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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그들이 있다
TheIsland ofGuardians
꽤나 쌀쌀한 밤이었다, 그날은.
‘언제나 함께 연주할거라 생각했는데…….’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에 선발된 밴드 ‘탄’의 기타리스트 ‘혁’은 합주실에 혼자남
아 연습을 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경연에 자신이 직접 쓴 곡을 몇 번이나 연주
하고 고쳤는지 모른다. 반복되는 연습으로 지쳤는지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것
도 잠시 이상한 기운에 눈을 떠보니 주변이 온통 캄캄한 암흑으로 변하면서, 혁은
정신을 잃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스산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걸 느
끼고 눈을 뜬 혁은 자신이 합주실이 아닌 잔디 위에 누워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손에는 기타가 아닌 검과 상상신공이라 적힌 책이 놓여있고, 쪽지에는 이렇
게 적혀있었다.
“상상신공의 무공을 완성하여 세상을 구하여라.”
[10년 후]
자신의 무공과 이름을 온 천하에 알리기 위해 오늘도 이름 모를 고수들이 한창 경
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상상신검’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무공을 쓰
는 ‘혁’이라는 새파란 젊은 협객이 내놓으라는 고수들을 한명씩 제압하고 있다는 소
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래되지 않아 ‘상상신검’의 ‘혁’은 무림에서 가장 강한 무공
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의 이름은 무림의 힘없는 황제의 귀까지 닫게 된다. 이미 무
림은 마교에 의해 황폐화되기 일보직전이었고 황제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은 마교
가 사라지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교의 힘은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모든 무공을 습득한 마교의 교주, 천추로 하여금 절대강자라고 불렸
던 고수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었다. 그러던 찰나 이름 모를 강력한 무공인 ‘상상
신검’은 근본이 없는 무공이기에 천추를 잠재울 수 있는 무공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황제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염원을 이루고 10년 전, 외로이 상상신공이라고
적힌 비책과 검, 쪽지만을 친구로 삼으며 지내온 시간을 기억하며 드디어 기타를
치던 합주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교를 잠재우기 위해 칼을 갈기
시작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마교의 교주 ‘천추’와의 대결을 앞둔 어느 날, 우연히 기루에
팔리는 신세가 된 미모의 여인 ‘연희’를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사랑에 빠진다.
‘연희’에게 결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천추’를 찾아간 혁은 승리를 자신하지
만, 어찌된 영문인지 ‘천추’는 이미 상상신검의 허점을 간파하고 있었으니, 결국 혁
은 무참하게 패배한다.
‘천추’는 치명상을 입고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선 혁을 비웃으며 ‘연희’가 자신의 아
내이며 ‘상상신검’의 비급을 훔쳐내기 위해 일부러 혁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말한
다. 곧 천추의 일격을 맞고 힘없이 자유낙하 하는 혁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꿈일 거야. 그게 아니라면 쓸데없는 상상중 하나겠지. 그래, 그럴 거야.’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푸름 속에 누군가 모든 걸 체념한 표정으로 가파른 물살에
휘말려간다. 얼굴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들은 그 푸름 속에 희석되어 옅어지
지만 그 상처가 결코 얕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허망한 표정이 치명적인 상처보다 쓰라려 보이는 건 왜 일까.
‘연희야‧‧‧‧‧‧.’
[그림자는 사라질 때 가장 커진다]
눈을 뜬 곳은 포근한 이불 속이었다. 그리고 쓰라렸던 상처는 치료되어 있었다.
‘천국‧‧‧‧‧‧인 걸까?’
혁은 천추에게 치명상을 입고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기억은 없었다. 물론 그 기억의 마지막에는 연희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기억에 시
큼한 악취가 머리를 짓눌렀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고운 외모지만 한 눈에 봐도 연세가 있으신 할머
니였다. 혁은 감사한 마음에 할머니께 인사를 했다.
“할머니, 구해 주셔서 감사‧‧‧‧‧‧.”
할머니의 손은 빛보다 빨랐고 강철보다 단단했다.
“딱!”
“아악!”
혁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한 할머니는 신경질을 내며 소리친다.
“할머니라니! 누나라고 불러!”
한 번 더 맞았다간 다시 눈을 감게 될 것만 같았다.
그 할머니의 아니, 누님의 존함은 주작.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섬을 지킨 지가 언제
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주작 누님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혁이 그토록 열심히 연마했었던 ‘상상신검’이 천추의 ‘몽환음파공’
을 이길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 상상신검이 이 곳 ‘독도’에서 만들어진
무공이었고 깊은 해저에 잠들 뻔했던 혁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희미하게 남아있던
상상신검의 공력이 스스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 상상신검은 가짜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야.”
혁은 10년 동안 모든 걸 버리고 상상신검에만 매달려 왔던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하
게만 느껴졌다.
‘상상신검만 있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혁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한때 ‘신성’이라 불리며 무림에서 최고
의 자리까지 오른 그에게 상상신검은 최고의 무공이라 생각했건만 천추의 일격에
무너진 것에 대한 서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배신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
었다.
“사내자식이 질질 짜기는. 몸부터 추스려. 공력을 회복하고 나거든 진짜 네가 바라
는 상상신검을 보여 줄 테니.”
주작누님의 한 마디에 혁의 얼어붙었던 심장이 다시금 녹고 있었다.
이 섬엔 무시무시한 세 마리의 괴수가 살고 있다.
그 괴수들이 상상신검을 지키고 있고 그들을 물리쳐야 참된 상상신검을 가질 수 있
다고 한다. 아마도 주작누님은 이것들로부터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것 일지도.
그 세 마리의 괴수는 바로,
‘검고 무거운 도깨비’
‘불을 두르고 있는 호랑이’
‘얼음송곳을 가진 용’ 이었다.
이미 상상신검의 검과 비책을 천추에게 뺏겼기에 혁은 그 괴수들을 어떻게 상대해
야 할지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무작정 상상신검을 얻기 위해 그들에게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혁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공력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천추에게 상
상신검을 뺏기지 않았더라도 이들을 상대한다는 건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천추를 없애 세상을 구하고 그녀에게 진실을 듣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만
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섬을 지켜온 주작누님에게 빚진 목숨을 갚아야 하는
것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참된 상상신검을 가져야겠다는
다짐했지만 그 마음가짐과는 달리 몸은 떨고 있었다.
“나와라! 괴물들아! 너희들의 먹이가 되어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주겠단 말이다!”
그러자 곧 혁의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너였냐?”
바로 뒤에서 나타난 것에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혁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혁은 세상을 구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에 그동안의
추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촤르륵 지나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혁의 눈앞에는 자신의 10배는 족히 넘는 호랑이가 불을 두르며 걸어가고 있다. 그
를 따라 언덕 위에 보이는 조그마한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위엄과
웅장함을 자랑했던 호랑이의 모습은 인상 좋은 할아버지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 곳에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더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겨? 화투는 셋이서 쳐야 제 맛이 랑께. 어여와.”
괴수에게 이끌려 그들의 먹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했지만
그 평온한 분위기를 본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어느 장터에서 볼 수 있는 할
아버지들의 소소한 화투판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들의 행동에 상상하고 있었던 세
마리의 괴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분들은 세 마리의 괴물이 아닌 ‘독도’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검고 무거운 선비’는 하르방,
‘불을 두른 호랑이’는 해치,
‘얼음송곳을 가진 용’은 청룡이었다.
“오! 자네가 운반자인 겨?”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청룡 할아버지는 ‘얼음송곳’의 수식어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살갑게 대해주셨다. 그에 반해 하르방 할아버지는 그저 눈인사만 건네고 열심히 화
투에 집중하고 계셨다.
괴수라 생각했던 그들이 3명의 할아버지였다니.
그나저나 운반자라는 건 뭘까‧‧‧‧‧‧ 말 그대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인가?
“우리 주작여사는 잘 있는가 모르것네. 근데 뭘 가지고 온겨?”
“네? 가지고 오다뇨? 가져오라는 말만 들었는데요.
“에잉? 아무것도 안 가져왔다니‧‧‧‧‧‧ 주작여사 너무하는구먼. 지난번에 커피 좀 보
내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또 깜빡했구먼, 쯧쯧. 그나저나 뭘 가져 간다는 겨?”
“그, 그게, 검을 가져오라고‧‧‧‧‧‧”
“검? 신용도 말하는 건감?”
“네. 검을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해치 할아버지는 귀찮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짝 창고에서 잘 찾아봐.”
다시 그들은 화투를 섞으며 진지하게 점수를 계산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혁은 창고를 뒤져 녹슨 검을 발견했다. 그리곤 그 검을 해치 할아버지에게 가져
갔다.
“그거 가져가. 아, 해치영감이랑 하르방영감도 얼른 검을 주시구랴. 그래야 빨리
빨리 갔다 오지. 커피가 다 떨어져서 입이 심심햐. 그리고 올 때 녹차도 가지고 오
는 것도 잊지 말고잉~.”
다른 창고에서 두 자루의 검을 더 찾았다. 물론 세 자루의 검은 녹이 쓸어 무뎌져
있었고 과연 이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 명의 할아버지, 수
호신들께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 뒤 세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시 주작누님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주작누님께 왜 세 마리의 괴수라고 했냐며 따졌다가 지난번에 맞았던
꿀밤보다 더 강력한 꿀밤을 맞았다. 말이 꿀밤이지 이름 모를 절대무공은 아닌가하
는 생각이 든다.
주작누님은 혁이가 가져온 세 자루의 검을 한곳에 모으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수호신 해치의 신치도(信致刀)는 불의 기운을,
수호신 하르방의 신뢰도(信雷刀)는 땅의 기운을,
수호신 청룡의 신용도(信用刀)는 하늘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라고.
그녀는 곧 검들을 교차시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녹이 사라지고 강렬한 빛을
내며 하나의 검으로 모양이 변하고 있었다. 하나가 된 검은 혁을 찌르며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찌른 검에 화들짝 놀랬지만 그건 고통이 아닌 몸 안에서
모든 공력과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곧 주작누님은 말했다.
“네가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상상신검은 널 선택 했을 뿐 수호신인 우리가 왜
널 선택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그 마음이 곧 구하게 될 것이니라.”라는 알
수 없는 짧은 말을 남기며 무림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녀의 뒷모습을 끝으로 혁은 익숙한 곳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자신이 10년 동안
‘상상신검’을 연마했던 장소였다. 무림으로 돌아가게 된 혁은 마교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을 보며 기필코 천추를 무찌르고 연희에게 진실을 듣길 원했다. 그렇게 천
추의 수하인 마교의 신자들을 무찌르며 어느덧 천추와 재회하게 된다. 혁은 자신의
참된 상상신검으로 천추를 공격한다. 이미 상상신검의 허점을 간파하고 있는 천추
였기에 가소롭게 그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혁이 가진 상상신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상신검이 아니었다. 이전과는 달리 치명상을 입고 숨을 헐떡이는 천추. 혁
은 천추를 없애 마교를 멸하려는 순간 연희가 나타난다. 그녀의 입을 통해 혁은 연
희가 천추의 여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라난 천추와 연희, 천추는 자신의 여동생인 연희
를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마교의 앞잡이가 되어 악행을 일삼으며 그것이 삶이라
생각했던 그가 어느 순간 마교의 교주가 된 것이었다.
연희는 마교의 교주가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신을 죽여 달라고 그랬다. 그 모
습을 본 혁은 모든 게 부질없음을 느꼈다. 혁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천추는 연
희의 기력을 흡수하고 혁에게 일격을 날리지만 이미 분노한 혁의 공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혁 자신도 이성을 잃고 천추에게 일격을 날려 마교의 교주인 천추를 무림
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진실을 듣고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만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지
만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망하며 혁은 싸늘한 연희를 안고 울부짖고 있
었다.
'세상을 구하고 널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얼마나 울었을까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합주실이었다.
[스쳤던 바람은 이내 사라진다]
“형!”
누군가 혁을 깨운다. 분명 이 목소리는 그리웠던 목소리다.
“형, 괜찮아?”
다급한 목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떠본다. 희미한 시야 속에 익숙했던 것들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온다.
먼지가 쌓인 키보드, 상처가 난 드럼, 그리고 베이스기타.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보지만 역시 이곳은 합주실이다. 합주실에서 잠든 혁을 발
견한 드러머 용이는 혁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잠꼬대
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꿈이었나?’
그토록 생생했던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니.
자신의 두 손에 기타와 제목이 '상상신경'이라 적힌 악보를 쥐고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음 터뜨린다.
용이가 건네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용이에게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 경연 정
보를 듣게 된다. 상대팀은 ‘Sky Falling’. 몽환적인 어쿠스틱 사운드가 매력적인 밴
드였고 예선 때부터 참가자들의 이름에 오르내렸던 밴드였다.
‘탄’의 리더인 혁이 합주실에서 밤을 새가며 만든 곡 ‘상상신경’의 악보를 보자 용이
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형, 근데 키보드 파트는 왜 넣은 거야?”
“언젠간 같이 연주 할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용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며칠 뒤, 드디어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 경연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청중평가단들 속에 상대팀인 'Sky Falling'은 몽환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
드를 내며 청중들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Sky Falling'의 연주가 끝났지만 청중
들은 그 여운을 코끝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탄’은 용이의 경쾌한 드럼소리를 시작으로 ‘상상신경’을 노래한다.
꿈이었을까 ♪
하늘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눈을 떠 보니 구름 위에 서있지 뭐야
굳어있던 심장이 껍질을 깨고 다시 뛰기 시작해
머릿속에 숨어있던 겁쟁이들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어
그 녀석들!
하나 둘씩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하늘을 달렸어, 아니 날기 시작했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지구 밖으로 가볼까
으윽! 중력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
누군가 나를 밀어주고 있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겁쟁이들이 밀어주고 있어
겁쟁이들은 외치고 있어
우린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야!
눈을 뜨니 하얀 내 모습
꿈이었을까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
용이의 드럼을 끝으로 청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대신했다. 그 우레와 같은
소리사이로 혁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듣고 있니?’
연주가 모두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평이 이어져 갔다.
<Sky Falling의 심사평>
-Sky Falling의 연주에 지금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다. 하늘이 울면 비가 내리는
것처럼. 완벽한 연주였다.
-Sky Falling의 색깔을 완벽하게 보여준 것 같아서 흠 잡을 것이 없네요. 특히나 튀
지 않고 베이스와 기타를 커버해준 드럼이 좋았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탄의 심사평>
-앙상블이 좋았고 상상신경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신경이 활발해지는 걸 느꼈다
-몸이 스스로 흥분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날 것 같다
저명한 작곡가이자 음악인인 누군가는 ‘탄’에게 심사평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곡 자체의 발상이 좋았고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리더인 혁씨가 곡을 쓰셨다
고 했는데 한 가지 여쭤볼게요. 그 가사가 제목 그대로 상상이었나요?”
혁은 마이크를 건네받고 입을 연다.
“아, 같이 연주해오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의식을 잃고
있는 중이라 그를 위해 곡을 썼습니다. 그 친구가 이 곡을 듣고 어서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에‧‧‧‧‧‧.”
그 진실 된 마음은 현장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서로의 합주실로 돌아가기 전, 혁의 눈에 들어온 상대팀의 드러머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아니
그녀를 볼수록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굴까? 몸은 기억하는데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 이상한 기분은‧‧‧‧‧‧.’
Sky falling의 멤버중 한명이 그녀를 부를 때 그녀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녀
의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연희? 연희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혁이형! 오늘은 일찍 들어가.”
집으로 향하는 용이를 끝으로 합주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멤버들을 다 보낸 뒤 합주실에 혼자 남은 혁. 이상하게도 Sky Falling의 드러머였던
그녀를 보고 난 후부터 감출 수 없는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감은 두 눈에 고요했던 합주실에 적막이 흘렀다. 주변은 캄캄한
암흑으로 변했고,
‘연희라…… 누구였지?’
“딱!”
“아악!”
눈을 뜬 곳은 합주실이 아닌 할머니, 아니 주작누님의 집이었다. 혁은 자신을 꼬집
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전에 주작누님께 맞았던 꿀밤에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그 아픔 역시 낯설지 않았다.
“이놈이,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천추를 없앴으면 빨리 독도로 다시 왔어야지!”
혁은 혼란스러웠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그 혼란도 잠시 꺼림칙한 악취가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오늘은 악의 기운이 충만한 날이야. 운(暈)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소리가 들리는
구먼. 얼른 영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영감들과 함께 운(暈)들을 돌려보내게.”
“전 그냥 물건을 운반하는 '운반자'아닌가요?”
“누가 그러디? 어지러운 것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운반자(暈返者)야.”
주작 누님이 건네준 세 수호신들의 커피와 녹차, 그리고 과자를 가지고 그들, 세 명
의 수호신 할아버지들에게 갔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취는 더 심해졌으
며 수호신들의 공력이 더 가까이 전해졌다. 그 곳엔 이미 먹구름처럼 스산하게 퍼
진 운(暈)들이 독도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 사이로 ‘얼음송곳을 가진 용’과 ‘불
을 두른 호랑이’ 그리고 ‘검고 무거운 도깨비’가 그들을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혁 역시 자신의 상상신검을 소환하고 운(暈)들과 대항하기 시작했다. 꽤나 오랜 시
간이 지난 뒤 악취는 점차 옅어졌고 독도를 에워싸던 운(暈)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
았다.
상상신검은 무림에서 쓰기 위한 무공은 아니었고 오랜 세월부터 독도를 통해 세상
을 지키기 위한 힘이었다.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잡다한 악과 어지러운 것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독도, 그곳을 수호신들, 주작, 청룡, 하르방, 해치,
백호, 현무는 오래전부터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가 없었다. 혁이가 세 수호신을 떠나기 전 해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젠 우리들도 늙고 지쳐가고 있어. 물론 독도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존
재 그 자체지만 이 세상에 누군가는 지켜주겠지라는 생각이 인간들을 약하게 만드
는 것 같아. 이제는 너희들 스스로 지킬 차례야.”
주작누님의 집에 도착했지만 해치 할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서 맴돈다.
‘이젠 너희들 스스로 지킬 차례야.’
주작누님으로부터 수고했다며 진귀한 꽃 한 송이를 건네받았다. '잠을 깨우는 꽃'이
라고 했고 그것이 혁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현실
과 꿈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혁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시이공(同時異空)'
같은 시간 다른 공간, TV 속 채널을 돌리면 다른 채널이 있는 것처럼 세계 역시 무
수한 '동시이공'이 존재한다. 그 세계 속에 혁이는 상상신검을 통해 '무림'과 '독도'
그리고 '상상마당'을 왕래할 수 있었다.
혁이가 왜 상상신검을 가지게 되었고 왜 무림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주작누님도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혁이가 자신의 밴드 멤버인 키보드 멤버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잠들어 있던 상상신검을 깨웠고 상상신검은 동시이공(同時異空)인 ‘독도’로
혁을 소환했으나 상상신검 역시 오랜 잠에서 깨어난 터라 다른 동시이공(同時異空)
인 ‘무림’으로 소환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상상신검이 ‘독도’로 바로 데려
오지 않았던 것은 상상신검의 실수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작 누님의 말을 끝으로 이번에는 스스로 합주실로 돌아왔다. 캄캄한 암흑이라는
배를 타고서.
혁은 경연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찾지 못했던 병원으로 향했다. 입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죽은 숨을 쉬는 누군가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바싹 말라버린 꽃을 휴지통에 버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주작누님이
주신 꽃을 꽃병에 꽂고 그를 넌지시 바라본다. 그의 식은 손을 쓰다듬고 곧 병실을
나온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을 나서는 혁. 그날 밤은 쌀쌀했다.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의 긴 여정이 모두 끝나고 시간이 흘러 ‘탄’은 조금씩 세상
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뿐 아니라 그들의 행보 또한 기사화되어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어느 날 그들에게 소중한 것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게 했고 자신들이 보여줬던 음악을 세계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그들의 활력 넘치는 음악을 전 세계인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
을 때쯤 '탄'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보름달이 떠 있는 어느 날 밤, 바다 한 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 안에서 에너지 넘
치는 연주가 들린다. 잠시 뒤 연주가 중단되고 누군가가 문을 열며 밖으로 나온다.
“혁이형! 연습하다 말고 어디가?”
“미안,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나 빼고 연주 하고 있어.”
콧속이 간지럽다. 꺼름찍한 기운이 콧속을 간지럽힌다.
오늘밤 보름달이 유난히 은은한 빛을 비춘다. 그 스산한 빛을 볼 때면 누군가가 했
던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이젠 너희들이 지킬 차례야.’
누군가가 지켜줄거라는 생각,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지금 그 누군가가
‘나’라는 것을.
이제는 지키겠어. 설령 꿈일지라도.
그곳에
그들이 숨 쉰다
<등장인물 및 관계도>
<혁>
'탄'의 리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도 겸한다. 우연히 상상신검을 손에 넣게 되어 세
상을 구하기 위해 마교의 교주인 천추와 무공을 겨루지만 상상신검의 허점을 알게
된 천추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신비의 섬 ‘독도’로 향하게 된다.
<천추>
마교의 교주이자 무림의 절대강자. 하지만 그에 의해 무림은 황폐화되고 있다. 자신
을 위협하는 상상신검의 허점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이용해 혁의 상상신
검과 비책을 훔쳐 혁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연희>
마교의 교주인 천추의 여동생으로 일찍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오빠인
천추가 온갖 악행을 행하면서 까지도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준다. 마교의 교주
가 된 오빠, 천추를 예전으로 돌리려고 힘을 쓰지만 이미 마교의 교주가 된 그에게
그런 말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연희를 점점 미워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때 천
추는 ‘네가 나를 그렇게나 걱정해주고 있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다오.’라는 말과 함
께 ‘신성’이라 불리던 상상신검의 혁을 암살하게 시킨다. 하지만 연희는 따뜻한 혁
이에게 차마 목숨을 뺏을 수는 없었고 그의 검과 비책만을 훔쳐 천추에게 건넨다.
<주작>
독도를 지키는 수호신 중 한 명.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그녀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운(暈)들과 직접 싸우지는 않고 운반자들을 길러내고 발전시키게
하는 능력이 있다.
<하르방>
‘검고 무거운 도깨비’라는 수식어를 달고 운(暈)을 물리치지만 평소에는 과묵한 성
격의 멋쟁이 할아버지다. 화투와 커피를 낙으로 살아가는 수호신. 눈빛과 카리스마
를 믿음으로 운(暈)을 제압하는 ‘신뢰도(信雷刀)’를 사용한다.
<해치(해태)>
‘불을 두른 호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독도를 지킨다. 하르방과 같이 화투와 녹차
를 좋아한다. 외모처럼 불같은 성격에 하르방을 답답해 하지만 운(暈)을 물리칠 때
면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신
치도(信致刀)’를 사용한다.
<청룡>
주작과 같은 4대 수호신 중의 한명이다. ‘얼음송곳을 가진 용’
화투와 과자를 좋아하며 평소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사교적인 성격을 가진 친근
한 할아버지다. 노력의 믿음에 따라 그 힘이 증폭되는 ‘신용도’를 사용한다.
<백호> : 4대 수호신중 한명이지만 현재 독도에 없다.
<현무> : 4대 수호신중 한명이지만 현재 독도에 없다.
<수호신들>
그들이 몇 명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운반자(暈返者)들이 수호신이 되어 다른
동시이공(同時異空)을 지키고 있다.
<상상신검>
수호신들의 검들을 모아 만든 힘으로 수호신들이 가진 검을 합할수록 그 힘의 크기
는 증가한다. 동시이공을 왕래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운을 돌려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시이공(同時異空)>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이란 말로 하나의 세계가 아닌 평행 세계. 무수히 많은 세계
가 존재하지만 ‘그곳에 그들이 있다’에서는 ‘독도(수호신들의 섬)’, ‘무림’ 그리고
‘상상마당’이 나오는 3곳을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동시이공이 존재하고 그
동시이공에서 수호신들과 운반자들은 그 곳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탄>
리더인 혁이 결성한 밴드로, 드럼, 베이스기타, 일렉트릭기타, 키보드, 보컬로 구성
된 5인조 밴드였지만 키보드를 연주하던 “새상”이가 교통사고로 인한 식물인간 상
태가 되었다. 그때 마침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이라는 경연대회가 열리게 되고
그곳에서 혁은 ‘새상’을 위해 “상상신경”을 만들고 연주하게 된다.
<운(暈)>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이것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그 세상마다 다르
게 표현되어진다. 항상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출현하지만 그때
마다 세계에 존재하는 수호신, 운반자들에 의해 되돌려 보내진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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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꽤나 쌀쌀한 밤이었다, 그날은. ‘언제나 함께 연주할거라 생각했는데…….’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에 선발된 밴드 ‘탄’의 기타리스트 ‘혁’은 합주실에 혼자남 아 연습을 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경연에 자신이 직접 쓴 곡을 몇 번이나 연주 하고 고쳤는지 모른다. 반복되는 연습으로 지쳤는지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것 도 잠시 이상한 기운에 눈을 떠보니 주변이 온통 캄캄한 암흑으로 변하면서, 혁은 정신을 잃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스산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걸 느 끼고 눈을 뜬 혁은 자신이 합주실이 아닌 잔디 위에 누워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손에는 기타가 아닌 검과 상상신공이라 적힌 책이 놓여있고, 쪽지에는 이렇 게 적혀있었다. “상상신공의 무공을 완성하여 세상을 구하여라.” [10년 후] 자신의 무공과 이름을 온 천하에 알리기 위해 오늘도 이름 모를 고수들이 한창 경 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상상신검’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무공을 쓰 는 ‘혁’이라는 새파란 젊은 협객이 내놓으라는 고수들을 한명씩 제압하고 있다는 소 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래되지 않아 ‘상상신검’의 ‘혁’은 무림에서 가장 강한 무공 의 소유자가 되었고 그의 이름은 무림의 힘없는 황제의 귀까지 닫게 된다. 이미 무 림은 마교에 의해 황폐화되기 일보직전이었고 황제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은 마교 가 사라지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교의 힘은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모든 무공을 습득한 마교의 교주, 천추로 하여금 절대강자라고 불렸 던 고수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었다. 그러던 찰나 이름 모를 강력한 무공인 ‘상상 신검’은 근본이 없는 무공이기에 천추를 잠재울 수 있는 무공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황제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염원을 이루고 10년 전, 외로이 상상신공이라고 적힌 비책과 검, 쪽지만을 친구로 삼으며 지내온 시간을 기억하며 드디어 기타를 치던 합주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마교를 잠재우기 위해 칼을 갈기 시작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마교의 교주 ‘천추’와의 대결을 앞둔 어느 날, 우연히 기루에 팔리는 신세가 된 미모의 여인 ‘연희’를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사랑에 빠진다. ‘연희’에게 결전 후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천추’를 찾아간 혁은 승리를 자신하지 만, 어찌된 영문인지 ‘천추’는 이미 상상신검의 허점을 간파하고 있었으니, 결국 혁 은 무참하게 패배한다. ‘천추’는 치명상을 입고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선 혁을 비웃으며 ‘연희’가 자신의 아 내이며 ‘상상신검’의 비급을 훔쳐내기 위해 일부러 혁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말한 다. 곧 천추의 일격을 맞고 힘없이 자유낙하 하는 혁은 두 눈을 감고 있었다.
  • 5. ‘꿈일 거야. 그게 아니라면 쓸데없는 상상중 하나겠지. 그래, 그럴 거야.’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푸름 속에 누군가 모든 걸 체념한 표정으로 가파른 물살에 휘말려간다. 얼굴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들은 그 푸름 속에 희석되어 옅어지 지만 그 상처가 결코 얕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허망한 표정이 치명적인 상처보다 쓰라려 보이는 건 왜 일까. ‘연희야‧‧‧‧‧‧.’
  • 6. [그림자는 사라질 때 가장 커진다] 눈을 뜬 곳은 포근한 이불 속이었다. 그리고 쓰라렸던 상처는 치료되어 있었다. ‘천국‧‧‧‧‧‧인 걸까?’ 혁은 천추에게 치명상을 입고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기억은 없었다. 물론 그 기억의 마지막에는 연희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 기억에 시 큼한 악취가 머리를 짓눌렀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고운 외모지만 한 눈에 봐도 연세가 있으신 할머 니였다. 혁은 감사한 마음에 할머니께 인사를 했다. “할머니, 구해 주셔서 감사‧‧‧‧‧‧.” 할머니의 손은 빛보다 빨랐고 강철보다 단단했다. “딱!” “아악!” 혁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한 할머니는 신경질을 내며 소리친다. “할머니라니! 누나라고 불러!” 한 번 더 맞았다간 다시 눈을 감게 될 것만 같았다. 그 할머니의 아니, 누님의 존함은 주작.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섬을 지킨 지가 언제 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주작 누님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혁이 그토록 열심히 연마했었던 ‘상상신검’이 천추의 ‘몽환음파공’ 을 이길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그 상상신검이 이 곳 ‘독도’에서 만들어진 무공이었고 깊은 해저에 잠들 뻔했던 혁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희미하게 남아있던 상상신검의 공력이 스스로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 상상신검은 가짜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야.” 혁은 10년 동안 모든 걸 버리고 상상신검에만 매달려 왔던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하 게만 느껴졌다. ‘상상신검만 있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혁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한때 ‘신성’이라 불리며 무림에서 최고 의 자리까지 오른 그에게 상상신검은 최고의 무공이라 생각했건만 천추의 일격에 무너진 것에 대한 서러움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배신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 었다. “사내자식이 질질 짜기는. 몸부터 추스려. 공력을 회복하고 나거든 진짜 네가 바라 는 상상신검을 보여 줄 테니.” 주작누님의 한 마디에 혁의 얼어붙었던 심장이 다시금 녹고 있었다.
  • 7. 이 섬엔 무시무시한 세 마리의 괴수가 살고 있다. 그 괴수들이 상상신검을 지키고 있고 그들을 물리쳐야 참된 상상신검을 가질 수 있 다고 한다. 아마도 주작누님은 이것들로부터 ‘독도’를 지키고 있는 것 일지도. 그 세 마리의 괴수는 바로, ‘검고 무거운 도깨비’ ‘불을 두르고 있는 호랑이’ ‘얼음송곳을 가진 용’ 이었다. 이미 상상신검의 검과 비책을 천추에게 뺏겼기에 혁은 그 괴수들을 어떻게 상대해 야 할지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무작정 상상신검을 얻기 위해 그들에게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혁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공력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천추에게 상 상신검을 뺏기지 않았더라도 이들을 상대한다는 건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천추를 없애 세상을 구하고 그녀에게 진실을 듣기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만 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섬을 지켜온 주작누님에게 빚진 목숨을 갚아야 하는 것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참된 상상신검을 가져야겠다는 다짐했지만 그 마음가짐과는 달리 몸은 떨고 있었다. “나와라! 괴물들아! 너희들의 먹이가 되어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주겠단 말이다!” 그러자 곧 혁의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너였냐?” 바로 뒤에서 나타난 것에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혁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혁은 세상을 구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에 그동안의 추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촤르륵 지나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혁의 눈앞에는 자신의 10배는 족히 넘는 호랑이가 불을 두르며 걸어가고 있다. 그 를 따라 언덕 위에 보이는 조그마한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위엄과 웅장함을 자랑했던 호랑이의 모습은 인상 좋은 할아버지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 곳에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더 있었다. “어디 갔다 오는 겨? 화투는 셋이서 쳐야 제 맛이 랑께. 어여와.” 괴수에게 이끌려 그들의 먹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했지만 그 평온한 분위기를 본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어느 장터에서 볼 수 있는 할 아버지들의 소소한 화투판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들의 행동에 상상하고 있었던 세 마리의 괴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 8. 그 분들은 세 마리의 괴물이 아닌 ‘독도’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검고 무거운 선비’는 하르방, ‘불을 두른 호랑이’는 해치, ‘얼음송곳을 가진 용’은 청룡이었다. “오! 자네가 운반자인 겨?”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청룡 할아버지는 ‘얼음송곳’의 수식어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살갑게 대해주셨다. 그에 반해 하르방 할아버지는 그저 눈인사만 건네고 열심히 화 투에 집중하고 계셨다. 괴수라 생각했던 그들이 3명의 할아버지였다니. 그나저나 운반자라는 건 뭘까‧‧‧‧‧‧ 말 그대로 물건을 운반하는 것인가? “우리 주작여사는 잘 있는가 모르것네. 근데 뭘 가지고 온겨?” “네? 가지고 오다뇨? 가져오라는 말만 들었는데요. “에잉? 아무것도 안 가져왔다니‧‧‧‧‧‧ 주작여사 너무하는구먼. 지난번에 커피 좀 보 내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또 깜빡했구먼, 쯧쯧. 그나저나 뭘 가져 간다는 겨?” “그, 그게, 검을 가져오라고‧‧‧‧‧‧” “검? 신용도 말하는 건감?” “네. 검을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해치 할아버지는 귀찮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짝 창고에서 잘 찾아봐.” 다시 그들은 화투를 섞으며 진지하게 점수를 계산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혁은 창고를 뒤져 녹슨 검을 발견했다. 그리곤 그 검을 해치 할아버지에게 가져 갔다. “그거 가져가. 아, 해치영감이랑 하르방영감도 얼른 검을 주시구랴. 그래야 빨리 빨리 갔다 오지. 커피가 다 떨어져서 입이 심심햐. 그리고 올 때 녹차도 가지고 오 는 것도 잊지 말고잉~.” 다른 창고에서 두 자루의 검을 더 찾았다. 물론 세 자루의 검은 녹이 쓸어 무뎌져 있었고 과연 이들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 명의 할아버지, 수 호신들께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 뒤 세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시 주작누님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주작누님께 왜 세 마리의 괴수라고 했냐며 따졌다가 지난번에 맞았던 꿀밤보다 더 강력한 꿀밤을 맞았다. 말이 꿀밤이지 이름 모를 절대무공은 아닌가하 는 생각이 든다. 주작누님은 혁이가 가져온 세 자루의 검을 한곳에 모으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수호신 해치의 신치도(信致刀)는 불의 기운을, 수호신 하르방의 신뢰도(信雷刀)는 땅의 기운을, 수호신 청룡의 신용도(信用刀)는 하늘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라고.
  • 9. 그녀는 곧 검들을 교차시키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녹이 사라지고 강렬한 빛을 내며 하나의 검으로 모양이 변하고 있었다. 하나가 된 검은 혁을 찌르며 그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찌른 검에 화들짝 놀랬지만 그건 고통이 아닌 몸 안에서 모든 공력과 깨달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곧 주작누님은 말했다. “네가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상상신검은 널 선택 했을 뿐 수호신인 우리가 왜 널 선택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그 마음이 곧 구하게 될 것이니라.”라는 알 수 없는 짧은 말을 남기며 무림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녀의 뒷모습을 끝으로 혁은 익숙한 곳에서 깨어난다. 그곳은 자신이 10년 동안 ‘상상신검’을 연마했던 장소였다. 무림으로 돌아가게 된 혁은 마교에 의해 폐허가 된 마을을 보며 기필코 천추를 무찌르고 연희에게 진실을 듣길 원했다. 그렇게 천 추의 수하인 마교의 신자들을 무찌르며 어느덧 천추와 재회하게 된다. 혁은 자신의 참된 상상신검으로 천추를 공격한다. 이미 상상신검의 허점을 간파하고 있는 천추 였기에 가소롭게 그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지만 혁이 가진 상상신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상상신검이 아니었다. 이전과는 달리 치명상을 입고 숨을 헐떡이는 천추. 혁 은 천추를 없애 마교를 멸하려는 순간 연희가 나타난다. 그녀의 입을 통해 혁은 연 희가 천추의 여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라난 천추와 연희, 천추는 자신의 여동생인 연희 를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마교의 앞잡이가 되어 악행을 일삼으며 그것이 삶이라 생각했던 그가 어느 순간 마교의 교주가 된 것이었다. 연희는 마교의 교주가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신을 죽여 달라고 그랬다. 그 모 습을 본 혁은 모든 게 부질없음을 느꼈다. 혁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천추는 연 희의 기력을 흡수하고 혁에게 일격을 날리지만 이미 분노한 혁의 공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혁 자신도 이성을 잃고 천추에게 일격을 날려 마교의 교주인 천추를 무림 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 진실을 듣고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만한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지 만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망하며 혁은 싸늘한 연희를 안고 울부짖고 있 었다. '세상을 구하고 널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얼마나 울었을까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합주실이었다.
  • 10. [스쳤던 바람은 이내 사라진다] “형!” 누군가 혁을 깨운다. 분명 이 목소리는 그리웠던 목소리다. “형, 괜찮아?” 다급한 목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떠본다. 희미한 시야 속에 익숙했던 것들이 조금씩 비집고 들어온다. 먼지가 쌓인 키보드, 상처가 난 드럼, 그리고 베이스기타.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보지만 역시 이곳은 합주실이다. 합주실에서 잠든 혁을 발 견한 드러머 용이는 혁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 잠꼬대 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꿈이었나?’ 그토록 생생했던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니. 자신의 두 손에 기타와 제목이 '상상신경'이라 적힌 악보를 쥐고 있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음 터뜨린다. 용이가 건네준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용이에게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 경연 정 보를 듣게 된다. 상대팀은 ‘Sky Falling’. 몽환적인 어쿠스틱 사운드가 매력적인 밴 드였고 예선 때부터 참가자들의 이름에 오르내렸던 밴드였다. ‘탄’의 리더인 혁이 합주실에서 밤을 새가며 만든 곡 ‘상상신경’의 악보를 보자 용이 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형, 근데 키보드 파트는 왜 넣은 거야?” “언젠간 같이 연주 할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용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며칠 뒤, 드디어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 경연이 시작되었다. 엄청난 청중평가단들 속에 상대팀인 'Sky Falling'은 몽환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 드를 내며 청중들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Sky Falling'의 연주가 끝났지만 청중 들은 그 여운을 코끝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탄’은 용이의 경쾌한 드럼소리를 시작으로 ‘상상신경’을 노래한다. 꿈이었을까 ♪ 하늘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 눈을 떠 보니 구름 위에 서있지 뭐야 굳어있던 심장이 껍질을 깨고 다시 뛰기 시작해 머릿속에 숨어있던 겁쟁이들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어 그 녀석들! 하나 둘씩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하늘을 달렸어, 아니 날기 시작했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지구 밖으로 가볼까 으윽! 중력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 누군가 나를 밀어주고 있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어보니 겁쟁이들이 밀어주고 있어 겁쟁이들은 외치고 있어 우린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야! 눈을 뜨니 하얀 내 모습 꿈이었을까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
  • 11. 용이의 드럼을 끝으로 청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대신했다. 그 우레와 같은 소리사이로 혁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듣고 있니?’
  • 12. 연주가 모두 끝나고 심사위원들의 평이 이어져 갔다. <Sky Falling의 심사평> -Sky Falling의 연주에 지금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다. 하늘이 울면 비가 내리는 것처럼. 완벽한 연주였다. -Sky Falling의 색깔을 완벽하게 보여준 것 같아서 흠 잡을 것이 없네요. 특히나 튀 지 않고 베이스와 기타를 커버해준 드럼이 좋았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탄의 심사평> -앙상블이 좋았고 상상신경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신경이 활발해지는 걸 느꼈다 -몸이 스스로 흥분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날 것 같다 저명한 작곡가이자 음악인인 누군가는 ‘탄’에게 심사평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곡 자체의 발상이 좋았고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리더인 혁씨가 곡을 쓰셨다 고 했는데 한 가지 여쭤볼게요. 그 가사가 제목 그대로 상상이었나요?” 혁은 마이크를 건네받고 입을 연다. “아, 같이 연주해오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의식을 잃고 있는 중이라 그를 위해 곡을 썼습니다. 그 친구가 이 곡을 듣고 어서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에‧‧‧‧‧‧.” 그 진실 된 마음은 현장뿐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서로의 합주실로 돌아가기 전, 혁의 눈에 들어온 상대팀의 드러머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아니 그녀를 볼수록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굴까? 몸은 기억하는데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 이상한 기분은‧‧‧‧‧‧.’ Sky falling의 멤버중 한명이 그녀를 부를 때 그녀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녀 의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연희? 연희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 13. “혁이형! 오늘은 일찍 들어가.” 집으로 향하는 용이를 끝으로 합주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멤버들을 다 보낸 뒤 합주실에 혼자 남은 혁. 이상하게도 Sky Falling의 드러머였던 그녀를 보고 난 후부터 감출 수 없는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감은 두 눈에 고요했던 합주실에 적막이 흘렀다. 주변은 캄캄한 암흑으로 변했고, ‘연희라…… 누구였지?’ “딱!” “아악!” 눈을 뜬 곳은 합주실이 아닌 할머니, 아니 주작누님의 집이었다. 혁은 자신을 꼬집 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 전에 주작누님께 맞았던 꿀밤에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그 아픔 역시 낯설지 않았다. “이놈이,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천추를 없앴으면 빨리 독도로 다시 왔어야지!” 혁은 혼란스러웠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그 혼란도 잠시 꺼림칙한 악취가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오늘은 악의 기운이 충만한 날이야. 운(暈)들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소리가 들리는 구먼. 얼른 영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영감들과 함께 운(暈)들을 돌려보내게.” “전 그냥 물건을 운반하는 '운반자'아닌가요?” “누가 그러디? 어지러운 것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운반자(暈返者)야.” 주작 누님이 건네준 세 수호신들의 커피와 녹차, 그리고 과자를 가지고 그들, 세 명 의 수호신 할아버지들에게 갔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악취는 더 심해졌으 며 수호신들의 공력이 더 가까이 전해졌다. 그 곳엔 이미 먹구름처럼 스산하게 퍼 진 운(暈)들이 독도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 사이로 ‘얼음송곳을 가진 용’과 ‘불 을 두른 호랑이’ 그리고 ‘검고 무거운 도깨비’가 그들을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혁 역시 자신의 상상신검을 소환하고 운(暈)들과 대항하기 시작했다. 꽤나 오랜 시 간이 지난 뒤 악취는 점차 옅어졌고 독도를 에워싸던 운(暈)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 았다. 상상신검은 무림에서 쓰기 위한 무공은 아니었고 오랜 세월부터 독도를 통해 세상 을 지키기 위한 힘이었다.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잡다한 악과 어지러운 것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독도, 그곳을 수호신들, 주작, 청룡, 하르방, 해치, 백호, 현무는 오래전부터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가 없었다. 혁이가 세 수호신을 떠나기 전 해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 14. “이젠 우리들도 늙고 지쳐가고 있어. 물론 독도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삶이자 존 재 그 자체지만 이 세상에 누군가는 지켜주겠지라는 생각이 인간들을 약하게 만드 는 것 같아. 이제는 너희들 스스로 지킬 차례야.” 주작누님의 집에 도착했지만 해치 할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서 맴돈다. ‘이젠 너희들 스스로 지킬 차례야.’ 주작누님으로부터 수고했다며 진귀한 꽃 한 송이를 건네받았다. '잠을 깨우는 꽃'이 라고 했고 그것이 혁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현실 과 꿈의 경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혁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시이공(同時異空)' 같은 시간 다른 공간, TV 속 채널을 돌리면 다른 채널이 있는 것처럼 세계 역시 무 수한 '동시이공'이 존재한다. 그 세계 속에 혁이는 상상신검을 통해 '무림'과 '독도' 그리고 '상상마당'을 왕래할 수 있었다. 혁이가 왜 상상신검을 가지게 되었고 왜 무림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주작누님도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혁이가 자신의 밴드 멤버인 키보드 멤버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잠들어 있던 상상신검을 깨웠고 상상신검은 동시이공(同時異空)인 ‘독도’로 혁을 소환했으나 상상신검 역시 오랜 잠에서 깨어난 터라 다른 동시이공(同時異空) 인 ‘무림’으로 소환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상상신검이 ‘독도’로 바로 데려 오지 않았던 것은 상상신검의 실수가 아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주작 누님의 말을 끝으로 이번에는 스스로 합주실로 돌아왔다. 캄캄한 암흑이라는 배를 타고서. 혁은 경연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찾지 못했던 병원으로 향했다. 입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죽은 숨을 쉬는 누군가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바싹 말라버린 꽃을 휴지통에 버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주작누님이 주신 꽃을 꽃병에 꽂고 그를 넌지시 바라본다. 그의 식은 손을 쓰다듬고 곧 병실을 나온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을 나서는 혁. 그날 밤은 쌀쌀했다.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의 긴 여정이 모두 끝나고 시간이 흘러 ‘탄’은 조금씩 세상 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악뿐 아니라 그들의 행보 또한 기사화되어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어느 날 그들에게 소중한 것이 돌아오고 있었다.
  • 15.
  • 16. 그들의 만남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게 했고 자신들이 보여줬던 음악을 세계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그들의 활력 넘치는 음악을 전 세계인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 을 때쯤 '탄'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 17. 보름달이 떠 있는 어느 날 밤, 바다 한 가운데 외롭게 떠있는 섬 안에서 에너지 넘 치는 연주가 들린다. 잠시 뒤 연주가 중단되고 누군가가 문을 열며 밖으로 나온다. “혁이형! 연습하다 말고 어디가?” “미안,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나 빼고 연주 하고 있어.” 콧속이 간지럽다. 꺼름찍한 기운이 콧속을 간지럽힌다. 오늘밤 보름달이 유난히 은은한 빛을 비춘다. 그 스산한 빛을 볼 때면 누군가가 했 던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이젠 너희들이 지킬 차례야.’ 누군가가 지켜줄거라는 생각,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을 테지만 지금 그 누군가가 ‘나’라는 것을. 이제는 지키겠어. 설령 꿈일지라도. 그곳에 그들이 숨 쉰다
  • 18. <등장인물 및 관계도> <혁> '탄'의 리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도 겸한다. 우연히 상상신검을 손에 넣게 되어 세 상을 구하기 위해 마교의 교주인 천추와 무공을 겨루지만 상상신검의 허점을 알게 된 천추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신비의 섬 ‘독도’로 향하게 된다. <천추> 마교의 교주이자 무림의 절대강자. 하지만 그에 의해 무림은 황폐화되고 있다. 자신 을 위협하는 상상신검의 허점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이용해 혁의 상상신 검과 비책을 훔쳐 혁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연희> 마교의 교주인 천추의 여동생으로 일찍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오빠인 천추가 온갖 악행을 행하면서 까지도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준다. 마교의 교주 가 된 오빠, 천추를 예전으로 돌리려고 힘을 쓰지만 이미 마교의 교주가 된 그에게 그런 말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연희를 점점 미워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때 천 추는 ‘네가 나를 그렇게나 걱정해주고 있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다오.’라는 말과 함 께 ‘신성’이라 불리던 상상신검의 혁을 암살하게 시킨다. 하지만 연희는 따뜻한 혁 이에게 차마 목숨을 뺏을 수는 없었고 그의 검과 비책만을 훔쳐 천추에게 건넨다.
  • 19. <주작> 독도를 지키는 수호신 중 한 명.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그녀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운(暈)들과 직접 싸우지는 않고 운반자들을 길러내고 발전시키게 하는 능력이 있다. <하르방> ‘검고 무거운 도깨비’라는 수식어를 달고 운(暈)을 물리치지만 평소에는 과묵한 성 격의 멋쟁이 할아버지다. 화투와 커피를 낙으로 살아가는 수호신. 눈빛과 카리스마 를 믿음으로 운(暈)을 제압하는 ‘신뢰도(信雷刀)’를 사용한다. <해치(해태)> ‘불을 두른 호랑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독도를 지킨다. 하르방과 같이 화투와 녹차 를 좋아한다. 외모처럼 불같은 성격에 하르방을 답답해 하지만 운(暈)을 물리칠 때 면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신 치도(信致刀)’를 사용한다. <청룡> 주작과 같은 4대 수호신 중의 한명이다. ‘얼음송곳을 가진 용’ 화투와 과자를 좋아하며 평소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사교적인 성격을 가진 친근 한 할아버지다. 노력의 믿음에 따라 그 힘이 증폭되는 ‘신용도’를 사용한다. <백호> : 4대 수호신중 한명이지만 현재 독도에 없다. <현무> : 4대 수호신중 한명이지만 현재 독도에 없다. <수호신들> 그들이 몇 명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과거의 운반자(暈返者)들이 수호신이 되어 다른 동시이공(同時異空)을 지키고 있다. <상상신검> 수호신들의 검들을 모아 만든 힘으로 수호신들이 가진 검을 합할수록 그 힘의 크기 는 증가한다. 동시이공을 왕래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운을 돌려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 20. <동시이공(同時異空)>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이란 말로 하나의 세계가 아닌 평행 세계. 무수히 많은 세계 가 존재하지만 ‘그곳에 그들이 있다’에서는 ‘독도(수호신들의 섬)’, ‘무림’ 그리고 ‘상상마당’이 나오는 3곳을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동시이공이 존재하고 그 동시이공에서 수호신들과 운반자들은 그 곳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탄> 리더인 혁이 결성한 밴드로, 드럼, 베이스기타, 일렉트릭기타, 키보드, 보컬로 구성 된 5인조 밴드였지만 키보드를 연주하던 “새상”이가 교통사고로 인한 식물인간 상 태가 되었다. 그때 마침 상상마당 밴드인큐베이팅이라는 경연대회가 열리게 되고 그곳에서 혁은 ‘새상’을 위해 “상상신경”을 만들고 연주하게 된다. <운(暈)>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이것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으로 그 세상마다 다르 게 표현되어진다. 항상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출현하지만 그때 마다 세계에 존재하는 수호신, 운반자들에 의해 되돌려 보내진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