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허순범 할머니 이야기

2.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Grandma Moses) 를 기억하시나요 ?
이미 행복편지를 통해 소개한 바 있는 할머니 화가입니다 .
76 세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여 101 세까지 작품활동을 하셨지요 .
우리나라도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 오늘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1934 년생으로 초등학교 졸업하고 농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허순범 할머니
지난 2010 년 수술로 거동이 불편하고 우울증세로 인해 병 치료차 그림을
시작하여 한국민화대전 < 송학장수도 > 특별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이 있으며
현재 약 80 여점의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
그림으로 2 년여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허순범 할
머니를 보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

3.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각자 주어진
의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만 알고
그저 그 의무를 다하려 하다 보니 ,
어느새 팔십이 되도록 나만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살았다 .
머리는 백발이 되고 허리는 구부러지고
얼굴은 주름지고 눈은 어두워지고
모든 것이 볼품없는 모습이 되었어도
이것이 인생인가 했다 .

4. 허나 모두가 변한듯해도 생각하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까막까치 꿩 , 참새 , 비둘기 같은
나는 새들과 개나리 진달래 동백꽃
매화 , 벚꽃 , 수국 등 수많은 꽃들과
너른 들판 올망졸망한 앞동산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으니
굳이 내게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
직도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

5. 그래도 식솔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 모진 세월의 의무감으로 마음
을 먹어도 존재하는 것은 끝없는 번뇌이기에 꿈이고 환상이요
물거품이며 이 또한 그림자 같다는 법문이 실감 날 수밖에 없었다 .

6. 그런 세월 무수히 흘렀어도 몸과 마음속
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씻어내려
마음을 다지면서 모든 존재는 인연에서
이루어지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육신이
아팠던 기억을 계기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7. 그렇게 한 것이 어느덧 삼여 년 시간 .
이제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그림
하나 뿐인 것 같다 .
해본 적도 없는 무에서 시작한
그림이기에 그림을 그냥 볼 때는 저걸
어떻게 그리나 싶다가도 붓을 들면
마음이 가라 안고 정신이 번쩍 든다 .

8. 나에게도 이런 인연법이 있었나 싶게
늦은 시작이지만 , 그림은 나의 마지막
인생을 엮어가는 삶의 한 방편이기에
오늘도 마음으로 삶을 엮어가며
쉼 없이 붓을 듣다 .
여기 빈 찻잔 하나 놓으니 어서 와 앉게
나 .
삶이란 마지막까지 찻잔 속의 차처럼 채
우고 비우는 것이 전부 인 것을 ...
2013. 4 월 따스한 봄날에 연임당 허순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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