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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속의 한국인 중간고사 레포트
20181215 정다빈
2021년 개봉된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를 비롯해 수십 개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었고, 93회 아카데미상 각본상 및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4인 가족의 이야기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제이콥(스티븐 연)은 ‘빅 가든’을 위해 척박한 중부 땅을 일구며
노력한다. 아내인 모니카(한예리)는 어린 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인 순자(
윤여정)을 미국으로 부르는데,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가지고 온 미나리 씨앗을
강가에 심는다. 후반부에는 제이콥이 힘들게 경작했던 수확물은 불타버리고 손길 하나 가지
않은 미나리는 무성하게 자라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정이삭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질긴 생명력’과 같은 이주민의 삶을 표현하였다.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라는 순자의 마지막 대사는 타지에서 어렵게 살아남아야 했던 가족의
아름다운 서사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인들은 고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삶을 영위해왔다. <미나리>처럼 한 가족의 생계와 성공을
위해 타지에서 생활을 시작한 경우도 있고, 또는 타의에 의해 강제로 터를 잡아 살아야 했던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개인적 상황과 이주의 맥락은 상당히 다양하고, 그렇기에 그들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정의내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정체성 탐구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하는 ‘글로벌 한국학’에 포함되며, 그렇다면 글로벌 한국학의
정체성은 또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삶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로 퍼트린다(διασπορ‽)에서 유래한 단어로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이 전 세계로 오랜 세월 동안 떠돌아 생활하던 것을 일컫기 위해 사용되다가,
현재는 특정 민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이루어 사는 이주민을 폭넓게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한인 디아스포라는 재외한인이라고도 불리며 이들은 노동, 생계, 학업 등
여러 이유로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삶을 영위하고 있다. 1860년대 이후 국경의 문이
열리면서 해외 이주가 가능해졌고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타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2. 이들은 현재 7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초기 재외한인들의 삶은 역경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예시로 일본의 경우 1931년 만주사변과 1932년 만주국 건설 후
개발 목적으로 대규모의 한인을 집단이주 시켰고, 제 세계 2차대전 후에도 노동력을 위해
광산 및 전쟁터로 연행하였던 역사가 있다. 이 밖에도 한인들은 여러 이유로 이주하여 세계
각국에 정착하였지만, 여러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내며 어렵게 적응하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개인의 자아실현 및 직업적 성취를 위해 이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디지털 시대의 이점을 활용해 활발한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어 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쉬워졌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속에 한국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정체성이란 용어를 명확하게 의미 내리긴 어렵지만,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신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1
(Erikson, 1956, p. 57).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혹은 강제 이주로 정착한 경우가 많았으므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인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면, 현재 글로벌 시대에는 국제 교류에 의해
환경이 다변화되고 있기에 정체성 또한 훨씬 다양화되고 변화무쌍한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외한인의 정체성은 타국의 문화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한인의 정체성도 같이
가지고 있는, ‘공존’의 의미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대 한국학의 정체성
글로벌한국학의 학문적 정의는 하나의 문장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 및 역사를
비롯한 여러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 의의가 있으므로 학문의 목적 및 갈래를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
글로벌 한국학’이란 학문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글로벌’과 ‘한국’ 두 주체를 모두 다루기에
학제 간 연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융합 학문에 속하기에 더욱 전통적인 정의로 정체성을
단정짓기 어렵다. 최근 BTS를 비롯한 K - Contents가 속속히 글로벌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고 이러한 현상이 더욱 잦아짐에 따라 한국을 '잘' 알리는 일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었다.
여기에서 글로벌 한국학은 어떻게 하면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국제 사회 내에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시대
1
Erikson, E. H. (1956년). The problem of ego identity. JAPA, 4:56-121.

3. 변화를 유심히 고찰하고 그에 맞춰 방향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러한
특성으로 학문을 정의해보자면 글로벌 한국학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유기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를 떠나 세계 여러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한국인이
정체성이 명확히 규정될 수 없지만, 다양성과 공존을 기반으로 삶을 형성하는 것처럼 같이
글로벌 한국학도 하나의 정의보다는 시대에 발맞춰 공존과 화합의 방향으로 길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학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세계 속의 한국인들은 질긴 적응력을 바탕으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 사이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많이 달라졌고, 특히 그들 또한 내면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때까지는 생존의 역사였다면, 현재는 공존과
화합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경향에 맞추어 등장한 글로벌 한국학도 하나의
뚜렷한 정체성으로 정의내릴 수 없으며, 오히려 계속해서 변화하고 상황에 맞춰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 자체를 학문의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세계 속의 한국인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미나리' 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화하여 타국의 땅에서도 굳게
뿌리내리고 수확의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글로벌 한국학 또한 다양성과
공존의 정신에 기반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글로벌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학문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