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코노미스트. 시사경제주간지. 1163 호 (2012.11.19) [78]
http://magazine.joinsmsn.com/economist/article_view.asp?aid=295274
개인정보의 두 얼굴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1993 년 7 월 5 일 뉴요커지(誌)는 강아지 두 마리가 ‘인터넷에서는 누구도 우리의 정체가
강아지라는 것을 모른다’며 즐거워하는 만평을 게재해 인기를 끌었다. 이 만평에서 보듯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은 지극히 제한돼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패러디한
2000 년 만평에서 다시 출연한 강아지들은 경악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방문한 웹사이트가
강아지의 품종, 방문 시간, 채팅 기록 등 자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트위터 모니터링 문제로 큰 논쟁이 일어났다. 영국 대학생 두 명이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면서 공항을 폭파하겠다고 트위터에 적었는데 이 트위터 메시지가
미국 정보기관에 적발돼 이 청년들의 입국이 거부된 것이다. 트위터 메시지의 진실성 여부보다
미국 정부가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트위터를 감시했다는 점이 첨예한 논쟁거리가 됐다.
기업도 저인망 어선처럼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이용자들이 게시한
콘텐트를 마케팅 목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우리가 별 의도 없이 친구들과 공유한
영화감상평, 여행 사진, 짧은 느낌들을 자동으로 수집한다. 접속한 스마트폰의 종류와 접속
위치도 찾아낸다. 이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 프로파일링을 거치고 맞춤형 광고를 한다. 일반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들의 제품 비평뿐만 아니라 일상적 대화를
대규모로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포브스는 재미난 사례 하나를 보도했다. 중소형 마트인 ‘타겟’이 미네소타주의 중년
남성에게 10 대 딸의 성생활을 알려줘 이 중년 남성을 당황하게 만든 것이다. 타켓은 딸의 쇼핑
패턴과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종합해 그의 임신을 예측해냈다. 인터넷에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과 같은 부작용 심각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정보 수집에 따른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인터넷 기업의 사생활 보호를 의무로
정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서비스를 폐쇄하도록 명령하면 어떨까. 우리 모두가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생활을 갑자기 올리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의 본래 목적에 반한다. 일상의
소소한 느낌과 사진을 올리면서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소셜미디어의 본질이다.
개인정보의 침해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확산을 위축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다.

2. 오늘날 프라이버시는 ‘혼자 있을 권리’에서 ‘개인정보의 공개여부 결정권’으로 확대됐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생활을 공유하면 네티즌이 올린 개인정보의 보호 여부는 해당 정보를
알게 된 상대방에 달려 있게 된다. 자비스 뉴욕시립대 교수의 표현처럼 디지털 시대의
개인정보는 ‘공중의 부속물(Public Parts)’로 전환됐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은 반드시 상호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보다 사람들이 더 고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가 발현 중인 시기다. 앞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도배하는
사람들의 과도한 사적 공개를 오히려 규제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공개된 사적정보를 공공
윤리의 범위에서 사용한다면 인터넷 개인 정보는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의 두 얼굴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터넷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