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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5.3 Tourist Interaction
<여행의 실패>
: 도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여행은 필수적이다. 도시 일상은 생산 효율을 위해
재조직되어있다. 산업화 이후, 생산 수단을 소유한 집단은 헤게모니를 소유하는데
성공했고, 그 힘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일상을 재구성해왔다.
제공된 일상 속에서 태어난 우리는, 사회화되고, 적응하지만, ‘현대 생활’은 녹녹치
않다. 피곤하다. 오락, 기분전환, 긴장이완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관리된
여가가 장려된다. 보편화된 구경거리 (청계천, 불꽃축제, …) , 텔레비젼, 영화, 관광
(표피적으로 둘러 보고 돌아오는 행위로서의, 여행이 아닌)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인간이 발명한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주기적인 overhaul, 혹은 reset 없이 무기한 동작
가능한 장치는 없다. 도시 일상도 변화하는 주변 상황을 적절한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재조직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 과정을 위해, 생존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 여행의 목적은 충분한 경험을 얻는데 있다.일상의 문제는 환경이 변화하거나, 혹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어, 환경에 맞지 않게 공고화된 일상의 구조에 기인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상의 경험에 근거하여 실체를 갖는다. 충분한 일상의 경험은 공고화된
일상의 경험을 해체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여행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하지만, 우리는 종종 목적을 성취하는데 실패한다. 일상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는 여행의 경험을 얻지 못한다면, 여행의 목적은 이룰 수 없다. 누적된
일상의 경험이 기존 환경에 대한 편안함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에
어려움을 주듯이,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누적된 여행 경험은 그만큼 쉽고 안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여행의 원래 목적을 성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경험의 등장>
: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여행지에 도착한 여행자는 다양한 여행
대상들에 둘러싸인다. 각각의 여행 대상은 여행자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경험은 사물이나 사건에 노출되거나 수반됨을 통해 얻는 물건이나 사건의
관찰이나 기술의 지식이다. 즉, 여행자는 여행 대상을 통해 경험을 얻는다. 하지만,
여행자는 우선적으로 여행 대상들의 감각적 자극에 지배당한다. 그 감각 중 특히 시각
자극은 여행자에게 우선적 영향을 준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활용되는 주류 미디어의
시각 자극 우위적 컨텐츠에 원인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기반하여 일상의 체제는
관광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각적 자극은 1 차적 자극이고, 단기 기억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경험은 기억으로 남지 못하고, 여행자는 여행 산업의 기저를 구성하는
적정 수준의 지출을 수행하는 하나의 개체 이상의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한다.


:‘경험’은 기억의 형식으로 여행자에게 고정되고, 재사용되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자가 여행지의 경험을 온전히 담아 일상의 공간까지 운반해 오고, 경험을
소실하려는 시간의 폭거에 저항하며, 삶의 적절한 시점에 끄집어 내어 일상의 문제를
우회할 때에 성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행자는 경험을 고정시킬 충분한 장소를
마련하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자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역할>
:‘이야기’ 는 경험을 기억으로 고정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이야기’ 는 사건과 대상
그리고 대상의 행동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이야기’는 사건들에 시간 속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구성된 이야기는 시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개체들 (예를 들어, 인간)
에게 보다 잘 기억되는 특성을 갖는다. 역으로, 인간은 사건들을 보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 ‘이야기화’ 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행
대상의 이야기, 현지인의 이야기, 가이드의 이야기,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여행 경험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한다.


:‘이야기’ 는 여행 중에 여행자가 경험하는 Spectacle 의 속성을 정의한다. 이야기는
여행자의 장소에 스며드는 과정에서 여행자 주변에 일시적인 감각 수용체를 만든다.
여행자는 이러한 수용체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이는 곧 이야기 습득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택하기 힘든 방안이다. 이렇게 구성된 수용체는 연관된 여행
대상들이 제공하는 감각 자극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결정한다. 이는 곧 어떤
spectacle 을 여행 경험의 구성 단위로 할 지를 결정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속담은 이 과정을 직접 지칭하고 있다.


:‘이야기’ 는 재인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서 기념품을 선택하고, 기능하게 한다.
여행자는 경험의 고정을 위해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야기’ 를 통해 고정된
기억이라도 망각의 마수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기에, 여행자는 보다 영원성에 근접한
개체, 물리적 실체를 갖는 개체에 의존하여 기억을 보조하려 한다. 여행자가 여행
대상을 소재로 사진을 찍거나, 때로는 여행 대상을 소유하려하는 것은 이러한 의도의
발현이다. 관광지의 조악한 기념품은 이러한 여행자의 속성에 의존하여 상업적
이익을 얻기를 기대하고 진열된다. 이러한 기념품은 기억의 보조물로서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일상의 사용 층위에서 기대되는 기능적, 형태적, 구성적 완결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여행자의 기억 저편에서 잠재하는 ‘이야기’를 자극하고
재인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선택된다.
<여행 중에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
: 독립적, 일방적인 ‘이야기’는 효과적으로 동작하지 않는다. 산업화된 여행 대상에서
이러한 속성의 ‘이야기’는 흔하게 발견된다. 전달의 효율성, 관리의 용이성 등의
측면이 강조되면 ‘이야기’ 생산 주체의 편의가 강조될 수 밖에 없고, 직접 측정이
용이하지 않은 전달된 이후의 수용도는 2 차적 고려 대상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더해서, ‘이야기’ 생산 주체의 의도를 실현하는 것을 우선시 하면, 그러한 의도가
일반적으로 일상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함을 고려하면, 비일상의 ‘이야기’를 찾아 떠난
여행자에게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수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여행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최소한 여행자가 품고 있는
삶의 ‘이야기’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서로 얽힐 수 있는, 최소한 그러하려는
의향은 갖는 ‘이야기’여야 한다. 그렇게 서로 뒤얽힌 ‘이야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만큼 더 오랜 삶을 보장 받는다.


:‘이야기’는 때로 숨어 있어, 여행자가 능동적으로 발견해야만 할 때도 있다. 물론, 모든
유용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찾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을 수록, 찾기 쉬울 수록 ‘이야기’는 화자의 의도를 더욱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용한, 의미 있는 ‘이야기’ 를 찾기 위해,
여행자는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받아 떠나는 관람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보물 사냥꾼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주어지는 한 무더기의 여행 책자는 과감히 버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실패하더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다양한 여행 대상의 목소리에 눈 뜨고, 귀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 대상은 생각 외로 수다쟁이이고, 여행자가 마음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여행 대상에게도 여행자는 또한 신기한 구경거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여행자가 여행 대상의 이야기에 눈을 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초행의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낯선 광경에 눈을 뜨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는, 켜켜이 누적된 그의 경험에서 하나의 선을 그어, 여행자에게
나누어 준다. 그 하나의 선은, 여행자와 가이드가 만나는 시공간적 조건이 제약하는
것일 뿐, 가이드의 의지가 아니다. 여행자는 그 경험선을 시작으로 서서히 주변으로
스스로 경험화 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경험선이 명확하다면,
범위의 확장은 물감 퍼지듯,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감각의 지평을 향해 진행한다.
이러한 확산의 과정에서 여행자는 여행지를 전유할 수 있고, 그제야 비로소, 여행지의
이야기를 듣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 여행자들과의 상호작용은 ‘이야기’를 생성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 동안의 삶의 경험이 다르고, 다시 돌아가서 영위할
일상도 다르다. 그리하여, 여행지를 전유하는 방식도 다르고, 경험하는 이야기도
다르다. 그럼에도, 단지 같은 여행지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다가감은 일상에서의 다가감과는 달리 임시적 친교를
전제로 하지만, 그 역할에는 다름이 없다. 여행지에서 여행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로 생성되는 새로운 이야기는,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없는, 의도되지 않은
공간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여행 기억의 중요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고준위의 상호작용이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자는
일종의 여행 대상으로서 취급될 수도 있다.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는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비교적 손쉬운, 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구성하는 이야기이다.


:Facebook 등의 SNS 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무선 통신의 발달은 여행자,
특히 도시 여행자에게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대도시에 촘촘히 설치된
무선망은 여행자에게도 열려 있고,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일상의 공간을 향해 ‘재’여행,
‘2 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일상의 공간은 여행자에게 충분한 흔적, 근거를 남기고
있기에, 일상의 공간에서 여행지로 가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실재감을 담보하며 ‘역’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여행자에게
원격지에 ‘존재함’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 상황적 비 일상성은 여행자와 여행자의
관객들에게 일종의 스펙타클을 제공한다. 이러한 스펙타클은 일종의 여행 대상으로
기능한다. 스펙타클의 근거가 가상성에 있기에 감각과 경험과 기억의 강도는 약할 수
있지만, 여행 대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자와 관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의 교환은 여행지에서의 이야기의 교환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여행지에서 얻어지는 이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는 여행지에서의 여행자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 얻어지는 반영이기도 하다.여행의 과정을 통해 여행자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아를 재구성한다. 이야기를 발견하고,
수집하고, 여행자의 이야기와 상호작용하고, 전유하는 과정은 곧, 여행 환경에 맞추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또 다른 나’, ‘진정한 나’를 찾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생성 배경으로서 맥락>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 공간은 또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맥락’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여행 대상의 ‘이야기’와 여행자의 ‘이야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 처럼, 여러 여행 대상의 ‘이야기’ 사이에도 동일한 엮임이 가능하다. 그러한
엮임은 여행자에게 전유되고, 각각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결정이
걷혀진 이후에, 더욱 활발히 드러난다. 여행지는 여행자 안에서, 다양한 ‘맥락’의
다층적 구조로 이해되고, 여행자는 각각의 맥락 안에서, 혹은 맥락을 넘나들며
배회하며, 경로를 만들고, 그 결과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이야기도 또한, 여행자의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태어난 맥락 안에서 뿐
아니라, 여행자를 매개로 맥락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이야기와 상호 작용을 하며 그
삶을 연장할 수 있다.


: 여행지의 전시장은 여행 대상에 대한‘맥락’의 총체로서 이해될 수 있다. 유적 주변의
박물관, 전시실 등에 설치되는 전시물들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spectacle 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각각의 전시물들은 현재 시점의 관람객이 평범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관점을 제공하고, 그 관점을 통해서 유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여행자에게 적체된 이야기는 맥락의 다중적 층위로 구성되고, 여행자가
보다 자유롭게 여행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 여행지에서 구축한 ‘이야기’의 총체로서의 ‘맥락’은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에도 힘을
잃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에 영향을 준다. 여행의 과정을 통해 여행자는 여행지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일종의 전시장이 된다. 여행의 과정을 마칠 즈음, 충분한
이야기를 수집한 여행자는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spectacle 을 제공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들을 근거로 완성된 ‘맥락’을 구성할 수 있고, 이를 하나의 여행 대상화 하여
여행자들의 방문을 수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성은 성공한 여행자가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에 자신의 성과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복귀 후의 여행 기억의 역할>
: 일상으로 돌아온 여행자에게 여행 기억은 다양한 층위에서 영향을 준다. 성공적으로
여행 경험을 수집해서 돌아온 여행자는 일상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여행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여행자는 일종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 여행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은 일상에 행복감을 더해준다. 행복은 욕망이 충족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행지의 조건은 여행자에게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는 어제를
오늘로 가져와 연속적인 삶으로 이어가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일이
여행자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부담없이 그저 매일의 ‘오늘’을 즐길 뿐이다.
이러한 여행자의 행복감은 여행 기억에도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
기억을 되살릴 때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 여행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여행자 뿐 아니라 주변에 까지 행복감을 확산할
수 있다. 행복감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전파된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확산은 단지 감정의 층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행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일종의 전시장을 구축한 여행자의 주변인들은
여행자의 전시장을 통해 일종의 가상 여행 경험을 영유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여행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감각까지 확산될 수 있다. 이로서, 행복감은 주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전달 될 수 있다.


: 궁극적으로 여행 기억은 일상을 재구축하고, 부여된 행복의 조건을 수정하여, 일상의
행복을 영속화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일상의 토대는 누적된 기억의 장소에
있다. 이러한 장소성은 여행의 기능성이 실현되기 위해 일정 이상의 물리적 거리를
강제하는 근거가 된다. 성공적인 여행을 통한 기억의 누적, 그리고 누적된 기억을
토대로 구축되는 전시장은 이러한 일상의 장소를 극복할 수 있는 우회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행자는 일상에 복귀한 후에도 전시장의 장소를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고, 일상의 장소와 전시장의 장소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장소를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장소를 짓누르는 일상의 체제를 우회하고,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부여되는
행복의 조건에 어쩔 수 없이 납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여행자는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정의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행복감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새로운 여행>
: 하지만, 위와 같은 논리가 실제로 동작하여, 여행 경험이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했다. 사전 가상 여행의 실패는 이러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했다.여행 경험에서 ‘일상’ 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이를 증명하기에 나의 여행 경험은 충분하지 못했다. 나는 성공적인 여행을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삼청동 등지에서 여행자와 일상의 흔적에
대한 관찰을 수행했지만, 상호작용을 통한 일상의 극복 기제와 연관지을 단서를
찾는데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일상의 장소성에 기인하는 것임을 이후에 경험할 수
있었지만, 여행 전에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 실제로 매커니즘이 동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의 방법을
기획했다. 감각의 수용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가지 않고, 가이드북을 포기하고, 현지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도 정리하지
않는 등, 정보 수집 수준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여 정보 충족
행위를 위해 감각을 닫는 상황을 최소화 하려 했다. 또한 상호작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숙소는 다른 다수의 여행자와 항상 접촉해야 하는 호스텔로 예약하고,
감성적으로 포장한 나뭇잎을 준비하여 인위적 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 상호작용을 유발하고, 유지하기 위한 계획들은 때로는 의도한 대로, 혹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동작했다. 인위적으로 낮춘 정보 수준은 현지에서 여행을 진행하기
위해 보다 절실히 여행 대상들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지만, 그보다
그러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준비해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었다. 가이드 투어는 주변의 여행 환경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배경으로 기능했으며,
이를 통해 보다 풍부한 감각적 경험이 가능했다. 거기에 더해서, 함께 가이드 투어를
수행하는 다른 여행자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호스텔과 나뭇잎 등의 적극적 상호작용을 의도한 장치들은
주변적, 단속적 상호작용을 유발하는데 그쳤다. 특히 나뭇잎을 활용한 실험적
상호작용은 특정 여행자 그룹에 한정되어 제한적으로 동작하는데 그쳤다.


: 일련의 강화된 상호작용은 여행지에서 보다 밀도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든 장치들이 의도한 대로 동작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장치를 통한 여행지에서의
상호작용은 여행 환경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각각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되어 여행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여행 과정 내내 계속되었고, 켜켜이 쌓인 기억은 자연스레 전시장의 장소성을
오롯이 드러냈다.


: 밀도 높은 경험을 통해 구축된 기억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바꾸어 주었다.여행을 통해 얻은 새로운 장소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온 후에도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일상 환경의 익숙한 감각 자극에서 비일상적 spectacle 을
경험할 수 있고, 일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되는 순환 속도의 압력을 어렵지 않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일상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감정적 불안정성을
일상의 부분으로 포함할 수 있는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모두는 또한, 새로운
행복의 정의를 구성하고, 행복을 보다 내 것으로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소결>
:‘경험의 위축’ 으로 인한 여행의 실패는 적극적인 상호작용으로 극복할 수 있다.접근
가능한 여행 정보의 양과 밀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기존 여행 경험이 일상화
되었고, 이는 곧 기존의 여행 방법을 통해서는 원하는 여행의 목적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고에서는 이를 상호작용성을 높임으로서 극복했다.
: 상호작용의 속성은 반드시 진짜일 필요는 없다. 가짜 상호작용도 성공적으로 진짜
여행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실제 여행을 통해서 실험된 상호작용 중에는 포장된
나뭇잎 등으로 유도된 가짜 상호작용도 있었다. 적용해보기 전에는 실제로 동작할지
반신반의 했지만,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인위적인
상호작용도 여행 경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새로운 여행 방법을 통한 진짜 여행 경험의 확산은 일상의 층위에서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고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여행 과정에서 의미있는 여행
경험이 임계량을 넘어서면, 전시장의 장소성을 드러낸다. 이 장소는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여행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
도구를 통해 일상 여행자는 행복을 만들고 전파할 수 있는 생산양식을 자기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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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t Interaction

  • 1. Ch 5.3 Tourist Interaction <여행의 실패> : 도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 여행은 필수적이다. 도시 일상은 생산 효율을 위해 재조직되어있다. 산업화 이후, 생산 수단을 소유한 집단은 헤게모니를 소유하는데 성공했고, 그 힘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일상을 재구성해왔다. 제공된 일상 속에서 태어난 우리는, 사회화되고, 적응하지만, ‘현대 생활’은 녹녹치 않다. 피곤하다. 오락, 기분전환, 긴장이완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관리된 여가가 장려된다. 보편화된 구경거리 (청계천, 불꽃축제, …) , 텔레비젼, 영화, 관광 (표피적으로 둘러 보고 돌아오는 행위로서의, 여행이 아닌)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인간이 발명한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주기적인 overhaul, 혹은 reset 없이 무기한 동작 가능한 장치는 없다. 도시 일상도 변화하는 주변 상황을 적절한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재조직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 과정을 위해, 생존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 여행의 목적은 충분한 경험을 얻는데 있다.일상의 문제는 환경이 변화하거나, 혹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되어, 환경에 맞지 않게 공고화된 일상의 구조에 기인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상의 경험에 근거하여 실체를 갖는다. 충분한 일상의 경험은 공고화된 일상의 경험을 해체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여행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하지만, 우리는 종종 목적을 성취하는데 실패한다. 일상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는 여행의 경험을 얻지 못한다면, 여행의 목적은 이룰 수 없다. 누적된 일상의 경험이 기존 환경에 대한 편안함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에 어려움을 주듯이,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누적된 여행 경험은 그만큼 쉽고 안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여행의 원래 목적을 성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경험의 등장> :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여행지에 도착한 여행자는 다양한 여행 대상들에 둘러싸인다. 각각의 여행 대상은 여행자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경험은 사물이나 사건에 노출되거나 수반됨을 통해 얻는 물건이나 사건의 관찰이나 기술의 지식이다. 즉, 여행자는 여행 대상을 통해 경험을 얻는다. 하지만, 여행자는 우선적으로 여행 대상들의 감각적 자극에 지배당한다. 그 감각 중 특히 시각 자극은 여행자에게 우선적 영향을 준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활용되는 주류 미디어의 시각 자극 우위적 컨텐츠에 원인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기반하여 일상의 체제는 관광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각적 자극은 1 차적 자극이고, 단기 기억을 스쳐
  • 2. 지나갈 뿐이다. 경험은 기억으로 남지 못하고, 여행자는 여행 산업의 기저를 구성하는 적정 수준의 지출을 수행하는 하나의 개체 이상의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한다. :‘경험’은 기억의 형식으로 여행자에게 고정되고, 재사용되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자가 여행지의 경험을 온전히 담아 일상의 공간까지 운반해 오고, 경험을 소실하려는 시간의 폭거에 저항하며, 삶의 적절한 시점에 끄집어 내어 일상의 문제를 우회할 때에 성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행자는 경험을 고정시킬 충분한 장소를 마련하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자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역할> :‘이야기’ 는 경험을 기억으로 고정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이야기’ 는 사건과 대상 그리고 대상의 행동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이야기’는 사건들에 시간 속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구성된 이야기는 시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개체들 (예를 들어, 인간) 에게 보다 잘 기억되는 특성을 갖는다. 역으로, 인간은 사건들을 보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 ‘이야기화’ 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행 대상의 이야기, 현지인의 이야기, 가이드의 이야기,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여행 경험을 오랫동안 지속하게 한다. :‘이야기’ 는 여행 중에 여행자가 경험하는 Spectacle 의 속성을 정의한다. 이야기는 여행자의 장소에 스며드는 과정에서 여행자 주변에 일시적인 감각 수용체를 만든다. 여행자는 이러한 수용체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이는 곧 이야기 습득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선택하기 힘든 방안이다. 이렇게 구성된 수용체는 연관된 여행 대상들이 제공하는 감각 자극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결정한다. 이는 곧 어떤 spectacle 을 여행 경험의 구성 단위로 할 지를 결정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속담은 이 과정을 직접 지칭하고 있다. :‘이야기’ 는 재인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서 기념품을 선택하고, 기능하게 한다. 여행자는 경험의 고정을 위해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이야기’ 를 통해 고정된 기억이라도 망각의 마수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기에, 여행자는 보다 영원성에 근접한 개체, 물리적 실체를 갖는 개체에 의존하여 기억을 보조하려 한다. 여행자가 여행 대상을 소재로 사진을 찍거나, 때로는 여행 대상을 소유하려하는 것은 이러한 의도의 발현이다. 관광지의 조악한 기념품은 이러한 여행자의 속성에 의존하여 상업적 이익을 얻기를 기대하고 진열된다. 이러한 기념품은 기억의 보조물로서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일상의 사용 층위에서 기대되는 기능적, 형태적, 구성적 완결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다만, 여행자의 기억 저편에서 잠재하는 ‘이야기’를 자극하고 재인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선택된다.
  • 3. <여행 중에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 : 독립적, 일방적인 ‘이야기’는 효과적으로 동작하지 않는다. 산업화된 여행 대상에서 이러한 속성의 ‘이야기’는 흔하게 발견된다. 전달의 효율성, 관리의 용이성 등의 측면이 강조되면 ‘이야기’ 생산 주체의 편의가 강조될 수 밖에 없고, 직접 측정이 용이하지 않은 전달된 이후의 수용도는 2 차적 고려 대상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더해서, ‘이야기’ 생산 주체의 의도를 실현하는 것을 우선시 하면, 그러한 의도가 일반적으로 일상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함을 고려하면, 비일상의 ‘이야기’를 찾아 떠난 여행자에게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수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여행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용될 수 있는 ‘이야기’는 최소한 여행자가 품고 있는 삶의 ‘이야기’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서로 얽힐 수 있는, 최소한 그러하려는 의향은 갖는 ‘이야기’여야 한다. 그렇게 서로 뒤얽힌 ‘이야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만큼 더 오랜 삶을 보장 받는다. :‘이야기’는 때로 숨어 있어, 여행자가 능동적으로 발견해야만 할 때도 있다. 물론, 모든 유용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찾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을 수록, 찾기 쉬울 수록 ‘이야기’는 화자의 의도를 더욱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용한, 의미 있는 ‘이야기’ 를 찾기 위해, 여행자는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받아 떠나는 관람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보물 사냥꾼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주어지는 한 무더기의 여행 책자는 과감히 버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실패하더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다양한 여행 대상의 목소리에 눈 뜨고, 귀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여행 대상은 생각 외로 수다쟁이이고, 여행자가 마음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여행 대상에게도 여행자는 또한 신기한 구경거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여행자가 여행 대상의 이야기에 눈을 뜨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초행의 여행지에서 여행자가 낯선 광경에 눈을 뜨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는, 켜켜이 누적된 그의 경험에서 하나의 선을 그어, 여행자에게 나누어 준다. 그 하나의 선은, 여행자와 가이드가 만나는 시공간적 조건이 제약하는 것일 뿐, 가이드의 의지가 아니다. 여행자는 그 경험선을 시작으로 서서히 주변으로 스스로 경험화 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경험선이 명확하다면, 범위의 확장은 물감 퍼지듯,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감각의 지평을 향해 진행한다. 이러한 확산의 과정에서 여행자는 여행지를 전유할 수 있고, 그제야 비로소, 여행지의 이야기를 듣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 4. : 여행자들과의 상호작용은 ‘이야기’를 생성한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 동안의 삶의 경험이 다르고, 다시 돌아가서 영위할 일상도 다르다. 그리하여, 여행지를 전유하는 방식도 다르고, 경험하는 이야기도 다르다. 그럼에도, 단지 같은 여행지에서 같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이유로 서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다가감은 일상에서의 다가감과는 달리 임시적 친교를 전제로 하지만, 그 역할에는 다름이 없다. 여행지에서 여행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그 결과로 생성되는 새로운 이야기는, 어쩌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없는, 의도되지 않은 공간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공간을 여행 기억의 중요한 페이지로 남길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고준위의 상호작용이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자는 일종의 여행 대상으로서 취급될 수도 있다.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는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비교적 손쉬운, 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구성하는 이야기이다. :Facebook 등의 SNS 를 통해서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무선 통신의 발달은 여행자, 특히 도시 여행자에게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대도시에 촘촘히 설치된 무선망은 여행자에게도 열려 있고,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일상의 공간을 향해 ‘재’여행, ‘2 차’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일상의 공간은 여행자에게 충분한 흔적, 근거를 남기고 있기에, 일상의 공간에서 여행지로 가상의 여행을 떠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실재감을 담보하며 ‘역’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여행자에게 원격지에 ‘존재함’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 상황적 비 일상성은 여행자와 여행자의 관객들에게 일종의 스펙타클을 제공한다. 이러한 스펙타클은 일종의 여행 대상으로 기능한다. 스펙타클의 근거가 가상성에 있기에 감각과 경험과 기억의 강도는 약할 수 있지만, 여행 대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자와 관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의 교환은 여행지에서의 이야기의 교환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여행지에서 얻어지는 이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는 여행지에서의 여행자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 얻어지는 반영이기도 하다.여행의 과정을 통해 여행자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아를 재구성한다. 이야기를 발견하고, 수집하고, 여행자의 이야기와 상호작용하고, 전유하는 과정은 곧, 여행 환경에 맞추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또 다른 나’, ‘진정한 나’를 찾게 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생성 배경으로서 맥락>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 공간은 또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맥락’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여행 대상의 ‘이야기’와 여행자의 ‘이야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 처럼, 여러 여행 대상의 ‘이야기’ 사이에도 동일한 엮임이 가능하다. 그러한 엮임은 여행자에게 전유되고, 각각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결정이
  • 5. 걷혀진 이후에, 더욱 활발히 드러난다. 여행지는 여행자 안에서, 다양한 ‘맥락’의 다층적 구조로 이해되고, 여행자는 각각의 맥락 안에서, 혹은 맥락을 넘나들며 배회하며, 경로를 만들고, 그 결과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이야기도 또한, 여행자의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태어난 맥락 안에서 뿐 아니라, 여행자를 매개로 맥락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이야기와 상호 작용을 하며 그 삶을 연장할 수 있다. : 여행지의 전시장은 여행 대상에 대한‘맥락’의 총체로서 이해될 수 있다. 유적 주변의 박물관, 전시실 등에 설치되는 전시물들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spectacle 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각각의 전시물들은 현재 시점의 관람객이 평범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관점을 제공하고, 그 관점을 통해서 유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여행자에게 적체된 이야기는 맥락의 다중적 층위로 구성되고, 여행자가 보다 자유롭게 여행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 여행지에서 구축한 ‘이야기’의 총체로서의 ‘맥락’은 일상으로의 복귀 이후에도 힘을 잃지 않고, 일상의 이야기에 영향을 준다. 여행의 과정을 통해 여행자는 여행지의 다양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일종의 전시장이 된다. 여행의 과정을 마칠 즈음, 충분한 이야기를 수집한 여행자는 여행지에 대한 다양한 spectacle 을 제공하는 여행지의 이야기들을 근거로 완성된 ‘맥락’을 구성할 수 있고, 이를 하나의 여행 대상화 하여 여행자들의 방문을 수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성은 성공한 여행자가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에 자신의 성과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복귀 후의 여행 기억의 역할> : 일상으로 돌아온 여행자에게 여행 기억은 다양한 층위에서 영향을 준다. 성공적으로 여행 경험을 수집해서 돌아온 여행자는 일상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여행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여행자는 일종의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 : 여행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은 일상에 행복감을 더해준다. 행복은 욕망이 충족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행지의 조건은 여행자에게 행복감을 선사한다. 이는 어제를 오늘로 가져와 연속적인 삶으로 이어가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일이 여행자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부담없이 그저 매일의 ‘오늘’을 즐길 뿐이다. 이러한 여행자의 행복감은 여행 기억에도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 기억을 되살릴 때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 6. : 여행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여행자 뿐 아니라 주변에 까지 행복감을 확산할 수 있다. 행복감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전파된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확산은 단지 감정의 층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행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일종의 전시장을 구축한 여행자의 주변인들은 여행자의 전시장을 통해 일종의 가상 여행 경험을 영유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여행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감각까지 확산될 수 있다. 이로서, 행복감은 주변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전달 될 수 있다. : 궁극적으로 여행 기억은 일상을 재구축하고, 부여된 행복의 조건을 수정하여, 일상의 행복을 영속화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일상의 토대는 누적된 기억의 장소에 있다. 이러한 장소성은 여행의 기능성이 실현되기 위해 일정 이상의 물리적 거리를 강제하는 근거가 된다. 성공적인 여행을 통한 기억의 누적, 그리고 누적된 기억을 토대로 구축되는 전시장은 이러한 일상의 장소를 극복할 수 있는 우회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여행자는 일상에 복귀한 후에도 전시장의 장소를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고, 일상의 장소와 전시장의 장소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장소를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장소를 짓누르는 일상의 체제를 우회하고,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부여되는 행복의 조건에 어쩔 수 없이 납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여행자는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정의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행복감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 <새로운 여행> : 하지만, 위와 같은 논리가 실제로 동작하여, 여행 경험이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하지 못했다. 사전 가상 여행의 실패는 이러한 불신을 더욱 부채질했다.여행 경험에서 ‘일상’ 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이를 증명하기에 나의 여행 경험은 충분하지 못했다. 나는 성공적인 여행을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삼청동 등지에서 여행자와 일상의 흔적에 대한 관찰을 수행했지만, 상호작용을 통한 일상의 극복 기제와 연관지을 단서를 찾는데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일상의 장소성에 기인하는 것임을 이후에 경험할 수 있었지만, 여행 전에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 실제로 매커니즘이 동작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의 방법을 기획했다. 감각의 수용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가지 않고, 가이드북을 포기하고, 현지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도 정리하지 않는 등, 정보 수집 수준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여 정보 충족 행위를 위해 감각을 닫는 상황을 최소화 하려 했다. 또한 상호작용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숙소는 다른 다수의 여행자와 항상 접촉해야 하는 호스텔로 예약하고,
  • 7. 감성적으로 포장한 나뭇잎을 준비하여 인위적 상호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 상호작용을 유발하고, 유지하기 위한 계획들은 때로는 의도한 대로, 혹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동작했다. 인위적으로 낮춘 정보 수준은 현지에서 여행을 진행하기 위해 보다 절실히 여행 대상들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지만, 그보다 그러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준비해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었다. 가이드 투어는 주변의 여행 환경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배경으로 기능했으며, 이를 통해 보다 풍부한 감각적 경험이 가능했다. 거기에 더해서, 함께 가이드 투어를 수행하는 다른 여행자와의 상호작용이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호스텔과 나뭇잎 등의 적극적 상호작용을 의도한 장치들은 주변적, 단속적 상호작용을 유발하는데 그쳤다. 특히 나뭇잎을 활용한 실험적 상호작용은 특정 여행자 그룹에 한정되어 제한적으로 동작하는데 그쳤다. : 일련의 강화된 상호작용은 여행지에서 보다 밀도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든 장치들이 의도한 대로 동작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장치를 통한 여행지에서의 상호작용은 여행 환경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각각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되어 여행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여행 과정 내내 계속되었고, 켜켜이 쌓인 기억은 자연스레 전시장의 장소성을 오롯이 드러냈다. : 밀도 높은 경험을 통해 구축된 기억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바꾸어 주었다.여행을 통해 얻은 새로운 장소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온 후에도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일상 환경의 익숙한 감각 자극에서 비일상적 spectacle 을 경험할 수 있고, 일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되는 순환 속도의 압력을 어렵지 않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일상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감정적 불안정성을 일상의 부분으로 포함할 수 있는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모두는 또한, 새로운 행복의 정의를 구성하고, 행복을 보다 내 것으로 가까이 할 수 있었다. <소결> :‘경험의 위축’ 으로 인한 여행의 실패는 적극적인 상호작용으로 극복할 수 있다.접근 가능한 여행 정보의 양과 밀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기존 여행 경험이 일상화 되었고, 이는 곧 기존의 여행 방법을 통해서는 원하는 여행의 목적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고에서는 이를 상호작용성을 높임으로서 극복했다.
  • 8. : 상호작용의 속성은 반드시 진짜일 필요는 없다. 가짜 상호작용도 성공적으로 진짜 여행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실제 여행을 통해서 실험된 상호작용 중에는 포장된 나뭇잎 등으로 유도된 가짜 상호작용도 있었다. 적용해보기 전에는 실제로 동작할지 반신반의 했지만,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했고, 이는 인위적인 상호작용도 여행 경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새로운 여행 방법을 통한 진짜 여행 경험의 확산은 일상의 층위에서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고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여행 과정에서 의미있는 여행 경험이 임계량을 넘어서면, 전시장의 장소성을 드러낸다. 이 장소는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여행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이 도구를 통해 일상 여행자는 행복을 만들고 전파할 수 있는 생산양식을 자기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