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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교도의 스테일 마그누스는 그렇게 말했다.
『현재 알고 있는 건 '루트 디스터브(추적 봉인)' 오리아나 톰슨과 '마르디 그라(고
해의 화요일)' 리드비아 로렌체티 두 사람이지 말입니다. 놈들은 이 도시에서 대규
모 영적 무기를 거래하고 싶은 모양이다냥ㅡ.』
마술사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이어서 말했다.
고등학생 카미조 토우마는 오후의 학원도시를 달리면서 그들의 말을 떠올린다.
학원도시 전체에서 개최되는 특수 운동회 '대패성제' 덕분인지 거리는 많은 사람
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지금은 대패성제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엗, 평소에는 지나치게 엄중한 경비에도
어느 정도 창구를 설치해야 하잖아? 놈들은 그 틈을 뚫고 학원도시에 숨어든 거
야.』
『그거다냥ㅡ. 학원도시의 안티스킬(경비원)이나 저지먼트(선도위원)가 마술 측의
놈들을 붙잡아버리면 문제가 생기거든. 그렇다고 오리아나 일행을 추격하기 위해
마술사들을 대량으로 학원도시에 불러들이는 것도 곤란해. 마술사 전원이 학원도
시 편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냥ㅡ. 과학 측과 마술 측, 양쪽 모두 오리아나나 리
드비아의 동향을 알아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는 거지.』
카미조는 그런 혼잡한 곳을 누비듯이 걸어간다.
주위에는 헬륨을 넣은 풍선을 들고 걸어가는 부모자식 일행이나 해외여행의 두꺼
운 가이드북처럼 빵빵한 대패성제 팸플릿을 한 손에 들고 경기 스케쥴을 확인하
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학원도시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마술조는 학원도시 내부에서 마력의 흐름을 감
지한 순간, 그걸 구실로 쳐들어오겠지. 범위 계열 탐색 술식을 전개하고 있을 테니
까.』
『그래도 학원도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술식은 없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놈들의
탐색은 인덱스 주변 1킬로미터에서 2킬로미터 정도에 집중되어 있을 거야. 어쨌
거나 지금까지 마술적 사건의 대부분은 그 녀석 주위에서 일어났으니까냥ㅡ.』
『다시 말해서 이런 거야. 그 애를 사건에 끌어들이면 나나 오리아나 놈들이 내뿜
는 마력이 감지될 수도 있어.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애를 멀리 떨어뜨려놓으
면 탐색에 걸릴 가능성은 훨씬 낮아지지.』
『뭐, 카미양이 적임일 거야. 사건에 협조하는 건 물론이고 교묘ㅡ하게 인덱스를
현장에서 멀어지게 유도해줄 수 있다면 고맙겠다냥ㅡ.』
이 학원도시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는 일도.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도.
『칫, 놈들이 갖고 있는 영적 무기는 '스탭 소드' 같은 게 아니야. '크로체 디 피에트
로(사도 십자)'다! 그 효과는 십자가를 꽂은 공간을, 물리와 정신 양쪽 면에서 강제
적으로 로마 정교의 소유지로 만들어버리는 지배의 힘. 지배된 땅에서는 모든 것
이 로마 정교에 유리하도록 전개되고, 아무도 그 변화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납
득하게 돼. 교회 세계와 대립하고 있는 학원도시에서 사용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
날지... '학원도시가 로마 정교 산하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면 그게 그대
로 이루어지고 말 거야!』
『오리아나 놈들이 말한 '거래'라는 건 영적 무기 하나가 아니라 '영적 무기에 지배
되는 학원도시'라는 건가. 학원도시는 과학 측의 장(長), 이런 학원도시의 제어권
을 얻는다는 건 다시 말해서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니까냥ㅡ. 교
회 측의 최대세력인 로마 정교가 과학 측의 최대 세력인 학원도시를 수중에 넣는
다면ㅡ 이 세계는 로마 정교 놈들에게 제압되고 만다고.』
『파는 쪽인 오리아나나 리드비아의 이름이 명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들의
거래 상대가 묘하게 흐릿한 것도 그 때문이지. 애초에 오리아나 일행은 '크로체 디
피에트로'를 누군가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던 거야. 그 거래는 리드비아 일당과, 그
녀들이 소속되어 있는 로마 정교 전체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니까!』
한때는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반소매에 반바지 체육복 차
림의 소년이다. 어떤 사정 때문에 팔다리에 찰과상이 생기거나 뺨에 거즈가 붙거
나 옷이 찢어지거나 더러워지기도 했지만, 오늘은 능력자끼리 격돌하는 대패성제
가 한창이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 어떤 사정 탓도 있어서, 점심시간이 종반에 접어들었는데도 그는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약간 공복감을 느끼고 있는 몸을 움직이면서, 카미조는 똑같이 배가
고플 여자아이를 찾아다닌다.
'그 녀석,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일부러 들려준 공짜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다 돼서
쓸 수 없었지. 츠치미카도도 인덱스를 사건 현장에 접근시키지 말라고 했으니까,
어쨌거나 눈을 떼지 말아야지.'
카미조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마술사 오리아나 톰슨이나 로마 정교의 리드비아 로렌체티 등이 한창 암약하고
있는 중에 왜 이렇게 느긋한 걸까. 카미조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츠치미
카도나 스테일에게 엄중한 주의를 받은 것으로,
그런저런 이유로, 현재 카미조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한 소녀를 상대하는 것
인가보다.
인덱스라고 불리는, 카미조가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은ㅡ 몸집이 작고 피부가 하얀
소녀로 눈동자는 녹색.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은 은색이고, 게다가 입고 있는
것은 홍차 찻잔 같은, 금실로 자수가 놓여 있는 새하얀 수도복이다.
학원도시나 대패성제의 인지도가 높은 탓인지, 외국인 소녀 자체는 드물지도 않
다. 가끔 은발의 녹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도 스쳐지나가지만 그래도 착각하고 말
을 걸지는 않았다. 설사 은발벽안의 여자아이가 아무리 많이 있다 해도, 그런 화려
한 수도복을 입고 있는 것은 인덱스뿐이다.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런데 눈에 띄지를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우마..."
그때, 그런 카미조의 귀에 익숙한 귀여운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는 그쪽을 보았지만 역시 거기에 있는 것은 사람, 사람, 사람. 완벽하게 벽을 이
루고 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시야 구석에
은색 머리카락이 얼핏 보였지만 눈으로 따라가보니 그 여자아이는 하얀 플리츠스
커트에 연한 초록색 탱크톱이라는 치어걸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인덱스가 저런 옷
을 입고 있을 리가 없다.
카미조는 돌아보았지만, 역시 그 새하얗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수도복은 어디에
도 없었다. 있는 것은 인덱스와 아주 많이 닮은, 치어걸 의상을 입고 양손에 삼색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은발벽안의 소녀뿐이고.
"토우마!! 어째서 아까부터 시선을 맞춰주지 않는 거야?!"
"우와아!!"
카미조는 놀라서 몸을 뒤로 젖혔다. 어느새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한 치어걸 소녀
가 그의 귓가에서 힘껏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그쪽에서도 그쪽대로 카미조를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아, 그는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인덱스는 오전에 코모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치어걸 의상으로
갈아입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토우마, 토우마. 지금 뭔가 수상한 장면을 떠올리려고? 나한테는 토우마가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 안 했어. 안 했어. 안 했거든요?"
카미조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인덱스는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 무엇 때문에 화가 나신 걸까, 카미조는 불안해진다. 삼색고양이에게 시선을 맞
춰봐도 졸린 것 같은 하품이 돌아올 뿐이다. 카미조는 평화로워 보이는 고양이의
얼굴을 보면서 몇 초 생각하다가,
"앗, 알았다. 배가 고픈 거구나, 인덱스. 지금부터 아버지랑 합류해서 점심을 먹을
거니까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말한 순간 인덱스는 작은 주먹으로 카미조의 머리를 딱 때렸다.
"아닌걸, 토우마, 바보!"
"아파! 그럼 대체 뭐야?!"
"난 토우마를 응원하기 위해서 일부러 옷을 갈아입고 코모에한테서 율동도 배웠
는데! 한편 그 무렵 토우마는 어디에 있었지?! '빵 먹기 경주' 때에도, '줄다리기'
때에도 전혀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오리아나 톰슨은 귀여운 유니폼을 입은 점원에게서 2단으로 쌓인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있었다.
곱슬머리가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있는 금색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 파란 눈동자.
큰 키에 글래머 스타일. 어느 모로 보나 일본인이 상상할 법한 서양인의 모습이다.
현재의 복장은 그때까지 입고 있던 작업복이 아니다. 위에는 짙은 색깔의 캐미솔
에 아래는 연한 색깔의 넉넉한 치마. 발에는선이 가느다란 힐을 신고 있다. 치마
길이는 발목 가까이까지 오지만 청초한 이미지는 아니다. 치마의 천에는 10센티
미터 간격으로 세로로 슬릿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속옷도 감추어지지 않기 때
문에 수영복을 입을 때 쓰는 것 같은 파레우를 허리에 두르고 있을 정도다.
그녀가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마치 발처럼 늘어진 치마 속에서 다리가 허벅지 위
아슬아슬한 데까지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하반신을 가리기 위한 천 속에
서 맨다리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광경은 치마라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
적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크리스트교 사회에서 의복이란 자신의 입장이나 권위를 나타내는 아이템이다. 대
주교의 법의에서 죄수복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전용 의복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의복의 파괴ㅡ 특히 여성의 치마를 잘라낸다는 행위는 권위의 박탈
을 의미한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보호할 만한 가치도 없는 '수치스러운 이'로
서 사회 전체에서 모멸의 시선을 받는다. 물론 대상은 죄인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맑은 목소리다.
오리아나의 오른쪽 귀에는 마치 볼펜을 끼우듯이 단어장의 두꺼운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다. 두꺼운 종이는 바르르 떨리며 진동을 만들고 그것이 '목소리'를 낳는
것이다.
"아니. 이 언니도 의외로 멀리까지 와버렸구나ㅡ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리
드비아 로렌체티."
『본명은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을 텐데요. 그리고 아직 감회에 젖
기에는 이를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생각되니까요.』
"알고 있어용. 이 언니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어. 나 같은 '죄인'이라도 이럴
때 점수를 벌어두면 고지식하신 파벌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당신 입장도
조금은 좋아지려나."
『...... 나는 별로.』
"언니의 호의는 그냥 받아두라니까."
"쉬게 해주지 않는다는 게 재미있는 거양. 그보다 리드비아, 당신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어? 메인으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언니뿐만 아니라, 서포트가 위주인
당신도 움직임이 막히면 작전이 실패하고 말 텐데."
『안심하세요. 이쪽은 당신과 달리 현재로서는 라운지에서 꼼짝도 않고 있으니까.』
"우아하네. 이 언니도 호텔에서 느긋하게 있고 싶어ㅡ. 호텔에서 운동을 하는 것
도 좋지만."
『...... 그러니까 천박한 표현은 삼가주셨으면 싶은데요.』
"어머나. 그건 지나친 해석이야, 알아? 요즘 호텔에는 수영장이나 헬스장 같은 엄
청난 설비가 갖추어져 있어. 아잉, 리드비아 변태ㅡ."
『ㅡㅡ.』
"어라? 잠깐, 거기에서 침묵하지 마, 리드비아ㅡ?"
하지만 그런 가게라도 현재는 만원 상태였다.이유는 간단하다ㅡ 지금은 오후 2시
가 되기 전이고 아직 대패성제의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230만 명이나 되는 주
민과, 어쩌면 그 이상의 수를 자랑하는 '바깥'에서 온 관객들이 일제히 음식점으로
가려고 하니, 이런 가게에도 손님은 모인다.
웨이트리스도 없는 가게 안에 발을 들여놓은 카미조는 혼잡한 내부를 보고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오오, 토우마. 이쪽이야, 이쪽ㅡ."
"어머어머.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안 돼요."
창가의 4인석 테이블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카미조의 부모인 토우야와 시이나
다. 토우야는 팔을 걷어올린 와이셔츠에 바지, 시이나는 얇은 카디건에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를 입고 있다. 부부라기보다 어느 양갓집 규수와 그 집에 고용되어
있는 운전기사처럼 보였다.
토우야는 카미조와 인덱스가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니, 매년 생각하는 거지만 대패성제는 굉장하구나. 어쨌든 자리를 잡기가 힘들
어. 이쪽도 아이들 사이에 섞여서 같이 경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음식점에 도시락을 지참하고 들어오는 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만 대패성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물 확보보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장소다. 이런 특수한 사
정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일을 할 의욕이 없는 것인지 카운터에 있
는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덱스는 삼색고양이를 데리고 가게
안에 들어왔지만 그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라, 그러고 보니 어째서 아버지랑 어머니는 인덱스를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는
거지? 아아, 그렇지. 바다의 집에서 한 번 만났던가?'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신경 쓰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이 멤버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짠ㅡ. 오늘의 메뉴는 라이스 샌드예요. 어머, 모양이 좀 망가져 버렸네."
탁 소리를 내며 바구니의 뚜껑을 연 시이나가 그런 말을 했다. 인덱스와 삼색고양
이가 음식 이름과 냄새에 고속으로 반응해 기세 좋게 얼굴을 든다. 그것을 어이없
는 눈으로 보고 있던 카미조는... 문득 자신의 시야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뭐, 그건 그거고. 왓, 뭐야, 이 메뉴! 가게에서 파는 커피는 보통 이렇게 헐값이 아
니잖아?!"
"잠깐, 너! 어째서 나만 항상 검색건수 제로 상태인 건데! 그리고 가격이 싸면 뭐
든지 맛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 바보야!!"
미코토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날 뻔했다.
카미조는 귀찮다는 듯이 메뉴에서 시선을 떼고,
"아아, 아니, 흐름상으로 이런 건가 싶어서."
"이, 이런 게 아니야! 흐름이라니, 네 주위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어딨어! 무엇보다
늘 네 옆에 달라붙어 있는 얘는 어디에 사는 누구야?!"
손가락질을 당한 인덱스가 음? 하며 얼굴을 들었다.
"누구냐니, 그거야ㅡㅡ."
그래서 순정소년 카미조 토우마가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맞다, 토우마. 듣고 보니 그 애는 누구지? 바닷가 여관에 놀러갔을 때에도 따라왔
던데, 바다의 집에서는 우리 질문도 교묘하게 피했지."
풋?! 하고 카미조가 저도 모르게 뿜을 뻔했을 때 옆에서 미코토가,
"바, 바다라니! 바닷가 여관이란, 너ㅡ?!"
찢어지는 것 같은 절규가 카미조의 귀를 때렸다.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 정도의 여자는 미코토의 모습을 보더니 이런이런 하며 한숨을 쉰다.
아니, 별로 이상한 뜻은 아니고, 무엇보다 어째서 나는 미사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하며 카미조가 입을 열려고 하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는 단발, 너도 어디 사는 누구야? 토우마의 걸프렌드나 뭐 그런 거
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한 원조 서양인 인덱스는 아마 단순히 친구라는 뜻으로 쓴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듣자 원조 일본인 미사카 미코토는 어깨를 흠칫 떨며,
"어?! 아, 아니, 별로 난 이런 놈이랑 뭔가 있는 건..."
미코토가 버둥거리며 날뛰기 시작했지만 대조적으로 인덱스 쪽은 그다지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무릎 위의 삼색고양이를 양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테
이블 위에 있는 시이나의 도시락을 두근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토우마, 토우마. 난 슬슬 배가 고플지도. 오늘은 토우마, 도시락 만들어 오지 않았
어?"
"어머, 오늘은이라니. 평소에는 어떤 걸까, 토우마 씨."
웃는 얼굴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 시이나를 보고 토우마의 등에 식은 땀이
밴다.
"아니, 아니에요, 어머니! 이 녀석은 옆집에 사는 앤데 요리가 좀 서툴러서 여러
가지로 좀 말이죠ㅡ."
"어? 아니 토우마, 옆집이라기보다는..."
"내가 설명할테니까 넌 조용히! 아니, 여자로서 요리가 서툴다는 부분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못 하는 건 못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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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영국 청교도의 스테일 마그누스는 그렇게 말했다. 『현재 알고 있는 건 '루트 디스터브(추적 봉인)' 오리아나 톰슨과 '마르디 그라(고 해의 화요일)' 리드비아 로렌체티 두 사람이지 말입니다. 놈들은 이 도시에서 대규 모 영적 무기를 거래하고 싶은 모양이다냥ㅡ.』 마술사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이어서 말했다. 고등학생 카미조 토우마는 오후의 학원도시를 달리면서 그들의 말을 떠올린다. 학원도시 전체에서 개최되는 특수 운동회 '대패성제' 덕분인지 거리는 많은 사람 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지금은 대패성제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엗, 평소에는 지나치게 엄중한 경비에도 어느 정도 창구를 설치해야 하잖아? 놈들은 그 틈을 뚫고 학원도시에 숨어든 거 야.』 『그거다냥ㅡ. 학원도시의 안티스킬(경비원)이나 저지먼트(선도위원)가 마술 측의 놈들을 붙잡아버리면 문제가 생기거든. 그렇다고 오리아나 일행을 추격하기 위해 마술사들을 대량으로 학원도시에 불러들이는 것도 곤란해. 마술사 전원이 학원도 시 편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냥ㅡ. 과학 측과 마술 측, 양쪽 모두 오리아나나 리 드비아의 동향을 알아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는 거지.』
  • 2. 카미조는 그런 혼잡한 곳을 누비듯이 걸어간다. 주위에는 헬륨을 넣은 풍선을 들고 걸어가는 부모자식 일행이나 해외여행의 두꺼 운 가이드북처럼 빵빵한 대패성제 팸플릿을 한 손에 들고 경기 스케쥴을 확인하 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 『학원도시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마술조는 학원도시 내부에서 마력의 흐름을 감 지한 순간, 그걸 구실로 쳐들어오겠지. 범위 계열 탐색 술식을 전개하고 있을 테니 까.』 『그래도 학원도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술식은 없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놈들의 탐색은 인덱스 주변 1킬로미터에서 2킬로미터 정도에 집중되어 있을 거야. 어쨌 거나 지금까지 마술적 사건의 대부분은 그 녀석 주위에서 일어났으니까냥ㅡ.』 『다시 말해서 이런 거야. 그 애를 사건에 끌어들이면 나나 오리아나 놈들이 내뿜 는 마력이 감지될 수도 있어.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애를 멀리 떨어뜨려놓으 면 탐색에 걸릴 가능성은 훨씬 낮아지지.』 『뭐, 카미양이 적임일 거야. 사건에 협조하는 건 물론이고 교묘ㅡ하게 인덱스를 현장에서 멀어지게 유도해줄 수 있다면 고맙겠다냥ㅡ.』
  • 3. 이 학원도시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는 일도.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도. 『칫, 놈들이 갖고 있는 영적 무기는 '스탭 소드' 같은 게 아니야. '크로체 디 피에트 로(사도 십자)'다! 그 효과는 십자가를 꽂은 공간을, 물리와 정신 양쪽 면에서 강제 적으로 로마 정교의 소유지로 만들어버리는 지배의 힘. 지배된 땅에서는 모든 것 이 로마 정교에 유리하도록 전개되고, 아무도 그 변화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납 득하게 돼. 교회 세계와 대립하고 있는 학원도시에서 사용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 날지... '학원도시가 로마 정교 산하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면 그게 그대 로 이루어지고 말 거야!』 『오리아나 놈들이 말한 '거래'라는 건 영적 무기 하나가 아니라 '영적 무기에 지배 되는 학원도시'라는 건가. 학원도시는 과학 측의 장(長), 이런 학원도시의 제어권 을 얻는다는 건 다시 말해서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니까냥ㅡ. 교 회 측의 최대세력인 로마 정교가 과학 측의 최대 세력인 학원도시를 수중에 넣는 다면ㅡ 이 세계는 로마 정교 놈들에게 제압되고 만다고.』 『파는 쪽인 오리아나나 리드비아의 이름이 명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들의 거래 상대가 묘하게 흐릿한 것도 그 때문이지. 애초에 오리아나 일행은 '크로체 디 피에트로'를 누군가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던 거야. 그 거래는 리드비아 일당과, 그 녀들이 소속되어 있는 로마 정교 전체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니까!』
  • 4. 한때는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반소매에 반바지 체육복 차 림의 소년이다. 어떤 사정 때문에 팔다리에 찰과상이 생기거나 뺨에 거즈가 붙거 나 옷이 찢어지거나 더러워지기도 했지만, 오늘은 능력자끼리 격돌하는 대패성제 가 한창이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 어떤 사정 탓도 있어서, 점심시간이 종반에 접어들었는데도 그는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약간 공복감을 느끼고 있는 몸을 움직이면서, 카미조는 똑같이 배가 고플 여자아이를 찾아다닌다. '그 녀석,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일부러 들려준 공짜 휴대전화는 배터리가 다 돼서 쓸 수 없었지. 츠치미카도도 인덱스를 사건 현장에 접근시키지 말라고 했으니까, 어쨌거나 눈을 떼지 말아야지.' 카미조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마술사 오리아나 톰슨이나 로마 정교의 리드비아 로렌체티 등이 한창 암약하고 있는 중에 왜 이렇게 느긋한 걸까. 카미조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츠치미 카도나 스테일에게 엄중한 주의를 받은 것으로,
  • 5. 그런저런 이유로, 현재 카미조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은 한 소녀를 상대하는 것 인가보다. 인덱스라고 불리는, 카미조가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은ㅡ 몸집이 작고 피부가 하얀 소녀로 눈동자는 녹색.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은 은색이고, 게다가 입고 있는 것은 홍차 찻잔 같은, 금실로 자수가 놓여 있는 새하얀 수도복이다. 학원도시나 대패성제의 인지도가 높은 탓인지, 외국인 소녀 자체는 드물지도 않 다. 가끔 은발의 녹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도 스쳐지나가지만 그래도 착각하고 말 을 걸지는 않았다. 설사 은발벽안의 여자아이가 아무리 많이 있다 해도, 그런 화려 한 수도복을 입고 있는 것은 인덱스뿐이다.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런데 눈에 띄지를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토우마..." 그때, 그런 카미조의 귀에 익숙한 귀여운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는 그쪽을 보았지만 역시 거기에 있는 것은 사람, 사람, 사람. 완벽하게 벽을 이 루고 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시야 구석에 은색 머리카락이 얼핏 보였지만 눈으로 따라가보니 그 여자아이는 하얀 플리츠스 커트에 연한 초록색 탱크톱이라는 치어걸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인덱스가 저런 옷 을 입고 있을 리가 없다.
  • 6. 카미조는 돌아보았지만, 역시 그 새하얗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수도복은 어디에 도 없었다. 있는 것은 인덱스와 아주 많이 닮은, 치어걸 의상을 입고 양손에 삼색 고양이를 안고 있는 은발벽안의 소녀뿐이고. "토우마!! 어째서 아까부터 시선을 맞춰주지 않는 거야?!" "우와아!!" 카미조는 놀라서 몸을 뒤로 젖혔다. 어느새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한 치어걸 소녀 가 그의 귓가에서 힘껏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그쪽에서도 그쪽대로 카미조를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아, 그는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인덱스는 오전에 코모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치어걸 의상으로 갈아입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토우마, 토우마. 지금 뭔가 수상한 장면을 떠올리려고? 나한테는 토우마가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 안 했어. 안 했어. 안 했거든요?" 카미조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 7. 인덱스는 뚱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 무엇 때문에 화가 나신 걸까, 카미조는 불안해진다. 삼색고양이에게 시선을 맞 춰봐도 졸린 것 같은 하품이 돌아올 뿐이다. 카미조는 평화로워 보이는 고양이의 얼굴을 보면서 몇 초 생각하다가, "앗, 알았다. 배가 고픈 거구나, 인덱스. 지금부터 아버지랑 합류해서 점심을 먹을 거니까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말한 순간 인덱스는 작은 주먹으로 카미조의 머리를 딱 때렸다. "아닌걸, 토우마, 바보!" "아파! 그럼 대체 뭐야?!" "난 토우마를 응원하기 위해서 일부러 옷을 갈아입고 코모에한테서 율동도 배웠 는데! 한편 그 무렵 토우마는 어디에 있었지?! '빵 먹기 경주' 때에도, '줄다리기' 때에도 전혀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 8. 오리아나 톰슨은 귀여운 유니폼을 입은 점원에게서 2단으로 쌓인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있었다. 곱슬머리가 폭신폭신하게 부풀어 있는 금색 머리카락. 하얀 피부에 파란 눈동자. 큰 키에 글래머 스타일. 어느 모로 보나 일본인이 상상할 법한 서양인의 모습이다. 현재의 복장은 그때까지 입고 있던 작업복이 아니다. 위에는 짙은 색깔의 캐미솔 에 아래는 연한 색깔의 넉넉한 치마. 발에는선이 가느다란 힐을 신고 있다. 치마 길이는 발목 가까이까지 오지만 청초한 이미지는 아니다. 치마의 천에는 10센티 미터 간격으로 세로로 슬릿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속옷도 감추어지지 않기 때 문에 수영복을 입을 때 쓰는 것 같은 파레우를 허리에 두르고 있을 정도다. 그녀가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마치 발처럼 늘어진 치마 속에서 다리가 허벅지 위 아슬아슬한 데까지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간다. 하반신을 가리기 위한 천 속에 서 맨다리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광경은 치마라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 적으로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크리스트교 사회에서 의복이란 자신의 입장이나 권위를 나타내는 아이템이다. 대 주교의 법의에서 죄수복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전용 의복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의복의 파괴ㅡ 특히 여성의 치마를 잘라낸다는 행위는 권위의 박탈 을 의미한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보호할 만한 가치도 없는 '수치스러운 이'로 서 사회 전체에서 모멸의 시선을 받는다. 물론 대상은 죄인이다.
  • 9.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맑은 목소리다. 오리아나의 오른쪽 귀에는 마치 볼펜을 끼우듯이 단어장의 두꺼운 종이가 한 장 끼워져 있다. 두꺼운 종이는 바르르 떨리며 진동을 만들고 그것이 '목소리'를 낳는 것이다. "아니. 이 언니도 의외로 멀리까지 와버렸구나ㅡ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리 드비아 로렌체티." 『본명은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을 텐데요. 그리고 아직 감회에 젖 기에는 이를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라고 생각되니까요.』 "알고 있어용. 이 언니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았어. 나 같은 '죄인'이라도 이럴 때 점수를 벌어두면 고지식하신 파벌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당신 입장도 조금은 좋아지려나." 『...... 나는 별로.』 "언니의 호의는 그냥 받아두라니까."
  • 10. "쉬게 해주지 않는다는 게 재미있는 거양. 그보다 리드비아, 당신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어? 메인으로 요란하게 움직이는 언니뿐만 아니라, 서포트가 위주인 당신도 움직임이 막히면 작전이 실패하고 말 텐데." 『안심하세요. 이쪽은 당신과 달리 현재로서는 라운지에서 꼼짝도 않고 있으니까.』 "우아하네. 이 언니도 호텔에서 느긋하게 있고 싶어ㅡ. 호텔에서 운동을 하는 것 도 좋지만." 『...... 그러니까 천박한 표현은 삼가주셨으면 싶은데요.』 "어머나. 그건 지나친 해석이야, 알아? 요즘 호텔에는 수영장이나 헬스장 같은 엄 청난 설비가 갖추어져 있어. 아잉, 리드비아 변태ㅡ." 『ㅡㅡ.』 "어라? 잠깐, 거기에서 침묵하지 마, 리드비아ㅡ?"
  • 11. 하지만 그런 가게라도 현재는 만원 상태였다.이유는 간단하다ㅡ 지금은 오후 2시 가 되기 전이고 아직 대패성제의 점심시간이기 때문이다. 230만 명이나 되는 주 민과, 어쩌면 그 이상의 수를 자랑하는 '바깥'에서 온 관객들이 일제히 음식점으로 가려고 하니, 이런 가게에도 손님은 모인다. 웨이트리스도 없는 가게 안에 발을 들여놓은 카미조는 혼잡한 내부를 보고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오오, 토우마. 이쪽이야, 이쪽ㅡ." "어머어머.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안 돼요." 창가의 4인석 테이블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카미조의 부모인 토우야와 시이나 다. 토우야는 팔을 걷어올린 와이셔츠에 바지, 시이나는 얇은 카디건에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를 입고 있다. 부부라기보다 어느 양갓집 규수와 그 집에 고용되어 있는 운전기사처럼 보였다. 토우야는 카미조와 인덱스가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니, 매년 생각하는 거지만 대패성제는 굉장하구나. 어쨌든 자리를 잡기가 힘들 어. 이쪽도 아이들 사이에 섞여서 같이 경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 12. 음식점에 도시락을 지참하고 들어오는 건 예의범절에 어긋나지만 대패성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물 확보보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장소다. 이런 특수한 사 정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일을 할 의욕이 없는 것인지 카운터에 있 는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덱스는 삼색고양이를 데리고 가게 안에 들어왔지만 그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라, 그러고 보니 어째서 아버지랑 어머니는 인덱스를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는 거지? 아아, 그렇지. 바다의 집에서 한 번 만났던가?'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신경 쓰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이 멤버라면 누구라도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짠ㅡ. 오늘의 메뉴는 라이스 샌드예요. 어머, 모양이 좀 망가져 버렸네." 탁 소리를 내며 바구니의 뚜껑을 연 시이나가 그런 말을 했다. 인덱스와 삼색고양 이가 음식 이름과 냄새에 고속으로 반응해 기세 좋게 얼굴을 든다. 그것을 어이없 는 눈으로 보고 있던 카미조는... 문득 자신의 시야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 13. "뭐, 그건 그거고. 왓, 뭐야, 이 메뉴! 가게에서 파는 커피는 보통 이렇게 헐값이 아 니잖아?!" "잠깐, 너! 어째서 나만 항상 검색건수 제로 상태인 건데! 그리고 가격이 싸면 뭐 든지 맛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 바보야!!" 미코토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날 뻔했다. 카미조는 귀찮다는 듯이 메뉴에서 시선을 떼고, "아아, 아니, 흐름상으로 이런 건가 싶어서." "이, 이런 게 아니야! 흐름이라니, 네 주위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어딨어! 무엇보다 늘 네 옆에 달라붙어 있는 얘는 어디에 사는 누구야?!" 손가락질을 당한 인덱스가 음? 하며 얼굴을 들었다. "누구냐니, 그거야ㅡㅡ."
  • 14. 그래서 순정소년 카미조 토우마가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지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맞다, 토우마. 듣고 보니 그 애는 누구지? 바닷가 여관에 놀러갔을 때에도 따라왔 던데, 바다의 집에서는 우리 질문도 교묘하게 피했지." 풋?! 하고 카미조가 저도 모르게 뿜을 뻔했을 때 옆에서 미코토가, "바, 바다라니! 바닷가 여관이란, 너ㅡ?!" 찢어지는 것 같은 절규가 카미조의 귀를 때렸다.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던 대학생 정도의 여자는 미코토의 모습을 보더니 이런이런 하며 한숨을 쉰다. 아니, 별로 이상한 뜻은 아니고, 무엇보다 어째서 나는 미사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하며 카미조가 입을 열려고 하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는 단발, 너도 어디 사는 누구야? 토우마의 걸프렌드나 뭐 그런 거 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한 원조 서양인 인덱스는 아마 단순히 친구라는 뜻으로 쓴 말이겠지만, 그 말을 듣자 원조 일본인 미사카 미코토는 어깨를 흠칫 떨며, "어?! 아, 아니, 별로 난 이런 놈이랑 뭔가 있는 건..."
  • 15. 미코토가 버둥거리며 날뛰기 시작했지만 대조적으로 인덱스 쪽은 그다지 흥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무릎 위의 삼색고양이를 양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테 이블 위에 있는 시이나의 도시락을 두근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토우마, 토우마. 난 슬슬 배가 고플지도. 오늘은 토우마, 도시락 만들어 오지 않았 어?" "어머, 오늘은이라니. 평소에는 어떤 걸까, 토우마 씨." 웃는 얼굴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는 시이나를 보고 토우마의 등에 식은 땀이 밴다. "아니, 아니에요, 어머니! 이 녀석은 옆집에 사는 앤데 요리가 좀 서툴러서 여러 가지로 좀 말이죠ㅡ." "어? 아니 토우마, 옆집이라기보다는..." "내가 설명할테니까 넌 조용히! 아니, 여자로서 요리가 서툴다는 부분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못 하는 건 못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