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다. 지금껏 적어온 글들을 읽어보니 꿈을 꾼 날이면 항상
적어온 것이 눈에 띄어 주제로 선정했다. 꿈만큼 자신의 개성적인 면이 드러나는 것도 없다 생각한다.
나는 지금껏 한번도 현실적인 꿈을 꿔 본적이 없는데, 이것 또한 남들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것이라 놀
랐던 기억이 있다.
주제 선정
21. 1. 내가 직접 물고기가 되어 헤엄
치는 꿈을 꾸었다. 어릴적 자각몽
을 꾸고 싶어서 이것저것 실험을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성공해
서 처음으로 꿈에서 내가 깨어있
다는 것을 인지한 꿈이었다. 근데
그게 하필 물고기였어서 기억에
남는다.
2. ‘꿈’을 주제로 잡게 된 원인인
꿈이다. 내겐 아주 오랫동안 꾸어
오는 악몽이 있는데, 내가 노란 미
끄럼틀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가운
데 큐브가 한바퀴씩 돌면서 계속
커지는 꿈이다. 큐브가 너무 커져
서 공간이 부서지면 그때 꿈에서
깨어난다. 내 불안함의 상징인가
싶다.
4. 좋았던 꿈들은 기분만 남고 내
용은 모호한데 악몽은 유독 같은
내용을 여러번 꾸어서 그런가 선
명하다. 회색 네모 건물들 사이에
서 자전거를 타고 도망치다 끝없
이 추락하는 꿈을 줄곧 꾼다. 꼭 누
군가에게 잡혀서 죽는다. 1년에 한
번정도 꼬박꼬박 꾼다.
3. 깨어나서 돌이켜보면 행복한
기억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남지
않는다. 일어난 즉시 바로 적어보
아도 꼬불꼬불한 졸린 글씨만 남
고 사라진다. 어떻게든 남기고 싶
어서 노트에 적어내린 글씨와 함
께, 둥글고 부드러운 색감의 두둥
실한 기분을 표현했다.
스케치