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eShare a Scribd company logo
1 of 7
연극의 이해 REPORT
부산 국제 연극제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 ‘욕망의 조각들’
05.19.Thu
남현주 교수님
광고홍보학과
2009894030 이슬비
▲엄마의 마지막 편지
[첫 번째]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한국) -2011.05.03 6:00p.m.공연
과제를 하려고 어떤 연극을 볼 지 알아보던 중, 부산국제연극제가 5월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부에서 하는 연극은 비싸기도 하고, 장르도 로맨틱 코미디가
대부분이여서 국제연극제에서 더 저렴하고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상연될
작품들 중 두 가지 꼽아두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선택한 연극은 바로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였다.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자면, 10년 전 홀연히 집을 나간 엄마 ‘정숙’이 죽어서
10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오고, 정숙의 딸인 내가 엄마의 지난 10년과 엄마의 어린 시절까
지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연극은 ‘관객 참여형 로드플레이’ 형식으로 무대와 관객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관객
이 배우가 되어 직접 극에 참여하게 되는 형태를 갖춰 기존의 연극들과는 전혀 다른, 완전
히 새로운 연극이었다. 공연장에 가자, 스텝들이 수면양말과 몸뻬바지를 주면서 이것을 입
고 극에 참여하라고 할 때부터 그 말이 실감이 났다. 그러고서 다섯 명의 관객들이 함께 내
려가 엄마 정숙씨의 자녀들이 되어 복도에 앉아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엄마와 실뜨기를 하
면서 관객들이 빠르게 극에 적응해 함께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다들
숨겨진 연기 혼(?)을 드러내기에 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명씩 머리
에 핀을 꽂고 진짜 공연장 안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극에 몰입하게 되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는 엄마의 얼굴을 직접 그려본다. 그리고는 무수히 많은 벽과 길, 세트로 이루어
진 공연장 구석구석을 걸어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되는데,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
날 밤의 기억과 엄마가 죽어 화장된 채 가족들 앞에 나타난 현재, 그리고 엄마의 지난 10년
과 엄마의 삶의 과거, 마지막으로 엄마의 편지를 읽게 되는 현재로 시간을 흐르게 하는데,
그렇게 극이 흐르는 동안 나는 딸이었다가 점점 엄마가 되어가면서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
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찾아본 엄마의
가출이유는 ‘꿈’이었다. 지금 우리와 마찬
가지로 엄마에게도 ‘꿈’이 있었고, 엄마는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타이틀
을 버리고 이름과 꿈을 찾아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룬 뒤 ‘차정숙, 이 세상
행복하게 놀다 간다’라는 말과 나에게 쓴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
다. 그리고 그 편지를 마지막에 읽으면서
엄마가 꿈을 찾아갔으면서도 나를 사랑하
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그 사랑 또한
엄마의 소망이자 꿈이었음을 깨닫게 되었
다.
나는 극 중에서 딸이었을 때 엄마가 떠난 후 가족들이 엄마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처음엔 ‘네 엄마’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차여사’라고
부르면서 완전히 남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동생은 기다리던 엄마가 모든 것을 외면
하자 실망한 나머지 죽어서 온 엄마가 슬프지도 않을 정도라고 말했는데 그것을 보고 나도
엄마의 이유를 몰랐다면 저렇게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엄마가 꿈을 쫓
아간 것이 비난 받을 일인지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엄마가 ‘나 이제 내 꿈을 찾아 가족을
떠날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내가 딸이 되고 정숙이가 되면서 가출이유를 알
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엄마의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진짜 우리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어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엄마를 이해해야겠다고 느
끼기도 했다.
관객 참여형인 점 말고도 이 연극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대의 구조와 다양한 무대장치
들인 것 같다. 먼저 무대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원래 예노소극장이
계단식으로 객석이 되어있는 구조인데 공연장에 들어간 순간 여기가 무대인지 객석인지 전
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사용한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리고 로드
플레이 형식의 연극이라 골목길, 내 방, 엄마의 방, 영안실 등을 표현하는 데에 매우 많은
장치들이 필요했던 것 같았는데, 러닝타임이 30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장치를 필요로 하는 배경덕분에 짧지만 극에 몰입을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극
전체가 조용하게 흘러가는 식이라 몽환적인 배경음악의 반복, 그리고 어두운 가운데서 시선
을 따라가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조명이 이 연극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된 객석과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의 구분을 짓지 않고, 관객이 배우가 되고 객석이 무
대가 되는, 그리고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배우의 1:1 만남 연극은 정말
신선하고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나와 거울 속 자아를 연기하는 배우가 거의 계속 함께 다
니면서 나를 이끌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서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니 웃기면서도 민
망하긴 했지만 연극을 다 보고 나왔을 땐 연극을 ‘본’ 느낌이 아니라 ‘연기하고 온’ 느낌을
받아서 생소하고도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편지를 읽었을 땐 마음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 연극은 내용면에서도 형식면에서도 내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연
극의 틀을 깨는 여러 새로운 면을 보여 준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큰 물결을 그리는 여운과
신선했던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 같다.
▲문화회관 포토월 앞에서!
[두 번째] 욕망의 조각들 (프랑스&브라질 합작) -2011.05.10 7:00p.m.공연
연극제 폐막 하루 전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문화회
관을 갔건만, 티켓값이 살-짝 모자라는 바람에 허탈하게 돌아오
고서 다음날인 폐막 당일,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한 번 문화
회관을 찾았다.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어 2층에
자리를 잡고 관람했다.
부산국제연극제의 폐막작인 ‘욕망의 조각들(Fragments of
desire)’은 2009년에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 ‘도쟈듀(Dos A
Deux)’라는 극단의 작품으로 프랑스와 브라질의 합작이라고 한
다. 그리고 이번 연극제를 통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상연되는
것이며 기성사회가 금기시하는 사랑을 표현한 신체극이라고 소
개되며 막이 올랐다.
‘욕망의 조각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렸을 때부터 성정
체성의 갈등을 겪던 주인공 남자가 어린 시절에는 소아성장애자인 아버지에게 추행을 당하
고 무기력한 유모는 이러한 모든 것을 숨기려고만 한다.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서도 성정체
성의 갈등을 겪다 여장남자로의 삶을 살게 되면서 밤무대의 가수가 되는데, 자신의 노래하
는 목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졌다는 맹인을 만나게 된다. 맹인이 남자의 성을 알지 못한 채
계속 사랑하게 되자, 남자는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아버지에게 찾아가지만, 늙고 병이 깊어
갈수록 더 권위적이게 된 아버지에게 또 다시 외면 받게 된다. 그 후 장님이 자신이 남자라
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자, 사랑을 믿을 수 없어하며 장님을 떠나려하지만 후에 장님이
돌아와서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극이 시작하자마자 아차 했던 것은 무대가 너무 어두워서 2층에서 보기에는 결코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큰 무대에 조명은 한 두 개 말곤 거의 없었으며 2층은 너무
높아서 배우들을 알아보기조차 너무 힘들었다. 대극장 공연이라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려는
의도에서 2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는데, 배우도 4명밖에 되지 않고 무대장치도 무대 한
가운데의 커다란 움직이는 상자 하나 뿐이라 오히려 앞쪽에서 집중해서 보는 게 좋을 구조
였다. 게다가 신체극이라 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아야 하는데 콩알
만하게 보이는 배우들을 쫓다보니 내용에 몰입하기가 더욱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을 다
보고 난 후에도 장님과 주인공 남자의 사랑 외에 아버지와 유모는 왜 있는지조차 이해가 가
질 않아 공연 후에도 의문만 생겨나서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서야 검색과 교수님의 해설로
내용을 알게 되는 고생 아닌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위에서 무대장치나 무대구조를
넓게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장치와 조명의 역할도 있지만 그것으로 배경과 내
용을 꽤 추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고 넓은 대극장의 무대이지만 무대장치는 달랑 하나
무대 한가운데에서 돌려지고 열리는 커다란 나무상자뿐이었다. 그 상자는 옷장도 되었다가
캬바레도 되었다가 문도 되었다가 상자 위에 올라가면 영화관도 되는 등 각종 역할을 소화
하는 그야말로 만능상자였다. 그 상자 덕에 장면 전환이 쉽고 빠르게 이루어져서 지루할 틈
없이 극이 척척 진행되었고 생각보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시선을 빼앗기에도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장치로는 연인이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 영화가 나오는 스
크린이 앞쪽으로 나와서 관객들이 영화와 배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던 것이나 어두운
무대 위 줄기처럼 비추는 조명은 그 부분을 주목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욕망의 조각들’
은 큰 무대의 공연이지만 최소화 된 무대장치가 눈에 띄고 인상 깊은 연극이었다.
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갈등’이다. 사건의 시작과 모든
일이 진행되는 원인은 주인공 남자의 내면적인 갈등, 성 정체성의 갈등이다. 자신을 부정하
며 자신의 남자로서의 근본을 벗어내는 모습을 통해 그의 내면적인 갈등이 드러났다. 그리
고 아버지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오는 아들과 아버지의 외부적인 갈등 또한 아버지가 아
들이 남자임을 포기하려 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나타났고 이런 갈등 외에도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에 대한 내면적인 갈등 등 여러 갈등구조가 극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욕망의
조각들’은 신체극이다. 신체극이라는 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음악과 미술과 같은 예
술 요소들로써 인체의 미를 최대한 살린 연극이다. 대사가 없는 극이라 배우들은 몸으로 모
든 것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렇게 하기에 미처 다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은 음악이 채워주었
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극의 ‘대사가 없다’는 점에 의해 비중과 그 역할이 더 커진 것이
음악이 아닐까? 남자배우의 독백 하나 말고는 일체 대사가 없기 때문에 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음악이 계속 극을 진행시키면서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음악이 극의 배
경과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음악의 박자와 배우들의 동작이 딱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주 인상 깊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음악이 몽환
적이고 끊임없이 흘렀기 때문에 음악과 연극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아서 이 연극에서 음악
의 영향력은 아주 컸던 것 같다.
비록 눈이 아플 정도로 힘겹게 보긴 했지만 음향효과, 음악 그리고 무대장치들 덕분에 내
용을 추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연극이고 호평을 받은 극단의 작품이라 나름 기
대를 하고 봤는데 몇몇 여건으로 인해 온전히 극을 관람하지 못했던 게 좀 아쉬웠다. 공연
장에서 볼 때는 깨알같은 배우들을 보느라 피곤하고 대사도 없어서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는
데, 보고 난 후 해설과 검색을 통해 더 알아볼수록 더 재미있는 점이 많아서 다음에 혹시
또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제대로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연극이었다.
[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 욕망의 조각들, 그리고 부산국제연극
제 ]
이번 부산국제연극제의 주제는 ‘Love & Harmony'로, 사랑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연극들을 선보였다. 주제는 하나
여도 장르가 다양한 연극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전혀 달
라 보이는 연극 두 편을 보고 한 주제를 떠올릴 수 있는 점도 좋
았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와 ‘욕망의 조각들’은 둘 다 ‘사랑’이
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사랑의 형태가 다르고, 국내작품과
외국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가 있었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는 ‘모성’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모성
은 만국 공통이겠지만 이 연극에서는 한국적인 정서가 훨씬 더
많이 묻어나는 모성을 나타낸 듯 했다. 그리고 ‘욕망의 조각들’에
서 나타난 사랑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고 심지어
거부감까지 들 수 있는 동성애를 소재로 해서 외국의 평등의식, 폭넓은 허용이 느껴지는 그
런 사랑을 보여준 것 같다. 같지만 다른 사랑의 형태를 각 연극에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는 걸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두 연극의 근본적인 차이인 형태의 차이, 관객참
여형 로드플레이-신체극이 연극을 몇 번 보지 못해 생소한 나에게 ‘아 이런 것도 연극의 형
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특히 참여형 연극은 그간 관객이 수동적
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깨주어, 연극을 보는 관객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
로 극 속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특
히나 내가 주목한 것은 연기와 내용보다 무대장치와 부수적인 것들로, 두 극의 규모와 구조
적인 차이와 공통점에 더 초점을 맞춰보았다. 먼저 이 두 극의 규모를 따져보자면 ‘우리엄
마, 정숙이, 차여사’ 같은 경우는 극장도 소규모에 러닝타임도 30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 비
교적 소규모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욕망의 조각들’은 폐막작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장소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러닝타임은 85분,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비
교적 중-대규모의 연극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차이는 무대장치의 규모에 있어
서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규모로 보이는 ‘우리엄마…’는 오히려 무대를 객석
까지 확장시켜 훨씬 더 많고 작지 않은 세트장으로 마련해 둔 반면에 ‘욕망의 조각들’은 그
큰 무대 가운데 딱 하나뿐인 큰 나무상자 하나로 모든 배경과 도구들을 묘사했다. ‘우리엄
마…’가 로드플레이 형태인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더 많은 세트가 필요해 보이는데, 연극
의 규모자체는 소규모 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런 점조차 독특한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연극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조명과
음악의 역할이다. 두 연극에서 조명과 음악은 함께 이용된다. 그러면서도 ‘우리엄마…’에서
는 음악에 비해 조명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조용하게 극이 진행되는 중에 음악이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몰입하게 해주는 도움을 주지만 이 극에서 인도자 없이 관객이 직접 움직여가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조명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극의 진행
에 있어서 조명의 역할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욕망의 조각들’에서 조명은 어
두운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배우들에게 맞추는 것과 계속해서 어둠을 유지하는 역할로
극을 이끌기는 했지만, 이 연극에서는 음악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신체극의 특
성상 몸짓으로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음악이 설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
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배우들의 몸짓을 쫓고 귀로는 음악을 쫓아 극의 몰
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사실 이번 부산국제연극제가 8회를 맞고 있는데 이런 게 있다는 걸 이제야 처음 알게 되
었다. 나와 같이 이런 축제의 존재를 모르고 지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부산시민으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늘 부산에는 문화가 없다없다 했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직
접 찾아보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문화생활을 즐길 것이 부족하다고 투정 부린 것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갖고 찾아가야만 부산의 문화-예술계가 살아나
고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과제로 인해 연극제를 보긴 했지만 이
제라도 이런 것이 있는 걸 알았으니 더 관심을 갖고 알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More Related Content

Viewers also liked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Emmy Beuting
 
Gebeurtenis
GebeurtenisGebeurtenis
Gebeurtenisarne314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Wei Tsang Ooi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Fernando Fagundes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Neurosurgery Vajira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Ameen Rageh
 
Herramientas digitales
Herramientas digitalesHerramientas digitales
Herramientas digitalesdevanyrv
 

Viewers also liked (11)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
Mooi Figuur pijnverlichtingsdagen
 
Gebeurtenis
GebeurtenisGebeurtenis
Gebeurtenis
 
Btbm
BtbmBtbm
Btbm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
Lecture 1: Design Principles of the Internet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
Os regimes autoritários tomam conta da europa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
016 Transsphenoidal approch microscopic
 
Balotario
BalotarioBalotario
Balotario
 
Regimes totalitários
Regimes totalitáriosRegimes totalitários
Regimes totalitário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IMAGING OF INTRAVENTRICULAR TUMORS
 
Healthy life
Healthy life Healthy life
Healthy life
 
Herramientas digitales
Herramientas digitalesHerramientas digitales
Herramientas digitales
 

Similar to 연극의 이해 Report[1].pdf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Ben Kim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jungwonleelee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Opentrade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ssuser002ee8
 
영화 바다
영화 바다영화 바다
영화 바다steven-oh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13짬뽕 문화회식제안
13짬뽕 문화회식제안13짬뽕 문화회식제안
13짬뽕 문화회식제안koohyunmo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소연 장소연
 

Similar to 연극의 이해 Report[1].pdf (13)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
현대무용을 보고 나서(글꼴 포함)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
[오픈트레이드] 뮤지컬 꽃신 크라우드펀딩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
문예사_학기과제_20220856 김지민.docx
 
영화 바다
영화 바다영화 바다
영화 바다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13짬뽕 문화회식제안
13짬뽕 문화회식제안13짬뽕 문화회식제안
13짬뽕 문화회식제안
 
쌈싸라
쌈싸라쌈싸라
쌈싸라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스토리텔링 歎 장소연_숙명여자대학교
 

연극의 이해 Report[1].pdf

  • 1. 연극의 이해 REPORT 부산 국제 연극제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 ‘욕망의 조각들’ 05.19.Thu 남현주 교수님 광고홍보학과 2009894030 이슬비
  • 2. ▲엄마의 마지막 편지 [첫 번째]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한국) -2011.05.03 6:00p.m.공연 과제를 하려고 어떤 연극을 볼 지 알아보던 중, 부산국제연극제가 5월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부에서 하는 연극은 비싸기도 하고, 장르도 로맨틱 코미디가 대부분이여서 국제연극제에서 더 저렴하고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상연될 작품들 중 두 가지 꼽아두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선택한 연극은 바로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였다.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자면, 10년 전 홀연히 집을 나간 엄마 ‘정숙’이 죽어서 10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오고, 정숙의 딸인 내가 엄마의 지난 10년과 엄마의 어린 시절까 지 엄마의 삶을 돌아보며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연극은 ‘관객 참여형 로드플레이’ 형식으로 무대와 관객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관객 이 배우가 되어 직접 극에 참여하게 되는 형태를 갖춰 기존의 연극들과는 전혀 다른, 완전 히 새로운 연극이었다. 공연장에 가자, 스텝들이 수면양말과 몸뻬바지를 주면서 이것을 입 고 극에 참여하라고 할 때부터 그 말이 실감이 났다. 그러고서 다섯 명의 관객들이 함께 내 려가 엄마 정숙씨의 자녀들이 되어 복도에 앉아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엄마와 실뜨기를 하 면서 관객들이 빠르게 극에 적응해 함께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다들 숨겨진 연기 혼(?)을 드러내기에 나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명씩 머리 에 핀을 꽂고 진짜 공연장 안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극에 몰입하게 되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나는 엄마의 얼굴을 직접 그려본다. 그리고는 무수히 많은 벽과 길, 세트로 이루어 진 공연장 구석구석을 걸어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되는데, 엄마가 집을 나가기 전 날 밤의 기억과 엄마가 죽어 화장된 채 가족들 앞에 나타난 현재, 그리고 엄마의 지난 10년 과 엄마의 삶의 과거, 마지막으로 엄마의 편지를 읽게 되는 현재로 시간을 흐르게 하는데, 그렇게 극이 흐르는 동안 나는 딸이었다가 점점 엄마가 되어가면서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 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찾아본 엄마의 가출이유는 ‘꿈’이었다. 지금 우리와 마찬 가지로 엄마에게도 ‘꿈’이 있었고, 엄마는 더 이상 불리지 않는 자신의 이름을 찾기 위해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라는 타이틀 을 버리고 이름과 꿈을 찾아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룬 뒤 ‘차정숙, 이 세상 행복하게 놀다 간다’라는 말과 나에게 쓴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 다. 그리고 그 편지를 마지막에 읽으면서 엄마가 꿈을 찾아갔으면서도 나를 사랑하 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그 사랑 또한 엄마의 소망이자 꿈이었음을 깨닫게 되었 다. 나는 극 중에서 딸이었을 때 엄마가 떠난 후 가족들이 엄마를 어떻게 부르는지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처음엔 ‘네 엄마’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차여사’라고 부르면서 완전히 남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동생은 기다리던 엄마가 모든 것을 외면 하자 실망한 나머지 죽어서 온 엄마가 슬프지도 않을 정도라고 말했는데 그것을 보고 나도 엄마의 이유를 몰랐다면 저렇게 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엄마가 꿈을 쫓 아간 것이 비난 받을 일인지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엄마가 ‘나 이제 내 꿈을 찾아 가족을 떠날거야.’라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 내가 딸이 되고 정숙이가 되면서 가출이유를 알 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엄마의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진짜 우리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어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엄마를 이해해야겠다고 느 끼기도 했다. 관객 참여형인 점 말고도 이 연극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대의 구조와 다양한 무대장치 들인 것 같다. 먼저 무대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원래 예노소극장이 계단식으로 객석이 되어있는 구조인데 공연장에 들어간 순간 여기가 무대인지 객석인지 전
  • 3. 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공연장 전체를 무대로 사용한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리고 로드 플레이 형식의 연극이라 골목길, 내 방, 엄마의 방, 영안실 등을 표현하는 데에 매우 많은 장치들이 필요했던 것 같았는데, 러닝타임이 30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장치를 필요로 하는 배경덕분에 짧지만 극에 몰입을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극 전체가 조용하게 흘러가는 식이라 몽환적인 배경음악의 반복, 그리고 어두운 가운데서 시선 을 따라가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조명이 이 연극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정된 객석과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의 구분을 짓지 않고, 관객이 배우가 되고 객석이 무 대가 되는, 그리고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배우의 1:1 만남 연극은 정말 신선하고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나와 거울 속 자아를 연기하는 배우가 거의 계속 함께 다 니면서 나를 이끌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서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니 웃기면서도 민 망하긴 했지만 연극을 다 보고 나왔을 땐 연극을 ‘본’ 느낌이 아니라 ‘연기하고 온’ 느낌을 받아서 생소하고도 설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편지를 읽었을 땐 마음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 연극은 내용면에서도 형식면에서도 내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연 극의 틀을 깨는 여러 새로운 면을 보여 준 것이었다. 조용하지만 큰 물결을 그리는 여운과 신선했던 그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 것 같다.
  • 4. ▲문화회관 포토월 앞에서! [두 번째] 욕망의 조각들 (프랑스&브라질 합작) -2011.05.10 7:00p.m.공연 연극제 폐막 하루 전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문화회 관을 갔건만, 티켓값이 살-짝 모자라는 바람에 허탈하게 돌아오 고서 다음날인 폐막 당일,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한 번 문화 회관을 찾았다.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어 2층에 자리를 잡고 관람했다. 부산국제연극제의 폐막작인 ‘욕망의 조각들(Fragments of desire)’은 2009년에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 ‘도쟈듀(Dos A Deux)’라는 극단의 작품으로 프랑스와 브라질의 합작이라고 한 다. 그리고 이번 연극제를 통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상연되는 것이며 기성사회가 금기시하는 사랑을 표현한 신체극이라고 소 개되며 막이 올랐다. ‘욕망의 조각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렸을 때부터 성정 체성의 갈등을 겪던 주인공 남자가 어린 시절에는 소아성장애자인 아버지에게 추행을 당하 고 무기력한 유모는 이러한 모든 것을 숨기려고만 한다.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서도 성정체 성의 갈등을 겪다 여장남자로의 삶을 살게 되면서 밤무대의 가수가 되는데, 자신의 노래하 는 목소리를 듣고 사랑에 빠졌다는 맹인을 만나게 된다. 맹인이 남자의 성을 알지 못한 채 계속 사랑하게 되자, 남자는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아버지에게 찾아가지만, 늙고 병이 깊어 갈수록 더 권위적이게 된 아버지에게 또 다시 외면 받게 된다. 그 후 장님이 자신이 남자라 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자, 사랑을 믿을 수 없어하며 장님을 떠나려하지만 후에 장님이 돌아와서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극이 시작하자마자 아차 했던 것은 무대가 너무 어두워서 2층에서 보기에는 결코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큰 무대에 조명은 한 두 개 말곤 거의 없었으며 2층은 너무 높아서 배우들을 알아보기조차 너무 힘들었다. 대극장 공연이라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려는 의도에서 2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었는데, 배우도 4명밖에 되지 않고 무대장치도 무대 한 가운데의 커다란 움직이는 상자 하나 뿐이라 오히려 앞쪽에서 집중해서 보는 게 좋을 구조 였다. 게다가 신체극이라 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아야 하는데 콩알 만하게 보이는 배우들을 쫓다보니 내용에 몰입하기가 더욱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을 다 보고 난 후에도 장님과 주인공 남자의 사랑 외에 아버지와 유모는 왜 있는지조차 이해가 가 질 않아 공연 후에도 의문만 생겨나서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서야 검색과 교수님의 해설로 내용을 알게 되는 고생 아닌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위에서 무대장치나 무대구조를 넓게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장치와 조명의 역할도 있지만 그것으로 배경과 내 용을 꽤 추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고 넓은 대극장의 무대이지만 무대장치는 달랑 하나 무대 한가운데에서 돌려지고 열리는 커다란 나무상자뿐이었다. 그 상자는 옷장도 되었다가 캬바레도 되었다가 문도 되었다가 상자 위에 올라가면 영화관도 되는 등 각종 역할을 소화 하는 그야말로 만능상자였다. 그 상자 덕에 장면 전환이 쉽고 빠르게 이루어져서 지루할 틈 없이 극이 척척 진행되었고 생각보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시선을 빼앗기에도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장치로는 연인이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 영화가 나오는 스 크린이 앞쪽으로 나와서 관객들이 영화와 배우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던 것이나 어두운 무대 위 줄기처럼 비추는 조명은 그 부분을 주목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욕망의 조각들’ 은 큰 무대의 공연이지만 최소화 된 무대장치가 눈에 띄고 인상 깊은 연극이었다. 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갈등’이다. 사건의 시작과 모든 일이 진행되는 원인은 주인공 남자의 내면적인 갈등, 성 정체성의 갈등이다. 자신을 부정하
  • 5. 며 자신의 남자로서의 근본을 벗어내는 모습을 통해 그의 내면적인 갈등이 드러났다. 그리 고 아버지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오는 아들과 아버지의 외부적인 갈등 또한 아버지가 아 들이 남자임을 포기하려 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나타났고 이런 갈등 외에도 사랑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에 대한 내면적인 갈등 등 여러 갈등구조가 극에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욕망의 조각들’은 신체극이다. 신체극이라는 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음악과 미술과 같은 예 술 요소들로써 인체의 미를 최대한 살린 연극이다. 대사가 없는 극이라 배우들은 몸으로 모 든 것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렇게 하기에 미처 다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은 음악이 채워주었 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극의 ‘대사가 없다’는 점에 의해 비중과 그 역할이 더 커진 것이 음악이 아닐까? 남자배우의 독백 하나 말고는 일체 대사가 없기 때문에 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지 않고 음악이 계속 극을 진행시키면서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음악이 극의 배 경과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음악의 박자와 배우들의 동작이 딱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가 아주 인상 깊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음악이 몽환 적이고 끊임없이 흘렀기 때문에 음악과 연극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아서 이 연극에서 음악 의 영향력은 아주 컸던 것 같다. 비록 눈이 아플 정도로 힘겹게 보긴 했지만 음향효과, 음악 그리고 무대장치들 덕분에 내 용을 추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연극이고 호평을 받은 극단의 작품이라 나름 기 대를 하고 봤는데 몇몇 여건으로 인해 온전히 극을 관람하지 못했던 게 좀 아쉬웠다. 공연 장에서 볼 때는 깨알같은 배우들을 보느라 피곤하고 대사도 없어서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는 데, 보고 난 후 해설과 검색을 통해 더 알아볼수록 더 재미있는 점이 많아서 다음에 혹시 또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제대로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연극이었다.
  • 6. [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 욕망의 조각들, 그리고 부산국제연극 제 ] 이번 부산국제연극제의 주제는 ‘Love & Harmony'로, 사랑과 조화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연극들을 선보였다. 주제는 하나 여도 장르가 다양한 연극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전혀 달 라 보이는 연극 두 편을 보고 한 주제를 떠올릴 수 있는 점도 좋 았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와 ‘욕망의 조각들’은 둘 다 ‘사랑’이 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사랑의 형태가 다르고, 국내작품과 외국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 수가 있었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는 ‘모성’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모성 은 만국 공통이겠지만 이 연극에서는 한국적인 정서가 훨씬 더 많이 묻어나는 모성을 나타낸 듯 했다. 그리고 ‘욕망의 조각들’에 서 나타난 사랑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적이지 않고 심지어 거부감까지 들 수 있는 동성애를 소재로 해서 외국의 평등의식, 폭넓은 허용이 느껴지는 그 런 사랑을 보여준 것 같다. 같지만 다른 사랑의 형태를 각 연극에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는 걸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두 연극의 근본적인 차이인 형태의 차이, 관객참 여형 로드플레이-신체극이 연극을 몇 번 보지 못해 생소한 나에게 ‘아 이런 것도 연극의 형 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명확히 알려주었다. 특히 참여형 연극은 그간 관객이 수동적 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깨주어, 연극을 보는 관객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 로 극 속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 두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특 히나 내가 주목한 것은 연기와 내용보다 무대장치와 부수적인 것들로, 두 극의 규모와 구조 적인 차이와 공통점에 더 초점을 맞춰보았다. 먼저 이 두 극의 규모를 따져보자면 ‘우리엄 마, 정숙이, 차여사’ 같은 경우는 극장도 소규모에 러닝타임도 30분정도 밖에 되지 않는 비 교적 소규모의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욕망의 조각들’은 폐막작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장소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러닝타임은 85분,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비 교적 중-대규모의 연극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차이는 무대장치의 규모에 있어 서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규모로 보이는 ‘우리엄마…’는 오히려 무대를 객석 까지 확장시켜 훨씬 더 많고 작지 않은 세트장으로 마련해 둔 반면에 ‘욕망의 조각들’은 그 큰 무대 가운데 딱 하나뿐인 큰 나무상자 하나로 모든 배경과 도구들을 묘사했다. ‘우리엄 마…’가 로드플레이 형태인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더 많은 세트가 필요해 보이는데, 연극 의 규모자체는 소규모 인 것처럼 느껴져서 이런 점조차 독특한 것 같다. 그리고 이 두 연극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비슷하기도 하고 조금 다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조명과 음악의 역할이다. 두 연극에서 조명과 음악은 함께 이용된다. 그러면서도 ‘우리엄마…’에서 는 음악에 비해 조명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조용하게 극이 진행되는 중에 음악이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몰입하게 해주는 도움을 주지만 이 극에서 인도자 없이 관객이 직접 움직여가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조명은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극의 진행 에 있어서 조명의 역할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욕망의 조각들’에서 조명은 어 두운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를 배우들에게 맞추는 것과 계속해서 어둠을 유지하는 역할로 극을 이끌기는 했지만, 이 연극에서는 음악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신체극의 특 성상 몸짓으로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음악이 설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
  • 7. 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배우들의 몸짓을 쫓고 귀로는 음악을 쫓아 극의 몰 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사실 이번 부산국제연극제가 8회를 맞고 있는데 이런 게 있다는 걸 이제야 처음 알게 되 었다. 나와 같이 이런 축제의 존재를 모르고 지낸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부산시민으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늘 부산에는 문화가 없다없다 했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직 접 찾아보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문화생활을 즐길 것이 부족하다고 투정 부린 것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갖고 찾아가야만 부산의 문화-예술계가 살아나 고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과제로 인해 연극제를 보긴 했지만 이 제라도 이런 것이 있는 걸 알았으니 더 관심을 갖고 알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