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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임은(신문방송)
편집위원
발행처 동국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편집부 '오프너'
발행일 2015.11
이메일 open_her@naver.com
페이스북 동국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 (https://www.facebook.com/openher2015)
연락처 010 9023 4969
디자인 디노마드
나영(사회)
다윤(철학)
수길(신문방송)
효진(신문방송)
재민(사회)
오프너 [OPEN HER]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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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너
[OPEN HER]
동국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최종본.indd 3 2015. 12. 1. 오전 10:21
머 리 말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극 혐 주 의
목차
2
1 08 “강의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
해 내용의 언행을 한적이 있나요?”
12 인권센터 QnA
17 DHF : 가상축제 기획안
24 2015 여성혐오
29 그들이 뱉은 혐!혐!혐!
36 메갈리안 인터뷰 - #나는 메갈리안입니다
47 여혐반대, 실천하다
50 Check List 쉬어가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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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집 후 기
55 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61 다이어터 다이어리
65 평범함이라는 폭력
Her story
< ESSAY >
TV x Feminism
< TV 비평>
3
4 71 “그래서 드림우먼 어디에 있나요?” - 봄
77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엄마 –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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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얼마 전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과학생회장의 성폭력을 문제 삼으며 분노하는 글이 게시되었습니다. 글은
‘○○○오빠에 대해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학생회장이 학과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이와 관련된 뒷담화를 하고 다니며, 이것이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실에 경악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내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공감하고 같이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다 새터나 축제가 마무리 될 시점 또는 일상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일은 사실 빈번합니다.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단위 학생회는
자체적으로 내규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으나
역부족입니다. 학교에서도 인권센터를 설립하여 상담을 비롯한
사건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재정비했지만 이것만으로 학내 성폭력·
성희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을 모아 흰 종이에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거창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답답함과 분노를 마냥
억누를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분노한 시점, 우리가 분노한 공간, 우리가
분노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교지를 채웠습니다. 또한 26대 총여학생회 구성원 중 일부가
뜻을 모아 제작을 도모했습니다. 총여학생회에서 발행한 교지[HER]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앞으로도 여성주의 교지가 이어지길 바라는
여론에 힘입어 [오프너]가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총여학생회가 공석이지만
아무런 준비와 대책없이 중앙 단위 학생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04
최종본.indd 6 2015. 12. 1. 오전 10:21
제작과정을 지켜본 어떤 이는 ‘여성주의’를 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편집하는 입장에서 ‘여성주의’
라는 타이틀을 내세워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히 여성주의에 대한 선입견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이름에서
나오는 힘을 빌려도 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말, 사람들이 물음표를 떠올리는 말을
더더욱 소리 높여 말해야한다고 믿기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여성주의’
교지를 동악에 내놓습니다.
힘든 순간이 많았으나 이 책은 1년 동안 우리에게 현실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으로 분노를 표한 누군가처럼,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대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 글을 본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실에
경악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내 보낼 수도 있지만 당신은
공감하고 같이 분노할 수 있길!
2015. 11. 1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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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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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올 해 2학기부터 인권센터 운영이 시작되었다. 본 교지
구성원들은 지난 6월 법보신문과 9월에 열린 2015년도 2
학기 전체교수회의에서 학교가 발표한 ‘VISION 2020’을
통해 여름방학부터 인권센터 설립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
식을 접했다. 현재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학생회, 문과대학생회, 오프너가 함께 인권센터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의 만남을 요청
했다.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인권센터 담당직원과 학
생들이 만나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
하는 과정을 거쳤다.
해당기획에서는 인권센터에 학생들이 전달했던 요구안
과 인권센터와 학생들의 만남을 기록하고, 인권센터 인터
뷰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최근 여러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축제를 동국대에서도 진행하기 위해 가상 기획
안을 작성하였다. 현재는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학생들의 관심과 열의가 있다면 내년이라도 당장 가능한
행사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지금 동국대에서 가장 주목
해야할 인권이슈일 것이다.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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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빠르면 2015년 2학기부터 ‘성폭력, 성희롱, 인권침해와 관련된 언행여부’가 강의평가 항목에 추가된
다. 이전 총여학생회에서 꾸준하게 학자요구안을 통해 전달한 내용이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그 이유
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번에 인권센터가 새로 들어서며 학생들은 동일한 내용을 요구하였고,
학교는 지난 10월경에 가능한 빨리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총학생회와 문과
대학생회, 작년 총여학생회 집행부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학생들이 인권센터 운영에 관련하여 학내 인
권실태와 연관지어 요구한 내용들과 학교에서 시행하기로 약속 한 것들을 살펴보자.
- 인권센터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사안과 학교의 답변 -
글 | 꺄또
08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0 2015. 12. 1. 오전 10:21
< 학생들의 요구사안과 학교의 답변 >
성폭력
상담소
성폭력 피해상담소,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상담원으로 종사하려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
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 의 제7조 [별표1]에 따
른 기준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따라 성
폭력상담전문교육 100시간을 수료한 상담원이
상시 상주해야 한다.
현재 인권센터에는 성폭력
상담전문교육을 이수한 상담
원이 1명 배치되어있다. 상담
외 인권센터 업무로는 교육과
각 종 사업이 있는데,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인력 충원이 필요
하다. 인권센터 전반의 업무를
담당할 1명의 인력을 최대한
빠르게 충원 할 예정이다.
기존 양성 평등 상담소에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
였을 때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제보를 작년 총
여학생회에서 여러 차례 받았다. 전문상담원이 상
담에 집중 할 수 있도록 그 외의 다른 행정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배치 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경우,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
는 부서가 있다. 우리학교도 똑같이 구성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인권’을 전담하는 연구소를 설
립되어야 인권센터가 양질의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하여 요
구한다.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09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최종본.indd 11 2015. 12. 1. 오전 10:21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관계부서에 공문발송
최대한 빠르게 시행 할 수 있
도록 행정처리를 진행하기 약
속한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신입생 의무교육이 강화되
어야 하다. 현재 신입생들이 공동체를 꾸려가는
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 배우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 결과로 새
터와 축제가 끝나면 빈번하게 성폭력사건이 신고
된다. 1학년 1학기에 성차에 따른 폭력과 차별,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소수자에 대해 배우고 대
학문화를 바꿔가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당 내용을 담은 수업을 신설하고 의무수강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학사제도
강의평가에 ‘수업도중 성차별, 성희롱 언행이 있었
다’와 같은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작년 총여학생
회에서 「언어성폭력 사례집」발간을 위해 조사한 결
과 강의 시간을 포함하여 교수에 의한 성폭력, 성희
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다. 또한 실
제로 강의실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을 옹호하고 조
장하는 발언들이 작년 총여학생회로 접수되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학교 강의
평가 시스템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해당내용이 강
의평가에 추가된다면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한 번
더 성차별, 성희롱의 위험성에 대해 상기 할 수 있
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성학’ 교양과목 개설되어야 한다. 2013년까지 ‘
여성학’수업이 일반교양으로 학기마다 2강좌씩 개
설되어 있었으나 이 후 폐강되었다. 당시 총여학생
회에서 학교로 문의한 결과, 교양교육원이 다르마
칼리지로 변경되면서 일부 강의를 신설하고 폐강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여성학’ 이 때 폐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학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성
평등과 대안적인 대학문화를 고민 할 수 있는 시작
점이 될 수 있으므로 ‘여성학’ 수업이 다시 개설될
수 있도록 인권센터에서 앞장서서 요구해야 한다.
관계부서에 공문발송
최대한 빠른 시행을 위해 논
의중에 있다.(당초 2015년 2
학기 시행이 언급되었으나 현
재로서는 미지수)
10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2 2015. 12. 1. 오전 10:21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성폭력
상담소
외
인권센
터운영
기존에는 학생카운셀링센터 산하의 성폭력상담소
에서 인권이슈를 다뤘으나 이제 ‘인권센터’라고 개
편한 만큼 최대한 넓은 범위의 인권이슈를 다뤄야
한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차별과 폭력, 인권
침해 현상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수립이 시급하
다. 장애학생 맞춤형 학사행정, 선후배 간의 나이권
력타파, 외국인 또는 종교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
행위 등 다양한 인권 이슈를 포괄할수 있는 각종 제
도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풍부한 자료를 담은 홈페이지 구축되어야한다. 인
권, 폭력, 차별 등에 대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로 각종 자료를 발간하고 이를 홈페이지를 통
해서도 공개하면 좋다. 또한 상담절차에 대해 학생
들이 상세히 알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이곳으로 전화하면 어떤 도움을 받
을수 있을까’에 대해 여러번 고민하고 자신의 이야
기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담절차와 징계
처리절차 등을 도식화여 공개할 필요가있다.
장애인학생은 ‘장애학생지원
센터’에 담당하며 외국인학생
을 포함한 소수자학생들에 대
한 정책과 배려는 매우 필요
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
나 현재 인권센터의 인력으
로는 모두 다 다루기 어려우
니 차차 인력을 늘리며 반드
시 고려해보겠다.
조만간 재정비 될 예정이다.
11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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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보면 ‘몰카 방지’ 배너가 보인다. 해당 배너에는
‘동국대학교 인권센터’라는 이름이 적혔다. 인권센터 운영이 이번학기부터 시작되었지만 학생들
이 인권센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고작 이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오프너가 인권센터를 만
났다. 기존의 양성 평등 상담소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학우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
을 수 있는지, 학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 등 학우들이 인권센터를 이용하는데 가지고 있는 궁
금증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와의 이메일인터뷰 -
정리 | 엘사
12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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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QnA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는 신설된 대학 내 부속기관으로 기존(학생상담센터)
내의 양성평등상담소의 업무는 인권센터로 이관되었다. 인권
센터의 업무는 크게 성인권관련 업무(성희롱, 성폭력 등)와 성
인권관련 업무를 제외한 인권관련 업무를 다룬다.
인권센터는 어디에있나?
본관 2층(연구관리팀 오른쪽)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상담실은
계산관 A동 인권센터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성인권과 그 외의 인권사안에 대한 피해신고 및 상담 뿐 아
니라. 학내 구성원의 인권존중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다루
고 있기에 이에 해당하는 모든 내용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
가령,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침해의 회복, 피해자의 보호,
관련한 학사운영제도의 개선 등과 같은 인권침해사건에 대
한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회복과 더
불어 학교 차원에서의 재발방지 노력도 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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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QnA
학교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현재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1) 인권교육 및 인권존중교육확대,
2) 인권 친화적 캠퍼스 조성을 위한 활동,
3) 대학원생 인권존중을 위한 프로그램,
4) 강의 평가 제도 개선 등이다.
구체적인 상담절차는 어떻게 되나?
신고는 방문/이메일/전화를 통하여 가능하다.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
로 사전약속을 하여 상담할 수 있고, 사전 예약 없이 직접적으로 방문
하여 상담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사전 연락한 이후 방문하는 것
을 권장한다. 상담실은 독립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서 개인신상보호 및
상담내용이 비밀 유지된다.
방문하는 경우 02-2260-3928(인권센터) 전화 혹은 human_
rights@dongguk.edu로 이메일을 보내면 시간협의하는 경우 수월
할 수 있고, 상담실 혹은 본관 내 센터에서 방문상담 가능하다. 현재
센터 업무의 특성상 자리에 부재하는 경우가 있어 필히 전화 또는 이
메일 예약이 좋다.
학생들이 학내 뿐 아니라 학외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인권센터에
서 도움을 받을 수있다. 학내 규정에 따르면, 동국대학교 구성원이 피
해자 혹은 가해자인 사건 모두에 대하여 인권센터에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닌 ‘동국대학교 구성원’이 관
련한 사건인 경우 모두 인권센터에 상담 및 신고할 수 있다.
14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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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이후 사건처리 절차는?
기존 양성평등상담과정과 동일한 프로세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성윤리
위원회는 ‘동국인권위원회’로 변경되며, 구체적인 것은 차후 규정이 공
개되는 것 참고하길 바란다. 인권센터 관련 규정은 현재 재정 작업중이
고 학내 구성원과 관련한 다양한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매 해 새터나 축제 또는 일상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학
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현재는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이지만 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내규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하
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학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성폭력,
성희록 예방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
는데, 이에 대한 인권센터의 입장은 어떠한가?
예방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권센터는 상당히 동의하는 바이다. 인권
센터에서는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기위하여 다각접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예방적 활동(문화제, 예방교육 등), 지식공유 활동
(전문가 초청 활동 및 노트형 매뉴얼 제작 등), 그리고 신고에 기반
한 대응적 활동(피해상담, 징계요청, 재발방지 노력 등)을 진행중이
다. 앞으로 예방을 위한 활동을 더욱 다양화 할 예정이다. 강의 뿐 아
니라, 학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워크샵 시행, 홍보활동 등을 계획
하고 있다.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 QnA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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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도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
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서울대학교의 경우, 장애인과 외국
인 학생을 포함한 소수자학생들의 학습권에 많은 중점을 두
고있었다. 이제 동국대에서도 인권센터가 문을 열었으니 장
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면 보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물론이다. 인권센터에서는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등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는 모든 구성원들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만약 침해
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인권센터에 연락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
다. 또한 인권센터에서 계획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중 이들에 대한 관
심과 소수자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활동등
도 계획 중 이다.
인권센터가 새로 신설되어, 앞으로 많은 프로그램과 많은 활동으로 학
생여러분들게 다가갈 계획이다. 저희 센터는 언제나 여러분들에게 열려
있으니 권리침해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여러분이 인권센터와 공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나 저희와 공유해주었으면 한다.
인권센터 QnA
16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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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축제 기획안’
대동제 때마다 ‘대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습득한다’, ‘성폭력, 성희롱이 비번하게 발생한다’ 등의 평가
가 이어진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이 없는 축제를 기획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인권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축제기간을 별도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다
면 위 내용과 같은 비판을 가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시에 좀 더
나은 대학문화, 대학축제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마련될 수있다.
가상의 동국대 인권축제 DHF : DGU Humanright Festival 기획안을 통해 현재 동국대에서 중요한
인권이슈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글 | 딸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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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알아보기
LGBT
알아보기
개념공부하기 코너 :
LGBT란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줄임말로
성소수자를 총칭하는 개념. 그렇다면 아웃팅과 커밍아웃은
무엇이 다를까? 퀴어는 무엇이고, 호모는 또 무엇인가? 평소에 잘
알지못해서 함부로 사용했던 개념들을 확실히 공부하고 가세요!
성소수자 인권감수성 TEST :
나는 성소수자 인권에 얼마나 예민하게 살아왔는지 확인하는
TEST. 평소에 주변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있어?’ ‘
여자친구있어?’ 라고 애인의 유무를 묻지않았는지, 여성스러운
남성에게 ‘게이같아’라며 놀리지는 않았는지 등 당신의 성소수자
인권감수성 점수를 알아보고 점수별 처방전을 알려드립니다!
무지개팔찌 만들기 :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고무팔찌 함께 만들어요
(준비물과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으나 누구나 자유롭게 오셔서
만들고, 자신이 만든 팔찌를 가져 갈 수 있습니다)
개념공부하기 코너 :
‘장애’ 란 무엇인가? 장애를 바라보는 주류시각의 문제점은
무엇을까? 동정의 대상이 아닌 자립의 주체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부하고 가세요!
성찰의 벽 :
이제까지 아무생각없이 해왔던 장애인 비하발언(병신, 애꾸,
귀머거리, 애자 등)을 알아보고, 이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고 읽어보는 벽.
Wheel in DGU 사진전 :
남산에 자리한 동국대는 휠체어 타는 사람에게 불친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건물까지의
경사집입로가 없는 현실, 비탈길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30
분이상 더 소요할 수 밖에 현실!을 사진으로 알아봅니다.
노동인권실태
조사 결과
남이사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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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DHF
* 동국대 인권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오프너
물병
학내 언어
성폭력&
성차별 사례
< 외국인학생들의 성토대회 >
니들이 하는 말 다 들려! :
‘짱깨들 때문에 팀플 망함’ ‘중꿔면 수업 막 안들어와도 되는거야?’
그들이 알아듣지 못할꺼라 생각해서 막하고 다녔던 그 말! 사실
그들도 다 듣고있다! 한국어는 서툴러도 원래 자기 얘기는 잘
들리는법! 외국인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이 당한 차별과 비하에
대해서 성토합니다.
돈으로만 보지마! :
‘외국인’이라서 학습권을 박탈당한 기억, 불합리한 외국인대상의
학사행정 제도를 알아보고 학교에 시정요구사안을 전달합니다
나는 이런나라에서 왔다 :
일반적으로 외국인유학생이라면 중국인들을 많이들 생각하지만
동국대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학생, 교환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대학의 모습을 알아봅니다.
<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 >
첫 번째 이야기,
가장 믿었던 학생회장선배가
새내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
두 번째 이야기,
3년동안 말없이 교수에게
당하기만했던 대학원생의 고백
세 번째 이야기,
말할 수 있는 비밀
이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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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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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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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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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실태
조사 결과
남이사
스티커
<노동인권 실태조사결과 발표>
주제1 :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주제2 : 근로학생들이 당하는 부당노동행위
주제3 : 시간강사 임금
주제4 : 계약직 행정직원의 근로조건
<남이사스티커>를 판매합니다
당신 인생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그들! 그들에게 하고싶은 말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남이사
스티커로 할말은 하고삽시다!
스티커:한 장에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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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너
물병
학내 언어
성폭력&
성차별 사례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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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Bottle>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에서 직접 제작한 보틀을
판매합니다!
<학내 언어성폭력, 성차별 사례>
강의실에서 수업도중에, 과실이나 과방에서
선후배나 동기들에게 성性에 따른 차별적인
언어폭력을 당한 사례를 모아 피켓으로
전시합니다.
“요즘 취업하기 어렵니? 여자들은
시집 잘 가는게 인생의 큰 덕이다.”
“내가 걔랑 사귈 때 충무로랑
동대입구 근처에서
안가 본 모텔이 없어”
여성 자살 실패율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는
여성은 자살을 하려는게 아니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프게 해서, 관심을 받으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WELCOME, DHF
* 동국대 인권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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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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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가 화두였던 한 해였다. 온라인에서 각종
‘~녀’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한편으로는 혐오담론 속
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에 의해 ‘여혐혐’ 타이틀을 내걸은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혐오의 시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이에 대해
미디어 속 여성혐오의 발언과 내용을 유형화하여 주류 여
성혐오 담론이 여성을 어떻게 그려내고 이를 확산시키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메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갈리안을 인터뷰하고 그녀의 분노를 기록했다. 마
지막으로 온라인 밖에서 여성혐오반대를 실천하는 이들
을 만나보았다.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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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성혐오
2015년의 핫 키워드 중 하나로 ‘여성혐오’를 꼽았다. 여성혐오라는
키워드가 2015년에 생겨서 꼽은 것은 아니다. 이것이야 말로 유서 깊
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사실 2015년에서야 핫 키워드로 부상한 게
참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여성혐오를 인지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 역시
여성혐오의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글 |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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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명품 브랜드 샤넬백을 들고 있는 여성을 씀씀이가 헤픈 여성,
이른바 ‘된장녀’라고 불렀다. 운전이 미숙한 여성은 물론, 운전이 능숙한 여성도 운전에서의 실수, 사고
가 생기면 그 즉시 ‘김여사’라는 호칭이 부여되었다. 2015년, 과거부터 사용되던 수많은 ○○녀 호칭을
통합할 수 있는 어휘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김치녀’이다. ‘일부’의 개념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여
성을 칭한다는 단어였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김치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
으며 혹여나 ‘김치녀’처럼 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각종 SNS,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김치
녀에 의한 일화, 김치녀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썰’이 유포되며, 회자된다. ‘김치녀 레전드’ 일화만을 게
시하는 facebook ‘김치녀’ 페이지는 ‘좋아요’ 수가 이미 17만을 넘어 계속해서 좋아요 행진을 이어나가
고 있다. 김치녀를 퇴치했다는 일화에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통쾌함을 느꼈고, 일부 여성들은 해
당 커뮤니티에서 김치녀가 아닌 ‘개념녀’가 되기 위해 몸부림 쳤다.
2015년 하반기, 김치녀로 끝날 줄 알았던 여성혐오성 키워드의 창출은 ‘맘충’이라는 또 다른 성과로
이어졌다. ‘mom+蟲’ 즉, ‘개념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뜻하는 단어로, 확대해서는 ‘개념 없는 아줌
마, 나이 많은 여성’을 뜻하기도 한다. 김치녀 일화만큼이나 맘충에 대한 일화도 우후죽순 게시되며 아
이를 키우는 여성, 나아가 기혼처럼 보이는 여성은 ‘맘충’이라는 낙인의 바운더리에 속하게 되었다. 까
딱 잘못했다가는 나조차도 ‘김치녀’ 혹은 ‘맘충’ 혹은 기타 ○○녀로 네이밍되어 수년간 회자될 수도 있
는 일이다. 개념 없는 ‘일부’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이름이라는데, 여성혐오에 있어서 女性이라는 범위
는 일부가 될 수 없다.
제2의, 제3의 키워드를 창출하는
‘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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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여성혐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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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누군가가 던진 벽돌을 맞고 사망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경찰, 언론, 미디어에서는 ‘용인 캣맘 사건’으로 명명했고 숨진 피해자
가 왜 벽돌에 맞았는지, 무슨 일을 하다가 벽돌에 맞았는지를 조명했다. 숨진 피해자가 아파트에서 길
고양이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언론은 다시 일명 ‘캣맘’에 대한 시선, ‘캣맘충’에 관한 뉴
스를 다루기 시작했다. 꽤 예전부터 캣맘에 대한 인식은 안 좋은 편이었으며 인터넷에서는 심심치 않
게 ‘캣맘 엿 먹이기’와 같은 게시글이 있어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여론은 ‘방법이 잘못됐긴 했지만,
오죽했으면...’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터넷 댓글과 SNS에는 캣맘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일화가
올라왔다. 이후 용의자가 초등학생인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건의 명칭은 캣
맘 사건이었다.
세상에 ‘벽돌에 맞을 이유와 상황’이 있긴 있는 건지, 있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사건의 포커스
가 맞춰져야 하는 것은 가해자, 가해자가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당시의 상황, 배경이다. 애초에
사건이름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 ‘캣맘사건’이라는 명칭은 피해자 여성에게서 모든 해답을 찾고자 하
는 방향으로 사건을 이끈다. 하지만 사건의 원인, 그 해답을 피해자 여성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사건의 초점은 사건의 경중을 떠나 여성에게 맞추어 진다. 중차대하고 이슈화
된 사건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도드라진다. 피해자 여성을 강조한 사건의 네이밍, 사건 분석은 충분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피해자의 2차 피해, 3차 피해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여성
범죄에 대한 기사에는 밤에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라는 당부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다시 말해 그러
니까 왜 밤늦게 혼자 돌아다녀서 그 일을 당하냐는 질책과 같다. 한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염산
테러를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사람을 사귈 때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제대
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한 피해자 여성을 겨냥한다.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에게 사람들은 왜 그런 사람
여성에서 그 해답을 찾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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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결혼했냐고, 네 업보가 참, 왜 진즉에 도망가지 않았냐고 묻는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그 해답
을 여성에게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혐오성 키워드인 김치녀, 맘충, 김여사, 된장녀 외의 기타 ○○녀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제의 근
본적 원인을 ‘여성’으로 결부시키기 때문에 비롯된 단어이자 지극히 남성중심적 사고에 의해 생성된 단
어이다. 우선, 김치녀의 뜻인 ‘개념 없이 행동하는 여성’에서 개념 없음을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그때
그때 남성적 사고에서 어떤 행동이 개념이 없다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개념 없는 행동이 된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먹는 스타벅스 커피, 내가 드는 백이지만 된장녀라고 불리는 이유는 ‘된장녀’라는 명칭
을 만들어낸 작자가 봤을 때 그 행동이 개념 없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운전에 미숙한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인 김여사는 있어도 운전에 미숙한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치하는
여성, 개념 없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있어도 그러한 남성을 칭하는 말은 없다. 무개념 엄마를 지칭
하는 말은 있어도 아빠를 지칭하는 말은 없다. 설사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아서 아이가 사고
를 쳐도 그 화살은 ‘평소에 애 엄마가 얼마나 싸고돌았으면’으로 돌아간다.
과오가 있을 때 성(性)에 의해 바로 네이밍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자 폭력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 개인의 성별이 여성이라면 사건 이 후의 상황은 오로지 성별에 기인해서만 진행될 것이
다. 해당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개인은 만약 성별이 여성이라면 그 이후 더 이상 개인으로서 문제 해결
선상에 놓일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분류체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여성들은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서 긴장하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긴장은 코
르셋처럼 매일 여성을 압박하는 일상 속의 폭력으로 작용한다.
2015 여성혐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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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십 년, 그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이어져왔던 이 모든 여성혐오와 관련된 이슈, 인식, 발언들
은 2015년에 와서야 눈에 띄게 부각되었다. 이제야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을 막
론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결정적 계기로 메갈리아의 역할은 지대했다. 모 커뮤니티의 메르스 갤러리
에서 시작된 메갈리아는 사회 만연하게 퍼져있던 여성혐오, 여성혐오성 발언과 행동 등을 주어를 남성
으로 바꾸어 게시하는 일명 ‘미러링’을 통해 혐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었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파격
적이었다. 온라인 SNS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로 미러링 된 게시글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누군가는 통
쾌해했고 누군가는 우려했으며 또 누군가는 비난했고 또 다시 혐오했다. 메갈리아의 논리는 간단했다.
누군가가 만일 미러링된 글을 보고 폭력적이라고 느낀다면 미러링 되어진 원본 글 역시 그만큼 상대에
게 폭력적이고 질 낮은 비난이자 혐오라는 것이다. 이러한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통해 ‘여성혐오’, ‘혐오
를 혐오한다’는 키워드가 발화 되었고 ‘혐오’를 다룬 뉴스, 프로그램 등이 기획되었으며 여성혐오를 혐오
하고 이를 근절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SNS에서 퍼졌던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운동, 페미니즘의 선언과 여성혐오를 몰아내기 위한 캠페인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그리고 최근 모 대학에 게재된 ‘나는 김치녀입니다’ 대자보까지. 페미니즘을 알러지처럼 병적으로 싫어
하는 사람도 물론 생겨났지만 그래도 이전에 아예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를 몰랐을 때보다는 많은 것이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혐오와 혐오에 대한 혐오, 혐혐(혐오를 혐오하는 것)에 대한 혐
오로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더욱 깊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 메갈리아의 움직임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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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뱉은
혐!혐!혐
최근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적 발언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
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동민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하차 요구를 받았으며, 그가 출연하는 방송국에 대한 보이
콧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개그맨에게 너무나도 과한 도덕적 잣대
를 들이대고 있으며, 프로그램 하차와 같이 개그맨의 생계유지에 위협을 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응은 과연 도덕적 잣대가
젠더와는 무관하게, 또한 올바르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에 대중매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차별적 언행들을 발언과 발언내용으로 나
누어 정리하고 유형화해보았다.
글 | 깻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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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치녀 혐오형
‘백치’란, 뇌에 장애나 질환이 있어 지능이 아주 낮은 상태, 혹은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 ‘백치미’는 여성에게만 붙는 수식어일 뿐이다. 이에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무엇
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러한 여성을 미화하고 이상형 짓는 이들을 ‘백치녀 혐오 형’이라 유형화 했다.
아래 대화는 여성의 솔직함을 무식함으로 낮춰서 표현하고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표현한 여
성을 ‘개같은 년’ 이라고 바꾸어 말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계산할 줄 모르는 멍청
한 사람으로 바로 치환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남,녀를 떠나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발언
이나 이를 여성에 한정하여 발언하는 것은 명백한 여성 혐오발언이라 할 수 있다.
옹꾸라의 예시로 비난받는 ‘멍청한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면 남성들의 판타지로 자리 잡은 ‘멍청한 여
성’의 예시는 우리 사회 속, 특히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옹꾸라 팟캐스트 中
장동민 : 여자들이 멍청한게 ‘왜 난 너한테 거짓말하기 싫다니깐. 지금 내가 너 사랑하는 것도 진실이고 예전에
그런 사람들 만난 것도 사실이야. 난 너한테 다 말할거야.’ 맞다 개 같은년.
일동 : 맞다 개같은 년.
장동민 : 맞다 개보년.
장동민 : 여자들은 멍청해서 이게 남자한테 안 돼. 머리가.
유상무 : 완전 비하야.
장동민 : 아냐. 진짜로 멍청해, 멍청해. 왜냐하면 이런 얘기를 한다.
유상무 : 영악하지가 않은거지.
장동민 : 아니야. 멍청해, 멍청이야.
무지하고, 순진한 여성은 ‘잘난 여성’ 과는 달리, 남성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계산적으로 따지거
나 ‘먹튀(먹고 튐)’를 하지 않고 자신에게 성적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한’ 여성일 확률 역시 높다. 바람직하게 생각하
는 여성상에도 신자유주의적 경제현실과 성별고정관념, 동등함에 대한 논의가 기묘하게 결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엄진, 2015)
극중 엘르 우즈는 멍청함을 상징하는 ‘금발 미녀’라는 이유로 남
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금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하버드 법학과에 입학한다.
출처 - 영화 ‘금발이 너무해’ 캡쳐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엘르 우즈‘는 대표적인
‘백치녀’ 캐릭터이다. ‘금발이 너무해’는 결국 금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영화이지만 여전히 금
발 여성들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백치녀‘로 소
비되고 있다. 이런 ‘백치녀’, ‘백치미’ 와 같은 수식
어가 붙는 대중매체 속의 캐릭터는 순진하고 천진
난만한 여성을 바라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만족시
켜주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판타지는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일 수밖에 없는 성인 여성
과는 무척이나 동떨어져 있다.
30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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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_ MBC every1 결혼터는남자들 캡쳐
2) 기 쎈녀 혐오형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혹은 미디어에서 활발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여성들에게는 ‘기가 센’ 이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또한 일상에서 ‘기가 센 여성’이라는 표현을 ‘기가 센 남성’이라는 표현보다 많이
듣는다. ‘기가 세다’라는 말은 여성에게 쓰일 때, 말 그대로 기운이 세다는 의미보다는 보통의 여성답지
않고 남성중심적 여성상 과는 다르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성에게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자기주
장을 거리낌 없이 하려 하는 여성들에게 ‘기 센 여자’ 이미지를 씌워 주목한다면 여성들은 모두가 ‘기가
세’지거나 명확한 자기주장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1) 이러한 의미에서 전통적 여성성의 덕목은 순결, 연약함, 소심함, 신중함, 수줍음, 인내심, 수동성 등의 인성이 될 것이다. 또한 여성은 감정적이고
이타적, 희생적이며 결정당하는 객체로 그려진다. (2002, 박숙정, 아동 환상 서사에 나타난 성차 분석, p.34-35)
1)
위의 상황은 방송인 장동민이 한혜진과 자신이 맞는 않는 점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방송인으
로 설치고 말하지 않는다면 한혜진은 자신의 분량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며 장동민은 똑같이 행동하는
다른 남성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결국 여성패널에게 그는 설치지 않고, 떠들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바란다는 것인데 이는 앞서 설명한 ‘기 센 여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이다. 위의 발
언으로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라는 구호가 SNS를 통
해 페미니스트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결혼 터는 남자들 中 부부사이 불만 푸는 노하우
아내가 회식 때문에 늦게 들어오자 남편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
린다는 사연에 대해,
김성주 : 초반에 잡긴 잡아야 돼요. 나도 한번 확 잡은 적 있네.
액션이 처음에 할 땐 커야 돼요. 월급도 작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렵던 시절 나를 좀 폄하하는 발언이 나왔는데 자고 있는 갓난
아이를 팍! 안아가지고 이렇게, 들었어 이렇게(아이 머리를 거꾸
로 한 채 허리에 끼는 시늉), 돌도 안 된 애기자고 있는데, ‘말 다
했어?’ 문을 발로 빡 차 갖고, 쾅쾅쾅 했어. 내 방이 있어 서재 같
은데. 거기 문을 팍 치면서, ‘안나갈거야!’ 아내가 애기에 대한 애
착이 클 땐데, ‘너 얘 제일 좋아하잖아, 너 얘 다신 못 만나! 문 잠
갔지. 애기가 막 울지. 와이프가 문 앞에서 막 미안하다고 그러더
라고. 그녀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걸 뺏어가지고, ’이거 못 하게
할 거야!’ 라고 해야 돼.
김성주의 발언은 여성의 ‘기’를 잡는 방법에 대한 예시이다.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뺏고,
못하게 하라’, 또는 회식으로 늦는 아내의 종아리를 회초리질 하는 폭력적인 방법으로라도 여성의 ‘기’
마녀사냥 中 장동민 : 한혜진 완전 싫어.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
출처_ JTBC 마녀사냥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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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걸레녀 혐오 형
순결은 법이 아니며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야 마땅한 것이다 또한 그 기준도 정해져있지 않다. 순결
하지 않은 것 또한 결코 결점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는 순결을 여성에게만 억압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옹꾸라 팟캐스트 中
장동민 : ‘오빠 너무 능수능란한거 아니야? 이게 뭐야? 어디서 배웠어.
유세윤 : ‘뭘 배워, 본능이지.’
장동민 : ‘본능? 오빠, 치, 몰라. 오빠 많이 해봤지?‘
유세윤 : ‘아니 몰라. 너는, 넌 몇 번째야?’
장동민 : ‘에이씨, 오빠는 뭐 알면서 그래.’
유세윤 : ‘뭐가? 내가 알아서 생각해? 내가 알아서 생각한다? 이 창녀야’
~일동웃음~
장동민 : ‘오빠!’ 칼로 북북북 ‘오빠 이 씨발놈아 돈내놔 개새끼야.’
유상무 : ‘근데 너 왜 이렇게
장동민 : ‘아 그거? 그거는 하도 딜도로 많이 해서.’
유세윤 :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참을 수 없는건 처녀가 아닌 여자야.
유상무 : 남자는 자고나서 실망할 수가 있다고.
처녀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있는 것 같으니까 물어보기도 한다고.
장동민 : 목석이고 아파했고. 자기 입을 틀어막았어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해 ‘어어 오빠 이거 뭐에요’이런거.
장동민 : 그래 제일 완벽한건 그거지 아예 캐갈 것도 없고 털어도 먼지도 안 나오고
절에서 한 30년 살다가 내려온. 근데 이 사회가 그럴 수는 없지.
혀야 하고 이는 부부사이의 불만을 푸는 ‘노하우‘인 것이다. 이는 또한 가정폭력 옹호가 여성의 ‘기’를 잡
아야 한다는 명목 아래 미디어에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2)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은 과대 포장되어 왔는데 매매춘은 바로 남성의 왜곡된 성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춘하는 남성은 매
춘여성이 일반여성과 차별성을 갖는 것과는 다르게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남성에게 매매춘의 경험은 숨겨야할 은밀한 것이라기보다
는 떠벌일 만한 무용담이 된다.(2005, 한국여성연구소, 새 여성학 강의, p.167)
이러한 발언을 듣는 ‘처녀’가 아닌 여성들은 본인 삶에서의 우선적인 가치가 순결이 아님에도 불구하
고 ‘더럽혀진’ 혹은 순결하지 ‘못한’ 여성으로 한순간에 전락한다. 문제점은 이러한 순결 이데올로기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점에 있다. 순결하지 ‘않은’ 남성에게는 명예를, 순결하지 ‘못한’ 여성
에게는 멍에를 짊어지게 하는 순결이데올로기는 여성들에게는 성욕을 죄악시하고 숨기게 하며 남성들
로 하여금 여성순결을 박탈하게끔 조장하고 젠더권력관계를 재생산한다.
순결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성이 공식체계, 즉 일부일처제의 결혼 안에서만 가능하며 그 이외의 성을 도덕적인 일탈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남녀에게 이중 성규범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결혼의 형태가 남성중심적인 일부일처제로서 가부장적 사회의 유지에 필연적이라 할 때, 여성의 순결에 대한 남
성의 요구는 성에 남녀불평등한 권력관계가 구조화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이영자, 1989, 재인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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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하발언이용 형
‘쇼미더머니4’는 방영 내내 참가자들의 자극적인 언어 사용과 서로를 향한 디스전으로 화제가 되었
다. ‘남자끼리’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에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두 개의 방송프로그램은
여성비하를 시청률, 혹은 인기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송민호는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기 위해
쎈 표현을 사용하였고, 이에 여성혐오 코드가 삽입되어있었다. <웃찾사>의 ‘남자끼리’는 물건을 사달
라며 조르는 소위 ‘김치녀’ 여자 친구를 엿 먹이는 방식을 유머로 풀어내며 ‘요즘 세상의 약자는 남자’
라고 강조한다.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소재 자체가 여성비하인 것이다. 송민호가 직접적인 발언으로
뚜렷하게 여성을 모욕하는 것과 ‘김치녀’를 상대하는 ‘남자끼리’의 연대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흥미, 관
심 유발을 위해 여성비하를 소재로 삼았기에 ‘비하발언이용 형’이라 구분했다. 당사자들은 여성비하의
의도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지 않았을지라도 해당 발언들은 모두 성차를 기반으로 누군가에는 불편함
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통쾌함을 준다.
3)
쇼미더머니4 中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송민호 :
출처_ MNET 쇼미더머니4 캡쳐
3) 김치녀는 ‘성적으로도 문란하면서, 소비사치를 일삼고, 남성의 경제력에 기생하려는 속성을 모두 갖춘 한국여성’ 이라는 뜻으로, 경제적인 측면
의 비난과 성적인 측면의 비난이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일베의 각기 다른 여성혐오의 주장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배적 명칭이 될 수 있었다. 여기
에, 여성을 비난하기 위한 모든 개념들이 소환되어 덧붙여지면서, 김치녀에는 패륜적 속성과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게으름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엄진, 2015, p.38-39)
산부인과 방문은 이미 여성들에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송민호의 랩은 산부인과와 여성에 대한
뒤틀린 사회적 인식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남자끼리 中
위기에 처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나선 남자들. 여자는 모르는 남자들만의 기상천외 위기 대처법을 보여 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
“요즘 세상의 약자는 남자니까요, 남자끼리~”.
누구에게나 성적으로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데도, 대중매체 속의 순결 이데올로기는 남성에게만 그
러한 권리를 부여한다.
출처_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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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형
‘남자의 적은 남자’와 ‘여자의 적은 여자’ 중 어느 말이 더 우리에게 익숙할까. 단언컨대 ‘여자의 적은
여자’일 것이다. 장인-사위의 갈등보다는 시어머니-며느리의 갈등이 더 방송에서 부각되고 있으며 남
성 위주의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들은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재미를 위해 여성 간의 갈등 구도로 몰리
기 십상이다.
마녀사냥 中
이날 송해나는 등장하자마자 바로 옆자리의 서인영과 서로 “안녕하세요”라며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둘은 이번 ‘마녀사냥’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이였던 것. 이를 본 허지웅은 “참 영혼없네요”라고 말했고, 성시경과 신동엽도 “이런거 재밌다”며 웃었다.
이에 서인영은 “남자들은 이런 걸 보면 재밌나보다”고 말했고, 신동엽은 “서로 썩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긴장감이 있다”고 말
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5.10.23 TV daily, ‘마녀사냥’ 신동엽, 송해나·서인영 어색한 인사에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출처_ JTBC 마녀사냥 캡쳐
이는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적여’ 분위기 조성이다. 주로 남성 패널들이 중심인 프로그램
들에서 나타나며 여성 패널들은 이를 부인하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그에 맞춰 상대여성과 경쟁하는 모
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대로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 패널들의 갈등은 주로 ‘승부’, ‘자존심’, ‘진짜 남자’
같은 코드로 나타난다. 이 관계는 여성들의 질투어린 ‘캣파이트’처럼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
‘남자끼리’는 단순히 ‘약자를 짓누르는 쾌감’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부당한 인식’에 근거한다(시사인, 20150324). 여성이 성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돈을 내지 않는 것
은 ‘이중적’이며, 이런 현실에서 데이트, 결혼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국방의 의무까지 지면서도 여성들
에게 평가당하고 배신당하는 남성이 ‘약자’라는 주장은 은연중에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김치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현실이 여성의 외모, 섹슈얼리티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성적인 존재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여성들이 외모를 바탕
으로 쉽게 돈을 벌고, 남성을 이용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부당하다고 여기면서도 이를 사회구조적 차원
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엄진, 2015). 오히려 ‘남자끼리’ 와 같은 방식으로 여성에게 부당함을 표출하고 ‘
기계적 평등’만을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이 정말로 연애시장에서의 성 평등을 구현할 수 있
을까. 외모 폄하에서 폭력까지, 남성의 학대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 자긍심이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는 도구로, 그러니까 일종의 가격 측정 센서다. 이 자긍심 센서가 망가지면 여성은 자
신의 시장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34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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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역시 미디어 속 ‘여적여’로 빈번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고부갈등과 같은 여성 간의 갈등은
여성들간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남녀 권력 차에 따른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권력이란 남
성에게 임대받는 것이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부여해주는 남성이 아니라 그 권력을 부여받
는 타 여성을 경계해야 한다.
전통적인 한국 가족은 부자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부계 부권적 가족이다. 즉 아버지와 아들(장남)이 축이 되고, 이 축
을 통해 혈통과 권력이 보장되며 다음세대로 부계와 부권이 전수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부자관계는 상하주종관계
를 형성하고 나머지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성별, 세대별로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적용되었고, 남성보
다는 여성이 천시되는 풍조에서 여성의 가족적,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했다. 특히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는 혼입
자라는 이유로 가장 낮은 지위를 갖기 때문에 권리보다는 의무가 많았다. 여성은 남편의 친족 체계 내에 혈연상 지위
를 차지하는 아들을 출산함으로 부계친족의 일원이 된다. 이러한 입장에선 아들의 존재는 여자의 지위를 보장해 주
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가 된다. 이러한 아들은 시집 온 여성의 심리적 방패가 되며 시가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보장받
을 수 있게 하는 존재이고 여성의 자기표현과 자기실현이 금지된 전통사회에서 어머니의 자기실현의 목표이자 자기
표현의 통로가 되었다.(1991, 성인애, 재인용)(1999, 구자경,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지각하는 고부간의 갈등, p.13-15)
참고자료
- 논문
2015, 엄진,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게시물 분석을 중심으로
2002, 박숙정, 아동 환상 서사에 나타난 성차 분석
1995, 이경미, 성의 자율성과 순결이데올로기 : 20대 여성의 사례 연구
1999, 구자경,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지각하는 고부간의 갈등
- 잡지
2015년 3월 24일, 시사인, “‘여성’혐오하는 젊은 그대는?”
- 책
2005, 한국여성연구소, 새 여성학 강의
2006, 데이비드 버스, 이웃집 살인마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 신문기사
2015.10.23 TV daily, '마녀사냥' 신동엽, 송해나·서인영 어색한 인사에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2015년 10월 6일, 글로벌이코노믹, 전원주, "고부갈등 심한 둘째며느리? 못생겨서 결혼 반대"...'헉! 정말?'
세바퀴 中
전원주 : 과거 아들과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밝히며
“며느리가 인물이 좀 빠진다“
“아들에게 인물을 좀 봐야 한다고 하자 아들이 ‘엄마보단 나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대답했다”
(2015년 10월 6일, 글로벌이코노믹, 전원주, “고부갈등 심한 둘째며느리? 못생겨서 결혼 반대”...’헉! 정말?’)
출처_MBC 세바퀴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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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슬로우뉴스> 기사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 메
르스 갤러리를 등장으로 ‘여혐혐(여성 혐오를 혐
오한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애초 이 갤러리는
메르스 의심 환자인지 모르고 홍콩에서 여행 다
녔다고 알려진 두 명의 한국 여성을 비난하는 글
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 여성들이 격리를 거부
한 것이 아니라 영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
혀지자, 몇몇 갤러리 이용자들은 슈퍼 전파자인
정리 | 배이컨
여성혐오의 시대에서 독특한 반격이 일어난
2015년. 바로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를 기
반으로 여성혐오 발화를 미러링(mirroring)하여
남성에게 되돌려주는 전략을 채택한 여성들이 전
면에 등장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이들
은 8월 ‘메갈리아(www.megalian.com)’ 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설립했다.
1)
1) ‘메갈리아’란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합성어이다. ‘이갈리아’란 노르
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배경으
로, 남녀 성역할이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이갈리아’는 평등
주의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이며, 이갈리아의 딸들은 여자와 남자가 뒤
바뀐다는 설정(가부장주의가 아닌 가모장주의, 여성은 wom, 남성은
manwom으로 표시하며, 역시 ‘인간’을 뜻하는 일반명사는 wom이다)
을 바탕으로 한다.
최초 환자가 남성이었다는 사실은 문제 삼지 않고
여성 혐오만 늘어놓는 글들에 반박했다. 이 싸움
이 결국 메르스 갤러리를 ‘여혐혐’의 발화로 이어
진 것이라고 한다 (슬로우뉴스. 2010. 06. 10.).
이 여성들이 세운 온라인 홈페이지인 ‘메갈리
아’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메갈리안
(megalian)이라 지칭한다.
메갈리안은 등장하자마자 크게 두 가지 논란
에 휩싸였다. 첫째, 이것은 단순히 여성혐오를 반
사하는 ‘미러링’인가, ‘남혐(남성혐오)’인가? 메갈
리아의 미러링을 통한 발화는 괜찮은 것인가? 둘
째, 메갈리아는 ‘여성 일베’인가 ‘페미니즘’인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메갈리아. 그래서 준비해
보았다. 그 속에서 활동하는 메갈리안을 만나 위
의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듣고 메갈리아는 어떤 곳
이고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정리했다.
36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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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주 가던 커뮤니티 게시판에 메르
스 갤러리에서 여성혐오를 미러링한 글들이 캡쳐
되서 올라온 것을 보고 ‘통쾌하다!’라고 느꼈었다.
메갈리아를 만나기 이전까지 일베나 디시(디시인
사이드), 오유(오늘의 유머)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강도만 다를 뿐 여성에 대한 혐오와 대상화를 일
삼는 글들을 흔하게 마주하였다. 그러나 한국 남
성들의 여성 혐오 발화를 그대로 차용하여 혐오
대상의 성별만을 뒤바꾼 글들을 보고 너무 시원
하다고 느꼈다.
지금도 메갈리아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페이스북을 통해 메갈리아의 게시글
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는 주된 이유
는 역시나 ‘너무나 시원해서’이다. 지금까지 너무
나 쉽게 김치녀, 된장녀, 삼일한(북어와 여자는 3
일에 한 번씩 패야 된다)과 같은 용어로 공격을 받
아왔는데 여성들이 반대로 씹치남(김치남을 과격
하게 말한 단어),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같
은 단어를 사용해서 역공격을 펼치는 모습이 아
직도 내게 너무나 신선하다. 여자들의 가슴사이즈
Q
A
를 너무 쉽게 논하고 세계에서 제일 가슴 작은 한
국여자, 더치페이 안 하는 한국여자 등의 발언에
대해 가장 고추 크기 작은 한국남성이라며 6.9라
는 단어를 만들어서 조롱을 하는 부분도 웃겼다.
여자들이라고 언제까지나 ‘죄송하지만 모든 한
국 여자가 그런 건 아니에요’라는 반응을 보일 수
는 없지 않는가? 상대방에게 욕을 들으면 화가 나
고 나 역시 욕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연스러운 여성들의 분노가 메갈리아
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언제까지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라는 답답한 마음
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메갈리아로 유입하게 된 계기는?
#1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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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도 말했듯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분노를
표출해주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여성들은 지금까지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 안 되는 사람 취급을 받아왔다. 여성은 항상
순종적이고 남성의 편에 서야하고 남성을 ‘달래주
어야’하는 존재였지만, 사실 한 쪽에서 일방적으
로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데 대화가 가능할 리가
없다. 또 언제나 여성이 고분고분히 그 말을 들어
주고 달래서 생각을 바꿔줄 필요 역시 없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다. 메갈리아는 여성도 화낼 수 있
고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금까지 가
해져온 여성혐오들을 ‘미러링’하여 남성사회에 일
격을 날린다. 이 일격에서 받는 통쾌함과 해방감
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전부터 공기처럼 존재하던 여성혐오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으나, 메갈리아를 통해 ‘
나 역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돼’라는 생각이 들
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
야 너 그런 애였니?’라는 식의 반응을 받을까 두려
워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멀리했다. 또
Q
A
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시점에서도 페미니스트
라고 밝히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여성혐오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
지, 그리고 여성주의가 얼마나 일상적인 가치인
지, 메갈리아로 인해 점차 명확해졌다. 그리고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를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으면 좀 어떤가. 페미니
스트라는 이유로 나를 피할 인간들이면 나 역시
그들을 피하고 싶다. 이렇게 말할 용기를 메갈리
아에서 얻었다.
본인에게 ‘메갈리아’는 어떤 곳인가요?
#2
38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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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링(mirroring)’은 메갈리아가 ‘핫’해지면서
아마 많은 이들이 한번 들어보거나 이미 알고 있
는 용어일 것이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남성들이
가해온 주류의 여성혐오적 표현들 또는 ‘김치녀’
담론을 그대로 반사해서 ‘남성혐오’적 발화로 보
여주는 것이다. 그들이 ‘김치녀’라고 우리를 평가
한 것처럼 메갈리아는 ‘한남충’이라는 용어를 만
들어내고, 해외원정 성매매녀 비율이 가장 높다
며 한국 여자를 국제창녀화시킨 이들에게 ‘코피노
는 자랑이니^^’라며 해외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의
상당수가 한국 남자임을 밝히며 받아치는 식이다.
미러링은 기존의 여성혐오의 발화를 차용하기 때
문에 방식이 과격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만큼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여성혐오 발화가 얼마
나 과격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르셋(corset)’은 원래 배와 허리둘레를 졸
라매어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착용하
는 여성용 속옷을 뜻한다. 메갈리아에서는 지금
까지 우리 사회가 ‘개념녀’라는 코르셋을 입혀왔
다는 뜻에서 ‘코르셋’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지
Q
A
금까지 여성들이 된장녀나 김치녀, 맘충, 개똥녀,
김여사 등의 사건을 보며 ‘나는 저런 여자가 되면
안 되겠구나’라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개념녀’라는 기준에 맞춰 살아 온 것을
답답한 코르셋을 입은 것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
너희들이 뭔데 개념녀와 김치녀의 기준을 정해?’
라며 반발을 일으키고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여
성상에 순종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코르셋을 벗
었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나의 배와 갈비뼈를
꽉 조여 왔던 속옷을 벗어던졌으니 얼마나 시원
하고 자유로운가? 그런 해방감을 표현하고자 사
용한 용어이다.
‘메갈리아’가 만든 주요 키워드
는 ‘미러링’과 ‘코르셋’이라고 생
각합니다. ‘미러링’과 ‘코르셋’의
뜻을 설명해주세요.
#3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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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은 여성혐오도 만연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는 매우 가시화되어있을 정
도로 심하고 폭력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여
성은 태어나기 전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 ‘여자’
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여아들이 여
자라는 이유만으로 낙태당하고 태어나고 나서도
버림받는 일이 많다. 이 여자아이들은 자라는 동
안에도 성폭력과 납치, 염산테러 등의 공포로부
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이후에는 취업에서 받는
차별, 취업 이후 직장 내에서 받는 차별에 시달린
다. 또 그 이후는?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말하자
면 입 아프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성이라는 이
유만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고, 나이나 외모에 대한 일상적이고 차별
적인 언행까지 여성혐오에 포함시킨다면 끝이 없
다. 물론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
한 편견들은 전 세계 공통적인 것이지만 한국 사
회는 더 불합리한 여성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
는 것 같다.
Q
A
게다가 더 문제인 것은 여성혐오의 심각성에 대
해 그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이다. 대다수의 남성들
은 ‘일부 남성들’만이 이야기하는 여성혐오로 치
부하며, 그들이 모든 남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머 또는 분노와
결합한 여성혐오 콘텐츠(가장 큰 예시가 바로 페
이스북 ‘김치녀’ 페이지이다)가 ‘좋아요’ 수가 만
개, 십만 개가 넘는 것을 보며, 여성혐오가 단순히
‘일부 남성들’만의 여성혐오로 여겨질 수 없는, 주
류 여성혐오 담론에 대해 동조하고 방관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살고 있다.
‘메갈리아’의 목표는 ‘행동하는 메갈리안.
대한민국의 여성혐오가 없어지는 날까지’
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여
성혐오’의 실태는?
#4
40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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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메갈리아의 시작은 여성혐오의 글들을 그
대로 복제해서 성별만 바꿔놓는 수준이었다. 예
를 들면 ‘모텔에 같이 들어가면 솔직히 섹스하자
는 이야기 아니냐? 남자의 본능 모르냐?’라는 발
언은 ‘여자랑 같이 백화점가면 남자들 지갑 벌리
라는 말 아니냐? 여자의 본능 모르냐?’는 식이었
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적인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자극적인 글들이 더 늘어나
서 ‘남혐’이 심해진다는 우려 역시 생기는 것 같
다. 내가 메갈리아를 처음부터 계속 지켜본 게 아
니라서 “메갈리아가 ‘여혐혐’에서 ‘남혐’으로 바뀌
는 것 같다.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라고 한다면 답
변하기가 힘들다.
또, 여혐혐이랑 남혐을 구분 못하는 이들이 많
은데 완전한 구분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메갈
리아를 이해함에 있어, 여혐혐과 남혐의 뜻이 다
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여혐
을 혐오하기에 여혐 글을 미러링해서 남혐을 보
여주니까, 결국 여혐혐이 목표고 남혐은 수단이
라고 생각한다.
Q
A
메갈리아는 여자와 남자 진영을 구분해서 한국
남자들을 모두 여성의 아래에 두겠다는 목표를 둔
사이트가 아니다. 애초에 메갈리아는 여성들만 할
것이라는 것 자체가 큰 오해이다. 메갈리아는 여
성끼리만 모여 남혐을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남
성의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성혐오에 지쳐버린 이들이 여성혐오에 반대하
기 위해 모인 집단이고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물로 여성의 비중이 많
기는 하지만) 남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
을지언정 정체성은 ‘여혐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이하 여혐혐)’ or ‘남성 혐오(이하
남혐)?’ 사이트?
#5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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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를 두고 ‘핑크 일베’라는 프레이밍이
참 많은데 사실 너무나 안타깝다. 메갈리아는 일
베와 다름없는 곳이며. 일베충처럼 메갈하는 애
들도 쓰레기라며 ‘메갈충’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메갈리아의 과격함만을 가지
고 일베라고 명명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메갈리아
의 과격함은 과격한 여성혐오의 발화를 미러링했
기 때문이다.
일베, 오유, 디시 등 온라인에서 확산되던 여성
혐오에 대해 여성들은 계속해서 문제제기했으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회피하는 상황이 번번이 이
루어졌다. 제대로 된 논의의 장으로 남성들을 끌
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행하는 혐오 발화를
그대로 반사하여 그들에게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끈임없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여성들에게
때로 과격함은 주체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아이즈, 2015. 09. 16.).
Q
A
사실 메갈리아를 헐뜯는 이들은 대부분 메갈리
아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일을 하
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도 없이 그저 ‘메갈
도 일베 같은 곳이래’라며 자극적인 글 몇 개를 캡
쳐해서는 안 좋은 이미지를 유포하고 있다는 느낌
이다. 일베는 여성혐오 소굴이지만 동시에 반인륜
적, 패륜적 발언을 일삼은 곳이다. 세월호 단식천
막 앞 ‘폭식 시위’, 세월호 희생자 오뎅 비하 사건,
일베 젖병 논란, 전라도 비하 등 반사회적 행동과
발언들로 유명해졌다. ‘여혐혐’을 내세우는 메갈
리아와는 명백하게 콘텐츠도 다르고, 그렇게 행
동하는 명확한 목표의식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
다. 메갈리아를 ‘일베’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행
위다. 그저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는 자극적인 단
어들만을 보고 ‘메갈도 일베 같은 곳이네’라는 판
단은 금물이다.
‘메갈리아’가 ‘여성
일베’라는 말이 있는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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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앞서 나는 진정한 페미니즘은 대체
무엇이냐는 반문을 하고 싶다. 비꼬는 것이 아니
라 진심으로 궁금하다. 나는 예전부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해 편견들을 갖고 있었다. 페미니
즘은 뭔가 위험하고 미움을 받는 영역이므로 내가
접근해서는 안 될 부분으로만 여겨졌고 페미니스
트들은 뭔가 똑똑하지만 괜한 잡음을 일으키는 사
람들일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아마 그
이유는 많은 남자들로부터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은 변질되었어’라거나 ‘꼴페미’ 따위의 발언들을
들은 것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반영된 페미니
스트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페미니즘’은 무엇이고 ‘옳은 페미니즘’ 무엇인가?
모든 책임과 고통의 원인을 ‘잘못된 페미니즘’으
로 돌리고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도 없고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다. 자기가 알고 있
는 페미니즘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를 결합하여 ‘잘못된 페미니즘’과
‘잘못된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낸다. 지금에서야
페미니즘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고 나 자신을 ‘페
미니스트’라고 정체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Q
A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고 ‘그것은 잘못
된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또한 메갈리아가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가 아니
라면 대체 뭘까? 그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
가 오갈 수 있다. 이 방식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은 좋지만, 메갈리아 자체가 페미니즘이 아
니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메갈리아에서
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너무 당연하게 여겼
던 일들이 여성혐오라며 정리하는 글들이 올라오
고 이에 반대하여 포스트잇을 붙이는 캠페인을 벌
이고 있고 모금운동을 통해 여성단체에 기부 또
한 했다. 여성문제에 무관심했던 남성들이 ‘여혐
도 남혐도 나빠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
체만으로 메갈리아는 충분히 페미니즘 사이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를 검색하면 ‘페미니즘
사이트’라고 설명되어 있는 기사들을
자주 봅니다. 본인은 ‘메갈리아’
와 ‘페미니즘’이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7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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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가 초기 트랜스젠더나 장애인을 비하
하는 발언을 가져왔다며 이에 대해 실망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
는 반응과 이 반응이 ‘수용’되는 것을 보고 그 사람
은 메갈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고 한
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비하나 게이나 트랜
스젠더를 차별하는 발언을 그저 웃음거리로 여기
고 지나친다. 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면 ‘예민
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하지만 메갈리아는 이
런 지적을 수용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내
가 최근에 본 대다수의 게시물에서(내가 모든 게
시물을 볼 수는 없으니!) 그런 차별적 발언을 발
견한 기억이 없다. 메갈리아를 쉴드치는 것이 아
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에 노출된 이들이 다
Q
A
른 대상을 혐오하는 표현을 쓰는 순간, 메갈리아
는 많은 설득력과 호소력을 상실하게 된다. 아직
도 메갈리아에 이것은 다른 이에게 행하는 ‘폭력’
이라고 생각되는 방식의 글들이 발견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고 수용하고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 내의 여성주의적 감수성,
또는 퀴어감수성이 부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어떤가요?
#8
44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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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혐오의 시대, 괜찮지가 않다. 일단 내가
메갈리아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이 ‘혐오’라
는 감정의 증폭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유행하
던 여성혐오 단어는 ‘된장녀’와 ‘빠순이’였는데, 그
단어가 뭔지 잘 이해도 못하면서 온라인에서 나
역시 ‘된장녀들ㅉㅉ’이라던가 ‘빠순이들’이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썼던 것 같다. 그냥 그들에 대한
혐오가 유행처럼 퍼져나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 혐오의 표현을 장난처럼 썼던 것 같다. ‘김치
녀’라는 단어역시 유행처럼 번져나가면서 의외로
10대의 고등학생, 중학생 쯤 되는 학생들이 쓰는
상황을 종종 목격했다. 혐오가 유행화되면 혐오의
내용과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유행이라서 쓰
게 되는 상황이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재훈재훈’
이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내
가 자주 보는 개그프로에 나오는 단어고, 남들이
다 쓰니까 그 단어가 어떤 내용을 함의하는지, 그
리고 그 단어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
하고 사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혐오가 유행하면
그 단어가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
를 제쳐두고 재미나 혹은 공격을 위해 그 단어를
Q
A
사용하게 된다. ‘한남충’이나 ‘좆의 숙주(마치 삶
의 목표가 성관계뿐인 것처럼 사는 남성을 뜻함)’,
혹은 ‘재기해(자살하라는 뜻)’라는 표현이 처음에
는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으로 등장한 단어라고
할지라도, 그 단어를 사용할 때 내가 갖는 공격성
과 분노의 표출은 단순히 미러링뿐만이 아닌 ‘혐
오’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게다가 혐오적 표현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심리적
으로도 계속 지치고 혐오라는 감정에 매몰되기 쉽
다. 정신적으로도 혐오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상
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과격한 표현
과 욕설을 싫어하는 이들이 분명히 많다는 것이
다. ‘쟤들도 일베같은 곳이래’라는 표현을 가장 걱
정하는 이유이다. 메갈리아가 하고자하는 목표보
다 사람들은 표현에 더 주목한다. 원래 여성혐오
를 질색하는 이들 중에는 나처럼 메갈리아의 표
현을 ‘시원하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한편
‘왜 저런 용어를 굳이 나도 써야해? 그럼 나나 쟤(
여성혐오자)나 다를게 뭐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
‘혐오에 대응하는 혐오’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메갈리아’. 그로 인해
오히려 ‘혐오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혐오의
시대’,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나요?
#9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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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들도 존재한다. 사실 페미니즘Feminism은
페미니즘들Feminisms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
통용될 정도로 층위와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메갈리아와 다른 방식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하
는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갈리아의
과격한 언사만이 비춰지고 이것만이 페미니즘이
고, 페미니스트라고 단정지어질까봐. 그리고 여성
혐오에 지쳐있던 사람들 역시 메갈리아와 페미니
즘으로부터 멀어질까봐. 이게 제일 큰 걱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지금 메갈리아
에 반대하는 사람도 이야기하듯, ‘여혐도 남혐도
나빠요’라는 것을 모두가 진정으로 인식하고 여혐
도 남혐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요즘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는 논리로 메갈리아를 공
격하는 이들에게 메갈리아는 ‘그 혐오로 태어난
게 나잖아’라고 대답한다. 메갈리아가 매우 괴팍
하고 뒤틀린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 그 이유는 혐
오가 탄생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정말 혐오
가 없는 세상, 메갈리아가 사라지는 한국을 꿈꾸
는 것은 그 누구보다 메갈리안 본인들일 것이다.
- 슬로우뉴스 20150610 여성혐오의 거울 반사: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사태에 부쳐
- 아이즈 20150916 메갈리안, 분노가 이긴다
- 뉴스 토마토 20151026 진짜 페미니즘은 없다
- 위키트리 20151026 “여성일베-남혐사이트?”
메갈리아가 전한 7가지
참고자료
신문기사
46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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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반대,
실천하다.
- 한국여성민우회 물길,
‘갈아마시는 여성혐오’에 다녀와서 -
글 | 효진
출처_ 한국여성민우회 물길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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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친구의 소개로 물길에서 진행하는 ‘갈아마시는 여성혐오’라는 행사에 참여하
게 되었다. 사실 여성학을 공부하는 단계이고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와 고민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지만
어느 단체가 여성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여성혐오에 반하여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뭐가 있을지
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지 않았다. ‘물길’이 무슨 일을 해온지에 대한 것도 잘 모른 채 그저 ‘갈아마시는
여성혐오’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어 무작정 찾았다.
행사장소인 성미산 마을 극장에 도착했을 때, 스크린에서는 한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거의 끝 무렵부
터 본 지라 구체적인 내용이나 영화의 제목도 모르지만, 남녀가 뒤바뀐 사회에서 남성이 성폭력에 노출
되었을 때의 일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 속의 남자는 성폭력 가해자 여성들에게 성기를 깨물려 어기적거
리며 걸을 정도로 아픈 상태였지만 여자 친구는 ‘회의가 늦게 끝나서’ 늦게 왔다며 사과할 뿐이다. 그리
고 남자가 ‘아 이놈의 가‘모’장제 더는 못 참겠어!’라며 화를 내자 여자는 ‘난 너희같은(=남성주의 운동하
는) 애들이 이해 안 돼. 니 옷을 입은 걸 봐. 반바지에 반팔에!’라며 되려 화를 낸다. 남자는 ‘그럼 넌 지
금 이게 내 탓이라는거야? 난 내 옷을 마음대로 입을 권리가 있어’라고 하지만 여자는 ‘그래. 너가 그렇
게 입을 거라면 이런 일도 감수했어야지!’라며 다시 맞받아친다. 이 영화는 분명 바다너머 머나먼 곳에
서 제작되었는데, 이 대사들은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메갈리아가 내세우는 ‘미러링’처럼 이 영화도 분
명 남녀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밝히려는 듯 했
다. 이 인상적인 영화와 함께 ‘여성혐오를 갈아마시다’는 시작되었다.
먼저 물길의 소개가 있었다. 사실 나는 물길에 대해 잘 모른 채 이 행사를 참석했다. ‘스물, 여성주의
길을 잇다’에서 글자를 따와 ‘물길’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물길은 8월에는 여름철 여성의 몸이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됨과 동시에 다양한 여성혐오가 진행되는 데에 반대하는 ‘핫썸머 여성혐오’ 캠페
인을 진행하였다. 9월에는 남성중심의 명절에서 잊혀지는 여성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고 명절 내내 받
은 여성혐오를 성토하는 ‘한가위 성토대회&이름없는 추모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물길에 대한 짤막
한 소개와 활동을 들은 뒤 각자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그 전에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바로 ‘혹
시 사진이 찍히는게 불편하신 분이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준 점이다. 모든 행사를 참여할 때 마다 주최
측은 참여자에게 별다른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SNS나 홈페이지 등에 너무나 쉽
게 참여자들의 사진을(그것도 너무 심하다 싶은 클로즈업 사진을!) 게시한다. 하지만 물길에서는 행사
48 기획2 _ 극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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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본격으로 하기 앞서, 사진이 찍히는게 거북한 이들을 조사하고 그 분들께는 사진촬영하지 않도록 하
겠다고 말해주었다. 사진이 찍히는게 싫은 사람도 있는 것은 당연하기에, 이런 일은 당연한 일이어야 하
지만, 실제로 이렇게 의사를 물어봐주는 배려는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이 후 자기소개 시간에서 각자 ‘올해 여성혐오는 나를 00하게 만들었다.’는 주제에 대답했는데 다양
하면서도 결국 다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여성혐오는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행동’하게 만들었고 ‘고
민’하게 만들었고 ‘자유’롭게 만들었다. 모두가 표현한 방식은 달랐지만 다들 여성혐오를 통해 더욱 우
리 사회에서의 여성문제에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의 언어를 찾고 행동함으로서 자유롭게 되었
다는 것이다. 특히 이 행사에 참여한 남성분들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영
역이라는 편견을 부정해왔음에도, 편견을 해왔다. 분명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그리고 페미니스트인
남성도 있단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만나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본인을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남자는 매우 적으며 그 남자가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여성들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페미니
스트는 아닐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그렇기에 물길 행사도 모두가 여성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의외로
꽤나 많은 남성이 있단 사실에 놀랐고 그렇기에 남성의 발언을 더 주의 깊게 들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한 남성은 ‘폭력을 당하는 것도 비참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폭력인지도 모르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비참하다’라며 ‘나도 씹치남같은 삶을 살았지만 여성혐오들로 인해 나 자신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
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성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2015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여성혐오 이전에
는 ‘나 스스로가 과연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로 나를 규정해도 좋은가?’라는 고민을 했지만 혐오
를 지켜보며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본인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다는 대답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그간 페미니스트인 남자에 대한 나의 부끄러운 편견은 무너졌고, 모두가 한마
음 한 뜻으로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외침을 하는 것에 많은 희망을 얻었다.
올해는 유독 여성혐오 이슈가 많았다. 그동안에도 여성혐오는 있었지만 유독 올해 여성혐오가 가시
화되었고 이에 대한 어마어마한 논란들은 나를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나를 너무나 분노
하게 한 여성혐오가 결국 이를 좌시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이들의 물길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길이 하나씩 모여 커다란 파도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지길 바란다.
49여혐반대, 실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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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학내에서
얼마나 많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고있나요?
쉬어가는 코너
CHECK LIST: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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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분노게이지를 알아보는 시간! 다음의 문구중 얼마나 많은 발언을 일상에서 듣고있
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체크 개수에 따른 분노게이지도 확인하세요!
너무 마른 여자는 남자들이 안좋아해
여자들은 좋으면서 꼭 그렇게 한두번씩 튕기더라
너는 다리가 뚱뚱한데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싶냐
이걸 확! 여자라고 봐줬더니...
넌 화장하고다니면 예쁠텐데 왜 안해?
남자들은 화장 너무 빡센 스타일 안좋아해
가릴데도 없어보이는데 왜 가리냐
너는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남자같아서 편하다
여자들은 모이면 남뒷담화하기 바쁘잖아
여자는 나중에 아기낳을때 문제있으니까 담배피우면 안돼
치마짧은거 입어놓고 계단올라갈때 뒤 가리는건 무슨 심리냐
짧은머리는 남자들이 싫어해 좀 길러봐
이렇게 작은 가방을 학교다닐때 왜 들고 오냐
너는 왜 맨날 백팩만 메고다녀?
좀 꾸미면 남친생길텐데 꾸미고다녀라
나는 학교오는데 힐 신고 오는거 이해가 안되더라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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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다리예쁜데 왜 자꾸 긴옷만 입어?
남자가 아무래도 목소리도 크고 잘하니까 여자보단 남자가 학생회장하는게 낫지
너 목소리 너무 남자같다 좀 하이톤으로 말해봐
여자애들은 ppt못한다고 조별과제할때 남자한테 다 떠넘기잖아
여자들이 남자보다 좀 비논리적이잖아
너는 여자치고 이성적이다
너는 여자가 왜 한번을 져주는게 없냐
여자는 시집잘가면 장땡이잖아 부럽다
와 머리를 그렇게 비싼 돈 주고 한다고?
나같으면 그 돈으로 밥을 한 번 더 사먹겠다
거울 그만보고 책이나 한 권 더 읽어봐
화장은 집에서 하고 오는게 예의아니냐
여자들은 군대안갔다와서 그런가 예의가 없어
너는 여잔데 피부가 그게 뭐냐 관리좀해
남자들은 그런거 해도 몰라보는데 왜 비싼돈주고 네일아트받냐?
너는 여자치고 글씨못쓴다
여자가 그렇게 다리벌리고 앉으면 못써
위의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끝까지 읽으며 체크한 당신 고생많았어요.
체크한 갯수로 당신의 분노게이지를 측정해봅시다.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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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시들 외에도 학내에서 많은 여성차별적인 언행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겪은 여성차별적인 사례
들을 '오프너 페이스북페이지'에 공유해주세요.
완벽하네요. 당신이 진심으로 부러워요.
분노게이지 1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들과 비교해보면 아주 미미해보일수 있지만
당신의 주변에는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있어요.
분노게이지 2단계입니다.
당신은 당신주변의 여성차별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걸 차별이라고 할수있나 하고 헷갈릴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비난의 형식을 하고있건 혹은 칭찬의 형식을 하고있건 성에 따라
당신을 고정시키고 제약하는 것은 분명한 성차별이에요.
분노게이지 3단계입니다.
당신은 여성차별적 상황에 아주 많이 노출되었네요. 당신 스스로 너무
까탈스러운걸까 생각하지마세요. 성차별적 발언을 함으로 인해서 당신을
불쾌하게한 그네들의 잘못입니다. 더 예민하게 굴어도 괜찮아요.
분노게이지 4단계입니다.
고생이 많아요. 어쩌면 당신은 주변환경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발언에 대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성차별적 인식과 발언들은 절대로 정상적이거나 어쩔수없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이기면서 왔습니다. 포기하지않으면 분명히 성평등을
이룰 때가 올거에요.
0개
1~8개
8~16개
16~24개
25개 이상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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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STORY
< ESSAY >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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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글 | 꺄또
나는 22년을 애인 없이 살아온 일명 ‘모태솔로’이다. 또한 당분간은 SINGLE일 것 같다. 어쩌면 연애
비경험자가 연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오바’일 수 있지만, 이 글은 연애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고찰이
며 고함이다. 내가 연애를 ‘못’하는/‘안’ 하는 이유들을 고민하게 된 지점과 나의 결론, 그리고 내 주위의
연애를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소고이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때부터 남동생이 새내기가 되는 시절까
지 약 3년 정도를 떨어져서 지냈다. 즉 내가 새내기부터 4학년이 될 때까지 남동생과 나는 나의 대학시
절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같이 살게 된 요즘의 어느 날, 동생이 물었다.
“누나, 누나는 대학 3년 동안 뭐했어? 왜 연애 한번 못 해본 거야?”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난 연애를 안 해본 거야.”
그 다음으로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헐- 누나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대학 와서 단 한 번도 연애해 본 적이 없어? 문제 있는 거 아냐?”
어이없이 웃고 지나쳤지만 시간이 지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상황에서 내가 내놓은
답변이 ‘안 해본 거야’ 정도로밖에 할 수 없어서. 그 다음에는 연애 경험이 없는 것을 ‘안 해본 거야’라
고 답하는 내 모습이 비참해 보여서. 그래서 나의 알량한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화
가 났다. 가장 분노한 부분은 남동생이 ‘연애’라는 기준만으로 나의 ‘고달프고, 보람차고, 바쁘고, 힘겨
운’ 3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아무 것도 한 것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문제 있다니.’ 연
애 못하면 문제 있는 사람 취급받아야 하는 건가. 어쩌면 동생은(혹은 나의 주위 사람들은) 로맨스가 꽃
피는 대학에서, 우리 누나(필자)는 왜, 무슨 이유로 연애조차 ‘못’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안’ 하고
있는 걸까, ‘남들 다하는 연애, 그 좋다는 연애를 왜 못하고 있느냔 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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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머 리 말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극 혐 주 의 목차 2 1 08 “강의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 해 내용의 언행을 한적이 있나요?” 12 인권센터 QnA 17 DHF : 가상축제 기획안 24 2015 여성혐오 29 그들이 뱉은 혐!혐!혐! 36 메갈리안 인터뷰 - #나는 메갈리안입니다 47 여혐반대, 실천하다 50 Check List 쉬어가는 코너 최종본.indd 4 2015. 12. 1. 오전 10:21
  • 4. 편 집 후 기 55 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61 다이어터 다이어리 65 평범함이라는 폭력 Her story < ESSAY > TV x Feminism < TV 비평> 3 4 71 “그래서 드림우먼 어디에 있나요?” - 봄 77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애인, 누군가의 엄마 – 수험생 최종본.indd 5 2015. 12. 1. 오전 10:21
  • 5. 머리말 얼마 전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과학생회장의 성폭력을 문제 삼으며 분노하는 글이 게시되었습니다. 글은 ‘○○○오빠에 대해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학생회장이 학과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이와 관련된 뒷담화를 하고 다니며, 이것이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실에 경악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내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공감하고 같이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다 새터나 축제가 마무리 될 시점 또는 일상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일은 사실 빈번합니다.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단위 학생회는 자체적으로 내규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으나 역부족입니다. 학교에서도 인권센터를 설립하여 상담을 비롯한 사건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재정비했지만 이것만으로 학내 성폭력· 성희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을 모아 흰 종이에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거창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답답함과 분노를 마냥 억누를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분노한 시점, 우리가 분노한 공간, 우리가 분노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이 교지를 채웠습니다. 또한 26대 총여학생회 구성원 중 일부가 뜻을 모아 제작을 도모했습니다. 총여학생회에서 발행한 교지[HER]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앞으로도 여성주의 교지가 이어지길 바라는 여론에 힘입어 [오프너]가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총여학생회가 공석이지만 아무런 준비와 대책없이 중앙 단위 학생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04 최종본.indd 6 2015. 12. 1. 오전 10:21
  • 6. 제작과정을 지켜본 어떤 이는 ‘여성주의’를 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직접 편집하는 입장에서 ‘여성주의’ 라는 타이틀을 내세워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히 여성주의에 대한 선입견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이름에서 나오는 힘을 빌려도 될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말, 사람들이 물음표를 떠올리는 말을 더더욱 소리 높여 말해야한다고 믿기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여성주의’ 교지를 동악에 내놓습니다. 힘든 순간이 많았으나 이 책은 1년 동안 우리에게 현실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였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으로 분노를 표한 누군가처럼,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대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 글을 본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실에 경악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내 보낼 수도 있지만 당신은 공감하고 같이 분노할 수 있길! 2015. 11. 17 05 최종본.indd 7 2015. 12. 1. 오전 10:21
  • 8. 들어가며 올 해 2학기부터 인권센터 운영이 시작되었다. 본 교지 구성원들은 지난 6월 법보신문과 9월에 열린 2015년도 2 학기 전체교수회의에서 학교가 발표한 ‘VISION 2020’을 통해 여름방학부터 인권센터 설립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 식을 접했다. 현재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학생회, 문과대학생회, 오프너가 함께 인권센터 운영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의 만남을 요청 했다.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인권센터 담당직원과 학 생들이 만나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의견을 조율 하는 과정을 거쳤다. 해당기획에서는 인권센터에 학생들이 전달했던 요구안 과 인권센터와 학생들의 만남을 기록하고, 인권센터 인터 뷰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최근 여러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축제를 동국대에서도 진행하기 위해 가상 기획 안을 작성하였다. 현재는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학생들의 관심과 열의가 있다면 내년이라도 당장 가능한 행사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지금 동국대에서 가장 주목 해야할 인권이슈일 것이다. 07 최종본.indd 9 2015. 12. 1. 오전 10:21
  • 9. 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빠르면 2015년 2학기부터 ‘성폭력, 성희롱, 인권침해와 관련된 언행여부’가 강의평가 항목에 추가된 다. 이전 총여학생회에서 꾸준하게 학자요구안을 통해 전달한 내용이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그 이유 조차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이번에 인권센터가 새로 들어서며 학생들은 동일한 내용을 요구하였고, 학교는 지난 10월경에 가능한 빨리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총학생회와 문과 대학생회, 작년 총여학생회 집행부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학생들이 인권센터 운영에 관련하여 학내 인 권실태와 연관지어 요구한 내용들과 학교에서 시행하기로 약속 한 것들을 살펴보자. - 인권센터 운영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사안과 학교의 답변 - 글 | 꺄또 08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0 2015. 12. 1. 오전 10:21
  • 10. < 학생들의 요구사안과 학교의 답변 > 성폭력 상담소 성폭력 피해상담소,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상담원으로 종사하려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 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 의 제7조 [별표1]에 따 른 기준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따라 성 폭력상담전문교육 100시간을 수료한 상담원이 상시 상주해야 한다. 현재 인권센터에는 성폭력 상담전문교육을 이수한 상담 원이 1명 배치되어있다. 상담 외 인권센터 업무로는 교육과 각 종 사업이 있는데,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인력 충원이 필요 하다. 인권센터 전반의 업무를 담당할 1명의 인력을 최대한 빠르게 충원 할 예정이다. 기존 양성 평등 상담소에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 였을 때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제보를 작년 총 여학생회에서 여러 차례 받았다. 전문상담원이 상 담에 집중 할 수 있도록 그 외의 다른 행정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배치 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경우, 교육과 연구를 전담하 는 부서가 있다. 우리학교도 똑같이 구성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인권’을 전담하는 연구소를 설 립되어야 인권센터가 양질의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전망을 고려하여 요 구한다.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09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최종본.indd 11 2015. 12. 1. 오전 10:21
  • 11.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관계부서에 공문발송 최대한 빠르게 시행 할 수 있 도록 행정처리를 진행하기 약 속한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신입생 의무교육이 강화되 어야 하다. 현재 신입생들이 공동체를 꾸려가는 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 배우는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그 결과로 새 터와 축제가 끝나면 빈번하게 성폭력사건이 신고 된다. 1학년 1학기에 성차에 따른 폭력과 차별,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소수자에 대해 배우고 대 학문화를 바꿔가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당 내용을 담은 수업을 신설하고 의무수강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학사제도 강의평가에 ‘수업도중 성차별, 성희롱 언행이 있었 다’와 같은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작년 총여학생 회에서 「언어성폭력 사례집」발간을 위해 조사한 결 과 강의 시간을 포함하여 교수에 의한 성폭력, 성희 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다. 또한 실 제로 강의실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을 옹호하고 조 장하는 발언들이 작년 총여학생회로 접수되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학교 강의 평가 시스템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해당내용이 강 의평가에 추가된다면 교수들과 학생들 모두 한 번 더 성차별, 성희롱의 위험성에 대해 상기 할 수 있 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성학’ 교양과목 개설되어야 한다. 2013년까지 ‘ 여성학’수업이 일반교양으로 학기마다 2강좌씩 개 설되어 있었으나 이 후 폐강되었다. 당시 총여학생 회에서 학교로 문의한 결과, 교양교육원이 다르마 칼리지로 변경되면서 일부 강의를 신설하고 폐강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여성학’ 이 때 폐강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학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성 평등과 대안적인 대학문화를 고민 할 수 있는 시작 점이 될 수 있으므로 ‘여성학’ 수업이 다시 개설될 수 있도록 인권센터에서 앞장서서 요구해야 한다. 관계부서에 공문발송 최대한 빠른 시행을 위해 논 의중에 있다.(당초 2015년 2 학기 시행이 언급되었으나 현 재로서는 미지수) 10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2 2015. 12. 1. 오전 10:21
  • 12. 분류 요구사안 학교답변 성폭력 상담소 외 인권센 터운영 기존에는 학생카운셀링센터 산하의 성폭력상담소 에서 인권이슈를 다뤘으나 이제 ‘인권센터’라고 개 편한 만큼 최대한 넓은 범위의 인권이슈를 다뤄야 한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차별과 폭력, 인권 침해 현상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수립이 시급하 다. 장애학생 맞춤형 학사행정, 선후배 간의 나이권 력타파, 외국인 또는 종교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 행위 등 다양한 인권 이슈를 포괄할수 있는 각종 제 도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풍부한 자료를 담은 홈페이지 구축되어야한다. 인 권, 폭력, 차별 등에 대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로 각종 자료를 발간하고 이를 홈페이지를 통 해서도 공개하면 좋다. 또한 상담절차에 대해 학생 들이 상세히 알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이곳으로 전화하면 어떤 도움을 받 을수 있을까’에 대해 여러번 고민하고 자신의 이야 기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담절차와 징계 처리절차 등을 도식화여 공개할 필요가있다. 장애인학생은 ‘장애학생지원 센터’에 담당하며 외국인학생 을 포함한 소수자학생들에 대 한 정책과 배려는 매우 필요 하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 나 현재 인권센터의 인력으 로는 모두 다 다루기 어려우 니 차차 인력을 늘리며 반드 시 고려해보겠다. 조만간 재정비 될 예정이다. 11강의 중 교수가 성차별, 성희롱 또는 인권침해 내용의 언행을 한 적이 있나요? 최종본.indd 13 2015. 12. 1. 오전 10:21
  • 13. 동대입구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다보면 ‘몰카 방지’ 배너가 보인다. 해당 배너에는 ‘동국대학교 인권센터’라는 이름이 적혔다. 인권센터 운영이 이번학기부터 시작되었지만 학생들 이 인권센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고작 이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오프너가 인권센터를 만 났다. 기존의 양성 평등 상담소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학우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 을 수 있는지, 학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 등 학우들이 인권센터를 이용하는데 가지고 있는 궁 금증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와의 이메일인터뷰 - 정리 | 엘사 12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4 2015. 12. 1. 오전 10:21
  • 14.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는 신설된 대학 내 부속기관으로 기존(학생상담센터) 내의 양성평등상담소의 업무는 인권센터로 이관되었다. 인권 센터의 업무는 크게 성인권관련 업무(성희롱, 성폭력 등)와 성 인권관련 업무를 제외한 인권관련 업무를 다룬다. 인권센터는 어디에있나? 본관 2층(연구관리팀 오른쪽)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상담실은 계산관 A동 인권센터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성인권과 그 외의 인권사안에 대한 피해신고 및 상담 뿐 아 니라. 학내 구성원의 인권존중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다루 고 있기에 이에 해당하는 모든 내용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 가령,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침해의 회복, 피해자의 보호, 관련한 학사운영제도의 개선 등과 같은 인권침해사건에 대 한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회복과 더 불어 학교 차원에서의 재발방지 노력도 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13 최종본.indd 15 2015. 12. 1. 오전 10:21
  • 15. 인권센터 QnA 학교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현재 계획하고 있는 활동은 1) 인권교육 및 인권존중교육확대, 2) 인권 친화적 캠퍼스 조성을 위한 활동, 3) 대학원생 인권존중을 위한 프로그램, 4) 강의 평가 제도 개선 등이다. 구체적인 상담절차는 어떻게 되나? 신고는 방문/이메일/전화를 통하여 가능하다.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 로 사전약속을 하여 상담할 수 있고, 사전 예약 없이 직접적으로 방문 하여 상담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사전 연락한 이후 방문하는 것 을 권장한다. 상담실은 독립적으로 마련되어 있어서 개인신상보호 및 상담내용이 비밀 유지된다. 방문하는 경우 02-2260-3928(인권센터) 전화 혹은 human_ rights@dongguk.edu로 이메일을 보내면 시간협의하는 경우 수월 할 수 있고, 상담실 혹은 본관 내 센터에서 방문상담 가능하다. 현재 센터 업무의 특성상 자리에 부재하는 경우가 있어 필히 전화 또는 이 메일 예약이 좋다. 학생들이 학내 뿐 아니라 학외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에도 인권센터에 서 도움을 받을 수있다. 학내 규정에 따르면, 동국대학교 구성원이 피 해자 혹은 가해자인 사건 모두에 대하여 인권센터에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닌 ‘동국대학교 구성원’이 관 련한 사건인 경우 모두 인권센터에 상담 및 신고할 수 있다. 14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6 2015. 12. 1. 오전 10:21
  • 16. 상담 이후 사건처리 절차는? 기존 양성평등상담과정과 동일한 프로세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성윤리 위원회는 ‘동국인권위원회’로 변경되며, 구체적인 것은 차후 규정이 공 개되는 것 참고하길 바란다. 인권센터 관련 규정은 현재 재정 작업중이 고 학내 구성원과 관련한 다양한 인권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매 해 새터나 축제 또는 일상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학 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현재는 총여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이지만 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내규를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전개하 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학교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성폭력, 성희록 예방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 는데, 이에 대한 인권센터의 입장은 어떠한가? 예방의 필요성에 대하여 인권센터는 상당히 동의하는 바이다. 인권 센터에서는 반성폭력 문화를 만들기위하여 다각접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예방적 활동(문화제, 예방교육 등), 지식공유 활동 (전문가 초청 활동 및 노트형 매뉴얼 제작 등), 그리고 신고에 기반 한 대응적 활동(피해상담, 징계요청, 재발방지 노력 등)을 진행중이 다. 앞으로 예방을 위한 활동을 더욱 다양화 할 예정이다. 강의 뿐 아 니라, 학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워크샵 시행, 홍보활동 등을 계획 하고 있다. 인권센터 QnA 인권센터 QnA 15 최종본.indd 17 2015. 12. 1. 오전 10:21
  • 17. 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도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 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서울대학교의 경우, 장애인과 외국 인 학생을 포함한 소수자학생들의 학습권에 많은 중점을 두 고있었다. 이제 동국대에서도 인권센터가 문을 열었으니 장 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면 보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물론이다. 인권센터에서는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등 인권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는 모든 구성원들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만약 침해 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인권센터에 연락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 다. 또한 인권센터에서 계획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중 이들에 대한 관 심과 소수자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활동등 도 계획 중 이다. 인권센터가 새로 신설되어, 앞으로 많은 프로그램과 많은 활동으로 학 생여러분들게 다가갈 계획이다. 저희 센터는 언제나 여러분들에게 열려 있으니 권리침해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여러분이 인권센터와 공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나 저희와 공유해주었으면 한다. 인권센터 QnA 16 기획1 _ 인권센터 설립을 환영합니다 최종본.indd 18 2015. 12. 1. 오전 10:21
  • 18. ‘가상 축제 기획안’ 대동제 때마다 ‘대중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습득한다’, ‘성폭력, 성희롱이 비번하게 발생한다’ 등의 평가 가 이어진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이 없는 축제를 기획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인권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축제기간을 별도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하다 면 위 내용과 같은 비판을 가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시에 좀 더 나은 대학문화, 대학축제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마련될 수있다. 가상의 동국대 인권축제 DHF : DGU Humanright Festival 기획안을 통해 현재 동국대에서 중요한 인권이슈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글 | 딸기 17 최종본.indd 19 2015. 12. 1. 오전 10:21
  • 19. 장애인권 알아보기 LGBT 알아보기 개념공부하기 코너 : LGBT란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줄임말로 성소수자를 총칭하는 개념. 그렇다면 아웃팅과 커밍아웃은 무엇이 다를까? 퀴어는 무엇이고, 호모는 또 무엇인가? 평소에 잘 알지못해서 함부로 사용했던 개념들을 확실히 공부하고 가세요! 성소수자 인권감수성 TEST : 나는 성소수자 인권에 얼마나 예민하게 살아왔는지 확인하는 TEST. 평소에 주변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친구있어?’ ‘ 여자친구있어?’ 라고 애인의 유무를 묻지않았는지, 여성스러운 남성에게 ‘게이같아’라며 놀리지는 않았는지 등 당신의 성소수자 인권감수성 점수를 알아보고 점수별 처방전을 알려드립니다! 무지개팔찌 만들기 :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고무팔찌 함께 만들어요 (준비물과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으나 누구나 자유롭게 오셔서 만들고, 자신이 만든 팔찌를 가져 갈 수 있습니다) 개념공부하기 코너 : ‘장애’ 란 무엇인가? 장애를 바라보는 주류시각의 문제점은 무엇을까? 동정의 대상이 아닌 자립의 주체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부하고 가세요! 성찰의 벽 : 이제까지 아무생각없이 해왔던 장애인 비하발언(병신, 애꾸, 귀머거리, 애자 등)을 알아보고, 이제는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고 읽어보는 벽. Wheel in DGU 사진전 : 남산에 자리한 동국대는 휠체어 타는 사람에게 불친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있지만 건물까지의 경사집입로가 없는 현실, 비탈길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30 분이상 더 소요할 수 밖에 현실!을 사진으로 알아봅니다. 노동인권실태 조사 결과 남이사 스티커 최종본.indd 20 2015. 12. 1. 오전 10:21
  • 20. WELCOME, DHF * 동국대 인권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오프너 물병 학내 언어 성폭력& 성차별 사례 < 외국인학생들의 성토대회 > 니들이 하는 말 다 들려! : ‘짱깨들 때문에 팀플 망함’ ‘중꿔면 수업 막 안들어와도 되는거야?’ 그들이 알아듣지 못할꺼라 생각해서 막하고 다녔던 그 말! 사실 그들도 다 듣고있다! 한국어는 서툴러도 원래 자기 얘기는 잘 들리는법! 외국인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이 당한 차별과 비하에 대해서 성토합니다. 돈으로만 보지마! : ‘외국인’이라서 학습권을 박탈당한 기억, 불합리한 외국인대상의 학사행정 제도를 알아보고 학교에 시정요구사안을 전달합니다 나는 이런나라에서 왔다 : 일반적으로 외국인유학생이라면 중국인들을 많이들 생각하지만 동국대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학생, 교환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직접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대학의 모습을 알아봅니다. <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 > 첫 번째 이야기, 가장 믿었던 학생회장선배가 새내기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 두 번째 이야기, 3년동안 말없이 교수에게 당하기만했던 대학원생의 고백 세 번째 이야기, 말할 수 있는 비밀 이어 말하기 1 이어 말하기 2 최종본.indd 21 2015. 12. 1. 오전 10:21
  • 21. 장애인권 알아보기 LGBT 알아보기 노동인권실태 조사 결과 남이사 스티커 <노동인권 실태조사결과 발표> 주제1 :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주제2 : 근로학생들이 당하는 부당노동행위 주제3 : 시간강사 임금 주제4 : 계약직 행정직원의 근로조건 <남이사스티커>를 판매합니다 당신 인생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그들! 그들에게 하고싶은 말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남이사 스티커로 할말은 하고삽시다! 스티커:한 장에 1000원 최종본.indd 22 2015. 12. 1. 오전 10:21
  • 22. 오프너 물병 학내 언어 성폭력& 성차별 사례 이어 말하기 1 이어 말하기 2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Bottle> 여성주의 교지 오프너에서 직접 제작한 보틀을 판매합니다! <학내 언어성폭력, 성차별 사례> 강의실에서 수업도중에, 과실이나 과방에서 선후배나 동기들에게 성性에 따른 차별적인 언어폭력을 당한 사례를 모아 피켓으로 전시합니다. “요즘 취업하기 어렵니? 여자들은 시집 잘 가는게 인생의 큰 덕이다.” “내가 걔랑 사귈 때 충무로랑 동대입구 근처에서 안가 본 모텔이 없어” 여성 자살 실패율이 남성보다 높은 이유는 여성은 자살을 하려는게 아니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프게 해서, 관심을 받으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WELCOME, DHF * 동국대 인권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최종본.indd 23 2015. 12. 1. 오전 10:21
  • 24. ‘여성혐오’가 화두였던 한 해였다. 온라인에서 각종 ‘~녀’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한편으로는 혐오담론 속 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에 의해 ‘여혐혐’ 타이틀을 내걸은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혐오의 시대, 과연 괜찮은 것일까? 이에 대해 미디어 속 여성혐오의 발언과 내용을 유형화하여 주류 여 성혐오 담론이 여성을 어떻게 그려내고 이를 확산시키는 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메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갈리안을 인터뷰하고 그녀의 분노를 기록했다. 마 지막으로 온라인 밖에서 여성혐오반대를 실천하는 이들 을 만나보았다. 들어가며 23 최종본.indd 25 2015. 12. 1. 오전 10:21
  • 25. 2015 여성혐오 2015년의 핫 키워드 중 하나로 ‘여성혐오’를 꼽았다. 여성혐오라는 키워드가 2015년에 생겨서 꼽은 것은 아니다. 이것이야 말로 유서 깊 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사실 2015년에서야 핫 키워드로 부상한 게 참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여성혐오를 인지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 역시 여성혐오의 역사에서 꽤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글 | 엘사 24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26 2015. 12. 1. 오전 10:21
  • 26.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명품 브랜드 샤넬백을 들고 있는 여성을 씀씀이가 헤픈 여성, 이른바 ‘된장녀’라고 불렀다. 운전이 미숙한 여성은 물론, 운전이 능숙한 여성도 운전에서의 실수, 사고 가 생기면 그 즉시 ‘김여사’라는 호칭이 부여되었다. 2015년, 과거부터 사용되던 수많은 ○○녀 호칭을 통합할 수 있는 어휘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김치녀’이다. ‘일부’의 개념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여 성을 칭한다는 단어였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김치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 으며 혹여나 ‘김치녀’처럼 보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각종 SNS,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김치 녀에 의한 일화, 김치녀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썰’이 유포되며, 회자된다. ‘김치녀 레전드’ 일화만을 게 시하는 facebook ‘김치녀’ 페이지는 ‘좋아요’ 수가 이미 17만을 넘어 계속해서 좋아요 행진을 이어나가 고 있다. 김치녀를 퇴치했다는 일화에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통쾌함을 느꼈고, 일부 여성들은 해 당 커뮤니티에서 김치녀가 아닌 ‘개념녀’가 되기 위해 몸부림 쳤다. 2015년 하반기, 김치녀로 끝날 줄 알았던 여성혐오성 키워드의 창출은 ‘맘충’이라는 또 다른 성과로 이어졌다. ‘mom+蟲’ 즉, ‘개념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뜻하는 단어로, 확대해서는 ‘개념 없는 아줌 마, 나이 많은 여성’을 뜻하기도 한다. 김치녀 일화만큼이나 맘충에 대한 일화도 우후죽순 게시되며 아 이를 키우는 여성, 나아가 기혼처럼 보이는 여성은 ‘맘충’이라는 낙인의 바운더리에 속하게 되었다. 까 딱 잘못했다가는 나조차도 ‘김치녀’ 혹은 ‘맘충’ 혹은 기타 ○○녀로 네이밍되어 수년간 회자될 수도 있 는 일이다. 개념 없는 ‘일부’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이름이라는데, 여성혐오에 있어서 女性이라는 범위 는 일부가 될 수 없다. 제2의, 제3의 키워드를 창출하는 ‘여성혐오’ 1 2015 여성혐오 25 최종본.indd 27 2015. 12. 1. 오전 10:21
  • 27. 2015년 10월,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누군가가 던진 벽돌을 맞고 사망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경찰, 언론, 미디어에서는 ‘용인 캣맘 사건’으로 명명했고 숨진 피해자 가 왜 벽돌에 맞았는지, 무슨 일을 하다가 벽돌에 맞았는지를 조명했다. 숨진 피해자가 아파트에서 길 고양이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언론은 다시 일명 ‘캣맘’에 대한 시선, ‘캣맘충’에 관한 뉴 스를 다루기 시작했다. 꽤 예전부터 캣맘에 대한 인식은 안 좋은 편이었으며 인터넷에서는 심심치 않 게 ‘캣맘 엿 먹이기’와 같은 게시글이 있어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여론은 ‘방법이 잘못됐긴 했지만, 오죽했으면...’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터넷 댓글과 SNS에는 캣맘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일화가 올라왔다. 이후 용의자가 초등학생인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건의 명칭은 캣 맘 사건이었다. 세상에 ‘벽돌에 맞을 이유와 상황’이 있긴 있는 건지, 있어야만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사건의 포커스 가 맞춰져야 하는 것은 가해자, 가해자가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그 당시의 상황, 배경이다. 애초에 사건이름에서부터 오류가 있었다. ‘캣맘사건’이라는 명칭은 피해자 여성에게서 모든 해답을 찾고자 하 는 방향으로 사건을 이끈다. 하지만 사건의 원인, 그 해답을 피해자 여성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사건의 초점은 사건의 경중을 떠나 여성에게 맞추어 진다. 중차대하고 이슈화 된 사건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도드라진다. 피해자 여성을 강조한 사건의 네이밍, 사건 분석은 충분히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피해자의 2차 피해, 3차 피해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여성 범죄에 대한 기사에는 밤에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라는 당부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다시 말해 그러 니까 왜 밤늦게 혼자 돌아다녀서 그 일을 당하냐는 질책과 같다. 한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염산 테러를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사람들은 사람을 사귈 때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제대 로 된 남자를 고르지 못한 피해자 여성을 겨냥한다.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에게 사람들은 왜 그런 사람 여성에서 그 해답을 찾다 2 26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28 2015. 12. 1. 오전 10:21
  • 28. 과 결혼했냐고, 네 업보가 참, 왜 진즉에 도망가지 않았냐고 묻는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그 해답 을 여성에게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여성혐오성 키워드인 김치녀, 맘충, 김여사, 된장녀 외의 기타 ○○녀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제의 근 본적 원인을 ‘여성’으로 결부시키기 때문에 비롯된 단어이자 지극히 남성중심적 사고에 의해 생성된 단 어이다. 우선, 김치녀의 뜻인 ‘개념 없이 행동하는 여성’에서 개념 없음을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그때 그때 남성적 사고에서 어떤 행동이 개념이 없다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개념 없는 행동이 된다. 내 돈 주고 내가 사먹는 스타벅스 커피, 내가 드는 백이지만 된장녀라고 불리는 이유는 ‘된장녀’라는 명칭 을 만들어낸 작자가 봤을 때 그 행동이 개념 없이 느껴졌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운전에 미숙한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인 김여사는 있어도 운전에 미숙한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치하는 여성, 개념 없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있어도 그러한 남성을 칭하는 말은 없다. 무개념 엄마를 지칭 하는 말은 있어도 아빠를 지칭하는 말은 없다. 설사 아이 아빠가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아서 아이가 사고 를 쳐도 그 화살은 ‘평소에 애 엄마가 얼마나 싸고돌았으면’으로 돌아간다. 과오가 있을 때 성(性)에 의해 바로 네이밍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자 폭력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 개인의 성별이 여성이라면 사건 이 후의 상황은 오로지 성별에 기인해서만 진행될 것이 다. 해당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 개인은 만약 성별이 여성이라면 그 이후 더 이상 개인으로서 문제 해결 선상에 놓일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분류체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여성들은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서 긴장하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긴장은 코 르셋처럼 매일 여성을 압박하는 일상 속의 폭력으로 작용한다. 2015 여성혐오 27 최종본.indd 29 2015. 12. 1. 오전 10:21
  • 29. 하지만 수십 년, 그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이어져왔던 이 모든 여성혐오와 관련된 이슈, 인식, 발언들 은 2015년에 와서야 눈에 띄게 부각되었다. 이제야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목소리가 온오프라인을 막 론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결정적 계기로 메갈리아의 역할은 지대했다. 모 커뮤니티의 메르스 갤러리 에서 시작된 메갈리아는 사회 만연하게 퍼져있던 여성혐오, 여성혐오성 발언과 행동 등을 주어를 남성 으로 바꾸어 게시하는 일명 ‘미러링’을 통해 혐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었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파격 적이었다. 온라인 SNS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로 미러링 된 게시글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누군가는 통 쾌해했고 누군가는 우려했으며 또 누군가는 비난했고 또 다시 혐오했다. 메갈리아의 논리는 간단했다. 누군가가 만일 미러링된 글을 보고 폭력적이라고 느낀다면 미러링 되어진 원본 글 역시 그만큼 상대에 게 폭력적이고 질 낮은 비난이자 혐오라는 것이다. 이러한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통해 ‘여성혐오’, ‘혐오 를 혐오한다’는 키워드가 발화 되었고 ‘혐오’를 다룬 뉴스, 프로그램 등이 기획되었으며 여성혐오를 혐오 하고 이를 근절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SNS에서 퍼졌던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운동, 페미니즘의 선언과 여성혐오를 몰아내기 위한 캠페인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 그리고 최근 모 대학에 게재된 ‘나는 김치녀입니다’ 대자보까지. 페미니즘을 알러지처럼 병적으로 싫어 하는 사람도 물론 생겨났지만 그래도 이전에 아예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를 몰랐을 때보다는 많은 것이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혐오와 혐오에 대한 혐오, 혐혐(혐오를 혐오하는 것)에 대한 혐 오로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더욱 깊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 메갈리아의 움직임 ] 3 28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30 2015. 12. 1. 오전 10:21
  • 30. 그들이 뱉은 혐!혐!혐 최근 대중매체에서의 성차별적 발언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 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동민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하차 요구를 받았으며, 그가 출연하는 방송국에 대한 보이 콧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개그맨에게 너무나도 과한 도덕적 잣대 를 들이대고 있으며, 프로그램 하차와 같이 개그맨의 생계유지에 위협을 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응은 과연 도덕적 잣대가 젠더와는 무관하게, 또한 올바르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에 대중매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차별적 언행들을 발언과 발언내용으로 나 누어 정리하고 유형화해보았다. 글 | 깻잎 29 최종본.indd 31 2015. 12. 1. 오전 10:21
  • 31. 1) 백치녀 혐오형 ‘백치’란, 뇌에 장애나 질환이 있어 지능이 아주 낮은 상태, 혹은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 ‘백치미’는 여성에게만 붙는 수식어일 뿐이다. 이에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무엇 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러한 여성을 미화하고 이상형 짓는 이들을 ‘백치녀 혐오 형’이라 유형화 했다. 아래 대화는 여성의 솔직함을 무식함으로 낮춰서 표현하고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표현한 여 성을 ‘개같은 년’ 이라고 바꾸어 말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계산할 줄 모르는 멍청 한 사람으로 바로 치환한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남,녀를 떠나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발언 이나 이를 여성에 한정하여 발언하는 것은 명백한 여성 혐오발언이라 할 수 있다. 옹꾸라의 예시로 비난받는 ‘멍청한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면 남성들의 판타지로 자리 잡은 ‘멍청한 여 성’의 예시는 우리 사회 속, 특히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옹꾸라 팟캐스트 中 장동민 : 여자들이 멍청한게 ‘왜 난 너한테 거짓말하기 싫다니깐. 지금 내가 너 사랑하는 것도 진실이고 예전에 그런 사람들 만난 것도 사실이야. 난 너한테 다 말할거야.’ 맞다 개 같은년. 일동 : 맞다 개같은 년. 장동민 : 맞다 개보년. 장동민 : 여자들은 멍청해서 이게 남자한테 안 돼. 머리가. 유상무 : 완전 비하야. 장동민 : 아냐. 진짜로 멍청해, 멍청해. 왜냐하면 이런 얘기를 한다. 유상무 : 영악하지가 않은거지. 장동민 : 아니야. 멍청해, 멍청이야. 무지하고, 순진한 여성은 ‘잘난 여성’ 과는 달리, 남성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계산적으로 따지거 나 ‘먹튀(먹고 튐)’를 하지 않고 자신에게 성적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한’ 여성일 확률 역시 높다. 바람직하게 생각하 는 여성상에도 신자유주의적 경제현실과 성별고정관념, 동등함에 대한 논의가 기묘하게 결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엄진, 2015) 극중 엘르 우즈는 멍청함을 상징하는 ‘금발 미녀’라는 이유로 남 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금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하버드 법학과에 입학한다. 출처 - 영화 ‘금발이 너무해’ 캡쳐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엘르 우즈‘는 대표적인 ‘백치녀’ 캐릭터이다. ‘금발이 너무해’는 결국 금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는 영화이지만 여전히 금 발 여성들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백치녀‘로 소 비되고 있다. 이런 ‘백치녀’, ‘백치미’ 와 같은 수식 어가 붙는 대중매체 속의 캐릭터는 순진하고 천진 난만한 여성을 바라는 남성들의 판타지를 만족시 켜주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판타지는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일 수밖에 없는 성인 여성 과는 무척이나 동떨어져 있다. 30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32 2015. 12. 1. 오전 10:21
  • 32. 출처 _ MBC every1 결혼터는남자들 캡쳐 2) 기 쎈녀 혐오형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혹은 미디어에서 활발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여성들에게는 ‘기가 센’ 이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또한 일상에서 ‘기가 센 여성’이라는 표현을 ‘기가 센 남성’이라는 표현보다 많이 듣는다. ‘기가 세다’라는 말은 여성에게 쓰일 때, 말 그대로 기운이 세다는 의미보다는 보통의 여성답지 않고 남성중심적 여성상 과는 다르게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성에게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자기주 장을 거리낌 없이 하려 하는 여성들에게 ‘기 센 여자’ 이미지를 씌워 주목한다면 여성들은 모두가 ‘기가 세’지거나 명확한 자기주장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1) 이러한 의미에서 전통적 여성성의 덕목은 순결, 연약함, 소심함, 신중함, 수줍음, 인내심, 수동성 등의 인성이 될 것이다. 또한 여성은 감정적이고 이타적, 희생적이며 결정당하는 객체로 그려진다. (2002, 박숙정, 아동 환상 서사에 나타난 성차 분석, p.34-35) 1) 위의 상황은 방송인 장동민이 한혜진과 자신이 맞는 않는 점을 토로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방송인으 로 설치고 말하지 않는다면 한혜진은 자신의 분량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며 장동민은 똑같이 행동하는 다른 남성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결국 여성패널에게 그는 설치지 않고, 떠들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바란다는 것인데 이는 앞서 설명한 ‘기 센 여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것이다. 위의 발 언으로 ‘GO WILD, SPEAK LOUD, THINK HARD(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라)' 라는 구호가 SNS를 통 해 페미니스트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결혼 터는 남자들 中 부부사이 불만 푸는 노하우 아내가 회식 때문에 늦게 들어오자 남편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 린다는 사연에 대해, 김성주 : 초반에 잡긴 잡아야 돼요. 나도 한번 확 잡은 적 있네. 액션이 처음에 할 땐 커야 돼요. 월급도 작고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렵던 시절 나를 좀 폄하하는 발언이 나왔는데 자고 있는 갓난 아이를 팍! 안아가지고 이렇게, 들었어 이렇게(아이 머리를 거꾸 로 한 채 허리에 끼는 시늉), 돌도 안 된 애기자고 있는데, ‘말 다 했어?’ 문을 발로 빡 차 갖고, 쾅쾅쾅 했어. 내 방이 있어 서재 같 은데. 거기 문을 팍 치면서, ‘안나갈거야!’ 아내가 애기에 대한 애 착이 클 땐데, ‘너 얘 제일 좋아하잖아, 너 얘 다신 못 만나! 문 잠 갔지. 애기가 막 울지. 와이프가 문 앞에서 막 미안하다고 그러더 라고. 그녀가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걸 뺏어가지고, ’이거 못 하게 할 거야!’ 라고 해야 돼. 김성주의 발언은 여성의 ‘기’를 잡는 방법에 대한 예시이다.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뺏고, 못하게 하라’, 또는 회식으로 늦는 아내의 종아리를 회초리질 하는 폭력적인 방법으로라도 여성의 ‘기’ 마녀사냥 中 장동민 : 한혜진 완전 싫어.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갖췄다. 출처_ JTBC 마녀사냥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1 최종본.indd 33 2015. 12. 1. 오전 10:22
  • 33. 3) 걸레녀 혐오 형 순결은 법이 아니며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야 마땅한 것이다 또한 그 기준도 정해져있지 않다. 순결 하지 않은 것 또한 결코 결점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매체에서는 순결을 여성에게만 억압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옹꾸라 팟캐스트 中 장동민 : ‘오빠 너무 능수능란한거 아니야? 이게 뭐야? 어디서 배웠어. 유세윤 : ‘뭘 배워, 본능이지.’ 장동민 : ‘본능? 오빠, 치, 몰라. 오빠 많이 해봤지?‘ 유세윤 : ‘아니 몰라. 너는, 넌 몇 번째야?’ 장동민 : ‘에이씨, 오빠는 뭐 알면서 그래.’ 유세윤 : ‘뭐가? 내가 알아서 생각해? 내가 알아서 생각한다? 이 창녀야’ ~일동웃음~ 장동민 : ‘오빠!’ 칼로 북북북 ‘오빠 이 씨발놈아 돈내놔 개새끼야.’ 유상무 : ‘근데 너 왜 이렇게 장동민 : ‘아 그거? 그거는 하도 딜도로 많이 해서.’ 유세윤 :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참을 수 없는건 처녀가 아닌 여자야. 유상무 : 남자는 자고나서 실망할 수가 있다고. 처녀라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있는 것 같으니까 물어보기도 한다고. 장동민 : 목석이고 아파했고. 자기 입을 틀어막았어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 해 ‘어어 오빠 이거 뭐에요’이런거. 장동민 : 그래 제일 완벽한건 그거지 아예 캐갈 것도 없고 털어도 먼지도 안 나오고 절에서 한 30년 살다가 내려온. 근데 이 사회가 그럴 수는 없지. 혀야 하고 이는 부부사이의 불만을 푸는 ‘노하우‘인 것이다. 이는 또한 가정폭력 옹호가 여성의 ‘기’를 잡 아야 한다는 명목 아래 미디어에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2)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은 과대 포장되어 왔는데 매매춘은 바로 남성의 왜곡된 성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춘하는 남성은 매 춘여성이 일반여성과 차별성을 갖는 것과는 다르게 특별한 취급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남성에게 매매춘의 경험은 숨겨야할 은밀한 것이라기보다 는 떠벌일 만한 무용담이 된다.(2005, 한국여성연구소, 새 여성학 강의, p.167) 이러한 발언을 듣는 ‘처녀’가 아닌 여성들은 본인 삶에서의 우선적인 가치가 순결이 아님에도 불구하 고 ‘더럽혀진’ 혹은 순결하지 ‘못한’ 여성으로 한순간에 전락한다. 문제점은 이러한 순결 이데올로기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점에 있다. 순결하지 ‘않은’ 남성에게는 명예를, 순결하지 ‘못한’ 여성 에게는 멍에를 짊어지게 하는 순결이데올로기는 여성들에게는 성욕을 죄악시하고 숨기게 하며 남성들 로 하여금 여성순결을 박탈하게끔 조장하고 젠더권력관계를 재생산한다. 순결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성이 공식체계, 즉 일부일처제의 결혼 안에서만 가능하며 그 이외의 성을 도덕적인 일탈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남녀에게 이중 성규범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결혼의 형태가 남성중심적인 일부일처제로서 가부장적 사회의 유지에 필연적이라 할 때, 여성의 순결에 대한 남 성의 요구는 성에 남녀불평등한 권력관계가 구조화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이영자, 1989, 재인용) 2) 32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34 2015. 12. 1. 오전 10:22
  • 34. 4) 비하발언이용 형 ‘쇼미더머니4’는 방영 내내 참가자들의 자극적인 언어 사용과 서로를 향한 디스전으로 화제가 되었 다. ‘남자끼리’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코너 중에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두 개의 방송프로그램은 여성비하를 시청률, 혹은 인기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송민호는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기 위해 쎈 표현을 사용하였고, 이에 여성혐오 코드가 삽입되어있었다. <웃찾사>의 ‘남자끼리’는 물건을 사달 라며 조르는 소위 ‘김치녀’ 여자 친구를 엿 먹이는 방식을 유머로 풀어내며 ‘요즘 세상의 약자는 남자’ 라고 강조한다.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소재 자체가 여성비하인 것이다. 송민호가 직접적인 발언으로 뚜렷하게 여성을 모욕하는 것과 ‘김치녀’를 상대하는 ‘남자끼리’의 연대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흥미, 관 심 유발을 위해 여성비하를 소재로 삼았기에 ‘비하발언이용 형’이라 구분했다. 당사자들은 여성비하의 의도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지 않았을지라도 해당 발언들은 모두 성차를 기반으로 누군가에는 불편함 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통쾌함을 준다. 3) 쇼미더머니4 中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송민호 : 출처_ MNET 쇼미더머니4 캡쳐 3) 김치녀는 ‘성적으로도 문란하면서, 소비사치를 일삼고, 남성의 경제력에 기생하려는 속성을 모두 갖춘 한국여성’ 이라는 뜻으로, 경제적인 측면 의 비난과 성적인 측면의 비난이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일베의 각기 다른 여성혐오의 주장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배적 명칭이 될 수 있었다. 여기 에, 여성을 비난하기 위한 모든 개념들이 소환되어 덧붙여지면서, 김치녀에는 패륜적 속성과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게으름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엄진, 2015, p.38-39) 산부인과 방문은 이미 여성들에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송민호의 랩은 산부인과와 여성에 대한 뒤틀린 사회적 인식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남자끼리 中 위기에 처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나선 남자들. 여자는 모르는 남자들만의 기상천외 위기 대처법을 보여 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 “요즘 세상의 약자는 남자니까요, 남자끼리~”. 누구에게나 성적으로 자유로울 권리가 있는데도, 대중매체 속의 순결 이데올로기는 남성에게만 그 러한 권리를 부여한다. 출처_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3 최종본.indd 35 2015. 12. 1. 오전 10:22
  • 35. 5)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형 ‘남자의 적은 남자’와 ‘여자의 적은 여자’ 중 어느 말이 더 우리에게 익숙할까. 단언컨대 ‘여자의 적은 여자’일 것이다. 장인-사위의 갈등보다는 시어머니-며느리의 갈등이 더 방송에서 부각되고 있으며 남 성 위주의 프로그램 속에서 여성들은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재미를 위해 여성 간의 갈등 구도로 몰리 기 십상이다. 마녀사냥 中 이날 송해나는 등장하자마자 바로 옆자리의 서인영과 서로 “안녕하세요”라며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둘은 이번 ‘마녀사냥’을 통해 처음 만나는 사이였던 것. 이를 본 허지웅은 “참 영혼없네요”라고 말했고, 성시경과 신동엽도 “이런거 재밌다”며 웃었다. 이에 서인영은 “남자들은 이런 걸 보면 재밌나보다”고 말했고, 신동엽은 “서로 썩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긴장감이 있다”고 말 해 웃음을 자아냈다. (2015.10.23 TV daily, ‘마녀사냥’ 신동엽, 송해나·서인영 어색한 인사에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출처_ JTBC 마녀사냥 캡쳐 이는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적여’ 분위기 조성이다. 주로 남성 패널들이 중심인 프로그램 들에서 나타나며 여성 패널들은 이를 부인하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그에 맞춰 상대여성과 경쟁하는 모 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대로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 패널들의 갈등은 주로 ‘승부’, ‘자존심’, ‘진짜 남자’ 같은 코드로 나타난다. 이 관계는 여성들의 질투어린 ‘캣파이트’처럼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 ‘남자끼리’는 단순히 ‘약자를 짓누르는 쾌감’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부당한 인식’에 근거한다(시사인, 20150324). 여성이 성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돈을 내지 않는 것 은 ‘이중적’이며, 이런 현실에서 데이트, 결혼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국방의 의무까지 지면서도 여성들 에게 평가당하고 배신당하는 남성이 ‘약자’라는 주장은 은연중에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김치녀’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현실이 여성의 외모, 섹슈얼리티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성적인 존재로 환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여성들이 외모를 바탕 으로 쉽게 돈을 벌고, 남성을 이용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부당하다고 여기면서도 이를 사회구조적 차원 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엄진, 2015). 오히려 ‘남자끼리’ 와 같은 방식으로 여성에게 부당함을 표출하고 ‘ 기계적 평등’만을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이 정말로 연애시장에서의 성 평등을 구현할 수 있 을까. 외모 폄하에서 폭력까지, 남성의 학대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 자긍심이란 연애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는 도구로, 그러니까 일종의 가격 측정 센서다. 이 자긍심 센서가 망가지면 여성은 자 신의 시장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된다. 34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36 2015. 12. 1. 오전 10:22
  • 36. 고부갈등 역시 미디어 속 ‘여적여’로 빈번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고부갈등과 같은 여성 간의 갈등은 여성들간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남녀 권력 차에 따른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권력이란 남 성에게 임대받는 것이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부여해주는 남성이 아니라 그 권력을 부여받 는 타 여성을 경계해야 한다. 전통적인 한국 가족은 부자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부계 부권적 가족이다. 즉 아버지와 아들(장남)이 축이 되고, 이 축 을 통해 혈통과 권력이 보장되며 다음세대로 부계와 부권이 전수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부자관계는 상하주종관계 를 형성하고 나머지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성별, 세대별로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적용되었고, 남성보 다는 여성이 천시되는 풍조에서 여성의 가족적, 사회적 지위는 매우 열악했다. 특히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는 혼입 자라는 이유로 가장 낮은 지위를 갖기 때문에 권리보다는 의무가 많았다. 여성은 남편의 친족 체계 내에 혈연상 지위 를 차지하는 아들을 출산함으로 부계친족의 일원이 된다. 이러한 입장에선 아들의 존재는 여자의 지위를 보장해 주 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가 된다. 이러한 아들은 시집 온 여성의 심리적 방패가 되며 시가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보장받 을 수 있게 하는 존재이고 여성의 자기표현과 자기실현이 금지된 전통사회에서 어머니의 자기실현의 목표이자 자기 표현의 통로가 되었다.(1991, 성인애, 재인용)(1999, 구자경,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지각하는 고부간의 갈등, p.13-15) 참고자료 - 논문 2015, 엄진, 전략적 여성혐오와 그 모순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게시물 분석을 중심으로 2002, 박숙정, 아동 환상 서사에 나타난 성차 분석 1995, 이경미, 성의 자율성과 순결이데올로기 : 20대 여성의 사례 연구 1999, 구자경,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지각하는 고부간의 갈등 - 잡지 2015년 3월 24일, 시사인, “‘여성’혐오하는 젊은 그대는?” - 책 2005, 한국여성연구소, 새 여성학 강의 2006, 데이비드 버스, 이웃집 살인마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 신문기사 2015.10.23 TV daily, '마녀사냥' 신동엽, 송해나·서인영 어색한 인사에 "서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2015년 10월 6일, 글로벌이코노믹, 전원주, "고부갈등 심한 둘째며느리? 못생겨서 결혼 반대"...'헉! 정말?' 세바퀴 中 전원주 : 과거 아들과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밝히며 “며느리가 인물이 좀 빠진다“ “아들에게 인물을 좀 봐야 한다고 하자 아들이 ‘엄마보단 나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대답했다” (2015년 10월 6일, 글로벌이코노믹, 전원주, “고부갈등 심한 둘째며느리? 못생겨서 결혼 반대”...’헉! 정말?’) 출처_MBC 세바퀴 캡쳐 그들이 뱉은 혐!혐!혐! 35 최종본.indd 37 2015. 12. 1. 오전 10:22
  • 37. #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슬로우뉴스> 기사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 메 르스 갤러리를 등장으로 ‘여혐혐(여성 혐오를 혐 오한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애초 이 갤러리는 메르스 의심 환자인지 모르고 홍콩에서 여행 다 녔다고 알려진 두 명의 한국 여성을 비난하는 글 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이 여성들이 격리를 거부 한 것이 아니라 영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 혀지자, 몇몇 갤러리 이용자들은 슈퍼 전파자인 정리 | 배이컨 여성혐오의 시대에서 독특한 반격이 일어난 2015년. 바로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를 기 반으로 여성혐오 발화를 미러링(mirroring)하여 남성에게 되돌려주는 전략을 채택한 여성들이 전 면에 등장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던 이들 은 8월 ‘메갈리아(www.megalian.com)’ 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설립했다. 1) 1) ‘메갈리아’란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합성어이다. ‘이갈리아’란 노르 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배경으 로, 남녀 성역할이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이갈리아’는 평등 주의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이며, 이갈리아의 딸들은 여자와 남자가 뒤 바뀐다는 설정(가부장주의가 아닌 가모장주의, 여성은 wom, 남성은 manwom으로 표시하며, 역시 ‘인간’을 뜻하는 일반명사는 wom이다) 을 바탕으로 한다. 최초 환자가 남성이었다는 사실은 문제 삼지 않고 여성 혐오만 늘어놓는 글들에 반박했다. 이 싸움 이 결국 메르스 갤러리를 ‘여혐혐’의 발화로 이어 진 것이라고 한다 (슬로우뉴스. 2010. 06. 10.). 이 여성들이 세운 온라인 홈페이지인 ‘메갈리 아’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메갈리안 (megalian)이라 지칭한다. 메갈리안은 등장하자마자 크게 두 가지 논란 에 휩싸였다. 첫째, 이것은 단순히 여성혐오를 반 사하는 ‘미러링’인가, ‘남혐(남성혐오)’인가? 메갈 리아의 미러링을 통한 발화는 괜찮은 것인가? 둘 째, 메갈리아는 ‘여성 일베’인가 ‘페미니즘’인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메갈리아. 그래서 준비해 보았다. 그 속에서 활동하는 메갈리안을 만나 위 의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듣고 메갈리아는 어떤 곳 이고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정리했다. 36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38 2015. 12. 1. 오전 10:22
  • 38. 처음에는 자주 가던 커뮤니티 게시판에 메르 스 갤러리에서 여성혐오를 미러링한 글들이 캡쳐 되서 올라온 것을 보고 ‘통쾌하다!’라고 느꼈었다. 메갈리아를 만나기 이전까지 일베나 디시(디시인 사이드), 오유(오늘의 유머)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강도만 다를 뿐 여성에 대한 혐오와 대상화를 일 삼는 글들을 흔하게 마주하였다. 그러나 한국 남 성들의 여성 혐오 발화를 그대로 차용하여 혐오 대상의 성별만을 뒤바꾼 글들을 보고 너무 시원 하다고 느꼈다. 지금도 메갈리아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고 페이스북을 통해 메갈리아의 게시글 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하는 주된 이유 는 역시나 ‘너무나 시원해서’이다. 지금까지 너무 나 쉽게 김치녀, 된장녀, 삼일한(북어와 여자는 3 일에 한 번씩 패야 된다)과 같은 용어로 공격을 받 아왔는데 여성들이 반대로 씹치남(김치남을 과격 하게 말한 단어),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같 은 단어를 사용해서 역공격을 펼치는 모습이 아 직도 내게 너무나 신선하다. 여자들의 가슴사이즈 Q A 를 너무 쉽게 논하고 세계에서 제일 가슴 작은 한 국여자, 더치페이 안 하는 한국여자 등의 발언에 대해 가장 고추 크기 작은 한국남성이라며 6.9라 는 단어를 만들어서 조롱을 하는 부분도 웃겼다. 여자들이라고 언제까지나 ‘죄송하지만 모든 한 국 여자가 그런 건 아니에요’라는 반응을 보일 수 는 없지 않는가? 상대방에게 욕을 들으면 화가 나 고 나 역시 욕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연스러운 여성들의 분노가 메갈리아 를 통해 표출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언제까지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라는 답답한 마음 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메갈리아로 유입하게 된 계기는? #1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37 최종본.indd 39 2015. 12. 1. 오전 10:22
  • 39. 위에서도 말했듯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분노를 표출해주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여성들은 지금까지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 안 되는 사람 취급을 받아왔다. 여성은 항상 순종적이고 남성의 편에 서야하고 남성을 ‘달래주 어야’하는 존재였지만, 사실 한 쪽에서 일방적으 로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데 대화가 가능할 리가 없다. 또 언제나 여성이 고분고분히 그 말을 들어 주고 달래서 생각을 바꿔줄 필요 역시 없다! 정말 당연한 이야기다. 메갈리아는 여성도 화낼 수 있 고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지금까지 가 해져온 여성혐오들을 ‘미러링’하여 남성사회에 일 격을 날린다. 이 일격에서 받는 통쾌함과 해방감 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전부터 공기처럼 존재하던 여성혐오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으나, 메갈리아를 통해 ‘ 나 역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돼’라는 생각이 들 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 야 너 그런 애였니?’라는 식의 반응을 받을까 두려 워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멀리했다. 또 Q A 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시점에서도 페미니스트 라고 밝히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여성혐오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 지, 그리고 여성주의가 얼마나 일상적인 가치인 지, 메갈리아로 인해 점차 명확해졌다. 그리고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를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으면 좀 어떤가. 페미니 스트라는 이유로 나를 피할 인간들이면 나 역시 그들을 피하고 싶다. 이렇게 말할 용기를 메갈리 아에서 얻었다. 본인에게 ‘메갈리아’는 어떤 곳인가요? #2 38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40 2015. 12. 1. 오전 10:22
  • 40. ‘미러링(mirroring)’은 메갈리아가 ‘핫’해지면서 아마 많은 이들이 한번 들어보거나 이미 알고 있 는 용어일 것이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남성들이 가해온 주류의 여성혐오적 표현들 또는 ‘김치녀’ 담론을 그대로 반사해서 ‘남성혐오’적 발화로 보 여주는 것이다. 그들이 ‘김치녀’라고 우리를 평가 한 것처럼 메갈리아는 ‘한남충’이라는 용어를 만 들어내고, 해외원정 성매매녀 비율이 가장 높다 며 한국 여자를 국제창녀화시킨 이들에게 ‘코피노 는 자랑이니^^’라며 해외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의 상당수가 한국 남자임을 밝히며 받아치는 식이다. 미러링은 기존의 여성혐오의 발화를 차용하기 때 문에 방식이 과격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만큼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여성혐오 발화가 얼마 나 과격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르셋(corset)’은 원래 배와 허리둘레를 졸 라매어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착용하 는 여성용 속옷을 뜻한다. 메갈리아에서는 지금 까지 우리 사회가 ‘개념녀’라는 코르셋을 입혀왔 다는 뜻에서 ‘코르셋’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지 Q A 금까지 여성들이 된장녀나 김치녀, 맘충, 개똥녀, 김여사 등의 사건을 보며 ‘나는 저런 여자가 되면 안 되겠구나’라고 스스로를 통제하고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개념녀’라는 기준에 맞춰 살아 온 것을 답답한 코르셋을 입은 것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 너희들이 뭔데 개념녀와 김치녀의 기준을 정해?’ 라며 반발을 일으키고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여 성상에 순종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코르셋을 벗 었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나의 배와 갈비뼈를 꽉 조여 왔던 속옷을 벗어던졌으니 얼마나 시원 하고 자유로운가? 그런 해방감을 표현하고자 사 용한 용어이다. ‘메갈리아’가 만든 주요 키워드 는 ‘미러링’과 ‘코르셋’이라고 생 각합니다. ‘미러링’과 ‘코르셋’의 뜻을 설명해주세요. #3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39 최종본.indd 41 2015. 12. 1. 오전 10:22
  • 41. 눈에 보이지 않은 여성혐오도 만연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는 매우 가시화되어있을 정 도로 심하고 폭력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여 성은 태어나기 전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 ‘여자’ 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여아들이 여 자라는 이유만으로 낙태당하고 태어나고 나서도 버림받는 일이 많다. 이 여자아이들은 자라는 동 안에도 성폭력과 납치, 염산테러 등의 공포로부 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이후에는 취업에서 받는 차별, 취업 이후 직장 내에서 받는 차별에 시달린 다. 또 그 이후는?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말하자 면 입 아프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여성이라는 이 유만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고, 나이나 외모에 대한 일상적이고 차별 적인 언행까지 여성혐오에 포함시킨다면 끝이 없 다. 물론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 한 편견들은 전 세계 공통적인 것이지만 한국 사 회는 더 불합리한 여성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 는 것 같다. Q A 게다가 더 문제인 것은 여성혐오의 심각성에 대 해 그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이다. 대다수의 남성들 은 ‘일부 남성들’만이 이야기하는 여성혐오로 치 부하며, 그들이 모든 남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머 또는 분노와 결합한 여성혐오 콘텐츠(가장 큰 예시가 바로 페 이스북 ‘김치녀’ 페이지이다)가 ‘좋아요’ 수가 만 개, 십만 개가 넘는 것을 보며, 여성혐오가 단순히 ‘일부 남성들’만의 여성혐오로 여겨질 수 없는, 주 류 여성혐오 담론에 대해 동조하고 방관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살고 있다. ‘메갈리아’의 목표는 ‘행동하는 메갈리안. 대한민국의 여성혐오가 없어지는 날까지’ 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여 성혐오’의 실태는? #4 40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42 2015. 12. 1. 오전 10:22
  • 42. 사실 메갈리아의 시작은 여성혐오의 글들을 그 대로 복제해서 성별만 바꿔놓는 수준이었다. 예 를 들면 ‘모텔에 같이 들어가면 솔직히 섹스하자 는 이야기 아니냐? 남자의 본능 모르냐?’라는 발 언은 ‘여자랑 같이 백화점가면 남자들 지갑 벌리 라는 말 아니냐? 여자의 본능 모르냐?’는 식이었 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적인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자극적인 글들이 더 늘어나 서 ‘남혐’이 심해진다는 우려 역시 생기는 것 같 다. 내가 메갈리아를 처음부터 계속 지켜본 게 아 니라서 “메갈리아가 ‘여혐혐’에서 ‘남혐’으로 바뀌 는 것 같다.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라고 한다면 답 변하기가 힘들다. 또, 여혐혐이랑 남혐을 구분 못하는 이들이 많 은데 완전한 구분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메갈 리아를 이해함에 있어, 여혐혐과 남혐의 뜻이 다 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여혐 을 혐오하기에 여혐 글을 미러링해서 남혐을 보 여주니까, 결국 여혐혐이 목표고 남혐은 수단이 라고 생각한다. Q A 메갈리아는 여자와 남자 진영을 구분해서 한국 남자들을 모두 여성의 아래에 두겠다는 목표를 둔 사이트가 아니다. 애초에 메갈리아는 여성들만 할 것이라는 것 자체가 큰 오해이다. 메갈리아는 여 성끼리만 모여 남혐을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남 성의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성혐오에 지쳐버린 이들이 여성혐오에 반대하 기 위해 모인 집단이고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물로 여성의 비중이 많 기는 하지만) 남혐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 을지언정 정체성은 ‘여혐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이하 여혐혐)’ or ‘남성 혐오(이하 남혐)?’ 사이트? #5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1 최종본.indd 43 2015. 12. 1. 오전 10:22
  • 43. 메갈리아를 두고 ‘핑크 일베’라는 프레이밍이 참 많은데 사실 너무나 안타깝다. 메갈리아는 일 베와 다름없는 곳이며. 일베충처럼 메갈하는 애 들도 쓰레기라며 ‘메갈충’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메갈리아의 과격함만을 가지 고 일베라고 명명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메갈리아 의 과격함은 과격한 여성혐오의 발화를 미러링했 기 때문이다. 일베, 오유, 디시 등 온라인에서 확산되던 여성 혐오에 대해 여성들은 계속해서 문제제기했으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회피하는 상황이 번번이 이 루어졌다. 제대로 된 논의의 장으로 남성들을 끌 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행하는 혐오 발화를 그대로 반사하여 그들에게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끈임없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여성들에게 때로 과격함은 주체가 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아이즈, 2015. 09. 16.). Q A 사실 메갈리아를 헐뜯는 이들은 대부분 메갈리 아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일을 하 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도 없이 그저 ‘메갈 도 일베 같은 곳이래’라며 자극적인 글 몇 개를 캡 쳐해서는 안 좋은 이미지를 유포하고 있다는 느낌 이다. 일베는 여성혐오 소굴이지만 동시에 반인륜 적, 패륜적 발언을 일삼은 곳이다. 세월호 단식천 막 앞 ‘폭식 시위’, 세월호 희생자 오뎅 비하 사건, 일베 젖병 논란, 전라도 비하 등 반사회적 행동과 발언들로 유명해졌다. ‘여혐혐’을 내세우는 메갈 리아와는 명백하게 콘텐츠도 다르고, 그렇게 행 동하는 명확한 목표의식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 다. 메갈리아를 ‘일베’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행 위다. 그저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는 자극적인 단 어들만을 보고 ‘메갈도 일베 같은 곳이네’라는 판 단은 금물이다. ‘메갈리아’가 ‘여성 일베’라는 말이 있는데? #6 42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44 2015. 12. 1. 오전 10:22
  • 44. 이 질문에 앞서 나는 진정한 페미니즘은 대체 무엇이냐는 반문을 하고 싶다. 비꼬는 것이 아니 라 진심으로 궁금하다. 나는 예전부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해 편견들을 갖고 있었다. 페미니 즘은 뭔가 위험하고 미움을 받는 영역이므로 내가 접근해서는 안 될 부분으로만 여겨졌고 페미니스 트들은 뭔가 똑똑하지만 괜한 잡음을 일으키는 사 람들일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아마 그 이유는 많은 남자들로부터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은 변질되었어’라거나 ‘꼴페미’ 따위의 발언들을 들은 것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반영된 페미니 스트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페미니즘’은 무엇이고 ‘옳은 페미니즘’ 무엇인가? 모든 책임과 고통의 원인을 ‘잘못된 페미니즘’으 로 돌리고 정작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도 없고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다. 자기가 알고 있 는 페미니즘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이미지를 결합하여 ‘잘못된 페미니즘’과 ‘잘못된 페미니스트’를 만들어낸다. 지금에서야 페미니즘을 배우고 있는 입장이고 나 자신을 ‘페 미니스트’라고 정체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Q A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고 ‘그것은 잘못 된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또한 메갈리아가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가 아니 라면 대체 뭘까? 그 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 가 오갈 수 있다. 이 방식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은 좋지만, 메갈리아 자체가 페미니즘이 아 니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메갈리아에서 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너무 당연하게 여겼 던 일들이 여성혐오라며 정리하는 글들이 올라오 고 이에 반대하여 포스트잇을 붙이는 캠페인을 벌 이고 있고 모금운동을 통해 여성단체에 기부 또 한 했다. 여성문제에 무관심했던 남성들이 ‘여혐 도 남혐도 나빠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자 체만으로 메갈리아는 충분히 페미니즘 사이트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를 검색하면 ‘페미니즘 사이트’라고 설명되어 있는 기사들을 자주 봅니다. 본인은 ‘메갈리아’ 와 ‘페미니즘’이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7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3 최종본.indd 45 2015. 12. 1. 오전 10:22
  • 45. 메갈리아가 초기 트랜스젠더나 장애인을 비하 하는 발언을 가져왔다며 이에 대해 실망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 는 반응과 이 반응이 ‘수용’되는 것을 보고 그 사람 은 메갈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고 한 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비하나 게이나 트랜 스젠더를 차별하는 발언을 그저 웃음거리로 여기 고 지나친다. 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면 ‘예민 한 사람’ 취급을 받곤 한다. 하지만 메갈리아는 이 런 지적을 수용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내 가 최근에 본 대다수의 게시물에서(내가 모든 게 시물을 볼 수는 없으니!) 그런 차별적 발언을 발 견한 기억이 없다. 메갈리아를 쉴드치는 것이 아 니다. 여성이란 이유로 혐오에 노출된 이들이 다 Q A 른 대상을 혐오하는 표현을 쓰는 순간, 메갈리아 는 많은 설득력과 호소력을 상실하게 된다. 아직 도 메갈리아에 이것은 다른 이에게 행하는 ‘폭력’ 이라고 생각되는 방식의 글들이 발견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고 수용하고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 내의 여성주의적 감수성, 또는 퀴어감수성이 부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어떤가요? #8 44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46 2015. 12. 1. 오전 10:22
  • 46. 사실 혐오의 시대, 괜찮지가 않다. 일단 내가 메갈리아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이 ‘혐오’라 는 감정의 증폭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유행하 던 여성혐오 단어는 ‘된장녀’와 ‘빠순이’였는데, 그 단어가 뭔지 잘 이해도 못하면서 온라인에서 나 역시 ‘된장녀들ㅉㅉ’이라던가 ‘빠순이들’이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썼던 것 같다. 그냥 그들에 대한 혐오가 유행처럼 퍼져나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 혐오의 표현을 장난처럼 썼던 것 같다. ‘김치 녀’라는 단어역시 유행처럼 번져나가면서 의외로 10대의 고등학생, 중학생 쯤 되는 학생들이 쓰는 상황을 종종 목격했다. 혐오가 유행화되면 혐오의 내용과 본질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유행이라서 쓰 게 되는 상황이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재훈재훈’ 이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내 가 자주 보는 개그프로에 나오는 단어고, 남들이 다 쓰니까 그 단어가 어떤 내용을 함의하는지, 그 리고 그 단어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 하고 사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혐오가 유행하면 그 단어가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 를 제쳐두고 재미나 혹은 공격을 위해 그 단어를 Q A 사용하게 된다. ‘한남충’이나 ‘좆의 숙주(마치 삶 의 목표가 성관계뿐인 것처럼 사는 남성을 뜻함)’, 혹은 ‘재기해(자살하라는 뜻)’라는 표현이 처음에 는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으로 등장한 단어라고 할지라도, 그 단어를 사용할 때 내가 갖는 공격성 과 분노의 표출은 단순히 미러링뿐만이 아닌 ‘혐 오’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게다가 혐오적 표현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심리적 으로도 계속 지치고 혐오라는 감정에 매몰되기 쉽 다. 정신적으로도 혐오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상 은 분명히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과격한 표현 과 욕설을 싫어하는 이들이 분명히 많다는 것이 다. ‘쟤들도 일베같은 곳이래’라는 표현을 가장 걱 정하는 이유이다. 메갈리아가 하고자하는 목표보 다 사람들은 표현에 더 주목한다. 원래 여성혐오 를 질색하는 이들 중에는 나처럼 메갈리아의 표 현을 ‘시원하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한편 ‘왜 저런 용어를 굳이 나도 써야해? 그럼 나나 쟤( 여성혐오자)나 다를게 뭐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 ‘혐오에 대응하는 혐오’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메갈리아’. 그로 인해 오히려 ‘혐오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혐오의 시대’,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하나요? #9 #나는 메갈리안 입니다 45 최종본.indd 47 2015. 12. 1. 오전 10:22
  • 47. 는 이들도 존재한다. 사실 페미니즘Feminism은 페미니즘들Feminisms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 통용될 정도로 층위와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메갈리아와 다른 방식으로 페미니즘 운동을 하 는 페미니스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갈리아의 과격한 언사만이 비춰지고 이것만이 페미니즘이 고, 페미니스트라고 단정지어질까봐. 그리고 여성 혐오에 지쳐있던 사람들 역시 메갈리아와 페미니 즘으로부터 멀어질까봐. 이게 제일 큰 걱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지금 메갈리아 에 반대하는 사람도 이야기하듯, ‘여혐도 남혐도 나빠요’라는 것을 모두가 진정으로 인식하고 여혐 도 남혐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요즘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는 논리로 메갈리아를 공 격하는 이들에게 메갈리아는 ‘그 혐오로 태어난 게 나잖아’라고 대답한다. 메갈리아가 매우 괴팍 하고 뒤틀린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 그 이유는 혐 오가 탄생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정말 혐오 가 없는 세상, 메갈리아가 사라지는 한국을 꿈꾸 는 것은 그 누구보다 메갈리안 본인들일 것이다. - 슬로우뉴스 20150610 여성혐오의 거울 반사: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 사태에 부쳐 - 아이즈 20150916 메갈리안, 분노가 이긴다 - 뉴스 토마토 20151026 진짜 페미니즘은 없다 - 위키트리 20151026 “여성일베-남혐사이트?” 메갈리아가 전한 7가지 참고자료 신문기사 46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48 2015. 12. 1. 오전 10:22
  • 48. 여혐반대, 실천하다. - 한국여성민우회 물길, ‘갈아마시는 여성혐오’에 다녀와서 - 글 | 효진 출처_ 한국여성민우회 물길 47 최종본.indd 49 2015. 12. 1. 오전 10:22
  • 49.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친구의 소개로 물길에서 진행하는 ‘갈아마시는 여성혐오’라는 행사에 참여하 게 되었다. 사실 여성학을 공부하는 단계이고 여성혐오에 대한 분노와 고민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지만 어느 단체가 여성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여성혐오에 반하여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뭐가 있을지 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지 않았다. ‘물길’이 무슨 일을 해온지에 대한 것도 잘 모른 채 그저 ‘갈아마시는 여성혐오’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어 무작정 찾았다. 행사장소인 성미산 마을 극장에 도착했을 때, 스크린에서는 한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거의 끝 무렵부 터 본 지라 구체적인 내용이나 영화의 제목도 모르지만, 남녀가 뒤바뀐 사회에서 남성이 성폭력에 노출 되었을 때의 일을 다룬 영화였다. 영화 속의 남자는 성폭력 가해자 여성들에게 성기를 깨물려 어기적거 리며 걸을 정도로 아픈 상태였지만 여자 친구는 ‘회의가 늦게 끝나서’ 늦게 왔다며 사과할 뿐이다. 그리 고 남자가 ‘아 이놈의 가‘모’장제 더는 못 참겠어!’라며 화를 내자 여자는 ‘난 너희같은(=남성주의 운동하 는) 애들이 이해 안 돼. 니 옷을 입은 걸 봐. 반바지에 반팔에!’라며 되려 화를 낸다. 남자는 ‘그럼 넌 지 금 이게 내 탓이라는거야? 난 내 옷을 마음대로 입을 권리가 있어’라고 하지만 여자는 ‘그래. 너가 그렇 게 입을 거라면 이런 일도 감수했어야지!’라며 다시 맞받아친다. 이 영화는 분명 바다너머 머나먼 곳에 서 제작되었는데, 이 대사들은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메갈리아가 내세우는 ‘미러링’처럼 이 영화도 분 명 남녀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밝히려는 듯 했 다. 이 인상적인 영화와 함께 ‘여성혐오를 갈아마시다’는 시작되었다. 먼저 물길의 소개가 있었다. 사실 나는 물길에 대해 잘 모른 채 이 행사를 참석했다. ‘스물, 여성주의 길을 잇다’에서 글자를 따와 ‘물길’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물길은 8월에는 여름철 여성의 몸이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됨과 동시에 다양한 여성혐오가 진행되는 데에 반대하는 ‘핫썸머 여성혐오’ 캠페 인을 진행하였다. 9월에는 남성중심의 명절에서 잊혀지는 여성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고 명절 내내 받 은 여성혐오를 성토하는 ‘한가위 성토대회&이름없는 추모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물길에 대한 짤막 한 소개와 활동을 들은 뒤 각자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그 전에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바로 ‘혹 시 사진이 찍히는게 불편하신 분이 있나요?’라고 먼저 물어준 점이다. 모든 행사를 참여할 때 마다 주최 측은 참여자에게 별다른 양해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SNS나 홈페이지 등에 너무나 쉽 게 참여자들의 사진을(그것도 너무 심하다 싶은 클로즈업 사진을!) 게시한다. 하지만 물길에서는 행사 48 기획2 _ 극혐주의 최종본.indd 50 2015. 12. 1. 오전 10:22
  • 50. 를 본격으로 하기 앞서, 사진이 찍히는게 거북한 이들을 조사하고 그 분들께는 사진촬영하지 않도록 하 겠다고 말해주었다. 사진이 찍히는게 싫은 사람도 있는 것은 당연하기에, 이런 일은 당연한 일이어야 하 지만, 실제로 이렇게 의사를 물어봐주는 배려는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이 후 자기소개 시간에서 각자 ‘올해 여성혐오는 나를 00하게 만들었다.’는 주제에 대답했는데 다양 하면서도 결국 다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여성혐오는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고 ‘행동’하게 만들었고 ‘고 민’하게 만들었고 ‘자유’롭게 만들었다. 모두가 표현한 방식은 달랐지만 다들 여성혐오를 통해 더욱 우 리 사회에서의 여성문제에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의 언어를 찾고 행동함으로서 자유롭게 되었 다는 것이다. 특히 이 행사에 참여한 남성분들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영 역이라는 편견을 부정해왔음에도, 편견을 해왔다. 분명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그리고 페미니스트인 남성도 있단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만나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본인을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남자는 매우 적으며 그 남자가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여성들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페미니 스트는 아닐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그렇기에 물길 행사도 모두가 여성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의외로 꽤나 많은 남성이 있단 사실에 놀랐고 그렇기에 남성의 발언을 더 주의 깊게 들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한 남성은 ‘폭력을 당하는 것도 비참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폭력인지도 모르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비참하다’라며 ‘나도 씹치남같은 삶을 살았지만 여성혐오들로 인해 나 자신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 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성들은 공통적으로 모두 2015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여성혐오 이전에 는 ‘나 스스로가 과연 페미니스트인가? 페미니스트로 나를 규정해도 좋은가?’라는 고민을 했지만 혐오 를 지켜보며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본인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다는 대답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그간 페미니스트인 남자에 대한 나의 부끄러운 편견은 무너졌고, 모두가 한마 음 한 뜻으로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외침을 하는 것에 많은 희망을 얻었다. 올해는 유독 여성혐오 이슈가 많았다. 그동안에도 여성혐오는 있었지만 유독 올해 여성혐오가 가시 화되었고 이에 대한 어마어마한 논란들은 나를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나를 너무나 분노 하게 한 여성혐오가 결국 이를 좌시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이들의 물길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길이 하나씩 모여 커다란 파도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지길 바란다. 49여혐반대, 실천하다 최종본.indd 51 2015. 12. 1. 오전 10:22
  • 51. 당신은 학내에서 얼마나 많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고있나요? 쉬어가는 코너 CHECK LIST: 50 최종본.indd 52 2015. 12. 1. 오전 10:22
  • 52. 당신의 분노게이지를 알아보는 시간! 다음의 문구중 얼마나 많은 발언을 일상에서 듣고있 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체크 개수에 따른 분노게이지도 확인하세요! 너무 마른 여자는 남자들이 안좋아해 여자들은 좋으면서 꼭 그렇게 한두번씩 튕기더라 너는 다리가 뚱뚱한데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싶냐 이걸 확! 여자라고 봐줬더니... 넌 화장하고다니면 예쁠텐데 왜 안해? 남자들은 화장 너무 빡센 스타일 안좋아해 가릴데도 없어보이는데 왜 가리냐 너는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남자같아서 편하다 여자들은 모이면 남뒷담화하기 바쁘잖아 여자는 나중에 아기낳을때 문제있으니까 담배피우면 안돼 치마짧은거 입어놓고 계단올라갈때 뒤 가리는건 무슨 심리냐 짧은머리는 남자들이 싫어해 좀 길러봐 이렇게 작은 가방을 학교다닐때 왜 들고 오냐 너는 왜 맨날 백팩만 메고다녀? 좀 꾸미면 남친생길텐데 꾸미고다녀라 나는 학교오는데 힐 신고 오는거 이해가 안되더라 51 최종본.indd 53 2015. 12. 1. 오전 10:22
  • 53. 넌 다리예쁜데 왜 자꾸 긴옷만 입어? 남자가 아무래도 목소리도 크고 잘하니까 여자보단 남자가 학생회장하는게 낫지 너 목소리 너무 남자같다 좀 하이톤으로 말해봐 여자애들은 ppt못한다고 조별과제할때 남자한테 다 떠넘기잖아 여자들이 남자보다 좀 비논리적이잖아 너는 여자치고 이성적이다 너는 여자가 왜 한번을 져주는게 없냐 여자는 시집잘가면 장땡이잖아 부럽다 와 머리를 그렇게 비싼 돈 주고 한다고? 나같으면 그 돈으로 밥을 한 번 더 사먹겠다 거울 그만보고 책이나 한 권 더 읽어봐 화장은 집에서 하고 오는게 예의아니냐 여자들은 군대안갔다와서 그런가 예의가 없어 너는 여잔데 피부가 그게 뭐냐 관리좀해 남자들은 그런거 해도 몰라보는데 왜 비싼돈주고 네일아트받냐? 너는 여자치고 글씨못쓴다 여자가 그렇게 다리벌리고 앉으면 못써 위의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끝까지 읽으며 체크한 당신 고생많았어요. 체크한 갯수로 당신의 분노게이지를 측정해봅시다. 52 최종본.indd 54 2015. 12. 1. 오전 10:22
  • 54. 위의 예시들 외에도 학내에서 많은 여성차별적인 언행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겪은 여성차별적인 사례 들을 '오프너 페이스북페이지'에 공유해주세요. 완벽하네요. 당신이 진심으로 부러워요. 분노게이지 1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들과 비교해보면 아주 미미해보일수 있지만 당신의 주변에는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있어요. 분노게이지 2단계입니다. 당신은 당신주변의 여성차별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걸 차별이라고 할수있나 하고 헷갈릴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비난의 형식을 하고있건 혹은 칭찬의 형식을 하고있건 성에 따라 당신을 고정시키고 제약하는 것은 분명한 성차별이에요. 분노게이지 3단계입니다. 당신은 여성차별적 상황에 아주 많이 노출되었네요. 당신 스스로 너무 까탈스러운걸까 생각하지마세요. 성차별적 발언을 함으로 인해서 당신을 불쾌하게한 그네들의 잘못입니다. 더 예민하게 굴어도 괜찮아요. 분노게이지 4단계입니다. 고생이 많아요. 어쩌면 당신은 주변환경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발언에 대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성차별적 인식과 발언들은 절대로 정상적이거나 어쩔수없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이기면서 왔습니다. 포기하지않으면 분명히 성평등을 이룰 때가 올거에요. 0개 1~8개 8~16개 16~24개 25개 이상 53 최종본.indd 55 2015. 12. 1. 오전 10:22
  • 55. HER STORY < ESSAY > 54 최종본.indd 56 2015. 12. 1. 오전 10:22
  • 56. 연애가 제일 쉬웠어요 글 | 꺄또 나는 22년을 애인 없이 살아온 일명 ‘모태솔로’이다. 또한 당분간은 SINGLE일 것 같다. 어쩌면 연애 비경험자가 연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오바’일 수 있지만, 이 글은 연애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고찰이 며 고함이다. 내가 연애를 ‘못’하는/‘안’ 하는 이유들을 고민하게 된 지점과 나의 결론, 그리고 내 주위의 연애를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소고이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때부터 남동생이 새내기가 되는 시절까 지 약 3년 정도를 떨어져서 지냈다. 즉 내가 새내기부터 4학년이 될 때까지 남동생과 나는 나의 대학시 절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다. 같이 살게 된 요즘의 어느 날, 동생이 물었다. “누나, 누나는 대학 3년 동안 뭐했어? 왜 연애 한번 못 해본 거야?”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난 연애를 안 해본 거야.” 그 다음으로 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헐- 누나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대학 와서 단 한 번도 연애해 본 적이 없어? 문제 있는 거 아냐?” 어이없이 웃고 지나쳤지만 시간이 지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상황에서 내가 내놓은 답변이 ‘안 해본 거야’ 정도로밖에 할 수 없어서. 그 다음에는 연애 경험이 없는 것을 ‘안 해본 거야’라 고 답하는 내 모습이 비참해 보여서. 그래서 나의 알량한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화 가 났다. 가장 분노한 부분은 남동생이 ‘연애’라는 기준만으로 나의 ‘고달프고, 보람차고, 바쁘고, 힘겨 운’ 3년 동안의 대학 생활을 ‘아무 것도 한 것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문제 있다니.’ 연 애 못하면 문제 있는 사람 취급받아야 하는 건가. 어쩌면 동생은(혹은 나의 주위 사람들은) 로맨스가 꽃 피는 대학에서, 우리 누나(필자)는 왜, 무슨 이유로 연애조차 ‘못’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안’ 하고 있는 걸까, ‘남들 다하는 연애, 그 좋다는 연애를 왜 못하고 있느냔 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55 최종본.indd 57 2015. 12. 1. 오전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