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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고기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  sound   on
우리 아빠는 멍텅구리 아빠입니다 .  지금도 밖에서 비를 맞고 있습니다 .  내겐 비 오는 날에 창문도 못 열게 하면서 ...  왜냐고 이유를 물으면  〃아빤 어른이고 다움이는 꼬마이기 때문이지 ... 〃  저는 많이 아픕니다 ...  선생님이 백혈병이래요 ...  감기로도 죽을 수 있다고 하죠 ...  그래서 아빤 절대 비 오는 날엔 창문도 못 열게 하죠 ...
오늘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  방사선 치료는 너무 싫습니다 .  어두운 관 속 같은 곳에  나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 . 밖에서는 많이 아프지만  아빠가 제 손을 꼭 잡아주거든요 .
하지만 오늘 치료는 너무 아팠어요 .  그래서 전 벙어리가 됐죠 .  어찌된 일인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  그리고 앞을 볼 수도 없어요…… .  괜찮아질 거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  그래서 걱정은 없습니다 .  아빠는 한 번도 내게 거짓말 한 적이  없으니까요 . 
아빠가 이제 제가 다 나아서  퇴원하게 되었대요 .  너무 기뻐요 .  제가 그렇게 퇴원하기를 바랐거든요 .  아빠는 제 소원을 들어줬어요 .  역시 우리아빠입니다 .  이제 더 이상 아픈 치료를  안 받아도 된데요 ~  내일 퇴원하게 됩니다 .
2 년의 병원생활은 끝났고  이제 아빠와 저는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예요 .  아빠도 그렇게 말했고요 .  그래서 우린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
제가 또 아팠어요 .  아빠가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  제 병이 또 재발했대요…… .  아빠가 그래서 다시 서울로 가제요 .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는다고  아빠가 말했는데…… .  아빠가 제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어요 .
병원 선생님이 말했어요 .  이제 한번만 더 치료를 받으면  완전히 완치될 수 있을 거라고  예전보다 더 아프고 힘든  치료가 있을 거라지만…… .
하지만…… .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  왜냐면 아빠가 언제나 제 옆에  있어주거든요 .  저에게 골수를 나눠 줄  사람이 생겼대요 .  미도리라는 일본누난데…… .  정말 착한 누나인 거 같아요 .
절 위해 먼 ~  일본에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  내일 골수이식을 받는데요 .  하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  아빠가 제 곁에 있어주니까요 .
골수이식 수술이  아주 잘됐대요 .  아빠가 밖에서 이쪽을 쳐다봐요 .  근데 왼쪽 눈을 붕대로 감았어요 .  많이 지쳐서 쉬라고 막아놨대요 .  꼭 레고 만들기에 나오는  해적선장 같아요 .
이제 일주일 후면 다 나아서  보통 아이들처럼 생활할 수 있데요 .  근데 아빠는 이제 따로 살 제요 .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래요…… .
이제 제가 싫어졌나 봐요 .  아빠가 화내는 건 처음 봐요 .  엄마가 떠날 때 술도 마셨어요 .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아빠예요 .  그렇게 중요한걸 왜 잊었을까요 .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이에요…… .  만약 내가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되면  아빠가 쬐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
가시고기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
아이가 또 재발했다 .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  비가 오고 있지만…… .  밖에 있고 싶었다…… .  1 년 반째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  더욱 더 힘든 건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치료비가 없는  빈털터리 아빠가 되었다는 거다 .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 〃  타 들어간 입술로 아이가 말했다 .  〃이젠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 〃  아이의 말이 사무치도록 가슴 아팠다 .  아이대신 아파해 줄 수 있다면…… .  아이를 위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 수 있었으면…… .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다…… .  그게…… .  참 견디기 힘들다…… .  아이가 치료가 견디기 어려웠는지  시력을 잃었다 .  말도 하지 못했다 .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다행이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
아이가 가망이 없다는 소릴 들었다 .  기껏해야  6 개월을 넘긴다고 한다 .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형제 하나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  더 이상의 고통 받는 치료를 하는 것보단  남은 짧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 .  사실 병원비가 없기도 하지만…… .  그래서 퇴원하기로 했다 .
아이가 또 쓰러졌다 .  아이가 또 재발하면… . 바로 병원으로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을 해봤다 .  왜 연락이 이렇게 늦었냐고 한다 .  기적적으로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것이다 .
다움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골수가 완벽히 일치해서 수술만 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  갑자기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  어서 다움이를 서울로 데려가야 한다 .  더 늦기 전에…… .
아이의 골수이식 수술…… .  약  4 천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  내겐 지금 당장의 치료비조차 없는데…… .  그래서 내 간을 팔기로 했다 .  간을 팔면  2 천정도 받는다고 한다 .  4 천은 안되지만…… .
골수이식 수술 받기 전까지  병원비는 마련이 된다 .  간을 팔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  〃간 이식을 포기하십시오…… . 〃  간암 말기입니다 .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  그것 말고는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나올 곳이 없기 때문이다 .  하는 수 없이 각막을 팔게 되었다 .  외눈으로 아이를 봐야 하지만…… .  그게 대수냐…… .  아이를 위해서라면  양쪽 눈을 다 팔 수도 있다 .
각막을 팔아  6 천만 원을 받았다 .  아이의 건강은 이제 문제없다 .  아이의 병원비  4 천만 원 내고도  엄청 많이 남는다 .  하지만 더 이상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 .  이제 곧 난 죽기 때문이다 .
간암말기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있었냐고 한다…… .  아프지 않았냐고…… .  가끔 옆 가슴이 아프긴 했었다…… .  하지만 아이의 고통으로  그런 것들을 아파할 시간조차 없었다 .  아이의 골수이식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한다 .
하지만 이제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  난 죽기 때문에  아이를 고아로 만들긴 싫다 .  다움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  다움이 양육권을 포기하겠다고 .  다움이를 잘 부탁한다고 .
사람은 ...  자식을 낳으면  죽어도 진짜 죽은 게 아니다…… .  영원히 영원히 다움이 안에 살아 있을 거다 .
세상을 사랑하고  또 세상으로부터 사랑 받는  다움이가 되길 바란다 . - 아빠가  ..  Photograph is by Park Si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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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가시 고기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 sound on
  • 2. 우리 아빠는 멍텅구리 아빠입니다 . 지금도 밖에서 비를 맞고 있습니다 . 내겐 비 오는 날에 창문도 못 열게 하면서 ... 왜냐고 이유를 물으면 〃아빤 어른이고 다움이는 꼬마이기 때문이지 ... 〃 저는 많이 아픕니다 ... 선생님이 백혈병이래요 ... 감기로도 죽을 수 있다고 하죠 ... 그래서 아빤 절대 비 오는 날엔 창문도 못 열게 하죠 ...
  • 3. 오늘도 전 방사선 치료를 받습니다 . 방사선 치료는 너무 싫습니다 . 어두운 관 속 같은 곳에 나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 . 밖에서는 많이 아프지만 아빠가 제 손을 꼭 잡아주거든요 .
  • 4. 하지만 오늘 치료는 너무 아팠어요 . 그래서 전 벙어리가 됐죠 . 어찌된 일인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 그리고 앞을 볼 수도 없어요…… . 괜찮아질 거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 그래서 걱정은 없습니다 . 아빠는 한 번도 내게 거짓말 한 적이 없으니까요 . 
  • 5. 아빠가 이제 제가 다 나아서 퇴원하게 되었대요 . 너무 기뻐요 . 제가 그렇게 퇴원하기를 바랐거든요 . 아빠는 제 소원을 들어줬어요 . 역시 우리아빠입니다 . 이제 더 이상 아픈 치료를 안 받아도 된데요 ~ 내일 퇴원하게 됩니다 .
  • 6. 2 년의 병원생활은 끝났고 이제 아빠와 저는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예요 . 아빠도 그렇게 말했고요 . 그래서 우린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
  • 7. 제가 또 아팠어요 . 아빠가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 제 병이 또 재발했대요…… . 아빠가 그래서 다시 서울로 가제요 .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는다고 아빠가 말했는데…… . 아빠가 제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어요 .
  • 8. 병원 선생님이 말했어요 . 이제 한번만 더 치료를 받으면 완전히 완치될 수 있을 거라고 예전보다 더 아프고 힘든 치료가 있을 거라지만…… .
  • 9. 하지만…… .  전 하나도 안 무서워요 . 왜냐면 아빠가 언제나 제 옆에 있어주거든요 . 저에게 골수를 나눠 줄 사람이 생겼대요 . 미도리라는 일본누난데…… . 정말 착한 누나인 거 같아요 .
  • 10. 절 위해 먼 ~ 일본에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 내일 골수이식을 받는데요 . 하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 아빠가 제 곁에 있어주니까요 .
  • 11. 골수이식 수술이 아주 잘됐대요 . 아빠가 밖에서 이쪽을 쳐다봐요 . 근데 왼쪽 눈을 붕대로 감았어요 . 많이 지쳐서 쉬라고 막아놨대요 . 꼭 레고 만들기에 나오는 해적선장 같아요 .
  • 12. 이제 일주일 후면 다 나아서 보통 아이들처럼 생활할 수 있데요 . 근데 아빠는 이제 따로 살 제요 .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래요…… .
  • 13. 이제 제가 싫어졌나 봐요 . 아빠가 화내는 건 처음 봐요 . 엄마가 떠날 때 술도 마셨어요 .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아빠예요 . 그렇게 중요한걸 왜 잊었을까요 .
  • 14.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말이에요…… . 만약 내가 엄마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되면 아빠가 쬐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 쬐금만 슬퍼하면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죠 ?
  • 15. 가시고기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
  • 16. 아이가 또 재발했다 . 아이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병원 밖으로 나갔다 . 비가 오고 있지만…… . 밖에 있고 싶었다…… . 1 년 반째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 더욱 더 힘든 건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치료비가 없는 빈털터리 아빠가 되었다는 거다 .
  • 17.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 〃 타 들어간 입술로 아이가 말했다 . 〃이젠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요 . 〃 아이의 말이 사무치도록 가슴 아팠다 . 아이대신 아파해 줄 수 있다면…… . 아이를 위해 그 무엇이라도 대신할 수 있었으면…… .
  • 18. 아무것도 대신할 수 없다…… . 그게…… . 참 견디기 힘들다…… . 아이가 치료가 견디기 어려웠는지 시력을 잃었다 . 말도 하지 못했다 . 일시적인 현상이라서 다행이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
  • 19. 아이가 가망이 없다는 소릴 들었다 . 기껏해야 6 개월을 넘긴다고 한다 .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형제 하나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 더 이상의 고통 받는 치료를 하는 것보단 남은 짧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 . 사실 병원비가 없기도 하지만…… . 그래서 퇴원하기로 했다 .
  • 20. 아이가 또 쓰러졌다 . 아이가 또 재발하면… . 바로 병원으로 연락하라고 해서 연락을 해봤다 . 왜 연락이 이렇게 늦었냐고 한다 . 기적적으로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를 찾았다는 것이다 .
  • 21. 다움이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골수가 완벽히 일치해서 수술만 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 갑자기 왼쪽 가슴이 아파온다…… . 어서 다움이를 서울로 데려가야 한다 . 더 늦기 전에…… .
  • 22. 아이의 골수이식 수술…… . 약 4 천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 내겐 지금 당장의 치료비조차 없는데…… . 그래서 내 간을 팔기로 했다 . 간을 팔면 2 천정도 받는다고 한다 . 4 천은 안되지만…… .
  • 23. 골수이식 수술 받기 전까지 병원비는 마련이 된다 . 간을 팔기 위해 검사를 받았다 . 〃간 이식을 포기하십시오…… . 〃 간암 말기입니다 .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
  • 24.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 그것 말고는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나올 곳이 없기 때문이다 . 하는 수 없이 각막을 팔게 되었다 . 외눈으로 아이를 봐야 하지만…… . 그게 대수냐…… . 아이를 위해서라면 양쪽 눈을 다 팔 수도 있다 .
  • 25. 각막을 팔아 6 천만 원을 받았다 . 아이의 건강은 이제 문제없다 . 아이의 병원비 4 천만 원 내고도 엄청 많이 남는다 . 하지만 더 이상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다 . 이제 곧 난 죽기 때문이다 .
  • 26. 간암말기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있었냐고 한다…… . 아프지 않았냐고…… . 가끔 옆 가슴이 아프긴 했었다…… . 하지만 아이의 고통으로 그런 것들을 아파할 시간조차 없었다 . 아이의 골수이식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한다 .
  • 27. 하지만 이제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 . 난 죽기 때문에 아이를 고아로 만들긴 싫다 . 다움이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 다움이 양육권을 포기하겠다고 . 다움이를 잘 부탁한다고 .
  • 28. 사람은 ... 자식을 낳으면 죽어도 진짜 죽은 게 아니다…… . 영원히 영원히 다움이 안에 살아 있을 거다 .
  • 29. 세상을 사랑하고 또 세상으로부터 사랑 받는 다움이가 되길 바란다 . - 아빠가 .. Photograph is by Park Si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