다. 그랬을 때 한국은 “법률상 불법”이었던 장애아에 대한 임신중지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
루어지는 국가다. 그럼에도 연구 참여자들은 복잡한 건강 문제가 있는 태아를 임신한 여
성이 임신의 유지·종결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를 우려했다. 이
런 상황에 필요한 충분한 서비스(유전 상담, 상급 병원으로의 연계, 다학제적 진료,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등)
가 제공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온전히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태아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 사회적 고민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들을 참조하였을 때, 복잡한 건강 문
제를 가진 태아에 대한 의사결정 부담이 그의 부모나 산부인과 의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부
과되는 현재의 상황은 대단히 부정의하다. 보다 공적 방식으로 윤리적 논의를 거쳐 복잡한
건강 문제를 가진 태아의 임신 유지·종결 결정을 보조해야 한다.
네 번째 테마는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의사들의 입장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
이었다. 의료제공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혹은 다소 불편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임신중절시술에
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무는 평소 태아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진료하는 평소의 업
무와는 조금 결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의 선택을 옹호하는 의사라고 하더라
도 일정하게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표준화된 절차나 프로토콜이 없는 상황에
서 임신중절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임신 중기 이
36 37
후 배출된 태아의 관리와 후속 조치에 대한 고민, 의료기관 내에서 임신중절 시술에 참여
하는 다른 의료인들과의 소통,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로 임신중절(여아선별낙태, 사소하고 치명적이지 않은
건강 문제로 인한 임신중단 결정 등)
을 요청받았을 때의 난감함 등 임신중절 시술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들은 무척 많았다.
5.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
다음은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공유
해준 열한 명의 여성의 이야기는 다양했다. 원치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되어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도 있었고,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었지만 임신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약품을 복용하고 그 영향이 두려워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도 있었다.
해외에서 미페프리스톤(내과적 임신중지 의약품)
을 복용했던 여성도 포함되었지만, 국내에서 임신중
지를 한 여성 9인은 모두 수술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했다.
의료의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결론은 열한 명의 여성이 이용한 임신중지 서비스
의 방식이 매우 제각각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을 찾는 단계에
서부터 상황은 매우 달랐다.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친분 관계가 있는 의료인과 병원을 소
개받아 수월하게 찾아가는 경우부터 몇 번이고 거절을 당하고 수락하는 병원을 어렵게 구
하거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곽의 허름하고 사람 없는 병원을 찾은 여성
도 있었다. 시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상담과 수술 관련 동의서 작성, 보호자의 동의 요
구, 정서적 지지의 수준도 그 편차가 상당했다. 임시중절 시술 이후에 5일 동안 매일 병원
으로 오라고 안내받아 다닌 여성도 있었고, 수술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
하고, 시술 이후 한 번도 산부인과를 찾지 않았다는 여성도 있었다. 의료로서 임신중지가
표준화된 절차와 질 관리를 위한 조건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6. 여성의 성·재생산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
연구에서 면담한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여성 인권과 성·재생산 건강권을 옹호하며 이와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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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었다. 활동가들은 여성 당사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입장을 대
변하며 보다 열악한 상황의 여성들이 권리로서 임신중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해 왔기
에 우리 연구의 면담참여자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활동가들에 대한 면담은 평균보다 더 필
요 수준이 높고high-need 임신중지가 더 큰 위기가 되는high-ri 여성의 경험을 확인할 수 있
는 간접적인 접근인 셈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임신중지 비용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필요한 비용을
100만 원이고 200만 원이고 구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곤경에 빠지는 여성들은 언제나 있다. 특히 본인의 소득이 없는 여성들, 청
소년이거나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자신이 원치 않는 임
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보호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에게 양질의 좋은 의료와 존중,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문화적 낙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의
료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좋은 의료를 제공하려면 어떤 서비스 공급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또한, 이 때 임신중지
서비스의 질에 대한 고민은 더 복잡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하는 교차
적인 접근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결혼이주여성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임신중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7.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다소 황당한 일들을 겪었
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연구참여자를 자신이 직접 면담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달라는 기자
의 요청을 받거나, 여성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힘들다, 일선 의료현장은 혼란이 가득하다는
동의하기 어려운 요약으로 연구 결과가 보도되는 등의 일을 겪으며 속이 상하고 후회스러
웠다. 그렇게까지 글을 못 쓴 걸까? 언론은, 혹은 언론이 상정하는 독자들은 피해자가 되는
38 39
여성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은 나쁜 정부-상술하였듯 한국에서 임신중지의 문제는 단
지 가이드라인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에만 관심이 있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좀 더 넓은 공간을 향해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건
강의 문제를 말할 기회도 얻었다. 여성학을 연구하는 대학의 집담회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
하거나, 재생산 권리에 대한 책을 작성하는 데에 원고를 요청받거나 하는 등이다. 사단법
인 시민에서 개최한 제1회 <현장지식X좋은연구> 공모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
어 연구 결과를 2023년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게 된 것도 새로 얻은 기
회 중 하나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와 현장을 다루는 쟁쟁한 연구 중 하
나로 포함되어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고 기쁘다.
비록 이 글에서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지만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건강의 문제는 모든 사
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전면적인 공론화와 정치화가 이루어진 미
국 등의 상황과 달리, 한국에서 성·재생산 정치는 아직 수면 아래 감춰져 있다. 분명 정책
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가족과 친구 다수가 임신중지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곤란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어떤 남성 정치인도 임신중지의 문제
를 진지하며 고민하며 누구에게나 모욕과 수치 없이 좋은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
다 약속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가장 친밀한 파트너에게도 자신
의 임신중지 경험과 권리를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임신중지의 맥락을 더
많이 말하고 더 잘 드러내는 활동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향한 우
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고, 현장에서 시작하는 지식과 이에 기반한 활동이 한국의 성·재
생산 정치를 바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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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찬, 최양순 / 서울특별시50플러스재단, 50+당사자연구공모사업, 2021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1. 연구의 필요성
• 50+세대의 일자리 참여는 지속적으로 증가
»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50세 이
상 65세 미만 장년층의 일자리 참여 독려
» 서울시는 장년층을 ‘50+세대’로 지칭하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위 조례를 근거
로 ‘50+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
»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일자리 참여자는 2016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이 연구는 당사자 참여연구이다. 당사자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여 스스로 일자리 경험을 통해 일
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생생활의 변화를 살펴보고, 공공일자리 참여가 50+세대에게 줄 수 있
는 의미와 이러한 노동의 경험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사업 현황
뿐만 아니라 희망돌보미 사업의 효과성제고방안도 함께 제언하고 있다. 희망돌보미 사업이 50+세
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라는 단편적인 사업 성과에서 벗어나 일을 하는 경험을 통
해 참여자 삶의 전반이 향상될 수 있는 지원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함에 대한 필요성을 함께 제시하
고 있다. 연구방법은 사업 참여대상자 심층면담과 문헌조사로 수행되었으며 심층면담은 2021년 5
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었다.
심사위원회는 본 연구가 <현장지식×좋은연구> 라는 취지에 맞게 현장을 중심에 두고 수행되었
음을 밝히고자 한다. 현장 참여자가 스스로 사업을 경험하고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있어 더욱 생경
한 이슈와 대안을 마련한 점, 이는 당사자 연구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며 현장의 고민이 충분히 담
겨 있다는 점에서 시사할 만하다. 이러한 연구의 기획은 중간지원조직이 현장과 정책을 잇는 가교
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는 점도 고려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구성
이 20대 책임연구원과 50대 공동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여 세대 간 노동과 삶의 가치를 논의했다는
점도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도로 판단되어 본 연구를 선정하였다.
선정이유
40 41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총 2,027명이 일자리사업에 참여
» 이 외에도 앙코르 전직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창업창직 지원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
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 각각 1,059명, 220건을 기록
• 다양한 기관에서 50+세대 일자리사업 진행
»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지난 2010년부터 일자리창출 기본계획·세부
계획을 근거로 임대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일자리사업인 ‘희망돌보미 사업’ 추진
» 고령층 참여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50+세대가 희망
돌보미 사업에 참여
» SH공사의 경우, 희망돌보미 사업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대주택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일
자리사업 역시 확대될 가능성 제고
» 서울시 공공주택 공급이 SH공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SH공사 임대
주택과 이에 따른 입주민 일자리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
2. 연구의 목적
• 노동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측면에서 희망돌보미 사업이 지닌 특성을 논의
» 연구자는 희망돌보미 사업을 개인적으로 경험했으며, 노동의 가치와 일상생활 변
화를 인식
» 이를 통해, 희망돌보미 사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참여자들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
향을 살펴보고, 50+세대의 일자리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도출에 기여
• 공공일자리 참여자가 느끼는 가치 탐색의 필요성 제기
» 공공일자리는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 참여자의 관점이 아닌, 노인 빈곤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주를 이루며, 50+세대의 공공일자
리 참여는 그들의 성취감이나 자아실현의 측면에서 한계 존재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
» 50+세대가 참여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희망돌보
미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참여자가 느끼는 노동의 가치를 발견하여 공공일자리가
전달하는 다양한 가치를 논의
•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을 청취하여 일 경험의 가치 발견
» 연구자는 희망돌보미 사업에 참여하여 환경관리 업무를 수행하였고, 깨끗해진 거
리와 아파트 단지를 보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낌
» 연구자 개인의 경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한 자아실현, 내적 만족감
제고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에 주목,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제기
» 심층면접을 통해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의 가치를 탐색하고 다른
공공일자리 사업과 구별되는 특성을 도출하여 지금까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경제
적 지원을 중심으로 복지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한계를 극복
3. 연구의 내용
•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과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 내용 구성
» 연구 진행을 통해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고 개인적 체험 논의
»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사업 참여 동기, 느낀점 등
을 논의
» 또한 경제적, 개인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의 가치를 발견, 희망돌보미 사
업이 지닌 특성을 도출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 이후,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행동의 변화, 생각이나 관점의
변화를 발견
» 20대의 시각에서 50+세대의 일과 삶의 가치를 관찰하여 20대의 관점을 투영한 분
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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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구의 방법
• 본 연구는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고, 문헌조사
도 함께 수행
• 심층면담은 반구조화된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구조화된 면담과 비구조화된 면
담의 중간 성격을 띠는 방식으로 면담 진행
• 면담 대상자 참여 선정은 지인의 소개와 추천을 받아 눈덩이 표집(Snowballing
Sampling) 방법을 채택하여 풍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
• 문헌조사의 경우, SH공사 희망돌보미 사업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시복지재단, LH토지주택연구원 등의 자료를 활용
<그림 1> 연구분석틀(Framework)
자료 읽기/정리
개방 코딩: 연구 문제와 관련된 자료에 표시 및 이름 부여
범주화: 코딩된 자료를 범주 및 하위 속성으로 분류
범주 확인: 구성된 범주를 코딩 전 원자료와 비교하면서 범주 확인 및 수정
분석적 메모 쓰기
전사 작업(transcribing)
반복적 비교
반복적 비교
귀납적 과점
연역적 과정
1차~3차 코딩
연구 결과 재현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
5. 결론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을 들으며, 희망돌보미 사업의 특성 발굴
» 심층면담 결과, 사업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환경관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보람
과 뿌듯함을 경험
» 청소 업무의 특성상, 청소 이후의 깨끗해진 모습을 가시적이고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보람을 지속적으로 경험
» 특히, 희망돌보미 사업이 임대주택 단지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동네
주민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개
인이 느끼는 보람 제고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경험
» 사업 참여자는 환경관리 업무를 하며, 일상생활에서의 행동 변화를 인식
» 업무시간 이외에도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달하며, 가
족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사업 이전과는 다른 행동 양식
을 보임
» 관점 및 생각의 경우, 희망돌보미 사업에 참여하며 다른 일자리사업 참여에 관한 관
심과 자신감이 생김
» 희망돌보미 사업은 다른 일자리사업 진입을 위한 디딤돌로 작용, 스스로 노동을 지
속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전달
• 희망돌보미 사업은 기존 연구가 논의한 일자리사업과 다른 특성이 존재, 참여자들
은 다른 일자리에 비해 보람을 더 많이 느끼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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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2 3 08 09 17 30 40 47 60 73 83 98 106 1. 프롤로그 1-1. 인사말 1-2. 취지와 경과 2. 선정이유와 선정작 내용 요약 2-1.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2-2.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2-3.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2-4.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2-5. 한국의 노조파괴, 원인과 과제에 대한 기초연구: 유형별사례연 구를 중심으로 2-6. 비가시화된 위험과 존재들: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2-7. 세상을 바꾸는 비폭력의 힘: 평화운동이 궁금한 시민들을 위한 안내서 2-8. 환경오염피해의 역학적 인정과정과 행위자들의 대응:익산장 점마을 비료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2-9. 여성노동자들의 일터와 삶을 가로지르는 복합차별 2-10. 플랫폼 배달경제를 뒷받침하는 즉시성의 문화와 그림자 노동 3. 에필로그 3-1. 컨퍼런스 세션요약 04 05 06 117 118 목차 &
  • 5. 4 5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 사단법인 시민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현장지식×좋은연구> 공모전은 모두가 아는 유명한 상이어서 영예롭거나 큰 상금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묵묵히 현장을 읽고 세 상을 바꾸는 연구를 수행하는 여러분들께 드리는 우리의 작은 격려입니다. 현장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에 관심과 관찰의 끈을 놓지 않으며,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연 구로 현장을 읽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기후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사회갈등 등 우리 앞에 놓은 난제는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회구조에서 뻗어 나온 결과이기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 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환적 사회혁신의 출발점을 현장에서 시작된 문 제의식과 실험적이고 실천적인 활동에서 찾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시작된 연구와 실천적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라며, <현장 지식x좋은연구>가 이론과 실천의 분리, 현장과 지식의 단절을 넘어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는 실천적 연구활동과 그 결과물을 모으고, 또 서로를 이어주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 겠습니다. 2023년 1월 양 혁 승 <현장지식x좋은연구>에 선정된 연구와 연구자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사말
  • 6. & 취지와 경과 <현장지식×좋은연구>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현장연구, 실행연구, 참여연구, 공동연 구, 학습과 실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대안지식의 생산과 공유를 지향하고, 전환적 사회 혁신을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실천적 연구 활동과 그 결과물을 의미합니다. 사단법인 시민은 공개 추천과 자체 발굴 과정(10월 1일~10월 28일) 을 거쳐 <현장지식×좋은연 구> 공모전에 총 237편의 연구 결과물을 취합했습니다. <현장지식×좋은연구>의 취지에 부합하는 연구 성과가 많아 10편을 선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정위원회는 현장 성, 당사자성과 주체성, 공동연구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 그리고 사회적 함의와 활용도에 주목해 최종 선정을 마쳤습니다.(12월 7일) <현장지식×좋은연구>에 선정된 연구자들은 “2023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제주, 2023년 1월 9일~11일) 세션에서 참여하여 선정작 시상식과 발표회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지식×좋은연구>의 성과를 축적하고 지식 공유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선정이유와 선정된 연구의 문제의식, 주요 내용, 학문적 · 사회적 반응과 활용, 성찰과 후기 등이 담긴 e-book 을 제작했습니다. 앞으로 <현장지식과 좋은연구>가 다양한 영역에서 그리고 사회 곳곳에 서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김소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김유리 (서울시NPO지원센터 정책팀장),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박배균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장), 이영재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이영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장) 선정위원회 구성 선정위원 간사 업무지원 김승순(사단법인 시민 실장)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박지훈 (중앙대학교 중앙사학연구소 연구교수)
  • 7. 6 7 [ 선정결과 ] 제목 저자 발행기관 발행연도 바쿼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하금철 서울시 NPO지원센터 2020 나 같은 사람이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정성조, 김보미 심기용, 한성진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2022 성·재생산건강 연속기획I : 임신중지를 의료에서 보장하기 김새롬, 박지원 문주현, 양예슬 오로라, 장은지 (사)시민건강연구소 2022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문예찬, 최양순 서울시 50플러스재단 2021 한국의 노조파괴, 원인과 과제에 대한 기초연구 : 유형별 사례연구를 중심으로 류한승 서울시 NPO지원센터 2019 비가시화된 위험과 존재들 :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김우창 재단법인 숲과나눔 2022 세상을 바꾸는 비폭력의 힘 : 평화운동이 궁금한 시민들을 위한 안내서 이용석 서울시 NPO지원센터 2019 환경오염피해의 역학적 인정과정과 행위자들의 대응 : 익산장점마을 비교공장 사례를 중심으로 김도균 한국NGO학회 2021 여성노동자들의 일터를 삶과 가로지르는 복합차별 한국여성 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2022 플랫폼 배달경제를 뒷받침하는 즉시성의 문화와 그림자 노동 박수민 비판사회학회 2021
  • 9. 8 9 하금철 / 서울시NPO지원센터, 활력향연, 2020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1. 연구의 계기 저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인야학 교사, 장애인단체 활동가, 장애인언론 기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으로 일해왔습니다. 그 사이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 료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의 1차적인 정체성은 ‘장애인운동 활동가’였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가진 가장 큰 관심사 역시 장애와 빈곤, 수용시설 등이었습니다. 수 용시설 문제로 석사논문을 마친 후, 지난 10여년 간 활동하면서 곁에서 지켜봤던 장애인 운동 동료들의 활동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2019년 ‘8-90년대 장애인운동 활동가 구술채록 사업’을 통해 그 첫 사회운동적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가 있다. 현장-사람-삶-처지에 대한 이해가 바로 그 것이다. 이것이 빠진 사회운동이 성공한 예를 보기 어렵다. 도식화된 이념적 목표와 그것을 정당화 한 담론에 기초해 현실을 먼저 재단하고, 물리쳐야 할 적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상의 세계에 고립시 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로서 정당론과 갈등론의 대가인 샤츠슈나이더는 민주주의 를 위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민주주의가 있다고 했다. 당연한 것 같은데, 사회운동 과정에서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원리이기도 하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는 사회운동이 그런 실책을 범하지 않기 위해 혹은 교정하기 위해서 는 어찌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제시해준다. 사회운동의 시작과 끝은 ‘사람의 삶’이며, 그 과정은 다름 아닌 ‘주체되기’라는 것을. 특히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에서 주목할 것은 생애사적 접근 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삶과 고통과 희망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 위한 것은 생애에 관한 ‘서 사(이야기)’이며, 그 생애에 걸쳐 겪고 접한 체험과 느낌과 지식이 실천적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사 회운동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등장과정이 바로 주체되기이기 때문이다. 생애사적 접근 은 사회운동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그들의 삶과 우리 사는 세계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으로 조명 할 때 유의미한 인간적-사회적 실천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선정이유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10. & 발을 뗐습니다. 장애인운동 형성 초창기의, 주로 소아마비 장애인 활동가들의 구술을 바탕 으로 장애인운동 역사 기록 작업을 시작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와 함께 80년대 후반부 터 발행되었던 장애계 신문인 ‘장애인복지신문’과 계간지 ‘함께걸음’ 기사를 수집, 정리하 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걸, 행상, 노점 등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소위 ‘영세 장애인’ 문제가 장애인운동사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 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8-90년대 영세 장애인의 현실과 이에 대한 장애인운동 의 대응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소논문 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에 후속작업으로 2000년대를 전후하여 태동한 장애인 이동권 투쟁 의 역사를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생애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서울시NPO지원센터의 ‘2020활력향연’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바퀴자 국을 역사에 새기다: 뇌성마비 장애인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1년 지하철 4호 선 오이도역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추락 참사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장애인이동권 연대의 지하철 선로 및 버스 점거 투쟁이었습니다. 이는 기존의 진보적 사회운동조차 인식 하지 못했던 권리 항목들을 사회적으로 가시화시키는 중요한 계기였고, 전반적인 사회운 동의 침체기 속에서도 유독 돋보인 급진적인 직접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동 사 담론 속에서 이러한 변화는 단지 2001년에 갑작스럽게 터진 리프트 추락참사에 의한 우연적인 사건으로만 설명되었고, 전통적인 계급 또는 민족 모순에 얽매이지 않는 신사회 운동의 한 조류 정도로 이해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자기 삶을 이 운동의 현장에 온전히 쏟 아냈던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가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동권 투쟁으로 처음 가시화된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적 출현에 담긴 역사적, 사회 적, 개인사적 의미를 온전히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목표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이동 권 투쟁으로부터 장애인운동을 시작했던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작 업이 시작되었습니다.1) 1 하금철, 「‘앵벌이 장애인’의 외침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8~90년대 영세 장애인 문제와 장애인운동의 대응」, 기억과전망 제42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2020.
  • 11. 10 11 2. 왜 생애사인가? 근본적으로 장애인운동사 연구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성찰 하기 위해서’라는, 일반적으로 역사연구의 필요성으로서 제기되는 아주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과거 속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가 하 는 점입니다. 각 시기별 운동이 만들어낸 정책적 성과와 이를 주도한 굵직한 단체들의 연 혁을 중심으로 한 기억과 평가 역시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적어도 ‘운동사’라면 이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겪은 생애사의 계기적 사건들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은 가족 이외의 사회적 소속단위(학교, 직장, 각종 지역사회 조 직 참여 등) 를 갖지 못한 채 고립과 차별 속에 살아야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가족으로부터도 버 려져서 시설에 수용되어 살아야 하는 장애인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장애인이 자신 의 차별 경험을 드러내고 사회화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통로가 차단되어 있었다는 것 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고립되어 있던 장애인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 이 겪고 있는 일들이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어떤 사회적 접촉으로 인해 적극적 인 직접행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생애사적 계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 습의 장애인운동을 형성케 했는지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질문들을 처음으로 연구에 적용해 본 것은 8~90년대 장애인운동 활동가 구술 채록 사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구술채록에서 만난 활동가들은 주로 소아마비 장애인이 었습니다. 이들은 보행이 어려워 여러 가지 사회적 장벽을 느끼고 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다른 장애유형에 비하면 학교교육을 받는데 있어서는 비교적 어려움이 크지 않았고 유년 기 또래 집단 안에서 자신의 장애를 의식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생 애사적 전환점으로서 차별 경험은 주로 대학 진학 또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벌어졌습 니다. 한편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소아마비 장애인들의 경우, 육영수 여사의 후원으로 1975년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설립한 ‘정립회관’을 통해 또래 장애학생들과 활발히 교류하 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지 장애학생들 간의 친목 형성뿐만 아니라 80년대 의 급진적 사회운동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80년대 들어 ‘장 애인문제연구회 울림터’ 등 다양한 청년장애인운동조직을 건설하게 됩니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12. & 하지만, 이러한 경증 소아마비 장애인들의 생애경험은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에게는 낯 선 현실이었습니다. 교육의 측면만 보자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8년에 실시한 장애 인실태조사 결과에는 전체 장애인 중 49.5%의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로 나타납 니다. 울림터와 같은 대학 학생회 문화에 기반한 청년장애인운동조직의 등장은 소아마비 장애인의 증가라는 시대적 조건과 이들에 대한 제한적인 고등교육 기회 보장이 가능해진 예외적 기회구조 속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이동권 투쟁의 주축이 되었던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은 8~90년 대 소아마비 경증 장애인 중심의 활동가들과는 사뭇 다른 생애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애경험이 독특한 사회적 접촉을 가능케 하면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만 들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당대의 장애인운동사 기록에 있어서 생애사 연구는 필 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 뇌성마비 장애인의 생애사 경험의 특수성 뇌성마비腦性麻痺, Cerebral Palsy는 출생 전후 아직 뇌가 미성숙한 시기에 생기는 뇌의 병변 에 의해 발생하는 운동기능 장애를 총칭하는 단어로, 보행 상의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물론 사회적 현상으로서 장애인운 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굳이 특정 장애 유형에만 집중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 도 뇌성마비 장애인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수치적으로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 하지만) 이들이 이동권 투쟁 촉발로 가시화된 중증장애인 집단 중에서도 나름 상징성을 가 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뇌성마비 장애인 4인의 구술 및 생애기록을 수집했습니다. 이들 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이동권 투쟁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2명 은 당사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구술을 채록했고, 다른 1명은 언어장애가 심해 인터뷰를 진 행할 수 없어 본인이 그간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글(A4 20여 페이지 분량) 을 제공받아 인터뷰를 대 체했습니다. 나머지 1명은 2002년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단식 농성 끝에 사망했는 데, 그의 생애 기록은 평전과 언론 기사 등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를 참고했습니다. 이외에
  • 13. 12 13 도 90년대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조직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뇌성마비연구회 ᄇᆞ롬’ 창 립멤버 3명과 비장애인 활동가 2명을 인터뷰했으며, 장애인운동에 직접 관련을 맺지는 않 았지만 뇌성마비 관련 각종 복지체계와 연결된 삶을 살았던 당사자 1명과 필담을 통한 인 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파악한, 2000년대 이동권 투쟁을 계기로 장애인운동에 참여하게 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생애사적 경험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무살이 될 때까지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고,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검정고시 를 통해 학력을 취득할 수 있었다. 이는 학교교육을 통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생애 주기를 살아갈 전망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은 검정고시와 같은 우 회로를 통해 성인기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장애인복지제도와 연결되기 시 작했다. • 정부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전국적으로 장애인복지 관 설치 및 장애인직업재활 사업 등을 추진했으며, 장애인거주시설도 더욱 확대 설 치했다. 이는 분명 장애에 대한 재활모델에 기반한 차별적인 제도들이었지만, 가정 이외의 공식적 장애인복지 전달체계가 처음으로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본 연구의 생애사 조사 대상자 4명은 10대 후반 ~ 20대 초반에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시설’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가로막 는 장벽으로 기능하지만, 이들의 생애사에서 시설이 갖는 의미는 다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시설은 가족 이외에 처음으로 접한 ‘사회생활’이었 다. 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 경험을 통해 그들은 집단적 정체성으로서 장애를 체험 했고, 가정 내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집단 내에서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시설 안팎 의 사회적 관계망과 새롭게 연결되었다. •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이란 시설 내부의 동료관계는 물론이고, 시설 외부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도 포함한다. 이런 관계망을 통해 그들은 시설 밖 세상과 연결되어 삶의 전망을 새롭게 그려볼 수 있었다. 마침 90년대 후반부터 시설 비리 및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인권운동이 본격화되었고,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주체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14. & 가 된 자조조직(뇌성마비연구회 ᄇᆞ롬, 노들장애인야학 등) 들이 등장하여 시설 내 장애인들이 억압되 어 왔던 자기 권리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잇달아 벌어진 지하철 리프트 추락 사고 등에 대응하는 중증 장애인 당사자 조직의 물리적 저항을 통해 촉발되었다. 이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 진법 제정과 같은 입법적 성과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집단적 출현이라는 ‘과격 한 직접행동’을 통해 사람들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공간적 구조가 얼마나 차별적인 것이었는지를 폭로함으로써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사회적 토대에 근본적인 의문 을 던지는 것이었다. 4. 생애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최근 들어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기억을 바탕으로 장애인운동의 흐름을 서술하려는 노 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도 이래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탈시설 장애인들의 생애기록 작업은 장애인운동의 주요한 실천 양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록 물들은 장애 당사자의 삶을 피해자 혹은 투사로 집단화하고 정형화해왔던 전형성과 장애 인운동의 의제화 전략을 위한 보조 자료로 삼는 경향을 극복하고, 장애 당사자의 고유성을 복원하고 주체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생애기록의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역사화’ 작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개인의 고유한 서사 를 드러내는 작업이 대중으로 하여금 장애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자극하고 장애인운동의 인식 확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곧 통시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 서의 장애인 운동사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장애인단체들이 공식/비공식적 형태로 발간한 장애인운동사 관련 문 헌들에서는 대체로 주요 정책의 변화, 전국 단위 우산조직들의 이합집산의 과정 정도가 논 의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 방식은 현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애인단체의 이해관 계에 따라 과거를 재단할 우려가 있으며, 그 결과 장애 당사자의 주체적 행위성, 개인과 사 회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 등은 논의에서 소거되고 맙니다. 쉽게 말해서 운동사 속에 진짜 사람의 이야기는 빠져 있는 것입니다.
  • 15. 14 15 저는 사람의 이야기, 제도와 정책의 이야기, 운동의 이념과 조직화에 대한 이야기가 씨 줄과 날줄이 엮이듯이 직조되는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역사 쓰기는 100% 역사가의 위치에 서 있을 때, 또는 반대로 100% 활동가의 위치에 서 있을 때에는 쓰여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활동가의 위치에서 역사 쓰기를 지향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의 성과가 바로 이 연구였고, 이번 공모 전에서 그 자부심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것 같아 자부심이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 다. 5. 과연 <현장지식×좋은연구>에 닿았을까? 제가 이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박사과정 진학을 결심했을 때, 주위 활동 가들에게 농담 삼아 하던 말이 있습니다. “나는 장애인운동의 어용 역사학자가 될 거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변명삼아 만들어낸 말이기도 했습니다. 박사과정 진학 결정을 활동가 의 길을 접고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과 나의 길은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파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객관성을 놓치지 않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 힘으로 입증해 보 이고 싶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현장지식×좋은연구> 공모전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제 스스로 설정한 이 기준에 얼마나 닿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작업이 ‘현장지식’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장애인운동 현장에 몸담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이동권 투쟁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연구가 시작되었고, 지금도 이 운 동의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이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좋은연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현 장의 운동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고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주는 연구가 아 니라면, (좀 나쁘게 말해서) 그저 현장지식을 착취하여 제 이력서에 한 줄을 늘려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퀴자국을 역사에 새기다 : 뇌성마비 장애인 운동 형성 과정에 대한 생애사적 연구
  • 16. &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유는 이와 같은 역사쓰기의 작업이 아직은 장애인운 동 현장의 욕구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작업은 당장 운동단체의 현안 사업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단체의 00주년 행사를 앞두고 발간되는 백서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반론은 제기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꼭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습 니다. 굳이 말하자면 ‘수요 없는 생산’이었던 셈이죠. 그렇다면 이 작업은 오직 저만의 지 적 호기심이 만들어낸 소산일 뿐인가, 이런 의문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저의 역사쓰기에 대한 고민이 <현장지식×좋은연구>라는 선순환의 고 리에 닿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특히 소수자들의 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력은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압받아 왔던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이야기들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 역사로 선언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 운동은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의 조각보를 만드는데 저의 연 구가 조금의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애쓰며 살아가겠습니다. 원문읽기 & QR
  • 17. 16 17 정성조, 김보미, 심기용, 한성진 /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2022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1.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연구하게 된 계기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성소수자로서 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시민권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고, 일상에서도 쉽게 혐오와 차별에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UN 권고를 지속적으로 불수 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성소수자 인권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명목 이 연구는 우리 사회가 청년세대에 주목하지만, 청년세대를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하 는 청년담론에 비판적이고 실천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지향에서 수행됐다. 청년 성소수자의 삶을 들 여다보고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인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다 움)은 ‘청년 성소수자의 삶’에 주목했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는 다움의 인권활동가 들이 2021년 진행한 청년 성소수자 3,911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50명의 면접조사를 토대로 작성 한 보고서이다. 보고서에는 조사 결과를 정체성/커뮤니티, 혐오/차별 경험, 구직과정/직장 경험, 코 로나19 등 7가지 주제로 정리하여 청년 성소수자의 인식과 경험을 다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결 론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변화가 시급한 가족, 교육, 군대, 의료, 국가통계 등 10개의 과 제를 제시한다. 심사위원회는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 의 심사요건인 현장성, 당사자성, 활용도 측면에서 이 연구가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고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3,911명과 그 절반 이 넘는 응답자가 추가 면접을 희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자들이 당초 목표했던 1,000명을 하 루에 뛰어넘었고, 약 3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 한국에서 지금까지 수행한 성소수자 연구 가운데 가 장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부족한 여건에서 당사자들로부터 연구의 필 요와 가치가 인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심사위원회는 동료활동가와 국내외 연구자들과의 토론 을 거쳐 섬세하게 연구방법이 설계된 점도 주요하게 평가하였다. 그 과정을 꼼꼼하게 보고서에 담아 조사가 가진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후속 연구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하였다. 국회와 단체 간 담회 등을 통해 조사결과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려는 점도 선정의 주요 이유로 삼았다. 심사위원회 는 우리 사회가 무수한 혐오발언과 차별을 숨죽인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길 희망하며, 귀한 연 구를 해준 연구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선정이유
  • 18. & 하에 계속 나중에, 언젠가 논의해야 할 영역으로 방치되었다. 학교나 군대, 직장, 가족, 친 구관계에서도 성소수자들은 혐오와 차별을 경험했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지금까지도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전환치료’를 권유받거나 강요받기도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사회환경은 곧 성소수자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크게 영 향을 끼치고, 한국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은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성소수자 청소년의 취약성에 주목 하였고, 그 결과 또래 청소년에 비해 성소수자 청소년이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과 혐오를 더 경험하거나,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더 노출되기 쉽다는 사실을 공론화할 수 있었다. 다움 활동가들도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살아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 들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면, 취약했던 청소년 시 기가 지나면 성소수자들은 안정화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성소수자들의 청년기는 어떠한가. 다움 활동가들이 청년 당사자였기에, 직감적으로 일반 청년과 성소수자 청년이 겪는 사회적 현실과 욕구가 다름을 알고 있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는 청년 취업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거리고, 청년기가 대체로 ‘자원 없음’ 혹은 ‘기회의 부재’, ‘경쟁사회 입문단계’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청년은 일 종의 취약계층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제도권에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기획한 청년정책 속에 성소수자 청년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대학, 군대, 기업, 취업문턱 등 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고려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성소수자 청년은 트랜스젠더가 아 닌 이성애자 남성/여성인 청년의 표상에 가려져 비가시화되었다. 일반 청년 인구에 대비 했을 때 성소수자 청년이 가진 고유의 욕구와 취약성이 분명 존재할 것임에도 이는 제도적 으로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았다. 특히 2020~2021년에 걸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전반 을 크게 위축시켰다. 주점, 축제, 소규모 사적모임을 기반으로 한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모 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아예 모임이 사라지거나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그 규모 나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위축되면서 성소수자 개인 은 쉽게 고립될 수 있었고, 이 고립된 환경이 성소수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 19. 18 19 2021년 이런 사회적 조건들에서 다움 연구진은 청년 성소수자 연구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청년 성소수자의 특이성을 발굴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 였다. 그러나 청년 성소수자를 단순히 부정적 경험만 겪는 존재로 설정하고 싶지 않았고, 차별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욕구와 배경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로서 드러내고 싶 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움 연구조사의 결론에서는 차별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뿐 아니라, 청 년 성소수자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이야기도 담을 수 있었다. 2. 연구조사 수행과 결과 본 연구조사는 총 3,911명의 청년 성소수자가 참여하였다. 연구조사의 대상은 한국에서 최근 10년간 거주한 만19세 이상 만34세 이하 청년이자 스스로 성소수자로서 정체화한 사 람이다. 설문조사는 2021년 8월 11일부터 8월 31일 한 차례 진행한 후, 표본이 부족했던 트랜스젠더만을 대상으로 9월 2일부터 9월 7일까지 추가로 실시하였다. 면접조사는 2021 년 9월부터 10월 사이 추가 면접조사에 동의한 설문조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2022년 2월 중간보고서를 바탕으로 권인숙·장혜영 및 여러 국회의원들과의 공동주최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국회토론회를 진행하였고, 같은 해 5월 17일 국제성소수 자혐오반대의날을 맞이하여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결과보고서 제목은 한 면접조 사 참가자의 발언을 따서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짓게 되었다. 3. 연구조사 내용 요약 다움 연구진은 본 연구조사를 15가지 테마로 내용 요약하였다. 다음의 연구조사 내용 요 약은 본 연구조사의 ‘결론과 함의’ 부분을 줄이거나 수정하여 첨부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20. & 1) 청년 성소수자들의 성정체성 표현 다양화 청년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 본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응답자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이 과거 다른 조 사들에 비해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 흔히 전통적인 성소수자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범성애(팬섹슈얼), 퀴어, 무 성애(에이섹슈얼), 논바이너리와 젠더퀴어 등 성소수자 정체성의 다양한 분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 범주 이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정체화하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한국만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최근 해외 연구들도 유사하게 10대와 20 대의 젊은 성소수자들이 팬섹슈얼이나 논바이너리, 에이섹슈얼 등 전통적인 LGBT 범주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의 정체화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성소수자 정체성의 다양화 는 향후 성소수자 대상 연구조사는 물론 커뮤니티와 법제도 차원 모두에서 복잡다단하고 새로운 필요에 맞는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2) 강한 커밍아웃에 대한 욕구 방송인 홍석천과 하리수의 커밍아웃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커 밍아웃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성소수자에게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은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응답자의 88.2%는 ‘내가 성소수자인 것은 나에게 중요하 다’고 응답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만 하는 현실은 많은 청년 성소수자 에게 괴롭고도 지겨운 일일 수밖에 없다. 직장생활을 잘하는데 성소수자로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약 61.6%가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꼽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차별과 폭력을 수반하는 정체성의 노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년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으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더욱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정체성을 드러내고 사용한다’는 응답이 2014 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서는 10.8%에 불과했지만, 본 조사에서는 26.2%로 늘어났다.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불관용,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답
  • 21. 20 21 변한 응답자 중 70.0%는 긍정적인 변화의 요인으로 ‘일상 속 성소수자들의 가시화’를 꼽 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커밍아웃, 또는 정체성의 노출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 신을 긍정하고자 하는 욕구 속에서 이것이 변화를 추동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인식을 엿 볼 수 있었다. 3) 모두가 안전한 커뮤니티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나’로 존재해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며, 정체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 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 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75.4%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게 어 렵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16.7%), 성소수자 중에서도 비주류인 정체 성 때문에 배척받을까봐 두려움(14.9%),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낙인 때문에(2.8%) 등 적지 않은 이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도 여러 위험과 배제가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었 다. 트랜스남성(36.0%)과 트랜스여성(29.4%), 논바이너리/젠더퀴어(39.5%), 에이섹슈얼 (35.8%)은 비주류인 정체성에 대한 배제를 크게 체감했고, 바이섹슈얼 남성은 상대적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23.8%). 이는 신분 노출 등 아웃팅 의 위험에 대한 걱정이 이들에게서 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66.9%). 트랜스혐오에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응답자의 36.4% 는 자신이 속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또, ‘트랜스여 성이 여대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답한 응답자 의 81.4%,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의 84.1%가 ‘동의한다’고 답해 두 집단 사 이에 큰 차이가 없었고, 일부 성소수자 당사자들 또한 트랜스여성의 여대 입학에 동의하 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청년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바라고 기대하는 바와 달 리 커뮤니티 안에 여러 배제와 갈등이 다소간 존재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상대적으로 비주 류의 정체성을 지닌 이들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함께 어울리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다 양한 노력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22. & 4) 일상적인 차별과 혐오 만연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 존중받는 환경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 다. 그 이유로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적 약점으로 인지하고 아웃팅의 위험을 의식한다는 점 이 있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점을 일종의 약점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취약성은 일상 영역에서의 반복적인 차별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결과일 수 있다. 응답자 중 33.6%가 최근 1년 간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는데, 트랜스남성의 71%, 트랜스여성의 68.8%는 다른 성별정체성보다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의 비중이 두 배 가량 높았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도 트랜 스젠더 응답자는 높은 비율(85.2%)로 최근 1년 간 차별을 경험하였으며, 화장실, 구직 과 정,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차별 경험이 주로 보고되었다. 사회 전반에 공고한 성별이분법적 사고와 구조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였 다. 청년 성소수자가 주로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에서 차별 경험이 높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 하다. 학생의 32.4%가 대학(원), 취업자의 26.8%가 직장, 무직/주부/구직 중인 자 중 20% 가 구직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했다. 5) 차별을 방관하는 국가 청년 성소수자들의 일상 속 차별 경험이 높다는 결과가 더욱 문제적인 것은 차별의 해결 과 피해 구제가 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차별을 경험한 사람 중 85.7%나 피해를 신 고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53.0%), ‘신고할 가치가 없 다고 느껴져서(항상 일어나는 일이니까)’(53.0%), ‘내가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서’(38.6%), ‘사람들이 이 사건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28.6%) 등이다. 청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우리 사회가 자신이 겪은 차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를 적절하게 해결해 줄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차별을 신고 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로서 본인을 드러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성소 수자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유추되거나 공개될 수 있다. 그래서 성소수자는 차별을 겪어 도 신고하지 않고 그저 혼자서 앓을 뿐이다.
  • 23. 22 23 “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은 단지 직장과 학교 등의 공간 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차별 시정을 지원하는 자원이 부재하다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 니다. 근본적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인권과 시민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받아들 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문제인 셈이다. 설문참여자의 거의 대부분은 국회와 정부, 사법부 모두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고 응답했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았다. 6) 구직의 벽 성소수자 정체성은 청년 성소수자의 직업 선택 및 구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26.7%가 구직에 성소수자 정체성이 영 향을 미쳤다고 응답하였으며, 시스젠더에 비해 트랜스젠더(트랜스여성 62.9%, 트랜스남성 60.7%) 응답자 들에게 그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면접참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현실 속에 서 마주해온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내 면화하여 특정 직업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트랜스젠더 응답자들은 성별에 따른 복장/유니폼, 두발 규정이 있는 직업은 재고의 여지 없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HIV 감염인 응답자들에게는 병적(兵籍) 사항으로 인한 고 용 차별과, 취직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병력정보의 공개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어려움은 응답자들의 구직 선호 경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스젠더 여성 응답자 의 경우 ‘여성이 많은 직장(57.9%)’을, 시스젠더 남성 응답자의 경우 ‘다양성이 존중되는 직장(36.1%)’을 가장 선호하였다.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젠더퀴어의 경우 ‘복장/두발 자율성이 보장되는 직장’, ‘성별에 따른 유니폼이 없는 직장’,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장’ 등 성별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직장을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7) 직장생활에서의 이중생활 노동 환경에서 성소수자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렵사리 협소한 구직과정을 통과한 후, 직장생활에서도 성소수자 청년들은 고유한 어려움을 겪었 다. 급여를 받으며 고용되어 있는 응답자 1,371명 중 73.3%가 직장에서 본인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숨기거나 속였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직장에서 정체성을 은폐하거나 적극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24. & 부정하게 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응답자의 42.5%는 직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전반적으 로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했으며, 20.7%는 동료가 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적 인 언행을 경험하는 것을 듣거나 보았고, 12.3%는 본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 적인 언행을 경험했다. 성소수자 청년들이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이중생활’은 성소수자 청년들에게 큰 스트레스이자 직업적 역량 발휘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직장에서 드러낸 여부와 무관하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남 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52.3%) 및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조심하면서 겪는 스 트레스(51.3%)를 겪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와 위축으로 인해 되도록 업무 이외의 직장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51.0%), 상사가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가급적 따르 고(46.3%) 있었다. 직장인 응답자의 42.1%는 이직을 고민하였고, 37.6%는 직장에 소속감 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 성소수자들에게 근무하는 직장 내에 성소수자 관련 제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69.5%가 관련 정책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성소수자로서 직장생활을 잘 하는 데 필요로 하는 직장 내 요소로 ‘커밍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61.6%),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에 대한 구제절차나 기구 존재’(49.5%), 그리고 ‘직장 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교육프로그램’(36.9%)를 꼽았다. 8) 노동시장 속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가 구직 과정 및 직장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은 매우 크다.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전체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이 구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이들은 26.7%였는 데, 트랜스여성은 62.9%, 트랜스남성은 60.7%로 평균의 두 배를 상회했다. 논바이너리/ 젠더퀴어 응답자도 42.5%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많은 트랜스젠더는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여성의 69.1%, 트랜스남성의 66.7%는 구직 과정에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점으로 인해 차별적인 대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 데, 트랜스여성의 17.9%는 트랜스젠더라는 점으로 인해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 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젠더 응답자들은 혼자 일할 수 있는 직장이나 성별에 따른 유니폼이 없는 직장,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직장, 고향 친구나 동창 중 아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직장, 재
  • 25. 24 25 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 객관적 자격(시험이나 자격증) 을 중시하는 직업 등을 선호하였는데, 이 는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선호가 크다 고 볼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 가운데 트랜스여성의 고용상태가 전반적으로 열역한 것으로 나 타났다. 전체 평균과 비교해보면, 상용직에 비해 임시직 또는 일용직, 전일제가 아닌 시간 제로 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주휴수당과 최저시급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 또 한 다른 이들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미래전망에서도 트랜스여성은 다른 청년 성소수자에 비해 몹시 부정적인 편이었다. 9) 불가피한 독립 청년 성소수자 평균적인 독립시기는 21.8세로, 꽤 이른 나이에 부모 및 가족으로부터 주거상 독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독립하였다고 응답한 응답자(1,784명)들 중 성적지 향 또는 성별정체성이 독립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달했다. 성별 정체성의 경우 이 영향이 상당히 컸는데, 트랜스여성의 경우 62.3%가, 트랜스남성의 경우 54.2%가 독립을 결정하는데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독립에 있어 성소수자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파트너와의 관계를 숨기는 것이 어려워 자유롭게 연애하기 위해서(49.9%), 퀴어임이 드러날 수 있는 물품을 숨기기 싫어서(33.3%),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 를 드러내서(31.8), 이성과의 연애나 결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괴로워서(22.7%), 성별 표현을 위한 각종 물건들을 숨기기 어려워서(17.5%), 그리고 커밍아웃/아웃팅 이후 부모 또는 형제와의 갈등(15.7%)과 폭력적인 언행 때문에(6.6%) 독립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응답자 중 독립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한 1,591명 중 자신 이 성소수자인 점이 독립을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3.2%으 로, 이미 독립한 청년 성소수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독립을 고려하게 된 이유와 양상 은 유사하게 나타났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26. & 10) 위험한 건강상태 성소수자 청년들의 주관적 건강 상태와 정신 건강이 또래 청년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낮 게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청년 집 단 주관적 건강 상태 평균은 4.28, 2019년 「한국복지패널」의 19~34세 주관적 건강 상태 평균은 4.09인데 반해, 본 조사 응답자의 주관적 건강 상태는 전체 평균 3.3으로 보고되 었다. 이들 중 시스젠더 남성의 주관적 건강 상태가 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며, 시스 젠더 여성이 3.2, 트랜스남성 3.1, 논바이너리/젠더퀴어 3.0, 트랜스여성 2.9 순으로, 정 체성별 차이를 보였다. 우울증 척도CES-D를 통해 확인한 정신 건강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8%가 최근 일주일 동안 우울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건강 상태 지표가 현재 건강 상태 및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기 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청년 성소수자들은 현재 한국 청년 평균 대비 건 강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며 사망률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은 심각한 반면, 한국에 서 성소수자 건강 연구는 이제 막 태동하였으며 정책적 개입은 전무한 상황이다. 성소수 자 청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이 연구조 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11) 높은 자살위기 청년 성소수자의 건강 및 심리 상태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파악된 가운데 자살생각 과 자살시도에 대한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41.5% 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으며, 8.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해본 적 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복지패널(2020) 이나 국민건강영양조사(2019) 의 만 19세~만 34 세 결과와 비교해보았을 때 거의 열 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트랜스젠더와 논바 이너리/젠더퀴어의 응답 수치가 심상치 않다. 트랜스여성의 58.7%, 트랜스남성의 59.7%, 논바이너리/젠더퀴어의 62.9%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으며, 실제 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 또한 다른 응답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트랜스여 성 응답자들 가운데 20.2%는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 27. 26 27 최근에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온오프라인 상의 혐오표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이름이 알려진 여러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나는 등 트랜스젠더의 자살 문제는 우리 사회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지점 중에서도 제 일 앞자리에 위치한 것 같다. 12) 재난 상황에서의 낙인에 대한 두려움 성정체성이 원치 않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강 화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전체 응답자의 63%가 ‘역학조사로 성소수 자 정체성이 원치 않게 밝혀지는 것’을 꼽았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엄격 한 동선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동선에서 만난 사람과 공간이 성소수자이거나 성소수 자 상업시설 등일 경우 확진자의 지인과 일터의 동료들이 그 사람의 성정체성을 추정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두려움이 무척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0년 5월 초중순에 있었던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는 성소수 자들에게 크나큰 두려움과 상처를 남겼다. 이태원 게이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일 부 언론에서는 이 게이클럽의 이름, 위치와 특성 등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성 소수자, 특히 게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당시 확진되었던 성소수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정체성이 알려질 위기에 처했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비 난을 받았다. 해당 사건에 관해 다수의 면접참여자가 두려움, 슬픔, 분노를 느꼈다고 진술 했다. 13) 한국에서 못살겠다 97.1%의 청년 성소수자들이 ‘한국은 성소수자가 살기 안 좋다’고 응답하였다. 심지어 2014년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와 비교하면 부정적 견해가 상승하였으 며 ‘매우 안 좋다’는 응답이 17%나 증가하였다. 거의 모든 응답자로부터 ‘한국에서 못 살겠다’는 답변이 모아진 데에는 우리 사회의 주 요한 권력 기관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거나 시정하기는 커녕 조장 한다는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 은 집단(조직)으로는 군대(91.4%), 국회(89.0%), 정부(88.4%), 국민의힘(83.1%), 사법부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28. & (82.4%), 경찰(82.3%), 언론매체(79.9%), 더불어민주당(71.9%)가 꼽혔다. 2014년에 비 해 이들 집단(조직) 모두가 성소수자에게 비우호적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높아졌다. 14)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전체 응답자 중 약 95%가 동성결혼 또는 생활동반자 제도 중 최소 하나 이상 이용할 의 향이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1인가구가 늘어나고, 초혼 연령이 높아 지고, 혼인 건수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때문에 현재 청년세대는 결혼이나 가족결합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반면 본 조사에서는 파트너 십 제도에 대한 욕구와 요구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성소수자 관련 정책 중 가장 시급한 것 세 가지를 꼽으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도 2, 3 위로 나온 것이 ‘동성커플에 대한 법적 결혼 인정’(42.5%)과 ‘결혼이 아닌 동성커플을 위 한 파트너 관계 법적 인정’(38%)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의하면 청년 성소수자에 한해서 는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과 공동체 구성에 대 한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와 정책이 미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조사에서 무성애자 중 52.6%가 생활동반자법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 힌 것에서 생각해볼 수 있듯이, 파트너십이 꼭 성애를 기반으로 한 결합이 의미하지만 않 는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을 넘어 더 다양한 결합관계를 위한 제 도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청년 성소수자들의 결혼제도에 대한 욕구 또한 낮은 편이 아니라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결혼제도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약 70%에 달할 정도 로 높았다. 면접참여자들은 동성결혼의 인정이 성소수자들에게 사회적으로 큰 상징일 뿐 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혼인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와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 적했다.
  • 29. 28 29 원문읽기 & QR 15) 차별없는 사회, 평등한 시민권 성소수자로서 한국 사회에 어떤 점을 바라냐는 주관식 질문에 많은 응답자가 차별 없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이런 맥락에서 설문참여자의 대부분이 포 괄적 차별금지법을 가장한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밖에도 청년 성 소수자들이 바라는 정책적, 제도적 변화는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라 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성소수자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 아갈 수 있도록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종식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화적 변화 또한 필수적이다. 4. 연구조사 후기 현재 다움의 연구조사는 활발하게 인용되고 있다. 다움 연구진은 본 연구조사가 더 많은 연구조사로 파생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다움 차원에서도 연구조사를 주제를 더 좁혀서도 진행하고, 또 이번처럼 포괄적인 주제로도 더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성소수자의 욕구와 실태를 조사하고, 이 이야기들을 잘 정리하여 사회가 반영하도록 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특히 면접조사에서 “이런 조사를 해주어서 고맙다”라는 반 응을 정말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로서 사회적으로 발언할 기 회들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장을 마련하여 삶과 이야기를 모아내고, 그것이 사회적 변 화를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구나 :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 30. & 김새롬, 박지원, 문주현, 양예슬, 오로라, 장은지 / 시민건강연구소 젠더건강연구센터, 시민건강이슈, 2022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1. 낙태죄 폐지 집회에서 시작된 질문들 우리는 어떻게 성·재생산 건강 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2018년 여름, 광화문에서 열렸던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로 돌아간다. 비영리 민간연구소로 모두 의 건강할 권리를 옹호하는 연구 활동을 하는 시민건강연구소의 일원들은 2018년, “모두 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후 모낙폐) 의 제안에 연대하여 광화문에 모였다. 모낙폐는 헌 법재판소 판결이 진행 중이던 형법상 낙태죄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이를 폐지하라고 요구 하는 직접행동을 기획하면서 우리 연구소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시민건강연구소에서도 필 이 연구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의료적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는 임신중지 에 관한 이슈를 의료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임신중지 과정과 현황을 살펴보고 한 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재생산 건강운동’을 위한 과제를 파악했다. 연구를 수행한 시민건강연구 소 회원과 구성원 총 12인이 참여한 ‘재생산 건강 체계 개선 연구팀’은 2020년 5월부터 7월까지 의료제공자, 이용자, 그리고 이 분야의 활동가 총 28인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면담을 진행했다. 한 국사회에서 임신중지를 하기 까지 여성이 겪어야할 문제와 법적으로 여전히 제대로 된 공적 보장 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의료과정 상의 모든 이해관계자의 현실을 담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AAAQ(Availabiltiy, Accessibility, Acceptability, Quality)보장 프레임워크에 따른 대안을 제 시하였다. 2022년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 심사위원회는 이 연구가 우리 사회에서 발굴이 쉽지 않은 내밀한 주제를 잘 수행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쉽지 않은 대상을 만나 사각 지대 이슈를 발굴했고, 이를 연구로 끌어냈다는 측면은 현장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실질적 인 발판을 ‘선도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또한 임신중지과정에 있어 이해관계자 모두를 포함하여 처 음과 끝에 관한 지원과 내면의 선택 동기에 있어서 생각해보아야 할 이슈까지 다각적 분석을 시도했 다. 이를 바탕으로 구축되어야할 사회적 인프라도 제언하여 제도적 공백이 채워야할 부분을 제시하 고 있어 심사위원회는 이 연구가 제1회 <현장지식×좋은연구>로 선정하였다. 선정이유
  • 31. 30 31 수 의료서비스로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는 운동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중지를 모 았고, 그렇게 우리는 위먼온웹Women on Web 대표이자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인 레베카 곰퍼츠가 모두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외치는 광화문 광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드는 집회를 마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찾아 들어간 어느 술집에서 우리는 낙태죄 폐지 이후를 이야기했다. 형법상 낙태죄가 위헌판결을 받게 되면,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산부인과에서 하는 음성적 임신중지 시술들이 합법 이 되는 걸까? 그럼 그냥 되는 건가? 건강보험 급여는? 임신중지 의약품은? 의료의 질은? 우리는 2010년부터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에서 활동해왔던 연구소에서도 여성 건강, 그중 에도 임신중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을 본격 연구하거나 다룬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새 삼 깨달았다. 비범죄화와 합법화는 그저 시작일 뿐이구나, 보건의료영역에서 임신중지를 필수의료로, 또 양질의 적합한 의료로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전 세계적으로 긴데, 한국에선 무얼 했지? 아이쿠 이런. 좋은 임신중지 보장하기 위해 갈 길이 까마득하구나. 깜짝 놀란 우리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민건강연구소의 상근 연구원들이 공부한 내용을 출판한 보고서가 시민건강이슈 “임신중지와 재생산 정의: 선택을 넘어 권리로, 권 리를 넘어 정의로” 다. 여기에는 여성 건강권이라는 렌즈를 가지고 건강권과 임신중지의 교차점을 공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국제적 임신중지 합법화 운동의 과정을 살펴 보며 많은 여성이 지지하는 임신중지 합법화가 단지 임신중지 시술을 허하라는 요청을 넘 어 이 사회에서 여성이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임을 알게 되었다. 임신중지 합법화 요구는 국가와 사회에게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보장을 요구하는 더 넓은 건강권 투쟁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 인 하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중요한 인권의 목록에 포함되 어 있다. 2019년 시민건강이슈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판결이 그 자체로 원치 않 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곤란함과 고통을 즉각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권 리 보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고, 더 좋은 의료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 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한국의 성·재생산 건강을 말하기 시작하는 단계 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 32. & 2.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임신중지를 의료로 보장하기 위한 고민 연구소가 조바심을 내며 공부를 시작했던 것처럼, 한국 사회 전반에서 임신중지를 필수 의료로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 관련 공부와 대비는 거의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글 을 작성하는 2022년 12월까지도 양질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모두에게 보장하기 위한 정책 과 공공서비스는 마련되지 않았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12월까지 합법적인 임신중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입법자들은 주어진 기한에서 2년 이 넘어가도록 임신중지와 관련한 법률 개정을 미뤄두고 있다. 입법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명백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 논의를 비 롯해 좋은 의료를 위한 고민을 방기 중이다. 그러나 입법부와 행정부가 어떤 핑계를 대고,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든 변치 않는 사실 이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여성들은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 걸까?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니 되는 걸까? 이렇게 음성화된 영역에서 이루어져 왔던 시술은 통상의 의료와 어떻게 비슷하거나 다를까? 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2020년 우리 연구소 회원과 상근 구성원 총 12인이 참여하는 “재생산 건강체계 개선 연구팀”을 꾸렸다. 자율적인 기여와 참여를 요청하는 메 시지를 보고 모인 연구자들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주로 보건학을 공부하는 대학원 생들로, 갓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신참 연구자인 필자가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의 건강 연구들이 성·재생산 건강을 어떻게 논의해왔는지 살펴보고,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를 고려했을 때 임신중지를 비롯한 여성 건강 보장을 위해 무엇이 어떻게 변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고민과 궁리가 많았던 만큼 공부할 내용이 많고 복잡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와 건강 권에 대한 지식에서 다루며 여러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성과 재생산 건강 영역에 속하는 여러 건강 필요(피임, 임신중지, 난임 등) 를 사회적 권리로 쌓아 올리는 과정은 다소 생소하고 신선했다. 원하는 시기에 임신하거나 하지 않고, 존엄하게 아이를 낳을 권리를
  • 33. 32 33 보장하자고 말하는 일은 “건강은 국력”이라고 진입로에 적혀있는 학교에서 배워왔던 틀과 꼴을 갖추는 데에 어쩐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임신중지 그 자체는 여성의 건강에, 삶 의 질에, 장기적인 삶의 성취와 기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지 역시 명확한 국내의 근거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입장과 관점을 가지고 이를 이해해야 할까? 한국의 상황이 이러하다면 임신중지를 둘러싼 정치가 더욱 치열하다고들 하는 외국에서는 임신 중지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연구소의 연구들은 “건강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 를 주장하곤 했는데, “내 몸, 내 선택”my body my choice이라 외치는 임신중지 합법화 구호에 서 국가는 어떤 역할을 맡는 걸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여성 이라는 어떤 환상을 넘어섰을 때, 각자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여성들 은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 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여성에서 임신중지는 어떻고, 파트너 로서 임신중지를 경험하는 남성이나 태아의 심각한 손상이 발견되어 임신중지를 선택하게 되는 부부들의 경험은 어떨까? 야심찬 목표와 질문의 다양함만큼이나 우리의 연구 진행 과정은 생각보다 더뎠고, 새롭 게 알게 된 내용을 틀을 갖춰 정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여러 질문과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 중 구체적으로 사람들이 의료로서 임신중지를 어떻게 겪고 있는지 확인하 기 위해 의료제공자와 의료이용자, 시민사회활동가 총 28명을 면담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 2022년 10월에 출판한 보고서, “성·재생산 건강 연속 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 하기”이다. 3.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의료현장의 상황이 궁금하다 이 보고서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는 아마 의료제공자인 산부인과 의사, 그중에서도 임 신중지 시술을 제공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근래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 그리고 모낙폐 등 시민사회의 노력 덕택에 음성 적인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을 도와온 활동가들의 경험을 보여주는 말과 글들이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 34. & 2021년 모낙폐의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나,2) 같은 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내 놓은 보고서3) 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임신중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입장을 담은 내용은 매우 드물었다. 2020년 1월 대한산부인과 학회 등이 공동으로 구성한 “낙태법특별위원회”는 종설 논문 형태로 낙태죄 폐지 이후 의료 관련 이슈에 대한 입장을 출판했다.4) 여기에는 대체로 상급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며 중증의 태아와 산모를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저자 로 참여했는데, 약물 임신중지를 포함해 시술자를 산부인과 의사로 한정하고, 의사가 비의 학적 사유의 낙태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시술만을 담당해야 하며,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0주 미만으로 제한해야 마땅하다는 등 국제적 여성 건강권 담론에 배치되는 내용들 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낙태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무르익기 한참 전부터 낙태를 시술하는 동료 의사를 신고하겠다고 선언하여 유명해진 인물의 입장이 전 체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 임신중지하러 대학 병원에 찾아가 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가? 우리는 비의학적 사유의 임신중절을 결정했을 때 사람들이 대게 찾아가게 되는 소위 로컬 산부인과 의사 일반이 학회의 입장을 공유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구체적인 궁금증도 많았다. “8주 임신중지 70만원, 이후 주수 1주 증가할 때마다 10만 원 씩 금액 추가” 이렇게 홍보하는 산부인과 블로그의 글은 무얼 기준으로 저런 비용을 매기 는 걸까? 한국에서 미페프리스톤이 승인허가가 안 되었는데, 병원에서 약으로 임신중지를 했다는 응답은 무얼 의미할까? 더불어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의료제공자들 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곤란함을 파악하는 것 역시 향후 한국에서 보편적인 임신중지 접 근을 높이기 위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2020년 5월부터 8월 사이 6명의 산부 인과 전문의, 11명의 임신중지 경험 여성, 그리고 11명의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 다. 먼저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이야기 먼저 정리해보자. 2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2021). 2021 임신중지 경험 설문·실태조사 및 심층인터뷰 결과보고서. 3 김동식 · 동제연 · 김새롬 (2021).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의료접근성 제고방안 연구”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4 최안나 외 . (2020). 낙태법 개정 관련 의료적 이슈와 산부인과의 입장 . 한국모자보건학회지 , 24(1), 9-17.
  • 35. 34 35 4.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야기 임신중절 시술을 하고 있다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섭외하는 일은 사실 막막한 일이다. 임신중지가 형법상 처벌의 대상이었던 시기의 경험을 말하는 일 역시 다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임신중지 합법화와 이후의 입법 과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치열해져 가는 상황 은 특히 더 그렇다. 거기에 더해 여성 건강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우리 연구팀) 을 만나 기꺼이 솔 직한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하는 의사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우리가 면담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실, 기존에 임신중지 합법화를 옹호하는 활동에 참여했거나, 직접 정책옹호활 동에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일정하게 이에 대한 지지를 밝힌 이들이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산부인과 의사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낮고(20대~40대)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들과의 면담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사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그 자체는 의료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확실해진 것이 없고, 건 강보험이나 의료비에서 달라지는 내용이 없기에 그렇다. 형법상 낙태죄의 법률적 상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의료인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임신중지 합법 화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영역은 대학병원 보다는 임신중절이 중요한 수입원이 되는 개원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전반적으로 분만 건수가 줄어들면서 산부인과 병·의원이 규모를 키워 전문병원이 되거나, 분만을 포기하고 상업적 시술들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 는데, 이 중 후자에서 경쟁적으로 임신중절 시술 비용을 홍보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면담 참여자들의 예상은 실제 온라인 광고에서 다양하게 확인됐다. 두 번째 테마는 임신중절 시술과 관련한 의료제공자들의 법적·심리적 부담의 상당 부분이 시술에 대한 처벌 문제(지금은 사라진 형법의 낙태죄) 외에도 유전성 질환 등 태아의 건강문제와 관련하여 의사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효력을 잃은 모자보건법 제14조 낙태죄 위법성 조각사유에서 유전되지 않는 태아의 건강 문 제는 본디 합법적인 임신중절의 사유가 아니었다. 이는 산전진찰 과정에서 태아의 건강상 문 제를 예측하지 못한 경우에도 의사들이 출생한 태아의 건강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부모로 부터 일정하게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다. 일부 면담참여자는 산부인과 의사 커 뮤니티에 부모의 결정에 따른 비의학적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을 때, 산전 진찰을 담당한 의 사에게 아이의 장애나 질병에 대한 책임이 돌려질 것에 대한 우려가 만연하다며 걱정했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 36. & 그러나 이는 낙태가 불법으로 여겨질 때에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문제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장기 생존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의 경우에도 여성이 임신을 만삭까지 유지하고 분만과 예정된 태아의 사망을 겪어야만 한다고 강제하는 일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강요하는 법률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했 다. 하지만 이때의 “심각한 건강 문제”는 단순명료하게 결정할 수 없으며, 산전에 확인할 수 있는 태아의 건강 문제는 언제나 확률의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도출되는 세 번째 테마는 한국에서 건강 문제가 있는 태아의 임신중지 와 관련한 법·제도 및 사회적·문화적 고민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통상 생물학적으로 예 상되는 장애아 출생율과 한국에서 장애아 출생율을 비교하면 문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 다. 그랬을 때 한국은 “법률상 불법”이었던 장애아에 대한 임신중지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 루어지는 국가다. 그럼에도 연구 참여자들은 복잡한 건강 문제가 있는 태아를 임신한 여 성이 임신의 유지·종결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를 우려했다. 이 런 상황에 필요한 충분한 서비스(유전 상담, 상급 병원으로의 연계, 다학제적 진료,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등) 가 제공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온전히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태아의 심각한 건강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 사회적 고민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사례들을 참조하였을 때, 복잡한 건강 문 제를 가진 태아에 대한 의사결정 부담이 그의 부모나 산부인과 의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부 과되는 현재의 상황은 대단히 부정의하다. 보다 공적 방식으로 윤리적 논의를 거쳐 복잡한 건강 문제를 가진 태아의 임신 유지·종결 결정을 보조해야 한다. 네 번째 테마는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의사들의 입장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 이었다. 의료제공자들은 여성의 자기결정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혹은 다소 불편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임신중절시술에 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무는 평소 태아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진료하는 평소의 업 무와는 조금 결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의 선택을 옹호하는 의사라고 하더라 도 일정하게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표준화된 절차나 프로토콜이 없는 상황에 서 임신중절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겪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임신 중기 이
  • 37. 36 37 후 배출된 태아의 관리와 후속 조치에 대한 고민, 의료기관 내에서 임신중절 시술에 참여 하는 다른 의료인들과의 소통,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로 임신중절(여아선별낙태, 사소하고 치명적이지 않은 건강 문제로 인한 임신중단 결정 등) 을 요청받았을 때의 난감함 등 임신중절 시술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들은 무척 많았다. 5.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 다음은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공유 해준 열한 명의 여성의 이야기는 다양했다. 원치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을 하게 되어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도 있었고,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었지만 임신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의약품을 복용하고 그 영향이 두려워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도 있었다. 해외에서 미페프리스톤(내과적 임신중지 의약품) 을 복용했던 여성도 포함되었지만, 국내에서 임신중 지를 한 여성 9인은 모두 수술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했다. 의료의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었던 결론은 열한 명의 여성이 이용한 임신중지 서비스 의 방식이 매우 제각각이었다는 사실이다. 임신중절 시술을 제공하는 병원을 찾는 단계에 서부터 상황은 매우 달랐다.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친분 관계가 있는 의료인과 병원을 소 개받아 수월하게 찾아가는 경우부터 몇 번이고 거절을 당하고 수락하는 병원을 어렵게 구 하거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곽의 허름하고 사람 없는 병원을 찾은 여성 도 있었다. 시술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상담과 수술 관련 동의서 작성, 보호자의 동의 요 구, 정서적 지지의 수준도 그 편차가 상당했다. 임시중절 시술 이후에 5일 동안 매일 병원 으로 오라고 안내받아 다닌 여성도 있었고, 수술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 하고, 시술 이후 한 번도 산부인과를 찾지 않았다는 여성도 있었다. 의료로서 임신중지가 표준화된 절차와 질 관리를 위한 조건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이다. 6. 여성의 성·재생산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 연구에서 면담한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여성 인권과 성·재생산 건강권을 옹호하며 이와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 38. & 관련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었다. 활동가들은 여성 당사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입장을 대 변하며 보다 열악한 상황의 여성들이 권리로서 임신중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해 왔기 에 우리 연구의 면담참여자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활동가들에 대한 면담은 평균보다 더 필 요 수준이 높고high-need 임신중지가 더 큰 위기가 되는high-ri 여성의 경험을 확인할 수 있 는 간접적인 접근인 셈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임신중지 비용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필요한 비용을 100만 원이고 200만 원이고 구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곤경에 빠지는 여성들은 언제나 있다. 특히 본인의 소득이 없는 여성들, 청 소년이거나 장애가 있는 여성들은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자신이 원치 않는 임 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보호자들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이기 때문이다.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에게 양질의 좋은 의료와 존중,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문화적 낙인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의 료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좋은 의료를 제공하려면 어떤 서비스 공급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또한, 이 때 임신중지 서비스의 질에 대한 고민은 더 복잡한 필요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하는 교차 적인 접근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결혼이주여성이 자신의 결정에 따라 임신중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7.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다소 황당한 일들을 겪었 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연구참여자를 자신이 직접 면담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달라는 기자 의 요청을 받거나, 여성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힘들다, 일선 의료현장은 혼란이 가득하다는 동의하기 어려운 요약으로 연구 결과가 보도되는 등의 일을 겪으며 속이 상하고 후회스러 웠다. 그렇게까지 글을 못 쓴 걸까? 언론은, 혹은 언론이 상정하는 독자들은 피해자가 되는
  • 39. 38 39 여성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은 나쁜 정부-상술하였듯 한국에서 임신중지의 문제는 단 지 가이드라인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에만 관심이 있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좀 더 넓은 공간을 향해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건 강의 문제를 말할 기회도 얻었다. 여성학을 연구하는 대학의 집담회에서 연구 결과를 공유 하거나, 재생산 권리에 대한 책을 작성하는 데에 원고를 요청받거나 하는 등이다. 사단법 인 시민에서 개최한 제1회 <현장지식X좋은연구> 공모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 어 연구 결과를 2023년 시민사회 현장지식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게 된 것도 새로 얻은 기 회 중 하나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와 현장을 다루는 쟁쟁한 연구 중 하 나로 포함되어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말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고 기쁘다. 비록 이 글에서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지만 임신중지와 성·재생산 건강의 문제는 모든 사 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전면적인 공론화와 정치화가 이루어진 미 국 등의 상황과 달리, 한국에서 성·재생산 정치는 아직 수면 아래 감춰져 있다. 분명 정책 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남성들의 가족과 친구 다수가 임신중지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곤란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어떤 남성 정치인도 임신중지의 문제 를 진지하며 고민하며 누구에게나 모욕과 수치 없이 좋은 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 다 약속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여성이 가장 친밀한 파트너에게도 자신 의 임신중지 경험과 권리를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래서 임신중지의 맥락을 더 많이 말하고 더 잘 드러내는 활동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향한 우 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고, 현장에서 시작하는 지식과 이에 기반한 활동이 한국의 성·재 생산 정치를 바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성 · 재생산 건강 연속기획 I : 임신중지를 의료로서 보장하기 원문읽기 & QR
  • 40. & 문예찬, 최양순 / 서울특별시50플러스재단, 50+당사자연구공모사업, 2021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1. 연구의 필요성 • 50+세대의 일자리 참여는 지속적으로 증가 »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장년층 인생이모작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50세 이 상 65세 미만 장년층의 일자리 참여 독려 » 서울시는 장년층을 ‘50+세대’로 지칭하며,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위 조례를 근거 로 ‘50+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 »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일자리 참여자는 2016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이 연구는 당사자 참여연구이다. 당사자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하여 스스로 일자리 경험을 통해 일 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생생활의 변화를 살펴보고, 공공일자리 참여가 50+세대에게 줄 수 있 는 의미와 이러한 노동의 경험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조사과정에서 사업 현황 뿐만 아니라 희망돌보미 사업의 효과성제고방안도 함께 제언하고 있다. 희망돌보미 사업이 50+세 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적 지원이라는 단편적인 사업 성과에서 벗어나 일을 하는 경험을 통 해 참여자 삶의 전반이 향상될 수 있는 지원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함에 대한 필요성을 함께 제시하 고 있다. 연구방법은 사업 참여대상자 심층면담과 문헌조사로 수행되었으며 심층면담은 2021년 5 월부터 7월까지 진행되었다. 심사위원회는 본 연구가 <현장지식×좋은연구> 라는 취지에 맞게 현장을 중심에 두고 수행되었 음을 밝히고자 한다. 현장 참여자가 스스로 사업을 경험하고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있어 더욱 생경 한 이슈와 대안을 마련한 점, 이는 당사자 연구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며 현장의 고민이 충분히 담 겨 있다는 점에서 시사할 만하다. 이러한 연구의 기획은 중간지원조직이 현장과 정책을 잇는 가교 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는 점도 고려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구성 이 20대 책임연구원과 50대 공동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여 세대 간 노동과 삶의 가치를 논의했다는 점도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도로 판단되어 본 연구를 선정하였다. 선정이유
  • 41. 40 41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총 2,027명이 일자리사업에 참여 » 이 외에도 앙코르 전직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창업창직 지원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 가하고 있으며, 2020년에 각각 1,059명, 220건을 기록 • 다양한 기관에서 50+세대 일자리사업 진행 »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지난 2010년부터 일자리창출 기본계획·세부 계획을 근거로 임대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일자리사업인 ‘희망돌보미 사업’ 추진 » 고령층 참여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50+세대가 희망 돌보미 사업에 참여 » SH공사의 경우, 희망돌보미 사업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대주택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일 자리사업 역시 확대될 가능성 제고 » 서울시 공공주택 공급이 SH공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SH공사 임대 주택과 이에 따른 입주민 일자리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 2. 연구의 목적 • 노동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측면에서 희망돌보미 사업이 지닌 특성을 논의 » 연구자는 희망돌보미 사업을 개인적으로 경험했으며, 노동의 가치와 일상생활 변 화를 인식 » 이를 통해, 희망돌보미 사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참여자들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 향을 살펴보고, 50+세대의 일자리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도출에 기여 • 공공일자리 참여자가 느끼는 가치 탐색의 필요성 제기 » 공공일자리는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 참여자의 관점이 아닌, 노인 빈곤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관점에서의 접근이 주를 이루며, 50+세대의 공공일자 리 참여는 그들의 성취감이나 자아실현의 측면에서 한계 존재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 42. & » 50+세대가 참여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희망돌보 미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참여자가 느끼는 노동의 가치를 발견하여 공공일자리가 전달하는 다양한 가치를 논의 •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을 청취하여 일 경험의 가치 발견 » 연구자는 희망돌보미 사업에 참여하여 환경관리 업무를 수행하였고, 깨끗해진 거 리와 아파트 단지를 보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낌 » 연구자 개인의 경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한 자아실현, 내적 만족감 제고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음에 주목,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제기 » 심층면접을 통해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들의 노동 경험의 가치를 탐색하고 다른 공공일자리 사업과 구별되는 특성을 도출하여 지금까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경제 적 지원을 중심으로 복지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한계를 극복 3. 연구의 내용 •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과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 내용 구성 » 연구 진행을 통해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고 개인적 체험 논의 »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사업 참여 동기, 느낀점 등 을 논의 » 또한 경제적, 개인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노동의 가치를 발견, 희망돌보미 사 업이 지닌 특성을 도출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 이후,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행동의 변화, 생각이나 관점의 변화를 발견 » 20대의 시각에서 50+세대의 일과 삶의 가치를 관찰하여 20대의 관점을 투영한 분 석 진행
  • 43. 42 43 4. 연구의 방법 • 본 연구는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였고, 문헌조사 도 함께 수행 • 심층면담은 반구조화된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구조화된 면담과 비구조화된 면 담의 중간 성격을 띠는 방식으로 면담 진행 • 면담 대상자 참여 선정은 지인의 소개와 추천을 받아 눈덩이 표집(Snowballing Sampling) 방법을 채택하여 풍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 • 문헌조사의 경우, SH공사 희망돌보미 사업 자료를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시복지재단, LH토지주택연구원 등의 자료를 활용 <그림 1> 연구분석틀(Framework) 자료 읽기/정리 개방 코딩: 연구 문제와 관련된 자료에 표시 및 이름 부여 범주화: 코딩된 자료를 범주 및 하위 속성으로 분류 범주 확인: 구성된 범주를 코딩 전 원자료와 비교하면서 범주 확인 및 수정 분석적 메모 쓰기 전사 작업(transcribing) 반복적 비교 반복적 비교 귀납적 과점 연역적 과정 1차~3차 코딩 연구 결과 재현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가 느낀 일의 가치와 일상생활의 변화
  • 44. & 5. 결론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의 일자리 경험을 들으며, 희망돌보미 사업의 특성 발굴 » 심층면담 결과, 사업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환경관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보람 과 뿌듯함을 경험 » 청소 업무의 특성상, 청소 이후의 깨끗해진 모습을 가시적이고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보람을 지속적으로 경험 » 특히, 희망돌보미 사업이 임대주택 단지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동네 주민들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개 인이 느끼는 보람 제고 • 희망돌보미 사업 참여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경험 » 사업 참여자는 환경관리 업무를 하며, 일상생활에서의 행동 변화를 인식 » 업무시간 이외에도 쓰레기를 줍고 쓰레기에 관한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달하며, 가 족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등 사업 이전과는 다른 행동 양식 을 보임 » 관점 및 생각의 경우, 희망돌보미 사업에 참여하며 다른 일자리사업 참여에 관한 관 심과 자신감이 생김 » 희망돌보미 사업은 다른 일자리사업 진입을 위한 디딤돌로 작용, 스스로 노동을 지 속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전달 • 희망돌보미 사업은 기존 연구가 논의한 일자리사업과 다른 특성이 존재, 참여자들 은 다른 일자리에 비해 보람을 더 많이 느끼고,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