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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도에서 온 수호
임정자 작
백석현 구성/연출
사회자 김유민 수호 황위재 돌돌이 김진복 흰둥이 인형
수호 이미지는 황위재 배우님이 사진을 보시고 재밌게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로 전환하실 때는 배우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돌돌이 이미지는 김진복 배우님이 맡아주시
면 됩니다. 방법은 수호와 동일합니다. 두 분이 동시에 나오는 이미지는 실제 이미지와 달리
하셔도 됩니다. 걷거나 달리는 행동은 사람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할지, 서거나
앉아서 할지는 대본을 보시고 바로 피드벡 주세요. 짖는 소리와 자기의 대사는 직접 발화하시
고 배우가 하시기에 재밌게 수정하셔도 됩니다. 사회자는 상황과 사건, 개 역할들에 대한 정
보를 “묘사” 중심으로 실연해주시고 중간 중간에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진행될 수 있도록
즉흥을 부탁드립니다. 큰 개는 이미지를 사용할 계획이며 흰둥이는 인형으로 하려는 계획이지
만 변경될 수 있습니다.
수호는 작고 여린 강아지였어.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되어 엄마와 헤어져야 했지. 마른 짚 더미에서 뒹굴다 말고 종이 박스
에 갇혀 차에 실린 거야. 차가 달리자 머릿속은 왱왱 돌고, 속은 울렁거렸어. 수호는 끝내 먹
은 걸 모두 게워 냈지. 일곱 시간 만에 도착한 곳에는 다 큰 개 둘이 살고 있었어.

2. 뭐든지 잘 먹는 흰둥이와 누구에게나 친절한 돌돌이. “안녕? 반가워.”
흰둥이는 수호를 보자 침을 뚝뚝 흘렸어. “침 흘리는 거 싫어. 난 먹이가 아니야.” “그럼 뭔
데?” “난 개야, 개. 아직 아기라 덩치가 작은 것뿐이라고.” “그래?” 흰둥이는 쩝, 입맛을 다셨
어.

3. (음악) 돌돌이는 친절했어. 숨기, 두 발로 걷기, 아줌마 몰래 간식 빼오기....... 살아가는 데 필
요한 것들을 가르쳐 주었지. 하지만 잘못을 하면 제꺽 혼을 냈어. “수호! 너, 내 껌 먹었지?
네 껌 저기 있잖아!” 대부분의 날은 즐겁게 뛰어놀았어. 물로, 달리고, 뒹굴고, 높이 뛰고. (음
악 아웃)
●●●●●●●●●●●●●●●●●●●●●●●●●●●●●●●●●●●●●●(개 이미지 인)
윗집에는 덩치도 이빨도 훨씬 큰, 개가 살고 있었어. 그 개 이름은 행복이야. 행복이는 좀 자
기 맘대로였어. 남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지 않나. 허락 없이 밥을 먹지 않나. 시원한 그늘도
혼자 독차지했지.

4. ●●●●●●●●●●●●●●●●●●●●●●●●●●●●●●●●●●●●●●(짓는 개 이미지 인)
수호를 처음 봤을 때도 크르렁 겁부터 줬어. 그런데 수호가 으르렁, 맞선 거야. 조막만 한 강
아지가 겁도 없이! 행복이는 약이 올라 견딜 수 없었지. 날마다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
만 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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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웬일로 울타리 몸이 슬금슬금 열리는 거야. 행복이는 이때다 하곤 번개처럼 달려가 단
숨에 수호를 콱, 물어 버렸어. (번개소리) 수호는 놀라 비명을 질렀어. 여린 살갗은 찢어지고
폐 깊숙한 곳까지 구멍이 났어.

5. (음악) 수호는 너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어. 정신은 가물거리고 자꾸 까물까물 잠이 왔어.
고통스러운 날들이 지나고, 상처는 아물어 갔어. 하지만 마당에 나가고 싶지 않았어. 세상이
너무도 무서웠거든. 애써 잊고 지내던 엄마도 보고 싶었어. (음악 아웃)

6. “수호야, 무서웠지? 이제부턴 우리가 지켜 줄게.” 돌돌이와 흰둥이는 날마다 수호를 위로했어.
그 덕에 수호는 용기 내 마당으로 나갔지.
●●●●●●●●●●●●●●●●●●●●●●●●●●●●●●●●●●●●●●(개 이미지 인)

7. 하지만 밤이 오자 행복이가 또 나타난 거야. 흰둥이는 화를 냈고, 돌돌이는 수호 앞을 막아서
며 소리쳤어. “왜 또 왔어? 수호를 건드리면 가만 있지 않을 거야!” 그 뒤로 행복이는 찾아오
지 않았어.
수호는 다시 뛰어놀기 시작했어.
닥치는 대로 땅을 파고, 물고기가 놀라든 말든 어항 물을 할짝대고 벌레를 쫓다가 포도 넝쿨
을 헤집어 놓기도 했지. 그렇게 하루하루 자라 어느새 두 귀는 쫑긋해졌어. (성체의 개소리)

8. 사이, 음악
하루는 사랑하는 친구와 이별을 해야 했어. 흰둥이가 독 묻은 무언가를 먹고 세상을 떠난 거
야.
(인형, 눕는다. 사회자, 옷을 덮어준다)
돌돌이는 슬펐어. 노을이 질 때면 우두커니 흰둥이와 뛰놀던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지. 수호
는 이상했어. 같이 물고 놀던 아줌마 슬리퍼는 그대로 있는데 흰둥이는 어디로 가 버린 거지?
(음악, 바뀐다, 여기는 빠르게 진행 합니다. 번개 소리 전까지.)
이제 수호는 모든 걸 돌돌이와 둘이서 해야 했어. 재미있는 땅파기 놀이도. 톡톡 마루에 발자
국찍기 놀이도. 몰래 아줌마 방에 들어가 자는 것도 돌돌이와 함께 했지.

9. ●●●●●●●●●●●●●●●●●●●●●●●●●●●●●●●●●●●●●●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수호 키는 훌쩍 자랐어. 네 다리도 나무보다 단단해졌지. 어느 날 오후,
꿩 한 마리가 집 앞 풀밭에 날아와 앉았어. 수호는 심장이 팔딱거려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
어. 수호는 무작정 달려갔고, 꿩은 놀라 푸드득, 날아갔어 “가지 마! 기다려!”
(위재, 달린다.)
수호는 꿩을 쫓아 산으로 올라갔어. 그날 밤, 하늘에는 둥근 달이 떴어. 맞은편 골짜기 훤히
보였어. 그러나 길을 찾을 수 없었어. ‘여기는 어디지?’ ‘우리 집은 어디에 있지?’ (음악 빠지
고 바람소리) 수호는 비로소 깨달았어. 산속은 처음이라는 것을.

10. (진복, 걷는다.)
“수호! 어딨니, 수호?” 돌돌이는 수호를 찾아 산으로 올라갔어. 산속은 어둡고 거칠었어. 하필
비마저 내려 수호의 흔적을 지워 버렸지. (비소리) 돌돌이는 앞이 캄캄했어. 홀로 산을 헤멜
수호가 걱정스러웠어.
얼마나 무서울까? 얼마나 배가 고플까? 벌써 보름이 지났어. 수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살아 있기는 한 걸까? (비소리 아웃)

11. 달 없는 밤들이 지나고 초승달이 떠오른 날, 수호는 기적처럼 돌아왔어. 얼마나 굶주렸는지
몸은 비쩍 마르고, 엉치뼈는 앙상했어. 그런데 많은 게 달라져 있었어! (음악)
먹이가 있으면 빼앗기지 않으려 으르렁거렸고, 낯선 개가 마당으로 들어서면 이빨부터 드러냈
어. (위재, 주변을 둘러보다가 중앙에 앉는다.) 또 별일이 없는지 수실로 마당을 돌며 살펴보
았어. 돌돌이와 뛰어놀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을 침묵 속에서 홀로 보냈어. 수호는 더 이상 강
아지가 아니었어. 홀로 숲과 길을 헤매 다니는 동안 개가 된 거야. 자기를 지키고 서로를 지
키는 어엿한 개가 된 거야. (위재, 작게 웅얼거리듯 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