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오는 2013년 10월 24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습니다. 다시 출발선에 선 마음으로 동지들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확대를 위한 경쾌하지만 진중한 발걸음을 또 다시 내딛겠습니다. 투쟁!
일터
l 일터 l ․ 1
2. 20
사진으로 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0년
특집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아 ‘이윤보다 노동
자의 몸과 삶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활동해 온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사진과
함께 연구소 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03
집단 암 발병 마을, 원인은 방사능 오염 지하수 外 l 연아
07
지금지역에서는
부산석면피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개최
‘2013년 청소년노동인권 인식 실태조사’ 발표회 개최
09
노동시간 세미나노트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 건강 l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12
칼럼
성 평등한 명절을 꿈꾸며 l 재현
16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노동자건강이야기
19
사진으로 보는 세상
또 하나의 가족 l 푸우씨
29
문화읽기
노동, 진정한 자유로서의 노동
- 영화 <We can do that(원제 Si Puo Fare)>을 보고 l 정하나
32
연구소 리포트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l 한노보연
38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0
이러쿵저러쿵
아기와 엄마 l 송윤희
42
일터 다시보기
<일터>를 독자로 만난 소회 l 노무사 김세영
44
기자회견문
해고와 노동탄압은 살인이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하라!
46
2 ․
뉴스
후원
9, 10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권 117
2013.10
만난
배치전건강진단의 역설 l 류현철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3. 집단 암 발병 마을,
원인은 방사능 오염 지하수
- 라돈, 미국 환경청 기준치 최고 26배 달해
▲ ‘내기마을 조사결과’ 중, <사진출처> 환경안전건강연구소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남원 내기 마을에서 암 환자가
집단 발생한 중요한 원인이 방사성 물질인 라
돈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국내
기준치가 없다고 조사도 안 한 물질이었다.
29가구 57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 남원시
이백면 강기리 내기마을에서는 지난 2009년부
터 폐암·식도암·방광암 등 암 환자 12명이
발생했다. 주민의 20%가 암 환자가 된 것이다.
이미 7명이 사망했고, 이 중 폐암으로 인한 사
망자만 5명이다. 이에 지난 3월 남원시와 전북
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식수·토양에 대한 검사를
실시, 10곳 중 3곳에서 일반 세균이 기준치 이
상 검출됐을 뿐, 납, 수은, 페놀 등 인체에 해
로운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민들
은 “수박 겉핥기식 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며
수차례에 걸쳐 정부의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
구해왔다.
그런데 23일 민간 연구기관인 환경안전건강
연구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이 마을 6곳의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모든 표본에서 폐암과 위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물질 라돈이 발견되고, 미국환경청 음용
수 권고 기준치보다 최고 26배에 달한다는 조
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올해 초 정부와 지자체
의 조사는 라돈을 아예 조사대상으로 하지 않
았다. 라돈은 암반·토양·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무색·
무미·무취의 기체이다.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방사성 물질이지만, 반감기가 3.8일이고 환기로
쉽게 제거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남원시는 당초 2015
년 이후로 예정된 광역 상수도 공급을 2014년
이내로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1995
년부터 마을 주변에 아스콘공장, 고압 송전탑
등의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 같은 피해가 발생
했다며 정부가 서둘러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
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갑상선암을 앓는 김모(71) 씨는 “아스콘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마을 앞 냇가에는 일급수에서
서식하는 꺽지 등 각종 물고기가 살았는데 지
금은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더는 주민의
피해가 없도록 아스콘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기마을은 상수도 공급이 안 되는 곳이며,
라돈 이외에도 아스콘 공장, 채석장, 한국전력
의 대규모 변전소와 고압 송전탑 등 위해요소
를 방출하는 주변 시설이 즐비하다. 연구소는
“마을 동쪽 400m 인근에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
l 일터 l ․ 3
4. 이 있으며, 대규모 변전소(동양 최대)와 고압송
전탑 선로 3개가 마을을 포위하듯 위치하고 있
다”면서 “환경유해요인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신속한 대책 마련으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면서 “유해요인 노출로 인
한 위해성 평가 등 역학조사와 함께 음용수 오
염에 대한 모니터링과 아스콘 공장과 채석장에
대한 유해물질 노출 평가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내기마을, <사진출처> 연합뉴스
출퇴근재해 산재인정문제 개선될까
- 헌재 9명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입법 개선
촉구해
헌법재판소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
지 않은 출퇴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
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1항 다목에 대
해 재판관 9명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
지만 1표가 부족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4 ․
통권 117
2013.10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1항 다목은 “사
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산업재해로 인정
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은 출퇴근길에 교통사
고를 당하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은 공무원의 출퇴근 사고
를 ‘공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위헌 심판의 쟁점은 사용자로부터 출퇴근 차
량을 제공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피
해를 보는 산재인정 기준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느냐 여부다. 합헌 의견은 “산재보험법은
보험원리를 도입해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관
한 사업주의 무과실손해배상책임을 보전하기 위
한 제도”이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는 통상의 출퇴근 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업
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
혔다. 이들은 “회사의 차량제공 혜택을 받는 노
동자와 달리 비 혜택 노동자가 산재보험법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
라도 이는 개별 사업장의 근로조건 및 복지수
준 등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일 뿐”이
라는 입장이다.
반면 헌법불합치 의견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 혜택 노동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줘 자의
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 또 “공무원과 일반노동자의
출퇴근 행위는 사실적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데
공무원과는 달리 통상의 출퇴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다. 다만 “해당 법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최소한 출퇴근재해의 법적 근거마저 상실
5. 되는 공백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헌
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법을 개정하도록 촉구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정부와 국회가 시대의 요구에
답할 때”라며 출퇴근재해 산재인정에 대한 조속
한 입법을 촉구했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는
출퇴근재해 산재보상 추진을 ‘경제민주화 과잉
입법’ 중 하나로 꼽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기금 재정 흑자로 2011년에 이어 올해
도 산재보험료율을 인하한 만큼 재정 부담을
주장하는 재계가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출퇴근 재해 실태 및 재정
소요 추계’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후속논의를 진
행한다는 계획이다. 헌재 결정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을의 아픔...하청업체 노동자,
원청업체보다 업무상 질병 3배
국내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 노동자에
비해 업무상 재해는 2배, 업무상 질병은 1.4 ~
3배 더 경험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민경복 교수
팀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0년 6월부터
10월까지 무작위 표본 추출한 경제활동 노동자
1만 19명을 대상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산업재
해를 조사한 ‘취업자 근로환경조사’ 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업
체 노동자들보다 업무상 질환 및 재해를 더 많
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재해(손
상)는 2.01배, 우울·불안은 2.95배, 근골격계
질환은 1.39배 많았다. 업무상 질병으로 결근한
경험은 3.56배 높았다.
민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유해인자에 상대적
으로 많이 노출되는 근무환경과 정신적 요인
등 업무 관련 요소가 하청업체 노동자와 원청
업체 노동자의 건강 불균형에 이바지했을 것이
라고 유추했다.
이 연구는 직업과 관련한 건강과 안전을 효
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사회적인 안전망을 확
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하청업체 노동자를
위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건강권에 대한 보호를
위해 원청업체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적인
전략이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민경복 교수
는 “한국의 원청-하청구조는 산업경쟁력을 유지
하고 원가를 낮춰야 하는 수출주도형 경제구조
의 영향으로 최소한의 제어도 없이 진행됐다”며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원청업체 수
준으로 높이기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부끄러운 수준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
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산업의학회지(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 온라인 판에 게
재됐다.
감정노동자들의 ‘감정 마비’
텔레마케터, 간호사, 고객센터 근무자 등 대
표적인 감정노동자들이 업무 규정에 맞춰진 노
l 일터 l ․ 5
6. 동에 시달리며 감정의 마비와 심리적 외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8월부터 2달 동안 감정
노동자 86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
인 - 사회적 가면 속 내 마음 들여다보기’를 실
시했다. 분석 결과, 이들은 개인의 감정, 의지
와 상충되는 업무나 역할에 높은 몰입도를 보
였으나 개인적인 욕구나 불편함은 적극적으로
참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감정노동자들은 심리적, 신체적 소진뿐 아니라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상담
참가자들의 약 40.7%가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특히 이들의 50% 이상은 뚜렷한 목적에 따
라 행동하는 “열정적”인 심리특성이 있는 것으
로 확인되는 한편, 주변 환경이나 상대방에 대
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경계하는 ‘대인 예민성’이
나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긴장감을 느끼
는 ‘정서적 소외감’ 등의 항목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역할 유연성(2.3%)’, ‘자기신념
(1.2%)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개인감정을 적극적으로 통제
하는 업무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감
정노동자들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친절과 미소
로 응대할 것을 요구받으며, 실제로 느끼는 감
정과 업무상 표출해야 하는 감정이 상충하는
경험을 반복한다. 즉, ‘감정 마비’ 상태로 이어
지기 쉬운 환경인 것. 또한, 인신공격을 동반한
폭언과 욕설에도 일상적으로 노출돼 심리적 외
상을 입을 가능성 역시 높다.
일터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연아
6 ․
통권 117 2013.10
7. 부산석면피해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 개최
- 선고결과 ‘대한민국 정부, 일본 석면 기업 책임 없어...’
한노보연 푸들리
9월 24일 부산고등법원(박종훈 부장판사)은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아래 석면공대위)와
석면 환경성 피해자 및 노동자 피해자들이 항소한 석면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한국 석면
방직업체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일본 석면 기업 '니치아스'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석면공대위는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이번 판결에
대한 재판부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수많은 석면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과 고통을 일으킨 원
인제공자에 대한 책임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한국보다 앞서 다수의 석면 피해자가 발생한 일본의 석면피해자단체인 일본석면
대책전국연락회의 후루야 사무국장이 함께 참가하여 “일본의 환자 가족들도 부산 피해자분들
과 마음을 함께하고 같이 투쟁하고 싶다”
는 연대발언을 해주었다.
더불어 이번 소송과정에서 확인된 부
산 연산동 석면방직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중 현재까지 31명(악성중피종 20명,
석면폐증 11명)이 석면 환경성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실이 확인되어 부산시와 환경
부에 본격적인 건강피해조사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미 발생한 석면피해자의 구제와
치료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다.
l 일터 l ․ 7
8. ‘2013년 청소년노동인권 인식 실태조사’
발표회 개최
한노보연 푸들리
‘2013년 청소년노동인권 인식
실태조사’ 발표회가 10월 1일 부
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개최되었
다. 이번 실태조사는 부산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준)과 전국교직
원노동조합 부산지부가 공동으로
부산지역 중학교, 고등학교에 재
직 중인 교사를 대상으로 7월부
터 한 달 동안 진행하였다. 이번 발표회에서 교사들의 청소년노동인권에 관한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였고, 한국기술교육대학 고용노동연구원에서 ‘외국 교과서 사례로 본 노동인권
교육의 현주소’를 통하여 국내 교과서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일권 부산시 교
육의원, 부산교육포럼,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참석하여 청소년노동인권문제 해결방안과 교사들
의 노동인권 인식 향상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직무교육실시, 정규교과과정배치, 사회적 인식
제고 등-에 대한 논의와 모색을 함께 하는 자리가 되었다.
8 ․
통권 117 2013.10
일터
9.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 건강
노동시간센터(준) 김경근
이제까지 노동시간센터 세미나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주로 살펴보았다. 9월
26일 열린 5번째 세미나는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 건강”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노
동보건과 관련된 연구 성과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특별히 김형렬 회원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의는 먼저 ‘표준적 노동시간’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표준적 노동시간’은 오전 7
시~오후 7시 사이에서 8시간 동안 근무하며, 점심을 기준으로 오전 오후로 구성되어 있으며, 점
심을 제외하고 연속적인 근무를 하는 것을 뜻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비표준적 노
동시간’이다. 따라서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장시간 노동, 교대제, 심야 노동 등을 모두 포괄한다.
이러한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3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급성반응’과 시간이 흘러야 나타나는 ‘장기적 영향’이 있고, 간접적으로는 ‘불건강 행위’
를 증가시키게 된다. ‘급성반응’에는 스트레스, 피로, 수면장애 등이 포함되고, ‘장기적 영향’에는
심혈관 질환, 소화기질환, 근골격계, 정신건강 등이 포함된다. ‘불건강 행위’에는 흡연, 운동부족
등이 포함된다.
먼저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노동이 수면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잘 밝혀져 있고, 이러한 수면부족은 다시 피로 증가로 이어진다.
장시간 노동은 생활 습관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든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일이 고되어서 집에 와서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또한,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주로 먹는다. 이 때문에 장시간 노동은 비만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노동은 흡연과 음주도 증가시
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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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결국, 장시간 노동은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장시간 노동을 하면,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
환,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이 커진다. 장시간 노동은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도 증가시키고, 사고
성 재해의 확률도 높인다. 결국, 장시간 노동 때문에 기인하는 급성반응과 장기적 영향, 그리고
불건강 행위는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장시간 노동은 당사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가족의 건강에
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엄마가 장시간 노동을 하면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장시간 노동은 불임, 조산, 태아의 출생 체중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노동은 기업
차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시간 노동이 생산성을 하락시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
증되고 있다.
교대근무 역시 장시간 노동과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 교대근무는 생체리듬을 교란시키고, 이
는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또한, 교대근무를 하면 사회적 시간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관
계에 악영향을 미쳐 스트레스를 높인다. 이는 다시 흡연, 불량한 식습관 같은 행동변화로 이어진
다. 이러한 과정들이 합쳐져 결국 질병을 발생시키게 된다.
교대근무도 뇌경색, 허혈성 심장질환 같은 순환계 질환의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위염과 같
은 위장장애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교대근무가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
인다는 것이 확인되어, 국제암연구소가 교대근무를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
라, 교대근무는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면장애를 발생시키고, 우울증을 증가시킨다.
교대근무 역시 사고 위험을 높인다. 야간 근무를 연달아 할수록, 휴식시간이 적을수록 사고 위험
이 크다.
의학적 차원에서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의 위험성을 살펴본 뒤, 강의는 바람직한 노동시간과
교대제 형태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노동시간과 교대제 변화에 있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안이나 캐나다 국립산업안전보건센터의 기준 등 외국에서 제기하는
원칙들을 소개하고, 이를 국내 실정에 적용하여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
다. 강의는 필수적으로 관철되어야 할 내용과 관철되면 좋은 선택 사항으로 구분하여, 총 12개
범주에서 19개의 필수 원칙과 15개의 선택 원칙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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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현장에 이러한 원칙들을 적용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그러한 원칙들을 지키
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에서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
이야말로 무엇보다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원칙이 현실이 되는 세상, 노동시간센터가 그 길에 이
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일터
교대제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1. 가능한 야간노동을 안 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다.
2. 야간 연속근무는 3일 연속 하지 않도록 한다.
3. 고정된 야간노동을 용역, 파견, 하청화 하는 것을 금지한다.
4. 야간노동을 하는 횟수를 최소화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필수적이다.
5. 야간근무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휴일을 부여한다.
6. 주 노동시간, 주 최대노동시간을 미리 정해 놓는다.
7. 아침 6시 이전이나, 늦은 밤에 교대하지 않는다.
8. 교대시간에 교통의 편의를 제공한다.
9. 교대시간에 안전의 문제를 보장한다.
10. 24 시간 격일제 근로(맞교대)는 금지한다.
11. 야간노동 시에는 주간노동 때의 2배 이상, 절대 시간으로 식사 시간을 제외한 1시간
이상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12. 근무와 근무 사이에는 12시간 이상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13. 3교대 근무 시 연속 2개의 교대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
14.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최소 1주일에 1일 이상은 반드시 휴무해야 한다.
15. 월 1회 이상 주말에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사회적 휴일).
16. 야간근무에서 주간근무로 바뀌는 경우에는 역일(曆日)상 24시간(오전 0시에서 오후 12
시)의 휴일이 보장되어야 한다.
17. 교대 일정은 최대한 간단히 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
18. 야간노동 시 적절한 조명과 환기, 고립 최소화, 적절한 구급시설 등의 최소한의 요건
을 확보하라.
19. 임신 중에는 야간근무를 원칙적으로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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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성 평등한 명절을 꿈꾸며
한노보연 재현
일터 독자 여러분~ 풍요로운 추석 보내셨나요? 으레 추석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
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많은 여성에게 ‘한가위와 같은 명절’은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이번 추석 명절을 보낸 제 주변의 여성활동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올해 결혼 10년 차 여성
“결혼하고 처음 명절을 보낼 때, 큰 댁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어른들, 특히 남자들은 제사
마치고 제기를 닦은 후에 상 앞에 떡하니 앉아 밥 차리길 기다리는데, 확 열 받더라고!!!”
“밥 먹은 다음, 며느리들이 설거지 하고 과일과 커피까지 대령해야 하는 거. 너무 불평등
하지 않아?”
“그래서 결혼 후 첫 명절을 보낸 다음, 남편과 얘길 했어. 분위기 좀 바꾸자고 말이야. 그
러니 먼저 솔선수범해서 설거지하라고 말이지. 그렇게 다음 명절, 남편이 설거지를 하니까,
가족들이 말리더라. 그래도 꿋꿋이 하더라고. 그러고 나니 이제 상 차리는 건 남편의 형제들
도 같이해. 물론 설거지는 며느리들이 하고 있지만 ^^;;; 그 외엔 같이 하고 있어. 아주 약간
의 변화지만 그나마 변화된 게 어딘가 싶어”
“또 하나는 명절에 친척들 만나기가 참 불편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거든.
결혼 후 아이를 낳기 전까지 우리 시부모님은 특별히 아이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다
른 친척들이 계획 없느냐? 좋은 소식 없느냐? 그러는 거야. 그래서 불편했어. 또 하나는 작은
집 며느리들과 작은어머니가 방에 모여 앉아 온갖 명품 얘길 해대는데 정이 확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만나기 싫은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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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또 다른 결혼 8년 차 여성
슬슬 가슴이 답답하다. 안 아프던 손목도 아프고, 다리도 쑤시고, 괜히 몸이 아픈 것 같이
자잘한 통증이 생긴다. 가기 전날은 한숨으로 가슴 한쪽이 무겁다. 시댁이 큰집이라서 모든
친척이 모인다. 결혼 초기에는 아가씨들도 어려서 명절날 친척들이 다 왔다. 총 30명은 되는
데, 여기에 시누이만 3명이니 음식장만이 어마어마하다. 워낙 신랑이 효자라 다른 사람들은
전날 와도, 우리는 꼭 전전날 도착해서 미리 장을 본다. (남자들은 일찍 찾아뵙는 것으로 명
절에 모든 효를 다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시골 어르신이라 집에서 직접 두부, 묵을 쑤어야 하고, 설에는 방앗간에서 뽑아 온
가래떡을 굳기 전에 다 썰어야 한다. 쌀 한 말은 기본이다. 추석 때는 쌀가루를 빻아와서 송
편을 빚는다. 거기에 더해 항상 찹쌀떡을 한다. 그건 방앗간도 가지 않고 하는 일인데, 찹쌀
을 불리고 찌고 떡메로 친다. 강원도 산골이라 설은 너무너무 춥고 추석은 쌀쌀하다. 발을 동
동 구르면서 여자들, 아니지 며느리들은 분주한데 그 와중에 남자들은 마실 다니고 텔레비전
이나 보고 밤이나 까는 정도. 며느리들이 일하고, 밥 차리고, 애들보고 정신이 없다. 씻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세수라도 하면 다행이다. 밥도 꼭 세끼를 다 챙겨 먹어야
하니까, 며느리들은 앉을 자리도 없어서 나눠서 먹는다. 나이 순서로 말이다. 그렇게 허겁지
겁 먹고 상도 다 못 치웠는데 커피 안 타온다고 난리다. 바쁘게 커피까지 대령하고 며느리들
은 커피 한 모금 할 시간도 없이, 타 놓은 커피가 식는 걸 보면서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또
음식준비. 그렇게 명절 전날이 흐른다.
명절 당일은,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아침 제사를 지내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늦으면 난리
가 난다. 제사음식 준비하랴 아침상 차리랴. 남자들은 일어나서 옷만 입고 절하면 끝! 그렇게
눈곱도 못 떼고 아침을 보낸 후 집으로 갈 준비를 할 때 큰집이라는 이유로 뒷정리도 나의
몫! 단 하루라고 해도 몇 십 명이 들고 난 자리가 막막하다. 꺼냈던 그릇을 다 닦아 넣고, 집
에 갈 준비를 할 때 즈음 동네 청년들이 인사를 온다. 그러면 또 커피를 타고, 상을 차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점심이 다가온다. 그러면 또 점심상을 본다.
결혼 초에는 명절 당일에 집에 돌아오는 건 생각도 못 했다. 결혼 초니까 명절 하루는 보
내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남편의 말에 동의했으니까. 그런데 2～3년이 지나고 나니 억울하다
고 생각됐다. 그 이후로는 명절 당일에 올라온다. 하지만 절대 먼저 출발할 수 없다. 이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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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혼 8년 차 되고 아가씨들도 다 커서 부부들만 오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다. 예전보다
명절에 모이는 식구가 줄어들긴 했지만 일하는 사람은 항상 며느리들뿐이다.
명절 기간 녹초가 되어 친정을 가면 긴장이 풀리고, 피곤해진다. 그래서 일찍 잠들거나 도
착하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친정 식구들은 얼마나 피곤하길래 그렇게 되느냐며 걱정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탈이 난다. 아이 둘을 낳고부터 생긴 증상인데 열이 심하게 나서 몸살을 앓
다가 집에 온 적도 있고, 급성 장염으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매번 친정엄마에게는 몹쓸
꼴만 보여준다.
결혼이 가장 후회스러운 건, 명절 때문이다. 다음 명절은 또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앞서
며, 달력을 들춘다. 이번 명절은 연휴가 어떻게 끼어있는지, 명절 당일 앞으로 휴일이 잔뜩
있으면 너무 고통스럽다. 명절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싫다.
싱글로 사는 40대 여성
명절에는 주로 큰집에 간다. 집안 며느리 한 분이 집을 나간 지 어느덧 10년이 됐고 나와
어머니가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집안에 큰할머니는 올해 95세, 작은할머니는 올해 90세이다.
두 분 모두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신 세월이 20, 30년이 넘는다. 나는 1년에 두 번 명절
때 뵙는데 작년까지 두 분 다 정정하시더니 올해 큰할머니는 관절염으로 고생하시고 작은할
머니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신다.
음식준비가 한창인데, 어머니가 작은 할머니를 붙잡고 뭔가를 얘기하기에 바쁘다. 내용인
즉, 집에 하루 4시간씩 방문하는 요양보호사가 자식들이 사다 준 베지밀을 훔쳐간다고 의심해
아들에게 일러바쳤다는 것. 그래서 아들은 그럴 리가 있느냐고 어머니 도와주러 오는 분을 도
둑으로 의심하면 안 된다고 그만하라고 했다는 거다. 이에 작은할머니는 내 말을 믿지 않냐며
화내며, 아들을 괘씸해해, 결국 엄마가 나선 거다.
사람이 나이 들면 세상 경험도 많고 덕도 많이 쌓았으니 인격과 품격도 그만큼 늘 것으로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고령 여성은 사실 점점 괴팍해진다. 고령 여성의 황소고집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오랜 세월 살면서 굳혀진 생각의 틀이 바뀌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편 고 박완서, 박경리와 같은 고령 여성의 삶은 왜 달랐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이
가 들어도 쉼 없이 글 쓰고 노동하며 세상과 호흡하고, 사람을 만나며 생각하는 그런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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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살았기에 가능했을까? 그렇다면 평균 연령이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이 시대에 대다수
고령 여성, 특히 나처럼 혼자 사는 고령 여성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
해선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앞서도 밝혔듯이 위의 명절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은 다양한 부문/영역에서 평등 세상을
향해 세상과 부딪치고 갈등하고, 투쟁하는 우리 옆의 ‘여성활동가’입니다. 그녀들의 ‘명절풍경’
은 한국 사회 대다수 여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 구성/관계에 따라 명절의 부담, 스트레스
의 더함과 덜 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명절을 전후로 언론에서 ‘여성의 명절증후군 이기
는 법’ 등이 소개되는 것처럼 이제 명절에 가중되는 그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는 외면할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설날과 추석 고속도로에서 엄마와 번
갈아 운전을 합니다. 그리고 큰 집에서 ‘정’씨를 제외한 결혼한 죄밖에 없는 집안 여성들이 일
하고 있는 주방에서 불편한 마음에 작은 일이라도 도우려 주방을 맴돕니다. 그러다 상차리기
를 돕고, 잔심부름 거들고 제가 마시고 싶은 커피를 식구에 맞게 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친척들에게 일에 비해 과분한 칭찬을 받고, 엄마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곤 합니
다.
일터 독자 여러분! 당장 명절풍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우리 그녀들의 이야
기에 조금 더 귀 기울이면 어떨까요?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이중의 고통
이 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성 평등한 명절’을 보낼 미래가 조금은 앞당겨
지지 않을까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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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배치전건강진단의 역설
한노보연 류현철
토요일 오전 문진을 위해 진료실 문을 들어선 50대 노동자는 사뭇 긴장된 표정에 연신 두
손을 부벼대고 있었다. 조선소에 입사하기 위해 배치전건강진단을 받으러 오셨는데 청력검사
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56세의 노동자는 대형 조선소의 협력업체에서 중조립 단계에
해당되는 판넬 작업에 18년간 종사해왔으며 경력이 쌓이면서 주로 현장 작업관리를 담당해
왔다. 이전 일하던 회사에서 일거리가 없어서 한참동안 일을 쉬고 있다가 다른 조선소의 협력
업체로 일거리가 들어와 취직을 하려고 보니 건강진단결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른 기관에
서 배치전건강진단을 받아보니 청력에서 소음성난청 요관찰대상자(C1) 판정을 받았고, 4kHz에
서의 청력역치가 65dB이상으로 나와 회사로부터 취업이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우리 병원을 찾아서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여전히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직 대학을 끝마치지 못한 자식을 둔 아버지에게 직장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는 한숨 속에 진료실 천장과 바닥을 번갈아 응시하는 그의 멍하고 불안한 시선이
대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조선소의 선박건조 업무는 대부분을 협력업체 통해서 이루어진다. 수주된 배가
건조되거나 혹은 해당분야의 공정이 끝나고 나면 협력업체를 통해 고용되었던 노동자들은 다
시 뿔뿔이 흩어져 새로운 일감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는 것이 보통인지라 몇
개월 만에 일터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회사는 보통 배치
전건강진단을 요구한다.
사실 배치전건강진단이라기 보다는 이전에 폐지된 채용시 건강진단이 오히려 더 맞는 표
현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에게 채용시 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의무
를 부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업주가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고용기회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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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한하는 것으로 잘못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여 사업주의 의무조항을 2006년에 폐기하였고
채용이 결정된 이후에 ‘특수건강진단 대상업무에 종사할 근로자에 대하여 배치 예정업무에 대
한 적합성 평가를 위하여’ 배치전건강진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고용기회의 제한 및 규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던 취지는 간데없고 채용전건
강진단의무의 폐지는 기업의 규제를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했을 뿐 배치전건강진단으로 이름만
바꾼 채 배제의 수단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조선소 취업을
소개하는 각종 인력업체가 입사에 요구되는 건강진단결과의 판정기준 대한 안내를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참고). 직업 의학적으로 보았을 경우에 입사 후에 최소한의 적정 관리만
이루어지면 업무에 아무 지장이 없는 수준의 검사결과에 대해서도 취업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마땅히 사업주가 부담해야할 건강진단 비용도 회사에 취업이 되어 3개월
이상 근무하게 되면 환급해주고 취업이 불가능해지면 그마저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음성난청 요관찰대상이기는 하나 적정 보호구를 착용하고 관리한다면 업무에 지장이 없
다는 업무 적합성 평가서를 써줄 수 있다고 했으나, 그의 낙담한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협
력업체를 옮겨 다닌 것도 건강진단에서 그의 청력에 이상이 나타난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라 했다. 별문제 없이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수년 전부터는 소음성 난청 요관찰 대상자라
는 판정에 대해 전문의로부터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했고, 최근에는 전
문의의 업무적합성 소견서마저도 소용이 없게 되었고 판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조건 취
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따위 현실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개인의 직업과 미래의 계층을
미리 결정하는 시대를 그렸던 10년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헐리웃 영화 이야기와 맞물려 불쾌
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각종 직업성 질환의 인정기준에 대한 연구가 역으로 그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에
대한 직업병 인정의 배제기준으로 작용해왔던 것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적정 배치하고자 하는 건강진단이 오히려 취업에 있어서 차별과 배제의 기준이 되는
현실이라니…. 또 한 번 한숨과 함께 진료실 문을 나서는 노동자의 어깨에는 벌써부터 닥쳐올
생활의 무게가 이미 천근처럼 올라앉은 듯 축 처져있었고 그의 낮은 탄식과 한숨은 무기력한
‘전문가’의 귓전에서는 90dB을 넘어 치솟는 굉음처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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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P.S. 이래저래 뒤져보니 산업안전보건법상 배치전건강진단의 의무조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회사에서 자체적인 기준을 두고 건강진단을 하는 것을 모두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단다. 특수한
상황에 따른 채용기준을 두는 것은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특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지... 고용정책기본법(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나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의 규정조건
도 살펴봐야할 일이다.
일터
<참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모 조선업체의 채용검진(?) 판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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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사진 _ 이종란
글 _ 푸우씨
10월 초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된 ‘삼성반도체 백혈병’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 영화제에 참석한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딸과 아들로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 웃었다. 7천여 명의 마음이 모여, 제작된 이 영화가 많은 상영관에 순
조롭게 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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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아 ‘이윤보
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활동해 온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했습
니다. 사진과 함께 연구소 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사진으로 보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10년
선전위원회
1. 창립까지의 과정 (이훈구)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노동자에겐 폭력적인 구조조정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생산
라인은 U자로 바뀌었고 컨베이어 속도는 야금야금 높아졌습니다. 인력은 줄고 작업량은 늘었
습니다.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뒷전이 됐고, 기초질서 지키기 등 현장통제는 강화됐습니다. 노
동자 쥐어짜기는 더욱 노골적이었습니다. 자본은 위기를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이윤
을 확보했습니다. 그 결과 일터는 참혹한 골병과 죽음의 현장이 됐고, 노동자는 기계처럼 일
할 것을 강요당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반복되는 작업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들은 알아서 기어야 했습니다.
2000년 초부터 “더 이상 일
하다 병들고 죽을 수 없다”는
각오로 대우조선, 풀무원, 두
원정공 등 개별현장에서 투쟁
을 벼르기 시작했습니다. 2002
년 경총 앞 노동조합, 노동보
건단체, 정치사회단체 등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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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업재해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한 공동
집회를 열고 노동자의 골병과 죽음
에 대해 자본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더 이상 일하다 병들고 죽지 않기
위해, 강화된 노동강도에 맞선 전면
적 반격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공
감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2003
년 1월 대전 경하장에서 1박 2일로
노동보건연대회의가 주최한 ‘노동강
도 강화저지 투쟁을 위한 전국수련
회’를 가졌습니다. 전국의 동지들이
모여 노동강도 강화저지를 위한 공
동요구안, 구체 대응방안, 공동투쟁
방안 등에 대해 현장의 현실과 고민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
대고 ‘강도 맞은 노동’을 되찾기 위
한 실천을 모색하였습니다. 이는 ‘노
동강도 강화와 근골격계 직업병 대응’이라는 책자 발간으로, 현장 곳곳의 집단요양투쟁으로
번졌고 ‘골병과 산재사망은 자본과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보다 명확히 했습니다.
당시 설정한 ‘고용, 임금, 노동시간, 작업방법, 작업량, 노사관계 등 노동강도와 관련한 전
면적인 유연화 공세에 맞서기 위한 현장정치 복원’이라는 과제는, 2013년 여전히 유효한 것
으로 생각합니다.
2.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 (김재광)
2003년 5월 1일, 무더운 봄. 113주년 세계노동절 대회에 그동안 보지 못한 시위대가 출현
했습니다. ‘노동강도 강화 저지와 현장투쟁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연대’가 주관한 집회 대오
였지요. 노동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영정을 들고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막연한 어느 때
l 일터 l ․ 21
22. 가 아닌, 지금 “당장” 멈출 것을
촉구했습니다. 인도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이, 무엇을 당장 멈춰야 하
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현장노동자가, 이토록 많은
영정을 들고 독자 대오를 형성해
거리행진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음영으로 표현한
고인의 영정에는, 사망일시와 사
고발생 원인, 사업장이 담겼습니다. 고인들을 앞세우는 것이기에 결코 허투루 할 수 없어, 생
전 기록을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내 영정을 만드느라, 며칠 밤을 새우며 많은 동지가 애썼습
니다. 이렇게 최초의 대규모 영정시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2년부터 터져 나온 근골
격계 직업병 집단요양 투쟁이 있습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인한 현장의 전염병, 근골격계
질환을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회적 의제로, 현장이 반드시 조직해야 할 고통/과제로 만
들어낸 것입니다. 이 투쟁을 계기로 전국의 현장 노동자,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오랜만에 의
기투합해 전국투쟁을 도모합니다. 영정 시위는 그 투쟁의 하나였습니다. 참으로 무더웠지만,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3. 2003년 10월 24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창립 (김재광)
2003년 10월 24일, 지금은 용산개발로 사
라진 철도웨딩홀에서 연구소 출범식이 열렸습
니다. 웨딩홀이 출범 장소가 된 이유는 철도
노조가 관리하던 곳이라 저렴했기 때문이었죠
(^^). 158명이 연구소 창립의 발기인이었는데,
그 동지 중 일부는 현재 연구소 성원이고요,
다른 동지들도 대부분 각자의 공간에서 열심
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출범은 한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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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동안전보건운동에 있어 하나의 역사이자, 성과입니다. 연구소의 출범은 단순히 연구소의 성원
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연구소 창립은 투쟁으로 성장한 전국의 현장노동
자와 노동안전보건활동가의 헌신과 바람의 결실이었습니다. 사진 속 동지들이 10년 전 그때
와 같이 쌩쌩하지는 않지만, 연구소 창립선언문의 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명징하고 팔팔합니
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을 쟁취하고,
노동자 스스로 작업장을 통제하여 진정한 노동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그날까지 쉼 없이 투
쟁할 것이다”
4. 집단 산재인정을 위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투쟁 (김재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하이텍알씨디코리아(이하 하이텍)에서 자행된 악랄한 노동
조합 탄압으로, 13명의 조합원 전원이 집단 정신질환 직업병을 얻었습니다. 2005년 여름 하
이텍 노동자와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산재인정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모였고, 사진에 보
이는 4인의 대표단은 근로복지공단 정문에서 40여 일 넘는 시간 동안 노숙 단식투쟁을 전개
했습니다. 당시 많은 연대 동지들이 500인 동조 단식 투쟁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에
동참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동조 단식 투쟁은 당
시 처음 기획한 생소한 투쟁이었어요.
밤새 차량 경적과 모기와 싸우는 것
에 익숙해지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
했던 것, 40여 일 이라는 시간 동안,
물만 먹고 싸워야 했던 고통은 지금까
지 생생합니다. 그렇지만 함께한 동지
들이 있어 우리 투쟁은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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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5. 한국 사회에 ‘교대제 노동’의 폐해를 알리다. (공유정옥)
2004년 연구소 회원들과 몇 개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여 교대제의 문제와 대안을 함께 공
부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4대 실천 의제 중 하나인 ‘교대제로부터 생명 지키기’
활동의 연장선에서, 2007년 [교대제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란 책을 출판합니다. 책을 제
작하며, 교대제가 노동자의 몸과 정신,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관련 자료 수집, 외국어 자료 번역 등, 책을 하나 만들어내는 일이 그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책이 당시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어 각급 도서관에 쭉 깔렸다는 소식에 무척 기뻤던 순간도 생각납니다.
책이 나온 몇 년 뒤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최초로 수면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기아자동차 노동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분이 제게 말하기를, “산재신청을 위해 온갖 자료를
다 읽어봤는데, 우리 노동자 시각에서 쓴 가장 훌륭한 자료는 이 책이다. 꼭 읽어봐라”고 하
더군요. 그래서 말씀드렸죠, “그 책 저희가 만들었어요~^^”
지금도 교대제 개선을 고민하는 노동자들이 종종 묻습니다. 몇 조 몇 교대로 바꿔야 좋은
거냐고.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듯이 “좋은 교대제”는 없습니다. 교대제 안에서 상대 비교를
한다 해도, 몇 조 몇 교대인지만 봐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교대제 문제는 결국 시간 혹은
노동자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갖느냐의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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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6. 세상에 나온 삼성 반도체 노동재해 (공유정옥)
2007년 4월 고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삼성 반도체 노동재해 문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를 계기로 연구소는 이 사
안은 최소 10년간의 투쟁이 필요한 싸움이
며, 삼성 반도체뿐 아니라 전체 전자산업
에 있어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게 됩니
다. 그해 11월 20일 ‘삼성반도체 집단 백
혈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
보를 위한 대책위’ 발족에 함께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삼성 반도체 노동재해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이때 들은 바로는, 1984년 기흥공장이 만들어진 이래 최초의 집회(?)였다고 합
니다.
그때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더라도 함께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
다. 물론 몇 사람의 백혈병 피해자가 더 있다고 듣긴 했지만, 당시는 정말 딱 황상기 씨 한
분만 계셨거든요. 더 많은 피해자를 조직해야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백 명이 넘고 이백 명에 육박하게 될 거라고는. 그런 끔찍한 상상은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7. 지역 운동체로서의 노둣돌 (손진우)
연구소 창립 5년이 흐르며, 무르익은
고민 중 하나가 ‘노동자 건강권’ 운동 확
장을 위해 ‘지역 운동체로 거듭나기’였습
니다. 08년 하반기 경기 수원지역에 또
다른 공간을 마련하게 것도 바로 그 때
문입니다. 최근 서울, 경기, 부산지역에
서 ‘노동안전보건’의 고민을 갖고 노동현
장과 시민사회, 지역운동과 다양한 사안/
l 일터 l ․ 25
26. 의제로 만나 교류, 연대하는 활동이 확대/심화한 게 아마 이런 고민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8. 국제연대운동의 한 주체가 되기 위한 발돋움 (이숙견)
2013년 5월, 생산품 도난방지를 이유로 굳게 잠긴 작업장에서 일하다 화재 발생으로 188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케이더 화재 참사 20주년을 추모하고 2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아
시아 지역의 참혹한 노동안전보건의 실태(전자산업피해, 석면피해, 화재참사 등)와 이를 바꾸
는 방안 (법률지원, 피해자조직화, 국제공동행동)을 마련하고자 태국 방콕에서 2년 만에 개최
된 안로브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는 사진입니다.
아시아 노동재해. 환경재해 피
해자
네트워크인
(ANROEV,
Right
of
Asia
Network
Occupational
Environmental
안로브
for
and
Victims)회의는
2008년 삼성 백혈병 문제를 알리
기 위한 계기로 참석한 이후 연
구소에서 꾸준히 결합 중입니다.
전자산업의 유해․위험성이 전 세
계적으로 드러나며, 국제연대활동
26 ․
통권 117 2013.10
27. 의 필요성에 공감이 커지며 연구소도 본격적인 국제연대운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연구소는 다양한 국제회의 참석과 공동활동, 석면추방활동 등을 통해 국제연대운동의 한 주
체로 자리매김해 왔는데요, 2012년부터 국제 연대팀을 구성, 가동 중이라 활동이 더욱 활발
해질 것 같아요. 현재는 인도네시아 바탐지역의 전자산업 노동조합과의 연대, 전자산업노동자
와 함께 하는 국제공동행동을 준비 중이고, 긴 안목으로 다양한 국제운동을 모색하고 있습니
다.
9. 세상을 움직인 반올림 (이종란)
2011년 6월 2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에 대한 역사적인 판결 선고 직후, 법정 밖에 대기하
던 수 십 명의 기자에게 둘러싸여 판결 결과에 대한 소회를 말하는 순간입니다. 이날 서울행
정법원은 고 황유미, 이숙영 씨의 백혈병은 산업재해라고 판결하지만, 나머지 세 분, 고 황민
웅, 김은경, 송창호 님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으로 기각한다고 판결합니다. 산재신청 이후 4년
만에 받아낸 산재 인정 판결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편 증거부족으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
지 못한 세분 때문에 억울한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목이 메서 말을 하기 힘든 와중에 계속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던 것 중, 이런 말이
기억납니다. “아픈 노동자와 유
족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현재의
산재 제도는 시급히 바뀌어야
합니다”
반올림은 ‘삼성에 맞서, 기적
같은 승소’를 이끌었다고 세상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타
깝게도 여전히 산업재해를 노동
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바
뀌지 않았습니다.
l 일터 l ․ 27
28. 10. 10년 이후의 연구소를 그리며 (김정수)
2012년
연구소
총회에서,
“십 년 뒤 나는? 십 년 뒤 우
리는?”이라는 주제로 회원 각
자가 생각하는 자신과 연구소
의 전망에 관해 얘기를 나눴습
니다. 연구소의 전망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이 독창적이고
기발했는데 “명실상부한 전국
조직 연구소, 국제적인 조직
연구소, 의료기관” 등 몇 가지 공통된 키워드가 제기됩니다. 연구소는 이때 나온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인 전망을 마련하였고 두 번의 지역별 회원 토론을 거쳐
2013년 총회에서 연구소의 전망을 확정합니다.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안
전보건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자 하는 (가칭) 노동안전보건센터, 노동시간에 대한 연
구와 학습을 통해 심야노동 철폐,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자들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이를
사회화하고자 하는 노동시간센터(준),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국제연대활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연구소 전망을 현실화하는데 한 발짝 다가서고
있습니다.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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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9. 노동, 진정한 자유로서의 노동
- 영화 <We can do that(원제: Si Puo Fare)>을 보고
한노보연 정하나
최근 협동조합이 유행이다. 먹을거리 매매를 주로 하는 생협부터 의료생협... 요즘엔 학계
에도 협동조합을 도입하는 태세이며, 급기야 정부까지 나서 작년 1월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
하기 이르렀다.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 <We can do that(이하 위캔두댓)>은 한국의 협동조합
열풍과 함께 흥행했다. 주인공들이 협동조합을 새로 만들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상영*이라는 특별한 배급방식을 택해 각종 협동조합 조직과 노조, 시
민사회단체 위주로만 상영했는데도 “국내 상영 두 달 여 만에 3만 명 정도의 관객이 관람했
다”고 하니, 영화가 꽤 괜찮다!고 소문이 났던 모양이다.
나 역시 이 영화를 소속 ‘연구 협동조합’에서 공동체 상영 신청으로 보게 되었다. 내가 속
한 ‘연구조합’에서는 관람이유가 ‘잘되는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포착하기 였을 테지
만, 오히려 노안단체 활동가의 관점으로 영화를 관람한 나에게는 ‘건강한 삶, 건강한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가지 답을 제공한 영화로 인상이 남았다.
협동조합의 나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위캔두댓>의 주인공들은 조현병(舊 ‘정신분열
증’)을 앓는 등의 소위 ‘정신병자’이다.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정부 정책 하 상급노조
에서 요식적으로 조직한 병원 내 협동조합인 ‘안티카180’의 조합원으로서, 조합 사업인 우편물
에 우표붙이기를 수동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는 정신질환 치료에 이해가 깊지 못한 병원 의
사들이 그저 정신병 환자가 하기에 적합한 활동으로 생각하는 단순작업을 선택하여 조합의
일상 활동으로 설정, 반 강요로 동원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탈리아 노동조합 총연맹의 중앙조직에서 한 활동가(넬로)가 ‘안티카180
지회’로 좌천되어 내려온다. 애초에 ‘보여주기’를 위해 구성된 이 조합에 그 누구도 기대를 하
l 일터 l ․ 29
30. 지 않았지만, 넬로는 단순히 정신질환자의 모임으로 이들을 보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각 조합
원의 개성을 파악해 나가며 그들과 함께 ‘건강한 삶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를 계기로 갇
힌 공간에서 명령에 따라 수동적이고 소외된 작업을 하던 이들이,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동’이자 ‘소외 없이 자발적으로 하는 노동’으로 바닥에 마루 깔기를 사업으로 결정
하게 된다.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편견이 만연한 분위기이지만, 차차 그들의 마루 깔기 사업
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다. 조현병을 가진 조합원의 예술성, 강박증이 있던 조합원의 꼼꼼한
사업관리, 누구와도 얘기를 잘 하는 외향적 성품을 가진 조합원의 대인관계 능력 등 우표붙이
기와 정신을 흐리는 처방약에 감춰져 있던 개개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기 시작한 것!
특히 주목할 만 한 것은, ‘신나는 노동’을 하면서 안티카180 구성원들의 정신질환이 점차
호전되었다는 점이다. 약 없이는 자신을 추스르는 정도의 일상생활도 불가능 했고, 대인관계
에 있어 연애는 고사하고 누구와 편히 인사하기도 힘들어했던 이들이, 자신이 주체가 되어 노
동을 하면서 발작 등 심각한 증상이 감소한다. 약을 아예 끊거나 2/3 이상 투여량이 줄고, 폭
력성과 우울감 같은 정서 불안정 징후들도 줄어간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왠지 힘들고 피곤한 이미지를 느끼는 장시간 노동 1위의 한국에서
‘노동이 약이 되고 행복의 키워드가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왠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이 영
화는 ‘노동’이 주는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며, 병을 앓는다고 해서 곧 모든 사회적 권리(일 할
권리, 운신에 있어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권리, 친구를 사
귀고 만날 권리 등)를 잃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논점을
확장한다. 또한 그와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인간다운 삶
을 살도록 즉, 질환을 가진 그도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이
며, 병동 안에서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때, 전과 다른
건강, 아니 전에 없던 ‘건강’도 찾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환자가 아닌 활동가 넬로는 자발적 노동과
자유로운 삶의 형태가 주는 긍정적 효과에 점점 강한 확신
을 얻는다. 거기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 발병으로 사회에서
배제된 조합원이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애쓴다.
사회와 격리되어 지내던 이들이 퇴원을 스스로 결정하고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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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일반 거주 지역으로 이사하도록 돕는가 하면, 병원 밖에서 진정한 사회인으로서, 자유로운 주
체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성적욕구와 같은 가장 개인적인 부분까지 함께 고민하고 풀
어갈 수 있도록 조합공동체를 지원한다. 넬로 외에 그의 아내, 친구 그리고 이사한 거주 지역
이웃의 주민들과 마루 인테리어 주문 고객들도 이런 행위에 동참한다. 정신병자라는 이유로
타자화 하고 지레짐작으로 피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이웃으로 ‘안티카180’의 조합원을 적극적으
로 인식하여 사회적 포용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물론 영화에는 중간 중간 위태롭고 갈등이 첨
예해 지는 상황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합원과,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모두가 건강해 졌고,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속에 실수가 경험으로 축적되
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며 한 공동체와 이를 둘러싼 주변이, 나아가 한 사회가 함께
건강해지는 궤적을 ‘안티카180’의 희로애락 속에서 함께 좇아갈 수 있었다.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그의 저서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서 노동해방이 아닌 ‘노동으로부
터의 해방’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상적․이론적 논쟁이 뒤따랐으나 책에서 그가 주장
하고자 한 본질을 나는 다음과 같이 이해했다. 고르가 말하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란, 후
기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생산과 착취의 굴레를 벗어나 한 인간으로 노동시간을 포함한 자신
의 시간(=삶)을 얼마나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느냐가 바로 모두가 바라 마지않
는 ‘노동해방’ 그 자체, 혹은 노동해방의 척도란 것이다. 이에 <위캔두댓>의 주인공들이 ‘자율
적인 노동’을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끌어오며 경험한 해방의 순간이 매칭된다. 육체와 정신
의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의 획득, 그들을 단순히 정신질환자로 규정하고 억압한 몇몇 의
사나 경찰들, 주변의 편견과 사회적 시스템을 벗고, 주인공들은 하나의 인격체이자, 주체로서
자신의 삶과 사회에 선다. 고르는 비록 “노동으로부터 ‘벗어난’ 해방”을 개념화 했으나, 그가
주장한 본질인 자율적 인간으로서 노동해방을 안티카180의 조합원들은 쟁취한 것이다. 바로
노동에서, 노동으로 시작된 해방을.
일터
*공동체 상영이란?
공동체 상영은 대안적 영화배급 방식으로써, 극장이 아니라 상영을 신청한 곳(단위)을 돌며 수십명 단위로
유료 상영을 진행하는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 대형배급사들이 자회사 제작영화를 중심으로 상영관이 독점하는
탓에 시장경쟁에서 밀려 극장을 잡지 못하는 영화들이 많이 있는데, 공동체 상영 형식을 통하면 좋은
독립영화들이 저비용으로 여러 관객들을 만나며 장기상영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위캔두댓 공동체상영 문의:(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http://blog.naver.com/kobaff)
l 일터 l ․ 31
32.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연구
*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금속노조와 함께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 결과를 [일터] 2번에 걸
쳐 연재합니다.
I. 연구의 배경과 목적
철강업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 교대근무로 24시간 공장을 가동하
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철강 대기업들은 4조 3교대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자동
차 업종의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철강업종에도 일고 있다. 올해
모두 금속노조 산하 지회로 전환하면서 산별 통합을 이룬 현대차그룹 계열 철강사업장들에서 현
대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변화에 맞추어 교대제 변경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으며, 현대제철
에서는 5조 3교대 도입을 지난 임단협 요구안의 하나로 상정한 바 있다.
올해 금속노조 철강업종분과에서는 5조 3교대와 같은 교대제 개선을 2013년 임단협 핵심 공
동요구안의 하나로 상정하였고, 그 근거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계획하였다.
연구소는 우선 이번 조사에서 철강 노동자의 교대노동 실태를 파악하고, 오랫동안의 교대노동
이 노동자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하여 그 핵심적 원인이 자본의 필요에 부응하는
교대제 방식에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장의 요구와 필요가 더욱 커지
고 그 목소리가 모인다면,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대안적 교대근무 변경을 위
한 본격적인 사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II. 연구의 방법과 내용
본 연구조사는 설문조사를 주축으로 진행하였다. 설문의 주요 내용은 근무형태와 노동시간 /
사회경제적 생활 및 여가 생활 /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 / 사고 경험 / 노동강도 / 교대제
관련 인식조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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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III. 설문조사 결과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특성
- 본 조사에는 금속노조 철강사업장 중 6개 지회(현대제철 인천지회, 현대제철 포항지회, 충남
현대제철지회, 현대하이스코 당진지회, 현대하이스코 순천지회, 현대비앤지스틸지회)가
참여하였다. 총 7,441명 중 2,468명이 설문에 참여하였으며, 참여율은 33.2%였다.
2. 근무형태와 노동시간
1) 근무형태
- 설문 참여자 중 교대근무자는 84.3%였고, 주간고정근무자의 비율은 15.7%였다. 교대근무자
의 93%는 4조 3교대로 일하고 있었다.
2) 노동기간
- 철강업 총 교대근무기간은 평균 10.5년, 20년 이상 교대근무를 한 비율은 18.4%에 달했다.
l 일터 l ․ 33
34. 3) 노동시간
- 최근 3개월 동안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8.3시간, 한 달 노동시간은 187.5시간, 한 달 잔업
시간은 22.5시간, 한 달 대근 횟수는 2.5회, 한 달 특근 횟수는 2.3회였다.
- 지회별로 초과노동의 정도에 따라 한 달 노동시간은 최저 160시간~최고 286시간으로 차이
가 커졌다. 하이스코 순천/당진지회의 한 달 노동시간이 긴 편이었다.
3. 사회 경제적 생활 및 여가생활
1) 임금
- 세금을 포함한 1년간 총임금은 평균 6,962만 원이었다. 지회별로 임금 차가 심했는데, 현대
제철 포항지회(7,617만 원)와 비앤지스틸지회(5,304만 원)는 2천여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 지회별로 연봉 중 잔업·특근 수당이 차지하는 비율 차이도 심하였다. 하이스코 당진지회가
12.8%(67.7만 원)로 가장 높았고, 비앤지스틸지회가 6.4%(28.4만 원)로 가장 낮았다.
2) 생활의 만족도
- ‘집안일(가사 및 육아)과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0.4%로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지만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4.3%, ‘경제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은 48%로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교대근무자가 모든 영역에서 주간고정
노동자보다 생활만족도가 낮고 불만족
도가 높았다. 생활만족도는 사회적 건
강을 알 수 있는 지표들 중 하나인데,
특히 사회 및 여가생활과 경제적 필요
충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교대근무
자들의 사회적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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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상황으로 판단되었다.
- 노동시간에 따른 생활만족도 분석에서 노동시간이 짧을수록 전반적인 생활의 만족도가 높았다.
노동시간에 따른 집안일 및 가족관계
노동시간에 따른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
노동시간에 따른 경제적 필요충족 정도
<노동시간에 따른 생활의 만족도>
l 일터 l ․ 35
36. 4. 교대제로 인한 건강영향
1) 수면 건강
교대근무자
변수
주간고정근무
평균 입면 소요시간
(분)
주간 근무시
저녁 근무시
야간 근무시
26.2
31.4
37.6
36.3
평균 실제 수면시간
(시간)
6.4
6.1
6.7
5.8
필요한 평균 수면시간
(시간)
7.6
7.7
7.7
8.1
평균 잠을 깨는 횟수
(회)
1.8
1.7
1.7
2.5
주관적인 수면의 질
(대체로 나쁘다+아주 나쁘다) (%)
32.8
40.8
41.4
84.4
수면 중 잠을 깨는 경우
(%)
72.6
66.2
69.6
92.2
<교대 시간대에 따른 근무형태별 수면 실태 분석>
- 종합적인 수면 건강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주관적인 수면의 질’은 주간고정근무 → 교대(주
간) → 교대(저녁) → 교대(야간)로 갈수록 악화하였다. 야간 노동이 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뚜렷하게 드러난 셈이다.
- 평균 수면 시간은 교대 근무자가 야간 근무 때에 평균 5.8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필요 수면
시간을 묻는 설문에서도 8.1시간의 수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여 실제 수면 시간보다 2.3시간
이나 더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린 시간은 주간고정근무자의 경우 26.2분인데, 교대근무자는 35.1분
으로 교대근무자가 더 잠들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자들 내에서도 특히 저녁이
나 야간 근무때 잠드는 것이 더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 교대 근무자 중 야간 근무때 잠을 깬다고 응답한 비율이 92.2%에 달했고, 수면 중 잠을 깨
는 횟수도 평균 2.5회로 수면의 질이 뚜렷하게 나빴다.
- 교대 근무자는 잠들기 위해 음주할 가능성도 높았다. 지난 한 달간 잠들기 위해 음주한 경
험이 주 1회 이상이라는 응답이 거의 40%에 달했으며, 주 3회 이상이라는 응답도 12.4%에
달해 수면 장애로 인한 알코올 의존도 우려되었다.
- 응답자의 47.3%에서 중등도 이상(불면증 자가진단점수 15점 이상)의 불면증을 겪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심한 불면증(불면증 자가진단점수 22점 이상)도 응답자의 15.2%에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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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2011년 금속 수면연구보다 입면 소요시간, 실제 수면시간, 주관적인 수면의 질, 수면을 위한
음주, 불면증 등의 항목에서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 다음호에는 정신적·육체적 소진, 노동강도, 교대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등에 관한 내용
이 실릴 예정입니다.
일터
l 일터 l ․ 37
38.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올해 8월30일 “KTX민영화 저지 및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민영화의 전초전, 철도산업 구조조정 중단하라! 승객 안전과 철도노동자의 삶을 위
협하는 일방적, 졸속적 구조조정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철도노조
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있는지 노사 공동으로 직무를 진단해보자는 요구를 하였으
나, 철도공사는 이를 묵살하고 6억 원의 거액을 들여 삼일회계법인에 직무진단 용역
을 발주하였다. 핵심은 1인 승무 확대, 적자선 감축, 역 무인화 추진 등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명서의 주요 내용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열차 승무 분야에서는 강제 순
환 전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열차 승무원들은 역으로 발령 내고, 역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을 승무원으로 보내는 식의 순환 배치를 명령했다. ‘한 곳에 오래
일하면 타성이 든다’는 막말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순환 배치를 3개월 마다
실시할 계획이라 밝혔다”는 내용이다. 인력부족 문제를 이러한 방식으로 모면하는 과
정에서 휴일에 대체승무원들이 투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8월31일에 대구역에서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언론은 “무궁화 열차의 승무원과 기관사가 출발 신호
를 오인하고 출발해 KTX열차와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상황
에서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가 기관사와 승무원 등이 그동안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집회 등에 동원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도 주목한다.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근무기강 해이와 적당주의의 타성적 근무태도”라
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9월10일에는 현장직원 3명을 구속하였다.
이에 철도노조는 9월4일 “대구역 열차사고에 대한 철도노조 기자회견”을 통해 1
차 조사에서 파악된 사고원인을 밝혔다. 충분히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다.
① 운전보안장치의 문제 : 신호오인(정지신호시)으로 출발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운전
보안장치(ATS/ATP)가 작동되어야 정상이다. 대구역 1번선(부본선) 선로에는 ‘ATP 레
벨1 지상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기관차(8263호)는 ‘레벨 STM(ATS 지상
자만 설치된 구간을 운행할 경우) 모드’로 설치되어 상호호환이 되지 않아 운전보안
장치가 무용지물로 작동하지 않았다. 만약 운전보안장치가 인식되었다면 기관차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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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보가 울리고, 기관사가 조치하지 않는다면 비상제동으로 정차해야 했다.
② 안전측선 미설치 : 신호오인(정지신호시)으로 출발하고, 운전보안장치가 문제가 있
더라도 안전측선이 설치되었다면 제1204 무궁화열차는 2번선(본선)으로 진입하지 않
고 안전측선으로 진입해 본선의 KTX열차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③ 열차취급 부주의 : 사고 당시 무궁화 열차는 오랜 기간(7여년) 열차승무 업무를
하지 않은 사무직 직원을 소정의 안전교육도 없이 무리하게 대체승무시킨 상태였다.
이로 인해 신호를 오인하고 출발점호를 했던 것이다. 제4012호 KTX 열차승무원 역
시 대체 승무원으로,
사고 이후 안내방송과 승강문 수동 취급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고, 승객들은 창문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④ 인적 오류를 유발시킨 기타 요인 : 대구역 1번선(부본선) 출발선에는 1,2호 출발
신호기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어 동종의 오인 사례가 이전에도 생겼었다. 대구역은
무궁화열차 여객취급을 항상 1번선(부본선)으로 하는데도 KTX 제4012(임시열차)열차
의 대피 통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제1204호 무궁화 열차가 이미 2분이나 지
연된 상태에서 대구역 1분 정차로 기관사는 정시 운전에 대한 강박관념과 1인 승무
(운전석이 기관차 좌측)로 인해 2번선에 진입한 것이다, 진출을 확인할 수 없다는 요
인도 있었음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철도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이 보도된
것은 거의 없다.
이미 수년 동안 철도민영화, 구조조정의 문제점이 사회적 이슈였다. 철도공사 사
장은 7월 말에 선임 예정이었으나, 국토부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을 상대로 한 인
사 청탁이 논란이 되어 현재 재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사 청탁의 이유 중 하나
로 순탄한 철도민영화 추진이 배경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대구역 열차사고는 현장직원의 근무기강 해이 때문도 아니고, 단순한 우연의 일
치도 아니다. 이미 사고 우려가 예견되고 있었고, 철도산업정책과 철도운영 전반의
문제점이 누적되어 발생한 결과인 것이다.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고, 사고 원인에 대
한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현장직원 3명을 불과 10여일 만에 구속시키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사고의 근본원인이 된 안전
시스템의 미비, 인력운영의 문제점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
런 무책임한 행위가 반복되었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무섭지만 이와 유사한 열차사
고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해본다.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사고에 대
한 근본원인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해 원인을 명백히 밝힌 후 본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터
l 일터 l ․ 39
40. 아기와 엄마
한노보연 송윤희
유령회원 송씨 아줌마입니다. 안양시 평촌에 사는 평촌댁입니다. 저의
이러쿵저러쿵 시작해봅니다.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모든 활동이 올스톱 됐습니다. 기획했던 극본 집
필을 일 년 뒤로 미뤘습니다. 노렸던 공모전을 포기하고 한동안 허전하고
서글펐습니다.
남편의 요구에 응해서, 올 한 해는 육아와 가정생활을 제1순위로 합니다.
나날이 찌개 만들어가는 속도가 늘어갑니다. (그러나 찌개의 맛이 더 좋아지
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하) 결혼하고 손에 꼽을 정도로 만들었던 밑반찬,
올 상반기 그래도 두 손으로는 세기 부족할 정도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전화기가 고요합니다. 이따금 오는 <오늘의 양식> 따위의 카톡과 엄마의
안부 전화 말고는 묵언 수행에 들어간 스마트폰입니다. 참! 요새는 웹툰 보
기 전용 단말기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 년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뒤치다꺼리(개봉과 그와 관련된 잡무
들, 인터뷰 및 강의들)를 하고, 일 년간 해병대 같은 영화 제작 학교를 마치
고, 오랜만(?)에 오는 느긋한 일상입니다. 아주 감사한 일상입니다.
건강 회복을 위해 채소 해독 주스와 홍초를 꾸준히 마시고, 관절 회복을
위해 아쿠아로빅을 합니다. 수영이 아니고요! 여기서 잠깐 삼천포로 빠져 아
쿠아로빅을 이야기하겠습니다.
한눈에 살아온 인생이 보이는 나이 든 아주머니들을 봅니다. 구부정한
어깨, 늘어난 젖가슴, 복부 비만에 휜 무릎 관절, 자식과 남편과 노동에 자
신을 바쳐온 그들입니다. 그들도 관절을 위해, 조금이라도 살을 빼기 위해
물 속에서 몸을 움직여대고, 나도 같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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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집에 오면 남편이 항상 그렇듯
조용히 차분하게 아이를 보고 있습
니다. (전 복을 받아, 육아 전문가
와 결혼했습니다. 남편에게 내재한
여성성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기는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을 하고, 귀여운 웃음을 짓고,
때론 꺅!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놀
래줍니다. 아이 볼에 내 볼을 맞대
고 엄마에게서 느꼈던 포근함을 느
낍니다. 아이도 내게 그것을 느끼
겠죠? 아이의 손, 팔, 허벅지, 엉덩
이, 배, 모든 곳을 하나하나 앙앙 깨물어줍니다. 아이가 갸갸갸~ 하고 웃어
댑니다.
그 웃음소리에 내가 더 웃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살아갑니다.
일터
l 일터 l ․ 41
42. <일터>를 독자로 만난 소회
노무사 김세영
뜨거운 여름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었다. 여름하면 1
년 중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휴가도 있고 시원한 바다와 계곡이 생각나 좋지만 좋은 만큼 노
동자들에게는 일하는 게 곤욕이 직업도 있다. 8월 초 고향집을 방문했다가 그날도 역시나 땀
범벅이 되어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만났다. 석유화학 공단 내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요즘 일이 없어서 선박 엔진공사를 하는 곳에 다니신다고 했다. 여름에는 더워서 걱
정, 겨울에는 추워서 걱정, 아버지야 삶이 매번 그러하다보니 괜찮다고 하시지만 옆에서 바라
보는 자식들의 마음은 계절을 탄다.
올여름에도 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8월 호에 실린
인형탈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탈진한 모습을 찍은 사진은 참 웃프다. 개구리가(개구리 탈을 쓴
노동자가)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가는 장면은 마치 그 노동자가 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설정한 듯하다. 장면이 코믹하여 웃기지만 저 개구리탈 안에 우리 아버지가 혹은 동생이 누워
있다면 웃을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가까운 현장의 고민을 일터가 던져주고 있다. 일터를 처음 봤던 것이 언제인
지는 기억이 안 난다. 상당히 오래전 어느 사회단체 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던 것을 몇 번 뒤
적거렸는데 그 당시에 노동현장의 안전, 산업재해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와 관
심을 두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요즘 일터를 다시 만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입장과 위치에서 일터를 보고 있는데 몇 년 전 일터를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
노무사로 첫발을 내디딘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산재사건들을 접하는 경우
가 많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분들이 일하는 작업환경, 업무내용, 근로시간 때로는
더 나아가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다. 왜 그렇게 오래 일했는지, 그 직장에 다니
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유해물질인 줄 알면서도 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전의 문
제가 사업주의 비용문제와 노동자의 생계 문제(당장 벌어야 한 달을 먹고 사는) 앞에서 뒤로
밀려버리는 현실들을 매번 마주하게 된다. 일터에서 하는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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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왜 그랬을까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 해결방법들을 함께 찾기 위해 연구하고 공론화하고 힘을
모아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노보연은 연구기관답게 주제에 따라 통계수치들을 잘 제시하고 있고 다양한 주제 폭이
있으며 10년의 역사답게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 네트워크 활동에 대한 활동들을 알려주
고 있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마냥 가볍지도 않
아 일터를 받으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지루한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일터를 보다 보면 예전 직장에서 일했던 경험들이 많이 떠오른다. 이번 기사에서 서비스
노동자의 식사시간을 조사했더니 간호사가 18.8분으로 가장 짧았다는 통계를 보고 예전에 병
원에서 일했을 때의 경험들이 떠올랐다. 비단 이 기사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문제, 유해물질
문제, 산업안전보고체계문제, 과로사 문제 등 어떤 주제에 관한 기사를 읽더라도 ‘그렇다면 우
리 현장은?’ 이라는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일터를 많은 노동자가 함
께 읽고 자신의 현장 이야기도 많이 제보하고 서로 의견도 주고받는 활발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터
l 일터 l ․ 43
44. [기자회견문]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사업장 노동자 및 해고자 건강검진 확대 및 정기검진 지원!
투쟁사업장 노동자 및 해고자 치료와 치유 지원 및 산업의학과 설치!
해고와 노동탄압은 살인이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하라!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건강평가·심리검사 결과발표 및 대책마련 촉구
민주노총전북본부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 요청하여 2012년 말에서 2013년 상반기에
걸쳐 장기투쟁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전주비정규직과 전북고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육체적
및 심리적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검진을 실시하였다.
근무 등의 사유로 현대자동차비정규직 320명중 17명, 전북고속 31명중 9명 등 전체
351명중 26명만이 참석하여 검진 참여율이 7.43%에 불과하였다. 건강검진 결과는 노동탄
압과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육체적, 심리적 건강상태가 대부분 악화된 상태였으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조합원도 다수 존재하였다.
민주노총전북본부와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몇 개월 동안의 준비과정과 몇 차례의 사전
회의를 통해 계획을 확정하였다. 2012년 12월 17일에는 육체적 건강검진을 실시하였으며,
심리검사의 경우 설문지 조사를 거쳐 2013년 1월 10일 대면상담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4
월 9-10일에는 방장산 자연휴양림에서 집단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육체적 건강검진의 결과, 대사증후군은 18명(64.3%)로 한국 평균 유병률(28.8%)을 2배
이상 초과하였다. 또한, 쌍용차 등의 사례에서 드러난 뇌심혈관계 위험도도 평균치보다
50%가 높았으며, 특히 연령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경우가 15명으로 53.6%를 차지했다.
비만, 고혈압, 간기능이상, 고중성지방혈증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악화되어있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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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이번 검진에서 새로 확인된 고혈압자가 10명으로 고혈압 미인지율이 77%를 차지하는 등
해고자 및 투쟁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정기검진의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리검사의 결과, 조합원들은 불행감 및 불안감, 만성통증, 반사회적 행동지수가 적게
는 70%에서 많게는 150%가 초과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과거와 현재 자살사고 또는 시도를
경험한 조합원은 7명(26.9%)에 달하고 있으며,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걱정에 취약한 경향성
을 지닌 비율이 8명(30.8%)에 달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조합원의 비율
은 13명(50.0%)이며,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조합원 비율은 9명(34.6%)이다. 장기간의 노사
갈등으로 인해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우울, 불안, 자살 사고 등 심리적 위축이나 불안감
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투쟁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치유하기 위
한 노력이 절실하다.
민주노총전북본부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의 권고에 의해 사업비를 들여 투쟁사업장 동
지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집단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은 난타, 사이코
드라마, 춤 테라피, 명상, 숲 테라피 등의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19명의 조합원들이 참여
했으며 좋은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는 “해고와 노동탄압은 살인이다.“ 는 정설
을 증명한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해고자들은 고용과 불확실한 미래에서 오는 불안과
스트레스, 노동탄압의 공포에 쫓겨 사회에서 잉여인간으로 취급되어 퇴출당하고 죽어가고
있다. 쌍용차 투쟁 이후에 연이은 노동자들의 자살과 죽음을 겪은 후, 투쟁사업장 조합원
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올해도 연초부터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투쟁사업장 조합원과 해고자들은 한쪽
발은 삶에 한쪽 발은 죽음에 걸친 채 불안한 하루를 살고 있다.
이는 노사갈등으로 인한 폐해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 그러기 때문에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이제 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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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떠안아야 할 과제다.
민주노총전북본부는 2011년부터 노동자들의 건강 보장을 위한 시스템 마련과 대책을
전라북도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제, 투쟁사업장 노동자와 해고자들이 일상인으로서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 우리의 요구 >
◦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하고 해고자 원직복직 즉각 시행하라!!
◦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검진 확대하고, 정기검진 실시하라!!
◦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건강악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 지역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직업환경의학과를 설치하라!!
2013년 8월 28일
[
◁ 9, 10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
강권동 강정주 강충원 고지윤 권기한 김경민 김경희 김기헌
김병철 김부욱 김선수 김설민 김송아 김수현 김수현 김정신
김정원 김중희 김진철 김태오 김형섭 김혜선 문제혁 방복현
배정란 변영철 변은영 복진수 삼식이 선종현 손석기 신용태
신유록 양화진 염경석 예병진 우지영 유상철 윤성용 은상준
이명준 이민정 이선웅 이승복 이승주 이영애 이영호 이윤덕희
이은주 이이령 이자호 이희영 임승용 임재우 장혜영 전형준
정규전 정병권 정은주 정종혁 정현섭 조명심 조영민 조윤미 조종완 진선우 최무덕 최영철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경훈 한규권 한윤종 한 진 함승호 홍정연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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