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노동안전보건 뉴스를
모으면서 마음이 참 먹먹해졌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죽고, 병
들고, 다치고 있었다.
올해 120년만의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정신 되새기며 내년 표지 사진
엔 일터에서 웃고 있는 노동자를 담고 싶다.

일터
26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특집

지난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노보연 송년회에서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앙케이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세계적 기업’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와 공공의료에서의 안전보건
뉴스가 눈에 띕니다. 올 한해,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동안전보건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03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영광 한빛원전 外 l 연아

07

지금 지역에서는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즉각 실시하라!!!

0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어떤 신인배우의 수상소감 l 정하나

10

연구소 리포트

우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l 재현

18

칼럼

우리가 안녕하기 위하여, 공공성을 지키자 l 최민

20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노동자건강이야기

23

문화읽기

무엇을 선택하는게 옳은가!?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를 보고 l 최민

3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층층이 쌓인 불안, 어떻게 무너뜨릴까 l 흑무

39

현장의 목소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 시도에 맞선 34일간의 여의도 천막 농성을
마무리하며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두원정공 프로젝트를 마치며 l 김보성

46

성명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박근혜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철도사유화를 막는 투쟁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한 싸움이다!

48

2 ․

뉴스

후원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권 120

2014.1

만난

아는 것이 힘이다?! l 이영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을 규탄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이번 사고를 노동자 개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영광 한빛원전

인의 과실로 호도하는 한수원을 강도 높게 비판
했다. 한빛원전 참사 대책위는 “살인기업 한수원
은 산재 사망사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
벌하라”고 촉구했다. 한수원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도 전에 ‘문 씨가 안전관리 책임자의 지
시도 없이 김 씨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번 한빛원전 참사는 명백히 한수원
의 ‘기업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1차 사고
직후 먼저 신고를 접수하고 안전장비와 장치를
확인한 뒤 구조작업을 해야 했는데도, 신호수로
서 잠수경력이 전혀 없는 문 씨에게 안전화와 안

1월 5일 방수로 작업 중 하청노동자 2명 사망

전복을 그대로 착용한 채 산소 호스만 들고 구조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냉각수 배출구(방수로)

작업을 펼치게 했다고 폭로했다. 또 사고현장에

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한빛원전 협력업체 직원 2

안전담당자가 없었으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

명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 ‘안전수칙’, ‘안전지침’은 물론, 비상상황 ‘대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한빛원전 5호

응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

기 방수로게이트 개폐작동을 확인하는 작업에 투

다. 대책위는 한수원­한전KPS­하청업체로 이뤄

입됐다. 원전 방수로는 냉각수 온배수가 바다에

진 공사의 ‘불법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해서도 비

배출되는 통로로 길이 1㎞, 폭 200∼300m에 이

판했다. 한수원의 이윤 논리가 노동자를 죽음으

르며 방수로게이트는 바닷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로 몰고 간 것이다.

막는 역할을 담당하며 수심은 10m 정도에 달한
다.
사고 당시 김 씨는 잠수 중이었으며 물 밖에
있던 문 씨가 김 씨의 산소마스크가 물 위로 떠

고무줄 노동, 홈플러스 노조

오르자 구조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가 함께

“0.5시간 계약제 폐지” 요구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경력 없는 비정규직 구조작업 내몰아

서비스연맹·홈플러스 노조 등은 12월 26일

민주노총 전남본부 등 ‘한빛원전 참사 기업살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

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불법 다단계 하청근

스가 기형적 시간제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로 근절을 위한 대책위(한빛원전 참사 대책위)’는

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른바 ‘0.5시간 계약제’ 폐

9일 영광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l 일터 l ․ 3
급여가 온전히 지급될 경우 회사가 추가로 부담
하는 비용은 113억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홈
플러스 노동자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업무를
인수인계하느라 평균 20~30분 연장근로를 한다.
그러나 해당 시간은 근로계약에 반영돼 있지 않
다.
파업 돌입 직전 ‘점오계약제’ 점진적 폐지 합의
홈플러스 노조는 1월 8일 서울 역삼동 홈플러
스 본사 앞에서 조합원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
이들의 말로는 홈플러스는 대형 상점 업계에서

데 집회를 열고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노조는 8

유일하게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10분

시간 계약제 시행 및 0.5시간(30분)제 폐지, 여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계산원을 제외한 홈

휴가 신설, 유니폼 상·하의 지급, 부서별 시급

플러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7.5시간이다.

차별 반대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홈플러스는 손님이 붐비는 시간별로 계산대를

홈플러스 노사는 이날 새벽 마라톤 교섭 끝에

다르게 연다. 계산원의 근로시간은 4시간 20분부

일명 ‘점오계약’으로 불리던 0.5시간 계약제를 단

터 7시간 30분까지 천차만별이다. 노조가 올해 7

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홈플러스 노사

월 조합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홈플러스

는 올해 3월 1일부터 10분 단위 계약제를 없애는

노동자들은 출근 전 업무준비시간 21분 42초, 퇴

등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 방안을 확정한 뒤 2016

근 후 마무리시간 18분 12초를 추가로 일하고 있

년 3월까지 0.5시간 계약제를 점차 폐지하고 계

었다. 회사는 오픈조(오전 7시~오후 3시30분)와

약 시간을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7.5

마감조(오후 3시 30분~자정)의 근무시간을 겹치

시간 계약직은 8시간으로, 4.5시간 계약직은 5시

지 않게 두고 있다.

간으로 각각 우선 조정한다.

2005년 홈플러스 울산점 계산원으로 입사한
박미선(가명) 씨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동안 매
달 근무시간이 바뀌었다. 매출이 적은 달에는 4
시간 20분 일했고, 많은 날에는 7시간 30분 일했

철도에 이어 의료도 자회사 통한

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줄어들 때마다 급여가

민영화 추진, 논란 가열

월 15만 원가량 감소했다. 근무시간에 따라 명절
상여금도 차이가 났다. 박 씨는 “같이 힘들게 고
생하면서 일했는데, 5.2시간 일하는 사람과 6.2시
간 일하는 사람이 상여금마저 다르다”고 비판했
다.
노조가 7.5시간 근로계약 노동자들의 시급
(5,6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하루 8시간의

4 ․

통권 120

2014.1

정부가 의료기관의 영리활동을 확대하는 방안
을 추진한다. 부대사업과 해외 의료수출을 목적
으로 하는 자법인을 설립해 환자진료 외 사업으
로 수익을 창출할 길을 넓힌 것이다. 또 의료법
인간 합병을 허용하고 약국의 프랜차이즈화(법인
개발 성과물 응용 사업, 의료기관 임대와 의약품
개발,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 등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시도지사 공
고였던 숙박업과 서점은 시행규칙 직접 허용으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온천·목욕장업과 체육시설,
여행업 등은 앞으로 의료관광호텔과 의료 해외진
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의료법인 간 합병과 약사면허자들을
대상으로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을 허용하는 방
안도 추진한다.
자법인의 형태로 상법상 회사를 허용하면, 자
약국)도 허용해 대형 업체의 세력 확장이 가속화

법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병

될 전망이다.

원의 자산을 빼서 수익이 나는 사업에 전력투구
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 의료법인

정부,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
1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간 합병은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의료 질까
지 하락할 수 있다.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

100만인 서명운동 등 의료민영화 저지 목소리 높아져

하는 내용의 보건의료 서비스 방안을 추진하기로

이에 정부의 정책이 의료민영화라는 비판과 이

했다. 연구개발 활성화와 병원경영 효율화, 의료

를 저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협

관광 촉진 등을 위해 부대사업 종류를 확대하고

회가 총파업 선언을 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이를 실현할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의료 민영화저지와 무상의

다는 논리다.

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

자법인의 형태가 비영리법인뿐만 아니라 상법

는 1월 13일 오전 광화문에서 ‘박근혜 정부 의료

상 회사로 확대되어 투자와 사업의 범위가 넓어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졌다. 그동안 의료법인에 대한 자법인 설립은 불

개최했다.

허되고 진료 외 부대사업은 8개 분야로 제한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지난 12월 발표한

다. 정부는 최근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됐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

학교법인인 대학병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

하고 약국마저 영리법인화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돼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부대사업은 의료인 등 양
성·보수교육과

산후조리,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정부는 투자활

노인의료복지시설업,

성화 대책이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

조사 연구, 장례식장, 의료기기, 구내식당·매점,

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이

이·미용업, 은행업, 시도지사 공고를 통한 숙박

미 민영화”라며 “이런 점에서 투자 활성화 대책

업, 서점 등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구

은 자본으로 하여금 투자하게끔 하고 환자와 국
l 일터 l ․ 5
민을 대상으로 무제한 이익을 남기려는 것”이라
고 비난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전면적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동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해
국민과 함께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 시
작으로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을 선포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재앙을 초래할 의료 민
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터

정리 _ 한노보연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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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즉각 실시하라!!!
한노보연 재현

지난 12월 24일, ‘우정사업본부 내 우편집중국 비정규직(우정실무원) 건강실태조사 결과발
표 및 비정규직노동자 처우개선과 재택위탁집배원 직접고용 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주관으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우정사
업본부 건물 앞에서 진행되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우편지부 지부장, 동
서울·고양집중국 지회장과 조합원들, 재택위탁집배원 지회 조합원들과 공동 연구조사를 수행
한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활동가가 그 자리에 함
께했다.
동서울집중국 지회 양현순 조합원은 “한 달에 110만 원을 월급을 받는데 한의원에서 5개월
동안 진료비로 300만 원을 썼다”며 “매일 선 채로 2~3kg 상자를 수없이 들어 올리고 팔레트
(소포 담은 통)를 밀고 끌고 하는 막일을 하다 보니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연구발표를 맡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최정아 활동가는 우편집중국의
노동자들이 건강상에 부담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상황을 진단하며 그
원인을 만성적인 저임금 체계로 꼽았다. 또한 명절·연말연시 등 ‘특별 소통기’에 감내해야 하
는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도 연
구조사를 바탕으로 지적했다.
실태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의 절반이 즉각
적인 근골격계 질환 치료가 필요한 상
황이며, 신체 부위별로는 어깨, 손·손
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증상
이 심각했다. 또한 오래 서서 일한 탓
에 골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유병률도 일반 인구보다 높으며, 작업

l 일터 l ․ 7
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비염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산재와 관련해 부조리한 사업장 실태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냈다. 전체 중 약 40%
가 ‘지난 1년간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나, 62.1%
노동자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히며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문제를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정아 활동가는 사회·공공서비스로서 우편 물류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편집중국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임금의 2배 이상의 임금인상이 필요하고, 장
기적으로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124% 수준으로 인원
을 늘려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활동가는 우정사업본부가 ‘공공기관 비
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2013년 10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것으로 공공기관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복리후생 등
처우개선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마지막 순서로 동서울집중국 지회 이효화 지회장과 고양집중국 지회 백철옹 지회장은 기자
회견문 발표를 통해 “우정사업본부가 계속 우리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내버려둔다면,
국가기관으로서 스스로 그 명예에 먹칠하게 되는 격”이라며 “우리의 자존과 빼앗긴 권리를 되
찾기 위한 투쟁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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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글 _ 한노보연 정하나
사진 _ 2013 KBS 연기대상

“공공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요즘 따라 애쓰고 있는 아버지들이 많이 계십니다. 노동자
최상남을 연기한 배우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정권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기로 유명한 ‘공영’방송 시상식에서 한 신인 배우가 밝힌 수
상소감이다. 그가 ‘아버지’라 말했지만, 우리 모두 ‘노동자’로 듣는다. 비록 파업투쟁은 접어
야 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코레일 자본의 여전한 합공 속에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의 압박
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철도노조 노동자들을, 기차를 애용하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일터

l 일터 l ․ 9
우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정리 : 한노보연 재현

1. 연구 배경
우편집중국은 전국의 우편물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곳은 24시간 내내 쉴새 없이 돌아간다.
이번 연구 사업을 진행했던 동서울 우편집중국의 경우 전국 30여 개의 사업장 가운데 가장
큰 1일 평균 600여 만 통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우편집중국 노동자들은 주로 상
자 옮기기, 대형트럭과 기계에서 물건 올리고 내리고 담기, 온종일 서서 손으로 우편물 구분
하기 등의 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한편 우체국에는 현재 5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동서울 우편집중국 노동조합은 2012년 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상급단체로 결정하면서 이후 전국 단위의 우편노동자 조직화를 목표
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편집중국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기초
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 이번 설문 및
면접 조사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2. 연구 결과
○ 기본 인적 특성
1) 인적 사항
- 남성 53.3%, 여성 46.7%로 성별 분포는 비슷했다. 연령은 50대가(50.0%) 가장 많았고,
40대(40.2%), 30대(9.8%) 순서였다. 평균 나이는 남성 46.4세, 여성 51.1세였다.

2) 고용 관련 특성
- 설문 참여자는 총 92명이었고, 모두 조합원이자 비정규직이었고, 고용형태는 무기 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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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87.1%, 기간제(2년 미만) 12.9% 였다.
- 우편지부 내에는 소포계, 소형계, 대형계, 발착계, 특수계 등 총 5개의 부서가 있었다.
- 근무형태는 일근(9시~18시), 중근(13시~24시), 석근(19시~23시), 야근(21시~6시), 조근(7
시~16시)으로 5개가 있었고,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중근(38.8%)과 야근(29.4%)의 근무형태로
심야노동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았다.
- 근무기간은 6~10년이 30.8%로 가장 많았고, 평균 근무기간은 7.3년으로 조사되었다.

○ 임금, 노동시간, 그리고 생활의 만족도
1) 임금
- 설문에 참여한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1년간 급여 총액 평균은 1,574.5만 원이고, 월평균
기본급은 115.4만 원, 월평균 시간외 수당은 13.2만 원으로 나타났다. 근속기간이 평균 7.3년
으로 조사되었으나, 여전히 최저임금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 낮은 기본급으로 인해 시간외 수당이 전체 임금의 10.2%를 차지하기 때문에 시간외 수당
에 의존도가 높았다.
- 집중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일반 노동인구보다 1.19배 많지만 임금의 경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78%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 가구원의 소득 총액 및 생활비 지출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본인 급여 이외에 월평균 가구원 소득 총액의 평균값은 106.1만 원
으로 조사되었다.
- 또한, 월평균 생활비(지출) 평균값은 177.7만 원으로,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임금 평균값인
131.2만 원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개 40~50대 이상 여성노
동자들을 생계 보조자로 생각하는데 우편지부의 경우 생계부양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 우편지부 노동자의 가구원 소득총액(본인 급여 포함)과 비교해도 표준생계비 대비 현실임
금 비율은 55.8%에 불과했다. 본인 월급뿐만 아니라 가구원의 소득을 모두 합쳐도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본인 이외의 가구원 소득이 없는 경우가 절반이 넘어
생활에 어려움이 있음이 예상되었다.
- 물류 노동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이지만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노동은 저평
가되고 있고 그 결과 저임금상태의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이나 시간 외 노동, 혹은 겸
업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l 일터 l ․ 11
3)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
- 1일 평균 노동시간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을 제외한 평일 노동시간을 분석한 것으로 비
수기, 폭주기, 특별기에 따라 각각 8.1시간, 9.3시간, 9.9시간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소통 시기별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
4) 생활의 만족도
- ‘매우(항상) 만족한다’ 와 ‘대부분 만족한다’ 는 응답을 묶어 살펴보면 ‘집안일(가사 및 육
아)과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3.1%,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에 만족한다’ 는 응답은
48.9%, ‘경제적으로 만족한다’ 는 응답은 29.4%였다.

○ 건강 실태
1) 근골격계 질환
- NIOSH(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근골격계 질환 증상 기준에 해당하는 6개의 부위 중 하
나라도 해당되는 ‘증상 호소자’ 가 81.2%, 기준 2에 해당하는 ‘관리대상자’ 는 76.5%, 기준 3
에 해당하는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 는 45.9%에 달하였다. 즉각적인 의학적
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인 기준 3에 해당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 우편지부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모든 신체 부위가 아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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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다. 그중 특히 ‘어깨’, ‘손/손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증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비교적 허리에 부담이 많은 직종으로 알려진 지하철 차량정비 노동
자들보다 허리 부위 증상 호소율만 약간 낮을 뿐 다른 모든 신체 부위의 유병률은 다 높게
나타났다.

2) 수면 건강
- 수면의 질(PSQI) 점수 전체 평균값은 7.2로 분석되었고, 응답자 중 79.2%가 5점 이상으
로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다.
- 수면을 위해 잠자리에 든 이후 실제 수면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소요 시간은 주간 근무자
와 야간 근무자 각각 23.0분, 29.3분으로 야간 근무자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평균 수
면시간도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 각각 5.8시간, 5.1시간으로 야간 근무자의 수면시간이 0.7
시간(40여 분) 짧았다. 주관적인 수면의 질도 ‘대체로 나쁘다+아주 나쁘다’ 정도가 야간 근무
자에서 46.2%로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주관적 노동강도를 나타내는 보그점수가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보그점수가 ‘약함~중간(6~12)’에 비해 ‘힘듦(13~15)’일 경우 ‘수면
의 질’ 점수가 7.3 이상일 위험도가 5.1배, ‘매우 힘듦(16~20)’은 10.8배 그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3) 청력 건강
- 우편지부 노동자 중 10.5%가 청력 장애를 의심할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남성보다
여성노동자에게서 그 비율이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4) 정신 건강
- 평소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 정도가 ‘대단히 많이 느낀다 + 많이 느끼는 편이다’인 비율이
44.3%에 달했다. 우울감 경험률에 해당하는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
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경험’도 17.2%나 있는 것을 조사되었다. 자살
생각률에 해당하는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경험’은 9.4%, ‘최근 1년 동안 정신
적인 문제 때문에 방문,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담을 받아 본 경험’도 4.6%나 있었다.

5) 의사로부터 진단 받은 질병
-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 질병은 알레르기 비염(14.1%)이었다. 심층면접에서도 집중국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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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들이 추위와 미세먼지로 상시적인 알레르기 비염에 노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비염은 여
성노동자에게 더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가, 부서별로는 소형계와 특수계에서 유병률이 가
장 높았다.
- 또한 골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유병률도 40~50대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
났다.

그림 1. 우편 노동자가 앓고 있는 질병 유병률
6)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
- 지난 1년간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39.5%였다. 사
고나 질병의 종류로는 부딪힘이 50.0%로 가장 많았고, 근골격계 질환이 17.8%로 그 뒤를 이
었다.
-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할 정도의 사고/질병 횟수는 평균 2.4회이었고, 2회 이상이
40%를 넘었다.
- 일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나 질병이 빈번하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할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한 처리 방법은 자비 치료부담이 62.1%로 가장 많았다.

○ 노동조건과 개선 사항
1) 업무가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보그점수) 및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요구
- 보그점수 전체 평균은 12.6점으로 ‘힘듦’ 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13점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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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 혹은 ‘매우 힘듦’에 해당하는 경우는 38.8%에 달했다.
- 설문 참여자들은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7.1%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인원충원의 경우 현재 부서 인원을 100으로 볼 때 124%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응답
했다.

표 2. 설문 참여자의 적정 업무량, 인원 충원의 요구
2)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
-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임금인상’을 48.0%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비정규
직 차별문제(19.7%), 고용안정(13.2%), 작업환경개선(9.2%), 인력충원(7.9%) 순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3. 제언
1)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야간노동의 악순환
(1)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의 78%, 가구 총임금이 표준생계비의 55.8%에 불과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대부분 무기 계약직이지만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으
며, 같은 사업에서 비슷한 일을 하거나 더 쉬운 일을 하는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과 비교해도 78% 정도의 임금만 받고 있는 것으로 분
석되었다.
- 우편지부 노동자의 가구원 소득 총액은 표준생계비 대비 55.8%에 불과하므로 우편지부
노동자가 보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임금의 2배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

(2) 저임금 때문에 2급 발암요인인 야간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현실
- 2007년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였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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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야간 교대노동으로 유방암이 증가하는데, 덴마크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1일 야간근무를 했던 항공승무원 여성노동자의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판례를 내리기
도 하였다.
- 또한 심야노동은 뇌심혈관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당뇨병을 일으키며, 독일 수면의학협의
회 발표에 따르면 교대 노동자가 비교대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3년이나 짧다고 보고하고
있다.
- 따라서 업무 조절을 통해 심야 업무를 최소화하여 심야 노동자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
을 해야 한다. 불가피한 심야노동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시간과 장소를 제공
해야 한다. 또한, 우편지부 노동자들에게 1순위 개선 사항이었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강
요된 야간노동을 멈출 수 있다.

(3)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 원칙을 지켜라
- 기획재정부는 2013년 10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해당 기관의 정
규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 적용’, ‘복리후생 등 처우 측면에서도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
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95개 공공기관에 전달했
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극심한 저임금 문제와 그로 인한 낮은 생활 만족도와 야간노동 선
호 경향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편집중국은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즉각 행하여야 한다.

2) 적은 인력으로 짧은 시간동안 녹초를 만드는 노동강도 문제
(1) 높은 노동강도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과 수면장애
- 보그점수(주관적 노동강도)가 높을수록 근골격계 질환과 수면장애의 발생 위험도가 급격
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시기별로 노동시간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이고, 폭주기나
특별기에는 표면적으로 늘어난 노동시간보다도 내부적으로 늘어나는 노동강도가 큰 부담인 것
으로 나타났다.

(2) 즉각적인 인력충원과 임금인상 필요
- 이런 부담은 우편지부 노동자들이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7.1% 정도가 적절한 수준
이고, 인원은 124%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답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따라서 우편집중국은 이번 설문 결과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인력충원과 노동강도를 낮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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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임금인상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3) 빈발하는 사고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 근본적 대책이 필요
(1) 빈발하는 사고와 질병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39.5%에서 업무 수행 중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팔레트에 부딪혀서 인대가 파열되거나, 손가락과 발가락 골절을 입고, 심지어 치아가 부
서지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바쁜 소통 기간에는 집중국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정규
직이 운전하는 2~3개씩 팔레트를 옮기는 카트는 더욱 위험천만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정
노조는 안전보건공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노동재해예방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노동
자 개인에게 안전만을 강요하는 내용 일색이다.

(2)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미세먼지가 온종일 발생하고, 계절에 따라 극심한 추위와 더위에 고
스란히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추위와 미세먼지로 상시적인 알레르기 비염에 노출
되어 있었다. 또한, 소음 작업장의 특성으로 청력 건강도 우려할 만한 수준의 노동자들이 다
수 확인되었다.

(3) 온몸이 골병, 안 아픈 곳이 없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몸 전체에 골병이 들어 모든 신체부위가 아픈 것으로 드러났다. 신
체 부위별로는 ‘어깨’, ‘손/손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특히 심했다.
- 따라서 업무강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과 부서별로 체계적인 전환배치 시스템을 갖추어
같은 부위가 계속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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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녕하기 위하여,
공공성을 지키자
한노보연 최민

2013년 12월, 한국 사회에 말 그대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고백과 선언이 선동으로 이어졌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모두 아프다면 이제 아프지 말고 살아보자는
제안이었고, 이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며 참으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격이었다.
안녕들 하시냐는 대자보의 ‘배후’에는 철도 파업이 있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시
작될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정권은 초강수의 탄압으로
일관했다.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위
해제되자, 이 현실을 보고도 정말 안녕들 하시느냐고, 안녕하지 않다면 안녕하지 않다고 소리
쳐보자는 대자보가 붙은 것이었다. 철도노조는 22일이라는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우며 싸웠고,
시민들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했다. ‘불편해도 괜찮다’는 연대의 정신과 민영화를 막자
는 투쟁의 기운이 2013년 12월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우리 모두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간접적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민영화는 건강을 해친다.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영
리화 뿐이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구소련 지역의 평균 수명이 크게 단축되었다. 사회주의 경제의 때를 벗기
위한 신속한 개혁, 대규모 민영화란 실은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폐지, 사회 복지의 축소, 일자
리 감소의 다른 말이었다. 이는 불평등 증가와 자원의 불균등하고 비효율적인 분배, 스트레스
와 절망감 팽배와 같은 말이었다. 이 때문에 주로 자살, 알코올 관련 사망,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고, 한창 활동할 나이의 젊은 세대의 수명이 크게 단
축되었다. 대규모 사유화는 러시아에서 남성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5명 증가하게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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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은 21명, 술과 관련된 사망은 41명이나 증가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대규모 민영화는 기대수명을 2년이나 낮추는 원인이 되었다.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를 쓴 보건학자 스터클러와 바수는 이런 사망률 증가가 사회주의
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혼란이 생겨 발생한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죽음
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노동조합의 반발과 성난 시위대의 압박으로 사유화를 지연시키고 자본
주의 이행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던 체코나 폴란드에서는 이런 사망률 증가, 수명 단축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주의니 소련이니, 너무 오래된 얘기라고? 스터클러와 바수는 2008년 미국 주택담보 대
출에서 비롯된 금융 위기 이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그리스의 사례를 든다. 2010년 IMF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조건’, 즉 국영 기업과 사
회기반 시설의 사유화, 사회보장 예산의 감축을 요구한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IMF의 지휘를 받는 긴축 정책이 시작되면서 그리스의 공중보건 체계는 무너지기 시
작했다. 국공립 병원의 인력을 감축하고 예산을 줄이면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은 더없이 낮아
졌다. 긴 대기시간을 견딜 수 없던 환자들에 의해 병원은 뇌물과 비리의 온상이 됐다. 20대
실업률이 40%까지 치솟으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증가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헤로인
중독자가 20% 증가했고, 주사를 사용하는 마약 사용자들 사이에서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불건강한 상태는 긴축과 대규모 사유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얘기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도 IMF의 긴축과 민영화 정책을 받아들였고 그
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민영화 타령을 듣고 있다. 그래서 구소련과 그리스 얘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KT 민영화 이후 과로사, 자살, 심장병으로 숱하게 잃게 된 목숨이 떠오르
는 것이다. 일터 지난 호에도 실렸지만, 민영화된 KT 및 협력사 직원 중 2006년부터 2012년까
지 총 245명이 사망했다. 2013년에는 22명이 사망했고 그중 8명이 자살이라고 한다.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민영화의 명분은, 한 해 수천 명씩 잘려나가는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극도로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겠다,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활동가들을 학대하겠다는 선언과 다르
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더 많은 사유화, 더 빠른 민영화는 우리
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안녕하기 위해 공공성을 지키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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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한노보연 이영일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미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20년 전에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말이 지금에는 더욱 실감 나게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
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나 신문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
넷을 이용하면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사실 이 말을 쉽게 할 수도 없는 것
이 중소 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중에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
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건강에 대한 정보나 메시지 또한 엄청난데, 그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건강정보이해능력’이라
는 평가 도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는 것은 건강에 대한 매체 광고, 올바른 약 복
용법, 건강검진 결과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당사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제작자, 검진 결과지를 발송하는 의료기
관들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것이다. 노동
자들은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건강검진을 1년 혹은 2년에 한 번은 받을 것이다. 일반검
진의 경우 기본적인 신체측정치 이외에도 혈압, 혈당 측정 및 간기능, 콩팥기능, 고지혈증 검
사가 포함되어 있다. 개별적인 검사들의 결과통보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듯하지만, 막상
결과지를 받아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검진결과 통보서에는 참고치가 정상 A와 정상 B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외래나 사업장 출장 검진에서 진료를 볼 때면 자신이 진료 받은 결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검진 결과표를 직접 들고 와서 설명을 요구하는 분들을 보면 A, B, C, D
로 나뉘는 코드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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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의 이해에 관한 문제 외에도 질병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
문에 관리가 중요한데, 다수의 노동자는 고지혈증을 단순히 ‘살이 쪘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
우가 대다수이다.

특수검진의 경우도 일반검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음, 유기용제, 산화철 같은 분진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특수검진을 받게 되는데, 해당하는 검진의 항목에 대한 이해
가 부족하다. 흔한 유해인자인 소음의 경우를 보면, 청력이 떨어져서 계속 2차 검사를 받으면
서도 귀마개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소음 노출 작업으로 생기는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인데, 많은 노동자가 청력이 떨어지면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경
우가 많으며, 귀마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일부러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기용제의 경우 표지자 검사는 주로 소변검사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사 결과를 노동자들이 유심히 살펴볼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1년에 한 번꼴로 시행하는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만의 잘못일까?
노동자들의 무관심은 어떠한 것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보건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잘 챙겨줄 수 없는 현재 한국의 보건관리시스템
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상시 보건관리자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되어야 한다. 보건관리자 또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2차 검진 대상자들의 경우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더욱
자세하게 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인 검진이 아니라 유해물질 취급 노
동자들에게는 유해물질의 위해성, 검사항목의 의미와 결과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할 필요가 있
다. 예를 들어 소음의 경우 청력 2차 검진(오디오그램) 결과를 보여주면서 간략하게나마 검사
결과와 검사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귀마개 착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데에 충
분한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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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범위가 확대된다. 봉제의복 제조업, 가발 제조업, 폐기
물 처리 관련업, 수리업 등 8개 항목은 종사하는 노동자수와 상관없이 업종 자체만으로 안전
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생겼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5명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안전보건교육제도 등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도록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조금이
나마 안전보건관리의 틀 안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안
전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보건교육의 확대적용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나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자들의 건강 검진은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병의 위험도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개인 건강관리 행태의 근본적
인 변화가 중요한데, 바로 이것이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영세 사업장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건관리제도가 정착해야 할 것이며,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 보건관리자의 책임 있
는 관리 등이 뒷받침된다면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평소의
건강관리 행태 또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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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일터
무엇을 선택하는 게 옳은가?!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를 보고

한노보연 최민

‘약속의 땅’은 어떤 땅일까? 수십 년 전 한국이라면, 강남이 ‘약속의 땅’ 아니었을까? 영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에서 협상무패 기록을 가진 최연소 부사장 스티브가 동
료 수와 함께 셰일가스1) 매장 지역인 깡촌 맥킨리에 파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분이 겨우
돼지와 거위를 기르는 땅, 일 년 내내 고생해도 빚이나 늘지 않으면 다행인 이 땅이, 바로 약속
의 땅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스티브가 그동안 지역 주민과의 협상에서 매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골사람 옷차림 흉
내, 농촌식 농담 흉내 등 그의 수완이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가 진심으로 협상에 나섰기 때
문이었다. 사실 스티브 본인도 가난하고 전망 없는 촌구석 출신이었다. 그의 고향에는 식료품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은 농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공장에서 부업을 하며 생활을 유
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이 문을 닫자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급격히 궁핍해진다. 스티브를
포함한 젊은이들은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 곳을 탈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 이
런 경험을 한 스티브는 ‘진심으로’ 농촌으로 머물면 발전도, 미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
신의 회사가 제공하는 기회가, 마을을 발전시키고 전망을 찾을 수 있는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스 개발이 얼마나 큰돈이 될지 잘 모르는 땅 주인들에게 협상 가격을 후려치
지만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의 이런 진심과 달리, 셰일가스 개발과정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환경과 마을을
망가뜨렸고, 주민들의 생활도 완전히 파괴했다. 심지어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
개하지 않는다는 땅 임대계약서를 빌미로 진실을 숨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진실에
대해서는 엄청난 비용의 소송으로 시간을 끌며 은폐한다. 가스 개발 과정에서 땅과 물이 파괴
되더라도 싼값에 땅을 임대한 회사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채 마을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다. 그
러나 그렇게 들쑤셔놓은 땅은 다시는 무언가를 키울 수 없는 땅이 되고, 개발 과정에서 마을
1) 오랜 세월동안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탄화수소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가스, [네이버
지식백과] 셰일가스 [shale gas]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l 일터 l ․ 23
공동체는 파괴된다. 게다가 이런 협상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치밀한 사기극까지 벌
이는 기업에 자신이 놀아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스티브가 주민총회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회
사를 떠나는(해고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영화 초반 스티브와 수가 마을 사람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수는 싱글맘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해, 시골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를 공략한다. 당신의 아이가 대학을 갈 확
률은 매우 낮고, 그 아이는 십중팔구 이 동네에 남아서 육체노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육체노동
을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아이는 계속 가난할 것이다. 아이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가? 사실 너무 솔직하고 진실에 가까운 수의 얘기에 젊은 여성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임대
계약서에 서명한다. 그 젊은 여성이 임대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잘못일까? 환경이 파괴될 수도
있지만, 가스가 채굴된다면 그녀의 삶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무언가를 보살피는 일(영화 속
에서 농장 생활에 긍정적인 사람이 농장일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하는 명분으로 그녀의 가난하
고 희망 없는 생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가난한 그 동네 사람들에게 제시된 너무 좁은 선택
지, 그 기반 위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그들은 장기적인 안목 대신 눈앞의 이익을 쫓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스티브는 양심선언을 하고 회사를 떠나지만,
동료 수는 회사에 남기를 선택한다. 회사의 사
기극을 스티브와 함께 알고 큰 충격을 받지만,
수는 양심선언도 회사를 떠나지도 못한다. 영화
에서 몇 차례 스티브는 자신을 경계하는 주민
들에게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한
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에 어려운 선택을 하
여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새 삶을 시작한
다. 그러나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수도 ‘나쁜’ 사
람은 아니다. 싱글맘인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아들이 있고, 스티브와 달리 나이든 수는 회사
를 박차고 나가 세상에서 얻을 기회가 적다. 그
래서 그녀의 선택이 용감하거나 정의롭지 않지
만, 우리 대부분이 이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그녀를 비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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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편치 않았고, 주인공에게만 감정 이입을 할 수도 없었다.
다만 우리를 답답하게 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틀을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촌부에게 가난한 현재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지만 풍족할 수 있는 미래 중 하나를 고르라
는 틀, 자신을 기만하는 회사에 빌붙어 사는 굴욕적인 삶과 가난하여 절망적인 싱글맘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틀. 그래서 용감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이 틀을 무너뜨리기
위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을 걸고 있는 나의 동지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일터

l 일터 l ․ 25
지난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노보연 송년회에서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앙케이트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세계적 기업’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와 공공의
료에서의 안전보건 뉴스가 눈에 띕니다. 올 한해,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동안전보건뉴
스를 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한노보연 선전위원회

1위. 제주의료원 간호사 집단 유산 해결 나서 “임신·출산의 자기결정권 보장하라”
‘병원 사업장 여성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3년
4월 29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아
이를 유산하고, 4명은 선천성 심장 질환아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율이 제주 지역의 평균 유산율보다 19%가 높은데 주야 교대제, 하루 평
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X레이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
데히드 등 생식독성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병원이 제주의료원
의 적자를 이유로 환자 내원
이 힘든 한라산 초입으로 병
원을 옮기고 노동자의 임금을
체납하여

간호사

이직률이

30%가 넘어 남아있는 간호사
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
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근로
복지공단은 제주의료원 간호
<사진출처: 뉴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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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의 2012년 12월 산재신
청 (선천성 심장 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4명)에 대해 재해가 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자
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재가 아니라고 반려했으며,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이를 유산한
간호사 4명의 아픔을 들쑤시기도 했다.

공동 2위. 고 황선웅 기관사 산재 인정
생전 정신 질환 판정을 받지 않았
더라도, 지하철 기관사가 업무상 스
트레스로 인해 자살했을 경우 산업재
해로 인정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판
정이 나왔다. 지난 2013년 1월 19일
공황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스스
로 목숨을 끊은 고(故) 황선웅 기관
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를 인정했다. 16년 경력의 서울도시
철도공사 소속 고 황선웅 기관사는

<사진출처 : 매일노동뉴스>

2012년 9월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를 당했다. 이후 황 기관사의 사고 사례는 교육 자료
로 작성돼 동료 기관사들에게 반복적으로 전파됐다. 황 기관사는 사고가 난 지 약 4개월
후, 출근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동료들은 황 기관사가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
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황 기관사 사례가 '기관사 잘못
'의 대표 사례처럼 반복적으로 교육된 부분이 황 기관사에게 정신적인 불안감을 가중시켰
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이번 산재 판정과 관련해 노무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는 황 기관사 사례는 사전
에 정신 질환 확진을 받지 않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지하철 기관사의
근무 환경 및 통제적 조직 문화가 정신적 스트레스 및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 가지
의 큰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2위. 진주의료원 폐업
경상남도가 지난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진주
의료원이 매년 40~60억 원의 손실로 인해 3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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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견
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사
실과 달랐다. 2011년 말 진주의
료원의 부채비율은 63.9%로 300
억 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의 자
산 규모를 감안하면 과도한 규모
가 아니다. 또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로 타 병원
<사진출처 : 프레시안>

보다 과도하게 높은 것이 경영

악화의 가장 핵심적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은 6년째 임금을 동결해
왔고 7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폐업 방침 발표 후 진주의료원 지키기에 나선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는
철탑 고공농성과 도의회 점거, 폐업 철회 주민투표 추진 등의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보
건복지부 지자체의 일방적인 지방의료원 폐업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주의료원은 지난 5월 29일 폐업했으며 6월 11일 진주의료
원 폐업을 위한 경상남도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 뒤이은 7월 1일 공표 과정에서
홍준표 도지사는 이른 시일 내에 청산절차를 마무리와 진주의료원 건물을 매각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를 위해 박성용 진주의료원 지부장이 창원 경남
도청 앞에서 1월 18일 현재 130일째 도청 정문 앞에 자리를 깔고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 및 재개원 투쟁을 벌인지 326일째, 조합원들은 지난 14일 도의회 앞에
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완강한 투쟁을 진행하
고 있다.

공동 2위.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지난 2013년 1월 27일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11라인 (반도체 칩 생산설비) 중앙화학물
질공급장치(CCSS) 배관 교체작업 중 불화수소희석액(불산)을 공급하는 관 아래쪽 밸브가
녹아내리며 약 10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
간 협력업체 에스티아이(STI) 서비스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삼성은 사고를
감추려고 사건 발생 16시간이 지나도록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를 지체했다. 사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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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을 비롯한 인권·노동·
환경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
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은
폐 규탄 진상규명 및 대책수립 촉
구를 위한 대책위’를 구성했다.
사고 후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
감독 결과 삼성전자 1,934건, 협력
업체 7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위반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항 가운데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했으나 검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143건에 대해서는 2억 4938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지난 5월 2일 또 한 번의 불산 누출 사고로 이어졌다.

공동 2위. 백혈병 걸린 반도체 노동자, 첫 산재 인정 결정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처음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1973년에 태어난 고
김진기 씨는 1997년 LG반도체 청주사업장에 입사해
클린룸 4·5·6라인에서 임플란트 (이온 주입) 공정
예방정비(PM) 업무를 담당했다. LG반도체는 2001년
현대반도체와 합병해 하이닉스 반도체가 됐고, 2004
년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분리되면
서 김 씨의 소속은 다시 매그나칩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소속이 3차례 바뀌었지만 같은 공장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했다. 하루 8~12시간 주·야간 반
복 교대근무와 연장·휴일 근무에 시달려오던 김
씨는 2008년 5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
고, 2010년 5월 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발병 이듬해 숨졌다.

<사진출처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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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반올림은 김씨가 30대에 발병하기 매우 어려운 만성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고,
담당했던 주치의는 ‘약 15년 동안 X-선과 관련된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한 점으로 봤을
때 병과 직업적 노출의 상관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유족과 반올
림이 제출한 김 씨의 최종 의견진술서에 따르면 김 씨가 일했던 임플란트 공정의 이온
주입 장치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X-선(전리방사선)이 발생한다. 또 김 씨와 같
은 정비 작업자들이 임플란트 장비 내부에 들어가 일할 때 방사선과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유족과 반올림은 의견서에서 클린룸에서 일하면서 저농도의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업무 중에 방독마스크
나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보호구 등을 착용한 적이 없었다. 김 씨의 동료들도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오거나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의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 결정은 반도체 공정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로서는 처음이어서 현재까지도 산재 인정 여부를 놓고 싸우고 있는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주목된다.

6위. 삼성 백혈병 6년, 삼성-반올림 첫 공식대화 열리나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 만에, 삼성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화를 제안했
다. 삼성전자는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
며 공식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반올림은 2013년 1월 22일 강남역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고 황유미의 죽음부터
160여 명의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책임자인 삼성의 대화 제의를 공식
적으로 받아들여 실무협상단을 구성
해 협상에 나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삼성 측의 대화 제의는 삼성
백혈병 최초 제보자인 황상기 씨(고
황유미 부친)와 반올림이 삼성 백혈
병 싸움을 진행한 지 6년 만에 이뤄
<사진출처 :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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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며 “삼성은 유미의 죽음이 개인
적인 질병 때문이라고 몰아붙였고, 너무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6년간 싸워왔다”
“긴 시간 싸움을 진행하며 많은 여론과 국민들이 삼성을 질타해주셨기 때문에 삼성이 드
디어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8개월간의 실무협상을 마치고 12월18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첫 번째 본 교
섭이 열렸으나, 교섭을 시작하자마자 삼성전자 측은 ‘반올림’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협상을 사실상 파행으로 몰아갔다. 교섭단 구성과 관련해서 사전에 실무협의를
통해 양측이 합의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 모든 과정을 원점으로 돌리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하루 빨리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본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

7위. 현대·기아차 46년 만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2013년 현대·기아차 국내 모든 공장이 3월 4일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했다. 40
년 넘게 밤샘노동과 최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됐던 국내 자동차공장과 노동자들, 울산·전
주·아산·화성 등 주변 지역의 삶·문화 등에 전반적인 변화가 생겼다. 노동시간의 경
우 1인당 10시간에서 8시간 30분으로 단축되고, 연간 근로시간 (근무 일수 230일 기준)
으로 따지면, 개인당 평균 236시간이 줄었다. 오후 3시 30분 작업을 시작하는 근무조는
이튿날 오전 1시 30분에 잔업까지 끝나, 밤샘노동에서 벗어났다. 자동차업종은 한국의 대
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 연평균 2,193
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많았다.
한편 주간연속2교대제로 노동시간이 줄면서 생기는 생산량 감소와 임금 축소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
기로 했다. 현대차 노
조는 울산·아산공장
의 시간당 생산속도
(UPH)를

30대(402대

→432대)

끌어올리는

등 노동 강도를 높이
는 데 합의했다. 대신

<사진출처 :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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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회사는 현재 시급제인 생산직 임금을 월급제로 전환해 기존과 같은 임금을 보장하기
로 했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하면서 이전 근무형태와 같은 생
산능력 및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 손실 등에 있
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과,
이에 따른 임금삭감이 이후 부품사 등의 주간연속2교대 실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임금문
제 등 제반 사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규직에 비해, 노동강도 강화에도 직
격탄을 맞고 있어 후속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8위. 아모텍 노동자 산재인정
2013년 3월 핸드폰 부품 회사 아모텍에서 2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1월에도 뇌경색으로 한 명의 노동자가 쓰려졌다. 아모텍은 삼성 스
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안테나 등을 만드는 1,00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4조 3교대로
24시간 가동되며, 삼성전자 등 원청의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휴일 없이 일했다. 사망자 중 고 임승현씨는 31살의 나이에 결혼을 앞두고 결
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단 하루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매일 12시간 30
분씩 일했다. 또 다른 망인인 고 권태영씨는 커먼모드필터(CMF 핸드폰 노이즈 방지 장
치)의 품질, 불량률 개선, 설비 개선 업무의 총 책임자였다. CMF는 아모텍을 2011년 적
자에서 2012년 1,800억 매
출,

170억

영업이익으로

돌아서게 한 주역이다. 한
편 아모텍은 2013년 영업
이익으로 250억 원을 추
정했는데, 이는 같은 장
비, 같은 인력으로 2년 만
에 영업이익이 11배나 증
가한 것이다. 고 권태영씨
는, 자신의 작은 실수로
<사진출처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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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전체에 엄청난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스마트폰 업종은 너무나 빨리 모델이 교체되고, 그때그때 기술개발과 마케팅, 물량생산
에 따라 큰 수익 변동이 발생한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 생산이 시작되면 단시간 내에 엄
청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으로 일해야 한다. 사건 이후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 등 시민단체들의 33일간 투쟁으로 전자산업 하청 노
동자들의 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한편, 회사로부터 노동환경조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9위. 현대제철 당진 공장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
2013년 5월 10일 오전 2시
25분경,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
내하청 노동자 5명이 지름 5m,
높이 8m의 전로 제강공장 내화
벽돌 설치 보수공사를 마무리
하고 임시발판을 제거하는 과
정에서

바닥으로부터

아르곤

가스에 노출돼 질식해 사망하
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보수작업은 평상시 3교대 근무

<사진출처 : 참세상>

와는 다르게 50명이 2개 조로 나뉘어 2교대로 24시간을 진행하는 죽음의 작업조로 불렸
다. 또한, 전로에 아르곤 가스 관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은 전로 보수작업이 모두 끝나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배관 하청업체인 ‘신화’는 보수작업이 진행 중인이던 9일에 아르곤
가스 배관을 연결했다. 이는 사실상 원청인 현대제철의 지시 없이 불가능한 작업이다.
한편 당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아르곤이란 유독가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고지 받은 적이 없었다. 또한 가스감지기나 산소마스크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사
고 이후 노동부의 특별 관리감독 결과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되었다.

10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
“숫자만 가지고는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사건이 안겨준 공포를 설명할 수 없

l 일터 l ․ 33
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
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에
있는 라나 플라자 빌딩이 무너
지면서 수백 명이 죽었고 수천
명이 다쳤다. 희생자 대부분은
이 건물에 입주한 의류공장 노
동자들이였다. 사고가 있기 전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겼을 때
입주해 있던 은행이나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의류
<사진출처 : 로이터통신>

공장 주인들과 건물 주인은 수

출 선적 날짜에 맞추기 위해 위험 정도가 과장됐다며 노동자들을 공장에 들여보냈다.
한편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 수출업협회(BGMEA)는 사고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와
손잡고 노동자 인권 및 안전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해있는 다국
적 의류 기업들은 하청공장의 노동조건을 개선에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협약에 동참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도 지난 사태의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노동
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공장 건물 전수조
사를 약속한 바 있지만,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의 무차별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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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열네 번째 이야기

층층이 쌓인 불안,
어떻게 무너뜨릴까
한노보연 흑무

들어보셨나요, 기간제 교사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원숙(가명, 35세) 씨를 만났다. 기간제 교사란 정교사가 병
가, 출산 등으로 휴직하거나 미발령된 경우 학교와 계약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말한다. 최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한 학교에서 최장 4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
교, 공립-사립을 가리지 않고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원숙 씨는 근 10년째 역사과
목 기간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교사는 총 30명으로 이 중 기
간제 교사는 8명쯤 된다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자리 찾기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이라. 얼마 전까지는 임금 차별이 있었어요. 성과급을
정교사만 지급했었는데 작년 여름쯤에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법
원 판결이 나와서 올해부터 성과급도 지급될 예정이거든요.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
면 ‘불안정함’이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1월이나 2월쯤 되면 그 해에 일
할 학교를 구해야 해요. 교육청 홈
페이지에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가
뜨는데요,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학
교들에 정신없이 이력서를 넣게 되
는 거죠.”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하는 것은 기
간제 근무 경력만 있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한 ‘불안정함’이 큰 문제일까 싶었다.
“아니죠, 말 그대로 매년 일자리를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l 일터 l ․ 35
찾아야 하는 거예요. 매년 살 길을 고민해야 하는 거죠. 이 나이에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
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싱글이라 그나마 나은 거예요. 자식이 있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이들은 더 숨이 막히겠죠. 만약 올해 일할 학교를 못 구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기간제 교사는 최대 1년 계약이지만 한 학교에 최장 4년까지 있을 수 있다. 원숙 씨는 한
학교에 2년 근무했던 적이 있다.
“1년이 끝났는데, 교감 선생님이 기다려보라고만 하시고 채용 확정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결국, 기간제 교사 이력서 넣을 때를 많이 놓쳐서 시간 강사라도 하려고 이
력서 넣었죠. 면접 보러 들어가는데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왔더라고요, 올해 1년 더
같이 해보자고요. 다행이기는 한데, 1~2월 내내 마음 졸였어요. 전화를 받고서는 자
괴감도 들더라고요.”
그녀는 기간제교사 초기에 50여 개 학교에 이력서를 넣은 적도 있다. 방문접수를 요구하
는 학교들도 있는데, 원숙 씨는 경기도 곳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넣었
다. 그런데 ‘방문접수’를 요청하는 학교는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 보면 기간제 교사 카페도 있고, 주변에 교사들도 많으니 알음알음
이야기를 듣게 돼요. 많은 사람이 지원하기 어려운 방문접수를 요구하는 건 보통 정
해진 사람이 있는 거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원서를 넣은
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저희 부장선생님이 제가 부럽다고 하시는 거예요. 왜냐고 물
었더니, ‘이 선생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잖아.'라고 하는 거 있죠, 하하, 이것 참.”
사립학교의 경우 기간제교사로 채용하여 정교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
사 수를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기간제 교사, 절대로 하지 마라
한 블로거가 ‘눈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
다’는 글2)의 제목이다. 블로거 ‘쌤’은 다양
한 이유를 들며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것
을 반대하고 있는데, 핵심은 ‘권리를 가지
지 못한 자’이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의 어려운 점이라. 아무
래도 힘든 일을 떠넘길 때죠. 예를 들
면 생활지도부나 수업계(수업을 짜고
조정하는 업무), 평가계(각종 시험 담당)
2) 원문 출처: http://blog.naver.com/akaim/10013370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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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무들인데 이런 업무들을 기간제 교사에게 떠넘길 때 힘들죠. 담임을 맡는 것
도 그래요. 저는 담임 맡는 것이 좋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담임을 맡기 싫어서 저에
게 떠넘기는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일이 너무 많아도, 기분이 나빠도 다음 해를
생각하면 해야죠. 그런데 이런 건 주로 사립에서 발생하는 일이에요. 공립은 업무 차
별의 거의 없어요.”
원숙 씨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휴직이 발
생해 들어간 자리였는데, 그 선생님 복직이 결정되면서 12월 마지막 주에 ‘12월까지만 나오
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아무리 기간제 교사라지만 이런 경우가 있나 싶어 노동부에 문의
도 해보았지만, ‘기간제 교사는 대체근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해
지에 해당하여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하니 그 뒤로 별말 못했지만, 황당하죠.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쉽지 않겠죠. 기간
제 교사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데 누구누구가 앞장서고 있더라, 이렇게 되면 그
선생님은 학교에 돌아가기 어려울 거예요.”

시간강사도 많아요
기간제 교사 채용에서 중요한 것은 경력이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없는 이들은 시간강사
를 통해 먼저 이력을 쌓게 된다.
“저도 시간강사를 했었어요, 초기에. 시간강사는 수업시수(실제 수업시간)가 정해져
있어요. 기간제 교사에 비하면 시간강사는 더 힘들어요.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쳐
주지도 않는데다, 설날이나 추석같이 빨간 날이 많
은 달에는 수업이 없으니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이
더 줄어들게 되죠. 월급도 매달 다르고 방학이 있
는 7~8월과 1~2월에는 수입이 없는 거죠. 제가 시
간강사를 할 당시만 해도 수업시수에 1만 3천 원
곱한 게 제 월급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올랐다고 하
더라고요.”
2012년 10월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강은희 의원 발표로
는 그 해 기간제 교사가 담당한 총 수업시수는 정규교
사 대비 10.4%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시간강사의 수업시수도 2008년 0.4%에서 올해 3.5%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의 수업 비
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조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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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
“시간강사 할 때는 수업에 맞추어서 학교에 출근하면 돼요. 그런데 한 번은 부장선
생님이 부르시더니 시간 맞춰서 왔다고 난리를 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질문하러 올 수도 있으니 일찍 일찍 학교에 나와 있으라는 거예요.”
2012년 기준(과학기술부) 기준 초·중·고교 정규교원 인원은 36만 7908명, 기간제 교사는
3만 9401명, 시간강사는 1만 4532명이다. 영어와 수학의 단계별 수업이 이루어지고, ‘집중이
수’라며 수업시수가 작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 과목을 한 한기에 3년 치를 가르치도록 하면서
시간강사 채용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영어교육 강화와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영어전문강사도 생
겼어요. 영어전문강사이니 학교 업무는 하지 않아요. 그런데 또 영어 관련 업무는 한
단 말이죠. 이게 경계가 모호한데, 영어전문강사는 교육청에서 뽑는데 정부정책이라
고 하니 뽑아서 일선에 막 배치하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업무분담을 어떻게 해야 하
는지 전달받은 것도 없고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데. 제가 아는 분은 정말 최악의 경
우지만, 책상도 없이 한 달을 지내셨어요.”

자꾸 뭐가 생겨요
“인턴교사라는 것도 있는데, 수업 보조 역할을 하세요. 수업도 따라들어가고요. 저
도 한 번도 뵌 적은 없는데 사실 학교에서는 업무분담도 제대로 준비 안 되어 있다
고 봐야죠. 자꾸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층이 점점 촘촘히 생기는 것 같아요.”
학교 안에는 층층이 다양한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교사,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영어전
문강사, 사서교사, 교무보조, 인턴교사... 이러다 보니 ‘철밥통만 틀어쥐고 편하게 살려는 교
사’라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일부 그런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기
업의 ‘비용’ 논리를 학교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며 정교사 채용보다는 ‘잠깐 빌려 쓰고 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정부가 아닐까?

원숙 씨와 나눈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는 그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기간제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가지
고 있고, 이와 같은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서 들을 만한 것이라 믿는다. 인터
넷만 검색해 봐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들, 더 나아가 시간강사, 인턴교사들의 현실
문제가 조금 더 세상으로 터져 나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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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 시도에 맞선
34일간의 여의도 천막 농성을 마무리하며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국민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사회 안전망의 이름
이다. 이 제도는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생계비만큼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노동능력․장애 유무나 나이와 상관없이 빈곤에 빠진 모든 국민에
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바로 국민기초생
활보장제도다.
문제는 이 아름다운 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117만 명이 가난
해도 수급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으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급
권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노동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지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는 14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반면, 사각지대는 410만 명이 넘는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들을 개정하고 기초
생활보장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다. 그러던 지난해, 폭탄 같은 괴물이 나타
났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을 없애려는 박근혜 정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화려한 복지공약들을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그중에는 ‘부양의무자기
준 완화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한 빈곤층 사각지대 축소’도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커 보였지만 여전히 정부는 아무런 법을 발의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최
저생계비를 해체하는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최
저생계비는 국가의 빈곤선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빈곤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저생계비를 해체한다는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민주적 근간, 사회적 합의를 해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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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급여를 모두 해체해 각 급여의 주무부처
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주거·의료·교육·장제·해산·자활 총 7
개의 급여로 구성되어 있다3). 정부의 계획은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로, 교육급여는 교육부로, 자
활급여는 아예 별도의 법을 마련해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 급여의
보장수준과 선정기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빈곤층의 삶을 일개 장관의 손에 줄 수 없는 이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분들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물어보면 ‘이마저 없었으면 어떻
게 살았을까, 참으로 고마운 것’, ‘하지만 더럽고 치사한 것’이라고 답한다. 수급자들에게 기초생활
보장제도란 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
자라는 시선, 부양의무자가 진짜로 없느냐, 일할 수 없느냐는 모욕적인 질문, 폐지라도 줍다 걸리
면 수급비가 깎인다는 불안감으로 살고 있다. 만약 이런 법이 갈가리 쪼개지고 해체된다면 그 폐
해는 일차적으로 빈곤층을 향할 것이다. 수급신청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고, 권리구제절차는 복
잡해질 것이다. 그나마 이들을 지탱해 온 ‘국민의 권리’라는 보루는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장관의
입놀림에 달라질 것이다.
지난 여름, 간질 질환을 앓고 있던 故박진영 씨는 의정부 시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
금공단에서 진행하는 장애등
급평가에 등급 외 판정을 받
고 장애등급을 박탈당한 그는
이에 따른 수급권 박탈에 대
해 염려하고 있었다. 그는 연
금공단과 동사무소, 시청을
오가며 권리구제를 요청했지
만, 누구도 이 문제를 책임지
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생계 위협은 오로지 故박진영
씨만의 일이었다. 어디서도
3) 모든 급여를 동시에 받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현금 급여인 생계․주거급
여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급여를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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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
는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유서는 “서류
만 보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
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번 개악안은 이
런 문제를 더욱 많이 발생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법안을 막기 위해 지난 11
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여의도 국
회의사당 앞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법안
을 발의한 유재중 의원실에 찾아가기도
하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국회의원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1인 시위, 촛불집회, 투쟁대회 등
을 진행하며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를 위해 힘을 모았다. 가난한 이들의 힘이 아직은 많이 약
한지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빈곤층 스스
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그 결과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안은
보건복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지난 국회가 마무리되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은 계속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IMF 이후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즉, 빈곤은 개
인의 게으름이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결과물이며, 이를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
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 이후 차츰차츰 역사를 되
돌리고만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기초생활수급권조차 받지 못해서, 수급권 박탈로, 수급비로는
살기가 힘들어서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사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이 완전
히 폐기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가난해도 비참하지 않을 권리, 복지 수급 좀 받는다고
주눅이 들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연대하자. 앞으로도 계속될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함
께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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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서약’은 맹세하고 약속한다는 의미이다. 당사자 간의 합의하에 맺어진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할 것을 확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문서화한 것이 서
약서이다. 서약서는 단순히 의지를 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무의 이행을 강제
하는 성격을 가진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준법서약서’를 보자. 준법서약서는 좌익수나 양심수들에게
가석방 결정의 전제조건으로 대한민국 체제와 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을 서약하도
록 한 것이다.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규칙' 14조2항에 「국가보안법위
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 결정 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
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준법서약제도는 1998년 김대
중 정부가 일제 때부터 내려오던 '사상전향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진
보 학계 및 일부 시민단체는 "준법서약서 제도는 사상전향제의 변형에 불과하다"
며 폐지를 요구해 왔다. 준법서약 강요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위배
된다는 주장이다. 또 1999년 3.1절 특사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준법서약서 작성을
거부한 미전향 장기수 등 17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내리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
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2002년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서와 관련된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이후로도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03년 7월 법
무부는 준법서약제를 폐지키로 의결하였다.
요즘 회사에서 ‘서약서’를 강요한다는 상담을 자주 접한다. 노동관계법령에는 노
동자의 권리와 의무,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
계약 및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왜 사용자들은 부가적으로 서약을 강
요하는 것일까? 종속을 강요하고, 강력한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상호간에 신뢰
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뢰라는 인식보다는 억압과 피억압을 통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의식마저 짓밟고자 하는 사용자의 오만함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최근 접한 용역회사의 서약서 주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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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제반 규칙을 준수하겠으며 만약 이를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
약합니다.”
“회사의 제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의 지휘, 명령에 절대 순응하며, 직원간 인화단결을
도모하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업무수행시 과실 및 부주의로 인하여 해사 행위를 하였을 때 전보 및 인사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퇴사시는 최소한 15일간의 예고사직을 하겠으며, 이를 준수치 않고 회사에 피해를
끼친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습니다(급여 지연지급 등 3개월 후). 단, 3개
월 이내에 퇴사할 경우 지급된 피복비를 공제하고, 입사 후 1주 이내 퇴사 시 급여를
청구하지 않겠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퇴직자 급여지급일 익월 25일).”
“안전수칙 불이행, 동료 근로자를 선동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범법행위를 자
행하였을 경우 해고 예고 없이 자동 사직하겠습니다.”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을 위반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담긴 문구가 수두룩하다.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인사재량권을 갖는다. 근로기준법에 위반
되거나 권리남용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무관
리, 인사관리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 권한을 갖지만 이러한 지휘명령은
기본적으로 ‘정당한 업무명령’이어야 하고, 위반한 노동자에게는 당연히 징계책임
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붉혀
가며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왜 일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귀책사유 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밑
도 끝도 없이 노동자에게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사전적, 포괄적으로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 노동자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
다. 오로지 ‘나만 따르라’, ‘사장님 왕국’을 위한 충성맹세를 위한 것으로, 사업장에
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마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충성맹세는 당당히 거부하여야 한다. 법률상 근로계약서에 작성해야 하
는 기본적인 사항이 있고, 서면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 사
이에 권리, 의무관계가 발생하면 그만인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줄곧 이미 폐지된
사상전향제, 준법서약서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일터

l 일터 l ․ 43
두원정공 프로젝트를 마치며
한노보연 김보성

시간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사람이 만든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시
간을 만들고 시간은 사람을 만든다.
대학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한 친구는 졸업 후 이랜드 디자이너가 되었다.
유쾌하고 낙천적이었던 친구는 이랜드 후아유 남성복 디자인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입사 후 반쪽이 된 얼굴을 하고 연말모임에나 띄엄띄엄 얼굴을 내밀곤
했다. 지독하게 일이 많고 바쁘다고 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창의성은 그
다지 허용하지 않으면서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박봉에 긴 시간의 노동을 정
당화하는 웃기는 직업이란 얘길 했다. 넌 왜 이렇게 얼굴을 보기 힘드냐며
친구들이 그리웠던 마음에 타박을 하면, 마른 얼굴로 매일 야근에 주말 근무
로 죽을 만큼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
‘죽을 만큼’ 힘들다던 친구가, 어느 날 정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흰
피부에 말투랑 몸짓까지, 친구랑 똑같이 닮은 모습을 한 친구의 여동생이 찾
아와서 전했다. 몇 달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던 감기가, 감기가 아니라 암이
었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상사 눈치에 병원에 찾아갈 엄
두도 못 냈던 친구는, 죽기 3개월 직전 찾은 큰 병원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정확한 진단명을 찾아내기도 전에 죽어버렸다고 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노
동시간 시스템으로 인
해 사람이 혹사당하고
스스로를 돌볼 틈조차
얻지 못한 채 죽어가기
도 하지만, 그 노동시간
을 바꿔내 삶을 되찾는
것도 사람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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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센터 프로젝트를 하면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
금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실제로 일궈낸 두원정공 노동자들을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똘똘 뭉쳐 전개한 투쟁으로 원칙에 입각한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 철폐를 이뤄낸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삶의 ‘여유’를 되찾은 것
이 교대제 변경 후 경험한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개인의 조건과 선택에 따라 상이했지만, ‘여유’가
노동자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성하게 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여유’
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 가족, 꿈, 재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돌보고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을 얼마 더 준다고 해도 예전으로 돌아가
고 싶지는 않다는 몇몇 노동자들의 말은, 새로운 삶을 통해 발견하고 경험한
발견한 가치들에 대한 강한 애착과 만족을 드러내준다.
새삼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여유’는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시간길이와 리듬의 포박으로부
터 풀려나 스스로의 몸과 정신, 사회적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조건
을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돌아봄의 경험, 성찰의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대안적인 가치를 만들고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여유’를 없애는 것도,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간
을 둘러싼 투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작업장에서도, 작업장을 넘어서
도 그렇다.
만약 이랜드에서 두원정공과 같이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졌다면, 하다못
해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라도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친구는
긴긴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두원정공에서 주간연
속2교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루
8시간 노동에 잔업에 특근에 일주일 단위로 맞바뀌는 심야노동에, 지치고 피
곤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즐거움과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기 위한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시간을 둘러싼 투쟁’은 장시간 노동으
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말 그대로 삶을 위한 투쟁이다. 그리고 또
제대로 된 삶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터

l 일터 l ․ 45
[성명]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박근혜 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철도사유화를 막는 투쟁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한 싸움이다!
12월 22일 일요일, 언론사 건물에 입주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경찰 수천 명이
침탈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는 듯한 아찔한 기시감을
느끼며 박근혜 정부 1년과, 민영화를 막으려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돌아보았습니다.
정부와 경찰의 폭력은 평범한 시민들의 짧은 휴식조차 깨뜨리고, 불안과 갈등을 증
폭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 어느 정권보다 ‘안전’을 강조하며 출범했습니
다. 재난, 재해예방과 체계적 관리,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조성, 통합과 화합의 공동
체 구현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5대 국정목표의 하나인 ‘안전과 통합의 사
회’ 안에 제시했던 목표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안전’은, 파업 중인 노조 지도부를 잡기 위해서라면 해머로 언론사 건
물의 현관유리문을 부수어도 되는 안전이고,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체포영장 하나로
건물의 1층부터 옥상까지 기물을 파손하며 폭력과 공포를 휘둘러도 되는 안전인 것입
니까?

1. 자회사 분할이 사기업에게 팔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라면 왜 밀어붙이는 것입
니까.
알짜배기 철도노선을 분할한 다음에 기업에 팔면서 사유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것
을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로 아니라고 하는 것을 한 올의 진정성
이라도 있다고 믿기 힘듭니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이후, 대형사고가 이어져 철도 재국유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05년 4월 일본의 서일본철도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107명 사망)
도 민영화로 인한 폐해로 드러났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철도노선을 사들인 민간 기
업이 운영적자를 우려하여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요금인상을 요구하며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난 이

후 재국유화를 하자는 여론이 끓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대구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 철도노조는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어 안전시스
템이 일치하지 않고, 과도한 인력감축, 구조조정’ 이 사고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철도 사유화 이후 철도노동자 수는 1992년 15만 9000명에서 1997년 9만 8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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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으로 줄었습니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이윤’과 비용절감을 내세운 결과입니다. 현장의 노동자가 줄고,
증가된 노동강도는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또한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처럼, 일본처럼, 아르헨티나처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민간기업의 힘에 굴복하여 교통정책의 공공성을 잃을 것이 걱정됩니다. 여객수
송 분담률이 25%를 넘고, 연간 10억 명이 타며 하루 300만 명이 이용하는 한국철도에
대해서 군침 흘리지 않을 기업이 있겠습니까.

2. 철도사유화를 막고 공공성을 지켜서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언론사 건물, 노동운동의 상징도 침탈하는 정부가, 아무 근거도 없이 믿어만 달라고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노동자이며 시민이며 국민입니다. 국민을 적으로 돌리며 잡아가
는 정부를 무엇을 보고 믿을 수 있습니까?
국민의 안전이 사기업 이윤을 위해 무방비상태에 놓이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안전’
인 것입니다. 공공성은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은 채, 보편적 권리를 가진 개인들이
협력하여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도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맛 편한
대로 ‘법과 원칙’을 갖다 붙이며 공공성을 위한 노동자국민의 의견을 ‘연행’하고 ‘체포’
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더 큰 저항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 박근혜 정부는 경향신문사 건물과 민주노총 침탈에 대해 사과하라 !
▶ 박근혜 정부는 파업중인 철도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
▶ 박근혜 정부는 철도민영화 기도 중단하고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라 !
2013. 12. 23
노동자, 시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의료인·연구자 일동
구인호 김완업 김용복 김은미 김명희 김문겸 김병진 김병훈 김종대 김종하 김종석
공유정옥 곽경민 김동근 김보언 김석원 김재광 김세은 김재천 국승종 김상규 김승섭
김정곤 김경근 김정수 김형렬 김혜정 유성묵 윤종화 이경호 이재식 이정래 조용식 홍석완
최현귀 김철주 송미옥 문언우 박혜영 박병화 박수일 백한주 박엄선 박영일 박정호 배영희

l 일터 l ․ 47
백승호 서은실 서상희 성명애 소 은 손덕헌 손미아 송진우 송윤희 송홍종 이상윤 은상준
이호준 이서치경 양수호 오병창 윤종현 이광대 이민건 이상기 이은주 이인제 이형기
임영석 안재범 양민재 양선배 엄정흠 연 아 윤 영 윤성호 이경미 이기만 이도연 이동훈
이병근 이숙견 이영일 이의용 이종란 이지연 이진우 이태영 이태진 이혜은 이훈구 장영우
정경희 전수경 정상래 정재현 정하나 정호연 조성식 진형 주용수 최기용 황홍성 청이
최동주 최민 최종배 하해성 (개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산업보건연구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단체)

◁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
강권동 강정주 고지윤 권기한 김경민 김경희 김기헌 김동춘 김병철
김부욱 김선수 김설민 김송아 김수현 김정신 김정원 김중희 김진철
김태오 김형섭 김혜선 남원철 문제혁 방복현 배정란 변영철 변은영
복진수 삼식이 선종현 손근호 손석기 신용태 신유록 안성민 안태은
양화진 염경석 예병진 우지영 유상철 윤성용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 이영호 이윤덕희 이은주 이자호 이희영
임승용 임재우 장혜영 전형준 정규전 정병권 정성욱 정은주 정종혁 정현섭 조종완 진선우
최무덕 최영철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경훈 한규권 한윤종 한 진 함승호 홍정연 홍코알라
한노보연후원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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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2014 1 일터

  • 1.
    박근혜 정부 첫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노동안전보건 뉴스를 모으면서 마음이 참 먹먹해졌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죽고, 병 들고, 다치고 있었다. 올해 120년만의 '갑오년' 동학농민혁명 정신 되새기며 내년 표지 사진 엔 일터에서 웃고 있는 노동자를 담고 싶다. 일터
  • 2.
    26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뉴스 특집 지난 2013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노보연 송년회에서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앙케이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세계적 기업’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와 공공의료에서의 안전보건 뉴스가 눈에 띕니다. 올 한해,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동안전보건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03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영광 한빛원전 外 l 연아 07 지금 지역에서는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즉각 실시하라!!! 09 사진으로 보는 세상 어떤 신인배우의 수상소감 l 정하나 10 연구소 리포트 우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l 재현 18 칼럼 우리가 안녕하기 위하여, 공공성을 지키자 l 최민 20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노동자건강이야기 23 문화읽기 무엇을 선택하는게 옳은가!?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를 보고 l 최민 3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층층이 쌓인 불안, 어떻게 무너뜨릴까 l 흑무 39 현장의 목소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 시도에 맞선 34일간의 여의도 천막 농성을 마무리하며 l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두원정공 프로젝트를 마치며 l 김보성 46 성명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박근혜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철도사유화를 막는 투쟁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한 싸움이다! 48 2 ․ 뉴스 후원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권 120 2014.1 만난 아는 것이 힘이다?! l 이영일
  • 3.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을 규탄했다. 이날집회 참가자들은 이번 사고를 노동자 개 사고와 비리로 얼룩진 영광 한빛원전 인의 과실로 호도하는 한수원을 강도 높게 비판 했다. 한빛원전 참사 대책위는 “살인기업 한수원 은 산재 사망사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 벌하라”고 촉구했다. 한수원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도 전에 ‘문 씨가 안전관리 책임자의 지 시도 없이 김 씨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번 한빛원전 참사는 명백히 한수원 의 ‘기업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1차 사고 직후 먼저 신고를 접수하고 안전장비와 장치를 확인한 뒤 구조작업을 해야 했는데도, 신호수로 서 잠수경력이 전혀 없는 문 씨에게 안전화와 안 1월 5일 방수로 작업 중 하청노동자 2명 사망 전복을 그대로 착용한 채 산소 호스만 들고 구조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냉각수 배출구(방수로) 작업을 펼치게 했다고 폭로했다. 또 사고현장에 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한빛원전 협력업체 직원 2 안전담당자가 없었으며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 명이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 ‘안전수칙’, ‘안전지침’은 물론, 비상상황 ‘대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한빛원전 5호 응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 기 방수로게이트 개폐작동을 확인하는 작업에 투 다. 대책위는 한수원­한전KPS­하청업체로 이뤄 입됐다. 원전 방수로는 냉각수 온배수가 바다에 진 공사의 ‘불법다단계 하청구조’에 대해서도 비 배출되는 통로로 길이 1㎞, 폭 200∼300m에 이 판했다. 한수원의 이윤 논리가 노동자를 죽음으 르며 방수로게이트는 바닷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로 몰고 간 것이다. 막는 역할을 담당하며 수심은 10m 정도에 달한 다. 사고 당시 김 씨는 잠수 중이었으며 물 밖에 있던 문 씨가 김 씨의 산소마스크가 물 위로 떠 고무줄 노동, 홈플러스 노조 오르자 구조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갔다가 함께 “0.5시간 계약제 폐지” 요구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경력 없는 비정규직 구조작업 내몰아 서비스연맹·홈플러스 노조 등은 12월 26일 민주노총 전남본부 등 ‘한빛원전 참사 기업살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 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불법 다단계 하청근 스가 기형적 시간제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로 근절을 위한 대책위(한빛원전 참사 대책위)’는 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른바 ‘0.5시간 계약제’ 폐 9일 영광 한빛원전 정문 앞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l 일터 l ․ 3
  • 4.
    급여가 온전히 지급될경우 회사가 추가로 부담 하는 비용은 113억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홈 플러스 노동자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업무를 인수인계하느라 평균 20~30분 연장근로를 한다. 그러나 해당 시간은 근로계약에 반영돼 있지 않 다. 파업 돌입 직전 ‘점오계약제’ 점진적 폐지 합의 홈플러스 노조는 1월 8일 서울 역삼동 홈플러 스 본사 앞에서 조합원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 이들의 말로는 홈플러스는 대형 상점 업계에서 데 집회를 열고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노조는 8 유일하게 기간제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10분 시간 계약제 시행 및 0.5시간(30분)제 폐지, 여름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계산원을 제외한 홈 휴가 신설, 유니폼 상·하의 지급, 부서별 시급 플러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은 7.5시간이다. 차별 반대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홈플러스는 손님이 붐비는 시간별로 계산대를 홈플러스 노사는 이날 새벽 마라톤 교섭 끝에 다르게 연다. 계산원의 근로시간은 4시간 20분부 일명 ‘점오계약’으로 불리던 0.5시간 계약제를 단 터 7시간 30분까지 천차만별이다. 노조가 올해 7 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홈플러스 노사 월 조합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홈플러스 는 올해 3월 1일부터 10분 단위 계약제를 없애는 노동자들은 출근 전 업무준비시간 21분 42초, 퇴 등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 방안을 확정한 뒤 2016 근 후 마무리시간 18분 12초를 추가로 일하고 있 년 3월까지 0.5시간 계약제를 점차 폐지하고 계 었다. 회사는 오픈조(오전 7시~오후 3시30분)와 약 시간을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7.5 마감조(오후 3시 30분~자정)의 근무시간을 겹치 시간 계약직은 8시간으로, 4.5시간 계약직은 5시 지 않게 두고 있다. 간으로 각각 우선 조정한다. 2005년 홈플러스 울산점 계산원으로 입사한 박미선(가명) 씨는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동안 매 달 근무시간이 바뀌었다. 매출이 적은 달에는 4 시간 20분 일했고, 많은 날에는 7시간 30분 일했 철도에 이어 의료도 자회사 통한 다. 근무시간이 한 시간 줄어들 때마다 급여가 민영화 추진, 논란 가열 월 15만 원가량 감소했다. 근무시간에 따라 명절 상여금도 차이가 났다. 박 씨는 “같이 힘들게 고 생하면서 일했는데, 5.2시간 일하는 사람과 6.2시 간 일하는 사람이 상여금마저 다르다”고 비판했 다. 노조가 7.5시간 근로계약 노동자들의 시급 (5,6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하루 8시간의 4 ․ 통권 120 2014.1 정부가 의료기관의 영리활동을 확대하는 방안 을 추진한다. 부대사업과 해외 의료수출을 목적 으로 하는 자법인을 설립해 환자진료 외 사업으 로 수익을 창출할 길을 넓힌 것이다. 또 의료법 인간 합병을 허용하고 약국의 프랜차이즈화(법인
  • 5.
    개발 성과물 응용사업, 의료기관 임대와 의약품 개발, 여행업, 외국인환자유치업,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 등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시도지사 공 고였던 숙박업과 서점은 시행규칙 직접 허용으로 절차를 간소화한다. 온천·목욕장업과 체육시설, 여행업 등은 앞으로 의료관광호텔과 의료 해외진 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의료법인 간 합병과 약사면허자들을 대상으로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을 허용하는 방 안도 추진한다. 자법인의 형태로 상법상 회사를 허용하면, 자 약국)도 허용해 대형 업체의 세력 확장이 가속화 법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병 될 전망이다. 원의 자산을 빼서 수익이 나는 사업에 전력투구 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또 의료법인 정부,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발표 1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간 합병은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의료 질까 지 하락할 수 있다. 제4차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정부는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 100만인 서명운동 등 의료민영화 저지 목소리 높아져 하는 내용의 보건의료 서비스 방안을 추진하기로 이에 정부의 정책이 의료민영화라는 비판과 이 했다. 연구개발 활성화와 병원경영 효율화, 의료 를 저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협 관광 촉진 등을 위해 부대사업 종류를 확대하고 회가 총파업 선언을 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이를 실현할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의료 민영화저지와 무상의 다는 논리다. 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 자법인의 형태가 비영리법인뿐만 아니라 상법 는 1월 13일 오전 광화문에서 ‘박근혜 정부 의료 상 회사로 확대되어 투자와 사업의 범위가 넓어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졌다. 그동안 의료법인에 대한 자법인 설립은 불 개최했다. 허되고 진료 외 부대사업은 8개 분야로 제한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지난 12월 발표한 다. 정부는 최근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됐고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허용 학교법인인 대학병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 하고 약국마저 영리법인화 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돼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허용되고 있는 부대사업은 의료인 등 양 성·보수교육과 산후조리,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정부는 투자활 노인의료복지시설업, 성화 대책이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정 조사 연구, 장례식장, 의료기기, 구내식당·매점, 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이 이·미용업, 은행업, 시도지사 공고를 통한 숙박 미 민영화”라며 “이런 점에서 투자 활성화 대책 업, 서점 등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연구 은 자본으로 하여금 투자하게끔 하고 환자와 국 l 일터 l ․ 5
  • 6.
    민을 대상으로 무제한이익을 남기려는 것”이라 고 비난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전면적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동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해 국민과 함께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다. 그 시 작으로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을 선포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재앙을 초래할 의료 민 영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터 정리 _ 한노보연 연아 6 ․ 통권 120 2014.1
  • 7.
    우정사업본부 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즉각 실시하라!!! 한노보연 재현 지난 12월 24일, ‘우정사업본부 내 우편집중국 비정규직(우정실무원) 건강실태조사 결과발 표 및 비정규직노동자 처우개선과 재택위탁집배원 직접고용 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주관으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우정사 업본부 건물 앞에서 진행되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우편지부 지부장, 동 서울·고양집중국 지회장과 조합원들, 재택위탁집배원 지회 조합원들과 공동 연구조사를 수행 한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활동가가 그 자리에 함 께했다. 동서울집중국 지회 양현순 조합원은 “한 달에 110만 원을 월급을 받는데 한의원에서 5개월 동안 진료비로 300만 원을 썼다”며 “매일 선 채로 2~3kg 상자를 수없이 들어 올리고 팔레트 (소포 담은 통)를 밀고 끌고 하는 막일을 하다 보니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연구발표를 맡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최정아 활동가는 우편집중국의 노동자들이 건강상에 부담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야간노동을 선택하는 상황을 진단하며 그 원인을 만성적인 저임금 체계로 꼽았다. 또한 명절·연말연시 등 ‘특별 소통기’에 감내해야 하 는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도 연 구조사를 바탕으로 지적했다. 실태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의 절반이 즉각 적인 근골격계 질환 치료가 필요한 상 황이며, 신체 부위별로는 어깨, 손·손 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증상 이 심각했다. 또한 오래 서서 일한 탓 에 골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유병률도 일반 인구보다 높으며, 작업 l 일터 l ․ 7
  • 8.
    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인해 비염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산재와 관련해 부조리한 사업장 실태도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냈다. 전체 중 약 40% 가 ‘지난 1년간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나, 62.1% 노동자들이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히며 일하다 다치거나 아픈 문제를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최정아 활동가는 사회·공공서비스로서 우편 물류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편집중국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임금의 2배 이상의 임금인상이 필요하고, 장 기적으로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124% 수준으로 인원 을 늘려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활동가는 우정사업본부가 ‘공공기관 비 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촉구하며 발언을 마무리 했다. (*2013년 10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것으로 공공기관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복리후생 등 처우개선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마지막 순서로 동서울집중국 지회 이효화 지회장과 고양집중국 지회 백철옹 지회장은 기자 회견문 발표를 통해 “우정사업본부가 계속 우리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내버려둔다면, 국가기관으로서 스스로 그 명예에 먹칠하게 되는 격”이라며 “우리의 자존과 빼앗긴 권리를 되 찾기 위한 투쟁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8 ․ 통권 120 2014.1 일터
  • 9.
    글 _ 한노보연정하나 사진 _ 2013 KBS 연기대상 “공공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요즘 따라 애쓰고 있는 아버지들이 많이 계십니다. 노동자 최상남을 연기한 배우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정권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기로 유명한 ‘공영’방송 시상식에서 한 신인 배우가 밝힌 수 상소감이다. 그가 ‘아버지’라 말했지만, 우리 모두 ‘노동자’로 듣는다. 비록 파업투쟁은 접어 야 했지만, 박근혜 정부와 코레일 자본의 여전한 합공 속에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의 압박 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반대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철도노조 노동자들을, 기차를 애용하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오!” 일터 l 일터 l ․ 9
  • 10.
    우편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연구 정리 : 한노보연 재현 1. 연구 배경 우편집중국은 전국의 우편물이 몰려드는 곳이다. 이곳은 24시간 내내 쉴새 없이 돌아간다. 이번 연구 사업을 진행했던 동서울 우편집중국의 경우 전국 30여 개의 사업장 가운데 가장 큰 1일 평균 600여 만 통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우편집중국 노동자들은 주로 상 자 옮기기, 대형트럭과 기계에서 물건 올리고 내리고 담기, 온종일 서서 손으로 우편물 구분 하기 등의 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한편 우체국에는 현재 5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동서울 우편집중국 노동조합은 2012년 2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상급단체로 결정하면서 이후 전국 단위의 우편노동자 조직화를 목표 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편집중국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기초 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기획과 실천의 힘을 모아내기 위해 이번 설문 및 면접 조사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2. 연구 결과 ○ 기본 인적 특성 1) 인적 사항 - 남성 53.3%, 여성 46.7%로 성별 분포는 비슷했다. 연령은 50대가(50.0%) 가장 많았고, 40대(40.2%), 30대(9.8%) 순서였다. 평균 나이는 남성 46.4세, 여성 51.1세였다. 2) 고용 관련 특성 - 설문 참여자는 총 92명이었고, 모두 조합원이자 비정규직이었고, 고용형태는 무기 계약직 10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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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1%, 기간제(2년 미만)12.9% 였다. - 우편지부 내에는 소포계, 소형계, 대형계, 발착계, 특수계 등 총 5개의 부서가 있었다. - 근무형태는 일근(9시~18시), 중근(13시~24시), 석근(19시~23시), 야근(21시~6시), 조근(7 시~16시)으로 5개가 있었고,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중근(38.8%)과 야근(29.4%)의 근무형태로 심야노동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았다. - 근무기간은 6~10년이 30.8%로 가장 많았고, 평균 근무기간은 7.3년으로 조사되었다. ○ 임금, 노동시간, 그리고 생활의 만족도 1) 임금 - 설문에 참여한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1년간 급여 총액 평균은 1,574.5만 원이고, 월평균 기본급은 115.4만 원, 월평균 시간외 수당은 13.2만 원으로 나타났다. 근속기간이 평균 7.3년 으로 조사되었으나, 여전히 최저임금수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 낮은 기본급으로 인해 시간외 수당이 전체 임금의 10.2%를 차지하기 때문에 시간외 수당 에 의존도가 높았다. - 집중국 노동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일반 노동인구보다 1.19배 많지만 임금의 경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78%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 가구원의 소득 총액 및 생활비 지출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본인 급여 이외에 월평균 가구원 소득 총액의 평균값은 106.1만 원 으로 조사되었다. - 또한, 월평균 생활비(지출) 평균값은 177.7만 원으로,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임금 평균값인 131.2만 원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개 40~50대 이상 여성노 동자들을 생계 보조자로 생각하는데 우편지부의 경우 생계부양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 우편지부 노동자의 가구원 소득총액(본인 급여 포함)과 비교해도 표준생계비 대비 현실임 금 비율은 55.8%에 불과했다. 본인 월급뿐만 아니라 가구원의 소득을 모두 합쳐도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본인 이외의 가구원 소득이 없는 경우가 절반이 넘어 생활에 어려움이 있음이 예상되었다. - 물류 노동은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필수적인 업무이지만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노동은 저평 가되고 있고 그 결과 저임금상태의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심야노동이나 시간 외 노동, 혹은 겸 업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l 일터 l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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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노동시간 및휴식시간 - 1일 평균 노동시간은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을 제외한 평일 노동시간을 분석한 것으로 비 수기, 폭주기, 특별기에 따라 각각 8.1시간, 9.3시간, 9.9시간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소통 시기별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 4) 생활의 만족도 - ‘매우(항상) 만족한다’ 와 ‘대부분 만족한다’ 는 응답을 묶어 살펴보면 ‘집안일(가사 및 육 아)과 가족관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3.1%, ‘사회생활 및 여가생활에 만족한다’ 는 응답은 48.9%, ‘경제적으로 만족한다’ 는 응답은 29.4%였다. ○ 건강 실태 1) 근골격계 질환 - NIOSH(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근골격계 질환 증상 기준에 해당하는 6개의 부위 중 하 나라도 해당되는 ‘증상 호소자’ 가 81.2%, 기준 2에 해당하는 ‘관리대상자’ 는 76.5%, 기준 3 에 해당하는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심자‘ 는 45.9%에 달하였다. 즉각적인 의학적 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인 기준 3에 해당하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 우편지부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모든 신체 부위가 아프다는 12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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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이다. 그중 특히‘어깨’, ‘손/손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증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비교적 허리에 부담이 많은 직종으로 알려진 지하철 차량정비 노동 자들보다 허리 부위 증상 호소율만 약간 낮을 뿐 다른 모든 신체 부위의 유병률은 다 높게 나타났다. 2) 수면 건강 - 수면의 질(PSQI) 점수 전체 평균값은 7.2로 분석되었고, 응답자 중 79.2%가 5점 이상으 로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다. - 수면을 위해 잠자리에 든 이후 실제 수면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소요 시간은 주간 근무자 와 야간 근무자 각각 23.0분, 29.3분으로 야간 근무자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평균 수 면시간도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 각각 5.8시간, 5.1시간으로 야간 근무자의 수면시간이 0.7 시간(40여 분) 짧았다. 주관적인 수면의 질도 ‘대체로 나쁘다+아주 나쁘다’ 정도가 야간 근무 자에서 46.2%로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주관적 노동강도를 나타내는 보그점수가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보그점수가 ‘약함~중간(6~12)’에 비해 ‘힘듦(13~15)’일 경우 ‘수면 의 질’ 점수가 7.3 이상일 위험도가 5.1배, ‘매우 힘듦(16~20)’은 10.8배 그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3) 청력 건강 - 우편지부 노동자 중 10.5%가 청력 장애를 의심할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남성보다 여성노동자에게서 그 비율이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았다. 4) 정신 건강 - 평소 일상생활 중 스트레스 정도가 ‘대단히 많이 느낀다 + 많이 느끼는 편이다’인 비율이 44.3%에 달했다. 우울감 경험률에 해당하는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 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경험’도 17.2%나 있는 것을 조사되었다. 자살 생각률에 해당하는 ‘최근 1년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경험’은 9.4%, ‘최근 1년 동안 정신 적인 문제 때문에 방문,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상담을 받아 본 경험’도 4.6%나 있었다. 5) 의사로부터 진단 받은 질병 -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 질병은 알레르기 비염(14.1%)이었다. 심층면접에서도 집중국 노 l 일터 l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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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들이 추위와 미세먼지로상시적인 알레르기 비염에 노출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비염은 여 성노동자에게 더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가, 부서별로는 소형계와 특수계에서 유병률이 가 장 높았다. - 또한 골관절염과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유병률도 40~50대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 났다. 그림 1. 우편 노동자가 앓고 있는 질병 유병률 6)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 - 지난 1년간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39.5%였다. 사 고나 질병의 종류로는 부딪힘이 50.0%로 가장 많았고, 근골격계 질환이 17.8%로 그 뒤를 이 었다. -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할 정도의 사고/질병 횟수는 평균 2.4회이었고, 2회 이상이 40%를 넘었다. - 일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나 질병이 빈번하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야 할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한 처리 방법은 자비 치료부담이 62.1%로 가장 많았다. ○ 노동조건과 개선 사항 1) 업무가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보그점수) 및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요구 - 보그점수 전체 평균은 12.6점으로 ‘힘듦’ 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13점 이상으로 14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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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듦’ 혹은 ‘매우힘듦’에 해당하는 경우는 38.8%에 달했다. - 설문 참여자들은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7.1%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인원충원의 경우 현재 부서 인원을 100으로 볼 때 124%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응답 했다. 표 2. 설문 참여자의 적정 업무량, 인원 충원의 요구 2)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 -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임금인상’을 48.0%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비정규 직 차별문제(19.7%), 고용안정(13.2%), 작업환경개선(9.2%), 인력충원(7.9%) 순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3. 제언 1)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야간노동의 악순환 (1)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의 78%, 가구 총임금이 표준생계비의 55.8%에 불과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대부분 무기 계약직이지만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대우를 받으 며, 같은 사업에서 비슷한 일을 하거나 더 쉬운 일을 하는 정규직 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고 있고,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과 비교해도 78% 정도의 임금만 받고 있는 것으로 분 석되었다. - 우편지부 노동자의 가구원 소득 총액은 표준생계비 대비 55.8%에 불과하므로 우편지부 노동자가 보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임금의 2배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 (2) 저임금 때문에 2급 발암요인인 야간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현실 - 2007년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하였다. 특 l 일터 l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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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 여성 노동자의경우 야간 교대노동으로 유방암이 증가하는데, 덴마크에서는 일주일에 최소 1일 야간근무를 했던 항공승무원 여성노동자의 유방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하는 판례를 내리기 도 하였다. - 또한 심야노동은 뇌심혈관계 질환, 소화기계 질환, 당뇨병을 일으키며, 독일 수면의학협의 회 발표에 따르면 교대 노동자가 비교대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3년이나 짧다고 보고하고 있다. - 따라서 업무 조절을 통해 심야 업무를 최소화하여 심야 노동자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 을 해야 한다. 불가피한 심야노동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시간과 장소를 제공 해야 한다. 또한, 우편지부 노동자들에게 1순위 개선 사항이었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강 요된 야간노동을 멈출 수 있다. (3)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 원칙을 지켜라 - 기획재정부는 2013년 10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해당 기관의 정 규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 적용’, ‘복리후생 등 처우 측면에서도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 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95개 공공기관에 전달했 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극심한 저임금 문제와 그로 인한 낮은 생활 만족도와 야간노동 선 호 경향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편집중국은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즉각 행하여야 한다. 2) 적은 인력으로 짧은 시간동안 녹초를 만드는 노동강도 문제 (1) 높은 노동강도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과 수면장애 - 보그점수(주관적 노동강도)가 높을수록 근골격계 질환과 수면장애의 발생 위험도가 급격 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통시기별로 노동시간의 격차가 큰 것도 문제이고, 폭주기나 특별기에는 표면적으로 늘어난 노동시간보다도 내부적으로 늘어나는 노동강도가 큰 부담인 것 으로 나타났다. (2) 즉각적인 인력충원과 임금인상 필요 - 이런 부담은 우편지부 노동자들이 현재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77.1% 정도가 적절한 수준 이고, 인원은 124%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답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따라서 우편집중국은 이번 설문 결과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인력충원과 노동강도를 낮추려 16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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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며, 임금인상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3) 빈발하는 사고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 근본적 대책이 필요 (1) 빈발하는 사고와 질병 - 우편지부 노동자들의 39.5%에서 업무 수행 중 사고나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팔레트에 부딪혀서 인대가 파열되거나, 손가락과 발가락 골절을 입고, 심지어 치아가 부 서지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바쁜 소통 기간에는 집중국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정규 직이 운전하는 2~3개씩 팔레트를 옮기는 카트는 더욱 위험천만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정 노조는 안전보건공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노동재해예방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노동 자 개인에게 안전만을 강요하는 내용 일색이다. (2)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미세먼지가 온종일 발생하고, 계절에 따라 극심한 추위와 더위에 고 스란히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추위와 미세먼지로 상시적인 알레르기 비염에 노출 되어 있었다. 또한, 소음 작업장의 특성으로 청력 건강도 우려할 만한 수준의 노동자들이 다 수 확인되었다. (3) 온몸이 골병, 안 아픈 곳이 없다 - 우편지부 노동자들은 몸 전체에 골병이 들어 모든 신체부위가 아픈 것으로 드러났다. 신 체 부위별로는 ‘어깨’, ‘손/손목/손가락’, ‘다리/무릎’ 등에서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특히 심했다. - 따라서 업무강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과 부서별로 체계적인 전환배치 시스템을 갖추어 같은 부위가 계속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겠다. 일터 l 일터 l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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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안녕하기 위하여, 공공성을지키자 한노보연 최민 2013년 12월, 한국 사회에 말 그대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고백과 선언이 선동으로 이어졌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모두 아프다면 이제 아프지 말고 살아보자는 제안이었고, 이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며 참으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격이었다. 안녕들 하시냐는 대자보의 ‘배후’에는 철도 파업이 있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시 작될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정권은 초강수의 탄압으로 일관했다.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노동자를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위 해제되자, 이 현실을 보고도 정말 안녕들 하시느냐고, 안녕하지 않다면 안녕하지 않다고 소리 쳐보자는 대자보가 붙은 것이었다. 철도노조는 22일이라는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우며 싸웠고, 시민들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했다. ‘불편해도 괜찮다’는 연대의 정신과 민영화를 막자 는 투쟁의 기운이 2013년 12월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안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우리 모두 건강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간접적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민영화는 건강을 해친다. 정부가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영 리화 뿐이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구소련 지역의 평균 수명이 크게 단축되었다. 사회주의 경제의 때를 벗기 위한 신속한 개혁, 대규모 민영화란 실은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폐지, 사회 복지의 축소, 일자 리 감소의 다른 말이었다. 이는 불평등 증가와 자원의 불균등하고 비효율적인 분배, 스트레스 와 절망감 팽배와 같은 말이었다. 이 때문에 주로 자살, 알코올 관련 사망,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고, 한창 활동할 나이의 젊은 세대의 수명이 크게 단 축되었다. 대규모 사유화는 러시아에서 남성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5명 증가하게 만들었고, 18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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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은21명, 술과 관련된 사망은 41명이나 증가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대규모 민영화는 기대수명을 2년이나 낮추는 원인이 되었다.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를 쓴 보건학자 스터클러와 바수는 이런 사망률 증가가 사회주의 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혼란이 생겨 발생한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죽음 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노동조합의 반발과 성난 시위대의 압박으로 사유화를 지연시키고 자본 주의 이행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던 체코나 폴란드에서는 이런 사망률 증가, 수명 단축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주의니 소련이니, 너무 오래된 얘기라고? 스터클러와 바수는 2008년 미국 주택담보 대 출에서 비롯된 금융 위기 이후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던 그리스의 사례를 든다. 2010년 IMF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조건’, 즉 국영 기업과 사 회기반 시설의 사유화, 사회보장 예산의 감축을 요구한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IMF의 지휘를 받는 긴축 정책이 시작되면서 그리스의 공중보건 체계는 무너지기 시 작했다. 국공립 병원의 인력을 감축하고 예산을 줄이면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은 더없이 낮아 졌다. 긴 대기시간을 견딜 수 없던 환자들에 의해 병원은 뇌물과 비리의 온상이 됐다. 20대 실업률이 40%까지 치솟으면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증가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헤로인 중독자가 20% 증가했고, 주사를 사용하는 마약 사용자들 사이에서 에이즈바이러스 감염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불건강한 상태는 긴축과 대규모 사유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얘기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우리도 IMF의 긴축과 민영화 정책을 받아들였고 그 후 1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민영화 타령을 듣고 있다. 그래서 구소련과 그리스 얘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KT 민영화 이후 과로사, 자살, 심장병으로 숱하게 잃게 된 목숨이 떠오르 는 것이다. 일터 지난 호에도 실렸지만, 민영화된 KT 및 협력사 직원 중 2006년부터 2012년까 지 총 245명이 사망했다. 2013년에는 22명이 사망했고 그중 8명이 자살이라고 한다.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민영화의 명분은, 한 해 수천 명씩 잘려나가는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극도로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겠다,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활동가들을 학대하겠다는 선언과 다르 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더 많은 사유화, 더 빠른 민영화는 우리 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가 안녕하기 위해 공공성을 지키자. 일터 l 일터 l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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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이 힘이다?! 한노보연이영일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은 이미 20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20년 전에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말이 지금에는 더욱 실감 나게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양한 정보들을 손쉽 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나 신문 등의 매체뿐만 아니라 PC나 스마트폰으로 인터 넷을 이용하면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사실 이 말을 쉽게 할 수도 없는 것 이 중소 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중에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 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건강에 대한 정보나 메시지 또한 엄청난데, 그렇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건강정보이해능력’이라 는 평가 도구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는 것은 건강에 대한 매체 광고, 올바른 약 복 용법, 건강검진 결과지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들을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당사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광고를 만드는 제작자, 검진 결과지를 발송하는 의료기 관들의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것이다. 노동 자들은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건강검진을 1년 혹은 2년에 한 번은 받을 것이다. 일반검 진의 경우 기본적인 신체측정치 이외에도 혈압, 혈당 측정 및 간기능, 콩팥기능, 고지혈증 검 사가 포함되어 있다. 개별적인 검사들의 결과통보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듯하지만, 막상 결과지를 받아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에게 제공되는 검진결과 통보서에는 참고치가 정상 A와 정상 B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외래나 사업장 출장 검진에서 진료를 볼 때면 자신이 진료 받은 결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검진 결과표를 직접 들고 와서 설명을 요구하는 분들을 보면 A, B, C, D 로 나뉘는 코드의 개념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20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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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결과의 이해에관한 문제 외에도 질병의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의 경우 동맥경화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 문에 관리가 중요한데, 다수의 노동자는 고지혈증을 단순히 ‘살이 쪘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 우가 대다수이다. 특수검진의 경우도 일반검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소음, 유기용제, 산화철 같은 분진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특수검진을 받게 되는데, 해당하는 검진의 항목에 대한 이해 가 부족하다. 흔한 유해인자인 소음의 경우를 보면, 청력이 떨어져서 계속 2차 검사를 받으면 서도 귀마개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소음 노출 작업으로 생기는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인데, 많은 노동자가 청력이 떨어지면 이전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경 우가 많으며, 귀마개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일부러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유기용제의 경우 표지자 검사는 주로 소변검사를 통해서 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사 결과를 노동자들이 유심히 살펴볼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일반검진이든 특수검진이든 1년에 한 번꼴로 시행하는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노동자들만의 잘못일까? 노동자들의 무관심은 어떠한 것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며, 보건관리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잘 챙겨줄 수 없는 현재 한국의 보건관리시스템 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특히, 상시 보건관리자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되어야 한다. 보건관리자 또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검진 결과에 관심을 가지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2차 검진 대상자들의 경우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더욱 자세하게 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인 검진이 아니라 유해물질 취급 노 동자들에게는 유해물질의 위해성, 검사항목의 의미와 결과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할 필요가 있 다. 예를 들어 소음의 경우 청력 2차 검진(오디오그램) 결과를 보여주면서 간략하게나마 검사 결과와 검사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귀마개 착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데에 충 분한 도움이 된다. l 일터 l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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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의적용범위가 확대된다. 봉제의복 제조업, 가발 제조업, 폐기 물 처리 관련업, 수리업 등 8개 항목은 종사하는 노동자수와 상관없이 업종 자체만으로 안전 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생겼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5명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안전보건교육제도 등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도록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안전관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조금이 나마 안전보건관리의 틀 안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안 전관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보건교육의 확대적용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나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자들의 건강 검진은 질병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병의 위험도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개인 건강관리 행태의 근본적 인 변화가 중요한데, 바로 이것이 ‘결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영세 사업장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건관리제도가 정착해야 할 것이며, 열악한 작업환경의 개선, 보건관리자의 책임 있 는 관리 등이 뒷받침된다면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평소의 건강관리 행태 또한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22 ․ 통권 120 2014.1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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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선택하는 게옳은가?! - 영화 ‘프라미스드 랜드(Promised Land)’를 보고 한노보연 최민 ‘약속의 땅’은 어떤 땅일까? 수십 년 전 한국이라면, 강남이 ‘약속의 땅’ 아니었을까? 영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에서 협상무패 기록을 가진 최연소 부사장 스티브가 동 료 수와 함께 셰일가스1) 매장 지역인 깡촌 맥킨리에 파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러분이 겨우 돼지와 거위를 기르는 땅, 일 년 내내 고생해도 빚이나 늘지 않으면 다행인 이 땅이, 바로 약속 의 땅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스티브가 그동안 지역 주민과의 협상에서 매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골사람 옷차림 흉 내, 농촌식 농담 흉내 등 그의 수완이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그가 진심으로 협상에 나섰기 때 문이었다. 사실 스티브 본인도 가난하고 전망 없는 촌구석 출신이었다. 그의 고향에는 식료품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은 농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공장에서 부업을 하며 생활을 유 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이 문을 닫자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급격히 궁핍해진다. 스티브를 포함한 젊은이들은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 곳을 탈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 이 런 경험을 한 스티브는 ‘진심으로’ 농촌으로 머물면 발전도, 미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 신의 회사가 제공하는 기회가, 마을을 발전시키고 전망을 찾을 수 있는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스 개발이 얼마나 큰돈이 될지 잘 모르는 땅 주인들에게 협상 가격을 후려치 지만 말이다. 그러나 스티브의 이런 진심과 달리, 셰일가스 개발과정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환경과 마을을 망가뜨렸고, 주민들의 생활도 완전히 파괴했다. 심지어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 개하지 않는다는 땅 임대계약서를 빌미로 진실을 숨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진실에 대해서는 엄청난 비용의 소송으로 시간을 끌며 은폐한다. 가스 개발 과정에서 땅과 물이 파괴 되더라도 싼값에 땅을 임대한 회사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채 마을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다. 그 러나 그렇게 들쑤셔놓은 땅은 다시는 무언가를 키울 수 없는 땅이 되고, 개발 과정에서 마을 1) 오랜 세월동안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탄화수소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가스, [네이버 지식백과] 셰일가스 [shale gas]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l 일터 l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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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는 파괴된다. 게다가이런 협상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치밀한 사기극까지 벌 이는 기업에 자신이 놀아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스티브가 주민총회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회 사를 떠나는(해고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영화 초반 스티브와 수가 마을 사람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수는 싱글맘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십분 활용해, 시골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를 공략한다. 당신의 아이가 대학을 갈 확 률은 매우 낮고, 그 아이는 십중팔구 이 동네에 남아서 육체노동을 할 것이다. 그러나 육체노동 을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아이는 계속 가난할 것이다. 아이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가? 사실 너무 솔직하고 진실에 가까운 수의 얘기에 젊은 여성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임대 계약서에 서명한다. 그 젊은 여성이 임대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잘못일까? 환경이 파괴될 수도 있지만, 가스가 채굴된다면 그녀의 삶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무언가를 보살피는 일(영화 속 에서 농장 생활에 긍정적인 사람이 농장일을 이렇게 표현한다)’을 하는 명분으로 그녀의 가난하 고 희망 없는 생활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가난한 그 동네 사람들에게 제시된 너무 좁은 선택 지, 그 기반 위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그들은 장기적인 안목 대신 눈앞의 이익을 쫓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 스티브는 양심선언을 하고 회사를 떠나지만, 동료 수는 회사에 남기를 선택한다. 회사의 사 기극을 스티브와 함께 알고 큰 충격을 받지만, 수는 양심선언도 회사를 떠나지도 못한다. 영화 에서 몇 차례 스티브는 자신을 경계하는 주민 들에게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한 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에 어려운 선택을 하 여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새 삶을 시작한 다. 그러나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수도 ‘나쁜’ 사 람은 아니다. 싱글맘인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아들이 있고, 스티브와 달리 나이든 수는 회사 를 박차고 나가 세상에서 얻을 기회가 적다. 그 래서 그녀의 선택이 용감하거나 정의롭지 않지 만, 우리 대부분이 이해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그녀를 비난하기 어렵다. 24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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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를보는 내내 편치 않았고, 주인공에게만 감정 이입을 할 수도 없었다. 다만 우리를 답답하게 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틀을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촌부에게 가난한 현재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지만 풍족할 수 있는 미래 중 하나를 고르라 는 틀, 자신을 기만하는 회사에 빌붙어 사는 굴욕적인 삶과 가난하여 절망적인 싱글맘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틀. 그래서 용감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이 틀을 무너뜨리기 위해,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삶을 걸고 있는 나의 동지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일터 l 일터 l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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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한노보연 송년회에서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앙케이트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세계적 기업’에서의 산재 사망 사고와 공공의 료에서의 안전보건 뉴스가 눈에 띕니다. 올 한해,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노동안전보건뉴 스를 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2013년 노동안전보건 10대 뉴스 한노보연 선전위원회 1위. 제주의료원 간호사 집단 유산 해결 나서 “임신·출산의 자기결정권 보장하라” ‘병원 사업장 여성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3년 4월 29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주의료원 간호사 4명이 아 이를 유산하고, 4명은 선천성 심장 질환아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율이 제주 지역의 평균 유산율보다 19%가 높은데 주야 교대제, 하루 평 균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X레이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 데히드 등 생식독성 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병원이 제주의료원 의 적자를 이유로 환자 내원 이 힘든 한라산 초입으로 병 원을 옮기고 노동자의 임금을 체납하여 간호사 이직률이 30%가 넘어 남아있는 간호사 들의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 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근로 복지공단은 제주의료원 간호 <사진출처: 뉴스제주> 26 ․ 통권 120 2014.1 사들의 2012년 12월 산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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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4명)에 대해 재해가 노동자 당사자가 아닌 자 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재가 아니라고 반려했으며, 역학조사 과정에서 아이를 유산한 간호사 4명의 아픔을 들쑤시기도 했다. 공동 2위. 고 황선웅 기관사 산재 인정 생전 정신 질환 판정을 받지 않았 더라도, 지하철 기관사가 업무상 스 트레스로 인해 자살했을 경우 산업재 해로 인정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판 정이 나왔다. 지난 2013년 1월 19일 공황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스스 로 목숨을 끊은 고(故) 황선웅 기관 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를 인정했다. 16년 경력의 서울도시 철도공사 소속 고 황선웅 기관사는 <사진출처 : 매일노동뉴스> 2012년 9월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를 당했다. 이후 황 기관사의 사고 사례는 교육 자료 로 작성돼 동료 기관사들에게 반복적으로 전파됐다. 황 기관사는 사고가 난 지 약 4개월 후, 출근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동료들은 황 기관사가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 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황 기관사 사례가 '기관사 잘못 '의 대표 사례처럼 반복적으로 교육된 부분이 황 기관사에게 정신적인 불안감을 가중시켰 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이번 산재 판정과 관련해 노무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는 황 기관사 사례는 사전 에 정신 질환 확진을 받지 않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지하철 기관사의 근무 환경 및 통제적 조직 문화가 정신적 스트레스 및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 가지 의 큰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 2위. 진주의료원 폐업 경상남도가 지난 2013년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경상남도는 진주 의료원이 매년 40~60억 원의 손실로 인해 3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l 일터 l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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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안에 파산할것이라고 견 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사 실과 달랐다. 2011년 말 진주의 료원의 부채비율은 63.9%로 300 억 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의 자 산 규모를 감안하면 과도한 규모 가 아니다. 또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로 타 병원 <사진출처 : 프레시안> 보다 과도하게 높은 것이 경영 악화의 가장 핵심적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은 6년째 임금을 동결해 왔고 7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폐업 방침 발표 후 진주의료원 지키기에 나선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는 철탑 고공농성과 도의회 점거, 폐업 철회 주민투표 추진 등의 투쟁을 전개했다. 또한 보 건복지부 지자체의 일방적인 지방의료원 폐업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주의료원은 지난 5월 29일 폐업했으며 6월 11일 진주의료 원 폐업을 위한 경상남도 조례 개정안이 도의회를 통과, 뒤이은 7월 1일 공표 과정에서 홍준표 도지사는 이른 시일 내에 청산절차를 마무리와 진주의료원 건물을 매각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진주의료원 재개원 촉구를 위해 박성용 진주의료원 지부장이 창원 경남 도청 앞에서 1월 18일 현재 130일째 도청 정문 앞에 자리를 깔고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 및 재개원 투쟁을 벌인지 326일째, 조합원들은 지난 14일 도의회 앞에 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완강한 투쟁을 진행하 고 있다. 공동 2위.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지난 2013년 1월 27일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11라인 (반도체 칩 생산설비) 중앙화학물 질공급장치(CCSS) 배관 교체작업 중 불화수소희석액(불산)을 공급하는 관 아래쪽 밸브가 녹아내리며 약 10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 간 협력업체 에스티아이(STI) 서비스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삼성은 사고를 감추려고 사건 발생 16시간이 지나도록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를 지체했다. 사고 이후 28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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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노보연을 비롯한 인권·노동· 환경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 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은 폐 규탄 진상규명 및 대책수립 촉 구를 위한 대책위’를 구성했다. 사고 후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 감독 결과 삼성전자 1,934건, 협력 업체 7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위반 <사진출처 : 연합뉴스> 사항 가운데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했으나 검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143건에 대해서는 2억 4938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지난 5월 2일 또 한 번의 불산 누출 사고로 이어졌다. 공동 2위. 백혈병 걸린 반도체 노동자, 첫 산재 인정 결정 반도체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처음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1973년에 태어난 고 김진기 씨는 1997년 LG반도체 청주사업장에 입사해 클린룸 4·5·6라인에서 임플란트 (이온 주입) 공정 예방정비(PM) 업무를 담당했다. LG반도체는 2001년 현대반도체와 합병해 하이닉스 반도체가 됐고, 2004 년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가 분리되면 서 김 씨의 소속은 다시 매그나칩으로 바뀌었다. 김 씨는 소속이 3차례 바뀌었지만 같은 공장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했다. 하루 8~12시간 주·야간 반 복 교대근무와 연장·휴일 근무에 시달려오던 김 씨는 2008년 5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 고, 2010년 5월 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발병 이듬해 숨졌다. <사진출처 : 반올림> l 일터 l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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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과 반올림은 김씨가30대에 발병하기 매우 어려운 만성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고, 담당했던 주치의는 ‘약 15년 동안 X-선과 관련된 업무를 지속해서 수행한 점으로 봤을 때 병과 직업적 노출의 상관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유족과 반올 림이 제출한 김 씨의 최종 의견진술서에 따르면 김 씨가 일했던 임플란트 공정의 이온 주입 장치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X-선(전리방사선)이 발생한다. 또 김 씨와 같 은 정비 작업자들이 임플란트 장비 내부에 들어가 일할 때 방사선과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 유족과 반올림은 의견서에서 클린룸에서 일하면서 저농도의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업무 중에 방독마스크 나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보호구 등을 착용한 적이 없었다. 김 씨의 동료들도 혈소판 수치가 낮게 나오거나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의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 결정은 반도체 공정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로서는 처음이어서 현재까지도 산재 인정 여부를 놓고 싸우고 있는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주목된다. 6위. 삼성 백혈병 6년, 삼성-반올림 첫 공식대화 열리나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 만에, 삼성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화를 제안했 다. 삼성전자는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 며 공식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반올림은 2013년 1월 22일 강남역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고 황유미의 죽음부터 160여 명의 노동자의 고통에 대한 책임자인 삼성의 대화 제의를 공식 적으로 받아들여 실무협상단을 구성 해 협상에 나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삼성 측의 대화 제의는 삼성 백혈병 최초 제보자인 황상기 씨(고 황유미 부친)와 반올림이 삼성 백혈 병 싸움을 진행한 지 6년 만에 이뤄 <사진출처 : 참세상> 30 ․ 통권 120 2014.1 졌다며 “삼성은 유미의 죽음이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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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인 질병 때문이라고몰아붙였고, 너무 억울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6년간 싸워왔다” “긴 시간 싸움을 진행하며 많은 여론과 국민들이 삼성을 질타해주셨기 때문에 삼성이 드 디어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8개월간의 실무협상을 마치고 12월18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첫 번째 본 교 섭이 열렸으나, 교섭을 시작하자마자 삼성전자 측은 ‘반올림’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협상을 사실상 파행으로 몰아갔다. 교섭단 구성과 관련해서 사전에 실무협의를 통해 양측이 합의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 모든 과정을 원점으로 돌리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하루 빨리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본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 7위. 현대·기아차 46년 만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2013년 현대·기아차 국내 모든 공장이 3월 4일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했다. 40 년 넘게 밤샘노동과 최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됐던 국내 자동차공장과 노동자들, 울산·전 주·아산·화성 등 주변 지역의 삶·문화 등에 전반적인 변화가 생겼다. 노동시간의 경 우 1인당 10시간에서 8시간 30분으로 단축되고, 연간 근로시간 (근무 일수 230일 기준) 으로 따지면, 개인당 평균 236시간이 줄었다. 오후 3시 30분 작업을 시작하는 근무조는 이튿날 오전 1시 30분에 잔업까지 끝나, 밤샘노동에서 벗어났다. 자동차업종은 한국의 대 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 연평균 2,193 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나 많았다. 한편 주간연속2교대제로 노동시간이 줄면서 생기는 생산량 감소와 임금 축소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 기로 했다. 현대차 노 조는 울산·아산공장 의 시간당 생산속도 (UPH)를 30대(402대 →432대) 끌어올리는 등 노동 강도를 높이 는 데 합의했다. 대신 <사진출처 : 미디어충청> l 일터 l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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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회사는 현재시급제인 생산직 임금을 월급제로 전환해 기존과 같은 임금을 보장하기 로 했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하면서 이전 근무형태와 같은 생 산능력 및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임금 손실 등에 있 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과, 이에 따른 임금삭감이 이후 부품사 등의 주간연속2교대 실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따른 임금문 제 등 제반 사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규직에 비해, 노동강도 강화에도 직 격탄을 맞고 있어 후속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8위. 아모텍 노동자 산재인정 2013년 3월 핸드폰 부품 회사 아모텍에서 2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1월에도 뇌경색으로 한 명의 노동자가 쓰려졌다. 아모텍은 삼성 스 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안테나 등을 만드는 1,00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4조 3교대로 24시간 가동되며, 삼성전자 등 원청의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휴일 없이 일했다. 사망자 중 고 임승현씨는 31살의 나이에 결혼을 앞두고 결 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단 하루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매일 12시간 30 분씩 일했다. 또 다른 망인인 고 권태영씨는 커먼모드필터(CMF 핸드폰 노이즈 방지 장 치)의 품질, 불량률 개선, 설비 개선 업무의 총 책임자였다. CMF는 아모텍을 2011년 적 자에서 2012년 1,800억 매 출, 170억 영업이익으로 돌아서게 한 주역이다. 한 편 아모텍은 2013년 영업 이익으로 250억 원을 추 정했는데, 이는 같은 장 비, 같은 인력으로 2년 만 에 영업이익이 11배나 증 가한 것이다. 고 권태영씨 는, 자신의 작은 실수로 <사진출처 : 프레시안> 32 ․ 통권 120 2014.1 회사 전체에 엄청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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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미칠 수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스마트폰 업종은 너무나 빨리 모델이 교체되고, 그때그때 기술개발과 마케팅, 물량생산 에 따라 큰 수익 변동이 발생한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 생산이 시작되면 단시간 내에 엄 청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으로 일해야 한다. 사건 이후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 등 시민단체들의 33일간 투쟁으로 전자산업 하청 노 동자들의 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한편, 회사로부터 노동환경조건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9위. 현대제철 당진 공장 아르곤 가스 누출 사고 2013년 5월 10일 오전 2시 25분경,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 내하청 노동자 5명이 지름 5m, 높이 8m의 전로 제강공장 내화 벽돌 설치 보수공사를 마무리 하고 임시발판을 제거하는 과 정에서 바닥으로부터 아르곤 가스에 노출돼 질식해 사망하 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보수작업은 평상시 3교대 근무 <사진출처 : 참세상> 와는 다르게 50명이 2개 조로 나뉘어 2교대로 24시간을 진행하는 죽음의 작업조로 불렸 다. 또한, 전로에 아르곤 가스 관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은 전로 보수작업이 모두 끝나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배관 하청업체인 ‘신화’는 보수작업이 진행 중인이던 9일에 아르곤 가스 배관을 연결했다. 이는 사실상 원청인 현대제철의 지시 없이 불가능한 작업이다. 한편 당시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아르곤이란 유독가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고지 받은 적이 없었다. 또한 가스감지기나 산소마스크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사 고 이후 노동부의 특별 관리감독 결과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되었다. 10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 “숫자만 가지고는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사건이 안겨준 공포를 설명할 수 없 l 일터 l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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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2013년 4월24일 방글라데 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에 있는 라나 플라자 빌딩이 무너 지면서 수백 명이 죽었고 수천 명이 다쳤다. 희생자 대부분은 이 건물에 입주한 의류공장 노 동자들이였다. 사고가 있기 전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겼을 때 입주해 있던 은행이나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의류 <사진출처 : 로이터통신> 공장 주인들과 건물 주인은 수 출 선적 날짜에 맞추기 위해 위험 정도가 과장됐다며 노동자들을 공장에 들여보냈다. 한편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 수출업협회(BGMEA)는 사고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와 손잡고 노동자 인권 및 안전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해있는 다국 적 의류 기업들은 하청공장의 노동조건을 개선에 함께하겠다는 의미로 협약에 동참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도 지난 사태의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노동 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공장 건물 전수조 사를 약속한 바 있지만,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의 무차별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34 ․ 통권 120 2014.1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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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네 번째 이야기 층층이쌓인 불안, 어떻게 무너뜨릴까 한노보연 흑무 들어보셨나요, 기간제 교사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원숙(가명, 35세) 씨를 만났다. 기간제 교사란 정교사가 병 가, 출산 등으로 휴직하거나 미발령된 경우 학교와 계약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말한다. 최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한 학교에서 최장 4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 교, 공립-사립을 가리지 않고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원숙 씨는 근 10년째 역사과 목 기간제 교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교사는 총 30명으로 이 중 기 간제 교사는 8명쯤 된다고 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자리 찾기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이라. 얼마 전까지는 임금 차별이 있었어요. 성과급을 정교사만 지급했었는데 작년 여름쯤에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법 원 판결이 나와서 올해부터 성과급도 지급될 예정이거든요.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 면 ‘불안정함’이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1월이나 2월쯤 되면 그 해에 일 할 학교를 구해야 해요. 교육청 홈 페이지에 기간제 교사 모집 공고가 뜨는데요,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학 교들에 정신없이 이력서를 넣게 되 는 거죠.”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하는 것은 기 간제 근무 경력만 있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말한 ‘불안정함’이 큰 문제일까 싶었다. “아니죠, 말 그대로 매년 일자리를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l 일터 l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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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야 하는 거예요.매년 살 길을 고민해야 하는 거죠. 이 나이에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 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는 싱글이라 그나마 나은 거예요. 자식이 있고,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 이들은 더 숨이 막히겠죠. 만약 올해 일할 학교를 못 구했다고 생각해보세요.” 기간제 교사는 최대 1년 계약이지만 한 학교에 최장 4년까지 있을 수 있다. 원숙 씨는 한 학교에 2년 근무했던 적이 있다. “1년이 끝났는데, 교감 선생님이 기다려보라고만 하시고 채용 확정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결국, 기간제 교사 이력서 넣을 때를 많이 놓쳐서 시간 강사라도 하려고 이 력서 넣었죠. 면접 보러 들어가는데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왔더라고요, 올해 1년 더 같이 해보자고요. 다행이기는 한데, 1~2월 내내 마음 졸였어요. 전화를 받고서는 자 괴감도 들더라고요.” 그녀는 기간제교사 초기에 50여 개 학교에 이력서를 넣은 적도 있다. 방문접수를 요구하 는 학교들도 있는데, 원숙 씨는 경기도 곳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넣었 다. 그런데 ‘방문접수’를 요청하는 학교는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포털사이트에 보면 기간제 교사 카페도 있고, 주변에 교사들도 많으니 알음알음 이야기를 듣게 돼요. 많은 사람이 지원하기 어려운 방문접수를 요구하는 건 보통 정 해진 사람이 있는 거라고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원서를 넣은 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저희 부장선생님이 제가 부럽다고 하시는 거예요. 왜냐고 물 었더니, ‘이 선생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잖아.'라고 하는 거 있죠, 하하, 이것 참.” 사립학교의 경우 기간제교사로 채용하여 정교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교 사 수를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기간제 교사, 절대로 하지 마라 한 블로거가 ‘눈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 다’는 글2)의 제목이다. 블로거 ‘쌤’은 다양 한 이유를 들며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것 을 반대하고 있는데, 핵심은 ‘권리를 가지 지 못한 자’이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의 어려운 점이라. 아무 래도 힘든 일을 떠넘길 때죠. 예를 들 면 생활지도부나 수업계(수업을 짜고 조정하는 업무), 평가계(각종 시험 담당) 2) 원문 출처: http://blog.naver.com/akaim/100133704905 36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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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업무들인데 이런업무들을 기간제 교사에게 떠넘길 때 힘들죠. 담임을 맡는 것 도 그래요. 저는 담임 맡는 것이 좋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담임을 맡기 싫어서 저에 게 떠넘기는 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일이 너무 많아도, 기분이 나빠도 다음 해를 생각하면 해야죠. 그런데 이런 건 주로 사립에서 발생하는 일이에요. 공립은 업무 차 별의 거의 없어요.” 원숙 씨는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휴직이 발 생해 들어간 자리였는데, 그 선생님 복직이 결정되면서 12월 마지막 주에 ‘12월까지만 나오 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아무리 기간제 교사라지만 이런 경우가 있나 싶어 노동부에 문의 도 해보았지만, ‘기간제 교사는 대체근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해 지에 해당하여 문제될 것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하니 그 뒤로 별말 못했지만, 황당하죠.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쉽지 않겠죠. 기간 제 교사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데 누구누구가 앞장서고 있더라, 이렇게 되면 그 선생님은 학교에 돌아가기 어려울 거예요.” 시간강사도 많아요 기간제 교사 채용에서 중요한 것은 경력이다. 그러다 보니 경력이 없는 이들은 시간강사 를 통해 먼저 이력을 쌓게 된다. “저도 시간강사를 했었어요, 초기에. 시간강사는 수업시수(실제 수업시간)가 정해져 있어요. 기간제 교사에 비하면 시간강사는 더 힘들어요.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쳐 주지도 않는데다, 설날이나 추석같이 빨간 날이 많 은 달에는 수업이 없으니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이 더 줄어들게 되죠. 월급도 매달 다르고 방학이 있 는 7~8월과 1~2월에는 수입이 없는 거죠. 제가 시 간강사를 할 당시만 해도 수업시수에 1만 3천 원 곱한 게 제 월급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올랐다고 하 더라고요.” 2012년 10월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강은희 의원 발표로 는 그 해 기간제 교사가 담당한 총 수업시수는 정규교 사 대비 10.4%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시간강사의 수업시수도 2008년 0.4%에서 올해 3.5%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의 수업 비 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조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l 일터 l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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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는다. “시간강사 할 때는수업에 맞추어서 학교에 출근하면 돼요. 그런데 한 번은 부장선 생님이 부르시더니 시간 맞춰서 왔다고 난리를 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질문하러 올 수도 있으니 일찍 일찍 학교에 나와 있으라는 거예요.” 2012년 기준(과학기술부) 기준 초·중·고교 정규교원 인원은 36만 7908명, 기간제 교사는 3만 9401명, 시간강사는 1만 4532명이다. 영어와 수학의 단계별 수업이 이루어지고, ‘집중이 수’라며 수업시수가 작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 과목을 한 한기에 3년 치를 가르치도록 하면서 시간강사 채용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영어교육 강화와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영어전문강사도 생 겼어요. 영어전문강사이니 학교 업무는 하지 않아요. 그런데 또 영어 관련 업무는 한 단 말이죠. 이게 경계가 모호한데, 영어전문강사는 교육청에서 뽑는데 정부정책이라 고 하니 뽑아서 일선에 막 배치하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업무분담을 어떻게 해야 하 는지 전달받은 것도 없고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데. 제가 아는 분은 정말 최악의 경 우지만, 책상도 없이 한 달을 지내셨어요.” 자꾸 뭐가 생겨요 “인턴교사라는 것도 있는데, 수업 보조 역할을 하세요. 수업도 따라들어가고요. 저 도 한 번도 뵌 적은 없는데 사실 학교에서는 업무분담도 제대로 준비 안 되어 있다 고 봐야죠. 자꾸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층이 점점 촘촘히 생기는 것 같아요.” 학교 안에는 층층이 다양한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정교사,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영어전 문강사, 사서교사, 교무보조, 인턴교사... 이러다 보니 ‘철밥통만 틀어쥐고 편하게 살려는 교 사’라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일부 그런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기 업의 ‘비용’ 논리를 학교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며 정교사 채용보다는 ‘잠깐 빌려 쓰고 버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정부가 아닐까? 원숙 씨와 나눈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는 그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기간제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가지 고 있고, 이와 같은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서 들을 만한 것이라 믿는다. 인터 넷만 검색해 봐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들, 더 나아가 시간강사, 인턴교사들의 현실 문제가 조금 더 세상으로 터져 나오기를 기다린다. 38 ․ 통권 120 2014.1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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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해체 시도에맞선 34일간의 여의도 천막 농성을 마무리하며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우리 사회 가장 가난한 국민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사회 안전망의 이름 이다. 이 제도는 최저생계비 미만으로 생활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최저생계비만큼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노동능력․장애 유무나 나이와 상관없이 빈곤에 빠진 모든 국민에 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국가로부터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바로 국민기초생 활보장제도다. 문제는 이 아름다운 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117만 명이 가난 해도 수급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있으면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수급 권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노동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지키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는 14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반면, 사각지대는 410만 명이 넘는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들을 개정하고 기초 생활보장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다. 그러던 지난해, 폭탄 같은 괴물이 나타 났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을 없애려는 박근혜 정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화려한 복지공약들을 등에 업고 당선되었다. 그중에는 ‘부양의무자기 준 완화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한 빈곤층 사각지대 축소’도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커 보였지만 여전히 정부는 아무런 법을 발의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경악할만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최 저생계비를 해체하는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최 저생계비는 국가의 빈곤선이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빈곤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저생계비를 해체한다는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민주적 근간, 사회적 합의를 해체하 l 일터 l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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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급여를 모두 해체해 각 급여의 주무부처 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주거·의료·교육·장제·해산·자활 총 7 개의 급여로 구성되어 있다3). 정부의 계획은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로, 교육급여는 교육부로, 자 활급여는 아예 별도의 법을 마련해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 급여의 보장수준과 선정기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빈곤층의 삶을 일개 장관의 손에 줄 수 없는 이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분들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물어보면 ‘이마저 없었으면 어떻 게 살았을까, 참으로 고마운 것’, ‘하지만 더럽고 치사한 것’이라고 답한다. 수급자들에게 기초생활 보장제도란 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아름답고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오히려 도덕적 해이 자라는 시선, 부양의무자가 진짜로 없느냐, 일할 수 없느냐는 모욕적인 질문, 폐지라도 줍다 걸리 면 수급비가 깎인다는 불안감으로 살고 있다. 만약 이런 법이 갈가리 쪼개지고 해체된다면 그 폐 해는 일차적으로 빈곤층을 향할 것이다. 수급신청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고, 권리구제절차는 복 잡해질 것이다. 그나마 이들을 지탱해 온 ‘국민의 권리’라는 보루는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장관의 입놀림에 달라질 것이다. 지난 여름, 간질 질환을 앓고 있던 故박진영 씨는 의정부 시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 금공단에서 진행하는 장애등 급평가에 등급 외 판정을 받 고 장애등급을 박탈당한 그는 이에 따른 수급권 박탈에 대 해 염려하고 있었다. 그는 연 금공단과 동사무소, 시청을 오가며 권리구제를 요청했지 만, 누구도 이 문제를 책임지 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생계 위협은 오로지 故박진영 씨만의 일이었다. 어디서도 3) 모든 급여를 동시에 받는 것이 아니고 모든 급여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현금 급여인 생계․주거급 여를 제외하고는 해당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급여를 보장받는다. 40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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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받을 수 없다는사실에 절망한 그 는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유서는 “서류 만 보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 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번 개악안은 이 런 문제를 더욱 많이 발생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법안을 막기 위해 지난 11 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여의도 국 회의사당 앞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법안 을 발의한 유재중 의원실에 찾아가기도 하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국회의원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1인 시위, 촛불집회, 투쟁대회 등 을 진행하며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를 위해 힘을 모았다. 가난한 이들의 힘이 아직은 많이 약 한지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빈곤층 스스 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그 결과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안은 보건복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지난 국회가 마무리되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은 계속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IMF 이후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즉, 빈곤은 개 인의 게으름이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결과물이며, 이를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 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 이후 차츰차츰 역사를 되 돌리고만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기초생활수급권조차 받지 못해서, 수급권 박탈로, 수급비로는 살기가 힘들어서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사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이 완전 히 폐기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가난해도 비참하지 않을 권리, 복지 수급 좀 받는다고 주눅이 들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연대하자. 앞으로도 계속될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함 께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일터 l 일터 l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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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법인 필 노무사유 상 철 nextstep1@hanmail.net ‘서약’은 맹세하고 약속한다는 의미이다. 당사자 간의 합의하에 맺어진 계약의 전반을 모두 이행할 것을 확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문서화한 것이 서 약서이다. 서약서는 단순히 의지를 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무의 이행을 강제 하는 성격을 가진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준법서약서’를 보자. 준법서약서는 좌익수나 양심수들에게 가석방 결정의 전제조건으로 대한민국 체제와 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을 서약하도 록 한 것이다.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등에 관한 규칙' 14조2항에 「국가보안법위 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 결정 전에 출소 후 대한민국의 국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게 하여 준법의지가 있 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준법서약제도는 1998년 김대 중 정부가 일제 때부터 내려오던 '사상전향제'를 폐지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진 보 학계 및 일부 시민단체는 "준법서약서 제도는 사상전향제의 변형에 불과하다" 며 폐지를 요구해 왔다. 준법서약 강요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위배 된다는 주장이다. 또 1999년 3.1절 특사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준법서약서 작성을 거부한 미전향 장기수 등 17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내리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 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2002년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서와 관련된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이후로도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2003년 7월 법 무부는 준법서약제를 폐지키로 의결하였다. 요즘 회사에서 ‘서약서’를 강요한다는 상담을 자주 접한다. 노동관계법령에는 노 동자의 권리와 의무,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 계약 및 노사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데 왜 사용자들은 부가적으로 서약을 강 요하는 것일까? 종속을 강요하고, 강력한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상호간에 신뢰 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뢰라는 인식보다는 억압과 피억압을 통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의식마저 짓밟고자 하는 사용자의 오만함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은 최근 접한 용역회사의 서약서 주요 골자다. 42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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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제반 규칙을준수하겠으며 만약 이를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할 것을 서 약합니다.” “회사의 제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의 지휘, 명령에 절대 순응하며, 직원간 인화단결을 도모하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업무수행시 과실 및 부주의로 인하여 해사 행위를 하였을 때 전보 및 인사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퇴사시는 최소한 15일간의 예고사직을 하겠으며, 이를 준수치 않고 회사에 피해를 끼친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겠습니다(급여 지연지급 등 3개월 후). 단, 3개 월 이내에 퇴사할 경우 지급된 피복비를 공제하고, 입사 후 1주 이내 퇴사 시 급여를 청구하지 않겠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퇴직자 급여지급일 익월 25일).” “안전수칙 불이행, 동료 근로자를 선동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범법행위를 자 행하였을 경우 해고 예고 없이 자동 사직하겠습니다.” 등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을 위반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담긴 문구가 수두룩하다.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인사재량권을 갖는다. 근로기준법에 위반 되거나 권리남용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노무관 리, 인사관리를 통해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 권한을 갖지만 이러한 지휘명령은 기본적으로 ‘정당한 업무명령’이어야 하고, 위반한 노동자에게는 당연히 징계책임 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붉혀 가며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왜 일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귀책사유 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밑 도 끝도 없이 노동자에게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사전적, 포괄적으로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 노동자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 다. 오로지 ‘나만 따르라’, ‘사장님 왕국’을 위한 충성맹세를 위한 것으로, 사업장에 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마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충성맹세는 당당히 거부하여야 한다. 법률상 근로계약서에 작성해야 하 는 기본적인 사항이 있고, 서면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 사 이에 권리, 의무관계가 발생하면 그만인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줄곧 이미 폐지된 사상전향제, 준법서약서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일터 l 일터 l ․ 43
  • 44.
    두원정공 프로젝트를 마치며 한노보연김보성 시간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사람이 만든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시 간을 만들고 시간은 사람을 만든다. 대학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한 친구는 졸업 후 이랜드 디자이너가 되었다. 유쾌하고 낙천적이었던 친구는 이랜드 후아유 남성복 디자인실에서 일한다고 했다. 입사 후 반쪽이 된 얼굴을 하고 연말모임에나 띄엄띄엄 얼굴을 내밀곤 했다. 지독하게 일이 많고 바쁘다고 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창의성은 그 다지 허용하지 않으면서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박봉에 긴 시간의 노동을 정 당화하는 웃기는 직업이란 얘길 했다. 넌 왜 이렇게 얼굴을 보기 힘드냐며 친구들이 그리웠던 마음에 타박을 하면, 마른 얼굴로 매일 야근에 주말 근무 로 죽을 만큼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 ‘죽을 만큼’ 힘들다던 친구가, 어느 날 정말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흰 피부에 말투랑 몸짓까지, 친구랑 똑같이 닮은 모습을 한 친구의 여동생이 찾 아와서 전했다. 몇 달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던 감기가, 감기가 아니라 암이 었다고 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상사 눈치에 병원에 찾아갈 엄 두도 못 냈던 친구는, 죽기 3개월 직전 찾은 큰 병원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정확한 진단명을 찾아내기도 전에 죽어버렸다고 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노 동시간 시스템으로 인 해 사람이 혹사당하고 스스로를 돌볼 틈조차 얻지 못한 채 죽어가기 도 하지만, 그 노동시간 을 바꿔내 삶을 되찾는 것도 사람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44 ․ 통권 120 2014.1
  • 45.
    시간센터 프로젝트를 하면서‘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 금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실제로 일궈낸 두원정공 노동자들을 만나볼 기회를 얻었다. 똘똘 뭉쳐 전개한 투쟁으로 원칙에 입각한 노동시간 단축, 심야노동 철폐를 이뤄낸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삶의 ‘여유’를 되찾은 것 이 교대제 변경 후 경험한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개인의 조건과 선택에 따라 상이했지만, ‘여유’가 노동자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풍성하게 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여유’ 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 가족, 꿈, 재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돌보고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돈을 얼마 더 준다고 해도 예전으로 돌아가 고 싶지는 않다는 몇몇 노동자들의 말은, 새로운 삶을 통해 발견하고 경험한 발견한 가치들에 대한 강한 애착과 만족을 드러내준다. 새삼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여유’는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시간길이와 리듬의 포박으로부 터 풀려나 스스로의 몸과 정신, 사회적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조건 을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돌아봄의 경험, 성찰의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대안적인 가치를 만들고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중요한 건 그 ‘여유’를 없애는 것도,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시간 을 둘러싼 투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작업장에서도, 작업장을 넘어서 도 그렇다. 만약 이랜드에서 두원정공과 같이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졌다면, 하다못 해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라도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친구는 긴긴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두원정공에서 주간연 속2교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루 8시간 노동에 잔업에 특근에 일주일 단위로 맞바뀌는 심야노동에, 지치고 피 곤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즐거움과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기 위한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시간을 둘러싼 투쟁’은 장시간 노동으 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말 그대로 삶을 위한 투쟁이다. 그리고 또 제대로 된 삶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일터 l 일터 l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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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노동운동을 공격하는 박근혜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철도사유화를 막는 투쟁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한 싸움이다! 12월 22일 일요일, 언론사 건물에 입주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을 경찰 수천 명이 침탈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폭력의 역사가 반복되는 듯한 아찔한 기시감을 느끼며 박근혜 정부 1년과, 민영화를 막으려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돌아보았습니다. 정부와 경찰의 폭력은 평범한 시민들의 짧은 휴식조차 깨뜨리고, 불안과 갈등을 증 폭시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 어느 정권보다 ‘안전’을 강조하며 출범했습니 다. 재난, 재해예방과 체계적 관리,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조성, 통합과 화합의 공동 체 구현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5대 국정목표의 하나인 ‘안전과 통합의 사 회’ 안에 제시했던 목표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안전’은, 파업 중인 노조 지도부를 잡기 위해서라면 해머로 언론사 건 물의 현관유리문을 부수어도 되는 안전이고,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는 체포영장 하나로 건물의 1층부터 옥상까지 기물을 파손하며 폭력과 공포를 휘둘러도 되는 안전인 것입 니까? 1. 자회사 분할이 사기업에게 팔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라면 왜 밀어붙이는 것입 니까. 알짜배기 철도노선을 분할한 다음에 기업에 팔면서 사유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것 을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로 아니라고 하는 것을 한 올의 진정성 이라도 있다고 믿기 힘듭니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이후, 대형사고가 이어져 철도 재국유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05년 4월 일본의 서일본철도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107명 사망) 도 민영화로 인한 폐해로 드러났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철도노선을 사들인 민간 기 업이 운영적자를 우려하여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 요금인상을 요구하며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난 이 후 재국유화를 하자는 여론이 끓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대구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 철도노조는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어 안전시스 템이 일치하지 않고, 과도한 인력감축, 구조조정’ 이 사고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철도 사유화 이후 철도노동자 수는 1992년 15만 9000명에서 1997년 9만 8300 46 ․ 통권 120 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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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으로 줄었습니다. ‘공공의 이익’보다는‘이윤’과 비용절감을 내세운 결과입니다. 현장의 노동자가 줄고, 증가된 노동강도는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또한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처럼, 일본처럼, 아르헨티나처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민간기업의 힘에 굴복하여 교통정책의 공공성을 잃을 것이 걱정됩니다. 여객수 송 분담률이 25%를 넘고, 연간 10억 명이 타며 하루 300만 명이 이용하는 한국철도에 대해서 군침 흘리지 않을 기업이 있겠습니까. 2. 철도사유화를 막고 공공성을 지켜서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언론사 건물, 노동운동의 상징도 침탈하는 정부가, 아무 근거도 없이 믿어만 달라고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노동자이며 시민이며 국민입니다. 국민을 적으로 돌리며 잡아가 는 정부를 무엇을 보고 믿을 수 있습니까? 국민의 안전이 사기업 이윤을 위해 무방비상태에 놓이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안전’ 인 것입니다. 공공성은 특정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은 채, 보편적 권리를 가진 개인들이 협력하여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도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맛 편한 대로 ‘법과 원칙’을 갖다 붙이며 공공성을 위한 노동자국민의 의견을 ‘연행’하고 ‘체포’ 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더 큰 저항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 박근혜 정부는 경향신문사 건물과 민주노총 침탈에 대해 사과하라 ! ▶ 박근혜 정부는 파업중인 철도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 ▶ 박근혜 정부는 철도민영화 기도 중단하고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라 ! 2013. 12. 23 노동자, 시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의료인·연구자 일동 구인호 김완업 김용복 김은미 김명희 김문겸 김병진 김병훈 김종대 김종하 김종석 공유정옥 곽경민 김동근 김보언 김석원 김재광 김세은 김재천 국승종 김상규 김승섭 김정곤 김경근 김정수 김형렬 김혜정 유성묵 윤종화 이경호 이재식 이정래 조용식 홍석완 최현귀 김철주 송미옥 문언우 박혜영 박병화 박수일 백한주 박엄선 박영일 박정호 배영희 l 일터 l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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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 서은실 서상희성명애 소 은 손덕헌 손미아 송진우 송윤희 송홍종 이상윤 은상준 이호준 이서치경 양수호 오병창 윤종현 이광대 이민건 이상기 이은주 이인제 이형기 임영석 안재범 양민재 양선배 엄정흠 연 아 윤 영 윤성호 이경미 이기만 이도연 이동훈 이병근 이숙견 이영일 이의용 이종란 이지연 이진우 이태영 이태진 이혜은 이훈구 장영우 정경희 전수경 정상래 정재현 정하나 정호연 조성식 진형 주용수 최기용 황홍성 청이 최동주 최민 최종배 하해성 (개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산업보건연구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단체) ◁ 12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 강권동 강정주 고지윤 권기한 김경민 김경희 김기헌 김동춘 김병철 김부욱 김선수 김설민 김송아 김수현 김정신 김정원 김중희 김진철 김태오 김형섭 김혜선 남원철 문제혁 방복현 배정란 변영철 변은영 복진수 삼식이 선종현 손근호 손석기 신용태 신유록 안성민 안태은 양화진 염경석 예병진 우지영 유상철 윤성용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 이영호 이윤덕희 이은주 이자호 이희영 임승용 임재우 장혜영 전형준 정규전 정병권 정성욱 정은주 정종혁 정현섭 조종완 진선우 최무덕 최영철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경훈 한규권 한윤종 한 진 함승호 홍정연 홍코알라 한노보연후원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8 ․ 통권 120 2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