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 무 을보고 나 … 1346025 이정원
대용
서
삼성홀에서 진행된 현대무용 공연을 보러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무용공연이었기
에 눈앞에 어떤 화려한 장면들이 연출될까 기대를 품은 채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무용의 제목은 <스무고개>였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계단이 보였다. 한 명의 무용수는
반복적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고, 나머지 4명정도의 무용수는 계단 밑에서 혹은
계단에서 알 수 없는 몸짓을 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떻게 스무고개라는 주제와
연결되는지 알고 싶어서 공연에 집중했다. 하지만 10분…20분이 지나도 어떤 스토리
를 알려주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든 생각이 30분정도의 공연이
기-승-전-결의 구조가 짜여져 있는 스토리만 전달하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한 주제에 대해서, 그 단어 자체를 30분동안 표현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스무고
개’는 어떤 문제를 스무 번까지 물어봐서 알아맞히는 일종의 놀이이다. 내가 상상했을
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무용수는 스무고개 질문을 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무용을 보면 중간중간 다른 무용수들이 그 무용수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답을 알고 싶어하지만 결코 알려주지 않는 상황을 30분동안의
무용에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커튼이 보인다.그 커튼 틈사이로 한
무용수가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그 상태에서 좌우로 몸을 왔다갔다 하며 춤을 추다가
커튼이 내려지고, 그 내려진 커튼이 춤을 췄던 무용수의 망토가 된다. 이 일련의 장면들
이 제목과 연관지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건지 상상을 해보았다. 무대에서
보았을 때, 한 무용수가 커튼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을 때 다른 무용수들은 그 커
튼 뒤에 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커튼이 걷히고 함께 무용을 하
며 그녀의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커튼은 자신의 실
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는 수단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커튼을 쳤을 때는 자기 혼
자서 즉흥적이고 마음이 가는대로 춤을 추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커튼이 걷히고 모든
무용수들이 서로를 다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다같이 똑 같은 춤을, 군무를 추었
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커튼은 실체를 가리는 수단으로 생각을 한 것이다.
2.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무대가 밝아지고 많은 서랍장들과 옷장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그리고 그 위에는 무용수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꼭 제대로 정리가 되있지 않은
방 풍경이 연상되었다. 무용수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가 옷장위에 올라갔다가 내려
왔다가 군무를 췄다가 장롱안에 숨었다가, 전의 두 작품에 비해서 조금 더 활기있는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하나에 집착하는 듯해 보였다. 모든 무용수가 한 서
랍장에 딱 달라붙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가 위에 올라가보았다가, 집착하는 대상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인간내면의 집착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여유롭고 자유롭다고 생각해도 내면의 한구석에는 대상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무용으로써 표현한 것 같았다.
처음에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고 간 공연장면과 괴리가 있었어서
다소 당황했었는데 점점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몸짓에 매혹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뜻하는지 상상하는 능력이 심화된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의 몸짓, 심지어 손끝, 발끝까지도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어떤
동작을 해도 그것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 같았다. 이번기회를 통해 무용공연에 대해서
몰랐던 것을 알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고, 무용과 춤 분야에 한층 더 관심을 가지
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