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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학년도 제2학기
우리말과 글쓰기
기말과제_문화비평문

설국열차의 세계가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과 일말의 희망
- 영화 <설국열차> -

담당교수님: 조경하 교수님
수업시간: 월6, 수5
교육공학과 1346013 서희림 
제출일: 2013년 12월 16일
목
Ⅰ.

차

서론

1. 영화 <설국열차> 줄거리와 등장인물
2. 감독 봉준호
Ⅱ.

영화 속 현실적인 문제들과 희망의 메시지

1. 권력의 부조리
1) 독재의 폭력성
2) 권력의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2. 불평등을 야기하는 수평적 계층화
1) 자본의 분배 문제에 따른 수평적 계층화
2) 세뇌 교육에 의해 존속되는 수평적 계층화
3. 사회적 약자의 생명력
1)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의 생존
2)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능력
Ⅲ.

결론

1. 영화가 궁극적으로 관객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바
2. 관객들의 반응
3. 영화에 대한 비판점

참고문헌
Ⅰ. 서론
1. 영화 <설국열차> 줄거리와 등장인물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대기에 화학물질을 살포한 이후 지구에 의도치 않은 빙하기가
찾아온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역이 된 설국열차는 17년 째 끝없는 궤도를 달리며 마지막 남
은 인류를 보호한다. 비록 열차이긴 하지만 설국열차의 세계 또한 하나의 인류 공동체이기에,
모든 인간 사회에 계급이 존재해왔듯이 설국열차에도 열차의 각 칸에 서로 다른 계급과 지위
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head’라고 일컬어지는 앞쪽 칸의 사람들은 중세시대 유럽 귀족을 연
상케 하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그와 반대로 ‘tail’이라고 일컬어지는 꼬리칸의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빈민과 같은 생활을 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서
각 칸에 배정되었는지는 영화 속에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설국열차의 2인자 메이슨의 연
설을 통해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무단으로 열차에 침입한 사람들이 꼬리칸 사람들이라는 것
이 잠시 언급될 뿐이다. 열차가 무한한 궤도를 달린 지 17년 째 되던 시점, 꼬리칸의 젊은 지
도자 커티스는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부당한 대우에 반발하는 혁명을 일으킨다. 젊은
혁명가들의 최종 목적은 이 열차의 일인자 윌포드를 죽이고 꼬리칸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
이다. 각 칸의 경계가 두꺼운 철문과 군인들에 의해 삼엄하게 경비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용
할 수 있는 모든 무력을 동원하여 앞쪽 칸을 향해 달려 나간다. 모든 혁명이 그러하듯이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치러진다. 뿐만 아니라 꼬리칸 사람들이 17년간 지속되어 온 독재 권
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독재 권력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 커티스
와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만이 윌포드가 있는 곳까지 다다른다. 마지막으
로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좌절하려던 커티스 앞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며 그에게 윌포
드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분노에 사로잡힌 커티스와 침착한 윌포드의 대화가 이어
지고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그의 뒤를 이을 지도자의 자리를 제안한다. 커티스는 그의 제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꼬리칸 타냐의 아들 티미가 열차 아래 뜨거운 불 속에서 노
동하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처음 가졌던 목표를 생각해낸다. 그렇지만 영화의 결말은 열차의
폭발이다. 커티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죽고 커티스와 남궁민수의 보호에 의해 요나와 티
미만이 살아남는다.

2. 감독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2003년의 <살인의 추억>과 2010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이라는 영화
를 통해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두 작품 모두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띤다. <살인의 추
억>은 1986년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공권력의 무능력함을 드러내는 사회
고발성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괴물>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점이 있는데, 주한미
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무단방류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사건을 통해 반미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무능력함을 꼬집기도 하였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영
화라는 예술 장르의 정치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설국열차>에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성격의 사회고발이 나타난다. 이 영화에서 그가 고발하는 사회 현실은 비단
한 국가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자본주의에 의해 심화된

- 1 -
문제이다. 비록 실제사건을 모티프로 한 점은 없지만 현대사회에서 기득권층이 아닌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Ⅱ. 영화 속 현실적인 문제들과 희망의 메시지
1. 권력의 부조리
1) 독재의 폭력성
영화 <설국열차>에서 독재의 폭력성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결말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영화 내용 전체가 폭력이라는 도구로 묘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
화에는 고문부터 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등장한다. 폭력은 열차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강력한 수단과 동시에 또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 커티스 주도의 꼬
리칸의 혁명이 바로 ‘또다른 폭력’인데 이러한 폭력은 윌포드의 ‘인구조절’이라는 정책 아래에
서 일정 부분 용인된다. 이렇듯 폭력은 열차 전체를 통제하는 공격 및 방어기제로 사용된다.
이러한 폭력들은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대로 상징물을 통해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부당한 재
판에 의한 잔인한 형벌, 끊임없이 요나를 쫓는 요원 등이 그에 해당한다.
먼저 열차 안의 윌포드의 체계적인 독재 시스템 아래에 재판과 그에 따른 형벌이 존재한다.
영화에 나타난 두 가지 형벌은 관 크기만 한 서랍에 갇히는 것과 팔을 얼린 후 절단하는 것이
다. 남궁민수는 크로놀을 탐닉한 죄로 감옥에 갇히고, 꼬리칸의 한 아버지는 앞쪽 칸 사람들
이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가자 반항한 죄로 팔을 절단 당하는 죗값을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한 기준에 의한 지나치게 가혹한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재 권력의 사
법 권력 남용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에도 몇몇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다. 영화에 나타난 사
법은 사법 권력이 기득권층에 편입되면서 나타나는 ‘법 앞의 불평등’ 문제를 꼬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열차에는 열차의 2인자 메이슨을 비롯하여 윌포드의 하수인으로서 폭력성이 의인화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폭력의 끊임없는 반복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 끝까지 요나를 쫓는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이다. 검은 양복의 요원은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다시 일어나 끝까
지 요나를 쫓는다. 같은 편을 죽이고 열차의 창문에 총을 쏘면서까지 요나를 향한 검은 양복
요원의 집착은 관객들로 하여금 폭력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여느 다른 영화
에서 한 번의 부상으로 죽는 적들과는 다르게 묘사되어있다. 영화가 전하는 전반적인 메시지
에 비추어볼 때, 적들이 쓰러져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끊이지 않는
폭력과 부조리의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 권력의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설국열차에서 권력의 상부구조는 앞쪽 칸, 그 중에서도 윌포드가 머물고 있는 맨 앞 칸이
고, 하부구조는 꼬리칸이다.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즉 앞쪽 칸에 종속되는 꼬리칸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였던 길리엄이다. 커티스가 혁명을 계
획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 꼬리칸 사람들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었던 길리엄이 사실
은 독재자 윌포드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실제로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 2 -
제공했던 정보들은 윌포드가 길리엄에게 전해준 것이었으며, 커티스의 혁명 군단이 중간 칸까
지 갔을 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얘기한 것도 길리엄이었다. 이는 더 나은 미
래와 희생을 포기하고 현 체제에 순응하라는 제안인 것이다. 또한 길리엄의 존재는 독재 권력
이 열자 아주 깊숙이까지 침투되어 있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권력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관계는 주인공 커티스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려진다. 영화 후
반부에서 윌포드의 설득에 흔들리는 커티스의 모습은 독재 권력이라는 상부구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하부구조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기제로 사용된다. 드디어 윌포드를 만나게 된 커
티스는 열차의 거대 엔진 앞에서 윌포드의 설득을 들은 후 약간의 동조 낌새를 보인다. 이러
한 모습은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한 말에서도 암시된다. 길리엄은 커티스에게 윌포드의 만나면
그의 말을 듣지 말고 바로 죽이라고 한다. 그의 발언은 길리엄이 아마도 과거에 윌포드에 의
해 설득되어 열차의 시스템에 복종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 때는 혁명을 꿈꾸던 지
도자에서 현실과 타협하게 된 그의 모습은 권력의 상부구조가 가지는 논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는 관객들이 인간 사회에서의 독재 권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
지는 것이다. 윌포드 독재의 최대 피해자이자 혁명의 지도자인 커티스가 흔들리는 모습은 무
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엄청난 상부의 권력 앞에 이성과 꿈을 되찾지 않는다면 독재 권력의
악순환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2. 불평등을 야기하는 수평적 계층화
1) 자본의 분배 문제에 따른 수평적 계층화
“누구도 신발을 머리 위로 쓰진 않는다. 신발은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애초부터 자리는 정해
져있어. 나는 애초부터 앞좌석. 당신네들은 꼬리칸! 당신들의 위치를 잘 알라고! 당신들 자리나 지
켜!”

이 대사는 설국열차의 2인자인 메이슨이 꼬리칸 사람들을 향한 연설에서 한 말로써 열차의
계급화 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이기도 하다.
영화에 나타나는 수평적 계층화의 현상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수평적으로 배치된 열차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노예제가 폐지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피라미드형 구조로 설명되었던 수직적인 계층화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계층이 존재한다. 이러한 계층은 과거의 계층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계층화에서 비롯된다. 각 계층이 가시적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누어져
있는 대신 서로 똑같은 지위에서 알게 모르게 자원을 차등적으로 분배받는 수평적 계층화 현
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로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각 개인 혹은 사회에 장치된 부
품에서는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한다. 오늘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본이다. 설국열차에서
도 각 칸을 구별 짓는 가장 수단 또한 자본이다. 이는 빙하기 이전의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
던 불평등하게 분배된 자본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열차의 세계가 제2의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윌포드wilford라는 이름이다. 그의 이름에는 ford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 단어는 자본주의적 지배를 견고화시킨 포드주의를 연상시킨다. 윌포
드가 빙하기가 오기 훨씬 전부터 열차와 선로를 만들었다는 것 또한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포
드주의와 연관될 수 있다.

- 3 -
이에 덧붙여 단백질 블록은 불평등한 자본 분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재이다. 단백질 블
록은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으로서 생명 유지만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
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생존방식라고 하는 식량에서조차 계층에 따른 차등적 분배가 나타
난다. 꼬리칸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블록은 영화 중반부에서 바퀴벌레들로 만들어짐이 드러난
다.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블록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무리수라고 하
지만 이는 우리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조금만 더 주
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난민들의 상
황이 꼬리칸 사람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세뇌 교육에 의해 존속되는 수평적 계층화
위에 언급된 수평적으로 계급화된 현상을 존속시키는 방법은 앞쪽 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에서의 세뇌 교육이다. 교육은 현 시스템을 만든 윌포드를 영웅화시키고 윌포드의 지배체제를
찬양하는 등 각 칸에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자원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통제 수단이며 동시에 통제에 필요한 사상을 세뇌
시키는 과정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빈민을 향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인 죄책감을
제거하는 것이며 윌포드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뇌 교육은 존재한다. 독재 권력의 국가에서는 정권에 대한 세뇌 교육이 직접
적으로 이루지지만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에서도 은밀한 세뇌 교육은 존재한다. 선진국의 체제
유지 교육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은 미디어를 단순히 오락거리 혹은 정보
수집용으로 인식하여 무비판적으로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난민들의 생활과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기는 하지만 난민과 기근 문제가 국제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는 언급하지 않는다.
즉, 감정에 호소하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일으킬 수 있는 변화는 소수 양심적인 개인들의 기
부뿐인 것이다.

3. 사회적 약자의 생명력
1)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의 생존
영화에서 최후의 생존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아이들 요나와 티미이다. 주인공 커티스를
비롯하여 혁명의 주도자들이자 설국열차 체제의 기득권 세력인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이
살아남았다. 마지막이자 최초의 인류가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인 것이다. 이는 미국 영화
의 흔한 영웅주의와는 반대된다. 영웅주의식 미국 영화에서는 미국인 영웅이 전세계를 구하는
과정이 화려하게 그려지지만 <설국열차>에서의 영웅은 그 어떤 세계적 영화에서도 다루어지
지 않았던 동양인과 흑인이다. 과연 백인 감독이었다면 이러한 결말이 가능했을까? <설국열
차>의 결말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백인우월우의에 대한 반란 제기이자 더 나아
가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북극곰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북극곰의
등장은 허무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빠진 북극곰을 등장
시킴으로써 기존 사회의 희생물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생명을 의미한다. 윌포드 권
력은 사람들에게 밖에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협박하며 열차 외부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고 사람들을 세뇌시켜왔다. 하지만 북극곰의 등장은 그러한 협박을 반박하는 것으로 제기된

- 4 -
것이다. 또한 남궁민수가 십여 년 간 비행기 위의 눈이 녹는 것을 보며 빙하기가 끝나고 있다
고 얘기한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의 결말은 오늘날 사회의 주류세력에 편입되지 못하는 생명체들을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묘사함으로써 색다른 희망을 제시한다.

2)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능력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아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살아남은 그들 또한 힘 있는
어른들이 아닌 나약한 아이들이다. 먼저 아는 세상이라곤 설국열차뿐인 17세 요나는 투시력을
가지고 있다. 요나의 투시력은 혁명 군단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녀의
투시력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을 것이며 커티스 또한 한 평도 되지 않는 열차
밑바닥에서 일하는 티미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에는 길리엄과 같이 윌포드의 독재와 타협했을
지 모른다. 다음으로, 티미는 열차의 밑바닥에 갇혀 끊임없이 엔진에 석탄을 공급하는 단순한
일회성의 동작을 한다. 영화 속에서 열차를 작동시키는 데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필수적인 역
할을 한다. 엔진을 가동시키고 석탄을 투입하는 등의 임무는 아이들이 맡는다. 영화 속의 아
이들의 노동 착취는 아동 노동력 활용의 나쁜 예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다른 시선에서 바라
본다면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최후 생존자인 요나와 티미는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자 시작으로서 열차, 즉 기존에
그들을 억압하던 세계에서 탈출한다. 영화의 결말이 원래 혁명 군단의 목표대로 커티스가 새
로운 지도자가 되어 열차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
만 망설임 없이 열차를 폭발시킴으로써 기존 부당한 권력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아이들을 통
해

과거와 현재의 지배 체제에서 탈출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

한다.

Ⅲ. 결론
1.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바
그렇다면 영화 <설국열차>가 궁극적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영화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무언가 명확한 답과 결론을 제시하길 바라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열차 폭발
이라는 결말에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은 항상 수수께끼와 같은 퍼즐을
정확하게 풀지 않고 의문을 남겨두는 영화들이었고 그게 매혹적이었다.1) 영화가 다루는 소재
가 약간의 정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는 관객들에게 앞서 이야기되었던
상징물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그동안
묵인해왔던 문제들을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 열차의 붕괴, 즉 현 체제의
탈피라는 다소 급진적인 결말을 통해 나름의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탈출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1) 강준상(2013), 「<설국열차> 이 영화의 생존 방식」, 『월간 한국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p.44.

- 5 -
2. 관객들의 반응
“이 영화는 투모로우처럼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내용을 억지로 주장하고 있다.… 대체 뭐가
무겁고 냉철한 메시지란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인류멸종인가? 마지막에 북극곰에
잡아먹히고 새드엔딩?”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과 소위 상위계층에 대한 증오와 함께 스펀지처럼 몰입이 된 것처럼 오랫
동안 이 영화를 구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았
다. 이 영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스탭들과 배우들을 위해 박수를 보낸다.”

위의 두 구절은 영화 <설국열차>를 향한 관객들의 상반된 평점을 보여준다. 흔히 이 영화
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평을 받는다. 한편, 프랑스에서 영화 <설국열차>는 다소 다른
반응을 얻는다. <설국열차> 영화의 원작이 프랑스 만화이고 출연 배우들이 워낙 유명한 배우
들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영화 메시지 측면에서도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설국열차>
의 언론 시사 후 뜨거운 박수갈채와 찬사가 쏟아졌으며, 이는 프랑스 언론시사에서는 이례적
인 반응으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2)고 한다. 이는 영화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객들 의
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소재 선택,
촬영 기법 등에서의 선호도 차이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선호도는 다
르지만 평론가, 기자들뿐 아니라 블로그와 SNS의 수많은 관객들이 파악하는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풍문으로 다 알만한 내용
들, 즉, 계급대립에 대한 개념과 구도로 읽는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는 계급대
립 구도와, 평론가들이 복잡하게 접근하는 <설국열차>의 분석과 비평이 크게 다르지 않다.3)
영화로부터 끌어내는 사회적 담론이 비슷하다고 할 때,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갈리는 것
은 사회 현실 논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3. 영화에 대한 비판점
영화를 향한 호불호의 주된 이유가 <설국열차>의 스토리 그 자체와, 스토리텔링이었음은 주
지의 사실이다. 평면적인 소재 및 주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단선적일 수밖에 없는 플롯, 영상
에 의한 처리가 아니라 캐릭터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영화의 메시지와 이데올로
기, 다소는 작위적이면서도 모호하다는 논란을 야기시킨 열린 결말 등이 크고 작은 흠들로 지
목됐고 흥행 및 비평에도 악재로 작용했다.4)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선호도와 성
향을 더 잘 파악했다면 관객들의 동의를 더 잘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2)

남혜연, 〈900만 '설국열차', 프랑스에서도 폭발적인 반응!〉, 《스포츠서울》, 2013. 9.
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234088.htm 2013. 12. 13.
3) 강준상, 앞의 책, p.44
4) 전찬일(2013), 「설국열차의 메시지와 흥행이란 변수」, 『공연과 리뷰』, 현대미학사, pp.217-218.

- 6 -

5,
참고문헌

강성률(2013), 「<설국열차〉가 재현한 계급투쟁이 그렇게 거북한가?」, 『플랫폼』, 인천문화재단
강준상(2013), 「<설국열차> 이 영화의 생존 방식」, 『월간 한국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연승(2007), 「봉준호,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 『씨네포럼』,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전찬일(2013), 「설국열차의 메시지와 흥행이란 변수」, 『공연과 리뷰』, 현대미학사
발터 벤야민(1936),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최성만(역), (서울:도서출판 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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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13학년도 제2학기 우리말과 글쓰기 기말과제_문화비평문 설국열차의 세계가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과 일말의 희망 - 영화 <설국열차> - 담당교수님: 조경하 교수님 수업시간: 월6, 수5 교육공학과 1346013 서희림  제출일: 2013년 12월 16일
  • 2. 목 Ⅰ. 차 서론 1. 영화 <설국열차> 줄거리와 등장인물 2. 감독 봉준호 Ⅱ. 영화 속 현실적인 문제들과 희망의 메시지 1. 권력의 부조리 1) 독재의 폭력성 2) 권력의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2. 불평등을 야기하는 수평적 계층화 1) 자본의 분배 문제에 따른 수평적 계층화 2) 세뇌 교육에 의해 존속되는 수평적 계층화 3. 사회적 약자의 생명력 1)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의 생존 2)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능력 Ⅲ. 결론 1. 영화가 궁극적으로 관객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바 2. 관객들의 반응 3. 영화에 대한 비판점 참고문헌
  • 3. Ⅰ. 서론 1. 영화 <설국열차> 줄거리와 등장인물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으로 대기에 화학물질을 살포한 이후 지구에 의도치 않은 빙하기가 찾아온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지역이 된 설국열차는 17년 째 끝없는 궤도를 달리며 마지막 남 은 인류를 보호한다. 비록 열차이긴 하지만 설국열차의 세계 또한 하나의 인류 공동체이기에, 모든 인간 사회에 계급이 존재해왔듯이 설국열차에도 열차의 각 칸에 서로 다른 계급과 지위 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head’라고 일컬어지는 앞쪽 칸의 사람들은 중세시대 유럽 귀족을 연 상케 하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만, 그와 반대로 ‘tail’이라고 일컬어지는 꼬리칸의 사람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며 빈민과 같은 생활을 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어떠한 기준에 따라서 각 칸에 배정되었는지는 영화 속에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설국열차의 2인자 메이슨의 연 설을 통해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무단으로 열차에 침입한 사람들이 꼬리칸 사람들이라는 것 이 잠시 언급될 뿐이다. 열차가 무한한 궤도를 달린 지 17년 째 되던 시점, 꼬리칸의 젊은 지 도자 커티스는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부당한 대우에 반발하는 혁명을 일으킨다. 젊은 혁명가들의 최종 목적은 이 열차의 일인자 윌포드를 죽이고 꼬리칸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 이다. 각 칸의 경계가 두꺼운 철문과 군인들에 의해 삼엄하게 경비되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용 할 수 있는 모든 무력을 동원하여 앞쪽 칸을 향해 달려 나간다. 모든 혁명이 그러하듯이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치러진다. 뿐만 아니라 꼬리칸 사람들이 17년간 지속되어 온 독재 권 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독재 권력의 특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 커티스 와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만이 윌포드가 있는 곳까지 다다른다. 마지막으 로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좌절하려던 커티스 앞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며 그에게 윌포 드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분노에 사로잡힌 커티스와 침착한 윌포드의 대화가 이어 지고 윌포드는 커티스에게 그의 뒤를 이을 지도자의 자리를 제안한다. 커티스는 그의 제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꼬리칸 타냐의 아들 티미가 열차 아래 뜨거운 불 속에서 노 동하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처음 가졌던 목표를 생각해낸다. 그렇지만 영화의 결말은 열차의 폭발이다. 커티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죽고 커티스와 남궁민수의 보호에 의해 요나와 티 미만이 살아남는다. 2. 감독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2003년의 <살인의 추억>과 2010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이라는 영화 를 통해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두 작품 모두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띤다. <살인의 추 억>은 1986년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 공권력의 무능력함을 드러내는 사회 고발성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괴물>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점이 있는데, 주한미 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무단방류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사건을 통해 반미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무능력함을 꼬집기도 하였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영 화라는 예술 장르의 정치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설국열차>에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성격의 사회고발이 나타난다. 이 영화에서 그가 고발하는 사회 현실은 비단 한 국가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자본주의에 의해 심화된 - 1 -
  • 4. 문제이다. 비록 실제사건을 모티프로 한 점은 없지만 현대사회에서 기득권층이 아닌 평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Ⅱ. 영화 속 현실적인 문제들과 희망의 메시지 1. 권력의 부조리 1) 독재의 폭력성 영화 <설국열차>에서 독재의 폭력성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결말까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영화 내용 전체가 폭력이라는 도구로 묘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 화에는 고문부터 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등장한다. 폭력은 열차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강력한 수단과 동시에 또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의 역할을 한다. 커티스 주도의 꼬 리칸의 혁명이 바로 ‘또다른 폭력’인데 이러한 폭력은 윌포드의 ‘인구조절’이라는 정책 아래에 서 일정 부분 용인된다. 이렇듯 폭력은 열차 전체를 통제하는 공격 및 방어기제로 사용된다. 이러한 폭력들은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대로 상징물을 통해 자세하게 묘사되는데 부당한 재 판에 의한 잔인한 형벌, 끊임없이 요나를 쫓는 요원 등이 그에 해당한다. 먼저 열차 안의 윌포드의 체계적인 독재 시스템 아래에 재판과 그에 따른 형벌이 존재한다. 영화에 나타난 두 가지 형벌은 관 크기만 한 서랍에 갇히는 것과 팔을 얼린 후 절단하는 것이 다. 남궁민수는 크로놀을 탐닉한 죄로 감옥에 갇히고, 꼬리칸의 한 아버지는 앞쪽 칸 사람들 이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가자 반항한 죄로 팔을 절단 당하는 죗값을 받았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한 기준에 의한 지나치게 가혹한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재 권력의 사 법 권력 남용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에도 몇몇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다. 영화에 나타난 사 법은 사법 권력이 기득권층에 편입되면서 나타나는 ‘법 앞의 불평등’ 문제를 꼬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열차에는 열차의 2인자 메이슨을 비롯하여 윌포드의 하수인으로서 폭력성이 의인화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 폭력의 끊임없는 반복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 끝까지 요나를 쫓는 검은 양복을 입은 요원이다. 검은 양복의 요원은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다시 일어나 끝까 지 요나를 쫓는다. 같은 편을 죽이고 열차의 창문에 총을 쏘면서까지 요나를 향한 검은 양복 요원의 집착은 관객들로 하여금 폭력의 두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여느 다른 영화 에서 한 번의 부상으로 죽는 적들과는 다르게 묘사되어있다. 영화가 전하는 전반적인 메시지 에 비추어볼 때, 적들이 쓰러져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끊이지 않는 폭력과 부조리의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 권력의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설국열차에서 권력의 상부구조는 앞쪽 칸, 그 중에서도 윌포드가 머물고 있는 맨 앞 칸이 고, 하부구조는 꼬리칸이다. 상부구조에 종속되는 하부구조, 즉 앞쪽 칸에 종속되는 꼬리칸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였던 길리엄이다. 커티스가 혁명을 계 획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주고 꼬리칸 사람들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었던 길리엄이 사실 은 독재자 윌포드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실제로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 2 -
  • 5. 제공했던 정보들은 윌포드가 길리엄에게 전해준 것이었으며, 커티스의 혁명 군단이 중간 칸까 지 갔을 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얘기한 것도 길리엄이었다. 이는 더 나은 미 래와 희생을 포기하고 현 체제에 순응하라는 제안인 것이다. 또한 길리엄의 존재는 독재 권력 이 열자 아주 깊숙이까지 침투되어 있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권력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관계는 주인공 커티스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려진다. 영화 후 반부에서 윌포드의 설득에 흔들리는 커티스의 모습은 독재 권력이라는 상부구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하부구조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기제로 사용된다. 드디어 윌포드를 만나게 된 커 티스는 열차의 거대 엔진 앞에서 윌포드의 설득을 들은 후 약간의 동조 낌새를 보인다. 이러 한 모습은 길리엄이 커티스에게 한 말에서도 암시된다. 길리엄은 커티스에게 윌포드의 만나면 그의 말을 듣지 말고 바로 죽이라고 한다. 그의 발언은 길리엄이 아마도 과거에 윌포드에 의 해 설득되어 열차의 시스템에 복종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 때는 혁명을 꿈꾸던 지 도자에서 현실과 타협하게 된 그의 모습은 권력의 상부구조가 가지는 논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는 관객들이 인간 사회에서의 독재 권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 지는 것이다. 윌포드 독재의 최대 피해자이자 혁명의 지도자인 커티스가 흔들리는 모습은 무 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엄청난 상부의 권력 앞에 이성과 꿈을 되찾지 않는다면 독재 권력의 악순환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2. 불평등을 야기하는 수평적 계층화 1) 자본의 분배 문제에 따른 수평적 계층화 “누구도 신발을 머리 위로 쓰진 않는다. 신발은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애초부터 자리는 정해 져있어. 나는 애초부터 앞좌석. 당신네들은 꼬리칸! 당신들의 위치를 잘 알라고! 당신들 자리나 지 켜!” 이 대사는 설국열차의 2인자인 메이슨이 꼬리칸 사람들을 향한 연설에서 한 말로써 열차의 계급화 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사이기도 하다. 영화에 나타나는 수평적 계층화의 현상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인 수평적으로 배치된 열차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노예제가 폐지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피라미드형 구조로 설명되었던 수직적인 계층화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계층이 존재한다. 이러한 계층은 과거의 계층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계층화에서 비롯된다. 각 계층이 가시적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누어져 있는 대신 서로 똑같은 지위에서 알게 모르게 자원을 차등적으로 분배받는 수평적 계층화 현 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로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각 개인 혹은 사회에 장치된 부 품에서는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한다. 오늘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본이다. 설국열차에서 도 각 칸을 구별 짓는 가장 수단 또한 자본이다. 이는 빙하기 이전의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 던 불평등하게 분배된 자본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열차의 세계가 제2의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윌포드wilford라는 이름이다. 그의 이름에는 ford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 단어는 자본주의적 지배를 견고화시킨 포드주의를 연상시킨다. 윌포 드가 빙하기가 오기 훨씬 전부터 열차와 선로를 만들었다는 것 또한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포 드주의와 연관될 수 있다. - 3 -
  • 6. 이에 덧붙여 단백질 블록은 불평등한 자본 분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재이다. 단백질 블 록은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으로서 생명 유지만을 위한 최소한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 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생존방식라고 하는 식량에서조차 계층에 따른 차등적 분배가 나타 난다. 꼬리칸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블록은 영화 중반부에서 바퀴벌레들로 만들어짐이 드러난 다. 많은 사람들이 단백질 블록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무리수라고 하 지만 이는 우리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조금만 더 주 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난민들의 상 황이 꼬리칸 사람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세뇌 교육에 의해 존속되는 수평적 계층화 위에 언급된 수평적으로 계급화된 현상을 존속시키는 방법은 앞쪽 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에서의 세뇌 교육이다. 교육은 현 시스템을 만든 윌포드를 영웅화시키고 윌포드의 지배체제를 찬양하는 등 각 칸에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자원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른 정당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통제 수단이며 동시에 통제에 필요한 사상을 세뇌 시키는 과정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빈민을 향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인 죄책감을 제거하는 것이며 윌포드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뇌 교육은 존재한다. 독재 권력의 국가에서는 정권에 대한 세뇌 교육이 직접 적으로 이루지지만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에서도 은밀한 세뇌 교육은 존재한다. 선진국의 체제 유지 교육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은 미디어를 단순히 오락거리 혹은 정보 수집용으로 인식하여 무비판적으로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난민들의 생활과 환경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기는 하지만 난민과 기근 문제가 국제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는 언급하지 않는다. 즉, 감정에 호소하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일으킬 수 있는 변화는 소수 양심적인 개인들의 기 부뿐인 것이다. 3. 사회적 약자의 생명력 1)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의 생존 영화에서 최후의 생존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아이들 요나와 티미이다. 주인공 커티스를 비롯하여 혁명의 주도자들이자 설국열차 체제의 기득권 세력인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이 살아남았다. 마지막이자 최초의 인류가 백인이 아닌 동양인과 흑인인 것이다. 이는 미국 영화 의 흔한 영웅주의와는 반대된다. 영웅주의식 미국 영화에서는 미국인 영웅이 전세계를 구하는 과정이 화려하게 그려지지만 <설국열차>에서의 영웅은 그 어떤 세계적 영화에서도 다루어지 지 않았던 동양인과 흑인이다. 과연 백인 감독이었다면 이러한 결말이 가능했을까? <설국열 차>의 결말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백인우월우의에 대한 반란 제기이자 더 나아 가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덧붙여,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북극곰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북극곰의 등장은 허무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빠진 북극곰을 등장 시킴으로써 기존 사회의 희생물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생명을 의미한다. 윌포드 권 력은 사람들에게 밖에 나가면 얼어 죽는다고 협박하며 열차 외부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고 사람들을 세뇌시켜왔다. 하지만 북극곰의 등장은 그러한 협박을 반박하는 것으로 제기된 - 4 -
  • 7. 것이다. 또한 남궁민수가 십여 년 간 비행기 위의 눈이 녹는 것을 보며 빙하기가 끝나고 있다 고 얘기한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영화의 결말은 오늘날 사회의 주류세력에 편입되지 못하는 생명체들을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묘사함으로써 색다른 희망을 제시한다. 2)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능력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아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살아남은 그들 또한 힘 있는 어른들이 아닌 나약한 아이들이다. 먼저 아는 세상이라곤 설국열차뿐인 17세 요나는 투시력을 가지고 있다. 요나의 투시력은 혁명 군단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녀의 투시력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을 것이며 커티스 또한 한 평도 되지 않는 열차 밑바닥에서 일하는 티미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에는 길리엄과 같이 윌포드의 독재와 타협했을 지 모른다. 다음으로, 티미는 열차의 밑바닥에 갇혀 끊임없이 엔진에 석탄을 공급하는 단순한 일회성의 동작을 한다. 영화 속에서 열차를 작동시키는 데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필수적인 역 할을 한다. 엔진을 가동시키고 석탄을 투입하는 등의 임무는 아이들이 맡는다. 영화 속의 아 이들의 노동 착취는 아동 노동력 활용의 나쁜 예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 다른 시선에서 바라 본다면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인류의 최후 생존자인 요나와 티미는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자 시작으로서 열차, 즉 기존에 그들을 억압하던 세계에서 탈출한다. 영화의 결말이 원래 혁명 군단의 목표대로 커티스가 새 로운 지도자가 되어 열차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 만 망설임 없이 열차를 폭발시킴으로써 기존 부당한 권력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아이들을 통 해 과거와 현재의 지배 체제에서 탈출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 한다. Ⅲ. 결론 1.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끌어내고자 하는 바 그렇다면 영화 <설국열차>가 궁극적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영화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무언가 명확한 답과 결론을 제시하길 바라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열차 폭발 이라는 결말에 허무함을 느낄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은 항상 수수께끼와 같은 퍼즐을 정확하게 풀지 않고 의문을 남겨두는 영화들이었고 그게 매혹적이었다.1) 영화가 다루는 소재 가 약간의 정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는 관객들에게 앞서 이야기되었던 상징물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그동안 묵인해왔던 문제들을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 열차의 붕괴, 즉 현 체제의 탈피라는 다소 급진적인 결말을 통해 나름의 해결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탈출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1) 강준상(2013), 「<설국열차> 이 영화의 생존 방식」, 『월간 한국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p.44. - 5 -
  • 8. 2. 관객들의 반응 “이 영화는 투모로우처럼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내용을 억지로 주장하고 있다.… 대체 뭐가 무겁고 냉철한 메시지란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인류멸종인가? 마지막에 북극곰에 잡아먹히고 새드엔딩?”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과 소위 상위계층에 대한 증오와 함께 스펀지처럼 몰입이 된 것처럼 오랫 동안 이 영화를 구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았 다. 이 영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스탭들과 배우들을 위해 박수를 보낸다.” 위의 두 구절은 영화 <설국열차>를 향한 관객들의 상반된 평점을 보여준다. 흔히 이 영화 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평을 받는다. 한편, 프랑스에서 영화 <설국열차>는 다소 다른 반응을 얻는다. <설국열차> 영화의 원작이 프랑스 만화이고 출연 배우들이 워낙 유명한 배우 들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영화 메시지 측면에서도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설국열차> 의 언론 시사 후 뜨거운 박수갈채와 찬사가 쏟아졌으며, 이는 프랑스 언론시사에서는 이례적 인 반응으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2)고 한다. 이는 영화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객들 의 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소재 선택, 촬영 기법 등에서의 선호도 차이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선호도는 다 르지만 평론가, 기자들뿐 아니라 블로그와 SNS의 수많은 관객들이 파악하는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풍문으로 다 알만한 내용 들, 즉, 계급대립에 대한 개념과 구도로 읽는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는 계급대 립 구도와, 평론가들이 복잡하게 접근하는 <설국열차>의 분석과 비평이 크게 다르지 않다.3) 영화로부터 끌어내는 사회적 담론이 비슷하다고 할 때,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갈리는 것 은 사회 현실 논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3. 영화에 대한 비판점 영화를 향한 호불호의 주된 이유가 <설국열차>의 스토리 그 자체와, 스토리텔링이었음은 주 지의 사실이다. 평면적인 소재 및 주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단선적일 수밖에 없는 플롯, 영상 에 의한 처리가 아니라 캐릭터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영화의 메시지와 이데올로 기, 다소는 작위적이면서도 모호하다는 논란을 야기시킨 열린 결말 등이 크고 작은 흠들로 지 목됐고 흥행 및 비평에도 악재로 작용했다.4)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선호도와 성 향을 더 잘 파악했다면 관객들의 동의를 더 잘 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2) 남혜연, 〈900만 '설국열차', 프랑스에서도 폭발적인 반응!〉, 《스포츠서울》, 2013. 9. 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234088.htm 2013. 12. 13. 3) 강준상, 앞의 책, p.44 4) 전찬일(2013), 「설국열차의 메시지와 흥행이란 변수」, 『공연과 리뷰』, 현대미학사, pp.217-218. - 6 - 5,
  • 9. 참고문헌 강성률(2013), 「<설국열차〉가 재현한 계급투쟁이 그렇게 거북한가?」, 『플랫폼』, 인천문화재단 강준상(2013), 「<설국열차> 이 영화의 생존 방식」, 『월간 한국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연승(2007), 「봉준호,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 『씨네포럼』,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전찬일(2013), 「설국열차의 메시지와 흥행이란 변수」, 『공연과 리뷰』, 현대미학사 발터 벤야민(1936),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최성만(역), (서울:도서출판 길, 2007) -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