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안의 우생학과 인종주의
-스튜어디스 채용조건에 나타난 우생학적 차별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1346025 이정원
우생학(優生學, eugenics)은 종의 개량을 목적으로 인간의 선발육종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여러 가지 조건과 인자 등을 연
구하는 학문으로 1883년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으로 창시했는데, 우수 또는 건전한 소
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꾀하고 열악한 유전소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방지하는 것을 목
적으로 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생학이 어떤 목적으로 연구되었느냐가 아니
라, 지극히 자연적이고 선천적인 유전적 특성을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나누어 우생학적
인 편견을 가졌다는 것에 초점이 있다. 우리는 보통 채용할 때에 있어서 어학성적이 평가기
준에 들어가는 것은 순순히 받아들인다.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
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단어가 쓰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외모’와 같은 유전적 요소가 평가기
준에 들어가는 순간 말은 달라진다. 이는 유전적인 우월성과 열등성을 구분한 것이므로 ‘차별’
이라고 여겨진다. 우생학적인 차별은 예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 마음 속 유전적특성의 우열을 가릴려고 하는 속성은 무의식
중에 드러난다. 우리 안의 우생학을 보여주는 예시로 나는 스튜어디스의 채용조건을 소개하
고, 그 속에서 우생학적인 차별이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2. 위 표는 국내 메이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의 지원자격을 나타낸다. 표에서 보듯이,
여러가지 지원자격 중 ‘신장’이라는 요소가 보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항공사가 추구하는 승
무원의 키는 162cm 이상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신장이 160.1cm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평균보다 무려 2cm나 높은 수치이다. 즉, 항공사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럭지’가 우
월한 여성을 승무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키가 큰 사람이 미적으로 우월하다는 관념이 승무원
채용에 있어 반영이 된 것이다. 다른 나라의 지원자격 신장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우생학적인
우월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더 노골적으로 알 수 있다.
표에서 보듯이 국외 항공사도 마찬가지로 지원자
격으로 최소한의 신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프
랑스를 보면, 지원자격이 160cm로 주어져 있다. 우
리나라와 2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프
랑스 여성의 평균신장이 164.7cm라는 것을 고려했
을 때, 우리나라에 비해 키가 큰 것을 중요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여
성 평균신장이 170cm이지만 160cm이상만 되면
3. 지원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사가 상대적으로 불공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승무원 지원자격 중 어학능력, 시력 등의 요소들은 직접 특성상 채용 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들이다. 기내에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상대해야하는 직업
특성상 어학능력은 필수적이며, 이는 본인의 노력을 통해 지원자격에 부합하게 만들 수 있다.
시력은 키처럼 유전적으로 결정될 확률이 많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기내 탑승객들의 동선과
안내화면 등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정당한 선발기준이지, 우생학적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력, 어학능력과는 반대로 키는 과연 스튜어디스라는 직업
의 특성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물론 기내 선반에 손이 닿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키가
작아도 암리치가 길다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현재 아시아나 항공과 국외의 몇몇 항공사들은
신장 대신에 암리치를 선발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암리치란, 발 뒷꿈치를 들고 한 쪽 팔을 뻗어 나오
는 최대의 길이를 말한다. 암리치를 측정하는 경우
에는 162cm가 되지 않더라도 팔 길이가 길어서 측
정기준을 통과가 가능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는 유전학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평소에 요가나 운
동을 하면 충분히 길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이렇게
신장이라는 평가요소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암리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수치 이상의 신장, 그것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키보다 무
려 2cm나 큰 신장을 요구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선발하겠다
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된다. 또한 오른쪽 사진은 한 때 인터넷에 유포되었던 승무원의
신장별 적정 체중표이다. 우리나라의 평균키 160cm에 평균체중이 55kg임을 감안하면
5~12kg 작은 수치이다. 체중은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우생학
적인 차별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승무원 채용 시 외모적 우월성을 중요시한다는 주장
4. 을 더 확실시 하는 자료이다. 채용기준표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스튜
어디스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단아하고 아름다운 외모가 먼저 연상이 된다. 이는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외모가 남들보다 조금 못생겼다고 시험에서 떨어뜨리지는 않더라도,
외모가 상대적으로 예쁠 수록 채용 시 점수를 더 먹고 들어가는 것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
다.
이렇게 우생학적인 키를 기준으로 당락을 결정한다면, 아무리 능력이 좋고 승무원으로서의
인성과 자세가 갖추어져 있어도 키 때문에 채용되지 못하는 불공평성이 발생한다. 인재의 적
재적소 배치가 어려워지고, 능력있는 인재를 뽑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외모적인 우월
성을 무의식중에 평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승무원 지원자들의 성형수술을 조장하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올 것이다.
이처럼 아직까지도 주변을 돌아보면 인종주의적, 우생학적인 차별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를 적잖게 볼 수 있다. 스튜어디스를 ‘신장’과 ‘외모’등을 기준으로 하여 선발하
는 것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계열의 사람은 외국인노동자로만 치부를 한다든지, 아직도 국
제결혼에 있어 완벽하게 개방적이지는 않은 실태를 보아도 우리 안에 무의식적으로 인종주
의와 우생학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너무 오래전부터 우리의 의식을 지배해 온 관념으로써
단시간에 없애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우생학적인 면모로 인해 노력과 능력, 그리고 이 외의
더 중요한 가치가 전도되는 데까지 이르러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무원들도 더 키가
크고 예쁜 여성들 보다는, 일에 대해 열정적이고 능력있는 여성들을 채용하는 것이 앞으로의
사회발전과 색안경끼지 않은, 평등한 사회가 도래하는데에 작지만 강력한 디딤돌이 될 것이
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