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eShare a Scribd company logo
1 of 10
- 1 -
네팔 교육은 지진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
네팔교육현장 탐방기
박 영 대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 상임이사
돌랄갓의 돌랄레숄학교 교사들로부터 지진 피해 이후 학교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5년 4월 네팔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은 지난 7월 17일, 네팔의 강변학교와
산간마을학교를 찾아갔다. 이 두 학교는 네팔 수커워티재단(대표 미놋 목탄)을 통
해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에 학교 재건 지원을 요청한 학교들이다.
- 2 -
화장실부터 짓는 황당한 강변학교
처음 방문한 학교는 최대 지진 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카브레팔란촉지역 돌랄갓의
쉬리 돌랄레숄학교. 카트만두에서 불과 64km 떨어져 있고, 차로 2시간 남짓 걸리
는 읍에 있다. 큰 강을 끼고 시장이 형성된 읍내의 학교가 지진 이후 1년이 넘도록
재건되지 않았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예닐곱 명의 교사들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던 교장은 인사 소개가 끝나자마자 우리
에게 정부가 안전진단 이후 사용불가 판정을 내린 표지판부터 보여준다. 이 학교의
3개 건물 모두 사용금지 판정을 받았다. 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근 산간마을의 두
학교는 이미 국제NGO의 후원으로 학교 재건을 마쳤지만, 자기네 학교는 5년 안에
지어주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산간 오지의 학
교 재건부터 지원해온 국제NGO들의 사업방침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돌랄레숄학교의 초등과정 수업은 1년 넘게 학교와 맞붙은 마을회관 2층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마을회관이라고 해야 마을주민들이 돈이 모이는 대로 몇 년째 조금씩
초등과정 5개 학년의 약 180명이 함께 교실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회관 2층. 책상 1줄마다 1개
학년이 배우고, 평상에서는 1학년 수업이 이루어진다.
- 3 -
짓고 있는 작은 건물이고, 겨우 지붕만 있을 뿐 벽도 칸막이도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이곳에서 전교생 약 380명 중에서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약 180명의 학생들이 공부
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5개 학년이 함께 공부하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
다.
이 학교 학생의 90%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모래 채취와 골재용 돌 깨기로 생
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마지족’이다. 집안일을 돕느라 평소에도 출석률이 70% 수준
인데, 지진 이후 파행 수업이 계속되니 출석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교
재건이 시급한 상황인데, 네팔 정부는 교실이 아닌 화장실을 지으라고 예산 지원을
했단다. 이곳 교장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지만, 정부 지원금을 다
른 용도로 쓸 수 없기에 교실도 없는 학교에서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 자력으로 아직도 재건중인 산간학교
두 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신두팔촉지역 버따세의 쉬리 덕신칼리학교였다. 카트만두
에서 98km, 돌랄갓에서 34km 떨어진 곳이지만,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산악도로
마을주민 스스로 재건중인 버따세의 덕신칼리학교 교실. 뒤편 세 동의 교사(校舍)는 재건을 마친
상태이고, 사진 속의 3개 교실 재건 마무리와 별도의 1동 신축(교실 2개)이 필요하다.
- 4 -
로 가야 하니 2시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계단식 논으로 둘러싸인 학교에 도착하
니, 방학 중인 학교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잠시 후 우리의 도착을 보고 농사일
을 하던 교장이 쫓아왔다. 덕신칼리학교는 산간마을 학교이지만, 돌랄레숄학교보다
사정이 좀 나았다. 정부 지원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마을주민이 자력으로 학
교를 재건하고 있었다.
교사 4동 가운데 3동은 재건이 끝났다. 주민들이 돌을 모으고 시멘트를 사서 돌벽
을 쌓고, NGO의 지원으로 함석 벽을 두르는 방식이었다. 자력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농본기인 지금은 재건작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마지막 교사(校舍)의 교실 3개를 재
건해도 교실 2개가 부족한 상태였고, 네 칸 화장실은 전교생 262명과 교사 12명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플라스틱 물탱크가 폭우로 떠내려가 급수도 이루어지
지 않고 있었다.
주민 스스로 재건하는 학교여야
재건 중인 교실 옆에서 서서 교장과 주민 대표와 함께 학교 재건에 대해 의견을 나
교무실로 사용하는 재건중의 교실 내부. 벽은 함석으로 둘러있고, 비가 새는 걸 막느라 천장에
비닐이 쳐 놓았다.
- 5 -
누었다. 덕신칼리학교와 돌랄레숄학교 모두에게 학교 재건은 마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하고, 올마이키즈는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자재 구입과 기술자 제공 등을 돕
겠다고 약속했다. 두 학교 교장은 모두 이에 동의했다.
이 같은 주민 주체의 원칙은 엄홍길휴먼재단 네팔지부장으로서 16개의 휴먼스쿨을
지은 경험을 가진 박인규 전 지부장의 충고에 따른 것이었다. 네팔 방문에 앞서 만
난 박인규 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를 재건해
야만 재건 후에도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학교 운영에
서 건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부모와 주민의 관심과 참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은 네팔을 가난에서 구할 수 없어
네팔은 17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국민의 25%가 절대빈곤층이다. 국민 70%가 농업
에, 15%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데, GDP는 서비스업이 50%이고 농업이 33%이다
(2014년 통계). 그만큼 국가 경제에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네팔 최대 서점인 <엑타서점> 지하의 어린이 책 코너. 영어 책 일색이고, 구석에 놓인 3~4개의
책장에만 네팔어 어린이 책들이 있어서 영어교육을 중시하는 네팔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 6 -
실업률이 42%이니, 10명 중 4명은 실업자이다. 대량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제조
업이 전체 산업의 약 3%에 불과하기 때문에, 네팔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2015년 현재 총인구의 12% 수준인 약 350만 명의 네팔 사람
들이 해외에서 일한다고 한다.
이 같은 경제사정은 네팔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팔 학교는 크게 사립학
교와 공립학교로 나뉜다. 공립에 비해 사립학교 학비가 턱없이 비싸지만(최대 20
배), 형편만 되면 부모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사립학교에서는 영어
로 교육하지만, 공립학교에서는 네팔어로만 교육하기 때문이다. 영어 능력은 관광산
업과 해외취업 등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네팔의 학제는 10+2학년제이다. 초・중・고등학교가 별도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
통 12년 동안 하나의 학교에 다닌다.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3년, 고등과정은
2+2년이다. 고등과정 2년을 마치고 졸업시험(SLC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2 과정을 다녀야 한다. +2 과정의 전공은 진학하려는 대학에 따
라 다르다. 의대를 진학하려면 생물학을 선택해서 공부해야 하는 식이다. 대학 전공
네팔 거리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학교 광고를 볼 수 있다. 건물만 있으면 특별한 시설 투자
없어도 운영할 수 있는 사립학교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여겨진다.
- 7 -
은 취업과 고소득에 유리한 의학・간호학・공학 등이 인기이다.
네팔 정부는 올해 이 제도를 폐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게 12학년의 초・중・고등 학
제와 대학과정으로 구분하는 교육법을 통과시켰다. 해외유학 때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고, 20년 동안의 논란 끝에 이루어진 일
이라고 한다.
교육의 변화는 교사의 변화로부터
이러한 교육 현실을 생각한다면 카트만두의 미래의별학교는 아주 특별한 사립학교
이다. 한국 이주노동 뒤 귀향한 머노즈 교장이 설립한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지만
학비가 공립학교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다. 교육을 통해 네팔이 좀 더 평등하고 자
유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한국 등 해외 후원자의 도움으로 재건이 거의 마무리되어 뿔뿔이 흩어져
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신축 학교로 모이는 상황이다. 교실 하나는 올마이키즈의 지
사랑, 평등, 존중, 협력 등. 카트만두 미래의별학교 벽에는 학생들이 선정하고 직접 쓴 인간의
가치들이 적혀 있다. 사립학교이지만 평등을 꿈꾸는 이 학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 8 -
원으로 컴퓨터실로 꾸며질 계획이다. 원래 지진으로 파손된 학교 기물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학교 기물은 수리해서 쓰고 컴퓨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머노즈 교장은 네팔 교육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교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
다. 이번 네팔 방문에 앞서 만난 사람들과 네팔 현지에서 만난 교육 관계자들은 교
사 양성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네팔 교사의 평균 급여는 월 25,000루피(25만원) 수준으로 일반 직장에 비해 낮은
편이고 교사로서 자부심이 부족해서 이직이 잦다. 교육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정원
이 적어서 대학을 나오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 소규모 학교는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일도 많다. 그래도 교사 대부분 더 이상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립학교 교사는 매년 의무적으로 받는 교사
교육이 있지만, 교육수당을 받기 위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 양성을
위한 학교 자체 노력은 교사의 반발로 대부분 실패한다. 수업 개선을 위해 수업계
획서를 작성하라는 학교의 요구에 반발해 교사들이 집단 사표를 내는 일이 일어나
리드네팔이 발행한 네팔어 어린이 책. 사진 속 할아버지들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네팔 어린이
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6권을 펴냈고 2권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진 뒤의 지
도는 마을도서관 건립 현황 지도.
- 9 -
기도 했단다.
네팔 교육 현실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
아직도 네팔사회를 지배하는 신분질서와 교육 불평등으로 말미암아 네팔사회가 자
유와 평등의 사회로 나아갈 길은 멀기만 하다. 네팔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
나 기관도 없다. 양대 사립학교연합회가 있지만, 문제의 당사자가 스스로 이권을 포
기해가면서 네팔 교육을 바로잡을 리 없다. 교사단체는 각 정파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나마 올해부터는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이런 교육 현실이기에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 활동이 소중하다. 25년 동안
66개 마을도서관을 건립한 <리드네팔>(Read Nepal)도 그 중 하나이다. 창의적 생
각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학교 안이 아니라 마을에다 마을도서관을
지어 어린이, 여성 등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
고 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센터와 함께 신두팔촉지역의 임시학습센터 미술활동을
통해 어린이 대상의 정서지원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겟웰순네팔(Get Well Soon
미래의별학교의 기숙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다. 지금의 네팔 교육은 이 아이들에게
는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
- 10 -
Nepal)의 활동도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이 단체는 네팔 지진 직후에 미술치료 예
술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서, 앞으로 예술 교과가 전혀 없는 네팔 학교에 찾
아가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카트만두에서 운영 중인 공부방(St. Paul Edu Center)은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켜 조금이라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력
한다. 한국의 정성미 씨와 네팔의 서칫 로찬 자 변호사가 함께 설립한 <비욘드네
팔>(Beyond Nepal)은 인문사회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사립학교의 개교를 준
비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네팔 교육 현실에 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
를 거둘 수 없었다. 네팔 최대 서점인 <엑타서점>의 네팔 관련 전문서가에서도 네
팔 교육을 다룬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교육 관계자들에게 물었지만, 교육 관련 전문
연구자도 관련 연구 성과도 없다고 했다. 내가 만난 네팔 교육 관계자는 모두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네팔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네팔
교육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팔 교육에 대한 기초연구와 총체적
진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ore Related Content

Similar to 네팔 교육은 지진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130902 교육계포럼 106쪽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nkrefugee
 
학부모신문 290호
학부모신문 290호학부모신문 290호
학부모신문 290호경희 배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은영 김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은영 김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은영 김
 
Koica cambodia office ko
Koica cambodia office koKoica cambodia office ko
Koica cambodia office kokoicasroeu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학부모신문280호(20150105)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경희 배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은영 김
 
학부모신문 284호
학부모신문 284호학부모신문 284호
학부모신문 284호경희 배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은영 김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학부모신문276호(20140905)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은영 김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은영 김
 
학부모신문 288호
학부모신문 288호학부모신문 288호
학부모신문 288호경희 배
 
학부모신문 249호
학부모신문 249호학부모신문 249호
학부모신문 249호은영 김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은영 김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eduseoul2012
 
Lifeworldvol 4
Lifeworldvol 4Lifeworldvol 4
Lifeworldvol 4Jihae Moon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경희 배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학부모신문283호(20150401)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경희 배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은영 김
 

Similar to 네팔 교육은 지진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 (20)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130902 교육계포럼 106쪽
130902 교육계포럼 106쪽
 
학부모신문 290호
학부모신문 290호학부모신문 290호
학부모신문 290호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
학부모신문 265호입니다. (20131005)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
학부모신문 266호입니다. (20131105)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
학부모신문 275호입니다. (20140805)
 
Koica cambodia office ko
Koica cambodia office koKoica cambodia office ko
Koica cambodia office ko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학부모신문280호(20150105)
학부모신문280호(20150105)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
학부모신문 270호입니다. (20140305)
 
학부모신문 284호
학부모신문 284호학부모신문 284호
학부모신문 284호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
학부모신문 262호입니다. (20130705)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학부모신문276호(20140905)
학부모신문276호(20140905)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신문 261호입니다. (20130605)
 
학부모신문 288호
학부모신문 288호학부모신문 288호
학부모신문 288호
 
학부모신문 249호
학부모신문 249호학부모신문 249호
학부모신문 249호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
학부모신문 268호입니다. (20140105)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
서울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 이수호 공약집
 
Lifeworldvol 4
Lifeworldvol 4Lifeworldvol 4
Lifeworldvol 4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
참교육 학부모신문 297호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학부모신문283호(20150401)
학부모신문283호(20150401)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
[박근혜정부 교육정책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 자료집(20130204)
 

네팔 교육은 지진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

  • 1. - 1 - 네팔 교육은 지진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 네팔교육현장 탐방기 박 영 대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 상임이사 돌랄갓의 돌랄레숄학교 교사들로부터 지진 피해 이후 학교운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5년 4월 네팔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은 지난 7월 17일, 네팔의 강변학교와 산간마을학교를 찾아갔다. 이 두 학교는 네팔 수커워티재단(대표 미놋 목탄)을 통 해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에 학교 재건 지원을 요청한 학교들이다.
  • 2. - 2 - 화장실부터 짓는 황당한 강변학교 처음 방문한 학교는 최대 지진 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카브레팔란촉지역 돌랄갓의 쉬리 돌랄레숄학교. 카트만두에서 불과 64km 떨어져 있고, 차로 2시간 남짓 걸리 는 읍에 있다. 큰 강을 끼고 시장이 형성된 읍내의 학교가 지진 이후 1년이 넘도록 재건되지 않았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예닐곱 명의 교사들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던 교장은 인사 소개가 끝나자마자 우리 에게 정부가 안전진단 이후 사용불가 판정을 내린 표지판부터 보여준다. 이 학교의 3개 건물 모두 사용금지 판정을 받았다. 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인근 산간마을의 두 학교는 이미 국제NGO의 후원으로 학교 재건을 마쳤지만, 자기네 학교는 5년 안에 지어주겠다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산간 오지의 학 교 재건부터 지원해온 국제NGO들의 사업방침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돌랄레숄학교의 초등과정 수업은 1년 넘게 학교와 맞붙은 마을회관 2층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마을회관이라고 해야 마을주민들이 돈이 모이는 대로 몇 년째 조금씩 초등과정 5개 학년의 약 180명이 함께 교실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회관 2층. 책상 1줄마다 1개 학년이 배우고, 평상에서는 1학년 수업이 이루어진다.
  • 3. - 3 - 짓고 있는 작은 건물이고, 겨우 지붕만 있을 뿐 벽도 칸막이도 전혀 없는 상태이다. 이곳에서 전교생 약 380명 중에서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약 180명의 학생들이 공부 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5개 학년이 함께 공부하니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 다. 이 학교 학생의 90%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모래 채취와 골재용 돌 깨기로 생 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마지족’이다. 집안일을 돕느라 평소에도 출석률이 70% 수준 인데, 지진 이후 파행 수업이 계속되니 출석률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교 재건이 시급한 상황인데, 네팔 정부는 교실이 아닌 화장실을 지으라고 예산 지원을 했단다. 이곳 교장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지만, 정부 지원금을 다 른 용도로 쓸 수 없기에 교실도 없는 학교에서 화장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민 자력으로 아직도 재건중인 산간학교 두 번째로 방문한 학교는 신두팔촉지역 버따세의 쉬리 덕신칼리학교였다. 카트만두 에서 98km, 돌랄갓에서 34km 떨어진 곳이지만,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산악도로 마을주민 스스로 재건중인 버따세의 덕신칼리학교 교실. 뒤편 세 동의 교사(校舍)는 재건을 마친 상태이고, 사진 속의 3개 교실 재건 마무리와 별도의 1동 신축(교실 2개)이 필요하다.
  • 4. - 4 - 로 가야 하니 2시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계단식 논으로 둘러싸인 학교에 도착하 니, 방학 중인 학교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잠시 후 우리의 도착을 보고 농사일 을 하던 교장이 쫓아왔다. 덕신칼리학교는 산간마을 학교이지만, 돌랄레숄학교보다 사정이 좀 나았다. 정부 지원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마을주민이 자력으로 학 교를 재건하고 있었다. 교사 4동 가운데 3동은 재건이 끝났다. 주민들이 돌을 모으고 시멘트를 사서 돌벽 을 쌓고, NGO의 지원으로 함석 벽을 두르는 방식이었다. 자력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농본기인 지금은 재건작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마지막 교사(校舍)의 교실 3개를 재 건해도 교실 2개가 부족한 상태였고, 네 칸 화장실은 전교생 262명과 교사 12명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플라스틱 물탱크가 폭우로 떠내려가 급수도 이루어지 지 않고 있었다. 주민 스스로 재건하는 학교여야 재건 중인 교실 옆에서 서서 교장과 주민 대표와 함께 학교 재건에 대해 의견을 나 교무실로 사용하는 재건중의 교실 내부. 벽은 함석으로 둘러있고, 비가 새는 걸 막느라 천장에 비닐이 쳐 놓았다.
  • 5. - 5 - 누었다. 덕신칼리학교와 돌랄레숄학교 모두에게 학교 재건은 마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 하고, 올마이키즈는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자재 구입과 기술자 제공 등을 돕 겠다고 약속했다. 두 학교 교장은 모두 이에 동의했다. 이 같은 주민 주체의 원칙은 엄홍길휴먼재단 네팔지부장으로서 16개의 휴먼스쿨을 지은 경험을 가진 박인규 전 지부장의 충고에 따른 것이었다. 네팔 방문에 앞서 만 난 박인규 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를 재건해 야만 재건 후에도 학교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학교 운영에 서 건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부모와 주민의 관심과 참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은 네팔을 가난에서 구할 수 없어 네팔은 17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국민의 25%가 절대빈곤층이다. 국민 70%가 농업 에, 15%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데, GDP는 서비스업이 50%이고 농업이 33%이다 (2014년 통계). 그만큼 국가 경제에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네팔 최대 서점인 <엑타서점> 지하의 어린이 책 코너. 영어 책 일색이고, 구석에 놓인 3~4개의 책장에만 네팔어 어린이 책들이 있어서 영어교육을 중시하는 네팔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 6. - 6 - 실업률이 42%이니, 10명 중 4명은 실업자이다. 대량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제조 업이 전체 산업의 약 3%에 불과하기 때문에, 네팔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2015년 현재 총인구의 12% 수준인 약 350만 명의 네팔 사람 들이 해외에서 일한다고 한다. 이 같은 경제사정은 네팔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팔 학교는 크게 사립학 교와 공립학교로 나뉜다. 공립에 비해 사립학교 학비가 턱없이 비싸지만(최대 20 배), 형편만 되면 부모들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사립학교에서는 영어 로 교육하지만, 공립학교에서는 네팔어로만 교육하기 때문이다. 영어 능력은 관광산 업과 해외취업 등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네팔의 학제는 10+2학년제이다. 초・중・고등학교가 별도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보 통 12년 동안 하나의 학교에 다닌다. 초등과정 5년, 중등과정 3년, 고등과정은 2+2년이다. 고등과정 2년을 마치고 졸업시험(SLC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반드시 +2 과정을 다녀야 한다. +2 과정의 전공은 진학하려는 대학에 따 라 다르다. 의대를 진학하려면 생물학을 선택해서 공부해야 하는 식이다. 대학 전공 네팔 거리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학교 광고를 볼 수 있다. 건물만 있으면 특별한 시설 투자 없어도 운영할 수 있는 사립학교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여겨진다.
  • 7. - 7 - 은 취업과 고소득에 유리한 의학・간호학・공학 등이 인기이다. 네팔 정부는 올해 이 제도를 폐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게 12학년의 초・중・고등 학 제와 대학과정으로 구분하는 교육법을 통과시켰다. 해외유학 때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고, 20년 동안의 논란 끝에 이루어진 일 이라고 한다. 교육의 변화는 교사의 변화로부터 이러한 교육 현실을 생각한다면 카트만두의 미래의별학교는 아주 특별한 사립학교 이다. 한국 이주노동 뒤 귀향한 머노즈 교장이 설립한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지만 학비가 공립학교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다. 교육을 통해 네팔이 좀 더 평등하고 자 유로운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한국 등 해외 후원자의 도움으로 재건이 거의 마무리되어 뿔뿔이 흩어져 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신축 학교로 모이는 상황이다. 교실 하나는 올마이키즈의 지 사랑, 평등, 존중, 협력 등. 카트만두 미래의별학교 벽에는 학생들이 선정하고 직접 쓴 인간의 가치들이 적혀 있다. 사립학교이지만 평등을 꿈꾸는 이 학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 8. - 8 - 원으로 컴퓨터실로 꾸며질 계획이다. 원래 지진으로 파손된 학교 기물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학교 기물은 수리해서 쓰고 컴퓨터를 마련하기로 했다. 머노즈 교장은 네팔 교육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교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 다. 이번 네팔 방문에 앞서 만난 사람들과 네팔 현지에서 만난 교육 관계자들은 교 사 양성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네팔 교사의 평균 급여는 월 25,000루피(25만원) 수준으로 일반 직장에 비해 낮은 편이고 교사로서 자부심이 부족해서 이직이 잦다. 교육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정원 이 적어서 대학을 나오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 소규모 학교는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일도 많다. 그래도 교사 대부분 더 이상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립학교 교사는 매년 의무적으로 받는 교사 교육이 있지만, 교육수당을 받기 위해서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 양성을 위한 학교 자체 노력은 교사의 반발로 대부분 실패한다. 수업 개선을 위해 수업계 획서를 작성하라는 학교의 요구에 반발해 교사들이 집단 사표를 내는 일이 일어나 리드네팔이 발행한 네팔어 어린이 책. 사진 속 할아버지들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네팔 어린이 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6권을 펴냈고 2권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사진 뒤의 지 도는 마을도서관 건립 현황 지도.
  • 9. - 9 - 기도 했단다. 네팔 교육 현실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 아직도 네팔사회를 지배하는 신분질서와 교육 불평등으로 말미암아 네팔사회가 자 유와 평등의 사회로 나아갈 길은 멀기만 하다. 네팔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체 나 기관도 없다. 양대 사립학교연합회가 있지만, 문제의 당사자가 스스로 이권을 포 기해가면서 네팔 교육을 바로잡을 리 없다. 교사단체는 각 정파별로 구성되어 있고, 그나마 올해부터는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이런 교육 현실이기에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대안적 활동이 소중하다. 25년 동안 66개 마을도서관을 건립한 <리드네팔>(Read Nepal)도 그 중 하나이다. 창의적 생 각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학교 안이 아니라 마을에다 마을도서관을 지어 어린이, 여성 등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 고 있다. 아름다운커피 네팔센터와 함께 신두팔촉지역의 임시학습센터 미술활동을 통해 어린이 대상의 정서지원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겟웰순네팔(Get Well Soon 미래의별학교의 기숙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다. 지금의 네팔 교육은 이 아이들에게 는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
  • 10. - 10 - Nepal)의 활동도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이 단체는 네팔 지진 직후에 미술치료 예 술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서, 앞으로 예술 교과가 전혀 없는 네팔 학교에 찾 아가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가 카트만두에서 운영 중인 공부방(St. Paul Edu Center)은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켜 조금이라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노력 한다. 한국의 정성미 씨와 네팔의 서칫 로찬 자 변호사가 함께 설립한 <비욘드네 팔>(Beyond Nepal)은 인문사회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사립학교의 개교를 준 비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네팔 교육 현실에 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 를 거둘 수 없었다. 네팔 최대 서점인 <엑타서점>의 네팔 관련 전문서가에서도 네 팔 교육을 다룬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교육 관계자들에게 물었지만, 교육 관련 전문 연구자도 관련 연구 성과도 없다고 했다. 내가 만난 네팔 교육 관계자는 모두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네팔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네팔 교육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네팔 교육에 대한 기초연구와 총체적 진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