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상에는 통통한 토끼도 있고, 홀쭉한 토끼도 있어요. 키 큰 토끼도 있고, 키 작은 토
끼도 있어요. 똑똑한 토끼도 있으면 멍청한 토끼도 있고, 깔끔한 토끼가 있으면 털털
한 토끼도 있죠. 남자 토끼가 있으면 여자 토끼도 있고요. 하지만 토끼라면 누구나 길
쭉한 귀가 두 개 있지요. 리키도 길쭉한 귀가 두 개였어요. 단지….
3. 리키의 귀는 남들과 조금 달랐답니다. 원래 토끼의 귀는 쫑긋 서 있잖아요. 양쪽 귀
모두가! 그런데 리키의 오른쪽 귀는 축 늘어져 있었어요. 친구들은 언제나 리키를 놀
려 댔죠. “아, 축 늘어진 귀! 귀를 쫑긋 세워 봐.”
4. 리키는 친구들이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두 귀가 모두 쫑긋 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을까요?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을 때는 리키의 귀도 쫑긋 서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계속 나무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잖아요?
5. 리키는 아예 귀를 감추기로 했어요. 할머니가 만든 주전자 덮개를 머리에 푹 덮어버
렸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리키를 보고 배꼽을 쥐고 웃었어요. 다행히 리키한테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덮개 때문에 리키는 너무너무 답답했어요.
6. 그래서 리키는 당근으로 귀를 세웠어요. 축 늘어진 귀에다 당근을 쏙 끼운 거에요.
친구들은 리키를 보자마자, 하하하 웃어 댔어요. “리키야 그 귀를 먹어도 되니?” 하고
놀리면서 말이에요.
리키는 귀에다 작은 나뭇가지를 대고 끈으로 친친 동여맸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더욱
더 까르르 웃어 댔답니다.
8. 귀에다 풍선을 달아 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깔깔대며 데굴데굴 굴렀답니다.
9. 리키는 더 이상 좋은 수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화가 난 리키는 숲 속에 들어가 나무들
한테 소리쳤어요. “이 보기 싫은 귀를 싹둑 잘라 버릴 거야. 두고 봐! 바보 같은 심술
꾸러기 녀석들도 다시는 안 볼 거야. 절대로!” 리키는 흑흑 흐느껴 울며 생각했어요.
‘어쩌면 의사 선생님이 고쳐 주실지도 몰라” 그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벅터
벅 걸어갔답니다.
10. 의사 선생님은 리키의 귓속이랑 귓볼을 샅샅이 살펴보았어요. 또 귀의 길이도 재고,
온갖 이상한 소리도 들려 주었죠.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를 공책에 꼼꼼히 적었어
요. 그러고는 마침내 입을 열었죠. “리키, 네 귀는 멀쩡하단다. 조금 힘이 없긴 하지만,
소리를 듣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어.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단다. 그러니까 걱정 말고
이 맛있는 당근이나 먹으렴.”
11. 리키는 돌아오는 길에 의사 선생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원래 귀는 모두
다르다고?” 그건 맞는 말이에요. 엄마 귀는 예쁘고, 아빠 귀는 튼튼하죠. 할아버지 귀
는 날카롭고, 할머니 귀는 보드랍지요. 리키는 생각했어요. “내 귀는 짝짝이야. 하나
는 쫑긋 서 있고, 하나는 축 늘어져 있고” 그러자 푸후후 웃음이 나왔어요. 그 때 꼬
마 토끼 하나가 반갑게 소리쳤어요. “야아, 리키가 온다!”
12. 그러자 제일 먼저 큰 친구가 말을 걸었어요. “안녕 리키! 어서 와. 네가 없어서 얼마나
심심했는지 몰라. 네 귀를 세울 방법을 찾아 냈어?” 그러자 리키가 말했어요. “으응,
그래. 아주 좋은 방법이 있어. 내일 모두들 동산으로 와. 당근이랑 끈이랑 가지고 말
이야.”
13. 이튿날, 리키는 활짝 웃으며 소리쳤어요.
“얘들아, 당근을 귀에 매달아 봐. 한쪽 귀는 서 있고, 한쪽 귀는 누웠네”
리키를 따라해 보니까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그래서 모두들 까르르 까르르 소리내어
웃어 댔죠. 배꼽이 빠지도록 까르르 까르르, 까르르 까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