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eShare a Scribd company logo
2013학년도 제2학기
우리말과 글쓰기
조별 과제물

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의 등장
-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

담당교수님: 조경하 교수님
수업시간: 월6, 수5
드라마 A조:

교육학과 1335027 이해솔
초등교육과 1337003 권태연
교육공학과 1346013 서희림
 영어교육과 1340031 전지원
교육공학과 1346022 이미진
제출일: 2013년 11월 25일
목
Ⅰ.

차

서론

1. 사극열풍의 시대
2.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
Ⅱ.

퓨전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

1.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1) 악녀에서 시대의 희생양으로 : 장희빈
2) 위인에서 평범한 인물로 : 세종대왕
2. 비주류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의 등장
1) 조선시대 최하층민, 백정: <제중원>
2) 왕실의 노예, 환관: <왕과 나>
3.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
1) 음지 속 리더에서 국가적 리더로: <여인천하> vs <선덕여왕>
2) 악녀에서 운명 개척자로: <장희빈> vs <대장금>
Ⅲ.

결론

1.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의 변화 이유
2. 새로운 인물상 등장의 의의
3. 퓨전사극 열풍 동향에 대한 전망

Ⅳ.

참고문헌

- 1 -
Ⅰ. 서론

1. 사극열풍의 시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극열풍’이 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극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사극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퓨전 사극이 등장하면서부
터 시작되었다. 퓨전 사극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사극의
한 부분으로써, 정통 사극과 대조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2.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간다면, 우선 정통사극은 역사적인 자료
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일부 가미되기는 하지만 픽션적 요소와 현
대적인 감각이 최대한 자제된 작품을 말한다. 그 예로는 <용의 눈물>(1996), <태조
왕건>(2000), 그리고 <장희빈>(2002) 등이 있다. 이에 반해, 퓨전 사극은 역사를 바탕
으로 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하여 현대극과 유사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해를 품은 달>(2012), <추노>(2010), 그리고
<다모>(2003) 등이 있다. 특히 <다모>는 퓨전 사극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
다. 사실 사극의 추세가 정통 사극에서 퓨전 사극으로 변화한 정확한 시점이 명확하
지는 않지만, 2003년 방영된 <다모>를 기준으로 사극에서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고 보는 관점이 많기 때문에 <다모>는 퓨전 사극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진
다.
이러한 퓨전 사극은 정통 사극과 비교해 보았을 때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
다. 정통 사극의 경우 역사적 자료를 중시하여 정치, 전쟁 등을 주로 다루었고, 중,
장년 연기자들이 등장하여 남성 왕의 역할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퓨전사
극의 경우, 역사적 자료를 자유롭게 해석하여 내용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말투,
의상, 머리까지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또한, 퓨전 사극은 판타지, 멜로, 액션, 추
리적인 소재를 자주 등장시키고, 젊은 연기자들도 많이 투입하여 다양한 시청자 연령
층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물론, 퓨전 사극이 정통 사극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이와
같이 다양한 면에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인물을 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인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은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비주류 직업 종
사자에 대한 주목, 그리고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의 측면에서 알아볼 수 있다.

- 2 -
Ⅱ. 퓨전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

1.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최근에 사극 속에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재해석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있
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 장희빈과 세종대왕이다.
1) 악녀에서 시대의 희생양으로 : 장희빈
장희빈은 기존에 악독하고 표독스러운 모습으로 어진 인현왕후를 몰아내는 요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장옥정, 사랑에 살다>(2003)라는 드라마 속에서
는 기존의 장희빈을 재해석하여 숙종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당시 상황에 몰려 비
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순정녀로 묘사된다.
장희빈이라는 인물은 왕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여 왕비자리까지 차지했다가 결국엔
사약을 받고 죽는다는 스펙타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장희빈을 소
재로 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다. 기존의 장희빈을 연기하던 여배우들은 요염한 목소
리, 표독스러운 카리스마, 막바지에 사극을 받는 장면에서의 발악 같은 것을 트레이드
마크로 연기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하는 장희빈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배우들이
더 우아하고 선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 추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희빈의 재해석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장희빈에 관련
된 사극들은 실록을 기반으로 하기보다 인현왕후 측 입장에서 서술한 인현왕후전을
기반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장희빈을 악녀로 몰아갔다. 그러나 정작 실록에서는 장희
빈이 악녀였다는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그
러한 부분을 좀 더 감안해서 장희빈이 점점 독한 여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며 단
순히 장희빈 자체가 악녀라고 단정하지 않고 장희빈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을 나타내며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합리적으로 묘사했다. 이렇게 악녀의 대명
사로 굳어진 장희빈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접근했다는 점에
서 장희빈의 재해석에 대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위인에서 평범한 인물로 : 세종대왕
두 번째로 살펴볼 인물은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기존의 <대왕세종>(2008)이라
는 사극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위인의 모습대로 나타나지만 <뿌리 깊은 나무>(2011)
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왕세종> 속 세종대왕은 백성들과 민족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반면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은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나 탈 영웅적인 성격의 세종대왕을
보여준다. <대왕세종>에서는 또한 문자창제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몇몇 지배층의 인물

- 3 -
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배층의 시각을 주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
다. 이에 반해 <뿌리 깊은 나무>는 문자창제의 주체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공존하며
등장한다. 또한 <대왕세종> 속 세종대왕은 자애로운 모습으로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왕으로 등장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 속 이도는 백성에 대해 분노하기도 하
고 사랑하기도 하는 애증의 감정을 느끼는 왕으로 나온다. 세종대왕은 기존의 대단하
게만 느껴지는 위인이라는 틀을 깨고 보다 가깝게 공감할 수 있게 재해석한 인물이
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재해석에서 살펴보아야 할 포인트는 먼저 세종대왕의 대표적인
업적인 한글창제를 단순히 업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한글창제를 위한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다루었다. 또한
세종대왕이라는 익숙한 호칭 대신 이도라는 생소한 본명을 썼다. 그리고 기존의 위인
을 다룬 사극과 달리 대부분의 인물이 죽는 새드엔딩과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열
린 결말로 끝난다. 이는 한글 창제 자체로 전부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희생을 거쳐
창제된 한글을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진정한 해피엔딩을 가져오
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2. 비주류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의 등장
퓨전사극에는 정통사극에 비해 인물의 비주류 직업적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극 속 직업의 소재가 다양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정통 사극에는 극중 인물의 직업
이 뚜렷이 나타는 경우가 드물다. 정통사극에서는 주로 왕, 중전과 후궁과 같은 왕족
들 혹은 장군, 양반 등과 같은 높은 계급의 사회 지배층 중심의 인물묘사가 이루어진
다. 그들의 계급적 위치에 따른 업적과 명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친 것이다. 이러한
정통사극에는 <명성황후>(2001), <장희빈>(2002), <용의 눈물>(1996), <불멸의 이순
신>(2004)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퓨전사극에는 다양한 직업적 전문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역사에 대한 시야 확장의 일환으로, 왕조 중심의
주류거대서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사를 분석하는 미시사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이러한 퓨전사극에는 유명한 기생의 삶을 그린 <황진
이>(2006), 전문 화가들의 생활을 그린 <바람의 화원>(2008), 노비를 쫓는 자들의 삶
을 그린 <추노>(2010) 등이 있다.
많은 퓨전사극들 중 인물의 직업적 특징 묘사에 충실했던 작품에는 대표적으로 <제
중원>(2010)과 <왕과 나>(2007)가 있다.
1) 조선시대 최하층민, 백정: <제중원>
<제중원>은 조선시대 최하층민으로 취급받던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차별과 억압에

- 4 -
맞서 싸우며,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의 의사가 된 실제인물 박서양을 모
티프로 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는 성균관 유생, 무역관의 딸, 백정 등 다양한 출
신배경의 의사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백정 출신인 ‘황정’이다.
여기서 제중원과 비교될 수 있는 정통사극에는 <허준>(1999)이 있다. 당시 63%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은 <제중원>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의사의 삶과 의
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다루긴 하지만, 유명한 역사적 인물을 모티프로 한 점과 궁중
어의로서의 허준을 부각시켜 여전히 왕실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인물묘사가 이루어졌
다는 점에서 <제중원>과 차이점을 보인다.
<제중원>에서 백정이라는 직업은 단순히 주인공의 유능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로만 쓰인 것이 아니다. 극 초반에 백정들의 삶과 그들의 도살철학, 전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등장하여 백정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더 나아가 도살 경
험으로 축적된 손재주가 후에 황정이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설정은 백정이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잘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황정은 여러
고난을 겪은 후 끈질긴 노력으로 제중원의 외과의사가 되는데, 몇몇 동료의사들의 놀
림 속에서도 그는 의사로서 두각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는 고종의 아관파천을 보
좌하고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주인공으
로서의 황정이 아닌 외과의사와 독립운동가로서의 황정이 극을 이끌어나가 비주류로
간주되었던 직업인 백정과 조선시대 의사의 직업적 특성이 잘 묘사된 것이다.
2) 왕실의 노예, 환관: <왕과 나>
둘째로, <왕과 나>는 환관 ‘김처선’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으로 환관의 일대기를 그
린 최초의 사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스스로 거세한 내시
의 감동적인 모습을 잘 그려낸 드라마이기도 하다.
<왕과 나>와 비교될 수 있는 왕족인물중심의 사극에는 <왕과 나>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다룬 <왕과 비>(1998)가 있다. <왕과 비>는 세조의 왕위 찬탈과 연산군의 폭
정까지를 그린 사극으로서 성종과 폐비윤씨, 인수대비를 둘러싼 인물 간 갈등관계만
을 다루었지 왕족 이외의 중심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왕과 나>의 극 초반에는 김처선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는
내시도 남자이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이다. 하지만 김
처선이 극중에서 사랑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왕실의 명령에 복종하는 단순한
내시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화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김처선은 왕과 중전,
그리고 후궁들 사이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극을 전개시켜나가는 등 궁중 인
물 관계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폐비가 된 윤소화의 임종을 지키는 등 기존
의 환관들과는 다르게 왕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더 나아가 김처선은 내시부
의 일원으로서 호위무사의 역할도 하고 충신의 역할도 한다. 충신으로서 김처선은 극
후반에 폐비 윤씨의 아들인 연산군에게 간언을 하여 스스로 궁중 문제에 연루되기도
한다.

- 5 -
<왕과 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내시들 중 김처선의 모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내시부
의 역할과 다른 내시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성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시들이 궁궐 속의 인형같은 존재가 아닌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얘
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왕과 나>는 내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
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직업적 역할에도 집중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퓨전사극 속에 비주류 직업들이 등장한 것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의의가 담겨
져 있다. 첫째로, 당시 크게 관심을 받지 않았던 직업을 소재로 삼아 인물의 영웅성
보다는 그들의 현실적인 유능함을 부각시켰다. 둘째로, 단순히 생소한 직업을 소개하
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다양한 직업적 역할과 특징을 묘사하여 인물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주류 직업들은 상당 부분 그 당시나 오늘날 사회
에서 멸시받는 직업들인데, 그러한 직업을 소재로 삼아 그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3.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
사극에서의 여성주인공의 등장은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여인천
하>(2001)를 비롯하여 <왕의 여자>(2003), <장희빈>(2002), <황진이>(2006), <천추태
후>(2009) 등 다수의 사극 드라마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정통사극
의 여성 주인공들과 퓨전사극의 여성주인공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퓨전사극
에서는 새로운 여성상이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통사극과는 다른, 퓨전사극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여성상은 무엇일까? 이 보고서에서는 사극 <여인천하>와 <선덕여
왕>(2009), 그리고 <장희빈>과 <대장금>(2003)의 주인공 비교를 통해 퓨전사극 주인
공들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여성상을 알아보았다.
1) 음지 속 리더에서 국가적 리더로: <여인천하> vs <선덕여왕>
먼저 드라마 <여인천하>와 <선덕여왕>의 비교이다. <여인천하>는 여성들이 궁궐
안에서 그들만의 세력다툼을 하는 모습을 그린 정통사극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정난
정’은 문정왕후를 도와 세력을 얻으려는 인물이다. 문정왕후의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우며 자신의 집안이 권력을 누리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1)음지

속

리더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성들이 권력을 두고 겨루기는 하지만, 단순히
집안의 명맥을 이으려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그
린 퓨전사극이다. 주인공인 ‘덕만’은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점,
1) ‘음지 속 리더형 인물’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는 1) 정통사극의 여인들 사이의 경쟁은 은밀하게 이루
어진 것이고, 2) 자신이 직접 어떤 무리를 다스린다기 보다는 대리인, 특히 자신의 아들이나 남편과
같은 남성대리인을 통해 권력을 얻기 때문이다.

- 6 -
습득한 지식을 백성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그녀의 삶이 영웅 설화 모티브
중 하나인 아기 추방 모티브와 닮았다는 점에서 여성의 영웅적 면모와, 여왕으로서
국가를 성공적으로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국가적 리더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인천하>와 같은 정통사극에서는 여성의 리더십의 범위를 가문이나 지위
에 한정시키고, 여성 주인공이 권력을 얻은 후, 개인과 그 집안의 호화로운 삶을 영
위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에, <선덕여왕>과 같은 퓨전사극에서는 여성의 리더십의 범
위가 국가로 확장되고, 여성주인공이 왕위에 오른 후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점, 그리고

2)여성이

영웅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2) 악녀에서 운명 개척자로: <장희빈> vs <대장금>
다음은 드라마 <장희빈>과 <대장금>의 비교이다. <장희빈>은 권모술수를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했다가, 그로 인해 몰락하는 장희빈의 일대기를 다루는 정통사극이다. 드
라마의 주인공인 장희빈은 임금을 유혹하여 권력을 얻고, 사랑과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중전을 모함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형 인물의 모습을 보인다.
이와는 다르게, <대장금>은 여성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다루
는 퓨전사극이다. 주인공인 ‘서장금’은 경쟁자의 음모에 당해, 억울하게 관비로 끌려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의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어의의 자
리까지 올라가는 운명 개척자형 인물로 묘사된다.
정리하면, 정통사극의 악녀형 인물이 남성을 유혹해 권세를 얻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질투와 욕망으로 가득 찬 악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퓨전사극의 운명 개척자형 인물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노력을 통해서 남
성 못지않은 전문적 기술을 습득하는 등, 현명하고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퓨전사극에서의 새로운 여성상, 즉 국가적 리더형 인물과 운명 개
척자형 인물은 여성이 단순히 남성의 사랑이나 그를 통해 얻는 권력을 갈망하는 존재
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성도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Ⅲ. 결론

2)

여성중심 역사드라마가 다른 역사드라마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영웅의 성(性)이 여성이라
는 점이다. 그간 사극에서 주인공은 주로 남성이었고, 남성 왕이나 장군, 위인들이 서사의 중심이
되었다. 이에 비해 여성은 남성을 위해 헌신하는 조력자나 악녀 등의 유형적 인물(stock
character)로 그려졌다. 그러나 여성중심 역사드라마는 영웅의 성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캐릭터(character)를 창조하며 공식 비틀기(formulaic twists)에 성공하고 있다. (이수미,
2008, p.41)

- 7 -
1.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의 변화 이유
앞서 본론에서 보았듯이 정통사극과 많이 변화된 퓨전사극 주인공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가치관에 발맞춘 주
제 및 인물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지금보다는 그리 높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시기인 1970~80년대에는 남성 왕 중심의 영웅적인 일대
기를 그린 사극들이 많았고, 꼭 사극이 아니더라도 다른 드라마에서도 여성은 수동적
이고, 순종적인,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현재는 여성이 말괄량
이 캐릭터로 그려지기도 하고, 남성을 리드하는 역할로 나오기도 하고, 사극에서도 마
찬가지로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인
권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된 오늘날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시청자들이 이제 더 이상 한정된 스토리를 가진 정통사극이 보
여주는 계몽적인 역사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통사극의 경우, 실제 역
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저 그 이야기를 수
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또, 여태까지 다루었던 사극들이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다뤄 앞으로의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청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주입 받는 것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작품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잠재적인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주
인공들이 드라마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전체적인
초점이 옮겨진 까닭은 사회적 맥락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청자의 수
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 새로운 인물상 등장의 의의
재해석된 인물, 비주류 직업, 새로운 여성상과 같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등장인물
들은 기존에 다루어졌던 양상과는 다른 플롯을 보여줌으로써 사극의 장르적 외연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청자의 측면에서는, 역사 드라마가 계몽적이고 교훈적
인 내용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되고, 시청자의 욕
망을 충족시켜주어 그들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퓨전사극의 전망
마지막으로 퓨전사극의 전망에 대해 크게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으로 나누
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퓨전사극들이

- 8 -
계속 등장하고 흥행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있다.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의 변화는 시청자의 폭을 넓혀주었고, 또한 기존에 퓨전사극에 제기되던 문제인 가벼
운 분위기는 실존 인물과 사건들을 투입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접점을 만들어 극복
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더해진 팩션(faction)사극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사극 <구가의
서>(2013)를 예로 들 수 있다. 판타지를 소재로 쓰다 보니 자칫하면 가벼워질 수 있
는 분위기를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 이순신을 등장시키고, 거북선이라는 소재를 사용
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한편 부정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퓨전사극에서도 점점 소재
가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부진한 시청률을 내며 종영한 사극
<불의 여신 정이>(2013)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여주인공이 시련과 역경을 헤치고 꿈
을 이룬다는 줄거리가 <대장금>(2003)과 <동이>(2010)에서 봤던 구성과 똑같다. 이런
뻔한 인물과 구성이 이제 식상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상함을 탈피할 목적으로, 새
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료가 많지 않은 것을 상상력에 근거해 드라마를 만
드는 경우 구성이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부정
적인 의견은 역사 왜곡 문제로 시청자들이 거북해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재미와 상상에 치중한 인물을 만들다보니 일어나는 경우인데, 방영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기황후>(2013)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퓨전사극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공존하기 때문에 전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앞으로 퓨전사극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그리고 본 보고
서의 내용처럼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또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바이다.

- 9 -
Ⅳ. 참고문헌

오덕현(2012), 『TV 사극의 역사재현과 저항적 의미생산 : <대왕세종>과 <뿌리깊은
나무>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 석사학위논문
우혜민(2013), 『퓨전사극드라마의 특성에 관한 연구 :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유선혜(2011),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으로 본 퓨전사극 <추노>』, 서강대학교 영상미디
어학, 석사학위논문
이수미(2008), 『여성중심 역사드라마의 장르적 특성과 젠더 담론』. 한양대학교 신문방
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http://cafe.daum.net/sunnyjump/Kmte/31?q=%BF%A9%BC%BA%BB%E7%B1%D
8&re=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amafam&logNo=20115113023
http://sports.donga.com/3/all/20130715/56467804/3

- 10 -

More Related Content

What's hot

2조 웹툰 보고서
2조 웹툰 보고서2조 웹툰 보고서
2조 웹툰 보고서예슬 이
 
문학작품 자립적분석
문학작품 자립적분석문학작품 자립적분석
문학작품 자립적분석nalragaja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jungwonleelee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마 법사
 
The catcher in_the_rye2003
The catcher in_the_rye2003The catcher in_the_rye2003
The catcher in_the_rye2003profyjpark
 
카지노커뮤니티 목록
카지노커뮤니티 목록카지노커뮤니티 목록
카지노커뮤니티 목록
WOORI KIM
 
문학 달력
문학 달력문학 달력
문학 달력HY Shin
 

What's hot (7)

2조 웹툰 보고서
2조 웹툰 보고서2조 웹툰 보고서
2조 웹툰 보고서
 
문학작품 자립적분석
문학작품 자립적분석문학작품 자립적분석
문학작품 자립적분석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
예술가와 그의 시대 team presentation &lt;김수영>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
인천여성회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7회 영화제 추천작
 
The catcher in_the_rye2003
The catcher in_the_rye2003The catcher in_the_rye2003
The catcher in_the_rye2003
 
카지노커뮤니티 목록
카지노커뮤니티 목록카지노커뮤니티 목록
카지노커뮤니티 목록
 
문학 달력
문학 달력문학 달력
문학 달력
 

More from Christina Suh

행행행 취재계획
행행행 취재계획행행행 취재계획
행행행 취재계획Christina Suh
 
행행행 발대식발표
행행행 발대식발표행행행 발대식발표
행행행 발대식발표Christina Suh
 
행행행 면접발표
행행행 면접발표행행행 면접발표
행행행 면접발표Christina Suh
 
교육공학 저널 포맷
교육공학 저널 포맷교육공학 저널 포맷
교육공학 저널 포맷Christina Suh
 
교공 팀플피피티
교공 팀플피피티교공 팀플피피티
교공 팀플피피티Christina Suh
 
삼총과 기획안 최종
삼총과 기획안 최종삼총과 기획안 최종
삼총과 기획안 최종Christina Suh
 
우글 기말과제 최종
우글 기말과제 최종우글 기말과제 최종
우글 기말과제 최종Christina Suh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Christina Suh
 
Ppt최종 드라마a (1) (1)
Ppt최종 드라마a (1) (1)Ppt최종 드라마a (1) (1)
Ppt최종 드라마a (1) (1)Christina Suh
 
200 pound beauty final
200 pound beauty final200 pound beauty final
200 pound beauty finalChristina Suh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Christina Suh
 

More from Christina Suh (20)

5월 팀장회의
5월 팀장회의5월 팀장회의
5월 팀장회의
 
행행행 취재계획
행행행 취재계획행행행 취재계획
행행행 취재계획
 
행행행 발대식발표
행행행 발대식발표행행행 발대식발표
행행행 발대식발표
 
행행행 면접발표
행행행 면접발표행행행 면접발표
행행행 면접발표
 
Essay3
Essay3Essay3
Essay3
 
Inclass essay3
Inclass essay3Inclass essay3
Inclass essay3
 
Non nobis solum (1)
Non nobis solum (1)Non nobis solum (1)
Non nobis solum (1)
 
제본용
제본용제본용
제본용
 
교육공학 저널 포맷
교육공학 저널 포맷교육공학 저널 포맷
교육공학 저널 포맷
 
교공 팀플피피티
교공 팀플피피티교공 팀플피피티
교공 팀플피피티
 
삼총과 기획안 최종
삼총과 기획안 최종삼총과 기획안 최종
삼총과 기획안 최종
 
우글 기말과제 최종
우글 기말과제 최종우글 기말과제 최종
우글 기말과제 최종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
대중문화의 이해 요약 완성
 
Ppt최종 드라마a (1) (1)
Ppt최종 드라마a (1) (1)Ppt최종 드라마a (1) (1)
Ppt최종 드라마a (1) (1)
 
Script
ScriptScript
Script
 
Inclass essay final
Inclass essay finalInclass essay final
Inclass essay final
 
Cultural diversity
Cultural diversityCultural diversity
Cultural diversity
 
200 pound beauty final
200 pound beauty final200 pound beauty final
200 pound beauty final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
Two rival universities in the field of education final
 
Script
ScriptScript
Script
 

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의 등장 보고서

  • 1. 2013학년도 제2학기 우리말과 글쓰기 조별 과제물 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의 등장 -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 담당교수님: 조경하 교수님 수업시간: 월6, 수5 드라마 A조: 교육학과 1335027 이해솔 초등교육과 1337003 권태연 교육공학과 1346013 서희림  영어교육과 1340031 전지원 교육공학과 1346022 이미진 제출일: 2013년 11월 25일
  • 2. 목 Ⅰ. 차 서론 1. 사극열풍의 시대 2.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 Ⅱ. 퓨전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 1.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1) 악녀에서 시대의 희생양으로 : 장희빈 2) 위인에서 평범한 인물로 : 세종대왕 2. 비주류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의 등장 1) 조선시대 최하층민, 백정: <제중원> 2) 왕실의 노예, 환관: <왕과 나> 3.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 1) 음지 속 리더에서 국가적 리더로: <여인천하> vs <선덕여왕> 2) 악녀에서 운명 개척자로: <장희빈> vs <대장금> Ⅲ. 결론 1.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의 변화 이유 2. 새로운 인물상 등장의 의의 3. 퓨전사극 열풍 동향에 대한 전망 Ⅳ. 참고문헌 - 1 -
  • 3. Ⅰ. 서론 1. 사극열풍의 시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사극열풍’이 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극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사극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퓨전 사극이 등장하면서부 터 시작되었다. 퓨전 사극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사극의 한 부분으로써, 정통 사극과 대조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2.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간다면, 우선 정통사극은 역사적인 자료 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일부 가미되기는 하지만 픽션적 요소와 현 대적인 감각이 최대한 자제된 작품을 말한다. 그 예로는 <용의 눈물>(1996), <태조 왕건>(2000), 그리고 <장희빈>(2002) 등이 있다. 이에 반해, 퓨전 사극은 역사를 바탕 으로 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하여 현대극과 유사한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는 <해를 품은 달>(2012), <추노>(2010), 그리고 <다모>(2003) 등이 있다. 특히 <다모>는 퓨전 사극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 다. 사실 사극의 추세가 정통 사극에서 퓨전 사극으로 변화한 정확한 시점이 명확하 지는 않지만, 2003년 방영된 <다모>를 기준으로 사극에서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고 보는 관점이 많기 때문에 <다모>는 퓨전 사극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진 다. 이러한 퓨전 사극은 정통 사극과 비교해 보았을 때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 다. 정통 사극의 경우 역사적 자료를 중시하여 정치, 전쟁 등을 주로 다루었고, 중, 장년 연기자들이 등장하여 남성 왕의 역할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퓨전사 극의 경우, 역사적 자료를 자유롭게 해석하여 내용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말투, 의상, 머리까지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였다. 또한, 퓨전 사극은 판타지, 멜로, 액션, 추 리적인 소재를 자주 등장시키고, 젊은 연기자들도 많이 투입하여 다양한 시청자 연령 층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물론, 퓨전 사극이 정통 사극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이와 같이 다양한 면에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인물을 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인물을 보는 새로운 관점은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비주류 직업 종 사자에 대한 주목, 그리고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의 측면에서 알아볼 수 있다. - 2 -
  • 4. Ⅱ. 퓨전사극 속 새로운 인물상 1.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 최근에 사극 속에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재해석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있 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 장희빈과 세종대왕이다. 1) 악녀에서 시대의 희생양으로 : 장희빈 장희빈은 기존에 악독하고 표독스러운 모습으로 어진 인현왕후를 몰아내는 요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장옥정, 사랑에 살다>(2003)라는 드라마 속에서 는 기존의 장희빈을 재해석하여 숙종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당시 상황에 몰려 비 극적 운명을 맞이하는 순정녀로 묘사된다. 장희빈이라는 인물은 왕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여 왕비자리까지 차지했다가 결국엔 사약을 받고 죽는다는 스펙타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장희빈을 소 재로 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다. 기존의 장희빈을 연기하던 여배우들은 요염한 목소 리, 표독스러운 카리스마, 막바지에 사극을 받는 장면에서의 발악 같은 것을 트레이드 마크로 연기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하는 장희빈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배우들이 더 우아하고 선한 모습으로 연기하고 있는 추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장희빈의 재해석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장희빈에 관련 된 사극들은 실록을 기반으로 하기보다 인현왕후 측 입장에서 서술한 인현왕후전을 기반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장희빈을 악녀로 몰아갔다. 그러나 정작 실록에서는 장희 빈이 악녀였다는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그 러한 부분을 좀 더 감안해서 장희빈이 점점 독한 여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며 단 순히 장희빈 자체가 악녀라고 단정하지 않고 장희빈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을 나타내며 장희빈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합리적으로 묘사했다. 이렇게 악녀의 대명 사로 굳어진 장희빈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접근했다는 점에 서 장희빈의 재해석에 대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위인에서 평범한 인물로 : 세종대왕 두 번째로 살펴볼 인물은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기존의 <대왕세종>(2008)이라 는 사극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위인의 모습대로 나타나지만 <뿌리 깊은 나무>(2011) 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왕세종> 속 세종대왕은 백성들과 민족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반면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은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나 탈 영웅적인 성격의 세종대왕을 보여준다. <대왕세종>에서는 또한 문자창제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몇몇 지배층의 인물 - 3 -
  • 5. 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배층의 시각을 주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 다. 이에 반해 <뿌리 깊은 나무>는 문자창제의 주체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공존하며 등장한다. 또한 <대왕세종> 속 세종대왕은 자애로운 모습으로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왕으로 등장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 속 이도는 백성에 대해 분노하기도 하 고 사랑하기도 하는 애증의 감정을 느끼는 왕으로 나온다. 세종대왕은 기존의 대단하 게만 느껴지는 위인이라는 틀을 깨고 보다 가깝게 공감할 수 있게 재해석한 인물이 다. 이러한 세종대왕의 재해석에서 살펴보아야 할 포인트는 먼저 세종대왕의 대표적인 업적인 한글창제를 단순히 업적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한글창제를 위한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고뇌에 대해 다루었다. 또한 세종대왕이라는 익숙한 호칭 대신 이도라는 생소한 본명을 썼다. 그리고 기존의 위인 을 다룬 사극과 달리 대부분의 인물이 죽는 새드엔딩과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열 린 결말로 끝난다. 이는 한글 창제 자체로 전부가 아니라 그렇게 많은 희생을 거쳐 창제된 한글을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진정한 해피엔딩을 가져오 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2. 비주류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의 등장 퓨전사극에는 정통사극에 비해 인물의 비주류 직업적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극 속 직업의 소재가 다양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정통 사극에는 극중 인물의 직업 이 뚜렷이 나타는 경우가 드물다. 정통사극에서는 주로 왕, 중전과 후궁과 같은 왕족 들 혹은 장군, 양반 등과 같은 높은 계급의 사회 지배층 중심의 인물묘사가 이루어진 다. 그들의 계급적 위치에 따른 업적과 명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친 것이다. 이러한 정통사극에는 <명성황후>(2001), <장희빈>(2002), <용의 눈물>(1996), <불멸의 이순 신>(2004)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퓨전사극에는 다양한 직업적 전문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역사에 대한 시야 확장의 일환으로, 왕조 중심의 주류거대서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사를 분석하는 미시사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이러한 퓨전사극에는 유명한 기생의 삶을 그린 <황진 이>(2006), 전문 화가들의 생활을 그린 <바람의 화원>(2008), 노비를 쫓는 자들의 삶 을 그린 <추노>(2010) 등이 있다. 많은 퓨전사극들 중 인물의 직업적 특징 묘사에 충실했던 작품에는 대표적으로 <제 중원>(2010)과 <왕과 나>(2007)가 있다. 1) 조선시대 최하층민, 백정: <제중원> <제중원>은 조선시대 최하층민으로 취급받던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차별과 억압에 - 4 -
  • 6. 맞서 싸우며,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의 의사가 된 실제인물 박서양을 모 티프로 한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는 성균관 유생, 무역관의 딸, 백정 등 다양한 출 신배경의 의사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백정 출신인 ‘황정’이다. 여기서 제중원과 비교될 수 있는 정통사극에는 <허준>(1999)이 있다. 당시 63%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허준>은 <제중원>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의사의 삶과 의 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다루긴 하지만, 유명한 역사적 인물을 모티프로 한 점과 궁중 어의로서의 허준을 부각시켜 여전히 왕실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인물묘사가 이루어졌 다는 점에서 <제중원>과 차이점을 보인다. <제중원>에서 백정이라는 직업은 단순히 주인공의 유능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로만 쓰인 것이 아니다. 극 초반에 백정들의 삶과 그들의 도살철학, 전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등장하여 백정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더 나아가 도살 경 험으로 축적된 손재주가 후에 황정이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설정은 백정이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잘 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황정은 여러 고난을 겪은 후 끈질긴 노력으로 제중원의 외과의사가 되는데, 몇몇 동료의사들의 놀 림 속에서도 그는 의사로서 두각을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는 고종의 아관파천을 보 좌하고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주인공으 로서의 황정이 아닌 외과의사와 독립운동가로서의 황정이 극을 이끌어나가 비주류로 간주되었던 직업인 백정과 조선시대 의사의 직업적 특성이 잘 묘사된 것이다. 2) 왕실의 노예, 환관: <왕과 나> 둘째로, <왕과 나>는 환관 ‘김처선’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으로 환관의 일대기를 그 린 최초의 사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스스로 거세한 내시 의 감동적인 모습을 잘 그려낸 드라마이기도 하다. <왕과 나>와 비교될 수 있는 왕족인물중심의 사극에는 <왕과 나>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다룬 <왕과 비>(1998)가 있다. <왕과 비>는 세조의 왕위 찬탈과 연산군의 폭 정까지를 그린 사극으로서 성종과 폐비윤씨, 인수대비를 둘러싼 인물 간 갈등관계만 을 다루었지 왕족 이외의 중심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왕과 나>의 극 초반에는 김처선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는 내시도 남자이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이다. 하지만 김 처선이 극중에서 사랑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왕실의 명령에 복종하는 단순한 내시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화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김처선은 왕과 중전, 그리고 후궁들 사이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극을 전개시켜나가는 등 궁중 인 물 관계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폐비가 된 윤소화의 임종을 지키는 등 기존 의 환관들과는 다르게 왕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더 나아가 김처선은 내시부 의 일원으로서 호위무사의 역할도 하고 충신의 역할도 한다. 충신으로서 김처선은 극 후반에 폐비 윤씨의 아들인 연산군에게 간언을 하여 스스로 궁중 문제에 연루되기도 한다. - 5 -
  • 7. <왕과 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내시들 중 김처선의 모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내시부 의 역할과 다른 내시들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성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시들이 궁궐 속의 인형같은 존재가 아닌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얘 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왕과 나>는 내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 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직업적 역할에도 집중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퓨전사극 속에 비주류 직업들이 등장한 것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의의가 담겨 져 있다. 첫째로, 당시 크게 관심을 받지 않았던 직업을 소재로 삼아 인물의 영웅성 보다는 그들의 현실적인 유능함을 부각시켰다. 둘째로, 단순히 생소한 직업을 소개하 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다양한 직업적 역할과 특징을 묘사하여 인물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비주류 직업들은 상당 부분 그 당시나 오늘날 사회 에서 멸시받는 직업들인데, 그러한 직업을 소재로 삼아 그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3.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 사극에서의 여성주인공의 등장은 더 이상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여인천 하>(2001)를 비롯하여 <왕의 여자>(2003), <장희빈>(2002), <황진이>(2006), <천추태 후>(2009) 등 다수의 사극 드라마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정통사극 의 여성 주인공들과 퓨전사극의 여성주인공들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퓨전사극 에서는 새로운 여성상이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통사극과는 다른, 퓨전사극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여성상은 무엇일까? 이 보고서에서는 사극 <여인천하>와 <선덕여 왕>(2009), 그리고 <장희빈>과 <대장금>(2003)의 주인공 비교를 통해 퓨전사극 주인 공들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여성상을 알아보았다. 1) 음지 속 리더에서 국가적 리더로: <여인천하> vs <선덕여왕> 먼저 드라마 <여인천하>와 <선덕여왕>의 비교이다. <여인천하>는 여성들이 궁궐 안에서 그들만의 세력다툼을 하는 모습을 그린 정통사극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정난 정’은 문정왕후를 도와 세력을 얻으려는 인물이다. 문정왕후의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우며 자신의 집안이 권력을 누리도록 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1)음지 속 리더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성들이 권력을 두고 겨루기는 하지만, 단순히 집안의 명맥을 이으려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그 린 퓨전사극이다. 주인공인 ‘덕만’은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점, 1) ‘음지 속 리더형 인물’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는 1) 정통사극의 여인들 사이의 경쟁은 은밀하게 이루 어진 것이고, 2) 자신이 직접 어떤 무리를 다스린다기 보다는 대리인, 특히 자신의 아들이나 남편과 같은 남성대리인을 통해 권력을 얻기 때문이다. - 6 -
  • 8. 습득한 지식을 백성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그녀의 삶이 영웅 설화 모티브 중 하나인 아기 추방 모티브와 닮았다는 점에서 여성의 영웅적 면모와, 여왕으로서 국가를 성공적으로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국가적 리더형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인천하>와 같은 정통사극에서는 여성의 리더십의 범위를 가문이나 지위 에 한정시키고, 여성 주인공이 권력을 얻은 후, 개인과 그 집안의 호화로운 삶을 영 위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에, <선덕여왕>과 같은 퓨전사극에서는 여성의 리더십의 범 위가 국가로 확장되고, 여성주인공이 왕위에 오른 후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점, 그리고 2)여성이 영웅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알 수 있다. 2) 악녀에서 운명 개척자로: <장희빈> vs <대장금> 다음은 드라마 <장희빈>과 <대장금>의 비교이다. <장희빈>은 권모술수를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했다가, 그로 인해 몰락하는 장희빈의 일대기를 다루는 정통사극이다. 드 라마의 주인공인 장희빈은 임금을 유혹하여 권력을 얻고, 사랑과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중전을 모함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녀형 인물의 모습을 보인다. 이와는 다르게, <대장금>은 여성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다루 는 퓨전사극이다. 주인공인 ‘서장금’은 경쟁자의 음모에 당해, 억울하게 관비로 끌려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의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어의의 자 리까지 올라가는 운명 개척자형 인물로 묘사된다. 정리하면, 정통사극의 악녀형 인물이 남성을 유혹해 권세를 얻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빼앗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질투와 욕망으로 가득 찬 악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퓨전사극의 운명 개척자형 인물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노력을 통해서 남 성 못지않은 전문적 기술을 습득하는 등, 현명하고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퓨전사극에서의 새로운 여성상, 즉 국가적 리더형 인물과 운명 개 척자형 인물은 여성이 단순히 남성의 사랑이나 그를 통해 얻는 권력을 갈망하는 존재 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성도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Ⅲ. 결론 2) 여성중심 역사드라마가 다른 역사드라마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영웅의 성(性)이 여성이라 는 점이다. 그간 사극에서 주인공은 주로 남성이었고, 남성 왕이나 장군, 위인들이 서사의 중심이 되었다. 이에 비해 여성은 남성을 위해 헌신하는 조력자나 악녀 등의 유형적 인물(stock character)로 그려졌다. 그러나 여성중심 역사드라마는 영웅의 성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캐릭터(character)를 창조하며 공식 비틀기(formulaic twists)에 성공하고 있다. (이수미, 2008, p.41) - 7 -
  • 9. 1.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의 변화 이유 앞서 본론에서 보았듯이 정통사극과 많이 변화된 퓨전사극 주인공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가치관에 발맞춘 주 제 및 인물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지금보다는 그리 높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가졌던 시기인 1970~80년대에는 남성 왕 중심의 영웅적인 일대 기를 그린 사극들이 많았고, 꼭 사극이 아니더라도 다른 드라마에서도 여성은 수동적 이고, 순종적인, 청순가련형 여주인공들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현재는 여성이 말괄량 이 캐릭터로 그려지기도 하고, 남성을 리드하는 역할로 나오기도 하고, 사극에서도 마 찬가지로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여성들의 인 권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된 오늘날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시청자들이 이제 더 이상 한정된 스토리를 가진 정통사극이 보 여주는 계몽적인 역사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통사극의 경우, 실제 역 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저 그 이야기를 수 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또, 여태까지 다루었던 사극들이 비슷한 시대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다뤄 앞으로의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청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주입 받는 것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작품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잠재적인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줄 수 있는 주 인공들이 드라마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전체적인 초점이 옮겨진 까닭은 사회적 맥락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와, 그에 따른 시청자의 수 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 새로운 인물상 등장의 의의 재해석된 인물, 비주류 직업, 새로운 여성상과 같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등장인물 들은 기존에 다루어졌던 양상과는 다른 플롯을 보여줌으로써 사극의 장르적 외연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청자의 측면에서는, 역사 드라마가 계몽적이고 교훈적 인 내용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되고, 시청자의 욕 망을 충족시켜주어 그들이 대리 만족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3. 퓨전사극의 전망 마지막으로 퓨전사극의 전망에 대해 크게 긍정적인 전망과 부정적인 전망으로 나누 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다양한 퓨전사극들이 - 8 -
  • 10. 계속 등장하고 흥행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있다. 정통사극에서 퓨전사극으로 의 변화는 시청자의 폭을 넓혀주었고, 또한 기존에 퓨전사극에 제기되던 문제인 가벼 운 분위기는 실존 인물과 사건들을 투입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의 접점을 만들어 극복 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더해진 팩션(faction)사극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사극 <구가의 서>(2013)를 예로 들 수 있다. 판타지를 소재로 쓰다 보니 자칫하면 가벼워질 수 있 는 분위기를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 이순신을 등장시키고, 거북선이라는 소재를 사용 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한편 부정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퓨전사극에서도 점점 소재 가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부진한 시청률을 내며 종영한 사극 <불의 여신 정이>(2013)는 천재적 재능을 지닌 여주인공이 시련과 역경을 헤치고 꿈 을 이룬다는 줄거리가 <대장금>(2003)과 <동이>(2010)에서 봤던 구성과 똑같다. 이런 뻔한 인물과 구성이 이제 식상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상함을 탈피할 목적으로, 새 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료가 많지 않은 것을 상상력에 근거해 드라마를 만 드는 경우 구성이 엉성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부정 적인 의견은 역사 왜곡 문제로 시청자들이 거북해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재미와 상상에 치중한 인물을 만들다보니 일어나는 경우인데, 방영하기 전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기황후>(2013)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퓨전사극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공존하기 때문에 전망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앞으로 퓨전사극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그리고 본 보고 서의 내용처럼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또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바이다. - 9 -
  • 11. Ⅳ. 참고문헌 오덕현(2012), 『TV 사극의 역사재현과 저항적 의미생산 : <대왕세종>과 <뿌리깊은 나무>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 석사학위논문 우혜민(2013), 『퓨전사극드라마의 특성에 관한 연구 :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중심으로』,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유선혜(2011),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으로 본 퓨전사극 <추노>』, 서강대학교 영상미디 어학, 석사학위논문 이수미(2008), 『여성중심 역사드라마의 장르적 특성과 젠더 담론』. 한양대학교 신문방 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http://cafe.daum.net/sunnyjump/Kmte/31?q=%BF%A9%BC%BA%BB%E7%B1%D 8&re=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amafam&logNo=20115113023 http://sports.donga.com/3/all/20130715/56467804/3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