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
1346025 이정원
“10월 20일 토요일 모스크바
불길한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우리 문화에
낯설기 그지 없다. 나는 우리 문화에 아무런 기여도 한 바 없다. 나는 가련한 무용지물이다…..(중
략)…요즘이 바로 소위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들이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무 근거도 없는 이런 생각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으며 무언가 삶에
의미 있는 일을 창조하고 싶다. 집도 좁고 내 마음속의 영혼도 비좁다. 나에겐 숨통이 트이는 집
이 필요하다.”
이 책은 유명한 영화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쓴 수십년간 안드레이가 쓴
일기를 모아놓은 자서전입니다. 일정한 줄거리도 없고 몇몇개의 일기내용은 너무
이상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일기를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우울하고, 암울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듯한 내용
이 많습니다. 그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영화감독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책을 읽
는 동안에는 그의 심리상태, 즉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허무함, 조바심은 내내 힘
들 때 느끼는 심리상태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그
나이에 절정에 올라있었던 예술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봤을 때 저는 동감 대신
위로를 받았습니다. 항상 우리는 우리보다 우월한 사람들을 보면서 경쟁심리를
느끼고, 그만큼 도달할 수 없다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고 한탄을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이 불안하고, 고독함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면 이제
내려갈 일 밖에 없으므로,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강박관념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힘든 심리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책을 읽고 ‘발
전할수록 더 힘드니까 조바심을 갖지 말아도 된다’ 라는 것을 느낀 것이 아니라,
‘나 혼자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