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신론자로서의 나
1346018유희경
나는 20년 동안 종교를 갖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이 없는 무신론자이다. 우
선 부모님이 무교이시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종교에 대해 접할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내
가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종교의 정의를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
이 걸렸다. 주변에 종교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힘든 일이 있거나 위로 받을 일이 필요할 때
종교를 찾게 되고 의지하게 되면서 종교를 믿게 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에도 스스로 해결하거나 주변인들에게 의지하였고 종교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가 불교 신자이셨기 때문에 가장 처음 접한 종교는 불교였다. 그 영향으
로 어렸을 때부터 절을 자주 방문해왔기 때문에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이 들
었다. 하지만 윤회 사상과 같은 불교의 교리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교 신자
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 뒤로 기독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했고 그
종교들의 기원, 교리들도 학문적으로 배우게 되었지만 역시 교리들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이렇게 무신론자가 된 이유에는 우선 종교보다 과학적 지식을 먼저 접하게 된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 자라면서 자연히 과학을 먼저 학습하게 되었고 다윈의 진화론, 우
주 빅뱅론 등을 배우면서 지구의 탄생과 인간의 출현 등을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생각하
게 되었다. 기독교를 예로 들면, 하나님이 인간과 세계를 창조했다는 천지 창조설은 합리적
인 사고의 틀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성경을 보면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만큼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아무리 후세에 의해 신격화된 내용이고 그 속
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의 바탕이 되는 종교 법전이 비합리적
이고 비이성적인 내용에 기반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신의 존재를 물리적으
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 지구 어딘가, 혹은 우주 어딘
가에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
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초현실적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도 합리적으로 설명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인간의 마음에 존재하는,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
정신적으로 경험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결국 신은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
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명확하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애매모호
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라서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의 정신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또한 종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추구하고 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는데, 실제로 종교가 평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갈등과 전쟁을 일으키는
일이 더 많다. 십자군 전쟁부터 현재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갈등,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종
교가 다른 사람들 간의 갈등까지, 종교는 많은 갈등들의 원인이 되어왔고, 되고 있다. 신이
존재한다면, 왜 그의 존재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종교인들
은 서로 자신들의 종교만이 옳으며, 다른 종교는 배척함으로서 갈등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한다. 종교는 관용, 박애와 같은 매우 이상적이고 교리들을 추구하고 가
르친다. 하지만 정작 이런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은 비도덕적이고 협소한 관점을 가지고 있
2. 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결점이 있고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고 해서 완벽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비교적 높은 자리에서 신을 섬기고 교리를 설파하는 목사나 스님들이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고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종교가 그들의 이기심과 욕심을 채
우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신은 인간과 항상
함께하며 인간을 돌보아주고 위하는 존재라고 하는데, 신은 그 자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갈
등과 부조리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이유가 없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신은 인간들이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낸 수단적 존재에 불과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또한 세상에는 신이 돌보아주고 기도를 들어준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한 불행한 일
들로 가득하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아프리카의 굶는 사람들, 불운하게 죽는 사람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항상 신이 모든 것을 보살
펴준다고 믿으며 기도를 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고 불행한 일들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불행한 일마저 이것은 신의 뜻이다 라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사실 우리
는 스스로가 우리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이고 신은 우리의 삶에 개입하지도,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결국, 신은 나약한 인간이 의지할 대상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나 현상들을 많이 맞닥뜨리며 그 앞에서 작
아진다. 이 때 초현실적인 신의 존재에 의지함으로서 누군가가 나를 돌보아 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안정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가장 나약해지는데, 신을 믿으
면 사후세계에 갈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고자 하는 것이
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와 경험들로 나는 무신론자가 되었고, 앞으로도 신은 없다고
믿는 나의 가치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까지의 사례를 보았을 때, 신을 믿는 종교는
인간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해 사회 안정과 효율성이 기여할 수 있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
갈등을 유발해 사회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신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이 오랫동안 의지해온 상징적인 존
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