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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013 | Winter | No.26
    한국내셔널트러스트                                                                                         www.nationaltrust.or.kr


  정기총회 & 시민공모전 시상식


    계사년 새해를 맞아 회원님들을 모시고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기총회에 이어 2부는 제10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을 진행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가 발굴한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확인하시고,
                                 2013년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13년 1월 26일(토) 오전 11시
                                                                      ● 장소: 문학의집서울 산림문학관
                                                                      ● 주요 프로그램
                                                                      ○ 1부 (11:00) 2013년 정기총회
                                                                        대표인사
                                                                        2012년 활동 영상보고
                                                                        감사패 수여
                                                                        2012년 사업 및 결산보고
                                                                        논의안건 보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가회동 31-29                                                    회원제안
 ● 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4번출구) 도보 10분/ 4호선 명동역(1번출구) 도보 10분
 ● 자동차: 남산공원길 - 대한적십자사 앞에서 U턴 - 교통방송국(TBS)를 끼고 우회전 - 교통방송국 정문에서 직진철   ○ 오찬(12:00)
 ● 버 스: 노랑버스 02/ 초록버스 0013, 0211/ 파랑버스 104, 105, 140, 263, 604
   (버스하차하는 곳: 명동입구, 한옥마을, 대한극장(퇴계로3가))
                                                                      ○ 2부 (12:45) 제10회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
                                                                        환영사
                                                                        축사
                                                                        경과보고
                                                                        수상작 소개
                                                                        시상식
                                                                        기념촬영
                                                                                                             ISSN 1976-2577
CONTENTS
                    04 집중과 조명                 한국의 도요・물떼새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국제 넓적부리도요 복원 대책위원

                                              서해안의 지속가능한 보전 방법과 대안 모색                   주용기 |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08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         최재천 교수      진행 이은희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12 영국NT 이야기               유일한 21세기 유산, 힐리스(Heelis)           조명래 | 단국대 교수, 내셔널트러스트 이사

                    16 근대문화유산, 삶의 향기를 찾아서 유교적 질서에서 벗어나 자연을 품은 주택, 김석윤가옥                                안창모 |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

                    18 내셔널트러스트 여행             과거로 가는 계단 읍천리 와상절리                  서종철 |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20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자연이야기      민초의 손에 잡힌 농기구자루 물푸레나무                      고주환 | 작가 겨울

                                              사냥되는 Water Deer, 고라니           도연 | 스님

                    25 회원인터뷰                  NT블로그팀의 활약을 보여드릴게요                   최상미 회원님

                                             ‘우리’ 꿈꾸는 촌장
                                                 를                    최재정 회원님

                    28 내셔널트러스트 추천도서           물건의 재구성           전은정 | 조경가, 조경포레(주) 소장

                    32 품안에                    새 생명이 움트는 매화마름 논의 겨울                     박도훈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 부장

                                              온새미로 헌책방을 가다              박수빈 | 온새미로 청소년 기자단, 용인외고

                    35 신년인사                   2013년 NT회원님들이 내셔널트러스트에 보내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
                    36 내셔널트러스트 소식             내셔널트러스트 활동소식
                    38 내셔널트러스트 알림마당           공지사항
                    37 후원해주시는 분들              2012년 9월 ~ 11월 후원내역




                                      발행일 2013년 1월 2일                           발행처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발행인 김홍남 양병이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11길 20 우리빌딩 4층

                    2013년 겨울호         편집위원장 이은희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4가 72-4번지 우리빌딩 4층)
                                      편집위원 강동진 남준기 서왕진 안창모 오충현 전화 02-739-3131
                                      유상오 윤인석 임정진 전은정 조명래 한동욱                   전송 02-739-9598
                                      기획 허주희                                    1년 정기구독료 20,000원
                                      편집인쇄 (주)디자인내일                             (정기구독료는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www.nationaltrust.or.kr

                                      페이스북 www.facebook.com/trustkorea          ※ 본지에 게재된 글과 사진, 그림은 무단 전재하거나 복제하여 사
                                                                                  용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 @ntrustkorea
                                                                                ※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표지 붉은어깨도요새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목차사진 두루미
사진 나일무어스, 새와 생명의터                     사진 도연스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입니다.
| ✽집중과 조명 |




                                                                                   서 우리가 지닌 가장 중요한 천연 습지는 바로 갯벌이
                                                                                   다. 자연적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양분으로 갯벌은 풍요
                                                                                   로워진다. 갯벌은 수만 개체의 도요・물떼새와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부양하며, 탄소 흡수 및 폭풍 해일을
                                                                                   잠재우고, 해수면 상승 시에는 천연 제방의 역할 등의
                                                                                   환경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도요・물떼새와 서식지와의 명료한 관계는 2004년
                                                                                   새와 생명의 터가 창립된 이후의 활동을 통해서도 증명
                                                                                   해왔다. 지난 15년간 국내에서 최소한 도요・물떼새 21
                                                                                   종이 람사르가 규정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군집을 보이
                                                                                   는 것으로 본 단체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21종 모두는
                                                                                   한반도의 극동지방에서(일부는 알래스카까지) 번식하
                                                                                   며, 월동을 위해 남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까지 멀리 이
                                                                                   동한다. 한국을 통과하는 이동 기간 중에 21종 모두가
                                                                                   갯벌에서 서식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개체군 감소를 급
                                                                                   격하게 겪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흑꼬리도요의 90%
도요물떼새 무리 ⓒ 새와 생명의 터
                                                                                   미만과 붉은어깨도요의 80% 미만이 국내에서 사라진        게를 먹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 새와 생명의 터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렇듯 급격한 개체군 감소의 이유를 단언하기는 어
                                                                                   렵지 않다. 유사 이래 국내에서는 갯벌의 75%를 이미


한국의 도요・물떼새
                                                  이 활동에 치중하거나, 붉은어깨도요와 같은 종들은 먹    잃었으며 이렇게 없어진 갯벌의 3분의 2는 최근 30년간     새가 다른 지역에 정착하지 못했음을 명확히 밝혔다. 말라버린 갯벌에서 그들은 먹이
                                                  이가 풍성한 갯벌을 찾아 수만 개체의 무리가 한 곳에    의“매립”
                                                                                       으로 인한 것이다. 국내의 주요 하천 또한 댐       를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요・물떼새들은 끔찍하게 죽어 나간 것이다.
                                                  모여 집단적인 먹이활동을 펼친다.               으로 막혔으며, 지난 십 년간 송도(인천)와 남양・아산       SSMP조사 및 이동경로 상의 유사 프로그램과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 파트너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국제 넓적부리도요 복원 대책위원            각 종의 생명학적이고 생태학적인 이유에 의해 결정     만 그리고 새만금의 습지가 람사르가 규정한 국제적인        십(EAAFP)과 같은 기구를 통해 공유한 자료에 근거하여, 이제는 보다 높은 차원의
                                                  된 고도의 특수성과 풍부한 생물군의 다양성은 도       주요 습지에 부합하는 지역임에도 방조제로 막혔다.         과학적 합의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대규모 매립은 도요・물떼새
                                                  요・물떼새가 소중한 생태지표종임을 의미한다. 다시       새만금은 단일 지역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감소를 몰고 온다. 2012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보고서는 해당 이동경로 상의 도
                                                  말하자면 그들의 존재나 부재, 풍부도나 희소성은 바로    도요・물떼새 지역이며, 매년 57만 개체로 추정되는 도      요・물떼새 감소는 지구상 다른 어떤 조류 종의 감소보다도 그 감소 비율이 훨씬 높음
                                                  서식 습지의 형질과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    요・물떼새가 서식하고 있다. 엄청난 개체 수를 보이며       을 알렸다. 한 때는 높은 개체 수로 새만금과 낙동강 하구에서 수 백 마리의 무리가 발
우리는 조수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박차 오르고 내려 앉는 도요・물떼새 군무를 감상     이다. 몇 종의 물새류와 도요・물떼새 종은 먹이가 풍부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의 종 다양성이 시사하는 것은         견되었던 넓적부리도요는 매년 26%의 감소율로 사라지고 있다. 대략적인 지구상 전
할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인가? 우리는 도요새 노래의 환희와 의미를 이해할 마지막 세    하고 안전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서 무리 지어   바로 이곳의 천연적인 생산성과 더불어 복합적인 생태        개체군이 고작 400개체 정도이다. 새만금 등의 이전 서식지에 조수가 유입되도록 복
대가 될 것인가?                                         남아있다. 게, 벌레, 갑각류와 어류가 가득하고 생산성   계로서의 국제적인 중요성이다. 새만금의 방조제 공사        원하는 것과 동시에 주요 서식지를 함께 보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야생에서
    대한민국에는 약 60여종의 도요・물떼새가 출현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기록되는 모   이 풍부한 습지일 때만 다양한 종의 도요・물떼새들이     가 진행 중인 동안에 북향 이동 중인 도요・물떼새의 개      이들은 약 2020년쯤에 완전히 멸종할 것이다.
든 조류 종의 10% 이상에 해당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도요・물떼새는 가장 다양한 조   찾는다. 형질이 떨어지고 생명력이 없는 습지에는 그들    체 수는 2000년의 315,000개체에서 2006년에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한 타 도요・물떼새종의 멸종이 단지 탐조인과 자연 애호가들
류종 중 하나인 셈이다. 참새만한 좀도요에서부터 약 60cm의 몸집을 지닌 알락꼬리    이 찾아오지 않는다.                      180,000개체로 추락하였으며, 2008년에는 겨우       이 겪을 손해일까. 이것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천연 자산인 습지의 소멸을 나타내
마도요에 이르기까지 도요・물떼새 종들은 나름의 특성과 고유함을 지니고 있다. 매       새들과 서식지와의 연관성이 이렇듯, 국제적으로 가     51,000개체만이 기록되었다. 해당 지역의 개체 수는 매    는 신호이다. 이것은 갯벌에 서식하는 방대한 생물종의 멸종과 감소를 알리는 신호이
우 섬세한 부리 끝으로 갯벌 표면의 먹잇감을 집어내는 짧은 부리를 지닌 종이 있는가    장 중요한 습지 파악을 위해 람사르 협약에서는 도      년 연이어 떨어지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며,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바로 국내의 보전 정책과 실천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임을 잊
하면, 날렵하고 가느다란 부리로 얕은 수면에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잡는 종이 있기    요・물떼새와 타 물새류를 사용한다. 국제적으로 중요     동안‘새와 생명의 터’ 호주・뉴질랜드 도요새 연구
                                                                                              와                        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 하며, 굴을 파고 숨어든 게나 벌레를 끄집어내도록 위쪽으로 또는 아래쪽으로 휘어    한 습지로서 보전 우선 지역을 파악하는 데에는 천연의    단이 공동 시행한‘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        ※ 필자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새와 생명의 터’ 한국 광역의 황해생태권역에 서식하
                                                                                                                                                 는
진 부리를 지닌 것들도 있다. 이렇듯 특수화된 부리와 섭식 행태로 몇 종들은 홀로 먹   복합적이며 광활한 곳을 정하게 마련이다. 이 곳 국내에   그램(SSMP)’ 새만금 지역에서 추방당한 도요・물떼
                                                                                           은                             는 조류와 서식지의 보호에 공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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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과 조명 |




                                                                                     계속되고 있다. 연안습지와 해양환경 관리 전문 부서인 해양수산부를 해체하여 해양
                                                                                                                                                        송도갯벌

                                                                                     환경보전 부서를 개발부처(당시 건설교통부)에 통합(현재 국토해양부)시켜 버렸다.              옹진장봉도갯벌

                                                                                                                                                           시흥갯벌
                                                                                     이에 따라 해양환경보전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차선으로 밀려 개발사업이 더 우선시               대이작도 주변해역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0년 말까지 제3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2012년~
                                                                                                                                                신두리 사구해역

                                                                                     2021년)과 2011년 초까지 제2차 연안통합관리기본계획(2011년~2020년)과 2011년
                                                                                     말까지 제2차 국가습지보전기본계획(2012년~2016년)을 수립했다. 그런데 이들 계                      서천갯벌


                                                                                     획에는 여전히 연안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수립되었다.
                                                                                                                                                    부안줄포만 갯벌

                                                                                      따라서 어떠한 연안습지의 훼손행위도 중단하고, 연안습지 파괴를 허용하는 공유                        고창 갯벌
                                                                                                                                                                                                오륙도 주변해역

                                                                                     수면매립법 등 관련법 등을 개정 또는 폐기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강화되어
                                                                                                                                                  무안 갯벌

                                                                                     야 한다. 특히 야생동식물보호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증도 갯벌
                                                                                                                                                                              순천만 갯벌


                                                                                     습지보전법은 해양과 연안습지를 실질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되도록 개정                 진도 갯벌
                                                                                                                                                                      보성벌교 갯벌          마산만봉암 갯벌



                                                                                     하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
                                                                                     한 이용을 위한 정책이 적극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모든 연안습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다양한 보전 및 인식증진 사업                                                      습지보호지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문섬 등 주변해역
                                                                                     에 적극적으로 예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람사르 협약의 결의문 X.13항은 람사르습
                                                                                     지와 새만금간척지, 습지보호지역, 습지가 보함된 생태계보호구역에 대해 국제적으            해양보호구역 현황

                                                                                     로 중요한 이동물새들의 개체수 변화와 다른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람
거전갯벌의 조개잡이 사진 남준기                                                                    사르 사무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를 올바로 이행하고, 다른 전국의 연안습지
                                                                                     에 대해서도 이동물새들의 서식실태와 생태학적 변화에 대해서도 장기적이고 적극적
                                                                                     인 모니터링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해양생물종 보전과 복원, 서식지
                                                                                     관리・보전과 복원, 현명한 이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모니터링을 할 때는 예산         협약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각 나라마다 2020년


서해안의 지속가능한                                                                           을 더욱 적극 지원하여 광범위한 지역이 시기적절하고 정기적으로 조사되어, 보다 합
                                                                                     리적인 관리계획 수립 등에 활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과거 연안습지를 파괴하던 개발사업비를 연안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정
                                                                                                                                            까지 연안해역과 해양 면적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
                                                                                                                                            정하도록 결의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약속을 지
                                                                                                                                            키기 위해 연차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서야


보전 방법과 대안 모색                                                                         책에 맞는 사업(조사・연구사업, 지역주민 지원사업, 복원사업, CEPA 활동사업
                                                                                     등)에 지원될 수 있도록 비용을 전환해 실질적인 연안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이루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일 생태권으로 간주되는 황해의 생태계
                                                                                     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와 해양의 문화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보
주용기 |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마지막으로 해양과 연안관리에 있어서 이행당사자들의 의견수렴 확대와 국가습지             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와 중국, 북
                                                                                     심의위원회 위상 강화이다. 현재 습지보전법에서 제시되었듯이 연안습지 주변 지역            한이 서로 협력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법
                                                                                     의 지역주민, 전문가, NGO,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동등한         제도 개선과 이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와덴해 3개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를 포함한 해양은 계속되는 갯벌       지정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이제라도 한국의 연안습지 전체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자격으로 전국단위 또는 지역단위의 습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위원회           국(독일, 네델란드, 덴마크)의 협력 사례를 타산지석으
의 간척과 매립, 강 하구둑 건설, 인공적인 해안선의 증   한다. 일부 개발이 불가피할 때만 면밀한 조사와 이해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해양생태      는 자문기구의 역할이 아니라 의결기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논의된 결과         로 삼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 해사 채취, 해안쓰레기와 오염원 증가, 기름유출 증   계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세우면서 일부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들은 정책에 반영하고, 이해당사자들 또한 역할에 맞게 연안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           이같은 제언들이 받아들여진다면 연안과 해양이 지속
가 등으로 위협에 처해 있다. 특히 간척과 매립은 연안    것이다. 이는 2009년 3월, 한국의 국토해양부와 와덴해 3국의 장관들이 체결한 갯벌   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습지위원회는 거의 유명무실화 되고 있고,          가능하게 보전되고 사람들도 연안과 해양을 지속가능
습지의 생물다양성 감소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보전 양해각서(MOU)를 잘 이행하는 신뢰성 있는 자세이다.                  지역단위 습지관리위원회도 구성만 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적으로 진           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있다.                                더욱이 여러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습지보전법’ ‘연안관
                                                                      과              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자체는 습지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과 이          (WCC) 개최국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 길이며, 국제
    매년 보호구역을 조금씩 확대하는 방식 보다는 북해   리법’ 1999년에 제정되고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를 통한 정책집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예산지원도 뒷받침되         적으로도 지속가능발전 UN 회의와 람사르협약, 생물다
연안의 와덴해 3개국(덴마크, 독일, 네델란드)이 공동    제정되었던‘공유수면매립법’ 비롯한 각종 개발과 관련된 법이 더욱 강력한 힘을
                                               을                                     어야 할 것이다.                                              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총회에서 결의된 내
으로 전체 갯벌과 연안을 람사르 습지와 보호구역으로      발휘하여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보다는 간척과 매립을 더욱 우선시 하는 정책이        2010년 9월에 유엔이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와 2010년 10월 제10차 생물다양성       용을 잘 이행하는 모범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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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 |




최
                         이번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에서는 진화생물학자로 유명
                         하신 최재천 교수님을 만나 뵙고 내셔널트러스트 회원님들, 청소
                         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통섭으로
                         풀어내는 생물학, 사회학, 생명, 과학 이야기와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 깃든 격려의 대화에 초대합니다.




재
천                        ● 최재천 교수님은 한 번도 과학자가 되리라는 꿈을 꾸지 않았다는 말씀   기업에서 저에게 전략에 참여해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미래 전략 워
이화                        을 많이 하시고, 시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물학   크숍에 불려갔어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졌길래 미
여자                        자가 되셨는지 인생을 바꾼 계기가 있다면 한 번 얘기 좀 해주세요.    래에 대해서 얘기를 하나 살펴보니 미래학이라는 학문이 있더라고
                         ○ 시인을 꿈꾼 정도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그냥 시인으     요. 그래서 저도 나름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저는 진화, 즉 과
대학교                       로 태어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과와 이과를 나누어      거를 연구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미래연구를 한다는 것이 불편
교수                        놓는 원시적인 교육제도의 희생물로 잘못해서 이과로 배정받고 그       하더라고요. 그래서 과거를 얘기하면서‘과거에 그랬으니까 미래에
                          체제를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무너뜨리지 못하고 밀려서 가다가 과      이럴 것이다.’
                                                                          라고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취하다가 어느 날 굉장
                          학자가 된 건데요. 지금 생각하면 참 저한테 너무나 잘된 일이었지     히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는데요. 마일즈 먼로 목사가 <비전>이라는
일시 : 2012년 12월 21일
                          만, 제가 과학자가 될 만한 성향을 충분히 갖고 태어나지를 못나서     책을 쓰셨어요. 예수님은 어떻게 그 미래를 보실 수 있었을까를 설
장소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실
진행 : 이은희(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생물학이라는 말랑말랑한 분야를 해서      명한 거예요. 이 분이 비전이라는 말을 굉장히 간단하게 정의를 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편집위원장)     잘 살아남았죠. 늘 인문 쪽에서 발을 못 빼고 왔는데 그러고 나니까    리셨는데,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 즉 과거에
사진 : 김영채(한국내셔널트러스트 간사)    오히려 저한테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2지망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얻으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거
                          시험 쳤다가 떨어져서 2지망으로 동물학과에 붙었는데 제가 한 번      죠. 이걸 보는 순간, 과거도 모르면서 미래를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
                          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그 공부가 안 들어오는 거죠. 그러다가      상하다고 깨달았어요. 저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헌책방에서 우연과 필연이라는 책을 우연히 샀는데 재미있는 거예       이 책의 제목을 지을 때 그 개념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은 통찰이
                          요. 저자를 보니 생물학 수업 때 들어본 사람이에요. 유명한 생물학    라는 게 키를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공부하고 연구하고 책을 읽고
                          자였는데, 생물학을 해도 철학을 할 수 있구나 깨달은 거죠. 4학년    하는 게 이를테면 보는 눈 생각하는 통찰의 눈을 키워나가려고 하는
                          이 되어서야 드디어 생물학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해서 지금 여      건데, 기업에서도 상대 기업보다 먼저 미래를 예측하면 이기는 거
                          기까지 왔네요.                                 고요. 통찰력을 가지려면 자연과학만 봐서도 안 되고 인문학도 들여
                                                                   다보고 예술도 들여다봐야 하는데, 혹시 독자가 이 책을 읽고‘아,
                         ● 최근에 내신“통찰” 어떤 책인가요.
                                    은                              이런 분야 좀 쫓아 다녀보고, 이런 것 좀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생
                                                                                                      는
                         ○ 제가 기업체에서 교양강좌를 많이 했었는데요. 10여 년 전부터는     각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목을 이렇게 붙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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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적어도 우리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만들
                                                                                          어서 노벨평화상을 받았잖아요. 하지만 진실은 훨씬 더
                                                                                          불편합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
                                                                                          는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다면 그 아이는 분명 피해를 봅니다. 다음 세대가 우리세대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살 가능성이 너무도 농후하니까요. 지금 당장 어
                                                                                          떤 일이든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하셔야해요.


                                                                                         ● 싸인을 요청하면“알면 사랑한다”
                                                                                                           라고 써주시는데요, 지식이 온도를
                                                                                          지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써주시는지요?
                                                                                         ○ 우리가 잘 몰라서 미워하는 거지 충분히 알고 나면 미워하기 참 힘
                                                                                          들잖아요. 서로 흉을 보는 사람고도 얘기하다보면 미워할 수 없죠.
                                                                                          알고 나면 반드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 심성이 아닐까요.
                                                                                          그걸 환경에 적용해보면 너무나 잘 들어맞아요. 환경보호도 환경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해서 전 국민이 하나라도 더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되면 언젠가는 알아서 자기가 사랑하고 보호하게 되리라 생각
                                                                                          합니다.


                                                                                         ● 오늘 참가자들 중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미래를 책
                                                                                          임질 이 친구들에게 한마디 조언해 주신다면요?
                                                                                         ○ 이제 100세 시대가 오고 있는데 100세를 살면서 60에 은퇴하고 40
                                                                                          년 놀고 먹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정년이 없어지고 대부분이
● 공감, 공유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이 말을 언급하시면서 새로운 젊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 어떻게 가능할 까 생각해보니까        90세까지 일하고 돈 벌면서 살게 되요. 요즘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은 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신 바 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하    굶어보지는 않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나누고, 내가 힘들면 누군가        그 해결방법만 찾는다면 은퇴는 없는 거죠. 미래학자들은 7~8개의
     고 공유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나처럼 도와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혹독한        직업을 전전할 거라고 얘기해요. 물론 한 우물은 파야해요. 한 우물
○ 저는 5년 정도 전에 젊은 세대를 규정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공감        어려움을 겪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게 역설적으로 가능한        은 팔줄 알아야 하고 여러 우물에 기웃거릴 줄 알아야 멀티플레이
     의 세대라고 규정을 해봤는데, 2년 전부터 공감이라는 말이 쏟아져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어쩌면 이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       어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첫 직장을 잘 얻으려고 좋은 대학을 가
     나오더라고요. 태안반도에 기름이 유출됐을 때도 젊은 사람들은 많       역이 됐을 때, 우리의 인류가 그렇게 꿈꾸던 나누는 일류의 첫 세대      려 하는 필요가 점점 없어질 거예요. 혹여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은 생각을 하지 않고 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앞 뒤 분간을 못하는     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얻었다 해도 그 사람이 50세에 퇴직해서 여전히 유리할 수는 없거
     어리석은 세대인거죠. 그것보고 있다가 저 친구들이 잘못된 걸까라                                                  든요. 그래서 길게 보고 전략을 세우는 게 훨씬 현명한 거죠. 저는
     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세대는 뭔가 굉장히 다른 세대라는 생     ● 생태계 엇박자가 파급력을 가지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각심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거라는 데          요. 예를 들면 환경운동하는 사람이 기업을 고발을 해야 하는데 아
     각이 들었어요. 우리 인류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들은 충고가 뭔       을 일깨워줄만한 예를 들어주신다면?                        확신이 섰어요. 남을 도우면서도 나를 다듬을 수 있는 이 두 개를 함      직은 모금운동이 문화가 잘되어있지 않으니 그 기업을 공격하기 힘
     가 생각해 보았을 때 끊임없이 나오는 말이 나보다는 남을 아끼라      ○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 집에서 학교까지 3km 정도 걷고 있어요. 차    께 해나가면서 이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들지요. 내셔널트러스트는 기본적으로는 국민이 십시일반모아서
     는 말이잖아요. 고백하자면 우리 세대는 그렇지 못했던 세대에요.       를 안타면 저도 건강해 지고 환경도 더 건강해 지는 거잖아요. 제인                                                  보호해야할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아니예요.
     우리는 지금 움켜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       구달 선생님도 누구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늘 하시죠. 작     ● 내셔널트러스트에 격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국에서 온 거지만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모법을 보여주고 있
     아온 세대에요. 쥐고 있다가 너무 많이 가졌나 싶으면 조금 내놓은      은 시도 하나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 환경이 정말 나빠지고     ○ 저는 내셔널트러스트 같은 운동이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시고 국민에게 잘 알리셔서 모두가 동참할
     거고, 이게 자선 사업이죠. 그런데 지금의 세대는 그걸 하고 있는      있다는 것을 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나라도        환경운동이라던가 시민운동이라던가 본질적으로 어려움이 있잖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10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1
| ✽영국NT 이야기 |




                                                                                               1                                              2     음)에도 본부 사무소가 설치되었다. 윌트셔 사무소는 자연자산 보전과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런던 본부의 관리비용이 점증하는 가운데 3곳으로 흩어진 본
                                                                                                                                                    부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졌다. 이에 영국NT는 2002년 1월
                                                                                                                                                    윌트셔의 스윈돈에 450여명의 본부직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통합본부 건립 계획
                                                                                                                                                    을 발표했다.
                                                                                                                                                     윌트셔는 다른 두 본부가 있는 런던과 글로스터셔로부터 1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양 지역의 직원들이 출퇴근하거나 이주하는 데 무리가 없는 입지로 판단되었다. 윌
                                                                                                                                                    트셔에서도 스윈돈의 선택은 새 건물을 짓기 위한 폐부지(brown field), 즉‘브루넬
                                                                                                                                                    (Brunel) 철도공작소’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전성기였던 1900년대 초엔
                                                                                                                                              3
                                                                                                                                                    14,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할 정도로 공작소의 규모는 컸다. 부지면적만도 326에이
                                                                                                                                                    커(약 40만 평)달 했는데 지금은 38에이커(약 4만 6천 평)에 옛 건물들이 남아 있다.
                                                                                                                                                    영국NT는 이곳에 역사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지었
                                                                                                                                                    다. 이 건물은 영국 NT가 보유하고 있는‘유일한 21세기 자산(only 21st century
                                                                                                                                                    property)’
                                                                                                                                                             이다.
                                                                                                                                                     건물의 명칭‘힐리스(Heelis)’ 동화 만화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는
                                                                                                                                                    Potter)가 결혼 뒤 얻은 이름인‘윌리암 힐리스 부인(Mrs William Heelis)’
                                                                                                                                                                                                       에서 따온
                                                                                                                                                    것이다. 힐리스 여사는 1930년대 잉글랜드 북서부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4     영국 1호 국립공원)에 거주하면서 지역토속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썼을 뿐 아니라,
                                                                                                                                                    동화만화를 그려 얻은 막대한 수입금으로 농장을 사서 지역농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
                                                                                                                                                    를 줘 그들의 생업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을 했다. 1943년 운명하면서 힐리스 여사는 4
                                                                                                                                                    천 에이커(약 49만 평)의 땅(농장 등)을 영국NT에 기증해, 역대 최대 기증자의 한사
                                                                                  출처 Ben Ellwood
                                                                                                                                                    람이 되었다. 힐리스는 그녀의 기증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붙여진 것이다.
                                                                                                                                                     힐리스의 설계는 필덴 크레그 브래들리(Feilden Clegg Bradly)란 건축가와 영국


유일한 21세기 유산                                                                                                                                         NT 설계팀의 합작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힐리스는 혁신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설계
                                                                                                                                                    개념을 반영하면서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목재와 양모 등을 이용해 건축되었다.
                                                                                                                                                    그 결과 19세기에 출범했지만 21세기 보전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NT가 소중하게


힐리스(Heelis)
                                                                                                                1. 영국NT사이트에서 생산된 목재와 양모 등으로 통해
                                                                                                                          건축된 힐리스. 출처 Ben Ellwood
                                                                                                                                                    여기는 가치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하는‘21세기 지혜의 건축물’ 되었다. 기존 역사
                                                                                                                                                                                    이
                                                                                                                                     2. 전체 단지 사진
                                                                                                                                                    경관을 보완하기 위해 힐리스는 주변 건축물의 형태나 각도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고,
                                                                                                                                       3. 옛 공장그림
                                                                                                                                     4. 지붕의 채광정     개방공간을 둬 주변 건물의 선형이 온전히 살아나도록 했다. 새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조명래 | 단국대 교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옆에 있는 공장건물과 동시대의 건축물로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설계적 배려 때문이
                                                                                                                                                    다. 건물 속의 공간배치, 시설, 이용방식 등은 영국NT가 지향하는 활동목표와 내용을
                                                                                                                                                    정교하게 담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러면서 500여 명의 직원과 70여 명의 자원봉사
영국내셔널트러스트(NT)는 런던에서 발족했다. 본부도 당연히 런던에 있을 것이라             어진 곳에 수상관저가 있다. 런던의 관청가 한 가운데             본부는 이사회, 평의회, 사무국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자들이 일상적으로 추진하는 업무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도록 해 놓았다.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2005년까지는 그랬지만, 지금은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본부 사무실이 있었다는 것은 영국 NT의 높은 위상을             전국 활동의 총괄 기획 및 조정, 연구지원, 재정관리 등                   2005년 7월 4일 개관한 힐리스는 그동안 16개의 상을 수상했다. 여기에는 영국왕
정도 떨어진 스윈돈(Swidon)에 있다. 그곳으로 옮기기 전까지 런던 본부(head of-      말해주었다.                                    과 같은 행정업무를 관장한다. NT운동이 급속하게 확                    립건축가협회의‘특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상’ 시빅트러스트의
                                                                                                                                                                                      ,        ‘지속가능
fice)는 런던의 중심부에 있었다. 버킹검 궁과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을    1968년 제출된 벤슨보고서(the Benson Report)에      장하면서 본부업무 또한 폭증함에 따라 런던 본부 사무소                   성 상’ 빌딩 메거진의
                                                                                                                                                       ,        ‘올해의 지속가능한 빌딩 상’ 친환경적인 건물로서 상뿐만
                                                                                                                                                                                등
잇는‘더 몰(th Mall)’
               이란 도로(여왕이 마차타고 사열하는 도로로 유명) 끝에 있는         따라 영국 NT는 업무를 지방조직들로 이양하기 시작했             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런던에                  아니라 영국건물관리협회‘건물관리국제대상 등과 같은 사무실의 지속가능한 관리
‘퀸엔 게이트(Queen Ann’ Gate)’
                 s       근방에 있었다. 그래서 그 본부를‘퀸엔 게이트       다. 잉글랜드(England) 지역의 경우, 11개의 지역사무        이어 윌트셔(Wiltshire)와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운영에 관한 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 NT는 이 자랑스러운 21세기 유산을 누구나
사무소(Queen Ann’ Gate office)’ 부르곤 했다. 그곳으로부터 남쪽으로 약간 떨
             s             로                             소를 중심으로 NT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으로부터 서쪽으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떨어져 있                    방문해 투어(tour)를 할 수 있도록 안내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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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부 공간은 벽과 지붕이 유리 창문으로 되어있어 안과 밖이 하나의 공간으로 열려 있다.
                                                                                                                                     변화시대 에너지 지속가능성을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셈이다.
                                  2. 영국NT는 역사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친환경적인 형태로 힐리스를 지었다.
                                  3. 영국NT가 추구하는‘지속 가능성’ 영구 보전’개념을 공간 구성에 담았다.
                                                      ‘
                                                      ,                                                                                일층 중앙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이층에 이른다. 이층에는 미팅 룸(meet-
                                                                                                                                     ing rooms), 사무공간, 비즈니스센터(business center), 티룸(tea room) 등이 있다.
                                                                                                                                     개인 직원이 일하는 책상은 개방공간에 놓여있는 반면, 회합은 폐쇄 공간인 미팅 룸
                                                                                                                                     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4~20명을 수용하는 미팅 룸이 총 19개가 있는데, 각각
                                                                                                                                     에 영국NT 사이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개인적인 미팅이 필요할 경우 온라인을 통해
                                                                                                                                     미팅 룸을 누구나 예약할 수 있다.
                                                                                                                                      이층의 사무공간은 지붕의 채광정(일종의 지붕창문)을 중심으로 구획되어 있고, 연
                                                                                                                                     결통로로 연결되며, 연결통로 양 켠으로 공간을 비워 지붕에서 1층 바닥까지 열어 놓
                                                                                                                                     았다. 사무공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채광과 환기다. 사무실 공간에
                                                                                                                                     있는 모든 책상은 창문으로부터 7m 이내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자연광을 최대한 접
                                                                                                                                     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또한 지붕의 채광정을 통해 들어 온 자연광은 1층까지 침투
                                                                                                                                     하도록 해 내부 공간 전체에 자연채광이 극대화하도록 했다. 창문도 채광은 최대화하
                                                                                                                                     되, 번쩍임이나 반사 등은 제어해 그로 인한 불편이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지
                             1    2                                                           3
                                                                                                                                     붕엔 52개의 환기용 굴뚝이 있어, 실내외로부터 공기가 들어오고 나오도록 하여 환
                                                                                                                                     기와 함께 내부의 적정 온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 모두는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 덕
                                                                                                                                     분에 본부 건물의 사무공간에는 에어콘이 없다.
                                                                                                                                      힐리스 내부에는 비즈니스센터가 6개소(1층 3개, 2층 3개) 있다. 각 센터에는 복사
영국 NT 홈페이지에서 올려 있는 영상투어를 통해 누         힐리스는 2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안내실, 상점, 식당, 심방(atrium), 사무실, 영   내부소통, 소매 및 기업활동, 사업개선, 정보시스템 및         기, 프린터, 문구류, 봉투, 종이파쇄기 등이 비치되어 있다. 200여 개의 데스크 탑 컴
구나 힐리스에 숨겨진 설계의도나 내부공간의 특성을           조실(plant room) 등이 있다. 안내 데스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서 좌우      서비스, 보전, 자산관리, 사무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퓨터는 옛 사무실에서 쓰던 것을 재활용한 것이고, 15개의 복사기나 프린트도 마찬가
읽을 수 있다. 바닥형태로 보면 힐리스는 삼각형에서          에 상점과 카페가 있다. 상점에는 영국NT 엔터프라이즈가 조달하거나 생산한 기호            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공간은 기본적으로 모든           지로 재활용 기기다. 복사기는 자동적으로 양면 복사가 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
한 꼭지가 약간 잘라나간 모습이다. 이러한 바닥에 경         품이나 선물(모두 영국NT로고가 들어감) 등이 판매되는 데, 상품의 기본개념은 대부          것이 열려 있는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건물 벽면의 많          다. 사무실 공간의 전등은 모두 인공지능 등이어서 불필요할 때는 자동 소등이 된다.
사진 공장지붕이 여러 줄 길게 배열되어 있는 형태로          분‘녹색문화상품’
                                              이다. 영국 NT가 보유한 환경(자산)과 문화(자산)를 상품화하여,           은 부분이 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어 공간의 안과 밖이          폐기물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무공간 책상 주변엔 쓰레기통이 없다. 모든 직원
건축물이 앉혀 있다. 건물 중간에는 두 개의 중정(내부        한편으로 환경과 역사문화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를 경제가치화 하는 NT운            서로 열려 있다. 내부로 막혀 있는 벽면 유리 너머로는         들은 사무실에 발생한 종이, 유리, 플라스틱, 병, 스템프, 이동전화, 카트리지, 깡통,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작은 조        동의 원리가 반영된 것이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도 원자재 70%가 인근 지역          내부 정원이 있다. 또한 일층 사무실 공간은 유리가 달         봉투 등을 비즈니스센터의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정원도 꾸며져 있는 중정을 통해 채광도 하고 자연의         에서 조달된 것들이다. 푸드 마일리즈를 줄여 환경보전에 기여하면서 로컬 경제를 살           린 지붕까지 열려 있어, 하늘의 빛이 안으로 들어오는            이층에는 티 룸(tea room)이 있다.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하루에 여러 잔을 나누어
경관요소를 내부공간으로 끌어드린다. 삼각형태의 바           리기 위한 지혜의 반영이다.                                         것은 물론, 이층에 있는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하         마신다. 대부분 홍차 물을 끓이기 위해 전기 주전자를 사용하는 데, 이는 용량에 관계
닥면적에서 밑변에 해당하는 건축선은 남향을 향하고            일층 중간엔 일종의 내부 공공공간으로 심방(atrium)이 있다. 만나고 대화하며 쉬        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사무실 공간에 깔린 카펫          없이 주전자 전체를 데워야 함으로써 그만큼 많은 전기를 쓰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있고, 그 전면에는 긴 화단과 오픈스페이스가 조성되          는 등 다목적 사회공간으로 설계자가 각별하게 고려해 열어 놓은 공간이다. 목재로            또한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면양의 털을 염색하지          위해 더운 물과 차가운 물을 필요한 만큼 직접 공급하는 기계를 비치시켰다. 사용한
어 있다. 오픈스페이스 건너편에는 옛 공장건물이 단          짜여진 긴 벽면을 따라 다양한 모양의 의자가 자유롭게 놓여 있고, 이층까지 열려 있          않고 짠 것이다. 때가 묻어도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한 지        컵은 한꺼번에 모아 세척하도록 해 개별 세척에 따른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했다.
정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어 그곳이 산업공간이었음           는 천정에는 영국NT 운동이 전개하는 5개의 활동영역(해안선, 숲, 정원, 농장, 빌         혜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양모로 짜진 카펫 소비를 촉          이렇듯 힐리스는 건축물로서만 아니라 내부에서 이용하는 개별공간과 설비 하나하
을 자연스럽게 연출되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경관구          딩)을 무늬와 색깔로 표현하는 타페스트리(tapestry)가 걸려 있다. 이 타페스트리 자      진해 지방 목축업을 돕고자 하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나에 NT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 지혜는 크게 보면 21세기의 화두인‘지속가능성’
                                                                                                                                                                                  에
성 자체가‘지속가능성’ 즉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보
           ,                          체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그러면서 심방에서 나누는 대화의 소리가 천정으로 솟아                공조실(plant room)에는 건물 관리를 위한 각종 계   관한 것이다. 영국NT운동이 비록 19세기 운동이지만, 21세기에도 계속 번창하고 있
여주는 것으로 영국NT가 추구하는‘영구 보전’개념           이층 공간으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공중에 걸려 있는 방음벽’기능도 한다.            측 및 제어기기들로 가득차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        는 것은 19세기 사고나 관행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의
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삼각형태의 다른 두 변은       배경을 이루는 벽면은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11종류의 목재로 짜여 있다. 나무          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5%(최대 40%)를 생산하       창의성을 늘 고민하고 구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힐리스는 건축물의 디자인 등으로
서북면과 동북면을 각각 향한다. 주차장은 서북면에           벽면 중간에는 영국NT의 운동 슬로건인‘영원히, 모든 사람을 위해(For Ever, For      는 태양광발전기기다. 매순간 얼마만큼의 태양광 전기           도 유명하지만, 사실 더 중요하면서 유명한 것은 바로 21세기를 향한 영국 NT의 혜안
있다. 면적을 최소화하고 후면에 두어 자동차를 뒤로          Everyone)’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1907년 의회입법으로 제정된 영국NT
                                               란                                              가 생산되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얼마만큼의 탄소배출           과 지혜를 구성원 모두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점이다.
숨김으로써 사람 중심성이 단지구성에 확연히 드러나           법에 나오는 것이다.                                             저감 효과가 있는 등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도록 했다.                                 본부 직원들은 인력개발, 재정, 커뮤니티 학습, 자원봉사, 고객관리, 법률, 매거진,        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후          사진출처 http://virtualtours.nationaltrust.org.uk/heelis/ho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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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문화유산, 삶의 향기를 찾아서 |




                                                                                   의 존재였다. 수령이 족히 100년은 되었음직한 고목이 집의 연혁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 나무 덕분에 김석윤 가옥은 길가에 그대로 나앉는 수모는 면하고 있다.
                                                                                    대문간을 거쳐 모거리(행랑채)에 이르는 바깥마당, 안거리(안채)와 밖거리(사랑
                                                                                                                                      2
                                                                                   채) 사이에는 안마당이 있고, 안거리 뒤에는 뒷마당이 위치해 있다. 이 정도의 주택
                                                                                                                                      3
                                                                                   이면 여느 전통건축에는 있음직한 사랑채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채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주택과 마찬가지로 마당의 구성이 명확한 주택이다.
                                                                                    그렇지만 김석윤 가옥에 사랑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밖거리의 용도가 접객과 바
                                                                                   깥주인의 거처이니 밖거리가 사랑채인 셈이다. 그런데 사랑채가 사랑채로 보이지 않
                                                                                   는 것이 제주도 주택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사랑채인 밖거리가 안마당을 사이에 두
                                                                                   고 안채인 안거리와 대칭적으로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채의 규모 및 공간구성도 거
                                                                                   의 같다. 거기에 안거리가 기와지붕인데 반해 밖거리의 지붕이 초가였었다. 이러한
                                                                                   안거리와 밖거리의 관계와 모습은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안채와 사랑채의 관계와 전
                                                                                   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안채의 위상이 사랑채 보다 더 높았을 듯 해 보이는 이러한
                                                                                                                                     1. 신작로에 비스듬히 면한 대문간과 대문칸과
                                                                                   독특한 주택 구성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큰길의 어색함을 완화시켜주고 있는 향나무
                                                                                                                                     2. 안채, 곡선 없는 지붕과 석조벽체
                                                                                    집주인인 김석윤에 따르면 제주에는 유교적 위계가 없다고 한다. 조선이 유교적       3. 김석윤가옥 배치 평면도,
                                                                                   질서 속에 움직여왔다는 사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        출처 김태일(2008), 제주 도시건축을 이야기하다, 제주대학교 출판부

                                                                              1
                                                                                   지만, 제주여성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궁리하고 도전하며 헤쳐 나가는
                                                                                   의지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고, 이러한 제주 여성의 가정 내 입지가 뭍에 비해 세
                                                                                   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충분히 수궁이 가는 주택 구성이기도 하다.
                                                                                    이제 주택의 면면을 살펴보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에는 바람이 많고 세다. 그



유교적 질서에서 벗어나
                                                                                   래서 제주 사람들은 바람과 함께 공존하는 주택을 만들어왔다. 담장의 높이와 지붕의     에 적합하게 공간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담장의 높이는 집밖의 시선     김석윤 가옥은 제주도 기와집의 대표하는 훌륭한 문
                                                                                   으로부터 집안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담장을 타고 너     화유산이지만, 잘 보존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에는 많


자연을 품은 주택, 김석윤가옥                                                                   머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적절하게 지붕 너머로 흘려보내기 위한 최적의 위치에
                                                                                   서 결정된다. 담장을 타고 넘어온 바람은 경사도를 낮춰 절대 높이를 낮춘 지붕 위로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주택 지붕이 급경사이지
                                                                                                                                     은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의 거친 현무암으로 만들
                                                                                                                                     어진 안거리(안채)의 벽체가 지나치게 반듯하고 매끈
                                                                                                                                     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돌을 기계장치의 도움 없이
안창모 |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                                                                만, 눈 많은 제주임에도 지붕의 물매가 낮고 무겁게 만들어진 것은 눈보다 바람이 제    수작업으로 다듬음으로써 연출되었던 거칠지만 만든
                                                                                   주의 집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작은 성채처럼 굳건하게     이의 손맛이 전해지는 석조 벽체의 선형이 기계 절삭장
                                                                                   주택의 벽체를 구성하고 있는 석조 벽체는 한번 내리면 오랜 시간동안 쌓여있는 눈으     치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각(角)이 생기지
지난 2월 눈보라와 밝은 햇살이 함께하는 날 제주도를 찾았다. 눈이 많은 제주도인    는 올레길이 신작로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오래된      로부터 제주인의 삶과 집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육지의 흙과 나무로 구성된      않는 돌쌓기가 바람의 영향을 감소시키기 효과까지 가
줄은 알았지만 한반도의 최남단에서 밝은 햇살과 함께 맞이한 눈보라 속의 제주 풍     마을에게는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큼 무지막지한 신작      벽체로는 제주의 눈과 바람을 이겨낼 수 없기에, 제주만의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제주     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리 보수된 석벽의
경은 특별했다. 건축가들과 제주의 현대건축을 답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한      로였다. 예전에는 18m에 달하는 올레길을 따라 드나들    의 주택이 만들어졌고, 김석윤가옥은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반듯함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주도 올레 길도 걷고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도 민가도 방문    었던 주택이었지만, 올레길이 쭉쭉 뻗은 신작로에 자리      대문간을 지나 만나는 모거리(행랑채)는 초가로 구성이 되어있고, 안거리는 기와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가면 제주 특유의 마을과 주택
했다. 제주도 특별자치도 지정 민속자료 제4호인 김석윤 가옥이었다. 건축가 김석윤    를 내주면서, 원주인인 올레길은 그 틈새로 간간히 비     그리고 밖거리(사랑채)는 초가로 구성되었다.                          을 볼 수 있지만, 김석윤 가옥의 경우 사람들의 일상이
도 함께 집을 찾았다. 매거진<내셔널트러스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소유주와 함     스듬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고, 주택은 느닷없이 민낯을      제주도의 기와집은 육지의 기와집과는 많이 다르다. 바람이 많고 센 제주도이기에      담겨 있고, 도시의 변화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는 점
께 주택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로변에 내밀고 있는 형상이 되었다. 김석윤 가옥이      제주집의 기와는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크기가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바람에 날리    에서 독특한 경험을 갖게 하는 제주의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이상했다. 집 앞에 놓인 넓은 길도 어색   신작로를 살짝 빗겨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다.     는 것을 막기 위해 처마 끝과 용마루 주변에 회땜질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옥이면    특히, 유교적 규범과 위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제
했지만 길과 대문간의 만남이 비스듬했기 때문이다. 김석윤 가옥 뿐 아니라 주변의     올레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야할 집을 큰 길가에서 접하     누구나 연상하는 지붕의 곡선도 없다. 이로 인해 기와집이 연출하는 분위기도 육지      주 사회의 특징과 거친 자연환경을 품에 안은 김석윤
여러 집들도 길과 비스듬하게 놓여있었다. 이유는 도시계획에 따른 신작로 개설 때문    게 되니 다소 생뚱맞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김석윤 가   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안채와 사랑채 역시 한 켜로 구성되어 있는 육지와 달리 3   가옥은 제주주택의 참 모습을 전해주는 소중한 문화유
이었다. 구획정리사업계획에 따라 큰 길을 내는 과정에서 제주의 옛 풍취를 담고 있    옥에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대문 칸을 지키는 향나무     개의 켜가 중첩되어 있는 통통한 안거리와 밖거리는 눈에 싸인 추운 겨울을 지내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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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셔널트러스트 여행 |




                                                                                  지형을 주상절리 지형이라고 합니다. 가을걷이 후 축
                                                                                  축했던 논바닥이 마르면서 쩍쩍 갈라지는 것과 같은 원
                                                                                  리입니다.
                                                                                   뚜렷한 형태를 가진 주상절리는 화산 활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지형・지질 자원입니다.
                                                                                  읍천리의 주상절리를 비롯하여 제주도 대포동의 주상
                                                                                  절리대, 입석대와 서석대를 포함한 무등산 정상의 주상
                                                                                  절리대, 그리고 포항시 달전리의 주상절리 등이 천연기
                                                                                  념물로 지정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주상절리는 이름 그대로 기둥이 서 있는 모습으로 나
                                                                                  타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주상절리가 그렇
                                                                                                                   1
                                                                                  습니다. 그런데 읍천리의 주상절리는 특이하게도 누워
                                                                                                                   2
                                                                                  있는 모습이고,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펼쳐 놓은 부챗
                                                                                  살처럼 보이기도 하고,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려가 가까이 가면 거대한 돌기둥이
                                                                                  첩첩이 쌓여져 있는데, 그 위를 걷다 보면 어딘가를 향
                                                                                  하는 계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잘려진
                                                                                  돌기둥의 단면은 벌집 모양의 다각형으로 사각형에서
                                                                                  팔각형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과거로 가는 계단
                                                 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광주의 무등산, 그리고 다도     그런데 이 아름다운 부챗살 모양의 주상절리가 왜 이
                                                 해 조망이 일품인 경상남도 통영의 미륵산과 전라남도     제야 알려지게 된 것일까요?
                                                 고흥의 팔영산 등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지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남・북한


읍천리 와상절리                                         만 이 지역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전방 지역을 휴전
                                                                                  선과 DMZ로 국한시켜 인식하고 있지만, 국토를 방어
                                                  이러한 화산 활동의 흔적들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해안선은 DMZ와 조금도 다
서종철 |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만들어진 것입니다. 백두산이나 제주도처럼 비교적 가     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안가에는 사람들의 이용이나
                                                 까운 시기에 형성된 것들은 용암이 분출해 굳어진 화산    출입이 잦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해안 경계를 위해     1. 제주도 대포동의 주상절리
                                                                                                                   2. 경주 읍천리의 와상절리
                                                 의 몸체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훨씬 더 오래전에 분출   철조망이 쳐져 있고, 밤이 되면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기둥, 부석사 무량    된 것들은 화산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깎이거나 변형되    있습니다. 읍천리의 주상절리 옆에는 바로 그 해안을
수전의 배흘림 기둥은 저에게 있어 동서양을 대표하는 건물 기둥에 대한 이미지입니     어 원래의 모습과 달라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지켜왔던 군부대의 주둔지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있습
다. 그런 기둥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돌들이 바닷가에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쓰러   알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니다. 출입이 제한된 곳이므로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    통해 정부와 대중에게 읍천리 주상절리가 알려진 것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데 큰
져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혹시 신전의 기둥을 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화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    었고, 필자 역시 이 일대의 해안을 대부분 조사했었지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문화재청의 발 빠른 대처에도 고
들기 위해 누군가가 미리 조각을 해 놓은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수고를 덜어 주기   은 읍천리의 주상절리(柱狀節理)가 화산 활동의 결과     만 읍천리 주상절리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     마움을 느낍니다.
위해 만들어 놓은 신의 작품일까요?                              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형이기 때문입니다. 용암이      러다가 해안을 경계하던 부대가 철수를 하자 세상에 알        하지만 읍천리 주상절리의 보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호
 우리나라 곳곳에는 화산 활동이 남긴 흔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 울릉도와     분출할 때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기로 하죠! 용암이    려진 것입니다.                         지역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이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인근
독도, 그리고 백두산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사람들이 알     분출하면 지표를 따라 넓게 퍼지면서 흐르다 서서히 굳     그 동안 읍천리 주상절리의 가치에 주목하여 학술적     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할 수도 있고,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주상절리에 해가
고 있을 것입니다. 겨울의 진객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한탄강 일대의 철원 평야가 흐    어져 바위가 됩니다. 용암이 식을 때는 공기와 접하는    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었고, 이곳의 아름다움을 이용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자연 자산에 애정을 가지고 있
르던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용암대지(용암으로 만들어진 높고 평평한 땅)라는 것     표면부터 식기 시작하는데, 액체 상태의 용암이 고체     하여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는 시민의 눈이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도 있고, 모금 운동으로 이 일대의 땅을 매
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상북도 청송     상태인 바위가 되면 수축이 일어나 식는 면과 직각 방    하지만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는‘이곳만은 꼭       입하여 지켜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시민의 손으로 지정된 우리의 자연
의 주왕산,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경북 의성의 금성산, 정상부의 입석대와 서석    향으로 깊게 갈라집니다. 이때 만들어진 기둥 모양의     지키자’시민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언론을     자산을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켜 주는 것을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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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13년 2013 | Winter | No.26 한국내셔널트러스트 www.nationaltrust.or.kr 정기총회 & 시민공모전 시상식 계사년 새해를 맞아 회원님들을 모시고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정기총회에 이어 2부는 제10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을 진행합니다. 내셔널트러스트가 발굴한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확인하시고, 2013년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13년 1월 26일(토) 오전 11시 ● 장소: 문학의집서울 산림문학관 ● 주요 프로그램 ○ 1부 (11:00) 2013년 정기총회 대표인사 2012년 활동 영상보고 감사패 수여 2012년 사업 및 결산보고 논의안건 보고 서울특별시 종로구 가회동 31-29 회원제안 ● 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4번출구) 도보 10분/ 4호선 명동역(1번출구) 도보 10분 ● 자동차: 남산공원길 - 대한적십자사 앞에서 U턴 - 교통방송국(TBS)를 끼고 우회전 - 교통방송국 정문에서 직진철 ○ 오찬(12:00) ● 버 스: 노랑버스 02/ 초록버스 0013, 0211/ 파랑버스 104, 105, 140, 263, 604 (버스하차하는 곳: 명동입구, 한옥마을, 대한극장(퇴계로3가)) ○ 2부 (12:45) 제10회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 환영사 축사 경과보고 수상작 소개 시상식 기념촬영 ISSN 1976-2577
  • 2. CONTENTS 04 집중과 조명 한국의 도요・물떼새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국제 넓적부리도요 복원 대책위원 서해안의 지속가능한 보전 방법과 대안 모색 주용기 |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08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 최재천 교수 진행 이은희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12 영국NT 이야기 유일한 21세기 유산, 힐리스(Heelis) 조명래 | 단국대 교수, 내셔널트러스트 이사 16 근대문화유산, 삶의 향기를 찾아서 유교적 질서에서 벗어나 자연을 품은 주택, 김석윤가옥 안창모 |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 18 내셔널트러스트 여행 과거로 가는 계단 읍천리 와상절리 서종철 |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20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자연이야기 민초의 손에 잡힌 농기구자루 물푸레나무 고주환 | 작가 겨울 사냥되는 Water Deer, 고라니 도연 | 스님 25 회원인터뷰 NT블로그팀의 활약을 보여드릴게요 최상미 회원님 ‘우리’ 꿈꾸는 촌장 를 최재정 회원님 28 내셔널트러스트 추천도서 물건의 재구성 전은정 | 조경가, 조경포레(주) 소장 32 품안에 새 생명이 움트는 매화마름 논의 겨울 박도훈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 부장 온새미로 헌책방을 가다 박수빈 | 온새미로 청소년 기자단, 용인외고 35 신년인사 2013년 NT회원님들이 내셔널트러스트에 보내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 36 내셔널트러스트 소식 내셔널트러스트 활동소식 38 내셔널트러스트 알림마당 공지사항 37 후원해주시는 분들 2012년 9월 ~ 11월 후원내역 발행일 2013년 1월 2일 발행처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발행인 김홍남 양병이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11길 20 우리빌딩 4층 2013년 겨울호 편집위원장 이은희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4가 72-4번지 우리빌딩 4층) 편집위원 강동진 남준기 서왕진 안창모 오충현 전화 02-739-3131 유상오 윤인석 임정진 전은정 조명래 한동욱 전송 02-739-9598 기획 허주희 1년 정기구독료 20,000원 편집인쇄 (주)디자인내일 (정기구독료는 후원금으로 사용됩니다.) www.nationaltrust.or.kr 페이스북 www.facebook.com/trustkorea ※ 본지에 게재된 글과 사진, 그림은 무단 전재하거나 복제하여 사 용할 수 없습니다. 트위터 @ntrustkorea ※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표지 붉은어깨도요새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목차사진 두루미 사진 나일무어스, 새와 생명의터 사진 도연스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입니다.
  • 3. | ✽집중과 조명 | 서 우리가 지닌 가장 중요한 천연 습지는 바로 갯벌이 다. 자연적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양분으로 갯벌은 풍요 로워진다. 갯벌은 수만 개체의 도요・물떼새와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부양하며, 탄소 흡수 및 폭풍 해일을 잠재우고, 해수면 상승 시에는 천연 제방의 역할 등의 환경적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도요・물떼새와 서식지와의 명료한 관계는 2004년 새와 생명의 터가 창립된 이후의 활동을 통해서도 증명 해왔다. 지난 15년간 국내에서 최소한 도요・물떼새 21 종이 람사르가 규정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군집을 보이 는 것으로 본 단체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21종 모두는 한반도의 극동지방에서(일부는 알래스카까지) 번식하 며, 월동을 위해 남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까지 멀리 이 동한다. 한국을 통과하는 이동 기간 중에 21종 모두가 갯벌에서 서식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개체군 감소를 급 격하게 겪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흑꼬리도요의 90% 도요물떼새 무리 ⓒ 새와 생명의 터 미만과 붉은어깨도요의 80% 미만이 국내에서 사라진 게를 먹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 새와 생명의 터 것이 바로 그 예이다. 이렇듯 급격한 개체군 감소의 이유를 단언하기는 어 렵지 않다. 유사 이래 국내에서는 갯벌의 75%를 이미 한국의 도요・물떼새 이 활동에 치중하거나, 붉은어깨도요와 같은 종들은 먹 잃었으며 이렇게 없어진 갯벌의 3분의 2는 최근 30년간 새가 다른 지역에 정착하지 못했음을 명확히 밝혔다. 말라버린 갯벌에서 그들은 먹이 이가 풍성한 갯벌을 찾아 수만 개체의 무리가 한 곳에 의“매립” 으로 인한 것이다. 국내의 주요 하천 또한 댐 를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요・물떼새들은 끔찍하게 죽어 나간 것이다. 모여 집단적인 먹이활동을 펼친다. 으로 막혔으며, 지난 십 년간 송도(인천)와 남양・아산 SSMP조사 및 이동경로 상의 유사 프로그램과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 파트너 나일 무어스 | 새와 생명의 터 대표, 국제 넓적부리도요 복원 대책위원 각 종의 생명학적이고 생태학적인 이유에 의해 결정 만 그리고 새만금의 습지가 람사르가 규정한 국제적인 십(EAAFP)과 같은 기구를 통해 공유한 자료에 근거하여, 이제는 보다 높은 차원의 된 고도의 특수성과 풍부한 생물군의 다양성은 도 주요 습지에 부합하는 지역임에도 방조제로 막혔다. 과학적 합의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대규모 매립은 도요・물떼새 요・물떼새가 소중한 생태지표종임을 의미한다. 다시 새만금은 단일 지역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감소를 몰고 온다. 2012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보고서는 해당 이동경로 상의 도 말하자면 그들의 존재나 부재, 풍부도나 희소성은 바로 도요・물떼새 지역이며, 매년 57만 개체로 추정되는 도 요・물떼새 감소는 지구상 다른 어떤 조류 종의 감소보다도 그 감소 비율이 훨씬 높음 서식 습지의 형질과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 요・물떼새가 서식하고 있다. 엄청난 개체 수를 보이며 을 알렸다. 한 때는 높은 개체 수로 새만금과 낙동강 하구에서 수 백 마리의 무리가 발 우리는 조수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박차 오르고 내려 앉는 도요・물떼새 군무를 감상 이다. 몇 종의 물새류와 도요・물떼새 종은 먹이가 풍부 서식하는 도요・물떼새의 종 다양성이 시사하는 것은 견되었던 넓적부리도요는 매년 26%의 감소율로 사라지고 있다. 대략적인 지구상 전 할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인가? 우리는 도요새 노래의 환희와 의미를 이해할 마지막 세 하고 안전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서 무리 지어 바로 이곳의 천연적인 생산성과 더불어 복합적인 생태 개체군이 고작 400개체 정도이다. 새만금 등의 이전 서식지에 조수가 유입되도록 복 대가 될 것인가? 남아있다. 게, 벌레, 갑각류와 어류가 가득하고 생산성 계로서의 국제적인 중요성이다. 새만금의 방조제 공사 원하는 것과 동시에 주요 서식지를 함께 보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야생에서 대한민국에는 약 60여종의 도요・물떼새가 출현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기록되는 모 이 풍부한 습지일 때만 다양한 종의 도요・물떼새들이 가 진행 중인 동안에 북향 이동 중인 도요・물떼새의 개 이들은 약 2020년쯤에 완전히 멸종할 것이다. 든 조류 종의 10% 이상에 해당된다. 즉 우리나라에서 도요・물떼새는 가장 다양한 조 찾는다. 형질이 떨어지고 생명력이 없는 습지에는 그들 체 수는 2000년의 315,000개체에서 2006년에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한 타 도요・물떼새종의 멸종이 단지 탐조인과 자연 애호가들 류종 중 하나인 셈이다. 참새만한 좀도요에서부터 약 60cm의 몸집을 지닌 알락꼬리 이 찾아오지 않는다. 180,000개체로 추락하였으며, 2008년에는 겨우 이 겪을 손해일까. 이것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천연 자산인 습지의 소멸을 나타내 마도요에 이르기까지 도요・물떼새 종들은 나름의 특성과 고유함을 지니고 있다. 매 새들과 서식지와의 연관성이 이렇듯, 국제적으로 가 51,000개체만이 기록되었다. 해당 지역의 개체 수는 매 는 신호이다. 이것은 갯벌에 서식하는 방대한 생물종의 멸종과 감소를 알리는 신호이 우 섬세한 부리 끝으로 갯벌 표면의 먹잇감을 집어내는 짧은 부리를 지닌 종이 있는가 장 중요한 습지 파악을 위해 람사르 협약에서는 도 년 연이어 떨어지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며,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바로 국내의 보전 정책과 실천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임을 잊 하면, 날렵하고 가느다란 부리로 얕은 수면에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잡는 종이 있기 요・물떼새와 타 물새류를 사용한다. 국제적으로 중요 동안‘새와 생명의 터’ 호주・뉴질랜드 도요새 연구 와 어서는 안될 것이다. 도 하며, 굴을 파고 숨어든 게나 벌레를 끄집어내도록 위쪽으로 또는 아래쪽으로 휘어 한 습지로서 보전 우선 지역을 파악하는 데에는 천연의 단이 공동 시행한‘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 ※ 필자가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새와 생명의 터’ 한국 광역의 황해생태권역에 서식하 는 진 부리를 지닌 것들도 있다. 이렇듯 특수화된 부리와 섭식 행태로 몇 종들은 홀로 먹 복합적이며 광활한 곳을 정하게 마련이다. 이 곳 국내에 그램(SSMP)’ 새만금 지역에서 추방당한 도요・물떼 은 는 조류와 서식지의 보호에 공헌하고 있다. 4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5
  • 4. | ✽집중과 조명 | 계속되고 있다. 연안습지와 해양환경 관리 전문 부서인 해양수산부를 해체하여 해양 송도갯벌 환경보전 부서를 개발부처(당시 건설교통부)에 통합(현재 국토해양부)시켜 버렸다. 옹진장봉도갯벌 시흥갯벌 이에 따라 해양환경보전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차선으로 밀려 개발사업이 더 우선시 대이작도 주변해역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0년 말까지 제3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2012년~ 신두리 사구해역 2021년)과 2011년 초까지 제2차 연안통합관리기본계획(2011년~2020년)과 2011년 말까지 제2차 국가습지보전기본계획(2012년~2016년)을 수립했다. 그런데 이들 계 서천갯벌 획에는 여전히 연안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수립되었다. 부안줄포만 갯벌 따라서 어떠한 연안습지의 훼손행위도 중단하고, 연안습지 파괴를 허용하는 공유 고창 갯벌 오륙도 주변해역 수면매립법 등 관련법 등을 개정 또는 폐기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 제도도 강화되어 무안 갯벌 야 한다. 특히 야생동식물보호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그리고 증도 갯벌 순천만 갯벌 습지보전법은 해양과 연안습지를 실질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되도록 개정 진도 갯벌 보성벌교 갯벌 마산만봉암 갯벌 하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뿐만이 아니라 국내의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 한 이용을 위한 정책이 적극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모든 연안습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다양한 보전 및 인식증진 사업 습지보호지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문섬 등 주변해역 에 적극적으로 예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람사르 협약의 결의문 X.13항은 람사르습 지와 새만금간척지, 습지보호지역, 습지가 보함된 생태계보호구역에 대해 국제적으 해양보호구역 현황 로 중요한 이동물새들의 개체수 변화와 다른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람 거전갯벌의 조개잡이 사진 남준기 사르 사무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를 올바로 이행하고, 다른 전국의 연안습지 에 대해서도 이동물새들의 서식실태와 생태학적 변화에 대해서도 장기적이고 적극적 인 모니터링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해양생물종 보전과 복원, 서식지 관리・보전과 복원, 현명한 이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모니터링을 할 때는 예산 협약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각 나라마다 2020년 서해안의 지속가능한 을 더욱 적극 지원하여 광범위한 지역이 시기적절하고 정기적으로 조사되어, 보다 합 리적인 관리계획 수립 등에 활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과거 연안습지를 파괴하던 개발사업비를 연안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정 까지 연안해역과 해양 면적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 정하도록 결의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같은 약속을 지 키기 위해 연차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서야 보전 방법과 대안 모색 책에 맞는 사업(조사・연구사업, 지역주민 지원사업, 복원사업, CEPA 활동사업 등)에 지원될 수 있도록 비용을 전환해 실질적인 연안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이 이루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일 생태권으로 간주되는 황해의 생태계 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와 해양의 문화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보 주용기 |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마지막으로 해양과 연안관리에 있어서 이행당사자들의 의견수렴 확대와 국가습지 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와 중국, 북 심의위원회 위상 강화이다. 현재 습지보전법에서 제시되었듯이 연안습지 주변 지역 한이 서로 협력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법 의 지역주민, 전문가, NGO,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동등한 제도 개선과 이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와덴해 3개 우리나라의 연안습지를 포함한 해양은 계속되는 갯벌 지정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이제라도 한국의 연안습지 전체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자격으로 전국단위 또는 지역단위의 습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 위원회 국(독일, 네델란드, 덴마크)의 협력 사례를 타산지석으 의 간척과 매립, 강 하구둑 건설, 인공적인 해안선의 증 한다. 일부 개발이 불가피할 때만 면밀한 조사와 이해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해양생태 는 자문기구의 역할이 아니라 의결기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논의된 결과 로 삼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 해사 채취, 해안쓰레기와 오염원 증가, 기름유출 증 계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세우면서 일부 사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들은 정책에 반영하고, 이해당사자들 또한 역할에 맞게 연안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 이같은 제언들이 받아들여진다면 연안과 해양이 지속 가 등으로 위협에 처해 있다. 특히 간척과 매립은 연안 것이다. 이는 2009년 3월, 한국의 국토해양부와 와덴해 3국의 장관들이 체결한 갯벌 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습지위원회는 거의 유명무실화 되고 있고, 가능하게 보전되고 사람들도 연안과 해양을 지속가능 습지의 생물다양성 감소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보전 양해각서(MOU)를 잘 이행하는 신뢰성 있는 자세이다. 지역단위 습지관리위원회도 구성만 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적으로 진 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있다. 더욱이 여러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 ‘습지보전법’ ‘연안관 과 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자체는 습지위원회의 적극적인 활동과 이 (WCC) 개최국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 길이며, 국제 매년 보호구역을 조금씩 확대하는 방식 보다는 북해 리법’ 1999년에 제정되고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를 통한 정책집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예산지원도 뒷받침되 적으로도 지속가능발전 UN 회의와 람사르협약, 생물다 연안의 와덴해 3개국(덴마크, 독일, 네델란드)이 공동 제정되었던‘공유수면매립법’ 비롯한 각종 개발과 관련된 법이 더욱 강력한 힘을 을 어야 할 것이다. 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총회에서 결의된 내 으로 전체 갯벌과 연안을 람사르 습지와 보호구역으로 발휘하여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보다는 간척과 매립을 더욱 우선시 하는 정책이 2010년 9월에 유엔이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와 2010년 10월 제10차 생물다양성 용을 잘 이행하는 모범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6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7
  • 5.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 | 최 이번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난 사람>에서는 진화생물학자로 유명 하신 최재천 교수님을 만나 뵙고 내셔널트러스트 회원님들, 청소 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통섭으로 풀어내는 생물학, 사회학, 생명, 과학 이야기와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 깃든 격려의 대화에 초대합니다. 재 천 ● 최재천 교수님은 한 번도 과학자가 되리라는 꿈을 꾸지 않았다는 말씀 기업에서 저에게 전략에 참여해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미래 전략 워 이화 을 많이 하시고, 시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물학 크숍에 불려갔어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졌길래 미 여자 자가 되셨는지 인생을 바꾼 계기가 있다면 한 번 얘기 좀 해주세요. 래에 대해서 얘기를 하나 살펴보니 미래학이라는 학문이 있더라고 ○ 시인을 꿈꾼 정도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그냥 시인으 요. 그래서 저도 나름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저는 진화, 즉 과 대학교 로 태어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과와 이과를 나누어 거를 연구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미래연구를 한다는 것이 불편 교수 놓는 원시적인 교육제도의 희생물로 잘못해서 이과로 배정받고 그 하더라고요. 그래서 과거를 얘기하면서‘과거에 그랬으니까 미래에 체제를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무너뜨리지 못하고 밀려서 가다가 과 이럴 것이다.’ 라고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취하다가 어느 날 굉장 학자가 된 건데요. 지금 생각하면 참 저한테 너무나 잘된 일이었지 히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는데요. 마일즈 먼로 목사가 <비전>이라는 일시 : 2012년 12월 21일 만, 제가 과학자가 될 만한 성향을 충분히 갖고 태어나지를 못나서 책을 쓰셨어요. 예수님은 어떻게 그 미래를 보실 수 있었을까를 설 장소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실 진행 : 이은희(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생물학이라는 말랑말랑한 분야를 해서 명한 거예요. 이 분이 비전이라는 말을 굉장히 간단하게 정의를 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편집위원장) 잘 살아남았죠. 늘 인문 쪽에서 발을 못 빼고 왔는데 그러고 나니까 리셨는데,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 즉 과거에 사진 : 김영채(한국내셔널트러스트 간사) 오히려 저한테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2지망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얻으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거 시험 쳤다가 떨어져서 2지망으로 동물학과에 붙었는데 제가 한 번 죠. 이걸 보는 순간, 과거도 모르면서 미래를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이 도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그 공부가 안 들어오는 거죠. 그러다가 상하다고 깨달았어요. 저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헌책방에서 우연과 필연이라는 책을 우연히 샀는데 재미있는 거예 이 책의 제목을 지을 때 그 개념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은 통찰이 요. 저자를 보니 생물학 수업 때 들어본 사람이에요. 유명한 생물학 라는 게 키를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공부하고 연구하고 책을 읽고 자였는데, 생물학을 해도 철학을 할 수 있구나 깨달은 거죠. 4학년 하는 게 이를테면 보는 눈 생각하는 통찰의 눈을 키워나가려고 하는 이 되어서야 드디어 생물학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해서 지금 여 건데, 기업에서도 상대 기업보다 먼저 미래를 예측하면 이기는 거 기까지 왔네요. 고요. 통찰력을 가지려면 자연과학만 봐서도 안 되고 인문학도 들여 다보고 예술도 들여다봐야 하는데, 혹시 독자가 이 책을 읽고‘아, ● 최근에 내신“통찰” 어떤 책인가요. 은 이런 분야 좀 쫓아 다녀보고, 이런 것 좀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생 는 ○ 제가 기업체에서 교양강좌를 많이 했었는데요. 10여 년 전부터는 각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목을 이렇게 붙였어요. 8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9
  • 6.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적어도 우리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으니까요.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만들 어서 노벨평화상을 받았잖아요. 하지만 진실은 훨씬 더 불편합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 는 그럭저럭 살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다면 그 아이는 분명 피해를 봅니다. 다음 세대가 우리세대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살 가능성이 너무도 농후하니까요. 지금 당장 어 떤 일이든 지구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하셔야해요. ● 싸인을 요청하면“알면 사랑한다” 라고 써주시는데요, 지식이 온도를 지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써주시는지요? ○ 우리가 잘 몰라서 미워하는 거지 충분히 알고 나면 미워하기 참 힘 들잖아요. 서로 흉을 보는 사람고도 얘기하다보면 미워할 수 없죠. 알고 나면 반드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 심성이 아닐까요. 그걸 환경에 적용해보면 너무나 잘 들어맞아요. 환경보호도 환경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해서 전 국민이 하나라도 더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되면 언젠가는 알아서 자기가 사랑하고 보호하게 되리라 생각 합니다. ● 오늘 참가자들 중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미래를 책 임질 이 친구들에게 한마디 조언해 주신다면요? ○ 이제 100세 시대가 오고 있는데 100세를 살면서 60에 은퇴하고 40 년 놀고 먹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정년이 없어지고 대부분이 ● 공감, 공유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이 말을 언급하시면서 새로운 젊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게 어떻게 가능할 까 생각해보니까 90세까지 일하고 돈 벌면서 살게 되요. 요즘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은 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신 바 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하 굶어보지는 않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나누고, 내가 힘들면 누군가 그 해결방법만 찾는다면 은퇴는 없는 거죠. 미래학자들은 7~8개의 고 공유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나처럼 도와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혹독한 직업을 전전할 거라고 얘기해요. 물론 한 우물은 파야해요. 한 우물 ○ 저는 5년 정도 전에 젊은 세대를 규정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공감 어려움을 겪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게 역설적으로 가능한 은 팔줄 알아야 하고 여러 우물에 기웃거릴 줄 알아야 멀티플레이 의 세대라고 규정을 해봤는데, 2년 전부터 공감이라는 말이 쏟아져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어쩌면 이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 어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첫 직장을 잘 얻으려고 좋은 대학을 가 나오더라고요. 태안반도에 기름이 유출됐을 때도 젊은 사람들은 많 역이 됐을 때, 우리의 인류가 그렇게 꿈꾸던 나누는 일류의 첫 세대 려 하는 필요가 점점 없어질 거예요. 혹여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은 생각을 하지 않고 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앞 뒤 분간을 못하는 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얻었다 해도 그 사람이 50세에 퇴직해서 여전히 유리할 수는 없거 어리석은 세대인거죠. 그것보고 있다가 저 친구들이 잘못된 걸까라 든요. 그래서 길게 보고 전략을 세우는 게 훨씬 현명한 거죠. 저는 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세대는 뭔가 굉장히 다른 세대라는 생 ● 생태계 엇박자가 파급력을 가지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각심 여러분을 믿습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거라는 데 요. 예를 들면 환경운동하는 사람이 기업을 고발을 해야 하는데 아 각이 들었어요. 우리 인류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들은 충고가 뭔 을 일깨워줄만한 예를 들어주신다면? 확신이 섰어요. 남을 도우면서도 나를 다듬을 수 있는 이 두 개를 함 직은 모금운동이 문화가 잘되어있지 않으니 그 기업을 공격하기 힘 가 생각해 보았을 때 끊임없이 나오는 말이 나보다는 남을 아끼라 ○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 집에서 학교까지 3km 정도 걷고 있어요. 차 께 해나가면서 이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들지요. 내셔널트러스트는 기본적으로는 국민이 십시일반모아서 는 말이잖아요. 고백하자면 우리 세대는 그렇지 못했던 세대에요. 를 안타면 저도 건강해 지고 환경도 더 건강해 지는 거잖아요. 제인 보호해야할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아니예요. 우리는 지금 움켜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 구달 선생님도 누구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늘 하시죠. 작 ● 내셔널트러스트에 격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국에서 온 거지만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모법을 보여주고 있 아온 세대에요. 쥐고 있다가 너무 많이 가졌나 싶으면 조금 내놓은 은 시도 하나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 환경이 정말 나빠지고 ○ 저는 내셔널트러스트 같은 운동이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시고 국민에게 잘 알리셔서 모두가 동참할 거고, 이게 자선 사업이죠. 그런데 지금의 세대는 그걸 하고 있는 있다는 것을 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나라도 환경운동이라던가 시민운동이라던가 본질적으로 어려움이 있잖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10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1
  • 7. | ✽영국NT 이야기 | 1 2 음)에도 본부 사무소가 설치되었다. 윌트셔 사무소는 자연자산 보전과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런던 본부의 관리비용이 점증하는 가운데 3곳으로 흩어진 본 부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졌다. 이에 영국NT는 2002년 1월 윌트셔의 스윈돈에 450여명의 본부직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통합본부 건립 계획 을 발표했다. 윌트셔는 다른 두 본부가 있는 런던과 글로스터셔로부터 1시간 이내 거리에 있어 양 지역의 직원들이 출퇴근하거나 이주하는 데 무리가 없는 입지로 판단되었다. 윌 트셔에서도 스윈돈의 선택은 새 건물을 짓기 위한 폐부지(brown field), 즉‘브루넬 (Brunel) 철도공작소’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전성기였던 1900년대 초엔 3 14,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할 정도로 공작소의 규모는 컸다. 부지면적만도 326에이 커(약 40만 평)달 했는데 지금은 38에이커(약 4만 6천 평)에 옛 건물들이 남아 있다. 영국NT는 이곳에 역사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지었 다. 이 건물은 영국 NT가 보유하고 있는‘유일한 21세기 자산(only 21st century property)’ 이다. 건물의 명칭‘힐리스(Heelis)’ 동화 만화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는 Potter)가 결혼 뒤 얻은 이름인‘윌리암 힐리스 부인(Mrs William Heelis)’ 에서 따온 것이다. 힐리스 여사는 1930년대 잉글랜드 북서부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4 영국 1호 국립공원)에 거주하면서 지역토속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썼을 뿐 아니라, 동화만화를 그려 얻은 막대한 수입금으로 농장을 사서 지역농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 를 줘 그들의 생업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을 했다. 1943년 운명하면서 힐리스 여사는 4 천 에이커(약 49만 평)의 땅(농장 등)을 영국NT에 기증해, 역대 최대 기증자의 한사 출처 Ben Ellwood 람이 되었다. 힐리스는 그녀의 기증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붙여진 것이다. 힐리스의 설계는 필덴 크레그 브래들리(Feilden Clegg Bradly)란 건축가와 영국 유일한 21세기 유산 NT 설계팀의 합작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힐리스는 혁신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설계 개념을 반영하면서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목재와 양모 등을 이용해 건축되었다. 그 결과 19세기에 출범했지만 21세기 보전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NT가 소중하게 힐리스(Heelis) 1. 영국NT사이트에서 생산된 목재와 양모 등으로 통해 건축된 힐리스. 출처 Ben Ellwood 여기는 가치요소들을 최대한 반영하는‘21세기 지혜의 건축물’ 되었다. 기존 역사 이 2. 전체 단지 사진 경관을 보완하기 위해 힐리스는 주변 건축물의 형태나 각도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고, 3. 옛 공장그림 4. 지붕의 채광정 개방공간을 둬 주변 건물의 선형이 온전히 살아나도록 했다. 새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조명래 | 단국대 교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 옆에 있는 공장건물과 동시대의 건축물로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설계적 배려 때문이 다. 건물 속의 공간배치, 시설, 이용방식 등은 영국NT가 지향하는 활동목표와 내용을 정교하게 담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러면서 500여 명의 직원과 70여 명의 자원봉사 영국내셔널트러스트(NT)는 런던에서 발족했다. 본부도 당연히 런던에 있을 것이라 어진 곳에 수상관저가 있다. 런던의 관청가 한 가운데 본부는 이사회, 평의회, 사무국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자들이 일상적으로 추진하는 업무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도록 해 놓았다.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2005년까지는 그랬지만, 지금은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본부 사무실이 있었다는 것은 영국 NT의 높은 위상을 전국 활동의 총괄 기획 및 조정, 연구지원, 재정관리 등 2005년 7월 4일 개관한 힐리스는 그동안 16개의 상을 수상했다. 여기에는 영국왕 정도 떨어진 스윈돈(Swidon)에 있다. 그곳으로 옮기기 전까지 런던 본부(head of- 말해주었다. 과 같은 행정업무를 관장한다. NT운동이 급속하게 확 립건축가협회의‘특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상’ 시빅트러스트의 , ‘지속가능 fice)는 런던의 중심부에 있었다. 버킹검 궁과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을 1968년 제출된 벤슨보고서(the Benson Report)에 장하면서 본부업무 또한 폭증함에 따라 런던 본부 사무소 성 상’ 빌딩 메거진의 , ‘올해의 지속가능한 빌딩 상’ 친환경적인 건물로서 상뿐만 등 잇는‘더 몰(th Mall)’ 이란 도로(여왕이 마차타고 사열하는 도로로 유명) 끝에 있는 따라 영국 NT는 업무를 지방조직들로 이양하기 시작했 만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런던에 아니라 영국건물관리협회‘건물관리국제대상 등과 같은 사무실의 지속가능한 관리 ‘퀸엔 게이트(Queen Ann’ Gate)’ s 근방에 있었다. 그래서 그 본부를‘퀸엔 게이트 다. 잉글랜드(England) 지역의 경우, 11개의 지역사무 이어 윌트셔(Wiltshire)와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운영에 관한 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 NT는 이 자랑스러운 21세기 유산을 누구나 사무소(Queen Ann’ Gate office)’ 부르곤 했다. 그곳으로부터 남쪽으로 약간 떨 s 로 소를 중심으로 NT활동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런던으로부터 서쪽으로 1시간에서 1시간 반 떨어져 있 방문해 투어(tour)를 할 수 있도록 안내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12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3
  • 8. 1. 내부 공간은 벽과 지붕이 유리 창문으로 되어있어 안과 밖이 하나의 공간으로 열려 있다. 변화시대 에너지 지속가능성을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셈이다. 2. 영국NT는 역사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친환경적인 형태로 힐리스를 지었다. 3. 영국NT가 추구하는‘지속 가능성’ 영구 보전’개념을 공간 구성에 담았다. ‘ , 일층 중앙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이층에 이른다. 이층에는 미팅 룸(meet- ing rooms), 사무공간, 비즈니스센터(business center), 티룸(tea room) 등이 있다. 개인 직원이 일하는 책상은 개방공간에 놓여있는 반면, 회합은 폐쇄 공간인 미팅 룸 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4~20명을 수용하는 미팅 룸이 총 19개가 있는데, 각각 에 영국NT 사이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개인적인 미팅이 필요할 경우 온라인을 통해 미팅 룸을 누구나 예약할 수 있다. 이층의 사무공간은 지붕의 채광정(일종의 지붕창문)을 중심으로 구획되어 있고, 연 결통로로 연결되며, 연결통로 양 켠으로 공간을 비워 지붕에서 1층 바닥까지 열어 놓 았다. 사무공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채광과 환기다. 사무실 공간에 있는 모든 책상은 창문으로부터 7m 이내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자연광을 최대한 접 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또한 지붕의 채광정을 통해 들어 온 자연광은 1층까지 침투 하도록 해 내부 공간 전체에 자연채광이 극대화하도록 했다. 창문도 채광은 최대화하 되, 번쩍임이나 반사 등은 제어해 그로 인한 불편이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지 1 2 3 붕엔 52개의 환기용 굴뚝이 있어, 실내외로부터 공기가 들어오고 나오도록 하여 환 기와 함께 내부의 적정 온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 모두는 컴퓨터로 자동 제어된다. 덕 분에 본부 건물의 사무공간에는 에어콘이 없다. 힐리스 내부에는 비즈니스센터가 6개소(1층 3개, 2층 3개) 있다. 각 센터에는 복사 영국 NT 홈페이지에서 올려 있는 영상투어를 통해 누 힐리스는 2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안내실, 상점, 식당, 심방(atrium), 사무실, 영 내부소통, 소매 및 기업활동, 사업개선, 정보시스템 및 기, 프린터, 문구류, 봉투, 종이파쇄기 등이 비치되어 있다. 200여 개의 데스크 탑 컴 구나 힐리스에 숨겨진 설계의도나 내부공간의 특성을 조실(plant room) 등이 있다. 안내 데스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서 좌우 서비스, 보전, 자산관리, 사무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퓨터는 옛 사무실에서 쓰던 것을 재활용한 것이고, 15개의 복사기나 프린트도 마찬가 읽을 수 있다. 바닥형태로 보면 힐리스는 삼각형에서 에 상점과 카페가 있다. 상점에는 영국NT 엔터프라이즈가 조달하거나 생산한 기호 다.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공간은 기본적으로 모든 지로 재활용 기기다. 복사기는 자동적으로 양면 복사가 되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 한 꼭지가 약간 잘라나간 모습이다. 이러한 바닥에 경 품이나 선물(모두 영국NT로고가 들어감) 등이 판매되는 데, 상품의 기본개념은 대부 것이 열려 있는 개념으로 설계되었다. 건물 벽면의 많 다. 사무실 공간의 전등은 모두 인공지능 등이어서 불필요할 때는 자동 소등이 된다. 사진 공장지붕이 여러 줄 길게 배열되어 있는 형태로 분‘녹색문화상품’ 이다. 영국 NT가 보유한 환경(자산)과 문화(자산)를 상품화하여, 은 부분이 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어 공간의 안과 밖이 폐기물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무공간 책상 주변엔 쓰레기통이 없다. 모든 직원 건축물이 앉혀 있다. 건물 중간에는 두 개의 중정(내부 한편으로 환경과 역사문화를 지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를 경제가치화 하는 NT운 서로 열려 있다. 내부로 막혀 있는 벽면 유리 너머로는 들은 사무실에 발생한 종이, 유리, 플라스틱, 병, 스템프, 이동전화, 카트리지, 깡통,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작은 조 동의 원리가 반영된 것이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도 원자재 70%가 인근 지역 내부 정원이 있다. 또한 일층 사무실 공간은 유리가 달 봉투 등을 비즈니스센터의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경정원도 꾸며져 있는 중정을 통해 채광도 하고 자연의 에서 조달된 것들이다. 푸드 마일리즈를 줄여 환경보전에 기여하면서 로컬 경제를 살 린 지붕까지 열려 있어, 하늘의 빛이 안으로 들어오는 이층에는 티 룸(tea room)이 있다. 영국 사람들은 홍차를 하루에 여러 잔을 나누어 경관요소를 내부공간으로 끌어드린다. 삼각형태의 바 리기 위한 지혜의 반영이다. 것은 물론, 이층에 있는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하 마신다. 대부분 홍차 물을 끓이기 위해 전기 주전자를 사용하는 데, 이는 용량에 관계 닥면적에서 밑변에 해당하는 건축선은 남향을 향하고 일층 중간엔 일종의 내부 공공공간으로 심방(atrium)이 있다. 만나고 대화하며 쉬 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사무실 공간에 깔린 카펫 없이 주전자 전체를 데워야 함으로써 그만큼 많은 전기를 쓰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있고, 그 전면에는 긴 화단과 오픈스페이스가 조성되 는 등 다목적 사회공간으로 설계자가 각별하게 고려해 열어 놓은 공간이다. 목재로 또한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면양의 털을 염색하지 위해 더운 물과 차가운 물을 필요한 만큼 직접 공급하는 기계를 비치시켰다. 사용한 어 있다. 오픈스페이스 건너편에는 옛 공장건물이 단 짜여진 긴 벽면을 따라 다양한 모양의 의자가 자유롭게 놓여 있고, 이층까지 열려 있 않고 짠 것이다. 때가 묻어도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한 지 컵은 한꺼번에 모아 세척하도록 해 개별 세척에 따른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했다. 정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어 그곳이 산업공간이었음 는 천정에는 영국NT 운동이 전개하는 5개의 활동영역(해안선, 숲, 정원, 농장, 빌 혜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양모로 짜진 카펫 소비를 촉 이렇듯 힐리스는 건축물로서만 아니라 내부에서 이용하는 개별공간과 설비 하나하 을 자연스럽게 연출되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경관구 딩)을 무늬와 색깔로 표현하는 타페스트리(tapestry)가 걸려 있다. 이 타페스트리 자 진해 지방 목축업을 돕고자 하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나에 NT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 지혜는 크게 보면 21세기의 화두인‘지속가능성’ 에 성 자체가‘지속가능성’ 즉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보 , 체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그러면서 심방에서 나누는 대화의 소리가 천정으로 솟아 공조실(plant room)에는 건물 관리를 위한 각종 계 관한 것이다. 영국NT운동이 비록 19세기 운동이지만, 21세기에도 계속 번창하고 있 여주는 것으로 영국NT가 추구하는‘영구 보전’개념 이층 공간으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공중에 걸려 있는 방음벽’기능도 한다. 측 및 제어기기들로 가득차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 는 것은 19세기 사고나 관행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의 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삼각형태의 다른 두 변은 배경을 이루는 벽면은 영국NT 사이트에서 생산된 11종류의 목재로 짜여 있다. 나무 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5%(최대 40%)를 생산하 창의성을 늘 고민하고 구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힐리스는 건축물의 디자인 등으로 서북면과 동북면을 각각 향한다. 주차장은 서북면에 벽면 중간에는 영국NT의 운동 슬로건인‘영원히, 모든 사람을 위해(For Ever, For 는 태양광발전기기다. 매순간 얼마만큼의 태양광 전기 도 유명하지만, 사실 더 중요하면서 유명한 것은 바로 21세기를 향한 영국 NT의 혜안 있다. 면적을 최소화하고 후면에 두어 자동차를 뒤로 Everyone)’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글귀는 1907년 의회입법으로 제정된 영국NT 란 가 생산되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얼마만큼의 탄소배출 과 지혜를 구성원 모두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점이다. 숨김으로써 사람 중심성이 단지구성에 확연히 드러나 법에 나오는 것이다. 저감 효과가 있는 등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도록 했다. 본부 직원들은 인력개발, 재정, 커뮤니티 학습, 자원봉사, 고객관리, 법률, 매거진, 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기후 사진출처 http://virtualtours.nationaltrust.org.uk/heelis/home.html 14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5
  • 9. | ✽근대문화유산, 삶의 향기를 찾아서 | 의 존재였다. 수령이 족히 100년은 되었음직한 고목이 집의 연혁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 나무 덕분에 김석윤 가옥은 길가에 그대로 나앉는 수모는 면하고 있다. 대문간을 거쳐 모거리(행랑채)에 이르는 바깥마당, 안거리(안채)와 밖거리(사랑 2 채) 사이에는 안마당이 있고, 안거리 뒤에는 뒷마당이 위치해 있다. 이 정도의 주택 3 이면 여느 전통건축에는 있음직한 사랑채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채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주택과 마찬가지로 마당의 구성이 명확한 주택이다. 그렇지만 김석윤 가옥에 사랑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밖거리의 용도가 접객과 바 깥주인의 거처이니 밖거리가 사랑채인 셈이다. 그런데 사랑채가 사랑채로 보이지 않 는 것이 제주도 주택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사랑채인 밖거리가 안마당을 사이에 두 고 안채인 안거리와 대칭적으로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채의 규모 및 공간구성도 거 의 같다. 거기에 안거리가 기와지붕인데 반해 밖거리의 지붕이 초가였었다. 이러한 안거리와 밖거리의 관계와 모습은 전통적인 조선시대의 안채와 사랑채의 관계와 전 혀 다른 모습이다. 마치 안채의 위상이 사랑채 보다 더 높았을 듯 해 보이는 이러한 1. 신작로에 비스듬히 면한 대문간과 대문칸과 독특한 주택 구성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큰길의 어색함을 완화시켜주고 있는 향나무 2. 안채, 곡선 없는 지붕과 석조벽체 집주인인 김석윤에 따르면 제주에는 유교적 위계가 없다고 한다. 조선이 유교적 3. 김석윤가옥 배치 평면도, 질서 속에 움직여왔다는 사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말이 출처 김태일(2008), 제주 도시건축을 이야기하다, 제주대학교 출판부 1 지만, 제주여성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궁리하고 도전하며 헤쳐 나가는 의지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고, 이러한 제주 여성의 가정 내 입지가 뭍에 비해 세 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충분히 수궁이 가는 주택 구성이기도 하다. 이제 주택의 면면을 살펴보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에는 바람이 많고 세다. 그 유교적 질서에서 벗어나 래서 제주 사람들은 바람과 함께 공존하는 주택을 만들어왔다. 담장의 높이와 지붕의 에 적합하게 공간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경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담장의 높이는 집밖의 시선 김석윤 가옥은 제주도 기와집의 대표하는 훌륭한 문 으로부터 집안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담장을 타고 너 화유산이지만, 잘 보존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에는 많 자연을 품은 주택, 김석윤가옥 머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적절하게 지붕 너머로 흘려보내기 위한 최적의 위치에 서 결정된다. 담장을 타고 넘어온 바람은 경사도를 낮춰 절대 높이를 낮춘 지붕 위로 지나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주택 지붕이 급경사이지 은 아쉬움이 남는다. 제주도의 거친 현무암으로 만들 어진 안거리(안채)의 벽체가 지나치게 반듯하고 매끈 하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돌을 기계장치의 도움 없이 안창모 | 경기대 건축설계학과 교수 만, 눈 많은 제주임에도 지붕의 물매가 낮고 무겁게 만들어진 것은 눈보다 바람이 제 수작업으로 다듬음으로써 연출되었던 거칠지만 만든 주의 집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작은 성채처럼 굳건하게 이의 손맛이 전해지는 석조 벽체의 선형이 기계 절삭장 주택의 벽체를 구성하고 있는 석조 벽체는 한번 내리면 오랜 시간동안 쌓여있는 눈으 치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각(角)이 생기지 지난 2월 눈보라와 밝은 햇살이 함께하는 날 제주도를 찾았다. 눈이 많은 제주도인 는 올레길이 신작로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오래된 로부터 제주인의 삶과 집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육지의 흙과 나무로 구성된 않는 돌쌓기가 바람의 영향을 감소시키기 효과까지 가 줄은 알았지만 한반도의 최남단에서 밝은 햇살과 함께 맞이한 눈보라 속의 제주 풍 마을에게는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큼 무지막지한 신작 벽체로는 제주의 눈과 바람을 이겨낼 수 없기에, 제주만의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제주 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리 보수된 석벽의 경은 특별했다. 건축가들과 제주의 현대건축을 답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한 로였다. 예전에는 18m에 달하는 올레길을 따라 드나들 의 주택이 만들어졌고, 김석윤가옥은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반듯함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주도 올레 길도 걷고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도 민가도 방문 었던 주택이었지만, 올레길이 쭉쭉 뻗은 신작로에 자리 대문간을 지나 만나는 모거리(행랑채)는 초가로 구성이 되어있고, 안거리는 기와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가면 제주 특유의 마을과 주택 했다. 제주도 특별자치도 지정 민속자료 제4호인 김석윤 가옥이었다. 건축가 김석윤 를 내주면서, 원주인인 올레길은 그 틈새로 간간히 비 그리고 밖거리(사랑채)는 초가로 구성되었다. 을 볼 수 있지만, 김석윤 가옥의 경우 사람들의 일상이 도 함께 집을 찾았다. 매거진<내셔널트러스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소유주와 함 스듬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고, 주택은 느닷없이 민낯을 제주도의 기와집은 육지의 기와집과는 많이 다르다. 바람이 많고 센 제주도이기에 담겨 있고, 도시의 변화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는 점 께 주택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로변에 내밀고 있는 형상이 되었다. 김석윤 가옥이 제주집의 기와는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크기가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바람에 날리 에서 독특한 경험을 갖게 하는 제주의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이상했다. 집 앞에 놓인 넓은 길도 어색 신작로를 살짝 빗겨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다. 는 것을 막기 위해 처마 끝과 용마루 주변에 회땜질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옥이면 특히, 유교적 규범과 위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제 했지만 길과 대문간의 만남이 비스듬했기 때문이다. 김석윤 가옥 뿐 아니라 주변의 올레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야할 집을 큰 길가에서 접하 누구나 연상하는 지붕의 곡선도 없다. 이로 인해 기와집이 연출하는 분위기도 육지 주 사회의 특징과 거친 자연환경을 품에 안은 김석윤 여러 집들도 길과 비스듬하게 놓여있었다. 이유는 도시계획에 따른 신작로 개설 때문 게 되니 다소 생뚱맞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김석윤 가 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안채와 사랑채 역시 한 켜로 구성되어 있는 육지와 달리 3 가옥은 제주주택의 참 모습을 전해주는 소중한 문화유 이었다. 구획정리사업계획에 따라 큰 길을 내는 과정에서 제주의 옛 풍취를 담고 있 옥에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대문 칸을 지키는 향나무 개의 켜가 중첩되어 있는 통통한 안거리와 밖거리는 눈에 싸인 추운 겨울을 지내기 산이다. 16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7
  • 10. | ✽내셔널트러스트 여행 | 지형을 주상절리 지형이라고 합니다. 가을걷이 후 축 축했던 논바닥이 마르면서 쩍쩍 갈라지는 것과 같은 원 리입니다. 뚜렷한 형태를 가진 주상절리는 화산 활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지형・지질 자원입니다. 읍천리의 주상절리를 비롯하여 제주도 대포동의 주상 절리대, 입석대와 서석대를 포함한 무등산 정상의 주상 절리대, 그리고 포항시 달전리의 주상절리 등이 천연기 념물로 지정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주상절리는 이름 그대로 기둥이 서 있는 모습으로 나 타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주상절리가 그렇 1 습니다. 그런데 읍천리의 주상절리는 특이하게도 누워 2 있는 모습이고, 높은 곳에서 보면 마치 펼쳐 놓은 부챗 살처럼 보이기도 하고,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내려가 가까이 가면 거대한 돌기둥이 첩첩이 쌓여져 있는데, 그 위를 걷다 보면 어딘가를 향 하는 계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잘려진 돌기둥의 단면은 벌집 모양의 다각형으로 사각형에서 팔각형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과거로 가는 계단 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광주의 무등산, 그리고 다도 그런데 이 아름다운 부챗살 모양의 주상절리가 왜 이 해 조망이 일품인 경상남도 통영의 미륵산과 전라남도 제야 알려지게 된 것일까요? 고흥의 팔영산 등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지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남・북한 읍천리 와상절리 만 이 지역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전방 지역을 휴전 선과 DMZ로 국한시켜 인식하고 있지만, 국토를 방어 이러한 화산 활동의 흔적들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해안선은 DMZ와 조금도 다 서종철 |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만들어진 것입니다. 백두산이나 제주도처럼 비교적 가 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안가에는 사람들의 이용이나 까운 시기에 형성된 것들은 용암이 분출해 굳어진 화산 출입이 잦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해안 경계를 위해 1. 제주도 대포동의 주상절리 2. 경주 읍천리의 와상절리 의 몸체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훨씬 더 오래전에 분출 철조망이 쳐져 있고, 밤이 되면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기둥, 부석사 무량 된 것들은 화산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깎이거나 변형되 있습니다. 읍천리의 주상절리 옆에는 바로 그 해안을 수전의 배흘림 기둥은 저에게 있어 동서양을 대표하는 건물 기둥에 대한 이미지입니 어 원래의 모습과 달라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지켜왔던 군부대의 주둔지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있습 다. 그런 기둥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돌들이 바닷가에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쓰러 알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니다. 출입이 제한된 곳이므로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 통해 정부와 대중에게 읍천리 주상절리가 알려진 것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데 큰 져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면,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혹시 신전의 기둥을 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화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 었고, 필자 역시 이 일대의 해안을 대부분 조사했었지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문화재청의 발 빠른 대처에도 고 들기 위해 누군가가 미리 조각을 해 놓은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수고를 덜어 주기 은 읍천리의 주상절리(柱狀節理)가 화산 활동의 결과 만 읍천리 주상절리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습니다. 그 마움을 느낍니다. 위해 만들어 놓은 신의 작품일까요? 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형이기 때문입니다. 용암이 러다가 해안을 경계하던 부대가 철수를 하자 세상에 알 하지만 읍천리 주상절리의 보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호 우리나라 곳곳에는 화산 활동이 남긴 흔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 울릉도와 분출할 때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기로 하죠! 용암이 려진 것입니다. 지역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이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인근 독도, 그리고 백두산이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사람들이 알 분출하면 지표를 따라 넓게 퍼지면서 흐르다 서서히 굳 그 동안 읍천리 주상절리의 가치에 주목하여 학술적 지역을 무분별하게 개발할 수도 있고, 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주상절리에 해가 고 있을 것입니다. 겨울의 진객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한탄강 일대의 철원 평야가 흐 어져 바위가 됩니다. 용암이 식을 때는 공기와 접하는 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었고, 이곳의 아름다움을 이용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자연 자산에 애정을 가지고 있 르던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용암대지(용암으로 만들어진 높고 평평한 땅)라는 것 표면부터 식기 시작하는데, 액체 상태의 용암이 고체 하여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는 시민의 눈이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도 있고, 모금 운동으로 이 일대의 땅을 매 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경상북도 청송 상태인 바위가 되면 수축이 일어나 식는 면과 직각 방 하지만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는‘이곳만은 꼭 입하여 지켜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시민의 손으로 지정된 우리의 자연 의 주왕산,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경북 의성의 금성산, 정상부의 입석대와 서석 향으로 깊게 갈라집니다. 이때 만들어진 기둥 모양의 지키자’시민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언론을 자산을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켜 주는 것을 어떨까요? 18 | 2013년 겨울호 | | | 2013년 겨울호 |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