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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지능 혁명
STEPI 미래연구 시리즈 2
사물지능 혁명
- 명사의 시대에서 동사의 시대로
2017년7월10일초판1쇄발행
지은이|이성호·유영진
펴낸곳|도서출판이새
펴낸이|임진택
책임편집|남미은
디자인|Design co*kkiri
출판등록|제2015-000223호
등록일자|2015년07월21일
주소|서울시마포구월드컵북로400문화콘텐츠센터5층4호
전화|02-305-6200, 070-4275-5802(팩스)
이메일|info@isaebooks.com
ⓒ이성호·유영진2017
ISBN|979-11-88272-01-303320
•잘못만들어진책은구입하신서점에서바꾸어드립니다.
•가격은뒤표지에있습니다.
•이책은저작권법에따라보호받는저작물이므로무단전재와무단복제를금지하며,이책내용의전부
또는일부를이용하려면반드시저작권자와도서출판이새의서면동의를받아야합니다.
•도서출판이새는독자여러분들의소중한아이디어와원고투고를기다리고있습니다.
•원고가있으신분은info@isaebooks.com으로간단한개요와취지,연락처등을보내주세요.
이도서의국립중앙도서관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
실수있습니다.(CIP제어번호:CIP2017015359)
| 이성호·유영진 지음 |
사 물 지 능 혁 명
명 사 의 시 대 에 서 동 사 의 시 대 로
STEPI 미래연구 시리즈 2
4 5
미래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오지 않은 때를 말한다. 오래전 사람
들은 미래를 생각할 때 개인 차원의 미래에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복잡하지도 또한 빠르게 변하지도 않
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사회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과학기술
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지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언젠가 우리가 결국 살게 될 아직 오지
않은때에대한연구가필요한이유이다.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해결될 수
도 있지만 간단하지 않다. 당면과제의 인과관계는 물론 현재 제시
되고 있는 해법이 최적은 아니며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수
많은 역술인들과 정교한 모델링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역사적으로시도되었지만해법은아니었다.하지만미래는아직오
지않았기때문에우리스스로가만들수있는기회가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각종 자료를 분석
하고, 석학들의 강연을 듣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보다 넓
은 시야에서 상상을 펼쳐보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미래 문해력
| 발간사 |
STEPI 미래연구시리즈를시작하며
6 76발간사 STEPI미래연구시리즈를시작하며
불의 역사: 불을 지배한 자의 역사
흔히들 인류 최초의 기술을‘불의 사용’이라고 한다. 인류는 불
을 이용해 어둠을 밝히고, 추운 동굴을 덥혔으며, 잡은 짐승을 구워
요리를 할 수도 있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불을 점화하고 저
장하고 다루는 기술도 점점 발달했다. 자연의 불을 채집해 나뭇가
지를 태우다가 부싯돌과 마른 장작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인공의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동물의 기름을 모아
등잔불을 만들었고, 불로 철을 다루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철제
농기구는 농업 생산력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고, 철로 만든 무기
는 봉건사회를 등장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윽고 인류는, 순간
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불인 화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이용
해 대포와 총기를 제작했으며, 이러한 무기가 대량 살상을 가능하
게함으로써중앙집권왕조의등장을불러왔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석탄이라는 화석연료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화석연료로 만든 불이 발생시킨 수증기를 동력에
너지로 변환시키는 증기엔진의 발명은 급격한 생산성 향상과 교
통수단 발달을 가져왔고 이는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19세기
| 프롤로그 |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futures literacy이라할수있다.다시말해나를둘러싼외부환경의변
화가 앞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를결정할수있게해주는역량인것이다.
미래 사회의 빠르고 복잡한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
인이 과학기술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혁명 초기
증기기관의 발명을 비롯해 철도, 전기, 내연기관, 항공, 각종 소재,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폰 등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명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꾸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근 기술의 융합은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복잡
하고급속하게변화시키고있다.기술발전이사회와경제에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의중요한역할중하나다.
본미래연구시리즈는일반인을대상으로미래사회의변화전망
과 그 동인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기획되었다. 미래
연구 시리즈에는 미래연구의 일반론에서부터 구체적인 이슈와 핵
심적인 변화 동인,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
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식견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 모두가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함께고민하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송종국
8 9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말과 20세기 초를 거치면서 인류는 석유와 천연가스라는‘새로운
불’의 원천을 발견했고, 이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곧 자본주의 경
제의 밑바탕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원자력의 시대로
들어섰으며, 이로써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힘을
가진새로운불을지배할수있게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불의 역사가 곧 인류의 발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불’이라는 것을 다루는 능력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류의 삶과 문
화의 영역도 점차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불은, 쓸모없어 보이던
황무지를 삶과 생산의 공간으로 변화시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둠의시간이었던밤을생산과오락의시간으로변화시켰으며,수
증기를 모아 기차를 움직이고 또 커다란 공장의 기계를 가동시키
는 생산에너지로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과거에 없던‘새
로운불’을만들어지배하는자가다음시대의지배자가되었고,불
의원천을지배하기위한투쟁의역사가곧인류의역사였다.
‘불’이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한 까닭은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물리적 세상physical world’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에너지의‘근본’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대부분
의 기술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형태form와 기능function이 결합되
어 있다. 망치면 망치, 톱이면 톱, 숟가락이면 숟가락, 밥상이면 밥
상…… 그게 무엇이든 일상적인 모든 기술은 그 용도와 목적이 미
리 정해져 있고, 디자이너 역시 그 용도와 목적을 염두에 두고 그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을 하게 마련이다. 즉, 대부분의
기술은특정한목적을가지고태어난다.
그런데 불은 그 잠재적 용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특성이 있었
다. 불을 알게 된 후 인류는 불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불을 응용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의 기본적 기술을
만들어냈고, 또한 불을 이용해 농업, 제조업, 운송업 등 각종 분야
에서 다양한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 심지어 중세에는 불을 이용
해 금을 만들고자 한 연금술이 당시를 대표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
았을 정도다. 이처럼 불은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것을 활용해 새
로운 기술을 창출해내는 힘, 즉‘창발성generativity’이 있다. 불은 프
로그램하기에따라끊임없이새로운기술과혁신을쏟아내는,그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만능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처럼 특정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비약
적으로 제고시키는 기술을 가리켜 경제학자들은‘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한다.1)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또 다른 새로운 불을 발견하게 된
다. 그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조
작처리전파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물질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이 불이었다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
로 만져지지도 않는 정보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은 디지털 기술이
다. 과거 인류의 역사가 불을 지배하는 자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인
류의 역사는 새로운 불,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인 디지털 기술을 지배
하는자의역사가될것이다.
10 11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디지털 시프트: 물리적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정보화 혁명이 시작되
었다. 디지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불이 컴퓨터에서 나
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스며들어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더욱더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두고‘4차 산업혁명’이라 칭하기
도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필자들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
술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결합한‘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동인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이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역
량이다.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정교하게 작성되었을지라도 그
능력이 고정되었던 것과 달리 인공지능은 학습능력과 적응력을 보
유하여 경험이 쌓일수록 현실 대응능력의 깊이와 넓이가 더욱 풍
성해지면서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으
로 모든 사물과 연결되고 학습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
서 제품의 기능이 더는 고정되지 않고 상황맥락에 유연하게 대응
할수있게된다.
‘새로운 불’인 디지털 기술의 경영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디지털 기술의 독특한‘비물질성non-materiality’에
서 출발한다. 비물질적인‘디지털 정보bit’에 근간을 둔 디지털 세상
은 이제까지 인류 문화와 경제를 지배해온‘물질atom’세상과는 근
본 원리부터 다르다. 물리적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근본적 원
리가바뀌는것을‘디지털시프트Digital Shift’라고이름지을수있다.
불이나 디지털 기술처럼 특정한 목적에 구애되지 않고 범용성
과 창발성을 갖춘 기술은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을 이룰 수 없
다.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그 창발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삶의 변
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필자들
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우리 삶의 변화로 이끄는 혁신 방법론으
로서‘디자인’을 이 책에서 다룬다. 디자인이란 새로운 기술을 이
용해 이제까지 보지 못한 미래의 삶의 모습을 구현해가는 과정이
며, 또한 삶 속에 있는 문제를 새로운 기술 개발의 기회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과거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전, 물리적 기술
이 세상을 지배할 때 만들어진 제품 조형미 중심의 디자인 논리로
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수가 없을 것이다. 디지
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이루어내려면 새로운 디자
인논리가필요하다.
한편,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삶의 활동을 수
행하는 과정에서는 소위‘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이라 불리는 데
이터가 생성된다. 과거 데이터가 부족할 때는 증거보다 직관에 의
존해야 할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범람하면서 제품 개
발 및 디자인에서 증거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기
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용자 체험 디자인 시도가 실제 삶에서 효과
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할 수 있고 개선방
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전통적인 통계학과 더
불어 이러한 데이터 분석과 검증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12 13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있게돕는다.
이처럼 디지털 시프트라는 변화는 새로운 디자인 원리의 정립과
발전된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디자
인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3대 견인차Three Drivers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삶에 대한 관찰에서 도출한 아이디
어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체험을 디자인하고Experience Design
이를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속히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한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생활에서 사용하며 체험에 몰입하
게 되고, 사용자 체험의 전 과정은 다시 데이터로 저장된다.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분석Data Analytics하여 더 풍성한 통찰Insight
을 얻게 되고 이 피드백을 토대로 더 개선된 체험을 디자인해 더 많
은사용자를끌어들이는선순환적발전을만들어간다.이과정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자, 제품서비스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
자,기획자등다양한전문가가서로협력한다.
지난 십 수년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정보기술
이 얼마나 급격히 우리 삶을 변화시켰는가를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혁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개발 초
기만 해도 빌딩만큼이나 컸던 컴퓨터가 이제는 호주머니 속에 들
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향후 십 년쯤 지나면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
가 사람의 피 속에 있는 혈구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제 컴퓨터는 특정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기 ■디자인, 디지털, 데이터의 선순환적 발전 관계
신속하고
유연한 실험
피드백 제공
디지털 흔적
수집기록
Digital
디지털 : 사용자 체험 구현
(Engagement)
Design
디자인 : 아이디어 창출
(Insight)
Data
데이터 : 아이디어 검증
(Analytics)
14 15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술이 아니다. 삶의 구석구석에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이
미깊이녹아들어있다.디지털기술과정보의편재성ubiquity을토대
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혁신적인 경영 및 조직운영 논리가 등장
하면서근본적인삶의변화를일으키게될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서 개인 삶의 존재와 가치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 그리고
조지 오웰이 소설《1984》에서 상상한 것과 같은 철저한 통제 사회
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인터넷과 모
바일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개인이 창업의 꿈을 이루어 자신들이
원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 대가로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
는 변화라 하겠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은 인도, 중국 같은 개발도상
국에이전에는불가능했던경제개발의기회를제공하였고,또다른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에도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이들과 같
은 경제개발의 기회를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디지털 기술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추적하고 통제하고 규제하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도시 구석
구석마다 설치된 감시카메라,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모든 거래
를 기억하는 디지털 상거래 데이터베이스 등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거미줄같이 펼쳐진 디지털 네트워크는 이미 우리들의 일상생
활을낱낱이기록하고있다.
이처럼두가지가능성이다양하고복잡하게겹쳐진모습으로우
리 삶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을 어떻
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모습은 열린 공유의 공간과 닫힌
감시의공간중하나로결정될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의 산업화 시대에 경영의 핵심은 제한된 물리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극
대화하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거기에 뒤따르는 여러 양상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었다. 이에 반해, 다가오는 디지털 시
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라는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고 실현시킴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
출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도전과 예기치 못한 문제
들을극복해나가는과정이라고해야할것이다.
과거산업화시대에한국기업이땀과희생으로선진국이기피하
는3DDirty, Difficult, and Dangerous 업무를수행하며성장했다면,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지털디자인데이터라는 새로운 3D 역량을
유기적으로 구사해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며‘제품 중심’에서‘체
험중심’으로의산업패러다임시프트를선도해나가야할것이다.
프롤로그|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7
1장명사에서 동사로·24
▶디지털의원리와컴퓨터아키텍처·25
▶‘전화기’에일어난두가지놀라운변화·29
▶명사중심의세상·31
▶동사중심의세상·34
▶당신회사의경쟁자는누구인가?·39
▶‘A아니면(or)B’라는선택을강요하는폭군·42
▶완벽한여백만들기·44
▶동사시대의핵심역량은애자일기법과오픈이노베이션·47
2장인지혁명과 사물지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50
▶초기인공지능의작동원리와그성취및한계·51
▶주도권을획득한데이터기반의귀납적방법론·53
▶사물지능의등장,디지털화확대·58
▶인간과사물사이의자연스러운상호작용을구현·62
▶가치사슬의확장·63
▶사물지능을활용한비즈니스모델혁신:제품의서비스화·67
▶사물지능혁명이견인하는산업패러다임시프트·80
3장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의 결합·90
▶빅데이터의부상과한계·91
▶기계학습의발전·95
▶인간의대뇌신피질과이를모방한인공신경망·98
▶급부상하는딥러닝방법론·104
▶이미지정보의이해와자연어처리기술의발달·112
▶인공지능의인지능력발전전망·116
▶종합적인클라우드서비스발전과데이터처리의아웃소싱·120
4장지능증강: 개인맞춤 서비스 개발과 스마트 규제 구현·124
▶개인단위의예측분석·125
▶세분화된인과효과분석과향상모형의장점·128
▶장기적동태적전략도출·142
▶규제및공공서비스에인공지능의전향적적용이필요·151
▶인공지능의오류가능성검증·156
| 차례 |
1부·
2부·
디지털: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20
데이터: 학습을 통한 지능증강과 개인화 서비스·85
5장디지털 시대의 ‘경험’ 디자인·172
▶디자인이란무엇인가?·175
▶왜디자인인가?·182
▶디지털경험디자인·186
6장디지털 혁신을 위한 디자인 사고와 디자인 경영·216
▶‘프로덕트’측면:제품디자인에서총체적사용자체험디자인으로확장·219
▶‘프로세스’측면:디자인사고와선행디자인프로세스의체계화·226
▶‘피플’측면:사내디자인역량과외부인터프리터네트워킹강화·235
▶새로운시대의사용자체험디자인혁신·240
7장재편되는 비즈니스 모델·248
▶IT산업과자본재산업의서비스화추세·249
▶소비재산업의변화:구독서비스확대와자동차산업의디지털화·258
▶서비스산업의변화:의료산업의수익모델변화·274
▶사물지능,미래의산업계를어떻게재편할것인가?·278
8장달라지는 ‘노동’, 새로운 인재상·284
▶노동시장에대한인공지능의역기능과순기능·285
▶인공지능의부상에대응하여인간은무엇을할것인가·297
9장사물지능 시대의 사회 제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는가?·310
▶개인정보보호규제의개선이필요하다·311
▶소비자보호및공정거래방안·317
▶윤리적법적책임의문제·321
▶4차산업혁명과자본주의4.0·328
에필로그|또다른디지털혁명의시작·331
주·337
3부·
4부·
디자인: 사물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169
미래 사회,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245
20 21
디지털: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D I G I T A L
| 1부 |
1장·명사에서 동사로
2장·인지혁명과 사물지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
22 23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을 10년 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
하면 금융에너지인프라 등 전통 산업의 유형자산 중심의 기업들
이 밀려나고, 8개의 지식집약적 하이테크 기업이 순위 안에 입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
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 수를 3개에서 8개로 10
년 만에 대폭 늘렸다.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들이 모두 10위권에서
탈락했고 민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글로벌 10위 기업 목록에 올랐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
시장에서 이미 디지털 시프트 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
들이성장잠재력을인정받은것이다.
1부에서는 디지털 기술, 특히 사물지능 기술이 모든 제품에 적용
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사업의 본질과 수행방식이 어떻게 변화하
고있는지그방향을살핀다.먼저1장에서는디지털의원리와컴퓨
터의구조를이해하고아날로그기술과의차이를통해산업화시대
에 형성된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는 패러
다임시프트를다양한사례와함께알아본다.
2장에서는사물지능기술의등장으로디지털화가확대되며조달,
제조, 판매 등 공급자 영역에 한정되던 산업 가치사슬이 상품 구매,
체험 몰입, 가치 실현 등 사용자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
고,각종비즈니스모델혁신가능성도전망해본다.
순위
1
2
3
4
5
6
7
8
9
10
2007년 10월 2017년 5월
기업명
엑슨 모빌 (미)
페트로 차이나 (중)
GE (미)
차이나 모바일 (중)
공상은행 (중)
마이크로소프트 (미)
가즈프롬 (러)
로열 더치 셸 (EU)
시노펙 (중)
건설은행 (중)
기업명
애플 (미)
알파벳(구글) (미)
마이크로소프트 (미)
아마존 (미)
페이스북 (미)
버크셔 해서웨이 (미)
존슨  존슨 (미)
엑슨 모빌 (미)
텐센트 (중)
알리바바 (중)
시가총액
510
448
421
405
372
344
291
278
267
266
시가총액
796
675
539
475
439
408
345
341
325
298
자료: 전종규(2016), 스마트 차이나, 중국 4차 산업혁명, 삼성증권; NIKKEI Asian Review(2017. 6.
2),“Apple,othertechfirmsliftglobalmarketcaptorecord”.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기업들(단위: 십억 달러)
24 251장 명사에서동사로
디지털의 원리와 컴퓨터 아키텍처
새로운 불, 디지털 기술의 근본
속성을 먼저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만들려면
눈에보이고손으로만질수있는물리적매체에담아야했다.즉디
지털기술이등장하기이전의모든정보는아날로그신호를이용해
물리적으로 저장, 전송, 그리고 재생되었다. 아날로그 기술은 근본
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정보의 상호 분리가 불가능하도
록되어있었다.예를들어,음악을저장하는LP를생각해보자.공기
의진동으로만들어진음향정보를레코드판표면의홈groove이라는
저장매체로 변환함으로써 음악을 저장하고, 전송하고, 재생한다.
이경우음악이라는콘텐츠는LP라는전달매체로부터분리될수없
다. 책, 잡지, 신문 같은 출판 미디어도 마찬가지여서 문자로 된 정
보는 인쇄 과정을 거쳐‘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저장되고, 전송되
고, 재생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아날로그 미디어는 특정 콘텐츠와
그콘텐츠에특화된특정전달매체의결합으로이루어져있다.
오랫동안 마치 노예처럼 물리적 매체에 붙잡혀 있던 정보를 해
명사에서동사로
▶1장
26 271장 명사에서동사로
방시킨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기술이다. 1937년 MIT에서 석사학
위 논문을 통해 이진대수Boolean algebra를 활용한‘디지털 회로 설
계 이론’을 창시한 바 있는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그 주역이
다. 섀넌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통신의수학적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논문
을 1948년에 발표하였다. 그는 0과 1만을 이용해 모든 종류의 정보
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이 기존의 아날로그 기
술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밝혀냈
다. 그의 논문은 오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의 출발
점이되었다.
디지털 정보의 특징은 모든 콘텐츠를 비트bit(0 또는 1)로 변환함
으로써 하나의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
다는 점이다.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콘텐츠 역시 더는 특정 전달
매체에 구속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든 콘텐츠는 0과 1의 결합으
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비트)로 표현될 수 있고, 오늘날에 이르러
서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통의 디지털 매체를 통해 다양한 디지
털 콘텐츠가 저장전송재생될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오
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은 콘텐츠와 매체의 분리를
가져왔다. 오래전 인류가 불이라는 수단을 온갖 일에 두루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지털 신호는 어떤 콘텐츠도 디지털 표준을 따
르기만 하면 마음대로 저장하고 전송하고 또 재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한편, 컴퓨터는 어떻게‘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만능기계가 되
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 기술은 영국의 수학자 앨
런 튜링Alan Turing과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제안한 아키텍처를 근간으로 한다. 이전의 컴퓨터는 수행할 수 있
는 프로그램이 시스템반도체나 컴퓨터 하드웨어에 고정되어 있었
다. 최초의 현대식 디지털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의 경우, 프
로그램을 한 번 바꾸는 데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폰 노이만이 창안한 새로운 아키텍처는 컴퓨터가 실행 프
로그램을 컴퓨터 메모리에 데이터와 더불어 저장해두었다가 그때
그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제어장치
로 불러서 사용한다. 이 같은 디자인이‘컴퓨터’라는 기술이 여러
가지 기능을 자유자재로 실행하는 범용기술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
었다.
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모든디지털컴퓨터는폰노이만아키텍
처를 바탕으로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하나의 컴퓨터를 계산기, 워
드프로세서,MP3플레이어등다양한용도로쓸수있다.과거의조
상들이 불을 가지고 집을 덥히기도 하고 어둠을 밝히기도 하고 음
식을 요리하기도 하며 무기를 만들기도 했던 것처럼, 폰 노이만 아
키텍처를 따르는 현대의 컴퓨터는 프로그래밍하기에 따라 무엇이
든지 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애초 창발성이 가
능하도록만들어진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 기반한 디지털 기술이 우
28 291장 명사에서동사로
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러자
이제까지는생각하지못했던근본적변화가일어났다.이전에는한
가지 기능만 가지고 있던 기술들이 다양한 용도를 갖는 기술로 변
화하게 된다. 중세 시대의 연금술이 그러했듯 평범한 기술을 변형
시켜‘황금’을만들어내는것같은‘새로운불’이된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다. 과거의 생산기술에 비해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파괴적이라 할 정도의 가격 변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지닌 고유의 창발성은 기존의 산업조직에서는 창조적 경제활동에
쉽사리 참여할 수 없었던 많은 계층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
록 기본조건을 마련해주었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기만
의 디지털‘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
어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든지 디
지털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욱이 디지털 제품
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디지털 정보 및 프로그
램이 핵심이기 때문에, 물리적 제품에 비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생
산,저장,복제,유통을할수있다.
이처럼디지털기술의대중화는산업혁명이후확고히자리를잡
고 있던 산업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라는 기본적인 산업방정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
산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면 엄청난 양의 자본투자가 필수적으로 뒤
따랐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바
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생산을 해서 시장에 공급하려면,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있어
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한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결국 월스트리
트로 대변되는 자본시장의 발달을 가져왔고, 그러자 역으로 일반
개인이나 소수 창업자의 생산활동에는 자본투자가 결정적 장애요
인으로작용해왔던게사실이다.
그러나 값싼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가 이 같은 산업방정식에 변
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큰 자본이 없는 사람도 컴퓨터가 있고 인
터넷을 이용할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고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생산 및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의 높은 진입
장벽은이제경쟁의장애물로전락했다.
‘전화기’에 일어난 두 가지 놀라운 변화
전화기에 인터넷과 컴퓨터
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전화기에는 두 가지 큰 변
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 변화는 전화기를 통해 주고받는 통신 신호
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이다. 두 번째로 모바일 전화기
에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운영체계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단순한 전화 기능뿐만 아니라 수많은‘앱’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전화’에서 형
식과 기능의 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스마트폰의
30 311장 명사에서동사로
전화 기능은 단지 하나의‘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다운받은 앱app에 따라 전자책이 되기도 하고, 지도가 되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이 되기도 하고, 카메라가 되기도 한다. 2007년 1월 9일
첫 아이폰이 공개된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사이, 즉
미국에서 2007년과 2016년 사이에 스마트폰의 연간 판매는 536%
증가한 반면, MP3 플레이어는 87%, 내비게이션은 80%, 디지털카
메라는 66%나 판매가 감소하였다. 스마트 TV 또한 비슷한 단계의
변화를 거치고 있다. 먼저 TV 신호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
었고, 그다음 단계에서 TV와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결합으로 구글
의 안드로이드, 삼성의 타이젠, 애플의 iOS를 기본 운영체계로 한
스마트 TV들이 속속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TV를 보면서 페이스북
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앱을 사용해 다른 시청자들과 자
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도 있고, TV에 간단한 카메라를 설치하면 스
카이프라는앱을이용해화상회의를할수도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전화’혹은‘TV’라
고 하는 개념의 종말을 가져왔다. 이제는 휴대전화를‘전화기’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전화기 속으로 디지털 기술이 녹
아들어가면서 일어난 변화는 앞으로 일어날 디지털 세계의 변화상
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할 만하다. 요컨대 디지털 시프트는
‘명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명사’중심의 개념에서
‘동사’중심의 개념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뒤에는 프로그래밍을 함으로써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속성,즉가변성programmability이있다.하나의컴퓨터를가지
고 워드프로세서, 계산기, MP3 플레이어, 게임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익숙했던 여러 가지 일상의 물건들 속
에 디지털 기술이 들어가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기
능이 추가될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한 용도로만 만들어야 했던 일
상의물건들이서서히만능기계anything machine가되어가는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래머빌러티programmability는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
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며, 일상의 물건들에 새겨져
있던 기존 개념의 파괴로 이어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물건 개념이 근본적으로 허물어지는 세상이 다가오
고있는것이다.
명사 중심의 세상
지나간 산업화 시대는 소위‘명사’중심의 세상
이었다.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이 물리적 제품이었다. 따라서 산업
화 시대에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남보다 먼저 생
각해내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품질의 제
품으로 완성해내 시장에 공급하는 데 있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
은곧그기업이어떤제품을갖고있느냐에달려있었다.1980년대
에‘경쟁전략’연구로권위를떨친하버드경영대학의마이클포터
32 331장 명사에서동사로
교수의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남보다 더 좋은 제품, ②남보다 더 싼 제품, ③남들이 관심
을 두지 않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생존
전략과 그 기업이 만드는 제품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
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산업화 시대에 기업들의 성공은 제
품을규정하는‘명사’를누가소유하느냐에달려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개발되어 적정한 가격으로
시장에공급되려면대규모투자가필요했다.제품생산시설을지으
려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화 시대의 기업들은 비싼 자본비용을 감당하면서 대규모
의 시설투자를 해야 했고, 그 제품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야만 투
자자는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또한 명사 중심의
세상임을 보여준다. 즉‘공장’을 지어야 했고,‘물건’을 만들 수 있
는‘기계’를사야했다.
물리적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명사적인 생각은 사실 20세기 경
영학의 기본적 사고 틀이었다. 물리적 제품은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고, 그 경계선을 따라 각종 산업이 자리매김했
다. 이와 같은 제품 중심적 사고의 바탕에는 물리적 제품이 지닌 근
본적 의미, 즉“그것은 무엇인가?What is it?”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변화하지않는다는믿음에서출발한다.자동차는자동차이고,책은
책이고, 전화기는 전화기라는 것이다. 제품 간의 확실한 경계선이
산업을 구분하는 근본이 되고, 이것이 또한 기업의 경영전략을 만
드는데출발점이되었던것이다.
그래서 20세기를 풍미한 유명 기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명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다. ATT는 전화기
를, IBM은 컴퓨터를, GM은 자동차를, 제록스는 복사기라는 명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즉 제품으로서의 명사를 만들어냈고, 그 명사는
고유한 의미를 지녔다. 예컨대 소니는‘워크맨’이라는 명사를 만들
어냈고그명사로세상을바꾸었다.
펜실베이니아 서부, 오하이오, 미시간 등을 잇는 미국 중부를 가
리켜 흔히들‘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미국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기업들이 집중적으
로 몰려 있는 지역, 곧 자동차와 항공 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
던 각종 부품업, 자동화 시설, 제철 산업 등이 근간을 이루던 지역
이다. 한때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산업화 이노베이션
의 산실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요즈음 이 지역을 방문해보면
상황이 매우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산업화 도시가 남긴
텅 빈 껍데기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거대하던 산
업화기반을이렇게송두리째허물어버렸을까?
물리적제품을기업경쟁전략의기반으로삼은명사적사고의결
과다. 그들은 자동차라고 하는 제품이 가진 근본적 의미를 추구하
기보다는 자동차라는 명사로서의‘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전략의
핵심을 두었다. 어떻게 하면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느냐가 과거 자동차 기업들이 견지한 전략의 핵심이었다.
34 351장 명사에서동사로
소비자에게‘자동차’라는 제품이 갖는 의미가 시간이 지나고 문화
가 바뀌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에 관해서는
질문을던지지못했던것이다.
기존의 기술혁신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새로운 기능을 첨부
하고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프트로 인한 변화란 기존의 제품 개념을 파괴하고 새로
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 같은 개념 변화를 적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만들어내는일이다.
개념의 파괴는 단순히 제품 그 자체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다. 한 제품의 개념이 바뀌면 그것은 곧 해당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
의 변화까지 불러온다. 예컨대 오늘날에는‘책’이라고 하는 제품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책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출판사, 도서관, 그리고 서점이라는 생태계가 자리 잡았
으나, 책의 개념이 변화하자 도서관과 서점이라는‘명사’개념 또
한함께도전받고있다.
동사 중심의 세상
《나이키의상대는닌텐도다》라는책이있다.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이키가 파는 제품은 단순
히 신발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꾸로 닌텐도가 파는 제품 또한 단순
히 게임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명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나이키
는 신발을, 닌텐도는 게임기를 파는 회사이다. 둘은 각각 전혀 다른
시장에서 각각의 경쟁자를 상대한다. 그러나 동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이 둘은 직접적 경쟁자이다. 나이키와 닌텐도는 둘 다 청소년
들에게 여가시간의‘놀이play’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유행하기 전에는, 미국의 많은 청소년이 나이키 운
동화를신고농구를하면서제2의마이클조던이되는꿈을꾸었다.
그러다 닌텐도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도시 지역 청소년들이
농구공을 내려놓고 게임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놀이 도구
가 농구화에서 게임기로 바뀐 것이다. 명사는 바뀌었지만, 동사는
사실상 변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장에서 경쟁의 핵심은‘물건’이
아니다.그물건을가지고무엇을하는가,즉행동이고그행동을대
표하는‘동사’가바로새로운경쟁전략의핵심이되었다.
디지털 게임기의 등장으로 매출이 하락하며 경영 위기에 봉착했
던레고도처음에는아이들이어떤‘장난감toy’을좋아할까하는것
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아이들에게‘놀이play’란 무엇일까 하는
동사적 사고 기반의 질문으로 사업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레고는 레고재단을 설립하고‘플레이퓨처스PlayFutures’라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조직해‘놀이를 통한 학습Learning through Play’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레고는 놀이란 아이들에
게‘도전’이고‘성장’이며‘자부심’이라는 통찰을 얻었고 이를 통
해 디지털 게임기의 벤치마킹이 아니라 도전과 성장하는 놀이 체
험을 제공하는 일련의 제품과 레고랜드, 영화, 게임, 교육 프로그램
36 371장 명사에서동사로
등 각종 서비스 개발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경영 측면에서도 부활
했을뿐아니라고성장을이루어냈다.2)
동사는 움직임을 표현한다. 그래서 동사는 항상 열려 있다. 반대
로 명사는 물건의 명칭을 표현한다. 따라서 명사는 그 경계가 분명
하게 그어져 있다. 같은 동사도, 함께 사용되는 명사에 따라 다양
한의미를가질수있다.예를들어‘읽다’라는동사는‘책’,‘신문’,
‘웹페이지’,‘이메일’같은 다른 명사와 결합해 다양한 의미를 만
들어낼 수 있다. 또한 동사는 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의미
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운전하다’라는 행동은 언제, 어디서, 누구
와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주중에 출퇴근을 위해 혼자서
자가용을 타고 하는 운전, 여름휴가를 맞아 온 식구를 미니밴에 싣
고바닷가로가기위해하는운전,결혼20주년을맞아사랑하는아
내와 함께 오픈카를 렌트해서 캘리포니아 1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
는 운전, 아침마다 동네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기 위한 스쿨버
스 운전기사의 운전, 위급한 환자를 싣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구급
차의 운전, 그리고 며칠에 걸쳐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화물을 나르
는 대형 화물트럭 운전 등 모두 똑같이‘운전하다’라는 동사로 표
현되지만, 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의
미와가치를던지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사는 명사와 달리 단 하나의 의미로 손쉽게 포
장해 가둬놓을 수 없다. 물리적 제품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명사가
경영자의 사고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의 근본적 개념의 변화와 파괴가 필요한 21세기에는, 동사
중심의 생각이 성공적 경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동사의 세상은 언
제나열려있기때문에불필요한선택을강요하지않는다.마치‘운
전하다’라는 동사가 여러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동사적인 생각은 기업과 경영자로 하여금 생각의 유연성을 갖게
한다. 또한 동사적인 생각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역동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동사는 항상 움직이지만 명사는 그렇지 못하다.
명사가 개개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인 데 비해 동사는 연결되는 다
른명사에그의미를제공하는역할,곧플랫폼이되어준다.
명사 중심의 세상이 동사 중심으로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
인가? 이제는 물리적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통해 얻는 소비자
의경험이가치창출의근본이기때문이다.소비자의경험은소비자
의 행동을 통해 얻어진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
즉 명사를 자신의 행동인 동사를 통해 경험으로 변환시킨다. 그리
고 그 변환된 결과인 경험이 바로 가치창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제품이점점디지털화되어가면서,물질적제품자체의가치보다그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동, 즉 동사가 가치창출의 중심으로
자리를잡게되는것이다.
미국 러스트 벨트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의 기
업이 여전히 명사 중심으로 자신들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다.“우
리는 고품질의 전자부품을 고객들에게 공급할 것이다”라는 식이
다. 명사 중심의 기업 사명은 그 명사의 의미가 바뀌거나 무의미
38 391장 명사에서동사로
해지면 그 기업의 존재 의미 자체까지 도전받게 된다. 그러므로 디
지털 시대의 기업은 사명 역시 동사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구글
의 기업 사명은“We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우리는 세상의 정보를 체계적으
로 정리해서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유용하게 만든다)”이다. 여기서 구
글이 내세우는 가치의 핵심은‘organize’와‘make’라는 두 개의
동사다. 세계적인 커피 회사 스타벅스의 기업 사명은“We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우리는 한 컵마다 한 사람과 한 이웃의 영혼을
고취시키고 보살펴 키운다)”이다.‘inspire’와‘nurture’라는 두 가지
동사가 기업 사명의 핵심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내
세우는 가치에 따르면, 커피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마시는
각성제로서의 커피가 더는 아니다. 커피는 이제‘마시는 커피’그
이상이다. 스타벅스가 보기에 커피는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개발시키는하나의도구다.
만약당신의회사가새로운디지털시대에발맞춰준비가잘되어
있는지 알고 싶은가? 기업 사명부터 찾아보라. 기업 사명이 명사
중심인지, 동사 중심인지 확인해보라. 아직도 명사 중심이라면 당
신 회사의 가치를 이루는 핵심을 표현해줄 동사가 무엇인지 고민
하라. 이는 단순히 최고경영자만의 고민이어서는 안 된다. 명사적
사고에서 동사적 사고로의 변화는 최고경영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모든조직원이가져야하는근본적혁신이기때문이다.
당신 회사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연말연시가 다가온다거나 친구
나 가족의 생일, 결혼, 졸업 등 축하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축하
메시지를 써서 카드를 보낸다. 그래서 미국의 카드 시장은 연간 매
출이 40억 달러인 홀마크Hallmark와 17억 달러인 아메리칸 그리팅
즈American Greetings라는 두 공룡의 경쟁의 장이다. 매년 밸런타인데
이,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그
해에 새로 나온 기발한 카드들이 매장을 가득 메운다. 뭉클한 감동
을 주는 새로운 글귀가 담긴 카드,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움직이
고 소리를 내는 카드, LCD와 바람 센서를 이용해“후~”하고 불면
LCD 촛불이 커지는 생일카드 등 두 회사 모두 끊임없이 새로운 카
드를 내놓는다. 홀마크의 최고 경쟁자는 아메리칸 그리팅즈이고,
아메리칸 그리팅즈의 최고 경쟁자는 홀마크인 것이다. 둘은 항상
상대방의 신제품을 정탐하고, 장군 멍군 하는 식으로 새로운 카드
디자인을경쟁적으로선보인다.
그런데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
이는 와중에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문자 메시지, 메신저 앱을 이
용해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끼리 혹은
비즈니스파트너끼리수십수백명이,이를테면페이스북과카카오
톡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감사할 일이 있
을 때도 예전에는‘감사 카드’를 우편으로 보냈으나, 요즘 젊은이
들은 이메일로 인사하거나 링크드인을 이용해 감사 메시지를 남긴
40 411장 명사에서동사로
다. 청소년들은 생일선물로 애플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서 온라인
기프트카드를보내곤한다.
카드 시장의 변화 역시, 명사의 세상에서 동사의 세상으로의 변
화를 의미한다.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가 다뤄야 할 핵심 제
품이예전처럼명사로서의카드가아니라동사로서의‘축하’와‘기
념’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새 페이스북과 메신저 앱
들이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의 경쟁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와같은변화가비단카드비즈니스에서만일어난것은아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구글의 경쟁자
는 누구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일까? 아니면 인터넷 검색
의 원조인 야후일까? 둘 다 아니다. 구글을 이용해 과거 사실이나
정보를 검색하면 대부분의 경우 추천 1~3위에 위키피디아가 들어
간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은 점차 구글에서 검색을 하기보
다는 곧바로 위키피디아로 가서 검색을 하게 될 것이고, 구글은 자
신들의 방문자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글의 경
쟁자는 다름 아닌 위키피디아인 셈이다. 반대로, 지금 막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실시간 검색을 하고 싶으면 구글보다 트위터
가 훨씬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월드컵 결승전 경기 스코어를 알고 싶으면 구글로 검색을 하면 된
다. 그러면 위키피디아의‘월드컵 2002’페이지가 화면 맨 위에 뜬
다. 하지만 오늘 손흥민 선수가 출장한 토트넘 팀의 경기 결과를 알
고 싶다면, 트위터에서“Tottenham Hotspur”라고 검색을 하면 손
흥민 선수가 두 골을 어시스트해서 승리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런 의미에서 구글의 경쟁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빙’이 아니라, 위
키피디아와 트위터라고 볼 수 있다. 십 대 자녀를 둔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
로하고좋아하는선물을고르는것이다.네이버와구글에서“십대
소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검색해보아도 자녀의 취향과 딱 맞
아 떨어지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나 페이스북에서 자기 가족을 잘 알고 있는 친지나 친구들에게“다
음 주가 큰아들 열여덟 번째 생일인데, 뭘 선물하지?”라는 질문을
올리면 금세 적절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네이
버와구글의경쟁자는카카오톡과페이스북이다.
모엔Moen이라는 미국 기업이 있다. 싱크대와 수도꼭지 등을 만드
는 회사다. 이 회사의 경쟁자는 델타Delta인데, 역시 싱크대와 수도
꼭지를 만드는 회사다. 적어도 제품을 중심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
만 제품 자체를 넘어 제품이 선사하는 경험을 중심에 놓고 보면 다
른 세상이 보인다. 모엔은 부엌을 가족생활의 중심으로 잡고, 그중
싱크대를 부엌의 허브로 삼는다. 따라서 그들에게 부엌 싱크대 디
자인은 온 가족 삶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것이
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경험을 핵심가치로 삼는 또 다른 제품이 있
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 냉장고가 그것이다. 이 두
회사의 주방가전이 지향하는 목표는 부엌에서 그 가족생활의 핵심
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엔의 제품은 판매 단계에서는 델
42 431장 명사에서동사로
타와 경쟁을 치러야겠지만, 일단 가정에 도착하면 삼성이나 LG의
제품과끊임없는경쟁을해서살아남아야한다.
이와 같이, 제품 중심의 명사적 생각을 소비자 경험 중심의 동사
적 생각으로 바꾸면 이전에는 경쟁자로 보이지 않던 업체들이 경
쟁자임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이제까지는 나의 시장이라고 생각
지 않던 분야가 나의 시장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이 기
존의 제품과 영역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제품에 대한 기존의 개
념이 무너져 내렸다면, 이제 기존의 명사적 생각을 동사적 생각으
로바꾸는코페르니쿠스적발상의전환이필요하다.디지털시프트
는 기존 제품의 개념과 영역을 모조리 허물고 경영자들로 하여금
가치창출의근본으로되돌아가게만든다.
‘A 아니면(or) B’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폭군
“이게 전화기야, MP3
플레이어야, 카메라야?”아이폰을 처음 접한 경쟁업체 최고경영자
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제품의 카테고리가 명확하지 않은 애매모
호한 아이폰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혼돈시킬 뿐이고 따라서 절대
성공할수없다는것이그의믿음이었다고한다.
전통적인 소비자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제품별 사업부 구조를 가
지고 있다. TV 사업부, 모바일 전화기 사업부, 백색가전 사업부, PC
사업부…… 식이다. 이와 같은 제품별 사업부 구조는 이들 제품 간
에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고, 그 구분선이 변하지 않는다는 명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사적 사고의 뒤에는‘A
아니면 B’식의‘or’라는 폭군이 숨어 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TV면 TV, 전화면 전화, 두 가지 가운데 하
나를 확실하게 골라주고 결정해주는 것이야말로 결단력 있는 경영
자의리더십이라고여겨져왔다.하지만명사적사고가지배하던산
업화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A 아니면 B’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오히려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 제품
과 생활 속으로 녹아들면,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지워버리고 A와 B
가공존하는상생적사고를해야한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급격히 경쟁력을 잃은 기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일본의 소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
장 변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소니가 야심차게 두 개의 인기 제품
베가WEGA TV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준비했
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불행히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여러 문제에 부
딪혀결국에는빛을보지못한채도중에개발이취소되어버렸다.
제품 개발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소니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
던 명사적 사고방식에 있다. 제품 개발에 참가한 TV 사업부 엔지니
어들과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어찌
보면 사소한 내용을 놓고 끊임없이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예를 들
어 제품을 켜는 순간 어떤 내용이 첫 화면에 등장하느냐 같은 문제
를두고갈등했다.얼핏해결이쉬운문제같지만,TV엔지니어들과
44 451장 명사에서동사로
플레이스테이션 엔지니어들 간의 근본적 시각 차이를 보여준 심
각한 문제였다. TV 엔지니어들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방송을 바
로 볼 수 있어야 하므로 당연히 TV를 끄기 전에 보고 있던 채널이
스크린에 맨 먼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플레이스테이
션 쪽 엔지니어들은 이 제품을 처음‘부트’할 때 컴퓨터처럼 로그
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생각 차이는 근본적으로 그들
이 이 새로운 제품의 정체성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TV 엔지
니어들은 이 신제품이 TV에 게임 기능을 얹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반대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이 제품을 컴퓨터로 생각해 그저
TV 기능이 첨가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이 신제
품의 명칭에도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or’라는 폭군에 사로잡힌
명사적 사고가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소니뿐 아니라 산업화 시
대에 확실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던 대부분의 회사가 이 같은 경
직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or’라는 폭군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있다.
완벽한 여백 만들기
명사 중심의 세상에서 디자인의 목표는 완
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화기를 만든다고 하면, 소비자
가 원하는 기능을 미리 알아내고, 그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품
화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다. 이렇게 디자
인된 명사적 제품들은 자신이 지닌 스펙으로 경쟁한다. 예컨대 휴
대폰이라고 하면 통화 품질이 뛰어나고, 카메라 해상도가 얼마나
선명하며, 배터리 수명은 몇 시간이고, 내구성이 얼마나 튼튼한가
하는식이었다.
동사 중심의 디자인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을 두
기보다는,‘완벽한 여백Perfect Incompleteness’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
이 있다. 대표적 예가 애플의 아이폰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완성
품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물론 애플의 최강점은 사용자의 필요와
기대를완벽하게예견하고그것을충족시키는디자인에있다.하드
웨어와소프트웨어,그리고심지어애플스토어에서의구매경험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사용자 경험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은 완벽한 소비자 경험을 강조한다. 하지만 제품의 완벽한 디
자인만이아이폰의경쟁력을만드는것은아니다.실제로아이폰을
경쟁사제품들과비교해보면,아이폰이하드웨어스펙이나성능면
에서는 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 아이폰이 보여주
는파괴력은어디에서나오는것인가?바로아이폰이지닌‘완벽한
여백’에서나온다.
사실 아이폰은 전화기로서의 기본 기능 및 몇 가지의 필수 기능
을 제외하고는 여백이 많은, 마치 미완성품 같은 상태로 출시된다.
아이폰의 빈자리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애플리
케이션을 다운로드했을 때, 그때 비로소 메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46 471장 명사에서동사로
아이폰은 지속적으로 완성되어가는, 어딘가 빈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이 시작한,‘여백을 가진 스마트폰’디
자인은 이제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경
쟁사에서도기본적인디자인조건으로자리를잡아가고있다.
‘완벽한 여백’의 개념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디자인
개념이 아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제품이라면 모두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속성이다. 40년 전 인터넷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당시 존재
하던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인터넷은 여백이 많은 시스템이었다.
‘여백’은 의도적으로 남겨진 빈 공간이다.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
고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기능은 제3의 개발자들에 의해 유기적으
로그리고점진적으로출현해그빈여백을채워가고있는것이다.
‘완벽한 여백’은 동사적 사고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
폼으로서의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디자인 개
념이다.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에서 일
하는 창업자들에게 인기 있는 개념은‘최소한의 가능한 제품MVP:
Minimally Viable Product’이다. 새로운 디지털 제품을 소개할 때 절대로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려고 하지 말라는 지침이다. 오히려
최소한의 것, 꼭 필요한 기능만 완벽하게 구현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라는것이다.그런뒤제품이소비자들에게사용되기시작하
면,소비자들이어떤여백을채우고싶어하는지를살펴보고거기에
반응하라는 전략이다. 이 방법은 더 나아가, 그러한 여백을 다른 기
업들이나 소비자들이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스로 채워나가는 전략
을 필요로 한다. 과거의 제품 디자인 및 기술혁신 전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MVP 전략은 철저히 동사적 사고에
바탕을두고있다.
동사 시대의 핵심역량은 애자일 기법과 오픈 이노베이션
장인의 섬
세한 조율(튜닝)을 요구하는 아날로그 기술과 달리 각 기능의 독립
적(모듈화) 개발이 용이한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상
업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큰 사업일수록 시
장 선점이 유리한데, 고객을 선점하면 더 많은 피드백을 수렴하여
더 나은 사용자 체험을 창출하는 등 추가적 이익이 발생한다. 이
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인하보다‘시장까지의 시간Time to
Market’단축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
개발의 속도 경쟁이 중요해지면서 조금이라도 개발 시간을 단축하
기 위해 인수합병 및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수행하는 기
업도증가하고있다.
그런데 고객의 니즈가 불확실하고 또 급변하는 경우에는 불분명
한 가설을 토대로 순차적 연구개발을 수행하다가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신속히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
잠재고객 반응을 듣고 빨리 수정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데, 이처
럼 시장 변화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하는 연구개발 방법을 애자일
48 491장 명사에서동사로
Agile 기법이라고부른다.애자일기법은무계획과과도한계획사이
의 절충점을 선택하는 것으로, 특히 너무‘계획’에 의존하여 형식
적인 절차 완수에만 집착하는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3) 일
반적인 애자일 기법은 출시 전에 잠재고객 대상 테스트와 개선 작
업을 반복(시험→개선→출시)하지만,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제품
의 선출시 이후 고객 반응을 보고 개선하는 방식(출시→시험→개선)
도 채택되고 있다.4)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나두Scanadu 사
는 언제든지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
고는 2013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선판매
를했다.선구매자들은임상시험의공동연구자로참여하고자신이
측정한데이터를임상시험에제공한다.FDA의승인을받지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한 것을,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 및 투
자 명분으로 판매한 것이다.5) 이처럼 심지어 규제산업에서도 판매
허가전에투자자들에게사용자피드백을받는방식이가능하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 기업들 역시 애자일 방식을
채택하여 성공한 사례들이다. 정기 패션쇼를 통해 다음 시즌 제품
을 준비하는 전통 방식과 달리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고객 반응에
따라계속해서디자인을바꾸어가며짧은주기로제품을생산한다.
3D 프린팅 기술이나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발전도 다품종 소량
생산의 비용을 낮추어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
게 해준다. 특히‘스피드팩토리’라고 명명한 아디다스의 스마트팩
토리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생산규모는 연 5만 켤
레로 아디다스의 연간 판매량(3억 켤레)의 0.017%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 100개의 스피드팩토리를 건설해도 겨우 1% 남짓을 소화할
뿐이어서기존의생산방식을대체할수는없다.그럼에도불구하고
스피드팩토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수요시장 인근에서 공
급사슬을 단축하며 다양한 혁신적 제품을 신속히 시장에서 검증함
으로써 새로운 블록버스터 제품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어서다.‘마
이아디다스miadidas’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열성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만의운동화를디자인하면맞춤생산도제공하는데,이를통해
집단지성이발휘될수도있다.즉스마트팩토리가시장에서새로운
킬러앱(히트상품)을찾는탐색exploration 역할을수행하고,기존생산
방식은 발굴된 히트상품을 저가에 대량생산해 이익exploitation을 거
두는보완적관계로진화할것이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이를 조직 전
체가 빠르게 실행시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스피드 경영의 요
체였다면, 이제는 일선 실무자가 다양한 작은 실험을 빠르게 실행
하고 실패로부터 빠르게 학습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애자일
기법이 핵심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미래의 리더에게는‘한다’
또는(or)‘안 한다’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역할보다 조직
내에서 다양한 실험이 신속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
는역할이점점더중요해지고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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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지능혁명 1장 명사에서 동사로

  • 2. STEPI 미래연구 시리즈 2 사물지능 혁명 - 명사의 시대에서 동사의 시대로 2017년7월10일초판1쇄발행 지은이|이성호·유영진 펴낸곳|도서출판이새 펴낸이|임진택 책임편집|남미은 디자인|Design co*kkiri 출판등록|제2015-000223호 등록일자|2015년07월21일 주소|서울시마포구월드컵북로400문화콘텐츠센터5층4호 전화|02-305-6200, 070-4275-5802(팩스) 이메일|info@isaebooks.com ⓒ이성호·유영진2017 ISBN|979-11-88272-01-303320 •잘못만들어진책은구입하신서점에서바꾸어드립니다. •가격은뒤표지에있습니다. •이책은저작권법에따라보호받는저작물이므로무단전재와무단복제를금지하며,이책내용의전부 또는일부를이용하려면반드시저작권자와도서출판이새의서면동의를받아야합니다. •도서출판이새는독자여러분들의소중한아이디어와원고투고를기다리고있습니다. •원고가있으신분은info@isaebooks.com으로간단한개요와취지,연락처등을보내주세요. 이도서의국립중앙도서관출판예정도서목록(CIP)은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 홈페이지(http://seoji.nl.go.kr)와 국가자료공동목록시스템(http://www.nl.go.kr/kolisnet)에서 이용하 실수있습니다.(CIP제어번호:CIP2017015359) | 이성호·유영진 지음 | 사 물 지 능 혁 명 명 사 의 시 대 에 서 동 사 의 시 대 로 STEPI 미래연구 시리즈 2
  • 3. 4 5 미래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오지 않은 때를 말한다. 오래전 사람 들은 미래를 생각할 때 개인 차원의 미래에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복잡하지도 또한 빠르게 변하지도 않 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사회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과학기술 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됨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지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언젠가 우리가 결국 살게 될 아직 오지 않은때에대한연구가필요한이유이다. 인류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결국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해결될 수 도 있지만 간단하지 않다. 당면과제의 인과관계는 물론 현재 제시 되고 있는 해법이 최적은 아니며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수 많은 역술인들과 정교한 모델링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역사적으로시도되었지만해법은아니었다.하지만미래는아직오 지않았기때문에우리스스로가만들수있는기회가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각종 자료를 분석 하고, 석학들의 강연을 듣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보다 넓 은 시야에서 상상을 펼쳐보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미래 문해력 | 발간사 | STEPI 미래연구시리즈를시작하며
  • 4. 6 76발간사 STEPI미래연구시리즈를시작하며 불의 역사: 불을 지배한 자의 역사 흔히들 인류 최초의 기술을‘불의 사용’이라고 한다. 인류는 불 을 이용해 어둠을 밝히고, 추운 동굴을 덥혔으며, 잡은 짐승을 구워 요리를 할 수도 있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불을 점화하고 저 장하고 다루는 기술도 점점 발달했다. 자연의 불을 채집해 나뭇가 지를 태우다가 부싯돌과 마른 장작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인공의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는 동물의 기름을 모아 등잔불을 만들었고, 불로 철을 다루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철제 농기구는 농업 생산력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고, 철로 만든 무기 는 봉건사회를 등장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윽고 인류는, 순간 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 불인 화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이용 해 대포와 총기를 제작했으며, 이러한 무기가 대량 살상을 가능하 게함으로써중앙집권왕조의등장을불러왔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석탄이라는 화석연료를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화석연료로 만든 불이 발생시킨 수증기를 동력에 너지로 변환시키는 증기엔진의 발명은 급격한 생산성 향상과 교 통수단 발달을 가져왔고 이는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19세기 | 프롤로그 |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futures literacy이라할수있다.다시말해나를둘러싼외부환경의변 화가 앞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를결정할수있게해주는역량인것이다. 미래 사회의 빠르고 복잡한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 인이 과학기술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혁명 초기 증기기관의 발명을 비롯해 철도, 전기, 내연기관, 항공, 각종 소재, 반도체, 컴퓨터, 스마트폰 등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명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꾸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근 기술의 융합은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복잡 하고급속하게변화시키고있다.기술발전이사회와경제에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의중요한역할중하나다. 본미래연구시리즈는일반인을대상으로미래사회의변화전망 과 그 동인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을 전달하고자 기획되었다. 미래 연구 시리즈에는 미래연구의 일반론에서부터 구체적인 이슈와 핵 심적인 변화 동인,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 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식견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 모두가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함께고민하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송종국
  • 5. 8 9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말과 20세기 초를 거치면서 인류는 석유와 천연가스라는‘새로운 불’의 원천을 발견했고, 이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곧 자본주의 경 제의 밑바탕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원자력의 시대로 들어섰으며, 이로써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힘을 가진새로운불을지배할수있게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불의 역사가 곧 인류의 발달사라고 할 수 있으며, ‘불’이라는 것을 다루는 능력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류의 삶과 문 화의 영역도 점차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불은, 쓸모없어 보이던 황무지를 삶과 생산의 공간으로 변화시켰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둠의시간이었던밤을생산과오락의시간으로변화시켰으며,수 증기를 모아 기차를 움직이고 또 커다란 공장의 기계를 가동시키 는 생산에너지로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과거에 없던‘새 로운불’을만들어지배하는자가다음시대의지배자가되었고,불 의원천을지배하기위한투쟁의역사가곧인류의역사였다. ‘불’이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한 까닭은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물리적 세상physical world’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에너지의‘근본’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대부분 의 기술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형태form와 기능function이 결합되 어 있다. 망치면 망치, 톱이면 톱, 숟가락이면 숟가락, 밥상이면 밥 상…… 그게 무엇이든 일상적인 모든 기술은 그 용도와 목적이 미 리 정해져 있고, 디자이너 역시 그 용도와 목적을 염두에 두고 그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을 하게 마련이다. 즉, 대부분의 기술은특정한목적을가지고태어난다. 그런데 불은 그 잠재적 용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특성이 있었 다. 불을 알게 된 후 인류는 불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냈다. 불을 응용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삶의 기본적 기술을 만들어냈고, 또한 불을 이용해 농업, 제조업, 운송업 등 각종 분야 에서 다양한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 심지어 중세에는 불을 이용 해 금을 만들고자 한 연금술이 당시를 대표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 았을 정도다. 이처럼 불은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것을 활용해 새 로운 기술을 창출해내는 힘, 즉‘창발성generativity’이 있다. 불은 프 로그램하기에따라끊임없이새로운기술과혁신을쏟아내는,그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만능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처럼 특정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비약 적으로 제고시키는 기술을 가리켜 경제학자들은‘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한다.1)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또 다른 새로운 불을 발견하게 된 다. 그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조 작처리전파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물질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이 불이었다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 로 만져지지도 않는 정보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은 디지털 기술이 다. 과거 인류의 역사가 불을 지배하는 자의 역사였다면, 앞으로 인 류의 역사는 새로운 불,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인 디지털 기술을 지배 하는자의역사가될것이다.
  • 6. 10 11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디지털 시프트: 물리적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로 정보화 혁명이 시작되 었다. 디지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불이 컴퓨터에서 나 와 세상의 모든 사물에 스며들어가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더욱더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을 두고‘4차 산업혁명’이라 칭하기 도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필자들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 술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결합한‘사물지능Intelligence of Things’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동인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이란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주어진 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역 량이다.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정교하게 작성되었을지라도 그 능력이 고정되었던 것과 달리 인공지능은 학습능력과 적응력을 보 유하여 경험이 쌓일수록 현실 대응능력의 깊이와 넓이가 더욱 풍 성해지면서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으 로 모든 사물과 연결되고 학습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면 서 제품의 기능이 더는 고정되지 않고 상황맥락에 유연하게 대응 할수있게된다. ‘새로운 불’인 디지털 기술의 경영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디지털 기술의 독특한‘비물질성non-materiality’에 서 출발한다. 비물질적인‘디지털 정보bit’에 근간을 둔 디지털 세상 은 이제까지 인류 문화와 경제를 지배해온‘물질atom’세상과는 근 본 원리부터 다르다. 물리적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근본적 원 리가바뀌는것을‘디지털시프트Digital Shift’라고이름지을수있다. 불이나 디지털 기술처럼 특정한 목적에 구애되지 않고 범용성 과 창발성을 갖춘 기술은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혁신을 이룰 수 없 다.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그 창발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삶의 변 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필자들 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우리 삶의 변화로 이끄는 혁신 방법론으 로서‘디자인’을 이 책에서 다룬다. 디자인이란 새로운 기술을 이 용해 이제까지 보지 못한 미래의 삶의 모습을 구현해가는 과정이 며, 또한 삶 속에 있는 문제를 새로운 기술 개발의 기회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과거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전, 물리적 기술 이 세상을 지배할 때 만들어진 제품 조형미 중심의 디자인 논리로 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세상에 적응할 수가 없을 것이다. 디지 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이루어내려면 새로운 디자 인논리가필요하다. 한편,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삶의 활동을 수 행하는 과정에서는 소위‘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이라 불리는 데 이터가 생성된다. 과거 데이터가 부족할 때는 증거보다 직관에 의 존해야 할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데이터가 범람하면서 제품 개 발 및 디자인에서 증거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기 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용자 체험 디자인 시도가 실제 삶에서 효과 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할 수 있고 개선방 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전통적인 통계학과 더 불어 이러한 데이터 분석과 검증 과정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 7. 12 13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있게돕는다. 이처럼 디지털 시프트라는 변화는 새로운 디자인 원리의 정립과 발전된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디자 인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3대 견인차Three Drivers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삶에 대한 관찰에서 도출한 아이디 어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체험을 디자인하고Experience Design 이를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속히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한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생활에서 사용하며 체험에 몰입하 게 되고, 사용자 체험의 전 과정은 다시 데이터로 저장된다.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분석Data Analytics하여 더 풍성한 통찰Insight 을 얻게 되고 이 피드백을 토대로 더 개선된 체험을 디자인해 더 많 은사용자를끌어들이는선순환적발전을만들어간다.이과정에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자, 제품서비스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 자,기획자등다양한전문가가서로협력한다. 지난 십 수년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정보기술 이 얼마나 급격히 우리 삶을 변화시켰는가를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혁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개발 초 기만 해도 빌딩만큼이나 컸던 컴퓨터가 이제는 호주머니 속에 들 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향후 십 년쯤 지나면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 가 사람의 피 속에 있는 혈구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 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제 컴퓨터는 특정 전문가들을 위한 전문기 ■디자인, 디지털, 데이터의 선순환적 발전 관계 신속하고 유연한 실험 피드백 제공 디지털 흔적 수집기록 Digital 디지털 : 사용자 체험 구현 (Engagement) Design 디자인 : 아이디어 창출 (Insight) Data 데이터 : 아이디어 검증 (Analytics)
  • 8. 14 15프롤로그 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 술이 아니다. 삶의 구석구석에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이 미깊이녹아들어있다.디지털기술과정보의편재성ubiquity을토대 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혁신적인 경영 및 조직운영 논리가 등장 하면서근본적인삶의변화를일으키게될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서 개인 삶의 존재와 가치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가능성, 그리고 조지 오웰이 소설《1984》에서 상상한 것과 같은 철저한 통제 사회 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인터넷과 모 바일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개인이 창업의 꿈을 이루어 자신들이 원하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 대가로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 는 변화라 하겠다. 실제로 디지털 기술은 인도, 중국 같은 개발도상 국에이전에는불가능했던경제개발의기회를제공하였고,또다른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에도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면 이들과 같 은 경제개발의 기회를 이룰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디지털 기술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추적하고 통제하고 규제하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도시 구석 구석마다 설치된 감시카메라, 스마트폰에 장착된 GPS, 모든 거래 를 기억하는 디지털 상거래 데이터베이스 등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거미줄같이 펼쳐진 디지털 네트워크는 이미 우리들의 일상생 활을낱낱이기록하고있다. 이처럼두가지가능성이다양하고복잡하게겹쳐진모습으로우 리 삶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기술을 어떻 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모습은 열린 공유의 공간과 닫힌 감시의공간중하나로결정될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의 산업화 시대에 경영의 핵심은 제한된 물리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극 대화하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거기에 뒤따르는 여러 양상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었다. 이에 반해, 다가오는 디지털 시 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라는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고 실현시킴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 출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도전과 예기치 못한 문제 들을극복해나가는과정이라고해야할것이다. 과거산업화시대에한국기업이땀과희생으로선진국이기피하 는3DDirty, Difficult, and Dangerous 업무를수행하며성장했다면,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지털디자인데이터라는 새로운 3D 역량을 유기적으로 구사해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며‘제품 중심’에서‘체 험중심’으로의산업패러다임시프트를선도해나가야할것이다.
  • 9. 프롤로그|새로운불,디지털기술을지배하라·7 1장명사에서 동사로·24 ▶디지털의원리와컴퓨터아키텍처·25 ▶‘전화기’에일어난두가지놀라운변화·29 ▶명사중심의세상·31 ▶동사중심의세상·34 ▶당신회사의경쟁자는누구인가?·39 ▶‘A아니면(or)B’라는선택을강요하는폭군·42 ▶완벽한여백만들기·44 ▶동사시대의핵심역량은애자일기법과오픈이노베이션·47 2장인지혁명과 사물지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50 ▶초기인공지능의작동원리와그성취및한계·51 ▶주도권을획득한데이터기반의귀납적방법론·53 ▶사물지능의등장,디지털화확대·58 ▶인간과사물사이의자연스러운상호작용을구현·62 ▶가치사슬의확장·63 ▶사물지능을활용한비즈니스모델혁신:제품의서비스화·67 ▶사물지능혁명이견인하는산업패러다임시프트·80 3장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의 결합·90 ▶빅데이터의부상과한계·91 ▶기계학습의발전·95 ▶인간의대뇌신피질과이를모방한인공신경망·98 ▶급부상하는딥러닝방법론·104 ▶이미지정보의이해와자연어처리기술의발달·112 ▶인공지능의인지능력발전전망·116 ▶종합적인클라우드서비스발전과데이터처리의아웃소싱·120 4장지능증강: 개인맞춤 서비스 개발과 스마트 규제 구현·124 ▶개인단위의예측분석·125 ▶세분화된인과효과분석과향상모형의장점·128 ▶장기적동태적전략도출·142 ▶규제및공공서비스에인공지능의전향적적용이필요·151 ▶인공지능의오류가능성검증·156 | 차례 | 1부· 2부· 디지털: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20 데이터: 학습을 통한 지능증강과 개인화 서비스·85
  • 10. 5장디지털 시대의 ‘경험’ 디자인·172 ▶디자인이란무엇인가?·175 ▶왜디자인인가?·182 ▶디지털경험디자인·186 6장디지털 혁신을 위한 디자인 사고와 디자인 경영·216 ▶‘프로덕트’측면:제품디자인에서총체적사용자체험디자인으로확장·219 ▶‘프로세스’측면:디자인사고와선행디자인프로세스의체계화·226 ▶‘피플’측면:사내디자인역량과외부인터프리터네트워킹강화·235 ▶새로운시대의사용자체험디자인혁신·240 7장재편되는 비즈니스 모델·248 ▶IT산업과자본재산업의서비스화추세·249 ▶소비재산업의변화:구독서비스확대와자동차산업의디지털화·258 ▶서비스산업의변화:의료산업의수익모델변화·274 ▶사물지능,미래의산업계를어떻게재편할것인가?·278 8장달라지는 ‘노동’, 새로운 인재상·284 ▶노동시장에대한인공지능의역기능과순기능·285 ▶인공지능의부상에대응하여인간은무엇을할것인가·297 9장사물지능 시대의 사회 제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는가?·310 ▶개인정보보호규제의개선이필요하다·311 ▶소비자보호및공정거래방안·317 ▶윤리적법적책임의문제·321 ▶4차산업혁명과자본주의4.0·328 에필로그|또다른디지털혁명의시작·331 주·337 3부· 4부· 디자인: 사물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169 미래 사회,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245
  • 11. 20 21 디지털: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D I G I T A L | 1부 | 1장·명사에서 동사로 2장·인지혁명과 사물지능,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다
  • 12. 22 23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을 10년 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 하면 금융에너지인프라 등 전통 산업의 유형자산 중심의 기업들 이 밀려나고, 8개의 지식집약적 하이테크 기업이 순위 안에 입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 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내 기업 수를 3개에서 8개로 10 년 만에 대폭 늘렸다.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들이 모두 10위권에서 탈락했고 민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글로벌 10위 기업 목록에 올랐다.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 시장에서 이미 디지털 시프트 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 들이성장잠재력을인정받은것이다. 1부에서는 디지털 기술, 특히 사물지능 기술이 모든 제품에 적용 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사업의 본질과 수행방식이 어떻게 변화하 고있는지그방향을살핀다.먼저1장에서는디지털의원리와컴퓨 터의구조를이해하고아날로그기술과의차이를통해산업화시대 에 형성된 제품 중심의 경제가 체험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는 패러 다임시프트를다양한사례와함께알아본다. 2장에서는사물지능기술의등장으로디지털화가확대되며조달, 제조, 판매 등 공급자 영역에 한정되던 산업 가치사슬이 상품 구매, 체험 몰입, 가치 실현 등 사용자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 고,각종비즈니스모델혁신가능성도전망해본다. 순위 1 2 3 4 5 6 7 8 9 10 2007년 10월 2017년 5월 기업명 엑슨 모빌 (미) 페트로 차이나 (중) GE (미) 차이나 모바일 (중) 공상은행 (중) 마이크로소프트 (미) 가즈프롬 (러) 로열 더치 셸 (EU) 시노펙 (중) 건설은행 (중) 기업명 애플 (미) 알파벳(구글) (미) 마이크로소프트 (미) 아마존 (미) 페이스북 (미) 버크셔 해서웨이 (미) 존슨 존슨 (미) 엑슨 모빌 (미) 텐센트 (중) 알리바바 (중) 시가총액 510 448 421 405 372 344 291 278 267 266 시가총액 796 675 539 475 439 408 345 341 325 298 자료: 전종규(2016), 스마트 차이나, 중국 4차 산업혁명, 삼성증권; NIKKEI Asian Review(2017. 6. 2),“Apple,othertechfirmsliftglobalmarketcaptorecord”.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기업들(단위: 십억 달러)
  • 13. 24 251장 명사에서동사로 디지털의 원리와 컴퓨터 아키텍처 새로운 불, 디지털 기술의 근본 속성을 먼저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만들려면 눈에보이고손으로만질수있는물리적매체에담아야했다.즉디 지털기술이등장하기이전의모든정보는아날로그신호를이용해 물리적으로 저장, 전송, 그리고 재생되었다. 아날로그 기술은 근본 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와 정보의 상호 분리가 불가능하도 록되어있었다.예를들어,음악을저장하는LP를생각해보자.공기 의진동으로만들어진음향정보를레코드판표면의홈groove이라는 저장매체로 변환함으로써 음악을 저장하고, 전송하고, 재생한다. 이경우음악이라는콘텐츠는LP라는전달매체로부터분리될수없 다. 책, 잡지, 신문 같은 출판 미디어도 마찬가지여서 문자로 된 정 보는 인쇄 과정을 거쳐‘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저장되고, 전송되 고, 재생된다. 이처럼 전통적인 아날로그 미디어는 특정 콘텐츠와 그콘텐츠에특화된특정전달매체의결합으로이루어져있다. 오랫동안 마치 노예처럼 물리적 매체에 붙잡혀 있던 정보를 해 명사에서동사로 ▶1장
  • 14. 26 271장 명사에서동사로 방시킨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기술이다. 1937년 MIT에서 석사학 위 논문을 통해 이진대수Boolean algebra를 활용한‘디지털 회로 설 계 이론’을 창시한 바 있는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그 주역이 다. 섀넌은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의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통신의수학적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논문 을 1948년에 발표하였다. 그는 0과 1만을 이용해 모든 종류의 정보 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이 기존의 아날로그 기 술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밝혀냈 다. 그의 논문은 오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의 출발 점이되었다. 디지털 정보의 특징은 모든 콘텐츠를 비트bit(0 또는 1)로 변환함 으로써 하나의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 다는 점이다. 정보가 디지털화되면서 콘텐츠 역시 더는 특정 전달 매체에 구속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든 콘텐츠는 0과 1의 결합으 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비트)로 표현될 수 있고, 오늘날에 이르러 서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공통의 디지털 매체를 통해 다양한 디지 털 콘텐츠가 저장전송재생될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오 늘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통신은 콘텐츠와 매체의 분리를 가져왔다. 오래전 인류가 불이라는 수단을 온갖 일에 두루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디지털 신호는 어떤 콘텐츠도 디지털 표준을 따 르기만 하면 마음대로 저장하고 전송하고 또 재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한편, 컴퓨터는 어떻게‘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만능기계가 되 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 기술은 영국의 수학자 앨 런 튜링Alan Turing과 미국의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제안한 아키텍처를 근간으로 한다. 이전의 컴퓨터는 수행할 수 있 는 프로그램이 시스템반도체나 컴퓨터 하드웨어에 고정되어 있었 다. 최초의 현대식 디지털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ENIAC의 경우, 프 로그램을 한 번 바꾸는 데 최소 3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폰 노이만이 창안한 새로운 아키텍처는 컴퓨터가 실행 프 로그램을 컴퓨터 메모리에 데이터와 더불어 저장해두었다가 그때 그때 필요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제어장치 로 불러서 사용한다. 이 같은 디자인이‘컴퓨터’라는 기술이 여러 가지 기능을 자유자재로 실행하는 범용기술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 었다. 오늘날우리가사용하는모든디지털컴퓨터는폰노이만아키텍 처를 바탕으로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하나의 컴퓨터를 계산기, 워 드프로세서,MP3플레이어등다양한용도로쓸수있다.과거의조 상들이 불을 가지고 집을 덥히기도 하고 어둠을 밝히기도 하고 음 식을 요리하기도 하며 무기를 만들기도 했던 것처럼, 폰 노이만 아 키텍처를 따르는 현대의 컴퓨터는 프로그래밍하기에 따라 무엇이 든지 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애초 창발성이 가 능하도록만들어진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 기반한 디지털 기술이 우
  • 15. 28 291장 명사에서동사로 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러자 이제까지는생각하지못했던근본적변화가일어났다.이전에는한 가지 기능만 가지고 있던 기술들이 다양한 용도를 갖는 기술로 변 화하게 된다. 중세 시대의 연금술이 그러했듯 평범한 기술을 변형 시켜‘황금’을만들어내는것같은‘새로운불’이된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다. 과거의 생산기술에 비해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파괴적이라 할 정도의 가격 변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지닌 고유의 창발성은 기존의 산업조직에서는 창조적 경제활동에 쉽사리 참여할 수 없었던 많은 계층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 록 기본조건을 마련해주었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기만 의 디지털‘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 어와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면서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든지 디 지털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욱이 디지털 제품 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디지털 정보 및 프로그 램이 핵심이기 때문에, 물리적 제품에 비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생 산,저장,복제,유통을할수있다. 이처럼디지털기술의대중화는산업혁명이후확고히자리를잡 고 있던 산업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라는 기본적인 산업방정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 산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면 엄청난 양의 자본투자가 필수적으로 뒤 따랐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바 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대량생산을 해서 시장에 공급하려면,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있어 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한 대규모 투자의 필요성이 결국 월스트리 트로 대변되는 자본시장의 발달을 가져왔고, 그러자 역으로 일반 개인이나 소수 창업자의 생산활동에는 자본투자가 결정적 장애요 인으로작용해왔던게사실이다. 그러나 값싼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가 이 같은 산업방정식에 변 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큰 자본이 없는 사람도 컴퓨터가 있고 인 터넷을 이용할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고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생산 및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의 높은 진입 장벽은이제경쟁의장애물로전락했다. ‘전화기’에 일어난 두 가지 놀라운 변화 전화기에 인터넷과 컴퓨터 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전화기에는 두 가지 큰 변 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 변화는 전화기를 통해 주고받는 통신 신호 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이다. 두 번째로 모바일 전화기 에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 운영체계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단순한 전화 기능뿐만 아니라 수많은‘앱’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전화’에서 형 식과 기능의 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스마트폰의
  • 16. 30 311장 명사에서동사로 전화 기능은 단지 하나의‘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은 다운받은 앱app에 따라 전자책이 되기도 하고, 지도가 되기도 하고, 내비게이션이 되기도 하고, 카메라가 되기도 한다. 2007년 1월 9일 첫 아이폰이 공개된 이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사이, 즉 미국에서 2007년과 2016년 사이에 스마트폰의 연간 판매는 536% 증가한 반면, MP3 플레이어는 87%, 내비게이션은 80%, 디지털카 메라는 66%나 판매가 감소하였다. 스마트 TV 또한 비슷한 단계의 변화를 거치고 있다. 먼저 TV 신호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 었고, 그다음 단계에서 TV와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결합으로 구글 의 안드로이드, 삼성의 타이젠, 애플의 iOS를 기본 운영체계로 한 스마트 TV들이 속속 시장에 소개되고 있다. TV를 보면서 페이스북 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앱을 사용해 다른 시청자들과 자 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도 있고, TV에 간단한 카메라를 설치하면 스 카이프라는앱을이용해화상회의를할수도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전화’혹은‘TV’라 고 하는 개념의 종말을 가져왔다. 이제는 휴대전화를‘전화기’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 전화기 속으로 디지털 기술이 녹 아들어가면서 일어난 변화는 앞으로 일어날 디지털 세계의 변화상 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할 만하다. 요컨대 디지털 시프트는 ‘명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명사’중심의 개념에서 ‘동사’중심의 개념으로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뒤에는 프로그래밍을 함으로써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속성,즉가변성programmability이있다.하나의컴퓨터를가지 고 워드프로세서, 계산기, MP3 플레이어, 게임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익숙했던 여러 가지 일상의 물건들 속 에 디지털 기술이 들어가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기 능이 추가될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한 용도로만 만들어야 했던 일 상의물건들이서서히만능기계anything machine가되어가는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래머빌러티programmability는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 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며, 일상의 물건들에 새겨져 있던 기존 개념의 파괴로 이어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물건 개념이 근본적으로 허물어지는 세상이 다가오 고있는것이다. 명사 중심의 세상 지나간 산업화 시대는 소위‘명사’중심의 세상 이었다.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이 물리적 제품이었다. 따라서 산업 화 시대에 경쟁의 핵심은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남보다 먼저 생 각해내고, 그러한 아이디어를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품질의 제 품으로 완성해내 시장에 공급하는 데 있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 은곧그기업이어떤제품을갖고있느냐에달려있었다.1980년대 에‘경쟁전략’연구로권위를떨친하버드경영대학의마이클포터
  • 17. 32 331장 명사에서동사로 교수의 이론을 한마디로 요약해보자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남보다 더 좋은 제품, ②남보다 더 싼 제품, ③남들이 관심 을 두지 않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생존 전략과 그 기업이 만드는 제품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 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산업화 시대에 기업들의 성공은 제 품을규정하는‘명사’를누가소유하느냐에달려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개발되어 적정한 가격으로 시장에공급되려면대규모투자가필요했다.제품생산시설을지으 려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화 시대의 기업들은 비싼 자본비용을 감당하면서 대규모 의 시설투자를 해야 했고, 그 제품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해야만 투 자자는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또한 명사 중심의 세상임을 보여준다. 즉‘공장’을 지어야 했고,‘물건’을 만들 수 있 는‘기계’를사야했다. 물리적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명사적인 생각은 사실 20세기 경 영학의 기본적 사고 틀이었다. 물리적 제품은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고, 그 경계선을 따라 각종 산업이 자리매김했 다. 이와 같은 제품 중심적 사고의 바탕에는 물리적 제품이 지닌 근 본적 의미, 즉“그것은 무엇인가?What is it?”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변화하지않는다는믿음에서출발한다.자동차는자동차이고,책은 책이고, 전화기는 전화기라는 것이다. 제품 간의 확실한 경계선이 산업을 구분하는 근본이 되고, 이것이 또한 기업의 경영전략을 만 드는데출발점이되었던것이다. 그래서 20세기를 풍미한 유명 기업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명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다. ATT는 전화기 를, IBM은 컴퓨터를, GM은 자동차를, 제록스는 복사기라는 명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즉 제품으로서의 명사를 만들어냈고, 그 명사는 고유한 의미를 지녔다. 예컨대 소니는‘워크맨’이라는 명사를 만들 어냈고그명사로세상을바꾸었다. 펜실베이니아 서부, 오하이오, 미시간 등을 잇는 미국 중부를 가 리켜 흔히들‘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미국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기업들이 집중적으 로 몰려 있는 지역, 곧 자동차와 항공 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 던 각종 부품업, 자동화 시설, 제철 산업 등이 근간을 이루던 지역 이다. 한때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산업화 이노베이션 의 산실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요즈음 이 지역을 방문해보면 상황이 매우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산업화 도시가 남긴 텅 빈 껍데기를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거대하던 산 업화기반을이렇게송두리째허물어버렸을까? 물리적제품을기업경쟁전략의기반으로삼은명사적사고의결 과다. 그들은 자동차라고 하는 제품이 가진 근본적 의미를 추구하 기보다는 자동차라는 명사로서의‘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전략의 핵심을 두었다. 어떻게 하면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느냐가 과거 자동차 기업들이 견지한 전략의 핵심이었다.
  • 18. 34 351장 명사에서동사로 소비자에게‘자동차’라는 제품이 갖는 의미가 시간이 지나고 문화 가 바뀌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에 관해서는 질문을던지지못했던것이다. 기존의 기술혁신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하고 새로운 기능을 첨부 하고 생산성을 높여 가격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프트로 인한 변화란 기존의 제품 개념을 파괴하고 새로 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 같은 개념 변화를 적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만들어내는일이다. 개념의 파괴는 단순히 제품 그 자체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다. 한 제품의 개념이 바뀌면 그것은 곧 해당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 의 변화까지 불러온다. 예컨대 오늘날에는‘책’이라고 하는 제품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책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출판사, 도서관, 그리고 서점이라는 생태계가 자리 잡았 으나, 책의 개념이 변화하자 도서관과 서점이라는‘명사’개념 또 한함께도전받고있다. 동사 중심의 세상 《나이키의상대는닌텐도다》라는책이있다.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이키가 파는 제품은 단순 히 신발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꾸로 닌텐도가 파는 제품 또한 단순 히 게임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명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나이키 는 신발을, 닌텐도는 게임기를 파는 회사이다. 둘은 각각 전혀 다른 시장에서 각각의 경쟁자를 상대한다. 그러나 동사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이 둘은 직접적 경쟁자이다. 나이키와 닌텐도는 둘 다 청소년 들에게 여가시간의‘놀이play’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유행하기 전에는, 미국의 많은 청소년이 나이키 운 동화를신고농구를하면서제2의마이클조던이되는꿈을꾸었다. 그러다 닌텐도 게임기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도시 지역 청소년들이 농구공을 내려놓고 게임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놀이 도구 가 농구화에서 게임기로 바뀐 것이다. 명사는 바뀌었지만, 동사는 사실상 변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장에서 경쟁의 핵심은‘물건’이 아니다.그물건을가지고무엇을하는가,즉행동이고그행동을대 표하는‘동사’가바로새로운경쟁전략의핵심이되었다. 디지털 게임기의 등장으로 매출이 하락하며 경영 위기에 봉착했 던레고도처음에는아이들이어떤‘장난감toy’을좋아할까하는것 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아이들에게‘놀이play’란 무엇일까 하는 동사적 사고 기반의 질문으로 사업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레고는 레고재단을 설립하고‘플레이퓨처스PlayFutures’라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조직해‘놀이를 통한 학습Learning through Play’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레고는 놀이란 아이들에 게‘도전’이고‘성장’이며‘자부심’이라는 통찰을 얻었고 이를 통 해 디지털 게임기의 벤치마킹이 아니라 도전과 성장하는 놀이 체 험을 제공하는 일련의 제품과 레고랜드, 영화, 게임, 교육 프로그램
  • 19. 36 371장 명사에서동사로 등 각종 서비스 개발을 이어갔으며, 그 결과 경영 측면에서도 부활 했을뿐아니라고성장을이루어냈다.2) 동사는 움직임을 표현한다. 그래서 동사는 항상 열려 있다. 반대 로 명사는 물건의 명칭을 표현한다. 따라서 명사는 그 경계가 분명 하게 그어져 있다. 같은 동사도, 함께 사용되는 명사에 따라 다양 한의미를가질수있다.예를들어‘읽다’라는동사는‘책’,‘신문’, ‘웹페이지’,‘이메일’같은 다른 명사와 결합해 다양한 의미를 만 들어낼 수 있다. 또한 동사는 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의미 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운전하다’라는 행동은 언제, 어디서, 누구 와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주중에 출퇴근을 위해 혼자서 자가용을 타고 하는 운전, 여름휴가를 맞아 온 식구를 미니밴에 싣 고바닷가로가기위해하는운전,결혼20주년을맞아사랑하는아 내와 함께 오픈카를 렌트해서 캘리포니아 1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 는 운전, 아침마다 동네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기 위한 스쿨버 스 운전기사의 운전, 위급한 환자를 싣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구급 차의 운전, 그리고 며칠에 걸쳐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화물을 나르 는 대형 화물트럭 운전 등 모두 똑같이‘운전하다’라는 동사로 표 현되지만, 그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에 따라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의 미와가치를던지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사는 명사와 달리 단 하나의 의미로 손쉽게 포 장해 가둬놓을 수 없다. 물리적 제품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명사가 경영자의 사고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의 근본적 개념의 변화와 파괴가 필요한 21세기에는, 동사 중심의 생각이 성공적 경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동사의 세상은 언 제나열려있기때문에불필요한선택을강요하지않는다.마치‘운 전하다’라는 동사가 여러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동사적인 생각은 기업과 경영자로 하여금 생각의 유연성을 갖게 한다. 또한 동사적인 생각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역동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동사는 항상 움직이지만 명사는 그렇지 못하다. 명사가 개개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인 데 비해 동사는 연결되는 다 른명사에그의미를제공하는역할,곧플랫폼이되어준다. 명사 중심의 세상이 동사 중심으로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 인가? 이제는 물리적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통해 얻는 소비자 의경험이가치창출의근본이기때문이다.소비자의경험은소비자 의 행동을 통해 얻어진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 즉 명사를 자신의 행동인 동사를 통해 경험으로 변환시킨다. 그리 고 그 변환된 결과인 경험이 바로 가치창출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제품이점점디지털화되어가면서,물질적제품자체의가치보다그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행동, 즉 동사가 가치창출의 중심으로 자리를잡게되는것이다. 미국 러스트 벨트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관찰해보면, 대부분의 기 업이 여전히 명사 중심으로 자신들의 사명을 규정하고 있다.“우 리는 고품질의 전자부품을 고객들에게 공급할 것이다”라는 식이 다. 명사 중심의 기업 사명은 그 명사의 의미가 바뀌거나 무의미
  • 20. 38 391장 명사에서동사로 해지면 그 기업의 존재 의미 자체까지 도전받게 된다. 그러므로 디 지털 시대의 기업은 사명 역시 동사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구글 의 기업 사명은“We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우리는 세상의 정보를 체계적으 로 정리해서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유용하게 만든다)”이다. 여기서 구 글이 내세우는 가치의 핵심은‘organize’와‘make’라는 두 개의 동사다. 세계적인 커피 회사 스타벅스의 기업 사명은“We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우리는 한 컵마다 한 사람과 한 이웃의 영혼을 고취시키고 보살펴 키운다)”이다.‘inspire’와‘nurture’라는 두 가지 동사가 기업 사명의 핵심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내 세우는 가치에 따르면, 커피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마시는 각성제로서의 커피가 더는 아니다. 커피는 이제‘마시는 커피’그 이상이다. 스타벅스가 보기에 커피는 소비자의 영혼을 감동시키고 개발시키는하나의도구다. 만약당신의회사가새로운디지털시대에발맞춰준비가잘되어 있는지 알고 싶은가? 기업 사명부터 찾아보라. 기업 사명이 명사 중심인지, 동사 중심인지 확인해보라. 아직도 명사 중심이라면 당 신 회사의 가치를 이루는 핵심을 표현해줄 동사가 무엇인지 고민 하라. 이는 단순히 최고경영자만의 고민이어서는 안 된다. 명사적 사고에서 동사적 사고로의 변화는 최고경영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모든조직원이가져야하는근본적혁신이기때문이다. 당신 회사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연말연시가 다가온다거나 친구 나 가족의 생일, 결혼, 졸업 등 축하할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축하 메시지를 써서 카드를 보낸다. 그래서 미국의 카드 시장은 연간 매 출이 40억 달러인 홀마크Hallmark와 17억 달러인 아메리칸 그리팅 즈American Greetings라는 두 공룡의 경쟁의 장이다. 매년 밸런타인데 이,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핼러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그 해에 새로 나온 기발한 카드들이 매장을 가득 메운다. 뭉클한 감동 을 주는 새로운 글귀가 담긴 카드,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움직이 고 소리를 내는 카드, LCD와 바람 센서를 이용해“후~”하고 불면 LCD 촛불이 커지는 생일카드 등 두 회사 모두 끊임없이 새로운 카 드를 내놓는다. 홀마크의 최고 경쟁자는 아메리칸 그리팅즈이고, 아메리칸 그리팅즈의 최고 경쟁자는 홀마크인 것이다. 둘은 항상 상대방의 신제품을 정탐하고, 장군 멍군 하는 식으로 새로운 카드 디자인을경쟁적으로선보인다. 그런데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가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 이는 와중에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문자 메시지, 메신저 앱을 이 용해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창끼리 혹은 비즈니스파트너끼리수십수백명이,이를테면페이스북과카카오 톡을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감사할 일이 있 을 때도 예전에는‘감사 카드’를 우편으로 보냈으나, 요즘 젊은이 들은 이메일로 인사하거나 링크드인을 이용해 감사 메시지를 남긴
  • 21. 40 411장 명사에서동사로 다. 청소년들은 생일선물로 애플 아이튠즈 뮤직스토어에서 온라인 기프트카드를보내곤한다. 카드 시장의 변화 역시, 명사의 세상에서 동사의 세상으로의 변 화를 의미한다.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가 다뤄야 할 핵심 제 품이예전처럼명사로서의카드가아니라동사로서의‘축하’와‘기 념’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새 페이스북과 메신저 앱 들이 홀마크와 아메리칸 그리팅즈의 경쟁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와같은변화가비단카드비즈니스에서만일어난것은아니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구글의 경쟁자 는 누구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일까? 아니면 인터넷 검색 의 원조인 야후일까? 둘 다 아니다. 구글을 이용해 과거 사실이나 정보를 검색하면 대부분의 경우 추천 1~3위에 위키피디아가 들어 간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용자들은 점차 구글에서 검색을 하기보 다는 곧바로 위키피디아로 가서 검색을 하게 될 것이고, 구글은 자 신들의 방문자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구글의 경 쟁자는 다름 아닌 위키피디아인 셈이다. 반대로, 지금 막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실시간 검색을 하고 싶으면 구글보다 트위터 가 훨씬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월드컵 결승전 경기 스코어를 알고 싶으면 구글로 검색을 하면 된 다. 그러면 위키피디아의‘월드컵 2002’페이지가 화면 맨 위에 뜬 다. 하지만 오늘 손흥민 선수가 출장한 토트넘 팀의 경기 결과를 알 고 싶다면, 트위터에서“Tottenham Hotspur”라고 검색을 하면 손 흥민 선수가 두 골을 어시스트해서 승리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런 의미에서 구글의 경쟁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빙’이 아니라, 위 키피디아와 트위터라고 볼 수 있다. 십 대 자녀를 둔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나 생일에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 로하고좋아하는선물을고르는것이다.네이버와구글에서“십대 소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검색해보아도 자녀의 취향과 딱 맞 아 떨어지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나 페이스북에서 자기 가족을 잘 알고 있는 친지나 친구들에게“다 음 주가 큰아들 열여덟 번째 생일인데, 뭘 선물하지?”라는 질문을 올리면 금세 적절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네이 버와구글의경쟁자는카카오톡과페이스북이다. 모엔Moen이라는 미국 기업이 있다. 싱크대와 수도꼭지 등을 만드 는 회사다. 이 회사의 경쟁자는 델타Delta인데, 역시 싱크대와 수도 꼭지를 만드는 회사다. 적어도 제품을 중심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 만 제품 자체를 넘어 제품이 선사하는 경험을 중심에 놓고 보면 다 른 세상이 보인다. 모엔은 부엌을 가족생활의 중심으로 잡고, 그중 싱크대를 부엌의 허브로 삼는다. 따라서 그들에게 부엌 싱크대 디 자인은 온 가족 삶의 중심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것이 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경험을 핵심가치로 삼는 또 다른 제품이 있 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만드는 스마트 냉장고가 그것이다. 이 두 회사의 주방가전이 지향하는 목표는 부엌에서 그 가족생활의 핵심 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엔의 제품은 판매 단계에서는 델
  • 22. 42 431장 명사에서동사로 타와 경쟁을 치러야겠지만, 일단 가정에 도착하면 삼성이나 LG의 제품과끊임없는경쟁을해서살아남아야한다. 이와 같이, 제품 중심의 명사적 생각을 소비자 경험 중심의 동사 적 생각으로 바꾸면 이전에는 경쟁자로 보이지 않던 업체들이 경 쟁자임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이제까지는 나의 시장이라고 생각 지 않던 분야가 나의 시장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이 기 존의 제품과 영역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제품에 대한 기존의 개 념이 무너져 내렸다면, 이제 기존의 명사적 생각을 동사적 생각으 로바꾸는코페르니쿠스적발상의전환이필요하다.디지털시프트 는 기존 제품의 개념과 영역을 모조리 허물고 경영자들로 하여금 가치창출의근본으로되돌아가게만든다. ‘A 아니면(or) B’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폭군 “이게 전화기야, MP3 플레이어야, 카메라야?”아이폰을 처음 접한 경쟁업체 최고경영자 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제품의 카테고리가 명확하지 않은 애매모 호한 아이폰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혼돈시킬 뿐이고 따라서 절대 성공할수없다는것이그의믿음이었다고한다. 전통적인 소비자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제품별 사업부 구조를 가 지고 있다. TV 사업부, 모바일 전화기 사업부, 백색가전 사업부, PC 사업부…… 식이다. 이와 같은 제품별 사업부 구조는 이들 제품 간 에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고, 그 구분선이 변하지 않는다는 명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사적 사고의 뒤에는‘A 아니면 B’식의‘or’라는 폭군이 숨어 있다.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TV면 TV, 전화면 전화, 두 가지 가운데 하 나를 확실하게 골라주고 결정해주는 것이야말로 결단력 있는 경영 자의리더십이라고여겨져왔다.하지만명사적사고가지배하던산 업화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A 아니면 B’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오히려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 제품 과 생활 속으로 녹아들면,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지워버리고 A와 B 가공존하는상생적사고를해야한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급격히 경쟁력을 잃은 기업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일본의 소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시 장 변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소니가 야심차게 두 개의 인기 제품 베가WEGA TV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준비했 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불행히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여러 문제에 부 딪혀결국에는빛을보지못한채도중에개발이취소되어버렸다. 제품 개발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소니 조직 깊숙이 자리 잡고 있 던 명사적 사고방식에 있다. 제품 개발에 참가한 TV 사업부 엔지니 어들과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어찌 보면 사소한 내용을 놓고 끊임없이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예를 들 어 제품을 켜는 순간 어떤 내용이 첫 화면에 등장하느냐 같은 문제 를두고갈등했다.얼핏해결이쉬운문제같지만,TV엔지니어들과
  • 23. 44 451장 명사에서동사로 플레이스테이션 엔지니어들 간의 근본적 시각 차이를 보여준 심 각한 문제였다. TV 엔지니어들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방송을 바 로 볼 수 있어야 하므로 당연히 TV를 끄기 전에 보고 있던 채널이 스크린에 맨 먼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플레이스테이 션 쪽 엔지니어들은 이 제품을 처음‘부트’할 때 컴퓨터처럼 로그 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생각 차이는 근본적으로 그들 이 이 새로운 제품의 정체성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TV 엔지 니어들은 이 신제품이 TV에 게임 기능을 얹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반대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이 제품을 컴퓨터로 생각해 그저 TV 기능이 첨가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이 신제 품의 명칭에도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or’라는 폭군에 사로잡힌 명사적 사고가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소니뿐 아니라 산업화 시 대에 확실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던 대부분의 회사가 이 같은 경 직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or’라는 폭군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있다. 완벽한 여백 만들기 명사 중심의 세상에서 디자인의 목표는 완 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화기를 만든다고 하면, 소비자 가 원하는 기능을 미리 알아내고, 그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제품 화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다. 이렇게 디자 인된 명사적 제품들은 자신이 지닌 스펙으로 경쟁한다. 예컨대 휴 대폰이라고 하면 통화 품질이 뛰어나고, 카메라 해상도가 얼마나 선명하며, 배터리 수명은 몇 시간이고, 내구성이 얼마나 튼튼한가 하는식이었다. 동사 중심의 디자인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을 두 기보다는,‘완벽한 여백Perfect Incompleteness’을 만들어내는 데 목적 이 있다. 대표적 예가 애플의 아이폰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완성 품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물론 애플의 최강점은 사용자의 필요와 기대를완벽하게예견하고그것을충족시키는디자인에있다.하드 웨어와소프트웨어,그리고심지어애플스토어에서의구매경험에 이르기까지, 애플은 사용자 경험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은 완벽한 소비자 경험을 강조한다. 하지만 제품의 완벽한 디 자인만이아이폰의경쟁력을만드는것은아니다.실제로아이폰을 경쟁사제품들과비교해보면,아이폰이하드웨어스펙이나성능면 에서는 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 아이폰이 보여주 는파괴력은어디에서나오는것인가?바로아이폰이지닌‘완벽한 여백’에서나온다. 사실 아이폰은 전화기로서의 기본 기능 및 몇 가지의 필수 기능 을 제외하고는 여백이 많은, 마치 미완성품 같은 상태로 출시된다. 아이폰의 빈자리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다양한 애플리 케이션을 다운로드했을 때, 그때 비로소 메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 24. 46 471장 명사에서동사로 아이폰은 지속적으로 완성되어가는, 어딘가 빈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이 시작한,‘여백을 가진 스마트폰’디 자인은 이제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는 경 쟁사에서도기본적인디자인조건으로자리를잡아가고있다. ‘완벽한 여백’의 개념은 단순히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디자인 개념이 아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제품이라면 모두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속성이다. 40년 전 인터넷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당시 존재 하던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인터넷은 여백이 많은 시스템이었다. ‘여백’은 의도적으로 남겨진 빈 공간이다.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 고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기능은 제3의 개발자들에 의해 유기적으 로그리고점진적으로출현해그빈여백을채워가고있는것이다. ‘완벽한 여백’은 동사적 사고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 폼으로서의 제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디자인 개 념이다.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에서 일 하는 창업자들에게 인기 있는 개념은‘최소한의 가능한 제품MVP: Minimally Viable Product’이다. 새로운 디지털 제품을 소개할 때 절대로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하려고 하지 말라는 지침이다. 오히려 최소한의 것, 꼭 필요한 기능만 완벽하게 구현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라는것이다.그런뒤제품이소비자들에게사용되기시작하 면,소비자들이어떤여백을채우고싶어하는지를살펴보고거기에 반응하라는 전략이다. 이 방법은 더 나아가, 그러한 여백을 다른 기 업들이나 소비자들이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스로 채워나가는 전략 을 필요로 한다. 과거의 제품 디자인 및 기술혁신 전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MVP 전략은 철저히 동사적 사고에 바탕을두고있다. 동사 시대의 핵심역량은 애자일 기법과 오픈 이노베이션 장인의 섬 세한 조율(튜닝)을 요구하는 아날로그 기술과 달리 각 기능의 독립 적(모듈화) 개발이 용이한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상 업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큰 사업일수록 시 장 선점이 유리한데, 고객을 선점하면 더 많은 피드백을 수렴하여 더 나은 사용자 체험을 창출하는 등 추가적 이익이 발생한다. 이 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인하보다‘시장까지의 시간Time to Market’단축이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 개발의 속도 경쟁이 중요해지면서 조금이라도 개발 시간을 단축하 기 위해 인수합병 및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수행하는 기 업도증가하고있다. 그런데 고객의 니즈가 불확실하고 또 급변하는 경우에는 불분명 한 가설을 토대로 순차적 연구개발을 수행하다가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신속히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 잠재고객 반응을 듣고 빨리 수정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데, 이처 럼 시장 변화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하는 연구개발 방법을 애자일
  • 25. 48 491장 명사에서동사로 Agile 기법이라고부른다.애자일기법은무계획과과도한계획사이 의 절충점을 선택하는 것으로, 특히 너무‘계획’에 의존하여 형식 적인 절차 완수에만 집착하는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3) 일 반적인 애자일 기법은 출시 전에 잠재고객 대상 테스트와 개선 작 업을 반복(시험→개선→출시)하지만,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제품 의 선출시 이후 고객 반응을 보고 개선하는 방식(출시→시험→개선) 도 채택되고 있다.4)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나두Scanadu 사 는 언제든지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하 고는 2013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선판매 를했다.선구매자들은임상시험의공동연구자로참여하고자신이 측정한데이터를임상시험에제공한다.FDA의승인을받지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한 것을,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임상시험 참여 및 투 자 명분으로 판매한 것이다.5) 이처럼 심지어 규제산업에서도 판매 허가전에투자자들에게사용자피드백을받는방식이가능하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 기업들 역시 애자일 방식을 채택하여 성공한 사례들이다. 정기 패션쇼를 통해 다음 시즌 제품 을 준비하는 전통 방식과 달리 이들 기업은 시장에서 고객 반응에 따라계속해서디자인을바꾸어가며짧은주기로제품을생산한다. 3D 프린팅 기술이나 스마트팩토리 기술의 발전도 다품종 소량 생산의 비용을 낮추어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 게 해준다. 특히‘스피드팩토리’라고 명명한 아디다스의 스마트팩 토리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생산규모는 연 5만 켤 레로 아디다스의 연간 판매량(3억 켤레)의 0.017%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 100개의 스피드팩토리를 건설해도 겨우 1% 남짓을 소화할 뿐이어서기존의생산방식을대체할수는없다.그럼에도불구하고 스피드팩토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수요시장 인근에서 공 급사슬을 단축하며 다양한 혁신적 제품을 신속히 시장에서 검증함 으로써 새로운 블록버스터 제품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어서다.‘마 이아디다스miadidas’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열성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만의운동화를디자인하면맞춤생산도제공하는데,이를통해 집단지성이발휘될수도있다.즉스마트팩토리가시장에서새로운 킬러앱(히트상품)을찾는탐색exploration 역할을수행하고,기존생산 방식은 발굴된 히트상품을 저가에 대량생산해 이익exploitation을 거 두는보완적관계로진화할것이다. 과거에는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이를 조직 전 체가 빠르게 실행시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스피드 경영의 요 체였다면, 이제는 일선 실무자가 다양한 작은 실험을 빠르게 실행 하고 실패로부터 빠르게 학습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애자일 기법이 핵심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미래의 리더에게는‘한다’ 또는(or)‘안 한다’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역할보다 조직 내에서 다양한 실험이 신속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 는역할이점점더중요해지고있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