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세계원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자료집에 실린 티베트 불교 비구니텐진 팔모님에 대한* ,
자료입니다.
우리 시대의 영성가< >
나는 여성의 몸으로 깨달으리라“ !“
티베트 승려 텐진 팔모
모든 생명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보살이 되고자 티베트 불교에 귀의한 텐진 팔모 수행과 명.
상으로 자신의 소명이 여성의 영적 해방에 있음을 직시한 그녀는 지금도 자비를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년부터 년간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에 머무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서구불교와 만났다1994 4 .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다양한 불교교단의 포교센터들이 버클리를 포함하여 샌프란시
스코와 그 주변 지역에 흩어져 있었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그 골동품들에 대해 나는 처음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나 백화점을 일단 한 번 둘러보고 난 후에는 그 오래되었으되 새로,
포장된 진기한 물건들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그 중 티베트 불교 가 나의 호기심을 가장 많이 자극했다면 그보다도 더욱 더 강렬하게 나‘ ‘ ,
의 의식을 두드린 것은 불교와 페미니즘의 만남 에 대한 서구불자들의 비상한 관심이었다‘ ‘ .
그들도 나처럼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는 깊이 감동하고 있었으나 불교 내 성차별에 대해서, ,
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구에서 만난 역할 모델 텐진 팔모< , >
서구사회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건너간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실제로 아시.
아 여러 나라의 불교교단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비구승들이었고 남성 출가자와 여성 출가,
자의 지위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엄청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고도의 수행을 할 능력이 없는 열등한 존재로,
취급되고 있었다.
불교여성학자인 나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접근과 적극적인 활동도 필
요하지만 무엇보다 여성도 깨달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남성 못지 않게 정신적인 수행력이, ,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반드시 여성으로서 성불하겠다 는 서원까지 세우고 있던 터였다 그러‘ ‘ .
나 나는 때때로 나의 학문과 수행의 길이 깨달음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기나 한 것인
2. 지 하는 회의에 휩싸이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행히도 나는 이 시대의 많은 여성들이, .
그러하듯 내가 진정으로 본받고 싶은 역할모델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그런데 나는 너무나 뜻밖에도 나와 동시대 인물 중에 내가 그리워하던 모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가을 어느 날 붉은 밤색 승복을 입은 벽안 의 비구니가 표지. , 碧眼
에 박힌 영문판 책 한 권을 건네 받은 것이 그 계기였다 쪽이 넘는 빽빽한 영어에 압. 200
도되어 처음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읽기 시작하고부터는 오히려 책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텐진 팔모를 만났다. .
텐진 팔모는 티베트불교에 귀의하여 출가한 영국여성으로 해발 천 미터나 되는 히말라야, 4
의 한 동굴에서 년간 홀로 수행한 인물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얼마나 많은 생애가 걸린12 . “
다 할지라도 나는 반드시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이루겠다 는 발언을 하여 많은 서구불자, “
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여성에 대한 모든 통.
념을 깨고 여성도 깨달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
텐진 팔모의 어린 시절은 그녀가 아주 오랜 전생부터 수행자였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
다 년 티베트불교에 귀의하기까지 년간 그녀는 런던 이스트엔드의 중심부에서 성장. 1964 21
했다 대단히 영민했던 그 소녀는 일찍이 우리는 모두 늙고 병들고 죽어야 하며 죽음이란. ‘ ‘ ‘
다른 삶의 시작일 뿐 이라는 진리에 눈떴으며 우리는 어떻게 완전해질 수 있는가 라는 의‘ , ‘ ‘
문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러한 성향의 텐진 팔모가 불교를 만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세에 고등학교. 18
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일하던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흔들림 없는 마음, (Unshaken『
이라는 불교서적을 읽고는 자신이 이미 불교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Mind) , .』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특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대승의 보살사상이었다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한 자비심으로 이 세상에 거듭거듭 재생
한다는 보살의 길이야말로 자기가 가야할 길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하여 텐진 팔모는.
자신의 영적 스승을 찾아 인도로 갔다.
티베트불교에 귀의한 영국 여성 텐진 팔모는 나는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이루겠다 고 발‘ ‘
언하여 많은 서구불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실제로 여성도 깨달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비심으로 재생하는 보살의 길을 좇아
년 영국을 떠난 텐진 팔모는 다람살라의 북쪽 댈하우지에서 젊은 라마들에게 영어를1964
가르치면서 인도생활을 시작했고 그러던 중 그녀의 영원한 스승인 캄트룰 린포체를 만났,
다 캄트룰 린포체는 티베트 동부 캄에 있는 거대한 수도원 캄파가의 최고 지도자로 년간. 30
명예로운 삶을 살다가 인도로 망명한 후에는 댈하우지 부근에서 제자들과 함께 캄파가의,
3. 복원에 힘쓰고 있었다.
텐진 팔모는 캄트룰 린포체를 만나자마자 그가 바로 자신이 귀의할 대상임을 직감했다 그, .
녀는 만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제자로 득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캄트룰,
린포체 또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그 뜻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주 후 즉 텐진 팔모. 3 ,
가 인도에 도착한 지 개월이 지났을 때 그녀는 캄트룰 린포체의 제자로 삭발 득도했다3 .
그런데 텐진 팔모가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수백 년간 비구승만으로 법맥이 이어져온 철저
한 가부장제 사회였다 여 명의 비구승들 속에서 유일하게 그녀만이 캄트룰 린포체의. 100
여성제자였다 이와 같이 극도로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누구와도 가까이 지낼 수 없던 텐.
진 팔모는 그녀 생애에 가장 고독하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
심오한 학문과 열띤 토론 그리고 고차원의 수행은 비구들에게만 열려 있었고 그녀는 다만, ,
기초적인 가르침만 반복해서 받아야 했다 텐진 팔모는 깨달음의 길로 가는 출발선에도 서.
지 못한 채 좌절 속에서 년을 보냈다 그러나 바로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그녀는 욕망과6 .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웠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어디서 오는가를 깊이 생각,
하게 되었다.
마침내 텐진 팔모는 출가한 지 년 된 년에 이르러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의 길을 더12 1976 ,
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동굴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절대적인 고요와 철저한 고립.
속에서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고 싶어했다 그녀가 년간 머문 동굴은 겨우 한 사람 정도. 12
수용 가능한 좁은 곳으로 그녀는 거기에서 겨울에는 비축해 놓은 마른 야채나 곡물로 여, ,
름에는 작은 텃밭에서 가꾼 순무와 감자 등으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생활했다.
특히 월부터 월까지 계속되는 겨울에는 추위와 폭설 그리고 야생동물의 침입 등 온갖11 5 ,
위험에 직면해야 했으나 이 모든 어려움에도 텐진 팔모는 체계적이고 성실하게 동굴생활을,
해나갔다.
처음에는 그 동안 익혀온 진언 염송과 절을 반복해서 하는 등 기본적인 수행을 하면서 탄,
트라 경전이나 수행에 도움이 되는 서적들을 읽고 일 년에 한 번 꼴로 캄트룰 린포체를 찾,
아가 수행의 진행과정을 보고하고 새로운 가르침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점차 고차원의 탄트라 명상에 들어갔고 하루 시간의 수행을 몇 날 몇 주 몇, 12 , ,
달 동안 계속하기도 했다.
잠자는 동안에도 명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앉은 채로 잠을 잤다 비록 육체는 고.
달플 때가 많았지만 정신은 지극히 투명하고 밝았으며 세상에 대한 포용력으로 가득했다, .
텐-
진 팔모가 년간 수행 정진하던 동굴내부12 -
그녀는 종종 명상을 통해 삼매에 이르곤 했다 삼매란 어떠한 생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한.
4.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현실을 꿰뚫어보고 절대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반드시 필,
요했다 그렇게 개월간 정화수행을 한 후 그녀는 다른 이들을 설득하여 함께 윤회의 감옥. 6 ,
에서 탈출하는 꿈을 꾸었다.
이는 곧 모든 생명이 전부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깨달음은 뒤로 미룬다는 보살의 완
전한 이타주의를 그녀가 철저히 내면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년의 동굴수행을 마치고 세상 속으로<12 >
텐진 팔모의 동굴생활이 끝난 것은 당국으로부터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출국명령을 받고 나
서였다 그녀는 실망하는 가운데서도 그 모든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동굴에서 나온 텐. .
진 팔모는 오랜 명상과 수행으로 깊은 순수와 흔들림 없는 고요를 지니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에게서 더 이상 에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그녀의 언행은 항상 일치했고 모든 사람.
들에게 완전히 친절했다.
성인이든 죄인이든 친절한 이든 무례한 이든 그녀는 자비심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했, ,
다 그것은 진정 영적으로 진보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태도였다 년 텐진 팔모는. . 1988 ,
서구사회로 돌아갔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 불교는 서양으로 건너온 이래 새로운 전환기에. ,
막 접어드는 중이었다 바로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와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
년대에 들어 서구불자들은 불교를 동양의 틀에서 끌어내 그들 자신의 문화에 적합한1990
것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선방에 앉아 있기보다는 자비를 실천.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호스피스 운동 홈리스를 위한 쉼터 건설 알콜 및 약물 중독자를. , ,
위한 프로그램 운용과 같은 실제적인 활동을 통해 불법을 전하려 했다.
페미니스트들 또한 그 시기에 여러 분야에서 남성의 요새를 침입해 들어가는 중이었고 남,
성이 지배하는 거점인 종교계와 불교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이 두 조류가 만나는 지점.
에 서 있던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었고 서구사회에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가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텐진 팔모는 가부장적 제도 안에 숨어 있는 여성혐오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분노에 공감했
다 그러나 그녀는 성냄은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성대방의 적대감과 방어력만을 고취시. ,
킬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가부장제에 대한 혁명의 요점이 오히려 남성과 여성 사이의. ,
조화를 끌어내는 일이라고 믿었다.
년 월 다람살라에서 열린 불교도대회에서 달라이라마가 배석한 가운데 불교에서의1993 3 , ‘
여성의 역할 이 거론되었고 그곳에서 텐진 팔모는 시스템에 대한 불평보다는 그것을 개선‘ ,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 후 자신이 여성의 영적 해방을 위해 일할 때가 왔다는 것과 서구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
5.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인식한 그녀는 여성들의 영적 발전을 위한 수도원을 짓기 위해 기
금 마련에 나섰고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
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하여 그녀는 동남아시아와 구미대륙을 종횡하며 가르침을 펴기1994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녀의 명성은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그. , .
녀는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 외에 개인적인 야망을 갖지는 않았다.
이는 그녀가 자기자신을 위해서는 필수품 외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것에서 드러난다.
그녀는 절제하는 검소함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자신의 생활을 통해
몸소 보여준 것이다.
불교와 페미니스트의 조화를 꾀한 선구자< >
년간의 동굴수행 후 세상에 나온 그녀는 서구 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12 ‘ ‘
인식했다 그리하여 불교와 페미니즘의 조화와 여성의 영적 해방을 꾀하는 일에 나섰다. .
해가 지나는 동안 텐진 팔모는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영적여행이 끝나지.
않았다고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에요 내 마음속에는, . “ .
아직도 헤치고 나가야 할 장벽이 많이 있어요 섬광처럼 문득 깨달은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
아요 깨달음이 견고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수행을 계속해야죠. .“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머물든 오직 하나 여성으로 깨달음을 이루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
은 텐진 팔모 번역을 하면서 나는 그녀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내 수행을 점.
검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의 학문과 수행이 확고하게 방향을 잡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텐진 팔모의 삶과 수행이 나에게 이런 영향을 주었듯이 영적 수행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 ,
그리고 여성의 영성과 능력을 믿는 여성들 나아가 보살의 길을 걷고자 하는 대승의 불자들,
에게 깊은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