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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발행일 | 2013년 12월 19일
펴낸이 | 박혜란
편집기획 | 안세정, 안효정, 곽영선, 이현숙
디자인 | 강서희
인쇄 | 한학문화

펴낸곳 |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주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전화 | 02 - 323- 0520
전자우편 | gongdong@gongdong.or.kr
누리집 | www.gongdong.or.kr

* 본 책자는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여는글 6

함께 숨 쉬는 공간
동작맘모여라_ 엄마들에 의한,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의 공간 20
줌마놀이터_ 엄마가 행복하면 모두 다 행복해진다 33
바람쐬다_ 마을사람들의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41

청개구리놀이터_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청개구리 놀이터 53

함께 키우는 엄마들
숲동이놀이터_ 숲이 키운다 60
동네한바퀴_ 모두가 함께 크는 동네한바퀴 78
행복한 아이들_ 아이도 엄마도 마을도 함께 행복해져요 82
희망별땅_ 소녀들을 위한 언덕위의 희망별당 만들기
솔향기 엄마정_ 품앗이로 함께 키우는 엄마정

85

87

가온누리 라온제나_ 항상 즐거운 우리로 발전하기

89

은평품앗이육아, 알토란, 책아띠, 온새미로
_ 그녀들의 수다회 | ‘함께’ 키워야 하는 이유는

4

92
함께 배우는 아이들
한빛마을센터_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한빛마을 104
중앙하이츠 희망돌보미_ 함께 자라는 아이들 110
무지개초등방과후_ 골술을 아시나요?

118

살기좋은우리구만들기여성회_ 저녁에도 돌봄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어요 121

함께 키우는 터전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_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124
강북육아협동프로젝트_ 작은 도토리가 참나무가 되기까지 137
다같이놀자_ 신명나는 어린이집 함께 만들어보실래요?

145

새마을운동 금천구지회_ 아이와 엄마를 위한 사랑방, 그리고 친정엄마 148
시소와그네 강북, 마포, 관악_기관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공동체 157

뒷이야기
안세정_ 그녀들의 ‘오지랖’이 마을을 살린다 165
안효정_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색을 입힐까요? 169
이현숙_ 닫는 글 173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
여는글

이웃은 점점 멀어지고 아이키우기는 점점 불안해지는 세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여
성의 사회참여가 대세라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결국 한창 능력이
꽃필 즈음 일을 접는 엄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를 끼고 키운다고
해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마치 섬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엄마는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삶인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옳은 건지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 일쑤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선택하
는 길은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야. 남들이 좋다는 대로 따라가야지’ 다짐하며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의 길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틀에 박힌 ‘성공의 길’로 아이를
내몰기 시작한다. 될수록 빠른 나이에 될수록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라고 쉼 없이
닦달한다. 때로는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이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나 세상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는 피해자의식을 더욱 굳건히 다진다. 때로는 아이가 짠
해 보이지만 이내 ‘모든 게 너의 행복을 위해서야’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나 외
롭고 불안한 마음은 더 깊어진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돌봄공동체를 만들어 꾸려나가는 엄마들도 그
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홀로 외로워하지 않고, 홀로 불안해하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 용감하게 나선 엄마들이다. 내 아이에게 남을 이기려 애쓰지 말
고 함께 배려하고 함께 노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 자신이 가진 열정 하나만으로 이웃
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마당을 만들어준 엄마들이다. 크기는 소박하기 짝이 없으되,

6
그 품만큼은 우주보다 깊고 넓은 놀이마당을.
그들은 엄마인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렵사리 자신들을 위한 카페를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져야 한다는 마음
으로 마을사람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었다.
그들은 공부 대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기존의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는 대신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대안
적인 어린이집을 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형태의 공동육아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도 각각이고 규모도 다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표만은 똑 같다. 바로 아이도 엄마
도 마을도 함께 행복해지는 상생의 삶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이들의 추진력에 작은 밑거름이 되어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집안에서 닦은 살림솜씨를 집 밖에서 발휘하자, 놀랍게도, 오
래 전 죽었던 마을이 스르르 살아나는 중이다. 지난 1~2년 동안 (사)공동육아와 공
동체교육 돌봄사업팀과 함께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되돌아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놀랍게도, 이 사업에 참여한 두 여성이 직접 기획자로 나서서, 취재와 인터뷰를
꼼꼼히 해냄으로써 자칫하면 딱딱한 보고서가 될 수도 있었을 돌봄공동체의 성장이
야기를 사람과 마을이 살아 있는 생생한 체험기로 승격시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안혜정, 안세정 두 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동시에 두 분의 성장을 축하한다. ‘여성
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말은 한낱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니다.

박혜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7
공동육아 희노애락

喜
기쁘고
•••••

나 홀로 육아에서 벗어나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기쁘고
자발적으로 공동육아 모임이 생기니 기쁘고
함께 키우니 키우는 기쁨이 2배가 되어 기쁘고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때 기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진심으로 기쁘고
그 기쁜 일들을 내가 만들어 가고 있다는 자부심에 기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기쁘기에
모든 일들을 벌이고 정리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怒
화나고
•••••

애써 모임 시간을 잡았는데 각자 사정으로 회의가 연기될 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이가 아플 때
부모, 지역주민 조직이 잘 안될 때
행사를 즐길 때는 모두 함께 하지만 홀로 남아 뒤치닥꺼리 하는 나를 볼 때
함께의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참여자를 볼 때 ‘
시간이 흘러도 공감하지 못할 때
담당자가 연락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속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슬슬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공동육아 밖의 아이들을 보니,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요.
愛
사랑스럽고
•••••

아이와 엄마가 더우나 추우나 열심인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이 친구들을 사귀어 함께 노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귀여운 우리 아가들이 점점 자라나는 걸 볼 때 콱 깨물어주고 싶고,
이모~ 하며 안겨드는 녀석들에겐 안 넘어갈 사람 없을걸요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뛰어다니고,
씽긋 웃기만 하던 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는 책가방을 매고 나타나겠지요.
사업으로 시작된 인연, 그 자체가 사랑스러움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공동육아를 통해 남의 아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네요.
樂
즐거운
•••••

일단 아기 엄마 둘 이상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요리, 독서, 놀이할 때
발표회를 갖고 성취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우울했는데 함께 아이를 키우다보니
서로를 위로해 주고, 힘내라고 토닥여 줄 때
내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시작하고 참여한 축제의 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난 후 모두가 하나 됨을 느낄 때
무엇이든 함께 하니 모든 게 즐겁고 세끼 밥 챙겨주는 것도
겨우 겨우 해나갈 정도였던 초보 엄마는
공동육아로 그만~~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아이 키우기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공동육아는 OOO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공동육아는 즐거움이다.

공
공동육아는 깨장(깨달음의 장)이다.

공동육아는 친정엄마이다.
공동육아는 엄마들의 희망이다.

공동육아는 함께 어울림이다.

공
다.

공동육아는 한마음이다.
공동육아는 생생정보통이다.

공동육아는 다단계이다.

공동육아는 함께 나눔이다.

공동육아는 오아시스이다.
공동육아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인생에서 관계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친구들의 격려를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이웃과 함께 일하며 삶을 찬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은 없다.
연민, 사랑, 신뢰, 정직이라는 개인적 수완은
돈으로 살수 있는 어떤 것보다
삶의 복잡성에 맞서는 더욱 적절한 대응이다.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언제나 사랑에 있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일생의 과업이라는 인식을
온전히 발전시킨 사람들은
구속받지 않은 삶,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언제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놓는다.

- 존 레인, 「언제나 소박하게」 중에서
함께
숨 쉬는
공간
동작구
동작맘모여라

엄마들에 의한,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의 공간

인터뷰어·글 / 안세정

| 엄마와 아이가 맘껏 드나들 수 있는 카페
어깨에 우쿨렐레를 메고 밝은 미소를 띤 엄마들의 얼굴이 하나 둘 눈에 들
어온다. 하나같이 다른 한 손은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발걸음은 가볍다.
동작구 상도역에 위치한 카페 인디. 이곳은 여느 카페와는 다르다. 아이들
은 키즈 카페처럼 값비싼 이용료를 치르지 않아도 맘껏 뛰어놀 수 있고, 엄마
들은 커피숍처럼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며 아이로 인해 주변을 의식하며 걱
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이가 땡깡을 부리거나 이곳저곳 누비고 다녀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올해 4월에 열린 가족카페 인디는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 회원들

20
이 십시일반 마음과 돈을 모아 만든 곳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온라인에서 이어온 끈끈한 동작맘들의 저력이 올해 드디어 오프라인으로 빛
을 뿜어낸 것이다.
권경아 대표는 8,000명도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꾸려오면서 그들과 세
상 밖으로 나와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이야기 한다.

| 온라인 카페에서 오프라인 카페가 되기까지
카페 인디의 탄탄한 기반은 따로 있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
라이다. 권경아 대표는 첫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너무 심했다. 특히 사람 좋
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육아에만 얽매여 갇혀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나 갑갑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함께 육아를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집과 아이, 신랑밖에 의지할 데가 없었다. 그때 그나마 엄마
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아이를 겨우 키워가면서 둘째도 낳게 되었고, 그때 송파구에서
동작구로 이사 오게 되었다. 한창 정을 붙이고 살아 온 동네를 떠나 다시 낯
선 동네로 오니 너무 우울해졌다. 불현듯 ‘나처럼 우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무작정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를 열
었다.

“그러니까 그때가 2008년 10월이었어요. 둘째 아이 6개월 됐을 때였죠. 카
페가 개설된 후 한명이 두 명 되고 두 명이 열 명 되더니 이후 100명이 된 후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1
로는 기하급수적으로 회원 수가 늘더라고요. 50명일 때부터는 오프라인 모
임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우리 집은 항상 오픈하우스였죠. 다 불러 모
아서 같이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먹을 거 모아서 먹고 그렇게 모였어요. 리
본공예도 하고 이 방 저 방으로 들어가서 수업하고 수다 떨고 음식도 나눠먹
고 무려 30명까지 모인 적도 있었죠.”

‘그냥 우리 이런 거 해볼까?’해서 이것저것 한 것이 시작이었고 엄마들의
배움 열정이 생겨난 계기가 되었다. 수업을 진행한 사람에게 수강료를 조금
씩 모아 주고 같이 밥도 사먹고 그렇게 지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뭔가를 배우는 것에 대한 성취가 대단하다는 것, 배움에 얼마
나 목말라하는지 알게 되었다.
몇 년을 그렇게 하며 서로 나누었지만 어느덧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랬
다. 집을 오픈하는 건 결국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숍이나 음식점 등등 어디

22
를 정해놓고 가는 일이 아이들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한번은 음식점에서 정기
모임을 했는데 어른만 자그마치 60명이 모였다. 아이들까지 합치면 120명.
그 날 뒷정리를 잘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쉽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동작맘은 절대 안 받겠다는 주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땐
정말 너무 서러웠다. 공간에 대한 갈급함은 그렇게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돈만 있으면 건물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거예요.
건물 하나 있으면 엄마들을 위한 미용실, 건강센터, 음식점 등 애들 데리고
맘 놓고 다닐 공간을 만들 텐데 싶었죠. 그래서 우리 멤버들과도 자주 그런
얘길 했죠.”
그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일까? 결국 회원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모아져서 1억 정도의 경비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공동육아 활
성화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 카페 ‘인디’가 탄생된 것이다.

“진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요. 카페 만든다고 할 때 그냥 잘만 운영하
라며 그거면 된다며 투자해주신 분, 이런 곳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쌈짓
돈 보내주신 분, 아이들 적금 털어서 넣어주신 분, 인테리어도 최소비용으로
도움 주신 분들. 정말 우리들의 힘이 조금씩 모여서 만든 카페가 바로 여기예
요. 그때 생각하면 진짜 감사해요.”

| 공간운영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최근에 엄청난 의욕상실과 슬럼프를 겪고 있어요. 카페를 연지 7개월인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3
데 운영비를 원활하게 꾸려가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요. 마을기업을 위한 나
라의 취지는 수익창출을 위해 보조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은 마을
기업이니까 상업적이지 말아야 하고 비싼 운영비는 알아서 자립해서 채워가
야 한다고 하니 너무 힘이 듭니다.”

국가는 ‘상업적이지는 않지만 수익을 창출해서 스스로 유지해가라’고 하
는 데 그게 정말 아이러니 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마을을 위해 사람들
과 함께 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턱없이 비싼 가격을 음식 값으로 매기기도 어
렵고 아무 음식이나 갖다놓고 팔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에 만든 공간이다 보니 월 고정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
나 아이와 엄마가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음식재료도 양질의 것을 써야
해서 식재료비 또한 적지 않게 들어간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정작
애들은 방치해놓고 카페운영에 고심해야 하는 것도 힘든 요인 중에 하나이
다. 물론 가치를 중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 보니 자존감과 함께 돈도 있
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여기 일하는 분들,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놓고 바로 카페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해서 받아가는 월급이 고작 30만원이에요. 지금은 여기서 같이 고생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결국 내가 다 벌려서 에너지 소모하고
얻는 건 쥐꼬리만큼 주고. 그것도 주기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요. 좋은
일이니까 잘 될 거라고 으샤으샤하고 시작했는데 요즘 같은 때는 정말 너무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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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이라는 이유로 상업적인 것을 전혀 무시하고, 유지해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회원들의 욕구도 그렇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주류 판매를 고심 중이다. 주류 판매를 하려면,
소방시설 검사를 받고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운영에 반드
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심사숙고 하고 있다.
“아참, 커피 한잔 하셔야죠? 제가 낼게요.(웃음)”
커피 한잔을 준다면서 자신의 돈을 지출해서 대접하는 권대표. 대표라고
해서 기득권이나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그녀의 청렴함이 돋보였다.
내가 먹고 내가 돈을 내는 카페라는 것이 그녀의 카페 운영철학이다. 어차피
써야하는 거면 이곳에 와서 쓰자는 것이다. 가끔 딸아이가 쿠키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엄마 여기 대표잖아”라고 하며 왜 돈을 내야 하냐고 묻는다. 아이
가 그래도 “그런 게 어딨어~”라고 하며, 그런 운영원칙이 모든 스텝에게 똑
같이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니고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커피 100잔 이상 팔아야 운영비가 나온다. 실제 카페에는 많은 사
람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수익을 내기는커녕 기본 운영비 채우기도 쉽지 않
다. 사람도 행사도 회원들의 만족도도 최상인데 왜 매달 운영비를 채우는 것
조차 이리 힘든 일이 되었는지. 날씨 좋은 주말엔 다들 외부로 나가서 그렇다
고 해도 평일에도 운영비를 충당 할 정도의 매출도 힘든 실정인 현실이 정말
만만치 않다.
“우리 30만원 벌자고 이 짓 하는 거니?” 카페 운영을 위해 함께 고생하고
있는 멤버들과 이따금씩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것도 우
리가 앞으로 가야하는 숱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결론짓고 서로를 격려한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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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들과 가끔 그런 얘기를 해요. 만약에 우리 내부 출자 없이 전적으로
외부의 지원만을 받았다면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도리어 우리
의 힘으로 열었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통을 겪으며 견고해지는 게 아닐까 싶
어요.”

막상 열고난 뒤에는 회원들이 생각보다 자주 이용하지 않아 서운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내려놓았
다. 물론 카페운영이 자원봉사로 역할 나누기로 운영되고 있다고 동작맘 회
원들을 볼 때마다 이야기한다. 그때마다 회원들은 더 마음을 주었고 한번 올
거 두 번 오는 경우가 늘어갔다. 도움을 주는 회원들 역시 늘고 있다.

“카페를 열었을 때 마치 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
신 분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어떠세요?”하고 물어오면 거침없이 힘
들다고 말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주변 관계 기관 분들도 도움을 주시려고 하
고 강의도 이곳에서 하겠다고 하시며 다른 도움 줄게 없는지 물어 오세요. 너
무 감사하죠.”

| 끈끈한 커뮤니티는 카페 인디의 자산
매월 운영비 확보로 숨이 막힐 만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
도 견디면서 해나갈 수 있는 이유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음을 나눠주
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이렇듯 그들이 서로 한 마음으로 카페를 꾸려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에서 5년 동안 깊게 쌓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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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정 때문이다. 그리고 동작맘 인터넷 카페가 이렇게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상업적인 것은 전적으로 배제하고 회원들 간에
순수한 정보와 소통의 공간으로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단지, 회원들을 위
한 공동구매 정도만 조금 해왔다.
대부분의 온라인 카페가 어느 정도 회원이 늘어나면 상업적으로 가기 마
련이다. 그러나 동작맘은 한 치의 상업적인 것도 허용하지 않았기에 회원들
이 순수 커뮤니티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마음도 나누고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지속되면서 믿음과 신뢰를 돈독하게 쌓아갈 수 있었다. 최근에
는 카페를 팔라는 딜러들도 자주 문의가 오고 있다.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런 카페가 되기를 원치 않아서
상업적인 것은 전적으로 배제했어요. 하지만,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이나 판
매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을 위해 ‘동작맘의 아름다운 장터’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하나 더 오픈했어요. 이곳은 순수 동작맘들을 위한 장터이
며 어떤 수수료나 비용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곳 장터 카페는 작년 8월에 오픈해서 비공개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회원수가 4천명이 넘었다. 그저 ‘이곳이 엄마들의 경제활동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곳이다. 음식 잘하는 사람은 반찬을 팔고, 친정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분들은 농산물을 올려 팔고, 옷을 판매하고 그러다가
가게를 열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을 통해 자신의 일을 찾고 가게를 여신 분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직접 찾아오신 적도 있다. 그럴 때는 너무 뿌듯하고 ‘내가 이래서 하는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7
구나’ 싶었다.
동작맘 카페의 장점은 지역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어디서 무얼 판매한다고
하면 가까운 곳에서 만나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택배비도 아끼
고 그러면서 또 하나의 만남과 모임이 지속되는 연결고리가 생긴다. 반찬가
게의 경우, 우리 아이를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정성을 다해 만든다.

지금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바로 새로
온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페 내에서는
무조건 누구든지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했다. 새로 온 사람들도 이질감을 느
끼지 않도록 누구나 서로를 존대해서 다 같이 동등한 입장,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관계망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기모임을 할 때 역시, 신입
회원들을 위주로 해서 친한 사람끼리는 절대 같이 앉지 않도록 했다. 정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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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는 사람끼리 새로 알게끔 유도해나간 것이다. 물론, 강압적이라 싫게 느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후기를 보면 덕분에 친해지고 격 없이 알아가게 됐다
고 한다.
이렇게 해서 골수 회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회원들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단계까지 이른 탄탄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누군가
의 강압으로 된 것이 아닌, 정으로 똘똘 뭉쳐진 커뮤니티가 된 것이다.

이젠 온라인 카페 회원 수가 8000명이 넘었다. 그것도 비공개인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회원 수가 늘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비공개인 이
유는 회원수가 4천명이 되었을 즈음 계속 뜻하지 않게 항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어떤 기관이나 장소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유된 순수한 정
보가 해당기관과 장소나 관계자들이 보고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어학원,
키즈카페, 유치원, 어린이집 등등 전화해서 대뜸 형사처벌 운운 한 적도 있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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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결국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정보와 회원보호 차
원에서 비공개로 하자고 결정하게 되었다. 이것이 온라인회원이 되려면 내
부 회원의 초대가 있어야 가능하게 된 연유이다.
지금은 온라인 동작맘 모여라는 8명의 스텝과 골수 회원들이 있으며 ‘동작
맘 서포터즈 엄마만세’가 있다. 서포터즈 100명이 되는 게 목표인데 온-오프
라인 카페 행사를 위해 지원, 도우미, 자원봉사, 온라인 문제 해결, 안내 등
의 일을 할 사람들을 뽑고 있다. 서포터즈들에 대한 혜택이나 이벤트는 전혀
없다. 단지 건강한 동작맘 커뮤니티를 위해서만 활동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제 활동하시는 분들은 소속감과 본인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
단하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작구 회원들인데 이사를 가더라도 좋은 정보
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탈퇴하는 일은 결코 없다. 토요일도 부모교육과 아
이들 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다.

| 카페 인디 속 그들의 비전과 미래
카페 인디가 생긴 이후 더 바빠졌다. 가야 할 곳도 많고, 조언을 구할 곳도
많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
하는 대방동 여성플라자의 별난놀이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었다. 별난놀이터
는 시간제 탁아운영과 각종 유아, 아동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
이다. 물론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력도 자격도 있으나 육
아로 인해 단절을 경험한 엄마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현재 3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또한 별난놀이터 운영을 계기로 ‘동작맘 모여라’와 카페
인디를 알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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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권경아 대표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다. 아직 아이들이 클 나이인
데 신경써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대표로서 받는 스트레스도 적
지 않다. 하지만,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물 안에서만
있던 동작맘이 더 크게 부풀어지고 더 큰 비전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
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이제는 카페 인디로 인해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세상 밖에서 인정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큰 기쁨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카페 안에는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들을 편하게 동반해서 맘껏 풀어놓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물론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을 만큼 넓은 장소가 아니라서 다소 아쉬움이 있
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모임 장소로 겪었던 어려움들
을 생각하면 카페 인디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마음 놓고 정기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이니 말이다.
한 달에 한번은 이곳에서 엄마들을 위한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만큼은 아빠 아이 보는 날로 해서 엄마들끼리 모여서 새벽 네다섯시까지 서
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명절 후엔 명절증후군도 풀고 같이 희로애락
을 나눈다.

| 카페 인디는 새로운 길의 출발선
카페 인디를 기반으로 우리 엄마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가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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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육아를 위해 집에 있지만, 엄마들이
분명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새로운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 우쿨렐
레 수업을 받고 있는 엄마들의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엄마들이 카페 인디에
서 자신의 취미를 경력으로 쌓고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서 행복하
게 일할 수 있게 되기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이요? 글쎄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초’
긍정의 마인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특히 대표는 그 모
든 과정을 리드하고 가야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죠. 하지만, 해나가면
서 느끼는 성취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다시 나를 달리
게 하는 힘이 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시작했고 그 사람들과
순수한 정과 신뢰로 이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지
만 한 단계씩 밟아가며 느끼는 즐거움과 성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일을 그
만둘 수 없다. 이런 마음이 곳곳에 묻어있는 카페 인디는 그 어느 곳보다 따
뜻하고 편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행복한 공
간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듯이 지금까지도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그 초심으
로 거침없이 성장해나갈 거라며 눈물을 머금은 권대표의 미소가 카페 인디
의 미래를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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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줌마놀이터

엄마가 행복하면 모두 다 행복해진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 힘든 육아로 지친 엄마들의 쉼터 ‘줌마놀이터’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겠다고 맘 먹으셨어요?”
“흠~ 거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결혼하고 나서 덜컥 임신이 되
었을 때, 기쁜 마음보다 어깨가 무거웠어요. 이 험한 세상 내가 아이를 잘 키
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부터 그냥 앞이 막막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뭐 주
변에서 조언을 해주기나 하나 알아서 잘 키우라고 하는데!! 엄마 혼자 육아
를 모두 도맡아서 하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로워요. 그나마 아이 또래 엄마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 집도 오픈해서 같이 모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
고 어느 때는 도리어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 들었죠. 아무래도 애들이랑 엄마
들이 모이다보니 집이 금세 엉망이 되니까. 어쨌든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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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다 키웠는데 3년 전 카페를 열면서 전전긍긍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
고가는 엄마들을 보게 됐어요. 내가 옛날에 아이들 키울 때 생각이 나더라고
요. 그 엄마들에게 물어보니까 내가 애들 키우던 그 시절이랑 지금이랑 달라
진 게 전혀 없더군요.”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줌마놀이터의 김영경 대표는 자신이 아이들을 키
울 때 힘들었던 마음을 되새기며 올해 9월 본인의 건물 2층에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열었다. “계속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때 마침 2층 공간이 비게 되었고,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맘 맞는 엄
마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아이 셋을 둔 그녀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막막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 어린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들 모습이 남 일 같지 않
다.

“나는 그때 우리 애들 키우면서 애들 키우는 것도 키우는 거지만 엄마들끼
리 맘 편히 모일 공간도 없을뿐더러 매일 애들이랑 남편 끼니 챙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줌마놀이터는 임산부부터 만 3세 아이를 둔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간이
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세 살이 될 때까지 엄마와 깊은 교감을 하고
애착형성을 잘하면 아이의 앞날은 건강하고 순탄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녀
의 육아철학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엄마로서 육아로 인해 가장 힘든 때이기
에 줌마놀이터가 그런 엄마들이 함께 모여서 아이를 키우고 때로는 편히 쉬
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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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끼리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도 하고 여기서 애들이랑
남편 반찬 같이 뚝딱 만들어서 집에 들어가면 여기 줌마놀이터에서 육아와
살림의 대부분이 모두 원스탑으로 해결되지 않겠어요?”
사실, 김영경 대표는 본인 건물 2층을 줌마놀이터에 기부한 것이나 마찬
가지다. 물론 공사를 시작한 직후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서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녀가 오랫동안 이 일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섣불리 실천으로 옮길 수 없었을 일이었다.

“이 공간을 아이들과 엄마가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맘먹고 꾸준히
마을공동체 관련 교육을 2년 가까이 받아오다가 올해에 공동육아 활성화 지
원 사업에 참여하고 선정되어 지난 7월 4일부터 공사를 해서 9월초에 개방하
기 시작했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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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을 만든 기쁨 그리고 남은 과제
처음엔 창고같이 적막하고 썰렁했던 공간이 이제 제법 엄마와 아이가 언
제든 쉬어갈 수 있는 안락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한쪽에는 언제든 밥을 해먹
을 수 있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등 부엌기구들이 구비되어 있고
다른 한편은 아이들이 맘껏 책을 읽고 뒹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
다.
이렇게 안락하고 편안한 줌마놀이터의 하루 사용료는 고작 2,000원이다.
김영경 대표는 엄마들이 하고 싶은 거면 뭐든 해 보라고 하고 싶다. 쉬고 싶
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맘껏 이곳을 활용하기 바란다. 지금은 하루 사용료
2천원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사용료에 대한 정확한 금액과 이용 룰이 정해지
지 않은 상태이다. 단체 이용 시에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3시간에 1만원이라
고 뭉뚱그려 정해 놓았을 뿐이다. 시간을 재는 일도 없다. 그냥 맘 편히 아이
와 엄마랑 놀다 가면 그뿐이다.

“오늘 생일파티 한다고 한 팀이 오기로 했어요. 지난번에는 다른 팀에서
여기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갔는데 그거 청소하느라 진땀 뺐다니까요. 그래
도 규제하고 싶지 않아요. 원하는 건 뭐든 다 하라고 하고 싶으니까(웃음)”
생일파티에 몇 명이나 오는지 알지 못한다며 그냥 3시간에 만원 받고 도
움 줄 거 있으면 주고 편히 놀고 가게 해줄 거라는 김영경 대표. 그런 대표 옆
에는 줌마놀이터의 첫 운영 기반을 돕고 있는 양선 씨가 있다. 다소곳하게 바
느질을 하며 곁에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줌마놀이터의 미래를 함
께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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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내가 9살인데요. 원래 샘 많고 욕심 많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자
기보다 어린 동생들과 어울리며 돌보면서 나눌 줄 아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요. 도시에 살다보니 아래 동생들을 만날 기회도 없고 맨날 집에서 애기처럼
행동했거든요.”
줌마놀이터 이용대상은 0세에서 3세이지만 그 위 또래 아이들도 함께 어
울리며 나누면서 함께 배울 게 많아서 좋을 거 같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
다.

지금은 알음알음 회원들이 조금 생겨서 공간관리를 당번제로 하루하루 하
고 있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좀 더 모여서 더욱 원활하게 운영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의 오랜 비전이었으니까 공간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요. 주
변 사람들이 이 공간을 맘껏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또 기분이 너무 좋고요.”
이렇게 장소를 기꺼이 내어놓기까지 오랜 소망도 한몫 했지만, 삶에서 모
토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청렴한 정치인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생각하면
서 나도 다시 자세를 곧추 세우게 됩니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면 모든 이
슈에 참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참여
의 기반이 되길 정말 바래요. 살기 좋은 세상, 사람과 어울리는 세상이 되기
위한 일환이 마을공동체사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줌마놀이터가 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
“3년 전 처음 마음을 모았던 사람들을 토대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복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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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담당자가 우리 멤버를 중심으로 부모커뮤니티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이
되었어요.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그 분의 진두지휘 하에 교육과 회의만 주구
장창 해야 했던 멤버들은 결국 지쳐서 떠나게 되었죠. 물론 그분은 좋은 의
도로 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냥 맡기고 마을공동체교육에만 쫓아다닌
제가 정작 우리 내부를 살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시행착오였습니다.”

이제 와서 느낀 것은, 만들어진 공간에서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좋으나 엄
마들이 함께 십시일반해서 밑바닥부터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는 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조금씩 준비해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금은 그냥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회원들의 애정
과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서인지 오랫동안 마음을 함께 나누
면서 만든 공간이었다면 어떠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꾸준히 해서 차곡차
곡 만들어졌다면 회원들 스스로 애정이 듬뿍 담겨서 참여율도 당연히 높아
지지 않았겠냐” 는 말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 박혀있다.
어쨌든 그렇게 2년 가까이 마을공동체교육에 올인하여 많은 사례와 이야
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힘들고 어려워도 감내해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가치
와 비전을 품고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맘먹고 있다.

| 줌마놀이터의 앞날을 생각하며
“앞으로 엄마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줌마놀이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어요. 엄마들이 아이가 만 3세까지 가장 힘들잖아요? 0세에서 3세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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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엄마들끼리 뭉쳐서 같이 놀게끔 하면 되는 거예요. 사회적 비용을 기관
에 투자하지 않고 이런 공간에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줌마놀이터를 통해 육아와 살림의 힘듬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
길 바랄 따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
기를. 동네에서 같이 키우고 나누는 마을이 되는 것,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귀한지 잘 알기에 천천히 걸어가며 확산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궁극적인 꿈은 농사꾼이라는 김영경 대표. 지금은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사람농사를 짓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처럼 이런 일을 한다고 할 때,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고 서
로 가치관을 공유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은 이제 아이들
을 다 키우고 연배가 있지만, 결국 정말 필요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서로 맞는
또래가 같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대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줌마놀이터가 생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제 공간이 만들어지
면서 다해낸 거 같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주변에 알리고 확산시켜
야 하고, 그 과정에 세워야 할 원칙과 룰, 프로그램, 소통방법 등에 여러 가
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영경 대표는 이에 대해 고민이라고 생
각지 않는다.
“결국 고민은 해결방법도 같이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파다
보면 결국에는 해결방법이 생기기 마련이죠. 물론 해결 안 되는 고민도 있어
요. 그럼 그거 그냥 털어버려요. 안 되는 일을 어떻게 해요. 그냥 털고 다른
일 생각해야지. 자꾸 물고 늘어지면 해야 할 일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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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십시일반해서 함께 꾸려가는 줌마놀이터가 되었으면 하지만,
그들이 힘들면 기꺼이 그들의 방패막이 되어 줄 것이라며 힘 있게 말하는 김
영경 대표. 줌마놀이터에 들어갔을 때 테이블에 놓인 삶은 고구마 한 바구니
가 그런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힘든 육아를 함께 할 사람과 공간이 필요한데 이 도시에선 그게 참 어렵
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줌마놀이터는 외로운 육아로 몸과 마
음이 바짝 말라가는 엄마들에게 한 줄기 기름부음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닐
까 생각해본다. 또 엄마들과 아이가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곳이다.
친정 엄마 같은 김영경 대표의 마음이 가득 담긴 줌마놀이터에서 무한 쉼
을 받게 될 엄마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런 엄마들의 행복한 기운을 잔뜩 받고
멋지게 자라게 될 미래의 주역들을 한껏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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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바람쐬다

마을사람들의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사랑방
5호선 끝 까치산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3번을 타고 그곳으로 향한다.
이제 막 출발하려는 마을버스 안에 앉아서 바로 옆 재래시장 풍경을 보니 왠
지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찾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버스에서 내리자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김정선 대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이곳이 열린 것은 2012년 11월
이다. 마치 공방처럼 목공예 작품과 수공예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바닥과 벽
면에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저 안쪽에는 아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는 아늑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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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공방에 앉아 하릴없이 수다 떠는 느낌
으로 김정선 대표와 마주 앉았다.

| 2년 전부터 마음을 모으다
바람쐬다가 열리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있었다. 2년 전부터 아이가 다니
는 공동육아협동조합 개구리어린이집(이하 ‘개구리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과
“뭔가 재미있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런 공간을 만
들기 위해 도서관과 주민센터 등을 기웃거리며 장소를 물색해왔다. 일부러
주민센터 문화프로그램이나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그곳의 문이 주민들에게 자율적으로 열릴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힘으로 만든, 우리만의 공
간을 만들자고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으로 공간 마련을 위한 출
자자를 모았다. 의외로 뜻을 모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2년 전부터 해왔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게 전혀 없는 분위기
였다. 개구리어린이집 부모, 졸업생 부모, 교사들까지 일심동체로 하나둘 십
시일반으로 소액출자를 하였고, 마침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시작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마음을 같이 모은 사람은 불과 3~4명이었죠. 근데 막상 출자자를
모집하니까 10명도 넘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줬어요. 아무래도 논의기간이
이미 2년 이상 됐으니까요. 공간을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싶을
정도로 공간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깔려있는 상태였죠. 계속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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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형태로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었고 말이에요. 맘먹고
나서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그런 준비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맘
을 모으고 같이 하는데 어려울 게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만들고 바닥을 닦고 장판을 깔고, 개구리어린이
집에서 마음을 모은 부모와 아이들이 총출동했다. 아이들도 함께 벽지를 뜯
으며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도우면서 자신들이 뛰어놀 공간이 생긴다며 기뻐
했다. 아무래도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함께 해온 부모들이다보니 그만큼 대
안적 교육과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의 저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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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만들면서 힘든 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냥 같
이 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우리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
던 거 같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 갈망하던 공간이 생겼을 때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나 짜릿하다.

| 바람쐬다에서 바람 쐬는 사람들
“아이고, 어디 갔다 와?”
“여기 옆에 옷가게에서 쇼핑하고 왔어.”
아기를 안고 양손에 쇼핑백을 든 두 명의 엄마들이 아주 편안하게 문을 열
고 들어왔다. 산 물건을 꺼내서 자랑하는 그들과 좋은 가격에 잘 샀다며 관심
가져주는 김정선 대표의 모습이 마치 친정집에서 만난 자매들 같다는 느낌
이 들었다.
“여기요? 저희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죠.(웃음)”
“맞아, 맞아”
두 엄마가 가슴에 잠든 아이를 토닥이며 이 공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귀한
곳인지를 서로 얼굴을 맞대고 크게 공감하며 이야기한다. 처음 만들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외로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언제든 와서 애들을 풀어놓
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면서 일상에 힘든 것들도 같이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
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무 때나 올수 있고, 언제 모여도 편하고, 뭔가 배우고 싶을 때 같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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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 배우면서 같이 어울릴 수 있으면 좋잖아요. 사실 누구를 만나려면 일부
러 약속 잡고 장소도 정해야하는데 여기는 그냥 오면 되는 곳이니까. 또, 누
군가에게는 작업실이 되고, 엄마들에게는 홀로 아이랑 집에 있기 갑갑할 때
마실 나올 곳이 되고. 오면 같이 애도 봐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것
만으로도 우리 엄마들한테는 큰 거잖아요.”
우리가 겪었던 지난 세월의 고립된 육아기를 너무 잘 알기에 누군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내밀어주고 쉼터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고 싶
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바람쐬다에 오는 회원들은 개구리어린이집 부모가 대부분이다. 운영
자들은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지만 생각
처럼 동네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아무래도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이 이용을 하
다 보니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 속을 새로운 사람들이 뚫고 들어오
기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데, 막상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 중에서도 자기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외부인들을 꺼
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새로 오는 사람들이 이곳을 개구리어린이집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곳이라
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이미 관계를 형성해서 융화되기 어렵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실 개구리어린이집 부모들을 중심으로 공간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렇다고 개구리어린이집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거든요. 근데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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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개구리어린이집 신입 부모들의 경우에도 이곳이 개구리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제 2의 공간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땐 좀 당혹스럽
죠. 물론 베이스는 우리가 주축이 됐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마을 모든 사람들
의 사랑방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 말에 좀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편안히 드나들 수 있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 마을과 함께 하는 신바람 바람쐬다
김점선 대표를 중심으로 마을 속의 바람쐬다가 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
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기반이 되어 얼마 전 화곡8동 주민자치센터 앞
마당에서 ‘바람쐬다’ 사랑방이 주최한 작은 마을축제가 열렸다.
‘팔똥큰바람시장’이란 이름으로 맛난 음식도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판과 체험마당도 열고, 안 쓰는 물건들을 나누는 벼룩시장이며, 흥겨운
공연까지 주민자치센터 작은마당에서 모처럼 동네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다.
축제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바람쐬다이지만,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과
동네 파스타집 사장님이 먹거리를 준비해 주고, 동사무소 직원은 팬플룻 공
연을, 동네 보컬학원 수강생들이 노래공연을, 지역의 소리꾼은 아이들과 함
께 전래동요배우기를 해 주고, 동사무소 주민자치담당 직원들과 공익근무요
원은 행사장 준비와 철수에 힘을 보태주고, 서울시청년허브활동으로 ‘화곡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청년들은 행사스텝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고생하며 활
기를 보태주었다. 강서지역 시민단체인 강서나눔연대와 봉제산 방과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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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마당과 체험마당을 열어주고, 그야말로 모두
가 힘을 합쳐 만든 동네축제의 장이었다. 저녁에는 동네엄마들과 인연이 있
는 인디가수들의 공연으로 모두들 가을밤의 낭만에 빠질 수 있었으니 이 얼
마나 뜻 깊은 마을파티현장인가.
처음에는 ‘심심한 화곡8동에 재미난 일 하나 만들어 보자’는 단순한 생각
에서 기획한 축제였다. 하지만, 축제를 통해, 우리 동네에 ‘함께 살기를 즐거
워하는’ 주민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열어본 화곡8동의
작은 마을축제, 동네사람들과 함께 노는 재미를 발견하게 된 뜻 깊은 행사가
된 것이다.

“화곡동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잠깐 살다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면이 많
아요. 아무래도 서울의 다른 동네보다 집값이 싸다보니 터를 잡고 끝까지 사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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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람들보다는 힘든 시절 우선 좀 살다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
분이죠. 하지만, 이렇게 같이 어울리면서 울타리를 치다보면 ‘여기도 살만
한 동네구나 터를 잡고 애정을 가져도 될 만한 곳이구나’라고 느끼지 않겠어
요?”

실제로 바람쐬다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이곳을 기
반으로 마을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마을장터도 그런 일 중에 하나다. 바람쐬다 앞
에 물건을 놓고 판매하면서 마을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우리 애들이 혼자 크는 게 아니라 바람쐬다 안에서 같이 어울린
형과 동생, 언니, 오빠랑 같이 손잡고 동네를 누빌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
아요. 더군다나 요즘은 이곳에 이사 오고 싶어 하는 분들도 생겨나고 실제로
이사 오신 분들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데요.”
인터뷰 내내 김점선 대표 곁에서 나무로 의자를 만드느라 ‘쓱쓱 싹싹’ 대패
질을 하고 있던 멤버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자신이 즐거운 일로 공간에 매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녀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크
지 않다. 그저 이곳에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좋은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것, 그뿐이다. 바쁘게 살지만, 그 와중에서도 서로 돌아보며 재미있게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특히나 삶이 팍팍해. 하지만, 이곳을 통해 이곳이 얼
마든지 활력 있고 즐거운 삶의 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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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하면서 우리도 다시 한 번 함께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니까, 또 동네
사람들도 조금은 알게 된 거 같으니까요. 계속 그 재미를 만들어 가 봐야겠
죠?”
동네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바람쐬다의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생각
마저 들게 했다.

| 함께 놀며 배우는 큰 터전을 만들어가자
“바람쐬다가 생긴 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우리끼리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네요. 물론 힘든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돌아보니
모두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
름 많은 생각과 의견, 사건들이 오고간 긴 세월이었죠.”
1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다음을 이어줄 차세대 주자가 있었으면 좋겠
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사람도 없어
서 고민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 뜻을 모으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두렵지는 않다.

“방과후 교실을 새로 준비하고 있어요. 개구리어린이집 부모들을 중심으
로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예정인데요. 교사를 채용하고 엄마와 아
빠들의 품을 내서 함께 운영할 생각이에요. 공동육아어린이집처럼 이곳도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이런 시도는 뭔가를 점
유하려고 시작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저 동네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면
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터를 만들려는 것이죠. 딱히 정해진 수업이나 프로그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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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이들이 자라는 대로, 흐르는 대로 천천히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이렇게 동네사랑방 바람쐬다를 기점으로 많은 일들이 확장되고 있다. 작
은 공간을 위해 뭉친 사람들이 그곳에서 또 뭉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함께의 삶’을 구축해갈지를 끊임없이 모색한다. 현재 바
람쐬다 운영비 대부분이 외부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그러기에 자립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주측 멤버들이 공예 쪽에 관심도 많고 재능이 있어요. 수공예나 목공예
등은 수업도 하고 있는데, 아마 우리가 자립을 한다면 그쪽 분야를 살려서 하
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에 대해서 내일 모여서 얘기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요. 의견을 모아야봐야 알겠지만, 아마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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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을 좋아하는 김점선 대표와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서 의자
만드는 일을 놓지 않는 회원까지 작업실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바람쐬다였
다.

“다른 거 없어요. 크게 성장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동네에 오래 버티는
구멍가게 같은 그런 느낌으로 계속 이 자리에서 함께 하고 싶어요. 아무나 드
나들어도 이상하지 않고 ‘항상 거기엔 바람쐬다가 있지’하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그게 제일 큰 희망이에요. 우리처럼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하려는 분들에게 해줄 조언이요? 그냥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마을사업을 한다는 것, 공동육아를 꾸려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하고 지
치는 일인가. 누가 나서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만의 의지로,
함께의 힘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바라보며 뭉쳐서 해나가는 것뿐이다. 하지
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 일이다. 버티면서 하다보면 뜻밖의
즐거움, 희망, 행복, 설렘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기다림이 필요한 건데 사회 분위기가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바라니까 사실 그게 더 힘든 거 같아요. 버텨보자는 마음은 어쨌든 시작했으
니 5년은 해보자는 거예요. 그래야 동네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같
이 사람 사는 정도 느끼면서 해나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일단 함께 할 동지가 있으면 그보다 큰 자산은 없다. 그리고 힘들지만 스
스로 재미있다면 그보다 더한 에너지는 없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 책임감,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 그게 있으면 끄떡없는 게 공동
육아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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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거 뭐 꼭 있어야 하나? 아무튼 ‘동지’랑 ‘재
미’는 꼭 있어야 해!! 그거 있으면 자연히 끈기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거
든!!”
허허실실 웃으면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할 거 같은 포용력 넘치는 김점
선 대표의 모습이었지만 그만의 철학이 분명히 있음을 이야기는 나누는 동
안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바람쐬다에서 바람을 쐬고 온갖 획기적인 바
람을 불러일으키게 될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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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청개구리놀이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청개구리 놀이터

인터뷰어·글 / 안효정

영등포 청개구리놀이터는 주택가 골목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인터뷰 방문이 있기 사흘 전 개소식을 마치고 회원모집이 한창이었다.
앞면은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청개구리놀이터의 실내 전경이
한 눈에 보였다. 오고가는 엄마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깔끔한 실내와 아늑한 조명이 반겨 주었다.

| 소수의 행복을 다수의 행복으로
고영희 대표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지인들과
품앗이모임을 하고 있었다. 지인들은 학교 친구이거나 후배로 엄마들의 연
령대가 비슷했고, 자녀도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아들만 둘이다.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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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엄마들의 모임이 되었고, 같은 성별을 키우면서 밟게 되는 고민들도 공
유하고 해결책도 만들어 가면서 모임을 운영했다.
품앗이모임을 시작한 동기를 고영희 대표에게 들어 보았다.
“요즘은 혼자 크는 아이들도 많고, 다자녀라고 해도 세자녀 이상은 보기
드물죠. 혼자 자라는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가 너무 많고 친구를 만나도 깊
은 정을 나누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제 아이에게는 소중한 친구를 만
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게 시작이 되었어요”
아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이미 지인관계였으므로 서로에게 어떤 재능이 있
는지 파악이 쉬웠고, 자녀들의 연령대도 비슷해 의견이 잘 통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물감 퍼포먼스나 숲 체험 등을 위주로 주 1회
의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이 회를 거듭할수록 일정 공간 없이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것이 버겁
게 느껴졌다. 거주지 역시 일치하는 이가 없어 잦은 모임을 갖기에는 부담스
러웠다.
많은 고민 끝에 고영희 대표는 2013년 상반기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거점지역도 없었고, 사업을 하고자 하는 지역의 주민
도 없다는 이유로 선정에서 제외 되었다.
선정에서 제외 되었을 때 상심은 됐지만 엄마들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여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때마침 공동육아 활성화 지
원 사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개설한 ‘돌봄공동체 코디네이터 전문교육’에 참여하며 공동육아, 마을, 공동
체 등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다듬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준비
하는 자세로 하반기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재준비 하게 되었다. 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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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대표는 도림동 주민들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 직접 설문 조사지를 만들
고 놀이터나 아파트 단지 등을 다니면서 설문조사를 했다. 많은 엄마들의 설
문조사에 응답해 주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에 참여하게 되었다.

| 청개구리놀이터는 누구나 주인
청개구리놀이터의 내부는 작고 아담한 카페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키즈
카페를 축소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너의 고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실제로 인테리어 담당자와의
3차례에 걸친 미팅과 수정을 통해 청개구리놀이터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
내게 되었다.
아이들의 공간에는 책을 꺼내 보거나 장난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선이
잘 짜여져 보였고, 엄마들의 공간도 성향에 맞게 카페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 공간까지 꼼꼼하게 배려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청개구리 놀
이터는 아이와 엄마의 배움의 욕구까지도 채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
되었다.

엄마라는 자리는 욕심만으로는 무언가 배우기 쉽지 않다. 아이를 동반하
여 공부할 수 있는 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아이 동반이 허락된다 하더라
도 아이가 얼마나 견뎌주고 도와줄지도 의문이다.
배움의 열정은 있으나, 아이와 함께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곳 청개구
리놀이터와 상의해보면 어떨까? 엄마들의 공간에서는 작게는 2명에서 많게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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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10명 내외의 소모임을 운영할 수 있다. 빔 프로젝트도 있어 원하는 강의
도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엄마가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은 돌봄공간에서
놀이 및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청개구리놀이터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여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분명히 맞아요. 그렇지만 엄마를 위한 공
간이기도 해요. 저는 엄마들이 원하는대로 운영을 할 계획이예요. 수동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정규 프로그램에 맞게 준비한 대로 진행하면 되고, 좀 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엄마들의 욕구에 맞게 언제든지 프
로그램 조정이나 플랜을 변경하면서 운영하려구요. 오픈은 제가 했지만 주
인은 제가 아니예요. 저는 단지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어요. 그리고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주인이 되도록
할꺼예요”라는 말 속에서 운영에 대한 고영희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자신도 주인이 아닌 한 사람의 참여자이며, 상황에 따라 교사도, 청소하는
사람도, 대표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청개구리놀이터에 놀려오는 모든 사람들
과 역할도 책임도 서로 나누며 해나갈 계획이라 한다.

| 웃음소리 가득한 청개구리놀이터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엇
을 해줘야 할지 방법을 잘 몰라 고민하는 엄마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교육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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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도 발생한다. 청개구리놀이터에서는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고
키워주고 싶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재능이든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엄마들이 모여서 재능기부를 통해 품앗이를 하면서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홀로 고립된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을 가진 엄마들
이 이곳 청개구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저는 이곳이 사람으로 북적거리길 원치 않아요. 단 한명의 엄마가 아이와 오
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와서 필요
한 것을 가지고 갈 수 있으면 그것
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무척 소박한 바람이란 생각이 들
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사람이
라도 만족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
이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렸
다. 고영희 대표는 “청개구리는 늘
‘개굴개굴’ 운다고 하지만, 청개구리
놀이터에는 울지 않는 청개구리만
있답니다. 언제나 행복하게 웃을 일
만 가득하거든요” 라면서 운영에 대
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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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일을 하다보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나 배우자의 도움과
이해가 없다면 마을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인터뷰를 하는 도
중 키가 훤칠하고 친절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들어오더니 인터뷰 사진을 찍
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고영희 대표의 배우자시란다. 청개구리놀이터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차근차근 자료 남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평소에 남
편으로부터 도움보다는 소홀하기 십상인 집안일에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 나
로서는 무척 낯설고 부러운 풍경이기도 했다. 가치관을 같이 나누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일이다. 고영희
대표의 소망처럼 언제나 웃음소리만 가득한 청개구리놀이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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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키우는
엄마들
은평구
숲동이놀이터

숲이 키운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따라 마음도 급해진다.
3호선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아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다.
“비오는 데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알겠어요, 조심히 오세요.”
조금 늦겠다는 말에 알겠다며 너그러운 인사를 건네 온다.
동동 구르던 발을 한시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물푸레 카페’, 은평 뉴타운 내 생태공원 옆에 위치한 곳이다. 비오는 날씨
에 우산을 받쳐 들고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도심과 자연이 생생하게 어우러
져 탁 트인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상냥한 인사로 안쪽으로 안내를 해주는 버들 숲동이놀이터 대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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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리하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덧 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숲유치원 ‘숲동이’. 이 날은 마침 숲동이 이
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위한 편집팀 회의가 있어서 5년 전부터 지금까
지 숲동이의 역사를 함께 한 초창기 멤버들과 지금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 만
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괴물, 버들, 말로, 민들레, 풀벌레. 아이들과의 친
근한 소통을 위해 별칭을 쓴다.
아이들을 사교육 대신에 자연에 맡기기로 하고 엄마와 아이들이 매주 월,
수, 금 숲으로 등원하고 있다. 도시에서 자연을 교육의 모토로 선택한 그들
의 남다른 실천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가
고 있는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버들 우리 모두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이었어요. 거기서 괴물이 우리 숲

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그거 너무 좋다고 동의한 4명
이 마음을 모아 처음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 장소는 여기 북한산 주변으로 해
서 매주 월, 수, 금 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숲에서 밥 먹고 놀러 다녀요.
숲에서 키우기로 맘먹고 시작한 모임이기 때문에 비오는 날이든 눈 오는
날이든 신경 쓰지 않고 자연에서 뒹굴며 자랍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맞벌이로 돈 주고 애만 맡기
는 시스템이 아닌 아이와 엄마가 함께 숲에서 자연을 배우며 자라는 것에 가
치를 두고 있어요.
민들레 맞아요, 엄마가 가장 훌륭한 양육자인데 기관과 선생님만 양성하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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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닌가싶어요. 저도 우연히 “유치원을 숲에서 하고 싶다”
고 하는 말씀을 듣고 꼭 연락을 해달라고 해서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
때 마침 뜻을 모은 사람들이 비슷한 지역이었고 이곳에 북한산이 있어서 바
로 함께 하게 되었지요. 풀벌레는 숲동이로 들어왔다가 생태보전시민이 된
사람이에요. 우리 원칙 중에 하나가 숲동이 회원이 되고 나면 생태보전시민
모임에 가입을 하고 시민활동을 의식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말로 숲유치원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괴물의 경우, 오래전부터 생태교육

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들의 만남에서 “우리 아
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숲에서 풀어놓고 키우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뜻을 모았던 거죠. 결국 괴물은 숲속놀이터의 씨앗이 된거죠. 그 이후 멤버
가 늘어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 본격적으로 숲동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각자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말로 저는 제도와 시스템에 완전 반기를 드는 사람이므로 쌍수를 들어 환

영했습니다. 괴물 의견에 완전 추종하고 믿고 따랐지요. 어쩌면 거의 맹신에
가까웠던 거 같아요. 그냥 기존의 틀과 사고를 깬다는 점에서 그냥 좋다고 생
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민들레 저는 1기가 시작되고 한 달 뒤에 함께했어요. 1기 활동을 보면서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 엄청 기다렸고 활동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이
었어요. 처음부터 맘에 와 닿았고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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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했었지요.
괴물 캬아~ 민들레, 저런 마인드 너무 좋아요. 인재예요, 인재!!

| 기존에는 정부지원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꾸려올 수 있었나요?
버들 이 모임의 강력한 메리트가 그것입니다. 그냥 숲과 아이들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임대료도 필요 없고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최소한의
활동비로 월 3만원만 있으면 충분해요. 더군다나 그것을 모아서 한 학기가
끝나면 1박 2일 캠프도 가는걸요(웃음). 아이들이 캠프를 너무나 좋아해요.
첫 졸업생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어요. 처음 대상은 5세에서 7세였는
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도 숲놀이를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방과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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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활동으로 ‘오후의 놀이터’와 5세미만 친구들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꼬마 숲동이’ 반이 함께 개설되어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15명 내외인데 인원수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보다는 이렇게 소
수가 아이들에게 더 좋아요.
괴물 0세부터 4세 중심의 꼬마 숲동이의 경우,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숲동

이놀이터에 비해 활동이 매우 저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기다리
고 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들레 매번 품앗이로 도시락을 싸 오고 필요한 비용은 그때그때 준비해

요. 반찬을 하나씩만 싸가지고 와도 풍성한 한 끼 식사가 되죠. 애들이 식사
만으로도 큰 나눔을 배워요. 저희 딸의 경우 도시락을 쌀 때 누가 좋아하니까
이거 많이 가져가라고 말하곤 하거든요.(웃음)
괴물 그러고 보니 요즘 애들은 나눠먹을 줄 몰라요.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나눠먹을 줄도 함께 먹을 줄도 모르더군
요. 그래서 옆에서 같이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곤 한답니
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숲동이 아이들은 가장 큰 것을 배우고 있네요.

| 숲놀이에는 돈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네요.
그렇다면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요?
버들 누구나 숲에서 즐겁게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취

지하에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사업 참여를 통해 다
른 마을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해온 것들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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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싶어서 하게 된 것이죠. 근데 솔직히 크다면 크지만 인큐베이팅으로 받
은 300만원의 보조금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담당공무원이나 지
자체는 우리 단체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서류만 요구하고 급작스럽게 미팅을
하겠다고 할 때는 정말 멘붕이 따로 없어요. 하지만, 관계의 망을 넓혀간다
는 부분에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참여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함께하
는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괴물 우리도 별 거 아닌 아줌마들이 모여서 만들었으니 한번 만들어보세

요. 그런 마음으로 지원하게 된 거죠.
민들레 실제로 2년째 우리와 함께 활동하고 계신 분이 이야기인데요. 이런

숲유치원을 하고 싶어서 곳곳에 전단지를 붙여가며 광고도 해봤데요. 근데
사람이 모이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어찌어찌 알게 되어서 같이 활동하
시고 독립문에서 이쪽 은평구로 4개월 만에 이사를 오셨어요. 대단하죠.(웃
음)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참여로 숲동이놀이터가 더 많은 분들에게 알

려져 각 동네에서도 숲에서 자라는 엄마와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요.

| 숲동이를 5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운영 노하우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숲동이의 가장 좋은 점은 ‘공동체로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공

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서류상 대표이기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람
들 모두가 대표이예요. 의견수렴을 위해 놀이터의 터장을 뽑기도 해요. 그러
나 지금은 모듬별 장도 없이 당번제로 하고 있어요. 누구나 좋은 의견을 동등
한 위치에서 내고 수용하기 위해서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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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각자 원하는 포지션을 알아서 정해요. 3년 동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버들은 주로 오후의 숲동이 초등학교 2학년 활동을 리드하고 있어요.
말로 괴물은 생태교육전문강사라서 대외적인 강의를 많이 다니는 편이

고, 우리에게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사람이죠. 그래서 본인이 다른 아이들
수업해주느라 정작 본인의 아이들은 잘 돌보지 못해요.

| 이런 회의는 얼마나 하시고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시나요.
버들 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5년 동안 쌓아온 활동내용을 사람들과 공유

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요.
말로 회의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누구나 이렇게 모일 수 있어

요. 숲동이를 오랫동안 해왔고 아이들을 학교에 다녀서 숲동이는 하지 않아
도 모임을 위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지요. 모임
에 대한 애정과 헌신 마인드가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주로 함
께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버들 맞아요, 이 분들이 함께 현재 사업과 미래 프로그램을 구상한답니다.

| 숲동이와 물푸레 카페가 하고 계신 사업인가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민들레 그렇죠. 숲동이를 하다 보니 공간이 필요해서 물푸레 카페도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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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영하게 되었어요. 숲동이를 3년 정도 하다 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게 됐고, 그 후 같이 모여서 관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했
죠. 때마침 물푸레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물푸레 카페도 ‘여성행복 북카페’라는 프로젝
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구요. 공간지원 공모사업에 저희가 선정되어서 3년
위탁운영을 하게 되었지요. 운영단체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이랍니다. 이 공
간이 있으니 앞으로 모이는 데 전혀 문제없지요.(웃음)

| 사교육이 팽배한 도시에서 숲에 아이를 맡겨 키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요.
민들레 보통 책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려 해요. 하지만 자연에서

실제로 놀아보고 아이들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 생
각해요. 그런 모습에서 부모가 함께 배울 때 부모도 아이도 함께 성장하게 되
는 거죠.
말로 사실은 엄마들을 위한 모임에서부터 가치관이 출발된 것이기도 해

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닌 엄마를 위해서요.
버들 맞아요. 숲속자연학교는 주체가 아이지만, 엄마들이 재미있는 곳이

기도 해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면서 자연에서 키우는 게 주요한 것이니까.
엄마들도 자연 속에서 쉬고 함께 어울리며 즐거움을 누리거든요.
말로 아니죠! 그건 진정한 용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지금의 교육현실

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가는 것이 용기 있는 일이며 도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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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관두고 싶을 때가 한 번도 없었나요.
풀벌레 오히려 떠나는 사람들은 울면서 가요.(웃음)
괴물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요.
버들 이게 운동과 비슷한 거 같아요. 운동을 하다가 안하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것처럼, 2년 정도 됐을 때 그만둘까 하다가도 그럼 뭐하지 라는 생각
이 들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괴물 물론 힘든 일이 왜 없었겠습니까. 어쨌든 이런 꿀꿀한 날에도 애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고, 날씨가 안 좋아도, 애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내가 어
떤 사정이 있어도, 모임을 위해 나가야 한다는 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특히,
처음 시작할 때 한두 명 빠지면 모임의 분위기가 휑해지니까. 모임을 위해 애
들을 끌고 가야하는 것들이 그렇지요.
버들 맞아요, 그렇게까지 기운내서 갔는데 ‘난 이만큼 하는데 다른 이들은

요만큼밖에 안 하네’라고 느껴질 때 불만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내려놓게 된 것이, 결국 사람은 각자 자기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를 인정하게 된 거 같아요.
민들레 서로 힘든 거를 인정하게 되고 도와주게 되고 그런 거 같아요. 말

로의 경우, 교통편이 불편한 다른 멤버를 1년 동안 계속 바래다줬거든요.
버들 맞아요, 그런 배려들을 보고 배워요. 나는 이만큼이니까 요만큼이지

않나 하다가도 다른 상대가 나보다 많이 줄 때 나도 ‘그렇구나’ 하며 더 많이
주게 되면서 균형이 맞춰져 가는 거 같아요.
풀벌레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사실은 일상생활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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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힘들어서 숲동이는 휴식 같은 곳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말로 저도 숲동이 오면서 기타 들고 와서 노래 연습도 하고 너무 행복해

요.
민들레 두 가지인 거 같아요. 복잡한 게 있으면 집에 있거나, 힘들면 여기

나와 있는 것. 두 가지의 길이 있어서 그래서 너무 좋아요.

|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내려놓고
숲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괴물 우리 교육이 최선이거나 최고라고 생각지 않아요. 그냥 우리가 좋아

하는 한 방법일 뿐이죠. 우리가 좋아서 선택했고 좋아서 하는 일일뿐이에요.
스펙이나 결과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가치관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뿐
이죠. 그리고 간혹 ‘숲’이라는 조건이 맞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숲과 아이가
동화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치관이나 관점이 다
른 부모의 경우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래서 처음에 원칙을 말하
고, 읽어야 할 책 등을 미리 알려주고 그것을 인식하고 들어올 것을 독려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을 숲에서 방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으니까요. “우리 숲에서 잘 키우고 있고 지난 5
년 동안 잘해왔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말로 아이들이 맘껏 놀아야 잘 큰다는 점에 대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숲을

중심으로 키우는 것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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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가치관과 관점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그것은 숲동이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나요.
괴물 부모의 가치관이 맞지 않다면 아이가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없어요.

보통은 맞벌이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아이만을 위해 뭘 하겠다
고 생각하는 일이 흔치 않죠. 더군다나 요즘은 웬만해선 다들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아이와 자신의 커리어의
두 길에서 이 일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만이 남는 거 같아요. 간혹 숲
교육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니까 선행학습의 일환 또는 창의력 학습의 하
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오신 분들도 있어요. 우리가 세운 원칙이나 가치관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체험학습의 하나로 생각하고 왔다가 그냥 가는
분들이죠. 아마도 이 길이 긴가민가하지만 ‘길을 한번 믿어보자. 엄마들과 함
께 하니까 행복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지속하고 있는 거 같아요.
말로 사실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어떤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기보다는 이

렇게 함께 무언가를 해가면
서 결속력을 가지는 것이 믿
음의 연장선이 되어, 새로
운 비전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요. 엄마들이 인생의 동지를
만들어 가다보니,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 순
간 아이도 잘 커가는 거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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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
괴물 숲에 그저 풀어 논다. 이게 방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렇

게 보일 수도 있고 굳이 말한다면 저희들은 원칙 있는 방치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이지요. 많은 교육
을 하러 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전하는 지식이 아니에요. 아이
들이 보고 배우는 것은 ‘어른들의 태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를 아이들은 본인이 배운다는 생각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배우면서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 태도를 결정하는 가치관과 관
점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 정말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괴물 힘든 거 말할 수 없죠. 도시락 싸는 거? 또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 다

른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힘든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그리고 그런 생각의 결과로 나오는
방향에 의한 갈등을 곁에서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저로서는 무척 힘든 거 같습
니다.
민들레 장점이 크기 때문에 힘든 게 묻히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가끔 체

력적으로 받쳐주지 않을 때, 아이들이 아플 때 정말 힘들긴 합니다. 그 외로
는 본인은 좋은데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이
제 7살인데 공부 시켜야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걱정과 시선에 힘든 거 같아
요. 그리고 매년 새로운 기수의 분들인 엄마들의 적응도 쉽지 않죠. 서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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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맺어가는 것 말이죠.
말로 맞아요!! 특히 저 같은 경우,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어떻게 할지를 모

르겠어요.(웃음)

| 다른 지역에 점점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떻게 성장하길 원하나요.
버들 우리가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것은 내년을 내다보고

한 거였어요. 지금 열린 숲동이 활동을 서울시 지원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이 날은 오고 싶은 사람이 모두 와서 참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오픈수
업이죠. 그렇게 해서 각 동네마다 숲동이가 곳곳에 생겨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민들레 그렇게 생태감수성을 가진 삶의 가치관을 확대를 하고자 하는 것

입니다.
괴물 2기 모임에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어요. 은평 뉴

타운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했는데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말로 예비모임을 통해 가치관과 비전 공유를 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요인

이었어요.

| 숲동이 운영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
또는 현재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말로 회원들에게 원칙에 대한 다짐과 정신 재무장이 꼭 필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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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숲동이가 원활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모임 초기에 숲동이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할 거 같아요.
괴물 근데 가치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어필되면 부담 더 느낄 수 있어요.

사실 막상 직접 해보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이런 것을 말로 전달하니까.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전달방법에 대해 섬세하게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에요.
버들 꼬마 숲동이, 숲동이, 오후 숲동이 세 개의 모듬이 잘 운영되는 게 현

재 가장 중요합니다. 이들이 함께 소통하고 원활하게 교류해가는 것이 중요
한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면 사람들마다 자기 포지션이 있어서 각 모듬
별로 색깔이 달라지면 균형을 잃기가 쉽거든요. 서로 원활한 교류를 해가는
것, 이것이 우리 하반기의 과제이지요.
괴물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요. 천천히 가는 것도 방법이구요.
민들레 모임 단위가 나눠지니까 각기 운영하기 바쁜데 전체를 보고 함께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전
체 틀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괴물 앞으로의 전망으로 ‘학교’도 언급했는데, 이런 일말의 과정이 원활하

게 진행되어야 학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버들 지금은 과도기적인 시기입니다. 최근에 이야기한마당을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그동안 숲동이 활동이 이야기도 들려주고 생태
감수성과 관련 축제를 연 것이었지요. 매년 12월에 새로운 기수가 모집되고
1월, 2월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3월부터 본격적인 시작이 됩니다. 그 안에
정비할 것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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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로 달리기를 잘해요.(웃음)
풀벌레 우리가 잠깐 이사를 가서 숲동이를 못하니 밖에서 뛰어놀 기회가

없어지니 바로 아이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버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하고 다른 점은 엄청 많아요. 하지만, 지

금 현재 비교를 하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괴물 상대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지치지 않는 힘이 있어요. 또래 아이들을

보면 산에 올라가면 힘들어하고 균형감각도 부족해요. 행동반경도 굉장히
적고 도전정신도 매우 약하죠. 무엇보다 완성품을 지향하고요. 선생님이 옆
에서 지도하고 도와주는 것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숲동이에서의
생활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말로 우리 아이는 7살 때까지 글을 몰랐고,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도 몰라서 3월에 학부모 상담을 했어요. 선생님께서 한글을 왜 모르냐고 묻
더군요.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실 거 아니냐고 되물었죠. 그럼 나머지 공
부를 시켜도 되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바로 “너무 좋죠!”라고 흔쾌히 대답했
어요. 그랬더니 부모님이 이런 마인드라면 자신이 주눅 들지 않게 잘 가르치
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지난 9월에 다시 상담 갔더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받아쓰기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월등히 높다고 하셨어
요. 그때 우리 숲동이의 육아방식을 다시 확신하게 됐죠.(웃음)

74
| 숲동이에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숲동이의 바람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숲동이 활동을 위해 이사 오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런데 저희가 진짜 바라는 것은 자신이 사는 동네 가까
운 숲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런 자연학교가 생기는 것이에요.
괴물 우리가 1년을 지내고 난 후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어

요. 그때 새로운 사람 모집하고 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지말자 라는 말도 나
왔었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데도 이렇게 생기면 좋겠고, 만일 실패를
한다고 해도 실패를 통해서도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다
음 기수를 열게 되었어요.
버들 1기가 있고, 2기도 함께 주축이 되며 가고 있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

요. 끝났다고 떠나지 않고 아이가 클 때까지 그 나름에 맞게 포지션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성장하면 좋겠어요. 이미 지금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웃음)

| 숲동이와 같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육아기 동안 엄마가 행복한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시간을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빨리 보내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함께 즐겁
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괴물 저는 큰 딸이 있고 작은 아이 때 숲동이를 시작했어요. 어느 날 큰 딸

이 아파서 한 달 넘게 입원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우리 회원들이 작은 아이
를 한 달 동안 돌아가면서 봐줬어요. 그때 엄청난 힘을 느꼈고 엄청나게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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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했어요. 함께 기른다는 이 경험이 너무나 큰 감동이었어요. 숲동이 활동을
하면서 함께의 삶으로 개인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열
었으면 해요.
풀벌레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건, 내 아이를 나의 주관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여러 아이들 속에서 내 아이를 보게 되
는 것, 다른 사람들이 함께 관심 갖고 내 아이를 바라봐주는 것이 너무 큰 배
움이에요. 우리 아이가 셋인데 두 아이는 너무 조급하게 키웠고 그냥 육아 자
체를 힘들다고만 생각하며 지냈어요. 셋째 딸을 데리고 숲동이를 하면서 비
로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자세히 보고 관찰하게 되었지요. 심지어 아이가
걷다가 뛰는 모습, 그 성장과정을 보면서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으니까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것이 제게 가장 큰 배움이에요.
말로 제도와 시스템은 모두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믿을 것은 바로 옆

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고. 그리고 내 옆에 완전무결하고 순수한 아
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이 숲동이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들레 학교 가기 전까지의 육아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

요. 분명한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유일한 시간이고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
을 것이라는 거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얻는 소중한 시간과 깨달음이 있어
서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
요.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숲동이를 하면서 아이
가 예뻐 보인다는 다른 분들 이야기 들으면서 ‘숲’이야말로 엄마와 아이가 행
복해지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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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공동육아 내지 최종

  • 2.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발행일 | 2013년 12월 19일 펴낸이 | 박혜란 편집기획 | 안세정, 안효정, 곽영선, 이현숙 디자인 | 강서희 인쇄 | 한학문화 펴낸곳 |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주소 |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 태복빌딩 201호 전화 | 02 - 323- 0520 전자우편 | gongdong@gongdong.or.kr 누리집 | www.gongdong.or.kr * 본 책자는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4. 여는글 6 함께 숨 쉬는 공간 동작맘모여라_ 엄마들에 의한,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의 공간 20 줌마놀이터_ 엄마가 행복하면 모두 다 행복해진다 33 바람쐬다_ 마을사람들의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41 청개구리놀이터_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청개구리 놀이터 53 함께 키우는 엄마들 숲동이놀이터_ 숲이 키운다 60 동네한바퀴_ 모두가 함께 크는 동네한바퀴 78 행복한 아이들_ 아이도 엄마도 마을도 함께 행복해져요 82 희망별땅_ 소녀들을 위한 언덕위의 희망별당 만들기 솔향기 엄마정_ 품앗이로 함께 키우는 엄마정 85 87 가온누리 라온제나_ 항상 즐거운 우리로 발전하기 89 은평품앗이육아, 알토란, 책아띠, 온새미로 _ 그녀들의 수다회 | ‘함께’ 키워야 하는 이유는 4 92
  • 5. 함께 배우는 아이들 한빛마을센터_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한빛마을 104 중앙하이츠 희망돌보미_ 함께 자라는 아이들 110 무지개초등방과후_ 골술을 아시나요? 118 살기좋은우리구만들기여성회_ 저녁에도 돌봄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어요 121 함께 키우는 터전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_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124 강북육아협동프로젝트_ 작은 도토리가 참나무가 되기까지 137 다같이놀자_ 신명나는 어린이집 함께 만들어보실래요? 145 새마을운동 금천구지회_ 아이와 엄마를 위한 사랑방, 그리고 친정엄마 148 시소와그네 강북, 마포, 관악_기관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돌봄공동체 157 뒷이야기 안세정_ 그녀들의 ‘오지랖’이 마을을 살린다 165 안효정_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색을 입힐까요? 169 이현숙_ 닫는 글 173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
  • 6. 여는글 이웃은 점점 멀어지고 아이키우기는 점점 불안해지는 세상이다. 언제부터인가 여 성의 사회참여가 대세라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결국 한창 능력이 꽃필 즈음 일을 접는 엄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를 끼고 키운다고 해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마치 섬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엄마는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삶인지,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옳은 건지 방향을 잃고 흔들리기 일쑤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선택하 는 길은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야. 남들이 좋다는 대로 따라가야지’ 다짐하며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의 길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틀에 박힌 ‘성공의 길’로 아이를 내몰기 시작한다. 될수록 빠른 나이에 될수록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라고 쉼 없이 닦달한다. 때로는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이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으나 세상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는 피해자의식을 더욱 굳건히 다진다. 때로는 아이가 짠 해 보이지만 이내 ‘모든 게 너의 행복을 위해서야’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그러나 외 롭고 불안한 마음은 더 깊어진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돌봄공동체를 만들어 꾸려나가는 엄마들도 그 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홀로 외로워하지 않고, 홀로 불안해하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재미있게 살고 싶어 용감하게 나선 엄마들이다. 내 아이에게 남을 이기려 애쓰지 말 고 함께 배려하고 함께 노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 자신이 가진 열정 하나만으로 이웃 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마당을 만들어준 엄마들이다. 크기는 소박하기 짝이 없으되, 6
  • 7. 그 품만큼은 우주보다 깊고 넓은 놀이마당을. 그들은 엄마인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렵사리 자신들을 위한 카페를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져야 한다는 마음 으로 마을사람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었다. 그들은 공부 대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기존의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는 대신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대안 적인 어린이집을 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형태의 공동육아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도 각각이고 규모도 다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표만은 똑 같다. 바로 아이도 엄마 도 마을도 함께 행복해지는 상생의 삶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이들의 추진력에 작은 밑거름이 되어준 건 참 고마운 일이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집안에서 닦은 살림솜씨를 집 밖에서 발휘하자, 놀랍게도, 오 래 전 죽었던 마을이 스르르 살아나는 중이다. 지난 1~2년 동안 (사)공동육아와 공 동체교육 돌봄사업팀과 함께 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되돌아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놀랍게도, 이 사업에 참여한 두 여성이 직접 기획자로 나서서, 취재와 인터뷰를 꼼꼼히 해냄으로써 자칫하면 딱딱한 보고서가 될 수도 있었을 돌봄공동체의 성장이 야기를 사람과 마을이 살아 있는 생생한 체험기로 승격시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안혜정, 안세정 두 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동시에 두 분의 성장을 축하한다. ‘여성 이 대한민국을 바꾼다’는 말은 한낱 듣기 좋은 구호가 아니다. 박혜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이사장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7
  • 8. 공동육아 희노애락 喜 기쁘고 ••••• 나 홀로 육아에서 벗어나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기쁘고 자발적으로 공동육아 모임이 생기니 기쁘고 함께 키우니 키우는 기쁨이 2배가 되어 기쁘고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때 기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진심으로 기쁘고 그 기쁜 일들을 내가 만들어 가고 있다는 자부심에 기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 스스로 기쁘기에 모든 일들을 벌이고 정리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 9. 怒 화나고 ••••• 애써 모임 시간을 잡았는데 각자 사정으로 회의가 연기될 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이가 아플 때 부모, 지역주민 조직이 잘 안될 때 행사를 즐길 때는 모두 함께 하지만 홀로 남아 뒤치닥꺼리 하는 나를 볼 때 함께의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참여자를 볼 때 ‘ 시간이 흘러도 공감하지 못할 때 담당자가 연락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속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슬슬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공동육아 밖의 아이들을 보니,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요.
  • 10. 愛 사랑스럽고 ••••• 아이와 엄마가 더우나 추우나 열심인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이 친구들을 사귀어 함께 노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귀여운 우리 아가들이 점점 자라나는 걸 볼 때 콱 깨물어주고 싶고, 이모~ 하며 안겨드는 녀석들에겐 안 넘어갈 사람 없을걸요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뛰어다니고, 씽긋 웃기만 하던 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줘요.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는 책가방을 매고 나타나겠지요. 사업으로 시작된 인연, 그 자체가 사랑스러움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엄마들도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공동육아를 통해 남의 아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네요.
  • 11. 樂 즐거운 ••••• 일단 아기 엄마 둘 이상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요리, 독서, 놀이할 때 발표회를 갖고 성취감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우울했는데 함께 아이를 키우다보니 서로를 위로해 주고, 힘내라고 토닥여 줄 때 내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시작하고 참여한 축제의 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난 후 모두가 하나 됨을 느낄 때 무엇이든 함께 하니 모든 게 즐겁고 세끼 밥 챙겨주는 것도 겨우 겨우 해나갈 정도였던 초보 엄마는 공동육아로 그만~~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아이 키우기로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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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공동육아는 OOO이다. 공동육아는 나눔이다. 공동육아는 즐거움이다. 공 공동육아는 깨장(깨달음의 장)이다. 공동육아는 친정엄마이다. 공동육아는 엄마들의 희망이다. 공동육아는 함께 어울림이다. 공
  • 17. 다. 공동육아는 한마음이다. 공동육아는 생생정보통이다. 공동육아는 다단계이다. 공동육아는 함께 나눔이다. 공동육아는 오아시스이다. 공동육아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다.
  • 18. 인생에서 관계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친구들의 격려를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다. 이웃과 함께 일하며 삶을 찬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은 없다. 연민, 사랑, 신뢰, 정직이라는 개인적 수완은 돈으로 살수 있는 어떤 것보다 삶의 복잡성에 맞서는 더욱 적절한 대응이다.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언제나 사랑에 있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일생의 과업이라는 인식을 온전히 발전시킨 사람들은 구속받지 않은 삶,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언제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놓는다. - 존 레인, 「언제나 소박하게」 중에서
  • 20. 동작구 동작맘모여라 엄마들에 의한, 엄마들을 위한, 엄마들의 공간 인터뷰어·글 / 안세정 | 엄마와 아이가 맘껏 드나들 수 있는 카페 어깨에 우쿨렐레를 메고 밝은 미소를 띤 엄마들의 얼굴이 하나 둘 눈에 들 어온다. 하나같이 다른 한 손은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발걸음은 가볍다. 동작구 상도역에 위치한 카페 인디. 이곳은 여느 카페와는 다르다. 아이들 은 키즈 카페처럼 값비싼 이용료를 치르지 않아도 맘껏 뛰어놀 수 있고, 엄마 들은 커피숍처럼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며 아이로 인해 주변을 의식하며 걱 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이가 땡깡을 부리거나 이곳저곳 누비고 다녀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올해 4월에 열린 가족카페 인디는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 회원들 20
  • 21. 이 십시일반 마음과 돈을 모아 만든 곳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온라인에서 이어온 끈끈한 동작맘들의 저력이 올해 드디어 오프라인으로 빛 을 뿜어낸 것이다. 권경아 대표는 8,000명도 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꾸려오면서 그들과 세 상 밖으로 나와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고 이야기 한다. | 온라인 카페에서 오프라인 카페가 되기까지 카페 인디의 탄탄한 기반은 따로 있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 라이다. 권경아 대표는 첫 아이를 낳고 우울증이 너무 심했다. 특히 사람 좋 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육아에만 얽매여 갇혀있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나 갑갑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함께 육아를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무도 없었다. 집과 아이, 신랑밖에 의지할 데가 없었다. 그때 그나마 엄마 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아이를 겨우 키워가면서 둘째도 낳게 되었고, 그때 송파구에서 동작구로 이사 오게 되었다. 한창 정을 붙이고 살아 온 동네를 떠나 다시 낯 선 동네로 오니 너무 우울해졌다. 불현듯 ‘나처럼 우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무작정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를 열 었다. “그러니까 그때가 2008년 10월이었어요. 둘째 아이 6개월 됐을 때였죠. 카 페가 개설된 후 한명이 두 명 되고 두 명이 열 명 되더니 이후 100명이 된 후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1
  • 22. 로는 기하급수적으로 회원 수가 늘더라고요. 50명일 때부터는 오프라인 모 임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우리 집은 항상 오픈하우스였죠. 다 불러 모 아서 같이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먹을 거 모아서 먹고 그렇게 모였어요. 리 본공예도 하고 이 방 저 방으로 들어가서 수업하고 수다 떨고 음식도 나눠먹 고 무려 30명까지 모인 적도 있었죠.” ‘그냥 우리 이런 거 해볼까?’해서 이것저것 한 것이 시작이었고 엄마들의 배움 열정이 생겨난 계기가 되었다. 수업을 진행한 사람에게 수강료를 조금 씩 모아 주고 같이 밥도 사먹고 그렇게 지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뭔가를 배우는 것에 대한 성취가 대단하다는 것, 배움에 얼마 나 목말라하는지 알게 되었다. 몇 년을 그렇게 하며 서로 나누었지만 어느덧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랬 다. 집을 오픈하는 건 결국 쉬운 일이 아니다. 커피숍이나 음식점 등등 어디 22
  • 23. 를 정해놓고 가는 일이 아이들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한번은 음식점에서 정기 모임을 했는데 어른만 자그마치 60명이 모였다. 아이들까지 합치면 120명. 그 날 뒷정리를 잘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다 보니 쉽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동작맘은 절대 안 받겠다는 주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땐 정말 너무 서러웠다. 공간에 대한 갈급함은 그렇게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돈만 있으면 건물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거예요. 건물 하나 있으면 엄마들을 위한 미용실, 건강센터, 음식점 등 애들 데리고 맘 놓고 다닐 공간을 만들 텐데 싶었죠. 그래서 우리 멤버들과도 자주 그런 얘길 했죠.” 그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일까? 결국 회원들의 마음이 모아지고 모아져서 1억 정도의 경비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공동육아 활 성화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 카페 ‘인디’가 탄생된 것이다. “진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요. 카페 만든다고 할 때 그냥 잘만 운영하 라며 그거면 된다며 투자해주신 분, 이런 곳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쌈짓 돈 보내주신 분, 아이들 적금 털어서 넣어주신 분, 인테리어도 최소비용으로 도움 주신 분들. 정말 우리들의 힘이 조금씩 모여서 만든 카페가 바로 여기예 요. 그때 생각하면 진짜 감사해요.” | 공간운영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최근에 엄청난 의욕상실과 슬럼프를 겪고 있어요. 카페를 연지 7개월인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3
  • 24. 데 운영비를 원활하게 꾸려가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요. 마을기업을 위한 나 라의 취지는 수익창출을 위해 보조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은 마을 기업이니까 상업적이지 말아야 하고 비싼 운영비는 알아서 자립해서 채워가 야 한다고 하니 너무 힘이 듭니다.” 국가는 ‘상업적이지는 않지만 수익을 창출해서 스스로 유지해가라’고 하 는 데 그게 정말 아이러니 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마을을 위해 사람들 과 함께 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턱없이 비싼 가격을 음식 값으로 매기기도 어 렵고 아무 음식이나 갖다놓고 팔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에 만든 공간이다 보니 월 고정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 나 아이와 엄마가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음식재료도 양질의 것을 써야 해서 식재료비 또한 적지 않게 들어간다.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정작 애들은 방치해놓고 카페운영에 고심해야 하는 것도 힘든 요인 중에 하나이 다. 물론 가치를 중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 보니 자존감과 함께 돈도 있 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여기 일하는 분들,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놓고 바로 카페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해서 받아가는 월급이 고작 30만원이에요. 지금은 여기서 같이 고생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결국 내가 다 벌려서 에너지 소모하고 얻는 건 쥐꼬리만큼 주고. 그것도 주기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요. 좋은 일이니까 잘 될 거라고 으샤으샤하고 시작했는데 요즘 같은 때는 정말 너무 미안하고 속상합니다.” 24
  • 25. 마을기업이라는 이유로 상업적인 것을 전혀 무시하고, 유지해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회원들의 욕구도 그렇고, 원활한 운영을 위한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주류 판매를 고심 중이다. 주류 판매를 하려면, 소방시설 검사를 받고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운영에 반드 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심사숙고 하고 있다. “아참, 커피 한잔 하셔야죠? 제가 낼게요.(웃음)” 커피 한잔을 준다면서 자신의 돈을 지출해서 대접하는 권대표. 대표라고 해서 기득권이나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그녀의 청렴함이 돋보였다. 내가 먹고 내가 돈을 내는 카페라는 것이 그녀의 카페 운영철학이다. 어차피 써야하는 거면 이곳에 와서 쓰자는 것이다. 가끔 딸아이가 쿠키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엄마 여기 대표잖아”라고 하며 왜 돈을 내야 하냐고 묻는다. 아이 가 그래도 “그런 게 어딨어~”라고 하며, 그런 운영원칙이 모든 스텝에게 똑 같이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니고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커피 100잔 이상 팔아야 운영비가 나온다. 실제 카페에는 많은 사 람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수익을 내기는커녕 기본 운영비 채우기도 쉽지 않 다. 사람도 행사도 회원들의 만족도도 최상인데 왜 매달 운영비를 채우는 것 조차 이리 힘든 일이 되었는지. 날씨 좋은 주말엔 다들 외부로 나가서 그렇다 고 해도 평일에도 운영비를 충당 할 정도의 매출도 힘든 실정인 현실이 정말 만만치 않다. “우리 30만원 벌자고 이 짓 하는 거니?” 카페 운영을 위해 함께 고생하고 있는 멤버들과 이따금씩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이것도 우 리가 앞으로 가야하는 숱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결론짓고 서로를 격려한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5
  • 26. “스텝들과 가끔 그런 얘기를 해요. 만약에 우리 내부 출자 없이 전적으로 외부의 지원만을 받았다면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도리어 우리 의 힘으로 열었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통을 겪으며 견고해지는 게 아닐까 싶 어요.” 막상 열고난 뒤에는 회원들이 생각보다 자주 이용하지 않아 서운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내려놓았 다. 물론 카페운영이 자원봉사로 역할 나누기로 운영되고 있다고 동작맘 회 원들을 볼 때마다 이야기한다. 그때마다 회원들은 더 마음을 주었고 한번 올 거 두 번 오는 경우가 늘어갔다. 도움을 주는 회원들 역시 늘고 있다. “카페를 열었을 때 마치 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 신 분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어떠세요?”하고 물어오면 거침없이 힘 들다고 말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주변 관계 기관 분들도 도움을 주시려고 하 고 강의도 이곳에서 하겠다고 하시며 다른 도움 줄게 없는지 물어 오세요. 너 무 감사하죠.” | 끈끈한 커뮤니티는 카페 인디의 자산 매월 운영비 확보로 숨이 막힐 만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 도 견디면서 해나갈 수 있는 이유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음을 나눠주 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이렇듯 그들이 서로 한 마음으로 카페를 꾸려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동작맘 모여라에서 5년 동안 깊게 쌓아온 26
  • 27. 신뢰와 정 때문이다. 그리고 동작맘 인터넷 카페가 이렇게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까지 상업적인 것은 전적으로 배제하고 회원들 간에 순수한 정보와 소통의 공간으로만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단지, 회원들을 위 한 공동구매 정도만 조금 해왔다. 대부분의 온라인 카페가 어느 정도 회원이 늘어나면 상업적으로 가기 마 련이다. 그러나 동작맘은 한 치의 상업적인 것도 허용하지 않았기에 회원들 이 순수 커뮤니티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 마음도 나누고 서로를 알게 되었다. 그런 것들이 지속되면서 믿음과 신뢰를 돈독하게 쌓아갈 수 있었다. 최근에 는 카페를 팔라는 딜러들도 자주 문의가 오고 있다. “저는 그냥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그런 카페가 되기를 원치 않아서 상업적인 것은 전적으로 배제했어요. 하지만,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이나 판 매를 원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을 위해 ‘동작맘의 아름다운 장터’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하나 더 오픈했어요. 이곳은 순수 동작맘들을 위한 장터이 며 어떤 수수료나 비용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곳 장터 카페는 작년 8월에 오픈해서 비공개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회원수가 4천명이 넘었다. 그저 ‘이곳이 엄마들의 경제활동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곳이다. 음식 잘하는 사람은 반찬을 팔고, 친정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분들은 농산물을 올려 팔고, 옷을 판매하고 그러다가 가게를 열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을 통해 자신의 일을 찾고 가게를 여신 분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직접 찾아오신 적도 있다. 그럴 때는 너무 뿌듯하고 ‘내가 이래서 하는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7
  • 28. 구나’ 싶었다. 동작맘 카페의 장점은 지역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어디서 무얼 판매한다고 하면 가까운 곳에서 만나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택배비도 아끼 고 그러면서 또 하나의 만남과 모임이 지속되는 연결고리가 생긴다. 반찬가 게의 경우, 우리 아이를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이 먹는 음식처럼 정성을 다해 만든다. 지금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바로 새로 온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페 내에서는 무조건 누구든지 존댓말을 사용하도록 했다. 새로 온 사람들도 이질감을 느 끼지 않도록 누구나 서로를 존대해서 다 같이 동등한 입장,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관계망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기모임을 할 때 역시, 신입 회원들을 위주로 해서 친한 사람끼리는 절대 같이 앉지 않도록 했다. 정말 모 28
  • 29. 르는 사람끼리 새로 알게끔 유도해나간 것이다. 물론, 강압적이라 싫게 느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후기를 보면 덕분에 친해지고 격 없이 알아가게 됐다 고 한다. 이렇게 해서 골수 회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회원들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단계까지 이른 탄탄한 커뮤니티가 되었다. 누군가 의 강압으로 된 것이 아닌, 정으로 똘똘 뭉쳐진 커뮤니티가 된 것이다. 이젠 온라인 카페 회원 수가 8000명이 넘었다. 그것도 비공개인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회원 수가 늘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비공개인 이 유는 회원수가 4천명이 되었을 즈음 계속 뜻하지 않게 항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어떤 기관이나 장소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유된 순수한 정 보가 해당기관과 장소나 관계자들이 보고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어학원, 키즈카페, 유치원, 어린이집 등등 전화해서 대뜸 형사처벌 운운 한 적도 있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29
  • 30. 었다. 결국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정보와 회원보호 차 원에서 비공개로 하자고 결정하게 되었다. 이것이 온라인회원이 되려면 내 부 회원의 초대가 있어야 가능하게 된 연유이다. 지금은 온라인 동작맘 모여라는 8명의 스텝과 골수 회원들이 있으며 ‘동작 맘 서포터즈 엄마만세’가 있다. 서포터즈 100명이 되는 게 목표인데 온-오프 라인 카페 행사를 위해 지원, 도우미, 자원봉사, 온라인 문제 해결, 안내 등 의 일을 할 사람들을 뽑고 있다. 서포터즈들에 대한 혜택이나 이벤트는 전혀 없다. 단지 건강한 동작맘 커뮤니티를 위해서만 활동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제 활동하시는 분들은 소속감과 본인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 단하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작구 회원들인데 이사를 가더라도 좋은 정보 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해 탈퇴하는 일은 결코 없다. 토요일도 부모교육과 아 이들 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다. | 카페 인디 속 그들의 비전과 미래 카페 인디가 생긴 이후 더 바빠졌다. 가야 할 곳도 많고, 조언을 구할 곳도 많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운영 하는 대방동 여성플라자의 별난놀이터를 위탁 운영하게 되었다. 별난놀이터 는 시간제 탁아운영과 각종 유아, 아동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 이다. 물론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력도 자격도 있으나 육 아로 인해 단절을 경험한 엄마들이 다시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현재 3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또한 별난놀이터 운영을 계기로 ‘동작맘 모여라’와 카페 인디를 알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 30
  • 31. 물론 권경아 대표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지 않다. 아직 아이들이 클 나이인 데 신경써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대표로서 받는 스트레스도 적 지 않다. 하지만,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물 안에서만 있던 동작맘이 더 크게 부풀어지고 더 큰 비전과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 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이제는 카페 인디로 인해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세상 밖에서 인정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큰 기쁨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카페 안에는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이들을 편하게 동반해서 맘껏 풀어놓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물론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을 만큼 넓은 장소가 아니라서 다소 아쉬움이 있 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년을 돌아볼 때, 모임 장소로 겪었던 어려움들 을 생각하면 카페 인디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마음 놓고 정기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이니 말이다. 한 달에 한번은 이곳에서 엄마들을 위한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만큼은 아빠 아이 보는 날로 해서 엄마들끼리 모여서 새벽 네다섯시까지 서 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명절 후엔 명절증후군도 풀고 같이 희로애락 을 나눈다. | 카페 인디는 새로운 길의 출발선 카페 인디를 기반으로 우리 엄마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가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31
  • 32.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육아를 위해 집에 있지만, 엄마들이 분명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새로운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 우쿨렐 레 수업을 받고 있는 엄마들의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엄마들이 카페 인디에 서 자신의 취미를 경력으로 쌓고 사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서 행복하 게 일할 수 있게 되기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이요? 글쎄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초’ 긍정의 마인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거 같아요. 무엇보다 특히 대표는 그 모 든 과정을 리드하고 가야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죠. 하지만, 해나가면 서 느끼는 성취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다시 나를 달리 게 하는 힘이 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시작했고 그 사람들과 순수한 정과 신뢰로 이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지 만 한 단계씩 밟아가며 느끼는 즐거움과 성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일을 그 만둘 수 없다. 이런 마음이 곳곳에 묻어있는 카페 인디는 그 어느 곳보다 따 뜻하고 편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행복한 공 간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듯이 지금까지도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그 초심으 로 거침없이 성장해나갈 거라며 눈물을 머금은 권대표의 미소가 카페 인디 의 미래를 대변하고 있었다. 32
  • 33. 송파구 줌마놀이터 엄마가 행복하면 모두 다 행복해진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 힘든 육아로 지친 엄마들의 쉼터 ‘줌마놀이터’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겠다고 맘 먹으셨어요?” “흠~ 거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결혼하고 나서 덜컥 임신이 되 었을 때, 기쁜 마음보다 어깨가 무거웠어요. 이 험한 세상 내가 아이를 잘 키 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부터 그냥 앞이 막막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뭐 주 변에서 조언을 해주기나 하나 알아서 잘 키우라고 하는데!! 엄마 혼자 육아 를 모두 도맡아서 하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로워요. 그나마 아이 또래 엄마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 집도 오픈해서 같이 모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 고 어느 때는 도리어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 들었죠. 아무래도 애들이랑 엄마 들이 모이다보니 집이 금세 엉망이 되니까. 어쨌든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33
  • 34. 들을 다 키웠는데 3년 전 카페를 열면서 전전긍긍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 고가는 엄마들을 보게 됐어요. 내가 옛날에 아이들 키울 때 생각이 나더라고 요. 그 엄마들에게 물어보니까 내가 애들 키우던 그 시절이랑 지금이랑 달라 진 게 전혀 없더군요.” 송파구 마천동에 위치한 줌마놀이터의 김영경 대표는 자신이 아이들을 키 울 때 힘들었던 마음을 되새기며 올해 9월 본인의 건물 2층에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열었다. “계속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근데 그때 마침 2층 공간이 비게 되었고,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맘 맞는 엄 마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아이 셋을 둔 그녀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막막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 어린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들 모습이 남 일 같지 않 다. “나는 그때 우리 애들 키우면서 애들 키우는 것도 키우는 거지만 엄마들끼 리 맘 편히 모일 공간도 없을뿐더러 매일 애들이랑 남편 끼니 챙기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줌마놀이터는 임산부부터 만 3세 아이를 둔 엄마와 아이를 위한 공간이 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세 살이 될 때까지 엄마와 깊은 교감을 하고 애착형성을 잘하면 아이의 앞날은 건강하고 순탄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녀 의 육아철학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엄마로서 육아로 인해 가장 힘든 때이기 에 줌마놀이터가 그런 엄마들이 함께 모여서 아이를 키우고 때로는 편히 쉬 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34
  • 35. “엄마들끼리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도 하고 여기서 애들이랑 남편 반찬 같이 뚝딱 만들어서 집에 들어가면 여기 줌마놀이터에서 육아와 살림의 대부분이 모두 원스탑으로 해결되지 않겠어요?” 사실, 김영경 대표는 본인 건물 2층을 줌마놀이터에 기부한 것이나 마찬 가지다. 물론 공사를 시작한 직후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서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녀가 오랫동안 이 일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섣불리 실천으로 옮길 수 없었을 일이었다. “이 공간을 아이들과 엄마가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맘먹고 꾸준히 마을공동체 관련 교육을 2년 가까이 받아오다가 올해에 공동육아 활성화 지 원 사업에 참여하고 선정되어 지난 7월 4일부터 공사를 해서 9월초에 개방하 기 시작했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35
  • 36. | 공간을 만든 기쁨 그리고 남은 과제 처음엔 창고같이 적막하고 썰렁했던 공간이 이제 제법 엄마와 아이가 언 제든 쉬어갈 수 있는 안락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한쪽에는 언제든 밥을 해먹 을 수 있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등 부엌기구들이 구비되어 있고 다른 한편은 아이들이 맘껏 책을 읽고 뒹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 다. 이렇게 안락하고 편안한 줌마놀이터의 하루 사용료는 고작 2,000원이다. 김영경 대표는 엄마들이 하고 싶은 거면 뭐든 해 보라고 하고 싶다. 쉬고 싶 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맘껏 이곳을 활용하기 바란다. 지금은 하루 사용료 2천원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사용료에 대한 정확한 금액과 이용 룰이 정해지 지 않은 상태이다. 단체 이용 시에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3시간에 1만원이라 고 뭉뚱그려 정해 놓았을 뿐이다. 시간을 재는 일도 없다. 그냥 맘 편히 아이 와 엄마랑 놀다 가면 그뿐이다. “오늘 생일파티 한다고 한 팀이 오기로 했어요. 지난번에는 다른 팀에서 여기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갔는데 그거 청소하느라 진땀 뺐다니까요. 그래 도 규제하고 싶지 않아요. 원하는 건 뭐든 다 하라고 하고 싶으니까(웃음)” 생일파티에 몇 명이나 오는지 알지 못한다며 그냥 3시간에 만원 받고 도 움 줄 거 있으면 주고 편히 놀고 가게 해줄 거라는 김영경 대표. 그런 대표 옆 에는 줌마놀이터의 첫 운영 기반을 돕고 있는 양선 씨가 있다. 다소곳하게 바 느질을 하며 곁에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줌마놀이터의 미래를 함 께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6
  • 37. “우리 막내가 9살인데요. 원래 샘 많고 욕심 많았거든요. 근데 여기서 자 기보다 어린 동생들과 어울리며 돌보면서 나눌 줄 아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요. 도시에 살다보니 아래 동생들을 만날 기회도 없고 맨날 집에서 애기처럼 행동했거든요.” 줌마놀이터 이용대상은 0세에서 3세이지만 그 위 또래 아이들도 함께 어 울리며 나누면서 함께 배울 게 많아서 좋을 거 같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 다. 지금은 알음알음 회원들이 조금 생겨서 공간관리를 당번제로 하루하루 하 고 있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좀 더 모여서 더욱 원활하게 운영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의 오랜 비전이었으니까 공간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요. 주 변 사람들이 이 공간을 맘껏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또 기분이 너무 좋고요.” 이렇게 장소를 기꺼이 내어놓기까지 오랜 소망도 한몫 했지만, 삶에서 모 토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청렴한 정치인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생각하면 서 나도 다시 자세를 곧추 세우게 됩니다. 국민이 주인의식을 가지면 모든 이 슈에 참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참여 의 기반이 되길 정말 바래요. 살기 좋은 세상, 사람과 어울리는 세상이 되기 위한 일환이 마을공동체사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줌마놀이터가 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 “3년 전 처음 마음을 모았던 사람들을 토대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복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37
  • 38. 지관 담당자가 우리 멤버를 중심으로 부모커뮤니티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이 되었어요.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그 분의 진두지휘 하에 교육과 회의만 주구 장창 해야 했던 멤버들은 결국 지쳐서 떠나게 되었죠. 물론 그분은 좋은 의 도로 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냥 맡기고 마을공동체교육에만 쫓아다닌 제가 정작 우리 내부를 살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시행착오였습니다.” 이제 와서 느낀 것은, 만들어진 공간에서 뭔가를 시작하는 것도 좋으나 엄 마들이 함께 십시일반해서 밑바닥부터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는 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조금씩 준비해서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지금은 그냥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회원들의 애정 과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서인지 오랫동안 마음을 함께 나누 면서 만든 공간이었다면 어떠했을까하고 생각해본다. “꾸준히 해서 차곡차 곡 만들어졌다면 회원들 스스로 애정이 듬뿍 담겨서 참여율도 당연히 높아 지지 않았겠냐” 는 말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 박혀있다. 어쨌든 그렇게 2년 가까이 마을공동체교육에 올인하여 많은 사례와 이야 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힘들고 어려워도 감내해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가치 와 비전을 품고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맘먹고 있다. | 줌마놀이터의 앞날을 생각하며 “앞으로 엄마들이 쉴 수 있는 공간 줌마놀이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어요. 엄마들이 아이가 만 3세까지 가장 힘들잖아요? 0세에서 3세는 동네 38
  • 39. 에서 엄마들끼리 뭉쳐서 같이 놀게끔 하면 되는 거예요. 사회적 비용을 기관 에 투자하지 않고 이런 공간에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줌마놀이터를 통해 육아와 살림의 힘듬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 길 바랄 따름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하게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되 기를. 동네에서 같이 키우고 나누는 마을이 되는 것,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크고 귀한지 잘 알기에 천천히 걸어가며 확산시킬 것을 다짐하고 있다. 궁극적인 꿈은 농사꾼이라는 김영경 대표. 지금은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사람농사를 짓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처럼 이런 일을 한다고 할 때,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고 서 로 가치관을 공유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은 이제 아이들 을 다 키우고 연배가 있지만, 결국 정말 필요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서로 맞는 또래가 같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연대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줌마놀이터가 생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제 공간이 만들어지 면서 다해낸 거 같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주변에 알리고 확산시켜 야 하고, 그 과정에 세워야 할 원칙과 룰, 프로그램, 소통방법 등에 여러 가 지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영경 대표는 이에 대해 고민이라고 생 각지 않는다. “결국 고민은 해결방법도 같이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파다 보면 결국에는 해결방법이 생기기 마련이죠. 물론 해결 안 되는 고민도 있어 요. 그럼 그거 그냥 털어버려요. 안 되는 일을 어떻게 해요. 그냥 털고 다른 일 생각해야지. 자꾸 물고 늘어지면 해야 할 일도 못해요.”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39
  • 40. 엄마들이 십시일반해서 함께 꾸려가는 줌마놀이터가 되었으면 하지만, 그들이 힘들면 기꺼이 그들의 방패막이 되어 줄 것이라며 힘 있게 말하는 김 영경 대표. 줌마놀이터에 들어갔을 때 테이블에 놓인 삶은 고구마 한 바구니 가 그런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힘든 육아를 함께 할 사람과 공간이 필요한데 이 도시에선 그게 참 어렵 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줌마놀이터는 외로운 육아로 몸과 마 음이 바짝 말라가는 엄마들에게 한 줄기 기름부음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아닐 까 생각해본다. 또 엄마들과 아이가 언제든 와서 쉬고 놀 수 있는 곳이다. 친정 엄마 같은 김영경 대표의 마음이 가득 담긴 줌마놀이터에서 무한 쉼 을 받게 될 엄마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런 엄마들의 행복한 기운을 잔뜩 받고 멋지게 자라게 될 미래의 주역들을 한껏 기대해본다. 40
  • 41. 강서구 바람쐬다 마을사람들의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사랑방 5호선 끝 까치산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3번을 타고 그곳으로 향한다. 이제 막 출발하려는 마을버스 안에 앉아서 바로 옆 재래시장 풍경을 보니 왠 지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찾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버스에서 내리자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김정선 대표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동네사랑방 바람쐬다. 이곳이 열린 것은 2012년 11월 이다. 마치 공방처럼 목공예 작품과 수공예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바닥과 벽 면에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저 안쪽에는 아이들이 맘 놓고 놀 수 있는 아늑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41
  • 42. 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공방에 앉아 하릴없이 수다 떠는 느낌 으로 김정선 대표와 마주 앉았다. | 2년 전부터 마음을 모으다 바람쐬다가 열리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있었다. 2년 전부터 아이가 다니 는 공동육아협동조합 개구리어린이집(이하 ‘개구리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과 “뭔가 재미있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런 공간을 만 들기 위해 도서관과 주민센터 등을 기웃거리며 장소를 물색해왔다. 일부러 주민센터 문화프로그램이나 도서관 활동에 참여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그곳의 문이 주민들에게 자율적으로 열릴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힘으로 만든, 우리만의 공 간을 만들자고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첫 시작으로 공간 마련을 위한 출 자자를 모았다. 의외로 뜻을 모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2년 전부터 해왔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게 전혀 없는 분위기 였다. 개구리어린이집 부모, 졸업생 부모, 교사들까지 일심동체로 하나둘 십 시일반으로 소액출자를 하였고, 마침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이 시작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마음을 같이 모은 사람은 불과 3~4명이었죠. 근데 막상 출자자를 모집하니까 10명도 넘는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줬어요. 아무래도 논의기간이 이미 2년 이상 됐으니까요. 공간을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싶을 정도로 공간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깔려있는 상태였죠. 계속 어 42
  • 43. 떤 형태로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었고 말이에요. 맘먹고 나서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그런 준비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맘 을 모으고 같이 하는데 어려울 게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만들고 바닥을 닦고 장판을 깔고, 개구리어린이 집에서 마음을 모은 부모와 아이들이 총출동했다. 아이들도 함께 벽지를 뜯 으며 이것저것 소일거리를 도우면서 자신들이 뛰어놀 공간이 생긴다며 기뻐 했다. 아무래도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함께 해온 부모들이다보니 그만큼 대 안적 교육과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의 저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43
  • 44. “공간을 만들면서 힘든 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냥 같 이 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우리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 던 거 같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 갈망하던 공간이 생겼을 때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나 짜릿하다. | 바람쐬다에서 바람 쐬는 사람들 “아이고, 어디 갔다 와?” “여기 옆에 옷가게에서 쇼핑하고 왔어.” 아기를 안고 양손에 쇼핑백을 든 두 명의 엄마들이 아주 편안하게 문을 열 고 들어왔다. 산 물건을 꺼내서 자랑하는 그들과 좋은 가격에 잘 샀다며 관심 가져주는 김정선 대표의 모습이 마치 친정집에서 만난 자매들 같다는 느낌 이 들었다. “여기요? 저희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죠.(웃음)” “맞아, 맞아” 두 엄마가 가슴에 잠든 아이를 토닥이며 이 공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귀한 곳인지를 서로 얼굴을 맞대고 크게 공감하며 이야기한다. 처음 만들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외로운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언제든 와서 애들을 풀어놓 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면서 일상에 힘든 것들도 같이 이야기하며 나눌 수 있 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무 때나 올수 있고, 언제 모여도 편하고, 뭔가 배우고 싶을 때 같이 모 44
  • 45. 여서 배우면서 같이 어울릴 수 있으면 좋잖아요. 사실 누구를 만나려면 일부 러 약속 잡고 장소도 정해야하는데 여기는 그냥 오면 되는 곳이니까. 또, 누 군가에게는 작업실이 되고, 엄마들에게는 홀로 아이랑 집에 있기 갑갑할 때 마실 나올 곳이 되고. 오면 같이 애도 봐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것 만으로도 우리 엄마들한테는 큰 거잖아요.” 우리가 겪었던 지난 세월의 고립된 육아기를 너무 잘 알기에 누군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먼저 손내밀어주고 쉼터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고 싶 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바람쐬다에 오는 회원들은 개구리어린이집 부모가 대부분이다. 운영 자들은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지만 생각 처럼 동네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아무래도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이 이용을 하 다 보니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 속을 새로운 사람들이 뚫고 들어오 기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데, 막상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 중에서도 자기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외부인들을 꺼 려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새로 오는 사람들이 이곳을 개구리어린이집 사람들만 올 수 있는 곳이라 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이미 관계를 형성해서 융화되기 어렵다고 느낄 때는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실 개구리어린이집 부모들을 중심으로 공간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렇다고 개구리어린이집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거든요. 근데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45
  • 46. 간혹 개구리어린이집 신입 부모들의 경우에도 이곳이 개구리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제 2의 공간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땐 좀 당혹스럽 죠. 물론 베이스는 우리가 주축이 됐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마을 모든 사람들 의 사랑방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 말에 좀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편안히 드나들 수 있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 마을과 함께 하는 신바람 바람쐬다 김점선 대표를 중심으로 마을 속의 바람쐬다가 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 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기반이 되어 얼마 전 화곡8동 주민자치센터 앞 마당에서 ‘바람쐬다’ 사랑방이 주최한 작은 마을축제가 열렸다. ‘팔똥큰바람시장’이란 이름으로 맛난 음식도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놀이판과 체험마당도 열고, 안 쓰는 물건들을 나누는 벼룩시장이며, 흥겨운 공연까지 주민자치센터 작은마당에서 모처럼 동네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다. 축제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바람쐬다이지만, 개구리어린이집 엄마들과 동네 파스타집 사장님이 먹거리를 준비해 주고, 동사무소 직원은 팬플룻 공 연을, 동네 보컬학원 수강생들이 노래공연을, 지역의 소리꾼은 아이들과 함 께 전래동요배우기를 해 주고, 동사무소 주민자치담당 직원들과 공익근무요 원은 행사장 준비와 철수에 힘을 보태주고, 서울시청년허브활동으로 ‘화곡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청년들은 행사스텝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고생하며 활 기를 보태주었다. 강서지역 시민단체인 강서나눔연대와 봉제산 방과후 준비 46
  • 47. 모임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마당과 체험마당을 열어주고, 그야말로 모두 가 힘을 합쳐 만든 동네축제의 장이었다. 저녁에는 동네엄마들과 인연이 있 는 인디가수들의 공연으로 모두들 가을밤의 낭만에 빠질 수 있었으니 이 얼 마나 뜻 깊은 마을파티현장인가. 처음에는 ‘심심한 화곡8동에 재미난 일 하나 만들어 보자’는 단순한 생각 에서 기획한 축제였다. 하지만, 축제를 통해, 우리 동네에 ‘함께 살기를 즐거 워하는’ 주민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열어본 화곡8동의 작은 마을축제, 동네사람들과 함께 노는 재미를 발견하게 된 뜻 깊은 행사가 된 것이다. “화곡동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잠깐 살다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면이 많 아요. 아무래도 서울의 다른 동네보다 집값이 싸다보니 터를 잡고 끝까지 사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47
  • 48. 는 사람들보다는 힘든 시절 우선 좀 살다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 분이죠. 하지만, 이렇게 같이 어울리면서 울타리를 치다보면 ‘여기도 살만 한 동네구나 터를 잡고 애정을 가져도 될 만한 곳이구나’라고 느끼지 않겠어 요?” 실제로 바람쐬다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이곳을 기 반으로 마을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한 달에 한번 있는 마을장터도 그런 일 중에 하나다. 바람쐬다 앞 에 물건을 놓고 판매하면서 마을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우리 애들이 혼자 크는 게 아니라 바람쐬다 안에서 같이 어울린 형과 동생, 언니, 오빠랑 같이 손잡고 동네를 누빌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 아요. 더군다나 요즘은 이곳에 이사 오고 싶어 하는 분들도 생겨나고 실제로 이사 오신 분들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데요.” 인터뷰 내내 김점선 대표 곁에서 나무로 의자를 만드느라 ‘쓱쓱 싹싹’ 대패 질을 하고 있던 멤버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자신이 즐거운 일로 공간에 매일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녀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크 지 않다. 그저 이곳에서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좋은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것, 그뿐이다. 바쁘게 살지만, 그 와중에서도 서로 돌아보며 재미있게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특히나 삶이 팍팍해. 하지만, 이곳을 통해 이곳이 얼 마든지 활력 있고 즐거운 삶의 터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마을축제 48
  • 49. 를 하면서 우리도 다시 한 번 함께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니까, 또 동네 사람들도 조금은 알게 된 거 같으니까요. 계속 그 재미를 만들어 가 봐야겠 죠?” 동네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바람쐬다의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생각 마저 들게 했다. | 함께 놀며 배우는 큰 터전을 만들어가자 “바람쐬다가 생긴 지 벌써 1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우리끼리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네요. 물론 힘든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돌아보니 모두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나 름 많은 생각과 의견, 사건들이 오고간 긴 세월이었죠.” 1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다음을 이어줄 차세대 주자가 있었으면 좋겠 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사람도 없어 서 고민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함께 뜻을 모으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두렵지는 않다. “방과후 교실을 새로 준비하고 있어요. 개구리어린이집 부모들을 중심으 로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예정인데요. 교사를 채용하고 엄마와 아 빠들의 품을 내서 함께 운영할 생각이에요. 공동육아어린이집처럼 이곳도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할 예정입니다. 이런 시도는 뭔가를 점 유하려고 시작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저 동네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면 서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터를 만들려는 것이죠. 딱히 정해진 수업이나 프로그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49
  • 50. 램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이들이 자라는 대로, 흐르는 대로 천천히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이렇게 동네사랑방 바람쐬다를 기점으로 많은 일들이 확장되고 있다. 작 은 공간을 위해 뭉친 사람들이 그곳에서 또 뭉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고 무엇에 가치를 두고 ‘함께의 삶’을 구축해갈지를 끊임없이 모색한다. 현재 바 람쐬다 운영비 대부분이 외부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그러기에 자립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주측 멤버들이 공예 쪽에 관심도 많고 재능이 있어요. 수공예나 목공예 등은 수업도 하고 있는데, 아마 우리가 자립을 한다면 그쪽 분야를 살려서 하 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에 대해서 내일 모여서 얘기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요. 의견을 모아야봐야 알겠지만, 아마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50
  • 51. 바느질을 좋아하는 김점선 대표와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서 의자 만드는 일을 놓지 않는 회원까지 작업실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바람쐬다였 다. “다른 거 없어요. 크게 성장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동네에 오래 버티는 구멍가게 같은 그런 느낌으로 계속 이 자리에서 함께 하고 싶어요. 아무나 드 나들어도 이상하지 않고 ‘항상 거기엔 바람쐬다가 있지’하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그게 제일 큰 희망이에요. 우리처럼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하려는 분들에게 해줄 조언이요? 그냥 잘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마을사업을 한다는 것, 공동육아를 꾸려간다는 것은 얼마나 고단하고 지 치는 일인가. 누가 나서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만의 의지로, 함께의 힘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바라보며 뭉쳐서 해나가는 것뿐이다. 하지 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 일이다. 버티면서 하다보면 뜻밖의 즐거움, 희망, 행복, 설렘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기다림이 필요한 건데 사회 분위기가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바라니까 사실 그게 더 힘든 거 같아요. 버텨보자는 마음은 어쨌든 시작했으 니 5년은 해보자는 거예요. 그래야 동네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같 이 사람 사는 정도 느끼면서 해나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일단 함께 할 동지가 있으면 그보다 큰 자산은 없다. 그리고 힘들지만 스 스로 재미있다면 그보다 더한 에너지는 없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면 끈기가 있어야 한다. 책임감,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 그게 있으면 끄떡없는 게 공동 육아라고 믿는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1
  • 52. “책임감을 강조하긴 했지만, 그거 뭐 꼭 있어야 하나? 아무튼 ‘동지’랑 ‘재 미’는 꼭 있어야 해!! 그거 있으면 자연히 끈기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거 든!!” 허허실실 웃으면서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할 거 같은 포용력 넘치는 김점 선 대표의 모습이었지만 그만의 철학이 분명히 있음을 이야기는 나누는 동 안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바람쐬다에서 바람을 쐬고 온갖 획기적인 바 람을 불러일으키게 될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52
  • 53. 영등포구 청개구리놀이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청개구리 놀이터 인터뷰어·글 / 안효정 영등포 청개구리놀이터는 주택가 골목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인터뷰 방문이 있기 사흘 전 개소식을 마치고 회원모집이 한창이었다. 앞면은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어 청개구리놀이터의 실내 전경이 한 눈에 보였다. 오고가는 엄마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깔끔한 실내와 아늑한 조명이 반겨 주었다. | 소수의 행복을 다수의 행복으로 고영희 대표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준비하기 이전부터 지인들과 품앗이모임을 하고 있었다. 지인들은 학교 친구이거나 후배로 엄마들의 연 령대가 비슷했고, 자녀도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아들만 둘이다. 자연스럽게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3
  • 54. 아들엄마들의 모임이 되었고, 같은 성별을 키우면서 밟게 되는 고민들도 공 유하고 해결책도 만들어 가면서 모임을 운영했다. 품앗이모임을 시작한 동기를 고영희 대표에게 들어 보았다. “요즘은 혼자 크는 아이들도 많고, 다자녀라고 해도 세자녀 이상은 보기 드물죠. 혼자 자라는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가 너무 많고 친구를 만나도 깊 은 정을 나누지는 못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제 아이에게는 소중한 친구를 만 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게 시작이 되었어요” 아들의 엄마이기 이전에 이미 지인관계였으므로 서로에게 어떤 재능이 있 는지 파악이 쉬웠고, 자녀들의 연령대도 비슷해 의견이 잘 통했다. 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물감 퍼포먼스나 숲 체험 등을 위주로 주 1회 의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이 회를 거듭할수록 일정 공간 없이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것이 버겁 게 느껴졌다. 거주지 역시 일치하는 이가 없어 잦은 모임을 갖기에는 부담스 러웠다. 많은 고민 끝에 고영희 대표는 2013년 상반기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거점지역도 없었고, 사업을 하고자 하는 지역의 주민 도 없다는 이유로 선정에서 제외 되었다. 선정에서 제외 되었을 때 상심은 됐지만 엄마들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여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때마침 공동육아 활성화 지 원 사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개설한 ‘돌봄공동체 코디네이터 전문교육’에 참여하며 공동육아, 마을, 공동 체 등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다듬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준비 하는 자세로 하반기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재준비 하게 되었다. 고영 54
  • 55. 희 대표는 도림동 주민들의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 직접 설문 조사지를 만들 고 놀이터나 아파트 단지 등을 다니면서 설문조사를 했다. 많은 엄마들의 설 문조사에 응답해 주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에 참여하게 되었다. | 청개구리놀이터는 누구나 주인 청개구리놀이터의 내부는 작고 아담한 카페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키즈 카페를 축소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너의 고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실제로 인테리어 담당자와의 3차례에 걸친 미팅과 수정을 통해 청개구리놀이터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 내게 되었다. 아이들의 공간에는 책을 꺼내 보거나 장난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동선이 잘 짜여져 보였고, 엄마들의 공간도 성향에 맞게 카페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 공간까지 꼼꼼하게 배려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청개구리 놀 이터는 아이와 엄마의 배움의 욕구까지도 채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 되었다. 엄마라는 자리는 욕심만으로는 무언가 배우기 쉽지 않다. 아이를 동반하 여 공부할 수 있는 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아이 동반이 허락된다 하더라 도 아이가 얼마나 견뎌주고 도와줄지도 의문이다. 배움의 열정은 있으나, 아이와 함께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곳 청개구 리놀이터와 상의해보면 어떨까? 엄마들의 공간에서는 작게는 2명에서 많게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5
  • 56. 는 10명 내외의 소모임을 운영할 수 있다. 빔 프로젝트도 있어 원하는 강의 도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엄마가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은 돌봄공간에서 놀이 및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청개구리놀이터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여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분명히 맞아요. 그렇지만 엄마를 위한 공 간이기도 해요. 저는 엄마들이 원하는대로 운영을 할 계획이예요. 수동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정규 프로그램에 맞게 준비한 대로 진행하면 되고, 좀 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엄마들의 욕구에 맞게 언제든지 프 로그램 조정이나 플랜을 변경하면서 운영하려구요. 오픈은 제가 했지만 주 인은 제가 아니예요. 저는 단지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어요. 그리고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주인이 되도록 할꺼예요”라는 말 속에서 운영에 대한 고영희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자신도 주인이 아닌 한 사람의 참여자이며, 상황에 따라 교사도, 청소하는 사람도, 대표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청개구리놀이터에 놀려오는 모든 사람들 과 역할도 책임도 서로 나누며 해나갈 계획이라 한다. | 웃음소리 가득한 청개구리놀이터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무엇 을 해줘야 할지 방법을 잘 몰라 고민하는 엄마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교육을 하는 56
  • 57. 경우도 발생한다. 청개구리놀이터에서는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고 키워주고 싶다. “모든 사람들은 어떤 재능이든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엄마들이 모여서 재능기부를 통해 품앗이를 하면서 아이는 엄마와의 애착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홀로 고립된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을 가진 엄마들 이 이곳 청개구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저는 이곳이 사람으로 북적거리길 원치 않아요. 단 한명의 엄마가 아이와 오 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와서 필요 한 것을 가지고 갈 수 있으면 그것 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무척 소박한 바람이란 생각이 들 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사람이 라도 만족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 이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렸 다. 고영희 대표는 “청개구리는 늘 ‘개굴개굴’ 운다고 하지만, 청개구리 놀이터에는 울지 않는 청개구리만 있답니다. 언제나 행복하게 웃을 일 만 가득하거든요” 라면서 운영에 대 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57
  • 58. 마을의 일을 하다보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나 배우자의 도움과 이해가 없다면 마을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인터뷰를 하는 도 중 키가 훤칠하고 친절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들어오더니 인터뷰 사진을 찍 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고영희 대표의 배우자시란다. 청개구리놀이터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차근차근 자료 남기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평소에 남 편으로부터 도움보다는 소홀하기 십상인 집안일에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 나 로서는 무척 낯설고 부러운 풍경이기도 했다. 가치관을 같이 나누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일이다. 고영희 대표의 소망처럼 언제나 웃음소리만 가득한 청개구리놀이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58
  • 60. 은평구 숲동이놀이터 숲이 키운다 인터뷰어·글 / 안세정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따라 마음도 급해진다. 3호선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아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다. “비오는 데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알겠어요, 조심히 오세요.” 조금 늦겠다는 말에 알겠다며 너그러운 인사를 건네 온다. 동동 구르던 발을 한시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물푸레 카페’, 은평 뉴타운 내 생태공원 옆에 위치한 곳이다. 비오는 날씨 에 우산을 받쳐 들고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도심과 자연이 생생하게 어우러 져 탁 트인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상냥한 인사로 안쪽으로 안내를 해주는 버들 숲동이놀이터 대표를 따라서 60
  • 61. 함께 자리하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덧 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숲유치원 ‘숲동이’. 이 날은 마침 숲동이 이 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위한 편집팀 회의가 있어서 5년 전부터 지금까 지 숲동이의 역사를 함께 한 초창기 멤버들과 지금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 만 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괴물, 버들, 말로, 민들레, 풀벌레. 아이들과의 친 근한 소통을 위해 별칭을 쓴다. 아이들을 사교육 대신에 자연에 맡기기로 하고 엄마와 아이들이 매주 월, 수, 금 숲으로 등원하고 있다. 도시에서 자연을 교육의 모토로 선택한 그들 의 남다른 실천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가 고 있는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버들 우리 모두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이었어요. 거기서 괴물이 우리 숲 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그거 너무 좋다고 동의한 4명 이 마음을 모아 처음 시작을 하게 되었지요. 장소는 여기 북한산 주변으로 해 서 매주 월, 수, 금 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숲에서 밥 먹고 놀러 다녀요. 숲에서 키우기로 맘먹고 시작한 모임이기 때문에 비오는 날이든 눈 오는 날이든 신경 쓰지 않고 자연에서 뒹굴며 자랍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맞벌이로 돈 주고 애만 맡기 는 시스템이 아닌 아이와 엄마가 함께 숲에서 자연을 배우며 자라는 것에 가 치를 두고 있어요. 민들레 맞아요, 엄마가 가장 훌륭한 양육자인데 기관과 선생님만 양성하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61
  • 62. 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닌가싶어요. 저도 우연히 “유치원을 숲에서 하고 싶다” 고 하는 말씀을 듣고 꼭 연락을 해달라고 해서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 때 마침 뜻을 모은 사람들이 비슷한 지역이었고 이곳에 북한산이 있어서 바 로 함께 하게 되었지요. 풀벌레는 숲동이로 들어왔다가 생태보전시민이 된 사람이에요. 우리 원칙 중에 하나가 숲동이 회원이 되고 나면 생태보전시민 모임에 가입을 하고 시민활동을 의식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말로 숲유치원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괴물의 경우, 오래전부터 생태교육 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생태보전시민모임 회원들의 만남에서 “우리 아 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말고 숲에서 풀어놓고 키우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뜻을 모았던 거죠. 결국 괴물은 숲속놀이터의 씨앗이 된거죠. 그 이후 멤버 가 늘어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 본격적으로 숲동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각자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말로 저는 제도와 시스템에 완전 반기를 드는 사람이므로 쌍수를 들어 환 영했습니다. 괴물 의견에 완전 추종하고 믿고 따랐지요. 어쩌면 거의 맹신에 가까웠던 거 같아요. 그냥 기존의 틀과 사고를 깬다는 점에서 그냥 좋다고 생 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민들레 저는 1기가 시작되고 한 달 뒤에 함께했어요. 1기 활동을 보면서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 엄청 기다렸고 활동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이 었어요. 처음부터 맘에 와 닿았고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를 62
  • 63. 고민했었지요. 괴물 캬아~ 민들레, 저런 마인드 너무 좋아요. 인재예요, 인재!! | 기존에는 정부지원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꾸려올 수 있었나요? 버들 이 모임의 강력한 메리트가 그것입니다. 그냥 숲과 아이들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임대료도 필요 없고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최소한의 활동비로 월 3만원만 있으면 충분해요. 더군다나 그것을 모아서 한 학기가 끝나면 1박 2일 캠프도 가는걸요(웃음). 아이들이 캠프를 너무나 좋아해요. 첫 졸업생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어요. 처음 대상은 5세에서 7세였는 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도 숲놀이를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방과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63
  • 64. 후 활동으로 ‘오후의 놀이터’와 5세미만 친구들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꼬마 숲동이’ 반이 함께 개설되어 진행되고 있어요.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15명 내외인데 인원수는 사실 그렇게 많은 것보다는 이렇게 소 수가 아이들에게 더 좋아요. 괴물 0세부터 4세 중심의 꼬마 숲동이의 경우,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숲동 이놀이터에 비해 활동이 매우 저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기다리 고 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들레 매번 품앗이로 도시락을 싸 오고 필요한 비용은 그때그때 준비해 요. 반찬을 하나씩만 싸가지고 와도 풍성한 한 끼 식사가 되죠. 애들이 식사 만으로도 큰 나눔을 배워요. 저희 딸의 경우 도시락을 쌀 때 누가 좋아하니까 이거 많이 가져가라고 말하곤 하거든요.(웃음) 괴물 그러고 보니 요즘 애들은 나눠먹을 줄 몰라요.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나눠먹을 줄도 함께 먹을 줄도 모르더군 요. 그래서 옆에서 같이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곤 한답니 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숲동이 아이들은 가장 큰 것을 배우고 있네요. | 숲놀이에는 돈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네요. 그렇다면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요? 버들 누구나 숲에서 즐겁게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취 지하에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사업 참여를 통해 다 른 마을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해온 것들을 알 64
  • 65. 리고 싶어서 하게 된 것이죠. 근데 솔직히 크다면 크지만 인큐베이팅으로 받 은 300만원의 보조금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담당공무원이나 지 자체는 우리 단체에 대한 이해도 없이 서류만 요구하고 급작스럽게 미팅을 하겠다고 할 때는 정말 멘붕이 따로 없어요. 하지만, 관계의 망을 넓혀간다 는 부분에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참여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함께하 는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괴물 우리도 별 거 아닌 아줌마들이 모여서 만들었으니 한번 만들어보세 요. 그런 마음으로 지원하게 된 거죠. 민들레 실제로 2년째 우리와 함께 활동하고 계신 분이 이야기인데요. 이런 숲유치원을 하고 싶어서 곳곳에 전단지를 붙여가며 광고도 해봤데요. 근데 사람이 모이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어찌어찌 알게 되어서 같이 활동하 시고 독립문에서 이쪽 은평구로 4개월 만에 이사를 오셨어요. 대단하죠.(웃 음)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 참여로 숲동이놀이터가 더 많은 분들에게 알 려져 각 동네에서도 숲에서 자라는 엄마와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요. | 숲동이를 5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운영 노하우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숲동이의 가장 좋은 점은 ‘공동체로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제가 공 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서류상 대표이기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사람 들 모두가 대표이예요. 의견수렴을 위해 놀이터의 터장을 뽑기도 해요. 그러 나 지금은 모듬별 장도 없이 당번제로 하고 있어요. 누구나 좋은 의견을 동등 한 위치에서 내고 수용하기 위해서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65
  • 66. 민들레 각자 원하는 포지션을 알아서 정해요. 3년 동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버들은 주로 오후의 숲동이 초등학교 2학년 활동을 리드하고 있어요. 말로 괴물은 생태교육전문강사라서 대외적인 강의를 많이 다니는 편이 고, 우리에게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사람이죠. 그래서 본인이 다른 아이들 수업해주느라 정작 본인의 아이들은 잘 돌보지 못해요. | 이런 회의는 얼마나 하시고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시나요. 버들 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5년 동안 쌓아온 활동내용을 사람들과 공유 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요. 말로 회의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누구나 이렇게 모일 수 있어 요. 숲동이를 오랫동안 해왔고 아이들을 학교에 다녀서 숲동이는 하지 않아 도 모임을 위해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지요. 모임 에 대한 애정과 헌신 마인드가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 주로 함 께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버들 맞아요, 이 분들이 함께 현재 사업과 미래 프로그램을 구상한답니다. | 숲동이와 물푸레 카페가 하고 계신 사업인가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민들레 그렇죠. 숲동이를 하다 보니 공간이 필요해서 물푸레 카페도 같 66
  • 67. 이 운영하게 되었어요. 숲동이를 3년 정도 하다 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게 됐고, 그 후 같이 모여서 관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했 죠. 때마침 물푸레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함께 도모할 수 있게 되었어요. 물푸레 카페도 ‘여성행복 북카페’라는 프로젝 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구요. 공간지원 공모사업에 저희가 선정되어서 3년 위탁운영을 하게 되었지요. 운영단체는 ‘생태보전시민모임’이랍니다. 이 공 간이 있으니 앞으로 모이는 데 전혀 문제없지요.(웃음) | 사교육이 팽배한 도시에서 숲에 아이를 맡겨 키운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요. 민들레 보통 책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려 해요. 하지만 자연에서 실제로 놀아보고 아이들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닐까 생 각해요. 그런 모습에서 부모가 함께 배울 때 부모도 아이도 함께 성장하게 되 는 거죠. 말로 사실은 엄마들을 위한 모임에서부터 가치관이 출발된 것이기도 해 요.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닌 엄마를 위해서요. 버들 맞아요. 숲속자연학교는 주체가 아이지만, 엄마들이 재미있는 곳이 기도 해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면서 자연에서 키우는 게 주요한 것이니까. 엄마들도 자연 속에서 쉬고 함께 어울리며 즐거움을 누리거든요. 말로 아니죠! 그건 진정한 용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지금의 교육현실 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가는 것이 용기 있는 일이며 도발이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67
  • 68. | 정말 관두고 싶을 때가 한 번도 없었나요. 풀벌레 오히려 떠나는 사람들은 울면서 가요.(웃음) 괴물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요. 버들 이게 운동과 비슷한 거 같아요. 운동을 하다가 안하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것처럼, 2년 정도 됐을 때 그만둘까 하다가도 그럼 뭐하지 라는 생각 이 들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괴물 물론 힘든 일이 왜 없었겠습니까. 어쨌든 이런 꿀꿀한 날에도 애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고, 날씨가 안 좋아도, 애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내가 어 떤 사정이 있어도, 모임을 위해 나가야 한다는 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특히, 처음 시작할 때 한두 명 빠지면 모임의 분위기가 휑해지니까. 모임을 위해 애 들을 끌고 가야하는 것들이 그렇지요. 버들 맞아요, 그렇게까지 기운내서 갔는데 ‘난 이만큼 하는데 다른 이들은 요만큼밖에 안 하네’라고 느껴질 때 불만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내려놓게 된 것이, 결국 사람은 각자 자기 그릇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를 인정하게 된 거 같아요. 민들레 서로 힘든 거를 인정하게 되고 도와주게 되고 그런 거 같아요. 말 로의 경우, 교통편이 불편한 다른 멤버를 1년 동안 계속 바래다줬거든요. 버들 맞아요, 그런 배려들을 보고 배워요. 나는 이만큼이니까 요만큼이지 않나 하다가도 다른 상대가 나보다 많이 줄 때 나도 ‘그렇구나’ 하며 더 많이 주게 되면서 균형이 맞춰져 가는 거 같아요. 풀벌레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사실은 일상생활 자체 68
  • 69. 가 힘들어서 숲동이는 휴식 같은 곳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말로 저도 숲동이 오면서 기타 들고 와서 노래 연습도 하고 너무 행복해 요. 민들레 두 가지인 거 같아요. 복잡한 게 있으면 집에 있거나, 힘들면 여기 나와 있는 것. 두 가지의 길이 있어서 그래서 너무 좋아요. |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내려놓고 숲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괴물 우리 교육이 최선이거나 최고라고 생각지 않아요. 그냥 우리가 좋아 하는 한 방법일 뿐이죠. 우리가 좋아서 선택했고 좋아서 하는 일일뿐이에요. 스펙이나 결과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가치관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뿐 이죠. 그리고 간혹 ‘숲’이라는 조건이 맞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숲과 아이가 동화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치관이나 관점이 다 른 부모의 경우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래서 처음에 원칙을 말하 고, 읽어야 할 책 등을 미리 알려주고 그것을 인식하고 들어올 것을 독려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을 숲에서 방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활동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으니까요. “우리 숲에서 잘 키우고 있고 지난 5 년 동안 잘해왔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말로 아이들이 맘껏 놀아야 잘 큰다는 점에 대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숲을 중심으로 키우는 것뿐이에요.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69
  • 70. | 앞에서 가치관과 관점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그것은 숲동이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나요. 괴물 부모의 가치관이 맞지 않다면 아이가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없어요. 보통은 맞벌이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아이만을 위해 뭘 하겠다 고 생각하는 일이 흔치 않죠. 더군다나 요즘은 웬만해선 다들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아이와 자신의 커리어의 두 길에서 이 일에 대한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만이 남는 거 같아요. 간혹 숲 교육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니까 선행학습의 일환 또는 창의력 학습의 하 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오신 분들도 있어요. 우리가 세운 원칙이나 가치관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체험학습의 하나로 생각하고 왔다가 그냥 가는 분들이죠. 아마도 이 길이 긴가민가하지만 ‘길을 한번 믿어보자. 엄마들과 함 께 하니까 행복하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지속하고 있는 거 같아요. 말로 사실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어떤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기보다는 이 렇게 함께 무언가를 해가면 서 결속력을 가지는 것이 믿 음의 연장선이 되어, 새로 운 비전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요. 엄마들이 인생의 동지를 만들어 가다보니, 그 속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 순 간 아이도 잘 커가는 거 같 70
  • 71. 아요. 괴물 숲에 그저 풀어 논다. 이게 방치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렇 게 보일 수도 있고 굳이 말한다면 저희들은 원칙 있는 방치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그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이지요. 많은 교육 을 하러 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전하는 지식이 아니에요. 아이 들이 보고 배우는 것은 ‘어른들의 태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를 아이들은 본인이 배운다는 생각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배우면서 자라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 태도를 결정하는 가치관과 관 점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 정말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괴물 힘든 거 말할 수 없죠. 도시락 싸는 거? 또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 다 른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힘든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그리고 그런 생각의 결과로 나오는 방향에 의한 갈등을 곁에서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저로서는 무척 힘든 거 같습 니다. 민들레 장점이 크기 때문에 힘든 게 묻히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가끔 체 력적으로 받쳐주지 않을 때, 아이들이 아플 때 정말 힘들긴 합니다. 그 외로 는 본인은 좋은데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이 제 7살인데 공부 시켜야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걱정과 시선에 힘든 거 같아 요. 그리고 매년 새로운 기수의 분들인 엄마들의 적응도 쉽지 않죠. 서로 관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71
  • 72. 계를 맺어가는 것 말이죠. 말로 맞아요!! 특히 저 같은 경우,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어떻게 할지를 모 르겠어요.(웃음) | 다른 지역에 점점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떻게 성장하길 원하나요. 버들 우리가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것은 내년을 내다보고 한 거였어요. 지금 열린 숲동이 활동을 서울시 지원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이 날은 오고 싶은 사람이 모두 와서 참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오픈수 업이죠. 그렇게 해서 각 동네마다 숲동이가 곳곳에 생겨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민들레 그렇게 생태감수성을 가진 삶의 가치관을 확대를 하고자 하는 것 입니다. 괴물 2기 모임에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어요. 은평 뉴 타운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했는데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말로 예비모임을 통해 가치관과 비전 공유를 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요인 이었어요. | 숲동이 운영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 또는 현재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말로 회원들에게 원칙에 대한 다짐과 정신 재무장이 꼭 필요한 거 같아요. 72
  • 73. 민들레 숲동이가 원활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모임 초기에 숲동이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할 거 같아요. 괴물 근데 가치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어필되면 부담 더 느낄 수 있어요. 사실 막상 직접 해보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이런 것을 말로 전달하니까.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전달방법에 대해 섬세하게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에요. 버들 꼬마 숲동이, 숲동이, 오후 숲동이 세 개의 모듬이 잘 운영되는 게 현 재 가장 중요합니다. 이들이 함께 소통하고 원활하게 교류해가는 것이 중요 한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왜냐면 사람들마다 자기 포지션이 있어서 각 모듬 별로 색깔이 달라지면 균형을 잃기가 쉽거든요. 서로 원활한 교류를 해가는 것, 이것이 우리 하반기의 과제이지요. 괴물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요. 천천히 가는 것도 방법이구요. 민들레 모임 단위가 나눠지니까 각기 운영하기 바쁜데 전체를 보고 함께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요.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을 통해 전 체 틀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괴물 앞으로의 전망으로 ‘학교’도 언급했는데, 이런 일말의 과정이 원활하 게 진행되어야 학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버들 지금은 과도기적인 시기입니다. 최근에 이야기한마당을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였거든요. 그동안 숲동이 활동이 이야기도 들려주고 생태 감수성과 관련 축제를 연 것이었지요. 매년 12월에 새로운 기수가 모집되고 1월, 2월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3월부터 본격적인 시작이 됩니다. 그 안에 정비할 것들이 많네요.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73
  • 74. |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로 달리기를 잘해요.(웃음) 풀벌레 우리가 잠깐 이사를 가서 숲동이를 못하니 밖에서 뛰어놀 기회가 없어지니 바로 아이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버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하고 다른 점은 엄청 많아요. 하지만, 지 금 현재 비교를 하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이 있으니까요. 괴물 상대적으로 우리 아이들은 지치지 않는 힘이 있어요. 또래 아이들을 보면 산에 올라가면 힘들어하고 균형감각도 부족해요. 행동반경도 굉장히 적고 도전정신도 매우 약하죠. 무엇보다 완성품을 지향하고요. 선생님이 옆 에서 지도하고 도와주는 것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런 것을 보면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숲동이에서의 생활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말로 우리 아이는 7살 때까지 글을 몰랐고,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도 몰라서 3월에 학부모 상담을 했어요. 선생님께서 한글을 왜 모르냐고 묻 더군요.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실 거 아니냐고 되물었죠. 그럼 나머지 공 부를 시켜도 되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바로 “너무 좋죠!”라고 흔쾌히 대답했 어요. 그랬더니 부모님이 이런 마인드라면 자신이 주눅 들지 않게 잘 가르치 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지난 9월에 다시 상담 갔더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받아쓰기나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월등히 높다고 하셨어 요. 그때 우리 숲동이의 육아방식을 다시 확신하게 됐죠.(웃음) 74
  • 75. | 숲동이에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숲동이의 바람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숲동이 활동을 위해 이사 오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런데 저희가 진짜 바라는 것은 자신이 사는 동네 가까 운 숲에서 엄마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이런 자연학교가 생기는 것이에요. 괴물 우리가 1년을 지내고 난 후 앞으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어 요. 그때 새로운 사람 모집하고 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하지말자 라는 말도 나 왔었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데도 이렇게 생기면 좋겠고, 만일 실패를 한다고 해도 실패를 통해서도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다 음 기수를 열게 되었어요. 버들 1기가 있고, 2기도 함께 주축이 되며 가고 있는 게 너무 좋은 거 같아 요. 끝났다고 떠나지 않고 아이가 클 때까지 그 나름에 맞게 포지션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성장하면 좋겠어요. 이미 지금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웃음) | 숲동이와 같은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버들 육아기 동안 엄마가 행복한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시간을 어두운 터널을 지나듯 빨리 보내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함께 즐겁 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괴물 저는 큰 딸이 있고 작은 아이 때 숲동이를 시작했어요. 어느 날 큰 딸 이 아파서 한 달 넘게 입원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우리 회원들이 작은 아이 를 한 달 동안 돌아가면서 봐줬어요. 그때 엄청난 힘을 느꼈고 엄청나게 든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 75
  • 76. 든했어요. 함께 기른다는 이 경험이 너무나 큰 감동이었어요. 숲동이 활동을 하면서 함께의 삶으로 개인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열 었으면 해요. 풀벌레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건, 내 아이를 나의 주관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여러 아이들 속에서 내 아이를 보게 되 는 것, 다른 사람들이 함께 관심 갖고 내 아이를 바라봐주는 것이 너무 큰 배 움이에요. 우리 아이가 셋인데 두 아이는 너무 조급하게 키웠고 그냥 육아 자 체를 힘들다고만 생각하며 지냈어요. 셋째 딸을 데리고 숲동이를 하면서 비 로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자세히 보고 관찰하게 되었지요. 심지어 아이가 걷다가 뛰는 모습, 그 성장과정을 보면서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으니까요.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그것이 제게 가장 큰 배움이에요. 말로 제도와 시스템은 모두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믿을 것은 바로 옆 에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고. 그리고 내 옆에 완전무결하고 순수한 아 이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이 숲동이가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들레 학교 가기 전까지의 육아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 요. 분명한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유일한 시간이고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 을 것이라는 거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얻는 소중한 시간과 깨달음이 있어 서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해 요.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숲동이를 하면서 아이 가 예뻐 보인다는 다른 분들 이야기 들으면서 ‘숲’이야말로 엄마와 아이가 행 복해지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