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성환경포럼] 성미산 - 공동육아에서 마을공동체의모색으로 : 그 경험과 열린 가능성 _이경란(마포두레생협 교육이사)

1. [2004 대구 여성환경포럼]
성미산 - 공동육아에서 마을공동체의
모색으로
: 그 경험과 열린 가능
성
이경란(마포두레생협 교육이사)
1. 여성으로 살며 ‘생활’을 생각하기
누구나 겪을만한 것들이 있다. 특히 결혼한 여자가 겪음직한 보편적인 과정들. 결혼하고 아
이를 낳고 살면서 몇가지 부분에서 비슷한 경과과정을 겪는다.
하나.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 키우기. 낳고 나면 뭘 먹여서, 무얼 가르쳐서, 어떤 인간으로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좋은 교육기관을 찾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무리를 짓고.....
둘. 건강하고 맛있는 가족식탁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한다. 매일매일 매끼마다 겪는 무얼
먹을까에 대한 고민,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고 맛있을까 모색하고, 해결을 위해 정보를 수집
한다. 싸고 또는 좋은 먹을 거리를 파는 곳을 찾아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
인다(대형 마트든, 시장이든, 생협이든)를 한다.
셋. 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얼하면 살아야 하는지 늘 고민이다. 결혼후, 아
이를 낳은 후 자신의 정체성이 혼돈된다. 새로운 모색을 꿈꾸며, 일자리와 아이기르기와 살
림하기, 자아찾기를 병행하기에 힘겨움을 느낀다.
넷. 노후도 걱정이다. 지금 노인과 함께 살기도 그러하고, 나의 노후도 걱정이다. 이제 아이
들과의 관계는 변하고 있는데.....
성미산 마을을 만들어가는 동력은 바로 이런 생활의 문제이다. 이를 함께, 나아가 마을 속
에서 함께 해결해보자고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공동육아에서 시작해서 생협을 만들고,
작은산을 지키고, 새로운 교육을 꿈꾸며, 밴드와 풍물패와 춤으로 신명을 찾는 마을공동체
로 키워가는 과정, 이 속에서 여성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현재 상황, 그리고 가능성을 찾아
본다.
2.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들의 성장
마포지역에서는 1994년과 우리어린이집과 1995년 날으는 어린이집이 각기 설립되었다. 공
동육아연구원(현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과 부모․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현재의 보
육문제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부모참여형 협동조합 어린이집의 구상이 제기되었고, 그

2. 첫 번째 어린이집이 이 지역에 설립된 것이다. 이후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서 우리어린이집
은 1996년 방과후교실을 마련했고, 1999년 도토리방과후어린이집으로 독립하였으며, 날으
는 어린이집은 2000년 풀잎새 방과후교실이 독자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독립하였다. 2002
년 참나무어린이집이 기존 어린이집의 대기자를 중심으로 새로 설립되었다. 현재 마포지역
공동육아로는 3개의 어린이집과 2개의 방과후어린이집이 있으며, 조합원의 대부분은 어린이
집 주변에 모여 마을주민으로서 살아간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많이 만들어짐에 따라서 이
지역은 반경 2km이내에 3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모여 있고, 그 관계자들과 출신 가족들
2000여가구가 밀집되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오랫동안 함께 모여 살고,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 내에서는 매우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에 부응하는 새로운 방안의
필요성들이 제기되어 갔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보고자 다양한 시도가 진
행되었다.
3. 지역 속으로
1) 이 동네를 우리 고향으로
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늘어나 이사를 하기도 어려워졌고, 그간 친해진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들이 모아져갔다. 이에 방과후어린이집 부모들과 교사들이 주축이 되고,
공동육아어린이집 부모들이 합세하여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기 위한 모색을 시작하였다. 서
울 같은 대도시주민들이 갖는 떠돌이 문화를 재검토하고, 서울에서도 마을이 만들어진다면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공유하였다.
그 결과 생활의 거점으로서 2001년 2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설립하였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마포두레생협은 안전한 먹거리 공급이라는 일반적인 사업과
더불어 지역의 교육문화활동을 비롯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삼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생협은 상당히 빨리 기반을 잡을 수 있었으며, 만 2년이
지나면서 법인이 되었고 현재 조합원 1000여명을 바라보고 있다. 생협이 설립되면서 서로
흩어져 있던 공동육아 어린이집들과 생협이 함께 지역활동과 정보교환 등을 하기 위한 지역
협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여 조합간 공동교육을 통해 마을만들기의 방향성을 찾고, 마을축제
를 통해 마을문화만들기를 해나가고 있다.
마을축제는 2001년 5월 5일부터 시작해서 올해 4회를 맞았다. 1998년 공동육아 우리어린
이집 교사들이 동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방학중 전래놀이마당에서 시작하여, 1999년
-2001년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날 지역행사, 2001년 지역협동조합대표
자모임 주최의 마을축제를 거쳐서 2004년은 마포서부지역의 다양한 사회단체들과 협력하게
진행되어 지역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2) 성미산 지키기
마을 뒷산인 성미산은 마포구의 유일한 자연숲이며, 한강과 연계된 도시생태망의 거점이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쉼터이자, 산밑에 있는 초등학교
의 교육공간으로도 활용되는 곳이다.

3. 이곳에 2001년 여름 서울시와 산의 소유주가 각기 배수지와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도시계
획변경안을 제시하면서부터 공동육아 관계자들과 지역주민들은 성미산개발반대운동을 3년
동안 전개하였다. 개발반대의 의사를 밝히는 서명운동과 청원활동, 4회에 걸친 성미산음악
회 등의 문화활동, 성미산을 주제로 하는 마을축제, 지방자치선거 참여, 심지어 용역회사와
의 몸싸움까지 다양하게 성미산지키기활동을 벌렸다. 그 결과 2003년 배수지건설 보류라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운동의 주체가 공동육아어린이집들과 생협만이 아니라 지역 내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종
교단체, 학교 학부모단체, 개혁적인 정당 등 광범한 지역주민들이 함께 진행되었단 의미에
서 주민자치운동이자 생태보전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의 상징
으로서 ‘성미산’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3) 지역생활정치로
성미산을 지키는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참여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구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 때의 가장 큰 성과는 성미산을 지키는 데 뜻을 같이한 주민들이 스스
로 나섰다는 점이었다. 따하서 선거운동과정에서 출마자들의 대부분에게서 성미산지키기라
는 명분을 받아냈으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후 성미산활동의 지역적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성미산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포지역현안을 대상으로 한 지역생활
정치를 지향하는 마포연대가 설립되었다. 공동육아와 생협의 영역에서, 그리고 성미산이라
는 현안에서 확대하여 마포지역 전체의 지역활동가의 모임으로 성장한 것이다. 현재 아현지
역 저소득층 조사활동, 소각장 반대운동, 성미산공원화를 위한 법제화와 모니터링활동, 구의
회 방청과 제안활동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미디어활동에 관심을 기
울여 마포공동체라디오(소출력라디오)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4) 생태마을만들기
생협에서는 마을만들기의 장기적 전망은 인간관계와 생활에서의 생태성을 회복하는 것이라
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2004년 8월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의 지원으로 생태마을만들기
워크샵을 진행중이다. 이런 전망을 각 조합간의 공동교육을 공유하고 실행가능한 사업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4. 교육문제의 지역적 대안적 해결 모색
1) 마을에서 평생교육을 이룬다
유아에서 초등, 그리고 청소년으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역내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바
라보는 교육문화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즉 공동육아와 생협이 갖고 있는 생
명살림이라는 원칙에 걸맞는 지역문화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1년 생협에
서는 지역교육문화사업의 첫 사업으로 방학중 체험프로그램 ‘참나무체험단’(3회)을 운영하며
지역의 초등학생들과 만남을 시작했고, 한편에서는 공동육아 방과후 어린이집을 졸업한 고

4. 학년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과 요구에 기반하여 생협을 중심으로 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문화
공간 ‘마을학교 우리마을꿈터(이하 꿈터)’를 2002년 8월 설립하였다. 현재 택견교실, 성미산
생태교실, 표현교실을 중심으로 강좌와 캠프, 동아리활동을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성인들
이 나누고 있다. 또한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내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청소년 진로찾기 프로그램
등의 상담영역과 지역내 많은 교육자원들을 엮는 학습네트워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학습네트워크 구상은 지내오는 동안 아이들의 교육문제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학습과 자아성
장도 동시에 진행되어야하며, 마을 내에는 굉장히 많은 교육자원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
하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부터 조합원교육과 더불어 목공이나 수공예, 인형만들기, 옷
만들기 등의 취미모임이 만들어졌다. 생협이 설립된 후에도 다양한 소모임이 구성되어 지역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모임들이 확대되었다. 현재 꿈터에는 풍물패와 기타, 요가, 택견, 농
사모임, 방하모임, 댄스세라피 등의 동아리모임이 운영중이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밴
드 ‘마포스’와 풍물패를 결성하여 각종 행사장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이 서로
가르치며 배우고 즐기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더 많은 교육역량을 발굴하
고 교사로 키우며, 서로 학습을 위해 역량을 나누는 문화로 정착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2)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공동육아에서 연습했던 부모의 교육참여의 경험을 학교운영위원회와 임의단체에 참여하여
이어나가고자 하였다. 집중적으로 아이들이 모여 다니는 한 학교에 3년전부터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학부모위원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활동방법은 원칙을 가지고 부딪치기 보다는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가면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었다. 학교급식에 대한 설문조사와 개선
활동, 수련회에 대한 개선활동, 학교도서관소위원회 구성 등을 벌였다.
3)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설립
공동육아의 대안교육적 성격을 온전하게 잇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부모들의 의견
을 모아서 2003년부터 대안학교 준비모임이 만들어지고, 교사진을 초빙하여 2004년 9월부
터 학교를 개교하였다. 이 학교는 기존의 대안학교가 지역사회와 분리된 고립적 성격을 가
지고 있는 점을 극복하는 도시형 학교를 지향하여, 마을사람들 속에서 마을문화의 중심지로
서 역할 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기존의 공동육아출신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초등과 중등과정을 함께 시작하였다.
4) 지역교사모임
2003년 각 단위의 어린이집, 방과후, 꿈터, 대안학교 등이 한 아이의 성장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성과 교사들의 의사소통, 교육과 재교육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어났다. 이런 문
제를 푸는 단위로서 지역교사모임이 2004년 4월 시작되었다.

5. 5. 지역 순환 경제를 만들어보자
공동육아를 통한 공동보육과 교육에서 생협과 결합된 먹거리문화바꾸기를 함께 실행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협력해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영역을 만들어가는 데까지 이르기 시작했다. 그 첫 시도가 유기
농반찬가게 ‘동네부엌’과 자동차정비협동조합 ‘성미산차병원’이었다
공동육아 부모들을 비롯해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맞벌이를 해서 살아간다. 이런 조건
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만큼,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사회화하고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
업이 적극적으로 요구되었다. 생협에서 재료를 구입해도 음식을 해먹을 시간이 마땅치 않은
많은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서 고기를 덜먹으면서도 건강한 식단을 마련하는 방안으로서 생
협내 동아리모임으로 유기농 반찬가게를 열었다. 그것이 약 1년 반만에 그 취지에 공감하는
주요 이용자를 중심으로 ‘동네부엌’으로 독립했다. 동네부엌은 장기적 전망과 취지는 워커즈
콜렉티브인 생산자 사업체를 지향하나, 자본금마련과 소규모라는 성격상 프랜차이즈의 형태
로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서 성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동네부엌과 같이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해가는 여러 모임이 만들어지
고 있다. 일반 아이스크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유기농 아이스크림가게와 생협재료로
만드는 주문떡집 등이 현재 추진중인 사업이다. 이 두가지 사업은 모두 참가자들이 모두 생
산자이거나 실제 일을 할 사람들로 구성된 워커즈콜렉티브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성미산차병원은 남성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협동조합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정
비업체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믿을 수 있는 경제관계를 만들 필요성으로 나아갔다.
이는 지역순환경제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새로운 경제영역의 창출은 지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그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
를 보내면서 여러 여성들이 취업을 하거나 자아찾기를 실행해간 예는 무척 많다. 그런데 생
협 설립과 더불어 지역내에서 많은 여성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생협, 공동육아어린
이집과 우리마을꿈터, 성미산학교의 교사들, 동네부엌, 성미산차병원, 아이스크림가게나 떡
만들기모임 등 모두 새로운 일터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그저 일자리창출이라는 의미를
넘어 지역 공동체를 건설하는 활동가의 확산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제
3섹터로서의 사회경제분야 창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생활물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과정이 파편화되는 사회 속에서 무기명
생산과 원거리 유통, 소비자의 생산과정참여 부재 등의 문제를 지역사회 내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의 지역 내 생산과 유통 소비체제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가사노동으로만 머물러 있는 부문의 사회화과정이 여성의 워커즈 콜렉티브
또는 개별 생산자의 협업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활동영역의 창출과 교육활동을 위한 비용 등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
으로 신용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움직임도 있다. 많은 비용이 드는 성미산학교재단 설립과정
을 기초로 하여 신용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사업의 기반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아직 모습이 드러난 부분은 별로 많지 않지만, 조금씩 구체화되는 것들은 생태마을만들기,
지역내에서 평생교육체계를 만들기, 지역순환경제를 위한 시도들로서 수렴되어가고 있다.

6. 6. 앞으로 어찌 될까?
10년동안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처
음부터 이런 모습을 기대하거나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
던 가장 큰 힘은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 스스로 해결하면서 힘을 모
았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일이 큰 무리가 없이 추진되었고, 담당자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
으며, 성과를 모두 풍요롭게 누린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제를 자신의 것을 받
아들이고 수렴해간 여성들과 교사들의 노력이 중요했다. 생활운동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그
럴 수 있었다. 어린이집 운영에 앞장서고, 생협을 설립하고 이용하면서 아빠들을 끌어들이
고, 지역주민들과 만나가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협동조합활동으로
다져진 의사결정과정이다. 다양한 의견이 제출되고 생각도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다양성을
안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더 나가는 방향에서 일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성장 확대되는 과정을 겪었던 10년을 맞이하면서 이 지역사회의 각 단위들은 새로
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생협을 설립하고 성미산지키기 운동에 전념할 때까지는 일반적인
필요와 당연히 해야 할 일로서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참여자도 늘고 의사소통도 전
면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사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 예를 성미산지키기에서 가꾸기로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즉 생태공원화냐
관리의 강화냐라는 방법과 지향을 둘러싸고 진행된 논쟁이나, 대안학교 설립과 관련되어 마
을학교로 만들 것이냐 입지가 좋은 곳을 찾을 것이냐의 논의, 또는 대안학교와 방과후, 꿈
터의 상호관계문제, 동네부엌의 성격, 성미산카센터에 대한 반응문제, 공동육아 지역활동의
필요성 등 다양한 논의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두 기본생활수준의 이야기던 공동육아나
생협에서 나아가 좀더 진전된 논의를 필요로 하는 주제였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
냐에 따라서 한단계 성장하느냐, 정체 또는 분열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이런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각 단위별로, 또 단위간의 의사
소통의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키워왔던 서로
돕고 보살펴주는 문화적 토양과 개인의 성장을 기반에 깔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