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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승무원들이 회사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고 적절한 안전 교육이 보장될 때까지 승선
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1년짜리 비정
규직 선원이 그런 ‘거부’를 할 수 있었을까 곱씹어봅니다.
1달 반 사이 7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전 공장
을 멈추고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
다. 이런 ‘거부’를 하지 못하고, 동료가 사망한 현장으로 출근
하는 하청 노동자의 공포, 사고에 대한 공포와 일자리에 대한
공포를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권인 생명
권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노동자가 통제하겠다는
선언이자 싸움 걸기라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난 이제야 조금씩 슬픔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며, 일터도 작업중지권 특집
을 마련하고 한 발 나아가고자 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를 찾아 읽어보니, 4월이 잔인한 이유는 죽은 땅
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기 때문이
라고 합니다. 죽은 땅을 뚫고 꽃을 피워내는 것은 아프고 힘
들지만, 가장 진실하고 소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잔
인한 4월도 잠들었던 우리를 봄비로 깨우고, 죽어 있던 현장
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터
독 자 에 게 …
2 ․ 통권 124 2014.5
26 특집
1. 세월호와 작업중지권
2. 왜 작업중지권인가
3. 작업중지권의 현재
안전과 생명에 대한 본능마저도 압살한 채, 밥벌이에 매달리게 하는 자본의 야만적 강제는 현장 질서
를 노동자 자신이 규율해야 한다는 자각과 이를 기반으로 한 현장통제권으로서의 작업중지권으로 극복
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장에서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작업 중지’에 대한 기획과
실행으로 나아가자.
03 뉴스 잇단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l 청이
08 특별기고 국제연대,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이어진다 l 이숙견
1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l 최민
16 현장의 목소리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l 재현
20 연구소 리포트
2013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효과 l 조선대학
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광주노동보건연대 송한수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 작업화의 주인은 l 사진 푸우씨 글 김세은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l 이혜은
40 문화읽기 노예 12년을 보다 l 송윤희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자본과 권력, 내놓고 함께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더 이상 죽지 않겠다 l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대표 박영일
46 이러쿵저러쿵 어떤 위로 l 최종배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l일터l ․ 3
사진 출처 : 노동과 세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잇단 사망
최근 2달 동안 8명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
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
만, 정작 최대주주이자 책임자인 정몽준 새누
리당 의원은 이 문제는 외면하고 ‘서울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급조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6일부터 4월 28일까지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 조선사업장(하청)에서 노동자 8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
했다. 모두 안전장비만 제대로 있었다면 막을
수 있던 전형적인 인재였다. 특히 28일은 관할
지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하던 날인데도
하청노동자 한 명이 작업 중 바다로 추락해 사
망했다. 역시 안전장치만 있었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몽준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
약을 급조했을 뿐, 현대중공업 산재사망과 관
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후보 토론회에서 정몽준 의원은 “특정회사가
저와 관계가 있다고 해서 공개토론에서 저를
매도하고 전체 기업인들을 때려잡자는 것은 실
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지회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30일
여의도 정몽준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대책 수립
은 외면하고, 서울시민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고 분개하며 “즉각적인 후보 사퇴”를 요
구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연이은 현대중공
업의 중대재해에 대해 “구조적 살인”이라며 “이
윤에 눈이 멀어 현대중공업이 다단계 하청으로
구조화하는 한편, 최저가 입찰과 공기 단축, 기
성(톤당 작업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현장 상황
을 불법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만들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는 이
유는 기업이 이윤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전 시스템마저 방기
했기 때문이다. 최저가 입찰제와 기성 후려치
기는 결과적으로 안전관리비를 축소하는 것으
로 이어진다. 특히 다단계 도급계약은 하청노
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10만 원이면 설치할 추락방지 펜스
조차 구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지
난 21일 노동자가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
을 당한 조선소 화재 사건은 그동안 5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소화기 하나 제
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
졌다. 공기 단축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원청의
4 ․ 통권 124 2014.5
사진 출처 : 민중의 소리
압박도 문제다. 하청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
전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현장에서 위험한 작
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할 때 책임
자를 제대로 처벌할 법률적 근거도 갖추지 못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청이 적극적으로 산
재 사고를 은폐한다는 사실이 노동조합으로부
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
루어지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조
합이 공동으로 실행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
과, 산재를 당했을 때 보상 처리가 된 경우는
3.7%에 불과하고,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50.4%이다. 산재 처리가 안 되
는 이유에 대해서는 22.3%가 원청이 협박해
공상처리 했다고 응답했고, 해고 등의 불이익
이 두려워 못했다는 응답도 50.9%에 달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조선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이은 산재 사망 사태의 해결을 위해 오는 5
월 22일과 23일 대규모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전남대병원서 일하다 유방암 걸린
노동자, 산재 아닌가?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렸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국정감
사에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해 근로자들의 건
강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실제로는 야간근무자 특수건강검진(유방암 진
단 포함)도 미루는데다가, 35세 이상 조합원에
의무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한다는 단체협약조
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광주고용노동청은 노동조합이 ‘건강보험 수진현
황’을 기초로 유방암을 비롯한 호르몬계 질병
에 임시건강진단을 요구했지만, 수차례 거부하
고 있다. 심지어 야간교대사업장 특수건강진단
의 대상자를 축소하는 행정해석을 내놓고 있
다.
전남대병원 유방암 산업재해대책위원회는 4
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유방암 투병
중인 전남대병원노동자 2명이 산재신청을 한
데 이어 오늘, 역시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다 유
방암으로 사망한 유족이 산재 유족보상 신청서
를 접수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근로복지공단
은 유방암을 산업재해로 즉시 승인할 것 ▲전
남대병원 간호사에 환경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노동청은 전남대병원 임시건강진단명령을 시
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노동청
에 “법률이 보장하는 교대근무자 유방암 임시
건강진단 명령과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전
남대병원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히며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전남대병원 유방암 임
l일터l ․ 5
시건강진단 명령 촉구 결의대회’와 노동청장
면담투쟁 등 유방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때까
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남대병원에서 2002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최소 12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했
다. 전남대병원 교대근무 간호사 748명 중 236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간호
사 대부분은 최근 5년 이내 한 번도 유방암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설문조사에
응한 간호사의 96%가 유방암검사를 원하고 있
다고 나타났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5번째 죽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는 해고노동자 정
모씨(50)가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자
택에서 사망했다고 4월 24일 밝혔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09년 쌍용차
의 대규모 해고 사태 후 25번째 희생자다. 고
인에게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으며 해고
이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왔다.
정씨는 지난 2월 서울고법이 내린 해고 무
효 판결의 소송 당사자였으나 결국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회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쌍용차 지부는 “쌍용차는 고등법원 해고 무
효 판결을 이행하기보다는 대법관 출신과 고등
법원장 출신 등 변호사 19명을 보강하면서 대
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며 “이런 쌍
용차의 태도가 고인을 더 절망에 빠뜨리게 한
원인이며,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이라고 주장
했다. 정씨는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파
업에 참가했고, 이후 창원지회 간부로 활동하
며 복직 투쟁에 참여했다. 이갑호 창원지회장
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보니 복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동료들한테 미안해했고, 22일에도 ‘못 도
와줘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해고 뒤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고 몸도 아팠던 것 같
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은 24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해고자의 고통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용차 지부는
“죽음의 악령이 끝나고 멈춘 줄 알았던 쌍용차
해고자의 죽음이 또 발생했다”며 “공장 복귀를
바라며 5년의 세월을 울분과 때론 희망으로 버
티던 해고자의 죽음이다”라고 밝혔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6 ․ 통권 124 2014.5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동절을 하루 앞둔 전주 신성여객 노동자 자결 시도
청이 운영위원
노동절을 30분 앞둔 4월 30일 밤 11시 반, 전주 신성 여객의 진기승 조합원이 회사 현관에
서 스스로 목을 맸다. 이 노동자는 2013년 3월에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회사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노위에서는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중
노위에서 뒤집어졌고, 5월 1일 행정심판을 앞두고 있던 터였다. 이 노동자가 병원으로 옮겨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 광주지방법원에서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목을 맨지
10시간 후의 일이었다. 법원의 판결을 전해들은 동료노동자들은 뒤늦은 판결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신성 여객에서는 이번 참극이 벌어지기 불과 2주 전인 4월 16일, 김부관 부지회장이 노동조
합 사무실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하루 18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을 벌
충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등 버스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노
동해왔다. 작년 한노보연에서 진행한 버스노동조건 실태조사는 “장시간 노동”이 건강 문제의
핵심고리임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을 생활에 충분하도록 현실화시킬 것과 근무
제도 개편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버스노동자들이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민주노조를 결성했을 때 회사의 대응은
노동조합을 깨트리려 징계․해고를 남발하고, 조합원들을 차별하는 것이었다. 이는 신성 여객
뿐만 아니라 전주의 모든 시내버스회사가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2400원 때문에 해고당한 버
스 기사”로 이슈가 되었던 호남고속의 사례는 그중 일부이다. 버스사업주들은 민주노조를 깨트
리기 위해 민주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표적 감시․징계하고, 타 노조 조합원보다 각종 불이익을
더 줬다.
l일터l ․ 7
사진 출처 : 참소리
전주시는 버스사업주의 이러한
행위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
았다. 해마다 시내버스 보조금을
200억 원 가까이 쏟아 붓지만, 버
스사업주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어떤 것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문제가 발생해도 수수방관해왔
다. 2010년, 벼랑 끝에 내몰린 버
스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자 전주
시와 노동부는 도리어 ‘불법파업’
운운하며 버스노동자들에게 비난
의 화살을 돌렸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이들의 파업이 합법파업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
지만, 이미 회사의 탄압, 징계와 해고로 파괴당한 노동자들의 삶이 다시 회복되지는 못했다.
2010년 민주노조 결성 이후 햇수로 벌써 5년. 하지만 버스노동자들의 싸움은 제자리고, 버
스노동자들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회사와 노골적으로 회사 편을 드는 전주시를 비롯한 관계기
관은 여전하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고립되어 있던 가운데 진기승 조합원이 스스로 목을 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회사는 “민주노조 조끼를 벗으면 복직시켜주겠다, 회사 관리자로 들어와
민주노조를 탄압하면 복직시켜주겠다.” 등의 회유를 하며 해고에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던
진기승 조합원의 자존감을 짓밟아 왔다.
신성 여객 조합원들은 5월 6일부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도 동참
을 호소하며 차고지에서 나가는 차량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기승 조합원은 4월 30일 아침부
터 타 시내버스 지회를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벽에 붙은 조합원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유
심히 봤었다 했다. 그 날 밤에는 생전 입지 않던 양복을 갈아입고 회사에 와서 동료노동자들
에게 보내는 예약문자를 저장해놓고, 짤막한 유서도 함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았다. 동료들에
게 인사를 나누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문자를 하나하나 눌러가는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 혼자 회사에 돌아와 계단을 올라가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우리가 모두 진기승 동
지 앞에 죄인입니다”, 해고로 삶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를 함께 지켜내지 못했다는 통탄과 반
성이 무릎 꿇은 버스노동자들 사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민주노조 탄압을 반드시
끝장내자고, 그래서 인간답게 일해보자고 전북 버스노동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일터
8 ․ 통권 124 2014.5
[특별기고]
국제연대,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이어진다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사업을 다녀와서
이숙견 상임활동가
2014년 2월 4일, 하루 동안 40도 이상의 온도차이(한국 영하 10도, 인도네시아 30도)를 경
험하며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거쳐서 인도네시아로 비행기와 배를 타고 이동했다. 인도네시아
바탐 섬에 저녁 무렵에 도착해 여객터미널에 마중 나온 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 단체 라이
언(LION) 활동가 디무를 보자 긴 여행시간과 온도적응으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이 반가움과
함께 앞으로 진행할 국제연대사업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가득 찼다.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사업(이하 한국-인도
네시아 국제연대사업)은 2008년부터 참가한 여러 국제회의를 통해 쌓인 교류를 기반으로 했
다. 한국의 금속노조와 반올림,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인
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바탐 지역본부1), 라이언(LION)
등 5개 단위가 수년간 한국의
반올림 활동과 인도네시아 바
탐지역 전자산업 노동조합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국제연대활
동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과정
을 거쳐 양국 간의 전자산업
1)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이하“FSPMI”)은 1999년 2월 창립된 인도네시아 금속산업 중앙 노동조합조
직으로 전기전자, 자동차·기계금속·부품, 철강·건설, 조선·해양업, 금속일반 등 금속 5대 업종을 포괄하
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700여개 단위사업장 22만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FSPMI 바
탐지역본부는 지역적으로는 싱가폴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바탐섬내에 있으며, 바탐섬은 대규모 전
자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은 전자산업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다.
l일터l ․ 9
▲ 2월 5일 진행한 FSPMI 노동조합 간부 간담회 이후 함께 찍은 사진 (제일
왼쪽은 통역담당 야디)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 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사업 준비 중 언어소통이 큰 고민거리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부산지역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민과함께’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와 한국어를 통역할 수 있는 친구인 야디의 도움을 받
을 수 있었다. 야디는 1996년 한국으로 일하기 위해서 온 이주노동자로 ‘이주민과함께’를 통
해서 체불 임금을 해결한 후 한글교실에 참가하였고, 2003년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주 공동체 활동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
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인 통역자였다. 이번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내
어 통역을 너무나 멋지게 잘해준 야디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워크숍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모임 탄생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국제연대사업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한 가지인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워크숍은 2월 8일~9일, 이틀 동안 FSPMI 바탐지역본부 3층 교육장에서 진행되었
다. 아래 내용은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의 질의응답과 의견이다.
“반올림 활동을 어떻게 알리게 되었고, 재정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그렇게 큰 회사가 직업병 문제가 심각하고 나쁜 회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
처럼 작은 회사의 현장문제를 어떻게 알려야 하나요?”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때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 내용으로 반올림 투쟁
과 활동소개, 한국 노동운동의 역
사와 금속노조 소개, 한국 노동안
전 보건운동의 역사,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활동 및 건강권 쟁
취 투쟁 사례에 대한 발제와 질
의응답으로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시간에는 FSPMI 바탐 지역의 노
동안전보건 활동의 활성화를 위
한 집단토론이 진행되었다.
10 ․ 통권 124 2014.5
20여 개의 노동조합 활동가 30여 명이 참석하여 매시간 열의에 넘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였다. 인도네시아 상황이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 건강과 생명은 소중하다
는 것과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에 함께 공
감하였다. 더불어 이번 워크숍의 전체 토론을 통해서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의 모임을 구성하
여 이후 장기적인 활동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기존에는 FSPMI 바탐지역본부 노안 담당자 혼
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는데, 이번 모임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바탐지역의 노안
활동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지만 소중한 결정에 이번 워크숍을 준비한 모두가
함께 기뻐하였다.
인도네시아 노동 운동을 만나다
그리고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매일 밤마다 진행된 FSPMI 노동조합 간부 간담회, 전자산
업 노동조합 노안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및 회의를 통해서 사전에 알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노동안전보건 현장 상황 및 노동자 건강권
실태, 법과 제도적 조건, 활동 현황 및 지역 조건 등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저녁에 시간을 내어 함께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네시아 바탐지
역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미래는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80년 상황
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활동 조건은 힘들고 척박하지만,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희망이었다.
인도네시아 방문 3일 차에 FSPMI 바탐 소속 노동조합 중 공장 정문 앞에서 파업 중인 사
업장을 지지 방문하였다. 그 회사는 한국계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설립한 지 6년
째였다. 2년 전부터 노동조합을 만들자 간부들을 해고하는 등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최저임
금 인상을 거부하는 악질 사업장이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한국 자본의
파렴치한 행태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지만 우리를 반기며 마음을 다해서 악수(손을 가슴에
l일터l ․ 11
▲ 바탐 지역 조합원들이 함께 마련한 공간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조합원들
▲ 파업 중인 투쟁사업장. 금속노조에서 지지발언을 하고 있음
대고 악수하는 모습)하는 조합원의 모습
에서 ‘노동자는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
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바탐지역의 조
합원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공단
지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주거지역 중 한
곳을 조합원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대여
한 곳이었는데 매주 조합원이 모여서 노
래도 하고, 축구관람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편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거나 사업장의 문제점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우리조차도 편하게 노래도 들으면서 이야
기를 나눌 수 있게끔 해 주었다.
작은 디딤돌이 큰 결실이 되도록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
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 사업이 진행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준비했던 주체들은 이번 사업이 노동안전보건운동 및 전자산업
노동운동과 건강권 운동에 도움이 되고, 현장성 있는 국제 연대 활동에 작은 디딤돌이 되었
다고 자평하였다. 이번에 맺은 작은 디딤돌이 좀 더 큰 결실을 보기 위해선 앞으로도 지속
적이고 다양한 국제연대활동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바탐지역의 노안 활동체계
가 더욱 공고히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이번 국제연대 사업을 계기로 더욱 많은 국제연대활동
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일터
12 ․ 통권 124 2014.5
열여덟번째이야기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동서울우편집중국 양현순 조합원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동집’. 동서울 우편집중국을 동집이라고 한다. 서울 지역의 우체국에서 모아 온 우편물을
권역별로 분리하여 보내는 곳이다. 통신회사의 청구서와 같은 대량 우편물은 동집에서 보내
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다루는 우편물 양이 어마어마하다. 소포와 택배, 등기 우편물을 모
두 합치면 1일 평균 600여만 통의 물량을 처리한다. 대량 우편물은 대부분 기계로 분류하지
만, 개인들이 보내는 우편물, 대량 우편물 중 반송 물량 등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한다.
양현순 씨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저는 지금은 ‘소형계’에서 일해요. 일반 우편물을 분류하는 부서예요. 잡지나 책자 다루는
‘대형계’, 등기나 카드 배송 등을 분류하는 ‘특수계’, 택배 물건 다루는 ‘소포계’, 우편물 뭉치
를 차에 싣고 내리는 ‘발착계’로 나뉘어 있어요. 소포계는 3g짜리 일반 우편물을 분류하는데,
한 박스가 4~5kg 쯤 돼요. 이걸 꺼내서 분류하고 다 되면 또 박스를 올려놓고 또 분류하지
요. 이러니 근골격계질환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여성 노동자의 몸, 엄마 노동자의 몸
양현순 씨는 동집에서 근무한 12년 중 10년을 야간 근무로 일했다.
두 가지 이유죠. 첫째는 애들, 둘째는 임금이에요. 처음에는 오로지 애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애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린 애들이 학교 갔다가 집에 왔을 때 집이 텅 비어 있
는 게 싫었어요. 애들 집에 오면 숙제나 밥 챙겨주고, 잠자리 봐 주고 나서 밤 10시에 출근
하는 거죠. 그리고 아침에 들어가서는 애들 등교 준비 챙기고요. 지금 와서 보면 정말 못
할 짓 한 거예요.
다른 이유는 임금입니다. 요즘 주변에는 급여 때문에 야간 하는 동료들이 더 많은 것 같
l일터l ․ 13
기도 해요. 야간 근무를 하면 주간보다 쩜오(야간 수당 0.5배)를 더 받잖아요. 그런데 돈 때
문에 야간 근무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어요. 제가 10년 근무하고 남은 건 골병뿐이에요.
골병 든 것 때문에 쓴 돈이 천만 원은 넘는 것 같아요. 지금도 9개월째 한의원 다니고 있거
든요. 약값, 차비, 침 맞는 돈, 그 전에 다녔던 정형외과, 원인 찾아보겠다고 갔던 대학병원,
마사지, 부황... 거기다 아파서 쉰 날도 있고. 그렇게 치면 돈 때문에 야간 한다는 것은 말
이 안 되죠.
그래도 버티는 이유요? 지금 나이에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빙이나 설거지뿐이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공휴일에 쉴 수 있는 직업이 거의 없어요. 주부들은 대소사가 많잖
아요. 그런데 식당에서 일하면서 연차를 쓸 수 있나요? 이런 게 장점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어도 못 벗어나는 거죠.
근로기준법에서는 여성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제한하고 있다. 18세 이상의 여성이 오
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이 경우에는
여성의 무거운 육아 부담, 낮은 임금, 중년 여성에게 닫혀 있는 취업 기회가 ‘근로자의 동의’
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전적으로 야근만 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웬만한 데는 3교대는 하지 않나요? 이렇게 따져
물으면 관리자들도 말을 못 해요. 기능직 공무원들은 같은 일을 하지만, 24시간씩 교대근무
를 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양반이고 우리는 상놈인가요? 야간 10년 하는 동안 하루에 잠을
3~5시간밖에 못 잤어요. 이러니 몸이 망가지지 않고 배기겠어요?
낮은 임금, 고된 노동,
차별과 갈등
교대제뿐이 아니다. 임금을
보면 무기계약직 동료들이 야
간 노동을 선호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급
여를 받으면 기뻐야 하는데,
14 ․ 통권 124 2014.5
받으면 다들 인상을 써요. 급여가 그만큼 적어요. 이러니 또 연장, 시간 외 근무에 목을 매
는 거죠. 아프다고, 이렇게는 일 못 한다고 하다가도 시키면 다 해요. 시간 외로 근무하면
1.5배를 받잖아요. 지금 시급이 5,410원인데, 이게 쩜오가 되면 7,500원이 넘잖아요.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장 근무를 받아들이니까, 인력을 충원 안 하고 연장으로 이걸 다 돌려서 처리
하는 거죠.
실제로 우편물량이 양현순 씨 입사 초기였던 10년 전보다 많이 줄었다. 택배가 늘었지만
출혈 경쟁으로 수익이 남지 않아 통신 회사 등의 대량 소형 우편물이 주된 수입원이라고 한
다.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적자라고 볼멘소리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정규직을
골자로 하는 인력 계획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동서울 우편집중국은 직접고용 노동자 600여 명 중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비율
이 60~70%에 이른다. 우편집중국까지 오는 시간 하루, 집중국에서 하루, 발송에 하루. 이렇
게 3일 내에 우편물을 배송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지금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 시간을 늘리고 노동 강도를 강화한다.
2년 전부터 ‘중근’을 하고 있어요.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는 조를 그렇게 불러
요. 그런데 2시간 연장하면 새벽 1시, 집에 가서 씻고 나면 3시에 자게 돼요. 그러니 중근을
해도 4~5시간 자는 거죠. 근로기준법에 8시간 일하라고 돼 있잖아요. 왜 그렇겠어요? 8시간
은 일 하고 나머지는 쉬고, 자기 일도 하고 해야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8시간 일한 뒤에 2~3시간 연장근무 하고 나면 몸이 녹아나
죠. 이걸 다 비정규직이 감내하는 거예요.
임금이나 교대제뿐 아니라, 일하면서 현장에서 부딪치는 기능직 공무원과의 갈등도 스트레
스다.
기능직 공무원들은 정말 우리랑 똑같은 일 하거든요. 그런데도 자기들은 관리자라고 생각
하면서 우리를 막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도 못난 사람 아니거든요.
열심히 일하고, 당당하고 떳떳하죠. 그런데도 말투, 태도에서 벌써 권력 있는 사람 행세를
해요.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하면 공부해서 보겠어요.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만
뽑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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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어디
나 있는 것 같다. 이런 고용 구조는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고, 각자 서로 다른 작은
이해에 집중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조직화를 저해한다. 우체국에는 총 5개의 복수노
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현순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에
속해있는데, 우정노조 조합원인 기능직 공무원들은 우편지부의 싸움이 자기들 밥그릇을 뺏어
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이 많다.
꿈이 없는 일
양현순 씨는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우편집중국이 ‘꿈이
없는 직장’이라고 한다.
우리 기본급이 108만 원이예요. 저야 나이 50에 아줌마지만, 젊은 총각이라면 이걸로 결
혼 못 하죠. 처음에는 취직만 해도 좋고, 기쁘죠. 신나게 일하고 인생에 계획도 있어요. 그
런데 일하다 보면 꿈이 없어져요. 그러니 늘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술값은
어디서 나와요? 겨우 그 108만원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옆에서 보면 속상하죠.
젊은 애들 들어오면, 좀 쓸만하다 싶으면 나가라고 해요. 여기 있지 말라고. 다른 데 가서
일자리 찾으라고요.
양현순 씨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다. 1개월 치 한약 상자를 들고 스스로 ‘종합병원’이
라고 말하면서도 연신 웃으면서, 자신의 노동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노조 활동 탄압
하는 관리자에게서 언제든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오면 녹취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니는 배
짱 있는 ‘언니’이며, 우편지부 활동이 매스컴에 많이 나오게 됐다며 기분 좋아하는 멋진 ‘언
니’였다.
이런 선배가 ‘우리 일은 이런 점이 좋다, 우리 잘해 보자’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
데, ‘꿈이 없는 직장’이라고, ‘너는 젊고 쓸 만하니 나가라’고 말한다니 씁쓸하다. 12년간 일하
고 얻은 것은 골병뿐이라고 말하니 안타깝다. 우편집중국에서 새로 일하게 된 젊은 노동자가
‘나도 십년 일하고, 이런 선배같이 되고 싶다’고 꿈꾸고 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
기 위해 현순 언니도, 공공노조 우편지부도 파이팅! 일터
*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2013년 12월 발간된 ‘전국우편지부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보
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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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재현 선전위원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회사 핸즈코퍼레이션은 1972년 설립해 4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인천에
네 개의 공장,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회사,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까지 전체 1,300여명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간 1200만 개의 휠 생산량을 자랑하며 업계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의 시장 점
유율로 2012년 매출액만 5050억 원에 달한다.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고, 밥도 마음
편히 못 먹었다. 이 부당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지난 3월 18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고열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도 회사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나 보호구도 주지 않아서 노
동자들이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한 일하다 다쳐도 산재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
은 자비로 치료했고, 간혹 회사에서 자체처리를 할 땐 시말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한
석훈 부지회장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회전근개 파열로 업무상 질병 산재승인을 받았는데 그 과
정이나 결과가 녹록치 않았다.
부지회장 : 저는 2012년 12월 21일 1공장에 입사해서 주조 반에서 근무를 했어요. 고열 작업
이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죠. 보통 하루에 SUV 차량에 들어가는 휠을 410개 정도 만들었는데
장갑을 몇 개씩 끼고 일해도 워낙 뜨거워서 별 소용이 없었죠. 예전에는 기계 1개당 담당이 1
명이었는데, 제가 일할 때는 1명이 기계 2개를 담당하면서 일이 더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 휠
이 굉장 뜨거운데 이걸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올려야 하는데 문제는, 컨베이어벨트가 워낙 가까
이 있다 보니 너무 뜨겁고 작업하면서 움직일 때 위험하고 무엇보다 컨베이어벨트가 원활하게
작동을 안 하거나 물건이 끼이면 상황을 점검해야했는데 그때 제 종아리가 끼는 사고가 있었
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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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동안 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 가거나, 조퇴하는 등은 항상
여유인력이 없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부지회장 : 작년 5월에 다쳤을 땐 진료비 지급과 관련해서 회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차장이랑
부서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후에 계속 항의하니까 나중에는 말을 바꿔서 진료비는 줄 테니
사고 경위서랑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치사하지만 일단 쓰라는 거 썼는데 위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 하더니 지금까지도 아무 답이 없네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6개월 후 월급에서 제하거나, 물어내라고 강요했고 실제
로 물어준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부지회장 : 8월에도 작업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당시 부
서장에게 이전에 병원비도 안 줬는데 오늘은 병원비를 주는 거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꼭 주
겠다는 거예요. 그 확답을 듣고 병원에 갔어요. 그리고 진료를 받는데 MRI를 찍자고 해서 찍
었어요. 그리고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죠. 한편 진료 끝나고 회사에 갖는데 말을 바꾸더니
병원비를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유가 참 황당했는데 MRI 촬영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걸
왜 했냐고 따지더니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후 회사는 부지회장에게 자체처리를 해주겠다고 했고, 빨리 진료 받고 회사로 복귀하자는 생
각으로 일단 회사 말에 따라 회사 지정병원에서 두 달 가량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진단 기간이 지나도 어깨 진통이 계속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악화됐고 두 달 추가
요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자 회사는 왜 완치가 안 되냐며 더는 자체처리가 힘드니 회사를
관두든 아니면 병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완치가 되면 출근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한석훈 부지회장은 이에 회사에 산재신청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는 절대 안 되니
병가를 내든 그만두든 결정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결국 산재신청을 했고 산재승인을 얻어냈다. 올해 2월 21일 요양기간이 끝나고 부지회장은 적
재부서로 전환 배치되어 복귀했다.
18 ․ 통권 124 2014.5
부지회장 : 적재 부서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하면 2,000개 정도, 12시간 하면 3,000개 정도 휠
을 쌓았어요. 무게만 다 합쳐도 40~50톤 정도 될 텐데 그렇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회사에선 처음엔 건강이 염려된다 하고, 저도 아무래도 걱정도 되고 하니까 회사 말을 따랐는
데 알고 보니 일도 힘들고, 잔업도 없어 월급 적으니 사실 나가라는 말이었던 거죠. 무엇보다
다른 동료들은 밥도 허겁지겁 먹고 담배 피우고 커피마실 시간도 부족해서 허덕이는데 저는 1
시간씩 쉬면서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부지회장은 이후 최근까지 부서를 4번이나 강제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고 4월23일 회사 징계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산재신청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기에 개선돼야 할 점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어떤 점이 시급한지 물었다.
지회장 : 가장 큰 문제는 여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회사가 날이 따뜻해지는 4
월에 되면 주조 부서에 여유인력을 뽑기는 하는데 일이 워낙 힘들고 근무 조건이나 월급이 많
지 않으니까 대부분 금방 그만둬요. 회사도 그만둘 거 알고 사람을 뽑는 거고요. 여유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병원 가기가 힘들고, 제대로 쉬거나 치료도 못 받아요. 뜨거운
쇳물 작업을 하는데 방열복을 못 입어요. 여기는 방열복을 입고 일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입고
일하려면 30분 일하고 30분은 쉬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까. 30분 쉬는 게 불가능한 거죠.
밥도 교대로 먹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달고 살아요. 정말
토가 나올 지경이에요.
한편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일이 쉬운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지회장 :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여기서 일하다 보니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회사 규모가 이렇게 큰데 작업환경이 왜 이렇
게 열악한지 이해가 안 돼서 알아보다 보니 노조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이 회사는 노동
자들 노동력을 착취해서 벌어먹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집행부가 1년간
노조를 설립을 준비하게 됐고 이번 3월 18일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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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금속노조
회사 측은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4월 1일 어용 기업노조를
만들어 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고 한다. 그리고 회사는 4월 23일
부지회장은 해고, 지회장은 3개월
정직, 사무장과 문화체육부장 1개월
정직 징계로 압박하고 있다.
지회장 : 이 징계도 정말 어이가 없어요. 회사는 정보보안정책 위반을 주장하는데 우리가 산재
신청 하거나 노동부에 보낼 자료로 쓰려고 식사 시간에 일하는 조합원들 사진을 찍었는데 회
사는 기계를 찍어서 회사 보안을 유출했다는 근거로 징계를 내린 거예요. 잔업을 안 했다고 업
무지시 위반이라고 하고, 조합 활동시간 보장을 안 해주니 4명이 연차를 썼는데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반려를 했어요. 1,500명이 직원이 있는 회사에 4명 휴무가 연차를 반려할 만큼
무슨 차질을 빚는다는 건지. 회사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징계 이후 자칫 현장 분위기기가 위축될 수도 있고 상황이 쉽지 않지만, 아침 · 저녁으로 공
장별 선전전을 계속 진행하면서 조합 가입을 권유하면서 힘을 모아내고 있다.
지회장 : 현재 뭐가 바뀌었다고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예전에는 아침 8시 출근인데 7시 반에
조회를 하는 바람에 돈도 못 받으면서 일찍 출근하고 그랬는데 조합에서 문제를 제기 하면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또 전에는 사람들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이 너무 힘들어했는
데 지금은 분위기도 많이 좋아지고 웃는 사람도 늘어나고 1년에 1번도 회식이 없는 문화였는
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도 만들고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핸즈코퍼레이션은 해고가 없고, 비정규직이 없고, 노사 간 마찰이 없는 3무 사업장이라고 스스
로 자랑스럽게 선전한다고 한다. 위험에 노출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뻔뻔하게 기만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의 기만을 분쇄하여 마침내 노동자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진정한 3무 사업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터
20 ․ 통권 124 2014.5
주야 2교대에서는 일주일을 주기로 주간조가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오후 6시 50
분까지 근무했고, 야간조가 오후 9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를 하였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에서는 주간조가 오전 7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오후 3시 40분까지, 야간조
가 오후 3시 40분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 근무를 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총 근무시간
은 주야 2교대에서는 ‘10시간 + 10시간’이었으나, 주간연속 2교대에서는 ‘8시간 + 9시간’
으로 하루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근
로시간으로 인한 생산량의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시간당 생산속도(UPH)는 308.3대에서
338.3대로 9.7%증가시켰으며, 일부 추가 작업 시간을 확보하였다.
[노동시간연구리포트]
2013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효과
송한수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 광주노동보건연대
1. 주간연속2교대 도입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2013년 현대·기아자동차는 주야 2교대에서 밤샘 근무 없는 주간연속 2교대로 교대제
를 변경하였다. 현대·기아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는 2조 2교대제라는 골격은 유지하면
서 심야 근로시간을 줄이고, 대신 UPH(단위시간당 생산대수)의 증가를 수용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노동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
니라, 유사제조업이나 하청업체의 교대제 관행에도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된 후 노동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동자들을 대
상으로 한 현대자동차의 설문조사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평가가
필요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교대제의 변화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조
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 연구를 의뢰하였다.
l일터l ․ 21
▲ 주야 2교대 근무제에서 심야근무 시 시간대별 졸음도
2.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사후 설문평가를 시행하였다.
설문지 배포와 수거는 노동조합에서 담당하였다.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
입되었는데, 교대제 변경 전인 2013년 2월에 1차 조사를 시행하고, 교대제 변경 후 6개
월이 지난 시점인 2013년 8월에 2차 조사를 시행하여, 2번에 걸친 조사결과를 비교하였
다. 조사대상은 조합원 중 무작위로 선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남자 235명 (30∼40대가
86.1%)에 대해 분석하였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불면증(피츠버그수면질평가, 8.5점 이상을
불면증으로 판단함), 스트레스반응(전체근로자의 평균점수의 1표준편차 이상을 고위험군
으로 판단함), 직무스트레스, 직장가정갈등, 여가생활(국민여가생활조사 설문) 등에 관한
것이었다.
3. 핵심 연구 결과
1) 교대제 변경 전 야간근무 시 졸음수준
교대제 변경 전 야간근무시간의 졸음수준은 새벽 5시에 최고로 평균 6.80점이었다. 0
점은 ‘전혀 조립지 않다’. 10점이 ‘매우 졸려서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상황’이
라고 했을 때, 얼마나 졸음을 느끼는지 각 시간대별로 졸음정도를 평가해보도록 하고, 평
균을 구해본 것이다. ‘꽤 졸립다’에 해당하는 7점 이상인 경우의 비율은 근무시작 무렵에
는 5.3%였지만, 새벽 1시 무렵 12.6%, 새벽 3시 무렵 39.4%, 새벽 5시 무렵 69.9%, 근
무종료 무렵에는 46.3%였다.
22 ․ 통권 124 2014.5
▲ 교대제 변경 전후 불면증의 유병률 변화
▲ 교대제 변경 전후 직장-가정갈등의 변화
2) 교대제 변경 후 불면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야간근무를 하고 나서 낮에 잠을 잘 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주 깬다. 이
는 교대근무자들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주요인이다. 본 조사에서는 교대제 변경 전후로
불면증 수준을 야간근무 주간과 주간근무 주간으로 분리하여 평가하였다. 그 결과 교대
제 변경 후 야간근무 주간에는 새벽 1시 반까지 근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야간근무 주간
의 불면증은 50.5%에서 23.9%로 낮아졌다. 다만, 주간근무 주간의 불면증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교대제 변경 전에 비해 출근시간이 빨라지고 수면시간이 평균 5.99시간
에서 5.64시간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면증 수준이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3) 직장-가정간의 갈등이 감소하고, 여가시간이 증가하였다.
교대제 변경 전후로 직장가정갈등은 55.4점에서 52.3점으로 낮아졌다. 50점은 갈등이
없음을 의미하며, 50점보다 낮은 점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하위 항목별로
보면 가정에 의한 직장 방해는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으나, 직장에 의한 가정 방해에서
는 58.6점에서 52.1점으로 감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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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제 변화 전후 여가생활 충분도의 변화
▲ 교대제 변경 전후 스트레스 반응 고위험군 비율의 변화
여가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교대제 변경 전에는 부족했다와 매우 부족
했다가 72.6%에 이르렀으나, 변경 후에는 32.9%로 대폭 감소하였다. 이는 2010년 조사된
우리나라 여가활동충분도 평균과 비교해볼 때, 교대제 변화 전에는 우리나라 평균보다
낮았으나, 교대제 변화 후에는 우리나라 평균보다 높아졌다.
4) 정신건강 수준이 현저히 호전되었다.
본 조사에서는 22문항으로 구성된 스트레스 반응척도를 사용하여 정신건강을 평가하였
다. 평가결과 20.3%정도에 이르던 스트레스 반응 고위험군이 11.3%로 감소하였다.
스트레스 반응척도는 정신건강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도구다. 문항은 우울, 불안,
신체화 증상을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울은 삶에 대한 의욕저하, 기분의 저하, 사
고나 행동의 둔마 상태를 의미하며, 불안은 앞으로 불쾌한 일이나 위험이 닥칠 것으로
느껴지는 정서상태, 그리고 신체화 증상은 스트레스로 인해 통증, 소화장애 등 몸의 증상
으로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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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구결과 다시 생각해보기
위 결과는 주간연속 2교대 도입 6개월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
화는 밤샘근무가 없어짐에 따라 야간근무주간의 불면증 호소가 줄어든 것, 여가시간의
확대에 따라 직장-가정 갈등이 완화된 것, 정신건강수준이 호전된 것이다. 어떤 효과적인
불면증 치료도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며, 어떤 우수한 스트레스 관리프
로그램일지라도 스트레스 반응 수준을 절반까지 감소시키기는 어렵다. 이 연구결과는 노
동시간의 개선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준다.
반면, 주간연속 2교대제의 그늘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첫 번째는 교대제 변경 후
주간근무 주간에 출근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다. 야간근무 주간에는 새벽에
취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습관이 주간근무 주간에도 이어진다. 그 결과 주간근무 주
간에 일찍 수면을 취하기 어렵고, 반면 아침에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주간근무 주간에 졸림과 피로가 유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노동시간을 조절한다면 출근시간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다.
두 번째, 교대제의 변화로 불면증의 수준이 개선되었으나, 불면증 호소자가 전체 조합
원의 1/4가량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을 위한 수면관리상담과 스트레스 관리프
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노동강도 증가에 따른 효과다. 본 연구결과에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조합원
들이 느끼는 직무요구도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평균
이 그렇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아마도 부서나 직종간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일
부 부서에서 근골격계 증상자가 증가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노동강도의 증가에 따
른 변화를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네 번째, 완성차 하청업체가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광주지회는 우수한 교섭력으로 교대제 변경 과정에서 임금수준
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노동강도 강화를 최소한으로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
3차 하청업체의 경우에는 야간노동와 연장근로와 같은 추가근로의 기회를 잃어버려 임금
이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있어 주간연속 2교대제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대제의 변경이 노동조합의 교섭력에 따
라 긍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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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통권 124 2014.5
세월호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했다면!
적재량을 초과하는 화물과 안전장치 미비에 대해 항의하고 신고했다면!!
승객을 포함하여 자신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출항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뒤늦었지만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작업중지권 복원 투쟁을 제안한다.
[특집1] 세월호와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복원·중대재해 근절 투쟁을 다시 제안하며
선전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1)2)
1990년 처음 산업안전보건법에 도입된 작업중지권은 사업주의 지시가 있어야만 대피를
할 수 있었으므로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작업자가 작업
을 중지시킬 수 있게 할 것을 운동 진영에서 요구하였고, 1990년대 중반 잇따른 중대 재해
로 인해 여론이 형성되면서 1995년 지금의 2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과 ‘대피 후 작업재개의 조건’에 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작업중지권을 행사함에
있어 모호한 측면이 존재했다. 이에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1996년 대피한 노동자에 대
한 불이익 금지 조치인 3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
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이에 대한 판단이 다
르면 회사는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
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데 장해요인이 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
연구원 2013년 연구보고서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업종별로
세분화하여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1) 유성규, 작업중지권에 대하여, 2007년 1월 일터 알기 쉬운 산안법
2)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관한 실태조사,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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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조(작업중지 등)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
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
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
여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
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함께’ 거부하는 것
연구소는 올해를 기점으로 연구소 4대 실천 의제 중 하나인 '중대재해근절, 작업중지권
복원 투쟁'을 본격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법조문
에 좀 더 자세한 규정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가 방금 추락하여 사망한 동료의 시신을 치우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며 용접을 다시 시작해야만 할 때 작업중지권은 법조문일 뿐이다. 그에게
작업중지권이 의미를 가지려면 ‘산 사람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줄 조직화된 노동자
의 힘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안전을 위해 작업을 거부해도 고용을 지켜줄 수 있는 노동자
조직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활동가 한 명이 라인을 잡고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노동자가 ‘함
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거부하는 것이 작업중지권 실현의 핵심이다. 그래서 작
업중지권 복원 투쟁은 작업환경이 열악하여 작업중지가 절실히 필요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
자 조직화 운동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연구소가 지금 작업중지권을 제기하는 배경과 한국 사회 작업중지권
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한국지엠 사례를 소개한다. 향후 연속 기획을 통해 업종별 작업
중지권 사례와 쟁점, 산업안전보건법 정비와 기업살인법, 작업중지권의 현장적용 방안 등을
다루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요청 드린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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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왜 작업중지권인가
김재광 선전위원
‘작업중지권’의 맥락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국가와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산업현장의
안전보건규제법이다. 법문에 노동자의 권리라는 명시적 단어를 찾을 수는 없으나, 사업주와
국가의 의무를 재구성하면 노동자의 권리를 구현할 수 있고, 이는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로 구분할 수 있다.
모든 법 제도가 그렇지만, 특히 노동관계법은 노동과 자본 간의 힘 관계의 산물이다. 산
안법 ‘제26조 작업중지’ 역시 같은 맥락 속에 있다. 1990년 “사업주는...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시키는 등.” 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조문이 산안법에 규
정될 때 자본이 반발한 것도 단순히 문구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노동과 자본 간의 긴장에
서 비롯된 것이다.
1987년 이후 성장한 노동(조합)운동은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산업 전반 및 노사관계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었다. 특히 제조업 노동자들은 1980년대 말, 1990년도 초 중반까지 특
유의 ‘전투성’을 발산하고 있었다. 대공장과 중소공장에서 그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막 들어선 ‘민주노조’는 기존의 자본가가 설정한 일방적 현장질서를 위협하였다. 노동자들은
파업과 태업을 반복하며 현장의 질서를 변화시켰으며, ‘작업중지’라는 법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이미 ‘작업중지’는 일상 투쟁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오히려 처음 입법된 1항은 현
실보다 뒤처진 것이었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1항의 문구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의 ‘무법 현
장’을 합법화하여 질서로 보장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불안했다. 이후 5항까지의 개정은 국
제사회의 기준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장에서의 ‘작업중지’가
일상적인 권리로 진전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말도 많았던 2항과 3항의 조항이 1995~6년에 걸쳐 속속 도입된 후, 자본가
들이 걱정했던 ‘현장의 무법천지’는 오히려 기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장의 열기는 급
l일터l ․ 29
속히 식었다. 자본가들의 신경영전략은 노노갈등과 노동조합의 연성화를 일정하게 이루었
고, 결정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는 노동(조합)운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
다. ‘규제 철폐, 민영화, 성과급, 경쟁력, 적기생산, 전사적 자원관리, 유연화’ 등등 온갖 자
본의 용어는 현장과 사회 전체를 뒤덮었고, 마침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저항 이데올로기
또한 잠식했다. 이러한 와중에 노동현장은 점점 더 답을 찾을 수 없는 고용게임(누군가 남
아야 한다면, 누군가 나가야 하는)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987년 이후 근 10년간 유
지되고 재설정되어가던 현장의 질서가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모든 산업
과 현장에 똑같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가
운데 ‘작업중지’는 본래의 맥락을 상실하고 법 규정으로 남게 되었고, 제한적 시공간에서 극
히 제한적으로 행사되게 되었다.
재해의 이전(移轉)과 노동권으로서의 작업중지
‘작업중지’ 자체는 자연권이다. 위험을 직면하고서 또는 위험을 알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
는 없다. 위험을 알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거부하는 것이 순리다. 이를 막는다면 살인과 다
름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연권적인 권리와 반응이 제한되어 생명과 몸을 파괴하고 있
다. 실로 당장의 ‘밥벌이’ 때문에 정작 지켜야 할 ‘밥줄’을 끊게 하는 기이하고도 비참한 일
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많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생명을 걸고 있다. 생명
에 대한 본능이 환경과 처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는 점점 더 열악한 노동계층에게 이전되고 있다. 사고에 의한 사망 재해 피해
자는 대부분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다. 본능마저도 압살하는 야만적 강제는 자연권으로서
의 작업중지권만으로는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끔찍하다. 역설적이게도 의식적인 노동권
적 자각만이 생명의 본능을 깨울 수 있다. 작업 중지가 권리로 형성하기 위한 조건은 현장
의 질서를 현장의 노동자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는 다분히 의식적인 공감이
며,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이다. 법문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노동권적 자각, 즉 현장 질서를 노동자 자신이 규율해야 한다는 자각이 있어야만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작업을 멈추거나 거부하는 소극적 작업중지권 행사(물론 이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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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에서 나아가, 위험을 감지한 사전에 작업을 중지하고 거부할 수
있으며, 사고뿐 아니라 각종 직업성 질환에서의 위험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
다. 작업중지권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알 권리, 참여할 권리가 복합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위험과 재해에 대한 정보와 철학을 통해 안전 감수성 향상하고, 더불어 참여를 통해 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중지와 거부의 정당성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다. 세 가지 권리의
종합과 구현, 이러한 경험과 시도가 현장질서를 일하는 자의 것으로 긴장시키고, 노동자의
현장 통제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몇 가지 과제
위와 같은 작업중지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첫째, 현장통제력과 작업중지권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현장통제력을 확보하고 복원하는 것은 여러 경로가 있다. 이 중 안전보건 사항이 노동자
의 현장질서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사실상 일상 현장 규율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 노동권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작업중지권은 노동(조합)운동 전체 맥락 아래에 위치되는 것으로 홀
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현실에서 작용하기 어려운 이유와 원인에 대
한 실증적, 이론적 고찰이 필요하다.
둘째, 산안법 규정의 보완이다.
‘급박한 위험’을 명확히 정의하고, 대피 및 거부의 경우 ‘합리적 근거’를 작업자(노동자)
입장에서 간명하게 하여 제도적 차원에서 작업중지권을 보완하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
해서 한 연구자는 ‘급박한 위험’과 ‘합리적 근거’를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을 인지한 경우’
로 바꾸자고 주장하였는데 참고할 만하다. 이외에도 작업 중지 행사가 현재 법 규정으로
보호받지 못한 사례와 현행법 규정의 취약성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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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소에서 페인트 칠하는 하청노동자
셋째, 기업살인법의 현실화이다.
기업 살인법의 요체는 적정한 안전과 보건
조치를 하지 않고 발생한 사망에 대한 기업
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기업살인법 자체가
노동권적 자각을 통한 작업 중지, 이로 말미
암아 축적되는 현장통제력과 직접 관련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생명의 본능마저도 억압
하고 매일 사망 위험 속에서 일하는 하청과
비정규직노동자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편으
로 절실한 제도적 장치임이 틀림없다. 현재
조직력이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노동권에 기
반을 둔 작업중지권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나,
다가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
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필
요한 것이며, 작업중지권을 확대하기 위한 중
요한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특히 원청의 책임문제는 중요하다. 이것이 배제된다면 효용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현행 산안법의 전반적인 한계와도 연관되어있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우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최근의 작업중지 사례를 취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의 배경
과 경과, 결과를 종합하여 그 현실성과 의의를 재구성하고 이를 전국적 차원에서 공유해야
한다. 한편 작업중지권에 포함된 중지와 거부 개념을 명확히 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에 작업중지권을 이제는 행사할 수 없는 문구상의 권리로 대하
는 태도를 일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직종과 부문의 구체적 노동실태를 바탕
으로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야만 하는 구체적 중지와 거부에 대한 기획과 실행이 요청된
다. 일터
32 ․ 통권 124 2014.5
한국지엠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 부도와 함께 2001년 1750여명이라는 대규모 정리해
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대우자동차에서 초국적 자본인 GM으로 매각 된 종합 자동차 제
조 기업이다.
[일터]에서는 2회에 걸쳐, 대우자동차에서 GM으로 매각된 후 한국지엠에 이르기까지
노동 안전 분야 현실을 함께 짚어보면서, 작업중지권을 현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
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회 - GM으로 매각 전 대우자동차에서의 작업중지권
- GM대우의 탄생, 사라진 현장통제권과 작업중지권
- 2006년 이후 한국지엠
2회 - 신음하는 현장, 다시 꿈틀대는 현장
- 2011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 발동 사례
-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하여
[특집3] 작업중지권의 현재(1)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GM으로 매각 전 대우자동차에서의 작업중지권
2000년 이전 대우그룹 시절 대우자본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현장을 통제하기 위해
신 경영전략을 실시한다. 이에 현장에서는 활동가들이 현장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본 SUZUKI
OJT1) 반대 투쟁과 일방적인 잡수 증가 저지, 노동강도 강화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현장의 저항을 조직해 나간다. 이에 저항의 방식으로 컨베이어 라인을 정지시키는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이런 사례는, 안전 분야에만 제한적인 작업중지권이 아닌 적극적인 작업중
지권의 행사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2)
1) off-the-job training. 업무수행 중단없이 작업자를 교육시키는 방법
2) 한국지엠 부평1공장 고남권 조합원 구술.(고남권 조합원은 일방적 잡수 증가 저지 투쟁과 일본 OJT
반대투쟁으로 정직과 두 번의 해고를 당한다.) 즉, 이때의 작업중지권은 현장통제권을 누가 가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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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의 행사 주체를 사업주로만 한정 해두었던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가 1995년에 와서
실행주체가 노동자도 될 수 있다는 사항을 신설 2항에 명기하게 된 후, 자본에게 작업중지권은
곧 일상적인 파업을 의미 할 만큼 껄끄러운 존재였고, 반대로 노동자들에겐 그동안 존재하지 않
았던 커다란 무기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 주체는 투사로 불렸던 일부 현장 활동가들로
한정됐지만 말이다.3)
이 시기에 수많은 안전사고들이 일어났지만 작업중지권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앞서 얘기했던 잡수 투쟁의 여파였을 것이다. 작업중지권은 현장투쟁의 강력한 무기로서
힘은 발휘했지만 작업자들 누구나 쉽게 행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로서는 인식되지 못했다.
평범한 작업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징계와 해고를 감당할 수도 있는 어려운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음은 당시 실제 안전사고 발생 사례이다.
[일본인 금형기술자 도자끼라는 사람이 작업도중 금형사이에 끼어서 즉시 사망함. 사후 프레스
라인만 작업 중지 후 프레스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 실시.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됨.-1997년.]4)
위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아쉬움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 재해는 작업자가 사망한 중대재해에 속한다. 그런데 작업 중지는 프레스 부서에서만
행사되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었는가?
셋째, 재발방지 대책은 수립되었는가?
넷째, 사고사례가 전 공장에 전파되었는가?
냐를 결정짓는 싸움이기도 했다.
3) 물론 이때에도 현장 활동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 법규를 근거로 투쟁에 임
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의 열악했던 작업환경과 일방적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의 표
현으로 작업중지권이 활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안전보건법이 투쟁
의 무기로 활용되었다기보다는 자본 주도의 생산과정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함으로서 현장 작업통
제권을 강화해 나가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4)15,17대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김성갑 구술.(현 툴링센터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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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의 탄생, 사라진 현장통제권과 작업중지권
2001년 GM이 인수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전면에 내걸자 정권과 자본은 1750여명의 정리해고를
밀어붙인다. 그렇게 공장은 하루아침에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고 현장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된
다. 이때부터 현장에서는 무시 못 할 변화들이 감지되었다.
공장 밖에선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 위한 처절한 복직투쟁이 시작되
었으나 현장은 조속한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다시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동안 앞장
서 활동했던 대다수의 현장 활동가들은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를 당하면서 거의 사라졌다. 곧이어
실시된 대의원 선거에서는 그동안 직장으로서 조합원이었지만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왔던 사람
들이 대거 대의원에 출마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현장은 급속도로 회사
통제 하에 들어갔다.
정리해고가 단행되고 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를 즈음인 2002년 7월 25일 300여명의 정리해고자
의 복직 방침이 노사 합의하에 결정되었다. 복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나름 원칙과 기준5)이 있
었지만 1차 대상자에서 제외된 조합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직도 논란이 되는 우여
곡절 끝에 다수의 현장 활동가들이 복직하기에 이르렀고, 복직자를 중심으로 현장조직과 계파를
떠나 정리해고 원상회복 투쟁동지회(이하 ‘정원투’)를 결성했다. 정원투를 중심으로 한쪽에선 나
머지 정리해고자들의 완전복직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나머지 한쪽에선 무너져 있던 현장의
기운들을 살려내고자 노력했다. 이후 2006년 1750여명의 정리해고자 중 희망자가 최종적으로 복
직을 완료했다.
이 시기 조합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경위서6)이다.
5) 2001.2.16. 정리해고가 통보된 이후 2.19 공권력에 의해 공장이 침탈되면서 당시 17대 노동조합(위
원장 김일섭) 지도부는 공장 밖으로 밀려나 투쟁의 거점을 천주교 산곡동 성당에 마련하고 농성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매일 출근투쟁을 시작으로 공장탈환 투쟁을 준비해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참여
도(출근부)등이 최우선 되어 선정되었다고 했지만 아직도 각종 억측과 왜곡 등을 낳고 있다.
6) http://www.gmno.or.kr/bbs/board.php?bo_table=new2_02_1&wr_id=254 참조.
l일터l ․ 35
사고 경위 : 프레스 4라인 자동화 공정으로 개선이후 8월 8일(월)부터 시운전을 실시하였다. 이후부
터 생산 테스트 작업을 계속실시하고 사고당일인 18일에도 판넬 생산을 테스트 중이었다.
사고당일인 18일 09시10분경 이○○ 조합원이 이곳(4라인 1호기)에서 생산테스트 작업을 하던 중 1
호기의 금형 상/하형 에 머리가 협착되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였으나 사망하였다.
사고조치 :
19일 09시27분경 인천 북부 소방서 119 구급대 도착, 09시30분경 세림병원으로 후송 조치함.
09시34분 세림병원에 도착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사망하였음.
10시00분부터 12시00분까지 전 공장 조합원 안전교육실시
10시30분 노동조합 상집간부 비상회의를 실시함(사고대책, 등 전반에 관한사항을 논의함)
13시00분에 노동조합 간부 합동 비상간담회 실시를 통하여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함.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긴급 속보 2호로 ■ 야간조는 엔진부와 K.D를 제외한 전 공장 70% 휴
무를 실시하고 ■ 다음 날 근무는 금일 18:00에 진행되는 비대위에서 결정한다.7)고 안내했다.
위 사고경위 및 이후 대응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의 의문이 생긴다.
첫째, 사고자의 응급처치 및 후송이 제때 이루어졌는가? 사고 발생 후 119가 도착할 때까지
촌각을 다투는 상황임에도 17분이 흘렀다. 그리고 사내 구급차는 어디 있었나?
둘째, 작업중지권 발동이 엔진부와 KD(각 부위, 부품 등 포장 수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제외되었다. GM의 법인 분리 인수로 엔진부와 KD는 GM대우 소속이고, 나머지는 대우
인천자동차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사고이후 비상 대책위가 구성되고 비대위에 의해 재발방지대책은 수립되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8)
7) http://www.gmno.or.kr/bbs/board.php?bo_table=new2_03_2_tod&wr_id=2381 참조.
8) 현장조직 민노회의 홍보물 ‘민주노동자’ 제25호(2005년 9월 7일자)를 보면 회사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하게 유족들의 보상 문제로서만 마무리 하려 하고 보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예방대책
도 내 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동자 현장투쟁 10년 자료집344Page 참조.
36 ․ 통권 124 2014.5
2006년 이후 한국지엠 : 세대의 변화와 잦은 안전사고
2006년 중형세단인 토스카와 한국지엠의 첫 SUV였던 윈스톰(현 캡티바)을 출시하면서 부평 2
공장은 수 년 만에 다시 2교대 가동을 하게 되었다. 이에 정리해고자들이 모두 복직했고, 상당
수의 사내 비정규직들과 군산과 부천에서 운영 중인 사내 기술교육원 소속 인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맛봤다.
현장은 한동안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았던 자와 복직자, 그리고 신입이라는 세
부류가 공존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 동안 부평공장은 출신에 따른 갈등과 세대에 따른 갈등 등
이 맞물리면서 현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지엠에서 2004년 이후 입사자들은 한동안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9) 우리는 기존 선배 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세대였다. 이것은 때로는 장점으로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되었다. 하지만 현장에 새로운 흐름이
이 세대들의 출현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정리해고의 광풍이 휩쓸고 간 현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임단투 기간에 노동조합이 파업 지침
을 내려도 현장의 컨베이어는 거의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 말 그대로 자발적 복종이었다. 물론
소수였지만 정원투에 소속되어 있었던 인원들과 현장 활동가들은 파업코드10) 적용을 감수하며
파업지침을 사수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정원투의 헌신적인 현장투쟁과 젊은 세대들의 등장에 따
라 현장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시기의 잦은 안전사고는 대부분 조직적으로 은폐
되고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장면1 : 머플러를 장착하는 공정에서 4인이 머플러를 힘겹게 들어 올려 장착하다가 그만
한 사람이 머플러를 놓치면서 상대편 작업자의 이마 부분이 찢긴다. 동료가 직장에게 보고
해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 후 5바늘 봉합 후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여 묵묵히
컨베이어 조립작업을 수행한다.
9) 이들은 2004년 개악된 근로기준법에 의거 고정연차(월차) 폐지를 골자로 한 별도 조항의 단협을 적
용 받고 있던 세대를 통칭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별도의 단협을 적용받는 세대가
생긴 것이다. 이후 2012년 임단투 투쟁을 통해 이 조항은 완전히 사라진다.
10) 파업 참여 조합원과 불참 조합원을 차등 대우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참여자의 임
금공제 및 인사고가 불이익 등의 처우에 사용되었다.
l일터l ․ 37
장면2 : 일부 조립된 엔진이 마무리 배선작업 장소로 이동하기 전 적재되는 시스템에 문제
가 생겨 보전인원 2명이 호출되었다. 작업자 한 명은 직접 확인을 위해 좁고 위험한 적재
공간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동작 스위치 앞에서 대기한다. 엔진 이동 랙이 가동되면
서 협소한 적재공간에 들어갔던 작업자의 다리가 짓이겨진다.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었
지만 주변 작업자들은 묵묵히 작업을 하고, 이곳과 동떨어져 있는 컨베이어 라인 작업자들
은 사고 상황 자체를 모른 채 열심히 라인을 탄다. 이 작업자는 오른쪽 다리뼈 3군데가 복
합 골절되어 큰 수술을 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을 요양 후 복귀했다.
장면3 : 엔진을 자동차에 장착하려는 순간 한 작업자의 손가락이 엔진과 차체에 협착되었
다. 뼈가 으스러져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이 사고 사실 또한 주변 작업자들이 전하는 소
문 외에 아무도 몰랐다.
장면1의 작업자는 봉합한 부위가 다 나을 때 까지 상처부위에 거즈를 덧대고 묵묵히 작업에
임했다. 정규직도 이런 상황이었는데 비정규직들은 어땠을까?
장면2의 작업자는 회사 안전 담당자가 병원으로 찾아와 치료비 전체를 부담할 테니 그냥 공
상 처리를 하자며 한참을 설득했다. 이 작업자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산재 요양 절차를 진행했
고, 이후 핀 제거 수술을 할 때 재요양 신청으로 치료 완료 후 복귀했다.
장면3도 결국 공상 처리를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상 처리11)도 거짓이 대부분이다.
치료비와 치료기간의 근태만 인정을 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 중 단 한 차례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이 발동 된 사례가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작업중지권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망사고가 때에만 행사 할 수 있는 것인가? 일터
11) 부서 자체 공상 이라는 이름으로 부서에서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사고사실 자체는 보고 하지 않
는 것을 말한다.
38 ․ 통권 124 2014.5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되어 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병이 직업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
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역학조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활동에 포함되는 현장 조사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조사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한 담당자들에게 안내받아 다녀
야 하는 경우가 흔한, 대기업 방문조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아픈 노동자가 일했던 혹
은 일하고 있는 환경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형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질병과 관련될만한 유해요인을 탐색하는 것, 노동자들과 일
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고 공장 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한 사장님들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뭔
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도 이런 사업장 방문조사에서 만났던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5년쯤 전에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왔다. “반사원단 제
조업체에서 MIBK(메틸이소부틸케톤)에 노출된 근로자의 독성간염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가
당시 요청되었던 조사의 제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이 ‘MIBK가 간독성이 있긴 하지만, 독성간
염을 일으킬 정도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해당 노동자는 독성간염에 대한 치료는 마치고 회복
한 상태였고, 사업장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여 자료검토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약
간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였고, 노동자는 별로 사업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조사에 동행하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가벼운 드라이브 하
는 기분으로 떠나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새로 공장 지어서 이전했다고 하더니 역시 깨끗한 편
이네!’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사원단’이라는 제품은, 자동차 불빛을 반사하여 어둠에서도 도로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들에 부착된 그 원단이다. 이 원
단은 바탕 필름에 ‘글래스비드’라는 유리구슬 같은 것들을 촘촘히 붙이기도 하고 형광페인트를
l일터l ․ 39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형광페인트를 만드는데 섞어 쓰는 폴리우레탄수지 도료 통
이 눈에 띄었는데, 구성성분에 “디메틸포름아미드(DMF) 60%”가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간독성물질이고 이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의 10년째 독성간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수차례나 발생해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독성간염 위험이 있는 디메틸포름아미드를 썼다
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
도 해야 하고 특수건강진단도 해야 하는데 수십 년을 이 사업을 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단 직원이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주가 보내준 물질 정보만 보고
MIBK에 의한 독성간염이라면서 조사를 의뢰한 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상 신청
을 한 노동자가 신기할 정도였다.
다시 찬찬히 사례를 보니 아주 전형적인 DMF에 의한 독성간염 경과를 보였다. 해당 근로자
는 입사하고 바로 사업장이 이전하여 기계 이전작업, 청소작업 등에 투입되어 기계를 유기용
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이틀간 형광도료를 바가지로 떠서 코팅기에 부어주는 코팅작업에
투입된 6일 후에 구토, 어지러움, 식욕감퇴가 발생하였고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
하였다. 이후 다시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받으면서 독성간염은 완전히 호전되었다.
사업주에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분은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이 맞으니 직업
병으로 인정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놓쳐왔던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바로 시
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제품의 특허출원도 자랑하고 사업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사장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수십 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럼 저기서 몇
년째 코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사람은 한 달도 일을 안 했다.”
한 번도 디메틸포름아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은 특이체질반응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출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이렇게 간염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였으
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조사는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래에 있
고, 다른 건 몰라도 DMF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정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
40 ․ 통권 124 2014.5
노예 12년을 보다
송윤희 회원
아이가 생긴 후 영화관을 잘 가지 못했다. 그저 엘리베이터 안에서 LG U+box 광고판에 뜨는
영화 순위를 보며 갈증을 달래 왔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가 잠들고 드디어 집안에 평화가 드리
워진 때 남편과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대했던 <노예 12년>을 “합법 굿 다운로딩”으로
받았다. 실수로 두 번 다운 받아 결국 극장 값으로 영화를 봤다. 후회는 없었으나 기대했던 참
신한 자극도 없었다. 스티브 맥퀸의 안정된 연출력은 넓은 화면에 잘 배치되어 있었고 덕분에
소파에 누워 150여 년 전 미개한 우리네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동안 보기에는 상당히 고달픈 장면들이 많았다. 우리 집 거실 극장인지라
남편은 나의 실시간 수다와 푸념을 다 들어줘야 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
다. 주인공이 나무에 목 매달린 장면이다. 한참 노예로 시달리며 죽지 못 해 살아가다 어떤 개
념 없는 무식한 백인이 그를 괴롭히자 주인공은 그
를 홧김에 구타하고 만다. 그 죄 값으로 사람들이
그를 높은 나무에 목매달아 놓는다. 그 때 노예의
중간 관리자가 와서 이는 우리 주인의 재산이니, 이
에 대한 처분은 주인이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며
보복하러 온 미천한 백인들을 쫓아낸다.
이왕 쫓아냈으면 나무에서 풀어줄 것이지. 흑인
노예는 간신히 발끝이 닿는 높이에서 손은 뒤로 묶
인 채 한 나절 내내 진흙에 까치발을 디디며 죽지
않으려고 발을 딛고 또 딛는다. 그 진흙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이 장면을 감독은 의도적으
로 넓은 프레임으로 보여준다. 한 낮이고 남자는 목
이 매달린 채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데, 뒤에 노예
들은 평화롭게 일을 한다. 심지어 어린이 노예들은
l일터l ․ 41
뛰놀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2분은 족히 넘게 이 장면이 계속된다. 나는 인상을 쓰며 남편에게
쫑알댔다. “윽... 이창동이네. 이창동..” 왜 실력 있는 감독들은 고통을 비껴가는 법이 없을까.
나와 우리, 혹은 우리 사회, 우리 인류가 겪은 그 고통들을 고스란히 “너도 느껴봐라. 네가 무시
해왔던 거, 지금 이 순간이라도 직시해 봐라.” 라며 폭력적으로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런 그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불편감. 어찌 영화에서만 느꼈으리라. 고백컨대, 나는 주변에서 많은 노예들을 본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노예 아닌 노예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노예에게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
데이터, 한 달에 2~4일의 안식일, 가끔은 맛난 음식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약간의 여유 자금을
매달 대주며, 그 외 모든 자유는 제도적으로 차단시켜 버린다.
집은 평생의 빚을 담보로 대주고, 자녀 교육은 절대 넘어 올 수 없는 계급의 격차를 둔 채
어느 정도의 교육을 허용한다. 그러나 그 노예들은 절대로 그들을 부려먹는 지배층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예전에는 교육으로 그런 계급의 이동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아
들딸들은 그들을 뒤따라 공장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전자는 점차 끼리끼리 응집되고, 견
고한 계급은 생물학적으로도 생성되어 나간다.
공장이나 회사에서 기계와 시스템의 속도에 맞추어 하루 10시간, 주 60시간 일을 하다보면,
관절과 인대는 닳는다. 밤낮없이 교대제로 일을 하다보면 뇌의 혈관이 터지기도 한다. 운 좋으
면 살고 나쁘면 죽는다. 죽으면 차라리 나을까.. 질병은 더욱 악순환을 불러온다. 실비보험 하나
없으면 집안 재산은 병원비로 탕진되고, 그들의 자녀는 더욱 굴레 아래로 떨어진다. 다니던 회
사에서 해고라도 당할 경우, 그나마 안정되었던 노예 제도에도 들지 못 해 한없는 나락으로 떨
어진다. 글이 너무 감성적으로 흘러갔으나 이 불편한 현상이 내 주위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부
정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더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자유의 신분으로 북쪽에서 생활을 할 때, 가게
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는데, 남쪽에서 주인 따라 올라온 똑같은 (노예)흑인이 그를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노예는 곧 주인의 “C’mon! boy!”라는 명을 듣고 가게를 나간다. 주인공은 아
주 잠시 그 노예와 눈이 마주치지만 금방 눈을 돌려버린다. 노예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겼을
수도 있고, 아픔을 무시하고픈 무의식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많이 그러는 것 같다. 일터
42 ․ 통권 124 2014.5
자본과권력, 내놓고함께하기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nextstep1@hanmail.net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여 사용자가 특정
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민주적․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
합이 자유롭게 조직․운영을 통해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내용이다. 사
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과 관련하여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유성기업, SJM,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 노
동조합에 대한 폭력사태까지 덧붙여진 수많은 사례에서 밝혀진 부당노동행위에 대
하여 검찰은 ‘무혐의’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노동부에서 조사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시키면 검찰은 ‘재조사’ 명령을 한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에
서 “똑바로 조사하라”고 한다. 결국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시키도록 종용하는 것이
다. 최근 숱하게 발생한 극명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사용자가 처벌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한 노동조합이 작년에 조합을 설립하여 수많은 교섭과 노동위
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사용자는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노동조합은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되었다.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된 쟁의행위 찬
반투표라는 점에서 전체 조합원들이 충분히 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투쟁에서 조직
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날 특정 본부장이 갑작스럽게 해당 부서원들에게 연차 또는 반차를 사
용할 것, 일부 조합원들에게 근무지 외 파견 근무명령, 출장 명령 등 사실상 조합
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각종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고전적인 형태의 부당노동행위 사례이다. 어쩌면 노동법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했을 법도 한데,
정형적인 고전적 행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 영향력 있는 팀장들은 본부
장의 ‘명’에 따라 서둘러 면담을 진행하는 등 조직적 행태까지 보였다. 하지만 사
용자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다음날 노동조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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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일터(최종본)

  • 1. 세월호 승무원들이 회사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것에 항의하고 적절한 안전 교육이 보장될 때까지 승선 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1년짜리 비정 규직 선원이 그런 ‘거부’를 할 수 있었을까 곱씹어봅니다. 1달 반 사이 7명이 사망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전 공장 을 멈추고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 다. 이런 ‘거부’를 하지 못하고, 동료가 사망한 현장으로 출근 하는 하청 노동자의 공포, 사고에 대한 공포와 일자리에 대한 공포를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권인 생명 권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노동자가 통제하겠다는 선언이자 싸움 걸기라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난 이제야 조금씩 슬픔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며, 일터도 작업중지권 특집 을 마련하고 한 발 나아가고자 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를 찾아 읽어보니, 4월이 잔인한 이유는 죽은 땅 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기 때문이 라고 합니다. 죽은 땅을 뚫고 꽃을 피워내는 것은 아프고 힘 들지만, 가장 진실하고 소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잔 인한 4월도 잠들었던 우리를 봄비로 깨우고, 죽어 있던 현장 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일터 독 자 에 게 …
  • 2. 2 ․ 통권 124 2014.5 26 특집 1. 세월호와 작업중지권 2. 왜 작업중지권인가 3. 작업중지권의 현재 안전과 생명에 대한 본능마저도 압살한 채, 밥벌이에 매달리게 하는 자본의 야만적 강제는 현장 질서 를 노동자 자신이 규율해야 한다는 자각과 이를 기반으로 한 현장통제권으로서의 작업중지권으로 극복 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장에서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작업 중지’에 대한 기획과 실행으로 나아가자. 03 뉴스 잇단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사망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l 청이 08 특별기고 국제연대,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이어진다 l 이숙견 12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l 최민 16 현장의 목소리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l 재현 20 연구소 리포트 2013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효과 l 조선대학 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광주노동보건연대 송한수 25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 작업화의 주인은 l 사진 푸우씨 글 김세은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l 이혜은 40 문화읽기 노예 12년을 보다 l 송윤희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자본과 권력, 내놓고 함께하기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더 이상 죽지 않겠다 l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대표 박영일 46 이러쿵저러쿵 어떤 위로 l 최종배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 3. l일터l ․ 3 사진 출처 : 노동과 세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잇단 사망 최근 2달 동안 8명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 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 만, 정작 최대주주이자 책임자인 정몽준 새누 리당 의원은 이 문제는 외면하고 ‘서울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약을 급조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6일부터 4월 28일까지 현대중공업 그룹 계열 조선사업장(하청)에서 노동자 8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중대재해가 발생 했다. 모두 안전장비만 제대로 있었다면 막을 수 있던 전형적인 인재였다. 특히 28일은 관할 지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시작하던 날인데도 하청노동자 한 명이 작업 중 바다로 추락해 사 망했다. 역시 안전장치만 있었더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몽준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 약을 급조했을 뿐, 현대중공업 산재사망과 관 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후보 토론회에서 정몽준 의원은 “특정회사가 저와 관계가 있다고 해서 공개토론에서 저를 매도하고 전체 기업인들을 때려잡자는 것은 실 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지회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30일 여의도 정몽준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대책 수립 은 외면하고, 서울시민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고 분개하며 “즉각적인 후보 사퇴”를 요 구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연이은 현대중공 업의 중대재해에 대해 “구조적 살인”이라며 “이 윤에 눈이 멀어 현대중공업이 다단계 하청으로 구조화하는 한편, 최저가 입찰과 공기 단축, 기 성(톤당 작업단가) 후려치기를 통해 현장 상황 을 불법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만들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는 이 유는 기업이 이윤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전 시스템마저 방기 했기 때문이다. 최저가 입찰제와 기성 후려치 기는 결과적으로 안전관리비를 축소하는 것으 로 이어진다. 특히 다단계 도급계약은 하청노 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10만 원이면 설치할 추락방지 펜스 조차 구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지 난 21일 노동자가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 을 당한 조선소 화재 사건은 그동안 5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소화기 하나 제 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 졌다. 공기 단축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원청의
  • 4. 4 ․ 통권 124 2014.5 사진 출처 : 민중의 소리 압박도 문제다. 하청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 전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한 현장에서 위험한 작 업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할 때 책임 자를 제대로 처벌할 법률적 근거도 갖추지 못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청이 적극적으로 산 재 사고를 은폐한다는 사실이 노동조합으로부 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 루어지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조 합이 공동으로 실행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 과, 산재를 당했을 때 보상 처리가 된 경우는 3.7%에 불과하고,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50.4%이다. 산재 처리가 안 되 는 이유에 대해서는 22.3%가 원청이 협박해 공상처리 했다고 응답했고, 해고 등의 불이익 이 두려워 못했다는 응답도 50.9%에 달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조선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이은 산재 사망 사태의 해결을 위해 오는 5 월 22일과 23일 대규모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전남대병원서 일하다 유방암 걸린 노동자, 산재 아닌가?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렸거나,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을 내 놓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국정감 사에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해 근로자들의 건 강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실제로는 야간근무자 특수건강검진(유방암 진 단 포함)도 미루는데다가, 35세 이상 조합원에 의무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한다는 단체협약조 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광주고용노동청은 노동조합이 ‘건강보험 수진현 황’을 기초로 유방암을 비롯한 호르몬계 질병 에 임시건강진단을 요구했지만, 수차례 거부하 고 있다. 심지어 야간교대사업장 특수건강진단 의 대상자를 축소하는 행정해석을 내놓고 있 다. 전남대병원 유방암 산업재해대책위원회는 4 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유방암 투병 중인 전남대병원노동자 2명이 산재신청을 한 데 이어 오늘, 역시 전남대병원에서 일하다 유 방암으로 사망한 유족이 산재 유족보상 신청서 를 접수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근로복지공단 은 유방암을 산업재해로 즉시 승인할 것 ▲전 남대병원 간호사에 환경전수조사를 실시할 것 ▲노동청은 전남대병원 임시건강진단명령을 시 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노동청 에 “법률이 보장하는 교대근무자 유방암 임시 건강진단 명령과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전 남대병원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히며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전남대병원 유방암 임
  • 5. l일터l ․ 5 시건강진단 명령 촉구 결의대회’와 노동청장 면담투쟁 등 유방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될 때까 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남대병원에서 2002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최소 12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했 다. 전남대병원 교대근무 간호사 748명 중 236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간호 사 대부분은 최근 5년 이내 한 번도 유방암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으며 설문조사에 응한 간호사의 96%가 유방암검사를 원하고 있 다고 나타났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5번째 죽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는 해고노동자 정 모씨(50)가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자 택에서 사망했다고 4월 24일 밝혔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09년 쌍용차 의 대규모 해고 사태 후 25번째 희생자다. 고 인에게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으며 해고 이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해왔다. 정씨는 지난 2월 서울고법이 내린 해고 무 효 판결의 소송 당사자였으나 결국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회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쌍용차 지부는 “쌍용차는 고등법원 해고 무 효 판결을 이행하기보다는 대법관 출신과 고등 법원장 출신 등 변호사 19명을 보강하면서 대 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며 “이런 쌍 용차의 태도가 고인을 더 절망에 빠뜨리게 한 원인이며,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이라고 주장 했다. 정씨는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파 업에 참가했고, 이후 창원지회 간부로 활동하 며 복직 투쟁에 참여했다. 이갑호 창원지회장 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 보니 복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동료들한테 미안해했고, 22일에도 ‘못 도 와줘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해고 뒤 생활고로 스트레스를 받고 몸도 아팠던 것 같 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은 24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해고자의 고통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쌍용차 지부는 “죽음의 악령이 끝나고 멈춘 줄 알았던 쌍용차 해고자의 죽음이 또 발생했다”며 “공장 복귀를 바라며 5년의 세월을 울분과 때론 희망으로 버 티던 해고자의 죽음이다”라고 밝혔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 6. 6 ․ 통권 124 2014.5 “또다시 나 같이 억울한 해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노동절을 하루 앞둔 전주 신성여객 노동자 자결 시도 청이 운영위원 노동절을 30분 앞둔 4월 30일 밤 11시 반, 전주 신성 여객의 진기승 조합원이 회사 현관에 서 스스로 목을 맸다. 이 노동자는 2013년 3월에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회사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노위에서는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지만, 중 노위에서 뒤집어졌고, 5월 1일 행정심판을 앞두고 있던 터였다. 이 노동자가 병원으로 옮겨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 광주지방법원에서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목을 맨지 10시간 후의 일이었다. 법원의 판결을 전해들은 동료노동자들은 뒤늦은 판결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신성 여객에서는 이번 참극이 벌어지기 불과 2주 전인 4월 16일, 김부관 부지회장이 노동조 합 사무실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하루 18시간 장시간 노동, 저임금을 벌 충하기 위한 아르바이트 등 버스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노 동해왔다. 작년 한노보연에서 진행한 버스노동조건 실태조사는 “장시간 노동”이 건강 문제의 핵심고리임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을 생활에 충분하도록 현실화시킬 것과 근무 제도 개편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버스노동자들이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민주노조를 결성했을 때 회사의 대응은 노동조합을 깨트리려 징계․해고를 남발하고, 조합원들을 차별하는 것이었다. 이는 신성 여객 뿐만 아니라 전주의 모든 시내버스회사가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2400원 때문에 해고당한 버 스 기사”로 이슈가 되었던 호남고속의 사례는 그중 일부이다. 버스사업주들은 민주노조를 깨트 리기 위해 민주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표적 감시․징계하고, 타 노조 조합원보다 각종 불이익을 더 줬다.
  • 7. l일터l ․ 7 사진 출처 : 참소리 전주시는 버스사업주의 이러한 행위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 았다. 해마다 시내버스 보조금을 200억 원 가까이 쏟아 붓지만, 버 스사업주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어떤 것도 확보하지 않은 채 문제가 발생해도 수수방관해왔 다. 2010년, 벼랑 끝에 내몰린 버 스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서자 전주 시와 노동부는 도리어 ‘불법파업’ 운운하며 버스노동자들에게 비난 의 화살을 돌렸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이들의 파업이 합법파업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 지만, 이미 회사의 탄압, 징계와 해고로 파괴당한 노동자들의 삶이 다시 회복되지는 못했다. 2010년 민주노조 결성 이후 햇수로 벌써 5년. 하지만 버스노동자들의 싸움은 제자리고, 버 스노동자들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회사와 노골적으로 회사 편을 드는 전주시를 비롯한 관계기 관은 여전하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고립되어 있던 가운데 진기승 조합원이 스스로 목을 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회사는 “민주노조 조끼를 벗으면 복직시켜주겠다, 회사 관리자로 들어와 민주노조를 탄압하면 복직시켜주겠다.” 등의 회유를 하며 해고에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던 진기승 조합원의 자존감을 짓밟아 왔다. 신성 여객 조합원들은 5월 6일부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도 동참 을 호소하며 차고지에서 나가는 차량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기승 조합원은 4월 30일 아침부 터 타 시내버스 지회를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벽에 붙은 조합원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유 심히 봤었다 했다. 그 날 밤에는 생전 입지 않던 양복을 갈아입고 회사에 와서 동료노동자들 에게 보내는 예약문자를 저장해놓고, 짤막한 유서도 함께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았다. 동료들에 게 인사를 나누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문자를 하나하나 눌러가는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 지, 혼자 회사에 돌아와 계단을 올라가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우리가 모두 진기승 동 지 앞에 죄인입니다”, 해고로 삶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를 함께 지켜내지 못했다는 통탄과 반 성이 무릎 꿇은 버스노동자들 사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민주노조 탄압을 반드시 끝장내자고, 그래서 인간답게 일해보자고 전북 버스노동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일터
  • 8. 8 ․ 통권 124 2014.5 [특별기고] 국제연대, 지역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이어진다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사업을 다녀와서 이숙견 상임활동가 2014년 2월 4일, 하루 동안 40도 이상의 온도차이(한국 영하 10도, 인도네시아 30도)를 경 험하며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거쳐서 인도네시아로 비행기와 배를 타고 이동했다. 인도네시아 바탐 섬에 저녁 무렵에 도착해 여객터미널에 마중 나온 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 단체 라이 언(LION) 활동가 디무를 보자 긴 여행시간과 온도적응으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이 반가움과 함께 앞으로 진행할 국제연대사업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가득 찼다.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사업(이하 한국-인도 네시아 국제연대사업)은 2008년부터 참가한 여러 국제회의를 통해 쌓인 교류를 기반으로 했 다. 한국의 금속노조와 반올림, 한국 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인 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바탐 지역본부1), 라이언(LION) 등 5개 단위가 수년간 한국의 반올림 활동과 인도네시아 바 탐지역 전자산업 노동조합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국제연대활 동을 모색하였다. 이러한 과정 을 거쳐 양국 간의 전자산업 1)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이하“FSPMI”)은 1999년 2월 창립된 인도네시아 금속산업 중앙 노동조합조 직으로 전기전자, 자동차·기계금속·부품, 철강·건설, 조선·해양업, 금속일반 등 금속 5대 업종을 포괄하 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700여개 단위사업장 22만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FSPMI 바 탐지역본부는 지역적으로는 싱가폴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바탐섬내에 있으며, 바탐섬은 대규모 전 자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은 전자산업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다.
  • 9. l일터l ․ 9 ▲ 2월 5일 진행한 FSPMI 노동조합 간부 간담회 이후 함께 찍은 사진 (제일 왼쪽은 통역담당 야디)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 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사업 준비 중 언어소통이 큰 고민거리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부산지역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민과함께’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와 한국어를 통역할 수 있는 친구인 야디의 도움을 받 을 수 있었다. 야디는 1996년 한국으로 일하기 위해서 온 이주노동자로 ‘이주민과함께’를 통 해서 체불 임금을 해결한 후 한글교실에 참가하였고, 2003년 인도네시아로 돌아가기 전까지 이주 공동체 활동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 에게 너무나 안성맞춤인 통역자였다. 이번 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내 어 통역을 너무나 멋지게 잘해준 야디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다. 워크숍 이후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모임 탄생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국제연대사업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한 가지인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워크숍은 2월 8일~9일, 이틀 동안 FSPMI 바탐지역본부 3층 교육장에서 진행되었 다. 아래 내용은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의 질의응답과 의견이다. “반올림 활동을 어떻게 알리게 되었고, 재정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그렇게 큰 회사가 직업병 문제가 심각하고 나쁜 회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 처럼 작은 회사의 현장문제를 어떻게 알려야 하나요?” “산업재해로 사망했을 때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 내용으로 반올림 투쟁 과 활동소개, 한국 노동운동의 역 사와 금속노조 소개, 한국 노동안 전 보건운동의 역사,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활동 및 건강권 쟁 취 투쟁 사례에 대한 발제와 질 의응답으로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시간에는 FSPMI 바탐 지역의 노 동안전보건 활동의 활성화를 위 한 집단토론이 진행되었다.
  • 10. 10 ․ 통권 124 2014.5 20여 개의 노동조합 활동가 30여 명이 참석하여 매시간 열의에 넘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하였다. 인도네시아 상황이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 건강과 생명은 소중하다 는 것과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에 함께 공 감하였다. 더불어 이번 워크숍의 전체 토론을 통해서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의 모임을 구성하 여 이후 장기적인 활동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기존에는 FSPMI 바탐지역본부 노안 담당자 혼 자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는데, 이번 모임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바탐지역의 노안 활동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지만 소중한 결정에 이번 워크숍을 준비한 모두가 함께 기뻐하였다. 인도네시아 노동 운동을 만나다 그리고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매일 밤마다 진행된 FSPMI 노동조합 간부 간담회, 전자산 업 노동조합 노안 활동가들과의 간담회 및 회의를 통해서 사전에 알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노동안전보건 현장 상황 및 노동자 건강권 실태, 법과 제도적 조건, 활동 현황 및 지역 조건 등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힘든 노동을 마치고 저녁에 시간을 내어 함께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도네시아 바탐지 역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미래는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80년 상황 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들의 활동 조건은 힘들고 척박하지만,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희망이었다. 인도네시아 방문 3일 차에 FSPMI 바탐 소속 노동조합 중 공장 정문 앞에서 파업 중인 사 업장을 지지 방문하였다. 그 회사는 한국계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설립한 지 6년 째였다. 2년 전부터 노동조합을 만들자 간부들을 해고하는 등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최저임 금 인상을 거부하는 악질 사업장이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한국 자본의 파렴치한 행태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지만 우리를 반기며 마음을 다해서 악수(손을 가슴에
  • 11. l일터l ․ 11 ▲ 바탐 지역 조합원들이 함께 마련한 공간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조합원들 ▲ 파업 중인 투쟁사업장. 금속노조에서 지지발언을 하고 있음 대고 악수하는 모습)하는 조합원의 모습 에서 ‘노동자는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 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바탐지역의 조 합원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공단 지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주거지역 중 한 곳을 조합원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대여 한 곳이었는데 매주 조합원이 모여서 노 래도 하고, 축구관람을 함께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편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거나 사업장의 문제점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우리조차도 편하게 노래도 들으면서 이야 기를 나눌 수 있게끔 해 주었다. 작은 디딤돌이 큰 결실이 되도록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전자산업 노동안 전보건 교육훈련 및 교류 사업이 진행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준비했던 주체들은 이번 사업이 노동안전보건운동 및 전자산업 노동운동과 건강권 운동에 도움이 되고, 현장성 있는 국제 연대 활동에 작은 디딤돌이 되었 다고 자평하였다. 이번에 맺은 작은 디딤돌이 좀 더 큰 결실을 보기 위해선 앞으로도 지속 적이고 다양한 국제연대활동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바탐지역의 노안 활동체계 가 더욱 공고히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이번 국제연대 사업을 계기로 더욱 많은 국제연대활동 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일터
  • 12. 12 ․ 통권 124 2014.5 열여덟번째이야기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동서울우편집중국 양현순 조합원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동집’. 동서울 우편집중국을 동집이라고 한다. 서울 지역의 우체국에서 모아 온 우편물을 권역별로 분리하여 보내는 곳이다. 통신회사의 청구서와 같은 대량 우편물은 동집에서 보내 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다루는 우편물 양이 어마어마하다. 소포와 택배, 등기 우편물을 모 두 합치면 1일 평균 600여만 통의 물량을 처리한다. 대량 우편물은 대부분 기계로 분류하지 만, 개인들이 보내는 우편물, 대량 우편물 중 반송 물량 등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한다. 양현순 씨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저는 지금은 ‘소형계’에서 일해요. 일반 우편물을 분류하는 부서예요. 잡지나 책자 다루는 ‘대형계’, 등기나 카드 배송 등을 분류하는 ‘특수계’, 택배 물건 다루는 ‘소포계’, 우편물 뭉치 를 차에 싣고 내리는 ‘발착계’로 나뉘어 있어요. 소포계는 3g짜리 일반 우편물을 분류하는데, 한 박스가 4~5kg 쯤 돼요. 이걸 꺼내서 분류하고 다 되면 또 박스를 올려놓고 또 분류하지 요. 이러니 근골격계질환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여성 노동자의 몸, 엄마 노동자의 몸 양현순 씨는 동집에서 근무한 12년 중 10년을 야간 근무로 일했다. 두 가지 이유죠. 첫째는 애들, 둘째는 임금이에요. 처음에는 오로지 애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애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린 애들이 학교 갔다가 집에 왔을 때 집이 텅 비어 있 는 게 싫었어요. 애들 집에 오면 숙제나 밥 챙겨주고, 잠자리 봐 주고 나서 밤 10시에 출근 하는 거죠. 그리고 아침에 들어가서는 애들 등교 준비 챙기고요. 지금 와서 보면 정말 못 할 짓 한 거예요. 다른 이유는 임금입니다. 요즘 주변에는 급여 때문에 야간 하는 동료들이 더 많은 것 같
  • 13. l일터l ․ 13 기도 해요. 야간 근무를 하면 주간보다 쩜오(야간 수당 0.5배)를 더 받잖아요. 그런데 돈 때 문에 야간 근무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어요. 제가 10년 근무하고 남은 건 골병뿐이에요. 골병 든 것 때문에 쓴 돈이 천만 원은 넘는 것 같아요. 지금도 9개월째 한의원 다니고 있거 든요. 약값, 차비, 침 맞는 돈, 그 전에 다녔던 정형외과, 원인 찾아보겠다고 갔던 대학병원, 마사지, 부황... 거기다 아파서 쉰 날도 있고. 그렇게 치면 돈 때문에 야간 한다는 것은 말 이 안 되죠. 그래도 버티는 이유요? 지금 나이에 아줌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빙이나 설거지뿐이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공휴일에 쉴 수 있는 직업이 거의 없어요. 주부들은 대소사가 많잖 아요. 그런데 식당에서 일하면서 연차를 쓸 수 있나요? 이런 게 장점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어도 못 벗어나는 거죠. 근로기준법에서는 여성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제한하고 있다. 18세 이상의 여성이 오 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이 경우에는 여성의 무거운 육아 부담, 낮은 임금, 중년 여성에게 닫혀 있는 취업 기회가 ‘근로자의 동의’ 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전적으로 야근만 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웬만한 데는 3교대는 하지 않나요? 이렇게 따져 물으면 관리자들도 말을 못 해요. 기능직 공무원들은 같은 일을 하지만, 24시간씩 교대근무 를 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양반이고 우리는 상놈인가요? 야간 10년 하는 동안 하루에 잠을 3~5시간밖에 못 잤어요. 이러니 몸이 망가지지 않고 배기겠어요? 낮은 임금, 고된 노동, 차별과 갈등 교대제뿐이 아니다. 임금을 보면 무기계약직 동료들이 야 간 노동을 선호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급 여를 받으면 기뻐야 하는데,
  • 14. 14 ․ 통권 124 2014.5 받으면 다들 인상을 써요. 급여가 그만큼 적어요. 이러니 또 연장, 시간 외 근무에 목을 매 는 거죠. 아프다고, 이렇게는 일 못 한다고 하다가도 시키면 다 해요. 시간 외로 근무하면 1.5배를 받잖아요. 지금 시급이 5,410원인데, 이게 쩜오가 되면 7,500원이 넘잖아요.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장 근무를 받아들이니까, 인력을 충원 안 하고 연장으로 이걸 다 돌려서 처리 하는 거죠. 실제로 우편물량이 양현순 씨 입사 초기였던 10년 전보다 많이 줄었다. 택배가 늘었지만 출혈 경쟁으로 수익이 남지 않아 통신 회사 등의 대량 소형 우편물이 주된 수입원이라고 한 다.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적자라고 볼멘소리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정규직을 골자로 하는 인력 계획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동서울 우편집중국은 직접고용 노동자 600여 명 중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의 비율 이 60~70%에 이른다. 우편집중국까지 오는 시간 하루, 집중국에서 하루, 발송에 하루. 이렇 게 3일 내에 우편물을 배송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지금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노동 시간을 늘리고 노동 강도를 강화한다. 2년 전부터 ‘중근’을 하고 있어요.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는 조를 그렇게 불러 요. 그런데 2시간 연장하면 새벽 1시, 집에 가서 씻고 나면 3시에 자게 돼요. 그러니 중근을 해도 4~5시간 자는 거죠. 근로기준법에 8시간 일하라고 돼 있잖아요. 왜 그렇겠어요? 8시간 은 일 하고 나머지는 쉬고, 자기 일도 하고 해야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8시간 일한 뒤에 2~3시간 연장근무 하고 나면 몸이 녹아나 죠. 이걸 다 비정규직이 감내하는 거예요. 임금이나 교대제뿐 아니라, 일하면서 현장에서 부딪치는 기능직 공무원과의 갈등도 스트레 스다. 기능직 공무원들은 정말 우리랑 똑같은 일 하거든요. 그런데도 자기들은 관리자라고 생각 하면서 우리를 막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도 못난 사람 아니거든요. 열심히 일하고, 당당하고 떳떳하죠. 그런데도 말투, 태도에서 벌써 권력 있는 사람 행세를 해요.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하면 공부해서 보겠어요. 그런데 이제는 비정규직만 뽑잖아요.
  • 15. l일터l ․ 15 기능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어디 나 있는 것 같다. 이런 고용 구조는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고, 각자 서로 다른 작은 이해에 집중하게 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조직화를 저해한다. 우체국에는 총 5개의 복수노 조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현순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에 속해있는데, 우정노조 조합원인 기능직 공무원들은 우편지부의 싸움이 자기들 밥그릇을 뺏어 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이 많다. 꿈이 없는 일 양현순 씨는 노동조합 활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우편집중국이 ‘꿈이 없는 직장’이라고 한다. 우리 기본급이 108만 원이예요. 저야 나이 50에 아줌마지만, 젊은 총각이라면 이걸로 결 혼 못 하죠. 처음에는 취직만 해도 좋고, 기쁘죠. 신나게 일하고 인생에 계획도 있어요. 그 런데 일하다 보면 꿈이 없어져요. 그러니 늘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술값은 어디서 나와요? 겨우 그 108만원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 옆에서 보면 속상하죠. 젊은 애들 들어오면, 좀 쓸만하다 싶으면 나가라고 해요. 여기 있지 말라고. 다른 데 가서 일자리 찾으라고요. 양현순 씨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었다. 1개월 치 한약 상자를 들고 스스로 ‘종합병원’이 라고 말하면서도 연신 웃으면서, 자신의 노동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노조 활동 탄압 하는 관리자에게서 언제든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오면 녹취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니는 배 짱 있는 ‘언니’이며, 우편지부 활동이 매스컴에 많이 나오게 됐다며 기분 좋아하는 멋진 ‘언 니’였다. 이런 선배가 ‘우리 일은 이런 점이 좋다, 우리 잘해 보자’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 데, ‘꿈이 없는 직장’이라고, ‘너는 젊고 쓸 만하니 나가라’고 말한다니 씁쓸하다. 12년간 일하 고 얻은 것은 골병뿐이라고 말하니 안타깝다. 우편집중국에서 새로 일하게 된 젊은 노동자가 ‘나도 십년 일하고, 이런 선배같이 되고 싶다’고 꿈꾸고 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 기 위해 현순 언니도, 공공노조 우편지부도 파이팅! 일터 *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2013년 12월 발간된 ‘전국우편지부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보 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 16. 16 ․ 통권 124 2014.5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재현 선전위원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회사 핸즈코퍼레이션은 1972년 설립해 43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인천에 네 개의 공장,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회사, 중국 청도에 있는 공장까지 전체 1,300여명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간 1200만 개의 휠 생산량을 자랑하며 업계에서 국내 1위, 세계 5위의 시장 점 유율로 2012년 매출액만 5050억 원에 달한다. 회사가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고, 밥도 마음 편히 못 먹었다. 이 부당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지난 3월 18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고열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도 회사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나 보호구도 주지 않아서 노 동자들이 화상을 입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한 일하다 다쳐도 산재는 꿈도 못 꾸고 대부분 은 자비로 치료했고, 간혹 회사에서 자체처리를 할 땐 시말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한 석훈 부지회장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회전근개 파열로 업무상 질병 산재승인을 받았는데 그 과 정이나 결과가 녹록치 않았다. 부지회장 : 저는 2012년 12월 21일 1공장에 입사해서 주조 반에서 근무를 했어요. 고열 작업 이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죠. 보통 하루에 SUV 차량에 들어가는 휠을 410개 정도 만들었는데 장갑을 몇 개씩 끼고 일해도 워낙 뜨거워서 별 소용이 없었죠. 예전에는 기계 1개당 담당이 1 명이었는데, 제가 일할 때는 1명이 기계 2개를 담당하면서 일이 더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 휠 이 굉장 뜨거운데 이걸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올려야 하는데 문제는, 컨베이어벨트가 워낙 가까 이 있다 보니 너무 뜨겁고 작업하면서 움직일 때 위험하고 무엇보다 컨베이어벨트가 원활하게 작동을 안 하거나 물건이 끼이면 상황을 점검해야했는데 그때 제 종아리가 끼는 사고가 있었 어요.
  • 17. l일터l ․ 17 일하는 동안 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했다. 병원에 가거나, 조퇴하는 등은 항상 여유인력이 없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부지회장 : 작년 5월에 다쳤을 땐 진료비 지급과 관련해서 회사 면담을 요청했는데 차장이랑 부서장이 안 된다는 거예요. 이후에 계속 항의하니까 나중에는 말을 바꿔서 진료비는 줄 테니 사고 경위서랑 시말서를 쓰라고 하더라고요. 치사하지만 일단 쓰라는 거 썼는데 위에서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 하더니 지금까지도 아무 답이 없네요.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치료비를 6개월 후 월급에서 제하거나, 물어내라고 강요했고 실제 로 물어준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일하다가 다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부지회장 : 8월에도 작업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서 병원에 가겠다고 했어요. 그때 제가 당시 부 서장에게 이전에 병원비도 안 줬는데 오늘은 병원비를 주는 거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꼭 주 겠다는 거예요. 그 확답을 듣고 병원에 갔어요. 그리고 진료를 받는데 MRI를 찍자고 해서 찍 었어요. 그리고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죠. 한편 진료 끝나고 회사에 갖는데 말을 바꾸더니 병원비를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유가 참 황당했는데 MRI 촬영한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그걸 왜 했냐고 따지더니 못 주겠다는 거예요. 이후 회사는 부지회장에게 자체처리를 해주겠다고 했고, 빨리 진료 받고 회사로 복귀하자는 생 각으로 일단 회사 말에 따라 회사 지정병원에서 두 달 가량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진단 기간이 지나도 어깨 진통이 계속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악화됐고 두 달 추가 요양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자 회사는 왜 완치가 안 되냐며 더는 자체처리가 힘드니 회사를 관두든 아니면 병가를 내고 개인적으로 치료하고 완치가 되면 출근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한석훈 부지회장은 이에 회사에 산재신청을 하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는 절대 안 되니 병가를 내든 그만두든 결정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결국 산재신청을 했고 산재승인을 얻어냈다. 올해 2월 21일 요양기간이 끝나고 부지회장은 적 재부서로 전환 배치되어 복귀했다.
  • 18. 18 ․ 통권 124 2014.5 부지회장 : 적재 부서의 경우 하루 8시간 일하면 2,000개 정도, 12시간 하면 3,000개 정도 휠 을 쌓았어요. 무게만 다 합쳐도 40~50톤 정도 될 텐데 그렇다 보니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회사에선 처음엔 건강이 염려된다 하고, 저도 아무래도 걱정도 되고 하니까 회사 말을 따랐는 데 알고 보니 일도 힘들고, 잔업도 없어 월급 적으니 사실 나가라는 말이었던 거죠. 무엇보다 다른 동료들은 밥도 허겁지겁 먹고 담배 피우고 커피마실 시간도 부족해서 허덕이는데 저는 1 시간씩 쉬면서 미안하고 눈치도 보이고 그런 게 힘들었어요. 부지회장은 이후 최근까지 부서를 4번이나 강제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고 4월23일 회사 징계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산재신청과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기에 개선돼야 할 점이 많겠지만 가장 먼저 어떤 점이 시급한지 물었다. 지회장 : 가장 큰 문제는 여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인 것 같아요. 회사가 날이 따뜻해지는 4 월에 되면 주조 부서에 여유인력을 뽑기는 하는데 일이 워낙 힘들고 근무 조건이나 월급이 많 지 않으니까 대부분 금방 그만둬요. 회사도 그만둘 거 알고 사람을 뽑는 거고요. 여유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하다 다쳐도 병원 가기가 힘들고, 제대로 쉬거나 치료도 못 받아요. 뜨거운 쇳물 작업을 하는데 방열복을 못 입어요. 여기는 방열복을 입고 일 할 수가 없어요. 이거 입고 일하려면 30분 일하고 30분은 쉬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니까. 30분 쉬는 게 불가능한 거죠. 밥도 교대로 먹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화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은 달고 살아요. 정말 토가 나올 지경이에요. 한편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일이 쉬운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지회장 :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여기서 일하다 보니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는데, 회사 규모가 이렇게 큰데 작업환경이 왜 이렇 게 열악한지 이해가 안 돼서 알아보다 보니 노조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이 회사는 노동 자들 노동력을 착취해서 벌어먹는 회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집행부가 1년간 노조를 설립을 준비하게 됐고 이번 3월 18일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죠.
  • 19. l일터l ․ 19 사진 출처 : 금속노조 회사 측은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4월 1일 어용 기업노조를 만들어 조합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고 한다. 그리고 회사는 4월 23일 부지회장은 해고, 지회장은 3개월 정직, 사무장과 문화체육부장 1개월 정직 징계로 압박하고 있다. 지회장 : 이 징계도 정말 어이가 없어요. 회사는 정보보안정책 위반을 주장하는데 우리가 산재 신청 하거나 노동부에 보낼 자료로 쓰려고 식사 시간에 일하는 조합원들 사진을 찍었는데 회 사는 기계를 찍어서 회사 보안을 유출했다는 근거로 징계를 내린 거예요. 잔업을 안 했다고 업 무지시 위반이라고 하고, 조합 활동시간 보장을 안 해주니 4명이 연차를 썼는데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다고 반려를 했어요. 1,500명이 직원이 있는 회사에 4명 휴무가 연차를 반려할 만큼 무슨 차질을 빚는다는 건지. 회사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징계 이후 자칫 현장 분위기기가 위축될 수도 있고 상황이 쉽지 않지만, 아침 · 저녁으로 공 장별 선전전을 계속 진행하면서 조합 가입을 권유하면서 힘을 모아내고 있다. 지회장 : 현재 뭐가 바뀌었다고 딱히 내세울 건 없지만 예전에는 아침 8시 출근인데 7시 반에 조회를 하는 바람에 돈도 못 받으면서 일찍 출근하고 그랬는데 조합에서 문제를 제기 하면서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또 전에는 사람들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일이 너무 힘들어했는 데 지금은 분위기도 많이 좋아지고 웃는 사람도 늘어나고 1년에 1번도 회식이 없는 문화였는 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임도 만들고 그러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핸즈코퍼레이션은 해고가 없고, 비정규직이 없고, 노사 간 마찰이 없는 3무 사업장이라고 스스 로 자랑스럽게 선전한다고 한다. 위험에 노출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뻔뻔하게 기만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통해 사측의 기만을 분쇄하여 마침내 노동자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진정한 3무 사업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일터
  • 20. 20 ․ 통권 124 2014.5 주야 2교대에서는 일주일을 주기로 주간조가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오후 6시 50 분까지 근무했고, 야간조가 오후 9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를 하였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에서는 주간조가 오전 7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오후 3시 40분까지, 야간조 가 오후 3시 40분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 근무를 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총 근무시간 은 주야 2교대에서는 ‘10시간 + 10시간’이었으나, 주간연속 2교대에서는 ‘8시간 + 9시간’ 으로 하루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근 로시간으로 인한 생산량의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시간당 생산속도(UPH)는 308.3대에서 338.3대로 9.7%증가시켰으며, 일부 추가 작업 시간을 확보하였다. [노동시간연구리포트] 2013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간연속 2교대 도입의 효과 송한수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 광주노동보건연대 1. 주간연속2교대 도입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2013년 현대·기아자동차는 주야 2교대에서 밤샘 근무 없는 주간연속 2교대로 교대제 를 변경하였다. 현대·기아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는 2조 2교대제라는 골격은 유지하면 서 심야 근로시간을 줄이고, 대신 UPH(단위시간당 생산대수)의 증가를 수용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은 노동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 니라, 유사제조업이나 하청업체의 교대제 관행에도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된 후 노동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노동자들을 대 상으로 한 현대자동차의 설문조사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주간연속 2교대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평가가 필요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의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교대제의 변화가 가져올 효과에 대한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조 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에 연구를 의뢰하였다.
  • 21. l일터l ․ 21 ▲ 주야 2교대 근무제에서 심야근무 시 시간대별 졸음도 2.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사후 설문평가를 시행하였다. 설문지 배포와 수거는 노동조합에서 담당하였다.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 입되었는데, 교대제 변경 전인 2013년 2월에 1차 조사를 시행하고, 교대제 변경 후 6개 월이 지난 시점인 2013년 8월에 2차 조사를 시행하여, 2번에 걸친 조사결과를 비교하였 다. 조사대상은 조합원 중 무작위로 선별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남자 235명 (30∼40대가 86.1%)에 대해 분석하였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불면증(피츠버그수면질평가, 8.5점 이상을 불면증으로 판단함), 스트레스반응(전체근로자의 평균점수의 1표준편차 이상을 고위험군 으로 판단함), 직무스트레스, 직장가정갈등, 여가생활(국민여가생활조사 설문) 등에 관한 것이었다. 3. 핵심 연구 결과 1) 교대제 변경 전 야간근무 시 졸음수준 교대제 변경 전 야간근무시간의 졸음수준은 새벽 5시에 최고로 평균 6.80점이었다. 0 점은 ‘전혀 조립지 않다’. 10점이 ‘매우 졸려서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상황’이 라고 했을 때, 얼마나 졸음을 느끼는지 각 시간대별로 졸음정도를 평가해보도록 하고, 평 균을 구해본 것이다. ‘꽤 졸립다’에 해당하는 7점 이상인 경우의 비율은 근무시작 무렵에 는 5.3%였지만, 새벽 1시 무렵 12.6%, 새벽 3시 무렵 39.4%, 새벽 5시 무렵 69.9%, 근 무종료 무렵에는 46.3%였다.
  • 22. 22 ․ 통권 124 2014.5 ▲ 교대제 변경 전후 불면증의 유병률 변화 ▲ 교대제 변경 전후 직장-가정갈등의 변화 2) 교대제 변경 후 불면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야간근무를 하고 나서 낮에 잠을 잘 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주 깬다. 이 는 교대근무자들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주요인이다. 본 조사에서는 교대제 변경 전후로 불면증 수준을 야간근무 주간과 주간근무 주간으로 분리하여 평가하였다. 그 결과 교대 제 변경 후 야간근무 주간에는 새벽 1시 반까지 근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야간근무 주간 의 불면증은 50.5%에서 23.9%로 낮아졌다. 다만, 주간근무 주간의 불면증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교대제 변경 전에 비해 출근시간이 빨라지고 수면시간이 평균 5.99시간 에서 5.64시간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면증 수준이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3) 직장-가정간의 갈등이 감소하고, 여가시간이 증가하였다. 교대제 변경 전후로 직장가정갈등은 55.4점에서 52.3점으로 낮아졌다. 50점은 갈등이 없음을 의미하며, 50점보다 낮은 점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하위 항목별로 보면 가정에 의한 직장 방해는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으나, 직장에 의한 가정 방해에서 는 58.6점에서 52.1점으로 감소하였다.
  • 23. l일터l ․ 23 ▲ 교대제 변화 전후 여가생활 충분도의 변화 ▲ 교대제 변경 전후 스트레스 반응 고위험군 비율의 변화 여가생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교대제 변경 전에는 부족했다와 매우 부족 했다가 72.6%에 이르렀으나, 변경 후에는 32.9%로 대폭 감소하였다. 이는 2010년 조사된 우리나라 여가활동충분도 평균과 비교해볼 때, 교대제 변화 전에는 우리나라 평균보다 낮았으나, 교대제 변화 후에는 우리나라 평균보다 높아졌다. 4) 정신건강 수준이 현저히 호전되었다. 본 조사에서는 22문항으로 구성된 스트레스 반응척도를 사용하여 정신건강을 평가하였 다. 평가결과 20.3%정도에 이르던 스트레스 반응 고위험군이 11.3%로 감소하였다. 스트레스 반응척도는 정신건강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도구다. 문항은 우울, 불안, 신체화 증상을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울은 삶에 대한 의욕저하, 기분의 저하, 사 고나 행동의 둔마 상태를 의미하며, 불안은 앞으로 불쾌한 일이나 위험이 닥칠 것으로 느껴지는 정서상태, 그리고 신체화 증상은 스트레스로 인해 통증, 소화장애 등 몸의 증상 으로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 24. 24 ․ 통권 124 2014.5 4. 연구결과 다시 생각해보기 위 결과는 주간연속 2교대 도입 6개월 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변 화는 밤샘근무가 없어짐에 따라 야간근무주간의 불면증 호소가 줄어든 것, 여가시간의 확대에 따라 직장-가정 갈등이 완화된 것, 정신건강수준이 호전된 것이다. 어떤 효과적인 불면증 치료도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며, 어떤 우수한 스트레스 관리프 로그램일지라도 스트레스 반응 수준을 절반까지 감소시키기는 어렵다. 이 연구결과는 노 동시간의 개선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준다. 반면, 주간연속 2교대제의 그늘에 대해서도 언급해야겠다. 첫 번째는 교대제 변경 후 주간근무 주간에 출근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다. 야간근무 주간에는 새벽에 취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습관이 주간근무 주간에도 이어진다. 그 결과 주간근무 주 간에 일찍 수면을 취하기 어렵고, 반면 아침에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주간근무 주간에 졸림과 피로가 유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노동시간을 조절한다면 출근시간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다. 두 번째, 교대제의 변화로 불면증의 수준이 개선되었으나, 불면증 호소자가 전체 조합 원의 1/4가량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들을 위한 수면관리상담과 스트레스 관리프 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노동강도 증가에 따른 효과다. 본 연구결과에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조합원 들이 느끼는 직무요구도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평균 이 그렇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아마도 부서나 직종간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일 부 부서에서 근골격계 증상자가 증가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노동강도의 증가에 따 른 변화를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네 번째, 완성차 하청업체가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광주지회는 우수한 교섭력으로 교대제 변경 과정에서 임금수준 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고 노동강도 강화를 최소한으로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 3차 하청업체의 경우에는 야간노동와 연장근로와 같은 추가근로의 기회를 잃어버려 임금 이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있어 주간연속 2교대제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대제의 변경이 노동조합의 교섭력에 따 라 긍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일터
  • 26. 26 ․ 통권 124 2014.5 세월호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했다면! 적재량을 초과하는 화물과 안전장치 미비에 대해 항의하고 신고했다면!! 승객을 포함하여 자신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출항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뒤늦었지만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작업중지권 복원 투쟁을 제안한다. [특집1] 세월호와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 복원·중대재해 근절 투쟁을 다시 제안하며 선전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1)2) 1990년 처음 산업안전보건법에 도입된 작업중지권은 사업주의 지시가 있어야만 대피를 할 수 있었으므로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작업자가 작업 을 중지시킬 수 있게 할 것을 운동 진영에서 요구하였고, 1990년대 중반 잇따른 중대 재해 로 인해 여론이 형성되면서 1995년 지금의 2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과 ‘대피 후 작업재개의 조건’에 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작업중지권을 행사함에 있어 모호한 측면이 존재했다. 이에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1996년 대피한 노동자에 대 한 불이익 금지 조치인 3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법은 여전히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 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이에 대한 판단이 다 르면 회사는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 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데 장해요인이 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 연구원 2013년 연구보고서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업종별로 세분화하여 제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1) 유성규, 작업중지권에 대하여, 2007년 1월 일터 알기 쉬운 산안법 2)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관한 실태조사,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3년
  • 27. l일터l ․ 27 제26조(작업중지 등)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으로 인하여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을 바로 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바로 위 상급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를 하여야 한다. ③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 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 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고용노동부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그 원인 규명 또는 예방대책 수립을 위하 여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근로감독관과 관계 전문가로 하여금 고용노동부령으로 정 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이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할 수 있다. ⑤ 누구든지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하여 제4항의 원인조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조직된 노동자들이 ‘함께’ 거부하는 것 연구소는 올해를 기점으로 연구소 4대 실천 의제 중 하나인 '중대재해근절, 작업중지권 복원 투쟁'을 본격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법조문 에 좀 더 자세한 규정을 포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가 방금 추락하여 사망한 동료의 시신을 치우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며 용접을 다시 시작해야만 할 때 작업중지권은 법조문일 뿐이다. 그에게 작업중지권이 의미를 가지려면 ‘산 사람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 줄 조직화된 노동자 의 힘이 필요하다. 그에게는 안전을 위해 작업을 거부해도 고용을 지켜줄 수 있는 노동자 조직이 필요하다. 선도적인 활동가 한 명이 라인을 잡고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노동자가 ‘함 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거부하는 것이 작업중지권 실현의 핵심이다. 그래서 작 업중지권 복원 투쟁은 작업환경이 열악하여 작업중지가 절실히 필요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 자 조직화 운동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연구소가 지금 작업중지권을 제기하는 배경과 한국 사회 작업중지권 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한국지엠 사례를 소개한다. 향후 연속 기획을 통해 업종별 작업 중지권 사례와 쟁점, 산업안전보건법 정비와 기업살인법, 작업중지권의 현장적용 방안 등을 다루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요청 드린다. 일터
  • 28. 28 ․ 통권 124 2014.5 [특집2] 왜 작업중지권인가 김재광 선전위원 ‘작업중지권’의 맥락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국가와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산업현장의 안전보건규제법이다. 법문에 노동자의 권리라는 명시적 단어를 찾을 수는 없으나, 사업주와 국가의 의무를 재구성하면 노동자의 권리를 구현할 수 있고, 이는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로 구분할 수 있다. 모든 법 제도가 그렇지만, 특히 노동관계법은 노동과 자본 간의 힘 관계의 산물이다. 산 안법 ‘제26조 작업중지’ 역시 같은 맥락 속에 있다. 1990년 “사업주는...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시키는 등.” 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조문이 산안법에 규 정될 때 자본이 반발한 것도 단순히 문구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노동과 자본 간의 긴장에 서 비롯된 것이다. 1987년 이후 성장한 노동(조합)운동은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산업 전반 및 노사관계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었다. 특히 제조업 노동자들은 1980년대 말, 1990년도 초 중반까지 특 유의 ‘전투성’을 발산하고 있었다. 대공장과 중소공장에서 그 강도의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막 들어선 ‘민주노조’는 기존의 자본가가 설정한 일방적 현장질서를 위협하였다. 노동자들은 파업과 태업을 반복하며 현장의 질서를 변화시켰으며, ‘작업중지’라는 법 규정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이미 ‘작업중지’는 일상 투쟁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오히려 처음 입법된 1항은 현 실보다 뒤처진 것이었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1항의 문구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의 ‘무법 현 장’을 합법화하여 질서로 보장한다는 것에 분노하고, 불안했다. 이후 5항까지의 개정은 국 제사회의 기준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장에서의 ‘작업중지’가 일상적인 권리로 진전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말도 많았던 2항과 3항의 조항이 1995~6년에 걸쳐 속속 도입된 후, 자본가 들이 걱정했던 ‘현장의 무법천지’는 오히려 기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장의 열기는 급
  • 29. l일터l ․ 29 속히 식었다. 자본가들의 신경영전략은 노노갈등과 노동조합의 연성화를 일정하게 이루었 고, 결정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는 노동(조합)운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 다. ‘규제 철폐, 민영화, 성과급, 경쟁력, 적기생산, 전사적 자원관리, 유연화’ 등등 온갖 자 본의 용어는 현장과 사회 전체를 뒤덮었고, 마침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저항 이데올로기 또한 잠식했다. 이러한 와중에 노동현장은 점점 더 답을 찾을 수 없는 고용게임(누군가 남 아야 한다면, 누군가 나가야 하는)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987년 이후 근 10년간 유 지되고 재설정되어가던 현장의 질서가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모든 산업 과 현장에 똑같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가 운데 ‘작업중지’는 본래의 맥락을 상실하고 법 규정으로 남게 되었고, 제한적 시공간에서 극 히 제한적으로 행사되게 되었다. 재해의 이전(移轉)과 노동권으로서의 작업중지 ‘작업중지’ 자체는 자연권이다. 위험을 직면하고서 또는 위험을 알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 는 없다. 위험을 알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거부하는 것이 순리다. 이를 막는다면 살인과 다 름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연권적인 권리와 반응이 제한되어 생명과 몸을 파괴하고 있 다. 실로 당장의 ‘밥벌이’ 때문에 정작 지켜야 할 ‘밥줄’을 끊게 하는 기이하고도 비참한 일 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많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생명을 걸고 있다. 생명 에 대한 본능이 환경과 처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는 점점 더 열악한 노동계층에게 이전되고 있다. 사고에 의한 사망 재해 피해 자는 대부분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다. 본능마저도 압살하는 야만적 강제는 자연권으로서 의 작업중지권만으로는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끔찍하다. 역설적이게도 의식적인 노동권 적 자각만이 생명의 본능을 깨울 수 있다. 작업 중지가 권리로 형성하기 위한 조건은 현장 의 질서를 현장의 노동자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는 다분히 의식적인 공감이 며,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이다. 법문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노동권적 자각, 즉 현장 질서를 노동자 자신이 규율해야 한다는 자각이 있어야만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비로소 작업을 멈추거나 거부하는 소극적 작업중지권 행사(물론 이마저도
  • 30. 30 ․ 통권 124 2014.5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에서 나아가, 위험을 감지한 사전에 작업을 중지하고 거부할 수 있으며, 사고뿐 아니라 각종 직업성 질환에서의 위험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 다. 작업중지권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알 권리, 참여할 권리가 복합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위험과 재해에 대한 정보와 철학을 통해 안전 감수성 향상하고, 더불어 참여를 통해 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중지와 거부의 정당성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다. 세 가지 권리의 종합과 구현, 이러한 경험과 시도가 현장질서를 일하는 자의 것으로 긴장시키고, 노동자의 현장 통제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몇 가지 과제 위와 같은 작업중지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첫째, 현장통제력과 작업중지권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현장통제력을 확보하고 복원하는 것은 여러 경로가 있다. 이 중 안전보건 사항이 노동자 의 현장질서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사실상 일상 현장 규율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 노동권으로서 작업중지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작업중지권은 노동(조합)운동 전체 맥락 아래에 위치되는 것으로 홀 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현실에서 작용하기 어려운 이유와 원인에 대 한 실증적, 이론적 고찰이 필요하다. 둘째, 산안법 규정의 보완이다. ‘급박한 위험’을 명확히 정의하고, 대피 및 거부의 경우 ‘합리적 근거’를 작업자(노동자) 입장에서 간명하게 하여 제도적 차원에서 작업중지권을 보완하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 해서 한 연구자는 ‘급박한 위험’과 ‘합리적 근거’를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을 인지한 경우’ 로 바꾸자고 주장하였는데 참고할 만하다. 이외에도 작업 중지 행사가 현재 법 규정으로 보호받지 못한 사례와 현행법 규정의 취약성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31. l일터l ․ 31 ▲ 조선소에서 페인트 칠하는 하청노동자 셋째, 기업살인법의 현실화이다. 기업 살인법의 요체는 적정한 안전과 보건 조치를 하지 않고 발생한 사망에 대한 기업 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기업살인법 자체가 노동권적 자각을 통한 작업 중지, 이로 말미 암아 축적되는 현장통제력과 직접 관련되지 는 않는다. 그러나 생명의 본능마저도 억압 하고 매일 사망 위험 속에서 일하는 하청과 비정규직노동자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편으 로 절실한 제도적 장치임이 틀림없다. 현재 조직력이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노동권에 기 반을 둔 작업중지권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나, 다가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 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필 요한 것이며, 작업중지권을 확대하기 위한 중 요한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특히 원청의 책임문제는 중요하다. 이것이 배제된다면 효용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현행 산안법의 전반적인 한계와도 연관되어있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우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최근의 작업중지 사례를 취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례의 배경 과 경과, 결과를 종합하여 그 현실성과 의의를 재구성하고 이를 전국적 차원에서 공유해야 한다. 한편 작업중지권에 포함된 중지와 거부 개념을 명확히 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고히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시에 작업중지권을 이제는 행사할 수 없는 문구상의 권리로 대하 는 태도를 일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직종과 부문의 구체적 노동실태를 바탕 으로 시도할 수 있고, 시도해야만 하는 구체적 중지와 거부에 대한 기획과 실행이 요청된 다. 일터
  • 32. 32 ․ 통권 124 2014.5 한국지엠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 부도와 함께 2001년 1750여명이라는 대규모 정리해 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대우자동차에서 초국적 자본인 GM으로 매각 된 종합 자동차 제 조 기업이다. [일터]에서는 2회에 걸쳐, 대우자동차에서 GM으로 매각된 후 한국지엠에 이르기까지 노동 안전 분야 현실을 함께 짚어보면서, 작업중지권을 현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 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회 - GM으로 매각 전 대우자동차에서의 작업중지권 - GM대우의 탄생, 사라진 현장통제권과 작업중지권 - 2006년 이후 한국지엠 2회 - 신음하는 현장, 다시 꿈틀대는 현장 - 2011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 발동 사례 -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하여 [특집3] 작업중지권의 현재(1)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GM으로 매각 전 대우자동차에서의 작업중지권 2000년 이전 대우그룹 시절 대우자본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현장을 통제하기 위해 신 경영전략을 실시한다. 이에 현장에서는 활동가들이 현장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본 SUZUKI OJT1) 반대 투쟁과 일방적인 잡수 증가 저지, 노동강도 강화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현장의 저항을 조직해 나간다. 이에 저항의 방식으로 컨베이어 라인을 정지시키는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이런 사례는, 안전 분야에만 제한적인 작업중지권이 아닌 적극적인 작업중 지권의 행사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2) 1) off-the-job training. 업무수행 중단없이 작업자를 교육시키는 방법 2) 한국지엠 부평1공장 고남권 조합원 구술.(고남권 조합원은 일방적 잡수 증가 저지 투쟁과 일본 OJT 반대투쟁으로 정직과 두 번의 해고를 당한다.) 즉, 이때의 작업중지권은 현장통제권을 누가 가지느
  • 33. l일터l ․ 33 작업중지권의 행사 주체를 사업주로만 한정 해두었던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가 1995년에 와서 실행주체가 노동자도 될 수 있다는 사항을 신설 2항에 명기하게 된 후, 자본에게 작업중지권은 곧 일상적인 파업을 의미 할 만큼 껄끄러운 존재였고, 반대로 노동자들에겐 그동안 존재하지 않 았던 커다란 무기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물론 그 주체는 투사로 불렸던 일부 현장 활동가들로 한정됐지만 말이다.3) 이 시기에 수많은 안전사고들이 일어났지만 작업중지권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앞서 얘기했던 잡수 투쟁의 여파였을 것이다. 작업중지권은 현장투쟁의 강력한 무기로서 힘은 발휘했지만 작업자들 누구나 쉽게 행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로서는 인식되지 못했다. 평범한 작업자들이 받아들이기엔 징계와 해고를 감당할 수도 있는 어려운 결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음은 당시 실제 안전사고 발생 사례이다. [일본인 금형기술자 도자끼라는 사람이 작업도중 금형사이에 끼어서 즉시 사망함. 사후 프레스 라인만 작업 중지 후 프레스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 실시.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됨.-1997년.]4) 위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아쉬움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이 재해는 작업자가 사망한 중대재해에 속한다. 그런데 작업 중지는 프레스 부서에서만 행사되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었는가? 셋째, 재발방지 대책은 수립되었는가? 넷째, 사고사례가 전 공장에 전파되었는가? 냐를 결정짓는 싸움이기도 했다. 3) 물론 이때에도 현장 활동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 법규를 근거로 투쟁에 임 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의 열악했던 작업환경과 일방적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의 표 현으로 작업중지권이 활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산업안전보건법이 투쟁 의 무기로 활용되었다기보다는 자본 주도의 생산과정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함으로서 현장 작업통 제권을 강화해 나가는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4)15,17대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김성갑 구술.(현 툴링센터 대의원)
  • 34. 34 ․ 통권 124 2014.5 GM대우의 탄생, 사라진 현장통제권과 작업중지권 2001년 GM이 인수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전면에 내걸자 정권과 자본은 1750여명의 정리해고를 밀어붙인다. 그렇게 공장은 하루아침에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고 현장은 그야말로 초상집이 된 다. 이때부터 현장에서는 무시 못 할 변화들이 감지되었다. 공장 밖에선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 위한 처절한 복직투쟁이 시작되 었으나 현장은 조속한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다시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동안 앞장 서 활동했던 대다수의 현장 활동가들은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를 당하면서 거의 사라졌다. 곧이어 실시된 대의원 선거에서는 그동안 직장으로서 조합원이었지만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왔던 사람 들이 대거 대의원에 출마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현장은 급속도로 회사 통제 하에 들어갔다. 정리해고가 단행되고 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를 즈음인 2002년 7월 25일 300여명의 정리해고자 의 복직 방침이 노사 합의하에 결정되었다. 복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나름 원칙과 기준5)이 있 었지만 1차 대상자에서 제외된 조합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직도 논란이 되는 우여 곡절 끝에 다수의 현장 활동가들이 복직하기에 이르렀고, 복직자를 중심으로 현장조직과 계파를 떠나 정리해고 원상회복 투쟁동지회(이하 ‘정원투’)를 결성했다. 정원투를 중심으로 한쪽에선 나 머지 정리해고자들의 완전복직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나머지 한쪽에선 무너져 있던 현장의 기운들을 살려내고자 노력했다. 이후 2006년 1750여명의 정리해고자 중 희망자가 최종적으로 복 직을 완료했다. 이 시기 조합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경위서6)이다. 5) 2001.2.16. 정리해고가 통보된 이후 2.19 공권력에 의해 공장이 침탈되면서 당시 17대 노동조합(위 원장 김일섭) 지도부는 공장 밖으로 밀려나 투쟁의 거점을 천주교 산곡동 성당에 마련하고 농성에 돌입한다. 이때부터 매일 출근투쟁을 시작으로 공장탈환 투쟁을 준비해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참여 도(출근부)등이 최우선 되어 선정되었다고 했지만 아직도 각종 억측과 왜곡 등을 낳고 있다. 6) http://www.gmno.or.kr/bbs/board.php?bo_table=new2_02_1&wr_id=254 참조.
  • 35. l일터l ․ 35 사고 경위 : 프레스 4라인 자동화 공정으로 개선이후 8월 8일(월)부터 시운전을 실시하였다. 이후부 터 생산 테스트 작업을 계속실시하고 사고당일인 18일에도 판넬 생산을 테스트 중이었다. 사고당일인 18일 09시10분경 이○○ 조합원이 이곳(4라인 1호기)에서 생산테스트 작업을 하던 중 1 호기의 금형 상/하형 에 머리가 협착되어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였으나 사망하였다. 사고조치 : 19일 09시27분경 인천 북부 소방서 119 구급대 도착, 09시30분경 세림병원으로 후송 조치함. 09시34분 세림병원에 도착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사망하였음. 10시00분부터 12시00분까지 전 공장 조합원 안전교육실시 10시30분 노동조합 상집간부 비상회의를 실시함(사고대책, 등 전반에 관한사항을 논의함) 13시00분에 노동조합 간부 합동 비상간담회 실시를 통하여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함. 이후 노동조합에서는 긴급 속보 2호로 ■ 야간조는 엔진부와 K.D를 제외한 전 공장 70% 휴 무를 실시하고 ■ 다음 날 근무는 금일 18:00에 진행되는 비대위에서 결정한다.7)고 안내했다. 위 사고경위 및 이후 대응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의 의문이 생긴다. 첫째, 사고자의 응급처치 및 후송이 제때 이루어졌는가? 사고 발생 후 119가 도착할 때까지 촌각을 다투는 상황임에도 17분이 흘렀다. 그리고 사내 구급차는 어디 있었나? 둘째, 작업중지권 발동이 엔진부와 KD(각 부위, 부품 등 포장 수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제외되었다. GM의 법인 분리 인수로 엔진부와 KD는 GM대우 소속이고, 나머지는 대우 인천자동차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셋째, 사고이후 비상 대책위가 구성되고 비대위에 의해 재발방지대책은 수립되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8) 7) http://www.gmno.or.kr/bbs/board.php?bo_table=new2_03_2_tod&wr_id=2381 참조. 8) 현장조직 민노회의 홍보물 ‘민주노동자’ 제25호(2005년 9월 7일자)를 보면 회사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하게 유족들의 보상 문제로서만 마무리 하려 하고 보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예방대책 도 내 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동자 현장투쟁 10년 자료집344Page 참조.
  • 36. 36 ․ 통권 124 2014.5 2006년 이후 한국지엠 : 세대의 변화와 잦은 안전사고 2006년 중형세단인 토스카와 한국지엠의 첫 SUV였던 윈스톰(현 캡티바)을 출시하면서 부평 2 공장은 수 년 만에 다시 2교대 가동을 하게 되었다. 이에 정리해고자들이 모두 복직했고, 상당 수의 사내 비정규직들과 군산과 부천에서 운영 중인 사내 기술교육원 소속 인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맛봤다. 현장은 한동안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았던 자와 복직자, 그리고 신입이라는 세 부류가 공존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 동안 부평공장은 출신에 따른 갈등과 세대에 따른 갈등 등 이 맞물리면서 현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지엠에서 2004년 이후 입사자들은 한동안 신입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9) 우리는 기존 선배 세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온 세대였다. 이것은 때로는 장점으로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되었다. 하지만 현장에 새로운 흐름이 이 세대들의 출현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정리해고의 광풍이 휩쓸고 간 현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임단투 기간에 노동조합이 파업 지침 을 내려도 현장의 컨베이어는 거의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 말 그대로 자발적 복종이었다. 물론 소수였지만 정원투에 소속되어 있었던 인원들과 현장 활동가들은 파업코드10) 적용을 감수하며 파업지침을 사수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정원투의 헌신적인 현장투쟁과 젊은 세대들의 등장에 따 라 현장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시기의 잦은 안전사고는 대부분 조직적으로 은폐 되고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장면1 : 머플러를 장착하는 공정에서 4인이 머플러를 힘겹게 들어 올려 장착하다가 그만 한 사람이 머플러를 놓치면서 상대편 작업자의 이마 부분이 찢긴다. 동료가 직장에게 보고 해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그리고 얼마 후 5바늘 봉합 후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여 묵묵히 컨베이어 조립작업을 수행한다. 9) 이들은 2004년 개악된 근로기준법에 의거 고정연차(월차) 폐지를 골자로 한 별도 조항의 단협을 적 용 받고 있던 세대를 통칭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별도의 단협을 적용받는 세대가 생긴 것이다. 이후 2012년 임단투 투쟁을 통해 이 조항은 완전히 사라진다. 10) 파업 참여 조합원과 불참 조합원을 차등 대우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참여자의 임 금공제 및 인사고가 불이익 등의 처우에 사용되었다.
  • 37. l일터l ․ 37 장면2 : 일부 조립된 엔진이 마무리 배선작업 장소로 이동하기 전 적재되는 시스템에 문제 가 생겨 보전인원 2명이 호출되었다. 작업자 한 명은 직접 확인을 위해 좁고 위험한 적재 공간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동작 스위치 앞에서 대기한다. 엔진 이동 랙이 가동되면 서 협소한 적재공간에 들어갔던 작업자의 다리가 짓이겨진다.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되었 지만 주변 작업자들은 묵묵히 작업을 하고, 이곳과 동떨어져 있는 컨베이어 라인 작업자들 은 사고 상황 자체를 모른 채 열심히 라인을 탄다. 이 작업자는 오른쪽 다리뼈 3군데가 복 합 골절되어 큰 수술을 하고 1년이 넘는 시간을 요양 후 복귀했다. 장면3 : 엔진을 자동차에 장착하려는 순간 한 작업자의 손가락이 엔진과 차체에 협착되었 다. 뼈가 으스러져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이 사고 사실 또한 주변 작업자들이 전하는 소 문 외에 아무도 몰랐다. 장면1의 작업자는 봉합한 부위가 다 나을 때 까지 상처부위에 거즈를 덧대고 묵묵히 작업에 임했다. 정규직도 이런 상황이었는데 비정규직들은 어땠을까? 장면2의 작업자는 회사 안전 담당자가 병원으로 찾아와 치료비 전체를 부담할 테니 그냥 공 상 처리를 하자며 한참을 설득했다. 이 작업자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산재 요양 절차를 진행했 고, 이후 핀 제거 수술을 할 때 재요양 신청으로 치료 완료 후 복귀했다. 장면3도 결국 공상 처리를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공상 처리11)도 거짓이 대부분이다. 치료비와 치료기간의 근태만 인정을 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 중 단 한 차례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이 발동 된 사례가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작업중지권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망사고가 때에만 행사 할 수 있는 것인가? 일터 11) 부서 자체 공상 이라는 이름으로 부서에서만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사고사실 자체는 보고 하지 않 는 것을 말한다.
  • 38. 38 ․ 통권 124 2014.5 소규모 사업장 현장조사 이야기 이혜은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되어 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병이 직업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는 노동자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일이 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역학조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활동에 포함되는 현장 조사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조사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한 담당자들에게 안내받아 다녀 야 하는 경우가 흔한, 대기업 방문조사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아픈 노동자가 일했던 혹 은 일하고 있는 환경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은 형사가 된 듯한 기분으로 질병과 관련될만한 유해요인을 탐색하는 것, 노동자들과 일 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싫은 티를 숨기지 못하고 공장 문을 열어주지만, 한편으론 동네 아저씨 같기도 한 사장님들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 모두,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뭔 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도 이런 사업장 방문조사에서 만났던 노동자와 사업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5년쯤 전에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역학조사 의뢰가 들어왔다. “반사원단 제 조업체에서 MIBK(메틸이소부틸케톤)에 노출된 근로자의 독성간염에 대한 업무관련성평가”가 당시 요청되었던 조사의 제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이 ‘MIBK가 간독성이 있긴 하지만, 독성간 염을 일으킬 정도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해당 노동자는 독성간염에 대한 치료는 마치고 회복 한 상태였고, 사업장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여 자료검토만으로는 큰 정보를 얻지 못하였다. 약 간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업장을 방문하기로 하였고, 노동자는 별로 사업장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조사에 동행하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가벼운 드라이브 하 는 기분으로 떠나 사업장에 도착하였고, ‘새로 공장 지어서 이전했다고 하더니 역시 깨끗한 편 이네!’라고 생각하며 둘러보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사업장에서 만드는 ‘반사원단’이라는 제품은, 자동차 불빛을 반사하여 어둠에서도 도로의 윤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들에 부착된 그 원단이다. 이 원 단은 바탕 필름에 ‘글래스비드’라는 유리구슬 같은 것들을 촘촘히 붙이기도 하고 형광페인트를
  • 39. l일터l ․ 39 코팅해서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형광페인트를 만드는데 섞어 쓰는 폴리우레탄수지 도료 통 이 눈에 띄었는데, 구성성분에 “디메틸포름아미드(DMF) 60%”가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디메틸포름아미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간독성물질이고 이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거의 10년째 독성간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근절되지 않고 수차례나 발생해왔다. 노동자가 자신이 독성간염 위험이 있는 디메틸포름아미드를 썼다 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 도 해야 하고 특수건강진단도 해야 하는데 수십 년을 이 사업을 했다고 하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단 직원이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주가 보내준 물질 정보만 보고 MIBK에 의한 독성간염이라면서 조사를 의뢰한 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산재보상 신청 을 한 노동자가 신기할 정도였다. 다시 찬찬히 사례를 보니 아주 전형적인 DMF에 의한 독성간염 경과를 보였다. 해당 근로자 는 입사하고 바로 사업장이 이전하여 기계 이전작업, 청소작업 등에 투입되어 기계를 유기용 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하고, 이틀간 형광도료를 바가지로 떠서 코팅기에 부어주는 코팅작업에 투입된 6일 후에 구토, 어지러움, 식욕감퇴가 발생하였고 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확인 하였다. 이후 다시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고 치료받으면서 독성간염은 완전히 호전되었다. 사업주에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분은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이 맞으니 직업 병으로 인정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지금까지 놓쳐왔던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을 바로 시 행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제품의 특허출원도 자랑하고 사업에 대한 자부심도 컸던 사장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수십 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럼 저기서 몇 년째 코팅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 이 사람은 한 달도 일을 안 했다.” 한 번도 디메틸포름아미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업주에게 디메틸포름아미드에 의한 독성간염은 특이체질반응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노출돼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이렇게 간염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였으 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의 조사는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보건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래에 있 고, 다른 건 몰라도 DMF는 정부나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 정말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터
  • 40. 40 ․ 통권 124 2014.5 노예 12년을 보다 송윤희 회원 아이가 생긴 후 영화관을 잘 가지 못했다. 그저 엘리베이터 안에서 LG U+box 광고판에 뜨는 영화 순위를 보며 갈증을 달래 왔다. 그러다 얼마 전 아이가 잠들고 드디어 집안에 평화가 드리 워진 때 남편과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대했던 <노예 12년>을 “합법 굿 다운로딩”으로 받았다. 실수로 두 번 다운 받아 결국 극장 값으로 영화를 봤다. 후회는 없었으나 기대했던 참 신한 자극도 없었다. 스티브 맥퀸의 안정된 연출력은 넓은 화면에 잘 배치되어 있었고 덕분에 소파에 누워 150여 년 전 미개한 우리네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동안 보기에는 상당히 고달픈 장면들이 많았다. 우리 집 거실 극장인지라 남편은 나의 실시간 수다와 푸념을 다 들어줘야 했다.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 다. 주인공이 나무에 목 매달린 장면이다. 한참 노예로 시달리며 죽지 못 해 살아가다 어떤 개 념 없는 무식한 백인이 그를 괴롭히자 주인공은 그 를 홧김에 구타하고 만다. 그 죄 값으로 사람들이 그를 높은 나무에 목매달아 놓는다. 그 때 노예의 중간 관리자가 와서 이는 우리 주인의 재산이니, 이 에 대한 처분은 주인이 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며 보복하러 온 미천한 백인들을 쫓아낸다. 이왕 쫓아냈으면 나무에서 풀어줄 것이지. 흑인 노예는 간신히 발끝이 닿는 높이에서 손은 뒤로 묶 인 채 한 나절 내내 진흙에 까치발을 디디며 죽지 않으려고 발을 딛고 또 딛는다. 그 진흙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이 장면을 감독은 의도적으 로 넓은 프레임으로 보여준다. 한 낮이고 남자는 목 이 매달린 채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데, 뒤에 노예 들은 평화롭게 일을 한다. 심지어 어린이 노예들은
  • 41. l일터l ․ 41 뛰놀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2분은 족히 넘게 이 장면이 계속된다. 나는 인상을 쓰며 남편에게 쫑알댔다. “윽... 이창동이네. 이창동..” 왜 실력 있는 감독들은 고통을 비껴가는 법이 없을까. 나와 우리, 혹은 우리 사회, 우리 인류가 겪은 그 고통들을 고스란히 “너도 느껴봐라. 네가 무시 해왔던 거, 지금 이 순간이라도 직시해 봐라.” 라며 폭력적으로 우리에게 던져준다. 그런 그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불편감. 어찌 영화에서만 느꼈으리라. 고백컨대, 나는 주변에서 많은 노예들을 본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노예 아닌 노예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노예에게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 데이터, 한 달에 2~4일의 안식일, 가끔은 맛난 음식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약간의 여유 자금을 매달 대주며, 그 외 모든 자유는 제도적으로 차단시켜 버린다. 집은 평생의 빚을 담보로 대주고, 자녀 교육은 절대 넘어 올 수 없는 계급의 격차를 둔 채 어느 정도의 교육을 허용한다. 그러나 그 노예들은 절대로 그들을 부려먹는 지배층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예전에는 교육으로 그런 계급의 이동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의 아 들딸들은 그들을 뒤따라 공장으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전자는 점차 끼리끼리 응집되고, 견 고한 계급은 생물학적으로도 생성되어 나간다. 공장이나 회사에서 기계와 시스템의 속도에 맞추어 하루 10시간, 주 60시간 일을 하다보면, 관절과 인대는 닳는다. 밤낮없이 교대제로 일을 하다보면 뇌의 혈관이 터지기도 한다. 운 좋으 면 살고 나쁘면 죽는다. 죽으면 차라리 나을까.. 질병은 더욱 악순환을 불러온다. 실비보험 하나 없으면 집안 재산은 병원비로 탕진되고, 그들의 자녀는 더욱 굴레 아래로 떨어진다. 다니던 회 사에서 해고라도 당할 경우, 그나마 안정되었던 노예 제도에도 들지 못 해 한없는 나락으로 떨 어진다. 글이 너무 감성적으로 흘러갔으나 이 불편한 현상이 내 주위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부 정할 수는 없다. 영화에서 더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자유의 신분으로 북쪽에서 생활을 할 때, 가게 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는데, 남쪽에서 주인 따라 올라온 똑같은 (노예)흑인이 그를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노예는 곧 주인의 “C’mon! boy!”라는 명을 듣고 가게를 나간다. 주인공은 아 주 잠시 그 노예와 눈이 마주치지만 금방 눈을 돌려버린다. 노예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겼을 수도 있고, 아픔을 무시하고픈 무의식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많이 그러는 것 같다. 일터
  • 42. 42 ․ 통권 124 2014.5 자본과권력, 내놓고함께하기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nextstep1@hanmail.net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여 사용자가 특정 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민주적․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 합이 자유롭게 조직․운영을 통해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내용이다. 사 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과 관련하여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유성기업, SJM,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등 노 동조합에 대한 폭력사태까지 덧붙여진 수많은 사례에서 밝혀진 부당노동행위에 대 하여 검찰은 ‘무혐의’ 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노동부에서 조사해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시키면 검찰은 ‘재조사’ 명령을 한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에 서 “똑바로 조사하라”고 한다. 결국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시키도록 종용하는 것이 다. 최근 숱하게 발생한 극명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사용자가 처벌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한 노동조합이 작년에 조합을 설립하여 수많은 교섭과 노동위 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사용자는 변함없는 태도를 보였고, 결국 노동조합은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게 되었다.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맞게 된 쟁의행위 찬 반투표라는 점에서 전체 조합원들이 충분히 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투쟁에서 조직 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루 앞둔 날 특정 본부장이 갑작스럽게 해당 부서원들에게 연차 또는 반차를 사 용할 것, 일부 조합원들에게 근무지 외 파견 근무명령, 출장 명령 등 사실상 조합 원들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각종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고전적인 형태의 부당노동행위 사례이다. 어쩌면 노동법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했을 법도 한데, 정형적인 고전적 행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 영향력 있는 팀장들은 본부 장의 ‘명’에 따라 서둘러 면담을 진행하는 등 조직적 행태까지 보였다. 하지만 사 용자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다음날 노동조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