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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살아남기 Ver 2.0
                  - 반성과 의문, 제안 -

                           함께하는 시민행동 웹기획팀장 조양호
                                    choasin@action.or.kr


이 글은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뭔가를 해볼려는 시민단체 - 시민단체 중에서 가장
인터넷과 친하다는 시민행동까지도 - 활동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반성
과 함께 시민행동의 홈페이지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본인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글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논의를 위
해 시작한 글이고, 경험과 반성을 담고 있는 글이니 인터넷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
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3년 5월에 작성된 글은 최근에 다시 추가 정리한 글입니
다)


    인터넷은 철학과 웅대함으로 의사소통하는 곳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보기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아래 재미있는 예가 있다. 아래는 멜빌
(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ck)에 나오는 첫번째 문단이다.
"내 입 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찰 때마다, 내 영혼 깊숙이 축축한 11월의 기후
가 자리할 때마다, 장의사의 집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질 때마다, 장례식 행렬 맨
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
리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 때마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글을 Kathy Henning 이라는 웹칼럼니스트가 아래와 같이 바꿔 버렸다. 원문이
가지고 있던 웅대함이라든가 철학적인 멋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이 여자는 "인
터넷은 철학과 웅대함으로 의사소통하는 곳이 아니라"라고 짤라 말한다. 난 Kathy
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철학과 웅대함이 빠지고, 온갖 잡담과 보기 쉬
운 글들만이 난무하는 인터넷이란 재미없는 싸구려잡지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뒷느
낌은 공허하고 허무하다. 다만, 우리의 글쓰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내가
우울하고 고독할 때,
장의사의 집 앞에 서있을 때,
장례식을 뒤따라 갈 때,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
    지긋지긋한 단체홍보는 이제 그만
"만일 여러분이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찾으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수익성 높은 고객 관계를 창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술적 리더쉽과, 전문적
금융 서비스, 그리고 최상의 고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위 글은 미국의 한 회사가 자기를 드러낸 글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이
다. 이 예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수잔 솔로몬
이라는 양반이 <지긋지긋한 회사소개는 이제 그만>이라는 칼럼에서 소개한 정말
지긋지긋한 회사소개의 예이다. 제발 바쁜 사람 졸리게 만들지 말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단체소개글은 또 어떤가? 별반 다르지 않다. 창립취지문을 올려
놓은 곳, 정관을 올려놓은 곳, 시민운동하는 우리도 개념이해가 어려운 온갖 단어들
이 활개를 펴고 있다. (시민행동의 단체소개 페이지라고 특별히 다를건 없다) 홍보
브로셔를 만들기 위해 단체들은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몇차례의 회의를 통
해 단체를 보다 쉽게 소개할 단어들을 찾아낸다. 홍보브로셔를 수천부찍고, 수백만
원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과연 홈페이지의 단체소개글에 대해 관심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건 회
의없이 웹담당자가 어디선가 긁어온 문구를 붙여넣기 한 것일 뿐이다. 시민행동이
홈페이지를 개편한 이후에 가장 많이 본 페이지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시민행동
단체소개 페이지이다. 이 페이지의 조회수는 두달동안 15,000클릭에 달한다. 단순비
교해보면 인터넷 홍보브로셔가 15,000장 뿌려진 것이다. 돈하나 들이지 않고. 그런
데 왜들 이모양인가?
인터넷에서 글쓰기할 때 필요한 자세가 있다. 첫 번째는 관료주의 문체를 버리는
것, 두 번째는 옆집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는 것, 세 번째는 공문들은 찢어
버리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기사들은 하나같이 옆집
사람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관료주의적인 문체들은 공문처럼 떡하니 붙어 있
다. (최근들어 뉴스식 글쓰기가 유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눈높이 맞추기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딴지일보식 글쓰기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 식의 글쓰
기가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이다. 졸라와 씨
바로 표현되는 과감한 욕, 반말투의 글이 핵심은 아니다. 술집에서 친구에게 이야기
하는 듯한 자세, 눈높이가 핵심이다. 딴지일보의 포르노사이트 차단에 대한 소송원
고인단 모집 소송 기사를 보자.
"본지 드디어 원고인단을 모집한다. 즉, 그간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
을 제기하여 재판을 청구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거다" 근데 무슨 재판이냐구? 벌
써들 잊으셨는가! ISP 업체의 불법 필터링 말이다. 기억 안나시는 분덜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다시 말해, 지난 시절 잘 접속되던 해외 성인 싸이트를 정통부 지시로
ISP업체들이 아무런 사전공지없이 차단함으로써 그간 소비자인 우리가 받아온 피해
를 법적으로 보상받자는 거다. 사용료는 다 내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은 거
아니더냐."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이미 정해진 틀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네티즌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포
르노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ISP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계획하
고 1월 8일부터 원고모집에 들어갑니다. 소송절차는............" 물론 우리의 글쓰기도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의 눈높이에. 기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담아서
기자들이 기사쓰기 편하게 작성들 해주고 있다. 그게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진
짜 나쁜건 기자의 눈높이에 맞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메인에 떡하니 올려놓을 뿐
이라는 사실이다.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인터넷의 현실
위의 세가지 예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시민단체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네티즌
들이 생각하는 인터넷에는 작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시
민단체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은 ①조직화의 도구, ②홍보와 참여의 수단, ③미
디어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조직활동의 폭
을 넓혀주는 도구로서 생각해왔던 것이다.
인터넷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는 말도 해왔지만 그것은 인터넷이 현실세계와 똑같
이 사람들이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녔
다는 사실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 판
단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왔다. 어느 곳이 현실
이고 가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현실
과 가상이라는 공간 사이에는 엄연한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관계의 차이가 존
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차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문제는 시민단체가
여전히 현실의 논리로 인터넷을 떠도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사이버세계의 우주다. 시민단체는 그 우주 안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단위
일 뿐이다. 시민단체는 이런 단순한 사실, 인터넷이라는 우주 안에 시민단체가 존재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인터넷이 시민단체가 내뱉는 언어와 주장에 따라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공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10사람을 인터넷에 들여보내보자.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언어들은 금새 달라진다. 두가지 예가 있다.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성명서와 보도자료가 항상 홈페이지 탑뉴스를 차지한다. 그
러나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움직여왔던 전통적인 세력들 - 정부
관리, 정치인, 언론인 - 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주체세력이 바뀌
고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라인 토론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썰렁한 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의견게
시판을 열어놓는 것이다. 시민행동이 99년도에 실험적으로 진행했던 5차례의 생방
송 토론회를 기억하는가? 한 유명한 포털사이트와 공동으로 추진했지만 그 토론회
를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재미없고, 권위적인 요소
가 잔뜩 묻어난 토론회를 인터넷에서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99년도의 실
험에서 얻었던 교훈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그런 식의 온라인 토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는 유인물 홈페이지를 갖고있다.
시민단체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다. 그게 아니면 잡지형 홈페이지
다. 유인물이 과거에는 정말 유용한 선전․선동의 도구였다. 권력의 핵심에 파장을
일으키는 매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해진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예전과 같은 일방통행의 집회를 싫어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집회의 장소에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거리의 집회는 집에서 있는 책과 더불어 정보를 획득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
이었다. 작금의 시대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집회장소에 뿌려지는 수십종의 유인물과
팜플렛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있다. 사람
들은 집회에 오기 전에 이미 사태파악을 다 하고 오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설
도 재미없고, 유인물도 그저 그렇다. 집회는 당연히 문화적인 행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전부는 아니지만 인터넷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1등 공신이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는 유인물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인물 홈페
이지에 유인물에서 통용되던 언어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시
대에는 시민단체가 발행하는 유인물이 아니더라도 훨씬 고급스럽고 구체적인 정보
들을 얻을 수 있다. 나무도 보여주고, 숲도 보여주는 정보들이 인터넷에 있다. 문제
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아닌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가 올리는 정보들은 사실 정보가 아니다. 정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 주체와
외부의 객체 간의 사정이나 정황에 관한 보고”이다. 즉, 단순한 의미의 데이터가 아
니라는 것이다. 정보가 대중들에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도구가 되
고,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정보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
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실천할 때 그게 진정한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정보다.
우리는 홈페이지에 정보를 올리고 있지 않다. 데이터를 올리고 있다. 정보는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과 언어가 중요하다. 하지만 데이터에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
요한 것은 데이터일 뿐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홈페이지에 올릴 성명서나 보도자료, 논평을 꼭 지금과 같은 방식
으로 써야 할까. 예를 들어 딴지일보식으로, 일기나 에세이 형식을 빌려서 쓸 수는
없을까? 머리를 잠깐 뒤로 젖히고 생각해보자.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단체의 공식입장인데 꼭 그렇게 써야 되겠어',
'젊은애들한테는 먹혀도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아직 좀 그렇지 않아?...'
‘공동대표나 정책위원장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의문은 그냥 의문으로 묻어두자.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꼭 딴지일보식으로 써야 한
다는게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전달하고자 하는 1차 수신
자는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이해당사자 등이다. 그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던진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
이다.
그런데.... 성명서 쓰기도 바쁜데 언제 또 홈페이지에 올릴 글을 따로 만드느냐고?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시민“운동”단체이지 연구단체가 아니다. 우리가 세계를 얼마
나 냉철하게 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내는지를 자랑하기 위해서 성명서나 보도자료,
연구보고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중과 소통하고, 우리의
주장을 설득하고, 우리의 가치를 그들과 함께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언론사 팩스에 보내고 나면 일 다했다고 손털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내용을 좀더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몇 년전부터 이런 일이 시민단체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참여여대나 환경운동연합
이 홈페이지에 성명서/보도자료는 제목으로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기사체 글쓰기
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오마이뉴스가 뜨고 난 생긴 현상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
어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 흐름을 주도하기 보다는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유일한 컨텐츠는 성명서과 보도자료 뿐 - 결과보다는 과정을.
인터넷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시한다. 우리가 발표하는 성명서는 결과물
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 성명서가 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 누구의
의사결정에 의해, 누가 작성했는지 알지 못한다. 성명서를 작성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 즉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넷에 모인 대중들은 그런 것에 반응한다. 글을 재
미있게 쓰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네티즌들에게 좀더 정확
하고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고, 그들과 호흡하려는 마음자세다.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은 호흡 의미의 이상이 있다. 그것은 시민단체의 투명성을 높
이는 길이자 신뢰를 얻는 길이다. 시민행동 홈페이지 에피소드에서 작은 파장이 있
었다. 미니라는 아이디의 에피지기가 시민단체들에게 공개질의를 보낸 것이다. 파병
반대운동에도 참여하고, 낙선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물었는데 요점은
이거다. (관련글 보기 : http://epi.ww.or.kr/vandana?item_id=3451) 파병에 찬성한
의원들은 왜 낙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냐구. 그 결정을 한 의사결정단위의 회의
록을 볼 수 있냐고. 한 단체만 답변하고, 세 단체는 침묵했다. 하지만 미니의 추가
질의에는 한 단체도 답변이 없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들
에게 정보공개하라고 요구하듯이 시민들은 시민단체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뭔가에 떠밀려서
억지로 하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흐름을 주도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
래야만 대중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는 슬프게하는 것은 또 있다. 시민단체들이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컨텐츠라
는게 사실 성명서, 보도자료, 논평, 의견서,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
표적 시민단체라고 하는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련, 녹색연합, 환경정의, 그리고 시
민행동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 또한 유인물형 홈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하
고 있는 이유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컨텐츠가 기사체로 쓰여졌건, 딱딱한 성명서체
로 쓰여졌건 상관없이 여전히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만을
알려내는 일방통행식 소통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역할이 그것 아
니겠냐고 한다면 현재에 만족하고 계속 유인물만 찍어내면 된다. 그런 상황이 끔찍
하다면 웹담당자 뿐만 아니라 모든 상근운동가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성공했던 홈페이지 - 광장형
성공했던 홈페이지들을 떠올려보자. 안티닉스 사이트, 두발제한반대사이트, 노사모
사이트 등등. 공통점을 찾아보면 '광장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다. 廣場이 무엇인가? 도심에 존재하는 공공적인 공간인 광장은 시민들의 생활의
중심지이자 정치, 상업, 사교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이다. 광장성이 강한 홈
페이지의 특징은 누구든지 제한없이 모여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토론하고, 싸우고,
결정하는 '공공의 場'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광장은 철저히 개방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그러나 그동안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는
폐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폐쇄적인 구조일 뿐더러 홈페이지 편집자 1인에
의해 혹은 자동프로그램에 의해 모든 컨텐츠의 선택과 배열, 유통이 정리되었던 구
조였다. 하긴 선택하고, 배열하고, 유통할만큼의 컨텐츠가 있기는 했는가?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놓은 우리는 인터넷의 진정
한 장점을 살리지 못한채 시민단체의 역할을 문서편집자로 만들어버렸다. 네티즌들
은 단지 구독자일 뿐이다.
민주노총의 최세진씨는 “여중생 사건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라는 글에서 범대위와
네티즌들간의 갈등양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광장’이라는 공공의 장이었다. 그들은 같이 모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흡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획되는 집회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는 광장이, 카페가 필요했는
데 범대위는 그 넓은 광화문 거리에 선을 그어놓고 그 선 안에 앉아서 이야기좀 들
어보라고 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인가. 사람들을 만나러, 이
야기하러 온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또 들으란 말인가?
사람들은 '유인물 홈페이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행동 홈페이지가 지
향해야 할 첫 번째 방향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를 버리고 '광장형 홈페이지'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토
론하고, 싸우고, 분노하고, 감동해서 참여하는, 자발성이 분출되는 廣場을 제공해주
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민행동이 제공해주는 '광장'이 오마이뉴스나 다음카페가 제공해주는 광
장과 어떤 차이를 가질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언론영역에 적절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국민의 기자화를
내건 오마이뉴스는 언론고시를 통과한 기자가 아닌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을 과감하
게 전면에 배치했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오마이뉴스는 더욱 빛을 발했다. 우리
아버지도 안다. 오마이뉴스를. (사실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우리 고향출신
이라는 사실을 아시는거다.)
오마이뉴스와 어떤 차별점을 지닐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광장으로서 가지는 한
계는 무엇일까부터 생각해보자. 현재 Daum의 검색실에 근무하고 있는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증(?)'이라는 글에서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오마이뉴
스의 기사 카테고리는 일간신문의 면구성과 너무 똑같고 정치문제에 너무 민감하다
는 사실이다.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의 시간은 종종 80년대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맞는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탄생한 시점부터는 정치적 변화의 폭이 가장
컸던 시기이다. 대통령선거 경선이 있었다. 그 다음에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국회의
원 선거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최고의 수준을 맞보았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정치영역을 빼면 앙꼬없는 찐빵이다.
둘째로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네트의 미시
정치와 테크놀러지의 정치성, 그리고 21세기의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의제를 선도하지 못하고 의제를
설명할 뿐이다. 국제뉴스는 여전히 국제정치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인터넷과 경제분
야에 대한 인식수준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
시민단체들의 오마이뉴스 따라가기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Y타임즈나 NGO타임즈,
사이버참여연대가 그랬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 입장에서는 오마이
뉴스가 부럽고, 그 정도만 하면 대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오마이뉴스 같은 “뉴스의 광장”이어서는 안된다. 결국에 끝까지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래서는 안된다. 그것은 오마이뉴스나 다른 비슷한
인터넷언론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시민행동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한다. 아니 요즘은 다들 수평적 네트워
크를 지향한다고, 지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자전거창살조직
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고 (민주노총 최세진씨), 분산형 네트워크라고 표현한 사람
도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자전거창살조직이란 가느다란 창살로 연결된 바퀴처럼 각자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느슨한 연대의 틀로 모여서 공동행동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최세진),
분산형 네트워크는 조직적인 멤버십을 갖지 않고 흩어져있는 다수의 개인들의 네트
워크를 말한다. 분산형 네트워크 운동에는 핵심 주체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참
여자들의 관계는 지극히 수평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누구든지 운동의 방향이나 구
체적인 전략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것이 다른 참여자들에게 설득력을 얻
게 되면 그러한 방식으로 운동이 흘러가는 비정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민경배)
맞다. 수평적 네트워크는 대세이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단지 인터넷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전근대에서 근대로, 다시금 근대에서 탈근대로 우리는 이
동중이다. 탈근대는 국가가 중심이, 중앙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바로 독립
적인 개인들의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사회가 진정한 탈근대의 사회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치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흔
히 커뮤니티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네트워크 가치가 언급된다. 계량적으로 1對多
커뮤니케이션에서는 多만큼의 가치가 생긴다. 그리고 1對1커뮤니케이션에서는 1과
1로 오고가는 과정만큼의 가치를 생긴다. 마지막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多對多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로부터 얻어지는 가치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별
다른 노력없이도 수십배의 가치를 얻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개인들은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네트워크 안에 또다른 사람을 끌어들이
고, 그 사람과 맺는 관계만큼 가치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개인들이 얻게 되는
가치는 곧 네트워크의 가치로 직결된다. 개인의 가치와 네트워크의 가치가 서로 대
립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일 때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네트워크의 가치
이다.
시민행동이 말해온 네트워크의 “현실적인 모습”은 多對多 커뮤니케이션에 근거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사실상 1對多 커뮤니테이션에 기반한 네트워크였다. 이런 네트
워크 방식은 그림만 다를 뿐 그 가치면에서는 중앙집중형 구조와 크게 차이가 없
다. 단지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없을 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란 바로 多對多 커뮤니
테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여야 한다. 그곳에는 여러개의 중심영역 - 이것은
허브 혹은 노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만 존재할 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치를 얻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인터넷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면 우리는 두가지 지점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하나는 수평적 네트워크라는 그 공간 속에서 상근운동가의 역할은 무엇
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직급이 인터넷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음은 모두 알 것이다. 네트워크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들의 조정과 지원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그것 또한 자발성에 근거할 때 대중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네트어크
공간에서 상근운동가들은 오프라인에서와 똑같이 팀장, 조직가, 정책전문가, 실무자
여야 하는가? 아니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 공간에서 굳이 그런 직책과 역할
들로밖에 자신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2002년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노무현 지지자들의 커뮤니티 속에 존재했던 송영길 의원, 추미애 의원, 김현미부대
변인을 기억할 것이다.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의원은 노무현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
한 자신들의 활동기록과 의견들을 커뮤니티 게시판 속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 글을
보좌관이 써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글이 관리자
에 의해 메인화면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김현미 부대변인도 마찬가지다. 논평을 발표하는 것과
별도로 부대변인은 노무현 후보 유세현장의 분위기를 한명의 노무현 지지자 일원으
로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들의 글은 금방 조회수 수백, 수천을 기록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촛불시위 제안자 ‘앙마‘의 경우는 또 어떤가? 그 제안을 범대위에서 했다면 그렇게
호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시민단체에서 제안했어도 호응받지 못했을 것이
다. 한명의 네티즌으로서의 앙마가 제안하고 여러명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게시
물을 퍼다 날랐던 것 뿐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하면 상근운동가는 더 이상 잡지편집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을 설득하
기 위해 굳이 집회 단상만 고집해서도 안된다. 그들을 굳이 “지도”한다는 생각도 가
지지 않는게 좋다. 그게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좀더 열성적이고, 의견표명
에 적극적인 한명의 네티즌으로 자신을 무장할 필요가 있다.
역시 호흡과 소통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시민운동가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고,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서 해결하는데 시간을 바치
기보다는 세상이 바뀌어지는 모습들을 뒤늦게 평론하는 사람들로 전락할 것임이 틀
림없다. 1년, 2년 세다보면 어느새 10년이 흘러가버리듯이 변화의 현상들을 보고만
있으면 어느 순간 이미 세상이 바뀌어버린걸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이슈들은 개개
인의 시민들에게 넘겨주게 되어 있다. 이미 상당부분 넘어가고 있다.
수경스님의 삼보일배,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분들이 종교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우리같은 사람이 하
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광고 강의석군은 종교예배선택권이
라는 새로운 의제를 혼자서 제기했다. 100여일 동안 투쟁하고, 40여일 동안 단식했
다. 그는 “단식은 가장 평화적인 신념 표출 방식”이라고 해서 우리를 숙연하게 했
다. 그 전에 오태양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만들었다. 자신
의 생각과 주장을 몸으로 스스로 실천해서 보여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
이 사회적 이슈로 가능해진 것은 역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영향력 때문이다. 선전
선동하는 시대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행동을 넘어서 시민운동으로
홈페이지 개편전략에서 이게 핵심이다. “시민행동을 넘어서”
홈페이지를 시민행동의 내용들로만 가득 채워놓을 필요가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광장형 홈페이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에 국한해서 홈페이지
전략을 짰을 때 여전히 우리는 부족한 방문자수에 실망하고 서로 호흡하고 소통할
네티즌들이 홈페이지 안에 존재하지 않음에 절망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 중의 하나인 아마존은 단순히 서적만을 판매하는 곳
은 아니다. 아마존은 서적, 음반, 장남감, 오락과 같은 분야에서 여전히 최고의 경쟁
력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의 슬로건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여기에서(On the
Shelf)"다. 이 관점에서 서적에서 출발해 장난감, CD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혹
자는 이를 문어발식 확장이라고도 한다. 좋게 말하면 수평적 확장형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도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인 YES24, 알라딘에서 꼭 책만 팔아먹
는 것은 아니다. 책만 팔아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DVD, 소프트웨어, 가
전제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예산감시운동만, 정보인권운동만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를 지향한다면
굳이 시민행동을 넘어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지금 그 분야의 운동을
집중하고 있더라도 우리이 지향점이 그 분야를 넘어서는 그 어떤 것이라면 우리는
“운동”이라는 큰 관점으로부터 출발하는게 옳다. 자신의 영역이 분명한 운동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운동이 환경단체만의 몫이 아니듯, 예산감시운동도 예산감시
단체만의 몫이 더 이상 아니다. 운동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분화되거나 서
로 모아질 것이다.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에 그러한 가치를 궁극적으로 실
현할 사람들은 참여연대에도 있고, 서프라이즈에도 있고, 오마이뉴스에도 있고, 조
선일보에도 있다. 지금 당장은 시민행동이라는 테두리 안에만 존재하겠지만 잠재적
수용자는 세상에 고루 퍼져있다.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고,
그 안에서 그들의 가치와 경쟁하고, 싸워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들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
사실 우리는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수없이 해왔다. 수평적 네트워크, 자발성에 기초
한 운동, 눈높이운동 등등. 하지만 이야기하고나면 그만이다. 실행해보지 못했다. 훈
련이 덜 되었던 탓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의 방식이 편하기 때문이
다. 고백하건대 아래와 같은 습성이 찌들어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 성명서 하나 작성하고 현안대응했다고 착각한다.
△ 보도자료를 언론사 팩스로 보내놓고, 당연히 보도되기를 기다린다.
△ 의견서를 내면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 뉴스레터 발송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릴 건 다 알렸다고 생각한다.
△ 메일발송 프로그램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항의메일을 보내주기를 마냥 기다린다.
△ 배너달기가 의미있는 홍보수단이라고 생각한다.
△ 홈페이지 기사 조회수가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거리에서 퍼포먼스하고 그게 신문사진에 나면 즐거워한다. 무엇이 바뀌었지?
사람들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저
수준에서 머무르는 한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해도 우리의 홈페이지를 생동감
넘치고, 재기발랄하고, 사람들로 북적북적대는 곳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홈페이지에 담아낼 수 있는 컨텐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시민운동을 하는 우리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개편할때쯤 되면 같이 일하는 상근자들이 요
구한다. “성명서 올리면 메인에 바로바로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해줘”라거나 “html
코드를 모르더라도 수정할 수 있게 해줘” 혹은 “우리 부서 게시판이나 자료실은 이
러저러하게 만들어줘”.... 라고.
우리의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자. “그건 당신한테 편하고 좋은 홈페이지고,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건 뭐지?” 아.. 네가 진짜 원하는게 뭔
가?
단순화시켜본다면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하는 운동이었
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식인이었고, 지식인은 주로 종이신문을 통해 여론을 청취
하고, 세상을 읽으며, 자신의 주장을 확대생산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왔다. 시민운동
또한 종이신문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파하는데 전력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현상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여론의 선도자, 지식의 공급처로서
의 종이신문의 기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의 중심은 여전히
종이신문에 맞추어져 있다. 이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홈페이
지를 개편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운동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
이다. 나중에 “어느날 뒤돌아보니 세상은 이미 변해 있었다.”라고 고백하면서 후회
하지 말아야 한다.
    매력적인 컨텐츠 - 재미 + 정직함 혹은 진정성
우리는 컨텐츠가 훌륭하고 넘쳐나는 홈페이지에는 사람들 역시 넘쳐난다고 생각한
다.
흔히 컨텐츠가 좋고 풍부한 홈페이지에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이 꼭 진실인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컨텐츠로 무장한 곳이라도
파리만 날리는 곳이 있고, 게시판 하나 달랑 있는 허접한 곳이라도 넘쳐나는 기운
에 주체를 못하는 곳이 있다.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컨텐츠, 연예오락 뉴스처럼 안보면 술자리에서 대
화에 끼지 못하는 그런 내용들이 전혀 아니다. 숙제하러 오는 학생이나 레포트를
내는 대학생들, 다른 단체의 시민운동가들이 아니고서 누가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컨텐츠를 -- 현재 일반적으로 올려지는 성명/보도자료 등 -- 기다리고,
찾아보고, 읽고 싶어 하겠는가? 그 재미없는 내용들을. 현재 시민행동이 생산하는
컨텐츠는 정말 재미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출발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대로 재미있다는 표현을 매력적이다라는 표현으로 좀더 발전시켜보
자. 그렇다면 매력적인 켄텐츠를 우리가 자체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은 과연 있는
가? 매력적인 컨텐츠를 얻기는 쉽지 않다. 매력적인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내
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비용(시간+인력+아이디어)이 든다.
상업적 사이트를 제외한 성공한 비영리 사이트(정치인, 비영리단체)에서 보여지는
컨텐츠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정직함이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성공한 예를 별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한 정치인 사이트를 두곳만 예를 들어보면 미국의 제시
벤추라와 한국의 노무현.
프로레스칭 선수 출신인 제시 벤추라는 주지사 선거에서 '정직'을 모토로 정치자금
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단돈 600달러로 구축한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를 팔
고 선거자금을 모았다. 노무현도 정치자금 안받겠다고 하고 100만명에게 100억원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의 정직 모토는 정치자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네
티즌들의 의견을 가장 중요한 켄텐츠로 올려놓고, 일일브리핑이나 동영상 인사말을
통해 조중동으로부터 얻어맞은 것을 네티즌들에게 하소연하고 오해있는 점들은 양
해를 구함으로써 솔직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성공한 정치인들의 인터넷 전략은 네티즌들에게 논리와 명분으로 설득하기
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언어와 컨텐츠로 네티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초점을 맞
췄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3. 정직함의 전제조건 : 오픈 커뮤니테이션 채널
일반적으로 성공한 정치인들의 웹사이트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이라는
명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직함'이라는 요소와 '그 정직함의 일관성'이라는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이성진 칼럼 - 시작되는 온라인 정치캠페인)
시민행동에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시민행동의 유일한 오픈커뮤니테이션 채
널인 '게시판'에 최근 아래와 같은 글 하나가 올라왔다. (내가 쓰고 있는 '인터넷과
NGO' 게시판에 11월 22일에 올라온 글인데 어제서야 이러 글이 있는걸 확인했다.
이 앞에 올라온 글에는 내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에 답변하기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
는 과오를 저질렀다)
"저도 시민행동의 답변이 올라오길 기대 했는데 몇일이 지나도 묵묵 부답이네요..
님의글 보면 참.대단 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님의 글이 다음 카페 많은 게시물에
올라와 있더군요. 함께하는 시민 행동인지, 혼자하는 시민행동인지 정말 모르겠네
요. 님은 벌써 알고 계실걸로 압니다만 음반협회 단속시점이 무기한 연기 된걸로
압니다. 아마 님처럼 행동하는 네티즌 덕분이라 생각 합니다. 함꼐하는 시민 행동,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좀더 진보된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기 전에 일단은 시민행동의 각종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스크린하고 이에 대한 답변들을 성실히 해주는 것만으로
도 50%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 재치있는 답변과
성실함으로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백억원의 홍보효과를 본 시스코라는 벌레잡
는 회사도 있지 않던가.
최근엔 답변 보다는 댓글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은 일종의 코멘트로서 100
자논평쓰기, 토막의견쓰기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답변과 달리 이 댓글은 해당 글
아래 바로 붙는다. 컨텐츠의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댓글은 편리한 인터
페이스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남이 올린 글을 보면서 '한마디' 툭 던지고 가
는 사람, 그 사람의 멘트에 또 한마디 툭 던지는 사람, 일종의 화장실 낙서문화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화장실 낙서문화의 인터넷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댓글이 사실상 본문보
다 더 재미있고,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 상근자들 메일로도 쏜 적이 있는 '군에
가는데 총을 사가지고 가야 하나요?"라는 글이나 '조리퐁 한봉지에 들어있는 조리
퐁을 세어봤더니 몇 개더라'라는 게시물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준다. 댓글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컨텐츠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댓글기능보다 좀더 진보한 것이 위키위키라는 개념일 것이다. 여기엔 어느 것이
원 게시물이고 수정본인지, 답변들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한 사람이 게시물에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은 [Edit Text] 버튼을 눌러서 전체를 수정해 버릴 수 있다. 완벽
한 공동작업인데 이 위험천만한 일을 사람들은 실험하고 있다. 너무 형식적인 면에
치우쳐서는 안되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내용의 질과
양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행동이 만들어내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어
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좀더 진보된 생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4.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
온라인브리핑.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이란 무엇일까? 그건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조직내부의 정직함과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 조직내부의 정직함을 보여
주는 것들은 의사결정, 재정, 제반 정보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했는데 회의록과 재정은 찾기 어려울 뿐더라 몇 달째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임무이기도 하니까 졸라 반성하겠다)
그 외에 우리가 월요일 아침마다 모여서 사무국 회의때 한 이야기들, 운영위원회
회의때 나온 이야기들, 우리가 그때그때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아이디어들을 있는
그대로 써서 공개하면 안될까?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정보에 마음을 열고 시민행동을 가깝게 받아들이는건 아닐런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러한 컨텐츠는 시민행동 이름이 아닌 한 사람의 상근자이자 네티
즌의 입장에서 올리는 글이 될 것이다.
2003년 기획실 계획으로 넣었다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 때문에 문서에서
제외했던 계획중의 하나가 동영상.음성 브리핑이다. 브리핑 계획에는 시민행동의 내
부 사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매주 한주 동안의 시민행동의 활
동과 아이디어, 재정상태, 이후 계획, 에피소드 등을 모아서 이를 동영상이나 음성
으로 서비스하면 네티즌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리핑
은 상근자가 해도 되고, 자원활동가를 써도 된다. (성우 2명이 돌아가면서 격주로)
이 계획을 뺐다가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인터넷/시민참여가 핵심과제로 대두되었고,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컨텐츠. 다음으로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컨텐츠는 어떤
것일까? 그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로 표현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는 웹
칼럼니스트 이성진씨가 썼던 말인데 "컨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서 추출 가능한 컨텐츠"를 말한다) 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이야기하면서 이성진
씨는 두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정치인 홈페이지를 컨설팅해주면서 제안한 것인데 정치인 홈페이지의 컨텐
츠라는게 정책자료나 보도자료, 동정 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고 컨텐츠를 만들 시간이나 열의가 부족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 비용도 부담되기
때문에 정치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거기서 컨텐츠를 추출해내기로 했다고 한
다. 그래서 나오게 된게 '모 의원의 독서 메모'라는 메뉴다. 이 코너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로 채워진다. 간단하지만 꾸준히 기록하게 했는데 다른 컨텐츠에 비해 훨씬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코피티션 120쪽에서 128쪽까지 읽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문구가 인상적
이었다. 최근의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으로 예를 든 것이 스노우캣이라는 사이트이다. 필름 2.0에 카툰을 연재하는 카
투니스트의 개인 홈페이지인데 그림일기와 사진게시판 등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컨
텐츠를 올려놓았음에도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랭킹닷컴의 순위 42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를 이성진씨는 독자들을 위한 기획적 측면과 라이프스타일이 잘 결합되었
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게 제일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현재 시민해동 홈페이지의 [커뮤니티게시판]과 [나의게시판]은 일종의 이런 라이프
스타일 컨텐츠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인기있다고
하는 [좋은엄마, 나쁜엄마], [아이를 키우며], [농주의 귀농생활]들의 내용을 살펴보
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상근자들 개개인이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직함과 진솔함, 고민들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칼럼식의 글보다 일기식의 글, 한달
에 한두 개 올리는 것보다 매일매일 짤막하게 올리는 글들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
한다.
우리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보고 나만의 컨텐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
자. 사무처장님부터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 ㅎㅎ 홈페이지 개편전략이 짜여지면 이
와 같은 컨텐츠들은 지금과 같은 아래부분에 게시판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좀더 드
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면.
사무처장님은 시민사회 동향이나 보고들은 느낌들을 일기식으로 매일매일 적는다.
부담되게 한달에 하나씩 NGO이야기 쓰시려는 것보다 이런게 더 매력적이다.
내가 읽은 책 한구절이라는 컨텐츠도 좋다.
인터넷서핑 일기
상근자들의 정직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제시했는데 회원,
운영위원, 네티즌들로 확대되어야 한다. 초반에는 조직이나 섭외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자발적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어떤 방식으로 컨텐츠를 보여줄 것인가는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Ⅳ.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Ⅴ. 인터넷에서 움직이기
1. 인터넷 여론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 언론을 국민의 여론을 움직이고, 단체의 지향을 실현시키
려는 방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단체 창립 때부터 그런 생각들은 드러냈지만 현실
화시키지 못했다. 2002년은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가고
있다는 흐름을 일깨워주는 한해였다. 최세진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2002년 사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이슈들은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여론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을 직접 상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홍보와 선전은 對언론에
치우쳐 있었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던 시대는 갔다. 언론의
여론형성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기능은 약화되었고, 여론을 반영하는 기사,
특히 온라인 여론을 따라가는 기사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조중
동 對 인터넷의 대결이라고 할 정도로 인터넷 여론의 힘은 커졌다. (온라인 여론 형
성의 과정에 대해 분석 한번 해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초창기에 인터넷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미디어적 속성 때문이었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현실적으로 오마이뉴스는 장미빛 전망을
현실화시켜준 적절한 예이다. 오연호 대표이사는 대선이 끝난 시점에 "언론권력 교
체되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 아니 그 이전에 기자가 누구이고 기사는 무엇인가에 대한 공식부터 파괴했다.
그들은 독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뉴스 생산자가 되었다."
하지만 시민행동은 인터넷의 기본명제를 잊어 버렸다. 모든 사업이 100%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민행동은 정보의 생산자였고, 인터넷은 유통업자였고, 회원과
네티즌은 소비자였다. 21세기는 정보에 의해 모든게 좌우된다고 했거늘 시민행동은
분에 넘치게 나만이 정보 생산자임을 자처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작고, 질은 네티즌의 눈높이에 맞추질 못했다.
시민행동은 정보 생산자의 역할을 회원에게, 네티즌들에게 넘겨줄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것이다. 홈페이지 탑공간을 네티즌들에게 넘겨주기에는 그들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너무 약하고, 과연 그렇게 우리 집 공간을 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회
의가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염려는 기존 언론권력이 만들어낸 병폐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 수많은 글들 중
에 이상한 글 하나를 뽑아내서 노사모, 이성을 잃었다거나 급진좌파라고 매도하는
언론권력들 말이다. 앙마가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촛불시위를 오마이뉴스의 자작극
이라고 보는 꼴통 한나라당, 노사모 회원중에 한총련 학생이 많다고 생각하는 수구
세력들. 우리가 그런 장난질에 너무 염려하는건 아닌지 말이다. 우리 홈페이지를 통
해 제공되는 그 수많은 정보들을 항상 시민행동의 분위기나 입장과 동일시하려는
경향. 여기서 반성!
위험하게 똑똑한 조갑제를 상식을 갖춘 수많은 네티즌이 이겼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흐름은 큰 강물이 되어 대세를 이루고 있다.
3년전 산속 계곡에서 물줄기를 따라 서서히 내려오고 있던 시민행동을 누군가가 강
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까지 데려다놓아 버린 것이다. 미쳐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바로 네티즌들이. 그래서 허망하다고 해야 하나. 다시 계곡으로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에 빠져죽을 수도 없고,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2. 리눅스형 시민운동과 MS형 시민운동
마침 리눅스형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당선자를 두고 이렇게 표현
한단다.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리더십"이 바로 리눅스 리더
십이란다. 위 문장에서 '리더십'이라는 말만 '시민운동'으로 바꿔보자.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
이 조금씩 참여해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운동"
시민행동 창립 초기에 리눅스형 운동과 MS형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걸 다 만들어놓고 '자 이런 운동 만들어놨으니까 너그들은 여기 참여해봐
라'라고 주장하는 MS형 운동방식과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이런 운동을 할려고 하
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진행하면 좋을까요"라고 제안해나가는 리눅스형 운
동 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민운동은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위
에서 말한 리눅스형 운동을 말한다. 리눅스의 정신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개방성, 그리고 공동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공유의 정신에 있
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시민운동은 이러한 정신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
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운동의 정신이자 원칙인 것이다.
3.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남기
인터넷 여론, 인터넷 시민운동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해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민운동은 바로 이 디지털 네트워크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내야만 한다.
신속한 정보전달과 전달범위의 확대
수많은 개인미디어의 탄생 촉진
편리한 참여
위 세가지는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시민운동이 머리를 싸매고 골머리를 앓았던 지
점들이다. 시민단체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기 위해 언론에 의존한 정보전달에
집중을 해야 했고, 개인의 의견을 드러낼 곳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문제
를 시민단체라는 조직적인 틀 안에서 풀어내고자 했거나 그냥 침묵하고 있었다. 시
민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근거로 '참여'하는게 아니라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한 공간이었
다. 자 그렇다면 시민행동의 지금까지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를 널리널리 보급하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가?
시민행동의 자체 미디어를 가질 생각은 했지만 수많은 개인미디어들을 어떻게 활용
하고 네트워크할 것인지를 고민했는가?
우리가 말하는 편리한 참여는 혹시 참여하자는 주장하기의 편리함은 아니었는가?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인터넷의 힘, 네티즌의 힘, 가상공간의 역동성은 우리의 머
리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생각을 디지털 기호
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공상도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디지
털 기호로 -- 그것이 텍스트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 표시될 때만 공상
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시민들을 강당에 앉혀놓고, 거리에 불러놓고 마이크잡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이크줄을 타고 앰프로 전달되는 아날로그 소리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흘러다니지
않는다. 토론회, 강연회, 집회와 시위 때 한 이야기를 디지털 기호로 전환시켜서 유
통시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때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그것은 '하지 않음'으로 기록된다.
다시금 디지털 네트워크에 맞는 운동방식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체크해보는 기회
를 갖자. 그동안 우리의 행적을 드러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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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5 인터넷에서살아남기ver2(조양호)

  • 1.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Ver 2.0 - 반성과 의문, 제안 - 함께하는 시민행동 웹기획팀장 조양호 choasin@action.or.kr 이 글은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뭔가를 해볼려는 시민단체 - 시민단체 중에서 가장 인터넷과 친하다는 시민행동까지도 - 활동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반성 과 함께 시민행동의 홈페이지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본인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글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논의를 위 해 시작한 글이고, 경험과 반성을 담고 있는 글이니 인터넷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 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3년 5월에 작성된 글은 최근에 다시 추가 정리한 글입니 다) 인터넷은 철학과 웅대함으로 의사소통하는 곳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보기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아래 재미있는 예가 있다. 아래는 멜빌 (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ck)에 나오는 첫번째 문단이다. "내 입 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찰 때마다, 내 영혼 깊숙이 축축한 11월의 기후 가 자리할 때마다, 장의사의 집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질 때마다, 장례식 행렬 맨 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 리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 때마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글을 Kathy Henning 이라는 웹칼럼니스트가 아래와 같이 바꿔 버렸다. 원문이 가지고 있던 웅대함이라든가 철학적인 멋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이 여자는 "인 터넷은 철학과 웅대함으로 의사소통하는 곳이 아니라"라고 짤라 말한다. 난 Kathy 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철학과 웅대함이 빠지고, 온갖 잡담과 보기 쉬 운 글들만이 난무하는 인터넷이란 재미없는 싸구려잡지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뒷느 낌은 공허하고 허무하다. 다만, 우리의 글쓰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 2. 나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내가 우울하고 고독할 때, 장의사의 집 앞에 서있을 때, 장례식을 뒤따라 갈 때,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 지긋지긋한 단체홍보는 이제 그만 "만일 여러분이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찾으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수익성 높은 고객 관계를 창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술적 리더쉽과, 전문적 금융 서비스, 그리고 최상의 고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위 글은 미국의 한 회사가 자기를 드러낸 글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이 다. 이 예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수잔 솔로몬 이라는 양반이 <지긋지긋한 회사소개는 이제 그만>이라는 칼럼에서 소개한 정말 지긋지긋한 회사소개의 예이다. 제발 바쁜 사람 졸리게 만들지 말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단체소개글은 또 어떤가? 별반 다르지 않다. 창립취지문을 올려 놓은 곳, 정관을 올려놓은 곳, 시민운동하는 우리도 개념이해가 어려운 온갖 단어들 이 활개를 펴고 있다. (시민행동의 단체소개 페이지라고 특별히 다를건 없다) 홍보 브로셔를 만들기 위해 단체들은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맡기고, 몇차례의 회의를 통 해 단체를 보다 쉽게 소개할 단어들을 찾아낸다. 홍보브로셔를 수천부찍고, 수백만 원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과연 홈페이지의 단체소개글에 대해 관심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그건 회 의없이 웹담당자가 어디선가 긁어온 문구를 붙여넣기 한 것일 뿐이다. 시민행동이 홈페이지를 개편한 이후에 가장 많이 본 페이지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시민행동 단체소개 페이지이다. 이 페이지의 조회수는 두달동안 15,000클릭에 달한다. 단순비 교해보면 인터넷 홍보브로셔가 15,000장 뿌려진 것이다. 돈하나 들이지 않고. 그런 데 왜들 이모양인가? 인터넷에서 글쓰기할 때 필요한 자세가 있다. 첫 번째는 관료주의 문체를 버리는 것, 두 번째는 옆집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쓰는 것, 세 번째는 공문들은 찢어 버리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기사들은 하나같이 옆집 사람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관료주의적인 문체들은 공문처럼 떡하니 붙어 있 다. (최근들어 뉴스식 글쓰기가 유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 3. 눈높이 맞추기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딴지일보식 글쓰기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 식의 글쓰 기가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이다. 졸라와 씨 바로 표현되는 과감한 욕, 반말투의 글이 핵심은 아니다. 술집에서 친구에게 이야기 하는 듯한 자세, 눈높이가 핵심이다. 딴지일보의 포르노사이트 차단에 대한 소송원 고인단 모집 소송 기사를 보자. "본지 드디어 원고인단을 모집한다. 즉, 그간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 을 제기하여 재판을 청구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거다" 근데 무슨 재판이냐구? 벌 써들 잊으셨는가! ISP 업체의 불법 필터링 말이다. 기억 안나시는 분덜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다시 말해, 지난 시절 잘 접속되던 해외 성인 싸이트를 정통부 지시로 ISP업체들이 아무런 사전공지없이 차단함으로써 그간 소비자인 우리가 받아온 피해 를 법적으로 보상받자는 거다. 사용료는 다 내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은 거 아니더냐."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이미 정해진 틀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네티즌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포 르노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ISP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계획하 고 1월 8일부터 원고모집에 들어갑니다. 소송절차는............" 물론 우리의 글쓰기도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언론사 기자들의 눈높이에. 기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담아서 기자들이 기사쓰기 편하게 작성들 해주고 있다. 그게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진 짜 나쁜건 기자의 눈높이에 맞춘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메인에 떡하니 올려놓을 뿐 이라는 사실이다.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인터넷의 현실 위의 세가지 예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시민단체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네티즌 들이 생각하는 인터넷에는 작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시 민단체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은 ①조직화의 도구, ②홍보와 참여의 수단, ③미 디어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조직활동의 폭 을 넓혀주는 도구로서 생각해왔던 것이다. 인터넷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는 말도 해왔지만 그것은 인터넷이 현실세계와 똑같 이 사람들이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녔 다는 사실을 통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 판 단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왔다. 어느 곳이 현실
  • 4. 이고 가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현실 과 가상이라는 공간 사이에는 엄연한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관계의 차이가 존 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차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문제는 시민단체가 여전히 현실의 논리로 인터넷을 떠도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사이버세계의 우주다. 시민단체는 그 우주 안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단위 일 뿐이다. 시민단체는 이런 단순한 사실, 인터넷이라는 우주 안에 시민단체가 존재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인터넷이 시민단체가 내뱉는 언어와 주장에 따라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공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10사람을 인터넷에 들여보내보자. 그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언어들은 금새 달라진다. 두가지 예가 있다.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성명서와 보도자료가 항상 홈페이지 탑뉴스를 차지한다. 그 러나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움직여왔던 전통적인 세력들 - 정부 관리, 정치인, 언론인 - 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주체세력이 바뀌 고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온라인 토론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썰렁한 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의견게 시판을 열어놓는 것이다. 시민행동이 99년도에 실험적으로 진행했던 5차례의 생방 송 토론회를 기억하는가? 한 유명한 포털사이트와 공동으로 추진했지만 그 토론회 를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재미없고, 권위적인 요소 가 잔뜩 묻어난 토론회를 인터넷에서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99년도의 실 험에서 얻었던 교훈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다. 그런 식의 온라인 토론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는 유인물 홈페이지를 갖고있다. 시민단체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다. 그게 아니면 잡지형 홈페이지 다. 유인물이 과거에는 정말 유용한 선전․선동의 도구였다. 권력의 핵심에 파장을 일으키는 매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해진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예전과 같은 일방통행의 집회를 싫어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집회의 장소에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거리의 집회는 집에서 있는 책과 더불어 정보를 획득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 이었다. 작금의 시대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집회장소에 뿌려지는 수십종의 유인물과 팜플렛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있다. 사람 들은 집회에 오기 전에 이미 사태파악을 다 하고 오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설
  • 5. 도 재미없고, 유인물도 그저 그렇다. 집회는 당연히 문화적인 행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전부는 아니지만 인터넷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1등 공신이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는 유인물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인물 홈페 이지에 유인물에서 통용되던 언어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시 대에는 시민단체가 발행하는 유인물이 아니더라도 훨씬 고급스럽고 구체적인 정보 들을 얻을 수 있다. 나무도 보여주고, 숲도 보여주는 정보들이 인터넷에 있다. 문제 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데이터가 아닌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가 올리는 정보들은 사실 정보가 아니다. 정보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 주체와 외부의 객체 간의 사정이나 정황에 관한 보고”이다. 즉, 단순한 의미의 데이터가 아 니라는 것이다. 정보가 대중들에게 우리 사회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도구가 되 고,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 정보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 는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실천할 때 그게 진정한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정보다. 우리는 홈페이지에 정보를 올리고 있지 않다. 데이터를 올리고 있다. 정보는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과 언어가 중요하다. 하지만 데이터에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 요한 것은 데이터일 뿐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홈페이지에 올릴 성명서나 보도자료, 논평을 꼭 지금과 같은 방식 으로 써야 할까. 예를 들어 딴지일보식으로, 일기나 에세이 형식을 빌려서 쓸 수는 없을까? 머리를 잠깐 뒤로 젖히고 생각해보자.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단체의 공식입장인데 꼭 그렇게 써야 되겠어', '젊은애들한테는 먹혀도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아직 좀 그렇지 않아?...' ‘공동대표나 정책위원장 동의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의문은 그냥 의문으로 묻어두자.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꼭 딴지일보식으로 써야 한 다는게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전달하고자 하는 1차 수신 자는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 이해당사자 등이다. 그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하면 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우리가 던진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 이다. 그런데.... 성명서 쓰기도 바쁜데 언제 또 홈페이지에 올릴 글을 따로 만드느냐고?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시민“운동”단체이지 연구단체가 아니다. 우리가 세계를 얼마 나 냉철하게 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내는지를 자랑하기 위해서 성명서나 보도자료,
  • 6. 연구보고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중과 소통하고, 우리의 주장을 설득하고, 우리의 가치를 그들과 함께 실현시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성명서나 보도자료를 언론사 팩스에 보내고 나면 일 다했다고 손털지 말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내용을 좀더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몇 년전부터 이런 일이 시민단체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참여여대나 환경운동연합 이 홈페이지에 성명서/보도자료는 제목으로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기사체 글쓰기 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오마이뉴스가 뜨고 난 생긴 현상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 어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 흐름을 주도하기 보다는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유일한 컨텐츠는 성명서과 보도자료 뿐 - 결과보다는 과정을. 인터넷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시한다. 우리가 발표하는 성명서는 결과물 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 성명서가 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과정을 통해, 누구의 의사결정에 의해, 누가 작성했는지 알지 못한다. 성명서를 작성하기까지의 숨겨진 이야기, 즉 비하인드 스토리, 인터넷에 모인 대중들은 그런 것에 반응한다. 글을 재 미있게 쓰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네티즌들에게 좀더 정확 하고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고, 그들과 호흡하려는 마음자세다.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은 호흡 의미의 이상이 있다. 그것은 시민단체의 투명성을 높 이는 길이자 신뢰를 얻는 길이다. 시민행동 홈페이지 에피소드에서 작은 파장이 있 었다. 미니라는 아이디의 에피지기가 시민단체들에게 공개질의를 보낸 것이다. 파병 반대운동에도 참여하고, 낙선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물었는데 요점은 이거다. (관련글 보기 : http://epi.ww.or.kr/vandana?item_id=3451) 파병에 찬성한 의원들은 왜 낙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냐구. 그 결정을 한 의사결정단위의 회의 록을 볼 수 있냐고. 한 단체만 답변하고, 세 단체는 침묵했다. 하지만 미니의 추가 질의에는 한 단체도 답변이 없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들 에게 정보공개하라고 요구하듯이 시민들은 시민단체에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뭔가에 떠밀려서 억지로 하는 것은 보기 민망하다. 흐름을 주도하고,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 래야만 대중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우리는 슬프게하는 것은 또 있다. 시민단체들이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컨텐츠라 는게 사실 성명서, 보도자료, 논평, 의견서,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 표적 시민단체라고 하는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련, 녹색연합, 환경정의, 그리고 시 민행동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것 또한 유인물형 홈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하
  • 7. 고 있는 이유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컨텐츠가 기사체로 쓰여졌건, 딱딱한 성명서체 로 쓰여졌건 상관없이 여전히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만을 알려내는 일방통행식 소통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역할이 그것 아 니겠냐고 한다면 현재에 만족하고 계속 유인물만 찍어내면 된다. 그런 상황이 끔찍 하다면 웹담당자 뿐만 아니라 모든 상근운동가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성공했던 홈페이지 - 광장형 성공했던 홈페이지들을 떠올려보자. 안티닉스 사이트, 두발제한반대사이트, 노사모 사이트 등등. 공통점을 찾아보면 '광장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 다. 廣場이 무엇인가? 도심에 존재하는 공공적인 공간인 광장은 시민들의 생활의 중심지이자 정치, 상업, 사교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이다. 광장성이 강한 홈 페이지의 특징은 누구든지 제한없이 모여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토론하고, 싸우고, 결정하는 '공공의 場'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광장은 철저히 개방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그러나 그동안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는 폐쇄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폐쇄적인 구조일 뿐더러 홈페이지 편집자 1인에 의해 혹은 자동프로그램에 의해 모든 컨텐츠의 선택과 배열, 유통이 정리되었던 구 조였다. 하긴 선택하고, 배열하고, 유통할만큼의 컨텐츠가 있기는 했는가?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놓은 우리는 인터넷의 진정 한 장점을 살리지 못한채 시민단체의 역할을 문서편집자로 만들어버렸다. 네티즌들 은 단지 구독자일 뿐이다. 민주노총의 최세진씨는 “여중생 사건 광화문 집회를 보면서”라는 글에서 범대위와 네티즌들간의 갈등양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광장’이라는 공공의 장이었다. 그들은 같이 모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흡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획되는 집회가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는 광장이, 카페가 필요했는 데 범대위는 그 넓은 광화문 거리에 선을 그어놓고 그 선 안에 앉아서 이야기좀 들 어보라고 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으라는 것인가. 사람들을 만나러, 이 야기하러 온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또 들으란 말인가? 사람들은 '유인물 홈페이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행동 홈페이지가 지 향해야 할 첫 번째 방향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를 버리고 '광장형 홈페이지'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토 론하고, 싸우고, 분노하고, 감동해서 참여하는, 자발성이 분출되는 廣場을 제공해주 어야 한다.
  • 8. 그렇다면 시민행동이 제공해주는 '광장'이 오마이뉴스나 다음카페가 제공해주는 광 장과 어떤 차이를 가질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언론영역에 적절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국민의 기자화를 내건 오마이뉴스는 언론고시를 통과한 기자가 아닌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을 과감하 게 전면에 배치했다.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오마이뉴스는 더욱 빛을 발했다. 우리 아버지도 안다. 오마이뉴스를. (사실은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우리 고향출신 이라는 사실을 아시는거다.) 오마이뉴스와 어떤 차별점을 지닐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광장으로서 가지는 한 계는 무엇일까부터 생각해보자. 현재 Daum의 검색실에 근무하고 있는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에 대한 애증(?)'이라는 글에서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오마이뉴 스의 기사 카테고리는 일간신문의 면구성과 너무 똑같고 정치문제에 너무 민감하다 는 사실이다.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의 시간은 종종 80년대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맞는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탄생한 시점부터는 정치적 변화의 폭이 가장 컸던 시기이다. 대통령선거 경선이 있었다. 그 다음에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국회의 원 선거가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최고의 수준을 맞보았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서 정치영역을 빼면 앙꼬없는 찐빵이다. 둘째로 조희제씨는 오마이뉴스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네트의 미시 정치와 테크놀러지의 정치성, 그리고 21세기의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의제를 선도하지 못하고 의제를 설명할 뿐이다. 국제뉴스는 여전히 국제정치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인터넷과 경제분 야에 대한 인식수준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 시민단체들의 오마이뉴스 따라가기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Y타임즈나 NGO타임즈, 사이버참여연대가 그랬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 입장에서는 오마이 뉴스가 부럽고, 그 정도만 하면 대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오마이뉴스 같은 “뉴스의 광장”이어서는 안된다. 결국에 끝까지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래서는 안된다. 그것은 오마이뉴스나 다른 비슷한 인터넷언론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시민행동은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한다. 아니 요즘은 다들 수평적 네트워 크를 지향한다고, 지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자전거창살조직 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고 (민주노총 최세진씨), 분산형 네트워크라고 표현한 사람 도 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 9. 자전거창살조직이란 가느다란 창살로 연결된 바퀴처럼 각자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느슨한 연대의 틀로 모여서 공동행동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최세진), 분산형 네트워크는 조직적인 멤버십을 갖지 않고 흩어져있는 다수의 개인들의 네트 워크를 말한다. 분산형 네트워크 운동에는 핵심 주체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참 여자들의 관계는 지극히 수평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누구든지 운동의 방향이나 구 체적인 전략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것이 다른 참여자들에게 설득력을 얻 게 되면 그러한 방식으로 운동이 흘러가는 비정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민경배) 맞다. 수평적 네트워크는 대세이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단지 인터넷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전근대에서 근대로, 다시금 근대에서 탈근대로 우리는 이 동중이다. 탈근대는 국가가 중심이, 중앙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바로 독립 적인 개인들의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사회가 진정한 탈근대의 사회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치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흔 히 커뮤니티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네트워크 가치가 언급된다. 계량적으로 1對多 커뮤니케이션에서는 多만큼의 가치가 생긴다. 그리고 1對1커뮤니케이션에서는 1과 1로 오고가는 과정만큼의 가치를 생긴다. 마지막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多對多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그로부터 얻어지는 가치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별 다른 노력없이도 수십배의 가치를 얻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개인들은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네트워크 안에 또다른 사람을 끌어들이 고, 그 사람과 맺는 관계만큼 가치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 개인들이 얻게 되는 가치는 곧 네트워크의 가치로 직결된다. 개인의 가치와 네트워크의 가치가 서로 대 립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일 때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얻어야 할 네트워크의 가치 이다. 시민행동이 말해온 네트워크의 “현실적인 모습”은 多對多 커뮤니케이션에 근거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사실상 1對多 커뮤니테이션에 기반한 네트워크였다. 이런 네트 워크 방식은 그림만 다를 뿐 그 가치면에서는 중앙집중형 구조와 크게 차이가 없 다. 단지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없을 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란 바로 多對多 커뮤니 테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여야 한다. 그곳에는 여러개의 중심영역 - 이것은 허브 혹은 노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 만 존재할 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의 가치를 얻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인터넷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면 우리는 두가지 지점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하나는 수평적 네트워크라는 그 공간 속에서 상근운동가의 역할은 무엇 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직급이 인터넷에서는 별로 의미가
  • 10. 없음은 모두 알 것이다. 네트워크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들의 조정과 지원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그것 또한 자발성에 근거할 때 대중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네트어크 공간에서 상근운동가들은 오프라인에서와 똑같이 팀장, 조직가, 정책전문가, 실무자 여야 하는가? 아니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 공간에서 굳이 그런 직책과 역할 들로밖에 자신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까? 2002년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노무현 지지자들의 커뮤니티 속에 존재했던 송영길 의원, 추미애 의원, 김현미부대 변인을 기억할 것이다.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의원은 노무현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 한 자신들의 활동기록과 의견들을 커뮤니티 게시판 속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 글을 보좌관이 써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의 글이 관리자 에 의해 메인화면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김현미 부대변인도 마찬가지다. 논평을 발표하는 것과 별도로 부대변인은 노무현 후보 유세현장의 분위기를 한명의 노무현 지지자 일원으 로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들의 글은 금방 조회수 수백, 수천을 기록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촛불시위 제안자 ‘앙마‘의 경우는 또 어떤가? 그 제안을 범대위에서 했다면 그렇게 호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시민단체에서 제안했어도 호응받지 못했을 것이 다. 한명의 네티즌으로서의 앙마가 제안하고 여러명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게시 물을 퍼다 날랐던 것 뿐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하면 상근운동가는 더 이상 잡지편집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을 설득하 기 위해 굳이 집회 단상만 고집해서도 안된다. 그들을 굳이 “지도”한다는 생각도 가 지지 않는게 좋다. 그게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좀더 열성적이고, 의견표명 에 적극적인 한명의 네티즌으로 자신을 무장할 필요가 있다. 역시 호흡과 소통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시민운동가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고,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서 해결하는데 시간을 바치 기보다는 세상이 바뀌어지는 모습들을 뒤늦게 평론하는 사람들로 전락할 것임이 틀 림없다. 1년, 2년 세다보면 어느새 10년이 흘러가버리듯이 변화의 현상들을 보고만 있으면 어느 순간 이미 세상이 바뀌어버린걸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이슈들은 개개 인의 시민들에게 넘겨주게 되어 있다. 이미 상당부분 넘어가고 있다. 수경스님의 삼보일배,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분들이 종교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우리같은 사람이 하 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광고 강의석군은 종교예배선택권이
  • 11. 라는 새로운 의제를 혼자서 제기했다. 100여일 동안 투쟁하고, 40여일 동안 단식했 다. 그는 “단식은 가장 평화적인 신념 표출 방식”이라고 해서 우리를 숙연하게 했 다. 그 전에 오태양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운동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만들었다. 자신 의 생각과 주장을 몸으로 스스로 실천해서 보여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 이 사회적 이슈로 가능해진 것은 역시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영향력 때문이다. 선전 선동하는 시대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시민행동을 넘어서 시민운동으로 홈페이지 개편전략에서 이게 핵심이다. “시민행동을 넘어서” 홈페이지를 시민행동의 내용들로만 가득 채워놓을 필요가 있을까? 앞서 이야기한 광장형 홈페이지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에 국한해서 홈페이지 전략을 짰을 때 여전히 우리는 부족한 방문자수에 실망하고 서로 호흡하고 소통할 네티즌들이 홈페이지 안에 존재하지 않음에 절망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 중의 하나인 아마존은 단순히 서적만을 판매하는 곳 은 아니다. 아마존은 서적, 음반, 장남감, 오락과 같은 분야에서 여전히 최고의 경쟁 력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의 슬로건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여기에서(On the Shelf)"다. 이 관점에서 서적에서 출발해 장난감, CD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혹 자는 이를 문어발식 확장이라고도 한다. 좋게 말하면 수평적 확장형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도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인 YES24, 알라딘에서 꼭 책만 팔아먹 는 것은 아니다. 책만 팔아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DVD, 소프트웨어, 가 전제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예산감시운동만, 정보인권운동만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를 지향한다면 굳이 시민행동을 넘어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지금 그 분야의 운동을 집중하고 있더라도 우리이 지향점이 그 분야를 넘어서는 그 어떤 것이라면 우리는 “운동”이라는 큰 관점으로부터 출발하는게 옳다. 자신의 영역이 분명한 운동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운동이 환경단체만의 몫이 아니듯, 예산감시운동도 예산감시 단체만의 몫이 더 이상 아니다. 운동은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세분화되거나 서 로 모아질 것이다.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에 그러한 가치를 궁극적으로 실 현할 사람들은 참여연대에도 있고, 서프라이즈에도 있고, 오마이뉴스에도 있고, 조 선일보에도 있다. 지금 당장은 시민행동이라는 테두리 안에만 존재하겠지만 잠재적 수용자는 세상에 고루 퍼져있다.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고, 그 안에서 그들의 가치와 경쟁하고, 싸워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아야 한다.
  • 12. 우리들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 사실 우리는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수없이 해왔다. 수평적 네트워크, 자발성에 기초 한 운동, 눈높이운동 등등. 하지만 이야기하고나면 그만이다. 실행해보지 못했다. 훈 련이 덜 되었던 탓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의 방식이 편하기 때문이 다. 고백하건대 아래와 같은 습성이 찌들어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 성명서 하나 작성하고 현안대응했다고 착각한다. △ 보도자료를 언론사 팩스로 보내놓고, 당연히 보도되기를 기다린다. △ 의견서를 내면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 뉴스레터 발송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릴 건 다 알렸다고 생각한다. △ 메일발송 프로그램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항의메일을 보내주기를 마냥 기다린다. △ 배너달기가 의미있는 홍보수단이라고 생각한다. △ 홈페이지 기사 조회수가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거리에서 퍼포먼스하고 그게 신문사진에 나면 즐거워한다. 무엇이 바뀌었지? 사람들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우리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저 수준에서 머무르는 한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다 해도 우리의 홈페이지를 생동감 넘치고, 재기발랄하고, 사람들로 북적북적대는 곳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홈페이지에 담아낼 수 있는 컨텐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시민운동을 하는 우리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개편할때쯤 되면 같이 일하는 상근자들이 요 구한다. “성명서 올리면 메인에 바로바로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해줘”라거나 “html 코드를 모르더라도 수정할 수 있게 해줘” 혹은 “우리 부서 게시판이나 자료실은 이 러저러하게 만들어줘”.... 라고. 우리의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자. “그건 당신한테 편하고 좋은 홈페이지고,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건 뭐지?” 아.. 네가 진짜 원하는게 뭔 가? 단순화시켜본다면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하는 운동이었 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식인이었고, 지식인은 주로 종이신문을 통해 여론을 청취 하고, 세상을 읽으며, 자신의 주장을 확대생산해나가는 과정을 거쳐왔다. 시민운동 또한 종이신문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파하는데 전력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현상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여론의 선도자, 지식의 공급처로서 의 종이신문의 기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의 중심은 여전히
  • 13. 종이신문에 맞추어져 있다. 이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홈페이 지를 개편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운동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 이다. 나중에 “어느날 뒤돌아보니 세상은 이미 변해 있었다.”라고 고백하면서 후회 하지 말아야 한다. 매력적인 컨텐츠 - 재미 + 정직함 혹은 진정성 우리는 컨텐츠가 훌륭하고 넘쳐나는 홈페이지에는 사람들 역시 넘쳐난다고 생각한 다. 흔히 컨텐츠가 좋고 풍부한 홈페이지에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이 꼭 진실인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컨텐츠로 무장한 곳이라도 파리만 날리는 곳이 있고, 게시판 하나 달랑 있는 허접한 곳이라도 넘쳐나는 기운 에 주체를 못하는 곳이 있다. 시민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컨텐츠, 연예오락 뉴스처럼 안보면 술자리에서 대 화에 끼지 못하는 그런 내용들이 전혀 아니다. 숙제하러 오는 학생이나 레포트를 내는 대학생들, 다른 단체의 시민운동가들이 아니고서 누가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려지는 컨텐츠를 -- 현재 일반적으로 올려지는 성명/보도자료 등 -- 기다리고, 찾아보고, 읽고 싶어 하겠는가? 그 재미없는 내용들을. 현재 시민행동이 생산하는 컨텐츠는 정말 재미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출발해보자. 앞서 이야기한 대로 재미있다는 표현을 매력적이다라는 표현으로 좀더 발전시켜보 자. 그렇다면 매력적인 켄텐츠를 우리가 자체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은 과연 있는 가? 매력적인 컨텐츠를 얻기는 쉽지 않다. 매력적인 컨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내 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비용(시간+인력+아이디어)이 든다. 상업적 사이트를 제외한 성공한 비영리 사이트(정치인, 비영리단체)에서 보여지는 컨텐츠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정직함이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성공한 예를 별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성공한 정치인 사이트를 두곳만 예를 들어보면 미국의 제시 벤추라와 한국의 노무현. 프로레스칭 선수 출신인 제시 벤추라는 주지사 선거에서 '정직'을 모토로 정치자금 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단돈 600달러로 구축한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를 팔 고 선거자금을 모았다. 노무현도 정치자금 안받겠다고 하고 100만명에게 100억원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의 정직 모토는 정치자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네 티즌들의 의견을 가장 중요한 켄텐츠로 올려놓고, 일일브리핑이나 동영상 인사말을 통해 조중동으로부터 얻어맞은 것을 네티즌들에게 하소연하고 오해있는 점들은 양
  • 14. 해를 구함으로써 솔직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성공한 정치인들의 인터넷 전략은 네티즌들에게 논리와 명분으로 설득하기 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언어와 컨텐츠로 네티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초점을 맞 췄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3. 정직함의 전제조건 : 오픈 커뮤니테이션 채널 일반적으로 성공한 정치인들의 웹사이트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이라는 명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직함'이라는 요소와 '그 정직함의 일관성'이라는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이성진 칼럼 - 시작되는 온라인 정치캠페인) 시민행동에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 시민행동의 유일한 오픈커뮤니테이션 채 널인 '게시판'에 최근 아래와 같은 글 하나가 올라왔다. (내가 쓰고 있는 '인터넷과 NGO' 게시판에 11월 22일에 올라온 글인데 어제서야 이러 글이 있는걸 확인했다. 이 앞에 올라온 글에는 내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에 답변하기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 는 과오를 저질렀다) "저도 시민행동의 답변이 올라오길 기대 했는데 몇일이 지나도 묵묵 부답이네요.. 님의글 보면 참.대단 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님의 글이 다음 카페 많은 게시물에 올라와 있더군요. 함께하는 시민 행동인지, 혼자하는 시민행동인지 정말 모르겠네 요. 님은 벌써 알고 계실걸로 압니다만 음반협회 단속시점이 무기한 연기 된걸로 압니다. 아마 님처럼 행동하는 네티즌 덕분이라 생각 합니다. 함꼐하는 시민 행동,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좀더 진보된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기 전에 일단은 시민행동의 각종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스크린하고 이에 대한 답변들을 성실히 해주는 것만으로 도 50%는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에 재치있는 답변과 성실함으로 회사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백억원의 홍보효과를 본 시스코라는 벌레잡 는 회사도 있지 않던가. 최근엔 답변 보다는 댓글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은 일종의 코멘트로서 100 자논평쓰기, 토막의견쓰기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답변과 달리 이 댓글은 해당 글 아래 바로 붙는다. 컨텐츠의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댓글은 편리한 인터 페이스 때문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남이 올린 글을 보면서 '한마디' 툭 던지고 가 는 사람, 그 사람의 멘트에 또 한마디 툭 던지는 사람, 일종의 화장실 낙서문화라고 보면 된다.
  • 15. 그런데 이 화장실 낙서문화의 인터넷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댓글이 사실상 본문보 다 더 재미있고,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 상근자들 메일로도 쏜 적이 있는 '군에 가는데 총을 사가지고 가야 하나요?"라는 글이나 '조리퐁 한봉지에 들어있는 조리 퐁을 세어봤더니 몇 개더라'라는 게시물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준다. 댓글은 그 자체로 훌륭한 컨텐츠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댓글기능보다 좀더 진보한 것이 위키위키라는 개념일 것이다. 여기엔 어느 것이 원 게시물이고 수정본인지, 답변들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한 사람이 게시물에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은 [Edit Text] 버튼을 눌러서 전체를 수정해 버릴 수 있다. 완벽 한 공동작업인데 이 위험천만한 일을 사람들은 실험하고 있다. 너무 형식적인 면에 치우쳐서는 안되겠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내용의 질과 양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행동이 만들어내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어 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좀더 진보된 생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4.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 온라인브리핑. 시민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이란 무엇일까? 그건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조직내부의 정직함과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 조직내부의 정직함을 보여 주는 것들은 의사결정, 재정, 제반 정보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했는데 회의록과 재정은 찾기 어려울 뿐더라 몇 달째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임무이기도 하니까 졸라 반성하겠다) 그 외에 우리가 월요일 아침마다 모여서 사무국 회의때 한 이야기들, 운영위원회 회의때 나온 이야기들, 우리가 그때그때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아이디어들을 있는 그대로 써서 공개하면 안될까?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정보에 마음을 열고 시민행동을 가깝게 받아들이는건 아닐런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러한 컨텐츠는 시민행동 이름이 아닌 한 사람의 상근자이자 네티 즌의 입장에서 올리는 글이 될 것이다. 2003년 기획실 계획으로 넣었다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 때문에 문서에서 제외했던 계획중의 하나가 동영상.음성 브리핑이다. 브리핑 계획에는 시민행동의 내 부 사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매주 한주 동안의 시민행동의 활 동과 아이디어, 재정상태, 이후 계획, 에피소드 등을 모아서 이를 동영상이나 음성 으로 서비스하면 네티즌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리핑 은 상근자가 해도 되고, 자원활동가를 써도 된다. (성우 2명이 돌아가면서 격주로) 이 계획을 뺐다가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인터넷/시민참여가 핵심과제로 대두되었고,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16. 라이프스타일 컨텐츠. 다음으로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컨텐츠는 어떤 것일까? 그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로 표현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는 웹 칼럼니스트 이성진씨가 썼던 말인데 "컨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서 추출 가능한 컨텐츠"를 말한다) 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이야기하면서 이성진 씨는 두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정치인 홈페이지를 컨설팅해주면서 제안한 것인데 정치인 홈페이지의 컨텐 츠라는게 정책자료나 보도자료, 동정 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고 컨텐츠를 만들 시간이나 열의가 부족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 비용도 부담되기 때문에 정치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거기서 컨텐츠를 추출해내기로 했다고 한 다. 그래서 나오게 된게 '모 의원의 독서 메모'라는 메뉴다. 이 코너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로 채워진다. 간단하지만 꾸준히 기록하게 했는데 다른 컨텐츠에 비해 훨씬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코피티션 120쪽에서 128쪽까지 읽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문구가 인상적 이었다. 최근의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음으로 예를 든 것이 스노우캣이라는 사이트이다. 필름 2.0에 카툰을 연재하는 카 투니스트의 개인 홈페이지인데 그림일기와 사진게시판 등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컨 텐츠를 올려놓았음에도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랭킹닷컴의 순위 42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를 이성진씨는 독자들을 위한 기획적 측면과 라이프스타일이 잘 결합되었 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게 제일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현재 시민해동 홈페이지의 [커뮤니티게시판]과 [나의게시판]은 일종의 이런 라이프 스타일 컨텐츠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인기있다고 하는 [좋은엄마, 나쁜엄마], [아이를 키우며], [농주의 귀농생활]들의 내용을 살펴보 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상근자들 개개인이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직함과 진솔함, 고민들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칼럼식의 글보다 일기식의 글, 한달 에 한두 개 올리는 것보다 매일매일 짤막하게 올리는 글들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 한다. 우리 스스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보고 나만의 컨텐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 자. 사무처장님부터 솔선수범해주길 바란다. ㅎㅎ 홈페이지 개편전략이 짜여지면 이 와 같은 컨텐츠들은 지금과 같은 아래부분에 게시판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좀더 드 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면.
  • 17. 사무처장님은 시민사회 동향이나 보고들은 느낌들을 일기식으로 매일매일 적는다. 부담되게 한달에 하나씩 NGO이야기 쓰시려는 것보다 이런게 더 매력적이다. 내가 읽은 책 한구절이라는 컨텐츠도 좋다. 인터넷서핑 일기 상근자들의 정직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제시했는데 회원, 운영위원, 네티즌들로 확대되어야 한다. 초반에는 조직이나 섭외가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자발적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어떤 방식으로 컨텐츠를 보여줄 것인가는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Ⅳ.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Ⅴ. 인터넷에서 움직이기 1. 인터넷 여론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 언론을 국민의 여론을 움직이고, 단체의 지향을 실현시키 려는 방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단체 창립 때부터 그런 생각들은 드러냈지만 현실 화시키지 못했다. 2002년은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가고 있다는 흐름을 일깨워주는 한해였다. 최세진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2002년 사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이슈들은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여론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을 직접 상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홍보와 선전은 對언론에 치우쳐 있었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던 시대는 갔다. 언론의 여론형성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기능은 약화되었고, 여론을 반영하는 기사, 특히 온라인 여론을 따라가는 기사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조중 동 對 인터넷의 대결이라고 할 정도로 인터넷 여론의 힘은 커졌다. (온라인 여론 형 성의 과정에 대해 분석 한번 해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초창기에 인터넷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미디어적 속성 때문이었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현실적으로 오마이뉴스는 장미빛 전망을 현실화시켜준 적절한 예이다. 오연호 대표이사는 대선이 끝난 시점에 "언론권력 교 체되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 18. "... 아니 그 이전에 기자가 누구이고 기사는 무엇인가에 대한 공식부터 파괴했다. 그들은 독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뉴스 생산자가 되었다." 하지만 시민행동은 인터넷의 기본명제를 잊어 버렸다. 모든 사업이 100%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민행동은 정보의 생산자였고, 인터넷은 유통업자였고, 회원과 네티즌은 소비자였다. 21세기는 정보에 의해 모든게 좌우된다고 했거늘 시민행동은 분에 넘치게 나만이 정보 생산자임을 자처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작고, 질은 네티즌의 눈높이에 맞추질 못했다. 시민행동은 정보 생산자의 역할을 회원에게, 네티즌들에게 넘겨줄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것이다. 홈페이지 탑공간을 네티즌들에게 넘겨주기에는 그들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너무 약하고, 과연 그렇게 우리 집 공간을 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회 의가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들 많이 하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염려는 기존 언론권력이 만들어낸 병폐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노사모 홈페이지에 올라온 그 수많은 글들 중 에 이상한 글 하나를 뽑아내서 노사모, 이성을 잃었다거나 급진좌파라고 매도하는 언론권력들 말이다. 앙마가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촛불시위를 오마이뉴스의 자작극 이라고 보는 꼴통 한나라당, 노사모 회원중에 한총련 학생이 많다고 생각하는 수구 세력들. 우리가 그런 장난질에 너무 염려하는건 아닌지 말이다. 우리 홈페이지를 통 해 제공되는 그 수많은 정보들을 항상 시민행동의 분위기나 입장과 동일시하려는 경향. 여기서 반성! 위험하게 똑똑한 조갑제를 상식을 갖춘 수많은 네티즌이 이겼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흐름은 큰 강물이 되어 대세를 이루고 있다. 3년전 산속 계곡에서 물줄기를 따라 서서히 내려오고 있던 시민행동을 누군가가 강 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까지 데려다놓아 버린 것이다. 미쳐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바로 네티즌들이. 그래서 허망하다고 해야 하나. 다시 계곡으로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에 빠져죽을 수도 없고,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2. 리눅스형 시민운동과 MS형 시민운동 마침 리눅스형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당선자를 두고 이렇게 표현 한단다.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리더십"이 바로 리눅스 리더 십이란다. 위 문장에서 '리더십'이라는 말만 '시민운동'으로 바꿔보자.
  • 19.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 이 조금씩 참여해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운동" 시민행동 창립 초기에 리눅스형 운동과 MS형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걸 다 만들어놓고 '자 이런 운동 만들어놨으니까 너그들은 여기 참여해봐 라'라고 주장하는 MS형 운동방식과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이런 운동을 할려고 하 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진행하면 좋을까요"라고 제안해나가는 리눅스형 운 동 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민운동은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위 에서 말한 리눅스형 운동을 말한다. 리눅스의 정신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개방성, 그리고 공동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공유의 정신에 있 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시민운동은 이러한 정신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 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운동의 정신이자 원칙인 것이다. 3.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남기 인터넷 여론, 인터넷 시민운동은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해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민운동은 바로 이 디지털 네트워크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내야만 한다. 신속한 정보전달과 전달범위의 확대 수많은 개인미디어의 탄생 촉진 편리한 참여 위 세가지는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시민운동이 머리를 싸매고 골머리를 앓았던 지 점들이다. 시민단체는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기 위해 언론에 의존한 정보전달에 집중을 해야 했고, 개인의 의견을 드러낼 곳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문제 를 시민단체라는 조직적인 틀 안에서 풀어내고자 했거나 그냥 침묵하고 있었다. 시 민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근거로 '참여'하는게 아니라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한 공간이었 다. 자 그렇다면 시민행동의 지금까지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를 널리널리 보급하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가? 시민행동의 자체 미디어를 가질 생각은 했지만 수많은 개인미디어들을 어떻게 활용 하고 네트워크할 것인지를 고민했는가? 우리가 말하는 편리한 참여는 혹시 참여하자는 주장하기의 편리함은 아니었는가?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인터넷의 힘, 네티즌의 힘, 가상공간의 역동성은 우리의 머
  • 20. 리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생각을 디지털 기호 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공상도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디지 털 기호로 -- 그것이 텍스트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 표시될 때만 공상 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시민들을 강당에 앉혀놓고, 거리에 불러놓고 마이크잡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이크줄을 타고 앰프로 전달되는 아날로그 소리는 디지털 네트워크를 흘러다니지 않는다. 토론회, 강연회, 집회와 시위 때 한 이야기를 디지털 기호로 전환시켜서 유 통시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때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그것은 '하지 않음'으로 기록된다. 다시금 디지털 네트워크에 맞는 운동방식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체크해보는 기회 를 갖자. 그동안 우리의 행적을 드러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